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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 인도 보팔 MIC 누출 사고
조 기 경보와 주민 대피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사고 당시 공장에는 3개의 원료물질 저장 탱크가 있었으며, MIC 가스는 필요
한 만큼 생산 후 사용하거나 권장보관용량(60%)을 단기간 저장하도록 되어 있었
다. 그러나 당시 모든 탱크에는 이미 권장보관용량 이상의 MIC가 저장되어 있었
다. 또한 공장 내부에 있던 살수장치, 탱크, 가스 세정기, 소각탑 등의 안전장치 중
에서 그 어느 하나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MIC 누출 사고가 발생한 직후 당연히 울려야 할 사이렌 경고시스템이 작동하
지 않았다. 잦은 고장을 이유로 알람기능을 해제해 버렸기 때문이다.
MIC 누출이 시작된 지 1시간이 지난 새벽 1시경, 주민 대피 경보가 잠시 울렸
다. 그러나 작은 규모의 누출이 발생했을 때 경보가 울리고 이내 곧 꺼지던 상황
이 자주 있었던 터라 인근 주민들은 상황을 심각하게 판단하지 않았다.
회사 공보시스템을 통해 사고 소식이 직원들에게 전달된 후 직원들은 바람을
피해 긴급히 대피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사업장 내 비상연락체계가 가동되지
않았다. 공장 내 상황관리자와 정부의 상황인지, 그리고 상황전파 지연이 맞물리
면서 새벽 3시경이 되어서야 주민대피경보가 울렸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골든타
임이 지난 이후였고 현장 직원과 주민들이 피해를 입은 상태였다.
특히 당시 유니온 카바이드는 평소 보팔 지역의 주민들에게 MIC의 위험성이나
대피요령에 대한 교육을 시행한 적이 없었고, 관련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서 피해
가 극심했다. 주민들은 MIC가 호흡을 통해 폐와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준다는 사
실을 알지 못하는 상태였으므로 바람을 피해 대피를 하지 않았고, 많은 주민들이
길거리에서 사망하거나 부상을 당하였다.
제6장·화학물질사고 | 0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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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최악의 가스 유출 참사
화학 공장 주변의
사고 발생 이후
주민들에게 안전교육과
경보체계가 제대로
사고발생 시 대피요령을
작동했다면….
교육해야 한다.
•사고 희생자들의 사진을 들고 시위 중인 보팔 주민
최악의 화학사고 이후의 변화들
사고 발생 이후 인도는 환경보호법에 따라 기업에 대한 정부 규제 및 시민권을
강화하였다. 대표적으로 정부는 공장에 대한 검사 및 폐쇄 권한을 가지게 되었다.
시민들은 안전관리 규정을 지키지 않고 일상생활에 위협을 가하는 기업을 고발할
수 있게 되었다. 더불어 정부는 기업들의 산업재해 예방 보험 가입을 의무화 하였
다.
보팔 사고 이후 미국은 위험에 대한 주민 ‘알 권리’ 정책을 시행하였다. 대표적
으로 화학사고와 같은 비상 사태와 관련하여 주 비상대응위원회와 지역비상기획
위원회를 설립하였다. 또한 화학사고 발생 시 관련 기관과 주민들에게 전달할 통
보 조항을 리스트화 하였으며, 지역 주민에게 기업이 화학물질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의무화하였다.
유럽의 경우, 위험정보 공유 프로토콜 개발이 진행되었으며 유해 화학물질 사
전 통보 승인조약이 추진되었다. 해당 조약은 특정 유해 화학물질과 농약의 국제
교역 시 사전 통보를 통해 승인 절차를 밟게 한 것으로서 국가 간 위험물질 이동
094 | 재난 씨, 우리 헤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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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 인도 보팔 MIC 누출 사고
조항을 규제하는 협약이었다.
인도 보팔의 MIC 누출 사고는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주었다. 특히 2012년
구미에서 불산가스 누출 사고가 발생하면서 화학사고에 대한 국민적인 불안감이
고조되었다. 이러한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사업장의
경우, 안전의식 고취를 위해 안전관리자와 CEO의 안전교육과 각종 안전장치의
관리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
또한 인도 보팔의 사고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주민들에 대한 보호시스템이 체
계적으로 마련되어져야 한다. 화학물질의 독성과 위험성에 관한 정보를 상시적으
로 주민과 공유하고, 사고가 발생할 경우 신속하게 주민들에게 알려야 한다. 또한
주민들에게 사고 소식을 알리는 기준과 방법을 체계화하여 일정 규모 이상 화학
사고 발생 시 신속한 주민 보호시스템을 가동해야 한다.
제6장·화학물질사고 | 0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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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최악의 가스 유출 참사
096 | 재난 씨, 우리 헤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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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구미 불산가스 누출 사고
평온한 구미의 오후를 뒤덮은 화학물질
2012 구미 불산가스 누출 사고
프롤로그
2012년 10월, 이맘때면 본격적인 수확을 앞두고 풍성한 황금벌판이
펼쳐져야 한다. 그러나 벼이삭이 모두 말라죽어있고 가을 곤충인 메뚜기,
귀뚜라미 등을 찾아볼 수 없다. 그 흔한 쥐와 청솔모 등도 모두 자취를 감췄다. 이
지역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약 한 달 전인 9월 27일 4시경, 경북 구미시 구미4공단에 위치한 주식회사
휴브글로벌에서 두 명의 작업자가 탱크로리 차량에 실려 있던 화학물질을 공장
내 저장소로 옮기고 있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뭔가 잘못되었고 순식간에
희뿌연 가스가 뿜어져 나왔다. 그 가스는 풀루오인화 수소 성분으로 일명
불산가스라 불리는 맹독성 물질이었다. 현장 작업자들은 그 즉시 손과 가슴에
심각한 화상을 입었고, 누출된 불산가스는 인근 마을 전체로 확산되었다.
이날 발생한 사고로 인해 사망자 5명, 사상자 18명 등 23명의 인명 피해와 약
554억 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하였으며, 이 사고가 널리 알려지면서 화학물질
누출 사고에 대한 국민적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사례가 되었다. 이후 화학물질의
관리는 ‘화학물질’ 그 자체를 안전하게 관리하는 것은 물론이고 인근 지역
주민들의 건강과 재산을 보호하는 개념으로 확장되었다. 정부는 화학물질과
관련된 사고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화학물질안전원’이라는 전담기구를
신설하였으며, 화학공장이 밀집된 6개 주요 산업단지에 화학사고의 예방, 대비,
대응, 복구는 물론 인허가와 지도 점검을 수행하는 합동방재센터를 설치하였다.
제6장·화학물질사고 | 0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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