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
stringlengths
0
512
--- 페이지 15 ---
1984 인도 보팔 MIC 누출 사고
20세기 최악의 가스 유출 참사
1984 인도 보팔 MIC 누출 사고
프롤로그
1984년 12월 초, 당시 미국의 종합화학회사였던 유니언 카바이드(Union
Carbide Corporation)는 인도 보팔(Bhopal)시에서 농약과 살충제를
생산하는 공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런데 원료로 쓰이는 ‘메틸
이소시안산(MIC: Methlyl IsoCyanate)’을 저장하는 탱크에서 균열이
발생하면서 폭발이 일어났고, 2시간여에 걸쳐 약 36톤의 맹독성 화학물질이
방출되었다. 이 사고로 인해 20만 명 이상이 호흡기 장애와 실명 등의 부상을
당하고, 약 2,800여 명(추정)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날 인도 보팔에서 발생한 MIC 누출 사고는 20세기 최대 규모의
산업재해로 전 세계에 널리 알려졌다. 이 사고는 현재까지도 보상을 둘러싼
소송이 계속되고 있다. 사고를 일으킨 유니언 카바이드의 공장 내 창고 등에는
아직도 425톤이 넘는 유독성 폐기물들이 처리되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어,
토양과 지하수 오염으로 주민들이 유독물질 오염 가능성에 여전히 노출돼
있다.
제6장·화학물질사고 | 089
--- 페이지 16 ---
20세기 최악의 가스 유출 참사
공장 설립부터 지속된 안전불감증
유니온 카바이드의 인도 보팔 공장은 1969년에 설립되었다. 당시 계획은 살충
제 원료를 미국 본사로부터 수입한 뒤 살충제로 합성하는 시설을 건설하는 것이
었다. 살충제 원료인 MIC는 그 제조 공정상 많은 위험을 내포하고 있어서 인구밀
집 지역인 보팔 지역에 건설하는 것이 타당하지 못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
러나 유니언 카바이드는 수익을 높여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자, 보팔지역에 MIC
제조시설을 추가로 설치했다.
MIC는 살충제와 제초제, 의약품 합성의 원료로 사용되는데, 물과 격렬한 반응
을 일으키며 아주 적은 양으로도 사람의 폐와 눈에 심각한 장애를 유발할 수 있고,
중추신경계와 면역체계를 일시에 파괴하는 독극물로 알려져 있다.
인도 보팔에 MIC 제조시설을 설치할 당시, 저장 탱크로 연결되는 배관에는 안
전을 위해서 화학물질과 반응이 없는 스테인레스강 배관을 사용하도록 권장하였
다. 그러나 비용절감을 위해 설계와 달리 탄소강 배관을 사용했고, 그 대신 질소
공장 설립과 허가 과정에서
공장 폐쇄 과정에도
주거 지역과 일정거리 이상 멀리
안전 관리 인력은
위치했다면 사고 시 피해가
유지해야 한다.
줄었을 것이다.
•주거지역의 한가운데에 있던 MIC 공장
090 | 재난 씨, 우리 헤어져
--- 페이지 17 ---
1984 인도 보팔 MIC 누출 사고
를 주 입 하 여 반응을 억제하는 방법이 적용되었다. 그러나 이는 안전성이 검증되
지 않은 방법이었다.
이후 인도 보팔에서 살충제를 생산하던 유니언 카바이드는 전 세계적인 기근
으로 인해 살충제 수요가 급감하는 가운데, 중·소 업체와의 저가 경쟁에 밀리면서
구조조정을 착수하게 되었다. 인도 보팔 내 공장을 폐쇄하고 다른 개도국으로 생
산 시설을 이전하기로 했던 것이다. 이러한 결정이 내려지자 공장의 유지관리를
위한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안전관리자의 수를 대폭 감소하는 조치가 이어졌다.
그 결과 공장 내 안전사고가 빈번히 발생했는데, 이를 개선해 달라는 요구가 있었
으나 당시 경영진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막을 수 있었던 최악의 상황
1984년 12월 2일 사고 당일. 한 공장 직원은 MIC를 저장하는 610번 탱크의 온
도와 압력게이지에서 이상을 발견했다. 그리고 저장 탱크의 현장 상황을 확인하
는 과정에서 직원들의 눈에서 눈물이 나는 등 이상 증상이 발생했고, 이러한 사실
은 작업반장에게 즉시 보고되었다. 그러나 당시 작업반장은 상황의 심각성을 인
지하지 못했고, 즉각적인 현장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서 사고 확대를 막을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쳤다.
MIC는 1차 세계대전 때 독가스로 사용된 ‘포스겐’과 ‘시안화 가스’가 섞인 맹독
성 화학물질이다. 이를 보관하는 탱크 내부는 섭씨 0도를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저장탱크의 온도와 압력게이지가 계속해서 이상 증상을 보이자 직원들은 심각한
상황임을 인식하고 누출을 막는 조치를 취하려고 했다. 하지만 저장 탱크의 온도
는 내려가지 않았다. 급기야 탱크에 균열이 발생하면서 폭발과 함께 MIC가 대량
으로 누출되기 시작했다.
사고 수습 과정에서도 지자체 및 대응 기관과의 원활한 연락이 되지 않았다.
제6장·화학물질사고 | 091
--- 페이지 18 ---
20세기 최악의 가스 유출 참사
새벽 1시에 주민들에게 사고 발생을 알리는 비상경보를 발령했다. 하지만 이때는
이미 가스가 퍼질 대로 퍼진 뒤였다. 공기보다 무거운 MIC 유독가스는 지상에 낮
게 깔려 주변 도시 구석구석까지 스며들었다.
깊은 잠에 빠져 있던 사람들은 갑작스런 고통에 깨어났다. 눈이 바늘로 찌르는
것처럼 따가웠고, 숨이 턱턱 막히며 토할 것 같은 증상이 계속되었다. 새벽 2시 즈
음 병원에 실려 온 환자 중에는 입에 거품을 문 사람도 있었고 이미 앞을 볼 수 없
는 상태인 사람도 있었다. 사람들은 유독가스로부터 멀리 도망치려 했지만 소용
이 없었다. 가스가 퍼져나가는 속도가 더 빨랐기 때문이다. 가라앉은 가스는 키가
작은 아이부터 덮쳤고 주민들은 극심한 호흡 곤란과 폐부종 증상을 보이며 죽어
갔다.
날이 밝자 보팔 시내에는 동물 사체가 가득했다. 수많은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사고 이후 후유증으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들도 많았다. 도시 전체
에 시체가 썩는 냄새가 코를 찌르고 시신들을 강에 던지기도 했다.
•유출된 MIC 유독가스에 희생된 가축들
저장 탱크의 이상을
확인했을 때 경보 발령,
주민 대피 등 초동조치를
취했다면….
092 | 재난 씨, 우리 헤어져
--- 페이지 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