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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망가지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곧바로 주민들과 함께 면사무소와 동네에 있
는 삽, 양동이, 세숫대야, 트렉터 등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도구와 장비를 가지고 해
변으로 돌아가서 기름을 퍼 담았다.
“그때는 흡착포가 뭔지도, 이중마대가 뭔지도 몰랐어요. 급한 마음에 손으로
삽으로 마구 퍼 담았죠.”
유류 오염의 직격탄을 맞은 태안 지역은 피해 상황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전국
에서 보내온 헝겊이며 옷가지들, 방제복과 구호물품 등이 물밀 듯이 쏟아져 들어
왔다. 또한 매일같이 엄청난 수의 자원봉사자들이 몰려들었고 기름에 뒤덮인 해
변을 일일이 손으로 닦아내기 시작했다. 이는 전 세계가 감탄하는 감동적인 장면
이었다. 그러나 여기에는 한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방제 인력은 방제 작업 이외에도 증거채집 과정에서부터 손해의 산정 과정까
114 | 재난 씨, 우리 헤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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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태안 허베이 스피리트호 기름 유출 사고
지 다양한 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당시 태안 지역에서는 방제 작업에 급급한 나
머지 다른 분야에는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이는 향후 손해배상 과정에서 제대로
손해액을 평가받지 못하는 약점으로 작용한 측면도 없지 않았다. 따라서 체계적
이고 업무의 전문성을 갖춘 방제 인력과 장비를 투입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과 제
도적인 기반이 반드시 확립되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당시에는 해양 오염 발생 시
총지휘권은 해양경찰청장에게 있었으나, 해안 방제 작업의 경우 해당 지자체에
책임이 있었다. 이처럼 이원화되고 모호한 방제 체계로 인해 체계적이고 신속한
대처 방안을 강구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양수기를 이용한 기름 제거 •자원봉사자들의 방제 작업
허점을 드러낸 위기 대응 체제
태안 앞바다에서 원유 유출 사고가 발생하기 약 4달 전인 2007년 8월. 당시 해
양수산부와 해양경찰청은 사전에 수립한 ‘대규모 해양 오염 위기대응 매뉴얼’을
기초로 모의훈련을 실시하였다. 그 결과 모의훈련에서는 해상에 유출된 원유를 2
시간 만에 모두 수거하였고 관련 방제 업무가 원활히 수행되는 것으로 판단했다.
제7장·해양오염사고 |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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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안 167km를 오염시킨 기름띠
그러나 이 모의훈련에서 간과한 것이 있었다. 기상악화와 그로 인해 기름띠가 퍼
져 나가는 방향 등에 대한 예측을 적용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러한 모의훈련의 맹
점은 4달 후 실제 허베이 스피리트호 기름 유출 사고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재난
이 발생했을 때 필요한 매뉴얼은 반드시 실제 재난 현장에서 운영될 수 있는 것을
전제로 해야 한다. 그리고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사고 당일 태안군청은 신속하게 재난대책본부를 설치하고 유관기관과의 협조
체계를 구축했다. 그러나 전국 각지에서 문의 전화가 폭발적으로 이어졌고, 중앙
부처의 상황 보고 요청과 관련 부처의 공무원 파견이 쇄도하면서 재난대책본부의
공간과 업무 수행 환경은 마비될 지경에 이르렀다. 이것은 협소한 사무실을 이전
하는 한편 근무 인력을 확충해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다. 이 사례에서 관련 지
자체가 대규모 해상 오염 사고 발생 시 신속하게 대응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
가할 수 있다. 하지만 대규모 해상 오염 사고가 발생했을 때 지자체 만으로 대응
하기에는 그 실효성 측면에서 의문이 제기된다. 따라서 중앙부처와 해경 등 관계
기관의 의무와 역할 등을 명확히 규정한 매뉴얼과 유기적인 협업 체계가 구축되
어야 한다.
체계적이고 실효성 있는
방제 업무 수행을 위해 기존
‘대규모 해양 오염 위기 대응
매뉴얼’의 개선과 실전 같은
훈련이 필요하다.
•구멍난 선체에서 흘러나온 기름이 뒤덮은 만리포 해수욕장
116 | 재난 씨, 우리 헤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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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태안 허베이 스피리트호 기름 유출 사고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피해 보상
2017년 12월, 태안 지역에서는 이른바 ‘서해의 기적’이라 불리는 허베이 스피리
트호 기름 유출 사고의 극복 1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다. 이 행사에서는 피
해 복구에 참가한 123만 명의 자원봉사자들의 정신과 헌신을 기리기 위한 기념관
이 공개되었다. 그러나 허베이 스피리트호 기름 유출 사고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계
속되고 있다.
태안 앞바다의 기름 유출에 노출된 초등학생들은 타 지역에 비해 알레르기성
비염의 위험이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태안 지역 주민들의 전립선
암과 백혈증 발생이 급증하기도 했다. 이러한 사고 후유증에 대한 명확한 원인규
명을 위해서라도 이 사고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한 실정이다. 이뿐만 아니
라 12만 8천여 건에 이르는 소송 건수와 피해 입증의 어려움 등으로 사고 발생 10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피해 보상 문제가 완료되지 않고 있다.
사고 재발을 막고 관련 종사자들의 안전불감증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더불어 사고 후유증에 시달리는 주민들에 대
해서도 지속적인 관찰과 지원을 통해 그 피해 경감에 나서야 한다.
•만리포 해수욕장에 조성된 유류 피해 극복 기념관
해양 사고 관련 안전의식을
고취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방제 작업과 피해 보상
문제를 원활히 해결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제7장·해양오염사고 | 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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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안 167km를 오염시킨 기름띠
118 | 재난 씨, 우리 헤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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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멕시코만 석유시추기지 오일 누출 사고
해양오염 대응체계의 허점이 드러나다
2010 멕시코만 석유시추기지 오일 누출 사고
프롤로그
2010년 4월 20일 미국 루이지애나 주 멕시코만 남쪽 80km 해상에 위치한
딥워터 호라이즌(Deep Water Horizon)호에서 원유를 시추하던 중 고압의
메탄가스 분출로 인해 호라이즌호가 폭발하여 침몰하고, 약 3개월 동안
원유가 바다로 유출되었다. 이 사고로 28명(사망 11, 부상 17)의 인명 피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