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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구제역 발생
제5장·가축질병 | 0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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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구제역 발생
전국을 휩쓴 구제역과의 전쟁
2010 구제역 발생
프롤로그
머리가 희끗한 한 남자가 눈시울을 붉힌 채로 허공을 바라보고 있다. 그는
지금 눈앞에 보이는 가축 매몰 광경을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그는 아내와 더불어 몇 마리 되진 않아도 듬직한 소들을 키우던
축산 농가의 가장이었다. 소를 키우면서 자식들을 결혼시켰고 이제는 새로운
노후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꿈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구제역이 발생한 것이다.
2010년 11월에 경북 안동시에서 구제역이 발생하였다. 관계 당국은
구제역의 확산을 막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이듬해 봄에는 호남지역과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으로 확산되고 말았다. 결국 이 구제역은 가축 약 350만
마리를 도살처분하고 매몰한 뒤에야 종식될 수 있었는데, 보상비, 방역비,
매몰비를 포함해 약 3조 원의 경제적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되었다. 또한
발생 지역의 주민과 차량 이동을 통제하면서 각종 행사가 취소되는 등 지역
경제에도 많은 악영향을 초래했다. 이뿐만 아니라 대규모 가축 매몰에 따른
환경오염도 우려되는 등 사상 최악의 가축질병에 의한 재앙으로 기록되었다.
제5장·가축질병 | 0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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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을 휩쓴 구제역과의 전쟁
주변국 구제역 확산과 국경검역의 중요성
구제역(口蹄疫)이란 소, 돼지, 염소, 사슴 등과 같이 발굽이 2개인 동물(우제
류)에게서 발생하는 급성 전염병을 의미한다. 치사율이 최대 55%에 달하는 무서
운 전염병이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전염성이 매우 강한 특성이 있는데 공기를 통
해 호흡기로 감염된다. 따라서 무리에서 한 마리가 감염되면 나머지 가축 모두가
급속하게 감염된다.
우리나라에서는 1934년에 최초로 구제역이 발생했고 이후 66년 만인 2000년
경기도 파주지역에서 발생해 충청도 지역까지 확산되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 그
리고 2010년 11월에는 경북 안동에서 발생하였다. 구제역이 발생하자 농림수산
식품부는 즉각 그 확산을 막는 한편, 발생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역학조사와 유전
자 검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해당 농장주가 11월 초 베트남에 여행을 다녀온 사
실이 있었는데 그때 함께 유입되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었다.
당시 우리나라 주변 국가들에서는 구제역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었다. 그러
나 해당 농장주는 이 사실을 간과하고 구제역 발생 지역으로 여행을 다녀온 후에
바로 농장에 출입하는 등 제대로 방역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이다.
철저한 국경검역 관리와
소독의 중요성 부각
국경검역관리시스템 구축과 운영
(2012~)
축산 관계자의 출입국신고제도
의무화(2017.6.3.)
인천공항의 현장 검역 인력 증원(18명)
•구제역 확진 판정을 받은 한 축사에서 정리소각 작업 중인 모습
078 | 재난 씨, 우리 헤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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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구제역 발생
우 리 나 라의 전국 15개 공항과 항만에서는 수입 축산물과 해외 여행객, 우편물
등을 검색하고 있다. 그러나 검역관이 많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2003년 1,200만
명이었던 해외 여행객 수는 2010년 2,100만 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덩달아 불법휴
대축산물 반입 건수도 2003년 9천 건에서 2010년 4만 5천 건으로 증가했는데 이
를 담당하는 검역관의 수는 78명에 불과했다.
또한 2010년은 축산 관계자의 입국신고 의무화가 시행되기 전이었다. 그해 5
월부터 11월 사이에 구제역 등 가축 전염병이 발생한 나라를 방문한 축산 관계자
는 약 16,000여 명. 이중 10,000여 명만 자진신고를 한 후 소독과 방역 교육을 받
았다.
농가 차단방역이 제대로 되었다면
일반적으로 축산농장에는 사료와 약품 배달, 진료, 출하와 분뇨처리 등과 같은
작업을 위해 많은 관련자와 차량들이 방문한다. 따라서 해당 농장에서 구제역이
발생할 경우 급격히 확산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국경 검역
관리에 실패할 경우 구제역을 막을 방법은 전혀 없는 걸까?
아니다. 농가 차원에서 철저한 차단방역을 실시한다면 얼마든지 피해를 최소
화할 수 있다. 문제는 당시 축산 농가에서 소독 시설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는 곳
이 일부에 불과했다는 사실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돈이 드니까, 그걸 설치하려면 비용이 너무 많이 들잖아요.”
당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에서 표본 농가를 대상으로 축산 농
가의 차량 소독조 설치비율을 조사한 결과, 한우 농가는 약 19%, 양돈 농가는 약
25%만이 차량 소독 시설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축사 주변을 막는 울타리 경계의 경우 한우 농가는 약 71%, 양돈 농가는 약
78%가 설치한 것으로 확인되었는데 만일 구제역이 발생한 농장에 야생동물 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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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을 휩쓴 구제역과의 전쟁
외부인이 출입하게 된다면 큰 피해를 피할 수 없게 된다. 또한 만일의 사태에 대
비해 농장 출입차량과 사람을 기록해두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당시 양돈
농가는 제대로 잘 기록해 두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으나 한우 농가는 부실한 실
정이었다.
2012년 2월부터 축산업
허가제 도입 허가 기준에 방역,
2013년 1월부터
소독시설을 갖추도록 했다.
축산차량등록제 도입,
축산차량에 GPS 설치
•축사에서 실시중인 구제역 방역 작업
초기 진단의 혼선과 역학조사의 지연
2010년 11월 최초로 구제역 의심 신고가 접수되자 수의과학검역원에서는 검사
결과 양성판정을 내렸다. 그런데 해당 지자체에서는 간이진단키트 검사를 바탕으
로 음성으로 판정하고 종료하였다. 이처럼 구제역 발생 초기에 진단에 혼선이 발
생함으로써 확산 방지의 귀중한 골든타임을 놓쳐버린 것이다. 많은 지자체의 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