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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 고 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 광평 담당변호사 권이중
【원심판결】
춘천지법 2016. 4. 20. 선고 2015노24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구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2006. 10. 27. 법률 제805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4조의2는 “카메라 기타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타인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하였으나, 2006. 10. 27. 법률 제8059호로 “카메라 기타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타인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거나 그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 또는 공연히 전시·상영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후단 부분을 추가하는 것으로 개정되었고, 2010. 4. 15. 법률 제10258호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제정되면서 그 규정 형식을 그대로 유지하여 같은 법 제13조 제1항으로 규정되었으며, 현행법인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2012. 12. 18. 법률 제11556호로 전부 개정된 것, 이하 ‘성폭력처벌법’이라 한다) 제14조 제1항에도 그대로 규정되어 있다(이하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1항 후단 부분을 ‘이 사건 조항’이라 한다).
이 사건 조항의 문언 자체가 “촬영하거나 그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 또는 공연히 전시·상영한 자”라고 함으로써 촬영행위 또는 반포 등 유통행위를 선택적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 사건 조항의 입법 취지는, 개정 전에는 카메라 등을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타인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자만을 처벌하였으나, ‘타인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촬영물’(이하 ‘촬영물’이라 한다)이 인터넷 등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급속도로 광범위하게 유포됨으로써 피해자에게 엄청난 피해와 고통을 초래하는 사회적 문제를 감안하여, 죄책이나 비난 가능성이 촬영행위 못지않게 크다고 할 수 있는 촬영물의 시중 유포 행위를 한 자에 대해서도 촬영자와 동일하게 처벌하기 위한 것인 점을 고려하면, 이 사건 조항에서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 또는 공연히 전시·상영한 자는 반드시 그 촬영물을 촬영한 자와 동일인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행위의 대상이 되는 촬영물은 누가 촬영한 것인지를 묻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
같은 취지에서 원심이 이 사건 조항에서 그 유통행위의 주체가 촬영자여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자신이 직접 촬영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타인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 또는 공연히 전시·상영한 경우에는 이 사건 조항의 위반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성폭력처벌법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용덕(재판장) 김신 김소영(주심) 이기택 | 구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2006. 10. 27. 법률 제805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4조의2(현행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제1항 참조), 구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2010. 4. 15. 법률 제10258호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으로 제정되기 전의 것) 제14조의2 제1항(현행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제1항 참조), 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2012. 12. 18. 법률 제11556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13조 제1항(현행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제1항 참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제1항 | 형사 |
【피 고 인】
【상 고 인】
피고인들
【변 호 인】
법무법인 마당 외 3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6. 5. 20. 선고 2015노3486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 1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피고인 2의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들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피고인 1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1) 사기파산의 점에 관하여
피고인에게 불이익한 결과를 초래하는 주장은 피고인 측에서 상고이유로 삼을 수 없다(대법원 1994. 11. 11. 선고 93도3167 판결, 대법원 2006. 6. 15. 선고 2006도1718 판결 등 참조).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사기파산의 점에 대하여는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이라 한다) 부칙(2005. 3. 31.) 제4조(이하 ‘이 사건 부칙조항’이라 한다)에 따라 구 파산법(2005. 3. 31. 법률 제7428호 채무자회생법 부칙 제2조로 폐지. 이하 같다)이 적용되어야 함에도 원심이 구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2013. 5. 28. 법률 제1182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채무자회생법’이라 한다)을 적용한 것은 위법하다는 취지이다.
그러나 사기파산의 점에 관하여 구 파산법 제366조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던 반면, 구 채무자회생법 제650조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여 구 파산법보다 형이 가볍게 변경되었다. 따라서 원심의 판단에 설령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형이 가벼운 신법을 잘못 적용한 위법이 있더라도 피고인 1에게 불리한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없으므로, 원심의 그러한 잘못은 피고인 측이 상고이유로 삼을 수 있는 판결에 영향을 미친 법령위반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2) 사기회생의 점에 관하여
(가) 구 채무자회생법 제643조 제1항은 채무자가 자기 또는 타인의 이익을 도모하거나 채권자를 해할 목적으로 채무자의 재산을 손괴 또는 은닉하는 등 그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고, 채무자에 대하여 회생절차개시의 결정이 확정된 경우 사기회생죄로 처벌하도록 하고 있고, 이 사건 부칙조항은 벌칙에 관한 경과조치로 “이 법 시행 전의 행위에 대한 벌칙의 적용에 있어서는 종전의 규정에 의하고, 1개의 죄가 이 법 시행 전후에 걸쳐서 행하여진 때에는 이 법 시행 전에 범한 것으로 본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2005. 3. 31. 법률 제7428호로 채무자회생법이 제정되어 2006. 4. 1. 시행되기 전의 구 개인채무자회생법(법률 제7428호 부칙 제2조로 폐지. 이하 같다) 제87조는 구 채무자회생법 제643조 제1항과 유사하게, 채무자가 자기 또는 타인의 이익을 도모하거나 채권자를 해할 목적으로 재산을 은닉 또는 손괴하는 등 그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고, 채무자에 대하여 개인회생절차개시의 결정이 확정된 때에는 사기개인회생죄로 처벌하도록 규정하되, 제48조에서 개인채무자로서 일정한 금액(담보된 개인회생채권의 경우에는 10억 원, 그 외의 개인회생채권의 경우에는 5억 원)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대법원규칙으로 정하는 금액 이하의 채무를 부담하는 급여소득자 또는 영업소득자만이 개인회생절차의 개시를 신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여 개인회생절차개시의 신청권자를 제한하였다가, 채무자회생법의 제정 및 시행으로 비로소 개인채무자도 채무액의 제한 없이 회생절차의 개시를 신청할 수 있게 되었다(채무자회생법 제34조 참조).
이와 같은 구 개인채무자회생법 및 구 채무자회생법의 관련 규정들을 헌법 제13조 제1항 전단과 형법 제1조 제1항에서 밝히고 있는 형벌법규의 소급효금지 원칙에 비추어 살펴볼 때, 채무자회생법의 시행 전에는 구 개인채무자회생법 제48조에서 정한 개인회생절차의 개시를 신청할 자격이 없던 개인채무자가 채무자회생법의 시행 전후에 걸쳐서 각각 구 개인채무자회생법 제87조 각 호의 사기개인회생죄 및 구 채무자회생법 제643조 제1항 각 호의 사기회생죄에서 정한 행위를 하고 구 채무자회생법의 시행 후에 그 채무자에 대하여 회생절차개시의 결정이 확정되었더라도, 그 시행 전의 행위는 행위 시의 법률인 구 개인채무자회생법에서 정한 사기개인회생죄의 주체가 될 수 없는 사람의 행위로서 범죄를 구성할 수 없으므로, 구 개인채무자회생법에서 정한 사기개인회생죄나 구 채무자회생법에서 정한 사기회생죄의 어느 것으로도 처벌할 수 없다고 봄이 타당하고, 그 행위가 범죄행위 자체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이상 채무자회생법 시행 후의 행위와 포괄하여 일죄를 구성할 여지도 없다고 보아야 한다.
(나)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 1은 2003. 5. 19.경 공소외 1 주식회사 등 ○○그룹 계열사들의 채무에 관한 그의 연대보증채무 합계액이 약 1,300억 원에 이른 상태였던 사실, 피고인 1은 구 채무자회생법의 시행 후인 2010. 2. 5.경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회생절차의 개시를 신청하여 2010. 4. 2.경 회생절차개시결정을 받아 그 무렵 그 결정이 확정된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기록을 살펴보아도 달리 2003. 5. 무렵부터 채무자회생법의 시행 전까지 피고인 1이 부담하던 채무액이 구 개인채무자회생법 제48조에서 정한 개인회생절차의 개시를 신청할 수 있는 채무액의 상한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였다고 볼 자료가 없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1로서는 채무자회생법 시행 전에는 개인회생절차의 개시를 신청할 수 없었다가 채무자회생법의 시행으로 비로소 회생절차의 개시를 신청할 수 있게 되었으므로, 피고인 1이 구 채무자회생법 시행 전에 구 개인채무자회생법상의 사기개인회생죄나 구 채무자회생법상의 사기회생죄에서 정한 행위들을 하였더라도 이러한 행위들이 그 시행 후의 행위들과 포괄하여 사기개인회생죄나 사기회생죄의 일죄를 구성한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부칙조항 후단을 들어 구 채무자회생법의 시행 전후인 2003. 5.경부터 2010. 4.경까지에 걸쳐서 행하여진 피고인 1의 재산은닉 및 허위채무부담 행위들 전부에 대하여 구 개인채무자회생법이나 구 회사정리법이 적용되어야 한다거나, 이에 따라 피고인 1의 행위들이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한다는 취지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다만 원심이 구 채무자회생법 제643조 제1항이 적용될 수 없는 그 시행일인 2006. 4. 1. 이전의 행위들까지 포함하여 그 시행 전후의 행위들 전부를 구 채무자회생법 위반의 포괄일죄로서 유죄로 인정한 것은 구 개인채무자회생법 제87조 및 구 채무자회생법 제643조 제1항에서 정한 ‘채무자’의 의미와 그 적용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결국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러한 범위 내에서 이유 있다.
나. 상고이유 제2점, 제3점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를 원심과 제1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 및 관련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 1이 기존에 보유하던 차명재산의 명의를 바꾸거나 이를 처분하여 새로운 형태의 자산을 차명으로 취득하는 것은 이전보다 재산의 발견을 더욱 곤란하게 하거나 적극적으로 재산의 소유관계를 불명하게 하는 행위로서 ‘재산의 은닉’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고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구 채무자회생법 제643조 제1항 제1호 및 제650조 제1호에서 정한 ‘재산의 은닉’의 의미, 사기파산죄 및 사기회생죄의 성립요건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상고이유에서 들고 있는 대법원판결은 이 사건과는 사안을 달리하므로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아니하다.
다. 상고이유 제4점, 제5점, 제6점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를 원심과 제1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 및 관련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 1이 배우자인 공소외 2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매입한 차명주식에 대하여 소유자로서 완전한 권한을 행사하여 왔고, 증여세 포탈의 고의를 가지고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로 증여세를 포탈하였다고 판단하여 피고인 1에 대한 공소사실 중 각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조세) 및 조세범 처벌법 위반의 점을 유죄로 인정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고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조세범 처벌법 제3조 제1항에서 정한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의 의미, 직권조사사유, 차명주식의 소유권 귀속, 증거의 증거능력, 자백의 신빙성 및 보강증거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라. 상고이유 제7점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를 원심과 제1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 1이 회생절차를 통하여 채무를 면제받으려는 의도로 수백억 원대의 차명재산을 숨긴 채 허위의 재산관계를 기재한 회생절차개시 신청서와 ○○그룹 임직원들로부터 작성받은 허위 내용의 확인서를 법원에 제출한 행위 등은 법원에 대한 기망행위에 해당하고 그러한 기망행위와 채권자들의 회생계획안 의결 또는 법원의 회생계획 인가결정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하여 피고인 1에 대한 공소사실 중 각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정경제범죄법’이라 한다) 위반(사기) 및 사기의 점을 유죄로 인정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고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회생절차에서의 소송사기의 성립요건, 기망행위, 인과관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2. 피고인 2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상고이유 제3점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피고인 2의 각 특정경제범죄법 위반(횡령)의 점을 포괄일죄로 보지 아니하고 실체적 경합범 관계에 있는 범죄로 인정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특정경제범죄법 위반(횡령)죄의 죄수, 공소장변경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나. 상고이유 제1점, 제2점, 제4점에 대하여
원심판결에 횡령죄와 배임죄의 구성요건, 횡령죄의 기수시기, 불법영득의사, 공소권남용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다는 취지의 주장은 피고인 2가 이를 항소이유로 삼거나 원심이 직권으로 심판대상으로 삼지 아니한 것을 상고이유에서 비로소 내세우는 것으로서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나아가 살펴보아도 피고인 2에 대한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위법이 없다.
3. 파기의 범위
원심판결 중 피고인 1에 대한 사기회생 부분에는 앞서 본 것과 같은 파기사유가 있고, 이 부분과 피고인 1에 대한 나머지 부분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또는 상상적 경합범의 관계에 있다는 이유로 하나의 징역형과 벌금형이 선고되었으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 1에 대한 부분은 전부 파기되어야 한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 1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피고인 2의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창석(재판장) 이상훈(주심) 조희대 | 헌법 제13조 제1항, 형법 제1조 제1항, 제37조, 구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2013. 5. 28. 법률 제1182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43조 제1항,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34조, 부칙(2005. 3. 31.) 제4조, 구 개인채무자회생법(2005. 3. 31. 법률 제7428호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부칙 제2조로 폐지) 제48조, 제87조 | 형사 |
【피 고 인】
【상 고 인】
피고인 및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김미혜
【원심판결】
춘천지법 2016. 6. 9. 선고 2016노288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춘천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인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의 심신미약에 관한 주장을 배척한 것은 정당하다.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심신장애에 관한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잘못이 없다.
그리고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에 의하면 양형부당을 사유로 한 상고는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서만 허용된다. 피고인에 대하여 그보다 가벼운 형이 선고된 이 사건에서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는 취지의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2. 검사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모욕의 점은, 피고인이 2015. 1. 1. 09:00경부터 같은 날 09:30경까지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에 있는 공소외 1 운영의 ‘○○○순대국집’ 식당에서, 위 식당 영업 업무를 방해하고 위 공소외 1에게 폭행을 하던 중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한 영등포경찰서 중앙지구대 소속 경장인 피해자 공소외 2로부터 제지를 당하자 위 식당의 업주와 성명불상의 손님들이 있는 가운데 피해자에게 큰 소리로 “젊은 놈의 새끼야, 순경새끼, 개새끼야.”, “씨발 개새끼야, 좆도 아닌 젊은 새끼는 꺼져 새끼야.”라고 욕설하는 등 공연히 피해자를 모욕하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피고인이 경찰관으로부터 소란 행위를 제지당하자 화가 나 분노를 표출하는 과정에서 단순 욕설을 반복한 것에 불과하여 이러한 표현이 국가기관인 경찰이 아닌 사인으로서의 경찰관 개인의 외부적 명예를 저하시켰다거나 피고인에게 모욕의 고의가 있었다고 평가하기 어렵고, 당시 식당 앞에 있던 사람들은 경찰관들이 그곳에 출동한 경위, 피고인이 경찰관들의 정당한 직무집행에 반항하며 욕설을 한 전후 사정을 알고 있었으므로 이들이 피고인의 욕설로 인하여 피해자인 경찰관 개인의 인격적 가치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할 위험은 없다는 등의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였다.
나.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의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1) 모욕죄는 공연히 사람을 모욕하는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로서(형법 제311조), 사람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의미하는 외부적 명예를 보호법익으로 하고, 여기에서 모욕이란 사실을 적시하지 아니하고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의미한다(대법원 1987. 5. 12. 선고 87도739 판결, 대법원 2003. 11. 28. 선고 2003도3972 판결 등 참조). 그리고 모욕죄는 피해자의 외부적 명예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공연히 표시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이므로 피해자의 외부적 명예가 현실적으로 침해되거나 구체적·현실적으로 침해될 위험이 발생하여야 하는 것도 아니다.
2) 그런데 원심판결 이유와 증거에 의하면, 피고인이 원심판시 식당에서 영업 업무를 방해하고 식당 주인을 폭행하던 중 식당 주인 부부, 손님, 인근 상인들이 있는 공개된 위 식당 앞 노상에서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인 피해자를 향해 “젊은 놈의 새끼야, 순경새끼, 개새끼야.”, “씨발 개새끼야, 좆도 아닌 젊은 새끼는 꺼져 새끼야.”라는 욕설을 한 사실을 알 수 있다.
3) 위와 같은 피고인의 발언 내용과 그 당시의 주변 상황, 경찰관이 현장에 가게 된 경위 등을 종합해 보면, 당시 피고인은 업무방해와 폭행의 범법행위를 한 자로서 이를 제지하는 등 법집행을 하려는 경찰관 개인을 향하여 경멸적 표현을 담은 욕설을 함으로써 경찰관 개인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평가를 저하시킬 위험이 있는 모욕행위를 하였다고 볼 것이고, 이를 단순히 당면 상황에 대한 분노의 감정을 표출하거나 무례한 언동을 한 정도에 그친 것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설사 그 장소에 있던 사람들이 전후 경과를 지켜보았기 때문에 피고인이 근거 없이 터무니없는 욕설을 한다는 사정을 인식할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현장에 식당 손님이나 인근 상인 등 여러 사람이 있어 공연성 및 전파가능성도 있었다고 보이는 이상, 피해자인 경찰관 개인의 외부적 명예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위험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4)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으니, 거기에는 모욕의 의미 및 모욕죄의 보호법익과 법적 성질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에 대한 피고인의 상고는 이유 없지만, 무죄 부분인 모욕의 점은 파기되어야 할 것인데,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각 죄와 무죄로 선고한 위 부분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을 선고하여야 하므로, 원심판결 전부를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권순일(재판장) 박병대(주심) 박보영 김재형 | 형법 제311조 | 형사 |
【피 고 인】
【상 고 인】
검사
【원심판결】
부산지법 2015. 10. 23. 선고 2014노4657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형사소송법은 증거재판주의와 자유심증주의를 기본원칙으로 하면서, 범죄사실의 인정은 증거에 의하되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그것이 실체적 진실발견에 적합하기 때문이지 법관의 자의적인 판단을 인용한다는 것은 아니므로, 비록 사실의 인정이 사실심의 전권이라 하더라도 범죄사실이 인정되는지 여부는 논리와 경험법칙에 따라야 하고, 충분한 증명력이 있는 증거를 합리적 이유 없이 배척하거나 반대로 객관적인 사실에 명백히 반하는 증거를 근거 없이 채택·사용하는 것은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으로서 법률 위반에 해당한다(대법원 2007. 5. 10. 선고 2007도1950 판결, 대법원 2015. 8. 20. 선고 2013도1165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또한 범죄의 유무 등을 판단하기 위한 논리적 논증을 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사항에 대한 심리를 다하지도 아니한 채 합리적 의심이 없는 증명의 정도에 이르렀는지에 대한 판단에 섣불리 나아가는 것 역시 실체적 진실발견과 적정한 재판이 이루어지도록 하려는 형사소송법의 근본이념에 배치되는 것으로서 위법하다. 그러므로 사실심 법원으로서는, 형사소송법이 사실의 오인을 항소이유로는 하면서도 상고이유로 삼을 수 있는 사유로는 규정하지 아니한 데에 담긴 의미가 올바르게 실현될 수 있도록 주장과 증거에 대하여 신중하고 충실한 심리를 하여야 하고, 그에 이르지 못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는 등으로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때에는, 사실인정을 사실심 법원의 전권으로 인정한 전제가 충족되지 아니하는 것이므로 당연히 상고심의 심판대상에 해당한다.
2.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공소외 1 주식회사(이하 회사명에서 주식회사는 생략한다)를 운영하던 공소외 2가 공소외 1 명의로는 세금계산서 발급을 하기 어려운 사정이 생기자 피고인이 운영하던 공소외 3 명의로 세금계산서를 발급하기로 피고인과 공모하여, 공소외 4, 공소외 5에 제공한 용역의 공급가액을 부풀려 기재한 거짓 세금계산서 3장을 발급하고, 실제 용역을 제공한 바 없는 공소외 1, 공소외 6을 공급받는 자로 한 무거래 세금계산서 9장을 발급하였다는 것이다.
3. 이에 대하여 원심은, 피고인이 수사기관에서부터 제1심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자신이 공소외 3을 운영하면서 이 사건 각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였다고 자백하다가 원심에 이르러 공소외 3의 실제 운영자는 공소외 2이고 자신은 공소외 2로부터 돈을 받고 허위자백을 한 것이라고 진술을 번복하자, ① 피고인이 공소외 3을 운영했다고 주장한 기간 동안 거래처의 공사현장인 부산 사하구에서 휴대전화를 발신한 내역이 단 한 건도 없었던 반면, 공소외 2는 발신내역이 2,000건을 넘는 점, ② 피고인이 공소외 3을 운영하였다면 납부하였을 부가가치세 납부 내역이 전혀 없는 점, ③ 공소외 2가 공소외 3의 법인 통장을 사용한 점, ④ 공소외 4가 공소외 3에 송금한 돈이 다시 공소외 2가 운영하는 위 공소외 1에 송금된 점, ⑤ 수사기관도 처음부터 공소외 2를 공소외 3의 실제 운영자로 파악하고 사건을 수사하였던 점, ⑥ 피고인의 약혼자와 공소외 2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내용에 의하더라도 공소외 2가 피고인의 벌금 문제를 최대한 빨리 해결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는 점 등을 이유로, 피고인의 자백의 신빙성을 배척하고 피고인의 원심에서의 번복 진술을 받아들여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였다. 즉, 원심이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근거의 요지는, 공소 제기된 세금계산서의 발급 명의자인 공소외 3의 운영자가 피고인이라고 인정할 증거가 없고, 오히려 공소외 2가 이를 운영하면서 위 각 세금계산서를 발급한 것으로 보이므로, 이 사건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취지이다.
4. 그러나 이 사건 공소사실은 피고인과 공소외 2가 공모하여 거짓 또는 무거래의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였다는 것이므로, 설령 원심판시와 같이 피고인이 그 세금계산서를 발급한 공소외 3의 운영자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 사실만으로 곧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더구나 원심도 위 각 세금계산서를 발급한 행위자가 공소외 2로 보인다는 취지로 판시하고 있는 이상,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로 판단하려면 공소외 2와의 공모 사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밝혀 보아야 한다.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공소외 3은 실질적으로 공소외 2가 운영하였고 그 명의로 세금계산서를 발급한 것도 공소외 2라는 데 대해서는 수사기관 및 법원에서 피고인 및 공소외 2의 진술 등이 일치하고 있다. 반면 ① 피고인은 위 세금계산서를 자신이 발급하였다는 종전 자백을 번복하면서도, 공소외 2로부터 수수료를 약속받고 공소외 3을 자신이 운영한 것처럼 가장함으로써 이른바 바지 역할을 한 바는 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② 공소외 3의 사업자등록상 대표자로 되어 있는 공소외 7은 경찰에서 ‘피고인이 신용불량자라서 사업자등록을 할 수 없다고 하여 명의를 빌려주었고, 공소외 2라는 사람은 알지 못하며, 공소외 3은 피고인이 운영한 회사로 알고 있다’는 취지로 진술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위와 같은 진술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공소외 3은 피고인이 공소외 7에게 부탁하여 사업자등록을 한 후 수수료를 받고 공소외 2에게 그 거래 명의를 사용할 수 있게 해 준 것으로 볼 수 있고, 그렇다면 피고인과 공소외 2는 이 사건 세금계산서의 발급에 관하여 상호 공모한 것이라고 볼 여지가 상당하다. 그러므로 피고인이 공소외 3의 실질적 운영자가 아니라는 원심판시의 사정만으로 이 사건 공소사실에 관한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단정하는 것은 자유심증주의에 의한 자유판단의 전제인 논리적 논증을 그르친 것이다.
5. 또한 원심이 피고인의 자백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한 것 역시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는 취지의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도 아래와 같이 충분한 근거가 있다.
가. 자백의 신빙성 유무를 판단할 때에는 자백 진술의 내용 자체가 객관적으로 합리성이 있는지, 자백의 동기나 이유는 무엇이며, 자백에 이르게 된 경위는 어떠한지, 그리고 자백 외의 정황증거 중 자백과 저촉되거나 모순되는 것은 없는지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85. 2. 26. 선고 82도2413 판결, 대법원 2013. 11. 14. 선고 2013도10277 판결 등 참조). 나아가 피고인이 수사기관에서부터 공판기일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범행을 자백하다가 어느 공판기일부터 갑자기 자백을 번복한 경우에는, 자백 진술의 신빙성 유무를 살피는 외에도 자백을 번복하게 된 동기나 이유 및 경위 등과 함께 수사기관 이래의 진술 경과와 그 진술의 내용 등에 비추어 번복 진술이 납득할 만한 것이고 이를 뒷받침할 증거가 있는지 등을 살펴보아야 한다.
나.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관계 등을 알 수 있다.
1) 피고인은 이 사건 제1심판결에 대하여 항소하고 항소이유로 양형부당만을 주장하였음에도 원심에서 종전 자백을 번복하여 범행 사실 자체를 부인하였다. 반면 그 무렵 피고인은 공소외 8 명의로 허위의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였다는 등의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하 ‘관련사건’이라고 한다)의 항소심(대구지방법원 2015노726) 판결을 선고받았는데, 그 판결 이유에 피고인이 공소외 3을 운영하면서 조세범 처벌법 위반의 범행을 저질렀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이 불리한 양형 요소로 명시되어 있음에도 상고하지 않았고, 그에 따라 제1심이 선고한 징역 8월의 형이 그대로 확정되었다.
2) 피고인은 원심에서, 관련사건의 세금계산서 발급자인 공소외 8의 사업자등록상 대표자 명의가 피고인의 형 공소외 9로 되어 있음에도 실제 운영자는 피고인 본인이라고 인정하였다(2015. 5. 1.자 의견서). 그런데 위 공소외 8의 거래처 중 공소외 4, 공소외 1 등은 이 사건의 거래처와 같고 세금계산서 발급 시기도 이 사건과 같은 2013년 초 무렵인 점, 공소외 8과 공소외 3의 주소가 ‘부산 사하구 (주소 생략)’으로 동일하고, 관련사건과 이 사건의 범행수법이 유사한 점, 이 사건에서도 피고인의 지인인 공소외 7로부터 명의를 빌려 공소외 3의 사업자등록을 마쳤던 점 등을 감안하면, 피고인이 공소외 8과 마찬가지로 공소외 3 명의의 세금계산서 발급에도 직·간접적으로 관여하였을 개연성이 상당하다.
3) 원심에서 피고인은 종전에 허위자백을 한 이유에 관하여, 공소외 2로부터 3,400만 원을 받고 공소외 2가 처벌을 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데, 위 3,400만 원은 2014. 1.경부터 2014. 3.경까지 지급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위와 같이 허위자백의 대가를 지급받았다는 그 무렵에 경찰 조사를 받은 공소외 2는 피고인과 공모하여 이 사건 범행을 하였다는 것을 인정하는 취지로 진술하였고(2014. 3. 25. 경찰 제2회 피의자신문조서), 유죄를 인정한 제1심판결에 불복하지도 않았다.
4) 원심은 피고인의 약혼자와 공소외 2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중 공소외 2가 피고인의 벌금 문제를 최대한 빨리 해결하겠다고 다짐하는 내용이 나타나 있는 점 등을 피고인의 자백을 배척하는 근거 중 하나로 들고 있다. 그러나 피고인의 약혼자와 공소외 2는 2015년 2~3월경에 위 문자메시지를 포함하여 여러 건의 문자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주고받았고, 피고인의 약혼자가 공소외 2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중에는 ‘벌금 못 해준다면 재판에서 저희가 받은 돈 소명하고 다 번복할 생각이다. 피고인은 자포자기 심정으로 다 사실대로 얘기하고 다 같이 징역 살자고 하는데 구속되지 않는 방향으로 하고 싶다’고 하는 내용도 있다. 그런데 그 당시는 이 사건 제1심에서 2014. 12. 11. 피고인과 공소외 2에 대하여 각 벌금형이 선고되고 공소외 2는 불복하지 아니하여 형이 확정된 반면 피고인만 항소한 상태였고, 이와 별도로 관련사건은 피고인의 단독범행으로 기소되어 제1심에서 2015. 1. 29. 징역 8월을 선고받고 항소심 계속 중이었던 점을 감안해 보면, 위 문자메시지는 피고인이 이 사건의 범행과 관련이 없다는 것을 뜻한다기보다는 관련사건의 범행에 공소외 2도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거론하고자 한 취지라고 볼 여지도 없지 않다. 그러므로 원심이 추가로 조사한 유일한 증거인 위 문자메시지가 피고인의 기존 자백 진술의 신빙성을 무너뜨리거나 번복 진술의 객관적 합리성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증거라고 쉽게 단정하기도 어렵다.
다. 위와 같은 여러 사정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이 제1심에 이르기까지 피고인이 한 자백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한 데에는 납득할 만한 합리적 근거가 부족할 뿐 아니라 자유심증주의의 요소인 경험법칙에도 부합하지 아니한다.
6. 그렇다면 원심은 피고인이 공소외 3의 실제 운영자가 아니라는 점에서 더 나아가 공소외 2와의 공모관계의 존재 여부는 물론 피고인의 자백의 신빙성을 배척하고 번복 진술을 신뢰할 만한 충분한 사유가 있는지를 보다 면밀히 살펴보았어야 할 것임에도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공동정범에서의 공모관계의 인정, 자백 및 번복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관한 판단을 그르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고, 이는 법률 위반에 해당한다.
7. 이에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권순일(재판장) 박병대(주심) 박보영 김재형 | [1]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308조, 제361조의5 제14호, 제383조 제4호 / [2] 형사소송법 제308조 | 형사 |
【피 고 인】
【상 고 인】
피고인들 및 검사
【변 호 인】
법무법인 동안 담당변호사 조민행 외 4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6. 5. 26. 선고 2016노425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인들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이메일 출력물의 증거능력에 관한 피고인들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피고인 아닌 자가 작성한 진술서 등이 공판준비나 공판기일에서 그 작성자의 진술에 의하여 진정성립이 증명되지 않았음에도 형사소송법 제314조에 의하여 증거능력이 인정되려면, 그 작성자가 사망·질병·외국거주·소재불명,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하고, 또 그 작성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행하여졌음이 증명된 때에 해당하여야 한다. 여기서 ‘외국거주’는 진술을 하여야 할 사람이 단순히 외국에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가능하고 상당한 수단을 다하더라도 그 사람을 법정에 출석하게 할 수 없는 사정이 있어야 예외적으로 그 요건이 충족될 수 있다고 할 것인데, 통상적으로 그 요건이 충족되었는지는 소재의 확인, 소환장의 발송과 같은 절차를 거쳐 확정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항상 그러한 절차를 거쳐야만 되는 것은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비록 그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더라도 법원이 그 사람을 법정에서 신문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고 인정할 수 있다면, 그 요건은 충족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2. 3. 26. 선고 2001도5666 판결, 대법원 2008. 2. 28. 선고 2007도10004 판결 등 참조). 그리고 ‘그 작성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행하여졌음이 증명된 때’는 그 서류의 작성에 허위 개입의 여지가 거의 없고 신빙성이나 임의성을 담보할 구체적이고 외부적인 정황이 증명된 때를 의미한다(대법원 2014. 8. 26. 선고 2011도6035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검사 제출 증거목록 순번 150, 151, 167, 274, 414 내지 420, 422 내지 429, 1474, 1489, 1501, 1524, 1532, 2406, 2497, 2499, 2501 기재 이메일(이하 ‘이 사건 이메일’이라고 한다)의 작성자가 공소외 1이라고 인정한 것은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 그리고 공소외 1은 프랑스에 거주하고 있고 ‘자주통일과 민주주의를 위한 ○○○연대’(이하 ‘○○○연대’라고 한다)의 총책으로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 중 ○○○연대 구성에 의한 국가보안법 위반(이적단체의 구성 등) 부분의 공동정범에 해당하기 때문에 법원으로부터 소환장을 송달받는다고 하더라도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할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법원이 그의 소재 확인, 소환장 발송 등의 조치를 다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형사소송법 제314조의 ‘외국거주’ 요건이 충족되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이 사건 이메일은 공소외 1이 피고인들을 비롯한 ○○○연대의 핵심조직원들에게 구체적인 활동내용 또는 활동방향을 지시하는 조직 내부의 의사소통 수단인 점, 공소외 1이 수신자를 특정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형사소송법 제314조의 ‘그 작성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행하여졌음이 증명된 때’에도 해당된다.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형사소송법 제314조에 의하여 이 사건 이메일 출력물의 증거능력이 인정된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형사소송법상 전문법칙의 예외에 관한 증거법리 등을 오해한 잘못이 없다.
나. 카카오톡 대화내용의 증거능력에 관한 피고인들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1) 헌법 제18조는 ‘모든 국민은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여 통신의 비밀 보호를 그 핵심내용으로 하는 통신의 자유를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이러한 헌법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제정된 통신비밀보호법은 통신 및 대화의 비밀과 자유에 대한 제한은 그 대상을 한정하고 엄격한 법적 절차를 거치도록 함으로써 통신의 비밀을 보호하고 통신의 자유를 신장함을 목적으로 한다(제1조).
통신비밀보호법에 규정된 ‘통신제한조치’는 ‘우편물의 검열 또는 전기통신의 감청’을 말하는 것으로(제3조 제2항), 여기서 ‘전기통신’은 전화·전자우편·모사전송 등과 같이 유선·무선·광선 및 기타의 전자적 방식에 의하여 모든 종류의 음향·문언·부호 또는 영상을 송신하거나 수신하는 것을 말하고(제2조 제3호), ‘감청’은 전기통신에 대하여 당사자의 동의 없이 전자장치·기계장치 등을 사용하여 통신의 음향·문언·부호·영상을 청취·공독하여 그 내용을 지득 또는 채록하거나 전기통신의 송·수신을 방해하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되어 있다(제2조 제7호). 따라서 ‘전기통신의 감청’은 위 ‘감청’의 개념 규정에 비추어 전기통신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실시간으로 그 전기통신의 내용을 지득·채록하는 경우와 통신의 송·수신을 직접적으로 방해하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이지 이미 수신이 완료된 전기통신에 관하여 남아 있는 기록이나 내용을 열어보는 등의 행위는 포함하지 않는다 할 것이다.
그리고 통신제한조치허가서에는 통신제한조치의 종류·그 목적·대상·범위·기간 및 집행장소와 방법을 특정하여 기재하여야 하고(통신비밀보호법 제6조 제6항), 수사기관은 그 허가서에 기재된 허가의 내용과 범위 및 집행방법 등을 준수하여 통신제한조치를 집행하여야 한다. 이때 수사기관은 통신기관 등에 통신제한조치허가서의 사본을 교부하고 그 집행을 위탁할 수 있으나(통신비밀보호법 제9조 제1항, 제2항), 그 경우에도 집행의 위탁을 받은 통신기관 등은 수사기관이 직접 집행할 경우와 마찬가지로 허가서에 기재된 집행방법 등을 준수하여야 함은 당연하다. 따라서 허가된 통신제한조치의 종류가 전기통신의 ‘감청’인 경우, 수사기관 또는 수사기관으로부터 통신제한조치의 집행을 위탁받은 통신기관 등은 통신비밀보호법이 정한 감청의 방식으로 집행하여야 하고 그와 다른 방식으로 집행하여서는 아니 된다. 한편 수사기관이 통신기관 등에 통신제한조치의 집행을 위탁하는 경우에는 그 집행에 필요한 설비를 제공하여야 한다(통신비밀보호법 시행령 제21조 제3항).
그러므로 수사기관으로부터 통신제한조치의 집행을 위탁받은 통신기관 등이 그 집행에 필요한 설비가 없을 때에는 수사기관에 그 설비의 제공을 요청하여야 하고, 그러한 요청 없이 통신제한조치허가서에 기재된 사항을 준수하지 아니한 채 통신제한조치를 집행하였다면, 그러한 집행으로 인하여 취득한 전기통신의 내용 등은 헌법과 통신비밀보호법이 국민의 기본권인 통신의 비밀을 보장하기 위해 마련한 적법한 절차를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에 해당하므로(형사소송법 제308조의2), 이는 유죄 인정의 증거로 할 수 없다.
2) 기록에 의하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1) 수사기관은 2014. 3. 1. 법원으로부터 피고인 2를 대상자로 한 통신제한조치허가서를 발부받았는데, 그 기재 내용 중 카카오톡과 관련된 부분은 아래와 같다.
① 종류, 방법: 전기통신의 감청, 전기통신사업체에 대한 집행위탁 의뢰
② 대상, 범위: 대상자가 카카오톡 서비스에 가입·사용 중인 아이디를 사용하여 발신·수신한 내용 가운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사실과 관련된 내용
③ 기간: 2014. 3. 3.부터 2014. 5. 2.까지
④ 집행장소: 주식회사 카카오(이하 ‘카카오’라고 한다)
(2) 수사기관은 2014. 4. 28. 법원으로부터 공소외 2, 피고인 1 및 피고인 2를 대상자로 한 각 통신제한조치허가서를 발부받았는데, 그 기재 내용 중 카카오톡과 관련된 부분은 기간이 2014. 5. 3.부터 2014. 7. 2.까지인 점을 제외한 나머지 사항은 위 2014. 3. 1.자 통신제한조치허가서 해당 부분과 동일하다(이하 위 네 건의 통신제한조치허가서를 합하여 ‘이 사건 통신제한조치허가서’라고 하고, 그 대상자들인 위 3인을 합하여 ‘이 사건 대상자들’이라고 한다).
(3) 수사기관은 카카오에 이 사건 통신제한조치허가서 사본을 교부하고 이 사건 대상자들에 대한 통신제한조치의 집행을 위탁하였는데, 카카오는 카카오톡 대화를 실시간 감청할 수 있는 설비를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
(4) 당시 카카오톡은 가입자들이 문언 등을 송·수신하며 대화하는 과정에서 그 내용이 전자정보의 형태로 서버에 저장되었다가 3~7일 후에 삭제되는 방식으로 운영되었다.
(5) 이에 카카오는 이 사건 위 통신제한조치허가서에 기재된 기간 동안 3~7일마다 정기적으로 서버에 저장된 위 전자정보 중 이 사건 대상자들의 대화내용 부분을 추출한 다음 이를 보안 이메일에 첨부하거나 저장매체에 담아 수사기관에 제공하였다.
(6) 검사 제출 증거목록 순번 241, 1415 내지 1418, 1427 내지 1458 기재 출력물은 위와 같은 방식으로 취득된 이 사건 대상자들의 카카오톡 대화내용 중 일부를 출력한 문서인데(이하 ‘이 사건 카카오톡 대화내용’이라고 한다),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 중 이적단체 구성으로 인한 국가보안법 위반(이적단체의 구성 등)의 점을 증명하기 위해 제출되었다.
3) 위 사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통신제한조치허가서에 기재된 통신제한조치의 종류는 전기통신의 ‘감청’이므로, 수사기관으로부터 집행위탁을 받은 카카오는 통신비밀보호법이 정한 감청의 방식, 즉 전자장치 등을 사용하여 실시간으로 이 사건 대상자들이 카카오톡에서 송·수신하는 음향·문언·부호·영상을 청취·공독하여 그 내용을 지득 또는 채록하는 방식으로 통신제한조치를 집행하여야 하고 임의로 선택한 다른 방식으로 집행하여서는 안 된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도 카카오는 이 사건 통신제한조치허가서에 기재된 기간 동안, 이미 수신이 완료되어 전자정보의 형태로 서버에 저장되어 있던 것을 3~7일마다 정기적으로 추출하여 수사기관에 제공하는 방식으로 통신제한조치를 집행하였다.
이러한 카카오의 집행은 동시성 또는 현재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통신비밀보호법이 정한 감청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통신제한조치허가서에 기재된 방식을 따르지 않은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카카오톡 대화내용은 적법절차의 실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으로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 할 것이므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수사기관이 이 사건 카카오톡 대화내용을 위법하게 입수하였다고 볼 수 없어 이를 증거로 채택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으니, 거기에는 위법수집증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4) 그러나 기록에 의하면,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사건 카카오톡 대화내용을 제외하고 원심이 유지한 제1심판결이 유죄의 증거로 든 다른 증거들만으로도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 중 이적단체 구성으로 인한 국가보안법 위반(이적단체의 구성 등)의 점을 유죄로 인정하기에 충분하므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
결국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위법수집증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것이지만,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라고는 할 수 없으므로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다. 이적단체 구성에 관한 피고인들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국가보안법 제7조 제3항에서 규정하는 ‘제1항의 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 즉 이른바 ‘이적단체’라 함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하는 행위를 목적으로 하여 특정 다수인이 결성한 계속적이고 독자적인 결합체를 가리킨다. 다만 어느 단체가 표면적으로는 강령·규약 등에 반국가단체 등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동조하는 등의 활동을 목적으로 내걸지 않았더라도 그 단체가 한 주장, 실제로 한 활동 내용, 반국가단체 등과의 의사 연락을 통한 연계성 여부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실질적으로 위와 같은 활동을 그 단체의 목적으로 삼았고 실제 활동에서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고 인정된다면 그 단체는 이적단체로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8. 4. 17. 선고 2003도758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원심은, ○○○연대의 결성 과정 및 출범선언문의 내용, ○○○연대에서 공소외 1의 지위 및 활동 내역, ○○○연대와 이적단체인 △△△△△△△연합 남측본부 사이의 연계성, 홈페이지와 선전매체 운영, 기관지 발행, 사상학습, 반정부투쟁 등 ○○○연대의 구체적인 활동방식 및 이를 통해 주장하는 내용, ○○○연대 핵심조직원들의 국가보안법 위반 전력 등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종합하면, 피고인들이 구성한 ○○○연대는 그 실질에 있어서 반국가단체인 북한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하거나 이에 동조하는 행위를 목적으로 삼고 있고, 실제 활동 또한 대한민국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위험성을 가지고 있는 이적단체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 중 이적단체 구성으로 인한 국가보안법 위반(이적단체의 구성 등)의 점을 모두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이 사건 카카오톡 대화내용을 제외하고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이적단체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라. 이적동조에 관한 피고인들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에서 정하고 있는 ‘반국가단체 등 활동동조죄’에서 말하는 ‘동조행위’라고 함은 반국가단체 등의 선전·선동 및 그 활동과 동일한 내용의 주장을 하거나 이에 합치되는 행위를 하여 반국가단체 등의 활동에 호응·가세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국가보안법이 제한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는 해석원리는 반국가단체 등 활동동조죄에 대하여도 그대로 적용된다. 따라서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에 의하여 금지되는 동조행위는 같은 조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반국가단체 등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하는 것과 같이 평가될 정도로 적극적으로 자신이 반국가단체 등 활동에 호응·가세한다는 의사를 외부에 표시하는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대법원 2008. 4. 17. 선고 2003도758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원심은, ○○○서울연대, □□□□서울경기여성회, ○○○경기연대는 이적단체인 ○○○연대의 산하단체인 점, 피고인들은 ○○○연대의 핵심조직원인 점, 피고인 1은 ○○○연대, ○○○서울연대, ○○○경기연대의 결성식에 직접 참여한 점, 피고인 2는 ○○○연대 결성식에 직접 참여하고 □□□□서울경기여성회 결성식 개최 준비를 도운 점, 피고인 3은 ○○○연대의 구성에 관여하고 □□□□서울경기여성회 결성식에 직접 참여하고 ○○○경기연대 결성식 개최 준비를 도운 점, ○○○연대, ○○○서울연대, □□□□서울경기여성회, ○○○경기연대는 결성식을 통해 대외적으로 반국가단체인 북한을 옹호하고 주한미군 철수, 국가보안법 철폐, 연방제 통일 등을 주장하며 그 출범을 알린 점 등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들이 위와 같이 각 해당 단체 결성식의 개최에 관여한 행위는 다른 조직원들과 공모한 이적동조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 중 피고인별로 관여된 해당 결성식 개최로 인한 국가보안법 위반(찬양·고무 등)의 점을 모두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이적동조행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마. 이적표현물의 제작·반포·소지에 관한 피고인들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국가보안법상 이적표현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그 표현물의 내용이 국가보안법의 보호법익인 국가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것이어야 하고, 표현물에 이와 같은 이적성이 있는지 여부는 표현물의 전체적인 내용뿐만 아니라 그 작성의 동기는 물론 표현행위 자체의 태양, 외부와의 관련사항, 표현행위 당시의 정황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결정하여야 한다. 이적표현물 제작·반포·소지로 인한 국가보안법 위반(찬양·고무 등)죄는 이적행위 목적을 구성요건으로 하는데, 행위자에게 이적행위 목적이 있었다는 점은 검사가 증명하여야 하고, 행위자가 이적표현물임을 인식하고 위 행위를 하였다는 사실만으로 그에게 이적행위 목적이 있었다고 추정해서는 아니 된다. 이 경우 행위자에게 이적행위 목적이 있음을 증명할 직접증거가 없는 때에는 표현물의 이적성의 징표가 되는 여러 사정들에 더하여 피고인의 경력과 지위, 피고인이 이적표현물과 관련하여 위 행위를 하게 된 경위, 피고인의 이적단체 가입 여부 및 이적표현물과 피고인이 소속한 이적단체의 실질적인 목표 및 활동과의 연관성 등 간접사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할 수 있다(대법원 2010. 7. 23. 선고 2010도1189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들어 피고인 1이 제작·반포하거나 피고인 2, 피고인 3이 소지한 제1심 판시 각 표현물은 국가보안법상 이적표현물에 해당하고, 피고인들이 반국가단체인 북한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동조할 목적으로 위 각 표현물을 제작·반포 또는 소지하였다고 판단하여,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 중 피고인 1의 이적표현물 제작·반포로 인한 국가보안법 위반(찬양·고무 등)의 점, 피고인 2, 피고인 3의 각 이적표현물 소지로 인한 국가보안법 위반(찬양·고무 등)의 점을 모두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이적표현물, 이적행위 목적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바. 양형부당에 관한 피고인 3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에 의하면, 양형부당을 사유로 한 상고는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 한하여 허용된다. 피고인 3에 대하여 그보다 가벼운 형이 선고된 이 사건에서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는 취지의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2. 검사의 피고인 1에 대한 상고이유에 관하여
가. 무죄 부분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정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고, 이와 같은 증명력을 가진 증거가 없다면 설사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유죄로 판단할 수 없다(대법원 2001. 8. 21. 선고 2001도2823 판결 등 참조).
원심이 피고인 1에 대하여 무죄로 판단한 부분의 공소사실의 요지는, ○○○연대가 2011. 12. 20.경 김정일의 사망에 따른 조문을 위해 정부에 상임대표 공소외 3, 공동대표 공소외 4의 방북을 승인해 달라는 신청을 하였으나 승인받지 못하자, 피고인 1이 공소외 4를 비롯한 ○○○연대 공동대표 등과 공모하여 2011. 12. 24.경 프랑스에 체류하고 있던 공소외 4를 밀입북시킴으로써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반국가단체의 지배 아래 있는 지역으로 탈출하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판시와 같은 사정만으로 피고인 1이 ○○○연대 내에서 공소외 4의 밀입북과 관련하여 다른 조직원들과 구체적으로 어떠한 공모행위를 하였고 어떠한 역할을 분담하여 수행하였는지를 전혀 특정할 수 없고 달리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관련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나. 유죄 부분
검사는 원심판결 중 피고인 1에 대한 부분 전부에 대하여 상고하였으나, 유죄 부분에 관하여는 상고장에 적법한 상고이유의 기재가 없고 상고이유서에도 불복이유의 기재를 찾아볼 수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권순일(재판장) 박병대(주심) 박보영 김재형 | [1] 헌법 제18조, 통신비밀보호법 제1조, 제2조 제3호, 제7호, 제3조 제2항 / [2] 헌법 제18조, 통신비밀보호법 제1조, 제2조 제3호, 제7호, 제3조 제2항, 제6조 제6항, 제9조 제1항, 제2항, 통신비밀보호법 시행령 제21조 제3항,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 | 형사 |
【피 고 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법무법인(유한) 로고스 담당변호사 류두현 외 1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6. 6. 30. 선고 2016노1055 판결
【주 문】
원심판결 및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제21보병사단 보통군사법원에 이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군사법원법 제2조 제1항 제1호에는 군형법 제1조 제4항에 규정된 사람이 범한 죄에 대하여 재판권을 가진다고 규정되어 있고, 군형법 제1조 제4항 제3호에는 군형법 제54조부터 제56조까지, 제58조, 제58조의2부터 제58조의6까지 및 제59조의 죄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내국인과 외국인에 대하여도 군인에 준하여 군형법을 적용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따라서 군형법 제1조 제4항 제3호에서 정한 군형법상의 죄에 대하여는 그 죄를 범한 사람이 군인이든 군인이었다가 전역한 사람이든 그 신분에 관계없이 군사법원에 재판권이 있다.
따라서 군형법 제54조 제1호, 제56조 제1호에서 정한 적전초병특수폭행, 적전초병특수협박, 적전초병폭행죄로 기소된 이 사건에 대하여는, 군사법원법 제2조 제1항 제1호, 군형법 제1조 제4항 제3호, 군형법 제54조, 제56조에 따라 군사법원에 신분적 재판권이 있으므로, 위 각 법원은 형사소송법 제16조의2에 의하여 사건을 관할군사법원에 이송하였어야 한다. 그럼에도 피고인에 대하여 재판권을 행사한 원심판결 및 제1심판결에는 군사법원의 관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고,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는 이유 있다.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및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관할군사법원에 이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기택(재판장) 김용덕 김신(주심) 김소영 | 군사법원법 제2조 제1항 제1호, 군형법 제1조 제4항 제3호, 제54조, 제56조 | 형사 |
【피 고 인】
【상 고 인】
검사
【원심판결】
창원지법 2016. 4. 7. 선고 2016노60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긴급체포는 긴급을 요하여 체포영장을 받을 수 없는 때에 할 수 있는 것이고, 이 경우 긴급을 요한다 함은 ‘피의자를 우연히 발견한 경우 등과 같이 체포영장을 받을 시간적 여유가 없는 때’를 말한다(형사소송법 제200조의3).
원심은, 피고인이 자기 집에서 마약을 투약한다는 제보를 받은 경찰관이 피고인을 집 밖으로 유인하여 불러내려 하였으나 실패하자 피고인의 주거지 문의 잠금장치를 해제하여 강제로 문을 열고 들어가 수색한 끝에 침대 밑에 숨어 있던 피고인을 긴급체포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당시 피고인을 우연히 맞닥뜨려 긴급히 체포해야 할 상황이었다고 볼 수 없다는 등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긴급체포가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이 필로폰을 투약하고 동네를 활보하고 다닌다는 제보를 받은 경찰관이 실제 제보된 주거지에 피고인이 살고 있는지 등 제보의 정확성을 사전에 확인한 후에 제보자를 불러 조사하기 위하여 피고인의 주거지를 방문하였다가, 현관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피고인을 발견하고 사진을 찍어 제보자에게 전송하여 그 사진에 있는 사람이 제보한 대상자가 맞는다는 확인을 한 후, 가지고 있던 피고인의 전화번호로 전화를 하여 차량 접촉사고가 났으니 나오라고 하였으나 나오지 않고, 또한 경찰관임을 밝히고 만나자고 하는데도 현재 집에 있지 않다는 취지로 거짓말을 하자 원심판시와 같이 피고인의 집 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가 피고인을 긴급체포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위와 같은 체포의 경위 등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설령 피고인이 마약에 관한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경찰관이 이미 피고인의 신원과 주거지 및 전화번호 등을 모두 파악하고 있었고, 당시 마약 투약의 범죄 증거가 급속하게 소멸될 상황도 아니었다고 보이는 점 등의 사정을 감안하면, 원심이 피고인에 대한 긴급체포가 미리 체포영장을 받을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본 것은 수긍이 된다.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긴급체포의 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그 밖에 긴급체포 당시 피고인의 거동에 대한 원심 증인 공소외인의 법정진술 등을 피고인의 자백에 대한 보강증거가 되기에 부족하다고 본 원심판단도 수긍이 되고, 거기에 자백의 보강법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그러므로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권순일(재판장) 박병대(주심) 박보영 김재형 |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 제3호 (나)목, 제4조 제1항 제1호, 제60조 제1항 제2호, 형사소송법 제200조의3, 제325조 | 형사 |
【피 고 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유한) 동인 담당변호사 이범상 외 2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5. 7. 10. 선고 2015노507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사기죄의 요건인 기망은 널리 재산상의 거래관계에서 서로 지켜야 할 신의와 성실의 의무를 저버리는 모든 적극적 또는 소극적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서, 반드시 법률행위의 중요부분에 관한 것이어야 할 필요가 없으며, 상대방을 착오에 빠지게 하여 행위자가 희망하는 재산적 처분행위를 하도록 하기 위한 판단의 기초사실에 관한 것이면 충분하다(대법원 2009. 10. 15. 선고 2009도7459 판결 등 참조). 기망행위를 수단으로 한 권리행사의 경우 권리행사에 속하는 행위와 수단에 속하는 기망행위를 전체적으로 관찰하여 그와 같은 기망행위가 사회통념상 권리행사의 수단으로서 용인할 수 없는 정도라면 권리행사에 속하는 행위는 사기죄를 구성한다(대법원 1997. 10. 14. 선고 96도1405 판결 등 참조).
공사의 도급 또는 하도급계약에서 공사대금을 기성고 비율에 따라 산정한 기성금으로 분할 지급하기로 약정한 경우에 수급인 또는 하수급인이 시공물량을 부풀려 기성금을 청구하고 이를 지급받는 행위가 거래관계에서 신의와 성실의 의무를 저버리는 것으로서 사회통념상 권리행사의 수단으로 용인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면 사기죄로 인정할 수 있다. 이때 그와 같은 행위가 사회통념상 용인할 수 있는지 여부는 설계물량과 시공물량 사이의 차이, 물량 차이의 발생원인, 기성고 비율의 산정방식, 약정공사대금의 결정방식과 설계변경에 따른 계약금액의 조정가능성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원심은 그 채용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대금결정방식을 포함하여 공소외 1 주식회사와 공소외 2 주식회사가 체결한 하도급계약의 내용, 락볼트(Rock Bolt, 암반에 고정시켜 터널이 무너지지 않도록 하는 자재임)의 설계물량과 시공내역, 기성금의 산출과정, 기성금의 청구와 지급방식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공소외 1 주식회사의 현장소장인 피고인이 기성고 비율 산정의 기초가 되는 락볼트의 시공물량을 허위로 고지하여 공소외 1 주식회사로 하여금 공소외 2 주식회사로부터 설계물량에 따른 기성금 전액을 지급받게 한 것이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에서 본 법리와 원심이 유지한 제1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피고인의 기성금 청구 행위는 사회통념상 권리행사의 수단으로서 용인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에 충분하다. 따라서 피고인의 행위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사기죄에 관하여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보영(재판장) 박병대 권순일 김재형(주심) | [1] 형법 제347조 / [2] 형법 제347조 | 형사 |
【피 고 인】
【상 고 인】
피고인
【원심판결】
창원지법 2015. 12. 24. 선고 2015노1581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는 이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기본임금을 미리 산정하지 아니한 채 제 수당을 합한 금액을 월급여액이나 일당임금으로 정하거나 매월 일정액을 제 수당으로 지급하는 내용의 포괄임금제에 관한 약정이 성립하였는지 여부는 근로시간, 근로형태와 업무의 성질, 임금 산정의 단위, 단체협약과 취업규칙의 내용, 동종 사업장의 실태 등 여러 사정을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9. 12. 10. 선고 2008다57852 판결 참조). 이때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및 근로계약서에 포괄임금이라는 취지를 명시하지 않았음에도 묵시적 합의에 의한 포괄임금약정이 성립하였다고 인정하기 위해서는, 근로형태의 특수성으로 인하여 실제 근로시간을 정확하게 산정하는 것이 곤란하거나 일정한 연장·야간·휴일근로가 예상되는 경우 등 실질적인 필요성이 인정될 뿐 아니라, 근로시간, 정하여진 임금의 형태나 수준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그 정액의 월급여액이나 일당임금 외에 추가로 어떠한 수당도 지급하지 않기로 하거나 특정한 수당을 지급하지 않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경우이어야 할 것이다.
원심은, 이 사건 근로계약서에 근로시간과 일당만이 기재되어 있고 수당 등을 포함한다는 취지의 기재는 전혀 없으며, ‘본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사항은 근로기준법 등 관계법규에 따른다.’고 기재되어 있는 점, 이 사건 근로형태와 업무의 성질상 그 근로관계가 근로시간이 불규칙하거나 감시·단속적이거나 또는 교대제·격일제 등의 형태여서 실제 근로시간의 산출이 어렵거나 당연히 연장·야간·휴일근로가 예상되는 경우라고는 보이지 아니하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과 공소외인 사이에 위 근로계약과 별도로 포괄임금계약이 체결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따라서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은 사실 및 임금체불의 고의가 인정된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포괄임금약정의 성립, 근로기준법이나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서 정하는 임금 및 퇴직금 등의 기일 내 지급의무 위반죄의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용덕(재판장) 김신 김소영(주심) 이기택 | 근로기준법 제36조, 제109조 제1항,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9조, 제44조 제1호 | 형사 |
【피 고 인】
【항 소 인】
검사
【검 사】
최성준 외 1인
【변 호 인】
변호사 오두진 외 1인
【원심판결】
광주지법 2015. 5. 12. 선고 2014고단4820 판결
【주 문】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 유】
1. 항소이유의 요지
양심적 병역거부자인 피고인의 양심의 자유가 또 다른 헌법적 가치인 국방의 의무보다 우월한 가치라고 할 수 없는 만큼 피고인의 행위는 헌법상 국방의 의무를 구체화한 병역법 소정의 정당한 사유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음에도 피고인에게 입영거부의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본 원심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2. 원심의 판단
우리 헌법이 보호하는 양심의 자유에 양심적 병역거부가 포함되는 만큼 이러한 양심의 자유와 국방의 의무라는 헌법적 가치가 충돌할 경우 병역법 제88조 제1항 제1호를 해석함에 있어서는 규범조화적·헌법합치적 해석이 필요한데, 국방의 의무만을 온전하게 확보하면서 양심의 자유를 일방적으로 희생시키는 법률해석은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공익근무 등 대체복무 형태의 군복무가 약 13%에 이르는 반면,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전체 입영인원의 0.2%에 불과하여 이로 인한 군사력 저하를 논하기 어려운 점, 국제사회가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고 있는 점, 군복무와의 형평성을 고려한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하여 국민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정당한 사유에는 양심적 병역거부가 포함된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인은 무죄에 해당한다.
3. 인정 사실 및 피고인의 양심상 결정의 의의
가. 인정 사실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피고인은 2014. 10. 20. 지방병무청장으로부터 같은 해 11. 25.까지 306보충대에 입영하라는 현역병 입영통지서를 수령하게 되자, 2014. 11. 16. 관할 병무청장에게 “여호와의 증인으로서 양심에 따라 병역에 임할 수 없음을 알려드린다. 집총을 할 수 없으며 전쟁에 관한 어떤 행위에도 가담하지 않을 것이다. 출애굽기 20장 13절(살인을 해서는 안 된다), 요한복음 13장 34절(서로 사랑하라), 마태복음 22장 39절(네 이웃을 네 자신처럼 사랑하라), 마가서 4장 3절(나라가 나라를 대적하여 칼을 들지도 않고 다시는 전쟁을 배워 익히지도 않을 것이다) 등 하느님의 말씀이 병역을 거부하게 하는 확고한 신념을 갖게 하였다. 피고인의 이러한 결정을 존중해 주길 바란다.”라는 취지의 글과 함께 여호와의 증인임을 증명하는 교회 측의 확인서를 제출하였다.
2) 또한 피고인은 사법경찰관의 피의자신문에서 “국민이라면 병역의무를 이행하여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질문에 “‘위에 있는 권위에 순종하라’는 성경 구절이 있기는 하나 하느님 말씀과 상충되는 법을 따를 수 없어서 병역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라고 진술하고, 이 법원에 제출한 의견서에서도 “하느님의 법을 실천함으로써 하느님께는 죄가 없지만 인간정부의 병역법 위반으로 인하여 취해진 조치는 인정한다.”라는 취지로 답변하였다.
3) 피고인은 어렸을 때부터 부모로부터 성경을 배웠고 2009년 침례를 받음으로써 여호와의 증인이 되었으며, 피고인의 아버지, 작은아버지가 각 양심적 병역거부로 징역형을 복역하였고 자신의 사촌형제 2명이 최근에 같은 이유로 징역형을 복역하기도 하였다.
나. 피고인의 양심상 결정의 진지성과 절대성
양심의 자유가 보호하는 양심의 결정이란 구체적 상황에서 어떤 결정 자체를 자신을 구속하고 무조건적으로 따라야 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양심상의 심각한 갈등 없이는 그에 반하여 행동할 수 없는 것을 말한다.
앞서 본 인정 사실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집총병역의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결정은 일반적인 법의 명령보다 더 높은 것으로서 이러한 종교적 양심상의 명령에 따르지 않고서는 자신의 인격이 파멸되고 말 것이라는 그야말로 절박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로서 구체적 양심의 결정이므로 우리 헌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양심의 자유에 해당하고, 병무청장의 현역병 입영통지서는 형사처벌을 통하여 피고인에게 양심에 반하는 행동을 강요하는 것이므로, 이는 양심의 자유 중 ‘양심에 반하는 행동을 강요당하지 아니할 자유’ 즉, ‘부작위에 의한 양심실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으로 일응 볼 수 있다.
4. 이 사건의 쟁점
우리 헌법 제19조, 제20조는 “모든 국민은 양심과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정하여 양심과 종교의 자유를 헌법상 기본권으로 보장하는 한편, 헌법 제39조가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라고 정하여 국방의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구체화한 법률인 병역법 제88조 제1항(이하 ‘이 사건 법률’이라 한다)에서 “현역입영통지서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일부터 3일 이내에 입영하지 아니하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결국 이 사건의 쟁점은 이 사건 법률의 정당한 사유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양심의 자유가 포함되는지 여부이다. 한편 종래 대법원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정당한 사유는 질병 등 병역의무자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는 사유에 한정될 뿐 양심상의 결정을 내세워 입영을 거부하는 것은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였는바(대법원 2004. 7. 15. 선고 2004도2965 전원합의체 판결, 이하 ‘2004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라 한다), 이하에서는 국제인권규범의 해석과 변화된 국내외의 여러 사정, 병역법의 분석, 헌법 제10조에 따른 국가의 의무, 재판과 형 집행의 현실 등을 고려하여 이러한 대법원 판례의 유지 또는 변경 필요성을 살펴보기로 한다.
5. 정당한 사유의 포괄 범위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법률의 정당한 사유에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포함하는 것이 옳다.
가. 국제인권규범상 양심적 병역거부의 인정
1) 자유권규약의 국내법적 효력
우리나라가 가입한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nternational Covenant on Civil and Political Rights, ICCPR, 흔히 B규약 또는 자유권규약이라 한다. 이하 ‘자유권규약’이라 한다) 제18조는 “사람은 사상, 양심 및 종교의 자유를 향유할 권리를 가진다. 이러한 권리는 스스로 선택하는 종교나 신념을 가지거나 받아들일 자유와 또는 다른 사람과 공동으로 공적 또는 사적으로 예배의식, 행사 및 선교에 의하여 그의 종교나 신념을 표명하는 자유를 포함한다(제1항). 어느 누구도 스스로 선택하는 종교나 신념을 가지거나 받아들일 자유를 침해하게 될 강제를 받지 아니한다(제2항). 자신의 종교나 신념을 표명하는 자유는, 법률에 규정되고 공공의 안전, 질서, 공중보건, 도덕 또는 타인의 기본적 권리 및 자유를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만 제한받을 수 있다(제3항).”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자유권규약 선택의정서(Optional Protocol to the International Covenant on Civil and Political Rights)에 가입함으로써 자유권규약위원회(Human Rights Committee)가 개인통보제도(Individual Communication)를 통하여 우리나라의 자유권규약 위반 여부를 심사할 권한을 부여하고 그 위반사실이 인정될 경우 구제조치를 취하겠다는 약속을 하였다.
한편 우리 헌법 제6조 제1항은 “헌법에 의하여 체결·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자유권규약은 헌법에 의하여 체결·공포된 조약이므로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리고 대한민국 정부는 자유권규약위원회에 제출한 1993년, 1998년, 2003년 각 정기보고서에서 “대한민국에서 제정되는 법률에 의하여 규약에서 보장하는 권리를 침해하는 일은 없을 것이며 그러한 법률은 헌법위반이 될 것임”을 확약하였다. 또한 자유권규약 제18조는 특별한 입법조치 없이 우리 국민에 대하여 직접 적용되는 법률에 해당한다는 것이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의견이다[대법원 1999. 3. 26. 선고 96다55877 판결, 헌법재판소 2011. 8. 30. 선고 2008헌가22 등 전원재판부 결정(이하 ‘2011년 헌법재판소 결정’이라 한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의 정당한 사유를 해석함에 있어서 자유권규약 제18조가 일종의 특별법으로서 그 법원(法源), 즉 재판규범이 된다고 할 것이므로, 일선 법관으로서는 이 사건 법률을 적용함에 있어서 우리 헌법뿐만 아니라 자유권규약 제18조를 아울러 검토한 후 그 결론에 이르러야만 한다.
2) 자유권규약에 대한 해석과 대법원의 태도
자유권규약위원회는 2006. 11. 3. 채택한 공소외 1, 공소외 2(2004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피고인들이다)에 대한 개인통보 사건에서 최초로 양심적 병역거부가 규약 제18조에 의하여 보호된다는 입장을 밝힌 이래 그 후로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된 대한민국 국적자에 대한 4건의 사건에서 연속적으로 개인통보결정을 인용함으로써 규약 제18조가 양심적 병역거부를 그 보호범위에 포함하고 있다는 의견을 밝혀 왔다.
하지만 대법원은 2007. 12. 27. 선고된 2007도7941 판결(이하 ‘2007년 대법원 판결’이라 한다)에서 규약 제18조는 “물론 규약의 다른 어느 조문에서도 양심적 병역거부권(right of conscientious objection)을 인정하는 명문의 규정이 없고, 규약의 제정 과정에서 규약 제18조에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포함시키자는 논의가 있었으나 관여 국가들의 의사는 부정적이었으며, 규약 제8조 제3항 (C) 제(ⅱ)호에서 강제노역금지의 예외로 ‘양심적 병역거부가 인정되고 있는 국가에 있어서(where conscientious objection is recognized)’ ‘병역거부자에게 요구되는 국민적 역무’를 인정하고 있는바, 위 표현은 개개 가입국이 양심적 병역거부권 및 대체복무제도를 인정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라는 취지에서 규약 제18조로부터 양심적 병역거부권이 도출될 수 없다.”라고 판시하였다(2011년 헌법재판소 결정도 동일한 취지이다).
3) 대법원의 태도에 대한 평가
그러나 국제인권규약에 대한 ‘살아 있는 문서이론’[The Living Instrument Doctrine, 현시대 민주주의 국가들의 시대정신에 맞게 인권조약을 해석하여야 한다는 이론으로서, 그렇지 않고 제정 당시의 문헌에만 근거하여 해석한다면 인권의 진전을 위해 수십 년 전에 제정된 국제인권규약(국내법과 달리 그 개정이 쉽지도 않다)이 오히려 현시대 인권 증진의 발목을 부여잡게 되는 역설적 상황을 고려하여 유럽인권재판소 등이 자주 사용하는 방법론이다]을 고려하면, 제정 연혁이 그렇다고 하여 그 조약의 보호범위가 영구불변하는 것도 아니고, 미국의 헌법해석이나 대한민국 헌법 제37조 제1항에서 보는 것처럼 명문의 규정이 없다고 하여 기본권을 도출할 수 없는 것은 더욱 아니다. 나아가 자유권규약위원회는 규약 제8조 제3항 (C) 제(ⅱ)호와 규약 제18조의 관계에서 왜 규약 제18조를 해석함에 있어서 규약 제8조 제3항과 연관지어 해석할 필요가 없는지를 상세하게 서술하였고, 그 후 유럽인권재판소도 2011년 바야탄 사건에서 유럽인권협약(European Convention for the Protection of Human Rights and Fundamental Freedoms) 제4조와 제9조(자유권규약 제8조, 제18조와 동일한 내용이다)의 관계에 대한 해석에서 이러한 자유권규약위원회의 해석을 전부 받아들여 인권협약 제9조에서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도출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자유권규약의 이행 여부를 감시하는 국제인권기관인 자유권규약위원회의 규약에 대한 해석은 법적 구속력(legally binding)까지는 없지만 ‘규약의 효력을 위한 중요한 자료(a major source for interpretation of the ICCPR)’로서 인정하거나 당연히 ‘상당한 설득적 권위(considerable persuasive authority)’를 보유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국제사회에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나아가 조약법에 관한 비엔나협약(Vienna Convention on the Law of Treaties) 제26조, 제27조는 “조약은 신의성실에 좇아 지켜야 하고, 조약의 불이행에 대한 정당화 사유로 국내법의 존재를 들 수 없다.”라고 적시하고 있는바, 국내법의 존재가 의무 이행의 거절을 정당화하는 사유가 될 수 없는데, 사법기관의 조약에 대한 소극적, 부정적 해석이 곧바로 국제조약에 있어서 대한민국의 의무이행 거절을 정당화하는 사유가 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헌법 제6조 제1항이 국제법 존중주의를 표방하고 있고, 국제조약에 대한 이행의무의 주체는 행정부뿐만 아니라 사법부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4) 소결
결국 이러한 모든 점들을 고려하면, 자유권규약 제18조에서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도출할 수 없다는 대한민국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판단은 국제사회의 흐름에 비추어 시대에 뒤떨어지고 국제인권규약에 대한 정당한 방법론적 해석으로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가 선택의정서에 가입한 취지에도 맞지 않다. 따라서 자유권규약과 그 위원회의 해석이 헌법 제6조 제1항에 따라 이 사건 법률의 정당한 사유를 해석함에 있어서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정당한 사유에는 양심적 병역거부가 포함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나. 양심적 병역거부를 둘러싼 국제적 인식의 변화
1) 정당화 사유의 해석에 관한 대법원 판단의 잠정성
2004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정당한 사유에 양심적 병역거부가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면서도 대법원은 “구체적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한 사람이 그 거부 사유로서 내세운 권리가 우리 헌법에 의하여 보장되고, 나아가 그 권리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을 능가하는 우월한 헌법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인정될 경우에 대해서까지도 이 사건 법률조항을 적용하여 처벌하게 되면 그의 헌법상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하는 결과에 이르게 되므로 이때에는 이러한 위헌적인 상황을 배제하기 위하여 예외적으로 그에게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할 정당한 사유가 존재하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였다(대법관 4인은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에서 대체복무 도입이 입법정책상 바람직한 것임을 인정하기도 하였다). 또한 2007년 대법원 판결은 “장차 여건의 변화로 말미암아 양심의 자유 침해 정도와 형벌 사이의 비례관계를 인정할 수 없음이 명백한 경우에 조약 합치적 해석 혹은 양심우호적 법적용을 통하여 병역법 제88조 제1항 소정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아 적용을 배제할 여지가 전혀 없다고는 단정할 수 없겠으나, 현재로서는 대체복무제도를 두지 아니하였다 하여 규약 위반으로 평가할 수는 없지만 입법적 해결이 시급하다.”라는 취지로 판시하였다.
2) 국제적 환경의 변화
이러한 2004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래 국제사회의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다음과 같은 태도 변화가 있었다.
우선 자유권규약위원회는 앞서 본 바와 같이 2006년 공소외 1, 공소외 2 사건에서 자유권규약 제18조가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보장하고 있다고 해석하면서 대한민국 정부에 대하여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석방과 구제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였고, 그 후로도 2010. 3. 23. 공소외 3 등 10명 사건(개인통보 1953~1603/2007), 2011. 3. 24. 공소외 4 등 100명 사건(개인통보 1642~1741/2007), 2012. 10. 25. 공소외 5 등 388명 사건(개인통보 1786/2008), 2014. 12. 8. 공소외 6 등 50명 사건(개인통보 2179/2012)에 이르기까지 조금씩 진전된 견해를 밝히면서 “개인의 종교적 신념에 따라 병역의무를 이행할 수 없는 경우에는 징병에 대해 면제를 받을 자격이 있고 이러한 권리는 강요에 의해 침해될 수 없다.”라는 결론에까지 이르렀다.
다음으로 2009년 발효된 유럽연합 기본권헌장(The Charter of Fundamental Rights of the European Union)은 명문으로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인정하였다(따라서 2011년 헌법재판소 결정에서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명문으로 인정한 국제조약이 아직까지 존재하지 아니한다고 설시한 부분은 잘못 인정한 것이다).
그리고 유엔인권위원회는 1987년, 1989년, 1993년, 1995년, 1998년과 2004년 등 여러 차례 결의를 통하여 양심적 병역거부의 인정과 대체복무제의 실시를 권고하였고, 유엔인권이사회(United Nations Human Rights Council)는 2013년 결의(A/HRC/24/17)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구금이 국제인권규약상 ‘자의적 구금(Arbitrary Detention)’이라는 전제 아래 투옥자의 석방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나아가 호주, 캐나다, 프랑스 등이 최근 유엔인권이사회의 권고에 따라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된 대한민국 국적자의 난민신청을 꾸준히 받아들이고 있다.
무엇보다도 유럽인권재판소는 2011년 바야탄 사건(Bayatyan v. Armenia, Application no. 23459/03, 2011. 7. 7. 선고되었다)에서 유럽과 그 밖의 지역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의 인정과 관련된 ‘보편적 합의(General Consensus)’가 있고, “민주주의는 다수가 그들의 지배적 지위를 남용하지 않고 소수에게 공정하고 합리적 대우를 보장하여야 하므로, 종교적 소수자에게 사회에 봉사할 기회를 부여하는 것은 국가가 말하는 것처럼 부당한 차별과 불평등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라 종교 간 조화와 관용을 증진하고 안정적인 다원주의를 보장한다.”라는 취지에서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인정하였다. 위 판결은 양심적 병역거부권의 인정이 문명국가가 합의할 수 있는 기본적 권리(Minimum Standard)라는 점과 관련된 규범적 근거를 제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3) 소결
이처럼 2004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로 국제사회가 규범적인 차원에서도 급격하게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고, 그간 대법원도 정당한 사유의 범위에 양심의 자유가 포함될 여지가 있음을 부정하지 아니한 채 일종의 시기상조론에 기대었던 만큼 지금에 이르러서는 정당한 사유에 양심적 병역거부를 포함시키는 것이 국제사회와 발맞춰 나가는 것이다.
다. 병역법에 정해진 병역처분 결정 사유와 비교
1) 병역법상 구체적 병역의무의 배분
모든 사람들을 일반적으로 동등하게 처우한다고 하여 평등원칙을 준수한 것은 아니다. 이에 따라 헌법상 국방의 의무를 구체화하기 위한 법률인 병역법은 실제 각 개인이 처한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하여 구체적 병역의무를 배분함으로써 의무 이행의 실질적 평등을 기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병역법 제14조는 징병검사 후 신체등위, 학력, 연령 등 자질을 고려하여 현역병, 제2국민역, 면제 등의 병역처분을, 제62조는 현역병입영 대상자에 대하여 가족의 생계 등을 이유로 제2국민역 또는 보충역의 처분을, 제63조는 현역병으로 복무 중인 경우에도 가족의 생계 등을 이유로 제2국민역의 처분을, 제64조는 기형, 질병, 심신장애 등으로 병역을 감당할 수 없는 사람, 군사분계선 이북지역에서 이주하여 온 사람, 수형자, 귀화자 등에 대하여 징병검사 없이 병역면제처분을, 제65조는 복무 중인 사람이 신체검사를 거쳐 병역처분 변경을 받는 경우, 제71조는 연령을 이유로 한 감면을 각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15년 병무통계연보 등에 의하면, 현역병 63만 명, 상근예비역 14,000명, 의무경찰 등 전환복무자 30,000명, 보충역 83,000명(특별한 경우 아닌 한 100단위 이하는 버림으로 계산하였다. 이하 같다. 사회복무요원 48,000명, 산업기능요원 17,000명, 전문연구요원 6,000명, 승선근무예비역 3,000명, 공중보건의, 공익법무관 등 특수병과 8,000명)의 인원이 병역의무를 이행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 3년간 현역입영 대상자 가운데 생계곤란을 이유로 제2국민역으로 처분이 변경되거나 복무기간이 단축된 사람만 매년 1,100여 명에 이르고, 전체 보충역 가운데 연령, 생계유지곤란, 수형 등을 이유로 제2국민역으로 편입되는 경우가 매년 500여 명, 사회복무요원 가운데 제2국민역으로 변경되거나 병역이 면제된 사람이 매년 500명을 초과하고 있다.
2)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고려의 필요성
이처럼 국가는 징병검사를 통한 신체등위 뿐만 아니라, 학력, 연령, 적성, 직업, 부양가족의 생계, 귀화, 북한이탈주민 등 다양한 요소를 사전에 고려하여 구체적 병역처분을 하고 있는바, 이는 전체 병력자원에 대한 군사적·사회적 이용의 합목적성뿐만 아니라 병역의무의 배분에 있어서 실질적 평등을 기하고 이를 통한 사회통합을 고취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는 것으로서 결코 국가의 시혜적 처분이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국가는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하여는 미리 병역법에 집총병역의무를 면제한 사회복무 또는 대체복무를 마련해 주지 않았는바, 앞서 본 다른 병역혜택사유들, 특히 가족의 부양, 귀화, 북한이탈주민, 체육에 있어서 국위선양 등과 비교하여 보더라도 종교나 양심을 이유로 한 병역거부자들에 대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아니한 것은 현재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결코 정당하다고 볼 수 없다.
결국 양심적 병역거부를 이 사건 법률이 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 현역입영에서 제외하고 그 대신 대체복무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은 국민들 간의 실질적 형평을 기하고,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헌법이 추구하는 다양한 가치를 규범조화적으로 해석하는 것으로서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라. 법률에 대한 합헌적 해석과 헌법의 규범조화적 해석
1) 합헌적 법률해석
법률에 나타난 입법자의 태도를 검토한 결과 위헌적이라고 판단할 여지도 있지만, 해당 법률을 그와 달리 해석함으로써 입법자의 태도를 합헌적이라고 판단할 수도 있다면 법원으로서는 후자의 태도를 취하여야 하는데, 이를 합헌적 법률해석이라고 한다. 즉 법원은 합헌적 법률해석을 통하여 헌법의 최고규범성 및 법질서의 통일성·체계성을 담보하게 되므로 법률을 해석함에 있어 출발점이 된다.
이에 따라 일선 법관들은 이 사건 법률이 정당한 사유라는 일반조항을 두고 있는 만큼 위헌이라고 속단할 것이 아니라 이를 합헌적 법률로 보아 정당한 사유의 해석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두 차례 헌법재판소 결정의 논증 형식을 보더라도, 대체복무제를 두지 아니한 채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처벌하는 것이 위헌이 아니라는 논리일 뿐 양심적 병역거부를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아 불처벌하는 것이 위헌이라는 논리는 아니다). 이는 2004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과 2007년 대법원 판결이 정당한 사유에 헌법적 권리 주장이 포함되는지와 관련하여 상당히 잠정적·가변적으로 판단하였다는 점에서도 더욱 그렇다. 그리고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자유권규약 제18조는 국내에서 직접 법적 구속력을 갖는다고 판시하였고, 대한민국 정부도 누차에 걸쳐 국제사회에 대하여 자유권규약의 준수를 약속하였는데, 자유권규약의 이행 여부를 감시하는 국제기구가 자유권규약 제18조에 따라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고 있는 점을 아울러 고려하여야 한다.
2) 규범조화적 헌법해석
또한 헌법상의 기본권과 국민의 의무 등 헌법적 가치가 상호 충돌하고 대립하는 경우에는 어느 하나의 가치만을 선택하여 나머지 가치를 희생시켜서는 안 되고, 충돌하는 가치를 모두 최대한 실현시킬 수 있는 규범조화적 해석원칙을 사용하는 것은 헌법적 요청이다. 양심의 자유와 국방의 의무라는 헌법적 가치가 상호 충돌하고 있는 이 사건 법률의 문제도 이와 같은 규범조화적 해석의 원칙에 의하여 해결해야 한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의 ‘정당한 사유’는 양심의 자유와 국방의 의무라는 헌법적 가치가 비례적으로 가장 잘 조화되고 실현될 수 있는 조화점을 찾도록 해석하여야 하는데, 정당한 사유에 양심적 병역거부를 배제한다면 피고인에 대한 병역의무는 완전히 이행하도록 하는 대신 피고인에게 보장된 양심의 자유는 일방적으로 희생되는 결과가 되고 만다.
결국 헌법적 가치들을 상호 조화적으로 해석하고 이 사건 법률을 합헌적으로 해석한다면, 정당한 사유에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포함시키는 것이 타당하다. 왜냐하면 피고인은 병역의무의 완전한 면제나 특혜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도저히 자신의 종교의 교리상 집총병역의무를 이행할 수 없으니 대안을 마련해 달라는 것이고, 그러한 대안을 찾아내는 것이 국가의 의무이며 세계 여러 나라의 경험상 그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닌데도 국가는 그에 대한 아무런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 갈등을 완화할 국가의 의무(헌법 제10조)
1) 헌법 제10조와 민주적 다수의 책임
우리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라고 정함으로써 인간의 존엄과 가치와 함께 국가의 기본권 보장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국가의 현대적 운영 원리는 민주주의이고, 유럽인권재판소는 민주주의의 특징을 다원주의(pluralism), 관용(tolerance), 그리고 포용력(broadmindedness)이라고 판시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다원적·관용적·포용적 민주주의를 실질적으로 구현하는 책임 즉, 다수의 지배를 넘어서 소수자의 인권 보호를 통한 법치국가를 실현하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존중과 그 제도화를 통해 사회통합을 실현할 책임은 그 사회의 민주적 다수(Democratic Majorities)에게 있다. 이러한 의무를 방기하는 다수는 억압적·산술적 다수로서 그들이 운영하는 정치체제는 형식적 민주주의에 불과하다.
2) 피고인의 요구와 국가의 외면
피고인은 병역의무를 기피하겠다는 것이 아니고 병역의무를 면제해 달라거나 특별한 혜택을 부여해 달라는 것도 아니다. 공동체의 모든 구성원이 부담하는 병역의무를 이행할 의사는 있으나 다만 그것이 집총병역의무이어서는 자신의 양심 또는 종교상의 교리와 충돌하여 곤란하니 다른 대체 역무를 부과한다면 기꺼이 시민으로서의 의무를 다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민주적 다수를 대변하는 사법부와 헌법재판소는 헌법적으로 양심의 자유와 국방의 의무 중 어느 것이 더 가치 있는 것이라고 말하기 곤란하다거나 국가안보와 관련해서는 국가에게 광범위한 입법재량이 부여되어 있으므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형벌로만 다스린다고 하더라도 위헌은 아니라고 하였다. 이는 헌법적 가치 실현의 책임을 입법자에게만 맡겨둔 채 사실상 사법기관의 존재 이유인 소수자에 대한 권리구제를 외면하는 것이다.
그 결과 피고인으로서는 자신의 양심을 지키기 위하여 최소한 1년 6개월 이상의 징역형이라고 하는 무거운 형벌의 감수 외에 다른 대안이 없는 반면, 국가는 양심의 자유와 병역의 의무를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하는 헌법적 의무와 아울러 그러한 권한과 가능성까지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의무나 권한을 행사하지 않고 있다. 국가가 나서서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음에도 이러한 갈등상황을 방치하는 것은 우리 헌법 제10조에 따른 국가의 국민에 대한 기본권보장 약속을 저버리는 것이고 다수가 실질적 민주주의를 외면하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도로의 설계가 잘못되어서 다수가 이용하는 한 방향만 통행이 가능하고 소수가 이용하는 다른 방향은 그 이용이 불가능한데도 국가는 도로의 잘못된 설계를 바로잡을 생각 없이 무조건 소수에게만 인내를 요구하거나 생각을 바꾸어 다수에 합류하라고만 하고 있다.
그러나 헌법상 국방의무가 절대적 의무도 아니고 병역법도 병역의무를 실제 배분함에 있어서는 여러 가지 다양한 국민 개개인의 구체적 사유를 고려하고 있으며, 국제적으로 많은 민주국가들이 어렵지 않게 그 대안을 마련해 주고 있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자유권규약위원회도 수차례 개인통보사건에서 갈등관계를 해결할 효과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이 존재함에도 대한민국은 이를 이행하지 아니한 채 자신의 특수한 사정만을 내세우고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국가의 의무 해태로 인한 불이익은 국가가 스스로 부담하여야 하는 것이지 이를 피고인의 책임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
6. 이른바 반대 논거에 대한 판단
가. 반대의 논거
2011년 헌법재판소 결정은 대체복무제의 도입과 관련하여 그 반대 논거로, ①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특유한 안보상황, ② 대체복무제 도입 시 발생할 병력자원의 손실 문제, ③ 병역거부가 진정한 양심에 의한 것인지 여부에 대한 심사의 곤란성, ④ 사회적 여론이 비판적인 상태에서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는 경우 사회통합 저해 등을 그 사유로 들었다.
한편 대한민국 정부는 자유권규약위원회에 대한 공소외 6 등 50명의 개인통보 사건(개인통보 2179/2012)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의 주장을 확대 적용하면 납세 및 의무교육 거부를 정당화하는 구실이 될 수 있다.”라는 주장을 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현재의 법령하에서 피고인에게 곧바로 무죄를 선고할 경우 대체복무조차 없이 병역의무를 완전 면제를 해 주는 것이어서 병역의무의 공평한 부담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오히려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어 허용되기 어렵다는 주장이 있다.
아래에서 차례로 이들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나. 안보상황의 특수성
2011년 헌법재판소 결정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 미사일 발사 등으로 초래되는 한반도의 위기상황은 미국, 중국, 일본을 비롯한 주변국들의 외교·안보적 상황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특히 최근 각종의 무력 도발에서 보는 바와 같이 북한의 군사적 위협은 이제 간접적·잠재적인 것이 아니라 직접적·현실적인 것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우리나라의 특유한 안보상황을 고려할 때, 주관적인 사유로 병역의무의 예외를 인정하는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는 경우 국민들 사이에 이념적인 대립을 촉발함으로써 우리나라의 안보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을 심각하게 고려하여야 한다.”라고 설시하였다.
결국 우려하고 있는 바는 안보상황 그 자체라기보다는 이념대립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에 있는바, 뒤에서 인정한 설문조사 결과에서 보는 것처럼 과연 현재 국민의식에 비추어 대체복무제 도입이 안보상황을 악화시킬 만큼 이념대립을 촉발시킬 것인지는 의문이 있다. 오히려 대체복무제의 도입은 다소의 이견이 있다 하더라도 소수자의 보호라는 헌법적 가치를 실현함으로써 사회통합을 공고히 하는 효과가 있고, 이러한 성숙한 민주주의 역량을 토대로 도덕적, 정치적 우위를 점함으로써 국가안보를 튼튼히 할 수 있다.
실제로 아르메니아(1988년부터 1994년까지 6년간 아제르바이잔과 전쟁을 겪었고, 아직까지도 무장분쟁이 빈발하고 있다), 대만, 이스라엘 등이 이미 대체복무제 또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병역 면제를 실시하고 있는바, 이와 같은 나라들이 우리나라보다 안보상황이 더 안정되었기 때문에 이런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뿐만 아니라 헌법재판소는 2004년 대체복무제도의 도입에 대한 입법권고를 하였고, 2004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도 4인의 대법관들이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에서 대체복무제도의 도입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제시하였으며 2007년에는 대체복무제도의 도입 논의가 시급하다는 취지로 판시하였다. 그리고 국가는 2007년 9월 대체복무제도 도입을 발표한 적이 있고, 2012년 시행된 제2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에서 대체복무제 도입계획을 포함시켰는바, 이러한 인식이 대한민국의 특수한 안보상황을 도외시한 것이라고 보이지는 않는다.
다. 병력자원의 손실
현대전에 이르러서는 병력의 숫자보다 총체적 역량이나 내실이 중요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국가는 이미 장기적으로 군의 현대화, 간부화, 정예화 계획을 수립하고 그에 따른 군 인력감축을 예정하고 있다. 나아가 이런 논거를 깊이 살펴보지 않더라도, 앞서 본 것처럼 현역병으로 복무하지 아니하는 사회복무요원, 산업기능요원, 전문연구요원, 공중보건의 등 보충역이 83,000명에 이르는 반면,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한해 600명에 불과하다. 그리고 국가는 매년 현역병 입영 대상자 가운데 생계곤란을 이유로 1,100명 이상씩 현역입영을 면제해 주거나 복무기간을 단축해 주고 있고, 보충역에 대하여도 연령, 생계유지곤란, 수형 등을 이유로 500명 이상을 제2국민역으로 편입시켜 주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한 해 600명의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현역병에서 제외해 주는 것이 실질적인 병력자원의 손실로 이어진다는 국가의 항변은 납득하기 어렵다.
라. 심사의 곤란성
수많은 선진 각국들이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위하여 대체복무제를 실시하고 있으나, 양심의 주관적 특성으로 인하여 심사의 곤란을 겪고 있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객관적 자료를 발견하기 어렵다. 국제사회에서 그러한 예가 구체적으로 공론화된 적이 없다.
국가는 오히려 대체복무제도를 실시할 경우 병역을 기피하기 위하여 대체복무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빈발할 것을 우려하는 듯하나(2011년 헌법재판소 결정은 “현역복무 기피를 위하여 여호와의 증인 신도로 개종을 하는 사람들이 나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라고 설시하기도 하였다), 그와 관련해서도 국제적으로 보고된 선례가 없을 뿐만 아니라, 대만이 2000년경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하면서 이러한 점을 우려하여 군복무기간이 1년 10개월임에도 대체복무기간을 2년 9개월로 정하였다가 그 후 2007년 대체복무법을 도입하여 복무기간을 군복무기간과 동일하게 조정한 사례가 인정될 뿐이다.
그리고 최근 메르스 사태나 대형재난사고에서 보는 것처럼 재해복구, 재난방지, 의료, 소방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대체복무가 결코 군복무보다 편하다거나 더 안전하다고 볼 수 없는바, 대체복무의 내용, 강도, 그 기간 설정 등을 통하여 얼마든지 현역 복무보다 힘들거나 등가성 있는 대체복무제도를 설계할 수 있고, 대체복무제도가 병역기피자를 양산한다는 것은 실증된 사례도 아니다.
마. 사회적 공감대의 미형성
기본적으로는 사회적 약자의 권리 보호, 인권의 문제를 여론조사에 맡길 수 있는 성질은 아니라고 할 것이지만, 최근의 조사결과는 아래와 같다.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가 2016. 5.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하여 실시한 설문조사(응답자 수 1,004명)에 의하면, 국민들은 양심적 병역거부를 이해할 수 없는 일로 보면서도(72%) 대체복무제 도입에는 찬성(70%)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서울지방변호사회가 2016. 7. 8. 소속 변호사들을 상대로 시행한 설문조사(응답자 수 1,297명)에 의하면, 양심적 병역거부가 양심의 자유에 포함된다고 보는 견해가 74.3%, 대체복무제를 허용하지 아니한 채 병역의무만을 요구하는 것이 헌법위반이라는 견해가 63.4%, 대체복무제 도입 찬성 견해가 80.5%로 나타났다.
이러한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국민들의 의식이 최소한 대체복무제의 도입을 찬성하고 있고, 나아가 법률가들 사이에서는 대다수가 대체복무제도의 도입 없이 형사처벌만을 내세우는 현재 상황을 위헌이라고 여기고 있다. 따라서 국민적 공감대의 부족이라는 주장이 무엇을 근거로 하고 있는 것인지 그 객관적인 자료가 없는 선험적 추정에 불과한 반면에, 오히려 국민적 공감대가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더해 주고 있을 뿐이다. 이미 국민들과 일선 법률가들은 성숙한 민주의식 아래 소수자인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권리를 존중하고 보호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나아가 국가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신체등위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유들을 근거로 병역의무에 차등을 두고 있는바, 예를 들면 예술·체육분야에서의 문화창달과 국위선양 기여 등을 이유로 한 병역면제에 대하여는 여러 가지 다양한 반대 의견이 분출되기도 하였는바, 유독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하여 국민적 공감대의 미흡을 이유로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할 수 없다는 견해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바. 이른바 양심적 납세거부와 비교
양심적 병역거부를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자주 자신이 내는 세금이 살인무기를 구입하는 데 사용될 수 있음을 이유로 하는 양심적 납세거부 등 일반적인 시민불복종 운동과의 차별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양심적 병역거부는 그 역사가 오래되었을 뿐만 아니라 독일의 나찌 치하에서 그리고 구 소련 치하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하였다는 이유로 투옥과 처형을 당하였음에도 지금까지 자신의 양심과 종교적 신념에 어긋나는 행위를 거부하면서 기꺼이 국가로부터 박해를 받아들이고 있는 반면에, 세금납부거부는 그와 같은 강렬한 역사적 경험이 없다. 뿐만 아니라 양심적 병역거부는 그 결과로 인하여 투옥과 생명의 박탈까지도 감수하여야 하는 반면에, 납세거부는 그 결과로 국가의 강제징수로 인한 재산권이 침해되는 결과가 초래되는 점에 비추어, 서로 간에 침해되는 법익에 현저한 차이가 있다.
한편 자유권규약위원회도 이러한 대한민국의 주장에 대하여 “납세나 교육과 달리 병역의무는 누가 보더라도 명백하게 타인의 생명을 앗아갈 위험이 있는 행위에 관여하게 만드는 점에 비추어 보면, (거부를 주장하는) 개인이 우려하는 인명 침해에 관여하는 정도 즉 기여도에 큰 차이가 있다.”라는 취지에서 대한민국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이런 점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는 그 역사와 저항의 강도, 법익침해의 정도에 있어서 다른 일반적 시민불복종 운동과 구별되는 차별성이 있다.
사. 대체복무제도가 마련되지 않은 현행 법령하에서 무죄판결의 의미
병역법 제88조 제1항은 현역입영뿐만 아니라 사회복무요원 소집, 교육 소집, 병력동원 소집 및 전시근로 소집에 대하여 정해진 기일 내에 입영 또는 소집에 응하지 아니하는 경우를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다. 한편 제65조는 현역병으로 입영한 사람에 대하여 신체검사를 거쳐 보충역 편입 또는 제2국민역 편입 처분을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으므로, 지방병무청장은 현역입영 소집통지서에 따라 입영한 후 보충역 편입 처분을 받은 사람에 대하여 다시 사회복무요원 소집통지를 할 수 있고 이에 불응할 경우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피고인이 현역입영 통지에 불응한 데 대하여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 법원이 무죄판결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현역병 입영 불응에 대한 정당한 사유에 관한 판단일 뿐이어서, 추후 국가가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하여 대체복무 소집통지를 한 데 대하여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 부분까지 그 효력이 미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국가가 논란이 될 수 있는 부분까지 감안하여 대체복무제도를 입법화한다면, 언제든지 피고인에게 대체복무를 강제할 수 있다고 할 것이므로(물론 유엔인권이사회 등이 제시하고 있는 바와 같이, 순수 민간적 성격의 징벌적이지 않은 내용으로 대체복무제도를 설계하여야 할 것이다), 피고인에 대한 무죄판결이 포괄적인 병역의무의 면제를 의미한다고 볼 수 없다. 설령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헌법 제10조에 따른 국가의 갈등완화 의무에서 본 바와 같이, 국가가 그 의무를 게을리하여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는 사정이 정당한 이유의 포괄 범위를 좁혀 피고인을 불이익하게 처우할 수 있는 근거로 되어서도 안 된다.
7.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재판과 형 집행의 현실
가. 재판의 현실
2000년대에 들어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집총거부 대신 입영거부를 선택함에 따라 종래 군사법원이 아닌 일반 법원에서 이 사건을 다루게 되었는데, 일선 법원은 대체로 전과나 범행의 동기, 성행 등 형법 제51조에 따른 양형 조건에 대한 고려 없이 일률적으로 병역법상 현역입영 면제에 해당하는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판사들은 두 차례의 헌법재판소 결정이 있었음에도 이 사건 법률에 대하여 연이어 위헌제청신청을 하고 있고,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판결까지 거쳐 유죄의견을 밝혔음에도 하급심에서 무죄판결이 끊이지 않고 있는바, 단일 법조항에 대한 일선 판사들의 이와 같은 혼란은 사법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다.
그리고 현행법상 유죄의 선고가 불가피하다는 견해를 취하는 법관들도 초범인 경우 집행유예를 선고하고 재차 위반하는 경우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하는 등의 과정 없이 예외 없이 징역 1년 6개월의 정찰제 판결을 할 뿐이고, 이와 같이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에 해당하는 비교적 중대 범죄임에도 법정구속을 하는 경우가 드문데(검찰 측에서 기소 전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경우는 아예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유죄판결이 불가피하다는 현실 인식 아래 그나마 병역의무라도 면해주고자 하는 동정심에서 획일적 판결이 내려질 뿐 처벌법규의 사회적 규범력 확보와 범죄자에 대한 형사처벌이라는 일반 형사재판의 관념과는 거리가 있다. 이는 사실상 타협판결로서 국가 형벌권의 행사가 지극히 왜곡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나. 형 집행의 현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형 확정 후에는 교도소로 보내져 일반적인 정역의무를 부과받아야 함에도 일률적으로 미결수용소인 구치소에서 교도관의 행정 및 운영업무를 보좌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바, 이는 사실상 병역의무 대신 대체복무 또는 사회복무를 이행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피고인으로서는 대체복무를 요구하면서 실정법을 어겼다고 유죄판결을 받았는데, 국가는 대체복무는 불필요하다고 하면서 막상 유죄를 선고한 후에는 사실상의 대체복무를 부과하는 이런 역설적 상황을 선뜻 수긍하기 어렵다. 굳이 유죄의 선고를 거쳐 전과자 신분으로 이런 의무를 담당하게 할 것이 아니라, 대체복무제도의 도입으로 병역의무에 갈음하여 떳떳하게 우리의 공동체를 위하여 기여하고 이바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게 함이 마땅하다.
8.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영식(재판장) 유병호 강화연 | 헌법 제6조 제1항, 제10조, 제19조, 제20조, 제37조 제1항, 제39조, 구 병역법(2016. 1. 19. 법률 제1377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4조, 제62조, 제63조, 제64조, 제65조, 제71조, 구 병역법(2016. 5. 29. 법률 제1418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8조 제1항,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nternational Covenant on Civil and Political Rights) 제18조, 형사소송법 제325조 | 형사 |
【피 고 인】
【항 소 인】
피고인
【검 사】
정수진 외 1인
【변 호 인】
법무법인 상승 담당변호사 신영인
【원심판결】
청주지법 2016. 5. 3. 선고 2016고정91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 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교통 주식회사(이하 ‘○○교통’이라 한다)의 노조위원장 공소외 1 등이 기자회견에서 피고인과 ○○교통의 명예를 훼손하는 발언을 하여, 이에 대응하기 위해 당시 ○○교통의 대표이사였던 피고인은 그와 ○○교통을 당사자로 하여 민·형사사건을 진행하게 되었다. 피고인은 위 민·형사사건을 모두 공소외 2 변호사에게 위임하였고, 이에 대한 변호사 비용 및 인지비용을 피고인과 ○○교통이 1/2씩 부담하기로 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교통의 자금을 인출하여 사용하였다. 따라서 피고인에게는 ○○교통의 자금을 횡령할 고의가 없었고, 불법영득의사도 없었다. 그럼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나. 양형부당
원심의 형(벌금 1,000,000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10. 3. 18.부터 2015. 2. 23.까지 여객자동차 운송사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교통의 대표이사였던 사람이다.
피고인은 2013. 12.경 위 법인의 노조위원장인 공소외 1 등 3명이 “대표이사가 개인적으로 불법, 부정, 부실운영을 하면서 노동자의 주식을 빼돌리거나 착복한 사실이 있다.”라는 취지로 기자회견을 하자, 위 기자회견 내용이 피고인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로 위 공소외 1 등 3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수사기관에 형사고소를 하고 법원에 손해배상을 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한 후 변호사를 선임하여 형사 고소사건 및 민사소송을 진행하였다.
피고인은 2013. 12. 10. 청주시 흥덕구 (이하 주소 생략) 소재 피해자 ○○교통의 사무실에서 업무상 피해자 회사의 자금을 보관하던 중 1,650,000원을 인출하여 위 형사 및 민사사건의 변호사 비용으로 임의로 사용하고, 2014. 1. 3.경 업무상 피해자 회사의 자금을 보관하던 중 다시 167,500원을 인출하여 위 민사소송의 인지대로 임의로 사용함으로써 합계 1,817,500원을 횡령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기자회견과 관련한 분쟁의 실질적인 이해관계가 ○○교통이 아니라 그 대표이사인 피고인 개인에게 있음이 분명한 이상 비록 피고인이 변호인의 잘못된 조력을 받은 탓에 ○○교통 또한 분쟁의 한 당사자로 여기고 ○○교통에 소송비용의 일부를 부담시킬 의도로 위와 같이 ○○교통의 자금을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에게 횡령의 범의를 인정하는 데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다. 당심의 판단
1) 관련 법리
원칙적으로 단체의 비용으로 지출할 수 있는 변호사 선임료는 단체 자체가 소송당사자가 된 경우에 한하므로 단체의 대표자 개인이 당사자가 된 민·형사사건의 변호사 비용은 단체의 비용으로 지출할 수 없고, 예외적으로 분쟁에 대한 실질적인 이해관계는 단체에 있으나 법적인 이유로 그 대표자의 지위에 있는 개인이 소송 기타 법적 절차의 당사자가 되었다거나 대표자로서 단체를 위해 적법하게 행한 직무행위 또는 대표자의 지위에 있음으로 말미암아 의무적으로 행한 행위 등과 관련하여 분쟁이 발생한 경우와 같이, 당해 법적 분쟁이 단체와 업무적인 관련이 깊고 당시의 제반 사정에 비추어 단체의 이익을 위하여 소송을 수행하거나 고소에 대응하여야 할 특별한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단체의 비용으로 변호사 선임료를 지출할 수 있다(대법원 2006. 10. 26. 선고 2004도6280 판결 등 참조).
또 횡령죄에 있어서의 불법영득의 의사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위탁 취지에 반하여 권한 없이 스스로 소유권자의 처분행위(반환 거부를 포함한다)를 하려는 의사를 의미하므로, 보관자가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 소유자의 이익을 위하여 이를 처분한 경우에는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위와 같은 불법영득의 의사를 인정할 수 없다(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9도495 판결 등 참조).
2) 판단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인정한 다음의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교통의 노조위원장 공소외 1 등이 기자회견에서 한 발언은 피고인뿐만 아니라 ○○교통의 명예와 관련된 내용으로서, 이에 관하여 피고인뿐만 아니라 ○○교통도 민·형사상 대응을 할 필요성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피고인이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변호사 비용 및 인지대 중 절반을 ○○교통의 자금으로 지출한 행위는 횡령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에게 업무상횡령의 고의나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있다.
가) ○○교통의 노조위원장인 공소외 1 등이 2013. 12.경 기자회견에서 한 발언 중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리는 현 대표이사가 보조금을 악용하여 불법, 부정한 운영을 반복해서 그로 인해 부실경영이 초래된 것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현 피고인 대표이사가 취임한 이래 3년여 동안 불법, 부정, 부실운영에 쏟아 부은 돈이 확인된 것만 5억 원이 넘습니다. (중략)그것만 아닙니다. 공공운수노조 소속 ○○교통분회를 와해시키기 위해 정원에도 없는 노무관리 담당자 2명을 채용하여 이들에게 지급한 임금, 또한 정원을 넘는 기사들을 신규채용하여 이들이 전부 어용노조 조합원으로 가입하였는데 이들에게 지급한 임금을 합하여 또한 1억 원에 이릅니다. 거기다 대표이사 피고인씨의 개인 주식소송이 벌어질 때 소송비용은 개인이 부담해야 마땅한데도 회사 돈으로 수천만 원의 소송비용을 부담하였습니다. (중략)○○교통 대표이사와 어용노동조합이 벌인 무료환승 거부 사태는 대표이사의 불법, 부정한 운영을 시민들에게 전가한 것으로 그 목적이 불순한 것입니다. 도저히 용납되어서는 안 됩니다. ○○교통 대표이사와 어용노동조합 및 뒤에서 이들을 부추긴 한국노총 자동차노조연맹 충북도지부는 청주시민과 청원군민들에게 무릎 꿇고 사죄해야 합니다. 청주시는 이들의 비양심적이고 불순하기 짝이 없는 행위에 대하여 시의 업무를 방해한 것에 대한 고발조치 및 행정처분을 포함하여 가장 중한 처벌을 내려야 합니다. (중략)
기자회견에서 이루어진 위와 같은 발언 중에는, ○○교통의 대표이사인 피고인 개인에 대한 문제제기뿐만 아니라, 피고인이 ○○교통의 대표이사로서 ○○교통의 노사관계 및 직원 신규채용, 무료 환승 등에 관하여 행한 직무행위에 대하여 문제제기를 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또 기자회견문에 첨부된 관련 자료 중에는 ‘폭행을 사주하고 그 비용을 회사가 부담해 준 사례’라는 문서도 있었다. 이는 피고인 개인뿐만 아니라 ○○교통에 대한 명예나 신뢰에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서 피고인 개인뿐만 아니라 ○○교통 또한 그 명예훼손 등과 관련하여 민사소송을 하거나 형사고소를 할 필요성이 있었고, 사안의 성질상 민사소송과 형사고소가 서로 밀접한 관계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나) 당시 ○○교통의 대표이사였던 피고인은 위와 같은 기자회견에서 이루어진 발언에 대응하기 위하여 노조위원장인 공소외 1 등을 명예훼손죄로 형사고소하는 한편, 이들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구하는 민사소송도 함께 진행하기로 하고, 이를 위하여 공소외 2 변호사에게 민·형사사건을 모두 위임하였다. 당시 공소외 2 변호사 사무실에서 작성된 민·형사사건의 각 사건위임계약서에 위임인은 ‘○○교통 대표이사 피고인’으로 기재되어 있고, 전화번호와 주소란에는 피고인의 전화번호와 주소가 기재되어 있으며, 주민등록번호 또는 사업자등록번호란에는 ○○교통의 사업자등록번호가 기재되어 있다.
다) 이에 따라 공소외 2 변호사는 2013. 12.경 고소인을 피고인 및 ○○교통으로 하여 공소외 1 등을 명예훼손죄로 고소하는 고소장을 작성하여 경찰에 제출하였다. 또 피고인은 공소외 2 변호사가 고소장을 제출한 직후인 2013. 12. 10. 수임료 3,300,000원 중 1,650,000원은 자신이 직접 지급하고, 나머지 1,650,000원은 ○○교통의 자금으로 지급하였다[앞서 본 각 사건위임계약서 중 민사사건의 사건위임계약서에는 수임료가 기재되어 있지 않고, 형사사건의 사건위임계약서에만 수임료로 3,300,000원(부가가치세 포함)이 기재되어 있는데, 이는 민·형사사건을 합한 수임료가 3,300,000원임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이 위와 같이 수임료를 지급한 이유는 피고인 및 ○○교통이 민·형사사건의 당사자가 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라) 다만, 공소외 2 변호사가 2013. 12. 24. ○○교통을 제외한 채 피고인만을 원고로 정하여 공소외 1 등을 상대로 민사소송(청주지방법원 2013가단159493)을 제기하였음에도, 피고인이 2014. 1. 3.경 인지대 335,000원 중 167,500원은 자신이 직접 지급하고, 나머지 167,500원은 ○○교통의 자금으로 지급한 사실은 인정이 된다. 그런데 위 피고인만이 위 민사소송의 원고가 된 사실을 피고인이 알고 있었는지 여부가 분명하지 않다. 설령 이러한 사실을 피고인이 알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은 피고인이 민·형사사건을 진행하게 된 경위, 사건위임계약서의 기재 내용, 형사고소 사건의 경과 등의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자신뿐만 아니라 ○○교통의 이익을 위하여 민사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생각하고 인지대 중 절반을 ○○교통의 자금으로 지급한 것으로 보인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위 제2의 가.항에서 본 바와 같고, 위 제2의 다.항에서 살펴본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선오(재판장) 이화송 조정민 | 형법 제355조 제1항, 제356조, 형사소송법 제325조 | 형사 |
【피 고 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안봉진
【원심판결】
춘천지법 2016. 6. 2. 선고 2015노230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본다.
폭행죄에서 말하는 폭행이란 사람의 신체에 대하여 육체적·정신적으로 고통을 주는 유형력을 행사함을 뜻하는 것으로서 반드시 피해자의 신체에 접촉함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고, 그 불법성은 행위의 목적과 의도, 행위 당시의 정황, 행위의 태양과 종류, 피해자에게 주는 고통의 유무와 정도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3. 1. 10. 선고 2000도5716 판결, 대법원 2008. 7. 24. 선고 2008도4126 판결, 대법원 2009. 9. 24. 선고 2009도6800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자신의 차를 가로막는 피해자를 부딪친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피해자를 부딪칠 듯이 차를 조금씩 전진시키는 것을 반복하는 행위 역시 피해자에 대해 위법한 유형력을 행사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원심은, 피고인이 자신의 차를 가로막고 서 있는 피해자를 향해 차를 조금씩 전진시키고 피해자가 뒤로 물러나면 다시 차를 전진시키는 방식의 운행을 반복하였는데, 이는 그 자체로 피해자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에 해당하고, 피고인 주장의 사정만으로는 차 앞에 서 있는 사람을 향해 차를 전진시킨 행위가 정당방위나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 사건 변경된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폭행죄에서의 폭행이나 그 고의, 정당행위와 정당방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보영(재판장) 박병대 권순일 김재형(주심) | 형법 제260조 | 형사 |
【피 고 인】
【상 고 인】
피고인들
【변 호 인】
법무법인 상승 담당변호사 어수용 외 3인
【원심판결】
대전고법 2016. 6. 16. 선고 (청주)2015노186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은행법은 제2조 제1항 제1호에서 ‘은행업’이란 예금을 받거나 유가증권 또는 그 밖의 채무증서를 발행하여 불특정 다수인으로부터 채무를 부담함으로써 조달한 자금을 대출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제8조 제1항에서 은행업을 경영하려는 자는 금융위원회의 인가를 받도록 하면서 같은 조 제2항에서 자본금 등 구체적인 인가요건을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인가를 받아 은행업을 경영하도록 한 입법 취지는 은행법에 따른 인가를 받지 않고 예금을 받거나 유가증권 또는 그 밖의 채무증서를 발행하여 불특정 다수인으로부터 채무를 부담함으로써 자금을 조달하여 대출하는 행위를 규제하여 금융시장의 안정과 은행의 건전성을 확보하고 자금중개기능의 효율성을 높이며 예금자를 보호하고 신용질서를 유지하려는 데에 있다.
이러한 규정의 내용과 입법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예금을 받거나 유가증권 등을 발행하여 전혀 면식이 없는 사람들에게 채무를 부담하고 그들로부터 조달한 자금을 대출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외견상 특정 직업군에 속한 사람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것으로 예정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자금조달행위의 구조나 성격상 그 특정 직업군에 속한 사람은 물론, 그 관계인이나 제3자로부터도 예금을 받거나 유가증권 등을 발행하여 채무를 부담하고 조달한 자금을 대출해 왔다면, 이는 예금의 수입 또는 유가증권 등의 발행에 의하여 불특정 다수인으로부터 채무를 부담함으로써 조달한 자금을 대출하는 행위라고 보아야 한다.
2. 원심은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피고인들이 “○○△△상조회”(이하 ‘△△상조회’라고 한다)를 통하여 은행업을 영위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즉, △△상조회의 전신으로 인적·물적 조직이 사실상 동일한 □□신용협동조합(이하 ‘□□신협’이라고 한다)은 정관에서 조합원과 동일한 세대에 속하는 자에 대하여 준조합원의 지위를 부여하였는데, 실제 □□신협의 자금조달 및 대출은 조합원의 친인척은 물론 별다른 제한 없이 원심공동피고인 1의 지인으로까지 그 대상 범위가 확장되었다. △△상조회 규약에서는 회원이 될 수 있는 자를 공소외 주식회사(이하 ‘○○’라고 한다) △△지역 재직자로 한정하였으나, 실제 △△상조회는 □□신협과 동일한 형태로 운영되었고, △△상조회 규약상 회원자격을 갖추지 못한 □□신협의 기존 조합원에 대한 자금조달 및 대출도 대환대출의 방식 등으로 계속되었다. △△상조회는 규약상 회원자격에도 불구하고 △△지역 외 ○○ 재직자, 퇴직자나 그 친인척에 대하여 실제 재직 및 퇴직 여부나 친인척 여부에 관한 증빙자료를 제출받지 않고 회원자격을 부여하였다. △△상조회의 예금이나 대출 등 명의자 상당수가 ○○ 재직자가 아니었음에도 피고인들이 회원자격이 없는 자를 모르거나 이를 문제 삼지 않을 정도로 △△상조회는 그 회원 수나 범위, 여수신 규모나 횟수가 방대하였다. 이처럼 회원자격의 범위가 특정되어 있었으나 실제 회원이 될 수 있는 대상자는 회원자격의 범위와 무관하였으므로 결국 회원대상자가 구체적으로 특정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에서 본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은행법에서 정한 ‘불특정 다수인을 상대로 한 자금조달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자기책임의 원칙,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어긋난 잘못이 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보영(재판장) 박병대 권순일 김재형(주심) | 은행법 제2조 제1항 제1호, 제8조 제1항, 제2항, 제66조 제2항 | 형사 |
【피 고 인】
【상 고 인】
피고인 및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윤영현 외 2인
【원심판결】
서울북부지법 2015. 12. 10. 선고 2015노1123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북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2011. 5.경부터 2013. 11.경까지 서울 동대문구 ○○동○○시영2단지(2차)재건축주택 조합(이하 ‘이 사건 조합’이라고 한다)의 조합장 직무대행으로 재직하고, 2013. 12. 1.부터는 조합장으로 재직하면서, 위 조합으로 하여금 조합 총회의 의결 없이 피고인으로부터 2013. 4.경 2,300만 원, 2013. 6.경 6,000만 원, 2013. 7.경 2,200만 원, 2013. 10.경 1,000만 원, 2013. 12.경 1,990만 원을 각 차입하도록 함으로써,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이라고 한다) 제85조 제5호를 위반하였다는 것이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인이 2010. 9. 29. 서울고등법원 2010라258 임시이사선임 결정에 의하여 이 사건 조합의 임시이사로 선임되고, 2011. 5. 26. 개최된 이 사건 조합의 이사회에서 이 사건 조합의 정관 제14조 제6항에 따라 이사들 중 연장자라는 이유로 이 사건 조합의 조합장 직무대행으로 선임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이 사건 조합의 임시이사 및 조합장 직무대행으로 선임되어 직무를 수행한 피고인을 도시정비법 제85조 제5호에서 정한 ‘조합의 임원’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고인이 조합장 직무대행으로 재직하면서 이 사건 조합으로 하여금 피고인으로부터 2013. 4.경 2,300만 원, 2013. 6.경 6,000만 원, 2013. 7.경 2,200만 원, 2013. 10.경 1,000만 원을 각 차입하도록 하였다는 부분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로 판단하였다.
나.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의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도시정비법 제85조 제5호는 ‘제24조의 규정에 의한 총회의 의결을 거치지 아니하고 동조 제3항 각 호의 사업을 임의로 추진하는 조합의 임원’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제24조 제3항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는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도시정비법이 일정한 사항에 관하여 총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한 조합 임원을 처벌하는 벌칙규정까지 둔 취지는 조합원들의 권리·의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항에 대하여 조합원들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도록 절차적 참여 기회를 보장하고 조합 임원에 의한 전횡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대법원 2010. 6. 24. 선고 2009도14296 판결 등 참조).
한편 도시정비법은 조합장 1인과 이사, 감사를 조합의 임원으로 규정하고 있는데(제21조 제1항), 조합에 관하여는 도시정비법에 규정된 것을 제외하고는 민법 중 사단법인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도록 하고 있으므로(제27조), 조합의 임원인 이사가 없거나 도시정비법과 정관이 정한 이사 수에 부족이 있는 때에는 민법 제63조의 규정이 준용되어 법원이 임시이사를 선임할 수 있다. 그런데 법원에 의하여 선임된 임시이사는 원칙적으로 정식이사와 동일한 권한을 가지고(대법원 1963. 3. 21. 선고 62다800 판결, 대법원 2013. 6. 13. 선고 2012다40332 판결 등 참조), 도시정비법이 조합 총회에서 선임된 이사와 임시이사의 권한을 특별히 달리 정한 규정을 두고 있지도 않다. 이러한 점과 더불어 총회의결사항에 관하여 그 의결을 거치지 아니하고 임의로 추진한 조합 임원을 처벌하는 규정을 둔 도시정비법의 취지를 함께 살펴보면, 법원이 선임한 임시이사도 도시정비법 제85조 제5호에서 규정한 ‘조합의 임원’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임시이사로서 조합장 직무대행에 선임된 피고인이 도시정비법 제85조 제5호 위반죄의 범행주체가 될 수 없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도시정비법 제85조 제5호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2. 피고인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고인이 조합장으로 재직하면서 이 사건 조합으로 하여금 피고인으로부터 2013. 12.경 1,990만 원을 차입하도록 하였다는 점에 관하여 도시정비법 제24조 제3항 제2호에서 정한 ‘자금의 차입’에 해당한다고 보아 유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된다.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도시정비법 제24조 제3항 제2호의 해석, 정당행위, 긴급피난, 적법행위에 대한 기대가능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파기의 범위
위에서 본 이유로 원심판결 중 무죄 부분은 파기되어야 한다. 그런데 위 파기 부분은 나머지 유죄 부분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이 선고되어야 하므로 원심판결은 전부 파기되어야 한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권순일(재판장) 박병대(주심) 박보영 김재형 | [1]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24조 제3항, 제85조 제5호 / [2]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21조 제1항, 제24조 제3항, 제27조, 제85조 제5호, 민법 제63조 | 형사 |
【피 고 인】
【상 고 인】
피고인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법 2016. 7. 1. 선고 2015노3579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이 사건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2014. 6. 4. 09:00경부터 09:30경까지 사이에 서울 중구 (주소 생략)에 있는 ○○○하우스 빌라 3층 피해자 공소외 1의 의뢰로 시공 중인 창문교체공사 현장에서, 창문이 설치될 경우 건너편에 살고 있는 피고인의 집 내부가 들여다보인다는 이유로 화가 나서, 피해자 측 공사인부 공소외 2 등에게 ‘합의가 되었는데 공사를 왜 진행하느냐, 집주인과 통화를 하게 해 달라, 공사를 중단하라면 중단하지 왜 다시 공사를 하냐’라고 고함을 지르고, 미리 현장에 와 있던 피고인의 어머니인 공소외 3도 피고인과 함께 피해자에게 ‘공사를 당장 중지하라’고 하면서 피해자 및 인부들에게 나가라고 고함을 질러 약 30여 분간 창문교체 공사가 이뤄지지 못하게 함으로써, 공소외 3과 공모하여, 위력으로 피해자의 창문교체공사 업무를 방해하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제1심 증인 공소외 2의 진술은 물론 피고인과 공소외 3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피고인과 공소외 3이 약 30분에 걸쳐 공사인부들에게 언성을 높여 공사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공사인부들과 서로 큰 소리로 고함을 지르고 욕설을 하면서 말다툼을 벌인 사실이 나타나며, 이 사건 공사현장은 건물 3층 부분의 기존 전면 유리창을 모두 떼어낸 상태로 추락의 위험성이 있었는데, 그러한 현장에 허락 없이 들어와 집주인을 불러내라면서 공사 중지를 요구하는 등 소란이 계속되자 공사인부들로서는 작업을 진행하는 데 지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실제로 피고인의 행위로 공사가 약 1시간 이상 중단되는 등 피고인이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어머니 공소외 3과 함께 공사 업무를 방해하기에 충분한 위력을 행사하였다고 보아야 한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의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업무방해죄의 ‘위력’이란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혼란하게 할 만한 일체의 세력으로, 유형적이든 무형적이든 묻지 아니하고, 현실적으로 피해자의 자유의사가 제압되어야만 하는 것도 아니지만, 범인의 위세, 사람 수, 주위의 상황 등에 비추어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 족한 정도가 되어야 하는 것으로서, 그러한 위력에 해당하는지는 범행의 일시·장소, 범행의 동기, 목적, 인원수, 세력의 태양, 업무의 종류, 피해자의 지위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9. 9. 10. 선고 2009도5732 판결 등 참조).
나. 그런데 원심도 인정하였듯이, 객관적인 입장에서 사실 그대로 진술한 것으로 보이는 제1심 증인 공소외 2는 이 사건에 관하여 “공소외 3이 먼저 와서 집주인과 합의했는데 왜 공사를 진행하느냐며 큰소리로 고함을 쳤고, 이후 피고인이 현장에 도착하여 공사를 막았다. 자신이 공소외 3에게 왜 공사현장에 무단으로 들어와 언성을 높이냐고 따지자 피고인이 자신의 어머니에게 언성을 높였다는 이유로 항의하면서 공사를 중단하고 집주인을 불러내라고 요구하였다. 피고인은 2014년 5월 말경에도 공사 중단을 요구했던 사실을 들어 ‘공사를 중단하라면 중단할 것이지 왜 다시 공사를 하느냐’라고 소리쳤다. 당시 피고인이나 공소외 3이 물리력을 행사한 것은 아니지만 고함을 치거나 언성이 높았던 것은 사실이다.”라고 진술하고 있을 뿐이고, 위 진술에 의하더라도 피고인과 공소외 3이 한 행위는 창문교체공사 현장에 들어가 공사를 중단하고 집주인을 불러달라면서 언성을 높인 정도로 보인다.
나아가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의하면, 피고인과 공소외 3은 ○○○하우스 신축 당시부터 사생활 침해 등을 이유로 피고인의 집 내부가 보이는 쪽의 창문 부분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며 민원을 제기하였다가 합의 후 민원을 취하한 바 있고, 이 사건 불과 며칠 전인 2014. 5. 30.경에는 공사현장인 ○○○하우스 빌라 3층에서, 위 빌라 3층 관리인 공소외 4, ○○○하우스 주민 대표 공소외 5와 함께 피고인의 집 내부가 보이지 않도록 불투명한 창문을 설치하는 등의 문제에 관하여 서로 진지하게 상의하기도 하였던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한 상황에서 피고인과 공소외 3은 서로 상의하였던 바와 다르게 공사가 이루어진다고 생각하여 이를 확인하고 항의하기 위해 공사현장을 찾았던 것으로 보이고, 집주인을 불러달라고 하였다는 것도 그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더하여 이 사건 공사현장이 타인의 주거이기는 하나 당시는 공사 중이었던 데다가 공소외 2의 진술에 의하여도 ‘피고인의 어머니가 와서 문을 열어주었다’고 진술하였을 뿐 공소외 3이나 피고인이 무단히 타인의 주거에 침입하였다거나 퇴거요구를 받고도 부당하게 그에 응하지 아니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는 없다. 결과적으로 이 사건 공사가 중단되기는 하였으나, 이는 위와 같은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인부들이 피고인과 공소외 3에 의해 자유의사가 제압당한 결과라기보다 집주인과 상의하였거나 합의하였다는 내용이 확인되지 않으면 공사를 계속 진행하는 것이 사실상 곤란하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으로 보일 뿐이다.
결국 위와 같은 피고인과 공소외 3의 행위의 동기 내지 목적, 그 태양과 정도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공소외 3과 공모하여 피해자와 인부들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족한 위력을 행사하였다고 쉽게 단정하기는 어렵고, 이웃 간의 사소한 시비에 대하여 업무방해죄를 적용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다.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으니, 거기에는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권순일(재판장) 박병대(주심) 박보영 김재형 | 형법 제314조 제1항 | 형사 |
【피 고 인】
【상 고 인】
피고인 및 검찰관
【변 호 인】
법무법인 덕수 담당변호사 조영관
【원심판결】
고등군사법원 2016. 7. 8. 선고 2016노30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인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가.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1) 군형법 제80조는 군사상의 기밀을 누설한 자를 처벌 대상으로 하고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군사상의 기밀은 반드시 법령에 의하여 기밀사항으로 규정되었거나 기밀로 분류 명시된 사항에 한하지 아니하고, 군사상의 필요에 따라 기밀로 된 사항은 물론이고 객관적·일반적으로 보아 외부에 알려지지 아니하는 것에 상당한 이익이 있는 사항도 포함하며, 외부로 알려지지 아니하는 것에 상당한 이익이 있는지 여부는 자료의 작성 경위 및 과정, 누설된 자료의 구체적인 내용, 자료가 외부에 알려질 경우 군사목적상 위해한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 자료가 실무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현황, 자료가 외부에 공개된 정도, 국민의 알권리와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90. 8. 28. 선고 90도230 판결, 대법원 2007. 12. 13. 선고 2007도3450 판결 등 참조).
그리고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하나(군사법원법 제359조 제2항), 사실 인정의 전제로 행하여지는 증거의 취사선택 및 증거의 증명력은 사실심 법원의 자유판단에 속한다(군사법원법 제360조).
(2) 원심은, 피고인이 누설한 제1심판결 별지 1, 2 기재 각 자료(이하 ‘이 사건 자료’라 한다)에 관하여, (가) ① ○○○○본부△△△△부 각 과에서 무관첩보 등을 근거로 작성한 문건들로서 기무사령부 내부 전산망에 올라온 정보이고, 일정한 접근 권한을 부여받은 자만 접근할 수 있으며, ② 대부분의 자료인 무관첩보는 ‘무관첩보 취급·관리 지침’에 의하여 업무와 무관한 사람의 열람이 제한되고 대외비에 준하여 취급되고 있으며, 누설될 경우 무관의 안전을 해하거나 활동에 제약이 될 수 있고, ③ 이 사건 자료의 내용도 국제정세와 관련한 한국, 한국군의 정책방향 수립, 상대방 국가를 대하는 한국군의 시각 등을 추론할 수 있는 것이므로 외부에 누설될 경우 국가안전보장에 위험을 초래할 것이 명백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객관적·일반적으로 보아 외부에 알려지지 아니하는 것에 상당한 이익이 있는 사항이라고 인정하고, (나) 또한 이 사건 자료 중 일부를 가리고 촬영하였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신빙성이 없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아니하고, 피고인이 이 사건 자료 전체를 촬영하여 전달함으로써 누설하였다고 인정하여, (다) 이에 대한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에 관한 항소이유 주장을 받아들이지 아니하였다.
(3) 상고이유 중 원심의 사실인정에 관한 판단을 다투는 취지의 주장 부분은 실질적으로 사실심 법원의 자유판단에 속하는 원심의 증거 선택과 증명력에 관한 판단을 탓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리고 원심판결 이유를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을 비롯한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아도,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군형법 제80조의 군사상 기밀, 자백 및 보강증거, 형벌규정의 명확성의 원칙, 유죄 인정에 필요한 증명의 정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며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이 없다.
나.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1) 군사기밀 보호법 제12조는 ‘군사기밀을 타인에게 누설한 경우’를 처벌하고 있고, 나아가 제13조 제1항은 ‘업무상 군사기밀을 취급하는 사람 또는 취급하였던 사람이 그 업무상 알게 되거나 점유한 군사기밀을 타인에게 누설한 경우’에 대하여 형을 높여 별도로 처벌하고 있다.
군사기밀 보호법 제13조 제1항에서 정한 ‘업무’는 직업 또는 직무로서 계속적으로 행하는 일정한 사무를 통칭하고, ‘업무상 알게 되거나’의 의미는 업무에 기인하여 당연히 알고 있는 것을 말하며, ‘업무상 점유한’의 의미는 업무에 기인하여 입수하고 있는 것을 말하고 군사기밀인 물건의 보관을 직무 또는 영업으로 하는 경우에 한하지 아니하고 또 그 보관을 주재하는 경우뿐 아니란 이에 참여한 경우도 포함된다(대법원 2000. 1. 28. 선고 99도4022 판결 등 참조).
따라서 군사기밀을 누설한 경우라도 그 군사기밀이 위와 같이 업무상 알게 되거나 점유한 군사기밀에 해당하지 아니하면 군사기밀 보호법 제12조에 의하여 처벌되며 제13조 제1항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
(2) 원심판결 이유 및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피고인은 2012. 8.부터 2014. 12.까지 국군 제□□□기무부대 인사반 수집장교로 근무하다가 2015. 1.부터 ○○○○본부△△△△부 소속으로 무관준비요원 교육을 받았다.
(나) 피고인은 2014. 12. 중국인 공소외 1로부터 사드 관련 자료를 달라는 요청을 받고, 2015. 1. 15. 공소외 1에게 자료를 제공할 목적으로 제□□□기무부대 전력군수반 기획관리참모부 수집장교인 대위 공소외 2에게 전화하여 KAMD와 관련하여 이슈가 많이 되고 있으니 무관준비도 하고 교육 간에 연구하는 데 필요하다며 자료를 확보해 달라고 말하였다.
(다) 공소외 2는 2015. 1. 16. 자신이 보관하고 있던 군사기밀 Ⅲ급「업무인계·인수서(기참부장)」(2014. 10. 20. 기획관리참모부 생산)에 포함되어 있는「2. KDX-Ⅲ 상층방어능력 확보 추진경과」문건(이하 ‘이 사건 군사기밀’이라 한다)을 제□□□기무부대 당직실 당직자에게 보관시켰고, 피고인은 다음 날 위 당직실을 방문하여 이를 수령하였다.
(라) 그 후 피고인은 이 사건 군사기밀을 공소외 1에게 제공하기 위하여 휴대전화로 사진 촬영하여 SD카드에 저장하였고, 이를 기초로 그 내용을 설명하는 문서를 중국어를 혼용하여 수기로 작성한 다음 사진 촬영하였다.
(3) 위 사실관계를 앞에서 본 법리와 아울러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여 살펴보면, 아래의 사정이 인정된다.
(가) 피고인은 공소외 1의 요청을 받고 공소외 1에게 제공하기 위하여 이 사건 군사기밀을 탐지·수집하였고, 이 사건 군사기밀을 탐지·수집한 후 이를 이용하여 연구를 한 사실도 없으며, 피고인이 실제로 한 행동들은 이를 무관준비 등의 업무에 사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이지 아니한다. 이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공소외 2에게 무관준비와 연구에 필요하다고 말한 것은 단지 이 사건 군사기밀을 탐지·수집하기 위하여 만들어낸 명목에 불과하며, 피고인도 위와 같은 말을 한 것은 핑계였다고 진술하고 있다.
(나) 피고인은 그 당시 ○○○○본부△△△△부 소속이었으므로 이 사건 군사기밀을 생산하고 관리하던 제□□□기무부대 전력군수반 기획관리참모부에 출입할 권한이 없었고, 이 사건 군사기밀의 내용도 기획관리참모부장의 업무인계·인수 자료 중 일부여서 소속과 업무가 전혀 다른 피고인이 접근하거나 열람할 권한이 없었으며, 이 사건 군사기밀의 내용 또한 무관준비요원 교육생의 업무와 관련이 있다고 보이지 아니한다.
(다) 따라서 피고인이 이 사건 군사기밀에 관한 업무에 참여하거나 종사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또한 피고인의 업무에 기인하여 이 사건 군사기밀을 당연히 알게 되었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비록 피고인이 위와 같은 경위로 이 사건 군사기밀을 탐지·수집하였다 하더라도 이를 가지고 피고인이 이 사건 군사기밀을 업무상 알게 되거나 점유하였다고 할 수 없다.
(4) 그럼에도 이와 달리 원심은 피고인이 이 사건 군사기밀을 업무상 점유하였음을 전제로 이 사건 군사기밀에 관한 피고인의 행위에 대하여 군사기밀 보호법 제13조 제1항을 적용하였다.
따라서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군사기밀 보호법 제13조 제1항에서 정한 ‘업무상 점유한 군사기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2. 검찰관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정하다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며, 이와 같은 증명이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유죄로 판단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1. 8. 21. 선고 2001도2823 판결, 대법원 2006. 3. 9. 선고 2005도8675 판결 등 참조).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검찰관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 없이 피고인이 이 사건 군사기밀이 저장된 SD카드를 공소외 1의 연락책인 공소외 3에게 전달하였다는 공소사실 부분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이에 대한 제1심의 무죄 판단을 유지하고 검찰관의 사실오인에 관한 항소이유 주장을 받아들이지 아니하였다.
이 부분에 관한 상고이유 주장은 이러한 원심의 사실인정을 다투는 취지로서 실질적으로 사실심 법원의 자유판단에 속하는 원심의 증거 선택 및 증명력에 관한 판단을 탓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리고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와 원심 판시 관련 법리 및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아도,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간접증거의 증명력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이 없다.
또한 군사법원법 제442조 제7호에 의하면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서만 양형부당을 사유로 한 상고가 허용되므로, 피고인에 대하여 그보다 가벼운 형이 선고된 이 사건에서 형의 양정이 부당하다는 취지의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3. 파기의 범위
원심판결 중 군사기밀 보호법 위반 미수 부분은 파기되어야 한다. 또한 원심판결은 위 군사기밀 보호법 위반 미수 부분과 유죄로 인정된 나머지 부분이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다는 이유로 하나의 형을 선고하였고, 앞에서 본 무죄 부분이 위 군사기밀 보호법 위반 미수 부분과 동일한 공소사실의 범위 내에 있다고 보아 이유에서 무죄로 인정하였다. 결국 원심판결은 전부 파기되어야 한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며,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소영(재판장) 김용덕(주심) 김신 이기택 | [1] 군형법 제80조 / [2] 군사기밀 보호법 제13조 제1항 | 형사 |
【피 고 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조성원
【원심판결】
대전지법 2016. 6. 1. 선고 2015노3930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3조에 따라 피고인이 불출석한 채로 진행된 제1심의 재판에 대하여 검사만 항소하고 항소심도 피고인 불출석 재판으로 진행한 후에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여 제1심의 유죄판결이 확정된 경우, 피고인이 귀책사유 없이 제1심과 항소심의 공판절차에 출석할 수 없었고 상고권회복에 의한 상고를 제기하였다면, 이는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3호에서 상고이유로 정한 ‘재심청구의 사유가 있는 때’에 해당한다(대법원 2015. 8. 27. 선고 2015도1054 판결 등 참조).
2. 기록에 의하면, 제1심이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3조에 따라 공시송달의 방법으로 공소장 부본과 소환장 등을 송달하고 피고인이 불출석한 상태에서 심리를 진행하여 피고인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한 사실, 이에 대하여 검사가 양형부당으로 항소하자, 원심도 공시송달의 방법으로 소환장 등을 송달하고 형사소송법 제365조에 따라 피고인이 불출석한 상태에서 심리를 진행한 후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여 제1심판결이 형식적으로 확정된 사실, 피고인은 공소장 부본 등을 송달받지 못해 공소가 제기된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가 판결 선고 사실을 알게 되자 상소권회복청구를 하였고, 법원은 피고인이 상고기간 내에 상고하지 못한 것은 책임을 질 수 없는 사유로 인한 것이라고 판단하여 상고권회복결정을 한 사실을 알 수 있고, 이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자신이 책임을 질 수 없는 사유로 제1심과 원심의 공판절차에 출석하지 못하였다고 하겠다.
이러한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이 책임을 질 수 없는 사유로 불출석한 상태에서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3조에 의하여 제1심 재판이 진행되어 피고인에 대하여 유죄판결이 선고되고, 원심도 피고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불출석한 채 재판을 진행하여 항소기각 판결을 선고하였으므로, 원심판결에는 재심청구의 사유가 있고, 이는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3호에서 정한 상고이유에 해당한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기택(재판장) 김용덕 김신(주심) 김소영 |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3조, 제23조의2 제1항, 형사소송법 제365조, 제383조 제3호 | 형사 |
【피 고 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유한) 바른 담당변호사 김상훈 외 2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6. 7. 8. 선고 2015노3373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습특수협박죄는 특수협박죄보다 가중하여 처벌하도록 규정되어 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불고불리의 원칙상 법원이 특수협박죄로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을 공소장변경 없이 상습특수협박죄로 처벌할 수 없다(대법원 2006. 11. 24. 선고 2006도6451 판결 참조).
이와 다른 법리를 전제로 하여 원심의 죄수 판단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2. 그리고 원심판결에 피고인의 심신상태와 범행동기에 관한 채증법칙 위반,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는 취지의 주장은 결국 양형부당 주장에 해당한다. 그런데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에 의하면,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서만 양형부당을 사유로 한 상고가 허용되므로, 피고인에 대하여 그보다 가벼운 형이 선고된 이 사건에서 형의 양정이 부당하다는 취지의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3.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기택(재판장) 김용덕 김신(주심) 김소영 | 형법 제284조, 제285조, 형사소송법 제298조 | 형사 |
【피 고 인】
【상 고 인】
검사
【원심판결】
대전고법 2015. 10. 5. 선고 2015노406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하기에 앞서 직권으로 본다.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공소외 1, 공소외 2, 공소외 3과 공모하여 2014. 6. 4. 실시되는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공소외 1을 ○○광역시장으로 당선시킬 목적으로 유사기관인 ‘○○미래경제연구포럼’(이하 ‘이 사건 포럼’이라 한다)을 설치하고, 공소외 1, 공소외 2, 공소외 3, 공소외 4, 공소외 5 등과 공모하여 선거운동기간 전에 공소외 1의 ○○광역시장 당선을 위한 선거운동을 하였다는 것이다.
2. 원심은 유사기관설치로 인한 공직선거법위반의 점에 대하여 구 공직선거법(2014. 1. 17. 법률 제1226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공직선거법’이라 한다) 제255조 제1항 제13호, 제89조 제1항 본문, 형법 제30조를 적용하고, 사전선거운동으로 인한 공직선거법위반의 점에 대하여 공직선거법 제254조 제2항, 형법 제30조를 적용하여 모두 유죄로 처벌하였다.
3. 그러나 원심판결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받아들일 수 없다.
(1) 공직선거법 제255조 제1항 제13호, 제89조 제1항 본문과 제254조 제2항에 따라 처벌하기 위하여는 ‘선거운동’을 목적으로 하거나 당해 행위 자체가 ‘선거운동’으로 인정되어야만 한다.
(2) 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의 의미와 금지되는 선거운동의 범위는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기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6. 8. 26. 선고 2015도11812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① ‘선거운동’은 특정 선거에서 특정 후보자의 당선 또는 낙선을 도모한다는 목적의사가 객관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하는데, 이에 해당하는지는 당해 행위를 하는 주체 내부의 의사가 아니라 외부에 표시된 행위를 대상으로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② 위와 같은 목적의사는 특정한 선거에 출마할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 대한 지지를 부탁하는 등의 명시적인 방법뿐만 아니라 당시의 객관적 사정에 비추어 선거인의 관점에서 특정 선거에서 당선이나 낙선을 도모하려는 목적의사를 쉽게 추단할 수 있을 정도에 이른 경우에도 이를 인정할 수 있다. 위와 같은 목적의사가 있었다고 추단하려면, 단순히 선거와의 관련성을 추측할 수 있다거나 선거에 관한 사항을 동기로 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특정 선거에서의 당락을 도모하는 행위임을 선거인이 명백히 인식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에 근거하여야 한다.
③ 선거운동은 그 대상인 선거가 특정되는 것이 중요한 개념표지이므로 문제된 행위가 특정 선거를 위한 것임이 인정되어야만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데, 행위 당시의 상황에서 특정 선거의 실시에 대한 예측이나 확정 여부, 당해 행위의 시기와 특정 선거일 간의 시간적 간격, 그 행위의 내용과 당시의 상황, 행위자와 후보자의 관계 등 여러 객관적 사정을 종합하여 선거인의 관점에서 문제된 행위가 특정 선거를 대상으로 하였는지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④ 정치인이 일상적인 사회활동과 통상적인 정치활동의 일환으로 선거인과 접촉하여 자신의 인격에 대한 공감과 정치적 식견에 대한 찬성과 동의를 구하는 한편, 그들의 의견을 청취·수용하여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정책을 구상·수립하는 과정을 통하여 이른바 인지도와 긍정적 이미지를 제고하여 정치적 기반을 다지는 행위에도 위와 같은 판단기준이 그대로 적용되어야 한다. 따라서 그와 같은 일상적인 사회활동과 통상적인 정치활동에 인지도와 긍정적 이미지를 높이려는 목적이 있다 하여도 그 행위가 특정한 선거를 목표로 하여 그 선거에서 특정인의 당선 또는 낙선을 도모하는 목적의사가 표시된 것으로 인정되지 않는 한 선거운동이라고 볼 것은 아니다.
⑤ 문제된 행위가 단체 등을 통한 활동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경우에는 그 단체 등의 설립 목적과 경위, 인적 구성, 그 활동의 시기, 방법, 내용과 규모 등을 추가적으로 고려하여 그 활동이 특정 선거에서 특정인의 당선 또는 낙선을 도모하는 목적의사에 따라 행해진 것이라는 점이 당해 선거인의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인정되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3) 원심이 적법하게 인정한 사실관계와 증거들에 의하면, ① 이 사건 포럼의 설립시기는 2014. 6. 4. 실시된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부터 약 1년 6개월 전이었고, 이 사건 포럼이 설립된 이후 행한 주요한 활동들은 위 선거일 약 5개월 전에 끝났던 점, ② 수사기관이 확보한 각종 선거기획 문건 등을 통하여 이 사건 포럼의 설립 전후로 공소외 1을 위한 ○○광역시장 선거기획안이 작성되고 그에 관한 내부회의가 있었음이 밝혀졌으나, 내부회의는 이 사건 포럼의 설립을 주도한 공소외 1의 핵심 지지자들 몇 사람 사이의 내부적 회합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그것이 외부로 표시된 바가 없어 선거인의 관점에서 ○○광역시장 선거에서의 당락을 도모하는 목적의사가 있음을 알 수 없었고, 위 선거기획 문건 자체의 내용에 의하더라도 지역경제발전을 위한 연구단체를 설립한 뒤 이 사건 포럼의 설립목적 범위 내에서 여러 활동을 하는 데 공소외 1이 참여함으로써 그의 인지도와 우호적 이미지를 높이고자 하는 여러 활동을 기획한 것에 불과하고 위 선거에서 당선을 도모하는 목적의사를 인정할 만한 것들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 점, ③ 이 사건 포럼의 활동들은 ○○지역 경제와 관련된 현안을 발굴하고 이를 각계 전문가 및 시민들과 함께 논의하여 그 대안을 제시하는 등의 활동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정관상의 목적에서 벗어난다고 할 수 없고, 이 사건 포럼과 같은 비영리법인의 수행사업으로 적합한 것들로서 감독관청인 ○○광역시의 검토의견도 설립목적에 맞게 계획·추진되었다는 것인 점, ④ 이 사건 포럼이 설립된 이후 행한 각종 활동들이 공소외 1의 ○○광역시장 선거출마를 예상하여 그 인지도와 긍정적 이미지를 높일 목적으로 그에 도움이 되는 여러 활동을 수행하였음은 인정되나, 이 사건 포럼이 주최한 행사들을 공소외 1의 선거출마를 위한 행사로 삼거나 그 기회에 공소외 1의 ○○광역시장 출마계획을 밝히면서 ○○광역시장 선거에서 그를 지지해 줄 것을 부탁하는 등의 행위가 있었다고 보이지 아니하고, 또 이 사건 포럼의 활동이 ○○지역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기는 하였으나 이 사건 포럼의 목적 자체가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 활동지역으로 인하여 선거운동의 성격이 인정될 수 있는 것도 아니며, 그 밖에 공소외 1의 당선을 도모하는 목적의사가 선거인이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객관적으로 표시되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을 찾아볼 수 없는 점, ⑤ 공소외 1이 개최한 출판기념회는 ○○광역시장 선거일부터 7개월 전에 개최되었으므로 공직선거법 제103조 제5항에 위반되지도 아니하고, 당시 이 사건 포럼의 직원 등이 참석하여 안내와 질서유지 활동을 하였으나 다른 특별한 관여행위가 드러나지 않으므로 그것만으로 출판기념회를 이 사건 포럼의 행사라고 할 수 없으며, 공소외 2가 출판기념회 초대메일을 보내면서 공소외 1의 출마에 관하여 간략히 언급하였다고 하더라도 개인적 친분이 있는 몇 사람에게 개인 메일을 보낸 것에 불과하고, 출판기념회에서 위 메일 내용이 공개되었거나 다른 방법으로 공소외 1의 출마계획을 알리거나 선거에서 지지해 줄 것을 부탁하는 등 명시적으로 당선을 도모한다는 목적의사가 인정될 수 있는 언동이나 이를 추단할 수 있는 사정이 보이지 아니하므로 위 출판기념회가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알 수 있다.
(4) 위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포럼의 활동계획이나 실제로 한 주요 활동들은 선거일에서 멀리 떨어진 시기에 이루어진 일이므로 공소외 1이 향후 어떤 선거에 나설지도 모른다는 예측을 주는 정도에 불과하고, 피고인 등이 그 계획 및 활동 과정을 통하여 명시적으로 ○○광역시장 선거에서 공소외 1에 대한 지지를 부탁하는 행위가 있었음이 인정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선거인의 관점에서 위 선거에서 공소외 1의 당선을 도모하려는 목적의사를 쉽게 추단할 수 있을 만한 객관적 사정도 부족하므로, 피고인 등이 이 사건 포럼의 정관 목적에 따른 활동을 하면서 공소외 1의 인지도와 긍정적 이미지를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하더라도 이를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피고인 등이 선거운동을 목적으로 이 사건 포럼을 설립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5)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피고인이 공소외 1 등과 공모하여 이 사건 포럼을 설립함으로써 유사기관설치 금지규정을 위반하였고 이 사건 포럼의 활동을 통해 사전선거운동을 하였다고 판단한 데에는 공직선거법 제255조 제1항 제13호, 제89조 제1항 본문의 적용요건인 ‘선거운동의 목적’과 제254조 제2항이 정한 ‘선거운동’의 의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공직선거법의 해석·적용을 그르친 잘못이 있고, 이는 판결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6) 상고법원은 판결에 영향을 미친 법률의 위반이 있는 경우에는 상고이유서에 포함되지 아니한 때에도 직권으로 심판할 수 있는바(형사소송법 제384조, 제383조 제1호), 이는 법률의 해석·적용을 그르친 나머지 피고인을 유죄로 잘못 인정한 원심판결에 대하여 피고인은 상고를 제기하지 아니하고 검사만이 다른 사유를 들어 상고를 제기하였고, 검사의 상고가 피고인의 이익을 위하여 제기된 것이 아님이 명백한 경우라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대법원 2002. 3. 15. 선고 2001도6730 판결, 대법원 2008. 10. 9. 선고 2008도2588 판결 참조).
4. 그러므로 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하여는 판단하지 아니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상훈(재판장) 김창석 조희대(주심) 박상옥 | [1] 구 공직선거법(2014. 1. 17. 법률 제1226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9조 제1항, 제254조 제2항, 제255조 제1항 제13호 / [2]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1호, 제384조 | 형사 |
【피 고 인】
【상 고 인】
피고인들
【변 호 인】
법무법인 청률 외 1인
【원심판결】
부산고법 2016. 6. 15. 선고 (창원)2016노4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인 1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이 원심 판시와 같이 뇌물을 수수한 것이 피고인의 단독범행인지 조합장 공소외인과 공모한 공모공동정범인지는 이 사건 제1심부터 쟁점이 되어 다투어졌고, 원심 제5회 공판기일에는 재판장이 검사와 피고인 쌍방에 대하여, 이 사건이 공소장 변경 없이 단독범으로 인정할 수 있는 사안인지에 관하여 의견을 제시하도록 요구하기까지 한 사실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와 같은 심리 경과 등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공소장 변경 없이, 피고인이 단독으로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범행을 한 것으로 인정하였다고 하여 그 방어권 행사에 어떤 실질적 불이익을 줄 우려가 있다고는 인정되지 아니한다.
같은 취지의 원심 판단은 정당하고, 그 밖에 원심판결 이유를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 1에 대한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고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뇌물죄에서 직무관련성, 공소장 변경의 필요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은 없다.
그리고 재건축정비사업조합 임원을 공무원으로 의제하여 형법 제129조를 적용하도록 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이라고 한다) 제84조 및 이를 가중 처벌하도록 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항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6. 1. 14. 선고 2015도15251 판결, 헌법재판소 2015. 2. 26. 선고 2013헌바200, 272(병합)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위 각 규정이 위헌이라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2. 피고인 2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도시정비법에 의한 주택재개발사업이나 주택재건축사업(이하 ‘재개발사업 등’이라고 한다)을 시행하는 조합(이하 ‘조합’이라고 한다)의 임원은 수뢰죄 등 형법 제129조를 적용할 때는 공무원으로 의제되므로(도시정비법 제84조), 그 수뢰액이 일정 금액 이상이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정범죄가중법’이라고 한다) 제2조에 따라 가중 처벌된다. 한편 누구든지 재개발사업 등의 시공자, 설계자 또는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선정과 관련하여 금품을 수수하는 등의 행위를 하면 도시정비법 제84조의2에 의한 처벌대상이 된다. 이 처벌규정은 조합 임원에 대한 공무원 의제 규정인 도시정비법 제84조가 이미 존재하는 상태에서 2012. 2. 1. 법률이 개정되어 신설된 것으로서, 기존 도시정비법 제84조의 입법 취지, 적용대상, 법정형 등과 비교해 보면 시공자의 선정 등과 관련한 부정행위에 대하여 조합 임원이 아닌 사람에 대해서까지 처벌 범위를 확장한 것일 뿐 조합 임원을 형법상의 수뢰죄 또는 특정범죄가중법 위반죄로 처벌하는 것이 너무 과중하여 부당하다는 반성적 고려에서 그 형을 가볍게 한 것이라고는 인정되지 아니한다.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이 사건은 형법 제1조 제2항의 적용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 그 밖에 원심판결 이유를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 2에 대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것은 정당하다.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뇌물죄에서 직무관련성 및 대가성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법률 적용을 그르친 잘못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권순일(재판장) 박병대(주심) 박보영 김재형 | 형법 제1조 제2항, 제129조,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11조 제5항, 제84조, 제84조의2 제1호 | 형사 |
【피 고 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정승일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6. 6. 30. 선고 2016노1101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기죄 등 재산범죄에서 동일한 피해자에 대하여 단일하고 계속된 범의하에 동종의 범행을 일정기간 반복하여 행한 경우에는 그 각 범행은 통틀어 포괄일죄가 될 수 있다. 다만 각 범행이 포괄일죄가 되느냐 경합범이 되느냐는 그에 따라 피해액을 기준으로 가중처벌을 하도록 하는 특별법이 적용되는지 여부 등이 달라질 뿐 아니라 양형 판단 및 공소시효와 기판력에 이르기까지 피고인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매우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특히 범의의 단일성과 계속성은 개별 범행의 방법과 태양, 범행의 동기, 각 범행 사이의 시간적 간격, 그리고 동일한 기회 내지 관계를 이용하는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후속 범행이 있었는지 여부, 즉 범의의 단절이나 갱신이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있는지 여부 등을 세밀하게 살펴 논리와 경험칙에 근거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2. 원심은, 피고인이 2008. 8.경 피해자에게 ‘한화증권에서 운영하는 펀드의 수익률이 세후 연 6.5%나 된다며 안심해도 좋으니 투자를 하라’고 거짓말하여 피해자로부터 2008. 8. 11.경부터 2012. 6. 22.경까지 총 7회에 걸쳐 491,210,000원을 교부받고, 2011. 12.경 피해자에게 ‘동양종금증권의 확정금리 7.5%의 고이율 펀드모집에 3억 원 한도의 구좌를 받았으니 이 구좌에 투자를 하라’고 거짓말하여 2011. 12. 28.경부터 2013. 6. 10.경까지 총 6회에 걸쳐 합계 400,000,000원을 교부받아 총 합계 891,210,000원을 편취하였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이를 포괄일죄로 보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사기)의 죄책을 인정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3. 그러나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의 사정, 즉 ① 한화증권 펀드와 동양종금증권 펀드를 구분하여 각 범행 사이의 시간적 간격을 보면, 한화증권 펀드 투자 명목의 제1심판결 별지 범죄일람표(1)의 순번 2번과 3번 범행 사이는 약 1년, 순번 5번과 6번 범행 사이는 약 2년 7개월, 동양종금증권 펀드 투자 명목의 위 범죄일람표(2)의 순번 2번과 3번 범행 사이는 약 1년 4개월에 이르는 점, ② 위 범죄일람표(1)의 순번 6번 범행은 피고인이 투자유인을 한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먼저 피고인에게 연락하여 여윳돈이 생겼다며 투자할 수 있느냐고 문의하자 비로소 피고인이 ‘빈 구좌가 생겨 투자가 가능하다’는 취지로 기망행위를 하기에 이른 것으로, 피고인이 먼저 투자를 제의한 그 이전의 범행과는 범행경위에 차이가 있는 점, ③ 동양종금증권 펀드의 경우 피고인이 2011. 12.경 동양종금증권으로부터 ‘고수익 7.5% 고정금리’라는 문자메시지를 받고 피해자에게 그 펀드에 투자할 것을 권유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 직전 범행인 한화증권 펀드 관련 위 범죄일람표(1)의 순번 5번 범행과도 약 1년 1개월의 시간적 간격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그 각 범행 사이의 범의의 단일성과 계속성이 인정된다거나 그 범행방법이 동일한 경우라고 쉽게 단정할 수 없다.
그러므로 이 사건 공소사실은 그 전부가 포괄일죄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 각 죄가 성립하여 실체적 경합범 관계에 있어, 그 각 죄의 이득액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제2호가 정한 5억 원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 형법상 사기죄만 성립할 여지를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 전부에 대하여 범의의 단일성과 계속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충분한 심리 없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사건 공소사실 전부를 포괄일죄로 인정하였으니, 거기에는 포괄일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이에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권순일(재판장) 박병대(주심) 박보영 김재형 | 형법 제37조, 제347조,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 형사 |
【피 고 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 새시대 담당변호사 류제산
【원심판결】
의정부지법 2016. 3. 29. 선고 2015노2867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누구든지 덫, 창애, 올무 또는 그 밖에 야생동물을 포획할 수 있는 도구를 제작·판매·소지 또는 보관하여서는 아니 되는데도, 피고인이 2015. 1. 18. 12:30경 파주시 문산읍 (주소 생략)에 있는 야산 부근에서 야생동물을 포획할 목적으로 전파발신기 6개를 부착한 사냥개 8마리와 전파수신기 1개, 수렵용 칼 2자루를 피고인의 코란도 화물차에 싣고 다님으로써 야생동물을 포획할 수 있는 도구를 소지하였다.”라는 것이다.
2.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들어 피고인이 소지하였던 ‘전파발신기를 부착한 사냥개와 전파수신기, 수렵용 칼’이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야생생물법’이라 한다) 제10조가 정한 ‘그 밖에 야생동물을 포획할 수 있는 도구’에 해당한다고 보아,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3. 그러나 원심의 이와 같은 판단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1)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하여야 하고 명문규정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대법원 2005. 11. 24. 선고 2002도4758 판결 참조).
(2) 야생생물법 제10조는 “누구든지 덫, 창애, 올무 또는 그 밖에 야생동물을 포획할 수 있는 도구를 제작·판매·소지 또는 보관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학술 연구, 관람·전시, 유해야생동물의 포획 등 환경부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야생생물법 제70조 제3호는 “제10조를 위반하여 덫, 창애, 올무 또는 그 밖에 야생동물을 포획하는 도구를 제작·판매·소지 또는 보관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야생생물법 제70조 제3호 및 제10조는 야생생물을 포획할 목적이 있었는지를 불문하고 야생동물을 포획할 수 있는 도구의 제작·판매·소지 또는 보관행위 자체를 일체 금지하고 있고, 그 도구를 사용하여 야생동물을 포획할 수 있기만 하면 그 도구의 본래 용법이 어떠하든지 간에 위 규정에 의하여 처벌될 위험이 있으므로 ‘그 밖에 야생동물을 포획할 수 있는 도구’의 의미를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할 필요가 있는 점, 야생생물법 제69조 제1항 제7호 및 제19조 제3항은 야생생물을 포획하기 위하여 폭발물, 덫, 창애, 올무, 함정, 전류 및 그물을 설치 또는 사용한 행위를 처벌하고 있는데, 덫, 창애, 올무는 야생생물법 제70조 제3호 및 제10조에서 별도로 그 제작·판매·소지 또는 보관행위까지 금지·처벌하고 있는 반면, 야생생물법 제69조 제1항 제7호 및 제19조 제3항에 함께 규정된 ‘폭발물, 함정, 전류 및 그물’ 등도 야생동물을 포획할 수 있는 도구에 해당할 수 있으나 이에 대하여는 야생생물법 제70조 제3호 및 제10조에서 특별히 언급하고 있지 않은 점, 야생생물법 제70조 제3호 및 제10조의 문언상 ‘그 밖에 야생동물을 포획할 수 있는 도구’는 ‘덫, 창애, 올무’와 병렬적으로 규정되어 있으므로 ‘그 밖에 야생동물을 포획할 수 있는 도구’ 사용의 위험성이 덫, 창애, 올무 사용의 위험성에 비견될 만한 것이어야 할 것인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야생생물법 제70조 제3호 및 제10조에 규정되어 있는 ‘그 밖에 야생동물을 포획할 수 있는 도구’란 그 도구의 형상, 재질, 구조와 기능 등을 종합하여 볼 때 덫, 창애, 올무와 유사한 방법으로 야생동물을 포획할 용도로 만들어진 도구를 의미한다고 할 것이다.
(3) 이러한 법리에 따라 살펴보면, 피고인이 소지하였던 ‘전파발신기를 부착한 사냥개와 전파수신기, 수렵용 칼’은 야생동물을 포획하는 데 사용된 도구일 뿐이지, 덫, 창애, 올무와 유사한 방법으로 야생동물을 포획할 용도로 만들어진 도구라고 보기 어렵다.
그런데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이 소지하였던 ‘전파발신기를 부착한 사냥개와 전파수신기, 수렵용 칼’이 야생생물법 제10조가 정한 ‘그 밖에 야생동물을 포획할 수 있는 도구’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 판단에는 형벌법규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상훈(재판장) 김창석 조희대(주심) 박상옥 | 헌법 제12조 제1항, 형법 제1조 제1항,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10조, 제19조 제3항 제1호, 제69조 제1항 제7호, 제70조 제3호 | 형사 |
【피 고 인】
【상 고 인】
피고인들
【원심판결】
서울동부지법 2015. 7. 2. 선고 2015노207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1. 피고인들의 상고이유에 앞서 직권으로 판단한다.
가. 구 여신전문금융업법(2015. 1. 20. 법률 제1306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70조 제2항 제2호 (가)목은 “물품의 판매 또는 용역의 제공 등을 가장하거나 실제 매출금액을 넘겨 신용카드로 거래하거나 이를 대행하게 하는 행위”를 통하여 자금을 융통하여 준 자 또는 이를 중개·알선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상 형벌법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문언에 따라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하므로, 위 규정은 신용카드로 대가를 지급할 실질 거래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실제 거래가 있었던 것처럼 가장하여 신용카드를 사용하거나 실제의 거래금액을 초과하여 신용카드에 의한 결제를 하게 함으로써 자금을 융통하여 주거나 이를 중개·알선한 경우에 한하여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4. 3. 11. 선고 2003도6606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신용카드에 의한 결제 대상인 지급원인이 실제로 존재하고 그 원인 금액 그대로 결제가 이루어진 경우에는 설사 신용카드를 사용한 실질 목적이 자금의 융통에 있다고 하더라도 위 규정에 의한 처벌대상은 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나.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고인 2는 2012년 초경 카드깡 브로커인 성명불상자(일명 ○○○)로부터 신용카드 거래를 가장하여 돈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자금을 융통해 주고 수수료 수입을 얻는 속칭 카드깡을 해 보자는 제의를 받고, 법무사 사무장으로 일하는 피고인 1에게 ‘법무사 사무실에서 부동산거래 업무를 위임받아 처리하면서 의뢰인들이 부동산 취득세, 등록세 등 관련 세금을 납부해 달라고 현금을 지급하면 카드깡을 하여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자금을 융통해 주고 수수료를 나누어 갖자’라고 제의하여 승낙을 받고, 그에 의해 생기는 수입은 결제 카드 종류에 따라 피고인 2가 결제금액의 1~2%, 피고인 1이 결제금액의 5%에 해당하는 수수료로 나누어 가지는 것으로 위 성명불상자와 순차로 공모하였다.
그에 따라 위 성명불상자는 2013. 8. 20.경 카드깡을 통하여 공소외 1에게 자금을 융통해 주기로 한 후 피고인 2를 통하여 피고인 1로부터 위 법무사 사무실 의뢰인인 공소외 2의 지방세 납부정보를 입수한 다음, 공소외 1의 롯데카드로 1,393만 원, 신한카드로 850만 원, 합계 2,243만 원을 공소외 2의 위 지방세 납부 명목으로 결제하는 한편, 그 무렵 공소외 2로부터 지방세 납부금으로 받은 현금 51,564,950원에서 피고인 1은 자신의 수수료를 제하고 나머지를 피고인 2에게 전달하고, 피고인 2도 자신의 수수료를 공제한 나머지 금액을 위 성명불상자에게 전달하고, 성명불상자는 공소외 1에게 1,620만 원을 융통해 주었다.
이를 비롯하여 피고인들 및 위 성명불상자는 2012. 10. 24.경부터 2013. 12. 6.경까지 사이에 제1심 판시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40건의 세금 납부 의뢰자의 지방세 납부를 성명불상자가 모집한 자금융통자들의 카드로 대신 결제하는 방법으로 이른바 카드깡을 통하여 자금융통자들에게 합계 222,521,378원을 제공하고 수수료를 챙겼다.
이로써 피고인들은 브로커인 성명불상자와 공모하여 물품의 판매 또는 용역의 제공 등을 가장하거나 실제 매출금액을 넘겨, 신용카드로 거래하거나 이를 대행하게 하는 행위를 통하여 자금을 융통하여 주었다.
다. 위 공소사실에 의하면, 피고인들은 성명불상의 브로커와 공모하여 피고인 1이 근무하는 법무사 사무실의 고객이 취득세, 등록세 등 지방세의 납부 대행을 의뢰하면서 현금을 맡긴 것을 기화로, 그 현금으로 지방세를 납부하는 대신 자금 융통을 원하는 제3자 명의의 신용카드 거래에 의하여 세금을 납부한 다음, 납세의무자가 맡긴 현금에서 피고인들 및 위 성명불상 브로커의 각자 몫에 해당하는 수수료를 차례로 공제하고 남은 최종 액수의 현금을 신용카드 명의자에게 지급하여 자금을 융통하여 주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이 신용카드 사용의 대상인 지방세 납부 거래가 실제로 존재하고 그 원인 금액 그대로 결제가 이루어진 이상, 설령 위와 같이 신용카드를 사용한 것이 실질적으로는 신용카드 명의자로 하여금 자금 융통을 받을 수 있도록 하려는 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물품의 판매 또는 용역의 제공 등을 가장한 경우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원심은, 위 공소사실과 같은 신용카드 거래를 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그와 같은 지방세 납부 명목의 신용카드 결제는 구 여신전문금융업법 제70조 제2항 제2호 (가)목에서 정한 ‘물품의 판매 또는 용역의 제공 등을 가장하거나 실제 매출금액을 넘겨 신용카드로 거래하거나 이를 대행하게 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의 판단을 유지하였다. 원심의 이러한 판단에는 구 여신전문금융업법의 해석과 적용을 그르쳐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2. 그러므로 상고이유 주장에 대한 판단에 나아가지 아니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권순일(재판장) 박병대(주심) 박보영 김재형 | 헌법 제12조 제1항, 형법 제1조 제1항, 구 여신전문금융업법(2015. 1. 20. 법률 제1306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0조 제2항 제2호 (가)목[현행 제70조 제3항 제2호 (가)목 참조] | 형사 |
【피 고 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박종국 외 4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4. 11. 6. 선고 2014노38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관세법상 포탈세액의 특정에 관한 주장에 대하여
구 관세법(2010. 12. 30. 법률 제1042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270조 제1항 제1호는 같은 법 제241조 제1항 및 제2항 또는 제244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수입신고를 한 자 중 세액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위하여 과세가격 또는 관세율 등을 허위로 신고하거나 신고하지 아니하고 수입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포탈한 관세액의 5배와 물품원가 중 높은 금액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여 관세포탈죄를 처벌하고 있다. 관세포탈죄는 포탈세액이 구체적으로 계산되어 확정될 수 있어야 하는 것인데, 장부 기타 증빙서류를 허위작성하거나 이를 은닉하는 등의 방법으로 실제 거래가격을 줄이거나 신고하지 아니함으로써 관세를 포탈한 경우, 포탈세액의 계산기초가 되는 당해 수입물품의 대가로서 구매자가 실제 지급하였거나 지급하여야 할 가격을 인정할 확실한 증거를 요한다고 고집할 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객관적, 합리적인 방법으로서 구 관세법이 규정한 제31조 내지 제35조를 순차적으로 적용하여 포탈세액을 추정하는 방법도 허용된다고 할 것이고, 그 추정계산의 기초가 되는 거래가격 또는 비용의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6조 위반죄뿐만 아니라 구 관세법 제270조 제1항에 의한 관세법위반죄의 성립을 인정하기 위하여는 포탈세액이 특정될 것을 요건으로 하는데,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구 관세법 제30조의 규정에 의하여 포탈세액을 특정할 수 있는 중국산 유기농 대두의 실제 단가를 인정하기 부족하고, 구 관세법 제31조 및 제35조의 규정에 의하여 포탈세액을 특정할 증거도 없다고 판단하였다.
앞에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시에 다소 부적절한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나, 원심이 포탈세액 추정에 관한 증명이 없다고 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것은 결론에 있어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관세법위반죄에서의 포탈세액의 특정 및 입증, 합리적 기준에 의한 포탈세액의 추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2. 피고인 1, 피고인 3, 피고인 4의 공모에 관한 주장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이 부분 공소사실에 관하여 무죄를 선고한 제1심의 판단이 정당할 뿐만 아니라, 피고인 1, 피고인 2, 피고인 4에 대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관세) 부분에 대하여 포탈세액을 특정할 수 없어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판단하는 이상 공범인 피고인 3의 범행 또한 성립할 여지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수입대행자와 실질적 수입자 사이의 공모관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3. 결론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용덕(재판장) 김신 김소영(주심) 이기택 | 구 관세법(2010. 12. 30. 법률 제1042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0조, 제31조, 제32조, 제33조, 제34조, 제35조, 제241조 제1항, 제2항, 제244조 제1항, 제270조 제1항 제1호, 형사소송법 제308조 | 형사 |
【피 고 인】
【항 소 인】
검사
【검 사】
남소정 외 1인
【원심판결】
대구지법 안동지원 2016. 1. 12. 선고 2015고정263 판결
【주 문】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 유】
1. 항소이유의 요지
이 사건 사고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 제2호에서 규정하고 있는 중앙선 침범 사고에 해당한다.
2. 판단
가. 피고인이 중앙선을 침범하였는지 여부
피고인은 유턴을 상시 허용하는 안전표지에 따라 유턴허용구역 내에서 흰색 점선인 표시선을 넘어 유턴하였다.
비록 피고인이 횡단한 부분의 도로에 도로교통법이 정하고 있는 중앙선이 그어져 있지는 않았지만, 아래와 같은 사정을 고려하여 보면 유턴허용구역의 흰색 점선에는 중앙선의 의미도 있다고 보아야 한다.
① 피고인이 횡단한 약 3m 정도의 위 흰색 점선 전후로는 황색 실선으로 그어져 있는 중앙선이 있다.
② 중앙선이 그어져 있지 않은 횡단보도에서도 중앙선 침범이 인정되는 경우가 있다(대법원 2001. 2. 9. 선고 2000도5848 판결, 대법원 2012. 2. 9. 선고 2011도12093 판결 참조).
③ 만약 위 흰색 점선 부분에 중앙선의 의미가 없다고 본다면, 반대차로에서 위 흰색 점선 부분을 넘어 들어와 사고가 난 경우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중앙선 침범으로 의율할 수가 없는 이상한 결과가 발생한다. 따라서 일방통행의 도로가 아닌 도로로서 차선이 표시되어 있는 도로의 중앙에 설치된 차선(이 사건 유턴허용구역 표시선인 흰색 점선 등)은 항상 중앙선의 기능을 겸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나. 이 사건 사고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 제2호에서 규정하고 있는 중앙선 침범 사고에 해당하는지 여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이 규정하는 중앙선 침범 사고는 교통사고가 도로의 중앙선을 침범하여 운전한 행위로 인해 일어난 경우, 즉 중앙선 침범행위가 교통사고 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경우를 말하며, 중앙선 침범행위가 교통사고 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라면 교통사고가 중앙선 침범 운행 중에 일어났다고 하여 이에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1994. 6. 28. 선고 94도1200 판결 참조).
아래와 같은 사정을 고려하여 보면, 이 사건은 피고인이 유턴 허용 지점에서 유턴을 함에 있어서 지켜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를 게을리한 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것일 뿐, 중앙선 침범이라는 운행상의 과실을 직접적인 원인으로 하여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사고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이 규정하는 중앙선 침범 사고로 볼 수 없다.
①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이 규정하는 중앙선 침범 사고는 교통사고의 발생지점이 중앙선을 넘어선 모든 경우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경우로 한정해석해야 한다(대법원 1998. 7. 28. 선고 98도832 판결 참조).
② 일반적인 중앙선 침범 사고와 이 사건과 같이 유턴이 허용되는 구간에서 반대차로의 차량 진행상황을 잘 살피지 아니하고 유턴을 하다 발생한 사고 사이에는 가해자의 과실의 정도 및 그 비난가능성에 있어 차이가 있다.
③ 구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비보호 좌회전 허용구역에서 좌회전을 하다 사고가 난 경우에는 신호위반으로 의율하였는데, 위 규칙을 개정하여 신호위반으로 의율하지 않게 되었다. 따라서 다른 과실이 경합되지 않은 이상 비보호 좌회전 허용구역에서 좌회전을 하다 피해자가 크게 다치지 않은 사고가 난 경우, 종합보험에 들어 있거나 피해자와 합의가 되면 형사처벌을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런데 이 사건을 중앙선 침범으로 보게 되면, 이 사건과 같은 상시 유턴가능구역에서의 유턴 시 사고와 위 비보호 좌회전 허용구역에서의 좌회전 시 사고에 있어서의 주의의무의 내용 및 정도가 유사함에도 불구하고 하나는 중앙선 침범으로 의율되어 형사처벌되고, 하나는 형사처벌되지 않는 불균형이 발생한다.
④ 유턴허용구역에서 유턴을 하는 자에게는 일반적으로 중앙선을 ‘침범’한다는 인식이 없다. 왜냐하면 침범이란 허용되지 않는 구역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하는데, 유턴허용구역에서의 유턴은 일정한 경우에 허용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⑤ 유턴허용 표지에는 이 사건과 같이 유턴이 허용되는 시기의 제한이 없는 경우와 좌회전 신호 시 등 유턴이 허용되는 시기의 제한이 있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만약 이 사건을 중앙선 침범으로 보게 되면 좌회전 신호 시 유턴이 허용되는 구역에서 좌회전 신호에 따라 유턴을 하다 사고가 난 경우 마찬가지로 중앙선 침범으로 보아야 할 텐데, 정상 신호에 따라 유턴을 하다 사고가 난 경우에도 중앙선 침범으로 의율하는 것은 가해 차량의 과실의 정도 등에 비추어 볼 때 합리적이지 않다.
3.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형한(재판장) 김수홍 이혜랑 |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1항, 제2항 제2호, 제4조 제1항, 형법 제268조,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 | 형사 |
【피 고 인】
【재심청구인】
피고인들
【검 사】
최성우 외 1인
【변 호 인】
변호사 박준영 외 3인
【재심대상판결】
전주지법 1999. 4. 29. 선고 99고합42 판결
【주 문】
피고인들은 각 무죄.
【이 유】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들은 ○○중학교 선후배관계에 있는 자들인바,
1999. 2. 5. 21:30경 피고인 1이 전북 완주군 (주소 1 생략) 소재 자신의 집에서 차량절도 범행을 하기 위하여 식칼 1개와 펜치 1개, 드라이버 2개, 흰색 목장갑 2켤레, 청색테이프 1개 등을 가지고 나오다가 피고인 3, 피고인 2를 만나 전북 완주군 ○○읍○○리 소재 △△대학교 구내에 들어가 함께 잠을 자다가, 1999. 2. 6. 01:00경 잠에서 깨어나 △△대학교 주변에 주차되어 있는 차량 안에서 금품을 절취하려 하였으나 마땅한 물건을 찾지 못하게 되자 부근을 배회하던 중, 위 같은 날 04:00경 피고인 1의 제의하에 인근에 있는 전북 완주군 (주소 2 생략) 소재 피해자 공소외 1(남, 37세), 공소외 2(여, 33세) 부부가 운영하는 □□슈퍼에 침입하여 금품을 강취하기로 결의하고, 합동하여,
가. 위 같은 날 04:00 위 □□슈퍼 앞에 이르러, 피고인 1이 먼저 담장을 넘어 들어가 시정되어 있는 대문을 열어주자 피고인 2, 피고인 3이 함께 대문 안으로 들어가, 피고인 1은 양손에 흰색 목장갑을 낀 상태로 식칼 1개를 집어 들고 피해자들을 협박하고, 피고인 2는 역시 양손에 흰색 목장갑을 낀 상태로 드라이버를 집어 들고 피해자들을 협박하고, 피고인 3은 피해자들이 피고인들의 인상착의를 알아채지 못하게 하기 위하여 피해자들의 눈과 입에 청색테이프를 붙이기로 하는 등 상호 역할분담을 한 다음, 피고인 1이 미리 준비한 십자드라이버를 이용하여 주방으로 통하는 시정된 새시문을 열자 피고인 2가 피고인 1로부터 십자드라이버 2개를 건네받아 주방에서 내실 작은방으로 통하는 시정된 새시문을 연 후, 피고인 3이 미리 준비한 라이터를 켜서 방 안을 비추고, 피고인 2, 피고인 1, 피고인 3의 순서로 내실 작은방으로 들어가, 피고인 1은 그곳에서 잠을 자고 있던 피해자 공소외 2의 목에 흉기인 전체 길이 31cm 정도의 식칼을 들이대고 “움직이지 마, 움직이면 죽여 버리겠다.”라고 협박하고, 피고인 2는 위 공소외 2의 남편인 피해자 공소외 1의 목에 흉기인 전체길이 27cm의 드라이버 1개를 들이대고 역시 위와 같은 말로 협박하고, 피고인 3은 미리 준비해온 청색테이프를 피해자 공소외 2, 공소외 1 부부의 눈과 입에 신속하게 부착하고, 장롱 속에서 넥타이와 살색 허리띠를 꺼내어 넥타이로 피해자 공소외 1의 양 손목을 뒤로 하여 묶고 살색 허리띠로 양 발목을 묶고, 계속하여 장롱 속에 있는 밤색 가죽혁대 2개를 꺼내어 피해자 공소외 2의 양손과 양 발목을 묶고 피해자들을 엎드리게 하고 이불을 뒤집어 씌워 항거불능케 한 다음, 피고인 3은 장롱 서랍 속에 있는 지갑 안에서 피해자들 소유의 현금 18만 원을 꺼내고, 피고인 1은 장롱 위 종이상자 위에 있던 아기베개를 위 식칼로 찢고 피고인 2가 위 아기베개 속에서 피해자들 소유의 18K 여자용 금반지 1개와 금목걸이 1개, 금팔찌 1개, 금귀고리 2개, 남자용 금반지 1개 등 시가 합계 200만 원 상당을 꺼내어 이를 강취하고,
나. 계속하여, 피고인 2가 피해자 공소외 2, 공소외 1 부부를 감시하고 있는 틈을 이용하여 피고인 1, 피고인 3은 내실 큰방으로 건너가 책상 서랍을 뒤지다가 내실 큰방에서 잠을 자고 있던 피해자 공소외 3(여, 77세)이 잠에서 깨어 놀라 “누구냐?”라고 고함을 지르자, 피고인 3이 곧바로 피해자 공소외 3의 입을 막고 피고인 1은 피해자 공소외 3의 얼굴을 주먹으로 3회 때린 다음 “돈이 어디에 있느냐?”면서 그녀의 목에 흉기인 위 식칼을 들이대고 그녀가 책상 서랍 속에 돈이 있다고 말하자, 피고인 3은 미리 준비해온 위 청색테이프를 피해자 공소외 3의 눈과 입에 부착하면서 그녀의 코 부분까지 청색테이프를 부착하고 위 청색테이프로 그녀의 양 손목과 양 발목을 묶어 항거불능케 한 다음, 피고인 1은 책상 서랍 속에 있던 피해자 공소외 3 소유의 현금 25만 원을 꺼내어 이를 강취하고, 이로 인하여 피해자 공소외 3으로 하여금 위 같은 날 04:30경 위 같은 곳에서 입과 코에 부착된 위 청색테이프로 인하여 비구폐쇄성 질식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이다.
2. 이 사건의 경과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 사실들이 인정된다.
가. 1999. 2. 6. 04:00경 전북 완주군 (주소 2 생략)에 있는 ‘□□슈퍼’에 3인조 강도가 침입하여 피해자 공소외 1, 공소외 2 등으로부터 현금과 패물을 강취하고, 피해자 공소외 3을 비구폐쇄성 질식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이 발생하였다.
나. 사건 발생 직후, 완주경찰서는 피해자 공소외 2, 공소외 1의 진술을 토대로 ‘20대 전후로 보이는 남자 3명, 피의자 중 1명은 경상도 말씨 사용’을 범인들의 특징으로 특정하여 광범위한 탐문수사를 한 끝에 그 지역민(○○)으로 정신지체장애 등이 있는 피고인들을 피의자로 체포하여 피고인들로부터 이 사건 범행에 관한 자백을 받아낸 다음,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였다.
다. 피고인들은 검찰에서도 대체적으로 공소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또 다른 공범인 공소외 4도 자신들과 함께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나, 이 사건 범행 당시 공소외 4가 다른 장소에 있었음이 증명되자, 담당 검사는 1999. 3. 13. 공소외 4를 제외한 피고인들에 대하여만 이 사건 공소를 제기하였다.
라. 피고인들은 수사기관에 이어 재심 전 제1심 재판과정에서도 공소사실을 그대로 인정하였고, 이에 이 법원은 1999. 4. 29. 피고인들의 자백진술과 피해자 공소외 2, 공소외 1의 각 진술, 사법경찰관 작성의 검증조서를 주된 유죄의 증거로 삼아 피고인 1을 징역 6년에, 피고인 2, 피고인 3을 각 징역 장기 4년 단기 3년에 처하는 내용의 판결(이하 ‘재심대상판결’이라 한다)을 선고하였다.
마. 피고인들은 재심대상판결에 대하여 광주고등법원 99노447호로 항소하였으나, 위 법원은 1999. 7. 2. 피고인들의 항소를 기각하였고, 이에 피고인 2가 대법원 99도3661호로 상고하였으나 대법원 역시 1999. 10. 22. 상고를 기각함으로써 그 무렵 피고인들에 대한 재심대상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었다.
바. 재심대상판결이 확정된 이후, 부산지방검찰청은 1999. 11. 24.경 이 사건 범행의 진범이 공소외 5, 공소외 6, 공소외 7(이하 ‘공소외 5 등 3인’이라 한다)이라는 제보를 받고 내사를 한 끝에 공소외 5 등 3인으로부터 자신들이 이 사건 범행의 진범이라는 자백을 받아내었으나, 2000. 1. 27. 범죄발생지 관할청인 전주지방검찰청으로 위 내사사건을 이송하였다. 전주지방검찰청은 이송받은 사건을 종전에 피고인들을 수사하여 기소하였던 검사인 공소외 8에게 배당하였고, 공소외 8은 공소외 5 등 3인을 조사한 후 공소외 5 등 3인의 자백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는 이유로 혐의없음 결정을 하고 내사를 종결하였다.
사. 한편 피고인 2는 위 무렵에 이 법원 2000재고합1호로 이 사건 범행의 진범인 공소외 5 등 3인이 검거된 사정과 ‘공소외 2, 공소외 9의 각 진술서’를 새로운 증거로 제출하며 재심대상판결에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 소정의 재심사유가 있다는 이유로 재심을 청구하였으나, 이 법원은 2000. 9. 29. 위 피고인의 재심청구를 기각하였고, 이에 피고인 2가 불복하여 광주고등법원 2000로6호로 항고하였으나, 위 법원 역시 2001. 11. 26. 위 피고인의 항고를 기각하였다.
아. 그 후 피고인들은 2015. 3. 5. 이 법원 2015재고합1호로 재심대상판결에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1, 5, 7호 소정의 재심사유가 있다는 이유로 재심을 청구하였고, 이 법원은 2016. 7. 8. 공소외 5 등 3인이 자신들이 이 사건 범행의 진범이라고 자백하는 내용의 진술들과 이들의 자백진술을 뒷받침하는 공소외 10, 공소외 11, 공소외 12, 공소외 2, 공소외 1 등의 참고인진술 등은 재심대상판결이 확정된 이후에 발견된 새로운 증거로서 피고인들의 무죄를 인정할 만한 명백한 증거에 해당하여 재심대상판결에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 소정의 재심사유가 있음을 이유로 재심개시결정을 하였고, 위 결정은 즉시항고기간의 경과로 그대로 확정되었다.
3. 판단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2. 12. 24. 선고 2002도5662 판결 등 참조). 또한 피고인이 수사기관이나 법정에서 공소사실을 인정하는 진술을 한 경우, 그 진술내용이 객관적으로 합리성을 띠고 있는지, 자백의 동기나 이유가 무엇이며, 자백에 이르게 된 경위는 어떠한지, 그리고 자백 이외의 다른 증거 중 자백과 저촉되거나 모순되는 것은 없는지 등을 고려하여 그 자백의 신빙성 유무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6도5407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들이 □□슈퍼에 침입하여 금품을 강취하고 피해자 공소외 3을 사망에 이르게 한 범행을 시인하는 취지의 각 진술은 그 진술내용이 일관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객관적으로 합리적이라고 볼 수 없고, 자백의 동기나 이유, 자백에 이르게 된 경위, 다른 증거들과 모순되는 점 등에 비추어 그 신빙성이 인정되기 어렵다고 할 것이며, 그 밖에 검사가 제출한 나머지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들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슈퍼에 침입하여 금품을 강취하고 나아가 피해자 공소외 3을 사망에 이르게 하였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가. 피고인들의 자백진술의 일관성 등
1) 피고인들은 비록 수사기관에서부터 재심 전 항소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자신들이 □□슈퍼에 침입하여 금품을 강취하고, 피해자 공소외 3을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는 내용의 공소사실을 시인하는 취지의 진술을 하였으나(다만, 피고인 2는 검찰 제1회 조사 시와 대법원 상고 시에는 자백진술을 번복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부인한 바 있다),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피고인들의 자백진술은 공범, 범행도구, 범행의 방법과 내용 등 범행의 주된 부분에 관한 진술내용이 전혀 일관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서로 간에도 모순되거나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적지 않다.
2) 피고인들은 경찰에서 처음에는 공소외 4를 포함하여 4인이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하였다가 공소외 4가 이를 부인하자, 위 진술을 번복하여 공소외 4의 가담사실을 부인하다가 검찰에서 다시 공소외 4도 자신들과 함께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는 취지로 진술을 변경하였고, 특히 피고인 2는 경찰 제2회 조사에서 자신은 공소외 4의 제의로 이 사건 범행에 가담하였을 뿐만 아니라 공소외 4가 이 사건 범행을 주도하였다고까지 진술하였으나, 앞서 본 바와 같이 공소외 4는 이 사건 범행 당시 다른 장소에 있었던 사실이 증명되어 검사는 공소외 4를 제외한 피고인들에 대하여만 이 사건 공소를 제기하였다(한편 피고인 3은 경찰 제1회 조사에서 피고인 1과 그날 처음 본 이름도 모르는 피고인 1의 친구 2인과 함께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면서 피고인 2와 공소외 4는 이 사건 범행의 공범이 아니라는 취지로 진술한 바도 있다).
3) 피고인들은 경찰에서 처음에는 당시 피고인 1이 드라이버로 피해자 공소외 2의 목을 누르며 위협하였다고 진술하였다가, 피해자 공소외 2가 자신은 칼로 위협을 당하였다고 진술하자 이를 받아들여 피고인 1이 칼로 피해자 공소외 2를 위협한 것으로 진술을 변경하였다(한편 피고인 1은 경찰 제1회 조사에서 당시 자신들은 칼을 전혀 소지하지 않았다고 진술하였으나 경찰 제2회 조사에서는 공소외 4가 과도를 가지고 있었다고 진술을 변경하였고, 그 후 경찰 제3회 조사에서부터는 자신이 집에서 펜치, 십자드라이버, 청색테이프 등과 함께 부엌칼을 가지고 나온 것으로 진술을 재차 변경하였으며, 나아가 피고인 2는 경찰 제1회 조사에서 공소외 4가 공범임을 전제로 공소외 4가 청색테이프를 준비하고, 피고인 1이 펜치와 십자드라이버를 준비하였다고 진술하기도 하였다).
4) 피고인 1은 경찰 제1회 조사에서 □□슈퍼의 바깥 새시문과 그 안쪽의 내실로 통하는 새시문을 자신과 피고인 2가 펜치를 사용하여 열었다고 진술하였다가, 경찰 제3회 조사에서는 자신이 먼저 펜치와 드라이버를 사용하여 바깥 새시문을 연 후에 피고인 2가 역시 펜치와 드라이버를 사용하여 안쪽의 새시문을 연 것으로 진술을 변경하였고, 그 후 검찰에서 다시 자신이 펜치와 드라이버를 사용하여 바깥 새시문을 열고 이어 피고인 2가 드라이버를 사용하여 안쪽의 새시문을 열었다는 취지로 진술을 재차 변경하였다. 피고인 3도 경찰 제1회 조사에서는 피고인 1이 펜치를 사용하여 바깥 새시문을 열고, 이어서 피고인 1이 드라이버로 안쪽의 새시문을 열었다고 진술하였으나, 검찰에서는 피고인 1이 펜치와 드라이버로 바깥 새시문을 열고, 피고인 2가 드라이버로 안쪽의 새시문을 열었다고 진술을 변경하였고, 피고인 2 역시 경찰 제1회 조사에서 피고인 1이 바깥 새시문을 드라이버를 사용하여 연 후에 공소외 4가 펜치로 안쪽의 나무로 된 문의 시정장치를 열었다고 진술하였다가, 검찰에서는 피고인 1이 펜치와 드라이버로 바깥 새시문을 열고, 이어 피고인 2가 드라이버로 안쪽의 새시문을 연 것으로 진술을 변경하였다.
5) 피고인 3은 경찰 제1회 조사에서 자신은 당시 피고인 1로부터 강취한 현금 중 58,000원을 건네받았다고 진술하였다가, 경찰 제1회 조사에서는 피고인 1로부터 6만 원을 건네받았다고 진술을 변경하였고, 피고인 1도 경찰에 처음 강취한 현금이 5, 6만 원 정도여서 피고인 3과 이를 반씩 나누어 가졌다는 내용의 자술서를 작성하여 제출하였다가, 경찰 제1회 조사에서는 강취한 현금이 25만 원이고 그중 자신이 10만 원을, 피고인 3, 피고인 2와 공소외 4가 각 5만 원씩을 나누어 가졌다고 진술을 변경하였다. 피고인 2 역시 경찰 제1회 조사에서는 자신이 궤짝 안에 있는 현금통에서 현금 45만 원을 가지고 나왔다고 진술하였으나, 검찰에서는 피고인들과 공소외 4 4인이 각 6만 원씩을 나누어 가져 당시 강취한 현금이 24만 원이라는 취지로 진술을 변경하였다.
6) 한편 피고인 3은 강취한 패물과 관련하여 경찰에서는 당초 패물을 보지 못하였다고 진술하였다가, 검찰 제1회 조사에서 피고인 2가 패물을 가지고 나오는 것을 보았다고 진술을 변경하였고, 그 후 검찰 제2회 조사에서 다시 패물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진술을 재차 번복하였다. 피고인 1도 경찰 제1회 조사에서는 패물을 가지고 나와 범행 직후 집 부근의 도랑에 버렸다고 진술하였으나, 경찰 제3회 조사에서부터는 패물에 관하여 모른다거나 피고인 2가 가지고 갔다는 취지로 진술을 변경하였다. 피고인 2도 경찰 제1회 조사에서는 패물을 공소외 4에게 모두 주었다고 진술하였으나, 경찰 제2회 조사에서는 금반지와 목걸이는 피고인 1의 집 부근의 하천에 버렸고 은반지는 여자친구에게 주었다고 진술을 변경하였다가, 나중에는 다시 패물은 땅에 묻었다고 진술을 재차 변경하였다.
나. 피고인들의 자백진술 자체의 객관적 합리성
1) 피고인 1은 수사기관에서 이 사건 범행 전날 21:30경 집에서 펜치 1개, 십자드라이버 2개, 청색테이프 1개를 바지 양쪽 주머니에 넣고, 부엌칼 1개를 허리춤에 차고 나와 피고인 3, 피고인 2와 함께 △△대학교에 가서 놀다가 새벽 01:00경 인근의 덤프트럭 2대에서 금품을 절취하려다 실패한 후, 새벽 04:00경 □□슈퍼에 침입하여 범행을 하였다고 진술하였는바, 피고인 1이 이와 같이 가방 등에 도구를 담지 않고 펜치 1개, 드라이버 2개, 청색테이프 1개, 부엌칼 1개를 호주머니에 넣거나 허리춤에 차고 나와 다른 곳에서 장시간 놀다가 □□슈퍼에 침입하여 강도를 하였다는 것은 쉽사리 이해가 되지 않는다.
2) 피고인 2는 경찰 제2회 조사에서 피고인 1이 집에서 나올 때 펜치와 일자드라이버, 십자드라이버, 청색테이프를 가지고 나왔을 뿐만 아니라 칼도 오른쪽 바지 주머니에 넣고 나왔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데, 이와 같이 피고인 1이 날카로운 칼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 나왔다는 것도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3) 피고인들은 수사기관에서 강취한 패물의 종류나 모양 등 성상에 관하여 아무런 진술도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 1, 피고인 2는 검찰에서 강취한 패물을 도랑에 버리거나 땅에 묻어 버렸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데(한편 피고인 1은 경찰에서 패물이 필요가 없을 것 같아 도랑에 버렸다고 진술하였다), 금품을 노린 피고인들이 강취한 패물의 성상에 관하여 아무런 기억도 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강취한 패물을 강취 당일 필요가 없을 것 같아 도랑에 버렸다는 것 역시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다. 다른 증거와의 모순점 등
1) 이 사건 직후 피해자 공소외 2 등은 경찰에서 범인은 20대 전후로 보이는 남자 3명으로 그중 1명은 경상도 말씨를 사용하였다고 진술하였는데, 피고인들은 익산 토박이들로서 경상도 말씨를 전혀 사용하지 않아 피해자 공소외 2 등이 말하는 범인의 특징에 부합하지 않는다.
2) 피고인들은 당시 □□슈퍼의 대문이 닫혀 있어 피고인 1이 담을 넘어 들어가 대문을 열어주었다고 진술하였는데, 이 역시 당시 대문이 고장 나 열려 있었다는 피해자 공소외 2, 공소외 1의 진술에 부합하지 않는다.
3) 피고인들은 수사기관에서 공소외 4가 당시 범행을 제의하거나 과도 또는 청색테이프를 준비하는 등 이 사건 범행을 주도하였다고 진술하였으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범행 당시 공소외 4가 다른 장소에 있었음이 증명되었으므로 공소외 4에 관한 피고인들의 진술은 모두 그대로 믿기 어렵다.
4) 피고인들은 범행 당시 강취한 현금의 액수에 관하여도 경찰에서는 5, 6만 원에서부터 45만 원까지 서로 일치하지 않는 진술을 하다가 검찰에서부터 현금 43만 원 정도라고 일치된 진술을 하였으나, 이 또한 강취당한 현금이 10여만 원이라는 피해자 공소외 2, 공소외 1의 진술에 부합하지 않는다.
5) 피고인 1, 피고인 2는 검찰에서 강취한 패물을 버리거나 땅에 묻었다고 진술하였고, 피고인 2는 강취한 패물 중 은반지는 자신의 여자친구에게 주었다고 진술하였는데, 피고인들이 패물을 버렸다는 부근 일대를 경찰이 수색하였으나 패물을 찾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 2의 여자친구로부터 은반지를 회수하여 피해자 공소외 2에게 확인하였으나 피해자 공소외 2는 자신이 강취당한 패물이 아니라고 진술하였다.
6) 피고인 1, 피고인 3은 피고인 1이 피해자 공소외 3의 안면 부분과 좌측 뺨 부위를 주먹으로 2~3회 가격하였다고 진술하였으나, 피해자 공소외 1 등의 진술 및 수사보고, 검시조서의 기재에 의하면 피해자 공소외 3의 시신에서 입 주위가 부은 것 외에 주먹으로 얼굴을 가격당한 것으로 보이는 외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7) 피고인들은 이 사건 범행 직전에 △△대학교 인근에 있는 화물트럭 2대를 운전석 유리를 발로 미는 등의 방법으로 문고리를 딴 후 실내에 침입하여 금품을 절취하려 하였다가 실패하였다고 진술하였으나, 이 사건 당일 △△대학교 인근에서 위와 같은 피해를 입었다는 트럭 운전사들의 신고가 경찰 등에 접수된 바는 없다.
라. 공소외 5 등 3인의 진술과의 비교 등
1) 공소외 5 등 3인은 이 사건 범행이 발생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공소시효가 그대로 남아 있던 2000. 1. 25.경 이 사건 범행에 관하여 자백을 하였는바, 공소외 5 등 3인이 강도치사와 특수강도의 무거운 죄책을 부담하면서까지 자신들이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고 허위진술을 할 아무런 이유나 동기를 찾아볼 수 없다. 또 이 사건 발생 직후 완주경찰서가 조사한 용의자의 특징은 ‘20대 전후로 보이는 남자 3명, 그중 1명은 경상도 말씨 사용’이었는데, 피고인들은 익산 토박이들로서 경상도 말씨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데 반하여, 공소외 5 등 3인은 부산 ◇◇초등학교 선후배로 경상도 말씨를 사용하므로, 공소외 5 등 3인이 완주경찰서가 파악한 범인의 특징에 더 부합한다.
2) 공소외 5 등 3인의 자백진술은 그 범행의 방법, 내용 등에 관하여 매우 구체적이고 일관될 뿐만 아니라, 주된 부분에 있어 서로 간에 모순되는 부분이 없다. 특히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범행 장소의 상황, 강취한 현금의 액수, 패물 등에 관한 피고인들의 진술은 피해자들인 유족들의 진술과 맞지 않고, 공소외 5 등 3인의 진술이 피해자들의 진술에 부합한다. 또 공소외 5 등 3인의 자백진술에는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슈퍼의 위치 및 내부구조, 잠을 자던 피해자들의 위치, 범행 중의 대화 내용 등 실제로 경험하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내용들이 담겨 있고, 이러한 진술내용은 모두 유족 등에 의하여 실제에 부합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3) 범행 장소의 상황과 관련하여 피고인들은 당시 □□슈퍼의 대문이 닫혀 있어 피고인 1이 담을 넘어 들어가 대문을 열어주었다고 진술한 데 반하여, 공소외 5 등 3인은 당시 대문은 닫혀 있지 않고 열려 있었다고 진술하였고, 앞서 본 바와 같이 유족인 피해자 공소외 2, 공소외 1도 당시 대문이 고장 나 열려 있었다고 하여 공소외 5 등 3인의 진술에 부합하는 진술을 하였다. 또 공소외 5 등 3인은 검찰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슈퍼의 위치나 내부구조, 당시 방에서의 피해자들의 위치 등을 약도 등으로 그렸는데, 이러한 약도 등의 내용은 모두 피해자들의 진술 등에 의하여 실제에 부합하는 것으로 확인되었고, 나아가 피해자 공소외 2는 수사기관에서 자신의 목을 누르던 도구가 차갑고 날카로워 ‘칼’인 줄 알고 ‘칼’이라고 진술하였다고 하나, 당시 범인이 그 도구로 피해자 공소외 2의 목을 계속 누르고 있었음에도 상처 하나 나지 않고 약하게 긁힌 흔적만 났을 뿐인 점에 비추어 그 도구는 피고인들이 진술한 ‘칼’이 아니라 공소외 5 등 3인이 진술한 ‘신호’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4) 피고인들은 앞서 본 바와 같이 당시 강취한 현금의 액수에 관하여 경찰에서는 5, 6만 원에서 45만 원까지 서로 일치하지 않는 진술을 하다가 검찰에서부터 어느 정도 일치하여 현금 43만 원 정도라고 진술하였는데, 공소외 5 등 3인은 처음부터 범행 당시 강취한 현금은 10여만 원에 불과하다고 일관하여 진술하였고, 피해자인 공소외 2, 공소외 1도 강취당한 현금은 10여만 원이라고 진술하여 공소외 5 등 3인의 진술에 부합하는 진술을 하였다. 또 피고인들은 강취한 패물에 관하여도 경찰에서는 언급을 하지 않거나 부인하는 등 서로 일치하지 않는 진술을 하다가 검찰에서 피고인 1, 피고인 2가 강취한 패물을 도랑에 버리거나 땅에 묻어 버렸다고 진술하였는 데 반하여, 공소외 5 등 3인은 일관하여 범행일로부터 며칠 후에 공소외 6이 부산에 내려와 공소외 11과 함께 공소외 12가 운영하는 ‘▽▽사’에 가서 강취한 패물을 팔았다고 진술하였고, 공소외 12도 1999. 2. 중순경 공소외 6 등으로부터 녹색 큐빅이 박힌 여자용 목걸이 등 패물을 44만 원에 구입한 사실이 있다고 하여 공소외 5 등 3인의 진술에 부합하는 진술을 하였으며, 피해자 공소외 2도 재심청구에 대한 심리절차에서 공소외 12가 매수하였다는 패물의 모양, 색깔, 종류 등이 자신이 강취당한 패물의 그것과 같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였다.
5) 피해자 공소외 2, 공소외 1은 최초 수사기관에서 조사받으면서 범행 당시 범인 중 1인이 피해자 공소외 2에게 “아기 돌반지는 어디 있느냐?”라고 물어 “금 모으기 운동할 때 팔고 없다.”라고 대답하였다고 진술하였는데, 공소외 6도 2000. 1. 25. 검찰에서 범행 당시 자신이 여자 피해자에게 “아기 돌반지는 어디 있느냐?”라고 물었더니 여자 피해자가 “다 팔아 먹었다.”라는 취지로 대답하였다고 진술하여 범행 중의 대화와 관련하여 피해자 공소외 2, 공소외 1의 진술에 부합하는 진술을 한 반면에, 피고인들은 이에 관하여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6) 공소외 5 등 3인은 당시 실신한 것으로 보이는 피해자 공소외 3의 얼굴에 물을 뿌리고 입안에 물을 흘려 넣어주었다고 진술하였고, 피해자 공소외 2, 공소외 1도 재심청구에 대한 심리절차에서 “당시 공소외 3의 얼굴이 물에 흠뻑 젖어 있었다.”라는 취지로 공소외 5 등 3인의 진술에 부합하는 진술을 한 반면에, 피고인들은 이에 대하여도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또 피해자 공소외 2는 재심청구에 대한 심리절차에서 전주교도소에 수감 중인 피고인 1을 면회하여 목소리를 확인하였는데, 범행 당시 자신이 들은 범인의 목소리가 아니었고, 반면에 내사사건 당시 부산지방검찰청에서 공소외 6을 조사한 동영상을 확인하였는데, 공소외 6의 목소리가 바로 범행 당시 자신이 들었던 범인의 목소리와 같았다고 진술하였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각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장찬(재판장) 황윤정 김진성 | 형법 제333조, 제334조 제2항, 제338조, 형사소송법 제308조, 제325조, 제420조 제5호 | 형사 |
【피 고 인】
【상 고 인】
피고인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법 2015. 11. 23. 선고 2015노3351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해외이주알선을 업으로 하는 사람으로서, 보증보험회사로부터 보증보험을 갱신받지 못해 외교부로부터 1차 경고 처분을 받았고 보증보험증권을 연장받을 수 있을지 불분명하여 등록이 취소될 우려가 있었음에도 이러한 사실을 계약상대방에게 고지하지 않은 채 캐나다 이민 업무를 대행하여 영주권을 발급받고 캐나다로 출국하게 해 주겠다는 조건으로 계약상대방과 계약을 체결하고 수수료를 지급받음으로써 부정한 방법으로 해외이주자를 모집하거나 알선하였다는 것이다.
2. 원심은 이민수속업무 대행계약의 내용이나 성질, 약정 수수료의 액수 등에 비추어 보면, 보증보험 미가입 상태나 등록요건 미비로 인한 등록 취소가능성은 계약 이행의 지속성에 대한 기대 정도나 사고 시의 손해보전가능성과 직접 관련된 요소여서 계약자가 당해 회사와 이민수속업무 대행계약을 체결할지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 중요한 고려요소가 되고, 계약상대방이 이러한 사정을 고지받았더라면 당해 계약 체결에 임하지 않았을 개연성이 크다고 보이므로, 피고인으로서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계약상대방에게 위와 같은 사정을 고지할 의무가 있었다 할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이 보증보험 미가입 등에 관하여 고지하지 않음으로써 계약상대방으로 하여금 마치 계약 이행의 지속성이나 사고 시의 손해보전가능성에 특별한 위험이 없는 것으로 믿고 이민수속업무 대행계약을 체결하게 하고 그에 따른 수수료도 지급받은 행위는 구 해외이주법(2014. 1. 21. 법률 제1227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해외이주법’이라 한다) 제15조 제1항 제2호(이하 ‘이 사건 처벌조항’이라 한다)의 ‘속임수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해외이주자를 모집하거나 알선’하는 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3.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해외이주법의 입법 취지와 규정 체계 및 각국의 이민정책 관련 정보에 대한 접근이 제한적인 현실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처벌조항의 ‘속임수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은 주로 시민권 취득이나 기타 해외이주의 요건 또는 성사 가능성 등 해외이주자 ‘모집·알선’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항이나 정보 등에 관하여 실체적 사실을 달리 고지하거나 정상적인 방법에 의해서는 계약상대방이 계약 체결에 임하지 않을 것임에도 허위의 정보를 제시하거나 사회통념상 부정하다고 인정되는 방법 등에 의하여 계약상대방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적극적 및 소극적 행위를 의미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런데 이 사건 공소사실에는 위와 같은 보증보험 미가입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는 점 외에 피고인이 캐나다 이민의 요건 등에 관하여 허위 정보를 고지하는 등 해외이주자 모집·알선 계약의 이행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항이나 정보 등에 관하여 계약상대방을 기망하였다거나 기타 부정한 방법을 사용하였다는 사실은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아니하다.
한편 해외이주알선업을 영위함에 있어서 보증보험계약은 그 등록요건으로서 이를 갖추지 못한 경우에 행정처분의 대상이 되고 경고나 업무정지 등 처분을 거쳐 등록이 취소될 수도 있으며 등록이 취소된 후에도 영업을 계속하는 경우에는 형사처벌을 받게 되지만(해외이주법 제15조 제1항 제1호), 아직 등록취소가 되지 아니한 이상 설령 보증보험계약이 갱신되지 않았더라도 해외이주계약 자체는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으며, 보증보험계약은 해외이주계약이 불이행된 경우 알선업체의 채무불이행책임을 보증하기 위한 장치로서 계약 체결 시 중요한 고려사항이기는 하나 계약 자체의 본질적 사항은 아닌 이상 그것이 갱신되지 않은 사실을 적극적으로 먼저 계약상대방에게 알려야 할 의무가 신의성실의 원칙상 인정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나아가 해외이주법 시행규칙은 ‘속임수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해외이주자를 모집하거나 알선한 경우’에는 1회 위반 시에도 바로 등록을 취소하는 것으로 행정처분 기준을 정한 반면, ‘보증보험가입 요건에 미달하게 된 경우’에는 그와 달리 1회 위반 시 경고, 2회 위반 시 업무정지 2개월의 처분을 거쳐 3회 위반 시에 등록을 취소하도록 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보증보험계약이 갱신되지 않아 미가입 상태라는 사실을 소극적으로 계약상대방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이 사건 처벌조항의 ‘속임수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해외이주자를 모집하거나 알선’하는 행위로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피고인의 행위를 속임수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해외이주자를 모집·알선한 행위로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해외이주법 제15조 제1항 제2호의 구성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용덕(재판장) 김신 김소영(주심) 이기택 | [1] 구 해외이주법(2014. 1. 21. 법률 제1227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0조의4 제1호, 제15조 제1항 제2호 / [2] 구 해외이주법(2014. 1. 21. 법률 제1227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0조의4 제1호, 제15조 제1항 제1호, 제2호, 구 해외이주법(2013. 3. 23. 법률 제1169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0조의5, 해외이주법 시행규칙 제11조 [별표] | 형사 |
【피 고 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노광래 외 1인
【원심판결】
인천지법 2016. 7. 21. 선고 2016노988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 당시 심신장애의 상태에 있었다는 취지의 주장은, 피고인이 이를 항소이유로 삼거나 원심이 직권으로 심판대상으로 삼지 않은 것을 상고이유에서 비로소 주장하는 것으로서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그리고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에 의하면,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서만 양형부당을 사유로 하는 상고가 허용되므로, 피고인에 대하여 그보다 가벼운 형이 선고된 이 사건에서 형의 양정이 부당하다는 취지의 주장도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또한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는 “원판결, 전심판결 또는 그 판결의 기초된 조사에 관여한 법관, 공소의 제기 또는 그 공소의 기초된 수사에 관여한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그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한 것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증명된 때”를 별도의 재심사유로 규정하고 있고, 이는 원판결이 위 공무원의 범죄행위로 얻어진 것이라는 점에 관하여 별도의 확정판결이나 같은 법 제422조 소정의 확정판결에 대신하는 증명이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를 가리킨다(대법원 1996. 8. 29.자 96모72 결정 등 참조). 피고인의 상고이유 주장과 기록을 살펴보아도, 원심판결이 그 판결에 관여한 법관의 범죄행위로 얻어진 것으로서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3호의 ‘재심청구의 사유가 있는 때’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와 다른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기택(재판장) 김용덕 김신(주심) 김소영 |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 제422조 | 형사 |
【재항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 신세기 담당변호사 오병국 외 1인
【원심결정】
서울중앙지법 2015. 5. 8.자 2015재노22 결정
【주 문】
원심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재항고이유를 판단한다.
1. 헌법재판소법 제47조는 제2항에서 “위헌으로 결정된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은 그 결정이 있는 날부터 효력을 상실한다.”라고 규정하면서, 제3항에서 “제2항에도 불구하고 형벌에 관한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은 소급하여 그 효력을 상실한다. 다만, 해당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에 대하여 종전에 합헌으로 결정한 사건이 있는 경우에는 그 결정이 있는 날의 다음 날로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한다.”라고 규정하고, 제4항에서 “제3항의 경우에 위헌으로 결정된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에 근거한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하여는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4항에 따라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 ‘위헌으로 결정된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에 근거한 유죄의 확정판결’이란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인하여 같은 조 제3항의 규정에 의하여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하는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을 적용한 유죄의 확정판결을 의미한다. 따라서 위헌으로 결정된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이 같은 조 제3항 단서에 의하여 종전의 합헌결정이 있는 날의 다음 날로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하는 경우 그 합헌결정이 있는 날의 다음 날 이후에 유죄 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되었다면, 비록 범죄행위가 그 이전에 행하여졌다 하더라도 그 판결은 위헌결정으로 인하여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한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을 적용한 것으로서 ‘위헌으로 결정된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에 근거한 유죄의 확정판결’에 해당하므로 이에 대하여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2.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재항고인은 2004년 8월 및 11월경 각 간통하였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되어 제1심법원에서 2008. 2. 19.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항소하였다. 항소심법원은 2009. 5. 20.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4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였고(이하 ‘재심대상판결’이라고 한다), 재항고인이 상고하였으나 2009. 8. 20. 상고가 기각되어 재심대상판결이 확정되었다.
나. 헌법재판소는 2008. 10. 30. 구 형법(2016. 1. 6. 법률 제1371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241조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결정하였다가(이하 ‘종전 합헌결정’이라고 한다), 2015. 2. 26. 구 형법 제241조가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하였다(이하 ‘이 사건 위헌결정’이라고 한다).
3.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구 형법 제241조는 이 사건 위헌결정에 따라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3항 단서에 의하여 종전 합헌결정이 있었던 날의 다음 날인 2008. 10. 31.로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하였다. 그 후인 2009. 5. 20. 선고된 재심대상판결은 이 사건 위헌결정으로 인하여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한 구 형법 제241조가 적용된 판결로서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4항에서 정한 ‘위헌으로 결정된 법률의 조항에 근거한 유죄의 확정판결’에 해당한다. 따라서 재심대상판결에는 위 규정에서 정한 재심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럼에도 이와 달리 원심은,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4항에 의하여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 유죄의 확정판결은 그 범행이 종전 합헌결정이 있는 날의 다음 날 이후에 이루어진 경우에 한한다는 전제 아래, 재항고인의 각 범행이 종전 합헌결정 다음 날 이전에 이루어졌다는 이유로 재심대상판결에 위 규정에서 정한 재심이유가 존재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이러한 원심결정에는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4항에서 정한 재심이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재판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재항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원심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대법관 박병대(재판장) 박보영 권순일(주심) 김재형 |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2항, 제3항, 제4항 | 형사 |
【피 고 인】
【상 고 인】
피고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6. 9. 6. 선고 2016노1619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47조 제1항, 제49조 제1항에 의하여 적용되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49조 제1항, 제50조 제1항 각 단서에서 공개명령과 고지명령의 예외사유의 하나로 규정한 ‘신상정보를 공개하여서는 아니 될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해당하는지는 피고인의 연령, 직업, 재범위험성 등 행위자의 특성, 당해 범행의 종류, 동기, 범행과정, 결과 및 그 죄의 경중 등 범행의 특성, 공개명령 또는 고지명령으로 인하여 피고인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와 예상되는 부작용, 그로 인해 달성할 수 있는 등록대상 성폭력범죄의 예방 효과 및 등록대상 성폭력범죄로부터의 피해자 보호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2. 2. 23. 선고 2011도16863 판결 등 참조). 한편, 위 규정의 내용과 취지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공개명령과 고지명령의 예외사유를 각각 별개로 판단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공개명령과 고지명령의 예외사유가 있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 근거와 이유가 공통되는 경우에는 함께 판단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에게 신상정보를 공개·고지하여서는 안 될 특별한 사정이 없다고 판단하여 피고인에게 2년간 신상정보의 공개·고지명령을 선고하였다.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피고인의 연령, 직업, 전과 및 범행의 종류, 동기, 범행과정, 결과 등 기록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피고인이 주장하는 정상을 참작하더라도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공개·고지명령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보영(재판장) 박병대 권순일 김재형(주심) |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47조 제1항, 제49조 제1항,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49조 제1항, 제50조 제1항 | 형사 |
【피 고 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이철훈
【원심판결】
부산지법 2016. 5. 13. 선고 2015노3740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형사소송법 제33조는 제1항 및 제3항에서 법원이 직권으로 변호인을 선정하여야 하는 경우를 규정하면서, 제1항 각 호에 해당하기만 하면 변호인이 없는 때에는 변호인을 선정하도록 규정한 반면, 제3항에서는 피고인의 연령·지능 및 교육 정도 등을 참작하여 권리보호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 한하여 피고인의 명시적 의사에 반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변호인을 선정하도록 정하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3조 제1항 각 호에 해당하는 경우가 아닌 한 법원으로서는 권리보호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지 않으면 국선변호인을 선정하지 않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선변호인의 선정 없이 공판심리를 하더라도 피고인의 방어권이 침해되어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는 형사소송법 제33조 제3항을 위반한 잘못이 없다(대법원 2013. 5. 9. 선고 2013도1886 판결 참조).
2. 기록에 의하면, 제1심법원은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인정하여 증거조사를 거쳐 변론을 종결한 후, 피고인을 징역 6월에 처하면서 2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하고 40시간의 성폭력치료강의 수강과 8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하는 판결을 선고한 사실, 제1심판결에 대하여 검사만이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하였는데, 원심법원은 국선변호인 선정 없이 공판심리를 진행하면서 양형조사관에게 양형조사를 명하는 한편, 합의를 위한 피고인의 요청에 따라 변론을 속행하였다가 변론을 종결한 후, 검사의 양형부당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을 징역 6월에 처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하는 판결을 선고한 직후 곧바로 피고인을 법정구속하고, 그 뒤 같은 날 변호사 공소외인을 피고인의 국선변호인으로 선정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따라 살펴보면, 피고인의 권리보호를 위하여 국선변호인을 선정해 줄 필요가 없다고 보아 국선변호인 선정 없이 공판심리를 진행한 다음 징역형을 선고하면서 피고인을 법정구속한 원심의 판단과 조치에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또는 피고인의 방어권을 침해하거나 형사소송법 제33조 제3항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다만, 헌법 제12조 제4항은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형사소송법은 헌법에 의하여 보장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구속 전 피의자심문 단계에서 “심문할 피의자에게 변호인이 없는 때에는 직권으로 변호인을 선정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제201조의2 제8항), ‘피고인이 구속된 때에 변호인이 없으면 법원이 직권으로 변호인을 선정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33조 제1항 제1호). 이와 같은 헌법상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와 형사소송법의 여러 규정, 특히 형사소송법 제70조 제1항, 제201조 제1항에 의하면 구속사유는 피고인의 구속과 피의자의 구속에 공통되고, 피고인의 경우에도 구속사유에 관하여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필요가 있는 점 및 국선변호인 제도의 취지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과 같이 피고인에 대하여 제1심법원이 집행유예를 선고하였으나 검사만이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한 사안에서 항소심이 변호인이 선임되지 않은 피고인에 대하여 검사의 양형부당 항소를 받아들여 형을 선고하는 경우에는 판결 선고 후 피고인을 법정구속한 뒤에 비로소 국선변호인을 선정하는 것보다는, 피고인의 권리보호를 위해 판결 선고 전 공판심리 단계에서부터 형사소송법 제33조 제3항에 따라 피고인의 명시적 의사에 반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국선변호인을 선정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을 지적하여 둔다.
3.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상훈(재판장) 김창석 조희대(주심) 박상옥 | 헌법 제12조 제4항, 형사소송법 제33조 제1항 제1호, 제3항, 제70조 제1항, 제201조 제1항, 제201조의2 제8항 | 형사 |
【피 고 인】
【상 고 인】
【변 호 인】
법무법인 평안 외 1인
【원심판결】
부산고법 2016. 6. 23. 선고 2015노499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피고인 1 변호인의 상고이유보충서, 참고서면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피고인 1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원심판결 이유를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 1에 대한 이 사건 변경된 공소사실(원심이 무죄로 판단한 부분 제외)이 유죄로 인정된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조세범 처벌법 제3조,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8조가 규정하는 조세포탈죄에 있어서의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위법이 없다.
그리고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에 의하면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서만 양형부당을 사유로 한 상고가 허용되므로, 피고인 1에 대하여 그보다 가벼운 형이 선고된 이 사건에서 형의 양정이 부당하다는 취지의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2. 피고인 3의 상고에 관하여
피고인 3은 상고이유서 제출기간 내에 상고이유서를 제출하지 아니하였고 상고장에도 그 이유의 기재가 없다.
3. 검사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조세범 처벌법 제11조 제1항은 조세의 회피 등을 목적으로 타인의 성명을 사용하여 사업자등록을 하는 행위를, 동조 제2항은 그와 같이 자신의 성명을 사용하여 사업자등록을 할 것을 허락하는 행위를 각 구성요건으로 하고 있는바, 위 규정의 내용, 입법 취지 및 형벌법규는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는 죄형법정주의의 원칙 등에 비추어 보면, 위 구성요건은 사업자등록에서의 사업자의 성명 그 자체를 다른 사람의 것을 사용하거나 이를 허락한 경우를 말하는 것일 뿐이고,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인의 사업자등록을 하면서 단지 법인의 대표자 성명을 다른 사람의 것을 사용하거나 이를 허락한 경우는 위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피고인 1, 피고인 2가 대표자의 성명을 빌려 공소외 주식회사 명의로 사업자등록을 한 행위, 피고인 3이 이를 허락한 행위는 조세범 처벌법 제11조의 각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피고인들에 대한 이 사건 변경된 공소사실(원심이 유죄로 판단한 부분 제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조세범 처벌법 제11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한편 검사는 원심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부분 전체에 대하여 불복한다는 취지의 상고장을 제출하였으나, 상고장이나 상고이유서 어디에도 피고인들에 대한 유죄 부분에 관한 상고이유의 기재가 없다.
4.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상옥(재판장) 이상훈 김창석(주심) 조희대 | 헌법 제12조 제1항, 형법 제1조 제1항, 조세범 처벌법 제11조 | 형사 |
【피 고 인】
【상 고 인】
피고인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법 2016. 8. 25. 선고 2016노1709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형법 제323조의 권리행사방해죄는 타인의 점유 또는 권리의 목적이 된 자기의 물건 또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취거, 은닉 또는 손괴하여 타인의 권리행사를 방해함으로써 성립한다. 여기서 ‘은닉’이란 타인의 점유 또는 권리의 목적이 된 자기 물건 등의 소재를 발견하기 불가능하게 하거나 또는 현저히 곤란한 상태에 두는 것을 말하고, 그로 인하여 권리행사가 방해될 우려가 있는 상태에 이르면 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하고 현실로 권리행사가 방해되었을 것까지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1994. 9. 27. 선고 94도1439 판결 참조).
원심은 그 채택 증거에 의하여, 피고인이 2011. 5. 9.경 체어맨 승용차 1대를 구입하면서 피해자로부터 차량 매수대금 2,000만 원을 차용하고 그 담보로 위 차량에 피해자 명의의 저당권을 설정해 주었음에도, 2011. 12.경 대부업자로부터 400만 원을 차용하면서 위 차량을 대부업자에게 담보로 제공하여 이른바 ‘대포차’로 유통되게 한 사실을 인정하고, 피고인이 피해자의 권리의 목적이 된 피고인의 물건을 은닉하여 권리행사를 방해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앞서 본 법리에 따라 기록을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 거기에 권리행사방해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상훈(재판장) 김창석 조희대(주심) 박상옥 | [1] 형법 제323조 / [2] 형법 제323조 | 형사 |
【피 고 인】
【상 고 인】
피고인들
【변 호 인】
변호사 김현익
【원심판결】
대구지법 2016. 7. 20. 선고 2015노3811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본안의 재판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과 제1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들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이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정당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소송비용부담의 재판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소송비용부담의 재판은 본안의 재판에 종속한다. 따라서 소송비용부담의 재판에 대하여는 본안의 재판에 관하여 상소하는 경우에 한하여 불복할 수 있고(형사소송법 제191조 제2항), 소송비용부담의 재판에 대한 불복은 본안의 재판에 대한 상소의 전부 또는 일부가 이유 있는 경우에 한하여 받아들여질 수 있다(대법원 2008. 7. 24. 선고 2008도4759 판결 참조).
기록에 의하면, 제1심은 피고인들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여 판시 형을 선고하면서 피고인들에게 소송비용을 연대하여 부담하게 하였고, 원심은 이러한 제1심의 결론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이처럼 본안의 재판에 대한 피고인의 항소가 이유 없는 이상 제1심의 소송비용부담 재판에 대한 불복은 인정될 수 없으므로, 위와 같은 원심의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소송비용부담의 재판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권순일(재판장) 박병대(주심) 박보영 김재형 | 형사소송법 제191조 | 형사 |
【피 고 인】
【상 고 인】
【변 호 인】
변호사 홍선기 외 1인
【원심판결】
부산지법 2016. 5. 26. 선고 2015노4075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인 2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를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피고인 2에 대한 사기의 점을 유죄로 판단한 조치는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법리오해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위법이 없다.
2. 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구 보조금의 예산 및 관리에 관한 법률(2011. 7. 25. 법률 제10898호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보조금법’이라 한다) 제40조는 “허위의 신청이나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보조금의 교부를 받은 자와 간접보조금의 교부를 받은 자 또는 그 사실을 알면서 보조금이나 간접보조금을 교부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허위의 신청 기타 부정한 방법’이란 정상적인 절차에 의해서는 보조금을 지급받을 수 없음에도 위계 기타 사회통념상 부정이라고 인정되는 행위로서 보조금 교부에 관한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적극적 및 소극적 행위를 의미하고, ‘부정한 방법으로 보조금의 교부를 받은’ 경우란 보조금의 교부대상이 되지 아니하는 사무 또는 사업에 대하여 보조금을 받거나 당해 사업 등에 교부되어야 할 금액을 초과하여 보조금을 교부받는 것을 의미한다(대법원 2001. 1. 5. 선고 99도4101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위와 같은 부정한 방법으로 당해 사업 등에 교부되어야 할 금액을 초과하여 교부받은 보조금의 금액이, 그 신청내용 중 진실한 보조사업에 대응하는 액수와 비록 보조금교부신청을 하지 아니하였으나 이를 신청하였더라면 보조사업으로 인정받아 지급받았을 것으로 보이는 사업에 대한 보조금을 합한 금액 이내라고 하더라도, 위와 같이 신청하지 않은 사업부분은 보조사업자의 보조금교부신청 및 행정청의 보조금교부결정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이어서 문제 된 보조금의 신청 및 교부와는 관련이 없으므로, 위와 같은 사정은 본죄의 성립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나. 원심판결 이유를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아래와 같은 사실들을 알 수 있다.
(1) 피고인 3 주식회사(이하 ‘피고인 3 주식회사’라고만 한다)가 2005년경 신축·이전한 위 회사의 사무동 건물에 누수 현상이 발생하여 사무실로 사용하는 2층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식당, 교육실 등으로 이용되는 1층에도 곰팡이, 얼룩이 생기는 등 이를 보수할 필요가 있었다.
(2) 이에 피고인 3 주식회사를 운영하는 피고인 2는 2010년 10월 말 시공업체들로부터 위 사무동 1층 철거·개축 및 비품 공사, 위 사무동 지붕, 외벽, 바닥의 방수공사에 대한 견적서를 제출받았다. 공소외 1 주식회사는 위 방수공사금액 36,510,000원(부가가치세 제외, 이하 특별한 언급이 없으면 부가가치세를 제외한 금액을 말한다)을 포함한 공사금액 합계 126,000,000원의 견적서를 제출하였다. ○○○○산업을 운영하는 피고인 1은 고용노동부에서 시행하는 고용환경개선지원금을 활용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고용환경개선을 위한 시설 등의 공사를 할 수 있다고 제의하면서, 직접적으로 근로자들의 생활 등에 제공되는 시설에 대한 공사가 아니어서 고용환경개선사업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생각한 방수공사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공사 및 비품에 대하여 합계금액 64,080,000원의 견적서를 제출하였다.
(3) 피고인 2는 피고인 1의 제의를 받아들여 2010. 11. 19. 부산지방노동청 양산지청에 방수공사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공사 및 비품에 대하여 견적금액을 102,141,000원으로 부풀려 고용환경개선계획을 제출하여 2010. 12. 15. 위 지청에서 위 견적금액을 승인받았다.
(4) 피고인 2는 2010. 12. 17.경 피고인 1과 사이에 방수공사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공사 및 비품에 대하여 64,080,000원에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이와 별도로 2010. 12. 20.경 △△△△△건축을 운영하는 공소외 2에게 위 방수공사를 38,000,000원에 맡겼다. 피고인 2는 2010. 12. 17.경 피고인 1과 함께 방수공사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공사 및 비품에 대하여 공사금액을 102,141,000원으로 부풀린 허위의 공사계약서를 작성하고, 2011. 1. 16.까지 피고인 1에게 공사대금 112,355,100원(부가가치세 포함)을 지급한 후, 2011. 4. 11. 위 지청에 위 허위의 공사계약서와 입금서류 및 고용환경개선사업 완료 후 실제로 증가한 근로자 수에 관한 서류, 공사완료신고서 등을 첨부한 고용환경개선지원금 신청서를 제출하여 그 무렵 위 지청으로부터 시설 등 투자 지원금 5,000만 원, 증가된 근로자 수에 따른 지원금 600만 원 합계 5,600만 원을 지급받았다(고용노동부고시 제2010-16호 중소기업 고용환경 개선지원금 지급규정 고시 제7조에 의하면, 시설 등 투자 지원금은 5,000만 원을 한도로 투자금액의 50%로, 증가된 근로자 수에 따른 지원금은 30명을 한도로 증가된 근로자 1명당 120만 원의 비율로 결정된다).
(5) 피고인 1은 2011. 1. 16. 피고인 3 주식회사 측에 부풀린 공사대금과 실제 공사대금의 차액인 38,061,000원(부가가치세 포함)을 돌려주었고, 피고인 3 주식회사 측은 2011. 1. 20. 방수공사를 시공한 △△△△△건축에 41,800,000원(부가가치세 포함)을 지급하였다.
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들의 위와 같은 행위는, 사전 계획하에 공사금액을 부풀린 허위의 공사계약서를 작성·제출하고 그에 따른 공사대금이 실제로 지급된 것과 같은 외관까지 만들어낸 것으로서, 사회통념상 부정한 행위라고 보이고, 보조금 교부에 관한 위 지청의 의사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고 보인다. 또한 설령 피고인들이 당시 방수공사까지 포함시켜 고용환경개선지원금을 신청하였더라도 동일한 금액의 보조금을 수령할 가능성이 있었고 실제로 위 지청에서 사후에 위 5,600만 원을 정당한 지급으로 처리하여 지원금 환수조치를 취하지 않기로 하였다고 하더라도, 위 방수공사는 애초에 피고인들의 고용환경개선지원금 교부신청 및 행정청의 교부결정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것이므로, 피고인들의 위와 같은 행위는 보조금법 제40조에서 정한 ‘허위의 신청이나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보조금의 교부를 받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와 달리,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피고인들의 행위가 ‘허위의 신청이나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보조금의 교부를 받은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라고 판단하였으니, 이 부분 원심판결에는 보조금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파기의 범위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원심판결 중 피고인 3 주식회사에 대한 부분과 피고인 1, 피고인 2에 대한 각 보조금법 위반 부분(피고인 1의 경우 제1심판결 별지 범죄일람표 순번 2번 부분)은 모두 파기되어야 하는데, 피고인 1, 피고인 2에 대한 위 각 부분은 피고인 1, 피고인 2에 대한 각 사기 부분(피고인 1의 경우 위 순번 2번 부분)과 각 상상적 경합의 관계에 있고, 한편 원심은 피고인 1에 대한 위 순번 2번 사기 부분과 나머지 유죄 부분이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다고 보아 하나의 형을 선고하였으므로, 결국 원심판결은 전부 파기되어야 한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상옥(재판장) 이상훈 김창석(주심) 조희대 | 구 보조금의 예산 및 관리에 관한 법률(2011. 7. 25. 법률 제10898호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0조(현행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제40조 참조) | 형사 |
【피 고 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한영식
【원심판결】
대전지법 2015. 11. 12. 선고 2015노1743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하여야 하고 명문규정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허용되지 아니한다. 이러한 법해석의 원리는 형벌법규의 적용대상이 행정법규가 규정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고 있는 경우에 그 행정법규의 규정을 해석하는 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대법원 1990. 11. 27. 선고 90도1516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07. 6. 29. 선고 2006도4582 판결 등 참조).
동물보호법 제33조 제1항은 ‘제32조 제1항 제1호부터 제3호까지의 규정에 따른 영업을 하려는 자’, 즉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개·고양이·토끼 등 가정에서 반려의 목적으로 기르는 동물(이하 ‘반려동물’이라 한다)과 관련된 동물장묘업, 동물판매업, 동물수입업을 하려는 자는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시장·군수·구청장에게 등록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동물보호법 제46조 제4항 제1호는 ‘제33조 제1항에 따른 등록을 하지 아니하고 영업을 한 자는 1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동물보호법 제32조 제2항은 “제1항 각 호에 따른 영업의 세부 범위는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그 위임에 따라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이하 ‘시행규칙’이라 한다) 제36조 제2호는 동물판매업을 ‘소비자에게 반려동물을 판매하거나 알선하는 영업’으로, 제3호는 동물수입업을 ‘반려동물을 수입하여 동물판매업자, 동물생산업자 등 영업자에게 판매하는 영업’으로, 제4호는 동물생산업을 ‘반려동물을 번식시켜 동물판매업자, 동물수입업자 등 영업자에게 판매하는 영업’으로 각각 규정하고 있다.
소비자란 일반적으로 ‘재화를 소비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그리고 위와 같이 시행규칙은 동물판매업의 판매·알선 상대방을 ‘소비자’로, 동물수입업과 동물생산업의 판매 상대방을 ‘영업자’로 분명하게 구분하여 규정하고 있다. 만일 동물판매업의 판매·알선 상대방인 ‘소비자’의 범위를 반려동물 유통구조에서 최종 단계에 있는 소비자에 한정하지 아니하고 다른 동물판매업자 등 영업자도 이에 포함된다고 보면 동물판매업의 판매·알선 상대방의 범위에 아무런 제한이 없다고 보는 셈이 되고, 결국 시행규칙 제36조 제2호가 판매·알선 상대방을 ‘소비자’로 규정한 것이 불필요한 문언으로 된다.
이러한 동물보호법과 시행규칙의 규정 내용, 소비자의 통상적인 의미 등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시행규칙 제36조 제2호에 규정한 ‘소비자’는 반려동물을 구매하여 가정에서 반려 목적으로 기르는 사람을 의미한다고 할 것이다. 여기서의 ‘소비자’에 동물판매업자 등 반려동물을 구매하여 다른 사람에게 판매하는 영업을 하는 자도 포함된다고 보는 것은 그 ‘소비자’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으로서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나므로 허용되지 아니한다.
그럼에도 원심은 시행규칙 제36조 제2호의 ‘소비자’에 반려동물 분양업자와 같이 반려동물을 구매하여 다른 사람에게 판매하는 영업을 하는 자도 포함됨을 전제로, ‘동물생산업자와 반려동물 분양업자 내지 판매업자 사이를 중개하고 수수료를 받는 영업’도 동물판매업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동물보호법상 등록 대상인 동물판매업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조희대(재판장) 이상훈(주심) 김창석 박상옥 | 헌법 제12조 제1항, 형법 제1조 제1항, 동물보호법 제32조, 제33조 제1항, 제46조 제4항 제1호,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제36조 제2호, 제3호, 제4호 | 형사 |
【피 고 인】
【상 고 인】
피고인 및 검사
【변 호 인】
법무법인 내일 담당변호사 황찬서
【원심판결】
대전지법 2016. 7. 14. 선고 2015노3753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과「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도주차량)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대전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검사의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 부분에 대한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무죄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를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로 인정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고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관련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위법이 없다.
한편 검사는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에 대하여도 상고하였으나, 상고장이나 상고이유서에 이 부분에 관한 구체적인 불복이유의 기재가 없다.
2. 피고인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상해, 공무집행방해 부분에 관하여
원심판결 이유를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상해 및 공무집행방해의 점이 유죄로 인정된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고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잘못 인정하거나 관련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위법이 없다.
나. 도로교통법위반(사고후미조치) 부분에 관하여
(1) 도로교통법 제2조 제26호는 ‘운전’이란 도로에서 차마를 그 본래의 사용 방법에 따라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운전의 개념은 그 규정의 내용에 비추어 목적적 요소를 포함하는 것이므로 고의의 운전행위만을 의미하고, 자동차 안에 있는 사람의 의지나 관여 없이 자동차가 움직인 경우에는 운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대법원 2004. 4. 23. 선고 2004도1109 판결 등 참조).
한편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은 차의 운전자가 ‘교통사고’로 인하여 형법 제268조의 죄(업무상과실치상죄)를 범한 경우를 처벌의 특례 적용 대상으로 정하고 있고(제3조 제1항), ‘교통사고’란 차의 교통으로 인하여 사람을 사상하거나 물건을 손괴하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제2조 제2호), 여기서의 ‘차의 교통’이란 차량을 운전하는 행위 및 그와 동일하게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밀접하게 관련된 행위를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 1. 11. 선고 2006도7272 판결 참조).
이러한 ‘운전’과 ‘차의 교통’의 해석에 관한 법리는 ‘차의 운전 등 교통으로 인하여’ 사람을 사상하거나 물건을 손괴한 경우 운전자 등이 취하여야 할 조치에 관한 의무를 규정한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에서의 ‘차의 운전 등 교통’의 해석에 관하여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할 것이다.
(2) 원심은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이 사건 사고는 피고인의 처가 피고인을 조수석에 태우고 승용차를 운전하여 호남고속도로 지선을 유성 방면에서 논산 방향으로 진행하다가 갓길에 정차하였고, 피고인의 처가 승용차에서 내린 후 승용차가 좌측 1차로 방향으로 후진하여 그 후미가 마침 1차로에서 진행하던 피해 차량의 전면을 충격하였다는 것인 점, ② 피고인은 이 사건 직후부터 일관되게 자신이 이 사건 당시 운전을 하지 아니하였다고 진술하였고, 이 사건 당시의 상황에 관하여 ‘처가 승용차를 정차하여 내린 후 피고인이 승용차의 대시보드나 가운데 부분에서 휴대전화를 찾으려고 뒤졌는데 바닥에 휴대전화가 보이지 아니하여 손으로 조수석과 운전석 쪽을 더듬었고 그 뒤 차량이 움직이는 느낌이 들었으며 경적소리가 들렸고 승용차가 멈춘 후 빠져나왔다’고 구체적으로 진술한 점, ③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CCTV 영상에 대한 감정결과 ‘이 사건 당시 승용차의 진행 과정에서 후진등과 브레이크등은 소등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승용차의 후진 과정에서 감·가속 또는 좌·우 방향의 현저한 운동 변화가 보이지 아니하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이 사건 당시 승용차는 중립 기어 상태에서 사이드브레이크 해제에 따라 오르막 도로의 경사에 의하여 자연스럽게 후진한 것으로 보이며, 이러한 과정에서 피고인이 주행 및 조향장치를 조작하였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는 의견을 제시한 점, ④ 피고인의 처는 수사기관에서 ‘이 사건 직전 피고인을 조수석에 태우고 운전을 하여 가던 중 피고인과 말다툼을 하게 되었고, 자신이 화가 나 승용차를 갓길에 대고 기어를 중립에 놓은 후 승용차에서 내려 유성 방면으로 걸어갔다’는 취지로 진술하여 이 사건 당시 승용차의 변속기가 중립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교통사고실황조사서에 의하면 이 사건 장소는 경사진 곳이었으므로 피고인의 운전 없이도 승용차가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⑤ 현장조사 결과에 의하면 이 사건 승용차를 갓길에 정차한 후 기어를 중립으로 놓자 바로 승용차가 뒤로 밀리기 시작하였고 갓길에서 1차로까지 동력 없이 대각선으로 이동이 가능하였던 점, ⑥ 이 사건 당시 피고인이 타고 있던 승용차는 고속도로 갓길에서 좌측 후방의 1차로 방향으로 후진으로 진행하였는데, 피고인이 음주상태였음을 감안하더라도 진행방향이 매우 이례적인 점, ⑦ 피고인이 타고 있던 승용차는 정차한 지 약 17분 후에야 후진하기 시작하였고, 피고인의 처가 기어를 중립으로 두고 승용차에서 내리자마자 승용차가 바로 움직이지 아니한 것에 관하여 피고인의 처는 제1심법정에서 ‘이 사건 당시 기어를 중립에 두고 습관적으로 사이드브레이크를 살짝 올렸으며 차량이 오래되어 사이드브레이크를 조금만 건드려도 쉽게 풀린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데, 피고인이 이 사건 당시 하였다는 ②항과 같은 행동에 비추어 보면 사이드브레이크가 걸린 상태에서 승용차가 정지하여 있다가 피고인이 움직이는 과정에서 사이드브레이크가 풀려 승용차가 움직이기 시작하였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이 사건 당시 ‘운전’을 하였다는 점이 증명되었다고 보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하고「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도주차량)[이하 ‘특정범죄가중법위반(도주차량)’이라 한다]의 공소사실을 무죄로 인정하였다. 그러면서도 원심은 동일한 사고와 관련한 도로교통법위반(사고후미조치)의 점에 대하여는 별다른 이유의 설시 없이 이를 유죄로 인정하였다.
(3) 그러나 사정이 이러하다면,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타고 있던 승용차가 그와 같이 후진하게 된 것은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에 규정된 ‘차의 운전 등 교통’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
(4) 그럼에도 피고인의 승용차가 후진한 것이 ‘차의 운전 등 교통’에 해당함을 전제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도로교통법위반(사고후미조치)의 점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단에는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의 ‘차의 운전 등 교통’의 의미와 그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파기의 범위
가. 원심판결 중 도로교통법위반(사고후미조치) 부분은 앞서 본 이유로 파기되어야 하는데, 원심은 이 부분이 유죄로 인정된 나머지 범죄사실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는 것으로 보아 하나의 형을 선고하였으므로 원심판결의 유죄 부분 전부를 파기하여야 한다.
나. 또한 원심이 이유에서 무죄로 인정한 특정범죄가중법위반(도주차량) 부분은 앞서 본 이유로 파기되어야 하는 도로교통법위반(사고후미조치) 부분과 상상적 경합관계에 있으므로 이 부분도 함께 파기되어야 한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의 유죄 부분과 특정범죄가중법위반(도주차량)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검사의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 부분에 대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조희대(재판장) 이상훈(주심) 김창석 박상옥 | 도로교통법 제2조 제26호, 제54조 제1항, 제148조,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2조 제2호, 제3조 제1항, 형법 제268조 | 형사 |
【피 고 인】
【상 고 인】
피고인들
【변 호 인】
변호사 최영
【원심판결】
인천지법 2016. 7. 6. 선고 2016노1107, 1813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 2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인천지방법원에 환송한다. 피고인 1의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피고인 2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변호사법 제116조의 규정에 의한 필요적 몰수 또는 추징은, 금품, 향응, 그 밖의 이익을 범인 또는 제3자로부터 박탈하여 그들로 하여금 부정한 이익을 보유하지 못하게 함에 그 목적이 있으므로(대법원 1993. 12. 28. 선고 93도1569 판결 등 참조), 몰수·추징의 범위는 피고인이 실질적으로 취득하거나 그에게 귀속된 이익에 한정된다. 한편 부가가치세는 사업자가 행하는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을 과세대상으로 하는 조세로서 사업상 독립적으로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는 자만이 납부할 의무가 있는 것이고(부가가치세법 제2조 제3호, 제3조 제1호, 제4조 제1호), 실질과세의 원칙상 과세의 대상이 되는 소득, 수익, 재산, 행위 또는 거래의 귀속이 명의일 뿐이고 사실상 귀속되는 자가 따로 있을 때에는 사실상 귀속되는 자를 납세의무자로 하여 세법을 적용하여야 한다.
나.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인 1이 ‘법률사무소 ○○’의 사업자인 피고인 2를 대신하여 피고인 2가 납부하여야 할 개인회생 등 사건의 부가가치세를 납부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이로써 부가가치세의 납세의무자인 피고인 2는 자신의 명의를 이용하여 개인회생 등 사건을 수임함으로써 발생하는 부가가치세 상당액의 지출을 면하여 결국 같은 금액 상당의 이익을 얻었다고 보아 그 금액을 포함하여 피고인 2에 대하여 추징을 명하였다.
다. 그러나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의하면, ① 피고인 1은 변호사인 피고인 2에게 명의대여의 대가를 지급하고 그 명의를 빌려 개인회생 등 사건을 독자적으로 처리하면서 담당 직원들을 직접 고용하여 급여를 지급하고 이른바 4대 보험의 보험료까지 납부한 반면, ② 피고인 2는 피고인 1이 처리한 개인회생 등 사건의 수임 상담, 서류 작성 등 관련 업무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 판시 개인회생 등 사건의 처리와 관련한 거래의 사실상 귀속자는 피고인 1이고 피고인 2는 명의상의 귀속자일 뿐이라고 볼 여지가 상당하다. 그렇다면 피고인 2가 그 법률사무소의 사업자등록 명의자라고 하더라도 피고인 1이 전담한 개인회생 등 사건의 처리와 관련한 부가가치세의 납부의무가 피고인 2에게 있다거나 피고인 1이 이를 피고인 2 대신 납부한 것이라고 쉽게 단정할 수 없다.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인 1이 부가가치세를 납부한 것으로 피고인 2에게 추징의 대상이 되는 어떤 이익이 있는지 등에 관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피고인 1이 피고인 2를 대신하여 부가가치세를 납부함으로써 피고인 2가 그 상당의 이익을 얻었다고 보아 그 이익을 피고인 2로부터 추징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추징액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피고인 2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2. 피고인 1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에 의하면 양형부당을 사유로 한 상고는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서만 허용된다. 위 피고인에 대하여 그보다 가벼운 형이 선고된 이 사건에서 형이 너무 무겁다거나 벌금과 징역을 병과한 것이 처벌의 형평성에 어긋나므로 부당하다는 취지의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3. 결론
그러므로 피고인 2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위 피고인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피고인 1의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권순일(재판장) 박병대(주심) 박보영 김재형 | [1] 변호사법 제34조 제3항, 제109조, 제116조 / [2] 변호사법 제116조, 부가가치세법 제2조 제3호, 제3조 제1호, 제4조 제1호 | 형사 |
【피 고 인】
【상 고 인】
피고인
【원심판결】
부산지법 2016. 5. 27. 선고 2016노619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재물손괴죄는 타인의 재물, 문서 또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손괴 또는 은닉 기타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한 경우에 성립한다(형법 제366조). 여기에서 손괴 또는 은닉 기타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하는 경우에는 물질적인 파괴행위로 물건 등을 본래의 목적에 사용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드는 경우뿐만 아니라 일시적으로 물건 등의 구체적 역할을 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들어 효용을 떨어뜨리는 경우도 포함된다. 따라서 자동문을 자동으로 작동하지 않고 수동으로만 개폐가 가능하게 하여 자동잠금장치로서 역할을 할 수 없도록 한 경우에도 재물손괴죄가 성립한다고 보아야 한다.
2. 원심은,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피고인의 행위로 이 사건 건물의 1층 출입구 자동문(이하 ‘이 사건 자동문’이라고 한다)이 일시적으로나마 자동으로 작동하지 않고 수동으로만 개폐가 가능하게 하여 잠금장치로서 역할을 할 수 없는 상태가 초래되었으므로, 이는 재물손괴죄를 구성하고 피고인에게 재물손괴의 고의도 있다고 판단하였다.
(1) 피고인은 2013. 12.경 공소외 1로부터 이 사건 자동문 설치공사를 187만 원에 도급받아 시공하면서 계약금 100만 원을 계약 당일, 잔금 87만 원을 공사 완료 시 지급받기로 약정하였다. 그런데 피고인이 2013. 12. 10. 위 공사를 마쳤는데도 잔금 87만 원을 지급받지 못하였다.
(2) 피고인은 위 잔금을 지급받지 못한 상태에서 2014. 1. 10.경 추가로 이 사건 자동문의 번호키 설치공사를 도급받아 시공하게 되자, 이 사건 자동문의 자동작동중지 예약기능을 이용하여 2014. 1. 20.부터 이 사건 자동문이 자동으로 여닫히지 않도록 설정하였다.
(3) 이에 따라 이 사건 자동문이 2014. 1. 20.부터 자동으로 여닫히지 않고 수동으로만 여닫히게 되었다. 공소외 1 등은 “이 사건 자동문이 자동으로 여닫히지 않고 수동으로만 여닫혀 결국 이 사건 건물에 도둑이 들었다.”라고 진술하였다. 이 사건 자동문 제조회사의 관리부장 공소외 2는 이 사건 자동문의 설치자가 아니면 이 사건 자동문의 자동작동중지 예약기능을 해지할 수 없다고 진술하였다.
3.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재물손괴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그리고 이 사건 자동문의 자동작동중지에 대하여 피해자의 승낙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의 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원심의 판단에 피해자의 승낙과 정당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또한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에 의하면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서만 양형부당을 이유로 상고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인에 대하여 벌금형이 선고된 이 사건에서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는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아니다.
4.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보영(재판장) 박병대 권순일 김재형(주심) | 형법 제366조 | 형사 |
【피 고 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 중원 담당변호사 이상선 외 3인
【원심판결】
울산지법 2016. 6. 2. 선고 2016노132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형사소송법 제232조 제1항 및 제3항은 반의사불벌죄에 있어 처벌을 희망하는 의사표시는 제1심 판결 선고 전까지 철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의사불벌죄에 있어 처벌을 희망하는 의사표시의 철회를 어느 시점까지로 제한할 것인지는 형사소송절차 운영에 관한 입법정책의 문제로, 위 규정은 국가형벌권의 행사가 피해자의 의사에 의하여 좌우되는 현상을 장기간 방치하지 않으려는 목적에서 그 철회 시한을 획일적으로 제1심 판결 선고 시까지로 제한한 것으로 볼 수 있다(대법원 1999. 4. 15. 선고 96도1922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제1심 법원이 반의사불벌죄로 기소된 피고인에 대하여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소송촉진법’이라고 한다) 제23조에 따라 피고인의 진술 없이 유죄를 선고하여 판결이 확정된 경우, 만일 피고인이 책임을 질 수 없는 사유로 공판절차에 출석할 수 없었음을 이유로 소송촉진법 제23조의2에 따라 제1심 법원에 재심을 청구하여 재심개시결정이 내려졌다면 피해자는 그 재심의 제1심 판결 선고 전까지 처벌을 희망하는 의사표시를 철회할 수 있다(대법원 2002. 10. 11. 선고 2002도1228 판결 참조). 그러나 피고인이 제1심 법원에 소송촉진법 제23조의2에 따른 재심을 청구하는 대신 항소권회복청구를 함으로써 항소심 재판을 받게 되었다면 항소심을 제1심이라고 할 수 없는 이상 그 항소심 절차에서는 처벌을 희망하는 의사표시를 철회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2.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반의사불벌죄인 근로기준법 위반죄로 기소되었고, 제1심 법원은 소송촉진법 제23조에 따라 공시송달의 방법으로 공소장 부본과 피고인 소환장 등을 송달한 다음 피고인이 불출석 상태에서 심리를 진행하여 유죄를 선고한 사실, 이후 피고인은 확정된 제1심 판결에 대하여 항소권회복청구를 하였고 위 청구가 인용됨에 따라 진행된 항소심 절차에서 피해자들이 더 이상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처벌불원서를 제출한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해자들이 한 처벌을 희망하는 의사표시의 철회는 제1심 판결 선고 후에 이루어진 것임이 분명하므로, 반의사불벌죄에 있어 처벌희망의사의 철회로서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
같은 취지에서 원심이 이 사건 공소를 기각하지 아니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반의사불벌죄에 있어 처벌을 희망하는 의사표시의 철회 시기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병대(재판장) 박보영 권순일(주심) 김재형 | 형사소송법 제232조 제1항, 제3항, 제345조,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3조, 제23조의2 | 형사 |
【피 고 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유한) 바른 담당변호사 박재윤 외 2인
【원심판결】
부산지법 2016. 9. 8. 선고 2015노2695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형사사건에서 상해진단서는 피해자의 진술과 함께 피고인의 범죄사실을 증명하는 유력한 증거가 될 수 있다(대법원 2011. 1. 27. 선고 2010도12728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상해 사실의 존재 및 인과관계 역시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인정할 수 있으므로, 상해진단서의 객관성과 신빙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그 증명력을 판단하는 데 매우 신중하여야 한다. 특히 상해진단서가 주로 통증이 있다는 피해자의 주관적인 호소 등에 의존하여 의학적인 가능성만으로 발급된 때에는 그 진단 일자 및 진단서 작성일자가 상해 발생 시점과 시간상으로 근접하고 상해진단서 발급 경위에 특별히 신빙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은 없는지, 상해진단서에 기재된 상해 부위 및 정도가 피해자가 주장하는 상해의 원인 내지 경위와 일치하는지, 피해자가 호소하는 불편이 기왕에 존재하던 신체 이상과 무관한 새로운 원인으로 생겼다고 단정할 수 있는지, 의사가 그 상해진단서를 발급한 근거 등을 두루 살피는 외에도 피해자가 상해 사건 이후 진료를 받은 시점, 진료를 받게 된 동기와 경위, 그 이후의 진료 경과 등을 면밀히 살펴 논리와 경험법칙에 따라 그 증명력을 판단하여야 한다.
한편 상해죄의 상해는 피해자의 신체의 완전성을 훼손하거나 생리적 기능에 장애를 초래하는 것을 의미한다. 폭행에 수반된 상처가 극히 경미하여 폭행이 없어도 일상생활 중 통상 발생할 수 있는 상처나 불편 정도이고, 굳이 치료할 필요 없이 자연적으로 치유되며 일상생활을 하는 데 지장이 없는 경우에는 상해죄의 상해에 해당된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피해자의 신체의 완전성을 훼손하거나 생리적 기능에 장애를 초래하였는지는 객관적, 일률적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연령, 성별, 체격 등 신체, 정신상의 구체적 상태 등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0. 2. 25. 선고 99도4305 판결, 대법원 2005. 5. 26. 선고 2005도1039 판결 등 참조).
2. 이 사건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2013. 11. 27. 16:00경 부산 동구 (주소 생략)에 있는 ○○○오피스텔 1층 관리사무실에서 위 오피스텔 704호의 세입자였던 피해자 공소외 1(63세)과 보증금 반환 문제로 언쟁을 하던 중 피해자가 피고인의 앞을 가로막자, 비키라고 하면서 양손으로 피해자의 상의 가슴 쪽 옷을 잡아당겨 옆으로 밀어 넘어뜨려 약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요추부 염좌상을 가하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원심은, 피해자의 진술과 상해진단서 등을 토대로 피해자가 피고인의 행위에 의하여 상해를 입었다고 평가함이 상당하다는 이유로 상해죄의 유죄를 인정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3. 그러나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① 피해자는 이 사건 범행이 있은 날로부터 7개월이 다 된 2014. 6. 24. 피고인을 고소하였는데, 처음에는 고소할 생각이 없어서 △△△병원에서 치료만 받고 진단서를 발급받지 않았다가 고소를 하기 위해 뒤늦게 진단서를 발급받았다고 진술하고 있고, 고소 직전인 2014. 6. 19. 상해진단서를 발급받은 것으로 보인다.
② 그런데 상해진단서의 발행일은 이 사건 범행 다음 날인 2013. 11. 28.로 기재되어 있고, 이에 대해 △△△병원장은 ‘상해진단서가 2013. 11. 28. 이미 발급되어 있었으나 피해자가 찾아가지 않고 있다가 2014. 6. 19. 내원해서 발급받아 갔다’는 취지로 사실조회회신을 하였다. 그러나 상해진단서 발행일에 대한 △△△병원장의 위와 같은 해명은 피해자의 위 진술에 비추어 석연치 않은 점이 없지 않다.
③ 상해진단서에 기재된 피해자의 병명은 요추부 염좌로 수상일로부터 2주간 치료를 요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피해자를 진료하고 진단서를 발급한 의사 공소외 2는 제1심 법정에서 ‘밀쳐서 다쳤고, 요추부 동통이 있다’는 피해자의 진술과 방사선 촬영검사 결과 피해자의 요추부가 일자로 서 있는 것을 보고 위와 같은 내용의 상해진단서를 발급하였다고 증언하였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방사선 촬영검사 결과 일자형 요추가 확인되기는 하였으나 퇴행성, 즉 노화의 흔적도 보였고 일자형 요추가 있다고 해서 바로 요추부 염좌라는 진단을 내릴 수 없지만 피해자가 요추부 동통을 호소하였기 때문에 요추부 염좌로 진단한 것이며, 동통은 여러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를 확인할 수는 없으므로 환자가 호소하는 대로만 기록하고 환자가 허리가 아프다고 하면 요추부 염좌 2주 진단은 얼마든지 나갈 수 있다’는 취지로 진술하기도 하였다.
④ 피해자는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시비가 있은 후 △△△병원을 방문하여 의사 공소외 2로부터 진료를 받기는 하였으나, 문진과 방사선 촬영검사 외에 물리치료 등 그가 호소하는 통증에 대하여 별다른 치료를 받은 바가 없고, 처방받은 약품도 구입하지 않았으며, 이후 다시 병원을 방문하거나 허리 부위와 관련하여 치료를 받은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4. 위와 같은 이 사건 상해진단서의 발급 경위, 진단 내용과 치료 경과, 의사가 진술하는 진단서 발급의 근거 등 여러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가 피고인의 행위에 의하여 요추부 염좌라는 상해를 입었다고 쉽게 단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럼에도 원심은 위와 같은 점을 제대로 살피지 아니한 채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으니, 거기에는 논리와 경험칙에 의하여야 할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나아가 이 사건 공소사실에는 폭행의 점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심리결과 상해 사실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폭행죄가 인정되면 유죄의 판결을 하고, 공소권이 없으면 공소기각의 판결을 하여야 한다.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피해자는 이 사건 직후 현장에 출동한 지구대 경찰관 앞에서 피고인의 행위에 대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였다. 이러한 피해자의 처벌불원의사가 명백하고 믿을 수 있는 방법으로 표현되었다고 평가되는 경우라면(대법원 2001. 6. 15. 선고 2001도1809 판결 등 참조), 반의사불벌죄에서 처벌을 희망하지 아니하는 의사를 명시적으로 표시한 이후에는 다시 처벌을 희망하는 의사를 표시할 수 없는 것이므로(대법원 1994. 2. 25. 선고 93도3221 판결 등 참조),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제기는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 때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마저 없지 아니하다.
5.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권순일(재판장) 박병대(주심) 박보영 김재형 | 형법 제257조 제1항, 형사소송법 제308조 | 형사 |
【피 고 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 더펌 담당변호사 정철승 외 1인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법 2014. 10. 17. 선고 2013노2778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공무원 의제규정의 적용에 관한 법리오해 주장에 대하여
가. 구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2007. 1. 19. 법률 제8258호로 제정되어 2016. 3. 22. 법률 제14076호로 개정되기 전까지의 것, 이하 ‘공공기관운영법’이라고 한다) 제53조는 ‘공기업·준정부기관의 임직원, 운영위원회 위원과 임원추천위원회의 위원으로서 공무원이 아닌 사람은 형법 제129조(수뢰, 사전수뢰) 내지 제132조(알선수뢰)의 적용에 있어서는 이를 공무원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고, 도로교통공단은 공공기관운영법에 따라 지정·고시된 준정부기관이다.
한편 도로교통법 제129조의2(2010. 7. 23. 개정되어 신설된 조항임)는 ‘도로교통공단의 임직원은 제123조 제11호부터 제13호까지의 업무 및 제147조 제5항, 제6항에 따라 도로교통공단이 대행하게 된 업무에 관하여 형법이나 그 밖의 법률에 따른 벌칙을 적용할 때에는 공무원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제123조 제11호부터 제13호까지의 업무’는 운전면허시험 관리업무, 운전면허를 받은 사람에 대한 적성검사업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위탁받은 도로교통안전에 관한 업무를 말하고, ‘제147조 제5항, 제6항에 따라 도로교통공단이 대행하게 된 업무’는 지방경찰청장 또는 경찰청장이 도로교통공단으로 하여금 대행하게 한 운전면허 관련 업무 또는 자동차운전학원의 강사 및 기능검정원에 대한 자격시험과 자격증 발급업무를 말한다.
나. 위 각 규정에 의하면, 도로교통공단의 임직원 등은 공공기관운영법에 따라 2007. 1. 19.부터 형법상 뇌물죄 등을 적용할 때에만 공무원으로 의제되었으나, 이후 도로교통법이 2010. 7. 23. 개정되면서 도로교통공단이 대행하는 운전면허시험 관리업무 등에 관하여 공무원으로 의제되는 규정이 신설되었다.
상고이유 주장은 도로교통법은 공공기관운영법에 대하여 특별법이고 도로교통법의 공무원 의제규정은 공공기관운영법보다 나중에 신설된 것이므로, 특별법 우선의 원칙 및 신법 우선의 원칙에 따라 도로교통법에 위 신설규정이 생긴 이후에는 도로교통공단 임직원 등에 대하여는 도로교통법 규정에 의한 공무원 의제규정만이 적용되고 공공기관운영법에 의한 공무원 의제규정은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 일반적으로 특별법이 일반법에 우선하고 신법이 구법에 우선한다는 원칙은 동일한 형식의 성문법규인 법률이 상호 모순·저촉되는 경우에 적용된다. 이때 법률이 상호 모순·저촉되는지 여부는 법률의 입법목적, 규정사항 및 적용범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89. 9. 12. 선고 88누6856 판결 등 참조).
그런데 공공기관운영법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과 자율경영 및 책임경영체제의 확립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정하여 경영을 합리화하고 운영의 투명성을 제고함으로써 공공기관의 대국민 서비스 증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고(제1조), 공기업·준정부기관과 기타공공기관으로 구분하여 지정·고시된 공공기관을 적용대상으로 한다(제2조 제1항, 제4조 내지 제6조). 그리고 공공기관운영법 제53조는 공공기관운영법이 2007. 1. 19. 법률 제8258호로 제정될 때부터 있던 조항으로, 공기업·준정부기관 임직원 등은 그 신분의 특성에 비추어 공무원에 버금가는 고도의 청렴성과 업무의 불가매수성이 요구되므로 이를 보장하려는 취지에서 담당업무의 성격을 불문하고 형법상 뇌물죄 규정을 적용할 때에 한정하여 공무원으로 보도록 규정하고 있다.
반면 도로교통법은 도로에서 일어나는 교통상의 모든 위험과 장해를 방지하고 제거하여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함을 목적으로 하고(제1조), 도로에서의 교통안전에 관한 교육·홍보·연구·기술개발과 운전면허시험의 관리 등을 통하여 교통질서를 확립하고 교통의 안전성을 높임으로써 도로에서 일어나는 교통상의 위험과 장해를 예방하는 데에 이바지하기 위하여 도로교통공단을 설립하도록 하고 있다(제120조). 그리고 (2010. 7. 23. 개정되어 신설된 조항임)는 도로교통법이 국가행정기관인 운전면허시험관리단에서 담당하던 운전면허시험 및 적성검사 업무를 도로교통공단으로 이양하는 등의 목적으로 2010. 7. 23. 법률 제10382호로 개정되면서 신설된 조항이다. 이는 도로교통공단의 임직원이 위와 같이 이양된 업무를 비롯하여 공무의 성격을 가지는 일정한 업무를 담당하는 경우 그 업무의 특성에 비추어 공공성과 공정성을 보장하려는 취지에서, 도로교통공단이 공공기관운영법에 따라 공공기관으로 지정·고시되었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형법이나 그 밖의 법률에 따른 벌칙을 적용할 때 뇌물수수죄 등에 한정하지 아니하고 공무원으로 보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공공기관운영법 제53조와 (2010. 7. 23. 개정되어 신설된 조항임)는 입법목적, 입법연혁, 규정사항 및 적용범위 등을 달리하여 서로 모순·저촉되는 관계에 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공공기관운영법에 따른 준정부기관인 도로교통공단의 임직원에 대하여 (2010. 7. 23. 개정되어 신설된 조항임)가 특별법 내지 신법으로 우선하여 적용되고 공공기관운영법 제53조의 적용이 배제된다고 볼 수 없다.
라.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이 사건 예비적 공소사실에 대하여 공공기관운영법 제53조에 따라 피고인을 공무원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특별법 우선의 원칙, 신법 우선의 원칙, 죄형법정주의,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형사법의 기본원칙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직무관련성에 관한 법리오해 주장에 대하여
공무원이 그 직무의 대상이 되는 사람으로부터 금품 기타 이익을 받은 때에는 그것이 그 사람이 종전에 공무원으로부터 접대 또는 수수받은 것을 갚는 것으로서 사회상규에 비추어 볼 때에 의례상의 대가에 불과한 것이라고 여겨지거나, 개인적인 친분관계가 있어서 교분상의 필요에 의한 것이라고 명백하게 인정할 수 있는 경우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직무와의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볼 수 없다. 공무원의 직무와 관련하여 금품을 수수하였다면 비록 사교적 의례의 형식을 빌려 금품을 주고받았다 하더라도 그 수수한 금품은 뇌물이 된다(대법원 2000. 1. 21. 선고 99도4940 판결 등 참조).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이 공소외인으로부터 받은 원심 판시 범죄일람표 1 순번 4 기재 300만 원 및 같은 범죄일람표 2 순번 1 내지 11 기재 향응은 직무관련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수긍이 된다.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뇌물수수죄에서 직무관련성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권순일(재판장) 박병대(주심) 박보영 김재형 | [1] 형법 제129조, 구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2016. 3. 22. 법률 제1407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3조, 도로교통법 제129조의2 / [2] 형법 제129조, 제130조, 제131조, 제132조, 구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2016. 3. 22. 법률 제1407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조, 제2조 제1항, 제4조, 제5조, 제6조, 제53조, 도로교통법 제1조, 제120조, 제123조 제11호, 제12호, 제13호, 제129조의2, 제147조 제5항, 제6항 | 형사 |
【피 고 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 광장 담당변호사 송평근 외 2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4. 11. 27. 선고 2013노3184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원심은, 제약사가 에이전시 업체와 영업사원을 위한 교육 컨텐츠 프로그램 계약을 체결하면서 그에 상응하는 계약대금을 지급하고, 에이전시 업체가 계약이행에 필요한 자문·강의를 하거나 설문조사에 협조하는 방식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한 의사 등에게 그에 상응하는 자문료, 강의료, 설문조사료를 지급하는 경우, 제약사의 에이전시 업자에 대한 계약대금의 지급 등은 원칙적으로 ‘의약품 채택·처방유도 등 판매촉진을 목적으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약사법 등 관련 법령에 의하여 금지되지 아니하나, 외관상으로는 계약대금의 지급 및 자문료, 강의료, 설문조사료 지급의 모습을 띠고 있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는 이를 빙자하여 제약사가 에이전시 업체를 통해 의사 등에게 의약품 채택·처방유도 등 판매촉진을 목적으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라면, 제약사의 계약대금 지급 등은 약사법 등 관련 법령에 의하여 금지되는 경제적 이익의 제공에 해당할 수 있다고 전제한 후, 피고인의 임, 직원이 공소외인과 공모하여 공소외인이 운영하는 △△컨설팅의 □□□□□□ 프로그램을 통하여 의사들에게 강의료 명목으로 금원을 지급한 것은, 의약품 판매촉진을 목적으로 의사들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아도,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하거나, 동영상 강의 대가에 관한 상당성이나 영업사원을 상대로 동영상 강의를 하게 된 경위 등에 관한 판단을 그르쳐 약사법위반죄 성립 여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기택(재판장) 김용덕 김신(주심) 김소영 | 형법 제30조, 구 약사법(2013. 3. 23. 법률 제1169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7조 제2항, 제94조의2, 제97조 | 형사 |
【피 고 인】
【검 사】
김영현 외 1인
【변 호 인】
변호사 조하영 외 3인
【주 문】
이 사건 공소를 기각한다.
【이 유】
1. 공소사실의 요지
가. 피고인 및 공소외 1의 지위
피고인은 더불어민주당의 당원이자 2010. 7. 1.부터 지방자치단체의 장인 정읍시장으로 재직 중인 사람이고, 공소외 1은 2016. 4. 13. 실시된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의 정읍·고창 선거구에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하였다가 낙선한 사람이다.
나. 범죄사실
누구든지 선거운동기간 전에 공직선거법에 규정된 방법을 제외하고는 선거운동을 할 수 없고, 선거에 의하여 취임하는 지방자치단체장은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1) 2016. 3. 13.자 공직선거법 위반
피고인은 2016. 3. 12. ‘○○산악회’의 제주도 한라산 등반행사에 참석하여 2016. 3. 13. 21:00경 공소외 1과 함께 목포항에서 정읍시로 돌아오는 버스에 동승한 다음, 그 버스에 탑승한 산악회 회원들인 선거인 38명을 상대로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여 달라는 취지로 말하고, 그 직후 공소외 1로 하여금 위 선거인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도록 하여, 더불어민주당 및 공소외 1을 위해 선거운동기간 전에 선거운동을 함과 동시에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사람임에도 부정선거운동을 하였다.
2) 2016. 3. 14.자 공직선거법 위반
피고인은 2016. 3. 14. 20:00경 정읍시 (주소 1 생략)에 있는 △△△한우 식당에서 정읍시 지역 시민들로 구성된 사적 친목모임인 ‘민주를 사랑하는 모임’ 행사에 참석하여 공소외 1이 자신에 대한 지지를 호소한 직후, 위 모임에 참석한 유권자 35명을 상대로 정읍·고창 선거구의 다른 후보자들인 국민의당 소속 공소외 2 후보와 무소속 공소외 3 후보를 비판하고 국회의원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에 대해 지지하여 줄 것을 호소하여, 더불어민주당 및 공소외 1을 위해 선거운동기간 전에 선거운동을 함과 동시에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사람임에도 부정선거운동을 하였다.
2. 공소장일본주의 위배 여부에 대하여
가. 피고인 및 변호인들의 주장 요지
검사는 이 사건 공소를 제기하면서 공소장에 별지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내용을 기재하였는바, 피고인 및 변호인은 이 사건 공소제기가 공소장일본주의에 위배되어 무효라고 주장한다.
나. 관련 법리
1) 공소장일본주의는 검사가 공소를 제기할 때에는 원칙적으로 공소장 하나만을 제출하여야 하고, 그 밖에 사건에 관하여 법원에 예단을 생기게 할 수 있는 서류 기타 물건을 첨부하거나 그 내용을 인용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원칙이다(형사소송규칙 제118조 제2항). 공소장에 법령이 요구하는 사항 이외의 사실로서 법원에 예단이 생기게 할 수 있는 사유를 나열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도 이른바 ‘기타 사실의 기재 금지’로서 공소장일본주의의 내용에 포함된다(대법원 1994. 3. 11. 선고 93도3145 판결 참조).
2) 공소장일본주의의 위배 여부는 공소사실로 기재된 범죄의 유형과 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에 공소장에 첨부 또는 인용된 서류 기타 물건의 내용, 그리고 법령이 요구하는 사항 이외에 공소장에 기재된 사실이 법관 또는 배심원에게 예단을 생기게 하여 법관 또는 배심원이 범죄사실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 장애가 될 수 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당해 사건에서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이러한 기준에 비추어 공소장일본주의에 위배된 공소제기라고 인정되는 때에는 그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 때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 공소기각의 판결을 선고하는 것이 원칙이다(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 다만 공소장 기재의 방식에 관하여 피고인 측으로부터 아무런 이의가 제기되지 아니하였고 법원 역시 범죄사실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 지장이 없다고 판단하여 그대로 공판절차를 진행한 결과 증거조사절차가 마무리되어 법관의 심증형성이 이루어진 단계에서는 소송절차의 동적 안정성 및 소송경제의 이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제는 더 이상 공소장일본주의 위배를 주장하여 이미 진행된 소송절차의 효력을 다툴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하나, 피고인 측으로부터 이의가 유효하게 제기되어 있는 이상 공판절차가 진행되어 법관의 심증형성의 단계에 이르렀다고 하여 공소장일본주의 위배의 하자가 치유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09. 10. 22. 선고 2009도7436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5. 1. 29. 선고 2012도2957 판결 등 참조).
다. 판단
1) 이 사건 공소장에 기재된 죄명과 적용법조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공소사실의 특정은 범죄의 시일, 장소 및 방법과 함께 선거운동이 금지되는 피고인의 지위, 선거운동에 있어 당선을 도모하는 목적의사의 대상이 되는 공소외 1의 지위와 더불어민주당과의 관계 등을 모두 설시하여도 제1항 ‘공소사실의 요지’ 정도의 기재로도 충분할 것으로 보이고, 검찰도 통상의 사건에서 공소사실을 위와 같은 방식에 따라 구성요건을 이루는 사실만을 나열하여 간략하고 명료하게 기재하고 있다.
2) 그런데 이 사건 공소장에는 다음과 같은 ‘기타 사실’ 및 ‘증거의 내용 인용 부분’이 기재되어 있다.
가) 공소장 제2의 가.항 전제사실 부분에 기재된 내용
(1) 피고인이 2016년 1월 중순경 지방선거 당시 자신을 위해 선거운동을 하였던 ‘심복’인 공소외 4, 공소외 5에게 공소외 1의 선거운동을 도와주도록 지시하여 위 사람들이 피고인의 지시로 공소외 1의 선거사무실 개소 및 선거캠프 관계자 인선 등의 업무를 도와주었다는 취지(공소장 3면 9행~13행)
(2) 피고인이 2016. 2. 2. 개최된 공소외 1 선거사무실 개소식에 직접 참석하여 공소외 1에 대한 피고인의 지지를 공공연하게 과시하였다는 취지(공소장 3면 13행~15행)
(3) 피고인이 2015년 12월경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당’이라고 한다) 중앙당에 정읍·고창 선거구의 정당 후보자가 누구로 결정되든지 돕겠다는 의사를 표현하고 더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후보를 위해 선거운동을 하기로 마음먹고 있었다는 취지(공소장 3면 16행~4면 2행)
(4) 피고인이 공소외 1의 인지도를 높이고 피고인이 공소외 1을 지지한다는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자신의 정무비서 공소외 6, 수행비서 공소외 7로 하여금 공소외 1을 위해 선거운동을 하고 있던 공소외 4, 공소외 8에게 피고인이 정읍지역 유권자들 상대로 하는 각종 행사일정을 알려주도록 하여 공소외 1이 위 각 행사에 참석하여 정읍지역 유권자들을 상대로 선거운동을 하게 하도록 하였고, 이에 따라 공소외 1이 피고인이 참석하는 행사 장소에서 선거운동을 하였다는 취지(공소장 4면 3행~5면 9행)
그러면서 공소장에는 각주 3)번으로 피고인의 비서들과 공소외 4, 공소외 8이 2016. 1. 3.경부터 2016. 4. 12.경까지 서로 연락한 횟수가 기재되어 있고, 각주 4)번으로 □□요양병원 총무과장 공소외 9가 ‘정읍시청으로부터 정읍시장이 100세 이상의 어르신에게 인사를 드리는 행사에 협조하여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기재하였음
나) 공소장 제2의 나.항 범죄사실 부분에 기재된 내용
(1) 피고인이 2016년 1월 중순경부터 2016. 4. 12.경까지 사이에 여러 모임에서 공공연하게 더민주당 및 공소외 1을 지지하는 발언을 계속하여 왔다는 취지(공소장 5면 17행~6면 1행)
(2) 공소외 1이 2016. 3. 13. ‘○○산악회’ 모임에 합류하여 피고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식당과 여객선에서 선거운동을 하였고, 피고인은 공소외 1과 별도로 여객선 객실을 돌아다니면서 “더불어민주당 파이팅!, 공소외 1 파이팅!”을 외치기도 하였다는 취지(공소장 6면 18행~7면 10행)
다) 한편 이 사건 공소장 제2의 나. (2)항에는 2016. 3. 14.자 공직선거법 위반의 점과 관련하여 〈피고인의 발언 내용〉이라는 소제목하에 피고인의 발언 내용이 다음과 같이 사각의 틀 안에 기재되어 있다.
피고인 발언 내용“아~ 지금 우리 정읍의 상황이 3파전이예요, 3파전이에요. 3파전.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공소외 2 의원, 그 다음에 이제 에~ 그래도 우리 지역의 정통야당 더불어민주당 공소외 1 후보, 그리고 이제 이게 정읍고창후보 선거구가 하나로 되면서 고창의 3선 군수를 한 무소속(공소외 3 지칭), 그런데 우리 고창의 그 무소속은 원래 우리 민주당이었어요. 그런데 우리 당에서 에~ 그 분의 그 사생활문제가 이~ 문제가 돼서 당에서 퇴출을, 출당을 준비를 하니까 본인이 스스로 탈당을 해서 무소속으로 군수를 했어요. 무소속으로. 그래서 지금 거기 3파전, 이 세 사람이. 팽팽하지요…….”“왜냐하면 또 이게 지역, 지역에 어떤 이기주의가 있잖습니까? 그러면 고창은 적은 이~ 유권자가 있고, 그 대신 또 이 정읍 안에 고창 출신들이 상당히 있어요. 이게. 그러니까 공소외 3 무소속 후보 쪽에서는 고창 표를 결집시키고 정읍에 계시는 고창 분들을 어떻게든지 이렇게 표를 모으면 당선된다. 이렇게 보니까, 하고. 그러기 때문에 정읍에서 표를 갈라먹을 수 있는 사람은 지금 공소외 2 후보하고 공소외 1 후보, 그러니까 이 3파전이지만 잘못하다가는 고창(공소외 3 지칭)한테 뺏길 수도 있어요. 이게 예 이런 상황, 이런 상황. 그래서 어떤 시점에서는 우리 공소외 1 후보가 예…….”“그래서 마침 우리 참, 청년 그 우리 모임이 있다고 해서 저~ 늦게사 알았지만, 정말 총알택시를 쫓아왔어요. 사실은…….”“여러분! 이것은 아니라고 생각할 때는 우리가 과감하게 한번 힘을 모아서 이번 총선에서 좌우간 그~ 더불어민주당이 그래도 잘 되어야 정권교체의 희망이 있는 것이지, 지금 어떤 뭐 국민의당 뭐 뭐 이걸 해봐야…….”“저는 절대 그것은 현실적으로, 지금 전국의 여론조사에서도 지지도에서도 뭐 엄청난 차이가 나지 않습니까? 한때는 호남 쪽에서 공소외 10 당이 40% 지지가 넘었어요, 공소외 10 당이. 그러니까 그쪽으로 따라가면 그냥 국회의원 한 번 더 할 생각하고, 그냥 탈당하고 떠난 사람들(공소외 2 지칭)이 지금 코빠치고 있지 않습니까? 사실은. 현재. 정치인, 이런 정치인들은 정치할 자격이 없어요. 자기가 추구하는 그 어떤 정치이념, 신념이 아무리 현재 어렵더라도 그것을 돌파하고 자기의 신념을 관철시키는 그런 이…… 의지를 가진 정치인이어야만이 우리가 대세로 또…… 드리는 그런 정치인이지, 그런 시세에 이렇게 저렇게 해가지고 뭐 공소외 10 따라가면 그냥 국회의원 되니까(공소외 2 지칭) 한 번 더 하자. 이런 것은 우리가 용납해서는 나는 안 된다고 봅니다, 사실은…….”“여러분! 정말 함께 해 주시고, 여러분들의 젊음, 그리고 그 조금은 시간을 좀 모아서 이번에 대한민국이 잘 되도록 여러분들이 꼭 좀 도와주세요. 내가 소주를 여러 잔 먹고 왔더니 좀 말이 앞뒤가 안 맞는지 모르겠는데, 맥은 같지 않습니까? 이번 총선에서 우리 더불어민주당의 힘이요, 그리고 이것이 정권대창출하고, 정권창출하고, 정말 저는 공직 있지만 이 정권이 계속 여에서 야로 야에서 여로 이렇게 가야 그 정권…… 자들이 국민을 무시하지 않고…… 그러지, 그냥 방향 제시하는 대로 다 그쪽으로 가버리면 나중에 국민을 무시해요. 그러니까 이제 한두 번 정도 새누리당으로 가든가, 이제는 민주당으로 이렇게 해서 균형을 잘 잡고 그러면서…… 균형 발전하고, 또 남북관계도 새로운 길을 열고 이것이 지금 우리가 꼭 해야 할 일이다. 저는 이런 생각이 들어서 더 여러분들한테 간곡히 호소를 합니다. 여러분! 나 때문에 이 귀중한 시간 이렇게 빼앗겨서 죄송하고, 여러분! 부탁합니다.”
3) 판단
가)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공소사실의 특정은 제1항 기재 ‘공소사실의 요지’ 정도의 기재로도 충분하고, 위 각 ‘기타 사실’ 등 기재 내용은 이 사건 공소사실의 구성요건과 별다른 관련이 없음에도 피고인이 이 사건 공소사실 외에도 더민주당 및 공소외 1을 위하여 금지된 선거운동을 하였거나 공소외 1의 선거운동을 지속적으로 도와주었다는 인상을 주어 피고인이 이 사건 공소사실도 충분히 저지를 수 있다는 강한 유죄의 심증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서 법관에게 예단을 생기게 하여 법관이 범죄사실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 장애가 될 수 있는 내용들이다.
나아가 이 사건 공소장 제2의 가.항 전제사실 부분에 기재된 내용 중 각주 3)번과 4)번에 기재된 내용은 검사가 유죄의 증거로 제출한 ‘내사보고(통신사실 분석 관련)’, ‘공소외 9에 대한 검찰 진술조서’ 및 ‘통화내용 분석자료’(증거목록 순번 39번, 48번, 132번)의 내용을 인용한 것으로, 검사는 증거서류의 내용을 인용하여 마치 해당 부분 ‘추단’ 사실들이 진실한 것이라는 인상을 주고 있는바, 이와 같이 증거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증거서류의 일부 내용을 공소사실에 기재한 것은 법관에게 예단을 주기에 충분한 기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나) 위 각 ‘기타 사실’ 등 기재 내용은 공소사실의 특정을 방해하고, 앞서 본 바와 같이 법관으로 하여금 강한 유죄의 심증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이어서 피고인으로는 이 사건 공소사실 구성요건 외에 위 각 ‘기타 사실’ 등 기재 내용에 대하여도 방어할 수밖에 없다 할 것인바,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도 어렵게 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다) 물론 범죄의 유형과 내용에 따라서는 구성요건 사실 자체만을 간략히 기재하는 것만으로는 공소사실을 특정하기 어렵거나 그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 곤란하여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나 주변사실 또는 간접사실 등을 상세히 기재할 필요가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선거운동’은 특정 선거에서 특정 후보자의 당선 또는 낙선을 도모한다는 목적의사가 객관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서, 이에 해당하는지는 행위를 하는 주체 내부의 의사가 아니라 외부에 표시된 행위를 대상으로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인바(대법원 2016. 8. 26. 선고 2015도11812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공소사실의 특정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제1항 ‘공소사실의 요지’ 정도의 기재로도 충분하고, 위 각 ‘기타 사실’ 부분 등을 제외한다고 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의 특정이나 내용 전달에 어떤 부족함이 발생한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이 사건 기록을 살펴보아도 사건의 배경이나 범행 동기, 경위 등을 상세히 기재하지 않거나 증거의 내용을 그대로 인용하지 않으면 안 될 구체적인 사정을 발견할 수 없다.
라) 한편 이 사건 공소장 제2의 나. (2)항〈피고인의 발언 내용〉에 기재된 내용은 피고인의 발언을 그대로 인용하는 형식으로 기재되어 있는데, 이는 검사가 유죄의 증거로 제출한 ‘CD’ 및 ‘원본 녹취록’(증거목록 순번 33번, 35번)의 내용을 그대로 인용한 것이다.
이와 같은 내용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2016. 3. 14.자 공직선거법 위반의 점을 인정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내용으로서 그와 같은 내용의 증거가 존재하고 증거능력이 인정되기만 하면 바로 이 부분 공소사실의 존재를 인정할 수 있는 핵심 증거에 해당하고, 변호인들은 이 사건에서 위 각 증거들에 대해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증거로 함에 동의하지 아니하여, 이 법원은 제9회 공판기일에 이르러 녹음자인 공소외 11을 증인으로 신문한 후 위 각 증거들에 대해 조사하였다.
그런데 이 사건 공소장에는 그 증거들에 나타나는 피고인의 발언 내용 중 핵심적인 부분이 그대로 인용·기재되어 법관이 공소제기와 동시에 이를 볼 수 있는 상태로 되어 있었으므로 사실상 공소제기의 단계에서 증거조사가 이루어진 것과 다름없는 결과가 되었는바, 이와 같은 증거서류의 내용을 인용하여 공소사실에 기재한 것은 법관에게 예단을 주기에 충분한 기재라고 하지 않을 수 없고, 이는 공소장일본주의를 정면으로 중대하게 위반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마) 피고인의 변호인들은 이 법원 제1회 공판기일 전에 제출한 2016. 7. 12.자 의견서와 증거조사가 이루어지기 전인 2016. 9. 1.자 의견서를 통해 이 사건 공소장이 공소장일본주의에 위배된다고 주장하였고, 제1회 공판기일에서도 같은 취지로 주장하였는바, 이와 같이 이 사건 공소장에 의한 공소제기가 공소장일본주의에 위배되었다는 변호인의 이의가 제기되어 있는 이상, 그 후 증거조사 등의 공판절차가 진행되어 심증형성의 단계에 이르렀다고 하여 공소장 기재 방식의 하자가 치유된다고 볼 수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는 공소장일본주의에 위배되어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에 의하여 이 사건 공소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진광철(재판장) 임윤한 김동관 | 공직선거법 제60조 제1항 제4호, 제254조 제2항, 제255조 제1항 제2호, 형사소송법 제254조, 제327조 제2호, 형사소송규칙 제118조 제2항 | 형사 |
【피 고 인】
【상 고 인】
피고인들
【원심판결】
청주지법 2012. 7. 19. 선고 2012노36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변호사가 아닌 사람이 의뢰인으로부터 법률사건을 수임하여 사실상 그 사건의 처리를 주도하면서 의뢰인을 위하여 그 사건의 신청 및 수행에 필요한 모든 절차를 실질적으로 대리한 행위를 하였다면, 비록 그중 일부 사무를 처리할 자격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위 행위는 그러한 사무 범위를 초과한 것으로서 변호사법 제109조 제1호에서 금지하는 법률사무를 취급하는 행위에 해당한다(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6도4356 판결 등 참조).
또한 변호사법 제109조 제1호에서 금지하는 ‘대리’에는 본인의 위임을 받아 대리인의 이름으로 법률사건을 처리하는 법률상의 대리뿐만 아니라, 법률적 지식을 이용하는 것이 필요한 행위를 본인을 대신하여 행하거나, 법률적 지식이 없거나 부족한 본인을 위하여 사실상 사건의 처리를 주도하면서 그 외부적인 형식만 본인이 직접 행하는 것처럼 하는 경우도 포함된다(대법원 1999. 12. 24. 선고 99도2193 판결, 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3다28728 판결 등 참조).
그리고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하나(형사소송법 제307조 제2항), 사실 인정의 전제로 행하여지는 증거의 취사선택 및 증거의 증명력은 사실심 법원의 자유판단에 속한다(형사소송법 제308조).
2.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1) 피고인들이 토지 구입을 희망하던 공소외인에게 청주지방법원 2010타경4502호 경매사건(이하 ‘경매사건’이라 한다)의 대상인 원심 판시 토지(이하 ‘이 사건 토지’라 한다)를 소개한 후 입찰가격을 정하고 입찰표를 작성해주어 제출하게 하였으며 공소외인이 경매사건에서 매수인이 된 후에는 매각대금, 등기비용 등을 납부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기까지 실질적인 모든 일을 해주고 그에 대한 수수료를 받았다는 취지의 사정들을 인정한 다음, (2) 위 사정들에 의하면, 피고인들이 변호사가 아니면서 수수료를 받는 것을 묵시적으로 약정하고 법률적 지식이 없거나 부족한 공소외인을 위하여 사실상 이 사건 토지의 경매사건의 처리를 주도하면서 그 외부적 형식만 공소외인이 직접 행하는 것처럼 하여 대리의 형식을 취하지 않으면서도 실질적으로는 대리가 행하여지는 것과 같은 효과를 발생시킴으로써 이 사건 토지 경매사건을 사실상 대리하였음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여, (3) 피고인들이 공모하여 변호사가 아니면서 금품을 받고 비송사건에 관하여 대리 및 법률관계 문서 작성 등의 행위를 함으로써 변호사법 제109조 제1호를 위반하였다고 인정한 제1심의 판단을 유지하고, 이에 관한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항소이유 주장을 받아들이지 아니하였다.
3. 상고이유 중 이러한 원심 판단의 기초가 된 사실인정을 다투는 부분은 실질적으로 사실심 법원의 자유판단에 속하는 원심의 증거 선택과 증명력에 관한 판단을 탓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리고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등록된 매수신청대리인인 피고인 2의 대리행위 방식 위반만을 근거로 하여 적법한 매수신청대리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시한 부분의 이유 설시는 적절하지 아니하나, 피고인들이 비송사건인 경매사건에 관하여 해당 부동산의 소개부터 소유권이전등기 절차 신청에 이르기까지 경매를 통한 부동산 매수에 필요한 모든 절차를 대리하고 그에 대한 수수료를 지급받음으로써 그 업무 범위를 초과하였음을 알 수 있으므로, 이는 변호사법 제109조 제1호에서 금지하는 법률사무를 취급하는 행위에 해당하며, 이와 같은 원심의 결론은 수긍할 수 있다.
따라서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중개업자의 경매 부동산에 대한 매수신청 대리, 변호사법 제109조 제1호의 해석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4.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소영(재판장) 김용덕(주심) 김신 이기택 | [1] 변호사법 제109조 제1호 / [2] 변호사법 제109조 제1호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1 외 3인
【상 고 인】
피고인들
【변 호 인】
법무법인 저스티스 담당변호사 지영준 외 5인
【원심판결】
대전지법 2015. 2. 11. 선고 2013노525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1. 피고인 1, 피고인 2, 피고인 3 주식회사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가. 공소제기는 검사가 법원에 대하여 특정한 형사사건의 심판을 구하는 소송행위로서 형사소송법 제254조 제1항은 “공소를 제기함에는 공소장을 관할법원에 제출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3항은 공소장에는 피고인의 성명 기타 피고인을 특정할 수 있는 사항, 죄명, 공소사실, 적용법조를 기재하도록 하고 있으며, 형사소송법 제266조는 공소제기가 있는 때에는 지체 없이 공소장의 부본을 피고인 또는 변호인에게 송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형사소송법 제57조 제1항은 “공무원이 작성하는 서류에는 법률에 다른 규정이 없는 때에는 작성 연월일과 소속 공무소를 기재하고 기명날인 또는 서명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검사가 작성하는 공소장은 ‘공무원이 작성하는 서류’에 속하므로 위 규정에 따라 공소장에는 검사의 기명날인 또는 서명이 있어야 한다.
이처럼 형사소송법이 공소제기에 관하여 서면주의와 엄격한 요식행위를 채용한 것은 앞으로 진행될 심판의 대상을 서면에 명확하게 기재하여 둠으로써 법원의 심판 대상을 명백하게 하고 피고인의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하기 위한 것이므로, 서면인 공소장의 제출은 공소제기라는 소송행위가 성립하기 위한 본질적 요소라고 보아야 한다. 또한 이와 같은 절차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재판을 받을 권리는 헌법 제27조 제1항이 규정하는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에 해당한다. 따라서 서면인 공소장의 제출 없이 공소를 제기한 경우에는 이를 허용하는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공소제기에 요구되는 소송법상의 정형을 갖추었다고 할 수 없어 소송행위로서의 공소제기가 성립되었다고 볼 수 없다.
그러므로 검사가 공소사실의 일부가 되는 범죄일람표를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하여 열어보거나 출력할 수 있는 전자적 형태의 문서로 작성한 후, 종이문서로 출력하여 제출하지 아니하고 위 전자적 형태의 문서가 저장된 저장매체 자체를 서면인 공소장에 첨부하여 제출한 경우에는, 서면인 공소장에 기재된 부분에 한하여 공소가 제기된 것으로 볼 수 있을 뿐이고, 위 저장매체에 저장된 전자적 형태의 문서 부분까지 공소가 제기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이러한 형태의 공소제기를 허용하는 별도의 규정이 없을 뿐만 아니라, 위 저장매체나 전자적 형태의 문서를 공소장의 일부로서의 ‘서면’으로 볼 수도 없기 때문이다. 이는 위 전자적 형태의 문서의 양이 방대하여 그와 같은 방식의 공소제기를 허용해야 할 현실적인 필요가 있다거나 피고인과 변호인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변론에 응하였다고 하여 달리 볼 것도 아니다.
그리고 형사소송규칙 제142조에 따르면 검사가 공소장을 변경하고자 하는 때에는 그 취지를 기재한 서면인 공소장변경허가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함이 원칙이고, 피고인이 재정하는 공판정에서 피고인에게 이익이 되거나 피고인이 동의하는 예외적인 경우에 구술에 의한 신청이 허용될 뿐이므로, 앞서 본 법리는 검사가 공소장변경허가신청서에 의한 공소장변경허가를 구하면서 변경하려는 공소사실을 전자적 형태의 문서로 작성하여 그 문서가 저장된 저장매체를 첨부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나아가 검사가 위와 같은 방식으로 공소를 제기하거나 공소장변경허가신청서를 제출한 경우, 법원은 저장매체에 저장된 전자적 형태의 문서 부분을 고려함이 없이 서면인 공소장이나 공소장변경신청서에 기재된 부분만을 가지고 공소사실 특정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만일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아니한 부분이 있다면, 검사에게 석명을 구하여 특정을 요구하여야 하고, 그럼에도 검사가 이를 특정하지 않는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공소를 기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제1심법원에 제출된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 1과 피고인 2는 2010. 6. 23.경부터 2011. 6. 16.경까지 공소장 별지 범죄일람표 1 기재와 같이 피고인 4와 공모하여 총 32,065건의 영화나 드라마 등을, 공소장 별지 범죄일람표 2, 3 기재와 같이 공소외인 등과 공모하여 438,024건과 179,458건의 영화나 드라마 등을 웹하드 사이트에 업로드하고 다른 회원들로 하여금 이를 다운로드받도록 하여 저작권자들의 저작재산권을 침해하고, 피고인 3 주식회사(이하 ‘피고인 회사’라 한다)는 그 대표이사인 피고인 2 등이 피고인 회사의 업무에 관하여 위와 같이 각 저작권자들의 저작재산권을 침해하였다는 것이다.
(2) 공소장의 본문 및 별지로 첨부된 범죄일람표 1, 2, 3에는 전체 업로드 건 중 일부에 대해서만 업로드한 파일의 제목과 크기, 업로드 일시, 업로더의 아이디 등이 기재되어 있을 뿐, 나머지 업로드 건에 대해서는 그와 같은 구체적인 내용이 기재되어 있지 않다.
(3) 다만 위 각 범죄일람표 말미에 ‘종이문서로 출력할 경우 그 분량이 방대한 관계로 CD로 제출한다’는 취지의 기재가 있고, 검사가 공소장에 첨부한 CD에는 전체 업로드 건을 대상으로 각 업로드한 파일의 제목과 크기, 업로드 일시, 업로더의 아이디 등이 기재된 엑셀파일이 저장되어 있다.
(4) 검사는 원심에서 범죄일람표 2, 3의 업로드 건 중 일부를 삭제하고 그중 일부를 범죄일람표 1의 업로드 건으로 추가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허가신청서를 제출하면서, 범죄일람표 1로 추가되는 업로드 건에 대하여는 업로드한 파일의 제목과 크기, 업로드 일시, 업로더 아이디 등을 기재한 추가 일람표를 첨부하는 한편, 변경된 전체 업로드 건을 대상으로 각 업로드한 파일의 제목과 크기, 업로드 일시, 업로더의 아이디 등을 기재한 엑셀파일이 저장된 CD를 제출하였고, 원심 제7회 공판기일에서 그와 같은 내용으로 공소장변경이 이루어졌다.
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공소장이나 공소장변경허가신청서에 첨부된 CD나 거기에 저장된 엑셀파일은 공소장의 일부로서의 ‘서면’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위 엑셀파일에 기재된 부분까지 공소가 제기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다만 서면인 공소장이나 공소장변경허가신청서(그에 첨부된 범죄일람표나 추가 일람표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에 기재된 부분에 한하여 공소가 제기된 것으로 볼 수 있을 뿐이다.
한편 저작권법위반죄에서 수개의 저작물에 대한 침해행위는 원칙적으로 각 별개의 죄를 구성하므로, 이 사건 공소사실 중에 업로드한 파일의 제목과 크기, 업로드한 일시, 업로더의 아이디 등이 공소장이나 공소장변경허가신청서에 기재되어 있는 일부 업로드 건은 공소사실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었다고 할 수 있으나, 나머지 업로드 건은 전체 횟수 정도만이 기재되어 있을 뿐이고 업로드한 일시는 물론 업로드한 파일이 무엇인지가 전혀 기재되어 있지 않아 공소사실이 특정되었다고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검사에게 석명을 구하여 위 나머지 업로드 건에 대한 공소사실을 특정하도록 요구하고, 만약 이를 특정하지 아니하면 이 부분에 대한 공소를 기각하였어야 하는데, 원심은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이 부분에 대해서도 실체 판단을 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조치에는 공소제기 방식과 공소사실 특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피고인 1, 피고인 2, 피고인 회사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라. 원심판결 중 피고인 1, 피고인 2, 피고인 회사에 대한 위 나머지 업로드 건에 대한 공소사실 부분은 위와 같은 이유로 파기되어야 하는데, 이 부분은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나머지 부분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또는 포괄일죄의 관계에 있다고 하여 하나의 형이 선고되었으므로, 결국 위 피고인들에 대한 원심판결은 전부 파기되어야 한다.
2. 피고인 4에 대한 부분에 관하여
위에서 본 것과 같이 피고인 1, 피고인 2, 피고인 회사의 상고이유 주장이 이유 있어 위 피고인들의 이익을 위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여야 하는데, 그 파기 이유는 위 피고인들과 공동피고인의 관계에 있는 피고인 4에 대하여도 공통되므로, 형사소송법 제392조에 따라 원심판결 중 피고인 4에 대한 부분도 함께 파기되어야 한다.
3. 결론
그러므로 피고인 1, 피고인 2, 피고인 회사의 나머지 상고이유 및 피고인 4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상옥(재판장) 이상훈 김창석(주심) 조희대 | [1] 헌법 제27조 제1항, 형사소송법 제57조 제1항, 제254조, 제266조 / [2] 헌법 제27조 제1항, 형사소송법 제57조 제1항, 제254조, 제266조, 제298조, 제327조 제2호, 형사소송규칙 제141조, 제142조 | 형사 |
【피 고 인】
【상 고 인】
검사
【원심판결】
수원지법 2014. 6. 16. 선고 2013노6099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구 대기환경보전법(2012. 5. 23. 법률 제1144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법’이라고 한다) 제43조 제1항은, 비산먼지를 발생시키는 사업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을 하려는 자는 환경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시·도지사에게 신고하고 비산먼지의 발생을 억제하기 위한 시설을 설치하거나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하고, 제92조 제5호는 “제43조 제1항을 위반하여 비산먼지의 발생을 억제하기 위한 시설을 설치하지 아니하거나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아니한 자”는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제95조는,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위 제92조 등의 위반행위를 하면 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 또는 개인에게도 해당 조문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구 대기환경보전법 시행령(2015. 7. 20. 대통령령 제2641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시행령’이라고 한다) 제44조는, 법 제43조 제1항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이란 제1호 내지 제10호 사업 중 환경부령으로 정하는 사업을 말한다고 하고, 제5호에서 건설업(지반 조성공사, 건축물 축조 및 토목공사, 조경공사로 한정한다)을 규정하고 있다.
위 시행령의 위임에 따라 구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2013. 5. 24. 환경부령 제50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시행규칙’이라고 한다)은, 시행령 제44조에서 ‘환경부령으로 정하는 사업’이란 별표 13의 사업을 말한다고 하고(제57조), “법 제43조 제1항에 따라 비산먼지 발생사업(시멘트·석탄·토사·사료·곡물·고철의 운송업은 제외한다)을 하려는 자(시행령 제44조 제5호에 따른 건설업을 도급에 의하여 시행하는 경우에는 발주자로부터 최초로 공사를 도급받은 자를 말한다)”는 사업 시행 전(건설공사의 경우에는 착공 전)에 별지 제24호 서식의 비산먼지 발생사업 신고서를 시·도지사에게 제출하여야 한다고 하고(제58조 제1항), “법 제43조 제1항에 따른 비산먼지의 발생을 억제하기 위한 시설의 설치 및 필요한 조치에 관한 기준은 별표 14와 같다.”라고 규정하고 있다(제58조 제4항). 그리고 그 별지 제24호 서식의 ‘비산먼지 발생사업 신고서’에는 비산먼지의 발생을 억제하기 위한 시설설치 및 조치사항을 기재하는 항목이 포함되어 있다.
위 각 규정의 체계와 내용을 종합하여 보면, 법 제43조 제1항에 의하여 비산먼지 발생 사업을 신고할 의무(이하 ‘신고의무’라고 한다) 및 비산먼지 발생 억제 시설을 설치하거나 필요한 조치를 할 의무(이하 ‘시설조치의무’라고 한다)는 시행령과 시행규칙에서 규정한 사업의 종류 및 대상자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시행령과 시행규칙은, 건설업을 도급에 의하여 시행하는 경우에는 ‘발주자로부터 최초로 공사를 도급받은 자’(이하 ‘최초수급인’이라 한다)가 비산먼지 발생 사업 신고를 하여야 하고, 그 신고를 할 때는 시설조치의무의 이행을 위한 사항까지 포함하여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여러 단계의 도급을 거쳐 시행되는 건설공사의 특성을 고려하여, 사업장 내의 비산먼지 배출 공정을 효과적으로 관리·통제하고 책임 소재를 명확하게 할 목적으로 하도급에 의하여 공사를 하는 경우에도 비산먼지 배출 신고의무 및 시설조치의무는 최초수급인이 부담하도록 한 것이라고 해석된다. 시행규칙 제58조가 신고의무에 관해서만 그 의무자가 최초수급인임을 제1항에서 명시하고, 시설조치의무에 관해서는 따로 의무자를 규정하지 않고 단지 제4항에서 시설조치에 관한 기준만을 규정하고 있기는 하지만, 위와 같은 입법 취지로 볼 때 시설조치의무자와 신고의무자를 달리 볼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결국 건설공사 하도급의 경우 법 제43조 제1항에 의한 시설조치의무자는 최초수급인이라 할 것인데, 법 제92조 제5호는 법 제43조 제1항의 시설조치의무를 위반한 자를 처벌하는 규정인 이상, 최초수급인으로부터 도급을 받은 하수급인 등은 제43조 제1항의 시설조치의무자가 아니므로 그 적용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이렇게 해석하는 것이 형벌법규는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는 기본 원칙에도 맞다.
2.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건설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이고, 피고인의 사용인인 공소외 1이 2013. 1. 18.경부터 2013. 3. 7.경까지 이 사건 공사 중 토공사 현장에서 야적된 석분에 방진덮개, 방진벽, 방진망을 설치하지 않는 등 비산먼지 발생을 억제하기 위한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함으로써 피고인의 업무에 관하여 위반행위를 하였다는 것이다.
3. 이에 대하여 원심은, 공소외 2 주식회사 등이 공소외 3 도시공사, 공소외 4 도시공사로부터 대규모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이 사건 공사를 최초로 도급받아 그중 지반 조성공사인 토공사를 피고인에게 하도급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인은 발주자로부터 최초로 이 사건 공사 중 토공사를 도급받은 자가 아니므로 그 사용인이 법 제43조 제1항을 위반하여 비산먼지 발생을 억제하기 위한 필요한 조치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법 제92조 제5호, 제95조 본문에 따라 처벌할 수 없다는 등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앞에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법 제43조 제1항, 제92조 제5호의 적용대상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4. 그러므로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권순일(재판장) 박병대(주심) 박보영 김재형 | 구 대기환경보전법(2012. 5. 23. 법률 제1144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3조 제1항, 제92조 제5호, 제95조, 구 대기환경보전법 시행령(2015. 7. 20. 대통령령 제2641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4조 제5호, 구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2013. 5. 24. 환경부령 제50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7조 [별표 13], 제58조 제1항, 제4항 [별표 14] | 형사 |
【피 고 인】
【상 고 인】
피고인
【원심판결】
수원지법 2016. 9. 7. 선고 2016노964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1.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담장 절도의 점에 관한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원심판결 이유를 원심이 유지한 제1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담장 절도의 점이 유죄로 인정된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잘못 인정하거나 관련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2.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전기 절도의 점에 관하여 직권으로 판단한다.
가.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용인시 처인구 (주소 생략) 토지(이하 ‘이 사건 토지’라 한다) 및 그 지상 건물(이하 ‘이 사건 건물’이라 한다)의 소유자였고, 피해자 공소외인은 강제경매 절차에서 이 사건 토지 및 건물을 매수한 자인데, 피고인은 2014. 11. 말경부터 2014. 12. 19.경까지 이 사건 건물 외벽에 설치된 전기코드에 선을 연결하여 피고인이 점유하며 창고로 사용 중인 컨테이너(이하 ‘이 사건 컨테이너’라 한다)로 전기를 공급받아 사용함으로써 시가 약 4,460원 상당의 전기 약 24kw를 절취하였다는 것이고, 이에 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다.
나. 절취란 타인이 점유하고 있는 재물을 점유자의 의사에 반하여 그 점유를 배제하고 자기 또는 제3자의 점유로 옮기는 것을 말하고, 어떤 물건이 타인의 점유하에 있다고 할 것인지의 여부는, 객관적인 요소로서의 관리범위 내지 사실적 관리가능성 외에 주관적 요소로서의 지배의사를 참작하여 결정하되 궁극적으로는 당해 물건의 형상과 그 밖의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사회통념에 비추어 규범적 관점에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99. 11. 12. 선고 99도3801 판결, 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8도3252 판결 등 참조).
다.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피해자는 강제경매 절차에서 피고인 소유이던 이 사건 토지 및 건물을 매수하고 나서 법원으로부터 피고인을 피신청인으로 한 인도명령을 받은 후 2014. 12. 16. 집행관에게 위임하여 이 사건 토지 및 건물에 관한 인도집행을 한 사실, 피고인은 이 사건 건물 외벽에 설치된 전기코드에 선을 연결하여 이 사건 컨테이너로 전기를 공급받아 사용한 사실, 이 사건 건물에 부착된 계량기의 검침결과 2014. 11. 19.부터 2014. 12. 19.까지의 전기사용량은 24kw인 사실을 알 수 있다.
위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인도명령의 집행이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이 사건 건물을 점유하면서, 이 사건 건물에 들어오는 전기를 점유·관리하였다고 봄이 상당하고, 피고인이 이 사건 건물에 설치된 전기코드에 선을 연결하여 이 사건 컨테이너로 전기를 공급받아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당초부터 피고인이 점유·관리하던 전기를 사용한 것에 불과할 뿐, 이를 타인이 점유·관리하던 전기를 사용한 것이라고 할 수 없으며, 피고인에게 절도의 범의가 있었다고도 할 수 없다. 또한 이 사건 건물에 부착된 계량기의 검침결과는 1달 동안의 전기사용량을 나타내는 것에 불과할 뿐 피고인이 인도명령 집행 이후에도 전기를 사용하였다는 증거가 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는 찾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피고인의 위와 같은 전기사용행위가 절도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잘못 인정하거나 절도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전기 절도 부분은 파기되어야 할 것인데, 원심은 이 부분 공소사실과 나머지 범죄사실을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로 보아 하나의 형을 선고하였으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전부를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창석(재판장) 이상훈 조희대 박상옥(주심) | [1] 형법 제329조 / [2] 형법 제329조, 제346조 | 형사 |
【피 고 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 다윈 담당변호사 선아름
【원심판결】
의정부지법 2016. 5. 17. 선고 2016노206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식품위생법은 제36조 제1항 제3호에서 식품접객업을 하려는 자는 총리령으로 정하는 시설기준에 맞는 시설을 갖추어야 한다고 정하고, 제2항에서 제1항 제3호에 따른 식품접객업의 세부 종류와 그 범위를 대통령령에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다. 그 위임에 따라 식품위생법 시행령 제21조 제8호 (라)목에서는 식품접객업 중 유흥주점영업이란 주로 주류를 조리·판매하는 영업으로서 유흥종사자를 두거나 유흥시설을 설치할 수 있고 손님이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는 행위가 허용되는 영업이라고 규정하고 있고, 제22조 제2항에서는 위 ‘유흥시설’이란 유흥종사자 또는 손님이 춤을 출 수 있도록 설치한 무도장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제36조, 별표 제14호는 식품위생법 제36조에 따른 식품접객업의 시설기준을 정하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식품접객업의 영업장은 독립된 건물이거나 식품접객업의 영업허가를 받거나 영업신고를 한 업종 외의 용도로 사용되는 시설과 분리, 구획 또는 구분되어야 한다고 정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식품위생법령상 유흥시설을 설치한 유흥주점은 주로 주류를 조리·판매하는 곳으로 춤을 출 수 있도록 무도장을 설치한 장소를 가리킨다. 그 설치장소가 실내로 제한되는 것은 아니고 실외에 설치된 것도 유흥주점에 포함된다.
2.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고인은 2009년 여름부터 2014. 8. 2.경까지 이 사건 펜션에서 관할관청의 허가를 받지 않고 수영장 1개, 테이블 약 30개, 무대공간, 조명시설, 음향기기 등을 설치한 다음, 전문 디제이(DJ)를 고용하여 음악을 틀게 하고 2만 원에서 5만 원의 입장료를 내고 방문한 손님들에게 주류 등을 판매하면서 춤을 추게 하는 등 유흥주점영업을 하였다.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피고인이 이 사건 펜션에서 주류를 판매하고 무도장을 설치하여 유흥주점영업을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규정과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식품위생법의 유흥주점영업, 교사범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보영(재판장) 박병대 권순일 김재형(주심) | 식품위생법 제36조 제1항 제3호, 제2항, 구 식품위생법(2014. 3. 18. 법률 제1249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7조 제1항, 제94조 제1항 제3호, 식품위생법 시행령 제21조 제8호 (라)목, 제22조 제2항,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제36조 [별표 14] | 형사 |
【피 고 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허태욱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법 2016. 9. 26. 선고 2016노2029 판결
【주 문】
원심판결과 제1심판결 중 추징 부분을 파기한다.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1. 상고이유를 본다.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제1심판결에 대하여 항소하면서 항소이유로 양형부당만을 주장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경우 원심판결에 법령위반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는 취지의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그리고 원심의 양형심리 및 양형판단 방법에 양형조건에 관한 심리미진으로 죄형균형 내지 책임주의 원칙을 위반한 위법이 있다는 취지의 주장은 결국 양형부당 주장에 해당한다. 그런데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에 의하면,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 한하여 양형부당을 사유로 한 상고가 허용되므로, 피고인에 대하여 그보다 가벼운 형이 선고된 이 사건에서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는 취지의 주장도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2. 직권으로 판단한다.
가. 앞서 본 바와 같이 원심판결에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는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하나, 상고법원은 원심판결에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1호 내지 제3호의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형사소송법 제384조에 의하여 상고이유서에 포함되지 아니한 때에도 직권으로 심판할 수 있으므로, 이러한 점을 주장하는 상고이유는 직권발동을 촉구하는 의미는 있다(대법원 2016. 4. 12. 선고 2016도857 판결 등 참조).
나.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67조의 몰수나 추징을 선고하기 위하여는 몰수나 추징의 요건이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과 관련되어 있어야 하므로, 법원으로서는 범죄사실에서 인정되지 아니한 사실에 관하여는 몰수나 추징을 선고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9. 8. 20. 선고 2009도4391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원심이 유지한 제1심판결은 그 범죄사실로 피고인이 2회에 걸쳐 공소외인에게 메트암페타민 각 불상량을 건네주어 이를 각 수수하였다고 인정한 다음, 피고인이 공소외인에게 2회에 걸쳐 합계 1회용 주사기 1개 분량인 0.7g을 건네주었다고 보아 피고인으로부터 그 시가 상당액인 171,500원의 추징을 명하였다.
위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제1심으로서는 범죄사실에서 수수한 필로폰 양을 특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이상, 그 추징의 대상이 되는 수수한 필로폰의 양을 특정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아 피고인에게 추징을 명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으로부터 추징을 명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원심에는 추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추징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되, 이 부분은 이 법원이 재판하기에 충분하므로 자판하기로 하는바, 앞서 본 바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으로부터 추징을 하면 아니 됨에도 제1심은 피고인에게 추징을 명하여 위법하므로, 제1심판결 중 추징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피고인에게 별도의 추징을 명하지 않으므로 이에 관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나머지 상고는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창석(재판장) 이상훈 조희대 박상옥(주심) |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67조 | 형사 |
【피 고 인】
【상 고 인】
검사
【원심판결】
서울남부지법 2014. 1. 9. 선고 2013노1723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이 사건 주위적 공소사실에 관한 주장에 대하여
이 사건 주위적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 1이 파일 공유 사이트인 ‘○○○○○○’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원심판결 별지 채증리스트 기재와 같이 성명불상의 이용자들로 하여금 피해자 공소외 주식회사가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영상저작물을 업로드하게 한 후 불특정 다수의 이용자들로 하여금 이를 언제든지 쉽게 복제·전송받아 사용할 수 있게 하여 저작권 침해행위를 방조하였고, 피고인 2 주식회사는 그 대표이사인 피고인 1이 위와 같이 피고인 2 주식회사의 업무에 관하여 저작권 침해행위를 방조하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공소외 주식회사가 진정한 권리자로부터 저작재산권을 양도받은 피해자임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고 본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채증법칙 위반 등 관련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한편 법원은 원칙적으로 공소장의 변경이 없는 한 공소사실과 다른 범죄사실을 유죄로 판단할 의무가 없고, 적정절차에 의한 신속한 실체적 진실의 발견이라는 형사소송의 목적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을 처벌하지 않는 것이 현저히 정의와 형평에 반하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다른 범죄사실을 유죄로 판단할 의무가 있다(대법원 2011. 1. 27. 선고 2009도10701 판결, 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4도12275 판결 등 참조). 그러므로 원심이 이 사건 주위적 공소사실에 대하여 피해자 부분을 달리 인정함으로써 유죄로 판단할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아래에서 보는 것처럼 예비적 공소사실에 따라 처벌하는 것이 가능한 이상 주위적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로 판단한 것이 정의와 형평에 반한다고 할 것은 아니므로,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에 잘못이 있다고는 할 수 없다.
2. 이 사건 예비적 공소사실에 관한 주장에 대하여
가. 형사소송법 제254조 제4항이 공소사실의 기재는 범죄의 일시·장소·방법을 명시하여 사실을 특정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고 한 취지는, 법원에 대하여 심판의 대상을 한정하고 피고인에게 방어의 범위를 특정하여 그 방어권 행사를 쉽게 해 주기 위한 데에 있다. 따라서 공소사실의 특정은 공소 제기된 범죄의 성격에 비추어 공소의 원인이 된 구성요건 해당사실이 다른 사실과 구별될 수 있을 정도로 기재되어 있으면 족하고, 그 일부가 다소 불명확하더라도 함께 적시된 다른 사항들에 의하여 공소사실이 특정될 수 있어서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이 없다면 공소제기의 효력에는 영향이 없다(대법원 2002. 6. 20. 선고 2002도807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구 저작권법(2011. 12. 2. 법률 제1111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136조 제1항은 ‘저작재산권을 복제·공연·공중송신·전시·배포·대여·2차적 저작물 작성의 방법으로 침해’한 행위를 처벌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저작재산권은 특허권 등과 달리 권리의 발생에 반드시 등록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등록번호 등으로 특정할 수 없는 경우가 많고, 저작재산권자가 같더라도 저작물별로 각 별개의 죄가 성립하는 점, 그리고 2006. 12. 28. 법률 제8101호로 전부 개정된 구 저작권법이 영리를 위하여 상습적으로 한 저작재산권 침해행위를 비친고죄로 개정한 점 등을 고려해 보면, 저작재산권 침해행위에 관한 공소사실의 특정은 침해 대상인 저작물 및 침해 방법의 종류, 형태 등 침해행위의 내용이 명확하게 기재되어 있어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이 없는 정도이면 된다 할 것이고, 각 저작물의 저작재산권자가 누구인지 특정되어 있지 않다고 하여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았다고 볼 것은 아니다.
나. 이 사건 예비적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 1이 파일 공유 사이트인 ‘○○○○○○’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원심판결 별지 채증리스트 기재와 같이 성명불상의 이용자들로 하여금 피해자 성명불상자가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영상저작물을 업로드하게 한 후 불특정 다수의 이용자들로 하여금 이를 언제든지 쉽게 복제·전송받아 사용할 수 있게 하여 저작권 침해행위를 방조하였고, 피고인 2 주식회사는 그 대표이사인 피고인 1이 위와 같이 피고인 2 주식회사의 업무에 관하여 저작권 침해행위를 방조하였다는 것이다.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 예비적 공소사실의 특정 여부를 살펴보면, 비록 이 부분 공소사실에는 피해자인 저작재산권자의 성명 등이 특정되어 있지 않으나, 정범의 범죄 구성요건적 행위에 해당하는 ‘○○○○○○’ 사이트 이용자들의 영상저작물 업로드 행위에 관하여 그 행위자의 아이디, 업로드 파일의 파일명, 저작권침해 확인일시, 검색어 등이 기재되어 있어서 침해 대상 저작물과 침해 방법을 특정할 수 있으므로, 구성요건 해당사실을 다른 사실과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특정되었다고 볼 수 있다.
다. 그럼에도 원심은, 저작재산권 침해죄의 경우 침해행위의 피해자가 누구인지를 특정할 필요가 있다는 전제 아래 피해자를 ‘성명불상자’로 기재한 이 부분 공소사실은 피해자가 분명하지 아니하여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은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 판단에는 공소사실의 특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고,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예비적 공소사실에 관한 부분은 파기되어야 하고, 그에 따라 이와 동일체의 관계에 있는 주위적 공소사실에 관한 부분 역시 파기될 수밖에 없다. 이에 원심판결 전부를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권순일(재판장) 박병대(주심) 박보영 김재형 | 형사소송법 제254조 제4항, 제327조 제2호, 구 저작권법(2011. 12. 2. 법률 제1111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36조 제1항(현행 제136조 제1항 제1호 참조), 제140조 제1호 | 형사 |
【피 고 인】
【상 고 인】
피고인들
【변 호 인】
법무법인 대호 담당변호사 최수한 외 4인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법 2015. 6. 18. 선고 2015노528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1. 건축법상 허가 또는 신고 대상행위인 ‘대수선’이란 건축물의 기둥, 보, 내력벽, 주계단 등의 구조나 외부 형태를 수선·변경하거나 증설하는 것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을 말한다(건축법 제2조 제1항 제9호). 내력벽을 증설 또는 해체하거나 그 벽면적을 30㎡ 이상 수선 또는 변경하는 것으로서 증축·개축 또는 재축에 해당하지 않는 것은 대수선에 포함된다(건축법 시행령 제3조의2 제1호). 여기에서 ‘내력벽’이란 일반적으로 건축물의 하중을 견디거나 전달하기 위한 벽체를 의미한다.
한편 구 건축법 시행령(2006. 5. 8. 대통령령 제1946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의2 제1호는 ‘내력벽의 벽면적을 30㎡ 이상 해체하여 수선 또는 변경하는 것’을 대수선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2006. 5. 8. 대통령령 제19466호로 개정된 건축법 시행령에서 대수선의 정의를 ‘내력벽을 증설·해체하거나 내력벽의 벽면적을 30㎡ 이상 수선 또는 변경하는 것’으로 개정하여, ‘내력벽의 증설’을 추가하고 ‘내력벽의 해체’에 벽면적을 30㎡ 이상으로 제한한 내용을 삭제하였다. 그 후 2008. 10. 29. 대통령령 제21098호로 개정된 건축법 시행령에서 ‘증설·해체하거나’가 ‘증설 또는 해체하거나’로 표현만 수정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해체(解體)’란 사전적 의미에서 여러 가지 부속으로 맞추어진 기계 따위를 뜯어서 헤치거나 구조물 따위를 헐어 무너뜨리는 것을 뜻하는데, 해체 대상물의 일부만을 제거하는 것도 포함될 수 있다. 건축법령이 건축물을 수선·변경하는 행위 중 일정한 행위를 대수선으로 정의하고 규율 대상으로 삼는 취지는 건축물의 위험상황이 변동될 수 있는 행위의 범주를 설정하고 구조안전 등을 해치지 않는 경우에 제한적으로 대수선을 허용함으로써 건축물로부터 발생하는 위험을 방지하고자 하는 데 있다. 건축법 시행령은 대수선의 범위를 확대하여 내력벽의 해체에 관해서는 벽면적의 제한을 삭제하고 내력벽의 해체를 수반하지 않는 수선·변경행위도 대수선에 포함시키는 내용으로 개정되었다.
위와 같은 법령의 문언과 목적, 개정의 연혁과 취지 등을 고려하면, 건축법 시행령에서 말하는 내력벽의 ‘해체’에는 내력벽을 완전히 없애는 경우는 물론이고 그에 이르지 않더라도 위험상황이 변동될 가능성이 있는 정도로 내력벽의 일부만을 제거하는 경우도 포함한다고 해석해야 한다.
2. 원심은 채택 증거를 종합하여 이 사건 공동구의 우측 벽체가 건물 구조상 유효한 벽으로서 건축법상 대수선의 대상이 되는 ‘내력벽’에 해당한다고 인정하였다. 나아가 피고인들이 벽체의 일부(넓이 2m, 높이 1.8m, 두께 60cm)를 완전히 관통한 다음 출입문을 설치한 것이 내력벽의 ‘해체’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원심이 유지한 제1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건물 전체의 구조와 외부 형태, 벽체의 구조와 설계·시공상의 취급, 벽체에 미치는 하중의 방향과 크기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들이 철거한 벽체가 건물의 구조상 유효한 벽으로서 건축법 제2조 제1항 제9호에서 말하는 내력벽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 나아가 원심판결 이유를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이 출입문을 설치하기 위하여 위와 같이 내력벽인 공동구의 벽면 일부를 철거한 행위가 건축법 시행령 제3조의2 제1호에서 말하는 내력벽의 해체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의 판단 또한 정당하다. 따라서 피고인들의 행위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보영(재판장) 박병대 권순일 김재형(주심) | 건축법 제2조 제1항 제9호, 제11조 제1항, 제14조 제1항, 제108조, 구 건축법 시행령(2006. 5. 8. 대통령령 제1946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의2 제1호, 구 건축법 시행령(2008. 10. 29. 대통령령 제2109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의2 제1호, 건축법 시행령 제3조의2 제1호 | 형사 |
【피 고 인】
【상 고 인】
피고인과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민병훈 외 4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5. 9. 4. 선고 2015노1385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변호인의 상고이유보충서와 검사의 의견서의 각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고인은 2014. 6. 4.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서울특별시 교육감으로 당선된 사람이고, 공소외 1은 위 선거에 서울특별시 교육감 후보자로 출마한 사람이다.
가. 피고인은 2014. 5. 25. 11:00경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장에서 “공소외 1 후보는 미 영주권 문제를 즉각 해명하라”라는 제목으로 “피고인 캠프가 받은 제보에 따르면, 공소외 1 후보는 두 자녀를 미국에서 교육시켜 미국 영주권을 보유하고 있으며, 공소외 1 후보 자신 또한 미국에서 근무할 때 미국 영주권을 보유하였다는 것입니다. … 공소외 1 후보는 그 자신이 미국 영주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의혹을 사고 있습니다.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공소외 1 후보는 서울시 교육감 후보가 될 자격이 없습니다.”라는 내용으로 작성된 보도자료를 기자들에게 배포하고, 위 보도자료 내용을 그대로 읽어 내려가는 방식으로 기자회견을 개최하여(이하 ‘1차 공표’라고 한다), 피고인은 서울시 교육감 후보자였던 공소외 1이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공소외 1이 미국 영주권을 보유한 사실이 없었고 피고인이 그러한 제보를 받은 바 없음에도 허위의 사실을 공표하였다.
나. 피고인은 2014. 5. 26.경 피고인의 선거사무실에서 “공소외 1 후보님께 드리는 답신”이라는 제목으로 “저희 캠프에 제보된 다수의 증언에 따르면, 공소외 1 후보님께서는 몇 년 전 공천에서 탈락하신 뒤, ‘상관없습니다. 저는 미국 영주권이 있어서, 미국 가서 살면 됩니다’라고 말씀하고 다니셨다고 합니다. 공소외 1 후보님의 말씀을 들은 분들 가운데는 공소외 1 후보님의 지인들과 언론인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라는 내용을 기재하여 피고인의 선거캠프 홈페이지 및 각 기자들의 이메일로 이를 발송하고, 이후 2014. 5. 27. 2회에 걸쳐 라디오 방송에서 위와 같은 취지로 발언하여(이하 ‘2차 공표’라고 한다), 피고인은 서울시 교육감 후보자였던 공소외 1이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다수의 증언을 제보받은 사실이 없고, 공소외 1의 미국 영주권 보유 사실이 없으며, 공소외 1이 공천에서 탈락하였던 무렵인 2012년 3월경 지인이나 언론인에게 ‘미국 영주권이 있다거나 미국 가서 살면 된다’고 말한 사실이 없음에도 허위의 사실을 공표하였다.
2. 검사의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가. 1차 공표 부분에 대한 상고이유를 본다.
1)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제49조 제1항에 의하여 준용되는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2항에서 정한 허위사실공표죄를 적용할 때 소문 기타 다른 사람의 말을 전달하는 형식이나 의혹을 제기하는 형식을 빌려서 ‘어떤 사실’을 공표한 경우에는 그러한 소문이나 의혹 등이 있었다는 것이 허위인지 여부가 아니라 그 소문이나 의혹 등의 내용인 ‘어떤 사실’이 허위인지 여부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2. 4. 10.자 2001모193 결정, 대법원 2007. 7. 27. 선고 2007도3598 판결 등 참조).
한편 민주주의 정치제도 아래에서 언론의 자유는 가장 기초적인 기본권으로서 선거 과정에서도 충분히 보장되어야 하고, 공직선거에서 후보자를 검증하는 것은 필요하고도 중요한 일이므로 후보자의 공직 적격성을 의심하게 하는 사정이 있는 경우 이에 대한 문제 제기가 쉽게 봉쇄되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후보자에 관한 의혹 제기가 진실인 것으로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근거에 기초하여 이루어진 경우에는 비록 나중에 그 의혹이 진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더라도 표현의 자유 보장을 위하여 이를 벌할 수 없다(대법원 2003. 2. 20. 선고 2001도6138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07. 7. 13. 선고 2007도2879 판결 등 참조).
2)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① 피고인이 1차 공표를 통하여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발언으로 공표한 사실은 ‘공소외 1과 두 자녀가 미국 영주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아니라 ‘공소외 1과 두 자녀가 미국 영주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판단한 다음, ② 피고인이 공표한 ‘의혹을 사고 있다’는 사실 자체는 허위라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에게 그에 대한 허위의 인식이 있었다고 인정하기도 어렵다고 보아, 1차 공표 부분을 무죄로 인정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이 1차 공표를 통하여 상대 후보자인 공소외 1이 미국 영주권을 보유한 의혹이 있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은, 비록 그 발언이 의혹을 제기하면서 상대 후보자에 대한 답변을 요구하는 형식을 빌리고 있지만, 발언의 내용 또는 전제가 되는 ‘공소외 1이 미국 영주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표한 것으로 평가함이 타당하다. 따라서 그 공표된 사실의 허위 여부는 그러한 의혹이 있었다는 것이 허위인지 여부가 아니라 의혹의 내용인 ‘공소외 1이 미국 영주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허위인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그런데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더라도, 공소외 1이 미국 영주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허위라는 것이므로, 설령 그와 같은 의혹이 제기되었다는 사실 자체는 진실이라고 하더라도 1차 공표는 허위사실의 공표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럼에도 이와 달리 피고인이 1차 공표를 통하여 공표한 사실은 ‘의혹이 있다’는 사실임을 전제로 그 공표한 사실이 허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원심의 판단에는 공직선거법에서 정한 허위사실공표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3) 그러나 한편으로 원심이 확정한 사실관계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가) 1차 공표의 전제가 된 트윗 글을 게시한 공소외 2는 1995년 한국방송공사에 입사하였다가 2013년 사직한 후 인터넷 언론사의 기자로 활동 중인 사람으로, 한국방송공사에서 탐사보도 전문기자로 활동하면서 고위공직자의 비위 등 공직담당적격 검증과 관련된 취재를 통해 다수의 수상 경력이 있었으며, 그 트위터 계정의 팔로워(follower)가 58,000명을 초과하는 영향력이 큰 이른바 파워 트위터였다.
나) 공소외 1의 두 자녀는 미국에서 교육을 받고 성장하여 생활하고 있었고, 공소외 1도 미국 로펌에 근무한 경험이 있는 등 공소외 1이 미국 영주권을 보유하고 있었을 것으로 의심할 수 있는 객관적인 정황들이 없지 않았다. 반면 1차 공표 당시 공소외 2의 트윗 글이 인터넷상에서 상당히 확산되고 있었음에도 공소외 1의 영주권 보유 여부에 대한 공적 기관의 사실확인이나 판단이 없었던 상태에서 공소외 1 측의 해명이나 정보공개가 이루어지지 아니하고 있었다.
다) 피고인은 선거캠프의 공보담당자로서 17년간 기자 경력이 있던 공소외 3으로부터 탐사보도 전문기자로 알려진 공소외 2가 실명으로 트윗 글을 게시하였다는 취지의 보고를 받고 1차 공표에 이르렀다. 한편 피고인 선거캠프 자원봉사자 공소외 4는 또 다른 공보담당자 공소외 5의 지시에 따라 기자인 공소외 6에게 공소외 2의 트윗 글에 관한 신빙성을 문의한 결과 ‘99% 확실한 것으로 알고 있다’는 답변을 듣고 이를 공소외 5에게 전달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기도 하였다.
4) 위와 같은 1차 공표의 경위와 공표사실의 내용, 공표사실의 출처와 피고인의 인지 경위 등을 비롯한 기록에 나타난 제반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1차 공표 당시 피고인으로서는 공소외 1이 미국 영주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진실한 것으로 믿었고 그와 같이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그에 기초하여 의혹을 제기한 1차 공표는 벌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앞에서 본 원심의 잘못에도 불구하고 원심의 결론은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하거나, 공직선거법에서 정한 허위사실공표죄에서의 공표사실의 허위성과 그에 대한 인식, 국민참여재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는 등의 사유로 판결의 결론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나. 2차 공표에 대한 상고이유를 본다.
형법 제51조의 사항과 개전의 정상이 현저한지 여부에 관한 사항은 형의 양정에 관한 법원의 재량사항에 속한다고 해석되므로, 상고심으로서는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에 의하여 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금고가 선고된 사건에서 형의 양정의 당부에 관한 상고이유를 심판하는 경우가 아닌 이상, 선고유예에 관하여 형법 제51조의 사항과 개전의 정상이 현저한지 여부에 대한 원심판단의 당부를 심판할 수 없다(대법원 2003. 2. 20. 선고 2001도6138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따라서 검사의 2차 공표에 대한 상고이유 주장은 원심이 행한 형의 양정이 부당함을 들어 원심판결을 비난하는 것에 불과하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
3. 피고인의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이 2차 공표를 통하여 ‘공소외 1이 공천 탈락 당시 미국 영주권을 보유하고 있었고, 그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말하고 다녔다’는 사실을 공표하였고, 그 공표된 사실이 허위라는 점에 대한 미필적 고의와 낙선의 목적도 있었다고 인정하여, 2차 공표 부분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하거나, 공직선거법에서 정한 허위사실공표죄에서의 사실의 공표, 허위의 인식,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다.
4.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소영(재판장) 김신(주심) 이기택 | [1]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제49조 제1항,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2항 / [2] 헌법 제21조,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제49조 제1항,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2항 / [3] 형법 제51조, 제59조 제1항,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 | 형사 |
【피 고 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정창웅 외 1인
【원심판결】
광주지법 2016. 10. 5. 선고 2016노2044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이라 한다) 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죄에 관하여
가.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2항은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촬영한 촬영물이 촬영 당시에는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도 사후에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한 사람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반포’는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무상으로 교부하는 것을 말하고, 계속적·반복적으로 전달하여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반포하려는 의사를 가지고 있다면 특정한 1인 또는 소수의 사람에게 교부하는 것도 반포에 해당할 수 있다.
한편 ‘반포’와 별도로 열거된 ‘제공’은 ‘반포’에 이르지 아니하는 무상 교부 행위를 말하며, ‘반포’할 의사 없이 특정한 1인 또는 소수의 사람에게 무상으로 교부하는 것은 ‘제공’에 해당한다.
나. 원심판결 이유 및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피고인은 2015. 1.경 피해자를 만나 사귀는 관계로서 피해자의 동의를 얻어 피해자와의 성관계 동영상, 나체 사진 등을 자신의 휴대전화로 촬영하였다.
(2) 피고인은 2015. 11. 27. 밤늦게 귀가한 피해자로부터 공소외인과 함께 모텔에 있었다는 말을 듣고 화가 나 피해자와 다투었고, 다음 날 오전에 화가 난 상태에서 공소외인의 휴대전화에 이제는 피고인의 여자이니 피해자를 만나지 말라는 말과 함께 위 동영상 및 나체 사진의 일부(이하 ‘이 사건 촬영물’이라 한다)를 전송하였다.
(3) 공소외인은 2013년경부터 피해자와 교제하면서 피해자에게 생활비 등을 지원해주는 관계였고, 이 사건 촬영물을 전송받기 전에 이미 피해자로부터 피고인과의 관계에 대하여 들어서 알고 있었으며, 피고인도 피해자와 교제를 시작한 후 피해자로부터 공소외인과의 관계에 대하여 들어서 알고 있었다.
(4) 공소외인은 이 사건 촬영물을 전송받은 후 바로 삭제하였다.
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은 피해자가 공소외인을 다시 만난 것을 알고 화가 나자 공소외인에게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를 분명히 알려 공소외인이 더 이상 피해자를 만나지 못하게 할 의도로 공소외인에게 이 사건 촬영물을 전송한 것으로 보이고,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교부하거나 전달할 의사로 공소외인에게 이 사건 촬영물을 전송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피고인의 행위는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2항에서 정한 촬영물의 ‘제공’에 해당할 수는 있어도 그 촬영물의 ‘반포’에는 해당하지 아니한다.
라. 그럼에도 이와 달리 원심은 피고인의 행위가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2항에서 정한 촬영물의 ‘반포’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2항에서 정한 촬영물의 ‘반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2. 주거침입죄에 관하여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하나(형사소송법 제307조 제2항), 사실 인정의 전제로 행하여지는 증거의 취사선택 및 증거의 증명력은 사실심 법원의 자유판단에 속한다(형사소송법 제308조).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이 피해자의 집 앞 복도에서 소란을 피운 행위는 피해자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 의사에 반하는 것이므로 주거침입죄에 해당하고, 이에 대한 피고인의 고의도 인정되며, 이러한 행위는 사회상규에 반한다는 취지로 판단하여, 이에 관한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항소이유 주장을 받아들이지 아니하였다.
상고이유 주장은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 이른 사실인정을 다투는 취지로서, 실질적으로 사실심 법원의 자유판단에 속하는 원심의 증거 선택 및 증명력에 관한 판단을 탓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리고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와 원심 판시 관련 법리 및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아도,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과 주체, 거주자나 관리자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 의사, 사회상규의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고 판단을 누락하며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위법이 없다.
3. 파기의 범위
원심판결 중 성폭력처벌법 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 부분은 파기되어야 하고, 원심은 위 부분과 유죄로 인정된 나머지 부분이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 등에 있다는 이유로 하나의 형을 선고하였으므로, 결국 원심판결은 전부 파기되어야 한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며,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소영(재판장) 김용덕(주심) 김신 이기택 |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제2항 | 형사 |
【피 고 인】
【상 고 인】
피고인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법 2014. 10. 24. 선고 2014노2406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1. 고흥군에 대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및 모욕 부분에 관한 상고이유를 판단하기에 앞서 직권으로 본다.
가. 형법이 명예훼손죄 또는 모욕죄를 처벌함으로써 보호하고자 하는 사람의 가치에 대한 평가인 외부적 명예는 개인적 법익으로서,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 내지 실현해야 할 책임과 의무를 지고 있는 공권력의 행사자인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기본권의 수범자일 뿐 기본권의 주체가 아니고, 그 정책결정이나 업무수행과 관련된 사항은 항상 국민의 광범위한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하며 이러한 감시와 비판은 그에 대한 표현의 자유가 충분히 보장될 때에 비로소 정상적으로 수행될 수 있으므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국민에 대한 관계에서 형벌의 수단을 통해 보호되는 외부적 명예의 주체가 될 수는 없고, 따라서 명예훼손죄나 모욕죄의 피해자가 될 수 없다.
나.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이 고흥군청 인터넷 홈페이지에 고흥군을 비방할 목적으로 허위 내용의 글을 게시하거나 고흥군에 대한 경멸적인 표현의 글을 게재하여 고흥군의 명예를 훼손하고 모욕하였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고흥군에 대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및 모욕 부분을 모두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그러나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고흥군은 지방자치단체로서 명예훼손죄 또는 모욕죄의 피해자가 될 수 없음에도, 지방자치단체도 그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그릇된 전제에서 고흥군에 대하여 위 각 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명예훼손죄와 모욕죄의 피해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2. 공소외인에 대한 모욕 부분에 관한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이 고흥군청 홈페이지에 게재한 글은 고흥군수인 공소외인 개인에 대한 경멸적인 의사를 표현한 것으로서 공소외인에 대한 모욕죄가 성립하고, 피고인의 행위가 사회상규에 비추어 널리 허용된다거나 위법성을 조각하는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공소외인에 대한 모욕 부분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증거에 의하여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하거나 모욕죄의 위법성 조각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원심판결 중 고흥군에 대한 각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및 각 모욕 부분은 위와 같은 이유로 파기하되, 원심이 유지한 제1심판결은 위 각 부분과 나머지 범죄사실이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또는 상상적 경합관계에 있다는 이유로 하나의 형을 선고하였으므로, 결국 원심판결을 전부 파기한다.
4.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기택(재판장) 김용덕 김신(주심) 김소영 | 헌법 제21조, 형법 제307조, 제311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 | 형사 |
【피 고 인】
【상 고 인】
피고인들
【변 호 인】
변호사 정정훈
【원심판결】
서울남부지법 2014. 10. 23. 선고 2014노1146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헌법 제33조 제2항,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고 한다) 제5조 단서,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이하 ‘공무원노조법’이라고 한다) 제3조 제1항에서 공무원의 노동기본권에 헌법적 제한을 두고 공무원노동조합의 설립이나 가입에 관하여 따로 법률로 정한 취지와 그 제정 경위, 공무원 지위의 특수성 등을 종합하여 보면, 공무원을 구성원으로 삼아 조직된 근로자단체는 공무원노조법이 정한 설립신고 요건을 갖추어 공무원노동조합으로 설립되는 경우에 한하여 노동기본권의 향유 주체가 될 수 있다.
2. 원심은, 피고인 2 노동조합은 면직·파면 또는 해임된 공무원으로서 노동조합법 제2조 제4호 (라)목에 규정된 근로자가 아닌 자를 조합원으로 가입하게 하여 공무원노조법이 정한 설립신고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고, 그 설립신고가 적법하게 반려된 사실, 피고인 1이 2010. 3. 9. 유인물을 배포하면서 ‘○○○○○노동조합’이라는 노동조합 명칭을 사용한 것을 비롯하여 그 무렵부터 2011. 10. 8.까지 계속하여 노동조합 명칭을 사용한 사실, 피고인 1이 피고인 2 노동조합의 사용인인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이와 같이 공무원노조법이 정한 설립신고 요건을 갖추어 공무원노동조합으로 설립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 피고인 2 노동조합에 대하여 노동조합 명칭을 사용한 행위는 노동조합법 제7조 제3항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하는 한편, 노동조합 설립신고 반려처분의 효력을 다투는 동안에는 노동조합 명칭을 사용한 행위가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거나 정당행위 또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라는 피고인들의 주장을 배척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3.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노동조합법 제7조 제3항, 제93조 제1호에 관한 법리 또는 정당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다.
4.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기택(재판장) 김용덕 김신(주심) 김소영 | 헌법 제33조 제2항,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5조,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 형사 |
【피 고 인】
【상 고 인】
피고인
【원심판결】
부산지법 2016. 10. 6. 선고 2016노1355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방법원으로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형사소송법(이하 ‘법’이라고 한다) 제33조 제2항은 ‘법원은 피고인이 빈곤 그 밖의 사유로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는 경우에 피고인의 청구가 있는 때에는 변호인을 선정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형사소송규칙 제17조 제3항은 법 제33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국선변호인 선정청구가 있는 때에는 지체 없이 국선변호인을 선정하여야 한다고 하고, 제17조의2는 ‘법 제33조 제2항에 의하여 국선변호인 선정을 청구하는 경우 피고인은 소명자료를 제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항소 이후 원심 제1회 공판기일 이전인 2016. 5. 11. 원심법원에 대하여 자신이 국민기초생활수급자에 해당한다는 수급자 증명서와 함께 보증금 100만 원, 월차임 14만 원의 주거지 임대차계약서를 첨부하여 서면으로 국선변호인 선정청구를 하였다. 그런데도 원심은 2016. 5. 13. 피고인의 국선변호인 선정청구를 기각하고, 그 후 공판기일에 피고인만 출석한 상태에서 심리를 진행한 다음 원심판결을 선고하였다.
그러나 피고인이 국선변호인 선정청구를 하면서 제출한 국민기초생활수급자 증명서 등 소명자료에 의하면, 피고인이 빈곤으로 인하여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여지가 충분하고, 기록상 이와 달리 볼 만한 사정을 찾아볼 수 없다.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국선변호인 선정결정을 하여 그 선정된 변호인으로 하여금 공판심리에 참여하도록 하였어야 한다. 그럼에도 원심은 그러한 조치 없이 공판심리를 진행하였으니, 이는 국선변호인 선정에 관한 형사소송법 규정을 위반하여,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피고인의 권리를 침해한 것이다(대법원 2011. 3. 24. 선고 2010도18103 판결 등 참조).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권순일(재판장) 박병대(주심) 박보영 김재형 | 형사소송법 제33조 제2항, 형사소송규칙 제17조 제3항, 제17조의2 | 형사 |
【피 고 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 평안 담당변호사 안대희 외 2인
【원심판결】
인천지법 2015. 2. 6. 선고 2014노2154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구 영유아보육법(2013. 1. 23. 법률 제1162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54조 제2항에 정한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이란 정상적인 절차에 의하여는 보조금을 지급받을 수 없음에도 위계 기타 사회통념상 부정이라고 인정되는 행위로서 보조금 교부에 관한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적극적 및 소극적 행위를 하는 것을 뜻한다(대법원 2007. 12. 27. 선고 2006도8870 판결, 대법원 2012. 12. 27. 선고 2011두30182 판결 등 참조).
2. 구 영유아보육법 제36조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제10조에 따른 어린이집의 설치, 보육교사(대체교사를 포함한다)의 인건비, 초과보육에 드는 비용 등 운영 경비 또는 지방보육정보센터의 설치·운영, 보육교직원의 복지 증진, 취약보육의 실시 등 보육사업에 드는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보조한다.”라고 규정하고, 구 영유아보육법 시행령(2013. 12. 4. 대통령령 제2490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24조 제1항은 “법 제36조에 따라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예산의 범위에서 다음 각 호의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보조한다.”라고 규정하면서 그 보조대상비용으로 “보육교사 인건비”(제2호), “장애아 보육 등 취약보육 실시 비용”(제6호), “그 밖에 차량운영비 등 보건복지부장관 또는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어린이집 운영에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비용”(제7호) 등을 들고 있고, 제2항은 “제1항에서 정한 비용의 지원방법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보건복지부장관 또는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장관이 발행한 ‘2012년도 보육사업 안내’는 정부지원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자에 대하여 ‘2012년도 보육교직원 인건비 지원기준’에 따라 교직원 인건비를 지급하고, 이와 같이 정부로부터 보육교직원 인건비 보조금을 지원받는 정부지원어린이집을 제외한 민간·가정·직장·부모협동 어린이집 중 만 0~2세 아동 또는 장애아를 보육하는 어린이집(인건비를 지원받지 아니하는 장애아전담어린이집 포함)에 대하여는 기본보육료를 지원한다고 정하면서, 기본보육료의 지원요건으로 ‘시·도지사가 고시하는 보육료 및 필요경비 상한선 준수’, ‘총정원 및 교사 대 아동 비율 준수’, ‘법령 및 지침 위반으로 운영정지 중인 시설이 아닐 것’과 ‘재무회계규칙에 의한 회계보고 이행’을 정하고 있다.
한편 ‘2012년도 보육사업 안내’는 어린이집에 지급할 기본보육료의 구체적 금액을 어린이집 재원아동 수와 출석일수에 따라 결정하도록 정하고 있을 뿐 기본보육료의 지급과 관련하여 회계보고 내용에 대하여는 아무런 정함이 없다. 또한 ‘재무회계규칙에 의한 회계보고 이행’에 대하여는 이를 제외한 다른 지원요건들과 달리 지원요건을 위반하거나 허위보고에 의하여 기본보육료를 지원받은 경우에도 이를 환수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다.
이와 같은 관련 규정의 문언·취지 등에 비추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재무회계규칙에 의한 회계보고 이행’에서 재무회계규칙은 ‘2012년도 보육사업 안내’에 첨부된 ‘어린이집 재무회계규칙’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어린이집의 재무와 회계에 필요한 사항을 정한 것으로서 구 영유아보육법 시행령 제24조가 위임한 범위에 당연히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고, 그 규정 내용도 어린이집 재무회계에 관한 일반적인 기준에 불과할 뿐 보육서비스의 내용이나 품질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보이는 점, ② 구 영유아보육법령 및 ‘2012년도 보육사업 안내’에는 ‘재무회계규칙에 의한 회계보고 이행’과 관련하여 회계보고 내용의 진실성을 검증하기 위한 절차 등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고, 실제로 기본보육료 지급 과정에서 회계보고 내용에 대한 심사를 하지 아니하고 있는 점, ③ ‘2012년도 보육사업 안내’는 기본보육료 지원요건 중 ‘재무회계규칙에 의한 회계보고 이행’을 제외한 나머지 요건에 대하여는 그 위반 시 기본보육료를 환수하도록 정하고 있음에도 ‘재무회계규칙에 의한 회계보고 이행’의 위반에 대하여는 환수에 관한 사항을 정하고 있지 아니한 점 등을 종합하면, 기본보육료 신청 과정에서 일단 회계보고를 한 이상 ‘2012년도 보육사업 안내’에 정한 기본보육료 지원요건으로서의 ’재무회계규칙에 의한 회계보고 이행’이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어린이집 운영자가 어린이집의 운영과 관련하여 허위로 지출을 증액한 내용으로 ‘재무회계규칙에 의한 회계’를 하고 그 결과를 보고하여 기본보육료를 지급받았더라도 그와 같이 회계보고에 허위가 개입되어 있다는 사정은 기본보육료의 지급에 관한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를 들어 구 영유아보육법 제54조 제2항의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보조금을 교부받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이와 같은 행위가 형법 제347조 제1항에 정한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
3. 원심은 ‘피고인이 이 사건 어린이집을 운영하면서 2012년 4월경 보육통합정보시스템에 접속하여 기본보육료 지급 신청을 위한 회계보고를 함에 있어서 2012년 3월분의 식자재대금을 실제보다 2배로 부풀린 금액으로 입력하여 전송한 후 2012년 4월분 기본보육료를 지급받는 등 그때부터 2012년 7월경까지 같은 방법으로 총 4회에 걸쳐 기본보육료 합계 18,709,250원을 지급받음으로써 부정한 방법으로 기본보육료를 교부받음과 동시에 이를 편취하였다’는 내용의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2012년도 보육사업 안내’에 정한 ‘재무회계규칙에 의한 회계보고 이행’에는 회계보고 내용의 진실성까지 요구된다는 등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사기 및 영유아보육법 위반의 유죄로 인정하였다.
4. 그러나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식자재대금에 관한 지출을 허위로 증액하여 회계보고를 하였더라도 기본보육료 지원요건이 충족되지 아니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고, 따라서 그와 같은 회계보고 후 기본보육료를 지급받았다는 사정만으로는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보조금을 교부받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구 영유아보육법 제54조 제2항 위반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으며 형법 제347조 제1항의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도 없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구 영유아보육법 제54조 제2항에 정한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보조금을 교부받은 행위’의 해석·적용에 관한 법리와 사기죄의 구성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5.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조희대(재판장) 이상훈(주심) 김창석 박상옥 | [1] 구 영유아보육법(2013. 1. 23. 법률 제1162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4조 제2항(현행 제54조 제2항 제1호 참조) / [2] 구 영유아보육법(2013. 1. 23. 법률 제1162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6조, 제54조 제2항(현행 제54조 제2항 제1호 참조), 구 영유아보육법 시행령(2013. 12. 4. 대통령령 제2490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4조, 형법 제347조 제1항 | 형사 |
【피 고 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오수환
【원심판결】
수원지법 2016. 6. 24. 선고 2016노336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직권으로 판단한다.
1. 형사소송법은, 공소를 제기함에는 공소장을 관할법원에 제출하여야 한다고 하고, 공소장에는 피고인의 성명 기타 피고인을 특정할 수 있는 사항, 죄명, 공소사실, 적용법조를 기재하여야 하며(제254조 제1항, 제3항), 공소가 제기된 때에는 지체 없이 공소장 부본을 피고인 또는 변호인에게 송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266조). 또한 “공무원이 작성하는 서류에는 법률에 다른 규정이 없는 때에는 작성 연월일과 소속 공무소를 기재하고 기명날인 또는 서명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제57조 제1항), 공소장에는 검사의 기명날인 또는 서명이 있어야 한다.
이처럼 형사소송법이 공소제기에 관하여 엄격한 방식에 의한 서면주의를 취하는 것은 법원의 심판 대상을 명확하게 하고 피고인의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하기 위한 것이므로, 그 방식에 따르지 아니한 공소제기는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 때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검사가 공소사실의 일부인 범죄일람표를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하여 열어보거나 출력할 수 있는 전자적 형태의 문서로 작성한 후, 종이문서로 출력하지 아니한 채 그 저장매체 자체를 서면인 공소장에 첨부하여 제출한 경우에는, 서면에 기재된 부분에 한하여 적법하게 공소가 제기된 것으로 볼 수 있을 뿐이다. 이러한 형태의 공소제기를 허용하는 별도의 규정이 없을 뿐만 아니라, 저장매체나 전자적 형태의 문서를 공소장의 일부인 ‘서면’으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전자적 형태의 문서의 양이 방대하여 그러한 방식의 공소제기를 허용해야 할 현실적인 필요가 있다거나 피고인과 변호인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변론에 응하였다고 하여 달리 볼 것도 아니다.
검사가 위와 같은 방식으로 공소를 제기한 경우, 법원은 저장매체에 저장된 전자적 형태의 문서 부분을 고려함이 없이 서면인 공소장에 기재된 부분만으로 공소사실을 판단하여야 한다. 만일 그 기재 내용으로 볼 때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아니한 부분이 있다면 검사에게 특정을 요구하여야 하고, 그럼에도 특정하지 않는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공소를 기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대법원 2016. 12. 15. 선고 2015도3682 판결 참조).
한편 검사가 공소장을 변경하고자 하는 때에는 그 취지를 기재한 공소장변경허가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하여야 하고, 다만 피고인이 재정하는 공판정에서 피고인에게 이익이 되거나 피고인이 동의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법원은 구술에 의한 공소장변경을 허가할 수 있다(형사소송규칙 제142조 제1항, 제5항). 따라서 검사가 구술에 의한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하는 경우에도 변경하고자 하는 공소사실의 내용은 서면에 의하여 신청을 할 때와 마찬가지로 구체적으로 특정하여 진술하여야 하므로, 검사가 구술로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하면서 변경하려는 공소사실의 일부만 진술하고 나머지는 전자적 형태의 문서로 저장한 저장매체를 제출하였다면, 공소사실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진술한 부분에 한하여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이 된 것으로 볼 수 있을 뿐이다. 그 경우 저장매체에 저장된 전자적 형태의 문서는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이 된 것이라고 할 수 없고, 법원이 그 부분에 대해서까지 공소장변경허가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적법하게 공소장변경이 된 것으로 볼 수 없다.
2. 기록에 의하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공소장에 기재된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아래와 같다.
1) 피고인은 2014. 6.경부터 2015. 6. 10.경까지 그 개인정보가 누설된 사정을 알면서도 피고인이 고용한 상담원들로 하여금 그 개인에게 전화하여 대출신청 여부, 직업 또는 신용불량 여부 등 추가적인 개인정보를 수집한 후 이를 가공하여 대출중개업자에게 제공하거나 타인에게 판매하는 데 사용할 생각으로, 성명불상의 개인정보 판매업자로부터 인터넷 또는 네이트온 등을 통하여 개인정보를 구입하거나 대출정보수집업체로부터 피고인이 가지고 있는 개인정보와 교환하는 방법으로 타인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및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 1,453,249,597건을 제공받았다(이하 ‘제1 공소사실’이라고 한다).
2) 피고인은 공소외 1, 공소외 2, 공소외 3과 공모하여 2014. 7. 1.경 사실은 저축은행의 위탁을 받지 않았고 상대방의 인적사항과 대출신청 여부, 직업, 신용불량 여부 등의 개인정보를 대출중개 외에도 타인에게 판매하는 데 사용할 계획임에도 불구하고, 위 1)항과 같이 제공받은 공소외 4 등의 전화번호를 오토콜 프로그램에 입력하고, 성명불상의 상담원으로 하여금 공소외 4와 전화통화를 하면서 “OK저축은행과 제휴한 회사인데, 저금리로 대환을 하거나 추가 대출도 가능하다.”라고 거짓말을 하게 하여, 공소외 4로부터 그의 이름, 휴대전화번호, 성별, 대출 필요금액 등의 정보를 얻은 것을 비롯하여 2014. 7. 1.경부터 2015. 6. 10.경까지 위와 같은 방법으로 공소외 4 등 29,943명으로부터 그들의 성명, 생년월일, 성별, 휴대전화번호, 직업, 대출 필요금액 등의 개인정보를 취득하였다(이하 ‘제2 공소사실’이라고 한다).
3) 피고인은 공소외 1, 공소외 2와 공모하여, 2014. 7. 1.경 위 2)항과 같이 대출중개를 위해 업무상 알게 된 공소외 4 등 165명의 개인정보를 성명불상자가 이용하는 메신저로 전송하거나 대출중개업 인터넷 홈페이지에 입력하는 방법으로 판매한 것을 비롯하여 2014. 7. 1.경부터 2015. 6. 10.경까지 위와 같은 방법으로 공소외 4 등 연인원 47,914명의 성명, 생년월일, 휴대전화번호, 직업, 대출 필요금액 등의 개인정보를 공소외 5 등에게 판매하였다(이하 ‘제3 공소사실’이라고 한다).
나. 검사는 피고인이 재정한 제1심 제9회 공판기일에서, “제1 공소사실 중 ‘개인정보 1,453, 249,597건을 제공받았다.’라는 부분을 ‘별지 범죄일람표 1 기재와 같이 개인정보 417,543,326건을 제공받았다.’로, 제2 공소사실 중 ‘공소외 4 등 29,943명으로부터 개인정보를 취득하였다.’라는 부분을 ‘별지 범죄일람표 3 기재와 같이 공소외 4 등 28,394명으로부터 개인정보를 취득하였다.’로, 제3 공소사실 중 ‘공소외 4 등 연인원 47,914명의 개인정보를 공소외 5 등에게 판매하였다.’라는 부분을 ‘별지 범죄일람표 2 기재와 같이 공소외 4 등 연인원 47,364명의 개인정보를 공소외 5 등에게 판매하였다.’로 변경한다”는 취지로 구술하여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하면서 각 범죄일람표는 전자적 형태의 문서로 저장한 CD를 제출하고 거기에 저장된 문서의 내용은 진술하지 않았다.
다. 제1심은 위와 같은 공소장변경을 허가하면서, 검사로부터 제출받은 CD를 공판조서에 첨부하였다.
라. 위 CD에는 범죄일람표 1을 구성하는 엑셀파일 4개와 범죄일람표 2, 3이 저장된 엑셀파일이 담겨 있다. 그중 범죄일람표 1을 구성하는 4개의 엑셀파일에는 제1 공소사실 중 ‘피고인이 제공받은 개인정보 417,543,326건’에 관하여 보관된 저장매체별로 파일 수정날짜, 개인정보 내용, 개인정보량 등이 기재되어 있다. 범죄일람표 2가 저장된 엑셀파일에는 제3 공소사실 중 ‘피고인이 판매한 공소외 4 등 연인원 47,364명의 개인정보’에 관하여, 범죄일람표 3이 저장된 엑셀파일에는 제2 공소사실 중 ‘피고인이 공소외 4 등 28,394명으로부터 취득한 개인정보’에 관하여 각 개인정보 내용, 연락처, 판매방법, 자료출처 등이 기재되어 있다.
3.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제1심 제9회 공판기일에서 구술에 의한 검사의 공소장변경허가신청에 따라 변경된 이 사건 공소사실의 내용은, 그 범죄의 성격에 비추어 개괄적인 표시가 부득이하다는 점을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제1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제공받은 개인정보 417,543,326건에 관하여 개인정보 종류별 구성내역 및 수량이 전혀 특정되어 있지 않고, 제2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기망하여 개인정보를 취득한 공소외 4 등 28,394명에 관하여 공소외 4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에 대한 부분이 특정되어 있지 않으며, 제3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개인정보를 판매한 일시별 상대방과 개인정보 범위에 관하여 2014. 7. 1.경 이루어진 판매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이 특정되어 있지 않아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을 초래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제1심으로서는 검사에게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위와 같이 특정되지 않은 부분에 관한 특정을 요구하고, 만약 검사가 특정하지 아니하면 이 부분에 대한 공소를 기각하였어야 할 것인데,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이 부분에 대해서도 모두 유죄로 인정하였다. 또한 원심도 그 부분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으니, 거기에는 공소제기 방식과 공소사실 특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위와 같이 특정되지 않은 공소사실 부분은 파기되어야 할 것인데, 원심은 그 부분과 나머지 부분이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다고 하여 하나의 형을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으므로, 원심판결은 전부 파기되어야 한다.
이에 피고인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권순일(재판장) 박병대(주심) 박보영 김재형 | 형사소송법 제57조 제1항, 제254조 제1항, 제3항, 제4항, 제266조, 제298조 제1항, 제327조 제2호, 형사소송규칙 제142조 제1항, 제5항 | 형사 |
【피 고 인】
【상 고 인】
피고인 및 검사
【변 호 인】
법무법인 내일 외 1인
【원심판결】
대전지법 2014. 11. 6. 선고 2014노203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대전지방법원에 환송한다. 검사의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인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시정명령 위반으로 인한 고등교육법 위반의 점
1)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04. 8. 1.경부터 2012. 5.경까지 ○○○대학교 총장으로 재직하였다.
피고인은 2010. 7. 21.경 교육과학기술부장관으로부터 ○○○대학교에서 2008학년도 학생정원을 85명으로 증원하였으므로, 수익용 기본재산 확보율을 100% 이상 확보하여야 하나 49.7%에 그쳐 100% 이상 확보하도록 하는 내용의 ‘2009년 학생정원 자율책정 기준 이행점검에 따른 시정요구 통보’ 공문을 받아 시정명령을 받았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피고인은 계속해서 위와 같은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아, 2010. 8. 11.경 교육과학기술부장관으로부터 수익용 기본재산 확보율 기준미달로 인한 2008학년도 학생정원 증원 조건 불이행을 사유로 2011학년도 학생정원 증원분(85명) 모집정지의 행정제재 처분을 받았으나, 2011. 2.경 위 행정제재 처분에 위반하여 2011학년도 입학정원 120명 중 85명을 제외한 35명만을 모집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66명을 모집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의 수익용 기본재산 확보에 관한 시정명령을 위반하였다.
2) 공소사실의 특정, 불고불리의 원칙에 관한 법리오해 주장에 대하여
피고인은, 이 부분 공소사실에서 특정된 피고인의 시정명령 위반행위는 수익용 기본재산 확보율을 충족하라는 2009년 학생정원 자율책정 기준 이행점검에 따른 시정요구(이하 ‘이 사건 시정요구’라고 한다)를 위반한 행위이고 2011학년도 학생정원 증원분의 모집을 정지하라는 행정제재(이하 ‘이 사건 행정제재’라고 한다)를 위반한 행위는 해당되지 않는데, 이 사건 시정요구 위반행위뿐만 아니라 이 사건 행정제재 위반행위도 시정명령 위반행위로 기소되었다고 보아 이를 모두 유죄로 인정한 원심 판단은 공소사실의 특정, 불고불리의 원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부분 공소사실의 전체적인 구성과 내용을 종합하여 보면, 검사는 피고인의 범죄행위를 수익용 기본재산 확보에 관한 시정명령 위반행위로 특정하면서 그러한 내용의 이 사건 시정요구만을 시정명령이라고 명시적으로 지칭하였다. 따라서 기소된 피고인의 시정명령 위반행위는 이 사건 시정요구 위반행위를 말하고, 이 부분 공소사실 중 이 사건 행정제재 위반행위에 관한 부분은 이 사건 시정요구 위반행위로 인한 경과사실을 부연하는 기재에 불과하다.
또한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동일한 범죄사실을 인정한 다음 구 고등교육법(2011. 7. 21. 법률 제1086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고등교육법’이라고 한다) 제64조 제2항 제1호, 제60조 제1항을 적용하여 하나의 시정명령을 위반한 단순일죄로 죄수를 평가하고 유죄로 인정하였으므로, 이 사건 시정요구 위반행위뿐만 아니라 이 사건 행정제재 위반행위도 별개의 심판대상으로 삼아 유죄로 인정하였다고 볼 수 없다. 원심의 판단 중 피고인이 이 사건 행정제재를 알면서도 위반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한 부분은, 피고인이 항소이유로 제1심의 이 부분 사실인정을 다툰 데 대한 판시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3) 구성요건 해당성에 관한 법리오해 주장에 대하여
(1) 고등교육법은, 학교가 시설·설비·수업 및 학사 기타 사항에 관하여 교육 관계 법령을 위반한 경우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은 학교의 설립·경영자 또는 학교의 장에게 시정을 명할 수 있고(제60조 제1항), 그 명령을 위반한 자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64조 제2항 제1호).
사립학교법은, 학교법인은 그 설치·경영하는 사립학교에 필요한 시설·설비와 당해 학교의 경영에 필요한 재산을 갖추어야 한다고 하고(제5조 제1항), 사립학교에 필요한 시설·설비와 재산에 관한 기준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제5조 제2항).
구 「대학설립·운영 규정」(2011. 6. 27. 대통령령 제2298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시행령’이라고 한다)은, 대학의 학생정원을 증원하는 경우에는 그 증원분을 포함한 전체에 대하여 시행령에 따른 기준을 갖추어야 하고(제2조의3 제1항), 학교법인은 대학의 연간 학교회계 운영수익총액에 해당하는 가액의 수익용 기본재산을 확보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7조 제1항).
위와 같은 관련 규정을 종합하여 보면, 사립대학교를 설립·경영하는 학교법인은 학생정원을 증원하는 경우 사립학교법 제5조 제1항, 시행령 제2조의3 제1항, 제7조 제1항이 정한 기준에 따라 수익용 기본재산을 추가로 확보할 의무를 부담하고, 이러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은 고등교육법 제60조 제1항에 따라 시정명령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고등교육법 제60조 제1항에 따른 시정명령을 위반하였다고 하여 같은 법 제64조 제2항 제1호를 적용하여 처벌하려면, 법령에 규정된 대상자에 대한 적법·유효한 시정명령이 있었을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시정명령이 그 근거가 되는 교육 관계 법령에서 정한 대상자가 아닌 자를 상대로 한 것이면, 그 명령 상대방이 이를 따르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같은 법 제64조 제2항 제1호 위반죄가 성립하지는 않는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2. 8. 18. 선고 90도1709 판결 등 참조).
(2) 기록에 의하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① 사립대학교인 ○○○대학교의 설립·운영자는 공소외 1 학교법인이고 그 이사장은 공소외 2이다. ② ○○○대학교의 입학정원은 2008학년도에 기존의 50명에서 135명으로 증원되었으나, 이에 따른 수익용 기본재산이 추가로 확보되지 못하였다. ③ 이에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은 2010. 7. 21.경 ○○○대학교의 총장인 피고인에 대하여 2008년도 학생정원을 85명 증원함에 따른 수익용 기본재산을 기준 대비 100% 이상으로 확보하라는 내용의 이 사건 시정요구를 하였다.
(3) 위 사실관계를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시정요구는 학생정원 증원으로 인한 수익용 기본재산을 확보하도록 한 사립학교법 제5조 제1항, 시행령 제2조의3 제1항, 제7조 제1항을 위반한 데 대하여 고등교육법 제60조 제1항에 따라 시정명령을 한 것이므로, 명령의 상대방은 ○○○대학교의 총장인 피고인이 아니라 그 설립·운영자인 공소외 1 학교법인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피고인에 대하여 한 이 사건 시정요구는 법령에서 정한 명령대상자가 아닌 자에게 한 것이므로, 피고인이 그 명령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고등교육법 제64조 제2항 제1호 위반죄가 성립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으니, 거기에는 고등교육법 제64조 제2항 제1호 위반죄의 구성요건 해당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나. 미인가 학교운영으로 인한 고등교육법 위반의 점
1)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04. 8. 1.경부터 2012. 5.경까지 천안시에 위치한 ○○○대학교 총장으로 재직하였고, 공소외 3은 2009. 3. 초순경부터 2012. 2. 하순경까지 ○○○대학교 경기지도학과 전임강사로 근무하였다.
피고인과 공소외 3은 공동하여,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의 인가를 받지 아니한 채 2011년 초부터 12월경까지 화성시 정남면 (주소 생략)에 있는 건물 1층에서 ○○○대학교 경기지도전공 학생 26명, 사회복지전공 학생 2명 등 총 28명의 학생들을 상대로 27개 과목을 개설하고 공소외 3과 공소외 3이 모집한 강사들이 강의를 하는 등 위 건물을 사실상 학교의 형태로 운영하였다.
2) 구성요건 해당성에 관한 법리오해 주장에 대하여
(1) 고등교육법은, 고등교육을 실시하는 대학 등의 학교를, 국가가 설립·경영하는 국립학교, 지방자치단체가 설립·경영하는 공립학교, 학교법인이 설립·경영하는 사립학교로 구분하고(제2조, 제3조), 국가 외의 자가 학교를 설립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의 인가를 받아야 하며(제4조 제2항), 학교의 설립·경영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의 인가를 받아 국내외에 분교를 설치할 수 있다고 하고(제24조), 제4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한 학교설립인가 또는 제24조의 규정에 의한 분교설치인가를 받지 아니하고 학교의 명칭을 사용하거나 학생을 모집하여 시설을 사실상 학교의 형태로 운영하는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64조 제1항 제1호).
위 각 규정의 체계와 내용을 종합하여 보면, 고등교육법 제64조 제1항 제1호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적용대상은, ① 제4조 제2항을 위반하여 학교설립인가 없이 시설을 학교로 운영한 행위와 ② 제24조를 위반하여 분교설립인가 없이 시설을 학교로 운영한 행위이다. 따라서 처음부터 학교설립인가 없이 학교를 운영한 자는 위 ①의 경우에 해당하여 처벌대상이 되고, 기존의 학교 설립·경영자가 분교설치인가 없이 분교 형태의 학교를 운영하면 위 ②의 경우에 해당한다. 그런데 위 ②의 경우는 ‘제24조의 규정에 의한 분교설치인가를 받지 아니하고’ 분교시설을 운영한 자가 처벌대상으로 규정되어 있고, 제24조는 ‘학교의 설립·경영자’가 분교를 설치하려면 인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결국 사립학교의 경우 위 ②에 해당하는 처벌대상자는 그 ‘설립·경영자’인 학교법인의 운영주체인 이사장 등이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3. 6. 27. 선고 2001도3003 판결 참조). 설령 학교법인의 운영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학교의 장의 지위에 있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학교법인의 법적 운영주체와 공모관계에 있다는 등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처벌규정의 적용대상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2) 앞에서 인정한 사실관계를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은 사립대학교인 ○○○대학교의 총장일 뿐 ○○○대학교의 설립·경영자인 학교법인의 운영주체가 아니므로 고등교육법 제24조의 적용대상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또한 이 부분 공소사실에 피고인과 공동하여 미인가학교를 운영한 것으로 적시된 공소외 3은 강의를 담당한 전임강사일 뿐인 이상, 피고인이 공소사실과 같이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의 인가를 받지 않고 화성시에 있는 건물을 사실상 ○○○대학교 분교의 형태로 운영하였다고 하여 고등교육법 제64조 제1항 제1호 위반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고등교육법 제64조 제1항 제1호, 제4조 제2항을 적용한 제1심을 변경하여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동일한 처벌규정에 있는 제24조를 적용하여 유죄로 인정하였으나, 이는 고등교육법 제64조 제1항 제1호 위반죄의 구성요건 해당성을 잘못 판단한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2. 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정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 그러한 증명력을 가진 증거가 없다면 설사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유죄로 판단할 수 없다(대법원 2001. 8. 21. 선고 2001도2823 판결 등 참조).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들어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각 무자격 학사학위 수여로 인한 고등교육법 위반의 점, 무자격 석사학위 수여로 인한 고등교육법 위반의 점, 무자격 입학허가로 인한 고등교육법 위반의 점, 사서명위조교사의 점, 사인위조교사의 점, 위조사서명행사교사의 점, 위조사인행사교사의 점에 대하여 모두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관련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피고인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권순일(재판장) 박병대(주심) 박보영 김재형 | [1] 구 고등교육법(2011. 7. 21. 법률 제1086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0조 제1항, 제64조 제2항 제1호(현행 제64조 제3항 제3호 참조), 사립학교법 제5조, 구 대학설립·운영 규정(2011. 6. 27. 대통령령 제2298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의3 제1항, 제7조 제1항 / [2] 구 고등교육법(2011. 7. 21. 법률 제1086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3조, 제4조 제2항, 제24조, 제64조 제1항 제1호(현행 제64조 제2항 제1호 참조) | 형사 |
【피 고 인】
【항 소 인】
검사 및 피고인
【검 사】
이복현 외 1인
【변 호 인】
변호사 박영진
【제1심판결】
춘천지법 2016. 11. 4. 선고 2016고합61 판결
【주 문】
검사 및 피고인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검사)
이 사건에 있어서 피고인과 후보자의 관계 및 행위 동기, 행위 당시의 상황, 행위 시점, 행위의 내용과 태양, 보수 성향 지역으로 새누리당 공천 후보자가 당선되는 지역적 특성, 목적의사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당내 경선운동과 함께 선거운동을 하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나. 양형부당(검사 및 피고인)
원심이 선고한 형(벌금 120만 원)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검사). 반대로 위 형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피고인).
2. 판단
가. 검사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하여
1) 공직선거법상 ‘공직선거’와 ‘당내경선’은 명백히 구분되는 점, ‘당내경선’ 과정에서 당원 아닌 일반 유권자를 상대로 한 경선운동도 허용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당내경선’에서의 당선 또는 낙선을 위한 행위에 부수적으로 ‘공직선거’에서의 당선 또는 낙선을 도모하고자 하는 의사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정만으로 그와 같은 행위가 선거운동에 해당하는 것으로 섣불리 단정하여서는 아니 된다(대법원 2013. 5. 9. 선고 2012도12172 판결 등 참조).
2) 그런데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원심 설시의 각 사정들, 즉 피고인이 문자메시지를 발송한 시점이나 경위, 위 문자메시지에 표시된 공소외인의 지위 및 문자메시지 자체의 내용, 당시 당내경선에서의 후보자들 간의 경쟁구도 및 치열한 경선상황 등을 모두 종합하면, 피고인의 행위는 공소외인의 ‘당내경선’에서의 당선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서, 거기에 ‘공직선거’에서의 공소외인의 당선을 도모하고자 하는 의사가 포함되어 있었다 하더라도, 이는 부수적인 것에 불과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공소사실에 기재된 피고인의 행위가 ‘선거운동’에 해당된다거나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행위라고 단정할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검사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검사 및 피고인의 각 양형부당 주장에 대하여
1) 이 사건 범행은 누구든지 당내경선에서 공직선거법에서 정한 방법 외의 방법으로 경선운동을 하여서는 아니 됨에도 피고인이 인터넷 대량 문자발송 서비스를 이용하여 ○○고등학교 동문 2,028명에게 같은 동문이자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춘천시선거구 새누리당 경선후보인 공소외인에 대한 지지를 부탁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전송함으로써 당내 경선운동을 한 사안이다.
2) 원심은, 피고인에게 ① 불리한 정상으로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와 민주적 절차에 의하여 선거가 공정하게 행하여지도록 선거 전에 이루어지는 당내 경선운동의 방법을 제한한 공직선거법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범행의 죄질이 결코 가볍다고 할 수 없는 점, 위와 같은 행위는 ○○고등학교 동문이라는 후보자와 공통점을 가진 다수의 집단을 상대로 이루어졌던 점에 비추어 볼 때 당내경선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는 한편, ② 유리한 정상으로 피고인은 1회의 음주운전 전력 이외에 별다른 범죄전력이 없는 점, 이 사건 범행이 경선 내지는 선거에 중대한 영향까지 미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 점, 당내경선 경쟁후보가 있었던 △△고등학교 측에서 당내경선과 관련한 문자메시지를 발송하자 이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범행을 한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이 자백하고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을 함께 참작한 다음, 그 밖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범행 후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양형조건과 대법원 양형위원회에서 정한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징역 4월 이상 1년 미만 또는 100만 원 이상 400만 원 이하의 벌금)를 종합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벌금 120만 원의 형을 정하였다.
3) 이 사건 기록 및 변론에 나타난 형법 제51조 소정의 양형조건을 토대로 피고인에 대한 원심의 양형을 검토해 보면, 원심의 위 양형은 이 사건 변론 과정에 나타난 양형 관련 제반 사정을 두루 참작하여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고, 그 밖에 달리 당심에 이르기까지 원심의 양형을 변경할 만한 특별한 사정의 변경도 발견되지 않는다. 따라서 원심이 선고한 형이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거나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는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검사 및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검사 및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모두 기각한다.
판사 정선재(재판장) 김상우 오경미 | 공직선거법 제2조, 제57조의2 제1항, 제57조의3 제1항, 제58조 제1항, 제59조 제2호, 제87조 제1항 제3호, 제93조 제1항, 제254조 제2항, 제255조 제1항 제11호, 제2항 제3호, 제5호, 제256조 제3항 제1호 (나)목 | 형사 |
【피 고 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최승인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법 2016. 10. 20. 선고 2016노1349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구 임대주택법(2015. 8. 28. 법률 제13499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임대주택법’이라고 한다)은 임대주택의 건설을 촉진하고 국민의 주거생활을 안정시키는 것을 목적으로(제1조), 임대주택의 임차인의 자격, 선정 방법, 임대보증금, 임대료 등 임대 조건에 관한 기준을 정하는 한편(제20조 제1항), 임대주택 임차인의 임차권 양도 및 전대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면서 예외적으로 구 임대주택법 시행령(2015. 7. 24. 대통령령 제2644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8조 제1항이 정하는 근무, 생업 또는 질병 치료 등의 사유로 다른 시·군·구로 주거를 이전하는 등의 경우로서 임대사업자의 동의를 얻은 경우에 한해 그 양도 및 전대를 허용하고 있고(제19조),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임대주택을 임대받거나 임대받게 하는 행위, 위 법 제19조를 위반하여 임대주택의 임차권을 양도하거나 임대주택을 전대하는 행위 등을 처벌하고 있다(제41조 제4항).
위와 같은 구 임대주택법의 입법 목적과 위 법이 임차인의 자격, 선정방법과 임대 조건 등을 엄격히 정하고 있고, 부정한 방법으로 임대주택을 임대받거나, 임차권의 무단 양도, 임대주택의 전대행위를 범죄로 규정하여 처벌까지 하고 있는 점, 위 법에서 금지하는 임차권의 양도는 매매, 증여, 그 밖에 권리변동이 따르는 모든 행위(상속의 경우는 제외)를 포함하고 있는 점을 종합하여 보면, 구 임대주택법 제19조에서 금지하는 임대주택의 전대는 대가 지급 여부와 관계없이 임차인이 임대주택을 다시 제3자에게 사용, 수익하게 하는 행위를 의미한다고 할 것이므로 유상의 임대차뿐만 아니라 무상의 사용대차도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
위 법리와 증거에 의하여 살펴보면, 이 사건 변경된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하거나, 구 임대주택법 제19조에서 정한 임대주택의 전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기택(재판장) 김용덕 김신(주심) 김소영 | 구 임대주택법(2015. 8. 28. 법률 제13499호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으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1조(현행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제1조, 공공주택 특별법 제1조 참조), 제19조(현행 공공주택 특별법 제49조의4 참조), 제20조 제1항(현행 공공주택 특별법 제49조 제1항 참조), 제41조 제4항(현행 공공주택 특별법 제57조의4 참조), 구 임대주택법 시행령(2015. 7. 24. 대통령령 제2644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8조 제1항(현행 공공주택 특별법 시행령 제48조 제1항 참조) | 형사 |
【피 고 인】
【상 고 인】
【변 호 인】
행복마루 법무법인 담당변호사 조근호 외 3인
【원심판결】
서울서부지법 2015. 12. 10. 선고 2014노1724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인 1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각 식품위생법 위반의 점에 대하여
1)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고인 1에 대한 각 식품위생법 위반의 점의 요지는, 피고인 1이 피고인 2와 공모하여, 부패가 진행 중이고 이물질인 곰팡이가 들어있는 불결한 양파를 판매할 목적으로 수입·보관하여 판매하고, 부패가 진행 중이고 이물질인 곰팡이가 들어있으며 흙먼지가 묻어있는 불결한 건고추를 판매할 목적으로 수입 또는 보관하여 판매하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들이 수입·보관·판매한 양파와 건고추는 식품위생법상 식품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그 수량 전부가 식품위생법 제4조에서 규정한 인체의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거나 유해·유독물질이 묻어있을 염려가 있는 것에 해당한다고 보아 위 공소사실이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2) 양파와 건고추가 식품위생법상 ‘식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식품위생법 제2조 제1호는 “「식품」이란 모든 음식물(의약으로 섭취하는 것은 제외한다)을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위 식품에는 가공 및 조리된 식품뿐 아니라 ‘자연식품’도 포함된다(대법원 1989. 7. 11. 선고 88도2312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자연으로부터 생산되는 산물이 어느 단계부터 자연식품으로서 식품위생법상 ‘식품’에 해당하는 것인지는, 식품으로 인한 위생상의 위해를 방지하고 국민보건의 증진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식품위생법의 입법 목적(식품위생법 제1조), 「식품위생법」 및 그 시행령 등 식품위생법령과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 「식품산업진흥법」, 「농수산물 품질관리법」 등 관련 법령의 규정 체계, 식품의 생산·판매·운반 등에 대한 위생 감시 등 식품으로 규율할 필요성과 아울러 우리 사회의 식습관이나 보편적인 음식물 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식품위생법상 ‘식품’의 개념은 식품 관련 법령의 개정 및 식품 관련 산업의 발전, 식습관의 변화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므로 과거에는 식품위생법상 ‘식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평가되었던 것도 현재에는 식품위생법상 ‘식품’에 해당할 수 있다.
(나) ① 구 식품위생법(1976. 12. 31. 법률 제2971호로 개정된 것) 제6조의 위임에 따라 식품의 기준과 규격을 정한 보건사회부 고시 「식품 등의 규격 및 기준」이 1981. 4. 11. 보건사회부 고시 제81-26호로 개정되면서 콩나물의 수은함량에 관한 잠정기준 등 ‘자연식품’에 관한 일반 기준이 신설된 점, ② 1999년 제정된 「농업·농촌기본법」이 2007. 12. 21. 법률 제8749호로 전부 개정되어 그 제명이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으로 변경되면서, 제3조 제7호 (가)목에 “사람이 직접 먹거나 마실 수 있는 농산물”을 식품으로 정의하는 규정이 추가되어 그 규정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는 점, ③ 이 사건 행위 당시 이미 식품위생법 제7조 제1항의 위임에 따라 식품의 기준과 규격을 정한 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인 「식품의 기준 및 규격」중 “제2. 식품일반에 대한 공통기준 및 규격”의 “5. 식품일반의 기준 및 규격”에서는 양파·고추를 비롯한 농산물의 중금속 기준뿐만 아니라, 건고추의 곰팡이독소 기준 및 농약 잔류허용기준을 규정하는 등 식품 관련 법령과 고시에서 양파와 건고추가 식품에 해당함을 전제로 하는 규정을 두고 있었던 점, ④ 우리 사회의 식습관 및 보편적인 음식물 관념상 가공·조리되지 않은 양파와 건고추는 식품으로 받아들여져 왔을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에게 가공·조리되지 않은 상태로 판매되고 있으므로, 가공되지 않은 양파와 건고추를 식품으로 취급하여 그 위생을 감시할 필요성이 있는 점, ⑤ 양파와 건고추가 식품위생법상 식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하는 것은 사회통념상 국민들의 식습관에 부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기존의 식품안전관리체계에도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양파와 건고추는 그 자체로 현행 식품위생법 제2조 제1호에서 정한 식품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양파와 건고추가 식품위생법상 식품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피고인 1의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식품위생법상 식품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상고이유가 들고 있는 대법원 1979. 4. 24. 선고 79도33 판결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식품관련 법령의 개정 및 우리 사회의 식습관이나 보편적인 음식물 관념의 변화에 따라 식품위생법상 ‘식품’에 관한 해석이 달라지기 이전의 사안으로 이 사건에 원용하기 적절하지 않다.
3) 양파와 건고추가 식품위생법 제4조에서 규정한 ‘인체의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는 식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를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부분에 관한 원심의 판단 역시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식품위생법 제4조의 해석 및 죄형법정주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나. ○○유통 관련 업무상배임의 점에 대하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 1에 대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된다.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업무상배임죄에서의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 중 △△△△식품 관련 업무상배임의 점에 대하여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된다.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업무상배임죄에서의 재산상 이익 및 손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한편 검사는 원심판결 전부에 대하여 상고하였으나, 유죄 부분에 관하여는 상고장이나 상고이유서에 불복이유의 기재가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피고인 1 및 검사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권순일(재판장) 박병대(주심) 박보영 김재형 | [1] 식품위생법 제1조, 제2조 제1호 / [2] 식품위생법 제2조 제1호, 제7조 제1항, 구 식품위생법(1986. 5. 10. 법률 제3823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6조(현행 제7조 참조), 구 식품위생법(2013. 7. 30. 법률 제1198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조, 제94조 제1호(현행 제94조 제1항 제1호 참조), 구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2015. 6. 22. 법률 제1335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 제7호 (가)목 | 형사 |
【피 고 인】
【상 고 인】
피고인들
【변 호 인】
법무법인 시민 담당변호사 김남준
【원심판결】
서울남부지법 2012. 7. 6. 선고 2010노1783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인 1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가. 공무원이 집단적으로 행한 의사표현행위가 국가공무원법이나 공직선거법 등 개별 법률에서 공무원에 대하여 금지하는 특정의 정치적 활동에 해당하는 경우나, 특정 정당이나 정치세력에 대한 지지 또는 반대의사를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등 정치적 편향성 또는 당파성을 명백히 드러내는 행위 등과 같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침해할 만한 직접적인 위험을 초래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 그 행위는 공무원의 본분을 벗어나 공익에 반하는 행위로서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기강을 저해하거나 공무의 본질을 해치는 것이어서 직무전념의무를 해태한 것이라 할 것이므로, 국가공무원법 제66조 제1항에서 금지하는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여기서 어떠한 행위가 정치적 중립성을 침해할 만한 직접적인 위험을 초래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 것인지는 일률적으로 정할 수 없고, 헌법에 의하여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는 공무원 지위의 특수성과 아울러, 구체적인 사안에서 해당 행위의 동기 또는 목적, 시기와 경위, 당시의 정치적·사회적 배경, 행위 내용과 방식, 특정 정치세력과의 연계 여부 등 해당 행위와 관련된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2. 4. 19. 선고 2010도6388 전원합의체 판결). 그리고 이러한 법리는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를 금지한 구 지방공무원법(2010. 3. 22. 법률 제1014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58조 제1항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한편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하나(형사소송법 제307조 제2항), 사실 인정의 전제로 행하여지는 증거의 취사 선택 및 증거의 증명력은 사실심 법원의 자유판단에 속한다(형사소송법 제308조).
나. 원심은, 이 사건 집회의 목적, 개최 경위, 준비 과정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 1의 이 사건 집회 참가 등의 행위는 특정 정당 또는 정치세력과 연계하여 정부정책 결정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는 행위 내지 직무의 공정성을 해치고 국민의 신뢰를 침해할 위험성이 큰 행위로서 공익에 반하고 공무원으로서의 직무에 관한 기강을 저해하거나 공무의 본질을 해치는 것이어서, 직무전념의무를 해태한 집단행위로 보이므로 이는 구 지방공무원법 제58조 제1항에서 금지하는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한 반면, 이를 법령상 허용되는 행위 내지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위 피고인의 이에 관한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의 항소이유 주장을 받아들이지 아니하였다.
다. 상고이유 주장 중 원심의 사실인정을 다투는 취지의 주장은 실질적으로 사실심 법원의 자유판단에 속하는 원심의 증거 선택 및 증명력에 관한 판단을 탓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리고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아도,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구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2010. 3. 17. 법률 제1013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 제1항의 ‘노동조합과 관련된 정당한 활동’, 제4조의 ‘정치활동’, 구 지방공무원법 제58조 제1항의 ‘공무 이외의 집단행위’ 및 공익 목적, 직무전념의무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사유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2. 피고인 2 노동조합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 2 노동조합이 합병으로 소멸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이에 관한 위 피고인의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의 항소이유 주장을 받아들이지 아니하였다.
원심의 사실인정을 다투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실질적으로 사실심 법원의 자유판단에 속하는 원심의 증거 선택 및 증명력에 관한 판단을 탓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리고 원심판결 이유를 앞에서 본 법리 및 원심 판시 관련 법령·법리와 아울러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수긍할 수 있고(대법원 2016. 12. 27. 선고 2011두921 판결 참조),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법인 소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소영(재판장) 김용덕(주심) 김신 이기택 | 국가공무원법 제66조 제1항, 구 지방공무원법(2010. 3. 22. 법률 제1014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8조 제1항, 제82조(현행 제83조 참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1 외 6인
【상 고 인】
피고인들
【변 호 인】
변호사 정영주 외 5인
【원심판결】
광주고법 2016. 9. 6. 선고 (전주)2016노50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인 1, 피고인 4, 피고인 5, 피고인 6, 피고인 7의 사기 부분에 대한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1) 피고인이 범죄구성요건의 주관적 요소인 고의를 부인하는 경우, 그 범의 자체를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는 없으므로 사물의 성질상 범의와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이를 증명할 수밖에 없다. 이때 무엇이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에 해당하는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으로 사실의 연결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2. 23. 선고 2005도8645 판결 등 참조).
한편, 고의의 일종인 미필적 고의는 중대한 과실과는 달리 범죄사실의 발생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있고 나아가 범죄사실이 발생할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어야 한다. 행위자가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용인하고 있었는지 여부는 행위자의 진술에 의존하지 않고 외부에 나타난 행위의 형태와 행위의 상황 등 구체적인 사정을 기초로 일반인이라면 해당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를 고려하면서 행위자의 입장에서 그 심리상태를 추인하여야 한다(대법원 2004. 5. 14. 선고 2004도74 판결 등 참조).
(2) 형법 제30조의 공동정범은 2인 이상이 공동하여 죄를 범하는 것으로서, 공동정범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주관적 요건으로서 공동가공의 의사와 객관적 요건으로서 공동의사에 기한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한 범죄의 실행사실이 필요하고, 공동가공의 의사는 공동의 의사로 특정한 범죄행위를 하기 위하여 일체가 되어 서로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하여 자기의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어야 한다(대법원 2003. 3. 28. 선고 2002도7477 판결 등 참조). 공모자 중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 일부를 직접 분담하여 실행하지 않은 사람도 전체 범죄에서 그가 차지하는 지위, 역할이나 범죄 경과에 대한 지배나 장악력 등을 종합해 볼 때, 단순한 공모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범죄에 대한 본질적 기여를 통한 기능적 행위지배가 존재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이른바 공모공동정범으로서의 죄책을 질 수 있다(대법원 1998. 5. 21. 선고 98도321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0. 7. 15. 선고 2010도3544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의 판단
(1) 원심은 채택 증거에 의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하였다.
(가) 피고인 1은 2014. 3. ○○대학교를 운영하는 공소외 학교법인(이하 ‘학교법인’이라고만 한다)의 이사장에 취임한 사람으로서 2013. 7.경부터 학교법인 재정기여 예정자의 지위에서 학교법인과 ○○대학교를 실질적으로 운영하였다. 피고인 4는 2011. 5.부터 2014. 7.까지 ○○대학교 총장으로 재직하고, 이후에도 ○○대학교 실용음악과 학과장으로 재직하였다. 피고인 5는 학교법인의 임시 상무이사로 선임되어 피고인 1을 도와 2013. 7.경부터 ○○대학교의 현안에 관하여 논의하였고, 2014. 7. ○○대학교 총장에 취임하였다. 피고인 6은 2013. 11.경 또는 2013. 12.경부터, 피고인 7은 2014. 1.경부터 위 모집계획에 따라 장애인체육특기생을 모집하고 입학생들의 학업이수 등을 관리해 왔다.
(나) 교육과학기술부(2013. 3. 23.부터는 교육부)는 재학생 충원율 등의 일정한 기준에 미달한 대학을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으로 지정하여 학자금대출 등을 제한하여 퇴출시키는 정책을 시행하였고, 그 평가기준에 따라 ○○대학교가 2012년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에 포함되었다. ○○대학교는 2013. 11.경 재학생 충원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2014년 1학기부터 장애인체육특기생을 모집하기로 결정하였다.
(다) 당시 ○○대학교의 여건상 2014년 1학기부터 바로 입학생을 모집해 학사과정을 진행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교육부 승인 등을 거쳐 장애인 관련 학과를 신설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고, 입학생들의 통학이나 학업이수에 필요한 기본시설(기숙사, 화장실, 훈련시설 등)조차 갖추고 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모집계획 자체를 반대하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라) 그런데도 ○○대학교는 2014년 1학기부터 수원, 인천 등 지방 체육회를 중심으로 장애인체육특기생을 적극적으로 모집하였다. 모집된 특기생들은 본인들 의사와 무관하게 정원 미달학과 등에 분산 배정되었고, 상당수는 입학 후에 휴학하였다. 휴학을 하지 않은 입학생들도 수업에는 일체 출석하지 않았다.
(마) ○○대학교의 학사내규에 따르면 수업에 출석하지 않은 학생에게는 학점이 부여될 수 없다. 그러나 ○○대학교는 총장이 결재한 공문에 따라 특기생들의 훈련 여부도 확인하지 않은 채 일괄하여 훈련에 따른 공결로 처리하고 출석한 것으로 인정하였다. 또한 특기생들이 다른 학생들의 시험일정이 끝난 후에 따로 모여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해주었는데, 시험감독관들은 휴대전화로 답안을 검색하는 것을 방관하고 아예 정답을 알려주거나 대필해 주기도 하였다. 덕분에 특기생들은 모두 C+ 이상의 학점을 받았다.
(바) 결국 특기생들은 정상적으로 학사과정을 이수하려고 등록한 학생들도 아니고 실제로 정상적으로 학점을 이수하지도 않아 국가장학금을 신청할 자격이 없었다. 그러나 이들은 2014년 1학기부터 2015년 1학기까지 공소사실과 같이 형식적으로 자격요건을 갖춰 국가장학금을 신청·교부받았다.
(2) 원심은 위 사실을 토대로 장애인체육특기생의 모집계획부터 신입생 모집, 입학 후 학사운영, 국가장학금의 신청 등 일련의 과정, 위 피고인들이 분담한 행위와 역할, 피고인들의 지위와 인식 범위 등을 종합하여, 피고인들이 2014년 1학기부터 수업료 전부를 국가장학금 또는 교내장학금으로 납부하는 조건으로 장애인체육특기생을 유치하였고, 상호 공모하여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방법으로 피해자 한국장학재단으로부터 국가장학금을 편취하였다고 판단하였다.
다. 피고인 1, 피고인 6, 피고인 7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사정들, 즉 ① 피고인 1이 2013. 11.경 이사장 내정자의 지위에서 장애인체육특기생 모집계획을 보고받고 직접 지시한 점, ② 피고인 6, 피고인 7이 위 계획에 따라 특기생들을 모집하고 출석과 시험 등 전반적인 학업이수를 관리해 온 점, ③ 신입생 모집 당시의 여건이나 준비상황에 비추어 정상적인 학사일정 진행이 어려운 상황이었고, 특기생들은 등록금이나 학비를 자비로 부담하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모집된 것으로 보이는 점, ④ 이후 학사관리가 파행적으로 이루어지는 가운데 특기생들이 국가장학금을 신청한 점 등을 종합하면, 위 피고인들에 대하여 사기죄의 공동정범을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동정범, 사기죄의 고의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라. 피고인 4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면, ① 피고인 4는 ○○대학교의 총장으로서 2013. 10. 장애인체육특기생 모집계획의 보고단계부터 관여하였고, 입학생들의 학사관리 전반을 총괄하는 지위에서 공결처리 등 실무까지 관여한 점, ② 특기생들은 정상적으로 학사과정을 이수하려고 등록한 학생들도 아니고 실제로 정상적으로 학점을 이수하지도 않아 국가장학금을 신청할 자격이 없었는데, 학교 차원의 협조로 형식적으로 국가장학금 자격요건을 갖추어 장학금을 신청한 점 등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정을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 원심의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사기죄의 고의와 기망행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마. 피고인 5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1) 상고이유 제3점 부분
피고인 5가 2013. 11.경 피고인 1에게 장애인체육특기생 모집방안을 보고하는 자리에 참석한 사실이 없다는 상고이유 주장은, 실질적으로 사실심 법원의 자유판단에 속하는 증거 선택과 증명력에 관한 판단을 탓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리고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과 관련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 4의 진술 등에 비추어 원심이 피고인 5의 참석사실을 인정한 것은 정당하다. 원심의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
(2) 상고이유 제1, 2, 4점 부분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면, ① 피고인 5는 2013. 6.경부터 피고인 1을 도와 그가 학교법인 이사장에 취임하는 데 적극적으로 협력하면서 현안을 논의하는 관계였던 점, ② 2013. 11.경 피고인 1이 장애인체육특기생 모집방안을 보고받고 추진을 지시한 자리에도 참석한 점, ③ 피고인 5는 이후에도 피고인 1과 함께 피고인 6 등으로부터 특기생의 모집경과를 보고받은 점, ④ 2014. 7.경에는 직접 총장직에 취임하여 학사관리 등을 총괄한 점, ⑤ 이후 학사관리가 파행적으로 이루어지는 가운데 특기생들이 국가장학금을 신청한 점 등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 5가 다른 공동피고인들과 공모하여 국가장학금을 편취하였다는 공소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공모공동정범의 성립요건, 사기죄의 편취범의와 인과관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피고인 1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피고인 1이 ○○대학교를 운영하는 학교법인의 수익용 기본재산 75억 원을 횡령하여 불법으로 영득할 의사가 없었다는 주장은, 이를 항소이유로 삼거나 원심이 직권으로 심판대상으로 삼은 바가 없는 것을 상고심에 이르러 비로소 주장하는 것으로서 적법한 상고이유가 아니다.
그리고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에 의하면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서만 양형부당을 사유로 한 상고가 허용되므로, 위 피고인에 대하여 그보다 가벼운 형이 선고된 이 사건에서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는 주장 또한 적법한 상고이유가 아니다.
3. 피고인 2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부분
(1) 알선수재죄는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을 알선한다는 명목’으로 ‘금품 등을 수수’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이다. 여기에서 ‘알선’이라 함은 공무원의 직무에 속하는 일정한 사항에 관하여 당사자의 의사를 공무원 측에 전달하거나 편의를 도모하는 행위 또는 공무원의 직무에 관하여 부탁을 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하여 당사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결정이 이루어지도록 돕는 등의 행위를 의미한다. 이 경우 공무원의 직무는 정당한 직무행위인 경우도 포함되고 알선의 상대방인 공무원이나 그 직무내용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어 있을 필요도 없다. 또한 위와 같은 알선의 명목으로 금품을 받았다면 실제로 어떤 구체적인 알선행위를 하였는지와 상관없이 범죄는 성립한다. 그리고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과 수수한 금품 사이에 대가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알선의 내용, 알선자와 이익 제공자 사이의 친분관계, 이익의 다과, 이익을 주고받은 경위와 시기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결정하되, 알선과 주고받은 금품 사이에 전체적·포괄적으로 대가관계가 있으면 충분하다. 한편 알선자가 받은 금품에 알선행위에 대한 대가로서의 성질과 그 밖의 행위에 대한 대가로서의 성질이 불가분적으로 결합되어 있는 경우에는 그 전부가 불가분적으로 알선행위에 대한 대가로서의 성질을 가진다(대법원 2002. 8. 23. 선고 2002도46 판결, 대법원 2012. 1. 12. 선고 2010도13354 판결 등 참조).
(2) 원심은 그 채택 증거에 의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하였다. (가) 피고인 2는 2012. 9.경 피고인 1로부터 그가 학교법인 이사장으로 취임할 수 있도록 교육부처 담당공무원 등에게 로비활동을 하는 데 필요한 자금 명목으로 5억 원을 받기로 약속하였다. (나) 그 후 피고인 2는 자신이 관리하던 피고인 1의 계좌로 ① 2013. 12. 27. 8,000만 원을 받고, 위 계좌에 있던 돈에서 ② 2013. 12. 30. 1,000만 원, ③ 2014. 1. 20. 1,000만 원을 인출하였다. (다) 또한 피고인 2는 피고인 1이 학교법인 이사장에 취임한 후에 그로부터 ④ 2015. 1. 30. 6,000만 원, ⑤ 2015. 2. 4. 4,000만 원을 받았다.
원심은, 피고인 2가 피고인 1 명의 계좌에 입금된 돈을 관리·지출한 방식, 피고인 1이 그 돈의 지출과 반환에 관하여 가진 인식과 의사, 피고인 1의 취임 후에 피고인 2가 남은 활동자금의 지급을 요구해 온 사정 등 돈의 지급 경위, 피고인 1이 그 돈의 명목과 반환에 관하여 가진 인식과 의사 등을 종합하여, 위 금품이 약속한 로비자금 5억 원 중 일부로 지급된 것으로 피고인 2가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을 알선하는 것과 전체적·포괄적으로 대가관계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3) 위에서 본 법리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 2가 받은 위 2억 원에 대하여 알선수재죄의 성립을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알선수재죄의 대가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나. 2014. 4.경 미화 5,000달러의 뇌물공여 부분
(1) 공무원이 그 직무의 대상이 되는 사람으로부터 금품 기타 이익을 받은 때에는 그것이 그 사람이 종전에 공무원으로부터 접대 또는 수수받은 것을 갚는 것으로서 사회상규에 비추어 볼 때에 의례상의 대가에 불과한 것이라고 여겨지거나, 개인적인 친분관계가 있어서 교분상의 필요에 의한 것이라고 명백하게 인정할 수 있는 경우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직무와 관련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공무원의 직무와 관련하여 금품을 주고받았다면 비록 사교적 의례의 형식을 빌어 금품을 주고받았다고 하더라도 그 수수한 금품은 뇌물이 된다(대법원 2002. 7. 26. 선고 2001도6721 판결 등 참조).
공무원이 얻는 어떤 이익이 직무와 대가관계가 있는 부당한 이익으로서 뇌물에 해당하는지 또는 사회상규에 따른 의례상의 대가 혹은 개인적 친분관계에 따른 교분상의 필요에 의한 것으로서 직무와의 관련성이 없는 것인지 여부는 당해 공무원의 직무 내용, 직무와 이익 제공자의 관계, 이익의 수수 경위와 시기 등의 사정과 아울러 제공된 이익의 종류와 가액도 함께 참작하여 이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2. 24. 선고 2005도4737 판결 등 참조).
(2) 원심은 채택 증거를 종합하여, ① ○○대학교 및 학교법인의 운영과 관련한 분쟁의 경과, ② 피고인 2가 피고인 1의 학교법인 이사장 취임을 위한 인수작업에 관여한 경위, ③ 피고인 2가 당시 교육부 대학지원실 산하 대학정책과 소속 공무원이던 피고인 3과 여러 차례 접촉하여 관련 정보를 얻거나 다른 공무원들을 소개받는 등 인수작업에 필요한 편의를 제공받은 사정, ④ 위 과정에서 피고인 2가 피고인 3에게 골프 등 접대를 해 온 점 등을 인정하였다. 이를 토대로 원심은, 피고인 2가 2014. 4. 피고인 3에게 미화 5,000달러를 비록 승진축하금이라는 사교적 의례의 형식을 빌어 교부하였으나, 이는 피고인 3의 공무원으로서의 직무와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3)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피고인 1이 학교법인 이사장으로 취임한 직후 위 금품이 수수되었음을 알 수 있고,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금품의 수수 시기와 경위, 피고인 2와 피고인 3의 관계, 피고인 3의 직무 내용, 금품의 종류와 가액 등을 살펴보면, 위 금품수수행위에 뇌물죄의 직무관련성이 있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뇌물죄의 직무관련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4. 피고인 3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가. 2012. 7.경 미화 4,000달러의 뇌물수수 부분
피고인 2로부터 미화 4,000달러를 받은 사실이 없다는 피고인 3의 상고이유 주장은, 실질적으로 사실심 법원의 자유판단에 속하는 증거 선택과 증명력에 관한 판단을 탓하는 것에 불과하다.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과 관련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미화 4,000달러의 수수사실을 인정한 다음 위 피고인의 행위가 뇌물죄를 구성한다고 본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뇌물죄의 직무관련성이나 대가성, 범의 등에 관하여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나. 2014. 4.경 미화 5,000달러의 뇌물수수 부분
원심은 그 채택 증거에 의하여 피고인 3이 피고인 2가 추진하는 학교법인의 인수 등과 관련하여 편의를 제공한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금품의 수수 경위와 시기, 피고인 3과 피고인 2의 관계, 피고인 3의 직무 내용, 금품의 종류와 가액 등을 종합하여, 피고인 3이 수수한 미화 5,000달러가 교육공무원인 피고인 3의 직무와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다.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뇌물죄의 직무관련성, 대가성이나 범의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5. 피고인 4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피고인 3이 2013. 8.경 뇌물로 받은 10,000달러가 피고인 4가 송금한 3,000만 원에서 환전된 돈이 아니라는 위 피고인의 주장은, 이를 항소이유로 삼거나 원심이 직권으로 심판대상으로 삼은 바가 없는 것을 상고심에 이르러 비로소 주장하는 것으로서 적법한 상고이유가 아니다.
또한 위와 같은 상고이유 주장은 실질적으로 사실심 법원의 자유판단에 속하는 증거 선택과 증명력에 관한 판단을 탓하는 것에 불과하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아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
6.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보영(재판장) 박병대 권순일 김재형(주심) | [1] 형법 제13조, 제347조, 형사소송법 제308조 / [2] 형법 제13조, 제347조 / [3] 형법 제30조 / [4]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 [5] 형법 제129조 제1항 | 형사 |
【피 고 인】
【상 고 인】
피고인 및 검사
【변 호 인】
법무법인 유스트 외 1인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법 2016. 10. 20. 선고 2016노1981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구 국민체육진흥법(2012. 2. 17. 법률 제1130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6조는 “서울올림픽기념국민체육진흥공단과 수탁사업자 외에는 체육진흥투표권 발행이나 이와 비슷한 행위를 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면서, 제53조에서 이를 위반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2012. 2. 17. 법률 제11309호로 개정된 국민체육진흥법은 제26조 제1항에서 “서울올림픽기념국민체육진흥공단과 수탁사업자가 아닌 자는 체육진흥투표권 또는 이와 비슷한 것을 발행(정보통신망에 의한 발행을 포함한다)하여 결과를 적중시킨 자에게 재물이나 재산상의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이하 ‘유사행위’라 한다)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는 한편, 같은 조 제2항에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항 제1호에 따른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체육진흥투표권이나 이와 비슷한 것을 발행하는 시스템을 설계·제작·유통 또는 공중이 이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행위’(제1호), ‘유사행위를 위하여 해당 운동경기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행위’(제2호), ‘유사행위를 홍보하거나 체육진흥투표권 또는 이와 비슷한 것의 구매를 중개 또는 알선하는 행위’(제3호)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규정을 추가하고, 제47조 내지 제49조에서 이를 위반한 자에 대하여 각 금지행위의 태양에 따라 법정형을 달리하여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개정된 국민체육진흥법 제26조가 제1항에서 ‘유사행위’를 금지하는 외에, 제2항에 유사행위와 관련한 각 호의 행위를 금지하는 조항을 신설한 취지는, 제26조 제1항의 ‘유사행위’에까지 이르지 않았지만 유사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행위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자를 처벌하도록 함으로써 불법적인 스포츠 도박 사업 운영을 근원적이고 효과적으로 방지하고자 하는 데에 있다.
이러한 관련 규정의 입법 취지, 내용과 함께 국민체육진흥법 제26조의 각 행위에 대하여 형법 총칙의 공범 규정 적용을 배제하는 규정이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국민체육진흥법 제26조 제1항 위반죄의 공범에 해당하는 사람이 그 실행행위로서 제2항 각 호의 행위를 한 경우에는 공범에 관한 형법 총칙 규정에 따라 같은 조 제1항 위반죄의 공범이 성립하고, 같은 조 제2항 위반죄는 이에 흡수된다고 할 것이다. 이와 달리 해석한다면 국민체육진흥법 제26조 제2항 각 호의 행위를 한 자에 대하여는 제1항의 유사행위에 공모·가담하더라도 같은 항 위반죄의 공범으로 처벌할 수 없고 그보다 형이 가벼운 같은 조 제2항 위반죄로만 처벌할 수 있게 되므로, 다른 행위를 하여 제26조 제1항의 공범으로 처벌하는 경우와 비교하여 형평에도 맞지 않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인이 주범인 성명불상자의 범행에 공동으로 가공한다는 의사를 가지고 직접 또는 하위 총판을 통하여 도박자의 ○○ 사이트 회원 가입을 유도하는 방법으로 도박공간개설행위를 기능적으로 분담하였다고 보아 피고인을 형법 제247조의 도박공간개설죄의 공동정범으로 인정하면서도, 국민체육진흥법 제26조 제1항 위반의 점에 대하여는 국민체육진흥법 제26조 제2항에서 ‘유사행위’와 상호관련 있는 행위들을 세분화하여 규정하고 이에 대한 법정형을 차등하여 규정하고 있는 것은 불법적인 스포츠 도박과 관련된 금지행위를 구체화하여 이에 따른 적정한 처벌을 하고자 하는 입법자의 의도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국민체육진흥법 제26조 제2항에서 금지하고 있는 행위를 저지른 피고인에 대하여 같은 조 제1항 위반죄의 공동정범으로 처벌하는 것은 입법자의 의도에 반한다고 보아 이 부분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원심이 국민체육진흥법 제26조 제2항에서 금지하고 있는 행위를 저지른 자를 같은 조 제1항 위반죄의 공동정범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본 것은 국민체육진흥법 제26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것이고, 이러한 잘못이 판결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이를 지적하는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한편 검사는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에 대하여도 상고하였으나 상고장에 이유의 기재가 없고 상고이유서에도 불복사유의 기재가 없다.
2. 피고인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를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도박공간개설의 점을 유죄로 인정하고 피고인에 대하여 181,490,000원의 추징을 명한 제1심판결을 유지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동정범, 추징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3. 파기의 범위
위와 같은 이유로 원심판결 중 국민체육진흥법 위반의 점이 파기되어야 하는데, 이 부분 공소사실과 나머지 공소사실은 상상적 경합관계에 있어서 그 전체에 대하여 하나의 형이 선고되어야 하므로, 원심판결은 전부 파기되어야 한다.
4. 결론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용덕(재판장) 김신 김소영(주심) 이기택 | 구 국민체육진흥법(2012. 2. 17. 법률 제1130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6조(현행 제26조 제1항 참조), 제53조(현행 제47조 제2호, 제48조 제3호 참조), 국민체육진흥법 제26조 제1항, 제2항, 제47조 제2호, 제48조 제3호, 제4호, 제49조 제1호, 형법 제30조 | 형사 |
【피 고 인】
【상 고 인】
【변 호 인】
변호사 박희승 외 6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6. 6. 17. 선고 2016노54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들과 참고자료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피고인 1과 피고인 2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가. 피고인 1의 주가조작 풍문유포로 인한 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부분
원심은, 피고인 1이 직접 또는 공소외 1을 통하여 공소외 2 등에게 ‘작전을 하여 주가를 올린다’는 풍문을 유포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아 피고인 1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주가조작 풍문유포로 인한 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2013. 5. 28. 법률 제1184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자본시장법’이라 한다) 위반 부분을 유죄로 인정하고, 이를 다투는 피고인 1의 항소이유 주장을 배척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 원심의 판단에는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
나. 피고인 1의 Korean ○○○○○○ ○○○○ Engineering Company Limited(이하 ‘△△’라 한다) 인수 관련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횡령) 부분
원심은, 피고인 1이 △△ 지분 인수와 관련하여 공소외 3 주식회사로부터 돌려받은 공소외 4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4 회사’라 한다)의 자금 15억 원 중 14억 원을 횡령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아 피고인 1에 대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고, 이를 다투는 피고인 1의 항소이유 주장을 배척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 원심의 판단에는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횡령죄의 구성요건인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판단을 누락한 잘못이 없다.
다. 피고인 1, 피고인 2의 공소외 5 주식회사 관련 업무상 횡령 부분
원심은, 피고인 1과 피고인 2가 공모하여 공소외 6이 운영하는 공소외 5 주식회사로부터 돌려받은 공소외 4 회사 자금 8억 원 중 4억 5,000만 원을 횡령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아 위 피고인들에 대한 이 부분 공소사실 중 4억 5,000만 원에 대한 횡령 부분을 유죄로 인정하고, 이를 다투는 위 피고인들의 항소이유 주장을 모두 배척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 원심의 판단에는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횡령죄에서의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 공동정범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라. 피고인 1, 피고인 2의 시세조종으로 인한 구 자본시장법 위반 부분
(1) 구 자본시장법 제443조 제1항 제4호는 상장증권 또는 장내파생상품의 매매에 관하여 그 매매가 성황을 이루고 있는 듯이 잘못 알게 하거나, 그 밖에 타인에게 그릇된 판단을 하게 할 목적으로 구 자본시장법 제176조 제1항 각 호의 가장·통정 등 위장거래에 의한 시세조종 행위를 한 자를 처벌하고 있다. 그리고 구 자본시장법 제443조 제1항 제5호는 상장증권 또는 장내파생상품의 매매를 유인할 목적으로 구 자본시장법 제176조 제2항 제1호의 현실거래에 의한 시세조종 행위를 한 자를 처벌하고 있다.
한편 2인 이상이 공동으로 범죄를 저지른 공범관계에서 공모는 법률상 어떤 정형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고 2인 이상이 공모하여 공동으로 범죄를 실현하려는 의사의 결합만 있으면 된다. 비록 전체의 모의과정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여러 사람 사이에 순차적 또는 암묵적으로 의사의 결합이 이루어지면 공모관계가 성립한다. 이러한 공모가 인정되면 실행행위에 직접 관여하지 않은 사람도 다른 공모자의 행위에 대하여 공동정범으로서의 형사책임을 지며, 위 공모에 대하여는 직접증거가 없더라도 정황사실과 경험법칙에 따라서 이를 인정할 수 있다(대법원 2006. 5. 11. 선고 2003도4320 판결 등 참조).
(2) 원심은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하여 위 피고인들에 대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고, 이를 다투는 위 피고인들의 항소이유 주장을 모두 배척하였다.
① 피고인 1과 피고인 3은 피고인 2에게 공소외 4 회사의 주식 매집(買集), 즉 대량으로 주식을 사서 모을 것을 의뢰하면서 주식 매집에 필요한 차명계좌, 현금, 주식, 시세조종을 실행할 사무실 등을 제공하고, 피고인 2는 공소외 7에게 위 현금과 차명계좌를 전달하면서 속칭 ‘주가를 누르면서’ 주식을 매수할 것을 지시하거나 직접 주식매매 주문을 하기도 하고, 공소외 7은 공소외 8, 공소외 9, 공소외 10 등에게 위 차명계좌를 전달하며 주가를 누르면서 주식매수 주문을 하도록 지시하고, 공소외 8, 공소외 9, 공소외 10 등은 위 사무실에서 위 차명계좌를 이용하여 일부러 주가를 떨어뜨리면서 주식을 매집하기로 순차 공모하였다.
② 피고인 2와 공소외 7 등은 2012. 6. 5.경부터 2012. 6. 20.경까지 공소외 4 회사 주식 합계 약 384만 주를 매수하는 과정에서 제1심판결 별지 범죄일람표 (5) 내지 (9) 기재와 같이 총 721회에 걸쳐 12,308,790주의 주가하락을 위한 시세조종성 주문을 하였다.
(3) 원심판결 이유를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 원심의 판단에는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동정범, 시세조종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가. 피고인 1, 피고인 3, 피고인 5의 △△ 인수 관련 구 자본시장법 위반 부분
(1) 구 자본시장법 제174조 제1항에서 정한 ‘투자자의 투자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란 합리적인 투자자가 유가증권을 매수 또는 계속 보유할 것인가 아니면 처분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가치가 있는 정보, 바꾸어 말하면 일반 투자자들이 일반적으로 안다고 가정할 경우에 유가증권의 가격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실을 말한다. 어떤 정보가 회사의 의사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방법에 따라 공개되기까지는 그 정보는 여전히 내부자거래의 규제대상이 되는 정보에 속한다(대법원 1995. 6. 29. 선고 95도467 판결 등 참조).
한편 구 자본시장법 제174조 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가 미공개중요정보를 인식한 상태에서 특정증권 등의 매매나 그 밖의 거래를 한 경우에 그 거래가 전적으로 미공개중요정보 때문에 이루어지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미공개중요정보가 거래를 하게 된 요인의 하나임이 인정된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미공개중요정보를 이용하여 거래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미공개중요정보를 알기 전에 이미 거래가 예정되어 있었다거나 미공개중요정보를 알게 된 자에게 거래를 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다는 등 미공개중요정보와 관계없이 다른 동기에 의하여 거래를 하였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미공개중요정보를 이용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2)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위 피고인들에 대한 이 부분 공소사실이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 지분 인수라는 정보는 위 피고인들이 공소외 4 회사의 워런트(warrant)를 행사하여 받은 대금 등으로 △△ 인수대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과 동시에 비로소 구체화되었다. 위 피고인들이 △△ 인수대금 조달 계획에 따라 워런트를 행사한 것은 △△ 지분 인수라는 정보가 생성될 당시 성립된 계약에 따라 그 이행을 한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위 피고인들이 △△ 지분 인수라는 정보를 보유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을지언정 나아가 이러한 정보를 이용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3)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유 설시에 일부 적절하지 않거나 미흡한 부분이 있으나, 위 피고인들이 워런트 행사에 미공개중요정보를 이용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원심의 결론은 위에서 본 법리에 기초한 것으로서 수긍할 수 있다. 원심의 판단에는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구 자본시장법 제174조에서 정한 미공개중요정보의 이용행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나. 피고인 1, 피고인 4의 □□□ 프라이빗 펀드(이하 ‘□□□’라 한다) 투자 유치 관련 구 자본시장법 위반 부분
제1심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 1과 피고인 4가 공모하여 □□□ 투자계획을 이용하여 일반 공모 유상증자를 통해 9억 9,000만 원의 부당이득을 취득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위 피고인들에 대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로 판단하였고, 원심은 제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 원심의 판단에는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관련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다. 피고인 1의 피해자 공소외 11, 공소외 2에 대한 횡령 부분
원심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 1이 공소외 11, 공소외 2 소유의 재물을 횡령하였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피고인 1에 대한 이 부분 각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 원심의 판단에는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보영(재판장) 박병대 권순일 김재형(주심) | [1] 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2013. 5. 28. 법률 제1184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74조 제1항, 제443조 제1항 제1호 / [2] 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2013. 5. 28. 법률 제1184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74조 제1항, 제443조 제1항 제1호 | 형사 |
【피 고 인】
【항 소 인】
검사
【검 사】
구영한 외 1인
【변 호 인】
법무법인 공유 담당변호사 최용성 외 1인
【원심판결】
대구지법 2016. 2. 17. 선고 2015고정1760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벌금 1,000,000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이 유】
1. 항소이유의 요지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가변형 트레일러에 냉동컨테이너를 얹어 고정시킨 행위는 자동차관리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자동차의 튜닝’에 해당한다. 그런데도 원심이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것에는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자동차관리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2. 판단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누구든지 시장·군수·구청장의 승인을 받지 아니하고 국토교통부령이 정하는 항목에 대하여 튜닝된 자동차인 것을 알면서 이를 운행하여서는 안 된다.
그런데도 피고인은 2015. 5. 15. 08:30경부터 같은 날 08:40경까지 경북 칠곡군에 있는 칠곡물류센터에서 칠곡물류 IC까지 약 4km 구간에서 피고인 소유의 (차량번호 생략)○○ 가변형 평판트레일러(이하 ‘이 사건 트레일러’라 한다)에 길이 16.55m, 높이 2.55m의 냉동탑(이하 ‘이 사건 냉동컨테이너’라 한다)을 얹어 고정시켜 튜닝된 자동차를 운행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원심법원이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트레일러에 이 사건 냉동컨테이너를 얹어 고정시킨 행위가 자동차관리법에서 정한 ‘자동차의 튜닝’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① 이 사건 냉동컨테이너는 이 사건 트레일러에 얹어 핀으로 고정하는 방식으로 적재하여 위 트레일러와 비교적 쉽게 분리될 수 있고, 지게차를 이용하여 위 냉동컨테이너를 싣고 내릴 수 있다. 이 사건 냉동컨테이너에는 독립된 배터리 전원과 엔진 연료장치를 부착한 냉동기가 내장되어 있어 이 사건 트레일러와 분리된 후에도 작동이 가능하다. 이 사건 트레일러의 경우 자동차등록을 할 당시부터 트레일러 차량 자체만이 자동차관리법상 검사대상에 포함될 뿐 그 위에 적재하는 컨테이너는 검사대상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이러한 점을 종합하면 이 사건 냉동컨테이너는 이 사건 트레일러와 독립된 적재물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② 이 사건 냉동컨테이너는 일반적인 규격 컨테이너보다 길이가 더 길고 배터리나 연료장치 등이 외부에 설치되어 있기는 하나, 위 냉동컨테이너를 이 사건 트레일러 위에 적재한다고 하더라도 위 트레일러 자체의 구조나 장치 등에 어떠한 변경 또는 변형이 가해지지 않는다.
다. 이 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할 수 없다.
1) 자동차관리법 제34조 제1항, 제2조 제11호에 따르면, 자동차소유자가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항목에 대하여 튜닝을 하려는 경우 시장 등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여기서 ‘자동차의 튜닝’이란 ‘자동차의 구조·장치의 일부를 변경하거나 자동차에 부착물을 추가하는 것’을 말한다. 즉, 구조·장치의 변경에 해당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자동차에 부착물을 추가하는 것도 자동차의 튜닝에 해당한다. 또한 자동차의 소유자가 위와 같이 승인을 받아야 하는 항목에 관하여, 자동차관리법 시행령 제8조와 같은 법 시행규칙 제55조 제1항은 길이·너비 및 높이(위 시행령 제8조 제1항 제1호)와 관련된 자동차의 구조와 물품적재장치(위 시행령 제8조 제2항 제10호) 등의 장치를 열거하고 있고, 한편 위 시행규칙 제55조 제2항은 자동차의 총중량이 증가되는 튜닝이나 최대적재량의 증가를 가져오는 물품적재장치의 튜닝 및 변경 전보다 성능 또는 안전도가 저하될 우려가 있는 경우의 튜닝 등에 해당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승인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자동차관리법 및 같은 법 시행령, 시행규칙의 각 규정과 자동차의 성능과 안전을 확보하고자 하는 자동차관리법의 입법 취지 등에 비추어 보면, 자동차에 설치된 부착물이 자동차와 구조적·용도적으로 결합하여 자동차와 일체로 사용될 수 있고, 그 부착물로 인하여 차량의 길이나 높이 등의 증가를 가져온다면, 비록 자동차의 구조나 장치에 아무런 변경 없이 부착물의 탈·부착이 가능하다고 하여도, 이와 같은 부착물의 설치는 시장 등의 승인을 요하는 자동차의 튜닝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2) 원심과 당심에서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트레일러에 이 사건 냉동컨테이너를 얹어 고정시킨 것은 자동차관리법에서 정한 ‘자동차의 튜닝’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인이 이 사건 트레일러에 이 사건 냉동컨테이너를 얹어 고정시킨 상태에서 위 트레일러를 운행한 것은 시장 등의 승인 없이 튜닝한 자동차를 운행한 것으로 판단된다.
① 이 사건 냉동컨테이너는 이 사건 트레일러를 2.88m나 연장한 상태(가변형 트레일러로 화물의 적재를 위해 필요한 경우 평판의 길이가 연장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에서 그 위에 고정할 것을 미리 예정하고 특별히 제작된 것으로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컨테이너와는 규격에 있어서 차이를 보이는데, 그 길이는 16.55m, 높이는 2.55m이고, 이 사건 냉동컨테이너가 이 사건 트레일러에 고정되었을 때 그 뒷부분이 약 70cm 정도 돌출되게 된다.
이와 같이 이 사건 트레일러는 연장된 상태에서 냉동컨테이너를 고정시켜 운행하기 때문에 자동차관리법 제29조 제4항,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 제4조에 규정된 안전기준(길이 16.7m)을 초과하게 되는데, 이에 피고인은 이 사건 냉동컨테이너를 운행함에 있어 이를 단지 적재물이라고 주장하며 도로교통법 제39조 제1항에 따라 관할 경찰서장으로부터 운행허가를 받는 방법으로 지금까지 운행하여 오고 있다.
② 이 사건 냉동컨테이너를 트레일러에서 분리하기 위해서는 두 대의 지게차가 반드시 동원되어야 하고, 분리나 고정에 있어 상당한 주의를 요하며, 그 시간도 적어도 분리에 3분 이상, 그대로 다시 고정하는 데에만 4분 이상이 소요된다. 또한 이 사건 냉동컨테이너는 앞부분에 냉동장치 등이 설치되어 있고, 우측 아랫부분에 연료탱크 등이 설치되어 있어, 분리 시에 별도의 받침대 없이는 지상에 내려놓는 것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통상적인 컨테이너와 같은 겹침 방식의 적재 등은 불가능하다.
③ 이 사건 냉동컨테이너가 이 사건 트레일러의 뒷부분보다 돌출된 부분의 아래쪽에는 반사기가 설치되어 있고, 이 사건 냉동컨테이너의 좌·우측 부분에는 등화장치가 여러 개 설치되어 있으며, 피고인은 이 사건 냉동컨테이너를 자동차 검사를 받을 때를 제외하고는 상시적으로 이 사건 트레일러에 고정하여 운행하여 옴으로써 사실상 ‘냉동탑차와 같은 용도’로 사용하여 왔다.
④ 한편 앞서 본 바와 같이 이와 같은 가변형 트레일러를 연장하여 그 위에 이 사건 냉동컨테이너를 고정시키는 것을 두고 자동차관리법상의 ‘자동차의 튜닝’으로 보지 않는다면, 자동차관리법 등에서 규정하고 있는 안전기준을 초과하는 차량이 운행허가만을 받아 무분별하게 도로 위를 운행하는 상황이 된다. 더구나 이와 같은 형태의 ‘자동차의 튜닝’은 자동차관리법규상 원칙적으로 튜닝 자체가 승인이 안 되는 경우에 해당할 여지도 있다.
⑤ 결국 위와 같은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냉동컨테이너를 가변형 트레일러에 고정시켜 운행허가까지 받아가면서 운행한 것은 보다 많은 냉동·냉장식품을 운반하기 위해 냉동탑차와 같이 사용한 것으로, 이 사건 냉동컨테이너는 처음부터 이 사건 트레일러에 설치할 목적으로 제작된 것으로 서로 구조적·용도적으로 결합하여 ‘일체로’ 사용되고 있고(컨테이너에 부착된 냉동장치와 연료장치가 이 사건 트레일러에 추가적으로 부착된 결과가 된다), 이로 인하여 이 사건 트레일러의 길이나 높이도 실제적인 증가를 가져오게 되는 것인 만큼, 이 사건 냉동컨테이너를 이 사건 트레일러에 고정하는 것은 자동차에 부착물을 추가하는 것으로 자동차관리법이 규정하고 있는 ‘자동차의 튜닝’에 해당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3) 그런데도 원심이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것에는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자동차관리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3. 결론
검사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음과 같이 다시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범죄사실】
위 2. 가.항의 기재와 같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
1. 피고인에 대한 일부 경찰 피의자신문조서(첨부서류 포함)
1. 당심 법원의 검증조서
1. 사실조회회신(교통안전관리공단)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구 자동차관리법(2015. 8. 11. 법률 제1348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1조 제20호, 제34조 제1항(벌금형 선택)
1. 노역장유치
형법 제70조 제1항, 제69조 제2항
판사 차경환(재판장) 황지현 김동욱 | [1] 자동차관리법 제1조, 제2조 제11호, 제34조 제1항, 자동차관리법 시행령 제8조 제1항 제1호, 제2항 제10호,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 제55조 제1항, 제2항 / [2] 자동차관리법 제2조 제11호, 구 자동차관리법(2015. 8. 11. 법률 제1348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9조 제1항, 제3항(현행 제29조 제4항 참조), 제34조, 제81조 제20호, 자동차관리법 시행령 제8조 제1항 제1호, 제2항 제10호,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 제55조 제1항, 제2항, 도로교통법 제39조 제1항 | 형사 |
【피 고 인】
【항 소 인】
쌍방
【검 사】
장지영 외 1인
【변 호 인】
법무법인 일헌 외 1인
【원심판결】
춘천지법 원주지원 2015. 8. 25. 선고 2015고단355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 1을 벌금 5,000,000원에 처한다.
피고인 1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피고인 1에게 4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한다.
피고인 1에게 위 벌금액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피고인 2는 무죄.
피고인 2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 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들
1) 피고인 1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고인이 피해자들에게 훈육의 의미로 살짝 입이나 머리 등을 손으로 접촉한 적은 있으나 그 정도가 유형력의 행사나 신체학대행위에 이르지 않았다.
나) 양형부당: 원심의 형(벌금 50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피고인 2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고인은 어린이집 원장으로서 교사인 피고인 1에게 아동학대 행위를 하지 않도록 주의의무를 다했다.
나) 양형부당: 원심의 형(벌금 20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검사
피고인들에 대한 원심의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직권판단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에 앞서 직권으로 살펴본다. 검사는 당심에서 피고인 1에 대하여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의 죄명을 추가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 제1의 나, 다, 라.항에 관하여 제목을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에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복지시설종사자 등의 아동학대)’으로 변경하고 적용법조에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7조, 제10조 제2항 제12호’를 추가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하였고, 이 법원이 이를 허가하였다. 따라서 피고인 1에 대하여는 심판대상이 변경되어 원심판결이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다만 피고인 1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여전히 이 법원의 판단대상이 되므로, 이에 관하여 판단한다.
3. 피고인들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가. 피고인 1
피고인 1은 원심에서도 동일한 취지의 주장을 하였고, 원심은 이를 배척하고 이 사건 각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보태어 보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① 이 사건은 이 사건 공소사실 제1의 라.항 기재 피해자 공소외 1, 공소외 2에 대한 학대행위로 인하여 피해자 공소외 2가 귀가 중 울면서 밝혀졌다. 당시 피해자 공소외 2의 조모와 부모는 피해자 공소외 2에게 피고인으로부터 어떻게 머리를 맞았냐고 물어보면서 동생에게 재연해보라고 하였는데, 피해자 공소외 2가 동생의 머리를 세게 때리자 심각성을 깨닫고 같이 맞았다는 피해자 공소외 1의 부모에게 연락을 해 사실관계 파악이 이루어졌다. 이 사건이 피고인 1이 담당하던 ○○반 학부모들에게 알려지면서 학부모들이 각자 자신의 아이들에게 피고인의 체벌에 관하여 조심스럽게 물었고, 그 결과 아이들로부터 피고인 1의 체벌에 관한 진술이 나오게 되었다. 피고인 1의 체벌 또는 훈육에 관한 아이들의 각 진술 내용은 상당 부분 유사했고, 목격 진술 또한 상당수 나왔다. 이를 토대로 학부모들이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였고, 피고인 1로부터 체벌을 당했다고 정확히 기억한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수사가 이루어졌다. 위와 같이 이 사건 수사는 우연히 피해 사실을 알게 된 학부모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피해 진술이 모이게 되어 진행되었으므로 그 과정에 허위나 과장이 개입될 위험이 낮다고 보인다. 특히 이 사건 수사가 이루어지기 전까지 학부모들과 피고인 1의 관계는 친밀했으므로, 학부모들이 어린이집 수료를 약 한 달 정도 남겨둔 시점(2015. 1.경)에 피고인 1을 모함하기 위하여 이러한 사건을 꾸며내거나 피해 사실을 극단적으로 과장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② 피해 아동들이 학부모에게 피해 진술을 털어놓은 경위를 살펴보면, 처음에는 피해 사실을 말할 경우 피고인 1에게 혼날까봐 무서워서 꺼려하는 기색이 공통적으로 보였고, 그 후 부모들로부터 혼나지 않는다는 말을 들은 다음 기억나는 대로 피해 사실을 말하기 시작했으며, 만 4살 아동답게 체벌을 언어로 묘사하기보다는 혼나는 동작을 직접 재연하며 설명하였음을 알 수 있다. 피해 아동들의 진술 간 상이한 점이 있거나 부정확한 점도 있으나 각 진술 내용이 공통적으로 가리키는 내용이 있었고, 그 내용은 피고인 1이 어린이집에서 담당하던 아이들에게 ‘머리·엉덩이·입술·귀 등 때리기’의 체벌을 자주 가하였다는 것이다. 위와 같은 피해 진술이 나오게 된 경위, 피해 진술 내용, 피해 아동들 각자의 피해 재연 모습, 피해 아동들의 연령과 언어구사능력 등을 고려하면, 피해 아동들이 부모나 조사관의 암시에 의하여 허위 진술을 꾸며내거나 있었던 일을 과장하여 진술하였다고 볼 수 없고, 그 각 진술에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다.
③ 아동의 신체를 때리는 방식의 훈육은 허용되지 아니한다. 특히 피해자들이 재연한 체벌 정도에 비추어 보면, 성인인 피고인 1은 자신이 행한 체벌의 강도를 비교적 약하게 느꼈을지 몰라도 만 4세 아동에 불과한 피해자들은 그 체벌을 상당히 강하고 두렵게 느낀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 일부는 피고인 1의 체벌로 인하여 입술이 부어오르거나 귀에 피가 맺히는 등 상해를 입기도 하였다. 피고인 1의 체벌에 대하여 피해자들이 느낀 체벌의 강도와 두려움을 고려하면, 피고인 1의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각 체벌은 아동복지법상 ‘아동의 신체에 손상을 주거나 신체의 건강 및 발달을 해치는 신체적 학대행위’에 해당한다. 나아가 피고인 1의 아동교사로서의 경력과 지위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1도 아동들이 자신의 체벌을 어떻게 느낄지 알면서 체벌하였다고 판단된다.
나. 피고인 2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가)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 1은 원주시 (주소 생략)에 있는 △△어린이집에서 ○○반을 담당하는 보육교사였고, 피고인 2는 위 △△어린이집의 원장이다. 누구든지 아동의 신체에 손상을 주거나 신체의 건강 및 발달을 해치는 신체적 학대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피고인의 사용인인 피고인 1은 피고인의 업무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피해자들의 신체에 손상을 주는 학대행위를 하였다.
① 피해자 공소외 3에 대한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피고인은 2014. 8.경 위 △△어린이집에서 피고인이 담당하고 있는 아동인 피해자 공소외 3(여, 당시 4세, 생년월일 1 생략)이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주먹으로 입을 2회 때려 입술이 빨갛게 부어오르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아동인 피해자의 신체에 손상을 주거나 신체의 건강 및 발달을 해치는 신체적 학대행위를 하였다.
② 피해자 공소외 4에 대한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피고인은 2015. 1. 초순경 위 △△어린이집에서 피고인이 담당하고 있는 아동인 피해자 공소외 4(여, 당시 4세, 생년월일 2 생략)의 귀를 잡아당겨 피가 맺히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아동인 피해자의 신체에 손상을 주거나 신체의 건강 및 발달을 해치는 신체적 학대행위를 하였다.
③ 피해자 공소외 5에 대한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피고인은 2015. 1. 13.경 위 △△어린이집에서 피고인이 담당하고 있는 아동인 피해자 공소외 5(당시 4세, 생년월일 3 생략)가 율동연습을 하던 중 틀렸다는 이유로 주먹으로 피해자의 머리에 꿀밤을 주듯이 때렸다. 이로써 피고인은 아동인 피해자의 신체에 손상을 주거나 신체의 건강 및 발달을 해치는 신체적 학대행위를 하였다.
④ 피해자 공소외 1, 피해자 공소외 2에 대한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피고인은 2015. 1. 15. 16:00경 피해자 공소외 1(당시 5세, 생년월일 4 생략)이 가져온 생일떡을 책상에 보관하고 있었는데, 피해자 공소외 1이 허락을 받지 아니하고 피해자 공소외 2(당시 4세, 생년월일 5 생략)에게 떡을 주었다는 이유로 피해자 공소외 2에게 떡을 꺼내라고 하면서 피해자 공소외 2와 피해자 공소외 1의 머리를 손바닥으로 각 1회씩 때렸다. 이로써 피고인은 아동인 피해자들 신체에 손상을 주거나 신체의 건강 및 발달을 해치는 신체적 학대행위를 하였다.
나) 판단
아동복지법 제74조는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71조의 위반행위를 하면 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 또는 개인에게도 해당 조문의 벌금형을 과한다. 다만, 법인 또는 개인이 그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양벌규정’에 있어서 법인이나 사용인 등이 상당한 주의 또는 관리감독 의무를 게을리하였는지 여부는 당해 위반행위와 관련된 모든 사정 즉, 당해 법률의 입법 취지, 처벌조항 위반으로 예상되는 법익 침해의 정도, 그 위반행위에 관하여 양벌조항을 마련한 취지 등은 물론 위반행위의 구체적인 모습과 그로 인하여 실제 야기된 피해 또는 결과의 정도, 법인의 영업 규모 및 행위자에 대한 감독가능성 또는 구체적인 지휘감독관계, 법인이 위반행위 방지를 위하여 실제 행한 조치 등을 전체적으로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6. 5. 12. 선고 2015도6781 판결 참조).
원심은 피고인 2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그러나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 2가 이 사건 어린이집 원장으로서 그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① 피고인 2는 직접 아동학대 예방 온라인 교육을 수료하고 어린이집 교사들에게도 아동학대 관련 교육을 수료하게끔 지도하였다.
② 피고인 2는 매주 어린이집 교사들과 회의하면서 아동에게 존댓말을 사용하거나 놀이를 제한하지 말게끔 하는 등 아동에 대한 교육을 직접 지도하고 어린이집 교육사정을 검토, 관리하였다.
③ 피고인 2는 평소에도 어린이집 복도를 돌아다니며 아동들의 교육상황을 관찰하였고 학부모들과 정기적으로 소통하였다. 또한 교사들에게 업무일지, 교육일지들을 쓰게 하여 이를 보며 교육상황을 점검하였다.
④ 2015. 1. 15. 피해자 공소외 2, 공소외 1에 대한 학대 사건이 밝혀지기 전까지 피해 아동들은 자신의 체벌을 누구에게도 호소하지 않았고 학부모들 중에서도 위와 같은 체벌을 눈치채거나 항의한 바 없었다. 따라서 피고인 2가 이 사건 발생 이전에 피고인 1의 아동학대 행위를 눈치채지 못하였다는 점만으로 피고인 2가 그 업무에 관하여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피해자들이 학대로 호소한 ‘정리놀이’ 등은 유아교육상 통상적인 훈육방법으로 사용되기도 하므로, 피고인 2가 그러한 장면을 보고 주의를 주지 않았다고 하여도 이를 놓고 주의·감독의무 위반이라 하기 어렵다).
⑤ 이 사건 어린이집 내부에 CCTV가 설치되어 있지는 않았으나, 어린이집 내부에 CCTV가 설치되고 원장이 이를 매시간 확인하여야 한다는 법률상 주의의무가 인정되지 않는 이상 CCTV 미설치만으로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할 수 없다.
다) 소결론
피고인 2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이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 1에 대한 원심판결에는 위에서 본 직권파기사유가 있고 피고인 2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피고인들과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에 의하여 피고인 1에 대한 원심판결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피고인 2에 대한 원심판결을 각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범죄사실】
피고인 1은 원주시 (주소 생략)에 있는 △△어린이집에서 ○○반을 담당하는 보육교사였다. 누구든지 아동의 신체에 손상을 주거나 신체의 건강 및 발달을 해치는 신체적 학대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1. 피해자 공소외 3에 대한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피고인은 2014. 8.경 위 △△어린이집에서 피고인이 담당하고 있는 아동인 피해자 공소외 3(여, 당시 4세, 생년월일 1 생략)이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주먹으로 입을 2회 때려 입술이 빨갛게 부어오르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아동인 피해자의 신체에 손상을 주거나 신체의 건강 및 발달을 해치는 신체적 학대행위를 하였다.
2. 피해자 공소외 4에 대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복지시설종사자 등의 아동학대)
피고인은 2015. 1. 초순경 위 △△어린이집에서 피고인이 담당하고 있는 아동인 피해자 공소외 4(여, 당시 4세, 생년월일 2 생략)의 귀를 잡아당겨 피가 맺히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아동인 피해자의 신체에 손상을 주거나 신체의 건강 및 발달을 해치는 신체적 학대행위를 하였다.
3. 피해자 공소외 5에 대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복지시설종사자 등의 아동학대)
피고인은 2015. 1. 13.경 위 △△어린이집에서 피고인이 담당하고 있는 아동인 피해자 공소외 5(당시 4세, 생년월일 3 생략)가 율동연습을 하던 중 틀렸다는 이유로 주먹으로 피해자의 머리에 꿀밤을 주듯이 때렸다. 이로써 피고인은 아동인 피해자의 신체에 손상을 주거나 신체의 건강 및 발달을 해치는 신체적 학대행위를 하였다.
4. 피해자 공소외 1, 피해자 공소외 2에 대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복지시설종사자 등의 아동학대)
피고인은 2015. 1. 15. 16:00경 피해자 공소외 1(당시 5세, 생년월일 4 생략)이 가져온 생일떡을 책상에 보관하고 있었는데, 피해자 공소외 1이 허락을 받지 아니하고 피해자 공소외 2(당시 4세, 생년월일 5 생략)에게 떡을 주었다는 이유로 피해자 공소외 2에게 떡을 꺼내라고 하면서 피해자 공소외 2와 피해자 공소외 1의 머리를 손바닥으로 각 1회씩 때렸다. 이로써 피고인은 아동인 피해자들 신체에 손상을 주거나 신체의 건강 및 발달을 해치는 신체적 학대행위를 하였다.
【증거의 요지】
이 법원이 인정하는 피고인 1에 대한 증거의 요지는 원심판결의 해당란 기재와 같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9조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구 아동복지법(2014. 1. 28. 법률 제1236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71조 제1항 제2호, 제17조 제3호(판시 제1의 가.항 아동학대의 점), 각 구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2016. 5. 29. 법률 제1417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조, 제10조 제2항 제12호, 아동복지법 제71조 제1항 제2호, 제17조 제3호(판시 제1의 나. 내지 라.항 각 아동학대의 점), 각 벌금형 선택
1. 경합범가중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제50조
1. 노역장유치
형법 제70조 제1항, 제69조 제2항
1. 이수명령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8조 제1항
1. 가납명령
형사소송법 제334조 제1항
【양형의 이유】
1. 법률상 처단형: 벌금 6,750만 원 이하
2. 선고형의 결정: 벌금 500만 원
3. 양형이유
다음 각 양형요소와 그 밖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등을 종합하여 고려함.
● 유리한 사정: 학대의 정도가 비교적 중하지 않고 학대로 인하여 피해자들이 중한 상해를 입는 등 큰 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은 점, 피고인이 피해자들에게 가혹행위를 하거나 학대할 의도 하에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기보다는 잘못된 교육방법을 수행하다가 이 사건 학대에 이른 것으로 보이는 점.
● 불리한 사정: 아동을 훈육한다고 하더라도 아동이 성인과 동등한 인격체인 이상 폭력을 수반한 체벌은 엄격히 금지되어야 하므로 피고인의 폭력을 수반한 체벌이 비록 교육 및 훈육 목적에서 비롯한 것이었다고 할지라도 면책될 여지가 없는 점, 만 4세인 피해자들은 피고인의 체벌로 인하여 두려움과 고통을 느꼈을 것으로 보이는 점, 피해자 학부모들이 엄벌을 탄원하는 점.
【무죄 부분】
피고인 2에 대한 공소사실의 요지는 항소이유에 관한 판단 제3의 나. 가)항 기재와 같다. 항소이유에 관한 판단 제3의 나. 나)항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위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따라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마성영(재판장) 류영재 이소진 | 구 아동복지법(2014. 1. 28. 법률 제1236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7조 제3호, 제71조 제1항 제2호, 아동복지법 제17조 제3호, 제71조 제1항 제2호, 제74조, 구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2016. 5. 29. 법률 제1417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조, 제10조 제2항 제12호 | 형사 |
【피 고 인】
【검 사】
임승철 외 1인
【변 호 인】
변호사 박채훈
【주 문】
피고인은 무죄.
【이 법원의 위헌 명령 심사 결과】
병역법 시행령(2009. 12. 7. 대통령령 제21867호로 개정된 것) 제21조 제2항은 헌법에 위반된다.
【이 유】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현역병 별도 입영 대상자로서, 2015. 12. 24.경 부산 수영구 (주소 1 생략)에 있는 부산지방병무청에서 “2016. 1. 12. 14:00 춘천시 (주소 2 생략)에 있는 102보충대로 입영하라.”라는 취지의 부산지방병무청장 명의의 현역병입영 통지서를 직접 수령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입영기일로부터 3일이 경과한 2016. 1. 15.까지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하지 아니하였다.
2. 판단
가. 민주공화국의 의의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대한민국헌법 제1조 제1항). 민주국이란 주권자인 국민이 동의한 법에 의해 국민의 행동과 삶이 규율되는 정치공동체를 말한다. 공화국이란 구성원들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정치공동체, 즉 구성원들 중 어느 누구도 특정인의 자의적 의지에 예속되지 않고 공공선에 기반을 둔 법에 의해 구성원들의 행동과 삶이 규율되는 정치공동체를 말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민주적인 절차에 의한 법일지라도 사회의 한 부분에게 다른 부분의 의사를 강요하고 의사를 강요당한 구성원들의 자율성을 박탈하는 자의적인 법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대한민국헌법 제1조 제1항은 대한민국이 지향하는 공동체가 민주국임과 동시에 공화국이어야 함을 규정하고 있다.
나. 공화국에서 사법부의 존재근거
1)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대한민국헌법 제10조). 또한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며,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대한민국헌법 제11조 제1항). 따라서 국가기관의 일원인 사법부는 모든 국민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향유하고, 행복을 추구하며, 모든 생활영역에서 법치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법을 적용하여야 한다. 즉 공화국에서 사법부의 존재근거는 국민들의 모든 생활영역에서 법치의 혜택을 점점 넓혀 감으로써 모든 국민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향유하고, 행복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2) 사법부가 공화국의 구성원들에게 법치의 혜택을 넓혀 가려면 공법관계와 사법관계를 불문하고 자의적인 권력을 적극 통제함으로써 공화국의 구성원 모두가 공권력이나 타인의 자의적 의지에 예속되지 않고 자신의 의지에 따라 자유롭게 삶을 영위할 수 있게 하여야 한다.
다. 행정입법의 내용에 대한 위헌심사기준
행정입법에서 재량행위를 규정하면서 재량권 행사기준을 전혀 규정하지 않거나 이를 규정하였다 하더라도 그 내용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는 행정청에 자의적인 권력을 부여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법공동체의 구성원들은 미래의 상황을 예측할 수 없어 자신의 행동을 결정짓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미래의 삶을 구상하고 설계하지 못하므로 자유로운 삶을 영위할 수 없다. 따라서 이와 같은 행정입법은 헌법에서 규정한 공화국의 원리 및 법치주의 원칙에 위배되어 헌법에 위반된다.
라. 병역법 시행령(2009. 12. 7. 대통령령 제21867호로 개정된 것) 제21조 제2항(이하 ‘이 사건 조항’이라 한다)의 위헌성
구 병역법(2016. 5. 29. 법률 제1418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6조 제1항, 제2항, 구 병역법 시행령(2016. 6. 14. 대통령령 제2722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0조 등의 규정 내용을 종합하면, 현역병입영 대상자는 징집순서가 결정된 입영 대상자와 징집순서에 따르지 않고 따로 입영하게 할 수 있는 별도 입영 대상자로 구분된다. 구 병역법 시행령(2016. 11. 29. 대통령령 제2762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21조 제1항은 지방병무청장으로 하여금 징집순서가 결정된 현역병입영 대상자에게 입영 통지서를 입영기일 30일 전까지 송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반면 이 사건 조항은 현역병 별도 입영 대상자에 대한 입영 통지서의 송달기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지방병무청장에게 재량권을 부여하면서 그 재량권 행사기준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따라서 이 사건 조항은 현역병 별도 입영 대상자에 대한 입영 통지서의 송달기간 단축과 관련하여 지방병무청장에게 자의적인 권력을 부여함으로써 헌법에서 규정한 공화국의 원리 및 법치주의 원칙에 위배되어 헌법에 위반된다 할 것이다.
마. 피고인의 병역법위반죄 성립 여부
1) 현역병입영 통지처분의 행정처분성
지방병무청장은 현역병입영 대상자에게 일정한 시일과 장소를 정하여 현역병입영 통지를 하는데, 이와 같은 통지에 의하여 현역병입영 대상자에게 구체적인 입영의무가 부과되기 때문에 현역병입영 통지처분은 행정처분에 해당한다.
2) 형사재판에서 행정처분의 위헌·위법성 심사 가부
형사법규에서 행정처분의 위헌·위법 여부가 범죄 성립을 좌우하는 경우에는 그 행정처분의 위헌·위법 여부가 형사재판의 전제가 되는 것이므로, 당해 형사재판에서도 그 행정처분의 위헌·위법 여부를 심사하여 범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대한민국헌법 제107조 제2항 참조).
3) 현역병입영 통지처분이 위법한 경우 병역법위반죄 성립 여부
구 병역법(2016. 5. 29. 법률 제1418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88조 제1항 제1호는 현역병입영 통지처분을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그 처분에서 정하여진 입영기일로부터 3일이 지나도 입영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현역병입영 통지처분이 적법하여 그 처분에서 정하여진 입영기일을 입영의무의 기산일로 삼을 수 있을 것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현역병입영 통지처분이 위법하다면 그 처분에서 정하여진 입영기일을 구 병역법 제88조 제1항 제1호에서 규정한 입영의무의 기산일로 삼을 수 없으므로, 그 처분의 상대방이 그 처분에서 정하여진 입영기일로부터 3일이 지나도록 입영하지 않더라도 구 병역법 제88조 제1항 제1호 위반죄가 성립될 수 없다.
4) 현역병 별도 입영 대상자에 대한 적법한 송달기간
앞서 본 바와 같이 현역병 별도 입영 대상자에 대한 송달기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규정한 이 사건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므로, 현역병 별도 입영 대상자에게도 구 병역법 시행령 제21조 제1항에 따라 입영기일 30일 전까지 입영 통지서를 송달하여야 한다.
5) 피고인의 병역법위반죄 해당성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은 현역병 별도 입영 대상자에 해당하고, 관할 지방병무청장은 피고인에게 입영기일 30일 전까지 입영 통지서를 송달하지 않고 그보다 송달기간을 단축하여 현역병입영 통지처분을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러한 현역병입영 통지처분은 위법하므로, 그 처분에서 정하여진 입영기일을 입영의무의 기산일로 삼을 수 없는 이상, 피고인이 그 처분에서 정하여진 입영기일로부터 3일 내에 입영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피고인에 대하여 구 병역법 제88조 제1항 제1호 위반죄가 성립될 수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승훈 | 헌법 제1조 제1항, 제10조, 제11조 제1항, 제107조 제2항, 구 병역법(2016. 5. 29. 법률 제1418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6조 제1항, 제2항, 제88조 제1항 제1호, 구 병역법 시행령(2016. 6. 14. 대통령령 제2722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0조, 구 병역법 시행령(2016. 11. 29. 대통령령 제2762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1조 제1항, 병역법 시행령 제21조 제2항, 형사소송법 제325조 | 형사 |
【피 고 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오병주 외 2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6. 9. 13. 선고 2016노562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에 제출된 변호인의 추가상고이유서 등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공소시효의 완성 여부
형사소송법 제253조 제1항은 “시효는 공소의 제기로 진행이 정지되고 공소기각 또는 관할위반의 재판이 확정된 때로부터 진행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피고인의 신병이 확보되기 전에 공소가 제기되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공소제기가 부적법한 것이 아니고, 공소가 제기되면 위 규정에 따라 공소시효의 진행이 정지된다.
제1심은 이 사건 공소시효가 완성되기 전인 2011. 12. 22.에 이 사건 공소가 제기됨으로써 시효의 진행이 정지되었다고 판단하였고, 원심은 제1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인정하여 이에 관한 피고인의 항소이유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심의 판단은 위에서 본 법리를 따른 것으로 정당하다.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공소시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공소권 남용 여부
기록에 의하면, 검사는 1997. 4. 26. 이 사건 범행과 관련하여 공소외 1을 ‘살인’으로, 피고인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우범자)과 증거인멸’(이하 이 둘을 합하여 ‘증거인멸죄 등’이라고 한다)로 기소하였음을 알 수 있다(이를 ‘선행사건’이라고 한다). 선행사건에서 피고인에 대해서는 유죄로 인정되었으나(서울고등법원 1998. 1. 26. 선고 97노2396 판결), 공소외 1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되었다(대법원 1998. 4. 24. 선고 98도421 판결).
제1심은, 선행사건에서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에 관하여 다수의 증거가 수집되어 있었고, 선행사건에서 공소외 1에 대한 무죄판결이 확정된 다음 보강 수사를 하여 새로운 증거가 추가로 수집된 사정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피고인에 대한 유죄의 증거가 충분하지 않은데도 공소권을 남용하여 이 사건 공소를 제기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원심도 제1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인정하여 이에 관한 피고인의 항소이유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심의 판단은 공소권 남용에 관한 법리에 비추어 정당하고,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확정판결의 효력이 이 사건 공소사실에 미치는지 여부
형사소송절차에서 두 죄 사이에 공소사실이나 범죄사실의 동일성이 있는지는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이는 순수한 사실관계의 동일성이라는 관점에서만 파악할 수 없고, 피고인의 행위와 자연적·사회적 사실관계 이외에 규범적 요소를 고려하여 기본적 사실관계가 실질적으로 동일한지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대법원 1994. 3. 22. 선고 93도2080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06. 3. 23. 선고 2005도9678 판결 등 참조).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이 사건 살인죄의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1997. 4. 3. 21:50경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있는 ○○○ 햄버거 가게 화장실(이하 ‘○○○ 화장실’이라고 한다)에서 피해자를 칼로 찔러 공소외 1과 공모하여 피해자를 살해하였다.”라는 것이다. 선행사건에서 피고인에 대하여 유죄로 확정된 ‘증거인멸죄 등’의 범죄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1997. 2. 초순부터 1997. 4. 3. 22:00경까지 정당한 이유 없이 범죄에 공용될 우려가 있는 위험한 물건인 휴대용 칼을 소지하였고, 1997. 4. 3. 23:00경 공소외 1이 범행 후 ○○○ 화장실에 버린 칼을 집어 들고 나와 용산 미8군영 내 하수구에 버려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하였다.”라는 것이다.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이 사건 살인죄와 선행사건에서 유죄로 확정된 증거인멸죄 등은 범행의 일시, 장소와 행위 태양이 서로 다르고, 살인죄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우범자)죄나 증거인멸죄와는 보호법익이 서로 다르며 죄질에서도 현저한 차이가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살인죄의 공소사실과 증거인멸죄 등의 범죄사실 사이에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을 인정할 수 없다.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증거인멸죄 등에 관한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이 사건 살인죄의 공소사실에는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조치는 정당하다.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확정판결의 기판력이나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4. 중대한 사실오인이 있는지 여부
가.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갖도록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합리적 의심이란 모든 의문이나 불신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논리와 경험법칙에 기하여 증명이 필요한 사실과 양립할 수 없는 사실의 개연성에 대한 합리적인 의문을 의미한다. 따라서 단순히 관념적인 의심이나 추상적인 가능성에 기초한 의심은 합리적 의심에 포함되지 않는다(대법원 2013. 6. 27. 선고 2013도4172 판결 등 참조). 법관은 반드시 직접증거로만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아니고, 직접증거와 간접증거를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이 있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나. 원심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을 종합하여 다음과 같은 사정을 들어 피고인이 피해자를 칼로 찔러 살해하였음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충분히 증명되었다고 판단하였다.
(1) 피해자는 피고인과 공소외 1만 있던 ○○○ 화장실에서 칼에 찔려 사망하였는데, 피고인과 공소외 1은 서로 상대방이 피해자를 칼로 찔렀고 자신은 우연히 그 장면을 목격하였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먼저 피고인은 범행 당시의 상황에 관하여 “피고인이 공소외 1을 따라 화장실로 들어가 세면기 오른쪽 부분과 왼쪽 벽 사이에 기대 서 있었는데, 공소외 1이 소변을 보고 있던 피해자의 오른쪽 목 부위를 칼로 찔렀다. 피해자가 왼손으로 상처 부위를 감싸며 돌아서자, 공소외 1은 피해자의 가슴과 왼쪽 목 부위를 찌른 후 칼을 바닥에 버리고 화장실을 나갔다. 이후 피해자가 피고인 쪽으로 다가와, 피고인은 세면대 오른쪽 부분에 등을 기댄 채 두 손으로 피해자를 밀친 다음 바닥에 떨어진 칼을 들고 화장실을 나왔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에 공소외 1은 “화장실 세면대 앞에서 손을 씻으면서 거울을 보았는데, 피고인이 갑자기 피해자의 오른쪽 목을 칼로 찔렀다. 공소외 1이 오른쪽으로 몸을 돌려 보니, 피해자가 돌아서서 피고인을 때리려는 순간 피고인이 이를 피하면서 피해자의 몸과 왼쪽 목 부위를 계속 찔렀다. 이후 피고인이 공소외 1을 밀치면서 화장실을 빠져나갔고, 피해자가 구석에 쓰러질 때 공소외 1도 화장실을 나왔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2) 그런데 범행 현장에 남아 있는 혈흔 등에 비추어 보면, 공소외 1의 주장은 특별한 모순이 발견되지 않으나, 피고인의 주장은 아래와 같이 쉽사리 해소하기 힘든 논리적 모순이 발생한다.
(가) 세면대의 오른쪽 윗부분과 안쪽 부분에 묻어 있는 피의 양이나 그 흔적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는 칼에 찔린 후 화장실 왼쪽 구석으로 쓰러지기 전에 세면대 오른쪽 부분을 짚고 있는 상태에서 피를 흘린 것으로 보이는데, 피고인의 진술과 같이 피고인이 세면대 오른쪽과 벽 사이에 서서 범행을 목격하다가 피고인 쪽으로 다가오는 피해자를 세면대 오른쪽에 기대어 밀쳐 낸 것이라면, 세면대 오른쪽 윗부분과 안쪽 부분에 그와 같이 많은 양의 피가 묻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나) 또한 피고인의 진술과 같이 범행 당시 피고인이 세면대 오른쪽과 벽 사이에 서 있었다면, 피고인의 몸에 가려 피가 묻지 않는 부분이 있어야 하는데도, 실제로는 왼쪽 소변기부터 세면대까지 이르는 벽에 빈 부분이 없이 핏자국이 죽 이어져 있다.
(다) 피고인의 진술과 범행 현장의 혈흔 사이에 모순이 없으려면, 피고인이 피해자를 밀치고 그 자리를 떠난 뒤 피해자가 다시 세면대 쪽으로 다가와 세면대를 짚었어야 했을 것이다. 당시 피해자는 혈중알코올농도가 0.14%에 이를 정도로 술에 취한 상태에서 급소를 9차례나 칼에 찔려 다량의 출혈이 있었는데, 피고인이 피해자를 밀친 후에 피해자가 다시 몸을 일으켜 세면대까지 올 수 있었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3) 범행 이후의 정황에 나타난 아래 사정들 역시 피고인이 피해자를 칼로 찌르는 것을 목격하였다는 공소외 1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가) 피고인은 양손과 머리, 상의, 하의 등 온몸에 피해자의 피가 많이 묻었던 반면, 공소외 1은 상의 이외에는 피해자의 피가 묻지 않았다. 피고인은 자신 쪽으로 다가온 피해자를 밀치는 과정에서 피가 많이 묻게 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위에서 보았듯이 범행 현장에 남은 혈흔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의 위와 같은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나) 피고인은 ○○○ 화장실에서 나와 곧바로 4층 △△△△△ 화장실로 올라가서 머리와 얼굴, 양손에 묻은 피를 씻고, 피가 묻은 셔츠를 갈아입고 모자까지 빌려 쓴 다음 건물 밖으로 나왔으며,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이러한 행동은 직전에 칼로 피해자를 9차례나 찔러 살해한 사람이라면 취했을 행동으로 볼 수 있다.
반면 공소외 1은 자신의 상의에 묻은 피해자의 피를 닦으려고 하지 않고 오히려 공소외 2 등에게 범행을 자랑하면서 상의를 보여주었으며, 자신의 말을 들은 공소외 2가 범행 장소인 1층 ○○○ 화장실로 내려가 피해자를 확인하고 다시 4층 △△△△△로 올라와 추궁할 때까지 건물에서 나가려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는데, 이러한 행동은 직전에 칼로 피해자를 9차례나 찔러 살해한 사람의 태도라고는 보이지 않는다.
(다) 피고인은 공소외 3이 피고인의 피 묻은 셔츠를 불태우는 것을 내버려 두었고, 범행 도구인 칼을 하수구 도랑에 버리는 등 범인이 범행 후 증거를 인멸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행동을 하였다.
반면 공소외 1은 옷을 갈아입지도 않은 채 공소외 4를 만나러 갔고, 이후 집으로 가서 옷을 벗어두어 어머니가 세탁하도록 한 것 외에는 범행 후 증거인멸로 평가할 만한 행동을 한 적이 없다.
(라) 피고인은 △△△△△에서 여자 친구인 공소외 5에게 같이 가자고 하였다가 피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거절당하였는데도 자신의 무고함을 설명하지 않았다. 피고인은 피해자의 사망 사실을 확인한 뒤에도 함께 있던 친구들에게 자신의 책임을 부정하려는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고, 여자 친구인 공소외 5나 가장 친한 친구인 공소외 3으로부터 질문을 받고서도 공소외 1이 범인이라는 변명을 하지 않았다. 피해자를 칼로 찌른 사람이 공소외 1이라면, 현장에 같이 있던 피고인으로서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도 피고인이 그와 같은 태도를 취하였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반면 공소외 1은 △△△△△에서 범행 현장을 확인하고 이를 추궁하는 공소외 2에게 자신이 한 일이 아니라고 범행을 부인하였고, 곧바로 공소외 4에게 가서 피고인이 칼로 찔렀다고 말하였다.
(4) 한편 거짓말탐지기 검사 결과, 피고인의 진술에 대하여는 거짓으로 진단할 수 있는 특이한 반응이 나타나지 않은 반면, 공소외 1의 진술에 대하여는 거짓으로 진단할 수 있는 현저한 반응이 나타났다. 그러나 거짓말탐지기 검사 결과가 항상 진실에 부합한다고 단정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검사를 받는 사람의 진술의 신빙성을 가늠하는 정황증거로서 기능을 하는 데 그치므로, 그와 같은 검사결과만으로 범행 당시의 상황이나 범행 이후 정황에 부합하는 공소외 1 진술의 신빙성을 부정할 수 없다.
다. 위에서 본 법리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하다.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심리미진이나 채증법칙 위배로 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사실오인의 위법이 없다.
5. 양형부당 여부
가. 제1심은 피고인에 대하여 무기징역형을 선택하고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제4조 제1항에 따라 형을 완화하여 징역 20년의 형을 선고하였다. 원심은 비록 피고인이 범행 당시 만 18세 미만의 소년이었고, 공소외 1이 부추겨 충동적으로 범행을 저질렀으며, 과거 증거인멸죄 등으로 1년 이상 복역하고 미국으로부터 송환되는 과정에서 4년 이상 구금되어 있었던 점을 감안하더라도, 다음과 같은 사유를 고려하여 제1심의 양형이 부당하지 않다고 판단하였다.
피해자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생명을 젊은 나이에 잃게 되었고, 피해자의 가족은 크나큰 정신적 충격을 받고 오늘날까지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고통 속에 지내왔을 것으로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피고인은 전혀 알지 못하는 피해자를 아무런 이유 없이 참혹하게 살해하였다. 피고인은 범행을 자백하고 피해자 가족의 용서를 구할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는데도 범행의 책임을 공소외 1에게 떠넘기려는 행태를 보이면서 자신의 억울함만을 강변하는 태도를 고집하고 있다. 피고인이 범행 이후 지금까지 피해자와 유족들이 입은 피해를 조금이라도 회복시키기 위해 아무런 조치도 취한 적이 없다.
나. 기록과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피고인의 나이, 성행, 지능과 환경, 피해자에 대한 관계,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사정을 살펴보면, 원심이 제1심의 양형판단을 유지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하여 피고인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한 제1심판결을 유지한 것은 형법 제51조를 따른 것으로 정당하다.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도 이유 없다.
6. 결론
피고인의 상고는 이유 없어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보영(재판장) 박병대 권순일 김재형(주심) | [1] 형사소송법 제298조 / [2] 형법 제30조, 제155조 제1항, 제250조 제1항, 구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2014. 12. 30. 법률 제1289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조, 형사소송법 제298조, 제326조 제1호 / [3]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308조 / [4] 형법 제30조, 제250조 제1항, 형사소송법 제308조 | 형사 |
【피 고 인】
【상 고 인】
피고인들
【변 호 인】
변호사 이희영 외 2인
【원심판결】
부산고법 2016. 8. 11. 선고 2015노777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피고인 2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가.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1) 통신비밀보호법은 통신제한조치의 집행으로 인하여 취득된 전기통신의 내용은 통신제한조치의 목적이 된 범죄나 이와 관련되는 범죄를 수사·소추하거나 그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경우 등에 한정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제12조 제1호), 통신사실확인자료의 사용제한에 관하여 이 규정을 준용하도록 하고 있다(제13조의5). 따라서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요청에 의하여 취득한 통화내역 등 통신사실확인자료를 범죄의 수사·소추를 위하여 사용하는 경우 그 대상 범죄는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요청의 목적이 된 범죄 및 이와 관련된 범죄에 한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14. 10. 27. 선고 2014도2121 판결 참조). 여기서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요청의 목적이 된 범죄와 관련된 범죄라 함은 통신사실 확인자료제공요청 허가서에 기재한 혐의사실과 객관적 관련성이 있고 자료제공 요청대상자와 피의자 사이에 인적 관련성이 있는 범죄를 의미한다고 할 것이다.
그중 혐의사실과의 객관적 관련성은, 통신사실 확인자료제공요청 허가서에 기재된 혐의사실 자체 또는 그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 범행과 직접 관련되어 있는 경우는 물론 범행 동기와 경위, 범행 수단 및 방법, 범행 시간과 장소 등을 증명하기 위한 간접증거나 정황증거 등으로 사용될 수 있는 경우에도 인정될 수 있다. 다만 통신비밀보호법이 위와 같이 통신사실확인자료의 사용 범위를 제한하고 있는 것은 특정한 혐의사실을 전제로 제공된 통신사실확인자료가 별건의 범죄사실을 수사하거나 소추하는 데 이용되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통신의 비밀과 자유에 대한 제한을 최소화하는 데 입법 취지가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그 관련성은 통신사실 확인자료제공요청 허가서에 기재된 혐의사실의 내용과 당해 수사의 대상 및 수사 경위 등을 종합하여 구체적·개별적 연관관계가 있는 경우에만 인정된다고 보아야 하고, 혐의사실과 단순히 동종 또는 유사 범행이라는 사유만으로 관련성이 있다고 할 것은 아니다.
그리고 피의자와 사이의 인적 관련성은 통신사실 확인자료제공요청 허가서에 기재된 대상자의 공동정범이나 교사범 등 공범이나 간접정범은 물론 필요적 공범 등에 대한 피고사건에 대해서도 인정될 수 있다.
2)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서울동부지방검찰청 검사는 피고인 1이 건설현장 식당운영권 알선 브로커로 활동하면서 전국 여러 지역의 건설현장 식당운영권 수주와 관련하여 공무원이나 공사관계자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2010. 12. 16. 및 2010. 12. 21. 통신비밀보호법 관련 규정에 따라 서울동부지방법원 판사의 허가를 받아 통신사실확인자료를 취득한 사실, 그중 2010. 12. 16.자 허가서는 대상자가 ‘피고인 1’이고, 대상 범죄는 ‘2010. 3.경부터 2010. 10.경 사이의 피고인 1과 공소외인 사이의 ○○○○ 직원 채용 및 ○○○○ 발주 공사 납품업체 선정 청탁 관련 금품수수(공여자는 피고인 1)’로 기재되어 있고, 2010. 12. 21.자 허가서에는 대상자는 ‘피고인 1 등’으로, 대상 범죄는 ‘2009. 2.경부터 2010. 12.경까지 사이의 공소외인과 피고인 1 사이의 ○○○○ 직원 채용 및 ○○○○ 발주 공사 납품업체 선정, △△건설 사장에 대한 인천 송도 건설현장의 식당운영권 수주 영향력 행사 청탁 관련 금품수수(공여자는 피고인 1)’로 기재되어 있는 사실, 위 통신사실확인자료에는 피고인 1과 피고인 2가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일시 무렵 통화한 내역이 포함되어 있고, 검사는 위 통화내역을 피고인들에 대한 이 사건 뇌물공여 및 뇌물수수의 점에 대한 유죄의 증거로 제출하고 있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통신사실 확인자료제공요청 허가서에 기재된 혐의사실 중 피고인 1과 공소외인 사이의 ○○○○ 직원 채용 및 ○○○○ 발주 공사 납품업체 선정 관련 부분은 부산교통공사가 발주하는 지하철 공사현장의 식당운영권을 수주할 수 있도록 청탁하면서 뇌물을 수수하였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과 아무런 관련성도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피고인 1의 인천 송도 건설현장의 식당운영권 수주 관련 금품제공 부분은 범행 경위와 수법이 이 사건 공소사실과 동일하고 범행 시기도 근접해 있을 뿐만 아니라, 기록에 의하면 당시 피고인 1에 대하여는 위 혐의사실을 포함하여 여러 건설현장의 식당운영권 수주를 위해 다수의 공무원이나 공사관계자에게 금품을 제공하였다는 혐의로 광범위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피고인 2와 관련된 이 사건 공소사실 관련 사항은 당시에는 직접 수사대상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으나 나중에 부산지방검찰청에서 별도의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종전에 서울동부지방검찰청에서 확보해 두었던 통신사실확인자료에서 이 사건 피고인들 사이의 통화내역을 확인하게 되어 이를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한 증거로 제출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여러 사정, 특히 이 사건 공소사실은 건설현장 식당운영권 수주와 관련한 피고인 1의 일련의 범죄혐의와 범행 경위와 수법 등이 공통되고, 이 사건에서 증거로 제출된 통신사실확인자료는 그 범행과 관련된 뇌물수수 등 범죄에 대한 포괄적인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취득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공소사실과 이 사건 통신사실 확인자료제공요청 허가서에 기재된 혐의사실은 객관적 관련성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고, 또한 그 허가서에 대상자로 기재된 피고인 1은 이 사건 피고인 2의 뇌물수수 범행의 증뢰자로서 필요적 공범에 해당하는 이상 인적 관련성도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위 허가서에 의하여 제공받은 통화내역은 피고인 2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의 증명을 위한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3) 그렇다면 원심이 피고인 1과 피고인 2의 위 통화내역을 이 사건 공소사실의 증명을 위한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은 이유 설시에 일부 부적절한 점이 있으나 그 결론은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통신사실확인자료의 사용제한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나. 상고이유 제2점, 제3점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를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 2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무죄 부분 제외)이 유죄로 인정된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잘못 인정하거나 뇌물죄의 직무관련성, 대가성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피고인 1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1항, 제308조는 증거에 의하여 사실을 인정하되 그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증거의 취사 선택 및 평가와 이를 토대로 한 사실의 인정은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는 한 사실심법원의 전권에 속하고 상고법원도 이에 기속된다.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에 의하여 피고인 1에 대한 이 사건 변경된 공소사실(무죄 부분 제외)을 모두 인정한 것은, 사실심법원이 자유심증에 따라 판단하는 사실인정의 영역에 속한다고 할 것인데, 원심판결 이유를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아도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이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고는 인정되지 않는다. 그 밖에 원심이 위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로 인정된다고 판단한 데에 사기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도 없다.
그리고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에 의하면 양형부당을 사유로 한 상고는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서만 허용된다. 피고인에 대하여 그보다 가벼운 형이 선고된 이 사건에서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는 취지의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피고인 1의 상고이유 주장은 어느 것이나 이유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피고인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권순일(재판장) 박병대(주심) 박보영 김재형 | 통신비밀보호법 제12조 제1호, 제13조의5, 형사소송법 제307조 | 형사 |
【피 고 인】
【상 고 인】
피고인 및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남성태 외 2인
【원심판결】
대전고법 2016. 10. 20. 선고 (청주)2016노53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인의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에 관하여
원심판결 이유를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이 사건 공소사실(무죄 부분 제외)이 유죄로 인정된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진술의 신빙성 판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그리고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에 의하면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서만 양형부당을 사유로 한 상고가 허용되므로, 피고인에 대하여 그보다 가벼운 형이 선고된 이 사건에서 형의 양정이 부당하다는 취지의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2. 검사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가. 공소장변경의 허가요건인 공소사실의 동일성 여부는 그 사실의 기초가 되는 사회적 사실관계가 기본적인 점에서 동일하면 그대로 유지되는 것으로, 이러한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사실의 동일성이 갖는 기능을 염두에 두고 피고인의 행위와 그 사회적인 사실관계를 기본으로 하되 규범적 요소도 아울러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1994. 3. 22. 선고 93도2080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일반적으로 범죄의 일시는 공소사실의 특정을 위한 것이지 범죄사실의 기본적 요소는 아니므로 그 일시가 다소 다르다 하여 공소장변경의 절차를 요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범죄의 시일이 그 간격이 길고 범죄의 인정 여부에 중대한 관계가 있는 경우에는 피고인의 방어에 실질적 불이익을 가져다 줄 염려가 있으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공소장변경의 절차를 밟아야 할 것인데, 이와 같이 범죄의 일시를 달리하는 변경 전후 공소사실 사이의 동일성 여부는 두 공소사실의 양립 가능성 등 그 사실의 기초가 되는 사회적인 사실관계와 규범적 요소를 종합하여 구체적 사실관계 하에서 판단하되, 공소장변경제도의 취지가 국가형벌권의 적정한 행사 확보 및 피고인의 방어권보장에 있음을 아울러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1982. 12. 28. 선고 82도2156 판결, 대법원 2005. 7. 14. 선고 2003도1166 판결 등 참조).
나.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피해자는 경찰에서 피해 진술을 할 당시 피고인으로부터 세 번째 피해를 당한 시점이 할머니인 공소외 1과 함께 피고인이 운영하는 충북 괴산군 (주소 생략)에 있는 ○○주유소에 옥수수 장사를 하러 갔을 때라고 일관되게 진술하였다. 다만 피해자는 그 날짜를 정확히 특정하지 못한 채 2015. 8.경 여름방학 했을 때라고 진술하였고, 수사관이 보여준 달력을 보고 할머니가 옥수수 장사를 시작한 때가 2015. 8. 20.인가 24일부터였던 것 같다고 진술하였다가 다시 피해를 입은 때가 2015. 8. 22. 토요일 또는 2015. 8. 23. 일요일 밤이라고 진술하였다.
(2) 검사는 이러한 피해자의 진술을 토대로 공소장의 제3항 기재 범죄 일시를 “2015. 8. 22.~24. 22:00~23:00경”으로 특정하여 공소를 제기하였다.
(3)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피해자가 2015. 8.경에는 위 ○○주유소에서 잠을 자고 간 적이 없고, 2015. 7. 19.경에는 잠을 자고 간 적이 있다고 진술하였고, 증인 공소외 2는 제1심에서 피해자의 할머니인 공소외 1이 2015. 8. 12.경 옥수수 장사를 그만두었다고 증언하였으며, 2015. 8.경 피고인과 연인관계에 있었던 증인 공소외 3은 제1심에서 2015. 8. 23. 일요일 새벽에 피고인이 안산으로 위 증인을 데리러 와 2015. 8. 24. 오후까지 피고인과 함께 있었다고 증언하였으며, 그 증거로 원심에 2015. 8. 24. 18:08경 시흥시에서 피고인과 위 증인이 함께 찍은 사진을 제출하였다.
(4) 이에 검사는 2016. 8. 30. 원심에 제출한 공소장변경 허가신청서를 통하여 공소장의 공소사실 제3항 기재 범죄사실 중 범행 일시만을 “2015. 8. 22.~24. 22:00~23:00경”에서 “2015. 7. 17.~2015. 8. 12.경 시간불상경”으로 변경하여 달라고 신청하였다.
(5) 원심은 2016. 9. 22. 제5회 공판기일에서 검사의 위 공소장변경 허가신청을 불허하고 변론을 종결한 후 공소사실 제3항 기재 범죄사실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한 제1심을 파기하고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다. 위 인정 사실에 나타난 이 부분 공소사실 변경의 경위와 내용에 의하면, 변경 전 공소사실과 검사가 변경허가를 신청한 공소사실은 피해자가 할머니인 공소외 1과 함께 ○○주유소에 옥수수 장사를 하러 갔을 때라는 점에는 일치하고, 양 공소사실의 내용에 의하더라도 범행 장소, 범행의 경위나 방법, 피해자가 입은 피해의 내용 등이 동일한 점, 변경 전 공소사실은 10세의 어린 나이인 피해자의 불명확한 진술에만 의존한 것인 데 비하여, 검사가 변경하려는 공소사실은 관련 증인들의 진술과 피고인의 알리바이 주장을 반영하여 그 주장과 모순되지 않도록 범죄 일시를 수정한 것일 뿐 당초 공소사실 외에 별도로 이루어진 피해자에 대한 강간미수 행위를 새로 공소사실에 추가하는 취지로 변경하는 것이 아닌 점 등을 알 수 있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와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 변경 전·후의 공소사실은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므로 원심으로서는 검사의 위 공소장변경을 허가하고, 변경된 공소사실의 인정 여부에 관하여 심리·판단하였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이 공소장변경이 허용될 수 없다고 본 것은 공소장변경에 있어서 공소사실의 동일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의 결론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파기의 범위
수개의 범죄사실에 대하여 항소심이 일부는 유죄, 일부는 무죄의 판결을 하고, 그 판결에 대하여 피고인 및 검사 쌍방이 상고를 제기하였으나, 유죄 부분에 대한 피고인의 상고는 이유 없고, 무죄 부분에 대한 검사의 상고만 이유 있는 경우, 항소심이 유죄로 인정한 죄와 무죄로 인정한 죄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다면 항소심판결의 유죄 부분도 무죄 부분과 함께 파기되어야 한다(대법원 2002. 7. 26. 선고 2001도4947 판결 등 참조).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원심에서 유죄로 인정한 부분에 대한 피고인의 상고는 이유 없으나, 위 각 죄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의 관계에 있는 원심의 무죄 부분에 대한 검사의 상고이유가 이유 있으므로 결국 원심판결 전부가 파기되어야 한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재형(재판장) 박병대 박보영(주심) 권순일 | [1] 형사소송법 제298조 제1항 / [2] 형사소송법 제254조 제4항, 제298조 / [3] 형법 제37조,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391조 | 형사 |
【피 고 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유한) 세한 담당변호사 송창영 외 1인
【원심판결】
서울남부지법 2014. 8. 22. 선고 2014노462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2013. 5. 28. 법률 제1184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자본시장법’이라고 한다)은 자본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촉진하고 투자자를 보호하며 자본시장의 공정성·신뢰성 및 효율성을 높이기 위하여 각종 불공정거래를 규제하면서 그중 하나로 ‘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즉, 자본시장법 제174조 제1항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상장법인의 업무 등과 관련된 미공개중요정보를 특정증권 등의 매매, 그 밖의 거래에 이용하거나 타인에게 이용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하고, 제1호부터 제6호까지 그 법인 및 법인의 임직원, 주요주주, 인·허가권자, 대리인, 사용인, 종업원 등 직무와 관련하여 미공개중요정보를 알게 된 자 또는 그들로부터 정보를 받은 자를 규정하면서, 제4호에서 ‘그 법인과 계약을 체결하고 있거나 체결을 교섭하고 있는 자로서 그 계약을 체결·교섭 또는 이행하는 과정에서 미공개중요정보를 알게 된 자’를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미공개중요정보’라고 함은 상장법인의 경영이나 재산상태, 영업실적 등 투자자의 투자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부정보로서 불특정 다수인이 알 수 있도록 공개되기 전의 것을 말하고, 당해 법인의 업무 등과 관련하여 법인 내부에서 생성된 것이면 거기에 일부 외부적 요인이나 시장정보가 결합되어 있더라도 그에 해당한다. 그리고 법인 내부의 의사결정 절차가 종료되지 않아 아직 실현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정보라고 하더라도 합리적인 투자자가 그 정보의 중대성과 현실화될 개연성을 평가하여 투자에 관한 의사결정에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고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구체화된 것이면 중요정보로 생성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대법원 2008. 11. 27. 선고 2008도6219 판결 등 참조).
한편 미공개중요정보를 이용하였다고 하려면 그 정보가 매매 등 거래 여부와 거래량, 거래가격 등 거래조건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인정되어야 하고, 이는 피고인이 해당 정보를 취득한 경위 및 그 정보에 대한 인식의 정도, 해당 정보가 거래에 관한 판단과 결정에 미친 영향 내지 기여도, 피고인의 경제적 상황, 거래를 한 시기, 거래의 형태나 방식, 거래 대상이 된 증권 등의 가격 및 거래량의 변동 추이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살펴서 판단하여야 한다.
2.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관계 등을 알 수 있다.
1) 코스닥 상장법인인 공소외 1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1 회사’라고 한다)는 2005. 9.경 대표이사의 분식회계 등이 적발되어 2005. 10. 18.경부터 채권금융기관의 공동관리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공소외 1 회사는 2009. 12. 11.경 채권금융기관과 약 201억 원의 채무에 대한 상환유예기한을 2011. 12. 31.까지 연장하되 2010년 중 자구계획 이행 실패 시 40억 원 이상의 채무를 상환하도록 하는 내용의 ‘경영정상화 이행약정’을 체결하였다. 그러나 2010년경 신규 사업으로 추진하던 사이버보안 솔루션 개발 사업 등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2010년 3분기말 당기순손실 약 62억 원, 자본잠식률 41.6%에 이르러, 대규모 외부자금조달과 수익창출이 가능한 신규 사업 진출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채무상환유예 연장과 기업회생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공소외 1 회사 경영진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한 경영권 매각을 추진하게 되었다.
2) 피고인은 2010. 11.경 공소외 2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2 회사’라고 한다)의 대표이사이자 최대주주였고 공소외 3 회사(이하 ‘공소외 3 회사’라고 한다)의 최대주주로서 2개 법인의 실질적 사주였다. 이에 공소외 1 회사의 전 대표이사이자 고문인 공소외 4와 당시 대표이사 공소외 5는 피고인에게 공소외 1 회사가 추진하는 50억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하여 공소외 1 회사의 경영권을 인수한 다음 공소외 1 회사가 공소외 3 회사의 지분을 인수하여 공소외 3 회사가 추진하는 스마트그리드 사업을 공소외 1 회사를 통하여 추진하는 방법을 제안하였다.
3) 공소외 1 회사는 2010. 11. 12.경 공소외 6 회계법인에 공소외 3 회사의 주식가치를 평가하여 달라는 의뢰를 하였고, 공소외 6 회계법인 소속 공인회계사 공소외 7은 2010. 11. 25.경 ‘공소외 1 회사와 공소외 3 회사 주주 공소외 8 외 3인 간 자산양수도 시 자산양수도가액의 적정성에 대한 평가의견’을 작성하여 제공하였는데, 이는 공소외 4와 공소외 5의 위 제안을 구체화하기 위하여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4) 공소외 6 회계법인은 그전부터 공소외 1 회사와 공소외 2 회사의 외부감사에 모두 관여한 바 있고, 그 소속 공인회계사 공소외 7은 피고인 및 공소외 4와 고등학교 동문으로, 공소외 1 회사로부터 위와 같이 공소외 3 회사의 평가의뢰를 받기 전에 공소외 2 회사의 직원으로부터 공소외 1 회사가 가치평가를 의뢰할 것이라는 말을 들었고, 의뢰를 받은 후에는 공소외 3 회사의 상무와 회계담당직원으로부터 자료를 받아 공소외 3 회사에 대한 가치평가를 실시하였는데, 피고인의 관여나 개입 없이 공소외 3 회사의 직원이 공소외 1 회사의 의뢰를 받은 회계법인에 공소외 3 회사의 평가를 위한 자료를 전달할 다른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고 볼 사정은 없다.
5) 한편 피고인은 2010. 11. 29.경 처 공소외 9의 대신증권 계좌에서 ○○제약 주식을 약 9,900만 원에 매도하고 그 대금으로 공소외 1 회사 주식 197,500주(이하 ‘이 사건 주식’이라고 한다)를 98,243,529원에 매수하였다.
6) 피고인은 2010. 11. 30.경 공소외 2 회사의 기업통장(마이너스 대출통장)에서 11억 원을 송금받은 후 공소외 1 회사에 11억 원을 송금하여 대여하였고, 같은 날 저녁 내지 12. 1. 새벽 무렵 공소외 1 회사를 인수하기로 결정하였다.
7) 공소외 1 회사는 2010. 12. 1.경 피고인과 공소외 2 회사에 대한 제3자 배정방식의 유상증자에 관한 이사회 결의를 하고, 같은 날 14:00경 ‘공소외 2 회사 및 피고인을 대상으로 5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고 그에 따라 최대주주가 변경된다’(이하 ‘이 사건 정보’라고 한다)는 취지의 “유상증자 결정 및 최대주주 변경 관련 공시”를 공표하였다.
8) 공소외 1 회사는 2010. 12. 15.경 50억 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하였고, 그 다음 날인 2010. 12. 16.경 피고인과 공소외 2 회사로부터 납입받은 주금 50억 원 중 40억 원으로 공소외 3 회사의 지분 40%를 인수하였다. 이로써 공소외 1 회사 대표이사 공소외 5 등의 위 제안은 그대로 현실화되었다. 또한 유상증자대금 50억 원 중 나머지 10억 원은 공소외 1 회사가 2010. 11. 30. 피고인으로부터 빌린 차용금의 변제에 사용되었다.
9) 피고인은 위와 같은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공소외 1 회사의 최대주주가 된 공소외 2 회사를 통하여 공소외 1 회사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을 확보함과 동시에 공소외 2 회사와 공소외 3 회사에 대한 지배력은 여전히 그대로 보유하면서도 피고인과 공소외 2 회사가 유상증자대금으로 납입한 50억 원은 사실상 모두 회수한 셈이 되었다.
10) 피고인은 이 사건 주식 매수 이전에도 처와 자녀들 증권계좌로 공소외 1 회사의 주식을 매수한 적이 있지만, 이 사건 주식 매수는 이전에 비해 거래량도 많고 매수대금도 큰 규모이다. 피고인은 공소외 1 회사의 경영권 인수를 제안받는 과정에서 유상증자를 통한 대규모 자금조달 등 특단의 조치가 없는 한 부도가 불가피한 상태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그런 피고인이 공소외 1 회사의 유상증자에 참여하여 공소외 1 회사를 살릴 계획도 없이 공소외 1 회사의 주식을 이전과는 다른 규모로 매수할 합당한 이유도 발견되지 않는다.
3. 위와 같은 사정을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이 자본시장법 제174조 제1항의 미공개중요정보를 이용하여 이 사건 주식을 매수하였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유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된다. 거기에 관련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는 상고이유 주장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
가. 피고인은 위 사실관계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이 사건 주식을 매수하기 전부터 공소외 1 회사와 경영권 인수에 관한 계약의 체결을 교섭하고 있었고, 그 과정에서 이 사건 정보의 생성에 관여함으로써 이 사건 정보를 알게 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같은 취지에서 피고인이 제174조 제1항 제4호의 “그 법인과 계약을 체결하고 있거나 체결을 교섭하고 있는 자로서 그 계약을 체결·교섭 또는 이행하는 과정에서 미공개중요정보를 알게 된 자”에 해당한다고 한 원심의 판단은 옳다.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자본시장법 제174조 제1항의 준내부자, 정보생성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나. 원심은, 이 사건 정보는 피고인과 공소외 2 회사가 공소외 1 회사의 5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한다는 내용으로, 공소외 1 회사가 2010. 11.경 신규 사업의 실패 등으로 채권금융기관의 경영정상화 이행계획에 따른 채무를 상환하여야 할 상황에 이르러 유상증자를 통하여 자금을 조달할 경우 당면한 재정적 어려움을 해소할 수도 있으리라고 기대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정보는 자본시장법 제174조 제1항이 정한 미공개중요정보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위 사실관계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정보는 피고인과 공소외 2 회사가 유상증자에 참여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내심의 의사뿐 아니라 신주발행의 주체인 공소외 1 회사가 상대방인 피고인과 교섭하는 과정에서 생성된 정보로서, 공소외 1 회사의 경영, 즉 업무와 관련된 것임은 물론 공소외 1 회사 내부의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확정된다는 점에서 공소외 1 회사의 내부정보라고 보아야 하고, 일부 외부적 요인이 결합되어 있더라도 달리 볼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이 사건 정보가 미공개중요정보에 해당한다고 한 원심의 판단은 옳다.
나아가 원심은, 위 사실관계를 토대로 공소외 1 회사와 피고인은 2015. 11. 25.경 공소외 1 회사가 공소외 6 회계법인으로부터 공소외 3 회사에 대한 가치평가서를 수령할 무렵부터 2010. 11. 30.경 피고인이 공소외 1 회사에 11억 원을 대여할 때까지 유상증자에의 참여 여부, 참여 방식 및 유상증자대금의 추후 사용계획 등에 관하여 상당히 구체적인 내용으로 교섭하면서 그에 관한 합의를 이루어가는 과정에 있었다고 전제한 다음, 이 사건 정보는 피고인의 주식 매수 당시 공소외 1 회사의 이사회 결의를 얻지 못한 상태여서 객관적으로 확실하게 완성된 상태는 아니었다 하더라도 2010. 11. 25.경 또는 적어도 2010. 11. 30.자 대여 직전으로서 이 사건 주식거래일인 2010. 11. 29.경에는 이 사건 정보가 투자자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정도로 구체화되어 있었다고 보아, 미공개중요정보로 생성되어 있었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된다.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자본시장법 제174조 제1항의 미공개중요정보 및 그 생성시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다. 피고인이 이 사건 정보를 거래에 이용하였는지에 관하여, 원심은, 피고인은 이 사건 정보를 생성하는 데 관여한 자로서 이 사건 정보를 보유한 상태에서 ○○제약 주식을 처분하고 그 대금으로 이전 거래보다 훨씬 큰 규모로 이 사건 주식을 매수한 점, 공소외 1 회사의 주가 및 거래량 추이와 당시 동종업종지수의 주가 및 거래량 추이가 일치하지 않는 등 공소외 1 회사의 주가나 주식 거래량의 변화는 이 사건 정보의 존재와 공개 때문인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은 이 사건 정보를 보유한 상태에서 이를 이용하여 이 사건 주식을 매수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된다.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자본시장법 제174조 제1항의 이용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4. 그러므로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권순일(재판장) 박병대(주심) 박보영 김재형 | 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2013. 5. 28. 법률 제1184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74조 제1항, 제443조 제1항 제1호 | 형사 |
【피 고 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 혜 담당변호사 고혜련 외 3인
【원심판결】
의정부지법 2016. 10. 28. 선고 2016노1695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의 판단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공소외 1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1 회사’라고 한다)와 공소외 2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2 회사’라고 한다)의 운영자로서, 2013. 8. 철강자재를 공급받더라도 그 물품대금을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이, 피해자 공소외 3 주식회사(이하 ‘피해회사’라고 한다) 영업직원 공소외 4에게 ‘철강자재를 공소외 1 회사와 공소외 2 회사에 외상으로 공급하면, 2013. 9.말까지 대금을 틀림없이 지급하겠다’고 기망하여, 피해회사로부터 2013. 8. 13.부터 같은 달 27.까지 3회에 걸쳐 합계 46,866,593원 상당의 철강자재 14,640.2kg을 공급받아 이를 편취하였다는 것이다.
나.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가. 사업의 수행과정에서 이루어진 거래에 있어서 그 채무불이행이 예측된 결과라고 하여 그 기업경영자에 대한 사기죄의 성부가 문제된 경우, 그 거래시점에 그 사업체가 경영부진 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사정에 따라 파산에 이를 수 있다고 예견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 사기죄의 고의가 있다고 단정하는 것은 발생한 결과에 따라 범죄의 성부를 결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설사 기업경영자가 파산에 의한 채무불이행의 가능성을 인식할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태를 피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믿었고, 계약이행을 위해 노력할 의사가 있었을 때에는 사기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1. 3. 27. 선고 2001도202 판결, 대법원 2016. 6. 9. 선고 2015도18555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와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의 사정을 알 수 있다.
1) 공소외 1 회사는 2013. 8. 피해회사로부터 철강자재를 공급받은 후 이를 모두 제품 생산에 투입한 것으로 보이고, 그 무렵 주방기기 제품을 꾸준하게 생산하고 있었으며, 2013. 9.부터 같은 해 12.까지 월 매출액이 160,056,398원 내지 283,899,336원으로 월 평균 223,182,106원, 월 수금액이 187,071,598원 내지 208,095,200원으로 월 평균 195,757,966원에 달하여 피해회사에 대한 물품대금채무액을 상회하고, 같은 기간 월말 미수금채권액도 평균 475,764,345원에 이른다. 공소외 1 회사는 2013. 8. 공소외 5 주식회사와 체결한 여러 건의 주방기기 공급계약을 이행하고 있었고, 그 후에도 공소외 6 주식회사, 공소외 7 주식회사, ○○○○○교육청, △△△△△△△△학교와 주방기기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등 지속적으로 기업활동을 하고 있었다.
2) 공소외 2 회사는 2013. 8. 별다른 매출을 얻지 못하였지만, 이는 그 무렵 주방기기 등 제품 생산을 시작하였기 때문으로 보이고, 피고인이 2013. 10. 동생 공소외 8에게 경영권을 양도하였다는 사정만으로 피해회사에 대한 물품대금채무의 변제 가능성이 낮아진다고 볼 수 없다.
3) 피고인과 피해회사의 거래는 피해회사 영업직원 공소외 4가 피고인이 운영하던 공소외 1 회사 공장을 찾아와 철강자재를 공급하겠다고 제안하여 시작되었는데, 당시 공소외 4는 공소외 1 회사의 공장과 기계 규모 등을 근거로 피고인에게 물품대금을 지급할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였고, 피고인이 다른 외상거래와 마찬가지로 공급받은 다음 달 말일에 물품대금을 지급하겠다고 이야기한 것 이외에 달리 공소외 4에게 허위의 사실을 고지하여 적극적으로 기망한 바는 없다.
4) 피고인이 2013. 8. 이후 주방기기 등을 생산하여 발생한 매출금을 고정비용과 즉시 결제가 필요한 1,000만 원 미만의 원자재 매입대금에 먼저 지출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운용하였으나, 이는 유동성 부족을 겪는 기업에서 흔히 있는 일이고, 피고인이 피해회사로부터 공급받은 철강자재로 생산한 물건의 매출금으로 피해회사에 대한 물품대금을 우선하여 지급하기로 약정한 바도 없으므로, 위와 같은 자금운용을 근거로 피해회사에 대한 물품대금을 지급하지 않으려는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
5) 피고인은 2013. 8. 피해회사에 대한 물품대금을 변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였으나, 2013. 9. 거래처인 □□건설의 부도로 물품대금 7,000만 원을 지급받지 못하여 비로소 법률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법인회생신청을 준비하게 되었다고 주장하고 있고, 피고인이 피해회사로부터 철강자재를 공급받을 무렵에 이미 회생절차를 준비하고 있었다고 볼만한 자료가 없는 점, 피고인이 2014. 3. 10. 회생절차가 폐지된 뒤 공소외 1 회사를 사실상 폐업하여 그 운영 당시 자료를 확보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피고인의 주장을 관련 자료가 제출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쉽게 배척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이 유동성 부족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외부적인 경제여건이 더욱 악화되어 피해회사에 대한 물품대금채무를 변제하지 못한 채 공소외 1 회사에 대한 회생신청을 하고 공소외 2 회사의 경영권을 동생 공소외 8에게 양도하였다고 못 볼 바 아니다.
다. 앞서 본 법리에 따라 위와 같은 제반 사정들을 살펴보면, 피고인이 2013. 8. 피해회사로부터 철강자재를 공급받을 무렵 공소외 1 회사나 공소외 2 회사의 재정상황이 악화되어 파산에 의한 채무불이행의 가능성을 인식할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태를 피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믿었고 피해회사를 비롯한 채권자들에 대한 계약이행을 위해 노력할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원심이 든 사정이나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회사로부터 철강자재를 공급받을 무렵부터 피고인에게 편취할 의사가 있었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
라. 그런데도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을 들어 피고인에게 편취의 범의가 인정된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기죄에서의 편취 범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기택(재판장) 김용덕 김신(주심) 김소영 | 형법 제347조 | 형사 |
【피 고 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유한) 주원 담당변호사 허남욱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6. 9. 1. 선고 2015노2167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공소사실의 불특정 주장에 관한 판단
공소사실의 기재는 범죄의 시일, 장소와 방법을 명시하여 사실을 특정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형사소송법 제254조 제4항). 이처럼 공소사실의 특정을 요구하는 법의 취지는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를 쉽게 해주기 위한 것이므로, 공소사실은 이러한 요소를 종합하여 구성요건 해당사실을 다른 사실과 식별할 수 있는 정도로 기재하면 충분하다. 공소장에 범죄의 일시, 장소, 방법 등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지 않았더라도 공소사실을 특정하도록 한 법의 취지에 반하지 않고, 공소범죄의 성격에 비추어 개괄적으로 표시하는 것이 부득이하며 그에 대한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이 없다면 공소내용이 특정되었다고 볼 수 있다(대법원 2002. 10. 11. 선고 2002도2939 판결, 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4도2918, 2014전도54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공소사실의 범죄일시는 “2014년 6월에서 8월 초순 사이 일자불상경”으로 비교적 개괄적으로 표시되어 있다. 그러나 기록에 의하면, 피해자는 지적장애 2급의 장애인으로서 피해를 입은 정확한 일자를 기억하거나 표현하는 데 어려움이 있음을 알 수 있다. 피해자의 진술 외에는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하기 쉽지 않은 성폭력범죄의 특성에 비추어 볼 때, 검사로서는 피해자가 가진 진술능력의 한계로 말미암아 공소사실의 범죄일시를 일정한 시점으로 특정하기 곤란하여 부득이하게 개괄적으로 표시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장소, 범행의 태양 등에 비추어 다른 사실과 구별될 수 있으므로 피고인의 방어권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 이러한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공소사실의 특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지적장애인 진술의 신빙성 등에 관한 판단
가. 성추행 피해 아동이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이 증거로 제출되어 그 신빙성을 판단할 때에는, 아동의 경우 질문자에 의한 피암시성이 강하고, 상상과 현실을 혼동하거나 기억내용에 대한 출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는 사정 등을 고려하여, 아동의 나이가 얼마나 어린지, 사건 발생 시부터 얼마나 지난 후에 진술을 하였는지, 사건 발생 후 진술을 하기까지의 과정에서 최초로 아동의 피해 사실을 청취한 보호자나 수사관들이 편파적인 예단을 가지고 아동에게 사실이 아닌 정보를 주거나 반복적인 신문 등을 통하여 특정한 답변을 유도하는 등으로 아동 기억에 변형을 가져올 여지는 없었는지, 위 진술 당시 질문자가 오도할 수 있는 암시적인 질문을 반복적으로 하지 않았는지, 같이 신문을 받은 또래 아동의 진술에 영향을 받지 않았는지, 면담자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은 아동 자신의 진술이 이루어졌는지, 법정에서는 피해사실에 대하여 어떠한 진술을 하고 있는지 등을 살펴보아야 한다. 또한 검찰에서 한 진술내용도 일관성이 있고 명확한지, 세부내용의 묘사가 풍부한지, 사건·사물·가해자에 대한 특징적인 부분에 관한 묘사가 있는지, 정형화된 사건 이상의 정보를 포함하고 있는지 등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야 한다(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6도2520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이는 지적장애가 있어 정신연령이나 사회적 연령이 아동에 해당하는 성인이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한 진술이 신빙성이 있는지를 판단할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4도2918, 2014전도54 판결, 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5도7450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피해자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한 다음, 피고인이 2014. 6.에서 8. 초순까지 지적장애인인 피해자를 상대로 유사성행위를 하려다가 미수에 그쳤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1) 피해자는 지능지수 36, 사회연령 2.64세인 지적장애 2급의 장애인으로서 인지능력과 언어능력에 제약이 있으나, 수사기관에서 자신이 알고 있는 제한된 단어들을 사용하면서 그 말에 부합하는 몸짓, 표정과 같은 비언어적 행동들을 더하여 자신의 경험사실을 스스로 표현하였다.
(2) 피해자는 수사기관부터 제1심 및 원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피고인이 피해자의 항문에 성기를 넣으려다가 성기가 커서 넣지 못하였다’는 취지로 일관되게 진술하였다. 피해자는 진술과정에서 손바닥으로 주먹을 치는 등 성적 행위를 연상케 하는 행동도 여러 번 하였다.
(3) 피해자가 부정(否定)형의 질문에 반대로 답하는 등 일부 진술에 불일치가 발견되기는 하나, 피해자가 가진 지적장애의 내용이나 정도에 비추어 볼 때 피해자가 질문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라고 보인다. 피해자의 진술은 주요 부분에서 일관성이 있고, 다소의 불일치는 수긍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어 진술 전체의 신빙성을 부정할 정도가 아니다.
(4) 피해자의 지적 능력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가 직접 경험하지 않은 사실을 허위로 꾸며내어 위와 같이 진술하거나 비언어적 행동을 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또한 구체적인 진술의 내용이나 경과 등을 살펴보면, 피해자가 경찰관이나 돌보미 공소외인으로부터 유도나 암시를 받아 진술을 하였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다. 상고이유 주장은 이러한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이 부당하다는 취지로서, 실질적으로 사실심 법원의 자유판단에 속하는 피해자 진술 등의 증거 선택과 증명력에 관한 판단을 탓하는 것에 불과하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아도,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지적장애인 진술의 신빙성 판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없다.
3. 결론
피고인의 상고는 이유 없어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보영(재판장) 박병대 권순일 김재형(주심) | [1] 형사소송법 제254조 제4항 / [2]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6조 제2항 제1호, 형사소송법 제308조 | 형사 |
【피 고 인】
【상 고 인】
피고인들
【변 호 인】
법무법인 덕양 담당변호사 한은석 외 3인
【원심판결】
인천지법 2016. 6. 22. 선고 2015노4611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영업비밀 해당 여부
가. 구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2015. 1. 28. 법률 제1308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부정경쟁방지법’이라 한다) 제2조 제2호의 ‘영업비밀’이란 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상당한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 생산방법, 판매방법 그 밖에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를 말한다(현행법에서는 ‘상당한 노력’을 ‘합리적인 노력’으로 표현을 바꾸었다). 여기에서 ‘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다’는 것은 정보가 간행물 등의 매체에 실리는 등 불특정 다수인에게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보유자를 통하지 않고는 정보를 통상 입수할 수 없는 것을 말한다.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진다’는 것은 정보의 보유자가 정보의 사용을 통해 경쟁자에 대하여 경쟁상의 이익을 얻을 수 있거나 또는 정보의 취득이나 개발을 위해 비용이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상당한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다’는 것은 정보가 비밀이라고 인식될 수 있는 표시를 하거나 고지를 하고,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대상자나 접근 방법을 제한하거나 정보에 접근한 자에게 비밀준수의무를 부과하는 등 객관적으로 정보가 비밀로 유지·관리되고 있다는 사실이 인식 가능한 상태인 것을 말한다(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8도3435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은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캔 페트 압축기의 도면 등 이 사건 자료는 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상당한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 정보로서 영업비밀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1) 피고인 2, 피고인 3이 공소외 1 주식회사(이하 ‘피해자 회사’라 한다)에 재직할 당시 영업비밀 보안 유지 문구가 포함된 ‘업무 비밀 보안 유지 서약서’를 작성하여 피해자 회사에 제출하였다. 위 서약서에는 ‘업무 및 영업비밀의 종류’로 ‘페트병, 캔 자동 처리기 및 폐 플라스틱 유화기 관련 자료 일체’가 명시되어 있고, 피해자 회사의 부사장이었던 피고인 1도 이러한 내용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2) 피해자 회사가 작성한 캔 페트 압축파쇄기계 도면에는 당해 도면이 피해자 회사의 기술 자산이고 영업비밀이라는 취지가 기재되어 있고, 피해자 회사가 공소외 2 주식회사와 영업상 체결한 부품가공위탁계약서에도 비밀유지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3) 피해자 회사의 전무이사인 공소외 3은 제1심 법정에서 “서류로 된 도면과 구동프로그램은 비밀문서함에 보관하고 별도 시정장치를 하였고, 전산자료는 외장하드에 담아서 별도 보관하였다.”라고 진술하였으며, 공소외 4 및 공소외 5의 제1심 법정진술도 대체로 이에 부합한다.
(4) 이 사건 자료의 대상인 ‘재활용 용기 선별수거장치’가 특허로 등록되어 일부 내용이 개략적으로 공개된 것으로 볼 여지도 있으나, 이 사건 자료는 구체적인 가공방법, 재료 등이 기재된 기계도면이거나 해당 기계에 사용되는 부품의 규격, 재질 등이 기록된 부품목록으로서 이러한 기계도면이나 부품목록 등이 공개된 것은 아니다.
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에서 본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영업비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2. 공모 여부 또는 범의의 유무
가. 2인 이상이 공동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공동정범에서 공모나 모의는 반드시 직접적·명시적으로 이루어질 필요는 없고 순차적·암묵적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으나, 어느 경우에도 범죄를 공동으로 실현하려는 의사의 결합이 있어야 한다. 피고인이 공모와 함께 범의를 부인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주관적 요소는 사물의 성질상 범의와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이를 증명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9. 2. 12. 선고 2008도6551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은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피고인들이 공모하여 이 사건 업무상배임과 영업비밀 누설로 인한 부정경쟁방지법을 위반하였고, 그 범의도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1) 피고인 2, 피고인 3은 피해자 회사를 퇴사한 후 2012. 6. 8.까지 이 사건 자료를 여러 차례 열람하였고, 피고인 2가 공소외 6 주식회사(피고인 1이 피해자 회사에서 퇴사한 후 설립한 회사이다)에서 사용한 컴퓨터에서도 이 사건 자료 중 일부가 열람되었다.
(2) 피고인 1은 공소외 7 주식회사로부터 피해자 회사의 제품과 유사한 지능형 재활용 용기 수거기를 피해자 회사의 제품보다 저렴하게 만들어 달라는 부탁을 받고 피고인 2와 지능형 재활용 용기 수거기의 제작을 검토하였고, 그 제작을 위해 피고인 3을 고용하였다.
(3) 공소외 6 주식회사에서 2012. 5. 3. 중소기업진흥공단에 제출한 중소기업 건강진단 신청서(정책자금 신청기업 필수서류)에는 피고인 1이 2011. 9. ‘지능형 재활용 수거기’의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
(4) 피고인 2, 피고인 3이 피해자 회사에 재직할 당시 영업비밀 보안 유지 문구가 포함된 ‘업무 비밀 보안 유지 서약서’를 작성하여 피해자 회사에 제출하였다. 위 서약서에는 ‘업무 및 영업비밀의 종류’로 ‘페트병, 캔 자동 처리기 및 폐 플라스틱 유화기 관련 자료 일체’가 명시되어 있고, 피해자 회사의 부사장이었던 피고인 1도 이러한 내용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에서 본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공모관계나 범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보영(재판장) 박병대 권순일 김재형(주심) | [1] 구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2015. 1. 28. 법률 제1308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2호, 구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2013. 7. 30. 법률 제1196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8조 제2항 / [2] 형법 제13조, 제30조, 형사소송법 제308조 | 형사 |
【피 고 인】
【상 고 인】
검사
【원심판결】
대구지법 2016. 10. 27. 선고 2016노186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도로교통법 제2조 제5호 본문은 ‘중앙선이란 차마의 통행 방향을 명확하게 구분하기 위하여 도로에 황색 실선이나 황색 점선 등의 안전표지로 표시한 선 또는 중앙분리대나 울타리 등으로 설치한 시설물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제13조 제3항은 ‘차마의 운전자는 도로(보도와 차도가 구분된 도로에서는 차도를 말한다)의 중앙(중앙선이 설치되어 있는 경우에는 그 중앙선을 말한다) 우측 부분을 통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1항, 제2항 제2호 전단은 ‘도로교통법 제13조 제3항을 위반하여 중앙선을 침범’한 교통사고로 인하여 형법 제268조의 죄를 범한 경우는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와 상관없이 처벌 대상이 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도로교통법이 도로의 중앙선 내지 중앙의 우측 부분을 통행하도록 하고 중앙선을 침범하여 발생한 교통사고를 처벌 대상으로 한 것은, 각자의 진행방향 차로를 준수하여 서로 반대방향으로 운행하는 차마의 안전한 운행과 원활한 교통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므로, 황색 실선이나 황색 점선으로 된 중앙선이 설치된 도로의 어느 구역에서 좌회전이나 유턴이 허용되어 중앙선이 백색 점선으로 표시되어 있는 경우, 그 지점에서 좌회전이나 유턴이 허용되는 신호 상황 등 안전표지에 따라 좌회전이나 유턴을 하기 위하여 중앙선을 넘어 운행하다가 반대편 차로를 운행하는 차량과 충돌하는 교통사고를 내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위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에서 규정한 중앙선 침범 사고라고 할 것은 아니다.
2.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2015. 6. 15. 22:15경 (차량번호 1 생략) K5 승용차를 운전하여 안동시 경동로 길주초등사거리 순회수족관 앞길을, 용상 쪽에서 법흥교 쪽으로 진행하다가 중앙선을 넘어 유턴하게 되었는데, 그곳 전방은 교통정리가 행하여지고 있는 사거리교차로이고 노면에 유턴을 허용하는 중앙선이 설치되어 있으므로, 전방·좌우를 잘 살펴 다른 차량의 정상적인 통행을 방해하지 아니하고 안전하게 유턴하여 중앙선을 침범하지 아니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한 채 적색신호에 그대로 중앙선을 침범하여 유턴허용구역에서 유턴하다가 맞은편에서 직진신호에 따라 정상적으로 진행하여 오던 피해자 공소외인 운전의 (차량번호 2 생략) SQ125cc 오토바이 앞부분을 위 승용차 앞 범퍼 우측 부분으로 충돌하여 피해자에게 약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우측 견관절부 염좌 등의 상해를 입게 하였다는 것이다.
3. 이에 대하여 원심은, 피고인은 유턴을 상시 허용하는 안전표지에 따라 유턴허용구역 내에서 흰색 점선인 표시선을 넘어 유턴하였는데, 피고인이 횡단한 부분의 도로에 도로교통법이 정하고 있는 중앙선이 그어져 있지는 않았지만 유턴허용구역의 흰색 점선에는 중앙선의 의미도 있다고 전제한 다음, 그 판시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이 사건 사고는 피고인이 유턴 허용 지점에서 유턴을 함에 있어서 지켜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를 게을리한 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것일 뿐, 중앙선 침범이라는 운행상의 과실을 직접적인 원인으로 하여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보아, 이 사건 사고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이 규정한 중앙선 침범 사고라는 검사의 주장을 배척하고 피고인에 대한 공소를 기각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앞에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이 유턴을 상시 허용하는 안전표지에 따라 유턴허용구역 내에서 흰색 점선인 표시선을 넘어 유턴한 행위는 중앙선을 침범한 행위라고 할 수 없으므로, 원심의 이유 설시에는 다소 적절하지 않은 점이 있다. 그러나 이 사건 사고가 중앙선 침범 사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결론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판결에 영향을 미친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없다.
4. 그러므로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권순일(재판장) 박병대(주심) 박보영 김재형 |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1항, 제2항 제2호, 형법 제268조, 도로교통법 제2조 제5호, 제13조 제3항 | 형사 |
【피 고 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이기덕
【원심판결】
서울동부지법 2016. 2. 17. 선고 2015노1172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여 사무의 주체인 타인에게 손해를 가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이므로 그 범죄의 주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한다고 하려면 당사자 관계의 본질적 내용이 단순한 채권채무 관계를 넘어서 그들 간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하는 것이어야 하고(대법원 2016. 4. 29. 선고 2015도5665 판결 등 참조), 임무위배행위라 함은 처리하는 사무의 내용, 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령의 규정, 계약 내용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당연히 하여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본인과 맺은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를 말한다(대법원 2015. 11. 26. 선고 2014도17180 판결 등 참조).
한편 재산상의 손해에는 현실적인 손해가 발생한 경우뿐만 아니라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되고, 재산상 손해의 유무에 대한 판단은 법률적 판단에 의하지 않고 경제적 관점에서 파악하여야 한다. 그런데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평가될 수 있는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이란 본인에게 손해가 발생할 막연한 위험이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경제적인 관점에서 보아 본인에게 손해가 발생한 것과 같은 정도로 구체적인 위험이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 따라서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은 구체적·현실적인 위험이 야기된 정도에 이르러야 하고 단지 막연한 가능성이 있다는 정도로는 부족하다(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5도6745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유치권자로부터 점유를 위탁받아 부동산을 점유하는 자가 부동산의 소유자로부터 인도소송을 당하여 재판상 자백을 한 경우, 그러한 재판상 자백이 손해 발생의 구체적·현실적인 위험을 초래하기에 이르렀는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재판상 자백이 인도소송 및 유치권의 존속·성립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소유자가 재판상 자백에 의한 판결에 기초하여 유치권자 등을 상대로 인도집행을 할 수 있는지, 유치권자가 그 집행을 배제할 방법이 있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2.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유치권자인 피해자들로부터 유치물인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한 점유를 위탁받았으므로 이후 점유위탁계약이 해지되더라도 잔존사무 처리자로서 이 사건 아파트의 매수인 공소외 1이 제기한 인도 소송에서 유치권이 소멸되지 않도록 대응하여야 할 임무가 있었음에도, 그 임무에 위배하여 위 소송에서 공소외 1의 주장을 모두 인정한다는 취지로 진술하여 재판상 자백을 함으로써 공소외 1에게 이 사건 아파트의 점유를 취득하게 하고, 피해자들로 하여금 유치권을 상실할 위험을 초래하여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다는 것이다.
3. 이에 대하여 원심은, 점유위탁계약이 종료되었다 하더라도 피고인이 위 소송에 응소할 사무를 처리하여야 할 신임관계가 여전히 존속한다고 보아 피고인이 배임죄에서의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고, 피고인이 위 소송에 관하여 피해자들에게 응소 여부를 결정하게 하거나 스스로 응소하였어야 할 것임에도 재판상 자백을 하여 패소확정판결을 받은 이상, 이는 사무의 내용·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신의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음으로써 신임관계를 저버린 배임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하였다.
4.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가.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① 피고인은 2009. 8. 24.경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하여 유치권을 주장하는 피해자들로부터 이 사건 아파트의 점유·관리를 위탁받아, 그 무렵부터 약혼자와 함께 이 사건 아파트에 거주하였다.
② 경매절차를 통해 이 사건 아파트의 소유권을 취득한 공소외 1은 2009. 9. 11. 피고인과 약혼자를 상대로 점유이전금지가처분결정을 받아 그 무렵 집행을 마쳤다. 그리고 공소외 1은 2009. 10. 19.경 피고인을 상대로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하여 건물인도 등의 소를 제기하였다.
③ 피해자 공소외 2 등은 2009. 10.경 이 사건 아파트에서 사실상 피고인을 퇴거시킨 후 다른 사람에게 이 사건 아파트의 점유·관리를 위탁하였고, 2010. 3. 25.경 피고인에게 유치물위탁계약 해지통지를 하였다.
④ 피고인은 2010. 2. 11. 및 2010. 3. 30.경 위 건물인도 소송의 제1심 법원에 청구를 인낙하는 취지의 서면을 각 제출하였으나, 이 사건 아파트를 점유·관리하고 있는 공소외 3이 소송수계 신청을 하여 유치권자로부터 점유·관리를 위탁받은 사정을 항변하였고, 2011. 5. 25. 공소외 1의 건물인도 청구 부분을 기각하는 판결이 선고되었다. 한편 피고인이 위와 같이 청구인낙 취지의 서면을 제출한 행위에 대하여는 배임미수의 유죄판결이 확정되었다.
⑤ 그런데 위 건물인도 사건의 항소심 법원은 2012. 2. 3. ‘이 사건 아파트를 점유할 사무를 위임받은 자에 불과한 공소외 3의 소송수계 신청은 부적법하다’는 이유로 위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제1심 법원으로 환송하였다.
⑥ 피고인은 2012. 6. 14. 환송 후 제1심의 변론기일에 출석하여 ‘인도청구 부분은 인정한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이는 재판상 자백으로 인정되어 공소외 1의 건물인도 청구 부분을 인용하는 내용의 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되었다.
⑦ 공소외 1이 위 확정판결에 기하여 공소외 2 등을 상대로 승계집행문을 부여받자, 공소외 2 등은 2012. 12.경 공소외 1을 상대로 승계집행문 부여에 대한 이의의 소를 제기하였고, ‘공소외 2 등이 피고인의 승계인에 해당하지 않아 승계집행문 부여가 위법하다’는 취지의 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되었다.
⑧ 한편 공소외 1은 2013. 8. 29. 피해자들 등을 상대로 유치권부존재확인 등의 소를 제기하였으나, ‘피해자들 등에게 유치권이 인정된다’는 취지의 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되었다.
나. 위와 같은 사실관계 및 기록에 나타난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재판상 자백을 할 당시 피해자들과의 신임관계에 기초를 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고, 피고인이 유치권자로부터 위탁받은 점유임을 적극적으로 항변하지 않은 것이 신임관계를 저버린 임무위배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① 피고인은 2009. 10.경 피해자 공소외 2 등에 의해 이 사건 아파트에서 퇴거당한 후, 2010. 3. 25.경 유치물위탁계약 해지통지를 받았다. 따라서 피고인과 피해자들 사이의 계약에 따른 신임관계는 그 무렵 종료되었다.
② 피고인이 이 사건 재판상 자백을 한 시점은 위와 같이 계약에 의한 신임관계가 종료된 지 2년이 훨씬 지난 때였다. 게다가 피고인은 이미 환송 전 제1심에서 청구인낙의 의사표시를 하였고, 피해자들 역시 피고인을 소송에서 배제시키기 위해 공소외 3에게 소송수계를 하도록 한 바 있다. 이러한 사정들에 비추어보면, 양자 간에 신의성실의 원칙 등에 따른 신임관계가 남아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③ 한편 기록에 의하면 환송 전 제1심에서는 피해자들이 소송대리인을 선임해 주거나 소송수계 등을 시도하였음을 알 수 있는데, 오히려 환송 후 제1심에서는 피해자들이 소송대리인을 선임해 주거나 보조참가를 시도하는 등의 별다른 조치를 취한 바도 없다.
④ 피고인은 공소외 1에 의해 소송당사자로 지목되어 피고의 지위에 있을 뿐, 약 두 달 남짓 이 사건 아파트에 거주하다가 점유를 상실하고 점유위탁계약을 해지당하여 위 민사소송에서 별다른 법률상 이해관계가 없었다. 그리고 피고인은 실제 피해자들에게 유치권이 인정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알 수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피고인에게 위 민사소송에 적극적으로 응소하여 유치권자로부터 점유를 위탁받은 것이라는 항변을 할 것을 요구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⑤ 또한 피해자들은 이미 피고인이 위 민사소송에서 청구인낙의 의사표시를 하였던 사정이나 제1심판결이 파기환송된 경과 등을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피고인이 환송 후 제1심에서 그러한 피해자들에게 연락하여 응소 여부를 결정하게 하여야 할 의무가 있었다고 볼 수도 없다.
다. 한편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보면, 피고인의 재판상 자백이 피해자들에게 점유 상실 내지 유치권 상실이라는 손해 발생의 구체적·현실적인 위험을 초래하기에 이르렀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① 피고인은 재판상 자백을 할 당시 이미 점유를 상실한 상태였고, 유치권자인 피해자들은 피고인 아닌 제3자를 통하여 이 사건 아파트를 점유하고 있었다. 피고인의 재판상 자백은 공소외 1의 소유권 및 피고인이 점유이전금지가처분결정 당시 이 사건 아파트를 점유한 사실을 그대로 인정하는 내용일 뿐이다. 따라서 피고인의 재판상 자백이 피해자들의 유치권 성립·존속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없다.
② 공소외 1이 위 민사소송에서 부동산의 인도를 명하는 판결을 선고받아 이에 기초하여 인도집행을 실시하고자 하더라도, 이미 점유를 상실한 피고인이나 그 승계인이 아닌 피해자들을 상대로 한 집행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③ 공소외 1이 부동산의 인도를 명하는 판결에 기초하여 승계집행문을 부여받아 현재의 점유자를 상대로 인도집행을 실시하더라도, 피해자들은 유치권에 기한 제3자이의의 소를 제기하여 그 집행의 배제를 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라.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임무위배행위, 재산상의 손해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5.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상옥(재판장) 이상훈 김창석(주심) 조희대 | [1] 형법 제355조 제2항 / [2] 형법 제355조 제2항 | 형사 |
【피 고 인】
【비약적 상고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김정선
【원심판결】
수원지법 여주지원 2016. 11. 22. 선고 2016고단1121 판결
【주 문】
비약적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형사소송법 제372조에 의하면, 비약적 상고는 제1심판결이 그 인정한 사실에 대하여 법령을 적용하지 아니하였거나 법령의 적용에 착오가 있는 때 또는 제1심판결이 있은 후 형의 폐지나 변경 또는 사면이 있는 때에 한하여 제기할 수 있는데, 여기서 말하는 ‘제1심판결이 인정한 사실에 대하여 법령을 적용하지 아니하거나 법령의 적용에 착오가 있는 때’라 함은, 제1심판결이 인정한 사실이 옳다는 것을 전제로 하여 볼 때 그에 대한 법령을 적용하지 아니하거나 법령의 적용을 잘못한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대법원 2013. 5. 9. 선고 2013도3261 판결 등 참조).
그런데 국선변호인이 주장하는 사유는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는 취지이므로 적법한 비약적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그러므로 비약적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상옥(재판장) 이상훈 김창석(주심) 조희대 | 형사소송법 제372조 | 형사 |
【피 고 인】
【상 고 인】
검사
【원심판결】
창원지법 2014. 9. 18. 선고 2014노1221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창원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2011. 7. 25. 법률 제10916호로 개정된 것, 이하 ‘학원법’이라 한다) 소정의 ‘학원’이란 사인(私人)이 대통령령이 정하는 수 이상의 학습자 또는 불특정다수의 학습자에게 30일 이상의 교습과정에 따라 지식·기술(기능을 포함한다)·예능을 교습하거나, 30일 이상 학습장소로 제공되는 시설로서(같은 법 제2조 제1호), 학원을 설립·운영하고자 하는 자는 일정한 시설 및 설비를 갖추어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교육감에게 등록을 하여야 하는데(같은 법 제6조), 학원의 설립 및 운영 등 등록절차에 관하여 규정한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 시행령(2011. 10. 25. 대통령령 제23250호로 개정된 것, 이하 ‘학원법 시행령’이라 한다) 제5조 제2항 제3호, 제3항 제3호는 ‘등록신청서’ 및 첨부서류인 ‘원칙(院則)’에 ‘교습과정’을 기재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제3조의3은 “학원의 종류별 교습과정의 분류는 [별표 2]와 같다.”(제1항), “교습과정의 등록은 교습내용이 [별표 2]에 따른 분류와 가장 유사하거나 그 교습내용을 포함할 수 있는 교습과정으로 하여야 한다.”(제2항)라고 규정한 다음, [별표 2]에서 각 교습과정을 분야별 및 계열별로 분류하여 열거하고 있다.
위와 같은 학원법 및 학원법 시행령의 규정에 따르면 학원법의 등록 대상이 되는 학원은 학원법 시행령 [별표 2]에 정하여진 교습과정 내지 그와 유사하거나 그에 포함된 교습과정을 가르치거나 위 교습과목의 학습장소로 제공된 시설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제한하여 해석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01. 2. 23. 선고 99도1172 판결, 대법원 2008. 7. 24. 선고 2008도3654 판결 등 참조).
한편 구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2011. 7. 25. 법률 제1091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학원법’이라 한다) 제2조의2 제1항은 학원의 종류를 ‘학교교과교습학원’과 ‘평생직업교육학원’으로 나누고, 같은 항 제1호는 ‘학교교과교습학원’을 “유아교육법 제2조 제1호에 따른 유아 또는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15조 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장애가 있는 자를 대상으로 교습하거나 초·중등교육법 제23조 제3항에 따른 학교교육과정을 교습하는 학원”으로 규정함으로써 ‘학교교과교습학원’으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유아나 장애인을 대상으로 교습하지 아니하는 이상 반드시 초·중등교육법의 학교교육과정을 교습하여야만 하였으며, 이러한 학원의 종류별 교습과정의 분류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규정하였다(같은 조 제2항). 이에 따라 구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 시행령(2011. 10. 25. 대통령령 제2325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별표 1]은 학교교과교습학원을 ‘입시·검정 및 보습, 국제화, 예능, 독서실, 특수교육, 기타’의 6개 분야로 나누고 그중 기타분야 기타계열의 교습과정을 “기타 법 제2조의2 제1항 제1호에 해당하는 교습대상으로 교습을 하거나 같은 호에 해당하는 교육과정을 교습하는 학원”으로 규정함으로써 위 구 학원법 제2조의2 제1항 제1호에서 정한 학교교과교습학원의 범위를 모두 포함하는 것으로 정하였다.
그런데 2011. 7. 25. 개정되어 같은 날 시행된 학원법 제2조의2 제1항 제1호는 ‘학교교과교습학원’을 “초·중등교육법 제23조에 따른 학교교육과정을 교습하거나 다음 각 목의 사람을 대상으로 교습하는 학원”으로 정의하면서, 개정 전의 교습대상이었던 유아[(가)목]와 장애인[(나)목] 외에 “초·중등교육법 제2조에 따른 학교의 학생. 다만, 직업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직업기술분야의 학원에서 취업을 위하여 학습하는 경우는 제외한다.”[(다)목]라는 규정을 추가함으로써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특수학교 등 각종 학교(초·중등교육법 제2조 참조)의 학생을 대상으로 교습하는 학원은 그 교습내용에 관계없이 모두 ‘학교교과교습학원’에 포함되는 것으로 그 범위를 확대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학원의 종류별 교습과정의 분류를 정한 학원법 시행령 [별표 2]는 학교교과교습학원 중 기타분야 기타계열의 교습과정을 단순히 “그 밖의 교습과정”이라고 포괄적으로 규정하는 것으로 2011. 10. 25. 개정됨으로써, 위 학원법 제2조의2 규정의 개정에 맞추어 교습과정이 초·중등교육법에 따른 학교교육과정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기타’ 학교교과교습학원에 포함될 수 있도록 범위가 확대되었다.
학원법은 학원의 설립과 운영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여 학원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함으로써 평생교육 진흥에 이바지함과 아울러 과외교습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하고(같은 법 제1조), 학원을 교육감에게 등록하도록 정한 취지는 학원으로 하여금 국가의 지도·감독을 받게 함으로써 양질의 교육서비스를 확보하고 수강생들을 보호하기 위함인데, 위와 같은 법률과 시행령의 개정은 초·중·고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습하는 학원들에 대하여 교습과정·내용과 관계없이 광범위하게 학원법상의 규제 대상으로 삼을 필요성이 크다는 점이 고려된 것이다.
앞서 본 법리와 위와 같은 학원법 및 그 시행령의 개정 경과 및 내용·취지에 따라 살펴보면, 유아나 장애인을 대상으로 교습하는 학원을 제외한 학원법 소정의 학원, 즉 ‘30일 이상의 교습과정에 따라 지식·기술(기능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예능을 교습하거나 학습장소로 제공되는 시설’이라는 조건을 충족하는 경우, 2011. 7. 25. 학원법이 개정되기 전에는 초·중등교육법 제23조에 따른 학교교육과정을 교습하여야만 ‘학교교과교습학원’의 범주에 포함되어 학원법상 등록의 대상이 되었으나, 2011. 7. 25. 개정된 학원법이 시행된 후에는 초·중등교육법 제2조에 따른 학교의 학생을 대상으로 지식·기술·예능을 교습하기만 하면 학교교육과정을 교습하지 아니하더라도 ‘기타분야 기타계열’의 ‘학교교과교습학원’에 포함되어 학원법상 등록의 대상이 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2.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학원을 설립·운영하고자 하는 자는 교습과정별로 시·도의 조례로 정하는 단위시설별 기준에 따라 교습과 학습에 필요한 시설과 설비를 갖추어 관할 교육감에게 등록하여야 하는데, 피고인은 경남 하동군 (이하 주소 생략)에서 서당(이하 ‘이 사건 서당’이라 한다)을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2004. 2.경부터 2013. 7. 11.경까지 이 사건 서당에서 관할 교육감에 등록을 하지 아니하고, 초등학생·중학생 수강생 22명을 상대로 명심보감, 사자소학 등 한문 교육과 숙제지도 및 시험기간의 학생지도 명목으로 영어, 수학을 교습하는 등 숙박시설을 갖춘 학교교과교습학원을 설립·운영하였다는 것이다.
나. 원심은, 피고인이 이 사건 서당에서 명심보감, 사자소학을 가르쳐왔고 한자교육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주된 목적이 한자 자체의 습득이라는 교습과정이 아니라 인성 및 예절교육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부수적으로 교육이 이루어진 것이므로 학원법 및 그 시행령이 규정한 교습과정 내지 그와 유사하거나 그에 포함된 교습과정을 가르쳤다고 보기 어려운 점, 이 사건 서당에서 방과 후 학교에서 돌아온 학생들을 가르치는 행위 등은 부모를 대신하여 학생들을 돌보는 과정의 일환에 불과하다고 보이는 점, 학생들의 부모들이 지급한 수강료는 교습과정과 학업성적향상의 대가라기보다는 숙식과 인성교육의 대가라고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피고인이 학원법상의 ‘학원’을 운영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로 판단하였다.
3.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수긍하기 어렵다.
2011. 7. 25. 개정 학원법이 시행된 후에는 초·중등교육법 제2조에 따른 학교의 학생을 대상으로 지식·기술·예능 등을 교습하기만 하면 학교교육과정을 교습하지 아니하더라도 학원법상 ‘학교교과교습학원’으로서 등록의 대상이 되었다고 보아야 하는데,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이 사건 서당에서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상대로 중국고전에 나온 선현들의 금언이나 명구, 유교사상에 기초한 도의관념 등을 내용으로 하는 명심보감, 사자소학 등을 교습한 사실을 알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서당은 2011. 7. 25.부터는 초·중등교육법 제2조에 따른 학교의 학생을 대상으로 교습하는 학교교과교습학원[학원법 제2조의2 제1항 제1호 (다)목]에 해당하게 되어 학원법 제6조의 규정에 따른 등록의 대상이 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이 사건 공소사실 중 2011. 7. 25. 이후의 공소사실 부분에 대해서는 학원법에서 정한 학교교과교습학원으로서 등록의 대상이 됨을 전제로 하여 피고인의 행위가 학원법 제22조 제1항 제1호의 미등록 학원 설립·운영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심리·판단하였어야 한다.
그럼에도 원심은 위와 같은 학원법의 개정 취지 등을 살펴보지 아니한 채 그 판시와 같이 학원법 및 그 시행령이 규정한 교습과정을 가르쳤다고 보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만으로 이 사건 공소사실 전부에 대하여 무죄로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학원법에서 정한 교습과정 및 등록 대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한편 원심판결 중 위 2011. 7. 25. 이후의 학원법 위반의 점에 관한 부분은 위와 같은 이유로 파기되어야 하는데, 이 부분은 나머지 공소사실 부분과 포괄일죄 관계에 있으므로, 결국 원심판결은 전부 파기되어야 한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용덕(재판장) 김신 김소영(주심) 이기택 | 구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2011. 7. 25. 법률 제1091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1호, 제2조의2 제1항 제1호, 제2항, 제6조, 제22조 제1항 제1호,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 제1조, 제2조 제1호, 제2조의2 제1항 제1호, 제2항, 제6조, 제22조 제1항 제1호, 구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 시행령(2011. 10. 25. 대통령령 제2325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의2 제1항 [별표 1](현행 제3조의3 제1항 [별표 2] 참조), 제2항(현행 제3조의3 제2항 참조),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3조의3 제1항 [별표 2], 제2항, 제5조 제2항 제3호, 제3항 제3호, 초·중등교육법 제2조, 제23조 | 형사 |
【피 고 인】
【검 사】
정현태 외 1인
【변 호 인】
법무법인 대전합동 담당변호사 유재복
【주 문】
피고인은 무죄.
피고인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 유】
1. 공소사실
피고인은 ○○마을△단지 아파트 관리소장으로, 2016. 5. 27. 17:50경 피해자 공소외인이 대전 서구 (주소 생략)○○마을△단지 상가 난간에 2만 원을 주고 설치한 길이 약 3m, 폭 약 1m 크기의 현수막을 떼어내어 피해자의 재물을 손괴하였다.
2. 판단
가. 재물손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에 관하여
재물손괴죄는 타인의 재물, 문서 또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손괴 또는 은닉 기타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한 경우에 성립한다(형법 제366조). 여기에서 손괴 또는 은닉 기타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하는 경우에는 물질적인 파괴행위로 물건 등을 본래의 목적에 사용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드는 경우뿐만 아니라 일시적으로 물건 등의 구체적 역할을 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들어 효용을 떨어뜨리는 경우도 포함된다(대법원 2016. 11. 25. 선고 2016도9219 판결 등 참조). 따라서 현수막을 철거하여 그 기재 내용을 알린다는 현수막의 본래적 기능을 할 수 없도록 한 경우에는 그 현수막을 훼손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재물손괴죄가 성립한다. 그리고 피고인이 현수막을 철거한다는 인식과 의사가 있었던 이상 재물손괴의 고의 또한 인정된다. 피고인 및 변호인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나. 아파트 관리소장인 피고인이 아파트 상가 난간에 설치된 현수막도 관리할 권한이 있다는 취지의 주장에 관하여
구 주택법(2016. 1. 19. 법률 제13805호로 전부 개정되어 2016. 8. 12. 시행되기 전의 것) 제2조 제2, 9호는 ‘공동주택’과 ‘복리시설’을 별개로 정의하면서 아파트 상가에 해당하는 근린생활시설을 ‘복리시설’로 정의하고 있으며, 제43조는 입주자가 ‘복리시설’ 중 일반인에게 분양되는 시설을 제외한 부분을 공동주택으로서 자치관리 방식 또는 위탁관리 방식으로 관리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면, ○○마을△단지 아파트(이하 ‘이 사건 아파트’라 한다) 관리규약은 제2조에서 ‘이 규약은 공동주택단지 내의 공동주택, 입주자의 공동소유인 부대시설 및 복리시설과 그 대지의 관리 및 사용에 관하여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제4조, [별표 1]에서 이 사건 아파트 상가를 관리대상물로 규정하고 있지 않은 사실, 이 사건 아파트 상가는 일반인에게 개별 분양되었고, 이에 따라 상가의 개별 소유자들이 이 사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는 별도로 집합건물 관리단인 ‘○○마을△단지 상가 관리단’을 구성하여 이 사건 아파트 상가를 관리하고 있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위 구 주택법의 규정과 위 인정 사실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아파트 관리규약의 효력 및 관리소의 관리권한이 미치는 범위는 이 사건 아파트의 공동주택과 입주자 공동소유인 부대시설 및 복리시설 등에 한정되고 일반에 분양된 이 사건 아파트 상가는 제외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피해자가 이 사건 현수막을 설치한 곳은 이 사건 아파트의 상가 건물에 부속된 난간으로서, 이 사건 아파트의 관리소장인 피고인의 관리권한이 미치지 않는 곳이라 할 것이다.
또한 피해자가 부착한 현수막이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불법 현수막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 하더라도, 같은 법 제10조의2에 따라 행정대집행의 특례로서 현수막을 제거할 수 있는 것은 특별자치시장·특별자치도지사·시장·군수 또는 자치구의 구청장에 한하는 것이고, 적어도 이 사건 아파트 관리소장인 피고인이 현수막을 철거할 권한은 없는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다. 피고인이 범죄사실 기재와 같이 현수막을 철거하는 것이 죄가 되지 아니한다고 오인한 데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는 주장에 관하여
피고인은 이 사건 아파트의 관리소장으로서 공동주택 관리와 관련된 법령 및 자치규약을 숙지하여야 할 지위에 있는 자이다. 또한 피고인은 검찰에서 ‘현수막을 철거하기 전에 경찰이나 행정관청 등 권한 있는 기관의 자문을 구한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자신의 관리권한이 미치지 않는 곳에 설치된 타인 소유의 현수막을 철거하면서 심사숙고하거나 관계 기관에 조회하는 등 자신의 지적 능력을 다하여 이를 회피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을 다하였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이 그 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한 것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하기 어려우므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라. 피고인이 범죄사실 기재와 같이 현수막을 철거하는 것은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주장에 관하여
형법 제20조가 정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라고 함은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나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하고, 어떠한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한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인지는 구체적인 사정 아래서 합목적적, 합리적으로 고찰하여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하므로, 이와 같은 정당행위를 인정하려면 첫째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둘째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셋째 보호이익과 침해이익의 법익균형성, 넷째 긴급성, 다섯째 그 행위 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대법원 2002. 12. 26. 선고 2002도5077 판결, 대법원 2011. 1. 13. 선고 2010도5989 판결, 대법원 2014. 9. 4. 선고 2014도7302 판결 등 참조).
기록에 의하면, ① 피해자는 2015. 11.경 이 사건 현수막 기재 내용과 관련하여 피고인과 이 사건 아파트의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 이 사건 아파트의 경비 용역과 관련하여 관리비를 낭비하여 입주민에게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다고 주장하면서 피고인과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을 업무상배임 혐의로 고소하였으나, 대전지방검찰청은 2015. 12.경 피고인 등에 대해 혐의 없음의 불기소처분을 한 사실, ② 피해자가 이에 불복하여 검찰 항고를 하였으나 2016. 1.경 기각되었고, 다시 2016. 2.경 대전고등법원에 2016초재105호로 재정신청을 하였으나 2016. 4. 11. 기각되었으며, 다시 대법원 2016모1197호로 즉시항고를 하였으나 2016. 7. 20. 기각된 사실, ③ 이 사건 아파트의 입주자대표회의는 2016. 5. 17. 관리규약에 따라 □□□동 대표인 피해자가 인신공격, 비방 등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하였다는 이유로 피해자를 해임하는 결의를 하였고, 그 후 2016. 5. 28. 이 사건 아파트 □□□동 입주민을 상대로 한 피해자에 대한 해임투표를 실시할 예정이었던 사실, ④ 피해자는 해임투표 하루 전인 2016. 5. 27. 16:00경 이 사건 아파트 주 출입구 옆에 있는 이 사건 아파트 상가의 난간에 “관리비 1천 6백만 원 낭비, 관리소장·동대표회장 책임져라, -□□□동 대표-”라고 기재된 현수막을 20,000원에 제작하여 부착한 사실, ⑤ 피고인은 2016. 5. 27. 17:50경 피해자가 부착한 현수막을 철거하여 이 사건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보관하고 있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피고인이 피해자가 부착한 현수막을 철거한 것은, ① 피해자가 이미 수사기관과 법원으로부터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된 사실을 다시 문제 삼으며 피고인 등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을 막고, 아울러 피해자가 자신에 대한 해임투표 기간에 투표의 공정성을 저해하는 행위를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한 것으로 보여 그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고, ② 또 이 사건 바로 다음 날이 피해자에 대한 해임투표일이었으므로 관할 관청에 불법 현수막으로 신고하거나 반론을 제기하는 것만으로는 투표의 공정성이나 피고인 등의 명예감정에 대한 침해를 제거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은 피해자의 현수막을 훼손하지 않은 채 이를 단순히 철거하여 관리사무소에 보관하고 있었으므로 그 수단과 방법에 있어 상당성, 긴급성, 보충성을 가지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③ 이미 피고인의 업무상배임 혐의에 관한 불기소처분에 대한 피해자의 검찰 항고, 재정신청이 모두 기각되었던 상황인 데다가 사후에 대법원에서도 피고인의 즉시항고를 기각한 점, 현수막 제작 비용이 소액인 점에 비추어 피고인이 현수막을 철거함으로써 초래되는 입주민들의 알 권리 내지 피해자의 재산권에 대한 법익침해 정도는 경미한 반면 피해자가 현수막을 부착함으로써 초래되는 피고인 등의 인격적 법익 내지 투표의 공정성에 대한 침해 정도는 무거운 것으로 보여 법익균형성도 인정된다.
따라서 피고인의 행위는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정도의 상당성이 있는 것으로서 위법성이 결여된 정당행위라고 보아야 한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행위는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범죄로 되지 아니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따라 피고인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판사 고진흥 | 형법 제20조, 제366조, 구 주택법(2016. 1. 19. 법률 제13805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2호, 제9호(현행 제2조 제3호, 제14호 참조), 구 주택법(2015. 8. 11. 법률 제1347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3조(현행 공동주택관리법 제2조 제1항 제1호, 제63조 참조),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제10조의2, 형사소송법 제325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피고인
【검 사】
이대성 외 1인
【변 호 인】
법무법인 로쿨 담당변호사 손수일 외 1인
【원심판결】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2016. 9. 22. 선고 2015고단2530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2년에 처한다.
【이 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사문서위조죄 및 동행사죄에 대하여)
피고인은 공소외 1로부터 ‘3개월 후에 인도네시아에서 돈이 들어오면 그때 갚겠다’는 말을 듣고 2011. 12. 6.경 공소외 2로부터 돈을 빌려 공소외 1에게 3,000만 원을 대여해준 것이고, 공소외 1에게 주식투자에 사용하라고 돈을 맡긴 것이 아니며, 공소외 1이 주식투자에 사용할 것을 알았더라면 돈을 빌려주지도 않았을 것이다. 위와 같이 약속한 3개월 후에 공소외 1이 빌려간 돈을 갚지 못하자, 피고인의 요구로 공소외 1이 판시 차용증에 자신의 인감도장을 직접 날인하고, 자신이 직접 발급받은 인감증명서를 교부한 것이지, 피고인이 위 차용증을 위조한 것이 아니다.
나. 판결 선고절차상의 위법
원심 선고기일에 재판장은 피고인에게 처음에 징역 1년을 선고하였다가, 피고인이 위 선고결과를 듣고서 다소 흥분한 나머지 법정모욕적인 발언을 하여 교도관에 의하여 떠밀려 피고인 대기실로 끌려 나가자, 잠시 후 이미 퇴정한 피고인을 다시 재판정으로 불러내 피고인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였는바, 이러한 과정에 비추어 피고인에 대한 원심의 판결선고에는 위법요소가 존재한다.
다. 양형부당
모든 사정에 비추어보더라도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징역 3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판단
가. 사실오인 주장에 대하여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이 판시 범죄사실 기재와 같이 공소외 1의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를 소지하고 있음을 기화로 무단으로 차용증을 작성하여 위조하였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1) 공소외 1은 수사기관에서부터 당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다음과 같은 취지의 진술을 하고 있는바, 그 진술이 일관되고 매우 구체적이며, 다음 항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에 부합하는 구체적인 정황들이 확인되는 점 등에 비추어 그 진술은 신빙성이 있다.
‘피고인의 명의로 증권계좌를 개설한 후 주식에 투자하여 수익을 나눠가지기로 하고 피고인으로부터 공소외 2에게서 빌린 금원(3,000만 원 중 수수료 등을 제외한 2,800만 원 가량) 중 2,600만 원을 투자받아 현물옵션에 투자하였는데, 원금까지 손실을 보았다. 판시 차용증에 찍힌 인영이 자신의 인감도장에 의한 것이고, 이에 첨부된 인감증명서가 자신이 직접 발급받은 것임은 사실이나, 자신은 위 차용증에 인감도장을 찍거나 피고인에게 자신의 인감증명서를 교부한 적이 전혀 없다. 당시 피고인의 비닐하우스에서 피고인과 동거하다가 위와 같은 증권투자와 관련한 금전문제로 크게 다투고 자신의 짐을 그대로 둔 채 위 비닐하우스에서 나왔는데, 거기에 있던 자신의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를 피고인이 무단으로 사용하여 그 날짜를 소급하여 위 차용증을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위 인감증명서는 그 당시 필요한 용도가 있어서 발급받았을 것인데, 이것 외에도 그동안 인감증명서를 자주 많이 발급받아 왔기 때문에 이것의 용도가 무엇이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으나, 그 당시에 보험회사에서 보험금을 지급받는 데 필요해서 두 장 정도 뗐던 것 같다.’
2) 피고인과 공소외 1은 2011년경 한 달 동안 같은 구치소에서 수감생활을 하면서 알게 된 사이인데, 당시 공소외 1은 피고인에게 ‘내가 주식투자를 많이 했다, 30억 원도 굴려봤다’는 등 과거 자신의 자산이나 주식투자경력을 과시한 사실이 있고, 실제로 공소외 1이 과거에 상당한 규모의 사업체를 여러 개 운영하였고, 수억에서 20~30억 원의 자금을 운용하면서 현물 등에 투자하였던 내역이 확인된다.
3) 피고인과 공소외 1은 출소한 후인 2011. 10.경부터 2012. 9. 말경까지 고양시 덕양구 (주소 생략)에 있는 피고인의 고물상 창고 겸 주거지인 비닐하우스에서 함께 생활을 하였고, 공소외 1은 위와 같이 동거생활하면서 피고인으로부터 받은 위 2,600만 원과 자신이 빌려온 돈으로 현물옵션에 투자하였다.
4) 투자과정에서 원금을 모두 날리는 손해를 입게 되자, 공소외 1은 2011. 9. 말경 피고인과 크게 다투고 위 비닐하우스에서 나오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피고인과 공소외 1은 2012. 9. 26. 서로 상대방을 폭행한 범죄사실로 약식명령(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2013. 3. 7.자 2012고약12328호)을 받기도 하였다.
5) 공소외 1이 위와 같이 위 비닐하우스를 나온 후 2012. 9. 29. 자신의 짐을 찾기 위하여 다시 위 비닐하우스에 찾아가자, 피고인은 공소외 1을 주거침입 등으로 경찰에 고소하였고, 이에 공소외 1은 피고인을 무고 등으로 맞고소하기도 하였다(결국 공소외 1은 자신의 짐을 찾아오지 못하였다).
위 고소사건에서, 피고인은 ‘공소외 1과 약 1년 전부터 같이 증권투자를 하며 생활하여 오다가 공소외 1이 피고인의 돈으로 잘못 투자를 하여 빚을 지게 되어 사이가 나빠지게 되었다’라고 진술한 바 있다.
6) 피고인은 위 2,600만 원을 입금하기 전인 2011. 11. 16. 공소외 1로 하여금 피고인 명의의 SK증권계좌를 개설하도록 허락하였다. 한편 피고인의 여자친구인 공소외 3도 증권투자를 목적으로 공소외 1이 관리하던 피고인 명의의 위 SK증권계좌에 2012. 3. 22.경 2,000만 원, 2012. 4. 4.경 2,000만 원 합계 4,000만 원을 송금한 사실이 있다.
7) 공소외 1의 인감증명자료제공내역 및 인감대장 사본에 의하면, 공소외 1이 이 사건 인감증명서 이외에도 2008. 2.경부터 2014. 6.경까지 빈번하게 여러 통의 인감증명서를 발급받아 왔고, 피고인과 동거생활을 하고 있던 기간 동안에는 2012. 3. 14.과 2012. 4. 19.(이 사건 인감증명서) 각 1통 합계 2통의 인감증명을 발급받았으며, 2012. 10. 15.에는 인감의 개인(改印) 신고를 한 사실이 확인된다.
8) 공소외 4는 수사기관에서 "피고인이 자신의 사무실에 공소외 1의 도장과 인감증명서를 들고 와 ‘인감증명서 날짜에 맞춰서 차용증을 작성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하냐’고 물어보았고, 이에 피고인이 원하는 대로 컴퓨터를 이용하여 차용증 문구를 기재한 후 출력하여 피고인에게 건넸으며, 피고인이 소지하고 있던 공소외 1의 도장을 직접 날인하였다. 피고인이 도장을 날인하고 나서 놓고 갔기 때문에 공소외 1의 도장을 현재까지 보관하고 있다."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다.
9) 피고인은 이 사건 인감증명서에 대하여는, 공소외 1에 대한 사문서위조 등 사건과 관련하여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서는 "공소외 1과 함께 오후에 동사무소에 방문하여 발급받은 것이다."라고 진술하였다가, 이 사건 검찰 조사에서는 "공소외 1이 언제 어디에서 인감증명서를 발급받았는지는 모르고, 공소외 1이 차용증을 작성할 때 호주머니에서 꺼내서 준 것이다."라고 진술하였으며, 공소외 4에 대하여는 처음에는 "2012년 여름경에 공소외 5의 소개로 알게 되었다."라고 진술하다가(검찰 제1회 및 제2회 조사), 검찰 제2회 조사 도중 ‘차용증 작성일자가 2012. 4. 20.인데, 공소외 4를 2012년 여름에 알게 되었다면 공소외 4가 어떻게 이 사건 차용증 문구를 작성한 것이냐’는 지적을 받자 알게 된 때를 그 전해인 ‘2011년’으로 바꿔 진술하였다.
따라서 피고인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원심 선고절차상의 위법 주장에 대하여
1) 재판장이 판결을 선고함에는 주문을 낭독하고 이유의 요지를 설명하여야 하고(형사소송법 제43조), 형을 선고하는 경우에는 피고인에게 상소할 기간과 상소할 법원을 고지하여야 하며(동법 제324조), 판결을 선고하면서 피고인에게 적절한 훈계를 할 수 있다(형사소송규칙 제147조 제2항). 한편 피고인은 법정에 재정하여야 할 의무가 있어 재판장의 허가 없이 퇴정하지 못하고, 재판장은 피고인의 퇴정을 제지하거나 법정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처분을 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281조).
이러한 규정들의 내용 및 판결의 선고는 전체로서 하나의 절차라는 점을 종합해 보면, 판결의 선고는, 재판장이 판결의 주문을 낭독하고, 이유의 요지를 설명한 다음 피고인에게 상소기간 등을 고지하고, 필요한 경우 피고인에게 훈계까지 마친 후 피고인의 퇴정을 허가하여 피고인이 법정 바깥으로 나가 선고를 위한 공판기일이 종료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고, 따라서 그때까지는 발생한 모든 사정을 참작하여 일단 선고한 판결의 내용을 변경하여 다시 선고하는 것도 유효·적법하다고 보아야 한다.
2) 원심 선고기일 공판조서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인은, 원심 재판장이 선고기일인 2016. 9. 22. 14:00경 법정에서 ‘피고인을 징역 1년에 처한다’는 주문을 낭독하고, 상소기간 등에 관한 고지를 하려 하자 이를 듣지 않고 ‘재판이 개판이야, 재판이 뭐 이 따위야’ 등의 말과 함께 욕설을 하면서 난동을 부리기 시작하였고, 이에 재정 중이던 교도관들이 피고인을 제압하여 공판검사석 바로 옆에 있는 구치감으로 통하는 문 쪽으로 끌고 간 사실, 원심 재판장은 위와 같이 아직 법정 내에서 교도관들이 피고인을 위 문 쪽으로 끌고 가고 있는 도중에 여러 차례 피고인에게 원래 선고를 듣던 자리로 돌아올 것을 명한 사실, 그러나 피고인의 소란 및 난동을 제압하는 데에 치중한 교도관들은 우선 피고인을 위 문을 통하여 구치감으로 데려갔고, 피고인은 구치감에서도 교도관들에게 소리를 지르고 큰 소리로 욕설을 하는 등 난동을 계속 부린 사실, 원심 재판장은 피고인이 구치감에 들어간 이후에도 계속하여 피고인을 원래 선고를 듣던 자리로 데려올 것을 명하였고, 이에 곧 법정경위가 피고인을 구치감에서 법정으로 끌고 나와 피고인석에 앉힌 사실, 그러자 피고인은 ‘그래서 뭐 항소기간이 어쨌다는 거냐’라고 따져 물었고, 이에 원심 재판장은 ‘선고가 아직 끝난 것이 아니고 선고가 최종적으로 마무리되기까지 이 법정에서 이뤄진 사정 등을 종합하여 선고형을 정정한다’는 취지로 말하고, 피고인에게 양형기준상 권고형량 범위 내에서 ‘징역 3년’을 선고하고, 항소기간과 항소법원, 항소장제출법원 등을 고지한 사실이 인정된다.
3) 위 인정 사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심 선고 도중 피고인의 소란 및 난동으로 인하여 주문 낭독 후 상소기간 등의 고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였고, 원심 재판장은 피고인의 퇴정을 허가한 사실이 없으며, 오히려 법정질서 유지를 위하여 피고인을 제압하여 끌어내는 교도관들 및 피고인을 향하여 계속하여 원래 피고인이 선고를 듣던 자리로 돌아올 것을 명하기까지 하였는바, 당시 피고인에 대한 선고절차는 아직 종료되지 않았다고 할 것이므로(피고인도 당시 상소기간을 제대로 고지받지 못하였고, 교도관들에 의하여 구치감으로 끌려나간 사실 자체는 인정하고 있다), 원심 재판장이 선고절차 종료 전에 피고인에 대한 형량을 변경하여 선고하였다고 하여 거기에 어떠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
다. 양형부당 주장에 대하여
1) 항소심인 본 법원으로서는 항소심 재판에 이르기까지 나타난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피고인의 피해자에 대한 관계 등 형법 제51조가 정하는 양형의 조건이 되는 모든 사유를 종합적으로 참작하여 원심의 양형이 부당한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하고, 원심이 피고인에게 처음에 징역 1년의 형을 선고하였다가 이를 징역 3년으로 변경한 것 자체가 적정한 양형이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다.
2) 살피건대, 피고인은 공소외 1 명의의 액면금 3,000만 원의 차용증을 위조한 다음 수사기관에 공소외 1을 사기죄 등으로 고소하면서 이를 증거로 첨부·제출하여 행사하였고, 공소외 1을 형사처벌 받게 할 목적으로, 공소외 1에게 자신 명의의 증권계좌 개설을 허락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공소외 1이 임의로 증권계좌 개설신청서를 위조하여 행사하였고, 자신의 자력과 재산을 속이고 위 차용금 3,000만 원을 편취’한 것처럼 수사기관에 고소하고, 공소외 1로부터 송금받은 600만 원 중 450만 원을 공소외 1의 지시로 다른 사람에게 송금하였을 뿐 공소외 1이 피고인을 기망하여 이를 편취한 것이 아님에도 편취한 것처럼 수사기관에 고소하는 방법으로 두 차례에 걸쳐 공소외 1을 무고하였는바, 그 죄질이 매우 나쁘다.
피고인의 위와 같은 계속된 무고로 인하여 공소외 1은 수사기관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수사를 받고, 450만 원 편취혐의에 관하여는 2013. 7. 19. 혐의 없음의 불기소처분을 받았으나, 증권계좌 개설신청서 위조 등 혐의에 관하여는 정식으로 기소가 이루어져 형사재판까지 받아 2014. 2. 6.에야 무죄판결을 받는 등으로 인하여 오랜 기간에 걸쳐 상당한 고통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원심에 이르기까지 이 사건 각 범행을 모두 부인하면서 이를 극렬히 다투어 공소외 1이 다시 증인으로 출석하여 증인신문이 이루어지기까지 하였고, 원심 제6회 공판기일에 이르러서는 번의하여 이 사건 각 범행을 모두 자백하였다가 원심 재판장이 변론을 종결하면서 피고인이 원심 제5회 공판기일에 출석하지 아니하였고, 이 사건 각 범행이 누범기간 중의 범행으로 피고인에게 집행유예의 선고가 불가능한 사유 등으로 피고인을 법정구속하자, 이를 이유로 바로 자백을 다시 번복하면서 이 사건 각 범행을 다투는 것으로 태도를 바꾸었으며, 당심에 이르러서까지도 전혀 설득력 없는 변명으로 일부 범행을 부인하면서 자신의 범행을 진정으로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 더욱이 피고인은 원심 제3회 공판기일에는 술을 마신 상태에서 법정에 출석하였고, 원심 선고기일에는 선고 도중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재판결과에 불만을 품고 법정에서 욕설을 하고 난동을 부리기까지 하였는바, 피고인의 이러한 행위는 법정질서를 위협할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사법권 및 사법질서를 침해하는 중대한 위법행위로서 엄히 처벌하지 않을 수 없고, 이는 법정모욕 등의 사법방해행위에 대하여 엄격히 처벌하고 있는 다른 나라의 예와 다르지 않다.
게다가 피고인은 2010. 10. 15. 대가로 돈을 받고 다른 사람을 살해해주기로 약속한 다음, 공범과 함께 그 사람을 살해한 후 그의 돈을 나누어 가지기로 모의하는 등의 방법으로 살인을 예비한 범죄사실 등으로 징역 1년 2월을 선고받고, 그대로 확정되어 복역하다가 2011. 5. 30. 가석방되어 2011. 7. 17. 가석방기간이 경과하였는데,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누범기간 중에 자숙하지 아니하고 다시 이 사건 각 범행을 저질렀으며, 이외에도 장물취득, 절도, 상해 등으로 처벌받은 전과가 여럿 있다.
피고인은 이 사건 이외에도 피해자에 대하여 무고, 위증 등으로 여러 차례 고소를 남발하였고, 이로 인하여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 수사를 받고 여러 차례 무혐의처분을 받기도 하였으며, 부정수표단속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되어 무죄판결을 받아 확정된 적도 있다. 실질적인 피해자인 공소외 1은 원심 및 당심에서 거듭하여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
한편 대법원 양형기준위원회의 양형기준에 따를 경우 피고인에 대한 권고형량은 징역 6월~3년 8월이다.
3) 위와 같이 살펴본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정상이 매우 불량하여 피고인을 엄히 처벌하지 않을 수 없으나, 한편 피고인이 당심에서 원심 재판과정에서의 잘못된 행동이나 태도에 대하여는 반성하면서 뉘우치는 자세를 보이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보면, 원심의 형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피고인에게 가혹한 측면이 있다.
4) 따라서 위와 같은 여러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참작하여,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을 받아들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주문과 같은 형을 선고하기로 한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양형부당을 이유로 한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다시 변론을 거쳐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범죄사실 및 증거의 요지】
이 법원이 인정하는 범죄사실 및 증거의 요지는, 원심판결의 ‘증거의 요지’란에 ‘증인 공소외 1의 당심 법정진술’을 추가하는 이외에는 원심판결의 각 해당란 기재와 같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9조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형법 제231조(사문서위조의 점), 형법 제234조, 제231조(위조사문서행사의 점), 각 형법 제156조(무고의 점), 각 징역형 선택
1. 누범가중
각 형법 제35조
1. 경합범가중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제50조
판사 성지호(재판장) 강상욱 윤화랑 | [1] 형사소송법 제43조, 제281조, 제324조, 형사소송규칙 제147조 제2항 / [2] 형법 제51조, 제138조, 제156조, 제231조, 제234조, 형사소송법 제43조, 제281조, 제324조, 형사소송규칙 제147조 제2항 | 형사 |
【피 고 인】
【상 고 인】
피고인들
【변 호 인】
법무법인(유한) 로고스 담당변호사 김무겸 외 1인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법 2016. 10. 24. 선고 2016노1689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직권으로 판단한다.
1. 형사소송법은 공소제기에 관하여 엄격한 방식에 의한 서면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즉, 공소를 제기하려면 공소장을 관할법원에 제출하여야 하고, 공소장에는 피고인의 성명 그 밖에 피고인을 특정할 수 있는 사항, 죄명, 공소사실, 적용법조를 기재하여야 하며(제254조 제1항, 제3항), 공소가 제기된 때에는 지체 없이 공소장 부본을 피고인 또는 변호인에게 송달하여야 한다(제266조). 또한 공무원이 작성하는 서류에는 법률에 다른 규정이 없는 때에는 작성 연월일과 소속공무소를 기재하고 기명날인 또는 서명을 하여야 하므로(제57조 제1항), 공소장에는 검사의 기명날인 또는 서명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규정은 형사소송에서 법원의 심판 대상을 명확하게 하고 피고인의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하기 위한 것이므로, 그 방식에 따르지 않은 공소제기는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을 위반하여 무효인 때에 해당하여 공소기각을 선고하여야 한다(제327조 제2호).
컴퓨터와 인터넷이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정보통신기술이 급속히 발달하고 있는 상황에 대응하여, 형사소송절차에서 정보저장매체에 저장된 문자 등의 전자정보를 증거로 사용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형사소송법 제313조 제1항, 제314조), 그에 관한 증거조사방법이나 강제처분절차도 규정하는 등(형사소송법 제292조의3, 제106조 등)으로 전자정보의 활용을 법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조치가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공소제기에 관하여 전자문서나 전자매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입법적 조치는 마련되어 있지 않다.
그러므로 검사가 공소사실의 일부인 범죄일람표를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하여 열어보거나 출력할 수 있는 전자적 형태의 문서(이하 ‘전자문서’라 한다)로 작성한 다음 종이문서로 출력하지 않은 채 저장매체 자체를 서면인 공소장에 첨부하여 제출한 경우에는, 서면에 기재된 부분에 한하여 적법하게 공소가 제기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전자문서나 저장매체를 이용한 공소제기를 허용하는 법규정이 없는 상태에서 저장매체나 전자문서를 형사소송법상 공소장의 일부인 ‘서면’으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공소사실에 포함시켜야 할 범행 내용이나 피해 목록이 방대하여 전자문서나 CD 등 저장매체를 이용한 공소제기를 허용해야 할 현실적인 필요가 있다거나 피고인과 변호인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변론에 응하였다고 하여 달리 볼 수 없다. 또한 일반적인 거래관계에서 전자문서나 전자매체를 이용하는 것이 일상화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전자문서나 전자매체를 이용한 공소제기가 허용된다고 보는 것은 형사소송법 규정의 문언이나 입법 취지에 맞지 않는다.
따라서 검사가 전자문서나 저장매체를 이용하여 공소를 제기한 경우, 법원은 저장매체에 저장된 전자문서 부분을 제외하고 서면인 공소장에 기재된 부분만으로 공소사실을 판단하여야 한다. 만일 그 기재 내용만으로는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검사에게 특정을 요구하여야 하고, 그런데도 검사가 특정하지 않는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공소를 기각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16. 12. 15. 선고 2015도3682 판결 참조).
2. 공소장에 기재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유죄 부분의 요지는 아래와 같다.
피고인 1은 공소외 1 주식회사와 공소외 2 주식회사의 회장이자 실제 운영자이고, 피고인 2는 공소외 1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로 재직한 사람이다. 피고인들은 위 각 법인을 운영한 수익으로 회원들에게 수당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고 이른바 ‘돌려막기’ 방식으로 신규 회원의 가입비로 종전 회원에게 수당을 지급해 줄 의사만 있었다. 그런데도 피고인들은 원심 공동피고인 공소외 3 등과 공모하여 법인을 운영한 수익으로 수당을 보장해 줄 것처럼 피해자 공소외 4를 기망하여 2015. 7. 8.부터 2015. 8. 29.까지 9차례에 걸쳐 합계 889만 원을 회원가입비 명목으로 지급받은 것을 비롯하여 2015. 3. 27.경부터 2015. 9. 30.경까지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총 77,915회에 걸쳐 합계 71,497,860,000원을 지급받았다.
위 공소장의 본문에는 피고인들이 피해자 공소외 4로부터 금전을 지급받은 내역만이 기재되어 있다. 공소장에 별지로 첨부된 범죄일람표는 총 2장인데, 순번 1번부터 43번까지, 77,924번부터 77,933번까지의 공소사실이 날짜 순서에 따라 장소, 피해자, 구좌수, 피해금액, 기망방법 등의 항목에 맞추어 기재되어 있다. 이는 피고인들이 2015. 3. 27.부터 2015. 3. 30.까지 그리고 2015. 9. 30.에 지급받은 금전의 내역에 해당한다.
그 밖에 범죄일람표의 순번 44번부터 77,923번에 해당하는 중간 기간의 지급내역은 공소장에 서면으로 첨부되어 있지 않고, 다만 검사가 공소장에 첨부한 CD에 이를 포함하여 순번 1번부터 77,933번까지 금전지급 내역 전체를 별지 범죄일람표와 동일한 방식으로 정리한 엑셀파일이 저장되어 있다.
3.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공소장에 첨부된 CD나 그것에 저장된 엑셀파일은 공소장의 일부인 ‘서면’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위 엑셀파일에 기재된 부분까지 적법하게 공소가 제기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한편 사기죄에서 여러 피해자에 대한 금전 편취행위는 원칙적으로 각각 별개의 죄를 구성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에 범죄일람표의 순번 1번부터 43번까지, 77,924번부터 77,933번까지에 해당하는 부분은 공소사실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어 있지만, 나머지 순번 44번부터 77,923번에 해당하는 부분은 전체 횟수, 기간과 피해액의 합계만을 알 수 있을 뿐 피해자가 누구인지, 피해자별 피해금액이 얼마인지조차 알 수 없어 공소사실이 특정되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검사에게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위와 같이 특정되지 않은 부분을 특정할 것을 요구하고, 만일 검사가 이를 특정하지 않으면 이 부분에 대한 공소를 기각하였어야 한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이 부분에 대해서도 실체판단을 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조치에는 공소제기 방식과 공소사실 특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원심판결의 유죄 부분 중 위와 같이 특정되지 않은 공소사실 부분은 파기되어야 할 것인데, 원심은 그 부분과 나머지 부분이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다고 하여 하나의 형을 선고하였으므로,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은 전부 파기되어야 한다.
한편 기록에 의하면 피해자 공소외 5를 비롯한 일부 피해자들이 이른바 ‘이벤트 구좌’, 즉 실제로 가입비를 납부하지 않고 직급보너스 등의 명목으로 추가로 인정받은 구좌가 존재한다고 진술하였음을 알 수 있다. 만일 그 진술 내용이 사실이라면, 그러한 구좌에 해당하는 가입비에 대하여는 피고인들이 피해자를 기망하여 금전을 편취하였다고 볼 수 없어 사기죄를 구성한다고 보기 어렵다. 원심으로서는 위와 같이 공소사실을 특정함과 아울러 특정된 공소사실에 피고인들이 주장하는 이른바 이벤트 구좌가 포함되어 있는지에 관한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여 재산적 처분행위가 존재하는 범위를 가릴 필요가 있다.
따라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보영(재판장) 박병대 권순일 김재형(주심) | 형사소송법 제57조 제1항, 제106조, 제254조 제1항, 제3항, 제4항, 제266조, 제292조의3, 제313조 제1항, 제314조, 제327조 제2호, 형사소송규칙 제141조 | 형사 |
【피 고 인】
【상 고 인】
【변 호 인】
변호사 윤현준 외 1인
【원심판결】
춘천지법 강릉지원 2014. 1. 28. 선고 2013노279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 1, 피고인 3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에 환송한다. 피고인 2의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한 후에 제출된 각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피고인 1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원심판결 이유를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 1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사기의 점을 유죄로 인정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사기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2. 피고인 2의 상고에 관한 판단
피고인 2는 원심판결에 대하여 상고하였으나, 상고이유서를 제출하지 아니하였고, 상고장에도 불복이유의 기재를 찾아볼 수 없다.
3. 검사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가. 형법 제228조 제1항이 규정하는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죄나 공전자기록등불실기재죄(이하 위 두 죄를 합쳐 ‘공정증서원본 등의 불실기재죄’라고 한다)는 특별한 신빙성이 인정되는 공문서에 대한 공공의 신용의 보장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범죄로서, 공무원에 대하여 진실에 반하는 허위신고를 하여 공정증서원본 또는 이와 동일한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에 실체관계에 부합하지 않는 불실의 사실을 기재 또는 기록하게 함으로써 성립한다.
따라서 실제로는 채권·채무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데도 허위의 채무를 가장하고 이를 담보한다는 명목으로 허위의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친 것이라면 등기공무원에게 허위신고를 하여 등기부에 불실의 사실을 기재하게 한 때에 해당하므로 공정증서원본 등의 불실기재죄 및 불실기재공정증서원본 등의 행사죄가 성립한다(대법원 1969. 11. 11. 선고 69도1804 판결, 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7도5386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① 피고인 1과 피고인 3은 그들 사이에 아무런 채권·채무관계가 없음에도 피고인 1의 채권자들에 의한 강제집행을 피하기 위하여 피고인 1 소유의 오피스텔에 관하여 피고인 3 앞으로 허위의 근저당권을 설정하기로 약정한 사실, ② 피고인 1은 2011. 3. 23.경 법무사로 하여금 위 오피스텔에 관하여 채권최고액 5,000만 원, 채무자 피고인 1, 근저당권자 피고인 3으로 하는 근저당권설정등기 신청서류를 작성하여 관할 등기소에 제출하게 한 사실, ③ 그에 따라 위 오피스텔에 관하여 위 무렵 피고인 3 명의의 근저당권설정등기가 마쳐진 사실을 알 수 있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 1, 피고인 3은 실제로는 채권·채무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데도 허위의 채무를 가장하고 이를 담보한다는 명목으로 허위의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친 것으로, 이는 등기공무원에게 허위신고를 하여 등기부에 불실의 사실을 기재하게 한 때에 해당하므로 공정증서원본 등의 불실기재 및 불실기재공정증서원본 등의 행사죄가 성립한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도 원심은 위 피고인들 사이에 근저당권설정에 관한 합의가 있었던 이상 등기부에 불실의 사실을 기재하게 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 및 불실기재공정증서원본행사의 점을 무죄로 본 제1심의 판단을 유지하였다. 원심의 이러한 판단에는 공정증서원본 등의 불실기재죄에서 불실기재의 의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아울러 전산화 작업이 완료된 이후라면 등기부는 형법 제228조 제1항의 ‘공정증서원본’이라기보다는 ‘공정증서원본과 동일한 전자기록등 특수매체기록’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크기 때문에 환송 후 원심으로서는 이 부분 공소사실이 공전자기록등불실기재죄 및 불실기재공전자기록등행사죄에 해당하는 것이 아닌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점을 지적해 둔다).
한편, 원심이 들고 있는 대법원 2008. 3. 27. 선고 2007도10381 판결은 근저당권설정등기가 허위라고 할 수 없는 사안에 관한 것으로서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아니하다.
4. 파기의 범위
원심판결 중 피고인 1, 피고인 3의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 및 불실기재공정증서원본행사 부분에는 앞서 본 바와 같은 파기사유가 있고, 위 각 부분은 원심이 위 피고인들에 대하여 유죄로 인정한 나머지 부분과 상상적 경합관계에 있거나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이들 전부에 대하여 하나의 형을 선고하여야 하므로, 결국 원심판결 중 피고인 1, 피고인 3에 대한 부분은 전부 파기될 수밖에 없다.
5.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 1, 피고인 3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피고인 2의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재형(재판장) 박병대 박보영(주심) 권순일 | 형법 제228조 제1항, 제229조 | 형사 |
【피 고 인】
【상 고 인】
피고인 및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조기제
【원심판결】
서울북부지법 2016. 9. 2. 선고 2016노862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외형상으로는 공소사실의 기초가 되는 피고인의 일련의 행위가 여러 개의 범죄에 해당되는 것 같지만 그 일련의 행위가 합쳐져서 하나의 사회적 사실관계를 구성하는 경우에 그에 대한 법률적 평가는 하나밖에 성립되지 않는 관계, 즉 일방의 범죄가 성립되는 때에는 타방의 범죄는 성립할 수 없고, 일방의 범죄가 무죄로 될 경우에만 타방의 범죄가 성립할 수 있는 비양립적인 관계가 있을 수 있다(대법원 2011. 5. 13. 선고 2011도1442 판결 참조).
나. (1)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원심 판시 ○○아파트와 관련된 부분은, ① 피고인은 위 아파트에 관한 소유권이전청구권가등기를 말소해 주면 금리가 낮은 곳으로 대출은행을 변경한 다음 곧바로 다시 가등기를 설정해 주겠다고 공소외 1을 기망하여 공소외 1로 하여금 가등기를 말소하게 하여 그에 상당한 재산상 이익을 편취하고, ② 위와 같이 대출은행을 변경한 후 소유권이전청구권가등기 절차를 이행해 줄 임무에 위배하여, 2009. 11. 2.자, 2010. 7. 5.자, 2011. 7. 26.자, 2011. 7. 28.자로 위 아파트에 관하여 제3자 명의로 각 근저당권 및 전세권설정등기를 마침으로써 각 채권최고액 및 전세금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공소외 1에게 같은 금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위 ①의 사기죄는 유죄로 인정하고, ②의 각 배임죄의 공소사실에 대하여는, 피고인이 약속대로 가등기를 회복해주지 않고 제3자에게 근저당권설정등기 등을 마쳐준 행위는 처음부터 가등기를 말소시켜 이익을 취하려는 사기범행에 당연히 예정된 결과에 불과하여 그 사기범행의 실행행위에 포함된 것일 뿐이므로 사기죄와 비양립적 관계에 있는 각 배임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등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별도의 배임죄를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그 부분은 무죄라고 판단하였다.
또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원심 판시 임야에 관한 부분은, ③ 피고인은 보존산지로 지정되어 있어 전원주택 등을 신축할 수 없는 임야에 전원주택을 지을 수 있도록 진입로 등 제반 시설을 설치해 주겠다고 공소외 2 등 11명을 기망하여 임야 11필지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위 11명으로부터 계약금 및 중도금을 교부받아 편취하고, ④ 위 각 매매계약에 기하여 위와 같은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임무에 위배하여, 위 각 임야에 관하여 제3자 명의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쳐줌으로써 각 채권최고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위 11명에게 같은 금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다는 것이다. 원심은 위 ③의 사기죄는 유죄로 인정하고, ④의 각 배임죄의 공소사실에 대하여는, 피고인은 위 11명에게 임야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사가 없었고 이후 제3자들에게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쳐준 행위는 기망을 통하여 매매계약을 체결하여 계약금과 중도금을 편취한 사기범행에 포함된 것일 뿐이라는 등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별도의 배임죄를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그 부분은 무죄라고 판단하였다.
(2) 앞에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 ①의 사기죄와 ②의 배임죄, 위 ③의 사기죄와 ④의 배임죄는 각각 일방이 범죄로 성립하는 때에는 타방은 범죄로 성립할 수 없고, 일방이 무죄로 되는 경우에만 타방이 범죄로 성립할 수 있는 비양립적인 관계에 있다. 그러므로 ①, ③의 사기죄를 유죄로 인정할 수 있는 이상 ②, ④가 별도의 배임죄로 성립할 수 없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사기죄 및 배임죄의 구성요건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상고이유가 들고 있는 대법원 판결들은 이 사건과는 사안이 다르거나 후행행위가 선행행위에 대한 관계에서 불가벌적 사후행위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만 판단한 사안일 뿐이므로,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아니하다.
다. 그리고 검사는 원심판결 전부에 대하여 상고하였으나, 상고장이나 상고이유서에서 나머지 부분에 관한 불복이유의 기재를 찾아볼 수 없다.
2. 피고인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판결에 양형에 관한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는 취지의 주장은 결국 양형부당 주장에 해당한다. 그러나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에 의하면 양형부당을 사유로 한 상고는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서만 허용된다. 피고인에 대하여 그보다 가벼운 형이 선고된 이 사건에서 형의 양정이 부당하다는 취지의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권순일(재판장) 박병대(주심) 박보영 김재형 | [1] 형법 제37조, 제347조, 제355조 제2항 / [2] 형법 제347조 제1항, 제355조 제2항 | 형사 |
【피 고 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 링컨로펌 담당변호사 소민호
【원심판결】
전주지법 2013. 11. 8. 선고 2013노959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전주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횡령죄에서 불법영득의 의사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위탁의 취지에 반하여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하여 권한 없이 그 재물을 자기의 소유인 것처럼 사실상 또는 법률상 처분하는 의사를 의미하므로, 보관자가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 소유자의 이익을 위하여 이를 처분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와 같은 불법영득의 의사를 인정할 수 없다(대법원 1982. 3. 9. 선고 81도3009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은 불법영득의 의사는 내심의 의사에 속하여 피고인이 이를 부인하는 경우, 이러한 주관적 요소로 되는 사실은 사물의 성질상 그와 상당한 관련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증명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10. 6. 24. 선고 2007도5899 판결 등 참조). 불법영득의사를 실현하는 행위로서의 횡령행위가 있다는 사실은 검사가 증명하여야 하고, 그 증명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생기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 이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1994. 9. 9. 선고 94도998 판결 등 참조).
2.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익산시 (이하 주소 생략)에 있는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이하 위 아파트를 ‘이 사건 아파트’라고 하고, 위 입주자대표회의를 ‘이 사건 입주자대표회의’라고 한다) 회장으로 재직하던 피고인이 업무상 보관하던 특별수선충당금 중 10,000,000원을 구조진단 견적비로, 9,000,000원을 변호사 수임료로 각각 사용함으로써 용도가 엄격하게 정하여진 예산을 관리규약에 위배하여 임의로 다른 용도로 사용하여 횡령하였다는 것이다.
나. 이에 대하여 원심은, 피고인은 관리규약 등에 의하여 용도가 엄격히 제한된 특별수선충당금을 정해진 용도 외에 사용하였으므로, 설령 피고인이 입주자대표회의 의결 등을 거쳐 특별수선충당금을 사용하였다거나 그 사용이 결과적으로 특별수선충당금을 위탁한 입주자들을 위하는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피고인에게 불법영득의사가 없었다고 볼 수 없다는 점 등을 이유로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3. 가.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공소외 1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1 회사’라고 한다)는 지하 1층, 지상 15층, 1개동 103세대 규모의 이 사건 아파트를 신축하여 1992. 10. 30. 사용승인을 받았다.
(2) 이 사건 입주자대표회의는 이 사건 아파트 입주자들의 대표로 구성된 자치관리기구로서, 1998. 7.경 공소외 1 회사에 대하여 이 사건 아파트의 누수, 붕괴 등에 관한 하자보수를 요청하였는데, 이 사건 아파트에는 이 사건 입주자대표회의 외에 별도의 관리주체가 없었다.
(3) 익산시는 정밀안전진단을 통하여 이 사건 아파트는 구조안전상 보강이 필수적인 D등급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2002. 12. 31. 이 사건 아파트를 재난위험시설로 지정·관리한다는 내용을 이 사건 입주자대표회의에 통보하였다.
(4) 이 사건 입주자대표회의는 2003. 2. 21. ㉮ 공소외 1 회사에 대한 법적 대응에 필요한 비용은 임원들이 우선 분담하고, ㉯ 부족한 금액은 이 사건 특별수선충당금으로 지출하기로 결의하였다.
(5) 피고인을 비롯한 입주민들 61세대는 2003. 3. 29. 시의원, 법무사 등 외부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입주민총회를 개최하여, ㉮ 공소외 1 회사에 대하여 민사소송을 제기하고, ㉯ 각 세대가 소송비용을 1,000,000원씩 분담하며, ㉰ 우선 특별수선충당금으로 소송비용을 지출한 다음 손해배상을 받으면 원상회복하기로 결의하였다.
(6) 한편 이 사건 아파트 관리규약(이하 ‘이 사건 관리규약’이라고 한다) 제44조는 특별수선충당금을 이 사건 입주자대표회의 명의 계좌에 예치·관리한다고 규정하였다. 이에 따라 일반 관리비와 별도로 일정 금액이 이 사건 입주자대표회의 명의 계좌에 특별수선충당금으로 적립·관리되어 왔다(이하 ‘이 사건 특별수선충당금’이라고 한다).
(7) 이 사건 관리규약은 제45조에서, “특별수선충당금은 ① 일정기간 경과 후의 공유 부분에 대한 정기적이고 계획적인 수선, ② 불의의 사고나 기타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건축사법 또는 기술용역육성법에 의한 해당 분야 전문가 2인 이상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수선 외의 용도로 사용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이 사건 특별수선충당금의 용도 외 사용을 금지하면서, “관리주체가 장기수선계획에 따라 특별수선충당금을 사용하고자 할 때는 사용계획서를 작성하여 입주자대표회의의 동의를 받아 시장에게 신고한 후 사용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였다.
(8) 또한 이 사건 관리규약 제10조와 제17조는 관리규약의 개정에 입주자 과반수의 서면결의 및 입주자대표회의에서 대표자 과반수의 찬성이 필요하다고 규정하였다.
(9) 피고인은 이 사건 입주자대표회의 대표자 자격으로 2003. 7. 31. 법무법인 △△ 변호사 공소외 2 등과, 공소외 1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 관한 소송위임계약을 체결하였고, 그 무렵 이 사건 입주자대표회의는 공소외 1 회사를 상대로 청구금액 약 55억 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10) 이후 이 사건 아파트 75세대의 구분소유자들은 2003. 10.경 이 사건 입주자대표회의에 이 사건 아파트의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을 양도하였다.
(11) 이 사건 입주자대표회의는 2003. 10.경 익산시장에게, 소송비용과 구조안전진단비용을 우선 특별수선충당금으로 사용한다는 입주민들의 결의가 있었다는 사실을 통보하였다.
(12) 이 사건 입주자대표회의는 위 민사소송에서 법원 감정인의 구조진단보고서가 입주민들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작성되었다는 이유로, 2005. 8. 16. ㉮ 법원에 재감정을 신청하고, ㉯ 여러 세대가 소송비용을 납부하지 않았으므로 부족한 비용은 우선 특별수선충당금에서 지출하고 사후에 원상회복하기로 결의하였다.
(13) 이에 따라 피고인은 2005. 12. 29. 이 사건 특별수선충당금 계좌에서 구조진단 견적비 명목으로 10,000,000원을 인출하여 법무법인 △△에 송금하였다.
(14) 위 민사소송의 제1심법원은 2006. 5. 12. 공소외 1 회사가 이 사건 입주자대표회의에 약 5억 원을 지급하라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하였다. 위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7세대의 구분소유자들은 2006. 10.경 이 사건 입주자대표회의에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을 추가로 양도하였다.
(15) 이후 위 민사소송의 항소심법원이 제시한 조정금액 약 16억 원의 수용 여부에 관한 입주민들과 소송대리인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아 2007. 9. 14. 소송대리인이 사임하는 일이 발생하였다. 이에 이 사건 입주자대표회의는 2007. 9. 15. ㉮ 다른 변호사를 선임하여 소송을 계속 진행하고, ㉯ 임원들이 일부 비용을 분담하며, ㉰ 부족한 비용은 일단 이 사건 특별수선충당금에서 지출하고 사후에 원상회복하기로 결의하였다.
(16) 이 사건 입주자대표회의는 2007. 9. 27. 공소외 3 변호사와, 위 항소심사건에 관한 소송위임계약을 체결하였다.
(17) 이에 피고인은 2007. 10. 5. 이 사건 특별수선충당금 계좌에서 변호사 수임료 명목으로 9,000,000원을 인출하여 공소외 3 변호사에게 송금하였다.
나. 위와 같은 사실과 아래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특별수선충당금은 이 사건 아파트의 주요시설의 교체 및 보수를 위하여 별도로 적립한 자금으로 원칙적으로 그 범위 내에서 사용하도록 용도가 제한된 자금으로 해석함이 타당하므로, 이와 같은 취지의 원심 판단은 수긍할 수 있다.
(1) 이 사건 관리규약 제정 당시 시행 중이던 구 주택건설촉진법(2003. 5. 29. 법률 제6916호 주택법으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38조의2는, 공동주택의 주요시설 교체 및 보수에 필요한 특별수선충당금을 입주자로부터 징수·적립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2) 위와 같이 전부 개정된 구 주택법 제51조 역시, 장기수선계획에 의하여 공동주택의 주요시설 교체 및 보수에 필요한 장기수선충당금을 관리비와 구분하여 해당 주택의 소유자로부터 징수·적립하도록 규정하였다.
다. 그러나 위와 같은 사실 및 아래와 같은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특별수선충당금을 위와 같은 용도로 지출하였다는 이유만으로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1) 이 사건 당시 시행되던 구 주택법(2008. 2. 29. 법률 제885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1조 제3항은 “장기수선충당금의 요율·산정방법·적립방법 및 사용절차와 사후관리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었다. 이 사건 당시 시행되던 구 주택법 시행령(2010. 7. 6. 대통령령 제2225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6조 제2항 본문은 “장기수선충당금의 사용은 장기수선계획에 의하되, 그 사용절차는 관리규약으로 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었으며, 같은 시행령 제51조 제1항 제7호는 입주자대표회의는 구성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장기수선계획의 수립 또는 조정을 의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2) 한편 구 주택법(2013. 6. 4. 법률 제11871호로 개정된 것)은 제43조의4 제2항에 “입주자대표회의 및 관리주체는 장기수선충당금을 이 법에 따른 용도 외의 목적으로 사용하여서는 아니 된다.”라는 규정을 신설하였는데, 위 법률이 시행되기 전까지는 장기수선충당금의 용도 외 사용은 관리규약에 의해서만 제한을 받을 뿐 법률이나 시행령에 의하여 금지되지는 않았다.
(3) 이 사건 특별수선충당금은 이 사건 아파트의 노후화로 주요시설 교체 및 보수가 필요할 경우를 대비하여 그에 사용할 비용을 미리 적립한 것이다. 그런데 피고인은 이 사건 아파트의 심각한 하자로 인한 긴급한 법적 대응이 필요한 상황에서 이 사건 특별수선충당금을 공소외 1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 관련된 비용으로 지출한 점, 이 사건 특별수선충당금의 지출에 앞서 2003. 3. 29. 입주민총회가 그 지출을 포괄적으로 승인하는 결의를 마쳤고, 이를 전후하여 이 사건 입주자대표회의가 여러 차례에 걸쳐 이 사건 특별수선충당금의 지출을 결의한 점, 구조진단 견적비 10,000,000원이 지출될 당시에는 위 소송에 103세대 중 75세대의 구분소유자들이, 변호사 수임료 9,000,000원이 지출될 당시에는 82세대의 구분소유자들이 소송에 참여하고 있었던 점, 그 당시 이 사건 특별수선충당금의 용도는 관련 법령이 아닌 이 사건 관리규약에 의하여 제한되고 있었는데, 입주자 과반수의 결의와 대표자 과반수의 찬성으로 그 관리규약 자체를 변경할 수도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구분소유자들 또는 입주민들로부터 포괄적인 동의를 얻어 이 사건 특별수선충당금을 위탁의 취지에 부합하는 용도에 사용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4) 또한 이 사건 입주자대표회의가 2003. 3. 29.자 입주민총회를 마친 후 익산시장에게 이 사건 특별수선충당금을 사용하겠다는 내용의 신고를 마친 점, 위 입주민총회에는 외부인들도 참석한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으로서는 자신이 이 사건 특별수선충당금을 구분소유자들 또는 입주민들의 이익을 위하여 사용하는 것이라고 인식하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5) 따라서 피고인이 이 사건 특별수선충당금을 위와 같이 지출한 것을 들어, 위탁의 취지에 반하여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하여 자기의 소유인 것처럼 처분하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4. 위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업무상횡령죄의 불법영득의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고,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5.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재형(재판장) 박병대 박보영(주심) 권순일 | [1] 형법 제355조 제1항,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308조 / [2] 형법 제355조 제1항, 제356조, 형사소송법 제325조 | 형사 |
【피 고 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김태현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6. 8. 17. 선고 2016노744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무죄 부분 중 각 주위적 공소사실에 관하여
가. 사기죄는 타인을 기망하여 착오에 빠뜨리고 그로 인하여 피기망자가 처분행위를 하도록 유발하여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얻음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이다. 따라서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행위자의 기망행위, 피기망자의 착오와 그에 따른 처분행위, 그리고 행위자 등의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의 취득이 있고, 그 사이에 순차적인 인과관계가 존재하여야 한다(대법원 1989. 7. 11. 선고 89도346 판결, 대법원 2000. 6. 27. 선고 2000도1155 판결 등 참조).
사기죄에서 처분행위는 행위자의 기망행위에 의한 피기망자의 착오와 행위자 등의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의 취득이라는 최종적 결과를 중간에서 매개·연결하는 한편, 착오에 빠진 피해자의 행위를 이용하여 재산을 취득하는 것을 본질적 특성으로 하는 사기죄와 피해자의 행위에 의하지 아니하고 행위자가 탈취의 방법으로 재물을 취득하는 절도죄를 구분하는 역할을 한다. 처분행위가 갖는 이러한 역할과 기능을 고려하면, 피기망자의 의사에 기초한 어떤 행위를 통해 행위자 등이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라면 사기죄에서 말하는 처분행위가 인정된다.
나. 그런데 이 같은 처분행위에 관하여 종래 대법원은 주관적으로 피기망자에게 처분의사 즉 처분결과에 대한 인식이 있고, 객관적으로 이러한 의사에 지배된 행위가 있어야 한다고 판시하여 왔다(대법원 1987. 10. 26. 선고 87도1042 판결, 대법원 1999. 7. 9. 선고 99도1326 판결, 대법원 2011. 4. 14. 선고 2011도769 판결 등 참조). 이에 따르면 피해자가 기망을 당하여 자신에게 재산상 손해를 초래하는 행위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로써 생겨나는 결과에 대한 인식이 없으면 처분행위가 인정될 수 없기 때문에 사기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기죄는 본래 행위자가 기망행위를 수단으로 피기망자를 착오에 빠뜨려 피기망자로 하여금 자신의 행위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잘 모르는 상태에서 처분행위를 하도록 만드는 범죄이다. 피기망자가 자신의 행위가 가져올 결과를 정확하게 인식하였다면 그것은 결국 기망을 당하지 않았거나 기망행위로 착오에 빠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사기죄가 성립할 수 없다. 따라서 처분결과에 대한 피기망자의 인식이 있어야 처분의사를 인정할 수 있다는 종전의 견해는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사기죄는 피기망자의 하자 있는 의사에 따른 처분행위로 재산이 이전되는 경우에 성립한다. 따라서 처분행위는 피기망자의 행위에 의한 것이어야 할 뿐만 아니라 하자 있는 의사라 하더라도 피기망자의 의사에 의한 것이어야 하므로, 의사무능력자의 행위나 무의식 상태에서 이루어진 행위는 처분행위가 될 수 없다. 이 점에서 처분의사는 처분행위의 주관적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사기죄에서 피기망자의 처분의사는 기망행위로 착오에 빠진 상태에서 형성된 하자 있는 의사이므로 불완전하거나 결함이 있을 수밖에 없다. 처분행위의 법적 의미나 경제적 효과 등에 대한 피기망자의 주관적 인식과 실제로 초래되는 결과가 일치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당연하고, 이 점이 사기죄의 본질적 속성이다. 따라서 처분의사는 착오에 빠진 피기망자가 어떤 행위를 한다는 인식이 있으면 충분하고, 그 행위가 가져오는 결과에 대한 인식까지 필요하다고 볼 것은 아니다.
(2) 사기죄의 성립요소로서 기망행위는 널리 거래관계에서 지켜야 할 신의칙에 반하는 행위로서 사람으로 하여금 착오를 일으키게 하는 것을 말하고, 착오는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 인식을 의미하는 것으로, 사실에 관한 것이든, 법률관계에 관한 것이든, 법률효과에 관한 것이든 상관없다(대법원 1984. 2. 14. 선고 83도2995 판결, 대법원 2006. 1. 26. 선고 2005도1160 판결 등 참조). 또한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 하자 있는 피기망자의 인식은 처분행위의 동기, 의도, 목적에 관한 것이든, 처분행위 자체에 관한 것이든 제한이 없다. 따라서 피기망자가 기망당한 결과 자신의 작위 또는 부작위가 갖는 의미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여 그러한 행위가 초래하는 결과를 인식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착오 상태에서 재산상 손해를 초래하는 행위를 하기에 이르렀다면 피기망자의 처분행위와 그에 상응하는 처분의사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와 달리 피기망자에게 자신의 행위로 인한 결과에 대한 인식이 있는 경우에만 처분의사를 인정할 수 있다고 한다면, 행위자가 교묘하고 지능적인 수법을 사용하는 바람에 피기망자가 자신의 행위가 낳을 결과를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심하게 착오에 빠질수록 오히려 처분의사가 부정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될 것이다. 이는 수긍하기 어려운 것이다.
(3) 피해자의 처분의사가 있는지를 따질 때 행위자의 범의에 관한 해석론을 그대로 옮겨와서 피해자가 처분행위로 인한 결과를 인식한 경우에만 처분의사가 인정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형법 제13조는 “죄의 성립요소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행위자가 죄의 성립요소인 사실을 인식함으로써 행위자의 책임으로 귀속시킬 수 있는 행위만을 벌하겠다는 책임주의 원칙의 표현이다. 따라서 사기죄에서 행위자의 범의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행위자의 기망행위, 피기망자의 착오와 그에 따른 처분행위, 그리고 행위자 등의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의 취득이라는 사기죄의 성립요소 전부에 대한 인식을 필요로 한다. 결국 행위자의 범의는 행위의 결과에 대한 인식, 즉 행위자 등의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의 취득이라는 요소에 대한 인식까지 있어야 비로소 인정될 수 있다.
그러나 피해자인 피기망자가 행위자의 기망행위나 그에 따른 자신의 착오라는 요소를 인식하여야 사기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피해자가 행위자의 기망행위나 그에 따른 자신의 착오라는 요소를 인식하였다면 사기죄가 성립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피해자가 처분행위의 결과인 행위자 등의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의 취득이라는 요소를 인식하여야 한다고 보아야 할 이유도 없다. 행위자의 범의의 인식 대상은 사기죄의 성립요소 전부이나 피해자의 처분의사의 인식 대상은 사기죄의 성립요소 중 처분행위 자체에 국한된다. 피해자의 처분의사는 행위자의 범의와 달리 책임주의 원칙과 아무런 관계가 없고 처분행위의 주관적 요소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피해자의 처분행위에 처분의사가 필요하다고 보는 근거는 처분행위를 피해자가 인식하고 한 것이라는 점이 인정될 때 그 처분행위를 피해자가 한 행위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여 사기죄에서 피해자의 처분의사가 갖는 기능은 피해자의 처분행위가 존재한다는 객관적 측면에 상응하여 이를 주관적 측면에서 확인하는 역할을 하는 것일 뿐이다. 따라서 처분행위라고 평가되는 어떤 행위를 피해자가 인식하고 한 것이라면 피해자의 처분의사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결국 피해자가 처분행위로 인한 결과까지 인식할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다. 결론적으로 사기죄의 본질과 그 구조, 처분행위와 그 의사적 요소로서 처분의사의 기능과 역할, 기망행위와 착오의 의미 등에 비추어 보면, 비록 피기망자가 처분행위의 의미나 내용을 인식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기망자의 작위 또는 부작위가 직접 재산상 손해를 초래하는 재산적 처분행위로 평가되고, 이러한 작위 또는 부작위를 피기망자가 인식하고 한 것이라면 처분행위에 상응하는 처분의사는 인정된다. 다시 말하면 피기망자가 자신의 작위 또는 부작위에 따른 결과까지 인식하여야 처분의사를 인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와 달리 사기죄에서 말하는 처분행위가 인정되려면 피기망자에게 처분결과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한다고 판시한 대법원 1987. 10. 26. 선고 87도1042 판결, 대법원 1999. 7. 9. 선고 99도1326 판결, 대법원 2011. 4. 14. 선고 2011도769 판결 등은 이 판결과 배치되는 범위에서 이를 변경하기로 한다.
라. 나아가 피기망자의 처분행위가 법률행위 또는 의사표시의 형태로 이루어지는 경우에 피기망자의 내심의 의사와 외부로 표시되어 객관적으로 인식되는 의사가 일치하지 않는 상황에서 처분행위와 처분의사를 어떻게 파악할 것인지 살펴보기로 한다.
(1)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이른바 ‘서명사취’ 사기는 기망행위에 의해 유발된 착오로 인하여 피기망자가 내심의 의사와 다른 처분문서에 서명 또는 날인함으로써 재산상 손해를 초래한 경우이다. 여기서는 행위자의 기망행위 태양 자체가 피기망자가 자신의 처분행위의 의미나 내용을 제대로 인식할 수 없는 상황을 이용하거나 피기망자로 하여금 자신의 행위로 인한 결과를 인식하지 못하게 하는 것을 핵심적인 내용으로 하고, 이로 말미암아 피기망자는 착오에 빠져 처분문서에 대한 자신의 서명 또는 날인행위가 초래하는 결과를 인식하지 못하는 특수성이 있다. 피기망자의 하자 있는 처분행위를 이용하는 것이 사기죄의 본질인데, 서명사취 사안에서는 그 하자가 의사표시 자체의 성립과정에 존재하는 것이다.
(2) 이러한 서명사취 사안에서 피기망자가 처분문서의 내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처분문서에 서명 또는 날인함으로써 내심의 의사와 처분문서를 통하여 객관적·외부적으로 인식되는 의사가 일치하지 않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피기망자의 행위에 의하여 행위자 등이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는 결과가 초래되었다고 할 수 있는 것은 그러한 재산의 이전을 내용으로 하는 처분문서가 피기망자에 의하여 작성되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피기망자가 행위자의 기망행위로 인하여 착오에 빠진 결과 내심의 의사와 다른 효과를 발생시키는 내용의 처분문서에 서명 또는 날인함으로써 처분문서의 내용에 따른 재산상 손해가 초래되었다면 그와 같은 처분문서에 서명 또는 날인을 한 피기망자의 행위는 사기죄에서 말하는 처분행위에 해당한다. 아울러 비록 피기망자가 처분결과, 즉 문서의 구체적 내용과 그 법적 효과를 미처 인식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어떤 문서에 스스로 서명 또는 날인함으로써 그 처분문서에 서명 또는 날인하는 행위에 관한 인식이 있었던 이상 피기망자의 처분의사 역시 인정된다.
마. 원심판결 이유 및 제1심과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피고인과 공소외 1 등은 2010. 11. 29.경 및 2010. 12. 3. 토지거래허가 등에 필요한 서류라고 속여서 원심 판시 각 토지의 매도인인 피해자 공소외 2로 하여금 근저당권설정계약서 등에 서명·날인하게 하고, 피해자의 인감증명서를 교부받은 다음, 이를 이용하여 위 피해자 소유의 위 각 토지에 관하여 피고인을 채무자로 하여 채권최고액 합계 10억 5,000만 원인 근저당권을 공소외 3 등에게 설정하여 주고, 7억 원을 차용하였다.
(2) 또한 피고인과 공소외 1 등은 2010. 12. 29. 원심 판시 각 토지의 매도인인 피해자 공소외 2, 공소외 4에게 토지거래허가 등에 필요한 서류라고 속여서 피해자들로 하여금 위 토지를 담보로 제공하는 취지가 기재된 차용지불약정서 등에 서명 또는 날인하게 하고, 피해자들의 인감증명서를 교부받은 다음, 이를 이용하여 피해자들 소유의 위 각 토지에 관하여 피고인을 채무자로 하여 채권최고액 1억 8,000만 원인 근저당권을 공소외 5에게 설정하여 주고, 1억 2,000만 원을 차용하였다.
(3) 한편 ① 피고인과 공소외 6은 피해자 공소외 7 소유의 원심 판시 토지를 담보로 제공하여 1억 원을 빌린 후 계약금 3,000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 돈을 자신들이 사용하기로 모의한 다음, 2011. 4. 5.경 피해자에게 위 토지를 3억 원에 매도할 것을 제안하며 그 계약금 3,000만 원의 차용에 관하여 근저당권을 설정해 줄 것을 요구하여 피해자의 승낙을 얻었고, ② 2011. 4. 7. 위 토지에 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자리에서 위 3,000만 원 차용에 대한 근저당권설정에 필요한 서류라고 잘못 알고 있는 피해자로부터 채권최고액 3,000만 원, 채무자 피고인, 근저당권자 공소외 8을 내용으로 하는 근저당권설정계약서와 채권최고액 1억 2,000만 원, 채무자 피고인, 근저당권자 공소외 9를 내용으로 하는 근저당권설정계약서에 서명·날인을 받고, 각 근저당권설정등기신청서 및 위임장 등에 날인을 받는 한편, 피해자의 인감증명서를 교부받았으며, ③ 이를 이용해 위 근저당권자들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주고, 합계 1억 원을 차용하였다.
바.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1) 피해자 공소외 2, 공소외 4는 피고인 등의 기망행위로 착오에 빠진 결과 토지거래허가 등에 필요한 서류로 잘못 알고 처분문서인 근저당권설정계약서 등에 서명 또는 날인함으로써 재산상 손해를 초래하는 행위를 한 것이므로, 피해자들의 위와 같은 행위는 사기죄에서 말하는 처분행위에 해당하고, (2) 또한 피해자 공소외 7 역시 피고인 등의 기망행위로 착오에 빠진 결과 피고인 등이 3,000만 원을 대출받기 위하여 필요한 담보제공서류로 잘못 알고 1억 원의 대출을 위한 근저당권설정계약서 등에 서명 또는 날인함으로써 재산상 손해를 초래하는 행위를 한 것이므로, 피해자의 위와 같은 행위 또한 사기죄에서 말하는 처분행위에 해당한다. 아울러 피해자들이 비록 자신들이 서명 또는 날인하는 문서의 정확한 내용과 그 문서의 작성행위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미처 인식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토지거래허가나 약정된 근저당권설정에 관한 서류로 알고 그와 다른 근저당권설정계약에 관한 내용이 기재되어 있는 문서에 스스로 서명 또는 날인함으로써 그 문서에 서명 또는 날인하는 행위에 관한 인식이 있었던 이상 처분의사도 인정된다.
사. 그럼에도 이와 달리 원심은 피해자들에게 그 소유 토지들에 근저당권 등을 설정하여 줄 의사가 없었다는 이유만을 들어 피해자들의 처분행위가 있었다고 할 수 없다고 잘못 판단하여 이 부분 각 주위적 공소사실을 모두 무죄로 판단하였다. 따라서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사기죄에서 말하는 처분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2. 파기의 범위
위에서 본 이유로, 원심판결 중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의 점, 2010. 12. 29. 사기의 점 및 2011. 4. 7. 사기의 점에 관한 각 주위적 공소사실 부분은 파기되어야 하고, 위 각 주위적 공소사실 부분이 파기되는 이상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의 점 및 각 사기의 점에 관한 각 예비적 공소사실 부분 역시 함께 파기될 수밖에 없으며, 나아가 원심은 위와 같이 파기되는 2011. 4. 7. 사기의 점에 관한 예비적 공소사실 부분을 포함하여 나머지 유죄 부분에 대하여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는 것으로 보아 하나의 형을 선고하였으므로, 결국 원심판결은 전부 파기되어야 한다.
3.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대법관 이상훈, 대법관 김용덕, 대법관 김소영, 대법관 조희대, 대법관 박상옥, 대법관 이기택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였고,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박병대의 보충의견, 대법관 김창석, 대법관 권순일의 보충의견, 대법관 김신의 보충의견이 있으며,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용덕, 대법관 김소영, 대법관 박상옥의 보충의견, 대법관 조희대의 보충의견이 있다.
4. 원심판결의 무죄 부분 중 각 주위적 공소사실에 관한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이상훈, 대법관 김용덕, 대법관 김소영, 대법관 조희대, 대법관 박상옥, 대법관 이기택의 반대의견은 다음과 같다.
가. 다수의견은, 비록 피기망자가 처분행위의 의미나 내용을 인식하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피기망자의 작위 또는 부작위가 직접 재산상의 손해를 초래하는 재산적 처분행위로 평가되고, 이러한 작위 또는 부작위를 피기망자가 인식하고 한 것이라면 처분행위에 상응하는 처분의사는 인정되며, 자신의 작위 또는 부작위에 따른 결과까지 인식하여야만 처분의사를 인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처분결과에 대한 인식을 처분의사로 이해해 온 종전 판례를 서명사취 사안의 처벌을 위해 갑작스럽게 변경하는 이러한 다수의견의 논리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찬성하기 어렵다.
(1) 절도는 범죄행위자의 탈취행위에 의하여 재물을 취득하는 것이고, 사기는 피해자의 처분행위에 의하여 재산을 취득하는 것으로, 양자는 처분행위를 기준으로 하여 구분된다. 이러한 의미에서 사기죄는 자기손상범죄, 절도죄는 타인손상범죄라고 설명된다. 사기죄에서 이러한 자기손상행위로서 처분행위의 본질이 충족되기 위해서는 피해자에게 자기 재산 처분에 대한 결정의사가 필수적이라고 할 것이다. 다시 말하면 피해자의 행위가 자신의 재산권과 관련되어 있다는 인식에 기초하여 형성된 의사에 지배된 작위 또는 부작위만이 사기죄에서 말하는 처분행위에 해당한다고 규범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다. 처분결과에 대한 아무런 인식 또는 의사가 없는 처분행위는 그 자체로서 모순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요컨대 피해자가 자신의 재산과 관련하여 무엇을 하였는지조차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모습의 사기죄는 자기손상범죄로서의 본질에 반한다.
종래 대법원이 일관하여 사기죄에서 말하는 처분행위란 재산적 처분행위를 의미하며, 그것은 주관적으로는 피기망자에게 처분의사 즉 처분결과에 대한 인식이 있고, 객관적으로는 이러한 의사에 지배된 행위가 있을 것을 요한다고 해석하여 온 까닭 역시, 이러한 사기죄의 본질 및 처분행위와 그 의사적 요소로서 처분의사의 의미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의 결과에 따른 정당한 해석론으로, 변경되어야 할 것이 결코 아니다.
결국 피기망자에게 처분결과에 대한 인식이 없는 경우에도 사기죄의 처분의사와 처분행위를 인정할 수 있다는 다수의견은 수긍하기 어렵다.
(2) 다수의견 역시 사기죄에서 말하는 처분행위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피기망자의 주관적 의사인 처분의사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 사기죄의 본질에 대해 재차 논하지 않더라도, ‘처분’의사라는 개념 자체는 이미 처분행위 내용에 상응하는 피기망자의 인식과 의사를 전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처분행위로 인한 결과에 대한 아무런 인식이 없는 처분의사가 처분행위의 주관적 의사가 될 수는 없다.
다수의견은 처분행위에서 처분의사는 착오에 빠진 피기망자에게 재산적 처분행위로 평가되는 작위 또는 부작위를 한다는 인식이 있으면 충분하다고 하는데, 그 실질적 의미를 보면 행위를 한 피기망자에게 의사무능력자의 행위나 무의식적 행위와 구분할 수 있을 정도의 사실적 행위 의사만 있으면 된다는 취지에 불과함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행위 의사를 처분행위에 상응하는 ‘처분’의사라고 평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처럼 다수의견은 사기죄에서 말하는 처분의사와 피기망자의 일반적 행위 의사를 혼동하고 있고, 처분행위에 처분의사가 필요하다고 하면서도 처분의사의 의미를 처분의사 개념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 내용으로 독자적으로 해석함으로써 스스로 모순에 빠져 있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도 다수의견의 논리는 부당하다.
(3) 사기죄의 구성요건은 사기죄의 본질에 따라 해석되어야 하고, 이러한 본질에 반하는 구성요건 해석론은 그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자기손상범죄로서 사기죄를 특징짓고 절도죄와 구분 짓는 처분행위의 해석상 피기망자에게 처분결과에 대한 인식은 당연히 요청되는 것으로, 사기죄의 다른 구성요건인 착오와 기망행위를 해석함에 있어서도 이에 반하는 해석론을 전개할 수는 없다. 즉, 사기죄의 본질 및 이를 통해 도출되는 처분의사의 의미에 의하면, 착오에 빠진 피기망자가 자신의 행위의 의미와 결과에 대한 인식을 가진 채 처분행위를 한 경우에만 사기죄가 성립될 수 있는 것이므로, 구성요건요소로서 피기망자의 착오 역시 처분행위의 동기, 의도, 목적에 관한 것에 한정되고, 처분결과에 대한 인식조차 없는 처분행위 자체에 관한 착오는 해석론상 사기죄에서 말하는 착오에 포섭될 수 없음이 분명하다. 구성요건으로서 기망행위에 대한 적정한 해석론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결국 사기죄의 본질과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이루어진 착오 및 기망행위에 대한 부적절한 구성요건 해석을 들어 피기망자의 처분결과에 대한 인식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다수의견의 논증은 선후가 바뀐 해석론에 불과하여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4) 사기죄의 처분의사 판단에서 피기망자에게 처분결과에 대한 인식이 필요 없는 것으로 해석하는 다수의견에 의하면 사기죄 성립 여부가 불분명해지고, 그 결과 처벌 범위 역시 확대될 우려가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행위자의 기망적 행위가 개입한 다수의 범행에서 피기망자의 인식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사기 범행과 사기 아닌 범행을 명확히 구분해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예를 들어 책이나 귀금속을 잠깐 보겠다고 거짓말하여 피기망자로부터 넘겨받은 후 이를 그대로 가져가 버린 이른바 책략절도 사안에서 대법원은 피기망자의 교부행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책 또는 귀금속이 피기망자의 점유하에 있다고 보아 피고인의 취거행위를 점유 침탈행위로 판단하여 절도죄로 처벌하여 왔다(대법원 1983. 2. 22. 선고 82도3115 판결, 대법원 1994. 8. 12. 선고 94도1487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이러한 책략절도의 경우 피기망자의 인식이나 의사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객관적·외부적 교부행위만을 가지고서는 피기망자가 책 또는 귀금속의 점유를 여전히 보유하고 있는지 또는 점유를 완전히 이전한 것인지를 명확히 판단하는 것은 결코 용이하지 않다. 결국 처분결과에 대한 인식을 내용으로 하는 처분의사는 사기죄를 절도죄와 구분하기 위한 중요한 구성요건적 개념으로 사기죄 해석에 있어서 포기되어서는 안 되는 것임이 분명하다.
(5)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이하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이라 한다) 제2조 제2호는 전기통신금융사기란 전기통신기본법 제2조 제1호에 따른 전기통신을 이용하여 타인을 기망·공갈함으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하거나 제3자에게 재산상의 이익을 취하게 하는 다음 각 목의 행위를 말한다고 정의하면서, 각 목의 행위 중 하나로 ‘자금을 송금·이체하도록 하는 행위’를 정하고 있고, 제15조의2 제1항 제1호(이하 ‘이 사건 처벌조항’이라 한다)는 전기통신금융사기를 목적으로 타인으로 하여금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에 정보 또는 명령을 입력하게 하는 행위를 한 자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 사건 처벌조항은 세금환급을 해 준다고 속이고 피해자를 현금인출기로 유인해 피해자로 하여금 자신의 계좌에서 보이스피싱 계좌로 돈을 송금 또는 이체하도록 하는 변종 보이스피싱 범죄의 경우, 기망당한 피해자가 자신의 재산을 처분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송금 또는 이체한 것이 아니어서 사기죄 적용 여부가 불분명하다는 점을 고려하여 이러한 범행까지 처벌하기 위한 필요에서 신설된 것이다. 그 결과 전기통신을 이용하여 피해자를 기망함으로써 피해자로 하여금 자신의 행위가 초래하는 결과에 대한 아무런 인식조차 못하도록 하여 돈을 송금 또는 이체토록 한 행위는 이 사건 처벌조항을 통해 처벌된다.
통신사기피해환급법상 이 사건 처벌조항의 이러한 제정 경위를 통해 알 수 있듯이, 피기망자로 하여금 자신의 행위로 인한 결과를 미처 인식하지 못하도록 하는 위법한 기망행위를 통해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행위자를 형사처벌하고자 한다면, 다수의견과 같이 사기죄에 관한 확립된 법리의 근간을 함부로 변경할 것이 아니라 별도의 입법을 하는 것이 올바른 해결책이라고 할 것이다.
나. 또한 다수의견은, 이 사건에서 문제 되고 있는 서명사취 사기의 경우에 피기망자가 처분문서의 내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서명 또는 날인하였다고 하더라도, 처분문서의 내용에 따른 재산상 손해가 초래되었고, 피기망자가 처분문서에 스스로 서명 또는 날인함으로써 그 처분문서에 서명 또는 날인하는 행위에 관한 인식이 있었던 이상 처분의사에 의한 처분행위를 인정할 수 있어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은 이유로 동의할 수 없다.
(1) 누누이 강조한 바와 같이 사기죄의 본질 및 그 구조에 비추어 사기죄에서 말하는 처분행위란 어디까지나 처분의사에 지배된 행위이어야 하고, 이러한 처분의사는 자신의 행위로 인한 결과에 대한 인식을 당연히 전제한다. 그 결과 피기망자가 기망행위로 인하여 문서의 내용을 오신한 채 내심의 의사와는 다른 효과를 발생시키는 문서에 서명·날인하여 행위자 등에게 교부함으로써 행위자 등이 그 문서의 내용에 따른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게 되는 이른바 서명사취 사안의 경우에는, 비록 피기망자에게 그 문서에 서명 또는 날인한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처분결과에 대해 아무런 인식이 없었으므로 처분의사와 처분행위를 인정할 수 없음이 명백하다.
(2) (가) 재산적 처분행위나 그 요소로서의 처분의사가 존재하는지는 처분행위자인 피기망자의 입장에서 파악할 수밖에 없고, 피기망자가 문서의 내용에 관하여 기망당하여 그에 대한 아무런 인식 없이 행위자에 의해 제시된 서면에 서명·날인하였다면, 오히려 작성명의인인 피기망자의 의사에 반하는 문서가 작성된 것으로서 문서의 의미를 알지 못한 피기망자로서는 그 명의의 문서를 위조하는 범행에 이용당한 것일 뿐(대법원 2000. 6. 13. 선고 2000도778 판결 등 참조), 그 의사에 기한 처분행위가 있었다고 평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실제로 이 사건과 같이 행위자가 그 문서의 내용을 기망하는 방법으로 토지 소유자로 하여금 근저당권설정계약서 등에 서명·날인하게 함으로써 서명을 사취한 후 이를 이용해 금전 대여자 앞으로 근저당권설정등기까지 마친 경우에, 피기망자가 한 행위는 근저당권설정계약서라고 기재된 문서에 서명·날인한 것일 뿐, 그와 같은 내용의 문서를 작성하겠다는 의사가 없었을 뿐 아니라 그러한 인식 자체도 없다. 그 문서는 피기망자의 의사에 의하지 아니하고 작성된 위조문서에 불과하며, 그 위조된 문서를 이용하여 근저당권설정 등의 행위를 하였다 하더라도 그 행위나 그에 따른 결과는 피기망자가 전혀 인식하거나 의도하지 아니한 것일 뿐 아니라 오히려 피기망자의 의사에 배치되는 것으로서 이에 피기망자의 제3자에 대한 처분의사가 담겨져 있다고 할 수 없다. 결국 피기망자에 대한 관계에서 그러한 결과는 제거되어야 할 대상에 그치며 그러한 결과에 관하여 피기망자가 제3자에 대한 처분행위를 하였다고 할 수는 없다.
(나) 대법원은 토지 일부만을 매수한 자가 그 부분만을 분할 이전하겠다고 거짓말하여 소유자로부터 인감도장을 교부받은 다음 토지 전부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이른바 ‘인장사취 사안’의 경우에 매수하지 아니한 부분에 관한 등기에 대하여는 소유자인 피해자의 처분행위가 없다는 이유로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1982. 3. 9. 선고 81도1732 판결 등 참조).
행위자인 피고인이 토지 소유자의 개입 행위 없이 스스로 소유권이전에 필요한 문서를 작성한 위와 같은 인장사취 사안이나, 이 사건과 같이 토지 소유자를 기망하여 문서의 내용에 대한 인식 없는 토지 소유자로 하여금 근저당권설정계약서에 서명·날인하도록 한 서명사취 사안 모두 피고인의 행위는 문서위조의 다양한 범행 태양 중 하나에 지나지 아니하고, 그 실질은 사기 범행이 아닌 토지 소유자 명의의 문서를 위조한 행위로서 양자 사이에 형사법적으로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없다.
(다) 서명사취 사안에서 사기죄를 인정하는 다수의견에 의하면, 문서의 기재 정도 또는 완성 여부나 피기망자의 서명 방식에 따라 사기죄의 성립 여부가 분명하지 아니하거나 달라지게 되어 혼란을 초래하고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하게 된다.
다수의견에 의하더라도 피기망자의 처분의사를 인정하려면 피기망자가 문서에 서명·날인할 당시 그 내용이 어느 정도로 특정되어 있어야 하는지 명확하지 아니하다. 이를테면, 근저당권설정계약서에 대한 서명을 사취한 경우에 피기망자의 서명·날인 당시 그 문서에 근저당권설정계약의 내용을 이루는 요소 중 어떠한 기재가 있어야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는지, 즉 근저당권자나 채무자의 표시, 채권최고액, 피담보채무의 내용과 범위, 근저당권의 목적물 중 일부 사항이 누락되어 있었던 경우에도 근저당권의 편취가 성립하는 것인지, 성립한다면 어떤 사항의 누락이 허용되는지 알기 어렵다.
나아가 다수의견이 처분의사의 존재를 인정하고 있는 서명사취 사안과 행위자가 피기망자에게서 서명대행권을 부여받은 사안의 구별이 쉽지 아니하여 사기죄의 처벌 범위가 모호해지거나 지나치게 확대될 우려도 있다. 다수의견에 따르더라도 행위자로부터 기망당한 피기망자가 즉석에서 행위자로 하여금 서명을 대행하도록 한 경우에는 이를 피기망자의 문서 작성 행위로 평가할 수 있어서 서명사취 사안과 마찬가지로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서명의 대행이 피기망자가 참여하지 아니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경우, 이를테면 행위자가 피기망자로부터 사전에 토지거래허가 서류에 대한 서명대행을 허락받은 다음 피기망자가 없는 계약 체결 현장에서 전혀 다른 내용의 처분문서인 근저당권설정계약서에 서명을 대행한 경우에도 피기망자의 처분의사 또는 처분행위가 인정되어 사기죄가 성립하는지, 혹은 문서위조죄만이 성립하는 것인지, 구체적인 사정이나 상황에 따라 사기죄의 성립 여부가 달라진다면 그 구별 기준은 무엇인지 쉽게 알 수 없다.
(3) 서명사취 사안의 행위자가 위조된 서면을 이용하여 그 정을 모르는 금전 대여자로부터 금전을 차용하기에 이르렀다면 금전 대여자에 대한 금전편취의 사기죄가 성립될 여지도 충분함을 아울러 고려하여 볼 때, 토지 소유자에 대한 사기죄가 성립되지 아니한다고 하여 적정한 형벌권 행사에 장애가 초래된다거나 처벌의 불균형이 발생한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오히려 서명사취 사안의 경우 피기망자인 토지 소유자의 행위나 의사의 개입 아래 문서 위조가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피기망자의 개입 행위가 전혀 없이 행위자 스스로 문서 위조 행위를 범한 인장사취 사안에 비하여 그 가벌성이 작다고 보지 못할 것도 아니다.
더욱이 이러한 경우에 금전 대여자에 대한 사기죄와 별개로 토지 소유자를 피해자로 한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보아 처벌하는 것이 타당한지도 의문이다. 행위자가 최초부터 금전을 편취할 의도 아래 토지 소유자 명의의 문서를 위조하였다면, 서명사취 범행에 따른 문서 위조는 금전 대여자에 대한 기망을 통하여 금전을 편취하는 일련의 사기 범행을 위한 수단이거나 그 실행행위에 포함되는 행위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행위자가 편취하였다는 근저당권은 그 차용금의 경제적 가치와 중복되므로 행위자가 일련의 범행 과정에서 취득한 각 재산적 이익이 기망행위의 상대방별로 구분되는 별개의 것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고, 서명사취 행위는 금전 대여자에 대한 사기죄의 가벌적 평가에 이미 포함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민사법적으로 행위자인 피고인이 토지 소유자에 대한 담보설정에 따른 손해와, 금전 대여자에 대한 차용금 상당의 손해를 동시에 배상할 지위에 있다고 보기 어려움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기망의 수단으로 재산을 취득하는 모든 행위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는 없는 것이고, 이러한 행위라 하더라도 사기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것은 비록 그 행위의 가벌성이 크다고 하여 함부로 처벌하여서는 아니 된다. 피기망자에게 처분결과에 대한 인식이 없음에도 가벌성이 큰 기망행위라는 이유만으로 사기죄로 처벌한다면 이는 형법의 자유보장적 기능을 정면으로 훼손하는 것이다.
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사기죄에서 말하는 처분행위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처분결과에 대한 피기망자의 주관적인 인식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고, 서명사취 사안의 경우 피기망자에게는 자신이 서명 또는 날인하는 처분문서의 내용과 그 법적 효과에 대하여 아무런 인식이 없으므로 처분의사와 그에 기한 처분행위를 부정함이 옳다.
라. 같은 취지에서 원심 판시 각 토지 소유자인 피해자들이 그 각 소유 토지에 관하여 근저당권 등을 설정할 의사가 있었던 것이 아니어서 피해자들의 재산적 처분행위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이 부분 각 주위적 공소사실에 대하여 사기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본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사기죄의 처분행위 또는 처분의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에 찬성할 수 없음을 밝힌다.
5.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박병대의 보충의견은 다음과 같다.
민법상 법률행위나 의사표시의 핵심은 효과의사이다. 법적으로 의미 있는 행위는 그에 의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법률효과에 대한 행위자의 인식이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기죄에서 기망에 의한 처분행위가 인정되려면 행위자(피해자)에게 그 행위의 결과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한다는 논리는 민법상 법률행위에서 효과의사가 있어야 한다는 것과 유사한 구조이다. 그런데 사기 피해자의 처분의사는 그 성질상 착오를 수반할 수밖에 없다. 처분행위의 법적 결과에 대한 착오이든 경제적 효과에 대한 착오이든 타인의 기망행위로 인하여 내심의 기대와 다른 결과가 초래되는 데 대한 착오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한 착오는 대개는 동기의 착오에 해당한다. 물건의 효능을 속이는 전형적인 물건 사기나 차용금 사기, 투자금 사기와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이 사건에서 문제 되는 서명사취는 표시상의 착오에 속한다. 내심의 의사는 토지거래허가신청을 하는 것이었는데 기망을 당한 결과 실제는 근저당권설정등기신청서류에 서명을 하였다는 것이다. 내심의 효과의사와 표시상의 효과의사가 부합하지 않는 결과가 생긴 것이다. 이를 민법상 의사표시의 관점에서 보면, 표시된 처분행위에 합치하는 효과의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의사표시의 부존재 내지 불성립으로 볼 여지가 있다. 그러나 민법 이론에서조차도 표시행위에 합치하는 내심의 효과의사가 있었는지만을 기준으로 법률행위의 존부를 판단하는 견해는 거의 없다고 보인다. 효과의사의 본체는 표시행위를 통하여 외부에서 추측·판단되는 의사이므로, 내심의 의사와 표시된 의사가 불일치하더라도 표시된 효과의사에 따른 의사표시 또는 법률행위가 성립하여 존재한다고 이해하는 것이 지배적 다수의 견해이다. 그리고 이와 달리 내심의 의사가 효과의사의 본체라고 보거나 효과의사에 따른 표시행위를 한다는 인식, 즉 표시의사도 의사표시의 구성요소라고 보는 견해에서도, 표의자가 내심의 효과의사와 다른 것으로 이해될 수밖에 없는 표시행위를 한 경우 그에 따른 불이익은 의사와 표시의 불일치를 야기한 표의자 자신이 부담하는 것이 자기책임의 원칙에 부합하므로, 표시행위의 내용대로 의사표시가 성립하는 것으로 보는 규범적 해석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므로 내심과 다른 표시행위가 타인의 기망행위로 이루어진 경우에 표의자가 어떤 책임을 질 것인지는, 표시행위로부터 추단되는 의사표시의 ‘존재’는 인정하는 바탕 위에서 자기책임의 원칙과 사기 또는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 등의 법리에 의하여 법률관계가 정리된다.
민사법상 의사표시에 관한 논의가 그럴진대, 형사법상 기망행위자의 사기죄의 성립 여부를 따지는 국면에서, 서명사취의 경우는 의사와 표시가 일치하지 않아 처분행위가 부존재 내지 불성립이라고 하는 것은 원시적 의사주의 이론으로 시계를 되돌리는 것이다. 표의자를 기망하여 내심과 불일치한 표시행위를 하게 하는 것이 기망행위자의 본래 의도이고, 그 의도대로 표시행위가 이루어졌음에도 내심의 의사가 표시와 일치하지 않는다고 하여 사기죄의 처분행위가 부존재한다고 하는 것은 사기죄의 근본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고 형사상 책임원리에도 배치된다. 의사표시의 해석 방법으로 내심의 의사를 앞세우는 자연적 해석론에 의하든 표시행위를 중시하는 규범적 해석론에 의하든, 사기죄에서 처분행위의 존부를 따질 때에는 당연히 표시행위를 기준으로 하는 규범적 해석에 따르는 것이 옳다. 의사와 표시의 불일치가 기망행위에 의하여 초래되었는데 그것이 오히려 기망행위자에게 유리한 판단요소로 작용하도록 해석할 수는 없다. 표시행위를 그르친 원인이 기망행위라면, 기망행위자에 대해서는 표시된 데 따라 죄책을 묻는 것이 합당하다.
요컨대 효과의사가 행위의 핵심지표일 수밖에 없는 민법상 법률행위 이론에서도, 효과의사는 행위자의 내심의 의사라는 자연적 사실의 개념이 아니라 규범적 평가의 대상으로 보아야 한다는 데 거의 이론이 없다. 다시 말해 민법 이론에서도 의사와 표시의 불일치로 인한 표시상의 착오가 있다고 하여 표시된 대로의 효과의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의사표시가 원천적으로 ‘부존재’라고 하지는 않는다. 또한 당사자의 내심의 의사가 표시행위와 다르다는 것이 확인되었다고 해서 내심의 의사가 그 법률행위의 내용이 된다고 보지도 않는다. 하물며 형법상 사기죄와 관련하여 피해자의 처분행위가 문제 되는 국면에서, 민법상 효과의사의 개념보다 더 엄격하게 내심의 의사와 표시된 의사의 사실적 일치가 있어야만 처분의사를 인정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균형이 맞지 않는다. 의사와 표시의 합치를 사기죄에서 오히려 더 강하게 요구할 이유는 없다. 민법상 효과의사와 사기죄의 처분의사를 대비하여 굳이 그 포섭 범위를 따진다면, 형사상 처분행위의 개념을 민사상 법률행위의 개념보다 좁혀서 보는 것은 규범목적상 타당하지 않고 자연스럽지도 않다. 거기에 피고인의 이익 보호를 위한 엄격해석주의 등 형사법 특유의 논리가 전개될 공간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한편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가 기망에 의한 것일 때, 이를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로 구성할 것인지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로 구성할 것인지는 민사법의 논의 영역에서는 실익이 있다. 표의자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에 그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는지 여부 등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형사법적으로 사기죄의 성립 여부가 문제 되는 상황에서는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이든,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이든, 또 동기의 착오에 해당하든 표시상의 착오에 해당하든 구분할 뚜렷한 실익이 없다. 사기죄에서 피해자의 처분행위가 기망으로 인한 하자 있는 의사표시여야 한다는 것은 피고인의 기망행위와 피해자의 처분행위 사이의 인과관계 측면에서 주로 문제 될 뿐 피해자가 어떤 내심의 의사로 그러한 처분행위를 하였는지에 따라 사기죄의 성립 여부가 좌우된다고 볼 것은 아니다. 더구나 민법상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와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 중 유독 표시상의 착오가 있는 경우만 사기죄의 처분행위 범주에서 배제할 합리적인 이유는 없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문제 되는 것과 같은 서명사취는 단순히 백지에 서명만을 받은 것이 아니다. 문서의 내용 자체로 재산적 처분행위의 취지가 명시되어 있는데 행위자가 다른 취지의 문서라고 피해자를 기망하여 서명을 받은 것이다. 말하자면 이때의 서명은 무의식의 행위가 아님은 물론이고 단순한 사실행위가 아니다. 문서의 내용과 결합하여 재산적 처분행위를 구성하는 의사를 외부적으로 표시하는 행위이다. 다만 기망을 당하여 그 표시행위가 내심의 의사와 다른 의미를 가지는 것을 행위자가 인식하지 못하였을 뿐이다. 재산적 처분행위의 내용이 처분문서인 서면으로 작성된 경우에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문언대로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한다는 것이 확립된 판례이다. 서명사취에 의하여 작성된 처분문서라고 하여 그 원칙이 달리 적용되어야 할 이유는 없다. 서명사취에 의하여 받은 문서를 이용하여 제3자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어 그 원인행위의 효력이 문제 될 때, 이를 의사표시의 부존재로 인정하는 예는 없다. 서명사취된 근저당권설정계약서의 문언에 따른 법률행위가 존재하는 것을 전제로 사기, 착오 또는 무권대리 등의 논리로 유·무효를 따질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사상 사기죄와 관련해서는 서명사취에는 처분결과에 대한 인식이 없어 처분행위가 부존재한다고 하는 것은 논리의 일관성도 없고 형사법 고유의 규범목적에도 배치된다. 하나의 행위를 두고 민사법 관계에서는 법률행위가 존재하는 것으로 인정하면서 형사법 관계에서는 처분행위가 아니라고 하는 것은 규범 질서의 정합성에 혼선을 야기할 뿐이다.
판례가 오토바이를 시운전 명목으로 교부받아 운전하여 도주한 행위가 사기죄가 아닌 절도죄가 된다고 한 것은, 오토바이의 교부행위가 그 당시의 전후 사정으로 볼 때 처분권의 이전이라는 외관을 가지는 처분행위가 아니기 때문이다. 처분문서에 대하여 서명사취를 한 경우는 행위의 외관이 곧 처분문서의 내용이므로 위 오토바이 절취의 경우와는 법적 해석이 같을 수 없다.
그러므로 종래 일부 판례가 사기 피해자의 처분행위에 처분결과에 대한 인식이라는 엄밀한 의미의 처분의사가 필요하다고 한 것은 형사법적 규율 구도에 부합하지 않을 뿐 아니라 민사법상 법률행위 이론의 틀에서 보더라도 조화롭지 못하다. 사기죄에서도, 민사법상 일반적인 의사표시 이론에서처럼 표시된 행위에서 추단되는 규범적 평가 개념으로서의 효과의사가 인정되고, 그러한 표시행위가 피해자의 하자 있는 의사에 의한 것인 이상 피해자의 처분의사는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것이 민사법과 형사법을 관통하는 행위론의 본질에 부합한다.
이상으로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밝혀둔다.
6.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창석, 대법관 권순일의 보충의견은 다음과 같다.
가. 종래 대법원은, 사기죄에서 피기망자의 처분행위가 있다고 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피기망자의 처분의사가 있어야 하는데, 피기망자의 처분의사가 인정되려면 피기망자가 처분행위라고 평가되는 행위 그 자체를 인식하는 것에서 나아가 그로 인한 결과까지 인식하여야 한다고 보아왔다. 그러나 이에 따르면 마땅히 사기죄로 처벌되어야 할 행위들이 사기죄의 성립 범위에서 제외되는 결과가 발생하고, 그러한 결과가 이론적으로도 옳지 않다는 점에서 종전 견해를 변경하고자 하는 것이다.
(1) 반대의견은 종전 견해가 유지되어야 한다는 논거로서, 사기죄에서 자기손상행위로서 처분행위의 본질이 충족되기 위해서는 피해자에게 자기 재산 처분에 대한 결정의사가 필수적이라고 할 것인데, 피해자의 행위가 자신의 재산권과 관련되어 있다는 인식에 기초하여 형성된 의사에 지배된 작위 또는 부작위만이 사기죄에서 말하는 처분행위에 해당한다고 규범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만약 처분행위로 인한 결과에 대한 책임을 그 처분행위를 한 자에게 귀속시키고자 하는 경우라면 그 처분행위를 한 자는 처분행위로 인한 결과를 인식하여야 한다고 볼 수 있다. 구성요건을 이루는 사실을 행위자가 인식하지 못하였다면 그의 책임으로 귀속시킬 수 없다는 책임주의 원칙상 당연한 결과이다. 그러나 사기죄에서 피해자의 처분의사가 필요하다고 보는 것은 처분행위자에게 그 처분행위로 인한 결과에 대한 책임을 귀속시키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사기죄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피해자의 처분행위에 의하여 직접적으로 재산의 이전이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그런데 피해자의 처분행위가 있다고 하기 위해서는 처분행위로 평가될 수 있는 행위가 피해자에 의하여 이루어졌다는 객관적 측면만으로는 부족하고 그에 상응하는 처분의사까지 인정되어야 한다. 따라서 처분의사의 기능은 피해자에게 재산상 손해를 초래하고 행위자 등에게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의 취득을 가져오는 것으로 평가되는 행위를 피해자가 인식하고 하였다는 점을 확인하는 의미를 넘어서지 않는다. 이러한 관점에서 다수의견은 처분의사의 인정에 필요한 피해자의 인식 대상은 처분행위로 평가될 수 있는 행위 그 자체에 대한 것으로 충분하고 그로 인한 결과에까지 확장될 필요가 없다고 보는 것이다. 사기죄의 구성요건상 처분행위는 행위자 등의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의 취득이라는 처분행위로 인한 결과와는 명확하게 구분되고, 주관적 요소는 객관적 요소에 상응하는 것인데, 처분의사의 인정에 필요한 피해자의 인식 대상을 처분행위라고 평가되는 행위 그 자체에 국한시키는 것이 그러한 기준에 들어맞는 것이기도 하다.
(2) 종전 견해에 의하면 피해자가 행위자의 기망행위나 그로 인한 자신의 착오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하고 처분행위를 하였으나 그로 인한 결과 발생을 인식한 경우에는 사기죄의 성립을 긍정하나, 나아가 피해자가 처분행위로 인한 결과 발생까지 인식하지 못하고 처분행위를 한 경우에는 사기죄의 성립을 부정한다. 반대의견은 이러한 결과가 자기손상범죄로서의 사기죄의 본질에 들어맞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어느 경우이든 행위자의 기망행위와 그로 인한 피해자의 착오가 존재하고, 그러한 착오에 따른 피해자의 행위가 존재하며, 그러한 행위에 따른 피해자의 재산상 손해가 존재한다. 어느 경우이든 자기손상행위가 있다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반대의견은 처분결과에 대한 인식이 없으면 자기손상범죄로서의 사기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한다. 피해자의 의사결정의 자유가 정당하게 행사된 것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피해자의 행위로 볼 수 없다는 논리로 이해된다. 사기죄는 피해자의 행위에 의하여 재산의 이전이 이루어졌으나 행위자의 기망행위로 인하여 피해자가 의사결정의 자유를 올바르게 행사하지 못한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이다. 이 점에서 행위자의 기망행위로 인하여 피해자의 의사결정의 자유가 더 침해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경우를 자기손상범죄에서 제외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
나. 반대의견은 사기죄의 본질에서 도출되는 처분의사의 성질상 피기망자의 착오는 동기, 의도, 목적에 관한 것에 한정되고, 처분결과에 대한 인식조차 없는 ‘처분행위 자체’에 관한 착오는 사기죄에서 말하는 착오에 포섭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은 사기죄의 구성요건 중 착오가 처분행위의 이전 단계에서 존재하여야 하고, 처분행위 자체에는 존재하면 안 된다고 착오의 포섭 범위를 한계 지우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피기망자의 내심의 의사와 외부로 표시된 의사가 일치하여 의사표시 자체에는 아무런 결함이 없어야 한다는 반대의견의 해석을 서명사취 사안에 적용하면, 피기망자가 문서의 구체적인 내용과 그 문서의 작성이 가져올 결과를 알면서 그 문서에 표시된 의사에 따른 효력을 발생시킬 내심의 의사로 서명·날인한 것이 아니라면 처분의사를 인정할 수 없게 된다. 서명사취 사안은 행위자가 피기망자의 의사표시를 이끌어내는 과정에서 기망행위가 존재하는 경우이므로 피기망자가 외부에 표시된 의사를 기준으로 객관적으로 인식될 의사표시의 의미와 효과를 알아차리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런데 반대의견은 피기망자의 의사표시가 필요한 사기 유형에서는 유독 그 의사표시에 대해서만큼은 피기망자의 내심의 의사와 표시된 의사가 일치함으로써 하자가 없는 것이어야 한다고 고집하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수긍하기 어렵다.
한편 형사법적으로 처분행위가 법률행위인 경우 그것이 유효이든, 무효이든, 취소할 수 있는 것이든 사기죄의 성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서명사취 사안의 경우 비록 편취된 것이기는 하나, 피기망자의 처분문서 작성을 통해 외부적으로 드러난 의사표시가 객관적으로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의사표시는 행위자 등으로 하여금 직접 재산을 취득하게 하는 효과를 발생시키는 처분행위로 평가된다. 민사법적으로 보더라도, 비록 착오에 빠진 결과 내심의 효과의사와 표시상의 효과의사가 일치하지 않더라도, 처분문서에 대한 서명 또는 날인을 통한 처분문서 작성과 그 교부 등을 통해 이러한 의사가 인식될 수 있는 외부적인 행위, 즉 표시행위가 분명히 존재하므로, 서명사취 사안의 경우 처분문서의 내용에 따른 의사표시가 성립하여 존재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게다가 피기망자가 행위자의 기망행위에 의하여 처분문서의 내용을 알지 못하였더라도 스스로 처분문서에 서명 또는 날인하여 처분문서를 작성한 이상 문서의 진정 성립은 인정된다. 행위자가 서명사취 행위에 대하여 사문서위조죄로 처벌받았다고 하더라도 문서 작성을 통해 외부로 표시된 의사표시가 부존재한다거나 표시상의 효과의사가 없다고 할 수 없다. 이와 같이 행위자의 기망행위로 피기망자가 착오에 빠진 나머지 객관적으로 의사표시로 인정되는 처분문서의 작성과 같은 어떤 행위를 하였고, 그에 기초하여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의 이전이 이루어졌으며 그 결과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였음에도, 단지 피기망자의 내심의 의사와 외부로 표시된 의사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처분의사를 인정할 수 없다고 하여 사기죄의 성립을 부정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다. (1) 사기죄의 처분의사에 피기망자의 처분결과에 대한 인식을 요하지 않는다고 하여 반대의견의 언급과 같이 사기죄의 성립 여부가 불분명해지거나 처벌 범위가 불합리하게 확대될 우려가 있다고 하기도 어렵다.
다수의견은 처분의사에 처분결과에 대한 인식을 요하지 않는다는 것일 뿐 사기죄의 구성요건요소로서 처분행위 개념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 개별 사안에서 피기망자의 처분행위 즉, 피기망자의 하자 있는 의사에 의하여 지배된 작위 또는 부작위로서 직접 재산상 손해를 초래하는 재산적 처분행위가 존재하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사기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재산상 이익에 대한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본 종래의 판례들, 즉 치료비 채무의 이행을 모면하기 위하여 병원을 빠져 나와 도주한 사안(대법원 1970. 9. 22. 선고 70도1615 판결 참조), 기존 채무와 관련하여 위조된 약속어음을 교부한 사안(대법원 1982. 9. 28. 선고 82도1759 판결 참조) 등의 경우에도 굳이 피기망자에게 처분결과에 대한 인식이 있었는지 여부를 고려하지 않더라도 재산상 손해를 초래하는 피기망자의 재산적 처분행위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던 경우이므로,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결론이 어려움 없이 도출될 수 있다.
또한 반대의견이 예로 들고 있는 책이나 귀금속을 구입할 것처럼 건네받은 다음 가지고 도주하는 이른바 ‘책략절도’의 경우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물건을 구입하려는 사람에게 구경할 수 있도록 잠시 점유를 이전한 것뿐이다. 재물에 대한 탈취가 일어난 것은 피해자의 하자 있는 의사에 의하여 지배된 처분행위가 있었기 때문이 아니며, 오히려 물건을 가지고 달아나는 행위자의 추가적인 행위에 의하여 재물의 취득이 발생한 것일 따름이다. 따라서 처분행위의 존재를 인정할 수 없어서 사기죄가 성립할 수 없는 사안이다. 객관적·외부적으로 인식되는 교부행위를 기준으로 판단하더라도 피해자가 행위자에게 물건에 관한 점유를 완전히 이전한 것이 아님을 쉽게 알 수 있다. 요컨대 이 경우 처분행위의 존재를 인정할 수 있는지에 따라 사기죄의 성립 여부를 가릴 수 있으므로, 반드시 처분결과에 대한 인식까지 포함시켜 처분의사를 파악하여야 사기죄와 책략절도죄를 구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2) 반대의견이 지적하는 것처럼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의 제정에 따라 전기통신금융사기와 관련한 여러 처벌조항이 신설됨으로써, 피해자에게 돈을 송금 또는 이체한다는 인식이 없는 경우를 포함하여 전기통신을 이용한 다양한 유형의 사기범죄에 대한 명확한 처벌근거가 마련된 것은 맞다. 그러나 형법상 사기죄의 성립을 두고 그동안 논란의 소지가 있었던 부분을 명확히 하고, 새롭게 등장하는 신종·변종 수법의 보이스피싱 범죄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하여 위와 같은 처벌조항이 신설되었다고 하여, 처분의사의 인정에 처분결과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는 해석론이 도출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현행법의 해석으로 충분히 사기죄로 처벌할 수 있음에도 사기죄의 성립 범위를 축소하는 해석을 한 다음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하여 다시 입법적인 해결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보기 어렵다.
라. (1) 이른바 ‘인장사취 사안’과 ‘서명사취 사안’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용도를 속여 토지 소유자로부터 인감도장을 교부받은 후 그 소유 토지에 관하여 임의로 제3자 앞으로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쳐 준 인장사취 사안을 상정해 보면, 이러한 경우 피기망자의 처분행위라고 할 만한 외부적 의사표시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오로지 행위자가 편취한 인장을 사용하여 피해자 명의의 근저당권설정등기에 필요한 서류를 위조한 행위가 존재할 뿐이어서, 사기죄로 처벌할 수 없음이 명백하다. 반면에 서명사취 사안에서는 재산상 손해를 초래하는 처분행위에 해당하는 근저당권설정계약서 등에 의한 피기망자의 외부적 의사표시가 엄연히 존재한다. 인장사취 사안의 경우 근저당권설정계약에 관한 피기망자의 어떠한 의사표시가 있다고 할 수 없는 결과 사취된 인장에 의하여 마쳐진 등기는 원인무효의 등기로서 말소될 수밖에 없다는 사정을 고려하면, 서명사취 사안의 경우와 법적 평가를 달리하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할 수 없다.
(2) 이 사건과 같은 근저당권설정계약서에 대한 서명사취 사안의 경우, 민사법적으로 토지 소유자인 피해자가 기명날인의 착오나 서명의 착오를 이유로 근저당권설정계약의 취소를 주장하여 금전 대여자 앞으로 마쳐진 근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를 구할 수도 있다(대법원 2005. 5. 27. 선고 2004다43824 판결, 대법원 2006. 10. 27. 선고 2006다41778 판결 등 참조). 그러나 표의자인 피해자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취소가 배제된다(민법 제109조 제1항 단서).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를 이유로 취소 주장을 하는 경우에는, 제3자인 근저당권자가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임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 한하여 취소가 허용된다(민법 제110조 제2항). 나아가 근저당권설정계약에 기초한 근저당권자 지위를 양수하는 등으로 새로운 이해관계를 맺은 선의의 제3자에 대하여는 위와 같은 취소로 대항할 수 없다(민법 제109조 제2항, 제110조 제3항).
결국 토지 소유자인 피해자가 서명이나 날인이 사취되었음을 들어 자신의 토지에 관하여 설정된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말소시켜 권리를 회복하는 것이 언제나 가능한 것도 아니다. 따라서 토지 소유자를 사기죄의 피해자로 보호할 형사정책적 필요성이 분명하게 인정된다.
마. (1) 서명사취 사안에서 금전 대여자에 대한 차용금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사정이 토지 소유자에 대한 사기죄의 성립을 부정할 논거가 될 수는 없다. 두 가지 사기 범행은 피해자를 달리하고, 기망행위의 내용도 상이하다. 범행으로 인하여 영득한 재산 역시 전자의 경우는 재물인 금전인 반면, 후자의 경우는 타인 소유 부동산을 담보로 이용할 수 있는 재산상 이익이라는 점에서 확연히 구분된다. 두 가지 범죄는 양립이 불가능하거나 서로 배척하는 관계에 있지도 않다. 그리고 토지 소유자에 대한 서명사취 사기 범행이 금전 대여자에 대한 사기 범행에 일반적·전형적으로 결합되어 수반되는 범행의 관계에 있지도 아니하다. 그런데도 반대의견은 행위자가 범행의 결과로 금전을 편취하였다는 점에 지나치게 주목한 나머지 범행에 따라 여러 피해자들에게 서로 다른 법익 침해의 결과가 발생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또한 행위자나 제3자에 대한 증여 또는 채무 면제의 의사표시가 기재된 처분문서에 피기망자로 하여금 서명이나 날인을 하도록 하여 재산을 편취한 경우라면 피기망자를 피해자로 하는 사기죄 이외에 별개의 사기죄가 성립할 여지가 없다. 게다가 이 사건과 같이 형사소송 절차에서 증명이 충분하지 않아 금전 대여자에 대한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을 수도 있고, 담보권설정계약이 민사적으로 유효하다고 인정되면 금전 대여자가 굳이 행위자의 형사책임을 문제 삼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반대의견의 주장과 달리 사기죄로 처벌하는 데에 빈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를 바로 이 사건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2) 서명사취 사안에서 행위자가 사문서위조죄로 처벌될 수 있다고 하여 형벌권이 적정하게 실현된다고 할 수 없다. 서명사취 사안의 실질은 기망행위를 통한 재산영득범죄이다. 그런데도 이러한 가벌적 행위의 핵심적이고 본질적인 부분을 처벌하지 아니하고 그 수단적 행위인 문서위조 범행만을 처벌한다는 것은 행위 및 결과의 불법성에 부합하는 적정한 형벌권의 행사라고 할 수 없다. 그리고 사기죄와 사문서위조죄는 그 법정형의 차이가 크고, 사기죄에는 편취액에 따라 가중 처벌하는 특별법의 규정이 있으나 사문서위조죄에는 그러한 규정이 없으므로, 서명사취 범행을 통해 행위자 등이 막대한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경우에도 가벼운 사문서위조죄로 처벌하는 데 그치는 처벌의 불균형이 발생한다.
바. (1) 피기망자가 서명이나 날인을 할 당시 처분문서의 내용이 어느 정도로 특정되어 있어야 처분행위를 인정할 수 있느냐의 문제는 사안마다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성질의 것이다. 범죄행위의 태양이 다양한 만큼 개별 사안의 특수한 사정을 모두 포섭할 수 있는 획일적인 기준을 제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사기죄에서 처분행위가 차지하는 역할과 기능에 비추어 핵심적인 판단 기준은 피기망자가 서명이나 날인을 한 문서가 처분문서로서의 외관을 갖추고 있어 행위자 등에게 직접적으로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 취득의 효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 해당 처분문서에 대한 서명이나 날인 행위로 인하여 외부적·객관적으로 피기망자의 재산 처분의 의사표시가 이루어졌다고 평가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다시 말하면 피기망자의 서명이나 날인 행위가 그러한 결과 발생에 본질적 기여를 한 것인지 여부라고 할 수 있다. 결국 범죄 성립 여부와 관련하여 빈번하게 마주치는 구성요건에의 포섭의 문제일 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2) 사기죄는 행위자가 아닌 피기망자 스스로의 처분행위가 있고, 그러한 행위가 행위자 등의 재산취득이라는 결과를 초래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어야 피기망자의 처분행위를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사회통념상 피기망자 자신의 서명·날인과 같게 취급하는 것이 타당할 정도로 행위자나 제3자가 마치 피기망자의 수족처럼 그의 지시에 따라 기계적으로 서명·날인을 대행한 경우가 아닌 이상, 행위자가 처분문서에 기재될 내용을 기망하여 피기망자로부터 서명·날인의 대행을 허락받아 피기망자에게 재산상 손해를 초래하는 처분문서에 피기망자의 서명·날인을 대행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인장사취 사안과 다를 바 없어 피기망자가 처분행위를 하였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상과 같이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밝힌다.
7.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신의 보충의견은 다음과 같다.
가. 피기망자가 처분행위의 의미나 내용을 인식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기망자의 작위 또는 부작위가 직접 재산상 손해를 초래하는 행위로서 착오에 빠진 피기망자의 하자 있는 의사에 지배된 것이고, 그로 인하여 피고인이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다면 사기죄가 성립하고, 피기망자의 작위 또는 부작위에 따른 결과에 대한 인식까지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다수의견에 찬성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사기죄가 성립하는지 여부는 형법에서 정한 구성요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사기죄의 성립에 피기망자의 처분결과에 대한 인식이 있는 처분행위가 필요한지 여부도 그 문언해석을 기초로 판단하여야 한다.
형법은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와 같은 방법으로 제3자로 하여금 재물의 교부를 받게 하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게 한 자를 사기죄로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형법 제347조). 문언상 피고인이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는 행위를 구성요건으로 정하고 있을 뿐, 피기망자가 처분결과를 인식하고 처분행위를 하는 것을 구성요건으로 삼고 있지 않음이 명백하다.
그런데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피고인이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기 위한 전제로서 피기망자의 재물 교부나 재산상 손해를 초래하는 행위가 수반된다. 어떠한 행위가 피기망자의 행위로 평가될 수 있으려면 자연적 행위 자체에 대한 피기망자의 인식이 필요하고, 그와 같은 인식조차 없는 무의식적인 행동을 피기망자의 행위라고 평가할 수 없음은 당연하다. 그러나 피기망자의 작위 또는 부작위가 직접 재산상 손해를 초래하는 행위로서 피기망자의 의사에 지배된 것이라고 인정되면, 이를 피기망자의 행위가 아니라고 평가할 이유가 없다.
사기죄의 본질은 기망에 의한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의 취득에 있고, 피고인이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함에 있어 피해자 즉 피기망자의 처분행위가 개입된다. 피기망자의 처분행위가 피고인의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 취득의 전제가 될 뿐인데도 그와 같은 처분행위에 반드시 피기망자의 처분결과에 대한 인식까지 필요하다고 볼 법률상 근거나 논리적 필연성이 없다. 이는 형사정책적 관점에서 처벌의 필요성과 형법의 법익 보호적 기능을 중시한 것이 아니라 형법 규정에 관한 자연스러운 해석의 결과이다.
(2) 사기죄에서 피고인이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는 다양한 행위 태양을 통일적으로 해석하기 위해서도 피기망자가 처분결과를 인식한 채 처분행위를 한 경우에만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
형법이 사기죄에 의하여 보호하려는 것은 피해자의 의사결정의 자유가 아니라 전체로서의 피해자의 재산이다. 따라서 사기죄에서 피고인의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 취득의 전제가 되는 피기망자의 처분행위는 객관적으로 직접 재산상 손해를 초래하는 것이라면 민법상 법률행위임을 요하지 아니하고 순수한 의미의 사실행위도 포함되며, 그것이 유효이건 무효이건 또는 취소할 수 있는 것이건 묻지 않는다.
그런데 처분행위가 의사표시나 법률행위의 외형을 가지는 경우 피기망자가 처분결과를 인식한다는 의사가 존재할 수 있겠지만, 처분행위가 순수한 의미의 사실행위인 경우에도 그와 같은 의사를 인정한다는 것은 피기망자의 행위 자체에 대한 인식을 처분결과에 대한 인식으로 본다는 의미에 지나지 않는다. 피고인의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 취득의 전제가 되는 피기망자의 처분행위에 민법상 법률행위에서나 상정 가능한 결과발생의 인식이라는 의사가 필요하다고 보고, 나아가 그와 같은 의미의 처분의사를 사기죄의 구성요건으로 해석하려는 시도는, 피고인이 피기망자의 사실행위에 의해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는 경우와 피기망자의 법률행위에 의해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는 경우에 관한 통일적 해석을 포기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3) 사기죄에서 처벌하는 대상은 피고인의 행위이고, 사기죄의 성부를 판단함에 있어 평가해야 하는 대상도 피고인의 행위이지 피기망자의 행위는 아니다. 그러므로 사기죄의 성립 여부는 피고인의 행위 측면에서 평가하여 판단할 문제이고 피기망자의 행위 측면에서 평가하여 가려낼 문제가 아니다.
피해자의 처분의사가 처분결과에 대한 인식을 의미하고 그것이 구성요건이라고 이해하려는 태도는 피기망자의 주관적 의사와 객관적 표시행위의 불일치가 있는 경우 그 표시행위의 효력 유무를 평가하려는 것이라는 점에서 민법상 의사표시의 해석론과 맥락을 같이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민법상 의사표시의 해석론은 피기망자의 의사표시가 부존재하는지, 또는 그 의사표시에 무효나 취소사유에 해당하는 하자가 있는지 여부를 가려서 의사표시에 부여할 법률효과를 판단하는 문제인 반면, 사기죄의 성립 여부는 그와 같은 상태를 초래하여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피고인의 행위가 형법에서 규정한 처벌 대상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문제이다. 이와 같이 사기죄가 피고인의 행위를 처벌하려는 것인 이상, 피고인의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 취득의 전제가 되는 피기망자의 처분행위는 피고인의 행위가 사기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평가하는 수단에 불과하므로, 민법상 법률행위와 같이 완결된 의미의 의사표시가 되어야 할 이유나 필요가 없고, 처분행위가 없다면 그 논리적 귀결로서 피고인이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다고 인정될 수 없다는 소극적인 의미를 가질 뿐이다.
객관적으로 살펴볼 때 피기망자의 처분행위로 인하여 직접 피고인이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음이 인정되고, 그것이 피고인의 기망행위와 인과관계가 있는 것이라면 사기죄가 성립한다. 피기망자의 내심의 의사에 따른 법률효과가 발생하는지 여부는 민사사건에서 별도로 논의할 문제이고, 피고인이 피기망자의 행위에 의한 처분문서의 내용에 따른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때에 피기망자의 내심의 의사와 다른 법률효과가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사기죄에서 제외해야 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
나. 반대의견의 핵심적인 내용은, 자기손상범죄인 사기죄의 본질상 피기망자의 처분행위는 재산권과 관련되어 있다는 인식에 기초하여 형성된 의사에 지배되어야 하고, 처분결과에 대한 인식이 없는 의사를 처분행위에 대응하는 처분의사로 볼 수 없으므로, 구성요건요소로서 피기망자의 착오는 처분행위의 동기, 의도, 목적에 관한 것에 한정되고, 처분결과에 대한 인식조차 없는 처분행위 자체에 관한 착오는 해석론상 사기죄에서 말하는 착오에 포함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반대의견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1) 사기죄가 자기손상범죄이고 그 본질상 피기망자의 행위가 개입되어야 함은 수긍할 수 있지만,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사기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피기망자의 처분결과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는 없다.
사기죄가 자기손상범죄라는 의미는 피기망자의 행위가 개입되어 피고인이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다는 것이고, 절도죄와 같은 탈취죄와 달리 피기망자의 착오로 인한 행동이 피고인의 범죄적 중간행위 없이 직접 피기망자의 재산 감소와 피고인 또는 제3자의 재산 증가를 일으킨다는 취지이다. 그러나 피기망자의 행위가 개입된다는 이유만으로 피기망자의 처분결과에 대한 인식이 탈취죄와 사기죄를 구분하는 지표로서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까지 볼 이유는 없다. 피해자의 주관적 인식은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의 이전이 피해자의 의사에 의해 지배된 행위에서 기인한 직접 결과인지 또는 피고인의 행위에서 기인한 직접 결과인지 여부를 판단할 때 고려하여야 하는 중요한 요소에 불과하다.
사기죄에서 피기망자의 처분결과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는 견해에 따르더라도 피기망자가 처분행위의 대상이 된 재산이 자신의 재산으로부터 완전히 분리되어 피고인 또는 제3자에게 귀속되는지를 정확하게 인식하는 경우에만 처분의사가 인정된다고 보는 것은 아니다. 만일 사기죄에서 피기망자의 완벽하고도 엄격한 처분의사를 요구하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재물을 반환할 의사 없이 빌려달라고 하는 자에게 재물을 교부한 경우에 처분결과에 대한 인식이 없었으므로 언제든지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엉뚱한 결론에 도달한다. 결국 사안에 따라서는 피기망자의 처분의사로서의 ‘처분결과에 대한 인식’이 무엇인지조차 특정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대법원이 사기죄에서 어떤 처분행위가 지닌 의미와 그것이 가져올 결과에 대한 피기망자의 주관적 인식을 처분결과에 대한 인식이라고 표현한 선례가 있지만, 이는 당해 사안에서 사기죄가 성립하는 데 필요한 피기망자의 주관적 인식을 처분결과에 대한 인식이라고 표현한 것으로 이해된다. 피기망자의 처분결과에 대한 인식이라는 개념은 사기죄의 자기손상범죄라는 본질에서 당연히 도출되는 것이 아니고, 사기죄를 다른 범죄와 구분하는 유효하고도 적절한 기준이라고 보이지도 않는다.
(2) 이러한 점에서 처분행위에 처분의사가 필요하다고 보면 처분결과에 대한 인식이 사기죄의 구성요건이 되어야 한다는 반대의견은 수긍하기 어렵다.
반대의견은 주로 피고인이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는 사기죄에서 피기망자의 처분행위가 의사표시나 법률행위의 외형을 가지는 경우를 전제로 하여 피기망자의 처분결과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재물을 교부받는 사기죄에서도 이와 같은 해석이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일반적으로 피기망자의 처분행위가 재물을 교부하는 행위인 경우, 피기망자의 주관적 의사는 점유이전에 대한 인식만으로 충분한 것으로 이해되고 있고, 이때 피기망자가 재물을 교부하는 행위의 결과를 정확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해석하는 견해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런데 형법은 피고인이 피해자를 기망하여 재물을 교부받는 행위를 사기죄의 주된 유형으로 명시하고 있고, 피해자를 기망하여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는 행위는 이와 대등한 사기죄의 한 유형임이 분명하다. 재물사기죄와 이익사기죄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고 재물을 교부받는 행위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는 행위는 대등한 구성요건이다. 재물사기죄에서 피기망자의 처분행위가 인정되기 위한 주관적 요소는 점유를 이전하는 행위 자체에 대한 인식이 있으면 충분한데도, 이익사기죄에서는 그와 대등한 주관적 요소로서 재산상 손해를 초래하는 행위 자체에 대한 인식이 아니라 처분결과에 대한 인식까지 필요하다고 볼 아무런 이유가 없다.
반대의견은 사기죄에서 피기망자의 처분의사가 필요하다고 본다면 피기망자의 처분결과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도출될 수밖에 없는데도, 다수의견이 처분의사를 독자적으로 해석함으로써 스스로 모순에 빠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처분결과에 대한 인식이 없는 피기망자의 의사를 처분의사로 표현하는 것 자체를 반대한다는 의미를 넘어, 피기망자의 처분결과에 대한 인식이 구성요건이라는 결론을 정당화하는 논거가 되는지는 의문이다. 피기망자의 처분결과에 대한 인식만을 처분의사로 새길 수 있고 피기망자의 처분행위를 무의식적 행위와 구분하는 기준으로서 그 행위 자체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므로, 굳이 이러한 인식을 처분의사라고 말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라면, 다수의견은 반대의견이 한정하는 의미에서의 그러한 처분의사가 필요하지 않다는 견해를 밝힌 것뿐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3) 결과적으로 구성요건요소로서 피기망자의 착오를 처분행위의 동기, 의도, 목적에 관한 것에 한정된다고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형법의 사기죄에 대한 구성요건을 거듭하여 살펴보더라도 피고인이 피기망자를 기망하는 행위가 처분행위의 동기, 의도, 목적에 관한 것으로 한정되어야 한다고 해석할 만한 부분을 찾아볼 수 없다. 형법은 피고인의 행위를 평가의 대상으로 삼아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행위를 사기죄로 규정하고 있고, 피고인의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 취득의 전제로서 피해자의 처분행위가 개입될 뿐이다. 사기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피고인의 기망행위가 처분행위의 동기, 의도, 목적에 관한 것이든 처분행위 자체에 관한 것이든, 피해자를 기망한 행위로 평가될 수 있고, 이로 인하여 피해자가 하자 있는 의사에 기초하여 재물을 교부하거나 재산상 손해를 초래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피고인이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다면, 이를 사기죄에서 배제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사기죄는 피고인이 상대방의 하자 있는 의사표시에 의해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해야만 성립하는데, 피고인이 기망행위를 통해 상대방이 하자 있는 의사를 가지게 하려면 결국 처분행위의 동기, 의도, 목적에 관한 사정도 기망하기 마련이다. 즉 사기죄가 성립하는 전형적인 사안에서 피고인이 피해자의 처분행위의 동기, 의도, 목적에 관한 사정을 기망하는 사례가 많을 수밖에 없지만, 그와 같은 사정을 근거로 들어, 그러한 경우에만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보는 것은 지나친 일반화이어서 채택하기 어렵다.
다. 형법은 피기망자가 처분결과를 인식한 상태에서 하는 처분행위를 사기죄의 구성요건으로 규정하지 않았고, 피기망자의 처분행위는 사실행위일 수도 있고 법률행위일 수도 있다. 따라서 피기망자의 작위 또는 부작위로서 직접 재산상 손해를 초래하는 행위가 착오에 빠진 피기망자의 의사에 지배된 것인 이상, 피기망자의 처분행위를 인정하는 데 필요한 주관적 요소는 그 행위 자체에 대한 인식으로 충분하고 그와 같은 인식도 인정되지 않을 때에는 피기망자의 처분행위로 볼 수 없다는 소극적 의미를 가질 뿐이다. 처분행위에 수반되는 행위 자체에 대한 인식을 넘어서지 않는 의사를 별도로 평가하여 처분의사라고 말할 수도 있고, 그것이 처분행위 자체에 당연히 포섭되는 것에 불과하다고 보아 처분의사는 필요 없다고 말할 수도 있다. 이는 분류나 명명의 차이에 불과하고 실질적으로 의미하는 내용은 다르지 않다고 하겠다. 다만 사기죄에서 처분행위에 그 처분결과에 대한 인식까지 필요하다고 볼 수는 없고, 이는 사기죄의 성립 여부를 피고인의 행위 측면에서 평가하는 우리 형법 해석의 당연한 귀결이다.
이상과 같이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밝힌다.
8.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용덕, 대법관 김소영, 대법관 박상옥의 보충의견은 다음과 같다.
가. (1) 책임주의는 형사법의 대원칙이고, 사적 자치의 원칙 내지 자기책임의 원칙은 민사법의 대원칙이다. 이러한 대원칙을 관통하는 이념은 사람이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선택하여 행한 행위와 그 결과에 대해 스스로 구속되고 책임을 진다는 자유주의이다. 그러나 현실세계에서는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는 의사의 능력이나 행위의 능력 등에 기인한 차이로 일방이 본래의 뜻을 펴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는 민주주의에 의해 뒷받침되는 법제도를 통해 적절한 배려가 이루어지고 있고, 이것이 현대적 의미의 책임주의이고 사적 자치의 원칙 내지 자기책임의 원칙이다. 결국 사람들의 의사에 의해 형성되는 법률관계에 있어서는 이러한 의사와 법제도를 기반으로 그에 대한 적절한 몫과 해석이 부여되어야 한다.
(2) 이러한 책임주의 원칙에 따라 형법은 죄의 성립요소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행위는 벌하지 아니하고 다만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 예외로 하도록 하는 한편(제13조), 특별히 중한 죄가 되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행위는 중한 죄로 벌하지 아니하고(제15조 제1항), 또한 결과로 인하여 형이 중할 죄에 있어서 그 결과의 발생을 예견할 수 없었을 때에는 중한 죄로 벌하지 아니한다고(제15조 제2항) 규정하고 있다.
(3) 재산범죄에서 법익침해는, 절도와 같이 가해자의 행위에 의하여 일방적으로 피해자의 법익을 침해하는 유형과 사기와 같이 피해자의 행위를 통하여 법익침해 결과가 발생되는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보면, 후자는 그 법익침해가 피해자의 선택·용인이라는 피해자의 의사결정에 의한 결과로 발생하는 자기손상범죄라고 할 수 있다. 사기죄의 본질은 가해자의 기망행위에 의해 유발된 착오로 그릇된 인식에 기초하여 결정된 의사에 의하여 선택된 피해자의 재산상 행위의 용인된 결과가 바로 피해자의 재산상 손해로 이어지는 것이고, 이처럼 재산상 손해의 발생을 넘어 발생하는 기망행위를 통한 의사결정의 자유의 침해를 중시하여 형법은 사기죄를 절도죄보다 더 무겁게 처벌하는 것이다. 결국 가해자의 기망행위와 재산상 이익의 취득 및 각 그에 대한 인식, 그 반대편에 있는 기망행위에 의해 의사결정의 자유가 침해된 상태에서 이루어진 피해자의 재산상 행위와 그 결과로서의 재산상 손해의 발생이 국가형벌권의 이념적 기초인 책임주의가 작용할 영역이 된다.
나. (1) 그동안 대법원은 사기죄는 타인을 기망하여 착오에 빠뜨리고 그 처분행위를 유발하여 재물, 재산상의 이득을 얻음으로써 성립하고, 그 처분행위는 재산적 처분행위로서 주관적으로는 피기망자에게 처분의사 즉 처분결과에 대한 인식 및 그 결과를 실현하려는 의사가 있어야 하고, 객관적으로는 이러한 의사에 지배된 행위가 있어야 한다고 해석하여 왔으며, 또한 피기망자가 자유의사로 직접 재산상의 손해를 초래하는 작위에 나아가거나 또는 부작위에 이른 것이 처분행위라고 해석함으로써 자유의사에 의한 행위임을 전제로 하여 채권을 행사하지 아니하는 부작위도 처분행위가 된다고 판시하였다.
(2) 그리고 여기서 처분행위에 해당하는 부작위는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아니한다는 단순 부작위가 아니라, 권리의 유예·포기 등과 같이 할 수 있거나 하여야 할 일정한 권리행사를 하지 아니하는 것으로서 재산적 처분행위로 평가될 수 있는 이른바 부진정 부작위를 말한다. 따라서 작위와 마찬가지로 그러한 부작위로 인한 결과에 대한 인식 및 그 결과를 부작위에 의하여 실현한다는 의사 내지는 처분의사가 필요하며, 오히려 이러한 내용의 부작위에 대한 인식 및 의사가 처분행위로서의 부작위를 다른 단순한 부작위와 구분하는 필수적인 요소가 된다고 할 수 있다.
(3) 결국 처분행위와 그 의사적 요소로서 처분의사에 관한 대법원의 이러한 해석은 위에서 본 행위론 및 사기죄의 본질에 기초한 것으로서 정당하고, 변경되어야 할 것이 아니다.
다. 다수의견은 이 사건에서 문제 된 서명사취 사안에 관하여, 사기죄를 인정하려면 피기망자의 처분행위 및 처분의사가 필요하다고 하면서도, 피기망자가 그의 의사로 어떠한 행위를 한다는 인식만 있으면 그 행위가 가져오는 결과에 대한 인식이 없어도 처분의사가 인정된다고 보고, 나아가 피기망자가 문서의 구체적 내용과 법적 효과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서명·날인에 그친 행위에 대하여 문서의 내용인 의사표시가 이루어졌다고 보아 그에 의한 처분행위를 인정하여, 그 서명·날인행위를 한 이상 처분의사가 인정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여기서 서명·날인의사가 어떠한 점에서 다른 행위의사와 구분되는 처분의사라는 것인지 명확하게 밝히고 있지 아니하나, 피기망자의 서명·날인에 의하여 문서가 작성됨으로써 하자 있는 의사표시가 성립된다고 보아 서명·날인에 대한 인식이 그 처분행위인 의사표시에 대한 것으로서 처분의사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보인다.
그러나 서명사취 사안에서 처분의사의 의미를 다수의견과 같이 새기게 되면, 문서 작성행위 내지 표시행위에 대응하는 내심의 의사가 없는 경우는 물론이고, 어떠한 법률효과를 발생시킨다는 인식 자체가 없거나 아예 표시행위가 인정될 수 없는 경우에서조차 피기망자의 의사표시 및 그에 대한 처분의사를 인정하여, 결국 문서에 대한 단순한 서명·날인행위를 처분행위라고 간주하는 것으로서, 앞에서 본 행위론 및 처분행위를 요구하는 사기죄의 본질에 반하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아래에서는 이러한 다수의견이 제시하는 새로운 처분행위론이 안고 있는 여러 법리적인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1) 당사자가 어떠한 행위를 하였는지를 논할 때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가 무엇인지를 떼놓고 생각할 수는 없고, 진정한 의사와 외부적 행위는 일치함이 보통이지만 양자가 불일치할 때 이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 어떤 법률효과를 부여할 것인지가 법의 과제이다. 민사법적으로 의사표시를 해석할 때에 당사자의 내심의 의사보다는 외부로 표시된 행위에 의하여 추단되는 의사를 가지고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설명되지만, 이는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를 알 수 없는 경우에 관한 해석론으로서, 만약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를 알 수 있다면 외부로 표시된 행위가 아니라 그 진정한 의사가 의사표시 내지 법률행위의 내용이 된다. 즉, 의사가 행위를 결정하고 행위의 내용을 이루는 것이지, 행위라는 외형을 가지고 의사가 의제된다고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다수의견은 피기망자가 처분행위의 의미나 내용을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행위를 한다는 의사만 있으면 처분행위에 수반되는 처분의사가 있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이에 기초하여 서명사취 사안의 경우에 서명·날인행위를 한 이상 처분의사가 인정되어 문서에 따른 처분행위가 있다고 본다. 그런데 이는 행위와 행위의사의 관계, 처분행위와 처분의사의 관계를 무시한 것이고, 또한 처분행위를 인정하기 위한 전제로서 요구되는 주관적 요소인 처분의사에 관한 논증을 회피한 것이다. 피기망자는 단순히 문서를 작성한다는 인식에 그쳤음에도 그 작성된 문서에 대해 처분의사에 의한 처분행위를 인정한다는 것이어서 행위론의 본질에 배치될 뿐만 아니라, 처분행위가 있으니 처분의사도 있다는 식이어서 행위와 의사가 서로 순환되는 오류를 안고 있다.
(2) 더욱이 서명사취 사안 중에는 피기망자가 권리의 처분에 관한 행위를 한다는 의식, 즉 민사상으로는 법률행위를 한다는 인식이나 의사 자체가 없는 경우가 있다.
피기망자가 기망행위로 인하여 착오에 빠진 결과, 어떠한 법률적인 의미를 가진 문서를 작성한다는 의사가 전혀 없이 서류에 서명하거나 또는 법률행위와는 전혀 무관한 문서, 예를 들어 확인서·탄원서 등을 작성한다는 인식에 따라 서명하였는데, 그 작성된 문서에 권리의 처분에 관한 내용이 기재되어 있는 경우에, 피기망자로서는 그 서류에 대한 서명을 통하여 그 기재된 내용과 같은 구체적인 법률효과를 발생시킨다는 의사가 없음은 물론이거니와, 자신의 행위에 의하여 어떠한 법률효과가 생긴다는 인식 자체가 없다. 법률행위 자체에 대한 의사가 부존재하는 경우 아무런 의식 없이 이루어진 행위와 다르지 아니하고, 이러한 행위를 가지고 처분행위를 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아래에서 보듯이 민사상 의사표시에 관하여 내심의 효과의사와 표시행위가 불일치하는 경우에 착오가 논의되나, 피기망자와 기망행위자 모두 서로 어떠한 법률행위를 한다는 의사 자체가 전혀 없음에도, 여기에 의사표시 착오에 관한 논의를 끌어들여, 피기망자의 관점에서 내심의 의사와 작성된 문서 내용이 불일치한다는 사정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피기망자와 기망행위자 사이에 문서 내용에 따른 피기망자의 처분행위가 이루어졌고, 나아가 그에 관하여 피기망자의 처분의사가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 더욱이 민법에 의하면, 의사표시의 상대방이 표의자가 진의 아님을 알 수 있었을 경우에는 그 의사표시는 무효이고(민법 제107조 제1항), 상대방과 통정한 허위의 의사표시 역시 무효이다(민법 제108호 제1항). 그런데 오히려 이 사건에서와 같이 문서의 작성과정에서 피기망자와 기망행위자 모두에게 근저당권 설정이라는 법률행위를 한다는 인식이나 의사조차도 없어 불일치가 더 심한 경우임에도 이를 단순한 착오나 기망에 의한 의사표시로만 취급하여 취소사유(민법 제109조 제1항, 제110조 제1항)만이 존재한다고 보는 것은, 민법상 의사표시에 관한 규정체계에 어긋나고 형평에도 반한다.
그리고 그동안 대법원은 물건을 구입할 것처럼 넘겨받은 후 다른 핑계를 대고 그 물건을 소지한 채 도주한 경우에 절도죄에 해당한다고 보아 왔고, 예를 들어 오토바이 시운전을 명목으로 점포 밖으로 운전하여 도주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다루었다(대법원 1994. 8. 12. 선고 94도1487 판결, 대법원 2009. 6. 11. 선고 2009도3139 판결 등 참조). 이는 해당 물건의 교부·사용이라는 외형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의 점유지배를 이전하는 처분행위의 실질이 없고, 그러한 법률효과를 의도한 행위가 아니라는 취지로 보이는데, 기망행위자와 피해자 사이에 법률행위를 한다는 실질 없이 법률효과를 의도하지 아니한 상태에서 단순히 문서를 작성한 위 경우와 유의미한 차이는 없다. 만약 서명·날인에 의한 문서 작성의 외형 내지 그 문서를 이용한 결과를 가지고 처분행위 및 처분의사를 인정한다면, 오토바이 시운전의 경우에도 역시 그에 상응한 처분행위 및 처분의사를 인정하게 되고 사기죄가 성립하는 결과로 되어 종래의 확립된 판례에 배치되게 된다.
결국 법률효과를 발생시키는 처분에 관한 인식이나 의사가 전혀 없음에도, 문서 서명이라는 결과만을 가지고 의사표시로서 처분행위 및 그에 수반되는 처분의사가 있다고 보는 것은 부존재하는 인식이나 의사 및 처분행위를 존재한다고 의제하는 것이어서, 처분행위에 관한 해석의 한계를 벗어난다.
(3) 그리고 다수의견은 서명사취 사안에서 서명행위가 처분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내심의 의사와 다른 효과를 발생시키는 내용의 의사표시가 처분문서에 표시되어 있다고 보아, 문서에 의한 외부적 의사표시라는 민사상의 의사표시 해석론에 기초하여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 그런데 사기죄의 성립 여부를 가리는 기준이 되는 형사상의 처분행위를 민사상의 의사표시 내지 법률행위 해석론을 가지고 설명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의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문서에 서명·날인하는 행위 그 자체를 문서 내용에 따른 의사표시로서의 재산적 처분행위로 평가하고, 그에 대한 처분의사가 존재한다고 보는 다수의견의 논리는 문서의 작성행위와 의사표시를 혼동한 것으로서 합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가) 민사상 의사표시는 표의자가 효과의사를 외부적으로 표시하는 것으로서, 그 방법에 제한이 없다. 계약서 등 문서는 이러한 의사표시 내지 법률행위를 명확히 하기 위하여 작성되는 수단이고, 그 작성 자체는 사실행위이며, 그 문서 작성을 통하여 당사자 사이에 형성되는 의사표시의 내용이 법률행위를 이룬다. 당사자 사이에 계약의 해석을 둘러싸고 이견이 있어 처분문서에 나타난 당사자의 의사해석이 문제 되는 경우에는 문언의 내용, 그와 같은 약정이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약정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고 설명하는 것도 이와 같은 취지이다. 어떤 내용이 문서에 기재되어 있다는 사정만으로 그것이 곧바로 외부적으로 표시된 의사표시라 단정할 수는 없다.
따라서 문서의 작성은 의사표시 내지는 법률행위가 이루어졌음에 관한 유력한 증거가 될 수 있지만, 그에 상응한 의사표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문서의 작성만으로 의사표시가 의제된다고 할 수는 없다. 예를 들어, 문서 작성자인 아버지가 아들에 대한 증여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단순히 증여계약서만 작성한 경우에 이를 법률행위라 할 수 없고, 또한 이사하는 과정에서 아들에게 그 문서의 점유가 이전되었다 하더라도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 증여라는 법률행위가 있었다고 할 수 없으며, 설령 그 문서의 점유 이전 과정에 아들의 기망적인 방법이 동원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법률행위 부존재에는 변함이 없다. 즉, 문서의 작성사실 자체가 아니라 작성된 문서 내용과 같은 법률효과를 발생시킨다는 문서 작성자의 실질적인 의사가 의사표시를 이루는 것이고, 이러한 의사가 담겨져 있지 아니한 상태에서의 문서 작성은 단순한 서류 작성이라는 사실행위에 불과하다.
대법원은 문서에 관하여 서명을 편취한 경우에 이를 위조라고 보고 있다. 위조는 문서 작성명의자의 의사에 반하여 작성되는 것을 의미하므로, 서명을 편취하여 작성된 문서를 위조라고 보는 것은 비록 문서 명의자가 서명하였다 하더라도 그 문서 내지는 그 안에 담긴 내용은 작성명의자의 의사에 반하여 작성되었음을 말한다. 결국 서명에도 불구하고 문서에 담긴 내용은 작성명의자의 의사가 아니고, 그 문서 내용에 따른 의사표시 내지 법률행위가 이루어진 것도 아니며, 그 문서가 작성되었다는 사정만을 가지고 그 내용에 따른 의사표시 내지 처분행위를 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
(나) 의사표시의 성립을 위한 표시행위는 표의자의 효과의사가 추단될 수 있는 외부적인 행위가 있는 경우에 그 존재가 인정된다.
이 사건과 같이 피기망자의 서명을 사취한 다음, 피기망자 명의의 근저당권설정계약서를 이용하여 제3자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주고 금전을 차용한 피고인의 행위가 피기망자를 피해자로 하여 근저당권 또는 그에 해당하는 재산상 이익을 편취한 사기죄를 구성하려면, 제3자인 근저당권자에 대한 근저당권의 설정이라는 피기망자의 재산적 처분행위 내지 의사표시가 필요함은 당연하다.
그런데 이처럼 의사표시 또는 재산적 처분행위의 상대방이 기망행위자가 아닌 제3자인 경우에, 기망행위자와 피기망자 사이의 문서 작성행위만을 가지고는 제3자에 대하여 재산처분의 의사를 표시하였다거나 제3자에 대하여 처분행위를 하였다고 볼 수는 없고, 오히려 제3자에 대한 처분행위는 피기망자가 아니라 기망행위자에 의하여 이루어진다고 보인다. 나아가 기망행위자가 그 작성된 문서를 이용하여 제3자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한 행위를 가지고 피기망자에 의한 근저당권설정의 의사표시로 보려면, 기망행위자에 의한 피기망자의 근저당권설정 의사표시 내지 계약에 관하여 피기망자의 수권이 있어야 하고, 그 수권이 없다면, 이는 기망행위자의 무권대리행위 내지 무권대행행위에 불과하다. 따라서 그러한 수권이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진 근저당권설정행위를 가지고 피기망자의 처분의사에 의하여 이루어진 피기망자의 처분행위라고는 도저히 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수의견은 위와 같은 경우에 근저당권의 편취에 의한 사기죄를 인정하는 것으로 보여 수긍하기 어렵다.
그리고 다수의견에 의할 경우 피기망자의 처분행위를 인정한다면 처분행위는 피기망자의 문서 작성 자체가 될 수밖에 없는데, 과연 기망행위자가 서명을 사취한 후에 문서를 제3자에게 전달하지 아니한 경우에도 피기망자의 처분행위를 인정하여 바로 사기죄가 성립된다는 것인지, 문서가 제3자에게 전달된 경우에 비로소 처분행위를 인정하여 사기죄가 성립된다는 것인지, 아니면 문서 작성 시에는 사기죄를 착수함에 그치고 제3자와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하고 금전을 차용하거나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쳐야 사기죄가 기수에 이른다는 것인지도 명확하지 아니하다. 이러한 문제는 문서 작성 외에 피기망자가 한 행위는 없기 때문이고, 문서 작성 후에 기망행위자가 임의로 한 행위를 피기망자의 행위라 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결국 다수의견이 문서의 작성만으로 그 문서 내용에 부합하는 의사표시가 외부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취지에서 이를 처분행위라고 인정하는 것은 서명사취 사안에 대한 처벌의 필요성을 중시한 나머지 의사표시의 성립 과정을 도외시하고 문서 작성 후의 행위를 제대로 살피지 아니함으로써 논증의 방향을 그르쳤다고 보인다.
(다) 나아가 대법원은, 민사사건에서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란 타인의 기망행위로 말미암아 착오에 빠지게 된 결과 어떠한 의사표시를 하게 되는 경우이므로, 거기에는 의사와 표시의 불일치가 있을 수 없고, 단지 의사의 형성과정 즉, 의사표시의 동기에 착오가 있는 것에 불과하며, 이 점에서 고유한 의미의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와 구분된다고 보아, 이 사건과 같이 처분문서에 서명·날인할 의사는 있었으나 착오에 빠진 상태로 자신의 의사와는 다른 법률효과를 발생시키는 내용의 서면에 서명·날인함으로써 내심의 효과의사와 표시상의 효과의사가 부합하지 아니하게 된 경우는 그 착오가 제3자의 기망행위에 의하여 일어난 것이라 하더라도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에 관한 법리를 적용할 것이 아니라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에 관한 법리를 적용하여야 한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2005. 5. 27. 선고 2004다43824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대법원판결은 기망에 의한 문서 작성과 기망에 의한 의사표시를 구분하여 문서 작성사실만을 가지고는 그 문서 내용에 상응하는 법률행위를 하려는 의사가 존재한다고 할 수 없음을 밝힌 것으로서, 서명의 편취에 관하여 처분의사를 부정하는 형사 판례와 서로 대응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위 대법원판결은 위와 같은 서명의 편취를 민사상 착오로 인정하였는데, 민사상 착오는 내심의 의사 내지 효과의사가 없어 표시행위와 불일치함을 말하므로, 민사상 착오가 인정되었다 하더라도 외부적으로 표시된 결과에 상응하는 처분의사가 없다는 전제는 변함이 없다고 할 것이다.
이처럼 피기망자의 외부적 표시행위에 상응하는 내심적 의사가 없음에도 다수의견과 같이 외부적으로 표시된 내용이 피기망자의 의사에 의하여 이루어졌다고 보아 사기죄의 성립을 인정하면, 민사적 법률관계에서는 착오에 불과할 뿐 사기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행위가 형사적으로는 사기로 평가되는 수긍하기 어려운 결과를 초래하고, 의사표시에 관한 대법원의 기존 해석과 모순되는 불합리한 결론에 이른다.
라. 한편 다수의견은 피해자의 처분의사는 행위자의 범의와 달리 책임주의 원칙과 아무런 관계가 없고 처분행위의 주관적 요소에 불과하기 때문에, 행위자의 범의의 인식 대상은 사기죄의 성립요소 전부이지만 피해자의 처분의사의 인식 대상은 사기죄의 성립요소 중 처분행위 자체에 국한된다고 하므로, 과연 다수의견과 같이 행위자의 범의와 피해자의 처분행위가 서로 별개의 것인지 살펴본다.
(1) 책임주의의 원칙에 따라 형법 제13조 본문은 죄의 성립요소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책임주의에 의하면, 형법 제347조 제1항은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경우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사기죄의 행위자는 기망행위 외에 재물의 교부를 받는다는 인식 또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다는 인식, 즉 재산을 얻는다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
(2) 서명사취 사안에서, 행위자의 범의를 살펴본다. 피고인과 공소외 1 등은 토지거래허가 등에 필요한 서류라고 속여서 부동산 소유자로 하여금 근저당권설정계약서 등에 서명·날인하게 하고, 그 소유자의 인감증명서를 교부받은 다음, 이를 이용하여 각 토지에 관하여 피고인을 채무자로 하여 근저당권을 대여자 등에게 설정하여 주고, 금원을 차용하는 일련의 행위를 하였다. 이러한 일련의 행위를 통해 피고인 등이 재산을 얻는다는 인식을 하는 시점은 차용금이라는 금전을 얻었을 때라고 할 수 있다.
그 이전 단계에서 부동산 소유자로부터 얻은 그의 서명·날인이 있는 근저당권설정계약서 등은 피고인 등에게 차용금을 얻기 위한 수단에 불과할 뿐 그 자체가 재산은 아니다. 그렇다면 근저당권설정계약서 등에 서명·날인을 받은 행위와 관련해서는 피고인 등에게 죄의 성립요소인 재산을 얻는 것에 관한 인식이 없는 것이고, 뒤에서 살필 인장사취 사안에서처럼 이전등기 문서에 날인을 받는다는 인식이나 이전등기 문서의 작성을 위해 인장을 교부받는다는 인식과도 별 차이가 없는 것이다.
(3) 그런데 피고인 등은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하나의 기망행위가 아니라 두 개의 기망행위를 사용하였다. 첫 번째 기망행위는 근저당권설정계약서 서명·날인자에 대한 기망행위이고, 두 번째 기망행위는 차용금 교부자에 대한 기망행위이다. 후자의 기망에 의한 차용금 영득행위에 대해서는 다수의견 역시 증명의 문제는 별론으로 하고 사기로 인정하는 입장에 있는 것으로 보이므로, 전자에 한정해서 논의를 전개하기로 한다.
(가) 전자의 기망행위와 책략절도를 비교해 보자. 귀금속 가게에서 행위자가 진열대에 있던 금 목걸이를 바닥에 떨어뜨린 후 이를 주우면서 자신의 것이 떨어졌다고 하여 주인이 그런 것으로 알고 그냥 가져가도록 방치한 경우 이를 사기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피해자의 처분행위 측면에서 바라볼 수도 있지만, 행위자의 범의의 측면에서 바라보더라도 행위자에게는 절취의 범의가 있을 뿐 사기의 범의는 없기 때문이다.
(나) 그러나 만약 귀금속 가게에서 행위자가 금 거래상인 것처럼 가장하고 주인에게 매매 대상 금의 순도가 30%에 불과하다고 하면서 순도를 측정하는 기계를 조작하는 등으로 이를 믿게 한 후 시가의 30%의 금액만 지급하고 금을 매수하였다면 이는 사기라고 할 것이다. 역시 피해자의 처분행위 측면에서 바라볼 수도 있지만 행위자의 범의 측면에서도 사기의 범의가 있기 때문이다.
(다) 전자의 기망행위는 반대의견이 누누이 논하여 온 것처럼 책략절도와 매우 유사하다. 인장사취 사안에서 대법원이 이를 사기라고 보지 않고 사취한 인장에 의해 문서를 완성한 경우 문서위조라고 하였던 것처럼, 근저당권설정계약서의 형식을 어느 범위까지 갖추고 있었는지 불명확한 문서에 대한 서명·날인을 사취하여 근저당권설정계약서를 완성하였다면 이는 문서위조에 불과하다. 행위자의 범의 측면에서 바라보면, 행위자는 재산을 얻은 것이라기보다는 명의자의 서명·날인을 명의자의 오신을 이용하여 얻어낸 것으로서 문서위조의 범의가 있을 뿐이고, 나아가 이를 후행 사기의 수단으로 인식하는 범의가 있을 뿐이다.
(라) 대법원은 과거 이러한 입장에서, 전체 토지 중 일부 면적만을 매수하였음에도 토지 전부에 대하여 이전등기를 받을 생각으로 등기부상 소유 명의자에게 일부 면적 부분의 이전등기에 필요하다고 말하여 위 토지 전부에 대한 이전등기 문서에 날인을 받았다면, 그 문서의 작성명의자인 위 소유 명의자가 그 내용을 오신하고 있는 것을 이용하여 그 날인을 받음으로써 작성명의자의 의사와 다른 내용의 문서를 작성한 것이 되므로 사문서위조죄에 해당한다고 한 바 있다(대법원 1970. 9. 29. 선고 70도1759 판결 참조). 같은 입장에서, 진실한 용도를 속이고 피해자로부터 그 인감도장을 교부받아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에 필요한 관계서류를 작성하여 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하여도 피해자의 처분행위가 있었다고 할 수 없고, 또 인감도장이라는 재물을 영득할 의사가 없었던 것이라면 사기의 공소사실에 관하여 무죄를 선고한 것은 옳다고 한 바도 있다(대법원 1990. 2. 27. 선고 89도335 판결 참조).
(4) 서명사취 사안에서 차용금의 취득에 이르지 못한 경우를 살펴본다. 기망을 해서 근저당권설정계약서 명의자의 서명·날인을 받으려 하였으나 명의자가 이를 눈치채고 서명을 하지 않은 경우, 다수설에 의하면 사기미수가 될 것이다. 그런데 앞서 본 것처럼 행위자가 근저당권설정계약서 명의자를 통해 얻으려 했던 것은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이 아니라 근저당권설정계약서 명의자의 서명·날인에 불과하고, 이를 얻으려다 실패한 것이다. 행위자는 이를 사기의 수단으로 이용해서 차용금 보유자로부터 돈을 받아내려 한 것이고 이 부분에 대한 인식이 재산을 얻는다는 사기의 구성요소인 사실을 인식한 범의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행위자는 문서위조의 실행에 착수하였다가 미수에 이른 것에 불과하고, 앞서 살핀 문서위조 관련 대법원의 태도에 부합하는 것이다.
만약 서명·날인 사취 후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했으나 대여자가 명의자에게 확인한 후 금전 대여를 중단하여 대여금의 교부가 없었다고 하는 경우, 다수의견에 의할 때, 담보 설정행위는 종료하여 재산상 이익은 취득하였으므로 사기의 기수가 되었다고 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반대의견에 의할 때에는 문서위조는 기수에, 사기는 미수에 그친 것으로 보면 되므로 별다른 의문이 없다. 한 발짝 더 나아가 만약, 행위자와 대여자가 공범관계이고, 서명·날인 사취 후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하고 금원을 차용한 것과 같은 외관만 만들었을 뿐 실제 금전 대여는 없었고, 근저당권을 빌미로 허위의 대여자가 서명자에게 근저당권설정등기 말소를 빙자하여 대여금 상환 명목의 금원을 받아낸 경우라면, 다수의견처럼 서명·날인행위를 처분행위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 역시 반대의견에 의할 때에는 문서위조와 사기의 성립을 인정함에 별다른 의문이 없다.
(5) 서명사취 사안에서 공범관계를 살펴본다. 서명·날인을 얻는 결과만을 인식하고 그 행위에만 관여하였을 뿐 차용금 취득이라는 결과에 대해서는 인식하지 못한 공범과 전체 범행에 대해 인식하고 있는 공범이 근저당권설정계약서에 서명·날인을 얻은 직후 체포 등으로 차용금 취득에까지 이르지 못한 경우를 상정해 본다. 반대의견에 따르면 문서위조의 공범이 성립한다고 할 수 있으나, 다수의견에 따르면 문서위조의 공범이 되는 것인지, 사기미수의 공범이 되는 것인지, 공범 중 한 명은 문서위조로, 다른 한 명은 사기미수로 달리 보아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게 된다.
(6) 여러 가지 측면에서 행위자의 범의를 살펴보았는데, 다수의견이 말하는 행위자의 범의가 책임주의 원칙에 부합하는 것인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책임주의 원칙에 따라 행위자의 범의를 살펴보면, 행위자의 범의는 서명·날인을 사취하고자 하는 범의와 차용금을 사취하고자 하는 범의로 나뉘게 되고, 전자는 문서위조의 범의로, 후자는 사기의 범의로 구별된다. 그럼에도 다수의견은 전자와 후자를 모두 사기의 범의로 인식하고 특히 전자에 있어서는 차용금이라는 금전 취득의 최종 결과에 이르는 행위자의 일련의 범행계획을 사기죄의 성립요소 전부인 행위자의 범의의 인식 대상으로 봄으로써 책임주의 원칙과 멀어지게 되는 것이다. 결국 책임주의 원칙에 따라 행위자의 범의를 바라보는 이상 처분행위에서도 재산의 이전이라는 결과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게 되고, 행위자의 범의는 피기망자의 처분행위와 동전의 앞뒷면 관계에 있게 된다.
마. 결론적으로 의사를 떠난 행위가 무의미하듯이, 처분의사와 분리되어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처분행위란 있을 수 없으며, 재산을 처분하였는지조차 모르는 피기망자에게 그 재산을 처분한다는 의사가 있다거나 처분행위를 하였다고 인정할 수 없다. 행위자와 처분행위자 사이에 재산을 넘겨주고 넘겨받는다는 인식이 없다면 행위자에게 사기의 성립요소인 재물의 교부 또는 재산상 이익의 취득에 대한 인식이 없는 것이고, 처분행위자에게 처분행위에 대한 인식이 없는 것이어서 사기로 될 수 없다. 그런데 다수의견이 문서에 대한 서명의 사취에 관하여 피기망자의 처분행위 및 처분의사가 필요하다고 전제하면서도, 구체적인 결과에 관한 피기망자의 내적 의식과는 무관하고 오히려 이와 배치되는 문서 작성 결과를 가지고 피기망자 자신의 의사인 처분의사에 의한 것으로 보아 처분행위를 인정하는 것은 그동안 대법원판결이 일관되게 밝혀 온 행위론에 기초한 법리 및 사기죄의 본질에 배치되는 것이어서 찬성할 수 없다. 또한 이러한 다수의견은 죄의 성립요소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행위, 즉 범의가 없는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는 책임주의 원칙에 배치되는 것이어서 찬성할 수 없다.
이상과 같이 반대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밝힌다.
9.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조희대의 보충의견은 다음과 같다.
가.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이른바 ‘서명사취’ 사기는 기망행위로 인하여 피기망자가 내심의 의사와 다른 문서에 서명 또는 날인을 함으로써 행위자가 근저당권설정등기에 따른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경우이다.
나.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행위자의 기망행위, 피기망자의 착오와 그에 따른 처분행위, 그리고 행위자 등의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의 취득이 있고, 그 사이에 순차적인 인과관계가 존재하여야 한다. 특히 사기죄에서 처분행위는 피기망자의 행위를 이용하여 재산을 취득하는 것을 본질적 특성으로 하는 사기죄와 피해자의 행위에 의하지 아니하고 행위자가 탈취의 방법으로 재물을 취득하는 절도죄를 구분하는 역할을 한다. 이 같은 처분행위에 관하여 종래 대법원은 주관적으로 피기망자에게 처분의사 즉 처분결과에 대한 인식이 있고, 객관적으로 이러한 의사에 지배된 행위가 있어야 한다고 판시하여 왔다.
다. 그런데 다수의견은 비록 피기망자가 처분행위의 의미나 내용을 인식하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피기망자의 작위 또는 부작위가 직접 재산상 손해를 초래하는 재산적 처분행위로 평가되고, 이러한 작위 또는 부작위를 피기망자가 인식하고 한 것이라면 처분행위에 상응하는 처분의사는 인정되며, 피기망자가 자신의 작위 또는 부작위에 따른 결과까지 인식하여야 처분의사를 인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따라서 이 사건과 같은 서명사취 사안에서, ① 피기망자가 행위자의 기망행위로 인하여 착오에 빠진 결과 내심의 의사와 다른 효과를 발생시키는 내용의 처분문서에 서명 또는 날인함으로써 처분문서의 내용에 따른 재산상 손해가 초래되었다면 그와 같은 처분문서에 서명 또는 날인을 한 피기망자의 행위는 사기죄에서 말하는 처분행위에 해당하고, ② 아울러 비록 피기망자가 처분결과, 즉 문서의 구체적 내용과 그 법적 효과를 미처 인식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어떤 문서에 스스로 서명 또는 날인함으로써 그 처분문서에 서명 또는 날인하는 행위에 관한 인식이 있었던 이상 피기망자의 처분의사 역시 인정된다고 한다.
이러한 다수의견에는 이미 반대의견에서 밝힌 외에도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으므로 아래에서 살펴본다.
(1) 다수의견은 피기망자가 어떤 문서에 스스로 서명 또는 날인하는 인식을 가지고 서명 또는 날인하였는데, 그 문서에 재산상 손해를 초래하는 처분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면, 비록 피기망자가 문서의 구체적 내용과 법적 효과를 인식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기망자의 처분행위와 처분의사는 인정된다는 취지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형법상 행위와 의사를 그 인식의 내용을 전혀 도외시한 채 외부적인 결과만 가지고 파악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어서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렵다.
(2) 다수의견은 어떤 문서에 서명 또는 날인하는 피기망자의 행위를 처분행위로 보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사기죄에서 처분행위는 행위자 등에게 재물이 교부되거나 직접 재산상 이익의 취득을 초래하는 행위를 말한다.
서명사취 사안에 관하여 예를 들면, 채무 면제의 의사표시가 기재된 처분문서에 대한 서명을 사취한 경우에는 처분문서를 통해 확인되는 의사표시만으로도 직접 재산상 이익이 취득될 수 있으므로 이를 다수의견이 말하는 처분행위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와 달리 근저당권설정계약서에 대한 서명을 사취한 경우에는, 민법이 부동산에 관한 법률행위로 인한 물권의 득실변경은 당사자의 의사표시만으로는 효력이 생기지 않고 등기를 갖추어야만 비로소 효력이 생기는 성립요건주의를 택하고 있으므로(민법 제186조), 채권행위와 물권적 의사표시가 함께 이루어진다는 견해를 취하더라도 근저당권설정계약서 작성만으로는 물권변동의 효력이 생기지 않고, 등기에 필요한 서류를 갖추어 등기를 경료하여야만 재산상 이익이 취득될 수 있다. 따라서 피기망자가 어떤 문서에 서명 또는 날인함으로써 재산의 이전을 내용으로 하는 처분문서가 작성되었고, 그로 인해 외부적으로 인식되는 채권적 또는 물권적 의사표시가 인정된다는 사정 자체만으로는 행위자에게 사문서위조죄가 되거나 증서편취죄가 성립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직접 재산상 이익 취득의 결과를 초래하는 형사법적 처분행위가 이루어졌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다시 말하면, 피기망자가 내용을 모르는 어떤 문서에 서명·날인한 행위 자체는, 비록 그 문서가 처분문서인 근저당권설정계약서라고 하여도 처분적 의사표시가 담긴 문서 작성행위로 볼 수 있을 뿐이지 행위자 등으로 하여금 직접 근저당권설정등기 완료에 따른 담보가치 상당액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형법상 처분행위로 볼 수는 없다.
(3) 다수의견은 처분의사가 필요하다고 하고, 또 처분의사는 처분행위에 상응한 의사여야 함을 전제로 하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다수의견이 설시한 대로 근저당권설정이 아닌 처분문서 작성 행위를 처분행위로 본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처분문서의 내용에 상응하는 인식은 있어야 처분의사가 있다고 할 것인데, 다수의견은 처분문서의 내용에 상응하는 의사가 없고 단순히 어떤 문서에 서명·날인한다는 인식만 있으면 처분의사가 있다는 것이어서 논리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그리고 반대의견에서 언급한 것처럼 재산의 처분에 대한 인식과 그에 기초한 의사결정만이 사기죄의 본질과 특성에 부합하는 처분의사일 수 있고, 이러한 의사에 의한 행위만이 처분행위로 평가될 수 있다. 그 결과 처분문서의 내용과 결과에 대한 아무런 인식이 없는 서명사취 사안에서는 피기망자의 처분의사를 인정할 수 없는 것이다.
(4) 우리 형법은 절도죄와 사기죄를 별도로 규정하면서, 사기죄에 관하여는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경우를 모두 처벌하고 있는 반면, 절도죄의 경우에는 그 객체를 재물로 한정하고 있으며, 또 사기죄의 법정형을 절도죄보다 훨씬 높게 정하고 있다. 한편 사기죄와는 별도로 미성년자의 지려천박 또는 사람의 심신장애를 이용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를 처벌하는 규정을 따로 두고 있다(형법 제348조). 따라서 사기죄를 특징짓고, 재산침해행위의 객체가 재물인 경우 사기죄와 절도죄를 구별하는 역할을 하며, 그 객체가 재산상 이익인 경우 가벌적인 사기죄와 불가벌적인 이익절도를 구별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사기죄의 구성요건으로서 처분행위와 처분의사는 형법 해석의 일반 원칙에 따라 엄격하게 해석되어야 마땅하다. 이 사건 서명사취 사안의 경우에 사기죄 성립을 긍정하는 다수의견의 논리는, 사기죄의 구성요건인 처분행위와 그 요소인 처분의사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여 사기죄의 처벌 범위를 지나치게 확대하는 것으로, 사기죄와 절도죄에 관한 우리 형법의 체계와 규율 내용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법치국가 원리의 근간을 이루는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어긋나는 해석이다.
라. 다수의견은 재산죄 관련 형사법 규정을 엄격히 해석하고 있는 근래 대법원판결의 경향에도 맞지 않는다.
대법원은 배임죄와 관련하여, 채무자가 대물변제예약에 따라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는 차용금반환채무의 이행 확보를 위해 채무자에게 요구되는 부수적 내용이어서 이를 가지고 배임죄에서 말하는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채권자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하여야 하는 ‘타인의 사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14. 8. 21. 선고 2014도3363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또한 업무상배임죄에서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평가될 수 있는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은 구체적·현실적인 위험이 야기된 정도에 이르러야 하고 단지 막연한 가능성이 있다는 정도로는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5도6745 판결 등 참조). 횡령죄와 관련하여서도, 횡령죄의 본질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위탁된 타인의 물건을 위법하게 영득하는 데 있음에 비추어 볼 때 위탁신임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으로 한정함이 타당하다고 보아,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에 위반하여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이 이루어진 사안에서 수탁자의 신탁부동산 임의 처분행위는 횡령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16. 5. 19. 선고 2014도6992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대법원은 근래 이러한 판결들을 통해 외견상 형사처벌의 필요성이 있어 보이고, 심지어 오랜 기간 형사처벌을 해 왔던 사안에서조차 형사법규 해석의 기본원칙에 충실하게 구성요건을 엄격히 해석함으로써 형사처벌의 대상에서 제외시키고 있고, 이를 통해 재산죄에서 국가형벌권의 자의적인 행사를 경계하는 일련의 판례 흐름을 형성해 가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럼에도 다수의견이 개별 사안에서 구체적 처벌 필요성만을 내세워 오랜 기간 사기죄 해석과 관련하여 합리적 이유를 가지고 유지되어 온 다수의 판례들을 명쾌하고 분명한 이론 구성 없이 폐기하고 이를 새삼스럽게 처벌하려는 것은 대법원의 이러한 경향에 전혀 맞지 않고, 그 결과 사기죄는 물론이고 재산죄 해석론의 방향에 관해 다시 혼란을 야기하는 것으로 바람직하다고 보기 어렵다.
이상과 같이 반대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밝혀 둔다.
재판관 양승태(재판장) 이상훈 박병대 김용덕 박보영 김창석(주심) 김신 김소영 조희대 권순일 박상옥 이기택 김재형 | [1] 형법 제13조, 제329조, 제347조,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제2조 제2호, 제15조의2 제1항 제1호 / [2] 형법 제13조, 제231조, 제347조 / [3] 형법 제30조, 제347조 제1항, 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12. 2. 10. 법률 제1130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 제1항 제2호 | 형사 |
【피 고 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김주현
【원심판결】
대구지법 2015. 9. 25. 선고 2014노4356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법률의 시행령은 모법인 법률의 위임 없이 법률이 규정한 개인의 권리·의무에 관한 내용을 변경·보충하거나 법률에서 규정하지 아니한 새로운 내용을 규정할 수 없고, 특히 법률의 시행령이 형사처벌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면서 법률의 명시적인 위임 범위를 벗어나 그 처벌의 대상을 확장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도 어긋나는 것이므로, 그러한 시행령은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서 무효이다(대법원 1998. 10. 15. 선고 98도1759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1999. 2. 11. 선고 98도2816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의료법(2016. 12. 20. 법률 제1443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41조는 “각종 병원에는 응급환자와 입원환자의 진료 등에 필요한 당직의료인을 두어야 한다.”라고 규정하는 한편, 제90조에서 제41조를 위반한 사람에 대한 처벌규정을 두었다. 이와 같이 의료법 제41조는 각종 병원에 응급환자와 입원환자의 진료 등에 필요한 당직의료인을 두어야 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각종 병원에 두어야 하는 당직의료인의 수와 자격에 아무런 제한을 두고 있지 않고 이를 하위 법령에 위임하고 있지도 않다.
그런데도 의료법 시행령 제18조 제1항(이하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이라 한다)은 “법 제41조에 따라 각종 병원에 두어야 하는 당직의료인의 수는 입원환자 200명까지는 의사·치과의사 또는 한의사의 경우에는 1명, 간호사의 경우에는 2명을 두되, 입원환자 200명을 초과하는 200명마다 의사·치과의사 또는 한의사의 경우에는 1명, 간호사의 경우에는 2명을 추가한 인원 수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의료법 제41조가 “환자의 진료 등에 필요한 당직의료인을 두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을 뿐인데도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은 그 당직의료인의 수와 자격 등 배치기준을 규정하고 이를 위반하면 의료법 제90조에 의한 처벌의 대상이 되도록 함으로써 형사처벌의 대상을 신설 또는 확장하였다. 그러므로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은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서 무효라고 할 것이다.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의료법의 위임 없이 이 사건 시행령 조항에 규정된 당직의료인의 수를 준수하지 아니한 행위를 의료법 제90조에 따라 처벌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였다.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앞에서 본 법리에 기초한 것으로서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죄형법정주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대법관 이상훈, 대법관 김용덕의 별개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었다.
2. 대법관 이상훈, 대법관 김용덕의 별개의견은 다음과 같다.
가. 법률의 시행령은 그 모법에 의한 위임이 없으면 개인의 권리·의무에 관한 내용을 변경·보충하거나 모법이 규정하지 아니한 새로운 내용을 정할 수 없음이 원칙이다. 특히 해당 규정이 형사처벌에 관한 법률의 내용을 보충하는 것으로서 법률과 결합하여 형사처벌의 근거가 되기 위해서는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상 법률로부터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을 것이 요구된다.
그렇지만, 모법의 시행령 내용이 모법의 입법 취지와 관련 조항 전체를 유기적·체계적으로 살펴보아 모법의 해석상 가능한 것을 명시한 것에 지나지 아니하거나 모법 조항의 취지에 근거하여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것인 때에는 모법의 규율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모법에 이에 관하여 직접 위임하는 규정을 두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법률에 위배된다고 할 수는 없다(대법원 2014. 8. 20. 선고 2012두19526 판결 등 참조). 그리고 개인의 권리·의무에 관한 내용을 정하는 시행령 규정이라 하더라도 해당 시행령 규정이 형사처벌이나 조세부과의 근거가 되는 경우와 그 밖의 경우에 그 모법이 정한 위임의 범위를 벗어나는지 여부 내지 그 적용 가능성에 관한 판단 기준이 같다고 할 수 없다. 형사처벌 규정이나 조세부과 규정의 경우에는 죄형법정주의나 조세법률주의 원칙에 의하여 모법의 규정을 확장하거나 다른 법률 규정을 유추하여 해석하는 것이 금지되거나 엄격히 제한되는 반면, 다른 영역의 법률 규정들의 경우에는 이러한 제한을 받지 아니하여 그 해석의 범위가 넓어지므로, 모법의 위임이 없어도 모법 규정의 해석 범위 내에서 규정할 수 있는 시행령의 범위는 달라질 수 있다.
그뿐 아니라 시행령은 모법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뿐 아니라 모법을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에 대하여 규정할 수 있으므로(헌법 제75조), 해당 시행령 규정이 개인의 권리·의무에 관한 내용을 직접 변경·보충하는 것이 아니라면 앞에서 본 것과 같은 제한을 받지 아니하며, 모법을 시행하거나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 내지 지침이나 준칙으로서의 규정을 두는 것은 얼마든지 허용된다.
따라서 법률의 시행령이 모법으로부터 직접 위임을 받지 아니한 규정을 두었다 하더라도 그 규정을 둔 취지와 구체적인 기능을 살펴 그 내용을 해석하고 그에 따라 그 규정의 모법 위배 내지 적용 가능성을 가려야 한다. 예를 들어 모법에서 어떠한 행위를 하도록 포괄적으로 규정하는 한편 그 법률 규정 위반에 대하여 처벌하도록 정하였는데 시행령에서 모법의 위임 없이 그 행위와 관련된 내용을 규정한 경우에, 모법의 처벌규정을 해석·적용할 때에는 해당 시행령 규정이 모법으로부터 직접 위임을 받지 아니한 것이어서 모법에 의한 처벌은 그 법률 규정 자체의 위반에 그치고 해당 시행령 규정을 모법의 행위규범과 결합한 처벌 근거로 삼아 이를 적용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모법의 행위규범과 관련하여서는 그 해석 가능한 범위 내에서 그 내용을 보완하는 규정이 될 수 있고 또한 적어도 그 시행 또는 집행을 위하여 필요한 지침이나 준칙으로서 기능할 수도 있으므로 그 범위 내에서는 유효하여 이를 적용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하며, 무조건적으로 법에 위배된다거나 무효라고 단정하여서는 아니 된다.
나. (1) 의료법 제41조는 “각종 병원에는 응급환자와 입원환자의 진료 등에 필요한 당직의료인을 두어야 한다.”라고 규정하면서도, “진료 등에 필요한 당직의료인”의 자격이나 인원 및 당직 근무 방법에 관하여는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지 아니하며 또한 이에 관하여 대통령령 등에서 정할 수 있도록 위임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다. 그런데 의료법 시행령 제18조 제1항(이 사건 시행령 조항이다)은 “법 제41조에 따라 각종 병원에 두어야 하는 당직의료인의 수는 입원환자 200명까지는 의사·치과의사 또는 한의사의 경우에는 1명, 간호사의 경우에는 2명을 두되, 입원환자 200명을 초과하는 200명마다 의사·치과의사 또는 한의사의 경우에는 1명, 간호사의 경우에는 2명을 추가한 인원 수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또한 의료법 시행령 제18조 제2항(이하 ‘이 사건 시행령 조항 제2항’이라 한다)은 “정신병원, 재활병원, 결핵병원 등은 입원환자를 진료하는 데에 지장이 없도록 해당 병원의 자체 기준에 따라 배치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2) 의료법은 모든 국민이 수준 높은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국민의료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함을 목적으로 제정된 법으로서(의료법 제1조), 의료인은 보건복지부장관의 면허를 받은 의사·치과의사·한의사·조산사 및 간호사를 말하며 해당 종별에 따라 정하여진 임무를 수행하여 국민보건 향상을 이루고 국민의 건강한 생활 확보에 이바지할 사명을 가진다(의료법 제2조). 의료기관은 의료인이 공중(公衆) 또는 특정 다수인을 위하여 의료·조산의 업(이하 ‘의료업’이라 한다)을 하는 곳으로서, 그중에서 병원급 의료기관은 의사·치과의사 또는 한의사가 주로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의료행위를 하는 ‘병원, 치과병원, 한방병원, 요양병원(정신보건법 제3조 제3호에 따른 정신의료기관 중 정신병원, 장애인복지법 제58조 제1항 제2호에 따른 의료재활시설로서 제3조의2의 요건을 갖춘 의료기관을 포함한다), 종합병원’을 말하고(의료법 제3조 제2항 제3호), 이를 위하여 ‘병원·치과병원·한방병원 및 요양병원’은 30개 이상의 병상(병원·한방병원만 해당한다) 또는 요양병상(요양병원만 해당하며, 장기입원이 필요한 환자를 대상으로 의료행위를 하기 위하여 설치한 병상을 말한다)을 갖추도록 하고 있으며(의료법 제3조의2), 병원급 의료기관 중에서 특정 진료과목이나 특정 질환 등에 대하여 난이도가 높은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춘 병원을 전문병원으로 지정할 수 있고(의료법 제3조의5), 또한 종합병원 중에서도 일정한 요건을 갖추고 중증질환에 대하여 난이도가 높은 의료행위를 전문적으로 하는 종합병원을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의료법 제3조의4).
그리고 의료인과 의료기관의 장은 의료의 질을 높이고 병원감염을 예방하며 의료기술을 발전시키는 등 환자에게 최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하며(의료법 제4조 제1항), 또한 모든 국민은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이하 ‘응급의료법’이라 한다)에 따라 성별, 나이, 민족, 종교, 사회적 신분 또는 경제적 사정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아니하고 응급의료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응급의료법 제3조). 응급의료법에 따라 지정된 응급의료기관 등에서 근무하는 응급의료종사자는 응급환자를 항상 진료할 수 있도록 응급의료업무에 성실히 종사하여야 하고(응급의료법 제6조 제1항), 의료인은 해당 의료기관의 능력으로는 응급환자에 대하여 적절한 응급의료를 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경우에는 지체 없이 그 환자를 적절한 응급의료가 가능한 다른 의료기관으로 이송하여야 하며, 의료기관의 장은 응급환자를 이송할 때에는 응급환자의 안전한 이송에 필요한 의료기구와 인력을 제공하여야 한다(응급의료법 제11조).
위와 같은 규정들에 비추어 보면, 30개 이상의 병상을 갖춘 각종 병원에 대하여 입원환자와 응급환자의 진료 등에 필요한 당직의료인을 두도록 한 것은 의료법 및 응급의료법에 따라 환자 및 응급환자를 위하여 필요한 최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여야 하는 의료인 내지 의료기관의 의무를 다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것으로서, 그 “진료 등에 필요한 당직의료인”은 이러한 입법 취지에 맞추어 해당 병원의 종류와 입원환자의 수 등을 고려하여 적절한 자격을 갖춘 의료인을 의미한다고 해석될 수 있으며, 이러한 사정을 참작하여 각종 병원에 적합한 당직의료인의 자격과 수에 대하여 기준을 정하는 것은 당직의료인 제도의 시행을 위하여 바람직하다.
(3) 따라서 의료법 제41조에서 “입원환자와 응급환자의 진료 등에 필요한 당직의료인”의 내용에 관하여 시행령에서 정하도록 직접 위임하는 규정을 두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그 제도의 시행을 위하여 각종 병원에 적합한 당직의료인의 자격과 수나 근무형태에 대하여 기준을 정하는 것은 허용되며,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이나 이 사건 시행령 조항 제2항에서 각종 병원별로 당직의료인의 자격과 수에 관하여 정하고 특히 정신병원, 재활병원, 결핵병원 등에 대하여는 해당 병원의 자체 기준에 따라 배치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이러한 취지에서 규정되었다 할 수 있다.
비록 이 사건 시행령 조항에 대하여 구체적인 위임이 없음에 비추어 이 사건 시행령 조항에서 정한 각종 병원별 “당직의료인의 자격과 수”가 의료기관 내지 병원의 당직의료인 배치 의무에 관한 내용을 직접 변경·보충하는 것으로 보아 직접적으로 의료기관에 의무를 지우거나 그 위반을 제재하는 근거 규정으로 삼기는 어렵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당직의료인 제도를 시행하거나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지침이나 준칙으로서의 의미를 가진다고 보인다.
의료법 제59조 제1항에 의하면 보건복지부장관 등은 보건의료정책을 위하여 필요하거나 국민보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으면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필요한 지도와 명령을 할 수 있고, 이러한 지도와 명령의 대상에는 당직의료인 제도에 관한 사항도 포함될 수 있는데,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은 당직의료인 제도에 관한 지도와 명령과 관련하여 기준이 되는 지침이나 준칙으로서 그 근거 규정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보건복지부장관 등은 위 명령을 위반한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의 의료업을 1년의 범위에서 정지시키거나 그 개설 허가의 취소 또는 의료기관 폐쇄를 명할 수 있는데(의료법 제64조 제1항), 보건복지부장관 등이 이 사건 시행령 조항에 따라 한 당직의료인 제도에 관한 지도, 명령이나 그에 기초한 업무정지, 개설허가의 취소 또는 의료기관 폐쇄 등의 처분이 적법한지 여부는, 그 지도, 명령이 의료법 제59조 제1항의 요건을 갖추었는지 여부 및 그에 관한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였는지 여부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즉 이 사건 시행령 조항에 따라 지도, 명령을 하였다는 사정은 의료법 제59조 제1항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볼 수 있는 긍정적인 요소가 될 수는 있지만 그 사정만으로 그 지도, 명령이 적법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으며, 반대로 이 사건 시행령 조항에 관하여 모법의 위임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그 지도, 명령이 위법하다거나 무효라고 평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4) 한편 의료법 제90조는 제41조를 위반한 사람에 대하여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의료법 제90조에 의한 처벌 대상은 제41조를 위반한 행위이므로, 각종 병원에서 응급환자와 입원환자의 진료 등에 필요한 당직의료인을 두지 아니한 경우에 처벌 대상이 된다.
그런데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이 의료법 제41조의 시행을 위하여 둔 규정이라 하더라도 의료법으로부터 구체적인 위임을 받지 아니하고 규정된 이상,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제90조의 적용과 관련하여서는 그 처벌 대상인 “진료 등에 필요한 당직의료인”을 두지 아니한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가리는 직접적인 근거 규정이 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이 제41조와 결합하여 처벌의 근거 규정이 된다고도 볼 수 없고, 결국 제41조의 규정 자체의 해석에 의하여 “진료 등에 필요한 당직의료인”이라고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그 위반 여부가 판단되어야 하며, 그에 따라 위반으로 판단되는 행위에 대하여 제90조를 적용하여 처벌할 수 있을 것이다.
그뿐 아니라 이 사건 시행령 조항 제2항에 의하면 ‘정신병원, 재활병원, 결핵병원 등’은 입원환자를 진료하는 데에 지장이 없도록 해당 병원의 자체 기준에 따라 배치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는데, 의료법상 요양병원과 위 병원들 사이의 구분이 명확하지 아니하여 과연 일반적으로 병원에 관하여 정한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이 이 사건 시행령 조항 제2항을 배제하고 요양병원에 적용되는지도 분명하지 아니하므로, 이 점에 있어서도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을 가지고 요양병원의 의료법 제41조 위반에 관한 근거 규정으로 삼기 어렵다.
다. 원심은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을 준수하지 아니한 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법률에 근거하지 아니한 처벌로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된다는 등의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이 운영하는 요양병원이 이 사건 시행령 조항에서 정한 당직의료인의 수를 충족하지 못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의료법 제41조를 위반하였다고 보아 의료법 제90조에 의하여 처벌할 수는 없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위에서 살펴본 법리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죄형법정주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라. 이상과 같이 이 사건의 결론에 관하여는 다수의견과 같지만 그 이유는 다르므로, 별개의견으로 이를 밝혀 둔다.
재판관 양승태(재판장) 이상훈 박병대 김용덕 박보영 김창석 김신(주심) 김소영 조희대 권순일 박상옥 이기택 김재형 | [1] 헌법 제12조 제1항, 제75조, 형법 제1조 제1항 / [2] 헌법 제12조 제1항, 제75조, 형법 제1조 제1항, 구 의료법(2016. 12. 20. 법률 제1443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조, 제2조, 제3조 제2항 제3호, 제3조의2, 제3조의4, 제3조의5, 제4조 제1항, 제41조(현행 제41조 제1항 참조), 제90조, 의료법 시행령 제18조,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3조, 제6조 제1항, 제11조 | 형사 |
【피 고 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김도윤
【원심판결】
대전지법 2016. 8. 31. 선고 2016노555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업무방해의 점의 요지는, “피고인이 피해자 게임회사들이 제작한 모바일게임의 이용자들의 게임머니나 능력치를 높게 할 수 있는 변조된 게임프로그램을 불상의 해외 인터넷 사이트에서 다운로드받은 다음,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수정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피고인이 위와 같은 게임프로그램을 제공한다는 것을 나타내는 문구가 게임프로그램 실행 시 화면에 나올 수 있도록 게임프로그램을 변조한 후, 피고인이 직접 개설한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공유사이트 게시판에 접속한 사람들로 하여금 이를 공유할 수 있도록 위와 같이 변조한 게임프로그램들을 게시·유포하여 위계로써 피해자 게임회사들의 정상적인 영업업무를 방해하였다.”라는 것이다.
2.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들어 피고인이 변조된 게임프로그램을 게시·유포한 이 사건 공소사실 행위는 피해자 게임회사들의 오인, 착각 또는 부지를 일으킬 목적으로 행해진 것으로서 ‘위계’에 해당하고, 이러한 피고인의 행위로 피해자 게임회사들의 정상적인 영업업무의 방해를 초래할 위험도 발생하였다고 보아,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3. 그러나 원심의 이와 같은 판단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1) 형법 제314조 제1항에서 정하는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에서 ‘위계’란 행위자가 행위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상대방에게 오인·착각 또는 부지를 일으키게 하여 이를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대법원 2014. 12. 24. 선고 2013도8734 판결 참조).
(2) 게임이용자가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이 변조된 게임프로그램을 자신의 모바일 기기에 설치하고 이를 실행하여 게임서버에 접속하는 경우, 게임회사로서는 위와 같이 변조된 게임프로그램을 설치·실행하여 서버에 접속한 게임이용자와 정상적인 게임프로그램을 설치·실행하여 서버에 접속한 게임이용자를 구별할 수 없게 되므로, 게임이용자가 변조된 게임프로그램을 설치·실행하여 게임서버에 접속하여야 비로소 게임회사에 대한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공소사실에 업무방해행위로서 기재된 피고인의 행위는 피고인이 위와 같이 변조된 게임프로그램을 자신이 개설한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공유사이트 게시판에 게시하여, 그 게시판에 접속한 사람들이 이를 다운로드받아 이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는 것일 뿐, 피고인이 변조된 게임프로그램을 실행하여 그 게임서버에 직접 접속하였다거나, 위 공유사이트 게시판에서 위와 같이 변조된 게임프로그램을 다운로드받은 게임이용자와 공모하여 그 게임이용자가 변조된 게임프로그램을 실행하여 그 게임서버에 직접 접속하였다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피고인이 어떠한 방법으로 변조된 게임프로그램을 실행하여 그 게임서버에 접속하였는지에 관하여는 전혀 특정하지 아니한 채, 피고인이 변조된 게임프로그램을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은 방법으로 게시·유포하였다는 위 공소사실 기재 행위만으로는 그 게임프로그램을 제작한 게임회사들에 대하여 오인, 착각, 부지를 일으켜 업무를 방해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인이 위와 같이 변조된 게임프로그램을 게시한 공유사이트 게시판에서 이를 다운로드받아 실제로 이를 실행하여 게임서버에 접속한 게임이용자와 피고인이 공모관계에 있다고 인정될 경우 업무방해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피고인이 위와 같이 변조된 게임프로그램을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은 방법으로 게시·유포하였다는 사실만으로는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
그런데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업무방해의 점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업무방해죄에서 ‘위계’와 ‘방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3) 한편 원심은 피고인에 대한 위 부분 공소사실과 나머지 공소사실이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다는 이유로 하나의 형을 선고하였으므로, 위 부분 공소사실뿐만 아니라 나머지 공소사실 부분도 함께 파기하여야 한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상훈(재판장) 김창석 조희대(주심) 박상옥 | [1] 형법 제314조 제1항 / [2] 형법 제314조 제1항, 형사소송법 제325조 | 형사 |
【피 고 인】
【상 고 인】
피고인 및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서혜원 외 1인
【원심판결】
대구고법 2016. 11. 24. 선고 2016노323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인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과 제1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필로폰 수입으로 인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의 점이 유죄로 인정된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 거기에 증거능력 없는 증거를 채택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
그리고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에 의하면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서만 양형부당을 사유로 한 상고가 허용된다. 피고인에 대하여 그보다 가벼운 형이 선고된 이 사건에서 형의 양정이 부당하다는 취지의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2. 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법령의 정당한 적용을 청구할 임무를 가지므로 반대당사자에게 불이익한 재판에 대하여도 그것이 위법일 때에는 위법을 시정하기 위하여 상소로써 불복할 수 있지만 불복은 재판의 주문에 관한 것이어야 하고 재판의 이유만을 다투기 위하여 상소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대법원 2004. 3. 26. 선고 2003도8249 판결 참조).
검사의 상고이유는 일부 증거의 증거능력을 부정한 원심의 판단에 잘못이 있다는 취지이다. 이는 이 사건 공소사실 전부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의 주문에 관한 것이 아니고 이유만을 다투기 위한 것임이 명백하여 허용될 수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상훈(재판장) 김창석 조희대(주심) 박상옥 | 형사소송법 제338조 | 형사 |
【피 고 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법무법인 유석 담당변호사 박흥대 외 8인
【원심판결】
부산지법 2015. 9. 11. 선고 2015노805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법률의 시행령은 모법인 법률의 위임 없이 법률이 규정한 개인의 권리·의무에 관한 내용을 변경·보충하거나 법률에서 규정하지 아니한 새로운 내용을 규정할 수 없고, 특히 법률의 시행령이 형사처벌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면서 법률의 명시적인 위임 범위를 벗어나 그 처벌의 대상을 확장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도 어긋나므로, 그러한 시행령은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서 무효이다(대법원 1998. 10. 15. 선고 98도1759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1999. 2. 11. 선고 98도2816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의료법(2016. 12. 20. 법률 제1443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41조는 “각종 병원에는 응급환자와 입원환자의 진료 등에 필요한 당직의료인을 두어야 한다.”라고 규정하는 한편, 제90조에서 제41조를 위반한 사람에 대한 처벌규정을 두었다. 이와 같이 의료법 제41조는 각종 병원에 응급환자와 입원환자의 진료 등에 필요한 당직의료인을 두어야 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각종 병원에 두어야 하는 당직의료인의 수와 자격에 아무런 제한을 두고 있지 않고 이를 하위 법령에 위임하고 있지도 않다.
그런데도 의료법 시행령 제18조 제1항(이하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이라 한다)은 “법 제41조에 따라 각종 병원에 두어야 하는 당직의료인의 수는 입원환자 200명까지는 의사·치과의사 또는 한의사의 경우에는 1명, 간호사의 경우에는 2명을 두되, 입원환자 200명을 초과하는 200명마다 의사·치과의사 또는 한의사의 경우에는 1명, 간호사의 경우에는 2명을 추가한 인원 수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의료법 제41조가 “환자의 진료 등에 필요한 당직의료인을 두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인데도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은 그 당직의료인의 수와 자격 등 배치기준을 규정하고 이를 위반하면 의료법 제90조에 의한 처벌의 대상이 되도록 함으로써 형사처벌의 대상을 신설 또는 확장하였다. 그러므로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은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서 무효라고 할 것이다(대법원 2017. 2. 16. 선고 2015도16014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2.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의료법의 위임 없이 이 사건 시행령 조항에 규정된 당직의료인의 수를 준수하지 아니한 행위를 의료법 제90조에 따라 처벌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였다.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앞서 본 법리에 기초한 것으로서 정당하다. 거기에 죄형법정주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상훈(재판장) 김창석 조희대(주심) 박상옥 | [1] 헌법 제12조 제1항, 제75조, 형법 제1조 제1항 / [2] 헌법 제12조 제1항, 제75조, 형법 제1조 제1항, 구 의료법(2016. 12. 20. 법률 제1443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1조(현행 제41조 제1항 참조), 제90조, 의료법 시행령 제18조 | 형사 |
【피 고 인】
【상 고 인】
피고인 및 검사
【원심판결】
수원지법 2016. 11. 4. 선고 2015노7482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인의 약사법위반의 점에 대한 상고이유에 관하여
원심판결 이유를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약사법위반의 점(이유 무죄 부분 제외)이 유죄로 인정된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잘못 인정한 위법이 없다.
2. 피고인의 사기의 점에 대한 상고이유에 관하여
포괄일죄에 있어서는 그 일죄의 일부를 구성하는 개개의 행위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아니하더라도 그 전체 범행의 시기와 종기, 범행방법, 피해자나 상대방, 범행횟수나 피해액의 합계 등을 명시하면 이로써 그 범죄사실은 특정되는 것이라고 할 것이나(대법원 1999. 11. 12. 선고 99도2934 판결, 대법원 2005. 3. 24. 선고 2004도8661 판결 등 참조), 비록 공소범죄의 특성에 비추어 개괄적인 기재가 불가피한 경우가 있다 하더라도, 사실상 피고인의 방어권행사에 지장을 가져오는 경우에는 형사소송법 제254조 제4항에서 정하고 있는 구체적인 범죄사실의 기재가 있는 공소장이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0. 11. 24. 선고 2000도2119 판결, 대법원 2007. 8. 23. 선고 2006도5041 판결 등 참조).
원심은, ‘피고인이 2010. 1. 1.부터 2014. 2. 28.까지 의사인 본인이 의약품을 직접 조제하거나 또는 환자에 대한 복약지도를 전혀 하지 않고 간호사가 단독으로 입원환자에 대한 의약품을 조제하였음에도 마치 의사가 직접 의약품을 조제하고 입원환자에 대한 복약지도를 한 것처럼 약제비, 복약지도료 명목 등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 공소외 1 회사 및 공소외 2 회사에 보험금을 청구하여 피해자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수급자 2,907명과 관련하여 합계 18,470,704원을, 피해자 공소외 1 주식회사로부터 수급자 516명과 관련하여 합계 7,336,665원을, 피해자 공소외 2 주식회사로부터 수급자 362명과 관련하여 합계 6,979,967원을 교부받아 이를 편취하였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사기의 점에 관하여, 위 공소사실이 특정되었음을 전제로 실체판단을 하였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피고인은 약사를 고용하여 1주일 중 월요일과 목요일에는 약사로 하여금 약을 조제하도록 하였고, 이 부분 공소사실의 편취금액에는 간호사가 아닌 약사가 약을 직접 조제한 부분과 관련된 보험금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인데, 위와 같이 병원을 운영하면서 1주일에 2회는 약사로 하여금 약을 조제하도록 한 피고인으로서는 이 부분 공소사실의 기재에 의하여 개별 수급자와 수급자별 피해금액조차 알 수 없어 방어권행사에 지장을 겪게 되므로, 이 부분 공소사실이 특정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 부분 공소사실이 특정되었다고 보아 실체판단을 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공소사실 특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피고인과 검사의 불이익변경금지원칙 위반과 관련한 상고이유에 관하여
형사소송법 제457조의2는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 대하여는 약식명령의 형보다 중한 형을 선고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여 정식재판 청구사건에서의 불이익변경금지의 원칙을 정하고 있다.
기록에 의하면, 검사의 약식명령 청구에 따라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은 2014. 12. 26. 피고인을 벌금 300만 원에 처하는 내용의 약식명령을 하였고, 이에 대하여 피고인만이 정식재판 청구를 하자 제1심법원은 피고인에 대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일부를 유죄로 판단한 후 벌금 100만 원을 선고한 사실, 그런데 원심은 검사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벌금 400만 원을 선고한 사실을 알 수 있다. 결국 원심은 약식명령의 형보다 중한 벌금형을 선고한 것이므로, 원심판결에는 형사소송법 제457조의2에 규정된 불이익변경금지의 원칙을 위반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검사와 피고인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창석(재판장) 이상훈 조희대 박상옥(주심) | [1] 형사소송법 제254조 제4항, 제327조 제2호 / [2] 형사소송법 제457조의2 | 형사 |
【피 고 인】
【상 고 인】
피고인 외 1인 및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민병훈 외 3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3. 12. 26. 선고 2013노513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 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 등 서면들의 기재는 해당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피고인 1의 업무상횡령 유죄 부분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불고불리 원칙에 관한 주장에 대하여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없는 경우에는 공소사실과 기본적 사실이 동일한 범위 내에서 법원이 공소장변경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다르게 사실을 인정하였다고 할지라도 불고불리의 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대법원 2011. 6. 30. 선고 2011도1651 판결, 대법원 2015. 12. 10. 선고 2013도13444 판결 등 참조).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주식회사 ○○은행(이하 ‘○○은행’이라 한다) 비서실장 공소외 1이 피고인 1로부터 지시를 받아 재일교포 주주 공소외 2, 공소외 3과 피고인 1 명의의 계좌들에서 3억 원(이하 이를 ‘남산 3억 원’이라 한다)을 인출하여 남산자유센터 주차장에서 성명불상자에게 전달하였고, 그 후 피고인 1이 2008. 2. 13. ○○은행 명예회장 공소외 4 명의의 ○○은행 계좌에 ○○은행 법인자금 5억 4,600만 원을 입금받아 그중 2억 6,100만 원을 남산 3억 원과 관련하여 공소외 2, 공소외 3 및 피고인 1에게 보전·정산함으로써 임의로 사용하여 횡령하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공소외 1로부터 남산 3억 원 조성 자금의 보전·정산 사실을 사후에 보고받았을 뿐이라는 피고인 1의 주장을 배척하고 피고인 1에 대한 원심 판시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하면서, 범행의 방법, 경위, 피해자, 피해액 등에 관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과 동일하게 인정하되, 그 기수시점에 대하여 법률적 평가를 달리하여 남산 3억 원의 보전·정산과 관련하여 ‘2억 6,100만 원이 공소외 4 명의 계좌로 넣어진 때’에 기수에 이르렀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이 부분 공소사실에 기재된 범행의 동기 및 경영자문계약서 위조에 관한 부분은,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위 범죄사실 부분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보인다. 이러한 사정과 앞에서 본 법리 및 기록에서 알 수 있는 심리·판단과정을 종합하여 원심판결 이유를 살펴보면, 원심은 이 부분 공소사실과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 범위 내에서 단지 횡령죄의 기수시점만 앞당겨 인정한 것으로 보이고, 이로 인하여 피고인 1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 불이익이 초래되었다고 할 수도 없으므로, 이 부분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불고불리 원칙을 위반하는 등의 사유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이 부분 상고이유에 관하여 들고 있는 대법원판결은 이 사건과 사안이 다르므로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않다.
나. 경영자문료 소유관계, 횡령죄의 보관자 지위 및 기수시기에 관한 주장에 대하여
(1) 업무상횡령죄에서 불법영득의사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꾀할 목적으로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하여 보관하는 타인의 재물을 자기의 소유인 경우와 같이 사실상 또는 법률상 처분하는 의사를 의미하므로, 반드시 자기 스스로 영득하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9. 10. 15. 선고 2009도5655 판결 등 참조).
그리고 법인의 운영자 또는 관리자가 법인을 위한 목적이 아니라 법인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용도에 사용할 목적으로 법인의 자금을 빼내어 별도로 비자금을 조성하였다면 그 조성행위 자체로써 불법영득의 의사가 실현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이때 그 행위자에게 법인의 자금을 빼내어 착복할 목적이 있었는지 여부는 그 법인의 성격과 비자금의 조성 동기, 방법, 규모, 기간, 비자금의 보관방법 및 실제 사용용도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12. 9. 선고 2010도11015 판결 등 참조).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하나(형사소송법 제307조 제2항), 사실인정의 전제로 행하여지는 증거의 취사 선택 및 증거의 증명력은 사실심 법원의 자유판단에 속한다(형사소송법 제308조).
(2)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 1은 2008년 2~3월 당시 ○○은행장으로서 ○○은행 소유 자금의 보관자 지위에 있었고, ○○은행과 공소외 4 사이에 이루어진 2008년도 경영자문계약 중 2억 6,100만 원에 대한 부분은 처음부터 ○○은행을 위한 목적이 아니라 남산 3억 원 조성 자금을 보전·정산할 목적으로 경영자문료를 실제로 필요한 것보다 부풀린 것이므로, 피고인 1의 업무상횡령 범행은 ○○은행 소유 자금인 2억 6,100만 원이 공소외 4 명의 계좌로 넣어진 때에 불법영득의사가 실현되어 기수에 이르렀다는 취지로 판단하여, 피고인 1의 법리오해, 사실오인 등에 관한 항소이유 주장 등을 받아들이지 아니하고, 이 부분 원심 판시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이러한 원심 판단의 기초가 된 사실인정을 다투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 부분은 실질적으로 사실심 법원의 자유판단에 속하는 원심의 증거 선택 및 증명력에 관한 판단을 탓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리고 원심판결 이유를 앞에서 본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경영자문료의 소유관계, 횡령죄의 보관자 지위, 기수시기, 증명책임 및 심판의 범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위법이 없다.
다. 실질적 직접심리주의 위반, 자유심증주의 한계 이탈, 증명의 정도에 관한 법리오해 주장에 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1) 피고인 1이 3억 원을 마련하라는 공소외 5의 지시와 비서실 재무상황을 공소외 1로부터 보고받은 사실, 피고인 1이 공소외 1에게 우선 재일교포 주주 공소외 2, 공소외 3과 피고인 1 명의 계좌에서 현금을 인출하는 등의 방법으로 남산 3억 원을 마련하고 2008년도 경영자문료에서 이를 보전·정산하도록 지시한 사실을 인정하여, (2) 남산 3억 원 조성 자금의 보전·정산 사실을 사후에 보고받았다는 취지의 피고인 1의 사실오인 등에 관한 항소이유 주장을 받아들이지 아니하였다.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이러한 원심의 사실인정을 다투는 취지로서 실질적으로 사실심 법원의 자유판단에 속하는 원심의 증거 선택 및 증명력에 관한 판단을 탓하는 것에 불과하다. 또한 기록에 의하면 제1심 제22회 공판기일에 공소외 6에 대한 검찰 진술조서에 관하여 증거동의가 있었던 사실을 알 수 있으므로 그 증거능력을 다투는 상고이유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으며, 이러한 사정과 아울러 앞에서 본 법리 및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추어 원심판결 이유를 살펴보면, 이 부분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실질적 직접심리주의를 위반하고 진술의 신빙성, 전문증거의 증거능력, 유죄 인정을 위한 증명의 정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위법이 없다.
이 부분 상고이유에 관하여 들고 있는 대법원판결들은 이 사건과 사안이 다르므로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않다.
2. 피고인 4의 금융지주회사법 위반 등 유죄 부분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금융지주회사법 제48조의3 제1항의 ‘금융지주회사의 임·직원은 직무와 관련하여’와 구 은행법(2010. 5. 17. 법률 제1030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1조의 ‘금융기관의 임원 및 직원은 직무와 관련하여’는 ‘금융지주회사 또는 금융기관 임·직원이 그 지위에 수반하여 취급하는 일체의 사무와 관련하여’를 뜻하며, 그 권한에 속하는 직무행위뿐 아니라 그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사무 및 그와 관련하여 사실상 처리하고 있는 사무도 그 직무에 포함된다. 따라서 금융지주회사 또는 금융기관 임·직원이 거래처 고객으로부터 금품 기타 이익을 받은 때에는, 그것이 해당 거래처 고객이 종전에 금융지주회사 또는 금융기관의 임·직원으로부터 접대 또는 수수받은 것을 갚는 것으로서 사회상규에 비추어 볼 때에 의례상의 대가에 불과한 것이라고 여겨지거나 개인적인 친분관계가 있어서 교분상의 필요에 의한 것이라고 명백하게 인정할 수 있는 경우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직무와의 관련성을 부정할 수 없다. 그리고 금융지주회사 또는 금융기관 임·직원이 수수한 금품에 직무행위에 대한 대가로서의 성질과 직무 외의 행위에 대한 사례로서의 성질이 불가분적으로 결합되어 있는 경우에는, 그 전부가 불가분적으로 직무행위에 대한 대가로서의 성질을 가진다(대법원 2000. 2. 22. 선고 99도4942 판결, 대법원 2002. 8. 23. 선고 2002도46 판결 등 참조).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1) 여신 업무를 비롯하여 ○○은행이 취급하는 각종 업무들은 주식회사 ○○금융지주회사(이하 ‘○○금융지주’라 한다) 이사 겸 ○○은행장인 피고인 4의 직무 범위에 속하거나 그 직무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사무에 해당하고 피고인 4의 직무와 공소외 7로부터 받은 5억 원 사이에 대가관계도 있으며 이러한 사실을 피고인 4가 인식하였다는 취지로 인정하여, (2) 피고인 4가 그 직무에 관하여 공소외 7로부터 5억 원을 증여받았다는 이 부분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의 결론이 옳다고 판단하고, 피고인 4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등에 관한 항소이유를 받아들이지 아니하였다.
이러한 원심 판단의 기초가 된 사실인정을 다투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 부분은 실질적으로 사실심 법원의 자유판단에 속하는 원심의 증거 선택 및 증명력에 관한 판단을 탓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리고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와 앞에서 본 법리 및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아도, 이 부분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직무관련성 및 그에 대한 증명책임, 금융지주회사법위반죄 및 은행법위반죄의 입법 취지, 증거의 증명력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판결 이유가 모순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위법이 없다.
3. 무죄 부분에 관한 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정하다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며, 이와 같은 증명이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유죄로 판단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6. 3. 9. 선고 2005도8675 판결 등 참조).
가. 경영자문계약 및 경영자문료 관련 부분
(1) 피고인 1의 유죄 부분 외의 나머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정경제범죄법’이라 한다) 위반(횡령) 부분
불법영득의사에 관한 증명책임은 어디까지나 검사에게 있으므로, 피고인이 불법영득의사의 존재를 인정하기 어려운 사유를 들어 자신이 위탁받아 보관하던 자금의 행방이나 사용처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고 이에 부합하는 자료도 있다면 달리 피고인이 그 자금을 일단 다른 용도로 소비한 후 그만한 돈을 별도로 입금 또는 반환한 것이라는 등의 사정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한 함부로 그 위탁받은 자금을 불법영득의사로 인출하여 횡령하였다고 인정할 수는 없다(대법원 1994. 9. 9. 선고 94도998 판결 등 참조). 나아가 어떤 자금의 용도가 추상적으로 정하여져 있다 하여도 그 구체적인 사용 목적, 사용처, 사용 시기 등에 관하여 보관자에게 광범위한 재량을 가지고 이를 사용할 권한이 부여되어 있고, 지출한 후에 그에 관한 사후보고나 증빙자료의 제출도 요구되지 않는 성질의 것이라면, 보관자가 위 자금을 사용한 다음 그 행방이나 사용처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거나 증빙자료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여 함부로 불법영득의사를 추단하여서는 아니 되고, 위 자금이 본래의 사용 목적과는 관계없이 개인적 이익을 위하여 지출되었다거나 합리적인 범위를 넘어 과다하게 이를 지출하였다는 등의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할 수 있는 사정을 검사가 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6. 24. 선고 2007도5899 판결 등 참조).
원심은 이 부분 공소사실에 관하여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가) 피고인 1이 ○○은행장에서 퇴임한 2009. 3. 17. 이후에는 공소외 4의 경영자문료 사용에 관하여 직접적으로 지시하거나 관여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이 사건 경영자문계약이 공소외 4와 ○○은행 사이에 정상적으로 체결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경영자문료 사용에 대한 피고인 1의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취지로 판단하여, (나)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고, 검사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등에 관한 항소이유 주장을 받아들이지 아니하였다.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이러한 원심 판단의 기초가 된 사실인정을 다투는 취지로서, 실질적으로 사실심 법원의 자유판단에 속하는 원심의 증거 선택 및 증명력에 관한 판단을 탓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리고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아도, 이 부분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업무상횡령죄의 보관자 지위, 불법영득의사, 증명책임, 진술의 신빙성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판결 이유가 모순되며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위법이 없다.
이 부분 상고이유에 관하여 들고 있는 대법원판결은 이 사건과 사안이 다르므로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않다.
한편 상고이유서에는 소송기록과 원심법원의 증거조사에 표현된 사실을 인용하여 그 이유를 명시하여야 하므로, 검사의 상고이유서 기재 중 항소이유서에 기재된 항소이유 및 원심 의견서를 그대로 원용한 부분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될 수 없다.
(2) 피고인 1의 사문서 위조 및 위조사문서 행사 부분
원심은 이 부분 공소사실에 관하여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경영자문계약 체결 및 신규 계좌 개설에 관하여 명의인 공소외 4의 승낙이 없었다는 점에 대한 검사의 증명이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이 옳다고 인정하여, 검사의 사실오인 등에 관한 항소이유 주장을 받아들이지 아니하였다.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이러한 원심의 사실인정을 다투는 취지로서, 실질적으로 사실심 법원의 자유판단에 속하는 원심의 증거 선택 및 증명력에 관한 판단을 탓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리고 원심판결 이유를 앞에서 본 법리 및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아도, 이 부분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진술의 신빙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위법이 없다.
한편 상고이유서에는 소송기록과 원심법원의 증거조사에 표현된 사실을 인용하여 그 이유를 명시하여야 하므로, 검사의 상고이유서 기재 중 항소이유서에 기재된 항소이유를 그대로 원용한 부분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될 수 없다.
(3) 피고인 4의 업무상횡령 부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이 부분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명이 부족하다고 보아 무죄로 인정한 제1심의 판단이 옳다고 인정하여, 검사의 사실오인 등에 관한 항소이유 주장을 받아들이지 아니하였다.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이러한 원심의 사실인정을 다투는 취지로서, 실질적으로 사실심 법원의 자유판단에 속하는 원심의 증거 선택 및 증명력에 관한 판단을 탓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리고 원심판결 이유를 앞에서 본 법리 및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아도, 이 부분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불법영득의사 및 증명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위법이 없다.
나. 공소외 8 주식회사에 대한 대출 관련 부분
(1) 피고인 1, 피고인 2의 특정경제범죄법 위반(배임) 부분
피고인 아닌 자의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이 피고인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것인 때에는 형사소송법 제316조 제1항의 규정에 따라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 하에서 행하여졌음이 증명된 때에 한하여 이를 증거로 할 수 있다. 여기서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 하에서 행하여졌다는 것’은 그 진술을 하였다는 것에 허위 개입의 여지가 거의 없고 진술 내용의 신빙성이나 임의성을 담보할 구체적이고 외부적인 정황이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대법원 2004. 4. 27. 선고 2004도482 판결 등 참조).
이 부분 공소사실에 관하여, 제1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위 피고인들이 공모하여 위 회사에 대한 대출심사 절차에 개입·관여하여 업무상 임무에 위배하여 위 회사에 자금을 대출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그리고 원심은, (가) 판시와 같은 이유로, 공소외 9의 법정진술 중 피고인 2로부터 ‘위에서 시켜서 어쩔 수 없이 컨설팅보고서를 만들었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는 부분은 전문진술로서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 하에서 행하여졌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16조 제1항에 의하여 피고인 2에 대하여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하고, (나) 나아가 이를 비롯한 판시와 같은 사정들을 이유로 들어, 위와 같은 제1심의 판단이 옳다고 인정하여, 검사의 법리오해 및 사실오인 등에 관한 항소이유 주장을 받아들이지 아니하였다.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위와 같은 원심 판단의 기초가 된 사실인정을 다투는 취지로서, 실질적으로 사실심 법원의 자유판단에 속하는 원심의 증거 선택 및 증명력에 관한 판단을 탓하는 것에 불과하고, 원심판결 이유를 앞에서 본 법리 및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아도 이 부분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전문증거의 증거능력, 진술의 신빙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위법이 없다.
(2) 피고인 2의 사문서 위조 및 위조사문서 행사 부분
사문서위조의 객체가 되는 문서의 진정한 작성명의인이 누구인지는 문서의 표제나 명칭만으로 이를 판단하여서는 아니 되고, 문서의 형식과 외관은 물론 문서의 종류, 내용, 일반 거래에서 그 문서가 가지는 기능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참작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97. 6. 27. 선고 95도1964 판결 등 참조).
이 부분 공소사실에 관하여, (가) 제1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컨설팅자료 활용 동의서를 작성하게 된 경위, 컨설팅자료 활용 동의서를 직접 작성한 공소외 10의 의사, 당시 컨설팅자료 활용 동의서에 피고인 2의 서명을 받게 된 이유, 컨설팅자료 활용 동의서의 기능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컨설팅자료 활용 동의서에 공소외 11, 공소외 12, 공소외 13의 이름이 기재되어 있더라도 그 작성명의인은 피고인 2이고 공소외 11, 공소외 12, 공소외 13은 작성명의인이 아니어서, 피고인 2가 자신의 이름 옆에 서명한 이상 이를 위조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고, (나)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러한 제1심의 판단이 옳다고 인정하여, 검사의 사실오인 등에 관한 항소이유 주장을 받아들이지 아니하였다.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이러한 원심 판단의 기초가 된 사실인정을 다투는 취지로서, 실질적으로 사실심 법원의 자유판단에 속하는 원심의 증거 선택 및 증명력에 관한 판단을 탓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리고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아도, 이 부분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문서의 작성명의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위법이 없다.
다. 피고인 1, 피고인 3의 공소외 14 주식회사에 대한 대출 관련 특정경제범죄법 위반(배임) 부분
이 부분 공소사실에 관하여, (1) 제1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위 피고인들이 공모하여 위 회사에 대한 대출심사 절차에 개입·관여하여 업무상 임무에 위배하여 위 회사에 자금을 대출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판단하였고, (2)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러한 제1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이 옳다고 인정하여, 검사의 사실오인 등에 관한 항소이유 주장을 받아들이지 아니하였다.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이러한 원심의 사실인정을 다투는 취지로서, 실질적으로 사실심 법원의 자유판단에 속하는 원심의 증거 선택 및 증명력에 관한 판단을 탓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리고 원심판결 이유를 앞에서 본 법리 및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아도, 이 부분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진술의 신빙성 및 증거가치 평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위법이 없다.
라. 피고인 1의 금융지주회사법 위반 또는 은행법 위반 관련 부분
(1) 공소외 15로부터 일화 3,000만 엔을 증여받았다는 부분
원심은 이 부분 공소사실에 관하여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 1이 2009. 5.경 재일교포 주주 공소외 15로부터 ○○금융지주 대표이사의 직무에 관하여 일화 3,000만 엔을 증여받았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는 제1심의 판단이 옳다고 인정하여, 검사의 사실오인 등에 관한 항소이유 주장을 받아들이지 아니하였다.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이러한 원심의 사실인정을 다투는 취지로서, 실질적으로 사실심 법원의 자유판단에 속하는 원심의 증거 선택 및 증명력에 관한 판단을 탓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리고 원심판결 이유를 앞에서 본 법리 및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아도, 이 부분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진술의 신빙성, 증거가치 평가, 탄핵증거, 직무관련성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판결 이유가 모순되며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위법이 없다.
(2) 공소외 3으로부터 3억 원을 증여받았다는 부분
원심은 이 부분 공소사실에 관하여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 1이 2008. 12. 30.경과 2009. 1. 6.경 재일교포 주주 공소외 3으로부터 ○○금융지주의 사내이사이자 ○○은행장의 직무에 관하여 합계 3억 원을 증여받았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는 제1심의 판단이 옳다고 인정하여, 검사의 사실오인 등에 관한 항소이유 주장을 받아들이지 아니하였다.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이러한 원심의 사실인정을 다투는 취지로서, 실질적으로 사실심 법원의 자유판단에 속하는 원심의 증거 선택 및 증명력에 관한 판단을 탓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리고 원심판결 이유를 앞에서 본 법리 및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아도, 이 부분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진술의 신빙성, 증거가치 평가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판결 이유가 모순되며 판단을 누락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고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위법이 없다.
(3) 공소외 3으로부터 2억 원을 증여받았다는 부분
금융지주회사법 제48조의3 제1항에서 정한 ‘금융지주회사 임·직원의 직무’는 ‘금융지주회사 임·직원이 그 지위에 수반하여 취급하는 일체의 사무’를 뜻하지만, 그렇다고 금융지주회사 임·직원이 개인적인 지위에서 취급하는 사무까지 이에 포함된다고 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5. 3. 25. 선고 2004도8257 판결 등 참조).
원심은 이 부분 공소사실에 관하여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 1이 공소외 3으로부터 현금 및 미화로 바꾸어 달라는 부탁과 함께 2억 원을 받았을 수도 있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하고 위 2억 원이 피고인 1의 직무에 관한 대가라고 확신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였다.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이러한 원심의 사실인정을 다투는 취지로서, 실질적으로 사실심 법원의 자유판단에 속하는 원심의 증거 선택 및 증명력에 관한 판단을 탓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리고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 및 앞에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아도, 이 부분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엄격한 증명의 대상, 직무관련성, 진술의 신빙성, 증거가치 평가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판결 이유가 모순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위법이 없다.
4.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소영(재판장) 김용덕(주심) 김신 이기택 | [1] 금융지주회사법 제48조의3 제1항, 제70조 제2항 제2호, 구 은행법(2010. 5. 17. 법률 제1030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1조(현행 금융지주회사법 제48조의3 제1항 참조), 제66조 제2항 제2호(현행 금융지주회사법 제70조 제2항 제2호 참조) / [2] 금융지주회사법 제48조의3 제1항, 제70조 제2항 제2호 | 형사 |
【피 고 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노세연
【원심판결】
서울동부지법 2016. 10. 6. 선고 2016노558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종자산업법에서 고품질 종자의 유통·보급을 통한 농림업의 생산성 향상 등을 도모하고 관련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종자보증제도와 품질표시제도를 두고 있는 점, 종자산업법의 입법 목적, 종자를 다시 포장하여 판매하는 행위를 종자업으로 규정하게 된 경위 등에 비추어 보면, 자신이 공급받은 종자의 포장을 뜯거나 열어서 나누어 포장한 뒤 배송하는 방식으로 인터넷을 통해 다수인에게 판매하는 행위를 업으로 하는 경우, 다시 포장하는 방식이 규격화되어 있지 않고 주문받은 바에 따라 달라진다고 하더라도 종자산업법 제2조 제8호에서 정한 종자업에 해당한다.
원심은 판시와 같은 사정을 들어, 피고인이 종자산업법에 따른 등록을 하지 아니한 채 인터넷을 통해 불특정 다수인을 상대로 다수의 종자를 대량 포장된 것에서 개별 소량으로 다시 포장하여 판매하는 행위를 업으로 함으로써 무등록 종자업을 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종자산업법 제2조 제8호의 종자를 다시 포장하여 판매하는 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기택(재판장) 김용덕 김신(주심) 김소영 | 종자산업법(2016. 12. 27. 법률 제1448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조, 제2조 제8호, 제37조 제1항, 제54조 제5호 | 형사 |
【피 고 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 연 담당변호사 우석환 외 5인
【원심판결】
전주지법 2016. 12. 1. 선고 2015노1270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공공단체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상 기부행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지극히 정상적인 생활형태의 하나로서 역사적으로 생성된 사회질서의 범위 안에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일종의 의례적 행위나 직무상의 행위로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여 위법성이 조각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지만, 그와 같은 사유로 위법성의 조각을 인정함에는 신중을 요한다(대법원 2011. 2. 24. 선고 2010도14720 판결 등 참조).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이 피고인이 산림조합장으로 재임하던 중 조합원 3명에게 합계 1,044,000원의 떡갈비 36세트를 제공한 방법과 이에 소요된 자금, 피고인이 떡갈비를 제공한 시기와 양, ○○군 산림조합이 버섯떡갈비 판매사업을 위해 그 사업계획에 따라 우량금융고객이나 기관장에게 떡갈비를 제공한 경우와의 차이 등 제반 사정을 들어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가 공공단체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 제33조 제1항 제1호 또는 제2호에서 정한 직무상의 행위 또는 의례적 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여 위법성이 조각되는 경우로 볼 수도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의 행위가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거나 위법성이 없는 행위라는 주장을 배척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공공단체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기부행위와 그 위법성 조각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피고인이 조합원에게 제공한 떡갈비 1세트의 시가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할 때의 통상적인 가격인 29,000원이라고 판단한 것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한 잘못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기택(재판장) 김용덕 김신(주심) 김소영 | 형법 제20조, 공공단체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 제32조, 제33조 제1항 제1호, 제2호, 제35조 제5항, 제59조 | 형사 |
【피 고 인】
【상 고 인】
피고인과 검사
【변 호 인】
법무법인 오늘 담당변호사 최종갑 외 9인
【원심판결】
수원지법 2013. 11. 28. 선고 2013노888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피고인과 검사의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 경과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 탄원서, 참고자료 등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함께 판단한다.
1. 공소제기의 절차가 무효라는 상고이유에 대하여
법원이 재정신청서를 송부받았음에도 송부받은 날부터 형사소송법 제262조 제1항에서 정한 기간 안에 피의자에게 그 사실을 통지하지 아니한 채 형사소송법 제262조 제2항 제2호에서 정한 공소제기결정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에 따른 공소가 제기되어 본안사건의 절차가 개시된 후에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본안사건에서 위와 같은 잘못을 다툴 수 없다(대법원 2010. 11. 11. 선고 2009도224 판결, 대법원 2014. 4. 10. 선고 2012도1741 판결 등 참조).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재정신청서를 송부받은 법원이 피고인에게 그 사실을 통지하지 않은 채 심리를 진행하여 이 사건 공소제기결정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공소제기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되어 무효인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앞에서 본 법리에 기초한 것으로서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공소제기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조합원 공소외 1에 대한 체포 절차의 적법성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은, ① 피고인이 ○○자동차 주식회사△△공장 앞에서 □□□□노동조합○○자동차지부 소속 공소외 2 등 조합원 6명을 전투경찰대원들을 동원하여 방패로 에워싸고 30분 내지 40분 동안 이동하지 못하게 하다가 연행한 것과 잠시 후 같은 방법으로 공소외 1을 10분 동안 이동하지 못하게 한 것은, 위 조합원들이 이동하지 못하게 된 경위와 모습, 동원된 전투경찰대원의 수와 태도, 그와 같은 상태가 지속된 시간 등을 고려할 때,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6조 제1항에 근거한 행정상 즉시강제가 아니라 사실상 체포에 해당하는 점, ② 당시 공소외 1이 다수의 전투경찰대원들에게 둘러싸인 채 이의를 제기하였을 뿐 달아나려고 하거나 폭력을 행사하면서 대항하지 않았고, 노조와 사측 또는 노조원들과 전투경찰대원들 사이의 물리적 충돌이 임박했다고 볼 정도로 급박한 대치상황도 아니었던 점, ③ 피고인이 공소외 1을 사실상 체포하면서도 그 이유 등을 제대로 고지하지 아니하다가 피해자 등의 항의를 받고 나서야 비로소 체포이유 등을 고지한 점 등의 사정을 들어, 공소외 1에 대한 체포행위는 형사소송법에서 정한 현행범인 체포 절차를 준수하지 못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하거나, 행정상 즉시강제 또는 체포의 요건과 절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판단을 누락한 잘못이 없다. 이를 다투는 상고이유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3. 피해자의 접견교통권의 인정 여부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형사소송법 제34조는 “변호인 또는 변호인이 되려는 자는 신체구속을 당한 피고인 또는 피의자와 접견하고 서류 또는 물건을 수수할 수 있으며 의사로 하여금 진료하게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변호인이 되려는 의사를 표시한 자가 객관적으로 변호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되는데도, 형사소송법 제34조에서 정한 ‘변호인 또는 변호인이 되려는 자’가 아니라고 보아 신체구속을 당한 피고인 또는 피의자와 접견하지 못하도록 제한하여서는 아니 된다.
원심은, ① 피해자가 ◇◇◇◇◇ ◇◇ ◇◇◇◇◇의 노동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이 사건 직전인 2009. 6. 22. □□□□노동조합 위원장으로부터 ‘□□□□노동조합○○자동차지부 파업투쟁으로 인한 대량 연행자 발생 시 신속한 변호사 접견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해 줄 것을 부탁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받은 점, ② 경찰이 공소외 2 등 6명의 조합원들을 둘러싸고 이동하지 못하게 한 것은 위법하고, 피해자가 명시적으로 이의를 제기한 바 있는데도 경찰이 위 6명의 조합원들과 같은 방법으로 공소외 1을 또다시 체포하였으며, 피해자가 이에 대하여도 계속하여 이의를 제기하자 그때서야 비로소 피고인이 공소외 1에게 체포의 이유와 변호인선임권 등을 고지하였고, 이에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변호사임을 밝히면서 공소외 1을 접견하도록 해 달라고 수회 요청한 점, ③ 경찰은 공소외 1에게 피해자를 변호인으로 선임하거나 접견할 의사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점, ④ 공소외 1은 법률에 문외한이고 변호사인 피해자를 직접 알지 못하였으므로, 자신에게 형사소송법에서 정한 피의자로서의 접견교통권이 있음을 전제로 피해자에게 먼저 변호인 선임을 의뢰하거나 접견을 요청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노동조합으로부터 위 공문을 받은 변호사인 피해자가 주도적으로 접견을 요청할 필요성이 있었던 점 등의 사정을 들어, 피해자는 공소외 1의 ‘변호인이 되려는 자’로서 형사소송법 제34조에서 정한 접견교통권을 갖는 지위에 있었으므로 피고인은 피해자가 공소외 1을 접견하는 것을 제한할 수 없었다고 판단하였다.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변호인 또는 변호인이 되려는 자의 접견교통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4. 접견교통권 행사의 한계를 일탈하였는지 여부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변호인 또는 변호인이 되려는 자의 접견교통권은 신체구속제도 본래의 목적을 침해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행사되어야 하므로, 변호인 또는 변호인이 되려는 자가 구체적인 시간적·장소적 상황에 비추어 현실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나 피고인 또는 피의자를 접견하려고 하는 것은 정당한 접견교통권의 행사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허용될 수 없다. 다만 접견교통권이 그와 같은 한계를 일탈한 것이어서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함에 있어서는 신체구속을 당한 사람의 헌법상 기본적 권리인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이 침해되는 일이 없도록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 1. 31.자 2006모657 결정 등 참조).
원심은, ①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공소외 1에 대한 체포 절차가 위법하다며 계속하여 이의를 제기하는데도 아무런 조치가 없었으므로, 가능한 한 빨리 공소외 1을 접견하여 사건의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고 후속 대응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었던 점, ② 반면에 공소외 1이 체포될 당시의 현장 상황에 비추어 보면, 노조와 사측 사이에 대치상황이 발생하거나 노조원들과 전투경찰대원들 사이에 물리적 충돌이 빚어질 우려가 없었고, 피해자가 다른 조합원들과 합세하여 공소외 1을 도주하게 하거나 범행 현장의 증거를 인멸하려고 하는 등의 사정이 없었으므로, 피고인이 피해자의 공소외 1에 대한 접견 요청을 체포 현장에서 수락한다고 하여 체포제도 본래의 목적에 반한다고 볼 수 없는 점, ③ 수사기관에 의한 체포가 형사소송법에서 정한 절차를 준수하지 않았다고 볼 사정이 있다면 체포된 피의자의 변호인이 되려는 자는 일련의 체포 과정에서 그 위법성을 지적하면서 항의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하는 점 등의 사정을 들어,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계속하여 접견을 요청한 것은 체포된 공소외 1의 변호인이 되려는 자로서 접견교통권을 신체구속제도 본래의 목적을 침해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행사한 것이고 그 한계를 일탈하지 아니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변호인 또는 변호인이 되려는 자의 접견교통권의 한계 및 일탈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5. 피해자에 대한 체포 행위의 적법 여부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형법 제136조가 규정하는 공무집행방해죄는 공무원의 직무집행이 적법한 경우에 한하여 성립하고, 여기서 적법한 공무집행은 그 행위가 공무원의 추상적 권한에 속할 뿐 아니라 구체적 직무집행에 관한 법률상 요건과 방식을 갖춘 경우를 가리킨다. 경찰관이 현행범인 체포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는데도 실력으로 현행범인을 체포하였다면 적법한 공무집행이라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1. 5. 26. 선고 2011도3682 판결 등 참조).
원심은, ① 피해자가 변호사 신분증을 손에 든 채 수회에 걸쳐 변호사임을 밝히면서 체포된 공소외 1의 변호인이 되려는 자로서 정당하게 접견을 요청하였는데, 피고인은 이에 대하여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전투경찰대원들이 공소외 1을 둘러싼 채 연행하여 승합차에 태운 점, ② 피해자가 계속하여 공소외 1과의 접견을 요청하면서 체포된 공소외 1이 탑승한 승합차를 막아서자, 전투경찰대원들이 피해자를 둘러싸고 밀어내면서 몸싸움이 시작되었으며, 그 와중에 피해자가 별다른 유형력을 행사하지 않았는데도, 피고인이 접견요청을 받은 때로부터 불과 2, 3분 만에 피해자를 현행범인으로 체포한 점, ③ 피고인이 체포 현장에서 피해자의 접견 요청을 수락할 수 있었다고 보일 뿐만 아니라, 설령 체포 현장에서의 접견이 곤란하다고 생각하였다고 하더라도 피해자에게 현장 상황을 설명하고 나중에 경찰서 등 다른 장소에서 접견하게 해 주겠다고 안내하는 것을 비롯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가능했던 점 등의 사정을 들어, 피해자가 경찰의 체포·호송에 관한 공무집행을 방해한 현행범인이라고 볼 수 없고, 경찰공무원인 피고인이 현행범인 체포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피해자를 체포한 행위는, 비록 외형상으로는 경찰의 직무집행 범위에 속한다고 하더라도 실질은 직무집행의 법령상 요건과 필요성 및 상당성을 결여한 것이어서 적법한 공무집행이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공소외 2 등 조합원 6명에 대한 접견 요청을 받았을 때에는 피해자를 현행범인으로 체포하지 않다가, 공소외 1에 대한 접견 요청을 받자 피해자가 별다른 유형력을 행사하지 않았는데도 피해자를 경찰의 체포·호송에 관한 공무집행을 방해한 현행범인으로 체포하였고, 피해자는 공소외 1에 대한 접견 요청 과정에서 공무집행을 방해하였다는 취지로 기소된 것이 아니라 공소외 2 등 6명에 대한 접견 요청 과정에서 공무집행을 방해하였다는 취지로 기소되었음을 알 수 있고, 피해자가 공소외 2 등 6명에 대한 접견을 요청한 행위는 현행범인 체포 당시 그 현장에서 체포사유로 고지되었는지조차 불분명하다.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의 피해자에 대한 현행범인 체포가 적법한 공무집행이라고 볼 수 없다는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공무집행방해죄의 성립과 현행범인 체포의 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6. 직권남용의 고의 유무 등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현행범인 체포의 요건을 갖추었는지 여부에 관한 검사나 사법경찰관 등의 판단에는 상당한 재량의 여지가 있으나, 체포 당시 상황으로 보아도 요건 충족 여부에 관한 검사나 사법경찰관 등의 판단이 경험칙에 비추어 현저히 합리성을 잃은 경우 그 체포는 위법하다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범죄의 고의는 확정적 고의뿐만 아니라 결과 발생에 대한 인식이 있고 이를 용인하는 의사인 이른바 미필적 고의도 포함하므로, 피고인이 인신구속에 관한 직무를 집행하는 사법경찰관으로서 체포 당시 상황을 고려하여 경험칙에 비추어 현저하게 합리성을 잃지 않은 채 판단하면 체포 요건이 충족되지 아니함을 충분히 알 수 있었는데도, 자신의 재량 범위를 벗어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그와 같은 결과를 용인한 채 사람을 체포하여 그 권리행사를 방해하였다면, 직권남용체포죄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한다.
원심은, ① 피고인이 20년 이상 인신구속에 관한 직무를 수행하는 경찰관으로 근무하였고, 공소외 1을 체포할 당시에는 현장 지휘관의 임무를 맡고 있었으므로 인신구속 절차를 숙지하고 있었다고 보이는 점, ② 피고인은 공소외 1에 대한 체포 절차가 형사소송법에서 정한 현행범인 체포의 요건을 준수하지 못하였음을 충분히 알 수 있었고, 변호사인 피해자가 공소외 1에 대한 체포 절차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접견을 요청하였음을 알고 있었던 점, ③ 접견을 요청하는 변호사를 공무집행방해의 현행범인으로 체포하는 것이 흔한 일이 아닌데도, 피고인이 앞서 다른 조합원들을 체포할 때와 달리 상부에 상황을 보고하고 지시를 기다리는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피해자를 공무집행방해의 현행범인으로 체포한 점 등의 사정을 들어, 피고인이 인신구속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공무원인 사법경찰관으로서 직권을 남용하여 피해자를 체포하고 피해자의 권리행사를 방해하였고, 피고인은 피해자에 대한 체포행위가 직무집행의 법령상 요건과 필요성 및 상당성을 결여한 것임을 적어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 있었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원심은 피고인이 피해자를 체포할 당시 따랐다는 상부의 지침은 공무집행방해에 대하여 엄정히 대처하라는 원칙을 확인한 데 불과하다고 보이고, 피고인이 현장 지휘관으로서 그 책임 아래 피해자를 현행범인으로 체포하였다는 이유로 적법행위에 대한 기대가능성이 없었다는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앞에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직권남용의 고의와 기대가능성, 재심사유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다.
7.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기택(재판장) 김용덕 김신(주심) 김소영 | [1] 형사소송법 제262조 제1항, 제2항 제2호 / [2] 형사소송법 제34조 / [3] 헌법 제12조 제4항, 형사소송법 제34조 / [4] 형법 제13조, 제123조, 제124조, 형사소송법 제200조의5, 제213조의2 | 형사 |
【피 고 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 한음 담당변호사 조현빈 외 6인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법 2016. 10. 28. 선고 2016노3044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위반(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의 점에 대하여
관련 법리와 증거에 의하여 살펴보아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 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하거나,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0조 제1항에서 정한 추행의 의미, 고의, 실행의 착수, 미수와 기수의 구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죄형법정주의를 위반한 잘못이 없다.
2.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위반의 점에 대하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이라고 한다) 제37조 제2항 제2호, 제14조 제2항이 규정하고 있는 ‘사업주’에는 파견근로자에 대한 사용사업주도 포함되고,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파견근로계약 해제를 통보하면서 파견업체에게 파견근로자인 피해자의 교체를 요구한 것은 위 규정에서 정한 ‘그 밖의 불리한 조치’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와 증거에 의하여 살펴보아도,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하거나, 남녀고용평등법 제37조 제2항 제2호, 제14조 제2항에서 정한 사업주와 그 밖의 불리한 조치의 의미, 명확성의 원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기택(재판장) 김용덕 김신(주심) 김소영 |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14조 제2항, 제37조 제2항 제2호 | 형사 |
【피 고 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담당변호사 장상균 외 2인
【원심판결】
수원지법 2014. 9. 4. 선고 2013노5316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공소사실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사립학교인 ○○○○○○○학교(이하 ‘○○학교’라 한다)의 경영자로서, 사립학교 경영자는 교비회계에 속하는 수입을 다른 회계에 전출하거나 대여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2011. 1. 4. ○○학교의 교비회계에 속하는 수입 22억 원을 △△△△△학교(이하 ‘△△학교’라 한다)에 대여한 것을 비롯하여 그때부터 2011. 5. 31.까지 원심판결 별지 범죄일람표(이하 ‘범죄일람표’라 한다) 기재처럼 총 12회에 걸쳐 ○○학교의 교비회계에 속하는 수입 합계 136억 4,230만 원을 △△학교에 대여하였다.”는 것이다.
2. 범죄일람표 순번 6, 8 기재 범행 부분에 관한 판단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범죄일람표 순번 6, 8 기재 범행에 관하여 ○○학교의 사무처장인 공소외인이 임의로 이체를 지시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 위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증명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아 무죄라고 판단하였다.
검사는 상고이유로 원심이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함으로써 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사실의 인정, 증거의 취사선택과 평가는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는 한 사실심 법원의 전권에 속한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아도,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
3. 범죄일람표 순번 1 내지 5, 7, 9 내지 12 기재 범행 부분에 관한 판단
가.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범죄일람표 순번 1 내지 5, 7, 9 내지 12 기재 범행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다.
피고인이 관할청인 경기도와 수원시 소속 공무원들이 참석한 ○○학교 운영위원회에서 위 자금 대여 사실을 보고하였는데도 위 공무원들이 특별한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회계법인도 ○○학교를 감사한 후 △△학교에 대한 자금 대여가 관계 법령을 위반한 것으로 지적하지 않았다. 피고인으로서는 일반학교들 사이의 자금 대여가 위법할 수 있지만 외국인학교들 사이의 자금 대여는 법령에 따라 허용된 행위로서 죄가 되지 않는다고 그릇 인식하였고, 자기 행위의 위법 가능성을 회피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을 다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으므로 그 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한 것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
나. 그러나 원심의 위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할 수 없다.
(1) 형법 제16조는 자기가 행한 행위가 법령에 의하여 죄가 되지 않는 것으로 오인한 행위는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 한하여 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일반적으로 범죄가 성립하지만 자신의 특수한 사정에 비추어 법령에 따라 허용된 행위로서 죄가 되지 않는다고 그릇 인식하고 그러한 인식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벌하지 않는다는 취지이다. 이때 정당한 이유는 행위자에게 자기 행위의 위법 가능성에 대해 심사숙고하거나 조회할 수 있는 계기가 있어 자신의 지적 능력을 다하여 이를 회피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을 다하였더라면 스스로의 행위에 대하여 위법성을 인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는데도 이를 다하지 못한 결과 자기 행위의 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한 것인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이러한 위법성의 인식에 필요한 노력의 정도는 구체적인 행위정황과 행위자 개인의 인식능력 그리고 행위자가 속한 사회집단에 따라 달리 평가되어야 한다(대법원 2006. 3. 24. 선고 2005도3717 판결 등 참조).
구 사립학교법(2013. 12. 30. 법률 제1212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은 사립학교의 특수성에 비추어 그 자주성을 확보하고 공공성을 앙양함으로써 사립학교의 건전한 발달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제1조). 이 법에서 ‘사립학교경영자’란 이 법과 초·중등교육법 등에 의하여 사립학교를 설치·경영하는 공공단체 외의 법인 또는 사인을 말하고(제2조 제3항), 학교법인의 회계 중 학교에 속하는 회계는 교비회계와 부속병원회계(부속병원이 있는 경우에 한한다)로 구분되며(제29조 제1항, 제2항), 교비회계에 속하는 수입은 다른 회계에 전출하거나 대여할 수 없다(제29조 제6항). 나아가 구 사립학교법 제51조, 제73조의2는 사립학교경영자가 제29조 제6항의 규정에 위반한 때에는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제67조는 외국인학교에 대하여는 사립학교 교원의 자격·임면·복무·신분보장 및 사회보장·징계에 관한 제52조 내지 제66조의2의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특례를 두면서도 제29조 제6항의 적용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위 규정들의 문언·체계와 구 사립학교법의 입법 목적 등을 종합하면, 사립 외국인학교를 경영하는 사립학교경영자가 교비회계에 속하는 수입을 다른 회계에 전출하거나 대여할 경우에는 처벌받는다(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1도12408 판결 등 참조).
구 초·중등교육법(2012. 3. 21. 법률 제1138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은 국·공립의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 및 특수학교에 학교회계를 설치하여야 한다고 하면서(제30조의2 제1항), 외국인학교에 대하여는 제30조의2 등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제60조의2 제1항). 그러나 이는 구 초·중등교육법과 관계 법규상 사립만을 예정하고 있는 외국인학교에 대하여 국·공립학교의 학교회계 설치와 운영에 관한 규정(제30조의2, 제30조의3)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으로서, 이로 인하여 사립 외국인학교의 경영자에 대하여 구 사립학교법 제29조의 준용이 배제된다고 볼 수 없다.
(2)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피고인은 1996. 9.경부터 사립 외국인학교인 △△학교의 총감으로서 학교를 경영하였다.
(나) 피고인은 2005. 1. 27. 경기도, 수원시와 ‘경기도가 건축비를 지원하고, 수원시가 학교부지를 무상임대하며, 피고인이 학교를 운영한다’는 내용의 ○○학교 설립·운영협약을 체결하고, 2006. 6. 12.경 경기도교육감으로부터 ○○학교의 설립인가를 받아 총감으로서 경영하였다.
(다) 피고인은 △△학교의 교사를 신축·이전하는 사업을 추진하다가 공사자금이 부족하자 2011. 1. 4. ○○학교의 교비회계에 속하는 수입 22억 원을 △△학교에 대여한 것을 비롯하여 그때부터 2011. 5. 31.까지 범죄일람표 순번 1 내지 5, 7, 9 내지 12 기재처럼 합계 114억 4,230만 원을 대여하였다.
(라) 2009. 9. 3. 개최된 ○○학교의 이사회에서 ‘○○학교가 한국법의 기준에 따라 재정적으로 가능한 범위 내에서 △△학교에 자금을 대여한다’는 결의를 한 적이 있으나, 피고인이 그 자금 대여가 적법한지에 관하여 경기도교육청에 질의하여 회신을 받거나 법률전문가에게 자문을 받은 적은 없다.
(3) 이러한 사실관계와 관계 법령의 내용을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학교와 △△학교는 각각 설립인가를 받은 별개의 학교이므로, ○○학교의 교비회계에 속하는 수입을 △△학교에 대여하는 것은 구 사립학교법 제29조 제6항에 따라 금지된다. 피고인은 위와 같은 대여행위가 적법한지에 관하여 관할청인 경기도교육청의 담당공무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회신을 받거나 법률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피고인이 외국인으로서 국어에 능숙하지 못하였다거나 ○○학교 설립·운영협약의 당사자에 불과한 경기도, 수원시 소속 공무원들이 참석한 ○○학교 학교운영위원회에서 △△학교에 대한 자금 대여 안건을 보고하였다는 것만으로는 피고인이 자신의 지적 능력을 다하여 행위의 위법 가능성을 회피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을 다하였다고 볼 수 없다. 또한 위와 같이 △△학교에 대한 자금 대여가 끝난 후에 회계법인이 그 위법함을 지적하지 않았다거나 서울특별시교육청의 담당공무원이 제3자에게 ‘구 사립학교법 제29조는 외국인학교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민원 회신을 하였다는 등의 사정만으로 이를 달리 볼 수도 없다. 그러므로 피고인이 ○○학교의 교비회계에 속하는 수입을 △△학교에 대여한 행위가 법률상 허용되는 것으로서 죄가 되지 않는다고 그릇 인식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이 그릇된 인식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와 달리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으므로,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법률의 착오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
(4) 따라서 원심판결 중 범죄일람표 순번 1 내지 5, 7, 9 내지 12에 관한 무죄 부분은 파기되어야 하고, 이 부분과 원심이 무죄로 판단한 범죄일람표 순번 6, 8 부분은 포괄일죄의 관계에 있어 함께 파기될 수밖에 없으므로, 결국 원심판결은 전부 파기되어야 한다.
4. 결론
검사의 상고는 이유 있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보영(재판장) 박병대 권순일 김재형(주심) | [1] 형법 제16조 / [2] 구 사립학교법(2013. 12. 30. 법률 제1212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조, 제2조 제3항(현행 제2조 제3호 참조), 제29조 제1항, 제2항, 제6항, 제51조, 제67조, 제73조의2, 구 초·중등교육법(2012. 3. 21. 법률 제1138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0조의2, 제30조의3, 제60조의2 제1항 / [3] 형법 제16조, 구 사립학교법(2013. 12. 30. 법률 제1212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3항(현행 제2조 제3호 참조), 제29조 제6항, 제51조, 제67조, 제73조의2, 구 초·중등교육법(2012. 3. 21. 법률 제1138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0조의2 제1항 | 형사 |
【피 고 인】
【상 고 인】
【변 호 인】
법무법인 유진 담당변호사 김용찬 외 2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5. 1. 9. 선고 2014노2351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 1에 대한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검사의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인 1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가. 범인도피의 점에 관하여
원심판결 이유를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무죄 부분 제외) 중 범인도피의 점이 유죄로 인정된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범인도피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나. 2010. 7. 25.자 직무유기의 점에 관하여
피고인 1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판단하기에 앞서 직권으로 살펴본다.
1)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범인도피의 점과 2010. 7. 25.자 직무유기의 점에 관하여 범인도피죄와 직무유기죄가 모두 성립하고 양 죄는 실체적 경합관계에 있다고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가) 경찰공무원이 지명수배 중인 범인을 발견하고도 직무상 의무에 따른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범인을 도피하게 하는 행위를 하였다면, 그 직무위배의 위법상태는 범인도피행위 속에 포함되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이와 같은 경우에는 작위범인 범인도피죄만이 성립하고 부작위범인 직무유기죄는 따로 성립하지 아니한다(대법원 1996. 5. 10. 선고 96도51 판결, 대법원 2006. 10. 19. 선고 2005도3909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한편, 범인도피죄는 범인을 도피하게 함으로써 기수에 이르지만, 범인도피행위가 계속되는 동안에는 범죄행위도 계속되고 행위가 끝날 때 비로소 범죄행위가 종료된다(대법원 1995. 9. 5. 선고 95도577 판결, 대법원 2012. 8. 30. 선고 2012도6027 판결 등 참조).
나) 이 사건 공소사실 중 2010. 7. 25.자 직무유기의 점의 요지는 ‘경찰공무원인 피고인 1은 공소외인이 지명수배되어 도피 중임을 잘 알면서 2010. 7. 25. 공소외인을 만나게 되었음에도 공소외인을 체포하지 아니함으로써 정당한 이유 없이 그 직무를 유기하였다’는 것이고,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범인도피의 점은 ‘경찰공무원인 피고인 1이 피고인 2, 원심공동피고인 3과 공모하여 2010. 3.부터 2010. 10.경까지 지명수배 중인 공소외인을 도피하게 하였다’는 취지이다. 제1심은 위 범죄사실을 인정하여 범인도피의 점을 유죄로 인정하였고, 원심은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다) 이와 같은 2010. 7. 25.자 직무유기의 공소사실과 제1심과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범인도피의 범죄사실에 의하면, 경찰공무원으로서 지명수배자 체포에 관한 직무상 의무를 부담하는 피고인 1은 피고인 2, 원심공동피고인 3과 공모하여 2010. 3.부터 2010. 10.까지 지명수배자인 공소외인을 도피하게 하는 행위를 계속하였고, 그러한 범인도피행위가 계속되는 도중인 2010. 7. 25. 공소외인을 만나고서도 그를 체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피고인 1의 위 범인도피범행과 직무유기행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 1의 2010. 7. 25.자 직무유기로 인한 직무위배의 위법상태는 2010. 3.경부터 계속된 범인도피범행에 포함되어 있다고 볼 것이다. 이러한 경우 작위범인 범인도피죄만이 성립하고 부작위범인 직무유기죄는 따로 성립하지 아니한다.
라) 그럼에도 원심은 범인도피죄와 더불어 2010. 7. 25.자 직무유기죄가 성립하고 양 죄는 실체적 경합범 관계에 있다고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직무유기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다. 금품 요구로 인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의 점에 관하여
원심판결 이유를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이 사건 공소사실(무죄 부분 제외) 중 금품 요구로 인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의 점을 유죄로 인정한 것은 정당하다.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
라. 파기의 범위
원심판결 중 2010. 7. 25.자 직무유기 부분은 앞서 본 이유로 파기되어야 하고, 이와 같이 파기되는 부분과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나머지 범죄사실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다고 하여 하나의 형이 선고되었으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 1에 대한 유죄 부분은 전부 파기되어야 한다.
2. 검사의 피고인 2에 대한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 2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2009. 4. 17.자 금품 수수로 인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의 점에 관하여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이를 무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것은 정당하다. 거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결론
원심판결 중 피고인 1에 대한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되, 검사의 피고인 2에 대한 상고는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재형(재판장) 박병대 박보영(주심) 권순일 | [1] 형법 제122조, 제151조 제1항 / [2] 형법 제151조 제1항 | 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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