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
stringlengths
0
512
상을 확인하고 ‘붕괴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때 옥상의 하중 문제를 고려해
162 | 재난 씨, 우리 헤어져
--- 페이지 19 ---
1995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쿨링 타 워 의 가동을 중지시켰다.
오후 2시경, 삼풍그룹의 회장과 임원들이 참석한 중역회의가 개최되었다. 그
자리에서 건물의 붕괴 가능성이 보고되었는데, 그들은 경비원의 보안 유지와 함
께 칸막이를 설치해 내부의 물건을 옮기는 계획안을 작성하도록 지시했다.
오후 3시경, 백화점의 설계와 감리를 수행한 이들이 사장, 임원들과 동행하여
안전진단을 실시했다. 그때 5층 식당 기둥의 바닥은 균열이 더 커져 주먹이 들어
갈 정도였다.
오후 4시경, 회장과 임원들은 대책 회의를 개최하였다. 그러나 당시 참석한 구
조기술자는 건물 하중이 더 증가하지 않는다면 붕괴 위험은 없다고 보고했고, 폐
점 이후 응급 조치를 하면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을 마지막 기회를 놓친 것이다.
오후 5시 40분경, 회의 중이던 삼풍백화점 시설이사의 전화벨이 울렸다. 시설
부장이었다.
•완전히 무너져 내린 삼풍백화점 붕괴 현장
누수, 균열, 함몰 등 건물
붕괴의 전조현상을 발견했을
때 신속하게 영업을
중지했다면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제10장·붕괴사고 | 163
--- 페이지 20 ---
시민들의 목숨을 앗아간 백화점 건물 붕괴
“현재 붕괴가 진행 중인 것 같습니다.”
그 전화가 마지막이었다. 중역들은 보고를 받고 건물 밖으로 급히 대피했다.
같은 시각 한 수질환경기사는 지하 4층에 있다가 건물 위쪽에서 갑자기 ‘쿠쿵’ 하
고 터져 나오는 굉음을 들었다. 그는 직감적으로 ‘5층 옥상이 무너지고 있다’고 생
각했고 있는 힘을 다해 건물 밖으로 달려 나왔다.
오후 5시 49분경, 건물이 심하게 흔들렸다. 5분 후 건물 내부에서 비상 사이렌
이 울렸고 사람들이 바깥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오후 5시 55분경, 갑자기 ‘쾅, 우르르’ 하면서 땅을 뒤흔드는 소리가 울려 퍼졌
다. 동시에 백화점 건물 전체가 거대한 먼지에 뒤덮였다.
뒤엉키고 혼란한 사고 현장 지휘체계
사고 발생 1시간여 만에 대책본부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체계적인 구조 계획과
사고대책본부의 배치부터
여러 기관 간 인력과 장비를 자원봉사요원 편제, 구조요원의 안전
통합적으로 지휘했다면 보다 등에 대한 가이드를
신속한 구조활동이 이루어질 사전에 마련해서 체계적으로
수 있었다. 대비해야 한다.
164 | 재난 씨, 우리 헤어져
--- 페이지 21 ---
1995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후속 대책을 세우지 못해 초기 구조작업에 많은 허점이 드러났다.
당시 삼풍백화점 붕괴 현장에는 서울 시내 전역에서 출동한 구급대원, 소방대
원, 경찰관들이 모여들었다. 하지만 현장 주변의 교통 통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해, 출동한 1백여 이상의 차량들이 서로 엉키는 극심한 교통 정체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신속한 응급 환자 수송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사고 수습 과정에서도 문제가 발생했다. 건물 잔해 속에 묻혀 있는 생존자를
수색하고 있는데, 바로 위에서는 크레인을 이용해 잔해 더미를 들어올렸다. 자칫
구조대원들이 매몰될 위기도 여러 차례 있었고, 지하에 갇힌 생존자들이 건물 잔
해 더미에 깔려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 이 때문에 일부 구조대원들이 철수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재난 현장에 설치되는 기관별 현장지휘본부는 업무에 연관이 있는 부서일수록
가까이 배치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당시 현장에서는 업무와 상관없이 서로
동떨어진 곳에 설치되어 정보교환이 지연되는 사례도 빈발했다. 또한 유관기관
상호 간에 무선채널도 달라서 한동안 기관 간 협조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었다.
부실한 긴급 의료 체계와 생존 희망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는 1,500여 명이 넘는 대규모 인명 피해를 유발했다. 사고
발생 직후 수많은 응급 차량이 현장에 도착했고, 서울 시내 곳곳의 의료 인력들이
현장에 급파되었다. 하지만 각 구에서 출동한 보건소 의료진들은 교통 혼란으로
현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미 도착해 있던 소수의 의료진들은 쇄도하는 사상자들로 체계적인 응급 처
치를 진행할 수 없었다. 따라서 응급 처치나 경상자, 중상자, 사망자 등의 분류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부상자에 대한 신원도 확인하지 못해 의료보험을 적
용할 수 없어서 의료비 지원에 차질이 발생하기도 했다. 또한 사상자를 태운 응급
제10장·붕괴사고 | 165
--- 페이지 22 ---
시민들의 목숨을 앗아간 백화점 건물 붕괴
차량은 당장 가까운 병원으로 긴급히 달려갔다. 하지만 그곳의 응급실은 이미 사
상자들이 넘쳐나는 상황이었고 어쩔 수 없이 다른 병원의 응급실을 수소문해 이
동해야 했다. 이는 사고 초기 조직적인 현장 응급 의료 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못하면서 발생한 상황이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당장 눈앞의 구호가 급하다 보니 사망자의 신원확
인도 신속하게 이루어질 수 없었다. 때문에 수많은 실종자의 가족들은 시내 병원
을 헤매고 다니며 일일이 가족의 생존 유무를 확인해야 했다. 삼풍백화점 붕괴 사
고의 생존자는 약 1,000명 정도이다. 대부분은 사고 당일 몇 시간 안에 구조된 이
들이었다.
아동복 매장의 판매원이었던 박승연 씨는 건물이 무너지는 순간 비상계단 쪽
으로 뛰다가 도중에 의식을 잃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어두운 환풍구 안이었
다. 기적적으로 콘크리트 판이 떨어지면서 생긴 빈틈에 갇힌 것이다. 그녀는 기다
리면 반드시 구조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지하에 갇혀
있던 그녀는 많은 시간을 무의식 상태로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위에서 기계소리
가 들려오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녀는 살려 달라고 외치면서 쇠파이프로 콘크
리트 벽을 두드렸다.
•뒤엉킨 구급차의 행렬 •길게 늘어선 응급환자 •부상자 이송
166 | 재난 씨, 우리 헤어져
--- 페이지 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