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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온한 구미의 오후를 뒤덮은 화학물질
불산가스는 왜 누출되었는가?
당시 사고는 2대의 이동용 탱크로리에 담긴 불산 원액을 저장 탱크로 옮기던
중에 발생했다. 첫 번째 이동용 탱크로리의 이송작업을 무사히 완료하고, 두 번째
탱크로리에 이송 작업을 위해 호스를 연결하던 중 ‘펑’ 소리와 함께 탱크로리에서
희뿌연 연기가 솟구쳐 올랐다. 당시 작업하던 근로자들이 바닥으로 튕겨져 나갔
고 이내 흰 연기가 CCTV 화면 전체를 채웠다.
불산 원액을 저장탱크로 옮기는 정상적인 공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에어밸브
와 불산 이송밸브의 손잡이가 모두 잠긴 상태에서 에어호스를 연결한다. 이후 불
산 이송밸브의 마개를 제거한다. 그리고 불산 이송호스를 연결한 후 이송밸브를
여는 것이다. 그러나 CCTV를 통해 확인한 당시 작업절차는 달랐다. 두 개의 마개
를 동시에 제거한 상태에서 에어호스의 연결 작업을 실시했다. 또한 작업자들은
안전보호 장구도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이로 인해 불산 원액이 누출되자 이송
제조량에 상관없이
모든 위험물 취급업체에 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장치(이중 밸브 등)을
대해 정기점검을 규정대로
설치했다면…. 작업자의
실시했다면….
안전교육과
안전장비 착용이
이루어졌다면….
•CCTV에 잡힌 불산 누출 장면
098 | 재난 씨, 우리 헤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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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구미 불산가스 누출 사고
작업을 하던 작업자 2명과 탱크로리 하부에 있던 근로자 2명, 그리고 근처에서 작
업하던 근로자까지 총 5명이 화상과 중독으로 사망하고 말았다.
당시 유해화학물질 관리법(시행령 제16조, 시행규칙 제21조)에 따르면 불산과
같은 유독물을 연간 5천 톤 이상 제조하는 시설은 영업 등록 후 6개월 이내에 종
업원의 안전교육 실태, 유독물의 성상(性狀, 성질과 상태)에 따른 주의 사항과 응
급조치 방법 교육 실태, 보호장비류 비치 상태와 작동 상태 등에 대해 정기검사를
받도록 하고 있었다. 그러나 추후 조사에서 확인된 바에 따르면 해당 사업장은 안
전·보건에 관한 특별 교육을 한차례도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사업장인 주식회사 휴브글로벌 구미공장은 2008년 연간 12,000톤의 불산
제조업체로 등록하였다가 이듬해 연간 4,800톤의 불산 제조업체로 변경되었다.
연간 유독물 제조량이 5,000톤을 넘지 않았으므로 그해 정기검사 대상에서 제외
된 것이다. 그러나 이 회사는 2010년과 2011년의 불산 제조량이 각각 5,000톤 이
상으로 증가하게 되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사고 발생 당일까지 단 한차례도
정기검사가 실시되지 않았다.
현장 대응 인력의 안전이 위협받다
사고 신고가 접수되자 경찰관 6명과 소방관들이 신속하게 현장에 도착했다. 이
들은 사상자를 옮기고 현장 통제 활동을 수행했다. 경찰관들은 개인 보호 장비를
갖추지 않은 상태였다. 오후 4시 10분경 추가로 투입된 경찰관 60여 명이 도착했
다. 이들은 그 즉시 교통을 통제하고 인근 지역의 주민들을 대피시켰다. 그러나
추가 투입된 경찰관들도 보호 장비를 갖추지 않았고, 사고물질이나 현장 상황도
제대로 전달받지 못한 상태였다.
사고 발생 3시간이 지난 오후 7시경, 환경 관련 담당자가 현장에 연락했다.
“경찰인력을 사고 지점으로부터 1.4km 밖으로 빼야 합니다. 불산은 맹독성 물
제6장·화학물질사고 | 0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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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온한 구미의 오후를 뒤덮은 화학물질
질이에요.”
그 즉시 경찰의 후속 조치가 이어졌다. 그러나 현장에 있던 36명의 경찰관들이
두통과 눈의 통증 등 이상 증상을 호소했고 병원치료를 받아야 했다. 소방관들 또
한 관련 보호 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화학 보호복이나 개
인 보호 장비가 부족해 일반 소방복을 입고 출동한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때
문에 온몸에 발진(피부나 점막 등에 작은 종기나 염증 등이 생기는 것)이 일어나
고 기침과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는 이가 속출했다. 당시 현장에서 화학 보호복을
입은 소방대원은 6명에 불과했다.
이러한 급박한 상황 속에서 구미시는 인근 군부대에 화학사고 대응 인력과 제
독장비 지원을 요청하였다. 그러나 해당 군부대는 화학테러가 아니라는 이유로
지원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당시 화학사고에 대비해 특수화학분석차량을 보유한
곳은 인천에 있는 국립환경과학원이 유일했다. 이들은 현장 지원 요청을 접수한
후 신속하게 출발했다. 하지만 사고 발생 지역까지 도착하는 데만 8시간이 소요되
었고, 이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누출된 불산가스가 주변 지역까지 넓게
확산된 후였다.
화학물질에 대한
정보(맹독성, 위험성)와
현장 대응 인력 중 대응 장비가 충분했다면
부상자 18명 발생 인명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었다.
•화학 보호복을 착용하지 못한 채 사고 수습 중인 소방관들
100 | 재난 씨, 우리 헤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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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구미 불산가스 누출 사고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현장에 있던 대응 인력들은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고군
분투했다. 하지만 제독제로 사용할 소석회(수산화칼슘)가 부족해 제독 작업이 지
연되었고, 중화되지 못한 불산가스는 점점 더 확산되었다.
유기적인 협력과 체계적인 대응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사고 당일 오후 7시, 당시 소방방재청과 행정안전부는 초동대응을 위해 중앙재
난안전대책본부를 구성했다. 그러나 관계 기관 간 협조가 제때 이루어지지 못했
고 그 때문에 제독 작업이 지연되고 현장 상황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다. 중앙재
난안전대책본부의 총괄·조정 기능이 원활하게 수행되지 못한 것이다.
당시 환경부는 대응 매뉴얼상에 기재된 주민 복귀를 위해 구미시에 필요한 사
고 대응 정보를 적시에 알려주지 못했다. 구미시 또한 환경부가 위기경보 ‘심각단
계’를 해제하자, 이를 근거로 제독이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고 현장에서 철수
하는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당시 사고 현장과 주변 지역: 중앙 우측 아래쪽의
화학사고 발생 시 부처 간
공장에서 불산가스가 누출되어 확산되었다.
신속하고 긴밀한 협력이
이루어졌다면 피해 확산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