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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대구지하철 중앙로역 화재 사고
종합사령실에서 진입하는 열차를 통제했다면
전동차에서 뿜어져 나온 시커먼 연기가 중앙로역 내에 자욱해졌다. 그때 대구
지하철공사 종합사령실의 근무자는 화재 경보를 확인했다. 그러나 출발해야 하
는 열차가 그대로 정차해 있다는 사실에만 주목했다. 9시 55분 종합사령실에서는
모든 전동차에 올콜(All Call: 운행 중인 모든 기관차에 대해 운전사령에서 알리는
긴급 통지)을 했다.
“전 열차에 알립니다. 중앙로역에 진입 시 조심해 운전하여 들어가시기 바랍니
다. 지금 화재 발생하였습니다.”
같은 시각, 중앙로역의 역무원이 대구지하철공사 종합사령실에 화재사실을 보
고했다.
“중앙로역 실제 화재입니다. 전혀 앞이 분간이 안 됩니다. 신고 좀 부탁합니다.”
그러나 종합사령실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했고, 119에 신고조차 하지 않
았다.
•당시 화재로 불타 버린 전동차
종합사령실의 근무자가
다른 열차가 진입하는 것을
막거나 정차하지 않고 통과
시켰다면….
제8장·화재사고 | 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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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잊어서는 안 될 대구지하철 화재
한편 그 시각 대구역에서는 1080호 전동차가 중앙로역으로 출발하였다. 당시
1080호의 기관사는 종합사령실의 올콜에서 ‘화재’라고 말하는 부분을 놓치고 ‘주
의운전하세요’라는 말만 기억했다.
9시 56분경, 연기가 가득 차 있던 중앙로역 승강장에 1080호 전동차가 진입했
다. 정차한 전동차는 출입문이 자동으로 열렸다. 그 즉시 연기가 전동차 안으로
밀려들었다. 1080호 기관사는 종합사령실에 연락을 했지만 통화 중이었다. 그는
‘무조건 빠져나가야 한다’는 생각에 ‘출입문을 닫고 출발한다’는 안내방송을 했다.
그러나 문을 닫고 출발하려는 순간 전동차의 전력 공급이 차단되어 버렸다.
전동차와 역사, 소방서 간에 비상 소통 미흡
9시 57분경 화재로 모든 플랫폼이 정전이 되었다. 전력 공급이 중단된 1080호
의 기관사와 종합사령실의 근무자들은 교신을 주고받으며 전동차의 전력 공급을
재개하기 위해 애를 썼을 뿐, 보다 중요한 객실 내 승객들의 대피는 소홀히 하고
말았다.
당시 전동차는 비상전력장치를 갖추고 있지 않았다. 따라서 화재 등 비상 상황
에서는 자체적인 전력 공급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1080호의 기관사는 이 사실을
간과한 채 승객들에게 ‘잠시 후 출발할 것이니 기다려 달라’는 안내 방송을 되풀이
했다.
9시 58분경 종합사령실과 1080호 전동차 간의 무선통화가 두절되었다. 중앙로
역 터널에 있는 무선통신 안테나가 화재로 불타 버린 것이다. 이후 기관사는 자신
의 휴대전화로 종합사령실 근무자와 통화하면서 후속 조치를 의논했다.
9시 59분경 1080호의 기관사는 종합사령실에 급전(전력이 공급됨)되었다고 알
렸다. 기관사의 보고를 받은 종합사령실은 출발을 명령했다.
-운전사령: “그럼, 발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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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대구지하철 중앙로역 화재 사고
-1080호: “예.”
-운전사령: “조심해 나가세요.”
-1080호: “아, 미치겠네.”
-운전사령: “예, 사령 이상.”
-1080호: “지금 급전됐다 왔다 갔다 하는데. 차 죽여 다시 살릴게요.
지금 급전됐다 살았다가 죽었다 엉망입니다.”
-운전사령: “침착하게, 침착하게 하세요. 아, 여보세요.”
그때는 1079호 전동차에서 화재가 발생한 지 6분이 지난 시각이었다. 그러나
종합사령실과 기관사는 승객을 대피시키는 대신 기관차를 출발시키는 데만 집착
하고 있었다. 또한 당시 대구지하철공사의 종합사령실은 각 전동차와 역사, 소방
서 간에 동시에 통화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었다. 이 때문에 중앙로역의 화재 상
황은 전혀 공유되지 않았다.
종합사령실, 전동차, 역사,
소방서 등이 동시에 소통할
수 있었다면 신속한 대응이
가능했을 것이다.
•당시 기관사의 안내 방송에 따라 대기 중인 승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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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잊어서는 안 될 대구지하철 화재
승객들의 안전을 최우선하지 않았다
10시 2분, 급전이 되었다 안 되었다를 반복하던 1080호 전동차의 전력이 완전
히 차단되었고, 일부 객차에서 출입문이 폐쇄되었다. 당시에도 전동차 내부에는
수동개폐 장치가 있었다. 그러나 위치가 분명하게 표시되어 있지 않았고, 출입문
을 여는 방법에 대한 설명도 부족했다. 객실의 승객들도 출입문을 수동으로 여는
방법을 모르고 있었다. 꼼짝없이 객실 안에 갇혀 버리게 된 것이다.
10시 10분, 종합사령실은 1080호의 기관사에게 판을 내리고 대피하라고 지시
한다.
-운전사령: “아, 빨리 인자 차 그렇게 놓고, 차 판 내려놓고 다른 데로 도망가,
올라가라고. (중략) 지금. 일단 판 내려야 돼요. 판, 판 내려놓고 차 죽이고 가야
돼. 사령 이상.”
판을 내린다는 것은 전원을 끊는다는 뜻이다. 또 차를 죽인다는 말은 전동차의
•불타 버린 전동차의 내부 모습
출입문 수동 개폐 스위치의 종합사령실과 기관사가
위치와 사용 방법을 구체적으로
승객 대피 안내 등을 보다
표시해 두었다면….
적극적으로 실시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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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컨 키(Key)’를 빼라는 기관사들의 은어이다. ‘마스컨 키’는 ‘마스터 컨트롤러
키(Master Controller Key)’의 줄임말이다. 전동차는 자동차 키와 다르게 마스컨
키를 뽑으면 배터리의 전원도 끊기게 되는데, 이때 비상등과 환기 설비, 차내 방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