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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김상현
【원심판결】
울산지법 2020. 2. 7. 선고 2017노1206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울산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3조(이하 ‘이 사건 특례 규정’이라고 한다)에 따라 피고인이 불출석한 채로 진행된 제1심의 재판에 대하여 검사만 항소하고 항소심도 피고인 불출석 재판으로 진행한 후에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여 제1심의 유죄판결이 확정된 경우, 귀책사유 없이 제1심과 항소심의 공판절차에 출석할 수 없었던 피고인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3조의2 제1항(이하 ‘이 사건 재심 규정’이라고 한다)에 따라 이 사건 재심 규정에서 정한 기간 내에 제1심법원에 그 유죄판결에 대한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경우에 피고인이 재심을 청구하지 않고 상고권회복에 의한 상고를 제기하였다면, 이는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3호에서 상고이유로 정한 ‘재심청구의 사유가 있는 때’에 해당한다(대법원 2015. 6. 25. 선고 2014도17252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7. 2. 15. 선고 2016도19387 판결 등 참조).
2.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책임을 질 수 없는 사유로 제1심과 원심의 공판절차에 출석하지 못하였다고 할 수 있다.
가. 제1심은 이 사건 특례 규정에 따라, 공시송달의 방법으로 공소장 부본과 소환장 등을 송달하고, 피고인이 불출석한 상태에서 심리를 진행하여 피고인에게 징역 6월을 선고하였다.
나. 제1심판결에 대하여 검사만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하자, 원심도 공시송달의 방법으로 소환장 등을 송달하고 형사소송법 제365조에 따라 피고인이 불출석한 상태에서 심리를 진행한 후,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여 그 판결이 형식적으로 확정되었다.
다. 피고인은 공소장 부본 등을 송달받지 못해 공소가 제기된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가 판결 선고 사실을 알게 되자 상고권회복청구를 하였고, 법원은 피고인이 책임을 질 수 없는 사유로 상고기간 내에 상고하지 못하였다고 인정하여 상고권회복결정을 하였다.
3. 이러한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제1심은 피고인이 책임을 질 수 없는 사유로 불출석한 상태에서 이 사건 특례 규정을 적용하여 재판을 진행하여 피고인에 대한 유죄판결을 선고하였고, 원심도 피고인이 책임을 질 수 없는 사유로 불출석한 상태에서 재판을 진행하여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였으므로, 원심판결에는 이 사건 재심 규정에서 정한 재심청구의 사유가 있고, 이는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3호에서 정한 상고이유에 해당한다.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재형(재판장) 민유숙 이동원(주심) 노태악 |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3조, 제23조의2 제1항, 형사소송법 제361조의5 제13호, 제383조 제3호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유한) 서평 담당변호사 심규홍 외 1인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법 2020. 2. 14. 선고 2019노3600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직권으로 판단한다.
1.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 중 2017. 8. 28.자 사문서변조죄 및 변조사문서행사죄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고인은 2002. 6.경 공소외 1 주식회사가 주식회사 공소외 2에 발행한 2002. 4. 10.자 세금계산서의 ‘공급받는 자’란에 기재된 “상호 ㈜ 공소외 2, 성명 공소외 3” 부분 중 “공소외 3” 부분을 지우고 그 자리에 “공소외 4”(피고인의 개명 전 이름)을 기재한 다음 이를 사본하는 방법으로 공소외 1 주식회사 명의의 세금계산서 1장을 변조하였다.
그 후 피고인은 2017. 8. 28.경 제1심 공동피고인 공소외 5와 공모하여 위와 같이 변조한 세금계산서의 ‘공급받는 자’란에 기재된 “공소외 4” 부분을 지우고 이를 사본하는 방법으로 공소외 1 주식회사 명의의 세금계산서 1장을 변조한 다음, 그 무렵 공소외 5가 공소외 6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의 담당판사에게 제출함으로써 변조된 사문서를 행사하였다.
2. 제1심과 원심은, 변조된 사문서에서 이미 변조된 부분을 다시 변경하는 행위가 사문서변조죄를 구성한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3. 사문서변조죄에서 ‘변조’는 진정하게 성립된 문서의 내용에 권한 없는 자가 문서의 동일성을 해하지 않는 한도에서 변경을 가하여 새로운 증명력을 작출하는 것을 의미하고, 이와 같이 권한 없는 자에 의해 변조된 부분은 진정하게 성립된 부분이라 할 수 없다. 따라서 문서의 내용 중 권한 없는 자에 의하여 이미 변조된 부분을 다시 권한 없이 변경하였다고 하더라도 사문서변조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대법원 2012. 9. 27. 선고 2010도15206 판결 등 참조).
4.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피고인이 2002. 6.경 권한 없이 공소외 1 주식회사 명의의 세금계산서 중 “공소외 3” 부분을 지우고 “공소외 4”를 기재하는 방법으로 이를 변조하였으므로, 위와 같이 변조된 “공소외 4” 부분은 진정하게 성립된 문서로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이 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공소외 4” 부분을 임의로 삭제하였다고 하더라도 사문서변조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은 사문서변조죄에서 변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단을 그르친 잘못이 있다.
5. 따라서 원심판결 중 2017. 8. 28.자 사문서변조죄 및 변조사문서행사죄 부분은 위와 같은 이유로 파기되어야 한다. 그런데 위 파기 부분은 원심판결 중 유죄로 인정된 나머지 부분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으므로, 결국 원심판결은 전부 파기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하고, 원심판결을 파기하며,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정화(재판장) 권순일(주심) 이기택 김선수 | 형법 제231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유한) 동인 담당변호사 이민규 외 2인
【원심판결】
수원지법 2015. 4. 10. 선고 2014노3978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여 사무의 주체인 타인에게 손해를 가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이므로 그 범죄의 주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한다고 하려면 당사자 관계의 본질적 내용이 단순한 채권채무 관계를 넘어서 그들 간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하는 데 있어야 하고, 그 사무가 타인의 사무가 아니고 자기의 사무라면 그 사무의 처리가 타인에게 이익이 되어 타인에 대하여 이를 처리할 의무를 부담하는 경우라도 그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8도10479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4. 8. 21. 선고 2014도3363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20. 2. 20. 선고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주권발행 전 주식의 양도는 양도인과 양수인의 의사표시만으로 그 효력이 발생한다. 그 주식 양수인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양도인의 협력을 받을 필요 없이 단독으로 자신이 주식을 양수한 사실을 증명함으로써 회사에 대하여 그 명의개서를 청구할 수 있다(대법원 2019. 4. 25. 선고 2017다21176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양도인이 양수인으로 하여금 회사 이외의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도록 확정일자 있는 증서에 의한 양도통지 또는 승낙을 갖추어 주어야 할 채무를 부담한다 하더라도 이는 자기의 사무라고 보아야 하고, 이를 양수인과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양수인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그러므로 주권발행 전 주식에 대한 양도계약에서의 양도인은 양수인에 대하여 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지 아니하여, 양도인이 위와 같은 제3자에 대한 대항요건을 갖추어 주지 아니하고 이를 타에 처분하였다 하더라도 형법상 배임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2. 원심은,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양도한 이 사건 주식 3만 주에 대하여 확정일자 있는 증서에 의한 통지 또는 승낙을 갖추어 주어야 할 의무를 부담함에도 피해자에게 위와 같은 제3자에 대한 대항요건을 갖추어 주지 아니한 채 제3자에게 위 주식을 양도하여 시가 미상 3만 주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피해자에게 동액 상당의 손해를 입혔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그러나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이 피해자와의 주식양도계약에 따라 피해자에게 제3자에 대한 대항요건을 갖추어 주어야 할 의무는 민사상 자신의 채무이고 이를 타인의 사무라고 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 그런데도 원심은 피고인이 이에 해당된다고 전제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의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는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정화(재판장) 권순일(주심) 이기택 김선수 | [1] 형법 제355조 제2항 / [2] 형법 제355조 제2항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임선아 외 1인
【원심판결】
서울남부지법 2018. 10. 19. 선고 2017노2308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헌법재판소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2007. 5. 11. 법률 제8424호로 전부 개정된 것, 이하 ‘집시법’이라고 한다) 제11조 제1호 중 ‘국회의사당’에 관한 부분 및 제23조 중 제11조 제1호 가운데 ‘국회의사당’에 관한 부분은 모두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 “위 법률조항은 2019. 12. 31.을 시한으로 개정될 때까지 계속 적용한다.”라는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였고[헌법재판소 2018. 5. 31. 선고 2013헌바322, 2016헌바354, 2017헌바360, 398, 471, 2018헌가3, 4, 9(병합) 전원재판부 결정, 이하 ‘이 사건 헌법불합치결정’이라고 하고, 위 법률조항을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고 한다], 국회는 2019. 12. 31.까지 이 사건 법률조항을 개정하지 않았다.
2.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결정은 헌법과 헌법재판소법이 규정하고 있지 않은 변형된 형태이지만 법률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에 해당한다(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4도7111 판결, 헌법재판소 2004. 5. 27. 선고 2003헌가1, 2004헌가4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집시법 제23조 제1호는 집시법 제11조를 위반할 것을 구성요건으로 규정하고 있고, 집시법 제24조 제5호는 집시법 제20조 제2항, 제1항과 결합하여 집시법 제11조를 구성요건으로 삼고 있다(헌법재판소 2018. 6. 28. 선고 2015헌가28, 2016헌가5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결국 집시법 제11조 제1호는 집시법 제23조 제1호 또는 집시법 제24조 제5호와 결합하여 형벌에 관한 법률조항을 이루게 되므로, 이 사건 헌법불합치결정은 형벌에 관한 법률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이라 할 것이다.
그리고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3항 본문에 따라 형벌에 관한 법률조항에 대하여 위헌결정이 선고된 경우 그 조항은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하므로, 법원은 당해 조항이 적용되어 공소가 제기된 피고사건에 대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여야 한다(대법원 2011. 6. 23. 선고 2008도7562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3.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금지장소 집회 참가 부분에 대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이 이 사건 헌법불합치결정으로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하였다는 이유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고, 해산명령불응 부분에 대하여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였다.
4.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금지장소 집회 참가 부분 판단에는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결정의 효력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해산명령불응 부분 판단의 경우 그 이유 중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을 적용한 것은 잘못이나 무죄를 선고한 결론은 정당하다고 수긍된다.
5.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권순일(재판장) 이기택 박정화(주심) 김선수 |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1조 제1호, 제20조 제1항, 제2항, 제23조 제1호, 제24조 제5호,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3항, 형사소송법 제325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및 검사
【변 호 인】
법무법인 여는 담당변호사 이종희 외 1인
【원심판결】
서울남부지법 2018. 6. 5. 선고 2017노787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인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일반교통방해의 점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의 판단을 유지한 것은 정당하다.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일반교통방해죄의 성립요건이나 공모공동정범의 인정범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2015. 3. 31.자「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위반의 점에 관하여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2015. 3. 31.자「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위반의 점에 관하여 범죄의 증명이 없다는 이유로 이를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그 부분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
나. 2015. 5. 2.자 및 2015. 5. 6.자「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위반의 점에 관하여
(1) 헌법재판소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2007. 5. 11. 법률 제8424호로 전부 개정된 것, 이하 ‘집시법’이라 한다) 제11조 제1호 중 ‘국회의사당’에 관한 부분 및 제23조 중 제11조 제1호 가운데 ‘국회의사당’에 관한 부분은 모두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 “위 법률조항은 2019. 12. 31.을 시한으로 개정될 때까지 계속 적용한다.”라는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였고[헌법재판소 2018. 5. 31. 선고 2013헌바322, 2016헌바354, 2017헌바360, 398, 471, 2018헌가3, 4, 9(병합) 전원재판부 결정, 이하 ‘이 사건 헌법불합치결정’이라고 하고, 위 법률조항을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고 한다], 국회는 2019. 12. 31.까지 이 사건 법률조항을 개정하지 않았다.
(2)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결정은 헌법과 헌법재판소법이 규정하고 있지 않은 변형된 형태이지만 법률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에 해당한다(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4도7111 판결, 헌법재판소 2004. 5. 27. 선고 2003헌가1, 2004헌가4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집시법 제23조 제1호는 제11조 제1호를 위반할 것을 구성요건으로 삼고 있어 집시법 제11조 제1호는 집시법 제23조 제1호와 결합하여 형벌에 관한 법률조항을 이루게 된다. 따라서 이 사건 헌법불합치결정은 형벌에 관한 법률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이라 할 것이다. 그리고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3항 본문에 따라 형벌에 관한 법률조항에 대하여 위헌결정이 선고된 경우 그 조항이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하므로, 법원은 당해 조항이 적용되어 공소가 제기된 피고사건에 대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여야 한다(대법원 2011. 6. 23. 선고 2008도7562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3)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고인이 집회금지장소인 국회의사당 경계지점으로부터 100m 이내의 장소에서 개최된 집회에 참가하였다는 부분(2015. 5. 2.자 및 2015. 5. 6.자 집시법 위반의 점)에 대하여 공소제기의 근거가 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이 사건 헌법불합치결정에 따라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하였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였다.
(4)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결정의 효력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선수(재판장) 권순일 이기택(주심) 박정화 |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1조 제1호, 제23조 제1호,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3항, 형사소송법 제325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검 사】
변준석 외 1인
【변 호 인】
변호사 정선희
【주 문】
피고인을 벌금 50만 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 유】
【범죄사실】
자동차 소유자는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항목에 대하여 차량을 튜닝하려는 경우에는 시장·군수·구청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피고인은 (차량번호 생략) 한국쓰리축롱바디 1t 화물차의 소유자로서 울주군수의 승인을 받지 아니하고 2016. 7. 19.경 안성시 (주소 생략)에 있는 ○○○○캠핑카에서, 자동차 제작업자인 공소외인을 통하여 차량 내에서 취침 및 취사 등이 가능한 야영 캠핑용 주거공간(일명 ‘캠퍼’)을 위 화물차 적재함에 부착하였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
1. 수사보고(사건기록 사본 첨부)
1. 자동차등록증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자동차관리법 제81조 제19호, 제34조 제1항(벌금형 선택)
1. 노역장유치
형법 제70조 제1항, 제69조 제2항
1. 가납명령
형사소송법 제334조 제1항
【피고인 및 변호인 주장에 관한 판단】
1. 주장의 요지
판시 화물차(이하 ‘이 사건 화물차’라고 한다)에 트럭캠퍼(이하 ‘이 사건 캠퍼’라고 한다)를 부착한 것은 화물을 적재한 것과 마찬가지로서, 이를 물품적재장치를 변경하거나 부착한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자동차관리법에서 정한 ‘자동차의 튜닝’에 해당하지 않고, 설령 자동차의 튜닝에 해당하더라도 피고인은 그러한 캠퍼 설치가 위법한 것인지 모르고 구입하였으므로 위법성의 인식이 없었다.
2. 판단
가. 자동차관리법 제2조(정의) 제11호는 ‘자동차의 튜닝’을 “자동차의 구조·장치의 일부를 변경하거나 자동차에 부착물을 추가하는 것”으로 규정하면서, 같은 법 시행령 제8조(자동차의 구조 및 장치) 및 같은 법 시행규칙 제55조(튜닝의 승인대상 및 승인기준)에서 길이, 높이, 총중량 등 승인이 필요한 구조·장치의 변경사항을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자동차의 튜닝은 자동차의 제작 당시 자동차를 이루고 있는 부분이나 요소 또는 자동차의 기능을 이루고 있는 기계, 도구, 설비 등의 일부를 본래의 형상과 다르게 바꾸거나 자동차에 기성 자동차의 고정 부분이 아니었던 물건을 나중에 더 보태어 붙이는 것이자(헌법재판소 2019. 11. 28. 선고 2017헌가23 전원재판부 결정), 이를 부착한 피고인의 행위로 인하여 자동차의 구조·장치가 일부 변경될 것을 필요로 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18. 7. 12. 선고 2017도1589 판결 참조).
나. 먼저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화물차는 길이 5,825mm, 너비 1,740mm, 높이 1,970mm, 총중량 3,350kg, 승차정원 6명, 최대적재량 1,000kg인 화물차인 사실, 이 사건 캠퍼는 아래 사진과 같이 화물차의 승차공간 위에서 적재함에 이르기까지 일체로 실어 이동할 수 있도록 제작되어 있고, 그 내부에는 간이 침상과 취사시설 등을 갖추고 있는 사실, 이 사건 캠퍼의 4면에 부착되어 있는 고정장치(팀버클)를 화물차와 연결 또는 분리하여 캠퍼를 화물차에 고정 가능하고, 이 사건 캠퍼에 내장된 전동식 또는 수동식 지지대를 이 사건 화물차의 적재함보다 높은 위치까지 세워 캠퍼 본체를 들어올린 다음 화물차를 전진 또는 후진하는 방법으로 이 사건 화물차의 적재함에 상하차시킬 수 있는 사실, 이와 같이 이 사건 화물차에 이 사건 캠퍼를 싣거나 내리는 데는 약 3~5분이 소요되는 사실, 사용자는 이 사건 캠퍼를 화물차에 실은 상태에서 캠핑을 할 수도 있지만, 위와 같은 방법으로 분리 후 캠퍼만을 지면에 둘 수도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변호인이 변론종결 후 제출한 참고자료 영상을 캡처한 사진으로, 사진 속 캠퍼는 이 사건 캠퍼와 같은 제품이다. 왼쪽 사진은 캠퍼가 화물차 적재함에 고정된 상태, 오른쪽 사진은 고정장치를 분리하고 캠퍼의 지지대를 세운 후 화물차가 앞으로 빠져나오는 상황이다)
다. 그런데 위 사실과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캠퍼는 이 사건 화물차의 차체에 맞추어 제작되어 특정한 종류의 화물차만이 캠퍼를 설치하여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② 이 사건 캠퍼 후면 또는 측면에는 출입구가 있어 화물차에 설치된 상태로 캠퍼에 사람들이 출입할 수 있고, 캠퍼 내부에 사람이 앉거나 누워서 사용할 수 있도록 제작되었으므로 이 사건 캠퍼를 설치한 것은 승차정원 또는 최대적재량의 증가를 가져오는 점, ③ 이 사건 캠퍼를 이 사건 화물차의 적재함에서 상하차시키는 방법은 앞서 본 바와 같은데, 이는 일반적인 화물의 적재와는 다른 특수한 고정, 연결 및 분리 방법이고 그 분리·결합과정에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는 점, ④ 이 사건 캠퍼를 화물차에서 하차시켜 별도로 사용이 가능하다고는 하나, 앞서 본 분리·결합과정의 불편이나 불필요 또는 사방의 전동식 지지대만으로 버티는 캠퍼를 일시주거용으로 사용하는 데 따른 위험성 등을 이유로 결합된 채 사용될 수 있고, 또 그 사용에 적합하도록 캠퍼가 제작된 점, ⑤ 자동차의 각 구조·장치 또는 부품 등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자동차의 안전 운행과 영향이 적다고 보이는 부분에서도 예상할 수 없는 안전상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바(위 헌법재판소 결정 이유 참조), 이 사건 캠퍼의 분리가능성과 분리 시 이 사건 화물차의 복원가능성, 그리고 분리·결합의 용이한 정도를 모두 고려하더라도 이 사건 캠퍼를 화물차에 고정하는 행위는 단순한 화물의 적재가 아닌 차량에 새로운 부착물을 추가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이로 인하여 기성 자동차인 이 사건 화물차의 길이·너비·높이가 변화되어 주행의 안전성, 전복가능성 등에 관한 평가가 달라질 수 있음은 물론 화물적재·운반용인 ‘물품적재장치’의 기능에 변화가 발생하는 점, ⑥ 또한 자동차관리법상 튜닝의 승인제도는 안전 운행에 필요한 성능과 기준을 유지하고자 함에 있는데, 캠핑용자동차는 화물자동차와는 다른 안전기준을 가지고 있음에도, 이 사건 캠퍼의 설치로 인하여 이 사건 화물차는 그러한 안전기준을 충족하지 않더라도 캠핑용자동차와 마찬가지의 용도로 사용 가능하게 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캠퍼를 설치한 것은 자동차에 부착물을 추가함으로써 자동차의 구조·화물적재장치를 변경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대법원 2016. 10. 27. 선고 2016도2689 판결참조).
라. 나아가 이 사건 캠퍼의 외형, 설치 및 분리과정, 이 사건 화물차의 본래 용도와 이 사건 캠퍼의 부착으로 변화되는 용도, 그 차이 인식의 난이도 등을 고려해 보면, 피고인이 자신의 행위가 법령에 의하여 죄가 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오인하였다거나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결국 피고인의 행위가 형법 제16조 소정의 법률의 착오에 해당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마. 따라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판사 문기선 | 구 자동차관리법(2019. 8. 27. 법률 제1656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9조 제3항, 자동차관리법 제2조 제11호, 제34조 제1항, 제3항, 제81조 제19호, 자동차관리법 시행령 제8조, 구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2017. 1. 6. 국토교통부령 제38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5조, 형법 제16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1 외 2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법무법인 여는 담당변호사 김성진
【원심판결】
광주지법 2016. 2. 3. 선고 2015노1554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무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광주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실관계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피고인 1은 ○○○○ 산하 △△△△노동조합□□□□□□□□지부◇◇◇◇☆☆☆지회(이하 ‘☆☆☆지회’라 한다) 지회장이고, 피고인 2는 ☆☆☆지회 교육선전차장이며, 피고인 3은 ☆☆☆지회 조합원이다.
나. △△△△노동조합은 ▽▽ ▽▽ 소재 중장비 임대업체인 ◎◎◎◎, ◁◁◁◁◁, ▷▷▷▷ 등과 사이에 단체교섭이 결렬되자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상 조정 절차를 거쳐 2014. 3. 20.경부터 파업에 돌입하였다. 이에 ☆☆☆지회에 가입한 ◎◎◎◎ 소속 근로자들은 ◎◎◎◎ 기중기의 운행을 중단하였다.
다. ◎◎◎◎는 파업기간 중이던 2014. 6. 5.경 여수시 ♤♤동에 있는 ♡♡화학●●●공장에 기중기를 제공하기로 하였다. ◎◎◎◎의 직원이 아닌 피해자 공소외인(이하 ‘피해자’라 한다)은 ◎◎◎◎의 지시를 받고 위 공장에 가 ◎◎◎◎의 기중기를 운전하여 작업을 하였다.
라. 피고인들은 2014. 6. 5. 15:30경 ♡♡화학●●●공장 중문 앞에서 집회를 하던 중, 위 공장 내부에서 ◎◎◎◎의 기중기를 운전하여 작업을 하고 있는 피해자를 발견하였다. 피고인들은 위 공장의 중문 내부로 진입하여 피해자에게 다가가 “우리는 어렵게 투쟁을 하고 있는데 너 혼자 잘 먹고 잘 살겠다고 대체근로를 하느냐, 잠시 얘기 좀 하자.”라고 말하며 피해자의 양팔을 붙잡았다.
마. 이에 피해자가 피고인들을 뿌리치며 공장 안쪽으로 도망을 가자, 피고인들은 도망가는 피해자를 뒤쫓아 가 붙잡으려고 하였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는 바닥에 넘어지면서 약 4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상악 좌측 제1대구치(어금니) 완전탈구 등의 상해를 입었다.
2. 제1심과 원심의 판단
검사는 피고인들의 위와 같은 행위에 대하여, 공동상해로 인한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죄와 집회 참가자 준수사항 위반으로 인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죄의 상상적 경합범으로 기소하였다.
제1심은 모두 유죄로 판단하였고, 이에 대하여 피고인들이 항소하였다. 원심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로 판단하였다.
3.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피고인들이 ♡♡화학●●●공장에서 대체근로 중이던 피해자를 붙잡으려고 하다가 피해자를 다치게 한 행위가 현행범 체포로서 법령에 의한 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되는지 여부이다.
원심은, 피해자가 사용자인 ◎◎◎◎ 측과 공모하여 또는 이를 방조하여 노동조합법 제91조, 제43조 제1항에 위반한 불법 대체근로를 하고 있었다고 할 것이고, 피고인들은 이와 같이 불법 대체근로를 하다가 피고인들을 보고 도망치던 피해자의 신원을 확인하여 신고하고자 피해자를 붙잡는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상해가 발생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인들의 행위는 적법한 현행범인 체포로서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보았다. 이에 대하여 검사는, 노동조합법 제91조, 제43조 제1항은 사용자만을 처벌하는 규정일 뿐 대체근로자를 처벌하는 조항이라고 할 수 없고, 별도의 처벌규정이 없는 이상 사용자의 채용 또는 대체행위에 대하여 공범이나 방조범 관계가 성립하지 않으므로 피해자를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4. 노동조합법 제91조, 제43조 제1항 위반죄와 공범의 성립 여부
사용자는 쟁의행위 기간 중 그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의 수행을 위하여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를 채용 또는 대체할 수 없고, 이를 위반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된다(노동조합법 제91조, 제43조 제1항). 여기서 처벌되는 ‘사용자’는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를 말한다(제2조 제2호).
노동조합법 제91조, 제43조 제1항은 사용자의 위와 같은 행위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사용자에게 채용 또는 대체되는 자에 대하여 위 법조항을 바로 적용하여 처벌할 수 없음은 문언상 분명하다. 나아가 채용 또는 대체하는 행위와 채용 또는 대체되는 행위는 2인 이상의 서로 대향된 행위의 존재를 필요로 하는 관계에 있음에도 채용 또는 대체되는 자를 따로 처벌하지 않는 노동조합법 문언의 내용과 체계, 법 제정과 개정 경위 등을 통해 알 수 있는 입법 취지에 비추어 보면, 쟁의행위 기간 중 그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의 수행을 위하여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를 채용 또는 대체하는 사용자에게 채용 또는 대체되는 자의 행위에 대하여는 일반적인 형법 총칙상의 공범 규정을 적용하여 공동정범, 교사범 또는 방조범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된다(이른바 대향범에 관한 대법원 1988. 4. 25. 선고 87도2451 판결, 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4도3994 판결 등 참조).
5. 판단
앞서 본 사실관계를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해자는 ◎◎◎◎ 소속 근로자들의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에 채용된 근로자에 불과하므로, 대향범 관계에 있는 행위 중 ‘사용자’만 처벌하는 노동조합법 제91조, 제43조 제1항 위반죄의 단독정범이 될 수 없고, 형법 총칙상 공범 규정을 적용하여 공동정범 또는 방조범으로 처벌할 수도 없다. 결국 피해자는 노동조합법 제91조, 제43조 제1항 위반에 따른 현행범인이 아니고, 피고인들이 피해자를 체포하려던 당시 상황을 기초로 보더라도 현행범인 체포의 요건을 갖추고 있었다고 할 수 없다.
그런데도 원심은 피고인들의 행위가 적법한 현행범인 체포로서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모두 무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노동조합법 제91조, 제43조 제1항 위반죄, 형법 총칙상 공범의 성립 및 현행범인 체포의 요건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6.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무죄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유숙(재판장) 김재형 이동원 노태악(주심) | [1] 형법 제30조, 제31조, 제32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 제2호, 제43조 제1항, 제91조 / [2] 형법 제20조, 제30조, 제31조, 제32조, 제257조 제1항, 구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2014. 12. 30. 법률 제1289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1항 제3호(현행 삭제), 제2항,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 제2호, 제43조 제1항, 제91조, 형사소송법 제212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박성태
【원심판결】
대전지법 2020. 3. 25. 선고 2019노3853, 1810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제1심 제1판결의 2019고단1778 중 제1의 가.항의 죄와 제1심 제2판결의 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대전지방법원에 환송한다.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1. 제1심 제1판결의 2019고단1778 중 제1의 가.항의 죄와 제1심 제2판결의 죄 부분(이하 ‘파기 부분’이라 한다)에 관하여 살펴본다.
가. 형사소송법 제457조의2 제1항은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 대하여는 약식명령의 형보다 중한 종류의 형을 선고하지 못한다.”라고 정하여, 정식재판청구 사건에서 형종 상향 금지의 원칙을 정하고 있다. 형종 상향 금지의 원칙은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과 다른 사건이 병합·심리된 다음 경합범으로 처단되는 경우에도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 대하여 그대로 적용된다(대법원 2020. 1. 9. 선고 2019도15700 판결 참조). 이는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해 벌금형이 선고된 제1심판결에 대한 항소사건에서도 마찬가지이다(대법원 2020. 4. 9. 선고 2020도1120 판결, 대법원 2020. 4. 9. 선고 2020도1634 판결 등 참조).
나.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1) 원심에서 병합된 2개의 사건 중 2019노3853 사건의 진행 경과는 다음과 같다.
피고인은 2019. 4. 30.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에 절도죄, 공용물건손상죄로 기소되었고(2019고단905), 이후 3건의 사건(2019고단1366, 2019고단1778, 2019고단1836)이 추가로 병합되었다.
위 법원은 2019. 11. 28. 형법 제37조 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는 2019고단1778 중 제1의 가.항의 죄에 대하여 징역 1월을, 나머지 죄에 대하여 징역 11월과 몰수를 선고하였고(제1심 제1판결), 피고인이 항소를 제기하였다.
(2) 원심에서 병합된 2개의 사건 중 2019노1810 사건의 진행 경과는 다음과 같다.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은 2018. 9. 13. 피고인에게 강제추행죄에 대하여 벌금 500만 원,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의 약식명령을 하였고, 이후 피고인의 정식재판회복청구가 받아들여졌다(2019고정133).
위 법원은 2019. 5. 31. 벌금 300만 원,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을 선고하였고(제1심 제2판결), 피고인이 항소를 제기하였다.
(3) 원심은 2020. 3. 25. 항소사건을 모두 병합한 후 파기 부분과 나머지 죄 사이에 확정판결 전과가 있어 파기 부분은 위 확정판결 전과와 형법 제37조 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고, 파기 부분 각 범죄는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다는 이유로 파기 부분을 직권으로 파기하고 징역형을 선택한 다음 경합범 가중을 하여 징역 1월,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을 선고하였다.
한편 원심은 파기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죄 부분에 대한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다. 위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제1심 제2판결은 약식명령에 대하여 피고인만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이므로 형종 상향 금지의 원칙에 따라 약식명령의 벌금형보다 중한 종류의 형인 징역형을 선택할 수 없다. 그런데도 원심은 벌금형이 아닌 징역형을 선택하여 징역 1월을 선고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형사소송법 제457조의2 제1항에서 정한 형종 상향 금지의 원칙을 위반한 잘못이 있다.
2. 파기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 관한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에 따르면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서만 양형부당을 이유로 상고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인에 대하여 그보다 가벼운 형이 선고된 이 사건에서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는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아니다.
3. 파기의 범위
피고인에게는 파기 부분과 나머지 죄 부분 사이에 확정판결 전과가 있어 파기 부분에 대하여 1개의 징역형을, 나머지 죄 부분에 대하여 별도로 징역형을 선고하였다. 이 경우 파기 부분 각 범죄를 전부 파기해야 한다. 그러나 나머지 죄 부분은 별개로 심리·판단되고 또 분리하여 확정되는 관계에 있으므로 이 부분은 파기 범위에 속하지 않는다(대법원 1999. 11. 12. 선고 99도2934 판결 등 참조).
4. 결론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파기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나머지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동원(재판장) 김재형(주심) 민유숙 노태악 | 형사소송법 제457조의2 제1항, 형법 제37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이기선
【원심판결】
인천지법 2016. 6. 3. 선고 2015노3685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3항은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작성한 해당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를 유죄의 증거로 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작성한 해당 피고인과 공범관계에 있는 다른 피고인이나 피의자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를 해당 피고인에 대한 유죄의 증거로 채택할 경우에도 적용된다. 따라서 해당 피고인과 공범관계가 있는 다른 피의자에 대하여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 그 피의자의 법정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이 인정되는 등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4항의 요건을 갖춘 경우라고 하더라도 해당 피고인이 공판기일에서 그 조서의 내용을 부인한 이상 이를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고, 그 당연한 결과로 위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하여는 사망 등 사유로 인하여 법정에서 진술할 수 없는 때에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규정인 형사소송법 제314조가 적용되지 아니한다(대법원 2004. 7. 15. 선고 2003도7185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이러한 법리는 공동정범이나 교사범, 방조범 등 공범관계에 있는 자들 사이에서뿐만 아니라,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 등 행위자의 위반행위에 대하여 행위자가 아닌 법인 또는 개인이 양벌규정에 따라 기소된 경우, 이러한 법인 또는 개인과 행위자 사이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그 구체적 이유는 다음과 같다.
대법원은 앞서 본 바와 같이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3항의 규정이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작성한 해당 피고인과 공범관계에 있는 다른 피고인이나 피의자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해서까지 적용된다는 입장을 확고하게 취하고 있다. 이는 하나의 범죄사실에 대하여 여러 명이 관여한 경우 서로 자신의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미루려는 것이 일반적인 인간심리이므로, 만일 위와 같은 경우에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3항을 해당 피고인 외의 자들에 대해서까지 적용하지 않는다면 인권보장을 위해 마련된 위 규정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여 부당하고 불합리한 결과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대법원 1986. 11. 1. 선고 86도1783 판결 참조).
나아가 대법원은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3항이 형법 총칙의 공범 이외에도, 서로 대향된 행위의 존재를 필요로 할 뿐 각자의 구성요건을 실현하고 별도의 형벌 규정에 따라 처벌되는 강학상 필요적 공범 내지 대향범 관계에 있는 자들 사이에서도 적용된다는 판시를 하기도 하였다(대법원 1996. 7. 12. 선고 96도667 판결, 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7도6129 판결 등 참조). 이는 필요적 공범 내지 대향범의 경우 형법 총칙의 공범관계와 마찬가지로 어느 한 피고인이 자기의 범죄에 대하여 한 진술이 나머지 대향적 관계에 있는 자가 저지른 범죄에도 내용상 불가분적으로 관련되어 있어 목격자, 피해자 등 제3자의 진술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속성을 지니고 있음을 중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무릇 양벌규정은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 등 행위자가 법규위반행위를 저지른 경우, 일정 요건하에 이를 행위자가 아닌 법인 또는 개인이 직접 법규위반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평가하여 행위자와 같이 처벌하도록 규정한 것으로서, 이때의 법인 또는 개인의 처벌은 행위자의 처벌에 종속되는 것이 아니라 법인 또는 개인의 직접책임 내지 자기책임에 기초하는 것이기는 하다(대법원 2006. 2. 24. 선고 2005도7673 판결, 대법원 2010. 9. 9. 선고 2008도7834 판결, 대법원 2010. 9. 30. 선고 2009도3876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양벌규정에 따라 처벌되는 행위자와 행위자가 아닌 법인 또는 개인 간의 관계는, 행위자가 저지른 법규위반행위가 사업주의 법규위반행위와 사실관계가 동일하거나 적어도 중요 부분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내용상 불가분적 관련성을 지닌다고 보아야 하고, 따라서 앞서 본 형법 총칙의 공범관계 등과 마찬가지로 인권보장적인 요청에 따라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3항이 이들 사이에서도 적용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2.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이 경영하는 병원의 사무국장으로 근무하던 공소외인이 2011. 8. 23.부터 2012. 2. 21.까지 총 43회에 걸쳐 합계 23,490,000원을 환자 소개의 대가 등 명목으로 교부함으로써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소개·알선·유인하는 행위를 저지른 것에 대하여, 피고인은 양벌규정인 의료법 제91조를 적용법조로 기소된 사실, 피고인은 제1심 제3회 공판기일에서 검사가 증거로 제출한 사법경찰관 작성의 공소외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를 증거로 함에 동의하지 않고 그 내용을 부인한 사실, 그럼에도 제1심은 위 피의자신문조서는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3항이 적용되는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가 아니라 같은 조 제4항의 ‘사법경찰관이 피고인이 아닌 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에 해당한다고 보아, 공소외인이 이미 사망하였으므로 공판기일에 출석하여 진술을 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고 그의 경찰에서의 진술은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졌음이 인정되므로 형사소송법 제314조에 의하여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한 사실, 이에 따라 제1심은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고 원심도 제1심판결의 결론을 그대로 유지한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이 법정에서 사법경찰관 작성의 공소외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를 증거로 함에 동의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 내용을 부인하고 있는 이상,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양벌규정의 행위자인 공소외인에 대하여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에 관해서는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3항이 적용되어 그 증거능력이 없고, 따라서 이 경우에는 형사소송법 제314조를 적용하여 위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도 없다고 보아야 한다.
그럼에도 원심은, 형사소송법 제314조를 적용하여 사법경찰관 작성의 공소외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한 다음 이를 토대로 양벌규정인 의료법 제91조를 적용법조로 하는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형사소송법 제312조 및 제314조에서 정한 증거능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재형(재판장) 민유숙 이동원(주심) 노태악 | 형법 제30조, 제31조, 제32조, 의료법 제91조,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3항, 제4항, 제314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검 사】
유관모 외 1인
【변 호 인】
법무법인 케이씨엘 담당변호사 신언용
【주 문】
피고인을 벌금 700만 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이 유】
【범죄사실】
피고인은 서울 (주소 생략)에 있는 ○○○○ 장애인보호작업장에서 사회복지사로 근무하던 사람이다.
누구든지 장애인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2018. 3. 12. 11:30경 서울 (주소 생략) 위 ○○○○ 장애인보호작업장 2층에서, 지적장애 3급인 피해자 공소외 1(여, 36세)의 머리에 쇼핑백 끈 다발을 올려놓고 ‘여러분 △△씨 어때요’라고 말하여 다른 장애인 근로자들이 피해자를 보고 웃게 하고 피해자의 사진을 찍고, 피해자에게 눈을 찌르고 우는 시늉을 하도록 지시하여 피해자가 어쩔 수 없이 이를 따르도록 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고 수치심을 느끼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에 대하여 정서적 학대행위를 하였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
1. 증인 공소외 2, 공소외 3의 각 법정진술
1. 증인 공소외 4, 공소외 5, 공소외 6의 각 일부 법정진술
1. 이 법원의 증인 공소외 1에 대한 증인신문조서의 진술기재
1. 공소외 1 및 공소외 2에 대한 각 검찰 및 경찰 진술조서
1. 국민신문고 민원(진정), 조사결과 통지, 녹취서(증거목록 27번), CD, 수사보고(참고인 공소외 4 제출 사진 첨부)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구 장애인복지법(2017. 12. 19. 법률 제1527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6조 제3항 제2호, 제59조의7 제6호(벌금형 선택)
1. 노역장유치
형법 제70조 제1항, 제69조 제2항
피고인의 주장에 관한 판단
1. 주장
① 피해자의 머리에 피고인이 끈 다발을 올려놓은 사실이 없다. ② 피해자에게 눈을 찌르고 우는 시늉을 하도록 한 사실은 있지만, 이는 피해자가 이전부터 하던 것으로서 서로 웃자고 한 것일 뿐 학대로 볼 수 없고 학대의 고의도 없었다.
2. 판단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비록 피해자가 지적장애 3급이기는 하지만 수사기관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피해 경위에 관하여, 피고인이 시켜서 어쩔 수 없이 판시와 같은 행위를 하게 되었고 당시 무척 창피했다는 취지로 일관되고 비교적 명확하게 솔직한 진술을 하고 있고, 판시와 같은 행위는 객관적으로 보아도 피해자에게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행위임이 분명한 점, ② 피해자가 평소 거짓말을 하는 성격은 아니라는 피고인 측 증인들[공소외 5(피해자의 동료 근로자), 공소외 6(피고인의 동료 사회복지사)]의 진술이나 이 사건 직후 피해자로부터 피해 호소를 목격한 사회복무요원들(공소외 2, 공소외 3)의 진술 등을 감안할 때, 피해자의 진술에 허위가 개입되어 있다고 볼 만한 정황은 찾아볼 수 없는 점, ③ 피해자의 위와 같은 진술과 더불어 당시 상황에 관한 녹음자료에 의하더라도, 피해자의 머리에 끈 다발을 올려놓은 주체는 피고인이었던 것으로 판단되고[녹음 CD와 녹취서(증거기록 236쪽 하단~237쪽 상단)에 의하면, 피고인이 끈 다발을 올려놓고 공소외 5가 그런 피해자의 모습을 촬영한 상황으로 이해된다], 그에 연이은 피고인의 행위는 모두 피해자에게 진정한 의사를 확인하지 않은 채 이루어진 피고인의 일방적 행위였던 반면, 그 당시에 그러한 행위가 필요한 불가피한 상황도 아니었다고 판단되는 점, ④ 한편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주장하는 사정들, 즉 당시 상황이 다름 아닌 피고인의 휴대전화에 녹음되어 있었다는 정황이나 피해자가 종전에도 우는 시늉을 한 적이 있다는 정황, 이 사건 이후에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호의적인 태도를 보인 적이 있다는 정황 등은 피고인의 고의 정도나 피고인의 정상에 참작할 사유는 될지언정, 위에서 인정되는 사실관계나 피고인의 고의를 부정할 만한 사유는 되지 못한다고 판단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에 대하여 판시와 같은 죄책이 인정된다(대법원 2015. 12. 23. 선고 2015도13488 판결 등 참조).
【양형의 이유】
다음의 정상들과 그 밖에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조건을 참작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 불리한 정상: 죄질 자체가 좋지 않은 점,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하고 있는 점, 개전의 정상이 부족하다고 보이는 점
○ 유리한 정상: 경위에 비추어 범의와 학대의 정도가 중하지는 않은 사안으로 보이는 점, 초범인 점, 오랜 기간 사회복지사로 별다른 문제 없이 근무해 온 점, 이러한 정상을 감안할 때 이 사건으로 그러한 자격 유지에 미칠 수 있는 불이익도 감안할 필요가 있는 점
판사 유창훈 | 구 장애인복지법(2017. 12. 19. 법률 제1527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9조의7 제6호(현행 제59조의9 제6호 참조), 제86조 제3항 제2호(현행 제86조 제3항 제3호 참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1 외 1인
【상 고 인】
피고인들 및 특별검사(피고인 1에 대하여)
【변 호 인】
법무법인 동북아 외 4인
【환송판결】
대법원 2019. 8. 29. 선고 2018도13792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피고인 2의 상고이유 보충서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특별검사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몰수·추징은 수뢰자가 뇌물을 그대로 보관하다가 증뢰자에게 반환한 때에는 증뢰자로부터 할 것이지 수뢰자로부터 할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8. 3. 27. 선고 2007도10290 판결 참조). 한편 몰수는 범죄에 의한 이득을 박탈하는 데 그 취지가 있고, 추징도 이러한 몰수의 취지를 관철하기 위한 것인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몰수할 수 없는 때에 추징하여야 할 가액은 범인이 그 물건을 보유하고 있다가 몰수의 선고를 받았더라면 잃었을 이득상당액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하므로,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가액산정은 재판선고 시의 가격을 기준으로 하여야 한다(대법원 2008. 10. 9. 선고 2008도6944 판결 참조).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 1이 증뢰자인 공소외 1 등에게 라우싱에 대한 실질적인 사용 및 처분 권한을 반환하여 수뢰자인 피고인 1로부터 라우싱의 대금 상당액을 추징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고, 살시도와 비타나의 대금 상당액 합계 208만 유로에 대하여는 원심 판결선고일에 가까운 2020. 2. 10. 기준 원/유로 환율인 1유로에 1,299원에 따라 계산하여 환산한 금액을 추징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환송판결의 효력, 추징의 상대방 및 추징액 산정기준 시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피고인 1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가. 추징에 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 1이 2016. 9. 30.경 공소외 2 회사와 살시도, 비타나에 67만 유로를 더해 블라디미르, 스타샤와 교환하기로 하는 교환계약을 체결함으로써 그 시점에 살시도와 비타나에 대한 몰수가 불가능하게 되었다고 보아 수뢰자인 피고인 1로부터 살시도와 비타나의 대금 상당액을 추징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추징의 상대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하여
피고인 1의 연령, 성행, 가족관계, 환경, 건강상태, 범행의 경위, 범행 후의 정황 등 기록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가지 사정을 살펴보면, 원심이 피고인 1에 대하여 징역 18년을 선고한 것이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
다.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하여
상고심에서 상고이유의 주장이 이유 없다고 판단되어 배척된 부분은 그 판결 선고와 동시에 확정력이 발생하여 그 부분에 대하여는 피고인은 더 이상 다툴 수 없고, 또한 환송받은 법원으로서도 그와 배치되는 판단을 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으로서는 더 이상 그 부분에 대한 주장을 상고이유로 삼을 수 없다(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5도1247 판결, 대법원 2006. 5. 11. 선고 2006도920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피고인 1의 나머지 상고이유 주장은, 피고인 1이 공소사실 중 환송 전 원심에서 유죄로 판단한 부분에 대하여 상고를 제기하였으나 환송판결에서 그 상고이유 주장이 이유 없다고 판단하여 배척한 부분에 대한 것이다. 이와 같이 피고인 1이 소송절차 위반, 사실오인, 법리오해 등을 주장하며 다투는 나머지 상고이유 주장은 이미 확정력이 발생하여 더 이상 다툴 수 없는 부분에 대한 것이어서 적법한 상고이유가 될 수 없다.
3. 피고인 2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환송 전 원심판결 중 일부분에 대하여 상고하지 않은 경우, 상고심에서 상고이유로 삼지 않은 부분은 그 부분에 대한 상고가 제기되지 아니하여 확정된 것과 마찬가지의 효력이 있으므로 피고인으로서는 더 이상 이 부분에 대한 주장을 상고이유로 삼을 수 없다(대법원 2001. 4. 10. 선고 2001도265 판결 참조).
따라서 피고인 2에 대한 공소사실 중 재단법인 공소외 3과 재단법인 공소외 4에 대한 설립·모금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의 일부 유죄 부분은 피고인 2가 환송판결의 상고심에서 상고이유로 다투지 아니한 부분이므로, 이에 대한 피고인 2의 상고이유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될 수 없다.
한편 피고인 2는 원심판결 전부에 대하여 상고하였으나, 나머지 유죄 부분에 대하여는 상고장이나 상고이유서에 불복이유를 기재하지 않았다.
4.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상환(재판장) 박상옥 안철상(주심) 노정희 | [1] 형법 제134조 / [2] 형법 제134조 / [3] 형사소송법 제397조 / [4] 형사소송법 제397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유한) 클라스 담당변호사 윤성원 외 1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9. 9. 26. 선고 2019노287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부동산 이중저당권 설정과 배임죄
가.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사무의 주체인 타인에게 손해를 가할 때 성립하는 것이므로, 그 범죄의 주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하려면,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타인을 위하여 대행하는 경우와 같이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그들 사이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하는 데에 있어야 한다(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8도10479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4. 8. 21. 선고 2014도3363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이익대립관계에 있는 통상의 계약관계에서 채무자의 성실한 급부이행에 의해 상대방이 계약상 권리의 만족 내지 채권의 실현이라는 이익을 얻게 되는 관계에 있다거나, 계약을 이행함에 있어 상대방을 보호하거나 배려할 부수적인 의무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채무자를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할 수 없고(대법원 2015. 3. 26. 선고 2015도1301 판결 등 참조), 위임 등과 같이 계약의 전형적·본질적인 급부의 내용이 상대방의 재산상 사무를 일정한 권한을 가지고 맡아 처리하는 경우에 해당하여야 한다(대법원 2020. 2. 20. 선고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나. 채무자가 금전채무를 담보하기 위한 저당권설정계약에 따라 채권자에게 그 소유의 부동산에 관하여 저당권을 설정할 의무를 부담하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들어 채무자가 통상의 계약에서 이루어지는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채권자와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채권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채무자가 저당권설정계약에 따라 채권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저당권을 설정할 의무는 계약에 따라 부담하게 된 채무자 자신의 의무이다. 채무자가 위와 같은 의무를 이행하는 것은 채무자 자신의 사무에 해당할 뿐이므로, 채무자를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채무자가 제3자에게 먼저 담보물에 관한 저당권을 설정하거나 담보물을 양도하는 등으로 담보가치를 감소 또는 상실시켜 채권자의 채권실현에 위험을 초래하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다.
다. 위와 같은 법리는, 채무자가 금전채무에 대한 담보로 부동산에 관하여 양도담보설정계약을 체결하고 이에 따라 채권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해 줄 의무가 있음에도 제3자에게 그 부동산을 처분한 경우에도 적용된다.
라. 이와 달리 채무 담보를 위하여 채권자에게 부동산에 관하여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기로 약정한 채무자가 채권자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함을 전제로 채무자가 담보목적물을 처분한 경우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한 대법원 2008. 3. 27. 선고 2007도9328 판결, 대법원 2011. 11. 10. 선고 2011도11224 판결을 비롯한 같은 취지의 대법원판결들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모두 변경하기로 한다.
한편 대법원 2018. 5. 17. 선고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은 부동산 이중매매의 경우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하였다. 위 판결은 부동산이 국민의 경제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부동산 매매대금은 통상 계약금, 중도금, 잔금으로 나뉘어 지급되는데,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매매대금 중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는 계약금과 중도금까지 지급하고도 매도인의 이중매매를 방지할 충분한 수단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거래 현실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부동산 이중매매의 경우 배임죄가 성립한다는 종래의 견해를 유지한 것이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면, 위 전원합의체 판결의 취지는 이 판결의 다수의견에 반하지 아니함을 밝혀둔다.
2. 원심의 판단
가. 원심은,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18억 원을 차용하면서 이 사건 아파트에 4순위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기로 약정하였음에도 제3자에게 채권최고액을 12억 원으로 하는 4순위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주어 12억 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피해자에게 같은 금액 상당의 손해를 가하였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로 판단하였다.
나. 그러나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계약에서 피고인과 피해자 간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은 채무의 변제와 이를 위한 담보에 있고, 피고인을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피해자와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피해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는 이상, 피고인을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그런데도 원심은 피고인이 이에 해당된다고 전제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로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배임죄에 있어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의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는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김선수, 대법관 이동원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대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였고,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권순일,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노태악의 보충의견,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재형의 보충의견과 대법관 민유숙의 보충의견이 있다.
4.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김선수, 대법관 이동원의 반대의견
가. 이 사건의 쟁점은 채권자로부터 금원을 차용하면서 그 담보로 부동산에 관하여 저당권을 설정하여 주기로 한 채무자가 차용금을 수령한 후 채권자에게 저당권을 설정하여 주기 전에 제3자에게 저당권을 설정해 준 경우 배임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이다(대상 재산이 부동산으로, 처분 시기가 차용금 수령 후 저당권설정 전으로 한정된다. 실제로는 근저당권을 설정한 것이나 여기서는 다수의견과 같이 ‘저당권’이라고만 한다). 이러한 쟁점은 추상적으로 규정된 처벌법규 해석의 문제라고 볼 수 있으나 포섭 대상인 재산, 범행 시기, 행위 태양 등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어 있으므로 대원칙인 죄형법정주의로부터 어느 한쪽의 결론이 바로 도출되는 것은 아니다. 이는 대법원 2018. 5. 17. 선고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의 다수의견이 부동산 이중매매에 대하여 배임죄의 성립을 긍정하였다고 하여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난다고 비판한다면 오히려 그 지적이 타당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이다.
다수의견은, 채권자에 대한 채무 담보로 부동산에 관하여 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한 채무자가 채권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저당권설정의무는 ‘자기의 사무’일 뿐 ‘타인의 사무’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채무자가 채권자에 대한 저당권설정 전에 그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채무자가 채권자로부터 금원을 차용하는 등 채무를 부담하면서 그 채무 담보를 위하여 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한 경우 위 약정의 내용에 좇아 채권자에게 저당권을 설정하여 줄 의무는 자기의 사무인 동시에 상대방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에 해당하여 ‘타인의 사무’에 해당한다. 다수의견은 거래관계에서 발생하는 당사자 간의 신임관계를 보호하기 위하여 타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있는 경우에는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보아 온 대법원 판례와 논리적으로 일관되지 않고, 담보계약에 기초한 신임관계도 배임죄에 의하여 보호되어야 할 법익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도외시한 것으로 찬성할 수 없다.
나. 배임죄의 본질은 신임관계에 기한 타인의 신뢰를 저해하는 임무위반행위를 함으로써 그 타인으로 하여금 재산상 손해를 입게 하는 데 있고, 이러한 임무위반행위에는 사무의 내용, 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률의 규정, 계약의 내용 또는 신의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타인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가 포함된다.
이와 같이 배임죄의 행위 태양은 다양한 형태로 발현될 수 있으나, 거래관계에서 발생하는 모든 신뢰위반행위를 배임죄로 처벌할 수는 없으므로 형벌법규의 해석을 통하여 일정한 범위로 가벌적 배임행위를 제한하는 것은 어느 정도 불가피하고 또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제한적 해석에 지나치게 치우치거나 맹목적으로 이끌린 나머지, 배임죄의 처벌 범위를 과도하게 축소함으로써 형사법에 의하여 마땅히 보호되어야 할 개인의 재산권이나 신임관계마저도 그 보호범위에서 제외시켜 형벌법규로서의 배임죄가 그 본연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법률상 공백상태를 야기해서는 곤란하다.
이는 부동산 이중매매와 같은 배신행위에 대하여는 형벌법규의 개입이 정당하다는 공감대가 사회적으로 광범위하게 존재할 뿐 아니라, 거래 상대방의 재산보전에 협력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 고의로 그 임무를 위반하여 상대방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힌 경우 배임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판례가 확립된 법원칙으로 자리매김하기까지의 과정에 비추어 보더라도 그러하다.
다. 1) 종래 대법원은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를 대행하는 경우 외에도 매매, 담보권설정 등 거래를 완성하기 위한 자기의 사무인 동시에 상대방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의 이행인 경우에도 일관하여 이를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에 해당한다고 보아 왔다(대법원 1971. 11. 15. 선고 71도1544 판결, 대법원 1983. 10. 11. 선고 83도2057 판결, 대법원 1997. 6. 24. 선고 96도1218 판결 등 참조). 그 결과 대법원은, 오래전부터 부동산 이중매매 사건에서 매도인이 중도금을 지급받은 이후에는 매수인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칠 때까지 협력할 의무가 있으므로 목적부동산을 제3자에게 이중으로 양도하면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일관되게 판결함으로써 그러한 판례를 확립하여 왔다(대법원 1975. 12. 23. 선고 74도2215 판결, 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5도5713 판결 등 참조).
2) 대법원 2018. 5. 17. 선고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은 문제 된 사무처리가 오로지 타인의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만을 내용으로 할 필요는 없고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는 성질을 아울러 가지더라도 타인을 위한 사무로서의 성질이 부수적·주변적인 의미를 넘어서 중요한 내용을 이루는 경우에는 ‘타인의 사무’에 해당한다는 법리를 재확인하면서,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중도금 지급 등 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에 이른 때부터 매도인은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하여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에 있다고 보아 부동산 이중매매를 배임죄로 인정하는 종전 판례를 유지하였다.
3) 나아가 판례는 부동산에 관한 권리이전의 신뢰관계 및 그에 대한 보호 필요성은 매매계약뿐만 아니라 부동산에 관한 권리의 이전·설정을 목적으로 하는 다른 법률관계에서도 마찬가지로 인정된다고 보아 배임죄의 성립을 긍정하여 왔다. 그리하여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한 후 그에 따른 등기절차를 이행하기 전에 제3자에게 부동산을 처분하거나 근저당권설정등기를 하여 준 경우(대법원 2008. 3. 27. 선고 2007도9328 판결, 대법원 2011. 11. 10. 선고 2011도11224 판결 등 참조), 부동산에 대한 전세권설정계약이나 양도담보설정계약 후 그에 따른 등기절차를 이행하기 전에 제3자에게 근저당권설정등기 등을 하여 줌으로써 담보능력 감소의 위험을 발생시킨 경우(대법원 1993. 9. 28. 선고 93도2206 판결, 대법원 1997. 6. 24. 선고 96도1218 판결 등 참조) 등에도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하였다.
4) 그리고 대법원은 채무 담보로 부동산에 관해 대물변제예약을 한 채무자에 대하여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아니라고 판시한 대법원 2014. 8. 21. 선고 2014도3363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에도 최근까지 부동산 이중저당 사안에서 배임죄의 성립을 긍정하였다(대법원 2019. 1. 10. 선고 2018도15584 판결, 대법원 2019. 11. 28. 선고 2019도13730 판결). 또한 부동산 이중매매에 관하여 배임죄 성립을 긍정한 위 대법원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 이후 대법원은 같은 법리에 따라 교환, 증여 및 대물변제약정을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지고 있는 자에 대하여 그 상대방의 재산보전에 협력하여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에 있다는 이유로 배임죄 성립을 긍정하였다(대법원 2018. 10. 4. 선고 2016도11337 판결, 대법원 2018. 12. 13. 선고 2016도19308 판결, 대법원 2019. 4. 11. 선고 2016도1944 판결).
라. 이와 같은 판례의 태도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과 같이 담보 목적으로 부동산에 관한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한 후 그 부동산을 제3자에게 임의로 처분한 경우에는 지금까지의 대법원 판례에 따라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보아야 한다. 매매와 담보설정행위는 양자 모두 등기절차의 협력이라는 신임관계에 기초한 임무를 위반하였다는 공통성을 지닐 뿐더러, 다수의견과 같이 양자의 형사처벌을 달리 취급하는 것은 대법원이 그동안 재산의 이중적 처분(매매, 근저당권설정, 전세권설정, 면허권 등)에 관하여 일관하여 취해 온 태도와 양립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위 대법원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이 앞서 본 바와 같이 부동산의 이중매도인에 대하여 배임죄가 성립한다는 입장을 유지한 것은, 매매계약에 따라 소유권을 이전하지 않았다는 단순한 채무불이행을 근거로 삼은 것이 아니라, 매도인이 매수인의 부동산 취득에 협력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데도 고의로 신뢰를 저버리고 매수인의 소유권 취득을 불가능하게 하였다는 데 그 핵심이 있다. 부동산 거래관계의 특성상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그의 소유권 취득을 불가능하게 할 위험을 끼칠 수 있는 지위에 있으므로 배임죄의 주체가 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즉, 부동산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등기를 하여 그 권리를 이전하는 것은 단순히 매매계약에 따른 소유권이전의무의 이행이 아니라 부동산 거래에서 형성되어 온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의 강한 신뢰관계에 기초를 둔 것으로서, 매매계약의 이행 내지 등기에 관한 협력의무는 그와 같은 신뢰관계에 따른 의무로 평가될 수 있고, 이러한 신뢰관계 아래에서 협력의무를 지는 매도인의 지위는 매수인의 권리취득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 평가될 수 있다고 인정하였다.
이렇게 보았을 때 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한 채무자가 담보로 제공하기로 한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한 경우, 이는 배임죄의 성립 여부에서 부동산 이중매매의 경우와 조금도 다를 바가 없다. 오히려 매매의 경우 매도인이 중도금만 받은 단계에서는 매수인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에 대하여 매도인이 잔금과의 동시이행 항변을 주장할 수 있는 반면, 차용금을 지급받은 채무자가 금전채무에 대한 담보로서 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채권자의 의무 이행이 모두 완료되어 채권자가 저당권설정등기를 청구하면 채무자는 그러한 항변조차 하지 못하고 저당권설정등기에 응할 수밖에 없다. 후자에서 채무자의 지위는 매매잔금까지 다 수령한 부동산 매도인의 지위와 유사하여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서의 성격은 전자의 경우보다 한층 강하다고 볼 수 있고, 따라서 이 경우에 채무자가 해당 부동산을 다시 제3자에게 처분하면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다수의견에 의하면 부동산의 현금화를 위하여 매매를 원인으로 소유권을 넘겨주기로 한 자가 제3자 앞으로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준 경우에 배임죄의 성립이 인정되는 반면, 채권자 앞으로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주기로 했던 부동산을 제3자에게 매도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경우에는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서로 불일치하는 결과가 도출되는데, 이와 같이 협력의무가 동일하게 발생하는 위 두 가지 경우를 다르게 취급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설득력이 떨어질뿐더러, 이와 같이 달리 보아야 할 근본적 이유 역시 찾기 어렵다.
나아가 우리나라에서 부동산이 경제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이를 목적으로 한 거래의 사회경제적 의미가 여전히 크다는 점을 고려해 보더라도, 이 사건처럼 채무자가 채권자로부터 돈을 차용하여 저당권을 설정해 주기로 약정한 후 제3자에게 대상 부동산을 처분하는 행위는 그 불법성이나 비난가능성이 부동산 이중매매의 경우보다 결코 가볍다고 단정할 수 없다. 채무자는 소유하는 부동산을 현금화하기 위하여 해당 부동산을 매도하는 방법 대신에 그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하여 시가에 상당하는 돈을 빌리는 방법을 택할 수도 있는데, 이때의 금액은 부동산 매매에서 통상 정해지는 계약금 및 중도금의 합계보다 많은 경우가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부동산 이중매매의 경우와 달리 돈을 빌린 채무자가 약속대로 채권자에게 저당권을 설정해 줄 사무가 단지 채무자의 개인적 사무에 불과하고 채권자의 채권보전과 무관하다고 보게 되면, 부동산을 담보로 하는 금전소비대차에서의 신뢰관계를 근본적으로 훼손할 뿐 아니라 이러한 거래가 담당하는 역할과 기능에 예상하기 어려운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또한 위 대법원 2014도3363 전원합의체 판결에도 불구하고, 대법원 판례는 최근까지 우리나라에서 부동산이 경제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이를 목적으로 한 거래의 사회경제적 의미가 크다는 인식에 입각하여 교환이나 증여의 경우에도 여전히 상대방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신임관계의 본질적 내용이 된다고 보아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하여 판례변경을 하지 않았다. 이러한 취지는 돈을 대여하고 그 담보로 저당권을 설정하기로 한 당사자의 신뢰관계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부동산에 관한 권리이전의 신뢰관계 및 그에 대한 채권자 보호의 필요성은 부동산에 관한 권리의 이전·설정을 목적으로 하는 여타의 법률관계에서도 마찬가지로 중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교환이나 증여보다 당사자 사이의 신임관계에 대한 배신의 정도나 상대방에게 미치는 손해가 비할 바 없이 큰 부동산의 이중저당 사안을 놓고 이제 와서 가벌적 배임행위가 아니라고 다르게 볼 만큼의 시간적 간격이 있었다고 할 수 없고, 그에 대한 사회적 평가나 거래 현실에 본질적 변화가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마. 다수의견이 저당권설정계약에 따라 저당권설정등기절차를 이행하는 것을 약정에 따른 ‘자기의 사무’에 해당할 뿐 ‘타인의 사무’가 아니라고 보는 것은, 저당권설정계약은 피담보채권의 발생을 위한 계약에 종된 계약이고 저당권설정 이후에도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의무는 피담보채무의 변제이므로 채무자가 저당권설정 전후 부담하는 각종 의무는 금전채무에 부수되고 종된 의무라는 시각에 서 있는 듯하다.
부동산을 금전채무의 담보로 제공한 경우 채무자는 변제의무와 담보유지의무를 각기 부담하고 변제를 완료하면 담보유지의무가 소멸하게 된다. 이러한 결과는 담보물권이 피담보채권을 전제로 하여서만 성립할 수 있다는 부종성에 터 잡은 것으로서, 피담보채권이 성립하지 않으면 담보물권도 성립하지 않고 피담보채권이 소멸하면 담보물권도 소멸하는 것이 민사법에 따른 원칙이기는 하다.
그러나 금전소비대차계약에 따른 채무자의 의무와 담보설정계약에 따른 저당권설정자의 의무는 엄연히 서로 다른 계약에 기초하여 발생한 의무로서, 담보물권이 피담보채권에 대하여 위와 같이 부종성을 갖는다고 해서 이를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판단하는 기준과 결부시키는 것은 타당하지 아니하다. 특히 이 사건에서 문제 되는 근저당권은 소멸에 관한 부종성이 배제되어 있어 피담보채권이 확정될 때까지는 변제 등으로 채권이 소멸하더라도 근저당권의 존속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민법 제357조 제1항 제2문 참조).
위 대법원 2014도3363 전원합의체 판결이 채권담보를 위한 대물변제예약 사안에서 배임죄의 성립을 부정하였던 이유는, 대물변제예약의 궁극적 목적은 차용금반환채무의 이행 확보에 있는데 채무자가 대물변제예약에 따라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는 이러한 궁극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채무자에게 요구되는 부수적인 내용에 불과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담보계약을 통해 채권자가 취득하는 담보권은 그 자체로 독립된 재산적 가치가 있을 뿐 아니라 담보물의 담보가치에 대한 채권자의 신뢰 또한 형사법에 의해 보호되어야 할 고유한 법률상 이익에 해당한다. 단적으로 채권자는 자신이 보유한 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이 채무자에 의해 변제되기만을 바라면서 기다리는 지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저당권에 의해 뒷받침되는 피담보채권 위에 질권을 설정하여 외부로부터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거나 피담보채권과 함께 해당 저당권을 타에 양도함으로써 자신이 투입하였던 자금을 회수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피담보채권과 함께 근저당권을 양도하여 유동화증권을 발행하는 자산유동화가 새로운 금융조달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와 같이 담보물권은 어느 목적물이 가진 교환가치의 취득 및 지배를 목적으로 하는 권리로서, 부동산 이중매매의 사안에서 소유권이 사용가치와 교환가치, 두 가지 모두를 아우르는 것이라면, 부동산 이중저당의 사안에서는 소유권의 내용적·질적 일부인 교환가치가 파악된다는 점만이 다를 뿐이다. 그러므로 부동산 소유권의 양적 일부인 공유지분이 이중으로 양도되는 경우 여느 부동산 이중매매의 사안과 마찬가지로 배임죄의 성립이 당연히 인정되는 것처럼, 부동산 소유권의 내용적·질적 일부가 이중으로 양도되는 부동산 이중저당의 사안에서도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보는 것이 논리적임은 물론 균형에 맞는다.
오늘날 저당권을 비롯한 담보물권은 일반인의 소비를 위한 금융수단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기업이 금융을 얻는 제도로 기능하고 있는데, 이로써 담보물권은 금전채권을 변제받기 위한 종된 수단에 그치는 전통적인 역할에서 벗어나 금융제공자로 하여금 이자 등의 형식으로 기업의 이윤 분배에 참여함으로써 일종의 투자를 하도록 매개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은 주지하는 바와 같다. 이와 같이 담보물권이 다른 이에게 전전 양도되거나 이를 기초로 다시 질권과 같은 새로운 권리가 설정되는 등 자금의 융통과 관련하여 활발한 거래가 현실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은 경제발전이 진전됨에 따라 한층 심화되고 보다 빈번하게 나타날 것이다. 이에 부응하여 학계에서는 실정에 맞게끔 담보물권이 피담보채권과의 관계에서 갖는 부종성과 수반성 등을 완화하여야 한다는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고 근저당권에서는 부종성이 대폭 완화되어 있다. 바로 이 점에서도 저당권설정계약은 금전소비대차 거래의 단지 부수적인 내용에 불과하다고 할 수 없다. 오히려 저당권설정계약에 의한 채권자의 권리 및 그에 따른 담보가치를 유지·보전하여야 할 채무자의 의무 이행 또는 그에 대한 신뢰관계 자체가 거래를 가능하게 만든 본질적인 요소라고 보아야 하고, 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한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는 그 계약 자체로부터 피담보채권의 발생원인이 된 법률관계(금전소비대차)와는 별도의 독자적인 신임관계가 발생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신임관계의 본질이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하는 데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담보 목적으로 체결된 저당권설정계약에서 신임관계의 본질은 담보로 제공함으로써 부동산의 담보가치를 채권자에게 취득하게 하는 데 있으며, 결국 배임죄의 성립 여부에 있어 양자를 같이 취급하여야 한다.
바. 한편 동산 이중양도담보에 관한 대법원 2020. 2. 20. 선고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은 동산에 양도담보권 설정 이후 담보권설정자의 담보물에 관한 유지·보관의무 등을 타인의 사무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었다. 반면 이 사건의 쟁점은 저당권을 설정해 줄 의무, 즉 채권자의 권리취득에 협력할 채무자의 의무가 당사자 사이의 신임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될 수 있는지 여부이다.
따라서 이 사건은 권리취득에 관한 재산보전협력의무를 타인의 사무로 볼 수 있는지가 문제 되는 사안으로 가벌적 임무위배행위 인정 여부에 관한 계약의 구속력 정도, 거래 관행, 신임관계의 유형과 내용, 신뢰위반의 정도도 위 대법원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의 사안과 달리 평가되어야 한다.
사. 다수의견은 저당권설정계약의 궁극적 목적은 단지 금전채무의 이행 확보에 있다고 보아, 채무자가 저당권설정계약에 따라 부동산에 관한 저당권설정등기를 이행할 의무는 ‘타인의 사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르고 있다. 여기에는 헌법에 의하여 보장되고 있는 재산권인 담보물권을 형벌에 의해 두텁게 보호하겠다는 종전 입장을 전면적으로 바꾸어, 재산의 교환가치를 객관적으로 적정하게 파악하여 그 우선적 지배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담보물권의 본질적 내용이 침해되더라도 이를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을 정도로까지는 중시하지 않겠다는 사고가 근저에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할 가치 및 그 방향을 제시하여야 할 최고법원으로서 다수의견은 현 시점에 이르러 종전과 다른 결단을 내리게 된 것에 대하여 보다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이유를 밝혀야 하는 것이지, 배임죄에서의 ‘타인의 사무’에 관한 피상적인 이유를 제시하는 것만으로 우리 사회의 중요한 가치판단을 갈음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 사건의 진정한 쟁점은 죄형법정주의나 그중 하나인 형벌법규의 명확성 원칙과는 무관하므로, 이를 가지고서 위의 질문에 대한 올바른 답변이 이루어진 것으로도 볼 수 없다.
아. 다수의견은 ‘채무자가 금전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저당권설정계약에 따라 채권자에게 저당권을 설정할 의무를 부담하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들어 채무자가 통상의 계약에서 이루어지는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채권자와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채권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한다. 그리고 위와 같은 법리는 ‘채무자가 금전채무에 대한 담보로 부동산에 관하여 양도담보설정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채권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있음에도 제3자에게 처분한 경우에도 적용된다’고 한다.
그러나 다수의견이 말한 ‘채무자가 저당권설정계약에 따라 채권자에게 저당권을 설정할 의무’와 위 대법원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말한 ‘매수인이 매매계약에 따라 매도인에게 소유권을 이전할 의무’는 그 권리이전의 형식만 다를 뿐 모두 채권자에 대한 재산보전협력의무가 당사자 사이의 신임관계의 본질적·전형적 내용이 된다는 점에서 아무런 차이가 없다. 더욱이 양도담보의 경우 부동산 매매와 동일하게 양도담보설정자의 의무는 ‘소유권을 이전할 의무’라는 점에서 다수의견은 위 대법원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에 정면으로 반한다고 볼 수 있다.
자. 결론적으로, 부동산에 관한 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한 채무자가 그 신임관계를 저버리고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함으로써 채권자로 하여금 부동산에 관한 저당권 취득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다면 이러한 행위는 저당권설정계약에서 비롯되는 본질적·전형적 신임관계를 위반한 것으로서 배임죄에 해당한다. 그리고 그렇게 보는 것이 부동산의 이중매매, 이중전세권설정, 면허권 등의 이중처분에 관하여 배임죄를 인정하여 온 판례의 확립된 태도와 논리적으로 부합한다.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에서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한 피고인이 담보로 제공하기로 한 부동산에 관하여 제3자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해 준 행위가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의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에 반대하는 취지를 밝힌다.
5.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권순일,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노태악의 보충의견
가. 반대의견은,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신임관계의 본질이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하는 데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담보 목적으로 체결된 저당권설정계약에서 신임관계의 본질은 담보로 제공함으로써 부동산의 담보가치를 채권자에게 취득하게 하는 데 있으므로, 결국 배임죄의 성립 여부에서 부동산 이중매매와 이중저당을 같이 취급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나. 그러나 반대의견은 형벌법규의 엄격해석의 원칙과 법제도의 발전에 따른 민사채무 불이행에 대한 국가형벌권 개입의 자제 및 재산의 이중처분에 관하여 배임죄 성립을 부정하는 최근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들의 흐름에 배치되므로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1)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하여야 하고 문언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 나아가 사적 자치의 원칙이 지배하는 경제활동의 영역에서 민사적 방법으로 분쟁을 해결하기보다 형벌법규로써 규율하는 것은 형벌권의 과도한 개입을 가져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위험이 있을 뿐만 아니라 합리적이고 자율적인 이해관계 조정을 왜곡하는 부정적 효과를 낳을 수 있으므로 자제되어야 한다.
가)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하는 것을 구성요건으로 한다. 대법원 판례는 배임죄의 임무위배행위란 ‘처리하는 사무의 내용, 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령의 규정, 계약의 내용 또는 신의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에 부응하지 않음으로써 본인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를 뜻하는 것으로 본다. 그렇다고 하여 법령이나 사법상의 계약에 위반하는 행위를 모두 배임죄로 처벌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하게 된다면, 이는 민사사건의 전면적인 형사화를 초래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이 점에서 배임죄의 행위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의미는 배임죄의 본질에 충실하게 해석함으로써 남용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사법상 채무불이행에 해당하는 계약 위반행위를 배임죄로 의율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으므로, 배임죄에서 말하는 ‘임무위배행위’에 관한 위 판례 법리를 계약상의 의무 위반과 관련한 구체적 사안에 적용할 때에는 매우 신중하여야 한다.
종래 대법원이 부동산 이중매매와 관련하여 등기협력의무를 근거로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해 온 데에는 그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부동산은 다른 재산과 달리 그 재산적 가치가 커서 거래당사자를 보호할 필요 역시 상대적으로 크고, 의용 민법에서 현행 민법으로 변천하는 과정에서 의사주의의 잔재가 남아 있었던 법관념을 외면할 수 없는 측면도 있었다. 그렇지만 이제는 민법이 시행된 지 반세기가 넘어 등기를 갖추어야만 권리를 취득한다는 관념이 국민들 사이에서 확고하게 자리 잡았고, 민사적으로도 권리를 구제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제도가 구축되었으며, 부동산보다 중요한 가치를 가진 재산도 많아졌다. 또한 사법의 영역에 대한 국가형벌권의 과도한 개입은 한정된 자원의 적정하고 효율적인 배분에도 방해가 된다.
나) 배임죄의 주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이다.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는 신분을 요하는 진정신분범이다. 따라서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임무위배행위가 있었는지를 따지기에 앞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는지를 먼저 따져보아야 한다.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는 타인에게 귀속되는 사무로서 사무의 주체가 타인이어야 한다. 즉, 본래 타인이 처리하여야 할 사무를 그를 대신하여 처리하는 것이어야 한다. 따라서 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상대방에게 계약의 내용에 따른 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하고, 그로 인해 상대방은 계약상 권리의 만족이라는 이익을 얻는 관계에 있다고 하더라도 그 의무의 이행이 위와 같은 의미의 ‘타인의 사무’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자기의 사무’에 불과할 뿐이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볼 때, 계약의 당사자 일방을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위해서는,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게 상대방의 재산상 이익의 보호를 배려할 신의칙상 의무를 부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계약의 목적이 된 권리를 상대방의 재산으로서 보호 내지 관리하여야 할 의무를 전형적·본질적인 내용으로 하는 신임관계가 형성되었음을 요구하여야 한다.
다) 대법원은, 동산 매매계약의 매도인은 매수인에 대하여 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지 아니하므로 그 목적물을 타에 처분하였다 하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하였고(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8도10479 전원합의체 판결), 채무자가 담보 목적으로 부동산에 관한 대물변제예약을 체결한 후 그 부동산을 제3자에게 임의로 처분하였다고 하더라도 채무자가 대물변제예약에 따라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을 이전해 줄 의무는 타인의 사무가 아니라는 이유로 배임죄 성립을 부정하였다(대법원 2014. 8. 21. 선고 2014도3363 전원합의체 판결). 그리고 금전채무 담보 목적으로 동산에 양도담보권을 설정해 준 채무자의 채권자인 양도담보권자에 대하여 담보물의 담보가치를 유지·보전할 의무 등은 타인의 사무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채무자가 이를 임의로 처분하였더라도 배임죄 성립을 부정하였다(대법원 2020. 2. 20. 선고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
최근 선고된 대법원 2020. 6. 4. 선고 2015도6057 판결 역시 주권발행 전 주식의 이중양도 사안에서 주식 양도인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배임죄의 성립을 부정하였다. 다수의견은 이러한 일련의 판례 취지에 충실히 따른 것이다.
2) 반대의견은, 이 사건 사안이 부동산 이중매매에 관하여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한 대법원 2018. 5. 17. 선고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가 적용되어야 하고, 다수의견이 위 판결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한다. 또한 같은 것을 다르게 평가하는 다수의견은 평등의 원칙에 위반되는 해석이라고 한다. 그러나 부동산의 이중매매와 이중저당은 다음에서 보는 바와 같이 여러 가지 점에서 차이가 있다.
가) 부동산 매매계약은 일반 국민 대부분이 겪게 되는 일로서 계약금, 중도금, 잔금으로 나누어 지급하는 것이 거래 현실이다.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기 위해 가족들의 모든 재산을 매수자금으로 투하하기도 하고, 집을 팔고 새집을 마련하기 위해 부족한 자금을 대출금, 차용금 등으로 충당하는 일도 흔히 볼 수 있다. 그런데 계약금, 중도금을 지급한 후 잔금을 지급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받을 때까지는 상당한 시간적 간격이 있는 경우가 많고, 이 경우 이미 지급한 대금에 대한 권리확보방법이 충분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여전히 법적 불안을 제거하고 권리를 확보할 조치의 필요성이 매우 크다.
이에 반해 저당권설정계약에서는 설정등기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금원을 지급하지 아니하면 되고, 저당권설정등기 전에 금원을 지급하는 경우는 예외에 해당하며, 기존 채무를 담보하기 위해 저당권을 설정해 주기로 약정한 경우도 많다. 일반적으로 부동산 매매의 경우에는 매수인이 매도인보다 불안정한 지위에 있지만 저당권설정의 경우에는 채권자가 채무자보다 우월한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나) 저당권설정계약은 본래의 금전채무를 이행하지 못할 것에 대비하여 담보 목적으로 부동산에 대한 저당권을 설정하는 약정으로서, 부동산에 관한 권리의 등기를 마쳐 줄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는 점에서는 부동산 이중매매 사안과 유사해 보인다. 그러나 부동산 이중매매 사안에서 중도금을 수령한 매도인은 매수인의 대금지급의무 불이행 등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지 않는 한 매수인에게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줄 의무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 특히 잔금까지 모두 수령한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그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주는 것만이 자신의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이에 반해 채무 담보를 위한 저당권설정계약 사안에서 채무자는 언제든지 자신의 차용금채무를 변제함으로써 채권자에게 저당권을 설정해 줄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다. 양자는 부동산에 관한 권리등기를 마쳐 줄 의무가 있다는 점은 유사하지만, 그 의무의 내용과 구속력의 정도에서 큰 차이가 있다.
다) 부동산 이중매매 사안의 경우 배임죄라는 형사 제재를 통해 얻게 되는 사회적·경제적 효용은 매수인으로 하여금 특정 부동산의 소유권을 애초 약정한 대로 이전받게 하는 데 있다. 부동산 매매에서 매수인은 특정물로서의 부동산의 가치를 파악하여 그 소유권을 이전받을 것을 기대하였다는 점에서 사후에 금전적 손해배상을 받더라도 그것만으로는 매매계약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점에서 그 이행불능 사유를 초래한 매도인에 대하여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지우는 것 이외에 별도로 배임죄의 처벌을 통하여 매매계약의 이행을 강제할 현실적 필요성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에 반해 채무 담보를 위한 저당권설정계약 사안의 경우 배임죄라는 형사 제재를 통해 얻고자 하는 사회적·경제적 효용은 채권자의 금전채권을 확보해 주는 것이다. 채권자는 담보물로서의 부동산의 가치를 파악하여 이로써 기존의 금전채권을 변제받는 데 주된 관심이 있으므로, 부동산에 대한 담보권설정 그 자체보다는 기존 금전채권 원리금을 변제받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다. 그리하여 채권자는 채무자로부터 저당권을 설정받지 못하더라도 채무자로부터 기존 금전채권 원리금을 변제받으면 저당권설정계약을 통해 이루고자 한 목적을 사실상 달성하게 된다.
3) 다수의견은 부동산 이중매매에 관한 대법원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이 이 사건 다수의견에 배치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 점이 다수의견과 반대의견의 차이의 핵심이다.
가) 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는 등기협력의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즉, 종래 판례에서 공동신청주의에 따른 등기의 협력의무를 타인의 사무라고 본 태도를 지양하고, 신임관계에 따른 타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를 타인의 사무로 보았다. 그 취지는 모든 부동산 거래에서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등기협력의무를 곧바로 타인의 사무로 보지 않고 부동산 계약의 유형이나 그와 관련된 사회 현실 등을 바탕으로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타인의 사무에 해당하는지 개별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옳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점에서 부동산의 이중매매와 이중저당은 배임죄 성립에 관하여 달리 취급하더라도 법리적으로 문제가 없다. 대법원은 부동산 이중매매의 경우 우리의 사회 현실을 감안하여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하고 있을 뿐이다. 앞으로 부동산 매매계약의 중도금 제도가 개선되거나 가등기, 처분금지가처분 등 권리확보수단의 활용이 일상화되면 부동산 이중매매도 배임죄의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는 쪽으로 판례가 변경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한편 부동산의 교환이나 증여는 소유권이전을 목적으로 하는 계약으로서 부동산 매매와 유사하고, 이러한 점에서 이 사건 다수의견에 직접 배치된다고 볼 수 없어 변경 대상 판결로 거시하지 않았을 뿐, 이에 관한 판결들이 타당한지에 대하여는 판단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를 근거로 이 사건의 다수의견을 비판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나) 반대의견과 같이 채권자에 대한 저당권설정에 협력할 의무가 있음을 이유로 채무자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여 그를 배임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본다면, 이는 부동산 대물변제예약에 관한 대법원 2014도3363 전원합의체 판결과 배치된다. 대법원은 채권에 대한 담보로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하기로 하는 대물변제예약에서 약정에 따라 이행하여야 할 채무는 ‘자신의 사무’에 해당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즉, 대물변제예약의 궁극적 목적은 차용금반환채무의 이행 확보에 있고, 채무자가 대물변제예약에 따라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는 궁극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채무자에게 요구되는 부수적 내용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또한 그러한 취지는 동산 이중양도담보에 관한 대법원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위와 같이 타인의 사무로 볼 수 없다는 중요한 근거는 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한 채무자의 채권자에 대한 저당권설정의무가 신임관계의 본질적 내용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법리를 적용할 때 담보의 형식이 저당권설정계약, 대물변제예약, 양도담보계약인지 여부나 담보의 목적물이 부동산인지 동산인지에 따라 차이를 둘 아무런 이유가 없다. 담보의 대상 또는 채무에 대한 담보의 형식이 다르더라도 각 약정의 궁극적인 목적과 그에 따른 채무자의 주된 의무는 금전채무의 변제에 있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다) 부동산 이중매매에 관한 대법원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은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매도인의 의무를 여전히 타인의 사무로 봄으로써, 동산 이중매매, 부동산 대물변제예약, 동산 이중양도담보에 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들과 정합성이 없다는 비판은 경청할 만하다. 그러나 대물변제예약, 양도담보계약, 저당권은 모두 동일한 담보권으로 금전채무의 이행 확보의 방법일 뿐이다. 결국 이 사건에서 문제 되는 저당권설정계약과 유사한 유형의 법률관계는 대물변제예약이지 매매계약이라고 보기 어렵다. 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들을 변경하지 않는 한 반대의견의 논리는 설 자리가 없다.
부동산을 저당권의 담보로 제공하는 구체적인 모습으로는 담보 제공 조건으로 금전을 차용한 경우와 이미 채무가 발생한 상태에서 변제확보 방안으로 담보로 제공하기로 한 경우가 있다. 그런데 전자의 경우, 담보가 설정되기도 전에 금전을 대여하는 거래 관행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고, 만일 처음부터 담보 제공을 할 의사도 없이 담보 제공 조건으로 차용금을 교부받고 담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면 배임죄가 아니라 법정형이 더 무거운 사기죄로 의율될 여지가 있다. 한편 후자의 경우, 담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면 그 실질은 결국 일반 민사채무를 불이행한 것과 다를 바 없다.
다. 계약은 지켜져야 한다는 법언이 있다. 계약을 지키지 아니하려는 당사자에 맞서 계약이 계약대로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당사자를 보호하는 것이 법원의 역할임은 물론이다. 저당권설정계약에서 채무자는 계약을 이행하지 않으려고 하고 채권자는 계약을 이행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우라면, 법원은 계약을 이행하여야 한다는 채권자를 보호하여 채무자에게 그 이행을 명하거나 불이행에 대한 손해배상을 명할 수 있다. 법원의 역할은 거기까지이다.
이상과 같이 다수의견의 논거를 보충한다.
6.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재형의 보충의견
쟁점은 부동산 소유자가 채권자 앞으로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기로 약정한 다음 제3자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해 준 경우에 배임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이 문제에 관하여 형벌법규의 해석이라는 관점에서 반대의견을 보충하고,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에서 제기한 몇 가지 문제에 관하여 의견을 개진하고자 한다.
가. 먼저 형벌법규의 해석이라는 관점에서 반대의견을 보충한다.
1) 형벌법규는 엄격하게 해석·적용해야 하고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이나 유추해석을 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형벌법규의 해석은 그 규범적 의미를 명확히 하여 이를 구체적 사실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으로 다른 법률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해석방법이 필요하다.
우선 법률에서 사용하는 어구나 문장의 가능한 언어적 의미내용을 명확하게 하고(문리해석), 동시에 다른 법률과의 관련성 등을 고려하여 논리적 정합성을 갖도록 해석해야 한다(논리해석). 형벌법규의 문언이나 논리에 따르는 것만으로는 법규범으로서 의미를 충분히 파악할 수 없을 때에는 형벌법규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나지 않는 한 법질서 전체의 이념, 형벌법규의 기능, 입법 연혁, 입법 취지와 목적, 형벌법규의 보호법익과 보호의 목적, 행위의 형태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의미를 구체화해야 한다(목적론적 해석). 이러한 해석방법은 대법원이 여러 차례에 걸쳐 확인해 온 확립된 것이다(대법원 2002. 2. 21. 선고 2001도2819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03. 1. 10. 선고 2002도2363 판결, 대법원 2006. 5. 12. 선고 2005도6525 판결, 대법원 2006. 11. 16. 선고 2006도4549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2) 다수의견은 배임죄에 관한 문언해석상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배임죄 성립 여부를 판단할 때 형법 제355조 제2항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문언적 의미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든지 동의한다. 그러나 그 의미에 관해서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다양한 견해가 있어 왔다. 다수의견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를 타인을 위하여 사무를 대행하는 경우로 한정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처리(處理)’를 ‘대행(代行)’으로 좁게 이해하는 것은 그 문언적 의미에 반한다.
‘처리’는 사무나 사건 따위를 절차에 따라 정리하여 치르거나 마무리를 짓는 것인 반면, ‘대행’은 남을 대신하여 행위를 하는 것이다. 처리라는 용어에는 대행과 달리 대신하여 행위를 한다는 한정적 의미가 내포되어 있지 않다. 법률용어로서 대행과 구별하여 사용되는 대리(代理), 대표(代表), 사무관리(事務管理) 등도 ‘처리’에 포함되고, 그 밖에 사실상 행위, 가령 심부름을 하는 일이나 은행창구 직원의 계좌이체행위 등도 ‘처리’에 포함될 수 있다.
오랜 기간 대법원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문언적 의미에 관하여 ‘신임관계에 기초를 둔 타인 재산의 보호 또는 관리의무가 있을 것을 그 본질적 내용으로 하는 것으로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를 대행하는 경우, 예컨대 위임, 고용 등의 계약상 타인 재산의 관리 보전의 임무를 부담하는데 본인을 위하여 일정한 권한을 행사하는 경우, 등기협력의무와 같이 매매, 담보권설정 등 자기의 거래를 완성하기 위한 자기의 사무인 동시에 상대방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있는 경우를 말한다.’고 일관되게 밝혀 왔다(대법원 1983. 2. 8. 선고 81도3137 판결, 대법원 2005. 3. 25. 선고 2004도6890 판결 등 참조). 즉,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에는 타인의 사무를 대행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있는 경우도 포함된다는 점을 명시해 왔고, 이는 오랜 기간 다수의 사건을 통하여 정립된 것으로서 이미 우리 사회의 경제생활을 규율하는 확립된 법원칙으로 기능하고 있다. 대법원 2018. 5. 17. 선고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이 매도인의 매수인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 등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있는 경우를 타인의 사무로 본 것도 위와 같이 확립된 문언해석에 기초한 것이다. 이러한 태도는 최근까지 선고한 대법원판결들에서도 일관되게 따르고 있는 것으로서 이 판결이 선고된 이후에도 또 새로운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오지 않는 한 변함이 없을 것이다.
부동산 매매에서 중도금까지 지급받은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해 줄 의무와 차용금을 지급받은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근저당권설정등기를 해 줄 의무는 모두 거래를 완성하기 위한 자신의 사무인 동시에 상대방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있는 경우이고, 위와 같은 의무는 상대방의 재산적 이익을 보호하는 것이 신임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없다. 만일 위 두 경우 중 어느 한쪽을 부정한다면 다른 쪽도 부정해야지, 어느 한쪽을 긍정하면서 다른 쪽을 부정하는 것은 일관성을 잃은 것이다.
다수의견은 대법원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과 달리 타인의 사무에 관한 문언적 의미를 타인의 사무를 대행하는 경우로만 좁게 해석하면서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한 채무자의 채권자에 대한 재산보전협력의무가 타인의 사무가 아니라고 한다. 더욱이 다수의견은 무슨 근거로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가 타인의 사무를 대행하는 경우에 한정되는지, 근저당권설정등기를 해 줄 의무가 신임관계의 본질에 해당하는 재산보전협력의무로 볼 수 없는지에 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이러한 태도는 대법원이 타인의 사무에 관하여 확립해 온 태도를 벗어난 것으로 법해석의 통일적 기준을 제시한다는 대법원의 기본적 사명을 망각한 것이다.
법령, 법률행위, 사무관리와 신의성실 원칙 등에서 나오는 사무에는 대부분 자신의 사무와 타인의 사무의 성격이 혼재되어 있어 어느 하나의 성격만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 다수의견이 타인의 사무를 대행하는 전형적인 예로 들고 있는 위임계약도 유상으로 한 때에는 쌍무계약(무보수의 특약이 없으면 보수지급의 묵시적 약정이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 판례의 일반적 태도로서, 실제 쌍무계약인 경우가 다수를 차지한다)으로서 위임인과 수임인의 각 채무는 서로 대가관계에 있다. 수임인은 위임인이 맡긴 사무를 처리할 의무가 있지만, 이 의무는 위임인으로부터 보수를 받기 위하여 위임계약의 목적을 완성하기 위한 자신의 사무이기도 하다. 의뢰인이 변호사에게 사건을 의뢰한 경우가 위임계약의 대표적인 예이다. 만일 소송위임을 받은 변호사가 화해 등의 소송절차에서 의뢰인의 재산적 이익에 반하는 취지로 합의를 하였다면 변호사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으로서 배임죄가 성립한다는 점에 다수의견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위와 같은 변호사의 사무 역시 자신의 사무인 동시에 타인의 사무의 성격이 혼재되어 있다.
위와 같이 위임에 따른 사무도 오롯이 타인의 사무로만 볼 수 없는데도, 다수의견은 위와 같은 잘못된 전제를 기초로 타인의 사무처리자를 좁게 해석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다수의견은 위임이나 고용과 같은 계약에 기초하여 일을 하는 경우를 대행이라고 보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수임인이나 피용인이 위임인이나 고용인을 대신하여 행위를 하는 것으로 볼 필요는 없다. 수임인이나 피용인은 자신이 맡은 일을 하고 있는 것이고 그것이 위임인이나 고용인의 사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으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대법원이 ‘사무의 처리가 오로지 타인의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만을 내용으로 하여야 할 필요는 없고,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는 성질도 아울러 가진다고 하더라도 타인을 위한 사무로서의 성질이 부수적·주변적인 의미를 넘어서 중요한 내용을 이루는 경우에는 여기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한 이유도 위와 같이 계약 등으로 발생하는 타인을 위한 사무를 어느 한쪽으로만 포섭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수의견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를 타인의 사무를 대행하는 경우로 한정한 것이 문언해석에 따른 것이라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관한 문언해석으로 상대방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있는 경우를 포괄할 수 없다면, 위 대법원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을 비롯한 무수히 많은 판결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따라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를 타인의 사무를 대행하는 것으로 한정하는 견해는 타인의 사무에 관하여 확립된 문언적 의미를 무시한 것이거나 결론을 정당화하기 위하여 사안에 따라 타인의 사무에 관한 문언적 의미를 다르게 본 것이다.
3) 다수의견은 배임죄의 입법 연혁과 배임죄의 본질을 고려한 목적론적 해석에 배치된다.
형법 제355조 제2항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라고 규정하는데, 이는 일본의 1940년 개정형법가안 제442조 제2항(‘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하여 그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하고 재산상 불법적인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한 때’로 규정되어 있었다)의 영향을 받았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일본의 현행 형법은 배임죄의 요건을 ‘타인을 위하여 그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하거나 본인에게 손해를 가할 목적으로 그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여 본인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라고 규정한다. 일본 판례는 부동산 이중저당 사안에서 ‘저당권설정자는 그 등기에 관해 이를 만료하기까지는 저당권자에게 협력할 임무가 있고, 그 임무는 주로 타인인 저당권자를 위해 부담하는 것’이라고 하여 배임죄 성립을 인정하였다.
독일 형법은 배임죄의 주체를 ‘법률, 관청의 위임이나 법률행위를 통해 인정된 타인의 재산을 처분하거나 타인에게 의무를 부과할 권한을 남용하거나 법률, 관청의 위임, 법률행위 또는 신뢰관계 등에 의하여 부과되는 타인의 재산상 이익을 배려할 의무를 위반하고, 그로 인하여 재산상 이익을 보호해야 할 자에게 손해를 가한 자’라고 규정한다. 독일 형법은 권한남용 구성요건과 배신 구성요건을 모두 포함하는 형태로 배임죄를 구성하고 있는데, 독일의 통설은 권한남용 구성요건을 배신 구성요건의 특수한 형태이고 배신 구성요건을 일반적 요건으로 보고 있다. 독일의 연방대법원도 배임죄의 본질에 대하여 ‘타인의 재산상 이익을 보호해야 할 의무의 위반에 있다’고 하여 동일한 입장이다. 따라서 배임죄는 당사자 관계의 본질적인 내용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 내지 관리하는 데에 있어야 하는 것으로 본다.
위와 같은 독일의 배임죄에 관한 법리는 우리나라 배임죄의 해석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고, 우리나라 통설과 판례는 배임죄의 본질이 타인의 신뢰를 배반하여 재산을 침해하는 것에 있다는 배신설을 따르고 있다. 즉, 배임죄를 사무처리자가 본인에 대한 신의성실의무를 위반하는 재산침해를 내용으로 하는 범죄라고 본다. 따라서 사무처리자와 제3자의 관계가 아니라 사무처리자와 본인의 관계를 중심으로 배임죄 성립 여부를 검토한다.
목적론적 해석은 법질서에서 객관적으로 요구된 이성적인 목적에 따라서 법규의 의미를 찾는 해석방법이다. 법해석은 입법자가 이미 고려하였던 것을 단순히 다시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입법자가 지향하는 법의 의미와 정신을 다시금 새로운 상황을 고려해서 찾아내는 작업이다.
형법의 배임죄 규정은 ‘타인의 사무’라고만 되어 있을 뿐 타인의 사무가 무엇인지에 대하여는 아무런 규정이 없다. 대법원은 배임죄의 본질이 ‘신임관계에 대한 배신’이라는 점을 기초로 ‘타인의 사무란 신임관계에 기초를 둔 타인 재산의 보호·관리의무가 있을 것을 그 본질적 내용으로 한다.’는 해석론을 확립하였다(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0도3532 판결 등 참조). 또한 배임행위에는 ‘사무의 내용, 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률의 규정, 계약의 내용 또는 신의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타인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가 포함된다.’고 한다(대법원 2002. 7. 22. 선고 2002도1696 판결 등 참조). 타인의 사무와 배임행위에 관한 이러한 법리는 형법 규정에서 바로 도출할 수 없고, 배임죄의 본질과 입법자가 지향하는 법의 의미와 정신에 기초한 목적론적 해석에 근거한 것이다.
절도죄나 상해죄 등과 같이 구성요건만으로 죄의 성립 여부를 비교적 쉽게 가릴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권리행사방해죄나 배임죄와 같이 그 구성요건에 포괄적이고 다의적인 개념을 사용하고 있어 그 규정만으로 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은 경우도 있다. 가령 타인의 권리가 무엇이든 그 행사를 어떤 형태로든 방해하기만 하면 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본다면 권리행사방해죄의 성립 범위가 무한정 넓어질 수 있다.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배임행위를 하여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본인에게 손해를 가할 것’을 그 요건으로 한다.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근거는 법령, 계약뿐만 아니라 신의성실 원칙도 포함되고, 사무처리의 내용도 각각의 근거와 당사자 사이의 관계에 따라 다양하며, 무엇이 주된 의무인지도 불명확한 경우가 많다. 법원은 다양한 유형의 사건에서 타인의 사무가 무엇이고 본질적 내용이 되는 신임관계가 무엇인지에 관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해 왔다. 배임죄에서 보호하는 법률관계가 무엇인지, 배임죄 판단의 징표로 삼고 있는 신임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무엇인지는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고, 법률관계의 유형, 개별 약정의 내용이나 당사자 사이의 관계 등을 고려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다.
다수의견은 근저당권설정계약의 목적이 채무의 변제에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채무의 변제는 소비대차계약의 목적이지 근저당권설정계약의 목적이 아니다. 근저당권설정계약은 근저당권설정등기를 함으로써 부동산에 대한 담보물권을 확보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부동산 매매계약이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함으로써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을 확보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는 것과 그 성질상 차이가 없다. 다수의견은 저당권설정계약에서는 채무자가 언제든지 자신의 차용금채무를 변제함으로써 채권자에게 저당권을 설정해 줄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하나, 저당권을 설정해 주기로 약정한 상태에서 이행기가 도래하지 않았는데도 채무자 또는 부동산 소유자가 채무를 변제하고 저당권을 설정할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근거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
이 사건에서 문제 되는 것은 저당권이 아닌 근저당권인데, 근저당권에서는 이른바 소멸에 관한 부종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저당권과 구별되는 특질이 있다. 근저당권의 경우에는 피담보채무가 소멸하거나 이전되더라도 근저당권은 여전히 존속한다(민법 제357조 제1항 제2문). 즉, 피담보채권이 확정되기 전에는 비록 발생한 채권을 채무자가 변제해도 근저당권이 소멸되지 않는다(대법원 1965. 4. 20. 선고 64다1698 판결 참조).
다수의견은 부동산 이중근저당 사안(채무자가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제3자에게 근저당권설정등기를 설정하는 등 부동산을 처분한 경우를 말한다)이 부동산 대물변제예약 사안(대법원 2014도3363 전원합의체 판결)과 유사한 것으로 보고 있는 듯하다. 부동산 대물변제예약의 경우 채무자는 예약완결권 행사 이후라도 금전채무를 변제하여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를 소멸시키고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하나, 근저당권설정계약을 한 상태에서는 채무자가 언제든지 피담보채무를 변제하고 근저당권설정등기를 할 의무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부동산 대물변제예약은 ‘채무이행의 방법’에 관한 약정으로 민법의 채권편에서 규정하고 있는 반면, 근저당권설정계약의 경우 ‘담보권설정’에 관한 약정으로 채무자에게 즉시 근저당권을 설정해 줄 의무가 발생하고, 소멸에서의 부종성이 인정되지 아니하여 피담보채무의 변제만으로 근저당권설정등기의무가 소멸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근저당권설정계약의 주요 내용은 근저당권설정등기를 하는 것에 있을 수밖에 없다. 근저당권설정등기의무를 부수적 내용이라고 하는 것은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근저당권설정계약을 해제할 수도 없다고 보아야 할까? 다수의견이 사용하는 부수적 내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다.
결국 어떤 유형의 법률관계에서 배임죄로 처벌할 것인지는 배임죄의 보호법익을 고려하여 법질서에서 객관적으로 요구되는 목적이 무엇인지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 형법상 배임죄가 중요한 범죄로 규정되어 있는 상태에서 그 해석·적용을 임무로 삼고 있는 법원으로서는 그 처벌 범위를 지나치게 넓혀서도 안 되지만 이를 과도하게 축소해서도 안 된다.
타인의 사무 유형을 구분하여 배임죄의 성립을 타인의 사무를 대행하는 경우로만 한정하는 것은 배임죄의 보호법익과 그 성립 여부에 관한 확립된 대법원의 해석론에 반한다. 서로 대립하는 관계에서 자신의 의무를 이행하는 것을 넘어 그러한 의무의 이행이 없이는 상대방이 권리를 취득할 수 없는 일정한 경우는 배임죄로 처벌하는 것이 형사법의 전체적인 체계와 목적에 부합한다.
계약을 체결한 당사자는 그 계약에서 정한 의무를 이행하면 충분하고 이것을 넘어서 상대방의 재산상 이익을 보호하거나 배려할 의무까지는 없다. 따라서 계약을 이행하지 않은 경우에 채무불이행책임을 질 뿐이고 불법행위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며, 더군다나 형사책임까지 지는 경우는 더욱 드물다. 이것은 소유권 등 물권을 침해한 경우에 불법행위책임뿐만 아니라 형법상 구성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 형사책임까지 지는 경우와 구별된다.
그러나 대법원은 계약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안 중에서 전형적인 배임행위로 평가되는 부동산 이중매매나 이중저당에 관하여 일관되게 배임죄 성립을 긍정하였다. 위 대법원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도 ‘문제 된 사무처리가 오로지 타인의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만을 내용으로 할 필요는 없고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는 성질을 아울러 가지더라도 타인을 위한 사무로서의 성질이 부수적·주변적인 의미를 넘어서 중요한 내용을 이루는 경우에는 타인의 사무에 해당한다.’는 법리를 재확인하면서,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중도금 지급 등 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에 이른 때부터 매도인은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하여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에 있다고 보아 부동산 이중매매를 배임죄로 인정하는 종전 판례를 유지하였다.
위와 같은 판례는 자신의 사무인 동시에 사무처리자의 상대방에 대한 권리취득에 협력할 의무도 신임관계를 기초로 하는 타인의 사무의 본질적 내용으로 평가해 온 것이다. 이것은 배임죄의 보호법익과 목적을 고려하여 배임죄에 관한 문언의 의미를 제한적으로 해석하여 단순한 채무불이행은 배임죄의 처벌 범위에서 제외하되 채무불이행 유형 중에서 부동산 이중매매와 같은 일정한 사안을 배임죄로 처벌하고자 한 것이다. 다수의견은 대법원의 위와 같은 목적론적 해석이 잘못된 것인지에 관하여 아무런 언급 없이 근저당권설정자의 근저당권설정의무를 타인의 사무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배임죄 성립을 부정하였다.
무엇보다도 위 대법원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매수인의 권리취득에 협력할 매도인의 의무를 가벌적 배임행위로 보았다면, 그와 동일한 유형의 신임관계 침해행위에 대해서도 동일한 평가를 내려야 한다. 따라서 부동산 이중매매와 동일하게 권리취득에 협력할 의무로서, 그 의무 이행 없이는 상대방이 재산을 취득할 수 없어 사무처리자의 처분행위가 당사자 사이의 신임관계를 현저히 침해하는 부동산 이중저당의 경우도 가벌적 배임행위로 보아야 한다. 양자를 달리 평가하는 다수의견은 동일하게 판단해야 할 사안을 달리 판단하였다는 의미에서 평가모순에 해당하는 것으로 헌법상 평등 원칙을 침해한다.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를 위임 등 타인의 사무를 대행하는 경우로 한정하는 것은 위와 같은 배임죄의 입법 연혁과 그 본질을 고려한 목적론적 해석이나 배임죄에 관한 비교법적 고찰에 비추어 보더라도 근거가 없다.
나.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에서 제기한 몇 가지 문제에 대하여 의견을 개진한다.
1) 부동산 이중저당에 대해 배임죄로 처벌할 것인지 여부는 배임죄의 해석·적용 문제이다. 배임죄에 관한 형법 규정이 헌법에 반하지 않는 한 이 규정을 사안에 맞게 적용하는 것은 법원의 임무이다. 입법론으로 배임죄를 일정한 사안에 제한하는 방식으로 개정하거나 배임죄를 아예 폐지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국가형벌권의 과도한 개입이라거나 사적 자치의 원칙을 침해한다는 추상적인 이유로 이중저당 사안에 대해 배임죄의 성립을 부정할 수 없다.
배임죄에 관한 규정 없이 우리나라에서 배임죄로 규율하는 사항을 다른 형벌 규정 등으로 처벌하는 나라도 있지만, 우리나라 형법은 독일, 일본과 마찬가지로 배임죄를 매우 중요한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독일과 같이 부동산 등기에 관하여 단독신청주의를 채택함으로써 부동산 이중처분의 우려가 없는 경우와는 달리, 부동산 등기에 관하여 공동신청주의를 채택하여 등기의 원인이 되는 법률행위와 등기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생기는 우리나라와 일본의 경우에는 부동산 이중처분으로 말미암아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다른 나라와 달리 소유권이전등기보다 근저당권설정등기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어 근저당거래가 경제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서 이중저당 문제도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부동산 매매 등에 관한 공증제도 등이 도입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중처분행위에 대한 형사적 개입은 이중처분행위를 방지하고 거래의 안전을 보장하는 역할을 하였다. 이것은 계약한 대로 계약이 지켜져야 한다는 관념을 확산시켰다는 점에서 사적 자치의 원칙이 정착하는 데 기여하였다고 볼 수 있다.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은 ‘민사적으로도 권리를 구제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제도가 구축되었으므로 사적 자치에 맡기고 이제는 형사적 개입이 필요하지 않다는 사정변경이 생겼다’고 한다. 그러나 부동산 이중저당에 관해 배임죄 성립을 긍정한 대법원 1971. 11. 15. 선고 71도1544 판결 이후 현재까지 어떠한 민사적 권리구제가 확충되어 형사적 개입이 필요하지 않다고 볼 사정변경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답변이 없다.
사적 자치의 원칙, 그중에서도 계약자유의 원칙은 계약을 체결하고 그 내용을 형성할 자유를 말하는 것이다. 여기에 계약을 파기할 자유, 계약을 위반할 자유는 포함되지 않는다. 약속을 믿고 행동을 한 상대방의 기대를 저버리는 것까지 자율의 영역은 아니다. 이러한 행동을 보장하는 권리는 헌법을 비롯한 법질서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일반적으로 계약을 위반하는 행위에 대하여 이행청구나 손해배상과 같은 민사적 구제수단이 이용되지만, 일정한 경우에는 국가의 형벌권이 개입하기도 한다. 배임죄 등 몇몇 형사범죄는 바로 사적 자치의 영역에서 문제 되는 일정한 계약 위반행위에 대하여 형사적 제재를 예정하고 있는 범죄이다. 대법원은 전형적인 배신행위로서 신임관계에 대한 본질적인 침해에 해당하는 부동산 이중매매와 이중저당에 관해 배임죄 성립을 긍정하였는데, 이를 국가형벌권의 과도한 개입이라고 할 수 없다.
2) 배임죄의 성립 여부에 관하여 부동산 이중매매와 이중저당을 다르게 취급할 이유가 없다.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은 ‘양자가 배임죄라는 형사 제재를 통해 얻게 되는 사회적·경제적 효용이 다르다’고 설명한다. 이중매매의 경우 사후에 금전적 손해배상만으로 계약 목적을 달성할 수 없어 계약의 이행을 강제할 필요성이 있지만, 이중저당은 채권자의 금전채권을 확보해 주는 것밖에 되지 않아 형사적 제재의 필요성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와 같은 보충의견은 거래 현실이나 국민의 법감정과도 동떨어지는 것이다.
부동산 이중매매나 이중저당 모두 매도인 또는 채무자의 위반행위로 인해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부동산 이중저당에 관하여 배임죄 성립을 부정하는 다수의견이 미칠 다음과 같은 사회적·경제적 악영향을 고려하면, 부동산 이중저당에 대한 형사적 제재를 통한 사회적·경제적 효용은 부동산 이중매매의 경우보다 결코 적다고 할 수 없고 오히려 더 크다고 보아야 한다.
실무상 소비대차에 따른 금전을 주고받기 전에 또는 그와 동시에 근저당권설정등기를 확보하지 않으면, 담보권을 확보할 수 있는 다른 마땅한 수단을 갖지 못할 수 있다. 담보권은 담보제공자의 이행을 통해서 확보되는 것이고, 채권자 스스로 담보권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이러한 담보권을 취득하지 못할 경우에는 해당 채권은 무담보 채권이 되어 채무자에게 다른 자력이 없다면 공허한 채권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대여금 채권 외에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채권을 가진다고 하더라도, 권리구제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여금도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다른 금전채권을 가진다는 것이 무슨 의미를 갖는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채권자가 언제나 사회적 강자이거나 채무자에 비해서 우월한 지위에 있다는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은 복잡한 사회 구조 속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담보대출의 국면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거나 아니면 현실을 애써 외면한 것이다. 예를 들어, 아파트나 오피스텔을 신축하면서 준공 시 건물 전체에 대한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기로 약정하고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은 다음 그 약정을 위반하고 다른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면서 근저당권을 설정함으로써 대규모 피해를 입히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수분양자나 부동산 매수인이 중도금이나 잔금을 해결하기 위하여 대출을 받아 지급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받은 다음 채권자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기로 약정하였다가 제3자에게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하거나 양도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경우에 채권자가 근저당권을 먼저 취득한 다음 대출을 해 줄 수 없다. 만일 법원이 담보설정을 약정한 분양업자 등의 배신적 행위에 대해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볼 경우 은행은 담보권을 설정받기 전에는 대출을 해 주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피해는 결국 선량한 채무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수밖에 없다.
부동산 이중저당에 대하여 형사처벌을 하지 않게 됨으로써 사적 자치의 원칙이 보장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실상은 신뢰관계에 기초한 담보대출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게 되고 대출경색으로 채무자들이 제때 필요한 대출을 받지 못하게 되어 결국 파산하게 되는 결과를 발생시킬 수 있다.
3) 소비대차계약과 근저당권설정계약은 별개의 계약이다. 사후적으로 소비대차계약에 따른 이행이 있다고 해서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위반하여 무담보 상태를 초래한 데 따른 형사처벌 문제가 소급해서 해소될 수는 없다.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은, 채무자의 배신행위로 근저당권설정계약에 따른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넘겨받을 수 없게 되더라도 채권자는 채무자로부터 피담보채권을 변제받음으로써 근저당권설정계약을 통해 달성하고자 한 목적을 사실상 이룰 수 있으므로, 배임죄로 처벌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그러나 형법상 재산범죄의 성립 여부는 손해가 나중에 전보되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판단해야 한다. 가령 변제의 능력과 의사가 있는 것처럼 기망하여 금전을 차용함으로써 사기죄는 성립하고 피해자가 나중에 그 금원을 변제받았다고 해서 사기죄의 성립 여부가 달라지지 않는다. 채무자가 배신적 행위에 해당하는 이중저당으로 채권자를 무담보 상태에 빠지게 하였다면 배임죄는 성립하고, 채권자가 나중에 변제를 받았다고 해서 배임죄의 성립 여부가 달라질 이유가 없는 것이다.
채권자는 채권에 대한 담보를 취득하기 위하여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한 것인데, 그 담보물이 없어진 후에도 채무자의 일반재산으로부터 변제를 받기만 하면 근저당권설정계약의 목적이 달성된 것과 같다고 하는 것은 담보계약으로서의 근저당권설정계약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이나 다름없다. 법률적으로든 경제적으로든 담보권의 취득과 보전은 거래당사자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인데, 유독 배임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할 때에만 이를 부수적인 의미에 불과하다는 것은 근거가 없다.
4)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은 부동산 이중저당을 배임죄로 처벌하는 것이 사적 자치의 원칙 침해와 그로 인한 민사사건의 전면적인 형사화를 초래한다고 한다. 그러나 위와 같은 보충의견에 따른다면, 어떤 계약 위반행위에 대하여 형사적 제재를 인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예컨대, 대표이사와 회사의 관계도 본질적으로 사적 자치의 영역이고 고용 또는 위임계약이라는 민법상 법률관계이다. 대표이사가 회사의 이익에 반하는 행위를 하여 배임죄로 처벌되는 대부분의 형사사건도 그 본질은 계약을 위반한 것에 있다. 형법상 재산범죄는 민사법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수밖에 없다. 사적 자치가 허용되는 영역에서도 민사법과 형사법은 각각의 역할이 있는 것이고 어느 범위에서 형사법이 개입할 수 있는지는 형벌법규의 해석·적용의 문제이다.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이 들고 있는 위와 같은 사정 모두 부동산 이중저당에 대하여 배임죄 성립을 부정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없다.
다. 결론적으로, 부동산에 관한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한 채무자가 그 신임관계를 저버리고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함으로써 채권자로 하여금 부동산의 근저당권 취득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다면, 이러한 행위는 근저당권설정계약에서 비롯되는 본질적·전형적 신임관계를 위반한 것으로서 배임죄에 해당한다. 이러한 해석이 부동산의 이중매매 등에 관하여 배임죄를 인정한 판례의 확립된 해석론과 배임죄의 본질에 부합한다.
이상과 같이 반대의견의 논거를 보충한다.
7.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민유숙의 보충의견
가. 채무자의 배신적인 이중처분행위와 관련된 여러 건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들과 이에 의하여 변경되는 판례의 범위는 혼란스럽기만 하다.
대법원 2020. 2. 20. 선고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의 쟁점은 대상 재산이 동산으로, 처분 시기가 양도담보권을 설정한 이후로 한정된다. 이 사건 쟁점은 대상 재산이 부동산으로, 처분 시기가 차용금 수령 후 저당권설정 전으로 한정된다. 따라서 위 대법원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과 이 사건은 대상과 처분 시기를 달리하므로, 그 결론이 통일될 이유는 없다.
나. 한편 부동산 이중매매 사안에서 중도금까지 지급받은 매도인이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는 종래의 판결을 유지한 대법원 2018. 5. 17. 선고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되었다.
대법원 2019. 1. 10. 선고 2018도15584 판결, 대법원 2019. 11. 28. 선고 2019도13730 판결은 채무 담보로 근저당권설정등기를 설정하기로 약정하였다가 제3자에게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친 경우 배임죄의 유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수긍하였다. 위 두 사건의 원심판결에서 ‘근저당권설정의무는 상대방의 채권확보를 위한 부수적 내용에 불과하여 타인의 사무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부동산 대물변제예약에 관한 대법원 2014. 8. 21. 선고 2014도3363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에 따라 타인의 사무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은 위 대법원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에 따라 근저당권설정자인 채무자가 타인의 사무처리자임을 전제로 모두 배척되었고, 대법원도 위와 같은 원심판단을 그대로 수긍하였다.
위 2개의 대법원판결은 다수의견의 변경 대상 판결 중 사건번호가 특정되지 않은 ‘같은 취지의 대법원판결들’에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비록 위 2개의 대법원판결에서 부동산 이중저당에 관한 명시적 법리 판시 없이 근저당권설정계약의 대상 부동산에 대한 임의처분행위에 대하여 배임죄를 인정한 원심을 수긍하였다고 하더라도, 유죄 인정 여부는 직권판단 대상인 이상, 저당권설정등기를 하여 줄 의무가 타인의 사무임을 전제로 이를 이행하지 않고 제3자에게 처분한 행위는 배임죄를 구성한다는 기존의 법리를 전제로 판단한 위 2개의 대법원판결도 판례변경의 대상이 된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2004. 11. 18. 선고 2004도1228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도 ‘여객자동차운송사업면허 등을 받지 아니한 채 화물자동차로 여객을 유상으로 운송한 행위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에 관한 기존의 판례를 변경하면서, 위와 같은 행위에 대하여 별도의 법리 판시 없이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죄를 인정한 대법원 판례도 변경 대상 판결로 포함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의 다수의견은 불과 6개월에서 1년 전의 대법원판결을 변경하자는 것이다.
다. 설령 명시적인 판례변경의 대상이 아니라 할지라도 위 2개의 대법원판결은 직전에 선고된 위 대법원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의 부동산 이중매매와 마찬가지의 법리적인 구조를 갖고 있는 저당권설정등기의무 불이행은 부동산 이중매매와 동일하게 배임죄가 성립한다는 결론을 대법원이 채택한 것임이 분명하다. 이러한 대법원의 태도는 명시적인 법리 판시가 없더라도 각급법원의 판결은 물론 수사기관까지 지도적인 해석기준으로 기능하고 있는 것이다. 하급심 실무에서도 부동산 이중저당 사안에서 ‘위 대법원 2014도3363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저당권을 설정해 줄 의무도 타인의 사무가 아니다’는 주장을 배척하고, 여전히 배임죄 성립을 긍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수의견은 이러한 태도를 위 2개의 대법원판결 선고 시로부터 불과 6개월여 만에 바꾼 것으로, 하급심 등의 실무에 혼란을 가져오고 대법원판결의 신뢰에 역행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 우려된다. 위와 같은 짧은 기간에 부동산에 관하여 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한 채무자의 저당권설정의무가 타인의 사무가 아니라고 볼 사정변경이나 거래 현실의 변화가 있었다고 할 수는 없다.
이상과 같이 반대의견의 논거를 보충한다.
대법원장 김명수(재판장) 권순일 박상옥 이기택 김재형 박정화 안철상(주심) 민유숙 김선수 이동원 노정희 김상환 노태악 | [1] 형법 제355조 제2항 / [2] 형법 제355조 제2항, 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17. 12. 19. 법률 제1525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 제1항 제2호, 민법 제357조 제1항, 형사소송법 제325조 | 형사 |
【피고인 겸 재심 청구인】
피고인 겸 재심 청구인
【항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 일현 담당변호사 주형훈 외 1인
【재심대상판결】
서울형사지법 1979. 12. 15. 선고 79고합588 판결
【주 문】
1. 원심결정을 취소한다.
2. 재심대상판결에 대하여 재심을 개시한다.
【이 유】
1. 사건의 경과
가. 피고인 겸 재심청구인(이하 ‘피고인’이라 한다)은 국가안전과 공공질서의 수호를 위한 대통령긴급조치(1975. 5. 13. 대통령긴급조치 제9호, 이하 ‘긴급조치 제9호’라 한다)를 위반하였다는 별지 기재 공소사실로 1979. 9. 7. 구속된 후 그 무렵 서울형사지방법원 79고합588호로 기소되었다. 위 법원은 1979. 12. 15. 긴급조치 제9호는 1979. 12. 8. 해제되어 범죄 후 법령 개폐로 형이 폐지된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면소판결을 선고하였고, 위 판결(재심대상판결)은 1979. 12. 23. 확정되었다.
나. 이 사건 재심청구에 대하여 원심은, 피고인에 대하여 면소판결을 선고한 재심대상판결은 유죄의 확정판결이 아니어서 재심의 대상이 아니므로 부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2. 항고이유의 요지
긴급조치 제9호는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으로서 위헌·무효이다. 형벌에 관한 법령이 폐지된 경우라도 그 폐지가 당초부터 헌법에 위배되어 효력이 없는 법령에 대한 것이었다면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따라 무죄가 선고되어야 한다. 또한 형사소송법 제420조에서 재심의 대상이 되는 판결로 규정하는 ‘유죄의 확정판결’에는 위헌·무효인 긴급조치 제9호의 폐지에 따라 면소판결을 받아 확정된 경우가 포함되어야 한다.
따라서 위헌·무효인 긴급조치 제9호에 따라 기소된 피고인에게는 무죄가 선고되었어야 하고, 그럼에도 피고인에게 면소를 선고한 재심대상판결에는 재심사유가 있다.
3. 판단
형사재판에서 재심은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421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유죄의 확정판결 및 유죄판결에 대한 항소 또는 상고를 기각한 확정판결에 대하여만 허용되므로 면소판결을 대상으로 한 재심청구는 허용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이 사안과 같이 당초부터 위헌·무효인 긴급조치 제9호 위반의 공소사실로 기소되었고 그에 대한 판결선고 전에 긴급조치 제9호가 해제되어 면소판결을 선고받아 확정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그 면소판결이 형사소송법 제420조에서 재심의 대상으로 삼는 판결에 포함된다고 해석하여 이에 대한 재심을 허용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긴급조치 제9호는 구 대한민국헌법(1980. 10. 27. 헌법 제9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유신헌법’이라 한다) 제53조에 규정된 긴급조치권에 근거하여 발령된 것으로서, 그 주요 내용은 ‘유언비어를 날조, 유포하거나 사실을 왜곡하여 전파하는 행위’, ‘집회·시위 또는 신문, 방송, 통신 등 공중전파수단이나 문서, 도화, 음반 등 표현물에 의하여 대한민국 헌법을 부정·반대·왜곡 또는 비방하거나 그 개정 또는 폐지를 주장·청원·선동 또는 선전하는 행위’, ‘이 조치를 공연히 비방하는 행위’ 등의 일체를 금하고(제1항 각호), 이를 위반한 내용을 방송·보도 기타의 방법으로 공연히 전파하거나, 그 내용의 표현물을 제작·배포·판매·소지 또는 전시하는 행위를 금하며(제2항), 이 조치 등에 위반한 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고, 이 경우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병과하며, 미수에 그치거나 예비 또는 음모한 자도 또한 같고(제7항), 이 조치 또는 이에 의한 주무부장관의 조치에 위반한 자는 법관의 영장 없이 체포·구금·압수 또는 수색할 수 있다(제8항)는 것이다. 이는 유신헌법에 대한 논의 자체를 전면 금지하고 이른바 유신체제에 대한 국민적 저항을 탄압하기 위한 것임이 분명하여 긴급조치권의 목적상의 한계를 벗어난 것일 뿐만 아니라, 긴급조치 제9호가 발령될 당시의 국내외 정치상황 및 사회상황이 긴급조치권 발동의 대상이 되는 비상사태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으므로, 그러한 상황에서 발령된 긴급조치 제9호는 유신헌법 제53조가 규정하고 있는 요건 자체를 결여한 것이다.
또한 긴급조치 제9호는 민주주의의 핵심 요소인 표현의 자유 내지 신체의 자유와 헌법상 보장된 청원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국가로 하여금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최대한으로 보장하도록 한 유신헌법 제8조(현행 헌법 제10조)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유신헌법 제18조(현행 헌법 제21조)가 규정한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를 제한하고, 영장주의를 전면 배제함으로써 법치국가원리를 부인하여 유신헌법 제10조(현행 헌법 제12조)가 규정하는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며, 명시적으로 유신헌법을 부정하거나 폐지를 청원하는 행위를 금지시킴으로써 유신헌법 제23조(현행 헌법 제26조)가 규정한 청원권 등을 제한한 것이다.
이와 같이 긴급조치 제9호는 그 발동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목적상 한계를 벗어나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함으로써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긴급조치 제9호가 해제 내지 실효되기 이전부터 이는 유신헌법에 위반되어 위헌·무효이고, 나아가 긴급조치 제9호에 의하여 침해된 기본권들의 보장 규정을 두고 있는 현행 헌법에 비추어 보더라도 위헌·무효이다(대법원 2013. 4. 18.자 2011초기689 전원합의체 결정 참조).
② 이렇듯 국민의 기본권을 심히 침해하여 그 위헌성이 명백하므로, 국가에 의해 발령·집행된 긴급조치 제9호를 위반한 공소사실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은 사람에 대하여는 국가가 그 권리 및 명예를 회복해 줄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법원으로서는 위와 같이 재판을 받은 사람에 대해 무죄판결을 선고하여 그 사람의 행위가 범죄로 되지 아니함을 선언해 주고 그 명예가 실질적으로 회복될 수 있도록 권리구제의 폭을 넓혀줌이 마땅하다. 이미 대법원도 긴급조치 제9호 위반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한 확정판결에 대하여 재심을 청구한 사안에서, 대법원에서 긴급조치 제9호가 당초부터 위헌·무효라고 판단한 이상, 이는 ‘유죄의 선고를 받은 자에 대하여 무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에 해당하므로, 결국 위 확정판결에는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의 재심사유가 있다고 판단함으로써(대법원 2013. 4. 18.자 2010모363 결정 참조), 긴급조치 제9호 위반 관련 유죄 확정판결에 대하여 적극적 법해석을 통해 권리구제의 폭을 넓힌 바 있다.
③ 재심대상판결에서는 ‘범죄 후의 법령 개폐로 형이 폐지되었을 때’에 해당함을 이유로 면소판결이 선고되었다. 면소판결은 위 사유 외에도 ‘확정판결이 있을 때’, ‘사면이 있은 때’, ‘공소의 시효가 완성되었을 때’에 선고하는 것으로서, 공소권이 소멸함에 따라 실체심리를 행할 필요성이나 소송을 나아가 진행할 이익이 없음을 이유로 법원이 피고사건의 실체심리에 들어가지 않고 형사절차를 종결시키는 형식재판의 일종이다. 현재 피고인은 당연 위헌·무효인 긴급조치 제9호 위반의 공소사실로 구속되고 기소되었음에도 실체심리를 통해 죄가 되지 아니한다는 직접적인 판단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는 판결의 선고 일주일 전에 긴급조치 제9호가 해제되었다는 우연한 사정에 기한 것으로서, 긴급조치 제9호 위반의 공소사실로 기소되어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은 사람들이 재심을 통하여 무죄판결을 받을 수 있는 것과 비교할 때 형평에 어긋난다.
한편 검찰은 2019. 6.경 긴급조치 제9호 위반으로 구속되었다가 석방된 후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사람들에 대해 직권으로 사건을 재기해 ‘혐의 없음’ 처분을 하기도 하였다. 이로써 긴급조치 제9호를 위반한 행위로 구속되어 수사를 받거나 기소된 사람들 중 죄가 되지 아니한다는 취지의 사법기관의 직접적인 판단을 받지 못한 사람들은 사실상 피고인과 같이 긴급조치 제9호 해제 이후 면소판결을 선고받은 사람들만이 남게 되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더욱더 이 사건 재심청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형평에 반하게 된다. 검사도 이러한 취지에서 이 사건 재심청구를 인용함이 상당하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④ 면소판결은 형식재판으로서 실체심리를 통해 피고인을 유죄로 판단한 것이 아니라는 측면에서는 재심의 대상으로 삼을 법률상 이익이 없다고 볼 수도 있으나, 반면에 이 사안의 면소판결은 무죄의 판단을 받았어야 마땅한 사건에서 실체심리에 들어가지 않고 형사절차를 종결시킨 것이고, 이에 대해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하여 죄가 되지 아니함을 밝혀주는 것은 피고인의 ‘실질적 명예회복’이라는 측면에서 재심의 대상으로 삼을 충분한 법률상 이익이 있다. ‘부마민주항쟁 관련자의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은 제1조에서 ‘부마민주항쟁의 진상을 규명하고, 관련자와 그 유족에 대하여 국가가 명예를 회복시켜 주며, 그에 따라 관련자와 그 유족에게 실질적인 보상을 함으로써 인권신장과 민주발전 및 국민화합에 이바지함’을 그 목적으로 규정하면서, 제11조에서 ‘부마민주항쟁과 관련한 행위로 면소판결을 선고받은 자는 형사소송법 제420조 등에도 불구하고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형사보상만으로는 면소판결을 선고받은 피고인의 실질적인 명예회복에 부족하고, 그 명예회복을 위해 결단에 따라 면소판결도 일정한 경우 재심의 대상으로 삼아 무죄를 선고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는 고려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⑤ 긴급조치 제9호의 내용 및 위헌성, 피고인이 재심대상판결로써 면소판결을 선고받은 경위, 재심대상판결 당시 법원이 긴급조치 제9호에 대한 사법심사를 자제하는 바람에 그 위반죄로 기소된 사람으로서는 재판절차에서 긴급조치 제9호의 위헌성을 다툴 수 없었던 사정 등에 비추어 볼 때, 권리구제의 폭을 넓히기 위한 적극적 법해석의 일환으로서 면소판결인 재심대상판결이 형사소송법 제420조에서 정하는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 판결에 포함된다고 못 볼 바 아니다. 재심 제도는 확정된 종국판결에 재심사유에 해당하는 중대한 하자가 있는 경우 그 판결의 취소와 이미 종결되었던 사건의 재심판을 구하는 불복신청방법으로서 그와 같은 중대한 하자가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 법적 안정성을 후퇴시키고 구체적 정의를 실현하기 위하여 마련된 것인데, 예외적으로 위와 같이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 판결의 범위를 제한하여 넓히는 해석은 재심대상판결을 둘러싼 법적 안정성을 해한다고 보이지 않고, 오히려 구체적인 정의를 실현하기 위하여 마련된 재심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는 해석이라고도 볼 수 있다.
⑥ 대법원은, 폐지 또는 실효된 형벌 관련 법령이 법원에서 위헌·무효로 선언된 경우 그 법령을 적용하여 공소가 제기된 피고사건은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의 ‘범죄로 되지 아니한 때’의 무죄사유에 해당하는 것이지,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4호가 정하는 ‘범죄 후의 법령 개폐로 형이 폐지되었을 때’의 면소사유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고(대법원 2010. 12. 16. 선고 2010도5986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3. 5. 16. 선고 2011도2631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면소판결에 대하여 무죄판결인 실체판결이 선고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상고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지만, 위와 같은 경우에는 이와 달리 면소를 할 수 없고 피고인에게 무죄의 선고를 하여야 하므로 면소를 선고한 판결에 대하여 상고도 가능하다고 판시하였다(위 2010도5986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이러한 상황에서 위헌·무효인 긴급조치 제9호 위반사실로 기소되어 면소판결을 받아 확정된 피고인에게 재심을 통해 무죄판결 선고를 받을 기회를 부여하지 않는 것은 위 면소판결의 부적법한 외관을 그대로 인정하고 일반적 면소판결과 마찬가지로 취급하는 것으로서 타당하지 않다.
4. 결론
그렇다면 원심결정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이를 취소하고,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에 대하여 재심을 개시한다.
판사 강영수(재판장) 정문경 이재찬 | 구 헌법(1980. 10. 27. 헌법 제9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유신헌법) 제8조(현행 제10조 참조), 제10조(현행 제12조 참조), 제18조(현행 제21조 참조), 제23조(현행 제26조 참조), 제53조(현행 삭제), 국가안전과 공공질서의 수호를 위한 대통령긴급조치(1979. 12. 8. 대통령공고 제67호로 해제, 대통령긴급조치 제9호) 제1항, 제2항, 제7항, 제8항, 부마민주항쟁 관련자의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 제1조, 제11조, 형사소송법 제325조, 제326조 제4호, 제420조, 제421조 제1항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피고인
【검 사】
변수량 외 4인
【변 호 인】
변호사 윤정주
【원심판결】
창원지법 2019. 11. 27. 선고 2019고합153, 154, 155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무기징역에 처한다.
압수된 회칼 1개(증 제1호), 장어칼 1개(증 제2호), 라이터 1개(증 제3호), 흰색말통(휘발유통) 1개(증 제15호)를 각 몰수한다.
【이 유】
1. 이 법원의 심판범위
원심은 판시 범죄사실 2019고합153호 사건 중 제2의 가.항 부분에 관하여 현주건조물방화의 점에 대해서는 원심 판시 각 현주건조물방화치상 범행에 흡수되어 별도로 범죄로 되지 않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이유무죄로 판단하면서 이와 일죄 관계에 있는 각 현주건조물방화치상죄를 유죄로 인정하였다.
이에 관하여 피고인만 항소하였고, 검사는 항소하지 않았다. 이러한 경우 상소불가분의 원칙에 따라 이유무죄 부분도 유죄 부분과 함께 항소심에 이심되는 것이기는 하나, 이유무죄 부분은 이미 당사자 간의 공격·방어의 대상에서 벗어나 사실상 심판대상에서 이탈되었으므로 이 법원이 이 부분을 다시 판단할 수는 없다(대법원 2010. 1. 14. 선고 2009도12934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이유무죄 부분에 대하여는 원심판결의 결론에 따르기로 하고, 이 법원에서 따로 판단하지 않는다.
2. 항소이유의 요지
가. 심신미약 주장
피고인은 이 사건 각 범행(이하 이 사건 각 범행 중 2019. 4. 17.자 범행은 ‘이 사건 살인 등 범행’이라 한다) 당시 조현병 등의 정신질환으로 인해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
나. 양형부당 주장
원심이 피고인에 대하여 선고한 형(사형, 몰수)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3. 심신미약 주장에 대한 판단
가. 인정 사실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1) 피고인의 성장과정
가) 피고인은 (생년월일 생략)으로 진주시에서 4남 중 차남으로 태어나 진주시에서 거주해 왔다. 피고인의 집은 어린 시절부터 궁핍한 편이었고, 초등학교를 다닐 무렵 부모 사이에 싸움이 잦아 모친이 가출하기도 했다. 부친은 2002년경 암으로 사망했다. 피고인의 중학교 성적은 하위권이었으며, 체육고등학교 진학을 희망했으나 가정형편이 어렵고 학업에 흥미도 없어서 중학교만 졸업하고 고등학교 진학은 포기하였다. 피고인은 만 18세이던 1995. 12. 19.경 본드흡입으로 소년보호처분을 받아 소년원에 다녀왔다.
나) 피고인은 방위산업체 근무로 군복무를 해결한 후, 자동차정비공장, 제조공장, 대기업 하청업체 등 여러 직장을 전전하였다. 2008년경 ○○전자 공장에서 3개월 정도 전자제품을 상차하는 업무를 하다가 디스크 협착증이 왔고 이 때문에 지금까지도 몸이 좋지 않은데, 당시 산재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아 산업재해로 처리되지 않았다. 피고인은 관계 기관에 수차례 방문하는 등 산업재해로 인정받기를 원했으나 결국 인정되지 않았다.
다) 이후 피고인은 모친 및 동생과 함께 생활하면서 동생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며 지내던 중 동생과 다투고 한동안 승합차에서 생활하기도 하였다. 경남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과 과학수사계는 피고인의 피해의식이 심해지면서 이 무렵부터 ‘산업재해로 인정해 달라고 요구하고 다니는 바람에 회사 관계자들이 자신을 쫓아다니며 감시하고 대인관계를 방해하는 등의 불이익을 입히고 있다’는 망상을 시작한 것으로 추정했다[원심 판시 2019고합153호(이하 ‘원심 판시’는 생략하고 사건번호만 표시한다) 증거기록(이하 ‘증거기록’이라고만 하고 다른 사건 증거기록을 인용하는 경우는 별도로 사건번호 표시를 한다) 1,229면].
2) 2010년경 폭력사건과 조현병 진단
가) 피고인은 2010. 5.경 회사에서 자신을 감시하라고 보냈다고 믿은 사람에게 칼을 휘두르며 협박하고 상해를 가하였다. 피고인은 위 사건으로 입건되어 2010. 8.경 치료감호소에서 정신감정을 받았는데, 정신과적 진단은 편집형 정신분열병(조현병)이었다. 당시 작성된 정신감정서의 요지는, “감정인의 의식은 명료하나 지남력은 현실 판단력 및 망상적 사고내용으로 인해 손상되어 있다. 사고과정상 비논리적이고 지리멸렬하다. 비현실적 사고, 피해망상, 관계망상 등의 사고내용을 보인다. 지각장애는 부인하였으나 행동관찰상 환청이 의심된다. 지능검사상 ‘평균 하’ 수준으로 유의한 인지기능의 저하는 없어 보인다. 판단력의 장애가 의심된다. 지각장애를 보이고, 의심이 많고 불안하며 분노와 적개심이 뚜렷해 보이는 등 정서적 불안정성이 시사된다. 그 증상이 중증에 해당하고, 범행 당시 및 현재 심신미약 상태로 보인다.”(증거기록 1,881면 이하)라는 내용이다.
나)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은 2010. 8. 31. 위 사건에 관하여 피고인의 심신미약을 인정하고 피고인에게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집단·흉기등상해)죄 등으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 보호관찰 3년을 선고하였다.
3) 치료 경과와 사회적응노력 등
가) 피고인은 위 사건으로 인한 집행유예기간 동안 보호관찰을 받았다. 보호관찰소는 2010. 12. 15.경 피고인의 보호자에게 강제입원 조치를 권유하였다. 피고인은 어머니와 동생이 살고 있는 집에서 같이 살았는데, 피고인의 형 공소외 2는 수사기관에서 피고인이 그들과 사이에 자주 갈등이 있었고, 결국 2011. 1.경 동생과 싸운 후 동생의 신고로 강제입원 조치되었으며, 이후 피고인과 가족들 사이의 관계는 더욱 악화되었다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1,609면). 피고인은 2011. 10.경 퇴원하기까지 입원해 있었다.
나) 피고인은 퇴원 후 2012. 3. 11. △△고등학교 부설 □□□□고등학교에 입학하여 2015. 2. 14. 졸업하였는데, 전체 110여 명의 재학생 중 4~5등 정도의 성적을 받았다. 피고인은 2012. 3. 20.경부터 굴삭기 자격 취득을 위해 중장비학원에 다녔고, 2010년경 6차례 응시했었으나 모두 낙방했던 굴삭기 자격시험을 2012년경에는 단번에 합격했다.
다) 피고인은 2012. 10. 8.경 굴삭기 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한 후 운전 습득을 위해 일을 하러 갔다가 다시 허리를 다쳤다. 이후 포클레인 기사 보조일을 하며 월 150만 원 정도의 수입이 있었는데, 2013. 7.경 길에서 넘어져 왼쪽 발목을 다친 데다 허리 통증도 재발하여 일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형 공소외 2의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은 2019년 초경에는 진주지역자활센터에 나가보려 하였으나, 직원들이 커피에 약을 탄다는 망상에 빠져 며칠 만에 그만두었다고 한다(증거기록 757면). 피고인은 일을 하지 못하는 동안 50~60만 원 정도의 기초생활수급비와 형이 간헐적으로 보내주는 용돈으로 생활을 유지하였다.
라) 피고인은 퇴원 후 2016. 7.경까지 ◇◇◇◇병원에 한 달에 한 번씩 찾아가 면담을 하고 약 처방을 받아 복용하는 등 조현병 진단하에 외래진료를 받았다. 피고인은 2016. 7. 28. 진료를 마지막으로 진료를 중단하였다.
4) ☆☆3차아파트 전입 후 피고인의 행동 등
가) 아파트 관리사무소 민원접수 내역에 따르면, 2018. 9. 25. ‘▽▽▽호 현관문 앞에 인분으로 보이는 오물이 버려져 있어 냄새가 많이 난다’는 민원이 접수되었고, 2018. 9. 26. ‘◎◎◎동 승강기 1, 2호기 내 오물 투척으로 냄새가 심하니 확인 및 청소를 부탁한다’는 민원이 접수되었다(증거기록 1,652면).
나) 피고인은 이 사건 살인 등 범행을 하기 약 3개월 전인 2019. 1. 17.경 진주시 진주지역자활센터에서 위 센터에서 근무하는 피해자 공소외 3(여, 27세)이 과거 피고인에게 약을 탄 커피를 주었다는 취지로 항의를 하다가 화가 나 위 피해자를 폭행하고 이를 말리거나 제지하던 다른 피해자들을 폭행하였다(2019고합154호 사건).
다) 112 신고 자료에 따르면, 피고인은 2019. 2. 28. 오전 ▽▽▽호 주민인 피해자 공소외 4가 출근할 때 계란을 던지고 폭언을 하였다(증거기록 2,201면).
라) 112 신고 자료에 따르면, 2019. 3. 3. 오전 ▽▽▽호 앞에 누군가 오물을 뿌린 것 같다는 내용이 신고되었다(증거기록 2,201면).
마) 피고인은 이 사건 살인 등 범행을 하기 약 1개월 전인 2019. 3. 10.경 진주시 한 호프집 앞에서 손님들과 시비를 하여 쇠망치를 든 채 주먹으로 피해자들을 폭행하였다(2019고합155호 사건). 당시 피고인의 가방에는 쇠망치뿐만 아니라 칼 2점, 가위, 뺀치 등이 들어 있었다.
바) 피고인은 2019. 3. 12. 19:35경 ▽▽▽호 주민 피해자 공소외 4의 집 앞에서, 위 피해자가 같은 동 주민들을 선동하여 피고인을 험담하고 괴롭히며 피고인의 집에 벌레를 뿌린다고 생각하고, 간장과 식초, 오물 등을 섞은 액체를 ▽▽▽호 현관문과 복도 쪽 창문에 뿌렸다(2019고합153호 사건 중 2019. 3. 12.자 범행).
사) 112 신고 자료에 따르면, ▽▽▽호 주민 피해자 공소외 4가 내려올 때 피고인이 욕을 하며 따라왔다(증거기록 2,201면).
아) 아파트 관리사무소 민원접수 내역에 따르면, 피고인이 2019. 4. 2.경 새벽에 베란다를 열고 “위층에서 벌레를 내던지는데 관리사무소는 뭐하냐.”라면서 고성을 질렀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증거기록 1,655면).
자) 한편 위와 같은 일련의 사건과 관련하여, 피고인의 형 공소외 2는 수사기관에서, “동생을 강제입원시키기 위해 2019. 4. 초경 검찰청 민원실, 법률구조공단, 동사무소 등을 찾아가 도움을 구했지만, 별다른 방법을 찾지 못하고 강제입원 추진을 단념해야 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증거기록 1,613면).
5) 이 사건 각 범행 동기와 관련한 피고인의 진술
가) 피고인은 2019. 4. 17. 이 사건 살인 등 범행과 관련한 최초 경찰 진술 당시 위 범행의 동기와 경위 등에 관하여, “사회적으로 불이익을 계속 당하고 있었고 기업체 내에서 불이익도 많이 당했고 퇴사 이후에도 계속 불이익을 받았고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도 많은 불이익을 당했고 그래서 홧김에 불을 지른 것이다. 화가 나서 칼을 들고 갔다. 불이익도 당하고 정신 나간 인간들이고 화가 치밀어 오르고 했다. 문제점은 해결이 되지도 않고 그래서 화가 계속 났다. 평소 이웃 주민들에게 벌레가 있다, 몰카, CCTV가 있으니까 같이 해결을 하자고 말해도 성추행, 사기 등등 이야기만 하고 자기들 마음대로 하고 그랬다. 일일이 감시를 하고 그랬다. 관리사무소에 이야기를 해도 해결해 주지 않았다. 이웃 주민들을 향해 칼을 휘두른 사실이 있고, 그래서 사고가 많이 났다. 화가 많이 났고 그래서 칼을 휘두르고 그랬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증거기록 725~730면).
나) 이후 피고인은 수사기관, 정신감정 당시의 면담, 법정 등에서 “10년 전 피고인이 허리를 다쳐 ○○ 공장을 그만둘 무렵부터 피고인 등을 괴롭히기 위한 목적을 두고 피해를 주는 집단이 있었고, 이들이 성폭력, 살인, 강간 등의 흉악한 짓거리를 일삼았고, 국정농단 세력과도 관련이 있으며, 진주시에 비리와 부정부패가 심각하여 불이익을 당한 사람들이 수두룩하고, 경찰서 등 관공서들도 모두 한 패거리다. 피고인이 ☆☆아파트에 전입한 후에는 주민들이 위 범죄자 무리들과 연계해서 집중적으로 본인을 괴롭히고 정신을 파괴시키고 있다.”라는 취지로 반복하여 진술하고 있다.
다) 또한 피고인은 자기만 이와 같이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불이익을 가하는 패거리들에 관해 이야기를 해 온다고 수사기관에서부터 본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 당심 피고인신문에서 피고인은 아파트 단지 내에서 엘리베이터나 로비를 다니다보면 그런 이야기들을 하는 것이 들린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나아가 주민들이 피고인을 감시하기 위해 몰래카메라를 설치했다고 진술하기도 했고, “패거리들을 맞닥뜨리면 이들이 나에게 감정조절을 일삼는다.”라는 진술을 하기도 했다. 또한 피고인은 위 4)항에서 본 바와 같이 ▽▽▽호 주민 등이 벌레와 벌거지 등 독충을 뿌려대기 때문에 피부가 자주 가려웠다고 진술하고 있다.
라) 피고인은 경찰 조사(증거기록 726면) 및 당심 피고인신문 당시 “화가 너무 많이 날 때는 ‘확 진짜 불을 질러버릴까’라는 생각도 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경찰 조사에서는 “언젠가 이런 일이 생기지 않을까 막연하게 생각한 적은 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기도 했다(증거기록 1,232면).
마) 당심 피고인신문에서 피고인은 “2016년 말경 ☆☆3차아파트◎◎◎동◁◁◁호로 전입한 직후부터 주변에서 단지 내에 다른 이들을 헐뜯으며 싸움을 붙여대는 사람들이 있다는 이야기들을 자기에게 하여 왔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3차 단지 곳곳에 패거리를 지어 사기행각을 벌이고, 아동학대·강간 등의 중범죄를 일삼고, 남의 험담을 퍼뜨리고, 피고인에게 불이익을 주는 등, 각종 문제를 일삼는 사람들이 있다.”라는 내용이었다. 피고인은 특히 “◎◎◎동▽▽▽호의 경우 범죄자들이 낮밤을 가리지 않고 들락날락거리고, 피고인에게 인상을 쓰고 시비를 걸어오고, 벌레와 벌거지들을 피고인의 집을 향해 뿌리고, 아파트를 불법개조하여 몰래카메라를 설치하고는 피고인을 감시하고 있다.”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호는 ▽▽▽호와 한 패거리인 범죄자집단이고, ♤♤♤호 남자는 형 공소외 2의 친구로 자기에게 잘해 주는 척을 하면서 뒤에서 욕하고 벌레를 뿌려대는 패거리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증거기록 1,420면). 피고인은 또한 “♡♡♡호 주민은 설날 때 음식을 가져다주었는데, 음식에 병균을 타 쉰 냄새가 났고 그것을 먹는 바람에 토하게 되었다.”라는 취지로 진술했고(증거기록 826면), 이 외에도 다수의 주민들이 패거리를 이루어 여러 불이익을 가한다고 수차례 진술하였다.
6) 범행 경위
가)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에 사용한 도구는 회칼(전체 길이 34cm, 칼날 길이 21cm) 1자루, 장어칼(전체 길이 24cm, 칼날 길이 11cm) 1자루, 그리고 건물을 방화하는 데 사용한 휘발유 등이다. 피고인은 칼 2점을 약 한 달 전 구매한 것으로 보이는데,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는 “항상 옆에서 불이익을 주고해서 화가 나서 샀다. 항상 나의 감정을 억압해서 샀다.”라거나 “점점 불이익을 주는 정도가 심해져서 나를 보호하기 위해 샀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고(증거기록 728, 1865면), 당심 피고인신문 당시에는 “낚시도구로 쓸 겸 보호본능에 의해 필요하여 사두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휘발유는 범행이 있던 날인 2019. 4. 17. 00:51경 집에서 3km 정도 떨어진 ●●셀프주유소로 가 구입하고 기름통에 담아 돌아왔는데, 당심 피고인신문 당시 피고인은 “평소에 이용하던 주유소 중 그 시간에도 열 것으로 생각했던 곳에 간 것뿐이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나) 또한 피고인은 당심 피고인신문에서 이 사건 살인 등 범행에 나아간 직접적인 원인에 대해 “확 불을 질러버릴까 하는 생각도 솔직히 있었지만, 일단은 오토바이 등 필요한 용도에 쓰기 위해 그냥 사두었다. 그리고 과일 소주 1병을 마시고 잠이 들었는데, 또 ▽▽▽호에서 뿌리는 벌레와 벌거지 등 때문에 잠에서 깨야 했고 화가 끓어올랐고 마침 휘발유를 사둔 게 생각났다. 불을 지르면서도 사람들을 죽이려고까지 생각했던 것은 아니다. 당시 감정상태가 잘 기억나지 않는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이러한 피고인의 진술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원심과 당심에 이르기까지 대체로 일관되고 있다.
다) 피고인은 피고인의 집에 불을 지른 후 곧바로 2층 비상계단으로 이동했다. 그리고는 판시 범죄사실과 같이 ▽▽▽호, ▷▷▷호, ♤♤♤호 피해자들을 비롯하여 대부분 자신이 불이익을 주는 패거리라고 진술한 이들에게 살인 또는 살인미수의 범행을 가하였다.
라) 피고인은 범행 상황에 대한 질문에 대하여, “누구에게 칼을 휘둘렀는지 자세히는 모르겠는데, 평소 알고 지내던 사람들이 있었다.”(증거기록 732면), “찌른 사람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누구인지 모르겠다. 그냥 맞닥뜨리는 대로 했다. 화가 계속 치밀어 올랐다.”(증거기록 1076면), “▽▽▽호에 거주하는 여성 2명을 만난 기억이 난다.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얄궂게 한 패거리로 불이익을 줬던 사람들을 만났다. 누구를 어떤 순서대로 만났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호 여성 2명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증거기록 2340면), “범행 중 투항할 무렵부터 이성이 돌아왔다. 화가 났을 때는 물불을 가리지 않고 찔렀고, 화가 좀 가라앉았을 때는 담배를 한 대 피우고 칼을 뽑고 자살을 하려고도 했다.”(당심 피고인신문)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7) 범행 후 정황
가) 피고인은 체포 당시 경찰이 공포탄을 쏘자 “공포탄인 거 다 안다.”라고 하기도 했고, 이후 실탄을 쏘자 잠시 후 칼을 버리고 투항하였다. 피고인을 체포한 경찰은 “피고인은 체포되고 범행 동기를 묻자 정확하게 얘기하지는 않고 국정농단이 어쩌고저쩌고 하는 횡설수설을 했다.”라는 취지로 진술했고(증거기록 256면), 다른 경찰 또한 “피고인을 순찰차에 태운 후 범행 동기를 묻자 ‘○○전자에 다녔는데 임금도 못 받고 임금체불이 심하다’고 했고, 파출소에 도착한 뒤 다시 묻자 ‘국정농단 사태가 심각한데 너희들은 무엇을 했냐’고 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증거기록 1020면).
나) 이후 피고인은 수사기관 및 법정에서 범죄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심신미약으로 인한 감경을 주장하는 한편, 자신에게 조현병적 증세가 있음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약 복용 등 치료에 대한 의지 또한 없다. 피해자들에 대한 생각을 물을 때는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다. 나도 억울한 마음에 하소연을 하고 싶어서 그렇게 한 것이다.”(증거기록 733면), “잘못한 건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싫어도 받아들여야 되는 것은 안다.”(원심 피고인신문)라는 취지로 진술하기도 했고, 당심 피고인신문에서는 “다시 돌아가면 안 할 것이다. 그런데 그때 가봐야 안다고 생각한다. 내 딴에는 노력을 했지만 불이익이 뒤따르고 있는 상황이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는 등 자신의 행위를 진지하게 반성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8) 임상심리평가와 정신감정 결과 등
가) 대검찰청 과학수사부 법과학분석과의 임상심리평가 결과
(1) 대검찰청 심리분석관들은 2019. 4. 19.~30. 창원지방검찰청 진주지청에서 임상심리평가를 하였다. 의뢰사항은 주민들에 대한 무차별적 공격의 이유, 정신과적 병력 및 의무기록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 피고인의 지능, 계획적·목표지향적 사고능력, 사고장애 여부, 정신증상의 수준, 재범 위험성 및 치료 필요성 등 객관적인 임상평가를 통한 심신상태 판단이었다.
(2) 위 심리분석관들이 2019. 5. 3. 작성한 임상심리평가서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정신상태 검사〉 ● 일반적 상태: 자신의 망상과 관련해서는 빠른 속도로 중언부언 많은 양의 말을 하였고, 검사자의 개입 없이는 발화가 중단되지 않는 모습이었음. ● 기분 및 정동: 입실 당시부터 시종일관 무표정한 얼굴에 종종 경계하는 눈빛이었으며, 뒤로 갈수록 짜증이 동반된 불쾌한 기분상태가 빈번하게 관찰되었음. 만성 조현병 환자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부적절한 정동이나 둔마된 정서(blunted affect) 등은 관찰되지 않았음. ● 사고의 형태, 과정 및 내용: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모두 가능하였으며 간단한 질문에는 대체로 논리적인 응답을 할 수 있었음. 그러나 면담에서는 논리를 벗어난 피해망상, 사고장애가 뚜렷하게 시사되었음. ● 인지: 의식이 명료하며 지남력(시간·장소·사람 등)상의 신경학적인 문제는 시사되지 않음. ● 이상행동, 판단력 및 병식: 이상행동은 관찰되지 않았고 독립적인 생활유지에 필요한 일상생활 속의 기본적인 판단력은 갖추고 있었음. 그러나 피해망상이 매우 공고화된 수준이며, 이에 대한 통찰능력이나 병식은 크게 결여된 상태로 판단됨. 〈지각 및 사고〉 ● 현실과 내면세계를 구분하지 못하는 수준의 와해된 지각의 장애(예: 환청, 환촉)는 뚜렷하게 시사되지 않음. 또한 대화가 전혀 불가할 정도의 기괴한 망상이나 신념, 자폐적인 사고행동은 관찰되지 않음. 그러나 ‘이웃 주민들이 단체로 짜고 나를 괴롭힌다’, ‘사람들이 나를 욕하고 감시한다’와 같이 주변인을 의심하고 자신이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는 관계망상(주8)이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활성화되어 있음. 사고의 흐름 또한 일관되게 통제되지 못하고 우원증(주9)이나 심하게는 탈선적인 사고와 같은 사고장애가 나타나고 있음. 특히 망상 관련 주제에서는 비논리적이고 개연성 없는 신념을 빠르게 확장시키며 자기만의 고립된 사고에 함몰되는 양상이 반복적으로 관찰됨. 〈정서 및 성격〉 ● MMPI-II 프로파일에서 임상적 규준점을 넘는 다수의 임상척도를 고려할 때, 피고인은 현재 강한 피해의식과 관계망상이 극대화된 상태로 평가됨. 가장 특징적인 정서적 요인은 관계망상에서 파생되는 분노감과 높은 언어적·신체적 공격 경향성으로 나타남. 특히 사건 발생 직전 약 2~3개월 동안 증상이 더욱 악화되면서, 사소한 단서에도 쉽게 예민성이 증가하여 주변인의 언행을 의심하고 정보를 수집하는 등 자신을 괴롭혔다고 지각하는 대상에 대한 보복의 시도와 기회 탐색의 노력이 상당히 많았을 것으로 추정됨. ● 자신의 피해망상과 적대적 감정에 극도로 몰두한 상태에서 본 범행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며, 현재도 반성적 사고나 후회보다는 피해자들에 대한 분노와 보복심리에 더욱 초점화되어 있는 상태임. ● 피고인은 뚜렷한 관해기 없이 과거와 동일한 사고장애 및 망상이 지속되어 왔던 것으로 추정됨. 〈재범 위험성 평가〉 ● 재범 위험성 평가(KORAS-G) 결과 총점이 절단점을 크게 뛰어넘는 19점으로 재범 위험성 ‘높음’ 수준에 해당됨.
관계망상
우원증
나) 치료감호소의 정신감정 결과
(1) 치료감호소는 창원지방검찰청 진주지청으로부터 피고인에 대한 정신감정을 의뢰받아 2019. 5. 10.부터 2019. 7. 2.경까지 피고인을 치료감호소 병동에 입소시켜 면밀한 정신의학적 면담, 정신상태 검사, 심리검사, 두부 및 흉부 X-선 검사, 임상병리검사와 간호기록지 등을 통한 감정 기간 중의 행동관찰을 참조하여 감정을 하였다.
(2) 치료감호소가 2019. 7. 2. 작성한 정신감정서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의식과 지남력: 의식은 명료하며, 지남력도 보존되었음. ● 감정상태: 입소 시 매우 화가 난 정동을 보였고, 불안정한 감정상태로 충동적임. ● 사고과정 및 내용: 사고과정은 지리멸렬하고 사고의 이완과 탈선을 보이며, 사고내용상 피해망상(예전에 근무했던 공장을 운영한 기업체, 진주시청 공무원,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 내 주민들 특히 ▽▽▽호, ▷▷▷호, ♤♤♤호, ♡♡♡호 거주민들이 자신에게 계속 불이익을 주고 감시하면서 사기, 폭행, 강간, 아동학대 등의 범죄를 했다고 함)과 관계망상(경찰서, 검찰 직원들, 치료감호소 감정의사, 뉴스를 방송하는 언론매체들이 가해자들과 결탁되어 피고인에게 적절한 조치를 해주지 않고 확인되지 않는 사건 내용을 방송한다고 함)을 보임. ● 지각: 환청을 호소하지는 않으나 의심됨. ● 지능: IQ 78로 경계선 수준에 해당함. ● 판단력과 병식: 현실 판단력이 저하되어 있으며, 병식(주10)은 결여됨. ● 임상심리검사 결과: 현재 지적능력(K-WAIS-IV)은 경계선 수준에 해당되었다. 피해망상에 해당되는 내용으로 사고가 전개되고 있으며, 사고의 과정에서 논리적으로 연결이 매우 이완되어 있고 자폐적인 논리에 의해 현실을 왜곡해 판단하고 있어, 현실 검증력이 손상된 상태이다. 피해망상과 관련하여 개연성이 없어 보이는 두 대상을 연결하여 자신의 의심과 불신을 강화시키고, 타인에 대한 불신과 상황적인 편집증적 신념을 강화하는 데 집중을 하나, 타인과의 실제 접촉이나 다른 주제나 현실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 감정 결과 - 진단: 조현병(정신분열병) - 설명: 조현병(정신분열병)이란 뇌의 기질적인 이상은 없는 상태에서 사고, 정동, 지각, 행동 등 인격의 여러 측면에 장애를 초래하는 뇌 기능장애로 망상, 환각, 와해된 언어, 심하게 와해된 행동이나 긴장증적 행동, 음성증상, 즉 정서적 둔마, 무논리증, 무욕증 등의 증상을 보임. ● 형사책임능력에 대한 정신의학적 의견: 피고인의 정신과적 진단은 조현병(정신분열병)이며 본소 입소 당시 정신상태는 피해망상 및 관계망상, 지리멸렬한 사고 및 언어, 불안정한 감정, 현실 판단력의 저하, 충동조절능력의 저하, 병식 결여 등의 정신증상들을 보였으며, 본 사건 범행 당시에도 입소 시 정신상태와 비슷한 정신증상들을 보였으리라 추정되며 사물변별능력과 의사결정능력이 저하된, 즉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을 것으로 사료됨.
병식
다) 정신과 전문의 공소외 5
(1) 창원지방검찰청 진주지청 의료자문위원인 정신과 전문의 공소외 5는 2019. 8. 27. 조현병 환자의 ‘인지능력, 사물변별능력’ 유무 및 ‘인지능력, 사물변별능력’이 있음에도 의학적으로 ‘심신미약’ 판정이 가능한지 등에 대한 자문에 대하여 회신을 제출하였다.
(2) 위 회신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조현병은 단일한 질환이 아니라 다양한 원인에 의하여 발생하는 질병군이다. 조현병은 1) ‘망상, 환각, 와해된 언어, 심하게 와해된 또는 긴장증적 행동, 음성증상’의 5개 중 2개 또는 그 이상이 있고, 그 각각이 1개월의 기간(또는 성공적으로 치료되었을 경우 그 이하) 중 의미 있는 기간 동안 존재하며, 최소한 위 증상 중 하나는 ‘망상, 환각, 와해된 언어’에 해당하고, 2) 장애가 발생한 이후로 상당 기간 동안 일, 대인관계, 자기 돌봄 등과 같은 영역 가운데 하나 또는 그 이상에서의 기능 수준이 발병 이전에 성취한 수준보다 현저히 낮으며, 3) 질병의 계속적인 징후가 최소 6개월 이상일 때 진단된다. ● 조현병 환자의 현실 검증력은 정신병적 증상의 심한 정도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조현병 환자 전체를 일반화하여 평가할 수 없다. ● 조현병 환자의 일상적 기능 정도에 따라 정기적으로 경륜 도박을 하거나 소셜댄스 수업, 미용강좌 수강을 할 수도 있다. ● 조현병 환자의 경우 정신과적 증상(관계망상, 피해망상, 탈선적 사고)이 심하다면 의학적인 심신미약 판정을 할 수 있다. 즉, 망상을 병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망상에 의해 감정표현이나 폭력을 행한 것을 현실 판단력의 저하로 보고, 이렇게 현실 판단력 및 현실 검증력(현실과 비현실을 구분하는 것)이 저하된 것을 의사결정능력이 미약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망상적 사고로 인해 아파트 CCTV를 이웃 사람들이 피고인을 감시하려고 설치했다고 믿은 것을 보면 사물변별능력, 즉 그 원래의 목적을 변별하는 능력이 저하되었다고 볼 수 있다. ● 편집(망상)적이면서 지능이 우수한 환자들은 그들의 망상에 기반하여 계획적인 공격행동을 하고, 낮은 지능이면 반응적 공격행동을 한다는 논문이 있다. ● 가족기능 및 지역사회 적응 등이 불량한 경우 역시 폭력행동의 위험성이 증가한다. ● 공주치료감호소는 ‘환청을 호소하지 않으나 의심됨’이라고 기술한 반면, 법과학분석과는 ‘와해된 지각의 장애(환청, 환촉 등)는 뚜렷하게 시사되지 않음’이라고 기술했다. 환청을 비롯한 환각은 밖으로 표현되는 것이 아니므로 당사자가 증상이 없다고 말하면 그 여부를 알 수 없고, 망상의 행태나 말이나 행동에서 추정할 뿐이다. 공주치료감호소는 피고인이 ‘많은 사람들이 짜고 나를 욕하고 험담하며 해코지한다’는 내용 등에서 환청의 가능성을 본 것으로 생각되고, 임상에서도 흔히 이러한 경우 환청의 가능성을 염두에 둔다. ● 조현병은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면, 치료되거나 호전될 수 있다.
나. 판단
1) 관련 법리
형법 제10조 제1항은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라고, 같은 조 제2항은 “심신장애로 인하여 전항의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여기서 규정하는 심신장애는 생물학적 요소로서 정신병, 정신박약 또는 비정상적 정신상태와 같은 정신적 장애가 있는 외에 심리학적 요소로서 이와 같은 정신적 장애로 말미암아 사물에 대한 판별능력과 그에 따른 행위통제능력이 결여되거나 감소되었음을 요하므로, 정신적 장애가 있는 자라고 하여도 범행 당시 정상적인 사물판별능력이나 행위통제능력이 있었다면 심신장애로 볼 수 없지만, 정신적 장애가 조현병(정신분열증)과 같은 정신질환의 경우에는 범행의 충동을 느끼고 범행에 이르게 된 과정에 있어서의 범인의 의식상태가 정상인과 같아 보이는 경우에도 범행의 충동을 억제하지 못한 것이 흔히 정신질환과 연관이 있을 수 있고, 이러한 경우에는 정신질환으로 말미암아 행위통제능력이 저하된 것이어서 심신미약이라고 볼 여지가 있으며(대법원 1992. 8. 18. 선고 92도1425 판결 참조), 이와 같은 심신장애의 유무와 정도의 판단은 법률적 판단으로서 전문감정인의 정신감정 결과뿐만 아니라 범행의 경위, 수단, 범행 전후의 피고인의 행동 등 기록에 나타난 제반 자료 등을 종합하여 독자적으로 심신장애의 유무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96. 5. 10. 선고 96도638 판결 등 참조).
2) 이 사건에 관한 판단
가)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으로 돌아와 살피건대, 앞서 본 인정 사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다가 이 사건 각 범행의 경위, 수단 및 범행 전후 피고인의 태도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이 사건 각 범행 당시 조현병의 정신적 장애를 가지고 있었고 그 정신적 장애에 기인한 피해망상, 관계망상 등으로 말미암아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판단되므로, 피고인의 심신미약 주장은 이유 있다.
(1) 피고인은 2010. 8.경 조현병으로 진단되어 당시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한 것으로 판단되었다. 피고인은 2011. 1.~10.경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았고, 퇴원 후 2016. 7.경까지 외래진료를 받다가 2016. 7. 28. 진료 후 더 이상 외래진료를 받지 않았다.
(2) 피고인에 대하여 대검찰청 심리분석관들이 실시한 임상심리평가에 의하면, ‘피해망상이 매우 공고화된 수준이며, 이에 대한 통찰능력이나 병식은 크게 결여된 상태’로 판단되고, ‘이웃 주민들이 단체로 짜고 나를 괴롭힌다’, ‘사람들이 나를 이용하고 감시한다’와 같이 주변인을 의심하고 자신이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는 관계망상이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활성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3) 피고인에 대하여 치료감호소가 실시한 정신감정 결과에 의하면, ‘피고인의 사고과정은 지리멸렬하고 사고의 이완과 탈선을 보이며, 사고내용상 피해망상(예전에 근무했던 공장을 운영한 기업체, 진주시청 공무원,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 내 주민들, 특히 ▽▽▽호, ▷▷▷호, ♤♤♤호, ♡♡♡호 거주민들이 자신에게 계속 불이익을 주고 감시하면서 사기, 폭행, 강간, 아동학대 등의 범죄를 했다고 함)과 관계망상(경찰서, 검찰 직원들, 치료감호소 감정의사, 뉴스를 방송하는 언론매체들이 가해자들과 결탁되어 피고인에게 적절한 조치를 해주지 않고 확인되지 않는 사건 내용을 방송한다고 함)을 보인다’고 하며, 결론적으로 ‘조현병(정신분열병)으로 진단되고, 형사책임능력에 대하여는 범행 당시 및 현재 사물변별능력과 의사결정능력이 저하된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을 것으로 사료된다’는 의견이다.
(4) 피고인은 이 사건 각 범행의 동기와 관련하여, 수사기관에서부터 당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피고인을 괴롭히고 피해를 주는 집단이 있고, 진주시 경찰서 및 관공서들도 모두 한 패거리이며, ☆☆아파트 내에도 이들과 연계해서 피고인을 괴롭히고 정신을 파괴시키는 이들이 있고, 앞으로도 이들로부터 극도로 많은 피해를 받을 것 같아서 이를 중단시켜야 했으며, 특히 이 사건 살인 등 범행이 일어난 새벽에는 피부가 가려워 잠에서 깨자 또다시 범죄자 무리의 주범인 ▽▽▽호에서 벌레와 벌거지 등을 뿌렸기 때문으로 생각하고 화가 치밀었기 때문’이라고 반복하여 진술하거나 이와 유사한 내용을 기재한 항소이유서 등을 반복하여 제출하였다. 피고인의 위와 같은 진술은 그 내용이 수사기관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될 뿐만 아니라, 피고인 스스로는 조현병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어 심신미약 감경을 받기 위해 의도적으로 진술을 꾸며서 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피고인이 이 사건 살인 등 범행 이전부터 칼 2점을 가지고 다녔던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살인 등 범행 이전에 수차례 ▽▽▽호에서 벌레를 뿌렸다며 항의를 하고 오물을 투척하는 등 소동을 일으킨 점 등의 여러 객관적 정황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은 자신에게 유리한지 불리한지를 떠나서 기억하거나 생각나는 대로 진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피고인의 위와 같은 내용의 피해망상, 관계망상 등 조현병적 증상이 이 사건 각 범행의 동기인 것으로 보인다.
(5) 검사는 ① 피고인이 이 사건 각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을 것이라고 판단한 치료감호소의 감정 결과에 대하여 치료감호소 측이 수사기록을 정확히 확인하지 않고 3차례의 면담만으로 감정한 것으로 그 신빙성에 의문이 있고, ② 이 사건 각 범행 이후의 치료감호소의 감정 결과는 2010. 8.경 감정 결과와 달리 지남력이 보존되어 있다고 한 점, ③ 법과학분석과의 감정 결과에 ‘조현병 환자에 흔히 나타나는 부적절한 정동이나 둔마된 정서는 관찰되지 않고, 기본적인 판단력은 갖추고 있다’고 기재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각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에 있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치료감호소 의료부장인 원심 증인 공소외 1이 “감정에 필요한 수사기록 내용은 확인하였고, 치료감호소에서는 여러 명의 의사가 감정서를 검토하여 전문의마다 다른 의견을 내지 않도록 하고 있고, 이 사건과 같이 주목을 받는 사건의 경우에는 훨씬 많이 고심하고 더 많이 환자를 면담하며 컨설턴트를 이루어 다 같이 살핀다.”라는 취지로 증언한 점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주장한 사정만으로는 치료감호소의 감정이 신빙성이 낮다고 볼 수 없다. 또한 앞서 본 임상심리평가와 정신감정 결과의 요지는 ‘피고인에게 인지능력, 기억력, 의사표현능력 등의 문제는 없으나, 망상 등에 지배되어 판단력, 사고능력이 손상되어 있고, 피고인의 망상이 범행 동기가 되었다’는 내용으로 공통되고 있고, 치료감호소가 심신미약 의견을 제출한 점, 원심 증인 공소외 1은 ‘2010년 감정과 달리 지남력이 보존되어 있다고 하여 반드시 상태가 좋아졌다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진술한 점, 임상심리평가에 기재된 부분은 피고인의 인지능력 등에는 문제가 없어 ‘와해형 조현병’은 아니라는 취지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고 전체적인 내용은 치료감호소의 정신감정 결과와 유사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앞서 본 임상심리평가와 정신감정 결과는 피고인이 이 사건 각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음을 뒷받침하는 신빙성 있는 자료로 판단된다.
(6) 검사는 피고인이 사전에 범행 대상을 선정한 점, 사전에 범행 방법을 계획하고 범행도구를 준비한 점, 범행 실행을 결의하고 범행 기회를 포착하는 행태를 보인 점, 범행 대상을 끈질기게 추격하고 정밀하게 타격한 점, 범행 당시에도 대상을 구별한 점 등에 비추어 철저히 계획적인 범행이었으므로 피고인이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앞서 본 인정 사실을 토대로 살피건대, 피고인이 막연하게나마 사전에 방화나 살인 등의 범행을 준비하고 계획하고 있었던 점, 방화 후 사람들이 대피하는 통로인 계단으로 가 대기한 점, 자신이 가해자로 생각하던 사람들을 위주로 공격한 점, 자신이 가해자로 인식하는 피해자를 쫓아가 공격하는 경우도 있었던 반면, 가해자로 인식하지 않는 피해자는 그대로 보내주기도 한 점 등의 사정을 인정할 수 있기는 하나, ① 범행도구인 칼 2점은 피고인이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가지고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휘발유 또한 처음부터 방화를 하기 위해 사온 것이 아니라 피고인이 진술한 바와 같이 당시 잠에서 깨어 화가 치밀어 오르자 마침 사둔 휘발유가 생각나 범행을 결의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 ② 앞서 제3의 가. 6)항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은 자신을 화나게 한 사람들을 맞닥뜨리자 화가 치밀어 공격한 기억은 있으나 구체적인 정황을 기억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도 하는 점, ③ 피고인의 피해망상, 관계망상 등이 이 사건 범행의 동기가 된 이상 피고인이 그와 같은 범행을 준비하여 계획하고 이에 따라 범행을 실행하였다 하더라도 피고인을 심신미약 상태로 판단하는 데 방해가 된다고 볼 수는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검사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7) 검사는 또한 피고인의 범행 전후 행동, 즉 소셜댄스를 수강하거나 경륜장에서 경륜 도박을 한 점, 범행 당시 추적을 회피하기 위하여 집에서 3km나 떨어진 셀프주유소를 이용한 점 등을 보면 피고인의 인지능력과 판단력이 일반인과 동일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① 치료감호소 의료부장인 원심 증인 공소외 1은 “조현병 환자라고 해서 반드시 인지기능이 손상되는 것은 아니어서 무엇을 배우거나 할 수 없는 것이 아니고, 판단력에 손상이 있는 것이지 완전히 결여된 것은 아니다.”라고 하면서, “피해망상을 가지고 어떤 행동을 하는 것과 인지능력을 가지고 어떤 행동을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이는 조현병 환자도 경륜 도박, 소셜댄스 수업, 미용강좌 수강을 할 수 있다는 정신과 전문의 공소외 5의 회신과 같은 취지이다.”라는 취지로 증언한 점(공판기록 308면), ② 피고인은 당시 자신이 자주 이용하던 주유소 중에서 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 주유소에 갔을 뿐이라고 진술하고 있고, 실제로 당시 새벽 1시가 넘은 시각이었으며, 피고인은 셀프주유소를 이용하다가 기계가 잘 작동하지 않자 직원의 도움을 요청하였던 것(증거기록 776면) 등에 비추어 주유소에 갈 때부터 추적을 회피하기 좋다는 생각까지 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검사의 위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8) 마지막으로 검사는 피고인이 아무런 반성을 하지 않고 있는 점도 심신미약이 아니라는 논거로 주장하나, 5명을 살해하고 모두 22명의 피해자를 만들어 낸 이 참혹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반성은커녕 그 범행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도 못하고 자신의 억울함만을 호소하는 피고인의 태도야말로 피고인의 정신상태가 일반인과 동일하다고는 말할 수 없는 핵심적인 사정으로 보이고, “망상증 환자들은 망상의 세계에만 집중하고 있고, 현실 상황에 별 관심도 없고 알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주로 피해망상 속에서 가해자와 본인의 관계에서 어떤 위협이 미래에 닥칠 것인지 거기에 모든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 피고인도 피해망상에서 사고가 멈춰 있다.”라는 취지로 진술한 원심 증인 공소외 1의 증언(공판기록 311면) 또한 그러한 취지로 이해된다.
나) 소결론
2018. 12. 18. 법률 15982호로 개정되어 시행된 형법 제10조 제2항이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여 심신미약자의 행위에 대하여 형을 임의적으로 감경할 수 있는 것으로 위 조항이 개정되었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이 심신미약 상태에서 이 사건 각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단되는 이상 피고인에 대하여는 형법상 심신미약에 따른 법률상 감경 조항을 적용함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와 달리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음을 인정하지 않아 피고인에 대하여 법률상 감경 조항인 형법 제10조 제2항을 적용하지 않고 형을 선고한 원심판결에는 심신미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고, 이러한 점에서 원심판결은 그대로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심신미약 주장은 이유 있으므로,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범죄사실 및 증거의 요지】
이 법원이 인정하는 범죄사실 및 그에 대한 증거의 요지는, 원심판결 ‘범죄사실’란 서두에 “피고인은 조현병으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서 아래 각 범행을 저질렀다.”를 추가하는 외에는, 원심판결의 각 해당란 기재와 같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9조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각 형법 제250조 제1항(살인의 점), 각 형법 제254조, 제250조 제1항(살인미수의 점), 각 형법 제164조 제2항 전문, 제1항(현주건조물방화치상의 점), 각 형법 제258조의2 제1항, 제257조 제1항(특수상해의 점), 각 형법 제366조(재물손괴의 점), 각 형법 제260조 제1항(폭행의 점), 각 형법 제261조, 제260조 제1항(특수폭행의 점)
1. 상상적 경합
형법 제40조, 제50조(각 현주건조물방화치상죄 상호 간, 범정이 가장 무거운 피해자 공소외 6에 대한 현주건조물방화치상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
1. 형의 선택
○ 살인죄, 살인미수죄: 각 사형 선택
○ 현주건조물방화치상죄: 유기징역형 선택
○ 재물손괴죄, 폭행죄, 특수폭행죄: 각 징역형 선택
1. 심신미약 감경
○ 각 형법 제10조 제2항, 제55조 제1항 제1호(살인 및 살인미수의 점: 심신미약 감경하여 무기징역형 선택)
○ 각 형법 제10조 제2항, 제55조 제1항 제3호(현주건조물방화치상, 재물손괴, 폭행 및 특수폭행의 점)
1. 경합범 가중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1호, 제50조(형과 범정이 가장 무거운 피해자 공소외 7에 대한 살인죄에 대하여 무기징역형으로 처벌하므로 다른 형을 과하지 아니함)
1. 몰수
형법 제48조 제1항 제1호
【양형의 이유】
1.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 무기징역
1.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판시 살인 및 살인미수죄)
[유형의 결정] [제5유형] 극단적 인명경시 살인
[특별양형인자]
- 감경요소: 심신미약(본인 책임 없음)
- 가중요소: 계획적 살인 범행, 범행에 취약한 피해자, 잔혹한 범행수법
[권고영역 및 권고형의 범위] 특별가중영역, 무기징역 이상
1. 선고형의 결정: 무기징역
피고인은 조현병으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서 이 사건 각 범행을 저질렀다. 이 사건 살인 등 범행의 경우 피고인은 피해망상과 관계망상에 사로잡혀 언젠가 집에 불을 지른 후 피해자들을 살해하여 자신에게 가해지는 불이익을 끝내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마음을 품고 있던 중, 사건 당일 화가 치밀자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피고인은 휘발유를 자신의 집 안 곳곳에 뿌리고 불을 질러 건물을 소훼하였고, 이에 따라 건물 전체에 연기와 유독가스 등이 퍼지게 하였다. 피고인은 곧바로 2층 비상계단으로 이동하여 항상 상비하던 칼 2점을 양손에 나눠 쥐고 피해자들이 대피하기를 기다렸다. 피고인은 대피하던 피해자 공소외 8, 피해자 공소외 4를 만나자 두 칼을 번갈아가며 목과 어깨, 옆구리 부위 등을 수회 찔렀고, 이들이 각각 도망치자 지체장애로 걸음이 느린 피해자 공소외 8을 뒤쫓아 가 목, 가슴 부위 등을 수회 찔러 살해하였다. 이어 대피하던 피해자 공소외 9, 피해자 공소외 10을 마주치자 피해자 공소외 9의 얼굴 등을 수회 찔러 살해하고, 이를 보고 도망가는 피해자 공소외 10을 뒤따라가 머리와 얼굴, 목 등을 수회 찔러 살인미수의 범행을 저질렀다. 피고인은 이에 그치지 않고 12세의 피해자 공소외 7, 피해자 공소외 11을 만나자 피해자 공소외 7의 머리와 얼굴, 목 등을 수회 찔러 살해하였고, 피해자 공소외 11이 그 딸인 피해자 공소외 7을 보호하기 위해 막아서자 그 옆구리를 수회 찔러 살인미수의 범행을 저질렀으며, 계속하여 피해자 공소외 12가 손녀의 비명을 듣고 달려와 피고인에게 달려들자 목과 얼굴 부위 등을 수회 찔러 살해하였다. 피고인은 아내인 공소외 13 앞을 막아선 74세의 피해자 공소외 14의 목과 어깨를 수회 찌르고 바닥에 넘어뜨린 후, 발로 그의 얼굴을 수회 밟고 더 이상 저항하지 못하는 피해자의 목을 수회 찔러 살해하기도 했다.
인간의 생명은 우리 사회의 법이 수호하는 최고의 법익이자 가장 존엄한 가치로서 이를 침해하는 행위는 그 이유를 불문하고 절대 용인할 수 없는 중대한 범죄이다. 나아가 이 사건 살인 등 범행은 그 수단과 방법이 잔혹하고 무자비할 뿐만 아니라 그 범행 결과 역시 너무나도 중대하고 참혹한 점, 피고인이 피해자들의 피해회복을 위해 노력을 하지 않고 있고 그러한 의지를 보이지도 않고 있는 점, 피고인은 이 사건 각 범행을 인정하면서도 자신의 억울함만을 호소하며 진심으로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 점, 조현병에 대한 치료의지가 없어 재범의 위험성도 매우 높아 보이는 점, 피해자들과 유족들이 극도의 고통을 겪고 있고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심이 판시하고 있는 바와 같이 피고인을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시키는 중형에 처할 사정이 있음은 인정된다.
다만 앞서 제3항에서 판단한 바와 같이 피고인이 조현병으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서 이 사건 각 범행을 저지른 점, 피고인이 조현병에 의한 폭력적인 성향을 여러 차례 드러냈고 피고인의 가족들은 피고인을 입원시키려 노력했으나 별다른 방법을 찾지 못했던 것을 보면 피고인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여 이러한 비극이 일어난 것에 대해 우리 사회에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고 보이는 점, 사형은 인간의 생명 자체를 영원히 박탈하는 냉엄한 궁극의 형벌로서 극히 예외적인 형벌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사형의 선고는 범행에 대한 책임의 정도와 형벌의 목적에 비추어 그것이 정당화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누구라도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분명히 있는 경우에만 허용되어야 하는 점(대법원 2015. 8. 27. 선고 2015도5785 판결 등 참조), 조현병으로 인하여 심신미약 상태에서 이 사건 각 범행을 저지른 피고인을 형사법의 책임주의 원칙에서 전제하는 ‘이성적이고 책임감 있는 사람’으로 취급하여 그가 저지른 행위의 불법성만을 보고 사형을 선고하는 것은 가혹한 측면이 있는 점 등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피고인을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시킬 필요가 있다고 보이지만, 이 사건 각 범행을 오롯이 피고인만의 책임으로 보아 피고인을 사형에 처함이 타당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2018. 12. 18. 법률 15982호로 개정되어 시행된 형법 제10조 제2항이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여 심신미약자의 행위에 대하여 형을 임의적으로 감경할 수 있는 것으로 되었으나, 피고인에 대하여는 형법상 심신미약에 따른 법률상 감경 조항을 적용하여 무기징역을 선고함이 타당하다.
위와 같은 사정들과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과 환경, 이 사건 각 범행에 이르게 된 동기와 경위, 범행의 수단과 방법,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조건들과 양형기준에서 정한 위 권고형의 범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판사 김진석(재판장) 반병동 이수연 | 형법 제10조 제2항, 제164조 제2항, 제250조 제1항, 제254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성명호
【원심판결】
대구고법 2020. 1. 22. 선고 2018노466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부분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죄에서 공소시효 기산점, 방조범, 추징금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3조에 따라 피고인의 진술 없이 유죄를 선고하여 확정된 제1심판결에 대하여, 피고인이 재심 규정에 따라 재심을 청구하지 않고 피고인 또는 대리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항소 제기기간 내에 항소를 제기할 수 없었음을 이유로 항소권 회복을 청구하여 인용된 경우에, 사유 중에 피고인이 책임을 질 수 없는 사유로 공판절차에 출석할 수 없었던 사정을 포함하고 있다면, 재심 규정에 따라 재심청구 사유가 있음을 주장한 것으로서 형사소송법 제361조의5 제13호에서 정한 ‘재심청구의 사유가 있는 때’에 해당하는 항소이유를 주장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항소심으로서는 재심 규정에 따른 재심청구 사유가 있는지를 살펴야 하고 사유가 있다고 인정된다면 다시 공소장 부본 등을 송달하는 등 새로 소송절차를 진행한 다음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새로운 심리 결과에 따라 다시 판결해야 한다(대법원 2015. 11. 26. 선고 2015도8243 판결 참조). 다만 소송절차가 법령을 위반한 경우에 그로 인하여 피고인의 방어권, 변호인의 변호권 등이 본질적으로 침해되었다고 볼 정도가 아닌 한 그것 자체만으로는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9. 6. 11. 선고 2009도1830 판결 등 참조).
기록에 따르면, 피고인은 변호인을 선임하여 8회에 걸쳐 진행된 공판기일을 통해 공소사실에 관하여 충분히 진술할 기회를 부여받고, 증인신문 등을 통해 충분히 방어권을 행사하였으며, 증거조사절차에 대하여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사실을 알 수 있다. 설령 피고인의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재심 규정에 따른 재심청구 사유가 인정되고, 원심 공판절차나 증거조사절차 등 소송절차 진행에 미흡한 점이 있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동원(재판장) 김재형(주심) 민유숙 노태악 |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3조, 제23조의2 제1항, 형사소송법 제361조의5 제13호, 제383조 제1호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1 외 1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강애리 외 1인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법 2018. 8. 17. 선고 2017노3965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 1은 2009년 공소외 1을 만나기 전에는 주로 화투 등을 직접 잘라서 붙이는 콜라주 기법의 작품을 제작하였고, 화투를 세밀하게 회화로 표현하는 등의 능력은 갖추고 있지 못하였으나, 화랑 관계자들이나 작품 구매를 원하는 사람들이 콜라주 작품보다는 회화를 선호하고, 작품의 예술성이 높아져 그림 가격이 올라가자, 2009년경 평소 알고 지내던 화가인 공소외 1에게 1점당 10만 원 상당의 돈을 주고 자신의 기존 콜라주 작품을 회화로 그려오게 하거나, 자신이 추상적인 아이디어만 제공하고 이를 공소외 1이 임의대로 회화로 표현하게 하거나, 기존 자신의 그림을 그대로 그려달라고 하는 등의 작업을 지시하고, 그때부터 2016. 3.경까지 공소외 1로부터 약 200점 이상의 완성된 그림을 건네받아 배경색을 일부 덧칠하는 등의 경미한 작업만 추가하고 자신의 서명을 하였음에도, 위와 같은 방법으로 그림을 완성한다는 사실을 누구에게도 알리지 아니하고, 사실상 공소외 1 등이 그린 그림을 마치 자신이 직접 그린 그림인 것처럼 전시하여 호당 30~50만 원에 판매하기로 마음먹고 위와 같은 사실을 고지하지 아니하고 피해자들에게 그림(이하 ‘이 사건 미술작품’이라고 한다)을 판매하여 그 대금 상당의 돈을 편취하였다는 것이다.
2. 1) 제1심은, 이 사건 미술작품의 창작적 표현작업이 주로 공소외 1 등에 의하여 이루어졌다는 사실은 이 사건 미술작품 거래에 있어서 설명가치 있는 정보에 해당되고, 피고인들은 신의칙상 사전에 구매자들에게 그와 같은 사실을 고지할 의무가 있으며, 이를 고지하지 않고 판매한 것은 그 사실을 알지 못한 구매자들을 부작위에 의하여 기망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는 이유로, 유죄를 인정하였다.
2) 원심은, 피고인 1의 작품활동과 이 사건 미술작품의 제작과정 등에 관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확정하고, 이를 토대로 공소외 1과 공소외 2 등은 보수를 받고 피고인 1의 아이디어를 작품으로 구현하기 위하여 작품 제작에 도움을 준 기술적인 보조자일 뿐 그들 각자의 고유한 예술적 관념이나 화풍 또는 기법을 이 사건 미술작품에 구현한 이 사건 미술작품의 작가라고 평가할 수 없다고 보았다. 또한 원심은 이 사건 미술작품에서와 같이 보조자를 사용한 제작방식이 미술계에 존재하고 있는 이상, 이 사건 미술작품이 미술 분야의 특정한 장르(회화)에 해당함을 전제로 위와 같은 제작방식이 적합한지 여부나 그러한 제작방식이 미술계의 관행에 해당하는지 여부 혹은 일반인이 이를 용인할 수 있는지 여부 등은 창작활동의 자유 혹은 작가의 자율성 보장 등의 측면에서 원칙적으로 예술계에서 논의되어야 할 성질의 것이고 법률적 판단의 범주에 속하지 아니한다고 하였다. 그리하여 원심은 피고인 1이 보조자들을 활용하여 작품을 제작하였음에도 이러한 사실을 위 피고인이 ‘직접’ 그린 친작(親作)으로 오인한 구매자들에게 고지하지 아니하고 이 사건 미술작품을 판매함으로써 기망행위를 하였고 이로 인하여 착오에 빠진 피해자들의 재물을 편취한 것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다.
3.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가. 상고이유 제1점에 관하여
1) 검사는 원심이 확정한 사실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미술작품의 저작권은 대작화가인 공소외 1 등에게 귀속되고 피고인 1은 저작자로 볼 수 없으므로, 원심판결에는 저작물·저작자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한다.
2) 저작권법상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말하고, ‘저작자’는 저작물을 창작한 자를 말한다(저작권법 제2조 제1호, 제2호). 저작권은 구체적으로 외부에 표현한 창작적인 표현형식만을 보호대상으로 하므로, 2인 이상이 저작물의 작성에 관여한 경우 그중에서 창작적인 표현형식 자체에 기여한 자만이 그 저작물의 저작자가 되고, 창작적인 표현형식에 기여하지 아니한 자는 비록 저작물의 작성 과정에서 아이디어나 소재 또는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는 등의 관여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저작물의 저작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1999. 10. 22. 선고 98도112 판결, 대법원 2009. 12. 10. 선고 2007도7181 판결 등 참조). 여기에서 사상이나 감정이 ‘표현’되었다고 하려면 머릿속에서 구상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어떤 형태나 방법으로든 외부에 나타나야 한다. 그 나타나는 방법이나 형태에 대하여는 아무런 제한이 없다.
저작물 중에서도 미술저작물은 인간의 사상이나 감정이 시각적 형상이나 색채 또는 이들의 조합에 의하여 미적(美的)으로 표현되어 있는 저작물이다(저작권법 제4조 제1항). 미술저작물은 다른 일반 저작물과 달리 그것이 화체된 유체물이 주된 거래의 대상이 되며, 그 유체물을 공중이 볼 수 있도록 공개하는 ‘전시’라는 이용형태가 특별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미술저작물의 창작행위는 공개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으므로 실제 누가 저작자인지 다투어지는 경우가 많이 있다. 저작물을 창작한 사람을 저작자라고 할 때 그 창작행위는 ‘사실행위’이므로 누가 저작물을 창작하였는지는 기본적으로 사실인정의 문제이다. 그러나 창작과정에서 어떤 형태로든 복수의 사람이 관여되어 있는 경우에 어느 과정에 어느 정도 관여하여야 창작적인 표현형식에 기여한 자로서 저작자로 인정되는지는 법적 평가의 문제이다. 이는 미술저작물의 작성에 관여한 복수의 사람이 공동저작자인지 또는 작가와 조수의 관계에 있는지 아니면 저작명의인과 대작(代作)화가의 관계에 있는지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런데 미술저작물을 창작하는 여러 단계의 과정에서 작가의 사상이나 감정이 어느 단계에서 어떤 형태와 방법으로 외부에 나타났다고 볼 것인지는 용이한 일이 아니다. 본래 이를 따지는 일은 비평과 담론으로 다루어야 할 미학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에 관한 논란은 미학적인 평가 또는 작가에 대한 윤리적 평가에 관한 문제로 보아 예술 영역에서의 비평과 담론을 통해 자율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하고, 이에 대한 사법 판단은 그 논란이 법적 분쟁으로 비화하여 저작권 문제가 정면으로 쟁점이 된 경우로 제한되어야 한다.
3) 저작권법은 저작자 아닌 자를 저작자로 하여 실명·이명을 표시하여 저작물을 공표한 자를 형사처벌한다(저작권법 제137조 제1항 제1호). 그런데 검사는 이 사건을 사기죄로 기소하였을 뿐 저작권법 위반으로 기소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이 사건 공소사실에서 누가 이 사건 미술작품의 저작자라는 것인지 표시하지도 않았다. 이 사건 미술작품은 ‘사실상 공소외 1이 그린 것인데 피고인 1이 마치 위 그림을 직접 그린 것처럼 행세하면서 위와 같은 사실을 고지하지 않은 것’이 범죄라고 한다. 그렇다고 하여 이 사건 미술작품을 ‘사실상’ 그렸다고 지목한 공소외 1이 저작자라고 하는 것도 아니다. 물론 미술저작물의 저작자 아닌 자가 마치 저작자인 것처럼 행세하여 그 미술품을 판매하였다면 이는 형법상 사기죄에 해당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 사건 공소사실의 기재내용을 위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자세히 살펴보면, 검사는 피고인 1이 이 사건 미술작품의 창작과정, 특히 조수 등 다른 사람이 관여한 사정을 알리지 않은 것이 사기죄에서의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제기를 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사건 형사재판에서 이 사건 미술작품의 저작자가 누구인지가 정면으로 문제 되었다고 볼 수 없다. 원심이 이 사건 미술작품의 저작자가 피고인 1이라고 본 것이나 그와 같은 창작방식이 미술계에 존재한다고 기술한 데에 논란이 있을 수는 있지만 이제 와서 검사가 원심에 저작물·저작자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형사소송법상 심판의 대상에 관한 불고불리 원칙에 반하는 것이다. 이와 다른 견해에 선 상고이유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나. 상고이유 제2, 4점에 관하여
1) 검사는 미술작품의 양식인 회화의 거래에서 그 작품이 작가가 창작적 표현작업에까지 전적으로 관여한 ‘친작’과 그렇지 않은 작품 사이에는 구매자의 입장에서 그 선호도에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은 물론이고 구매 여부의 판단이나 가격의 결정에까지 영향을 미치므로 그와 관련된 내용은 미술작품 거래에서 중요한 정보라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거래관념에 부합함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러한 사실에 대하여 고지의무를 인정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고, 이 사건 공소사실 중에는 고지의무 위반 외에도 이른바 묵시적 기망행위에 관한 부분도 있는데 이에 대하여 판단을 유탈한 것은 위법하다고 주장한다.
2) 사기죄의 요건으로서의 기망은 널리 재산상의 거래관계에서 서로 지켜야 할 신의와 성실의 의무를 저버리는 모든 적극적 또는 소극적 행위를 말하는 것이고, 이러한 소극적 행위로서의 부작위에 의한 기망은 법률상 고지의무 있는 자가 일정한 사실에 관하여 상대방이 착오에 빠져 있음을 알면서도 이를 고지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대법원 2000. 1. 28. 선고 99도2884 판결 등 참조). 여기에서 법률상 고지의무는 법령, 계약, 관습, 조리 등에 의하여 인정되는 것으로서 문제가 되는 구체적인 사례에 즉응하여 거래실정과 신의성실의 원칙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법률상 고지의무를 인정할 것인지는 법률문제로서 상고심의 심판대상이 되지만 그 근거가 되는 거래의 내용이나 거래관행 등 거래실정에 관한 사실을 주장·증명할 책임은 검사에게 있다.
3) 앞에서 본 것처럼, 검사는 피고인 1이 이 사건 미술작품의 창작과정, 특히 조수 등 다른 사람이 관여한 사정을 알리지 않은 것은 신의칙상 고지의무 위반으로서 사기죄에서의 기망행위에 해당하고 그 그림을 판매한 것은 판매대금의 편취행위라고 한다. 그와 같이 보려면 다음의 두 가지가 전제되어야 한다. 하나는 미술작품의 거래에서 창작과정을 알려주는 것, 특히 작가가 조수의 도움을 받았는지 등 다른 관여자가 있음을 알려주는 것이 관행이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 사건 미술작품을 구매한 사람이 이러한 사정에 관한 고지를 받았더라면 그 거래에 임하지 아니하였을 것이라는 관계가 인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미술작품의 거래에서 기망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그 미술작품에 위작 여부나 저작권에 관한 다툼이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원은 미술작품의 가치 평가 등은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하는 사법자제 원칙을 지켜야 한다. 법률에만 숙련된 사람들이 회화의 가치를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고, 미술작품의 가치를 인정하여 구매한 사람에게 법률가가 속았다고 말하는 것은 더욱 그러하기 때문이다.
먼저 원심은, 미술작품의 거래에서 그 작품이 친작인지 혹은 보조자를 사용하여 제작되었는지 여부는, 작가나 작품의 인지도, 아이디어의 독창성이나 창의성, 작품의 예술적 완성도 등을 포함하는 작품의 수준, 희소성, 가격 등과 함께 구매자들이 작품 구매 여부를 결정하는 제반 요소 중의 하나가 될 수는 있지만, 구매자들마다 작품을 구매하는 동기나 목적, 용도 등이 다양하여 위의 요소들이 제각기 다른 중요도를 가지거나 어느 요소는 전혀 고려되지 않을 수도 있는 사정 등을 감안하면, 이는 일반적으로 작품 구매자들에게 반드시 필요하거나 중요한 정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보았다.
나아가 원심은 이 사건에서 피해자들은 이 사건 미술작품이 ‘피고인 1의 작품’으로 인정받고 유통되는 상황에서 이를 구입한 것이었고, 피고인 1이 다른 사람의 작품에 자신의 성명을 표시하여 판매하였다는 등 이 사건 미술작품이 위작 시비 또는 저작권 시비에 휘말린 것이 아닌 이상, 이 사건 미술작품의 제작과정이 피해자들의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기대와 다르다는 이유로 피해자들이 이 사건 미술작품에 관하여 착오에 빠져 있었다거나 위 피고인에게 기망당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하였다. 그리하여 원심은 이러한 사정과 기록에 나타난 피해자들의 구매 동기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해자들이 이 사건 미술작품을 피고인 1의 친작으로 착오한 상태에서 구매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수긍이 가고, 거기에 사기죄에서 법률상 고지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또한 원심의 판단에는 피고인 1이 자신이 이 사건 미술작품의 저자인 것처럼 행세한 것이 묵시적 기망행위라는 주장을 배척하는 취지를 포함하고 있으므로, 거기에 판단유탈의 위법이 없다.
다. 상고이유 제3, 5점에 관하여
검사는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데에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으며, 피고인 1의 공범으로 기소된 피고인 2에 대하여 공모관계와 기능적 행위지배를 인정하지 않은 것은 위법이라고 주장한다.
원심판결의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형법상 공모관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4.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정화(재판장) 권순일(주심) 이기택 김선수 | [1] 저작권법 제2조 제1호, 제2호, 제4조 제1항 제4호 / [2] 형법 제347조, 형사소송법 제308조 / [3] 형법 제347조 제1항, 저작권법 제2조 제1호, 제2호, 제4조 제1항 제4호, 형사소송법 제308조, 제325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법 2020. 4. 1. 선고 2017노4304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근로기준법 위반죄의 ‘사용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3호는 ‘재심청구의 사유가 있는 때’에는 원심판결에 대한 상고이유로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 제420조 제5호는 ‘유죄의 선고를 받은 자에 대하여 무죄 또는 면소를, 형의 선고를 받은 자에 대하여 형의 면제 또는 원판결이 인정한 죄보다 경한 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를 재심사유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란 확정된 원판결의 소송절차에서 발견되지 못하였거나 또는 발견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제출할 수 없었던 증거로서 그 증거가치가 확정판결이 그 사실인정의 자료로 한 증거보다 논리와 경험의 법칙상 객관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보이는 증거를 의미한다(대법원 2005. 1. 4.자 2004모428 결정 등 참조).
피고인이 상고심에 이르러 제출한 자료를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그 자료를 제출함으로써 무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심판결에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에서 정한 재심청구사유가 있다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또 기록을 살펴보아도 원심 소송절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피고인의 최후진술권, 공판조서열람권 등을 침해한 잘못이 있다는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정화(재판장) 권순일(주심) 이기택 김선수 |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3호, 제420조 제5호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1 외 4인
【상 고 인】
검사
【원심판결】
서울남부지법 2019. 2. 15. 선고 2017노1250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 2, 피고인 4에 대한 부분, 피고인 3에 대한 다른 사람의 성명 또는 상호 사용 중개업무로 인한 공인중개사법 위반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남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검사의 피고인 1, 피고인 5에 대한 상고와 피고인 3에 대한 나머지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인 2, 피고인 4 및 피고인 3에 대한 다른 사람의 성명 또는 상호 사용 중개업무로 인한 공인중개사법 위반 부분에 관하여
가. 공소사실 요지
개업공인중개사는 다른 사람에게 자기의 성명 또는 상호를 사용하여 중개업무를 하게 해서는 안 되고, 누구든지 다른 사람의 성명 또는 상호를 사용하여 중개업무를 해서는 안 된다.
1) 피고인 2는 2015. 10.경부터 2016. 1. 중순경까지 서울 강서구 (주소 1 생략) ‘(상호 1 생략) 공인중개사’ 사무실에 중개사무소 등록증을 게시하고 피고인 3으로 하여금 자신의 성명과 상호를 사용하여 중개업무를 하도록 하였다.
2) 피고인 3은 2015. 10.경부터 2016. 1. 중순경까지 (상호 1 생략) 공인중개사 사무실에서 피고인 2의 성명과 상호를 사용하여 중개업무를 하였다.
3) 피고인 4는 2015. 10.경부터 같은 해 12. 31.까지 서울 강서구 (주소 2 생략) ‘(상호 2 생략) 공인중개사’ 사무실에서 중개사무소 등록증을 게시하고 공소외 1로 하여금 자신의 성명과 상호를 사용하여 중개업무를 하도록 하였다.
나. 원심 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인들에 대한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였다.
1) 피고인들에게 공인중개사법 제19조 제1항, 제2항 위반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피고인 3과 공소외 1이 각자 피고인 2와 피고인 4의 성명이나 상호를 사용하여 중개업무를 하여야 한다. 그러나 피고인 3과 공소외 1이 매매를 알선한 공소외 2의 (주소 3 생략)에 대한 분양권(이하 ‘이 사건 분양권’이라 한다)은 공소외 2가 특정 동·호수를 배정받기는 했지만 그 지위는 특별분양 요건을 충족하는 것을 조건으로 공소외 5 공사와 분양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정도에 불과하고 특정 동·호수에 입주할 수 있는 권리에는 이르지 못하였으므로 공인중개사법 제3조 제2호에 규정된 중개대상물인 ‘건축물’이 아니다.
2) 따라서 피고인 3과 공소외 1이 이 사건 분양권의 매매알선을 했더라도 이를 중개업무를 한 것으로 볼 수 없고, 피고인 3과 공소외 1이 이 사건 분양권의 매매알선 외에 다른 중개업무를 하였다고 인정할 증거도 없다.
다. 대법원 판단
1) 공인중개사법 제2조 제1호는 ‘중개라 함은 제3조의 규정에 의한 중개대상물에 대하여 거래당사자 간의 매매·교환·임대차 그 밖의 권리의 득실변경에 관한 행위를 알선하는 것을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제3조는 중개대상물로 ‘1. 토지, 2. 건축물 그 밖의 토지의 정착물, 3. 그 밖에 대통령령이 정하는 재산권 및 물건’을 규정하고 있다. 위 제3조 제2호에 규정된 ‘건축물’에는 기존의 건축물뿐만 아니라 장차 건축될 특정의 건물도 포함되므로, 아파트의 특정 동·호수에 대하여 피분양자가 선정되거나 분양계약이 체결된 후에는 그 특정 아파트가 완성되기 전이라 하여도 이에 대한 매매 등 거래를 중개하는 것은 ‘건물’의 중개에 해당한다(대법원 2005. 5. 27. 선고 2004도62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공소외 2는 2015년경 공소외 5 공사에서 시행한 (단지명 생략) 분양주택 입주자모집공고에 따라 특별분양을 신청하여 2015. 9. 16. 피분양자로 당첨되었고, 2015. 10. 2. (단지명 생략)(동·호수 생략)를 배정받았다.
(나) 공소외 2는 피고인 1, 공소외 3, 피고인 5, 공소외 1(피고인 4 명의 사용), 피고인 3(피고인 2 명의 사용)의 순차 중개로 2015. 10. 17. 공소외 4에게 이 사건 분양권을 매도하였다.
(다) 공소외 5 공사는 2015. 10. 말경부터 11월 초순경 사이에 공소외 2에 대한 특별분양 자격에 관한 서류를 심사한 결과 공소외 2가 특별분양 요건을 갖추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공소외 2를 특별분양에서 탈락시켰다. (단지명 생략) 분양주택에 대한 분양계약 체결기간은 2015. 11. 16.부터 같은 달 18일까지였는데, 공소외 2는 그 전에 특별분양이 취소되어 분양계약을 체결하지 못하였다.
3) 위 사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공소외 2는 (단지명 생략) 아파트에 대한 특별분양에 당첨되어 (동·호수 생략)를 배정받기까지 했으므로, 이 사건 분양권은 매매알선 당시 동·호수가 특정되어 거래 대상이 구체화되었으므로 중개대상물인 ‘건축물’에 해당하고, 이 사건 분양권의 매매를 알선하는 것은 중개행위에 해당한다.
원심은 이 사건 분양권의 매매알선이 중개대상물인 ‘건축물’의 중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는바,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공인중개사법 제3조 제2호의 중개대상물인 ‘건축물’의 의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이유는 이유 있다.
2. 피고인 1에 대한 부분 및 피고인 5, 피고인 3에 대한 양도금지 증서 등 중개로 인한 각 공인중개사법 위반 부분에 관하여
원심은 이 사건 분양권은 공인중개사법 제33조 제5호의 ‘관계 법령에서 양도 등이 금지된 부동산의 분양과 관련 있는 증서 등’에 해당하지 않고, 피고인 1, 피고인 3은 공인중개사법 제33조의 수범자인 ‘개업공인중개사 등’도 아니라는 이유로, 이 부분 각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였다. 원심판결의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와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잘못 인정하거나 공인중개사법 제33조의 ‘개업공인중개사 등’, 같은 조 제5호의 ‘관계 법령에서 양도·알선 등이 금지된 부동산의 분양·임대 등과 관련 있는 증서 등’의 의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3. 피고인 5에 대한 무등록 중개업자로부터 중개를 의뢰받은 행위로 인한 공인중개사법 위반 부분에 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이를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였다. 원심판결의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의 이유 설시에 다소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있으나,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와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하거나 공인중개사법 위반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 2, 피고인 4에 대한 부분, 피고인 3에 대한 다른 사람의 성명 또는 상호 사용 중개업무로 인한 공인중개사법 위반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서울남부지방법원에 환송하며, 검사의 피고인 1, 피고인 5에 대한 상고와 피고인 3에 대한 나머지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박상옥(주심) 안철상 김상환 | 공인중개사법 제2조 제1호, 제3조 제2호, 제19조, 제49조 제1항 제7호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한원우 외 2인
【원심판결】
대구고법 2019. 11. 21. 선고 2019노335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점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이유 무죄 부분 제외)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심리주의 원칙을 위반한 잘못이 없다.
2. 상고이유 제2점
가. 검사와 피고인 양쪽이 상소를 제기한 경우, 어느 일방의 상소는 이유 없으나 다른 일방의 상소가 이유 있어 원판결을 파기하고 다시 판결하는 때에는 이유 없는 상소에 대해서는 판결이유 중에서 그 이유가 없다는 점을 적으면 충분하고 주문에서 그 상소를 기각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1959. 7. 31. 선고 4292형상327 판결 참조).
나. 피고인과 검사는 제1심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하였다. 원심은 판결이유 중 ‘피고인의 강제추행죄 성립 여부에 관한 판단’ 부분에서 ‘피고인이 피해자의 어깨를 주무르듯이 만져 강제추행한 사실이 인정된다. 그런데도 피고인이 피해자의 어깨를 톡톡 쳤다고만 인정한 제1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다.’고 판단하고, ‘검사의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특수강제추행)의 점에 관한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 부분에서 검사의 이 부분 항소이유를 배척한 다음,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제1심판결 중 피고인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다시 판결을 하였다.
원심은 명시적으로 피고인의 항소를 이유 없다고 판단하지는 않았으나 검사의 항소가 일부 이유 있다는 원심판단 속에는 피고인의 항소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판단이 포함되어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위와 같은 사건 경과를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판결 주문에서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는 표시를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을 위반한 잘못이 없다.
3. 결론
피고인의 상고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동원(재판장) 김재형(주심) 민유숙 노태악 |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 제6항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 정향 담당변호사 김영성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법 2015. 4. 24. 선고 2014노4413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는 이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2020. 5. 19. 법률 제1726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성폭력처벌법’이라 한다) 제11조는 ‘대중교통수단, 공연·집회 장소, 그 밖에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에서 사람을 추행한 사람’을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입법 취지는 도시화된 현대사회에서 다중이 출입하는 공공연한 장소에서 추행 발생의 개연성과 함께 그에 대한 처벌의 필요성이 높아진 반면, 피해자와 접근이 용이하고 추행장소가 공개되어 있는 등의 사정으로 피해자의 명시적·적극적인 저항이나 회피가 어려운 상황을 이용하여 유형력을 행사하는 것 이외의 방법으로 이루어지는 추행행위로 말미암아 형법 등 다른 법률에 따른 처벌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다. 여기에서 ‘추행’이란 일반인을 기준으로 객관적으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을 말한다. 이에 해당하는지는 피해자의 성별,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관계,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 행위 양태, 주위의 객관적 상황과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대법원 2012. 2. 23. 선고 2011도17441 판결 참조).
원심은 성폭력처벌법 위반(공중밀집장소에서의 추행)죄가 기수에 이르기 위해서는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할 만한 행위로서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를 행위자가 대상자를 상대로 실행하는 것으로 충분하고, 행위자의 행위로 말미암아 대상자가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반드시 실제로 느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이유로 변경된 공소사실 중 주위적 공소사실인 성폭력처벌법 위반(공중밀집장소에서의 추행) 부분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에서 본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성폭력처벌법 위반(공중밀집장소에서의 추행)죄에서 추행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동원(재판장) 김재형(주심) 민유숙 노태악 | [1] 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2020. 5. 19. 법률 제1726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1조 / [2] 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2020. 5. 19. 법률 제1726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1조 | 형사 |
【피 고 인】
망 피고인
【재항고인】
검사
【원심결정】
의정부지법 2019. 10. 2.자 2019재노3 결정
【주 문】
원심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재항고이유를 본다.
1. 군사법원의 판결이 확정된 후 피고인에 대한 재판권이 더 이상 군사법원에 없게 된 경우에 군사법원의 판결에 대한 재심사건의 관할은 원판결을 한 군사법원과 같은 심급의 일반법원에 있고(대법원 2015. 5. 21. 선고 2011도1932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여기에서 ‘군사법원과 같은 심급의 일반법원’은 법원조직법과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추상적 기준에 따라 획일적으로 결정하여야 한다.
2. 가.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유언비어를 날조 및 유포함으로써 1972. 10. 17. 선포된 비상계엄의 계엄사령관이 발령한 계엄포고 제1호의 제5항을 위반하였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되어 1972. 11. 30. 제6군단 계엄보통군법회의에서 장기 1년 6월, 단기 1년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관할관이 확인한 원판결에 대하여 항소한 사실, 육군고등군법회의는 1973. 1. 10. 위 판결을 파기하고 당시 19세의 무직자이던 피고인에 대하여 구 계엄법(1981. 4. 17. 법률 제3442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15조, 구 소년법(1988. 12. 31. 법률 제4057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54조 제1항을 적용하여 장기 6월, 단기 3월의 징역형에 처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그 판결이 관할관 확인을 거쳐 그대로 확정된 사실, 이 사건에 대한 군법회의의 재판권이 구 계엄법 제23조와 비상계엄 해제 후의 군법회의 재판권 연기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제6396호)에 따라 1972. 12. 13. 위 비상계엄 해제 뒤인 1973. 1. 13.까지 연장되었다가 위 연장 기한 만료와 함께 소멸한 사실, 검사가 2019. 3. 25. 피고인에 대한 위 고등군법회의 판결에는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가 정한 재심사유가 있음을 주장하며 피고인이 2003. 10. 29. 사망할 당시의 주민등록지인 동두천시를 관할하는 의정부지방법원에 이 사건 재심을 청구한 사실, 의정부지방법원은 이 사건 재심사건을 합의부에 배당하여 원심법원이 심리하게 된 사실을 알 수 있다.
나.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은 계엄사령관의 조치에 응하지 아니한 자를 3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한 구 계엄법 제15조 위반으로 공소가 제기되었고, 그 후 법원조직법이 제1심 관할을 지방법원 합의부로 정하고 있는 사건으로 공소사실이 변경되거나 그러한 공소사실이 추가된 바 없으므로, 이 사건 항소심판결인 위 고등군법회의 판결에 대한 재심사건의 관할은, 사형, 무기 또는 단기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금고에 해당하는 사건을 지방법원 합의부가 제1심으로 심판할 사건으로, 지방법원 단독판사의 판결에 대한 항소 사건을 지방법원 합의부가 제2심으로 심판할 사건으로 각각 정하고 있는 법원조직법 제32조 제1항, 제2항의 규정에 따라 지방법원 합의부에 있다.
다. 그럼에도 육군고등군법회의에 대응하는 일반법원은 의정부지방법원 합의부가 아니라는 이유를 들어 재심청구를 기각한 원심결정에는 구 군법회의법에 의하여 설치된 고등군법회의의 항소심판결에 대한 재심사건의 관할법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결정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검사의 재항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대법관 김상환(재판장) 박상옥 안철상(주심) 노정희 | 법원조직법 제32조, 형사소송법 제4조, 제420조, 제423조, 제438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홍강오
【원심판결】
창원지법 2020. 4. 21. 선고 2019노2562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0조는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에 관한 처벌 규정인데, 제1항에서 “업무, 고용이나 그 밖의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 감독을 받는 사람에 대하여 위계 또는 위력으로 추행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업무, 고용이나 그 밖의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 감독을 받는 사람’에는 직장 안에서 보호 또는 감독을 받거나 사실상 보호 또는 감독을 받는 상황에 있는 사람(형법 제303조의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에 관한 대법원 1976. 2. 10. 선고 74도1519 판결, 대법원 2001. 10. 30. 선고 2001도4085 판결 참조)뿐만 아니라 채용 절차에서 영향력의 범위 안에 있는 사람도 포함된다.
그리고 ‘위력’이란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힘을 말하고, 유형적이든 무형적이든 묻지 않고 폭행·협박뿐만 아니라 사회적·경제적·정치적인 지위나 권세를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며, 현실적으로 피해자의 자유의사가 제압될 필요는 없다. 위력으로써 추행하였는지는 행사한 유형력의 내용과 정도, 행위자의 지위나 권세의 종류, 피해자의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관계,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인 행위 모습, 범행 당시의 정황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98. 1. 23. 선고 97도2506 판결, 대법원 2019. 9. 9. 선고 2019도2562 판결 등 참조).
원심은, 편의점 업주인 피고인이 아르바이트 구인 광고를 보고 연락한 피해자를 채용을 빌미로 주점으로 불러내 의사를 확인하는 등 면접을 하고, 이어서 피해자를 피고인의 집으로 유인하여 피해자의 성기를 만지고 피해자에게 피고인의 성기를 만지게 한 행위를 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인은 채용 권한을 가지고 있는 지위를 이용하여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여 피해자를 추행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단은 위에서 본 법리에 기초한 것으로 정당하다. 원심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업무, 고용이나 그 밖의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 감독을 받는 사람’과 ‘위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피고인의 상고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동원(재판장) 김재형(주심) 민유숙 노태악 | [1]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0조 제1항 / [2]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0조 제1항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장준동 외 1인
【원심판결】
부산지법 2015. 2. 12. 선고 2014노4004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1.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가. 채무자가 금전채무를 담보하기 위한 저당권설정계약에 따라 채권자에게 그 소유의 부동산에 관하여 저당권을 설정할 의무를 부담하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들어 채무자가 통상의 계약에서 이루어지는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채권자와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채권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채무자가 저당권설정계약에 따라 채권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저당권을 설정할 의무는 계약에 따라 부담하게 된 채무자 자신의 의무이다. 채무자가 위와 같은 의무를 이행하는 것은 채무자 자신의 사무에 해당할 뿐이므로, 채무자를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채무자가 제3자에게 먼저 담보물에 관한 저당권을 설정하거나 담보물을 양도하는 등으로 담보가치를 감소 또는 상실시켜 채권자의 채권실현에 위험을 초래하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다.
위와 같은 법리는, 채무자가 금전채무에 대한 담보로 부동산에 관하여 양도담보설정계약을 체결하고 이에 따라 채권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해 줄 의무가 있음에도 제3자에게 그 부동산을 처분한 경우에도 적용된다(대법원 2020. 6. 18. 선고 2019도1434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나.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해자에 대한 배임 부분의 요지는, 피고인이 이 사건 부동산 등의 시공을 동업하던 공소외인의 피해자에 대한 채무의 지급을 위하여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양도담보설정계약을 체결하였으므로 이 사건 부동산을 타에 처분하는 등 채무의 담보능력을 감소하게 해서는 아니 될 임무가 있음에도 그러한 임무에 위배하여 이 사건 부동산을 다른 사람에게 7,920만 원에 매도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줌으로써 피해자에게 같은 금액 상당의 손해를 가하였다는 것이다. 원심은 위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로 판단하였다.
다. 그러나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양도담보설정계약에서 피고인과 피해자 간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은 채무의 변제와 이를 위한 담보에 있고, 피고인을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피해자와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피해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는 이상, 피고인을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와 달리 피고인이 이에 해당된다고 전제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배임죄에 있어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2. 파기의 범위
위와 같은 이유로 원심판결 중 배임 부분을 파기하여야 하는데, 원심은 이 부분 공소사실과 나머지 유죄 부분 공소사실이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관계에 있다는 이유로 하나의 형을 선고하였으므로 원심판결은 전부 파기될 수밖에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안철상(재판장) 박상옥 노정희 김상환(주심) | 형법 제355조 제2항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법무법인 서상 담당변호사 이정환 외 2인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법 2018. 3. 29. 선고 2017노4331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및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방조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환송한다. 검사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기 및 사기방조 부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부분 주위적 공소사실인 사기 및 예비적 공소사실인 사기방조의 점에 대하여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이를 모두 무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와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잘못 인정하거나 사기죄의 편취범의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2.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하 ‘유사수신행위법’이라 한다) 위반 및 유사수신행위법 위반 방조 부분
가. 유사수신행위법 위반 부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부분 주위적 공소사실인 유사수신행위법 위반의 점에 대하여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이를 무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와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잘못 인정하거나 관련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나. 유사수신행위법 위반 방조 부분
1) 이 부분 예비적 공소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고인이 투자자들에게 성명불상의 운영자들이 개설하여 유사수신영업을 하는 해외법인 공소외 회사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재된 광고팩 구입에 따른 수익 배당과 원금 보장 등을 설명하고 투자를 권유하여 위 회사의 회원으로 가입하게 하고, 투자자들로부터 광고팩 구입비를 송금받아 환전한 후 위 회사의 회원별 계정으로 송금해 줌으로써, 공소외 회사 회사의 운영자들이 장래에 출자금을 초과하는 금액을 지급하는 것을 약정하고 출자금을 받는 유사수신행위를 하는 것을 용이하게 하여 방조하였다.
2)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위 공소사실에 대하여 정범의 범죄행위에 대한 증명이 부족하다고 보아, 이를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였다.
가) 정범에 해당하는 공소외 회사의 불상의 운영자들의 국적을 알 수 없어 대한민국 법률이 적용되는지 여부, 대한민국 법률이 아니라면 어떤 법률이 적용되는지 여부 등이 분명하지 않다.
나) 공소외 회사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시된 이 사건 사업설명에 의하면 정범인 불상의 운영자들이 유사수신행위법 제2조 제1호에서 정한 원금보장약정을 하였다거나 법령에 의한 인허가를 득하거나 등록·신고 등을 하였는지 여부에 대한 증명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3)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유사수신행위법 제3조는 ‘누구든지 유사수신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2조 제1호는 다른 법령에 따른 인허가 등을 받지 않고 불특정 다수인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행위로서 ‘장래에 출자금의 전액 또는 이를 초과하는 금액을 지급할 것을 약정하고 출자금을 받는 행위’를 유사수신행위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유사수신행위를 금지하는 입법 취지는 관계 법령에 의한 인허가 등을 받지 않고 불특정 다수인으로부터 출자금, 예금 등의 명목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행위를 규제하여 선량한 거래자를 보호하고 건전한 금융질서를 확립하려는 데에 있다. 이러한 유사수신행위법의 입법 취지나 법 규정상 ‘출자금’이라는 용어의 의미에 비추어 보면, 실질적으로 상품의 거래가 매개된 자금을 받는 행위는 출자금을 받는 행위라고 보기 어렵고 그것이 상품의 거래를 가장하거나 빙자한 것일 뿐 사실상 금전의 거래라고 볼 수 있는 경우에 한하여 유사수신행위법이 금지하는 유사수신행위로 볼 수 있다(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7도6241 판결, 대법원 2016. 9. 8. 선고 2015도14373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1) 공소외 회사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시된 수익금 지급약정은 투자자가 광고팩을 구입한 후 88일 동안 광고보기 등을 수행하면 구입비의 150%를 수익금으로 지급받게 되는 등 일정 기간 광고미션을 수행하면 고정적으로 구입비 이상의 수익금을 지급하겠다는 취지이고, 수익금 지급조건으로 제시된 광고보기 등은 1일 최대 20회까지 인터넷 배너 광고를 보고 클릭하는 정도로서 누구나 단시간에 손쉽게 수행할 수 있는 행위이다.
(2) 공소외 회사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시된 ‘쉬프트’ 조건에 관한 내용을 보면 회사의 자산 대비 수익금 지급채무가 과다할 때 수익금의 지급 시기를 일시 유예할 수 있다는 취지이고, 약정한 수익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리고 ‘쉬프트’ 조건이 발동되더라도 회원별로 지급 유예된 수익금이 전산상 표시되며, 실제로 피고인과 이 사건 투자자들 대부분이 ‘쉬프트’ 조건에 대하여 수익금 지급의 일시 유예로 이해하였다.
(3)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공소외 회사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국내 인허가는 받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4) 공소외 회사의 운영자들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하여 회원 모집 광고를 하고 수익금 지급약정을 체결하면서 광고팩을 판매하였다. 이 사건 투자자들이 공소외 회사의 회원으로 가입하고 수익금 지급약정을 체결하는 행위 및 피고인이 이 사건 투자자들의 위임에 따라 광고팩 구입비를 외화로 환전하여 공소외 회사 명의 계좌로 송금하는 행위가 국내에서 이루어졌다.
다) 위와 같이 유사수신행위의 일부인 유사수신약정 체결 및 위 약정에 따른 출자금을 수수하는 행위가 대한민국 영역 내에서 이루어진 이상, 비록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설한 장소나 출자금을 최종적으로 수령한 장소가 대한민국 영역 외라 하더라도 대한민국 영역 내에서 죄를 범한 것이므로(대법원 2000. 4. 21. 선고 99도3403 판결, 대법원 2012. 4. 26. 선고 2012도2626 판결 등 참조), 공소외 회사의 불상의 운영자들에 대하여도 형법 제2조, 제8조에 따라 대한민국의 형벌법규인 유사수신행위법 제3조, 제2조 제1호가 적용된다.
그리고 위와 같은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공소외 회사의 운영자들은 국내 관계 법령에 따른 인허가 등을 받지 않고 투자자들로부터 광고팩 구입비 명목의 출자금을 지급받으면서 이를 초과하는 수익금 지급약정을 하였고, 투자자들이 하는 광고보기 등의 행위는 용역제공을 가장하거나 빙자하기 위한 것일 뿐 사실상 금전의 거래라고 볼 수 있으므로, 이는 유사수신행위법 제2조 제1호에서 정한 유사수신행위에 해당한다. 나아가 출자금을 초과하는 금액을 지급하기로 약정한 이상 지급을 일시 유예할 수 있는 조건을 부가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이와 달리 판단할 것은 아니다.
라) 그럼에도 원심이 앞서 본 이유만으로 정범의 범죄행위에 대한민국의 형벌법규가 적용되는지 여부가 분명하지 않고 공소외 회사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시된 수익금 지급약정이 유사수신행위법 제2조 제1호에서 정한 유사수신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정범의 범죄행위에 대한 증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데에는, 유사수신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파기의 범위
앞서 본 이유로 원심판결 중 예비적 공소사실인 유사수신행위법 위반 방조 부분을 파기하여야 하는바, 이와 동일체의 관계에 있는 주위적 공소사실인 유사수신행위법 위반 부분 역시 파기를 면할 수 없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유사수신행위법 위반 및 유사수신행위법 위반 방조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며, 검사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박상옥(주심) 안철상 김상환 |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1조, 제2조 제1호, 제3조, 제6조 제1항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및 검사
【변 호 인】
법무법인 여는 담당변호사 이종희
【원심판결】
서울남부지법 2018. 10. 26. 선고 2017노1648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인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2015. 8. 28.자, 2015. 9. 19.자, 2015. 9. 23.자 각 일반교통방해 부분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와 같이 일반교통방해죄의 성립요건, 고의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판단을 누락하는 등 위법이 없다.
2. 검사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가. 헌법재판소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2007. 5. 11. 법률 제8424호로 전부 개정된 것, 이하 ‘집시법’이라고 한다) 제11조 제1호 중 ‘국회의사당’에 관한 부분 및 제23조 중 제11조 제1호 가운데 ‘국회의사당’에 관한 부분은 모두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 “위 법률조항은 2019. 12. 31.을 시한으로 개정될 때까지 계속 적용한다.”라는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였고[헌법재판소 2018. 5. 31. 선고 2013헌바322, 2016헌바354, 2017헌바360, 398, 471, 2018헌가3, 4, 9(병합) 전원재판부 결정, 이하 ‘이 사건 헌법불합치결정’이라고 하고, 위 법률조항을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고 한다], 국회는 2019. 12. 31.까지 이 사건 법률조항을 개정하지 않았다.
나.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결정은 헌법과 헌법재판소법이 규정하고 있지 않은 변형된 형태이지만 법률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에 해당한다(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4도7111 판결, 헌법재판소 2004. 5. 27. 선고 2003헌가1, 2004헌가4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집시법 제23조 제3호는 제11조 제1호를 위반할 것을 구성요건으로 삼고 있어 집시법 제11조 제1호는 집시법 제23조 제3호와 결합하여 형벌에 관한 법률조항을 이루게 된다. 따라서 이 사건 헌법불합치결정은 형벌에 관한 법률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이라 할 것이다. 그리고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3항 본문에 따라 형벌에 관한 법률조항에 대하여 위헌결정이 선고된 경우 그 조항이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하므로, 법원은 당해 조항이 적용되어 공소가 제기된 피고사건에 대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여야 한다(대법원 2011. 6. 23. 선고 2008도7562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다.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고인이 집회금지장소인 국회의사당 경계지점으로부터 100m 이내의 장소에서 개최된 집회에 참가하였다는 부분(2015. 5. 2.자 및 2015. 5. 26.자 집시법 위반의 점)에 대하여 공소 제기의 근거가 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이 사건 헌법불합치결정에 따라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하였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였다.
라.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와 같이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결정의 효력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마. 한편 검사는 원심판결 전부에 대하여 상고하였으나, 유죄 부분에 관하여는 상고장에 적법한 상고이유의 기재가 없고 상고이유서에도 불복이유의 기재가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박상옥(주심) 안철상 김상환 |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1조 제1호, 제23조 제3호,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3항, 형사소송법 제325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유한) 원 외 1인
【원심판결】
수원고법 2020. 2. 6. 선고 2019노391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공소제기의 적법성 및 정치자금법 위반죄의 성립에 관한 주장에 대하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유무죄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정치자금법 제45조 제1항의 구성요건해당성 및 죄수, 사회상규 등 위법성 조각사유, 이중기소, 이유모순, 공소장일본주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항소심의 심판범위 및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에 관한 주장에 대하여
가. 형사소송법 제361조의5는 제15호에서 ‘형의 양정이 부당하다고 인정할 사유가 있는 때’를 항소이유로 할 수 있는 사유로 규정하고 있고, 형사소송규칙 제155조는 항소이유서에 항소이유를 구체적으로 간결하게 명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위 각 규정에 의하면, 검사가 제1심 유죄판결 또는 일부 유죄, 일부 무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 전부에 대하여 항소하면서, 항소장이나 항소이유서에 단순히 ‘양형부당’이라는 문구만 기재하였을 뿐 그 구체적인 이유를 기재하지 않았다면, 이는 적법한 항소이유의 기재라고 볼 수 없다. 한편 검사가 항소한 경우 양형부당의 사유는 직권조사사유나 직권심판사항에 해당하지도 않는다. 그러므로 위와 같은 경우 항소심은 검사의 항소에 의해서든 직권에 의해서든 제1심판결의 양형이 부당한지 여부에 관하여 심리·판단할 수 없고, 따라서 제1심판결의 유죄 부분의 형이 너무 가볍다는 이유로 파기하고 그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대법원 2008. 1. 31. 선고 2007도8117 판결, 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6도19824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당명 생략) 간부로 활동하던 피고인이 2016. 6. 15.부터 2017. 5. 25.까지 사이에 주식회사 공소외 1(이하 ‘공소외 1 회사’라고 한다)이 렌트비와 임금 등을 지급하는 공소외 2가 운전하는 렌트 차량(이하 ‘이 사건 차량’이라 한다)을 원심 판시 범죄일람표(이하 ‘범죄일람표’라 한다) 기재와 같이 이용함으로써 정치자금법에서 정하지 아니한 방법으로 액수 불상 교통비 상당의 정치자금을 기부받음과 동시에 법인인 공소외 1 회사로부터 액수 불상의 정치자금을 기부받았다는 것이다. 검사는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정치자금법 제45조 제1항 위반과 정치자금법 제45조 제2항 제5호 위반의 상상적 경합으로 기소하였다.
2) 제1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① 정치자금법 제45조 제1항 위반의 점 중 1심 판시 범죄일람표 순번 6-1, 8-1, 10, 11 부분에 대해서는 피고인이 이 사건 차량을 이용하였다는 점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여 판결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하고, 나머지에 대해서는 정치자금법 위반죄를 유죄로 인정하여 벌금 90만 원을 선고하고, ② 정치자금법 제45조 제2항 제5호 위반의 점에 대해서는 피고인이 그 비용을 법인인 공소외 1 회사가 부담한다는 점을 알았다는 점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판결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하였다.
3) 피고인은 제1심판결 중 유죄 부분에 대하여 사실오인, 법리오해 등을 이유로 항소하였고, 검사는 제1심판결 전부에 대하여 사실오인 및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하였다. 그런데 검사가 제출한 항소장 중 ‘항소의 이유’란에는 “이 사건 기록에 나타난 사정을 종합하면, 법인으로부터 정치자금을 수수하였다는 정치자금법 위반의 점에 대해서도 유죄가 인정됨에도 원심은 위 범죄사실을 제외한 부분에 대해서만 유죄를 선고하였는바, 사실오인 및 그로 인한 양형부당에 대해 항소함”이라고 기재되어 있을 뿐, 양형부당에 관하여 구체적인 이유가 기재되어 있지 않다.
4) 검사가 법정기간 내에 제출한 항소이유서 제3항 제목 부분에 ‘사실오인 및 양형부당’이라고 기재되어 있는데, 제3항 본문의 내용 부분에는 주로 제1심판결 중 정치자금법 제45조 제2항 위반 부분에 대한 사실오인에 관한 이유가 기재되어 있고, 양형부당에 관해서는 “이와 같이 법인으로부터 자금 수수 부분이 유죄로 인정된다면, 법정 외 정치자금 수수의 점에 관하여서만 벌금 9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은 양형부당의 위법이 있다고 할 것입니다.”라고 기재되어 있을 뿐(이는 무죄 부분이 유죄로 인정될 것을 전제로 한 양형부당 주장에 불과하다), 제1심판결 중 유죄 부분에 대한 양형부당에 관하여는 구체적인 이유가 기재되어 있지 않다. 항소이유서 결론 부분에도 “원심은 사실오인으로 인하여 무죄를 선고하였고, 이러한 위법은 원심의 양형에도 영향을 미쳤으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원심 구형대로 형을 선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기재되어 있을 뿐, 제1심판결 중 유죄 부분에 대한 양형부당에 관하여는 구체적인 이유가 기재되어 있지 않다.
5) 검사는 항소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2019. 10. 17. 원심 제1회 공판기일에서 항소이유서를 진술한 다음, 항소이유의 요지로 ‘무죄 부분에 대한 사실오인 및 전체적으로 양형부당을 항소이유로 주장한다.’고 진술하였다.
6) 원심은 제1심판결 유죄 부분에 대한 피고인의 항소이유 및 제1심판결 무죄 부분에 대한 검사의 항소이유는 각 배척하고, 제1심판결 유죄 부분에 대한 검사의 양형부당 항소이유는 받아들여, 그와 포괄일죄 내지 상상적 경합관계에 있는 이유무죄 부분을 포함하여 제1심판결을 전부 파기한 다음, 제1심판결과 동일하게 유무죄 판단을 하면서 피고인에 대하여 벌금 300만 원을 선고하였다.
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1) 검사는 제1심판결 유죄 부분에 대하여 항소장이나 항소이유서에 ‘양형부당’이라고 기재하였을 뿐 구체적인 이유를 기재하지 않았으므로, 제1심판결 유죄 부분에 대하여 적법한 양형부당의 항소이유를 기재하였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원심은 검사의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으로든 직권으로든 제1심판결 유죄 부분의 양형이 부당한지 여부를 심리·판단할 수 없으므로, 제1심판결 무죄 부분에 대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 이상, 피고인에 대하여 제1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
2) 그럼에도 원심은 제1심판결 중 유죄 부분에 대하여 검사가 적법한 양형부당의 항소이유를 제시하였음을 전제로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들어 제1심판결의 양형이 가벼워 부당하다고 판단하여,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제1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검사의 적법한 항소이유 기재 방식, 항소심의 심판범위, 불이익변경금지원칙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인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파기의 범위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은 파기되어야 하고, 위 파기 부분과 포괄일죄 내지 상상적 경합의 관계에 있는 이유무죄 부분도 함께 파기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원심판결은 전부 파기되어야 한다.
4. 결론
그러므로 피고인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상환(재판장) 박상옥 안철상(주심) 노정희 | 형사소송법 제361조의4 제1항, 제361조의5 제15호, 제364조 제1항, 제2항, 형사소송규칙 제155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백승현
【원심판결】
청주지법 2019. 11. 14. 선고 2019노795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 제출된 최후진술서 등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법조경합은 1개의 행위가 외관상 수 개의 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것처럼 보이나 실질적으로 1죄만을 구성하는 경우를 말하며, 실질적으로 1죄인가 또는 수죄인가는 구성요건적 평가와 보호법익의 측면에서 고찰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4. 1. 15. 선고 2001도1429 판결 등 참조).
산지관리법과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이하 ‘경제자유구역법’이라고 한다)은 각기 그 입법 목적과 보호법익을 달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공소사실과 관련된 처벌조항인 산지관리법 제53조 제1호, 제14조 제1항 본문과 경제자유구역법 제33조 제1호, 제7조의5 제1항을 비교하여 보면, 경제자유구역법 제2조의3 본문이 ‘이 법에 따른 경제자유구역에 대한 지원과 규제의 특례에 관한 규정은 다른 법률에 따른 지원과 규제의 특례에 관한 규정에 우선하여 적용한다’고 정하면서 같은 법 제9조의2 이하에서 다른 법률에 관한 각종 특례조항을 별도로 두고 있음에도, 산지관리법 제14조 제1항 본문에 관한 특례나 위 조항의 적용을 배제하는 규정을 따로 정하고 있지 아니한데, 두 처벌조항이 정한 행위의 대상지역 및 허가권자, 금지되는 행위의 내용 등 구체적인 구성요건에 있어서 상당한 차이가 있으므로,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볼 때, 이 사건 산지관리법 위반죄가 경제자유구역법 위반죄와 법조경합 관계에 있다고 보기 어렵고, 두 죄는 각기 독립된 구성요건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1. 11. 24. 선고 2010도8568 판결 참조).
따라서 같은 전제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산지관리법이나 경제자유구역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한편 피고인의 행위가 형법 제16조의 법률의 착오에 해당한다거나 책임조각사유인 기대가능성이 없다는 취지의 주장은 피고인이 이를 항소이유로 삼거나 원심이 직권으로 심판대상으로 삼은 바가 없는 것을 상고심에 이르러 비로소 주장하는 것으로서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3.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권순일(재판장) 이기택 박정화(주심) 김선수 | [1] 형법 제37조, 제40조 / [2] 형법 제37조, 제40조, 산지관리법 제14조 제1항, 제53조 제1호,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 제2조의3, 제7조의5 제1항, 제33조 제1호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환송판결】
대법원 2018. 12. 13. 선고 2016도14671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창원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고인은 현역병 입영대상자인바, 2015. 11. 2.경 주거지에서, 2015. 12. 8. 춘천시에 있는 102보충대에 입영하라는 경남지방병무청장 명의의 입영통지서를 수령하였음에도 입영일부터 3일이 경과한 날까지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하지 아니하였다.
2. 원심은, 다음의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병역거부는 신앙 또는 내심의 가치관·윤리적 판단에 근거하여 형성된 진지한 양심의 결정에 따른 것으로서 병역법 제88조 제1항이 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이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정당한 사유가 없다고 보기에 부족하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가. 피고인은 아직 정식으로 침례를 받지 아니하였으나 이른바 ‘모태신앙’으로 여호와의 증인의 신도인 어머니의 영향하에 어렸을 때부터 위 종교를 신봉하여 왔다.
나. 피고인은 정기적으로 집회에 참석하고, 신앙생활과 관련된 각종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또한 각종 선교활동에 참여하고 종교시설에 대한 유지보수에 자원하여 봉사하는 등 생활의 상당 부분을 종교 활동에 매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 피고인은 입영통지를 받은 후 병무청에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다는 취지의 진술서를 제출하고, 병역법 위반 혐의에 대하여 조사를 받으면서 ‘저는 침례를 받지는 않았지만 여호와의 증인으로서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하여 양심적 병역거부를 한 것입니다. 그래서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입영할 수 없으며 대체복무가 생긴다면 대체복무를 하겠다는 내용의 서한문을 작성하여 병무청장을 수신자로 하여 보냈습니다’라고 진술하였다.
라. 피고인은 입영을 거부할 당시 다른 신도들이 병역법 위반으로 유죄판결을 선고받아 형 집행을 받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와 같이 입영 거부에 따른 여러 가지 불이익이 있음에도, 피고인은 병역법 위반으로 기소되어 제1심에서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환송 전 항소심과 상고심 및 원심법원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마. 피고인은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전혀 없고, 종교적 신념에 반하는 폭력적인 성향을 보였던 자료도 찾아볼 수 없다. 피고인의 학교 생활기록부를 보더라도 피고인이 학창시절 교리에 어긋나게 행동했던 흔적을 찾아볼 수 없고, 피고인이 학교를 졸업한 후 사회생활을 하는 기간에도 교리에 어긋나게 행동했다고 볼 만한 사정이 발견되지 않는다. 나아가 피고인은 군과 무관한 기관이 주관하는 순수한 민간 대체복무제도가 시행되면 이에 따르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3. 그러나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는 종교적·윤리적·도덕적·철학적 또는 이와 유사한 동기에서 형성된 양심상 결정을 이유로 집총이나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하는 행위를 말한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병역의무의 이행을 일률적으로 강제하고 그 불이행에 대하여 형사처벌 등 제재를 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를 비롯한 헌법상 기본권 보장체계와 전체 법질서에 비추어 타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소수자에 대한 관용과 포용이라는 자유민주주의 정신에도 위배된다. 따라서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라면, 이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
구체적인 병역법 위반 사건에서 피고인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할 경우, 그 양심이 과연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것인지를 가려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인간의 내면에 있는 양심을 직접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는 없으므로 사물의 성질상 양심과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예컨대 종교적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 주장에 대해서는 종교의 구체적 교리가 어떠한지, 그 교리가 양심적 병역거부를 명하고 있는지, 실제로 신도들이 양심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고 있는지, 그 종교가 피고인을 정식 신도로 인정하고 있는지, 피고인이 교리 일반을 숙지하고 철저히 따르고 있는지, 피고인이 주장하는 양심적 병역거부가 오로지 또는 주로 그 교리에 따른 것인지, 피고인이 종교를 신봉하게 된 동기와 경위, 만일 피고인이 개종을 한 것이라면 그 경위와 이유, 피고인의 신앙기간과 실제 종교적 활동 등이 주요한 판단 요소가 될 것이다. 피고인이 주장하는 양심과 동일한 양심을 가진 사람들이 이미 양심적 병역거부를 이유로 실형으로 복역하는 사례가 반복되었다는 등의 사정은 적극적인 고려요소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위와 같은 판단 과정에서 피고인의 가정환경, 성장과정, 학교생활, 사회경험 등 전반적인 삶의 모습도 아울러 살펴볼 필요가 있다.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양심은 그 사람의 삶 전체를 통하여 형성되고, 또한 어떤 형태로든 그 사람의 실제 삶으로 표출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당한 사유가 없다는 사실은 범죄구성요건이므로 검사가 증명하여야 한다. 다만 진정한 양심의 부존재를 증명한다는 것은 마치 특정되지 않은 기간과 공간에서 구체화되지 않은 사실의 부존재를 증명하는 것과 유사하다. 위와 같은 불명확한 사실의 부존재를 증명하는 것은 사회통념상 불가능한 반면 그 존재를 주장·증명하는 것이 좀 더 쉬우므로, 이러한 사정은 검사가 증명책임을 다하였는지를 판단할 때 고려하여야 한다. 따라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하는 피고인은 자신의 병역거부가 그에 따라 행동하지 않고서는 인격적 존재가치가 파멸되고 말 것이라는 절박하고 구체적인 양심에 따른 것이며 그 양심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것이라는 사실의 존재를 수긍할 만한 소명자료를 제시하고, 검사는 제시된 자료의 신빙성을 탄핵하는 방법으로 진정한 양심의 부존재를 증명할 수 있다. 이때 병역거부자가 제시하여야 할 소명자료는 적어도 검사가 그에 기초하여 정당한 사유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가능할 정도로 구체성을 갖추어야 한다(대법원 2018. 11. 1. 선고 2016도10912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나. 1) 이러한 법리에 따라 이 사건 공소사실의 유무죄를 가림에 있어서는 피고인으로부터 병역거부에 이르게 된 그의 양심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것이라는 사실의 존재를 수긍할 만한 구체적인 소명자료를 제출받아 이를 자세히 심리할 필요가 있다.
2) 모든 종교는 각각의 교리에 맞는 고유한 의식을 가지기 마련이고, 이러한 의식은 어느 한 종교를 다른 종교들과 구분하는 기준이 되거나 그 종교만의 독자적인 정체성을 형성하는 요소 중의 하나인 것이며, 신도들로 이루어진 공동체에 의하여 대대로 유지·계승된다는 특징을 갖는다. 따라서 어느 종교의 신도들이 그 고유의 의식에 참여한다는 것은 종교생활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이는 여호와의 증인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다.
피고인은 자신이 이른바 ‘모태신앙’으로서 여호와의 증인의 신도인 어머니의 영향하에 어렸을 때부터 해당 종교를 신봉하여 왔다고 주장하면서도, 위 종교의 공적 모임에서 자신의 신앙을 고백하고 그 종교의 다른 신도들로부터 공동체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지는 중요한 의식인 침례를 병역거부 당시는 물론이고 원심 변론종결 당시까지도 받지 아니하였다. 비록 침례를 받았는지 여부 자체가 피고인이 주장하는 양심이 그의 내면에 실재하는지를 결정적으로 좌우하는 사항은 아닐지라도, 종교적인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하고 있는 이 사건의 특성상 피고인이 밝히는 양심과 불가분적으로 연계된 종교적 신념이 얼마만큼 피고인에게 내면화·공고화되었는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단초로 삼기에는 충분하다. 더욱이 피고인은 여호와의 증인에 정식으로 입문하는 의식인 침례를 아직까지 받지 않은 경위와 이유는 물론이고, 향후의 계획 등에 대하여도 구체적으로 밝히거나 이를 뒷받침할 자료를 제시한 바가 없다.
3) 또한 이 사건 기록에는 피고인이 자신이 여호와의 증인의 신도로서 봉사활동을 한 자료라면서 제출한 사진 몇 장과 학교생활에 관한 자료로 제출한 초·중·고등학교 생활기록부가 편철되어 있을 뿐, 위 종교에서 피고인을 정식 신도로 인정하고 있는지, 피고인이 교리 일반을 숙지하고 철저하게 따르고 있는지, 피고인의 신앙기간과 실제 종교적 활동이 어떠하였는지 등을 보여주는 위 종교단체 명의의 사실확인서나 그 밖에 이에 관하여 알 수 있는 다른 자료들은 제출되지 않았다. 피고인이 제출한 사진들이나 학교 생활기록부를 보아도 피고인이 어떠한 종교적 신념을 가지고 있는지, 어떠한 종교적 활동을 하였는지를 구체적으로 알기 어렵다.
4) 이처럼 피고인이 여호와의 증인의 신도라고 하면서도 아직 침례를 받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종교적 신념의 형성 여부 및 그 과정 등에 관하여 구체성을 갖춘 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고 있어, 피고인의 주장과 달리 가정환경 및 성장과정 등 삶의 전반에서 해당 종교의 교리 및 가르침이 피고인의 신념 및 사유체계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만큼 지속적이면서 공고하게 자리 잡았다고 보기 어려운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나아가 설령 피고인이 그 주장대로 침례를 받지 않고도 지금까지 종교적 활동을 하여 온 것이 맞는다 하더라도, 이러한 종교적 활동은 여호와의 증인의 교리 내지 신앙에 관하여 확신에 이르거나 그 종교적 신념이 내면의 양심으로까지 자리 잡게 된 상태가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행해질 수 있다. 그러므로 피고인이 병역거부에 이르게 된 원인으로 주장하는 ‘양심’이 과연 그 주장에 상응하는 만큼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것인지, 종교적 신념에 의한 것이라는 피고인의 병역거부가 실제로도 그에 따라 행동하지 않고서는 인격적 존재가치가 파멸되고 말 것이라는 절박하고 구체적인 양심에 따른 것으로서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지에 대하여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5) 그런데도 원심은 위에서 본 의문점들을 비롯하여 피고인이 주장하는 종교적 신념의 형성 여부 및 그 과정 등에 관하여 피고인에게 구체적인 소명자료를 제시하도록 석명을 구한 다음 이에 따라 추가로 심리·판단하지 아니한 채 판시와 같은 사정만으로 피고인에게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가 인정된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라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재형(재판장) 민유숙 이동원(주심) 노태악 | [1] 헌법 제19조, 제37조 제2항, 제39조 제1항, 병역법 제88조 제1항, 형사소송법 제308조 / [2] 헌법 제19조, 제39조 제1항, 병역법 제88조 제1항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및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김두섭
【원심판결】
서울고법 2020. 2. 7. 선고 2019노2571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관련 공소사실의 요지
1) 제1차 범행
피고인은 2018. 12. 7. 01:19경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성명불상의 판매책으로부터 대마 3.5g을 70만 원에 매수하기로 하고, 위 판매책이 알려준 공소외 1 명의 계좌로 70만 원을 송금하였으나, 위 판매책이 대마를 보내주지 않아 미수에 그쳤다.
2) 제3차 범행
피고인은 2018. 12. 17. 00:24경 위 판매책으로부터 향정신성의약품인 엠디엠에이(MDMA, 일명 ‘엑스터시’, 이하 ‘엑스터시’라고 한다) 1정을 8만 원에 매수하기로 하고, 위 판매책이 알려준 위 계좌로 8만 원을 송금하였으나, 위 판매책이 엑스터시를 보내주지 않아 미수에 그쳤다.
3) 제4차 범행
피고인은 2018. 12. 20. 23:30경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성명불상의 판매책으로부터 대마 3g을 57만 5,000원에 매수하기로 하고, 위 판매책이 알려준 공소외 2 명의 계좌로 57만 5,000원을 송금하였으나, 위 판매책이 대마를 보내주지 않아 미수에 그쳤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매수인이 마약류 매매대금을 지급한 것만으로 실행의 착수를 인정하기 어렵고, 마약류에 관한 매매의 합의가 성립한 후 그 마약류의 처분권한을 매수인에게로 이전하는 행위 또는 그 마약류의 점유를 매수인에게로 이전하는 행위가 매도인 또는 매수인에 의하여 시작되는 시점에 마약류 매수의 실행의 착수가 있게 된다고 보아야 하는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이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직권으로 제1, 3, 4차 각 미수 범행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다만 원심은 제1, 4차 각 범행에 대하여는 예비죄의 성립을 인정하였다.
다. 대법원의 판단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1)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59조 제1항 제7호 및 제60조 제1항 제2호에서 규정하는 대마 또는 향정신성의약품의 매매행위는 매도·매수에 근접·밀착하는 행위가 행하여진 때에 그 실행의 착수가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마약류에 대한 소지의 이전이 완료되면 기수에 이른다고 할 것이다.
2) 판매책인 공소외 3이 피고인에게 이 사건 제1, 3, 4차 미수 범행에 대한 공소사실 기재 각 일시에 그 매매목적물인 마약류를 소지 또는 입수하였거나 그것이 가능한 상태에 있었고, 피고인이 그러한 상태에 있는 공소외 3에게 그 매매대금을 각 송금하였다면, 피고인이 각 마약류 매수행위에 근접·밀착하는 행위를 하였다고 볼 수 있다.
3) 그럼에도 원심은 이러한 사정에 관하여 전혀 심리하지 않은 채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피고인의 제1, 3, 4차 각 미수 범행이 실행의 착수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아 이 사건 제1, 3, 4차 각 마약류 매매 미수로 인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대마),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로 판단하고, 이 사건 제1, 4차 범행에 관하여 축소사실인 마약류 매매 예비로 인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대마)죄를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의 이 부분 판단에는 마약류 매수의 실행의 착수시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2. 피고인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원심판결에 몰수·추징에 관한 법리오해, 자백보강법칙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는 상고이유 주장은 피고인이 항소심에서 항소이유로 주장하거나 항소심이 직권으로 심판대상으로 삼아 판단한 사항이 아니므로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또한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고의에 관한 판단을 누락한 잘못이 있다고 볼 수도 없다.
나. 다만 원심이 판시 마약류로 인식한 물품 양수의 범행(이하 ‘이 사건 제2차 범행’이라 한다)에 대하여 27만 원의 추징을 명한 데에는 아래와 같은 위법이 있음을 지적하여 둔다.
1) 원심은 피고인이 이 사건 제2차 범행을 범하여 마약류 불법거래 방지에 관한 특례법(이하 ‘마약거래방지법’이라고 한다) 제9조 제2항을 위반하였다고 판시하면서 이 사건 제2차 범행에 제공된 자금인 27만 원에 대하여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마약류관리법’이라고 한다) 제67조 단서를 적용하여 추징을 명하였다.
2) 마약류관리법 제67조는 “이 법에 규정된 죄에 제공한 마약류·임시마약류 및 시설·장비·자금 또는 운반 수단과 그로 인한 수익금은 몰수한다. 다만 이를 몰수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그 가액을 추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마약거래방지법 제9조 제2항을 위반한 죄는 마약류관리법 제67조에서 정한 “이 법에 규정된 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3) 따라서 원심이 이 사건 제2차 범행에 대하여 27만 원의 추징을 명한 데에는 마약류관리법 제67조 단서에서 정한 추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3. 파기의 범위
앞서 본 바와 같이 원심판결 중 무죄 부분(이유무죄 포함)은 파기되어야 한다. 위 파기 부분과 일죄의 관계나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는 원심 판시 유죄 부분도 함께 파기되어야 하므로, 결국 원심판결을 전부 파기하여야 한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안철상(재판장) 박상옥 노정희 김상환(주심) |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59조 제1항 제7호, 제3항, 제60조 제1항 제2호, 제3항, 형법 제25조 제1항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항 고 인】
피고인
【원심결정】
인천지법 부천지원 2020. 4. 6.자 2020초기153 결정
【주 문】
원심결정을 취소한다.
이 사건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기간 중 준수사항에 1년 동안 [별지 3] 기재와 같은 준수사항을 추가한다.
【이 유】
1. 원심결정의 경과
가. 피고인은 2012. 7. 6. 서울고등법원 2012노537, 2012전노40(병합) 판결(이하 ‘본안판결’이라 한다)에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등)죄로 징역 6년,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 등을 선고받고, [별지 1] 기재 준수사항을 부과받았다. 피고인은 상고하였으나 2012. 10. 11. 상고가 기각됨으로써[대법원 2012도9001, 2012전도164(병합) 판결], 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나. 검사는 인천보호관찰소 부천지소장의 신청에 따라 2020. 3. 19. 특정 범죄자에 대한 보호관찰 및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전자장치부착법’이라 한다) 제14조의2에 의하여, 피고인에 대해 본안판결의 전자장치 부착명령 관련 [별지 2] 기재 준수사항(이하 ‘이 사건 추가 준수사항’이라 한다)의 추가를 청구하였다.
다. 원심법원은 검사의 청구를 받아들여 전자장치부착법 제14조의2 제1항 제1호, 제9조의2 제1항 제5호에 따라 ‘이 사건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기간 중 준수사항에 이 사건 추가 준수사항을 부과한다’는 결정을 하였다(위 법 제9조의2 제1항에 따라 준수사항 부과 시 준수기간을 정해야 하는데, 위 결정은 주문의 해석상 잔여 부착기간을 그 준수기간으로 한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은 이에 항고하였다.
2. 항고이유의 요지
피고인은 본안판결의 부착명령에 따른 준수사항을 잘 지키고 있고, 술을 마시고 폭행 사건에 연관된 적은 있으나 이로 인하여 처벌을 받은 사실은 없으며, 밤 12시 이전에 귀가하도록 노력하고 있고, 출소 후 결혼을 하여 안정된 삶을 살고 있다. 따라서 피고인에게 이 사건 추가 준수사항을 부과한 원심결정은 부당하다.
3. 판단
가. 전자장치부착법 제14조의2 제1항 제1호는 피부착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보호관찰 등에 관한 법률(이하 ‘보호관찰법’이라 한다) 제32조에 따른 준수사항을 위반한 경우 법원은 검사의 청구로 제9조의2 제1항의 준수사항을 추가하는 결정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같은 법 제9조의2 제1항은 ‘부착명령을 선고하는 경우 부착기간의 범위에서 준수기간을 정하여, (제1호) 야간 등 특정 시간대의 외출제한, (제2호) 특정지역·장소에의 출입금지, (제2호의2) 주거지역의 제한, (제3호) 피해자 등 특정인에의 접근금지, (제4호) 특정범죄 치료 프로그램의 이수, (제5호) 그 밖에 부착명령을 선고받는 사람의 재범방지와 성행교정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의 준수사항 중 하나 이상을 부과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또한 같은 법 제9조 제3항은 ‘부착명령을 선고받은 사람은 부착기간 동안 보호관찰법에 따른 보호관찰을 받는다’고 규정한다.
나. 보호관찰법 제32조 제1항, 제2항은 ‘보호관찰관의 지도·감독을 받으며 준수사항을 지키고 스스로 건전한 사회인이 되도록 노력할 것’, ‘범죄로 이어지기 쉬운 나쁜 습관을 버릴 것’ 등의 보호관찰 대상자의 일반적인 준수사항을 규정하고, 제3항은 별도로 부과할 수 있는 특별 준수사항을 규정하는데 그중 하나로 제7호에서 ‘일정량 이상의 음주를 하지 말 것’을 정하고 있다.
다. 보호관찰은 형벌이 아닌 보안처분의 성격을 갖는 것으로서, 과거의 불법에 대한 책임에 기초하고 있는 제재가 아니라 장래의 위험성으로부터 행위자를 보호하고 사회를 방위하기 위한 합목적적인 조치이다. 보호관찰은 위와 같은 형사정책적 견지에서 때로는 본래 개인의 자유에 맡겨진 영역이거나 또는 타인의 이익을 침해하는 법상 금지된 행위가 아니더라도 보호관찰 대상자의 특성, 그가 저지른 범죄의 내용과 종류 등을 구체적·개별적으로 고려하여 일정기간 동안 보호관찰 대상자의 자유를 제한하는 내용의 준수사항을 부과함으로써 대상자의 교화·개선을 통해 범죄를 예방하고 재범을 방지하려는 데 그 제도적 의의가 있다. 다만 법치주의와 기본권 보장의 원칙 아래에서 보호관찰 역시 자의적·무제한적으로 허용될 수는 없는바, 보호관찰은 필요하고도 적절한 한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가장 적합한 방법으로 실시되어야 하므로, 대상자가 준수할 수 있고 그 자유를 부당하게 제한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구체적으로 부과되어야 한다(대법원 2010. 9. 30. 선고 2010도6403 판결 참조). 이러한 법리는 전자장치부착법에 따라 준수사항을 부과할 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라. 이러한 법률 규정 및 법리와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보호관찰법 제32조에 따른 준수사항을 위반한 사실이 인정되고, 이 사건 추가 준수사항은 전자장치부착법 제9조의2 제1항 제5호가 정하는 ‘그 밖에 부착명령을 선고받는 사람의 재범방지와 성행교정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원심법원이 피고인에게 이 사건 추가 준수사항을 부과한 것은 피고인의 교화·개선을 위해 필요하다.
① 피고인은 본안판결의 전자장치 부착명령 기간 중 술을 마신 상태에서 (1) 2018. 6. 20. 별다른 이유 없이 피해자의 머리를 들이받는 등 폭행하고, 이를 말리는 다른 피해자를 발로 걷어차는 등 폭행하였고, (2) 2019. 9. 25. 공용화장실 앞에서 다른 피해자를 잡고 넘어뜨리는 등 폭행하였으며, (3) 2019. 11. 28. 호프집에서 다른 피해자의 얼굴을 때려 폭행하였다. 위 각 폭행행위는 각 공소권없음 처분을 받기는 하였으나 피고인은 위와 같이 부착명령 기간 중에 술을 마신 상태에서 여러 차례 범행을 저질렀다.
② 피고인은 본안판결 범행 전에도 음주운전 전과가 3회 있고, 본안판결 범죄사실의 내용도 피고인이 피해자와 술을 마신 후 술에 취하여 항거불능 상태인 피해자를 간음하였다는 것이다.
③ 피고인은 본안판결의 전자장치 부착명령 기간 중 두 차례 음주 후 자살을 시도하여 인천보호관찰소 부천지소 신속대응팀과 경찰이 출동하여 이를 제지한 사실이 있다.
④ 본안판결에 제출된 피고인에 대한 알코올사용장애 선별검사(AUDIT) 결과, 피고인은 총점 27점으로 ‘알코올중독’ 상태에 해당하는 것으로 평가되었다.
⑤ 피고인에게 기존의 [별지 1] 기재 준수사항과 보호관찰법 제32조에서 정한 일반적인 준수사항의 이행 의무가 부과되어 있으나, 이러한 준수사항만으로는 피고인의 음주에 의한 범행 및 일탈행위에 대해 지속적 관리와 신속한 대응을 할 수 없어 재범을 효과적으로 방지하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추가 준수사항을 부과함으로써 피고인에게 음주에 관한 실질적인 통제를 가하여 재범을 방지하고 재사회화를 도모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마. 다만 앞서 본 법리 및 사정과 다음의 사정을 종합하면, 원심이 이 사건 추가 준수사항에 준수기간의 제한을 두지 않고 잔여 부착기간 전부를 그 준수기간으로 정한 것은 필요하고도 적절한 한도 내에서 준수사항을 추가한 것으로 보기 어려우므로, 이러한 범위 내에서 원심결정은 부당하다. 따라서 원심결정을 취소하고, 이 사건 추가 준수사항에 1년의 준수기간을 정하여 피고인에게 [별지 3] 기재와 같은 준수사항을 부과하기로 한다.
① 이 사건 전자장치 부착기간은 2017. 11. 6.부터 2027. 11. 5.까지로 아직 7년 이상이 남아 있다.
② 형사정책적인 면에서 볼 때, 피고인에게 준수사항 추가 시 피고인이 스스로 이를 성실히 지키고 교화·개선될 유인을 제공할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서는 상황에 맞는 적정한 준수기간을 정할 필요가 있다. 전자장치부착법 제9조의2 제1항도 이러한 취지에서 준수사항 부과 시 부착기간의 범위에서 준수기간을 정하게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③ 일정량 이상의 음주를 제한하는 이 사건 추가 준수사항은 피고인의 자유를 상당히 제한하는 내용이다. 이러한 준수사항을 부과할 때에는 막연히 7년 넘게 남아 있는 잔여 부착기간 전부에 대하여 부과할 것이 아니라, 부착기간 범위에서 적정한 준수기간을 정할 수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한편 보호관찰소에서는 그 준수기간 동안 피고인을 계도하고, 그 후에도 같은 내용의 준수사항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검사에게 다시 준수사항의 추가 청구를 신청하는 방법으로 피고인에 대한 적절한 보호관찰이라는 목적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④ 앞서 본 사정과 본안판결에서는 이러한 준수사항이 부과되지 않았다가 부착기간 중의 피고인의 행동으로 인해 그 추가가 청구된 점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볼 때, 피고인에게 [별지 3] 기재와 같은 준수사항을 추가하되 그 준수기간을 1년으로 정함이 적정하다고 판단된다.
4. 결론
그렇다면 원심결정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이를 취소하고, 피고인에게 이 사건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기간의 범위에서 준수기간을 1년으로 정하여 [별지 3] 기재와 같은 준수사항을 추가하기로 한다.
판사 강영수(재판장) 정문경 이재찬 |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7조 제4항, 형법 제299조, 특정 범죄자에 대한 보호관찰 및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제3항, 제9조의2 제1항 제3호, 제4호, 제5호, 제14조의2 제1항 제1호, 보호관찰 등에 관한 법률 제32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및 검사
【변 호 인】
법무법인 엘케이비앤파트너스 외 7인
【원심판결】
수원고법 2019. 9. 6. 선고 2019노119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이유무죄 부분 포함)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수원고등법원에 환송한다. 검사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1) 각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부분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각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의 점에 대하여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이를 무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가) 피고인이 분당구보건소장 공소외 1로 하여금 성남시 정신건강센터(이하 ‘센터’라고 한다)의 센터장 공소외 2에게 공소외 3에 대한 평가문건의 수정을 요구하게 하고, 수정된 평가문건에 공소외 2의 도장을 날인하여 오게 한 것과 공소외 2로 하여금 위 평가문건을 수정하게 한 것은 피고인이 자신의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그 직무집행을 보조하는 사실행위를 하도록 한 것이거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서 말하는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
나) 피고인이 공소외 4 등 분당구보건소 관계자로 하여금 센터에 공소외 5의 면담결과를 요청하게 하고, 공소외 3에 대한 구 정신보건법(2013. 8. 6. 법률 제1199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정신보건법’이라고 한다) 제25조 제1항의 진단 및 보호 신청을 촉구하게 한 것과, 공소외 2 등 센터 관계자로 하여금 위 면담결과를 송부하게 한 것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서 말하는 ‘직권의 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
다) 공소외 2가 공소외 3에 대하여 진단 및 보호 신청을 한 것은 스스로의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을 뿐 피고인의 직권 행사로 인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라) 피고인이 공소외 4에게 공소외 3에 대하여 구 정신보건법 제25조 제3항에 따른 입원 절차를 진행하라는 취지로 지시하거나 재촉한 사실은 인정되나, 공소외 4 등이 공소외 3이 있다는 중원경찰서로 간 것이 위 조항에 따라 공소외 3을 강제입원시키기 위한 것이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공소외 4 등이 센터에 차량 등을 요청하고 중원경찰서로 간 것이 피고인의 지시 또는 재촉으로 인하여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서 말하는 ‘의무 없는 일’을 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2) ○○정신병원 입원 시도 부인 등 허위사실 공표에 의한 공직선거법 위반 부분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공소외 3 관련 허위사실 공표에 의한 공직선거법 위반 공소사실 중 ○○정신병원 입원 시도 부인 부분과 피고인이 절차를 중단시켰다는 부분에 대하여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이유에서 제1심판결의 결론대로 무죄로 판단하였다.
피고인이 2018. 5. 29. 열린 KBS 초청 경기도지사 후보자 토론회와 2018. 6. 5. 열린 경기도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MBC 경기도지사 후보자 토론회(이하 위 각 토론회를 ‘KBS 토론회’, ‘MBC 토론회’라고 하고, 함께 지칭할 때에는 ‘이 사건 토론회’라고 한다)에서 2010년경 공소외 3에 대한 ○○정신병원 입원 시도를 부인하는 취지로 발언하였다고 볼 수 없거나 허위사실 공표의 고의를 인정할 수 없고, 피고인이 공소외 3에 대한 구 정신보건법 제25조의 정신병원 입원 절차를 중단시켰다는 취지로 한 발언은 허위라거나 허위사실을 공표한다는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
3) 나머지 허위사실 공표에 의한 공직선거법 위반 부분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검사사칭 전과 및 대장동 도시개발사업 업적 관련 각 허위사실 공표에 의한 공직선거법 위반의 점에 대하여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이를 무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가) 피고인이 KBS 토론회에서 검사사칭 전과에 관하여 누명을 썼다는 취지로 한 발언은 위 전과 관련 형사판결에 대하여 허위사실을 주장한 것이라기보다는 ‘공무원자격사칭죄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것은 자신의 입장에서 볼 때 억울하다’는 의견을 표현한 것이고, 허위사실 공표의 고의도 인정하기 어렵다.
나) 피고인이 2018. 6. 2.경부터 2018. 6. 3.경까지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유권자들에게 배포된 책자형 선거공보물에 기재한 ‘대장동 도시개발사업과 관련하여 개발이익금 5,503억 원을 시민의 몫으로 환수하고, 920억 원은 대장동 지역 배후시설 조성비에 사용되었으며, 2,761억 원은 1공단 공원 조성 사업비에 사용되었다’는 부분과 2018. 6. 11. 17:00경 김포시 사우동에 있는 사우사거리에서 진행된 경기도지사 후보자 선거유세에서 한 같은 취지의 유세연설은 모두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고 세부적으로 진실과 약간의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에 불과하여 이를 허위사실의 공표로 볼 수 없고, 피고인이 허위성을 인식하였다고 인정하기도 어렵다.
나.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구 정신보건법 제25조 제1항에서 정한 ‘발견’의 의미,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성립,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1항에서 정한 ‘허위의 사실’의 의미 및 허위사실 공표의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한편 검사는 원심판결 전부에 대하여 상고하였으나, 나머지 부분에 대하여는 상고장이나 상고이유서에 구체적인 불복이유를 기재하지 않았다.
2. 피고인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공소권남용 및 공소장일본주의 위반 여부
1) 검사가 자의적으로 공소권을 행사하여 피고인에게 실질적인 불이익을 줌으로써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하였다고 보여지는 경우에 이를 공소권의 남용으로 보아 공소제기의 효력을 부인할 수 있다. 여기서 자의적인 공소권의 행사라 함은 단순히 직무상의 과실에 의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적어도 미필적이나마 어떤 의도가 있어야 한다(대법원 2017. 12. 13. 선고 2017도16223 판결 등 참조).
공소장일본주의는 검사가 공소를 제기할 때에는 원칙적으로 공소장 하나만을 제출하여야 하고 그 밖에 사건에 관하여 법원에 예단을 생기게 할 수 있는 서류 기타 물건을 첨부하거나 그 내용을 인용하여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형사소송규칙 제118조 제2항). 공소장에 법령이 요구하는 사항 외의 사실로서 법원에 예단이 생기게 할 수 있는 사유를 나열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도 이른바 ‘기타 사실의 기재 금지’로서 공소장일본주의의 내용에 포함된다. 공소장일본주의의 위배 여부는 공소사실로 기재된 범죄의 유형과 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 공소장에 첨부 또는 인용된 서류 기타 물건의 내용, 그리고 법령이 요구하는 사항 외에 공소장에 기재된 사실이 법관 또는 배심원에게 예단을 생기게 하여 법관 또는 배심원이 범죄사실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 장애가 될 수 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해당 사건에서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9. 10. 22. 선고 2009도7436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2) 원심은, 검사가 미필적이나마 어떤 의도를 가지고 피고인에게 유리한 주요 증거를 은폐하거나 증거의 조사와 현출을 방해하는 등 객관의무를 위반하여 공소권을 남용하였다고 볼 수 없고, 원심이 유죄로 판단한 부분의 공소사실이 법관으로 하여금 예단을 생기게 하여 범죄사실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 장애가 될 수 있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려워 공소장일본주의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소권남용과 공소장일본주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나. 강제입원 절차 관여 관련 허위사실 공표에 의한 공직선거법 위반죄의 성립 여부
1) 관련 법리
가)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1항(이하 ‘이 사건 조항’이라고 한다)은 ‘당선되거나 되게 할 목적으로 연설·방송·신문·통신·잡지·벽보·선전문서 기타의 방법으로 후보자에게 유리하도록 후보자, 후보자의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이나 형제자매의 출생지·가족관계·신분·직업·경력 등·재산·행위·소속단체, 특정인 또는 특정단체로부터의 지지 여부 등에 관하여 허위의 사실을 공표하거나 공표하게 한 자’를 처벌한다. 그 규정 취지는 선거인의 공정한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허위사실을 공표하는 행위 등을 처벌함으로써 선거운동의 자유를 해치지 않으면서 선거의 공정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대법원 2007. 2. 23. 선고 2006도8098 판결, 대법원 2007. 3. 15. 선고 2006도8368 판결 등 참조). 선거과정에서 유권자에게 허위사실이 공표되는 경우 유권자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없게 되어 민의가 왜곡되고 선거제도의 기능과 대의민주주의의 본질이 훼손될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헌법재판소 2014. 4. 24. 선고 2011헌바17 등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나) 대의민주주의 체제에서 국민은 선거과정에서 제공되는 정치적 정보와 의견의 교환, 토론을 통하여 형성된 의사를 선거에 반영하여 국민주권과 주민자치의 원리를 실현한다. 선거가 금권, 관권, 폭력 등에 의한 타락선거로 전락하는 것을 방지하고, 선거운동의 기회균등을 담보하기 위하여는 선거의 공정성이 확보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 선거운동에 대한 규제가 행하여지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선거의 궁극적인 목적은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를 대의기관의 구성에 정확하게 반영하는 데 있다. 자유선거의 원칙은 비록 우리 헌법에 명시되지는 않았지만 민주국가의 선거제도에 내재하는 법원리이고(헌법재판소 1994. 7. 29. 선고 93헌가4 등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선거과정에서 충분한 정보의 전달과 자유로운 의견의 소통이 이루어져야 한다. 선거의 공정성은 이러한 자유선거의 원칙을 실현하는 수단으로서 기능하는 것이므로, 선거의 공정성을 크게 해치지 않는 한 선거운동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여야 하고, 선거의 공정성을 위하여 선거운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경우에도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하며, 그 본질적 내용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헌법재판소 1999. 9. 16. 선고 99헌바5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공직선거법도 모든 국민은 누구든지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금지 또는 제한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자유롭게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제1조, 제58조 제2항). 또한 헌법상 모든 국민은 국가권력의 간섭이나 통제를 받지 아니하고 자유롭게 정치적 의사를 형성·발표할 수 있는 정치적 자유권을 가지고, 선거운동의 자유는 정치적 자유권의 주된 내용의 하나로서 널리 선거과정에서 의사를 표현할 자유의 일환이므로 표현의 자유의 한 태양이기도 하다(헌법재판소 1994. 7. 29. 선고 93헌가4 등 전원재판부 결정, 헌법재판소 2004. 3. 25. 선고 2001헌마710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자유로운 의사 표현과 활발한 토론이 보장되지 않고서는 민주주의가 존재할 수 없으므로 표현의 자유, 특히 공적·정치적 관심사에 대한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중요한 헌법상 권리로서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대법원 2018. 10. 30. 선고 2014다61654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다) 공직선거법은 선거운동의 방법으로 선거벽보의 작성·첩부(제64조), 선거공보의 작성·발송(제65조), 선거공약서의 배부(제66조), 신문·방송 광고(제69조, 제70조), 후보자 등의 방송연설(제71조), 공개장소에서의 연설·대담(제79조), 단체·언론기관의 후보자 등 초청 대담·토론회(제81조, 제82조), 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대담·토론회 및 정책토론회(제82조의2, 제82조의3), 인터넷광고(제82조의7)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이 중 단체·언론기관의 후보자 등 초청 토론회나 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토론회는 헌법상 선거공영제에 기초하여 고비용 정치구조의 개선과 선거운동의 공정성 확대를 위하여 도입된 선거운동방법의 하나로서, 후보자에게는 별다른 비용 없이 효율적으로 유권자에게 다가설 수 있게 하고, 유권자에게는 토론과정을 통하여 후보자의 정책, 정치이념, 통치철학, 중요한 선거쟁점 등을 파악하고 각 후보자를 적절히 비교·평가하여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다(헌법재판소 1998. 8. 27. 선고 97헌마372 등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이러한 후보자 토론회에 참여한 후보자 등은 토론을 할 때 다른 선거운동과 마찬가지로, 자신에 관한 것이든 다른 후보자에 관한 것이든 진실에 부합하는 주장만을 제시하고, 자신의 의견을 밝히고 다른 후보자에게 질문하거나 다른 후보자의 질문에 답변할 때에는 분명하고도 정확한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유권자가 각 후보자의 자질, 식견과 견해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원칙이다.
한편 후보자 토론회는 선거의 공정과 후보자 간 균형을 위하여 참여기회의 부여나 참여한 후보자 등의 발언순서, 발언시간 등 토론의 형식이 엄격하게 규제되고 있으므로(공직선거법 제82조 제3항, 제82조의2 제7항, 제14항, 공직선거관리규칙 제45조, 선거방송토론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에 관한 규칙 제23조 등 참조), 이러한 공정과 균형을 위한 기본 조건이 준수되는 한 후보자 등은 토론과정에서 최대한 자유롭고 활발하게 의사를 표현하고 실질적인 공방을 주고받을 수 있어야 한다. 후보자 토론회는 후보자 등이 직접 한자리에 모여 치열하게 질문과 답변, 공격과 방어, 의혹 제기와 해명 등을 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이고, 후보자 등 상호 간의 토론이 실질적으로 활성화되어야만 유권자는 보다 명확하게 각 후보자의 자질, 식견과 견해를 비교·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토론의 경우에는 미리 준비한 자료에 의하여 일방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연설 등의 경우와 달리, 후보자 사이에서 질문과 답변, 주장과 반론에 의한 공방이 제한된 시간 내에서 즉흥적·계속적으로 이루어지게 되므로 그 표현의 명확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토론회에서 후보자 등은 다른 후보자의 질문이나 견해에 대하여 즉석에서 답변하거나 비판하여야 하는 입장에 있으므로, 다른 후보자의 발언을 의도적으로 왜곡하지 않는 한 자신이 처한 입장과 관점에서 다른 후보자의 발언의 의미를 해석하고 대응하며, 이에 대하여 다른 후보자도 즉시 반론하거나 재질문 등을 함으로써 그 진실 여부를 밝히고 견해의 차이를 분명히 하여 유권자가 그 공방과 논쟁을 보면서 어느 후보자가 공직 적격성을 갖추고 있는지 검증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선거과정에서의 일반적인 절차이다(대법원 2007. 7. 13. 선고 2007도2879 판결 등 참조). 설령 후보자 등이 부분적으로 잘못되거나 일부 허위의 표현을 하더라도, 토론과정에서의 경쟁과 사후 검증을 통하여 도태되도록 하는 것이 민주적이고, 국가기관이 아닌 일반 국민이 그 토론과 후속 검증과정을 지켜보면서 누가 옳고 그른지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일정한 한계를 넘는 표현에 대해서는 엄정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지만, 그에 앞서 자유로운 토론과 성숙한 민주주의를 위하여 표현의 자유를 더욱 넓게 보장하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 표현의 자유가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하여는 그 생존에 필요한 숨 쉴 공간, 즉 법적 판단으로부터 자유로운 중립적인 공간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대법원 2018. 10. 30. 선고 2014다61654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선거의 공정을 위하여 필요하다는 이유로 부정확하거나 바람직하지 못한 표현들 모두에 대하여 무거운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선거운동방법으로서 후보자 토론회가 가지는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후보자 간 균형을 위한 엄격한 토론 형식과 시간적 제약, 토론기술의 한계 등으로 인하여 토론이 형식적·피상적인 데에 그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러한 현실적 한계에 더하여 국가기관이 토론과정의 모든 정치적 표현에 대하여 그 발언이 이루어진 배경이나 맥락을 보지 않고 일률적으로 엄격한 법적 책임을 부과한다면, 후보자 등은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후적으로 법적 책임을 부담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더더욱 활발한 토론을 하기 어렵게 된다. 이는 우리 사회의 중요한 공적·정치적 관심사에 대한 치열한 공방과 후보자 검증 등을 심각하게 위축시킴으로써 공개되고 공정한 토론의 장에서 후보자 사이의 상호 공방을 통하여 후보자의 자질 등을 검증하고자 하는 토론회의 의미가 몰각될 위험이 있다. 또한 선거를 전후하여 후보자 토론회에서 한 발언을 문제 삼아 고소·고발이 이어지고, 이로 인하여 수사권의 개입이 초래된다면 필연적으로 수사권 행사의 중립성에 대한 논란을 피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선거결과가 최종적으로 검찰과 법원의 사법적 판단에 좌우될 위험에 처해짐으로써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로 대표자를 선출한다는 민주주의 이념이 훼손될 우려도 있다.
라) 이 사건 조항은 형벌법규이다. 형벌법규는 문언에 따라 엄격하게 해석·적용하여야 하고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여서는 안 된다. 그리고 법률에 사용된 문언의 의미는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살피는 외에도 해당 규정의 입법 취지와 목적 등을 고려하여 그 문언의 논리적 의미를 분명히 밝히는 체계적·논리적 해석 방법에 따라 그 규정의 본질적 내용에 가장 접근한 해석을 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12. 7. 선고 2017도10122 판결 등 참조). 이러한 형벌법규 해석의 원칙을 토대로 앞서 살펴본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선거운동의 자유의 헌법적 의의와 중요성, 공직선거법상 후보자 토론회를 비롯한 선거운동에 관한 제반 규정의 내용과 취지, 후보자 토론회의 기능과 특성 등을 함께 고려하면, 공직선거 후보자 등이 후보자 토론회의 토론과정 중에 한 발언을 이유로 이 사건 조항에서 정한 허위사실공표죄로 처벌하는 것에는 신중을 기하여야 하고, 이 사건 조항에 의하여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행위의 범위에 관하여 보다 구체적이고 분명한 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이 사건 조항은 당선 될 목적으로 후보자에게 유리하도록 일정한 사항에 관하여 허위의 사실을 공표하는 행위를 처벌한다. 이 사건 조항의 행위태양인 ‘공표(公表)’란 사전적 의미대로 ‘여러 사람에게 널리 드러내어 알림’, 즉 ‘공개발표’를 뜻한다. 그러나 수단이나 방법의 여하를 불문하고 의사소통이 공연하게 행하여지는 모든 경우를 이 사건 조항에서 정한 허위사실공표죄로 처벌한다면, 헌법상 정치적 표현의 자유 및 선거운동의 자유가 지나치게 제한되는 결과가 발생하고, 결국 공직선거법이 선거의 공정성 확보라는 수단을 통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인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와 민주적인 절차에 의한 선거’를 실현하는 데 장해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 그러므로 후보자 등이 후보자 토론회에 참여하여 질문·답변을 하거나 주장·반론을 하는 것은, 그것이 토론회의 주제나 맥락과 관련 없이 일방적으로 허위의 사실을 드러내어 알리려는 의도에서 적극적으로 허위사실을 표명한 것이라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조항에 의하여 허위사실공표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이를 판단할 때에는 사후적으로 개별 발언들의 관계를 치밀하게 분석·추론하는 데에 치중하기보다는 질문과 답변이 이루어진 당시의 상황과 토론의 전체적 맥락에 기초하여 유권자의 관점에서 어떠한 사실이 분명하게 발표되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나아가 형사처벌 여부가 문제 되는 표현이 사실을 드러낸 것인지 아니면 의견이나 추상적 판단을 표명한 것인지를 구별할 때에는 언어의 통상적 의미와 용법, 증명가능성, 문제 된 말이 사용된 문맥과 표현의 전체적인 취지, 표현의 경위와 사회적 맥락 등을 고려하여 판단하되, 헌법상 표현의 자유의 우월적 지위, 형벌법규 해석의 원칙에 비추어 어느 범주에 속한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표현인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의견이나 추상적 판단을 표명한 것으로 파악하여야 한다. 또한 어떠한 표현이 공표된 사실의 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볼 때 중요한 부분에서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경우에는 세부적으로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더라도 이를 허위사실의 공표라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9도26 판결 등 참조). 특히 앞서 본 후보자 토론회의 기능과 특성을 고려할 때, 토론회에서 후보자 등이 선거인의 정확한 판단을 그르치게 할 수 있을 정도로 다른 후보자의 견해나 발언을 의도적으로 왜곡한 것이 아니라, 합리적으로 보아 가능한 범위 내에서 다른 후보자의 견해나 발언의 의미를 해석하고 이에 대하여 비판하거나 질문하는 행위는 진실에 반하는 사실을 공표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행하는 허위사실 공표행위로 평가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하고(대법원 2007. 7. 13. 선고 2007도2879 판결 참조), 이러한 법리는 다른 후보자의 질문이나 비판에 대해 답변하거나 반론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어야 한다.
공직선거법은 ‘허위의 사실’과 ‘사실의 왜곡’을 구분하여 규정하고 있으므로(제8조의4 제1항, 제8조의6 제4항, 제96조 제1항, 제2항 제1호, 제108조 제5항 제2호 등 참조), 적극적으로 표현된 내용에 허위가 없다면 법적으로 공개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사항에 관하여 일부 사실을 묵비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전체 진술을 곧바로 허위로 평가하는 데에는 신중하여야 하고, 토론 중 질문·답변이나 주장·반론하는 과정에서 한 표현이 선거인의 정확한 판단을 그르칠 정도로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한 것이 아닌 한, 일부 부정확 또는 다소 과장되었거나 다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경우에도 허위사실 공표행위로 평가하여서는 안 된다.
2) 이 사건에 대한 판단
가) 원심은, 피고인이 사실은 2012. 4.경부터 8월경까지 수회에 걸쳐 분당구보건소장 등에게 공소외 3에 대하여 구 정신보건법 제25조에 따른 강제입원 절차를 진행하도록 지시하였음에도, 이 사건 토론회에서 공소외 3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고 한 적이 전혀 없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은 선거인의 공정한 판단을 그르치게 할 정도로 사실을 왜곡한 것으로서 허위사실의 공표에 해당하고, 피고인에게 허위사실 공표의 고의 및 당선의 목적도 있었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공소외 3에 대한 강제입원 절차 관여 관련 허위사실 공표에 의한 공직선거법 위반의 점에 대하여 무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유죄로 판단하였다.
나) 그러나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1) 먼저 KBS 토론회에서의 피고인의 공소사실 기재 발언에 대하여 본다.
(가) 피고인은 위 토론회에서 상대 후보자인 공소외 6이 “형님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고 하셨죠? 그 보건소장을 통해서 하지 않았습니까?”라고 질문한 데 대하여 “그런 일 없습니다.”라고 답변하였다. 피고인의 위 발언은 의혹을 제기하는 공소외 6의 질문에 대하여 이를 부인하는 취지의 답변을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을 뿐 이를 넘어서 어떤 사실을 적극적이고 일방적으로 널리 드러내어 알리려는 의도에서 한 공표행위라고 볼 수는 없다.
공소외 6은 피고인의 위 부인 취지의 답변에 이어 “그러면 성남시청 8층에 위치한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위탁한 성남시 정신보건센터에서 공소외 3 씨에 대해 아무런 문진이나 검진도 없이 정신병자라고 판명했습니까?”라고 질문하였고, 피고인은 이에 대해 “그거는 어머니를 때리고, 어머니한테 차마 표현할 수 없는 폭언도 하고, 이상한 행동을 많이 했고, 실제로 정신치료를 받은 적도 있는데 계속 심하게 하기 때문에 어머니, 저희 큰 형님, 저희 누님, 저희 형님, 제 여동생, 제 남동생, 여기서 진단을 의뢰했던 겁니다. 그런데 저는 그걸 직접 요청할 수 없는 입장이고, 제 관할하에 있기 때문에 제가 최종적으로 못 하게 했습니다.”라고 답변하였다.
원심은, 위 토론회에서 피고인이 ‘공소외 3에 대한 강제입원 절차 개시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는 표현을 직접적으로 사용하지는 않았다고 인정하면서도, 피고인이 공소외 3에 대한 강제입원 절차 진행을 지시하고 이에 따라 위 절차 일부가 진행된 사실을 숨긴 채 위 발언들을 함으로써 전체적으로 보아 적극적으로 반대사실을 진술한 것과 마찬가지로 사실을 왜곡하는 정도에 이르렀으므로 허위사실의 공표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더라도, 위 발언들은 토론과정에서 상대 후보자의 공격적인 질문이나 의혹의 제기에 대하여 답변하거나 해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상대 후보자의 재질문이나 반론이 충분히 가능하고 예상되는 상황이었으며, 실제 공소외 6은 후속 질문을 통하여 피고인의 직권남용 의혹 등을 추궁하였음을 알 수 있다.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이러한 피고인과 공소외 6 사이에 공방이 이루어진 경위, 토론의 주요 쟁점과 전체적 맥락 등을 살펴보면, 피고인의 위 발언들이 토론회의 주제나 맥락과 관련 없이 일방적으로 허위의 사실을 드러내어 알리려는 의도에서 적극적으로 반대사실을 공표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나)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공소외 6은 이 사건 토론회를 전후하여 기자회견을 하거나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의 방법으로 ‘피고인이 성남시장으로서의 직권을 남용하여 공소외 3과 가족을 강압해 공소외 3을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시키려고 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였고, 이 사건 토론회를 모두 마친 직후인 2018. 6. 7.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기 형을 정신병자로 몰고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 하는 사람을 뽑아서는 안 됩니다.”라는 글을 게시하기도 하였다. 토론회를 전후한 위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결국 공소외 6이 이 사건 토론회를 비롯한 선거과정에서 의혹을 제기하고 검증하고자 하였던 것은 ‘피고인이 직권을 남용해 불법으로 공소외 3을 정신병원에 강제입원시키려고 하였는지 여부’였다고 볼 수 있다. 공소외 6도 제1심법정에서 피고인이 공소외 3에 대한 불법적인 입원을 시키려고 하였느냐는 취지에서 질문을 한 것이라고 진술하였다.
이러한 사정에다가 위 토론회에서의 공소외 6과 피고인 사이의 질문과 답변 내용, 그 발언의 경위와 전후 문맥까지를 종합하면, 공소외 6이 위 토론회에서 아무런 전제사실이나 일시·장소 등의 특정도 없이 “형님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고 하셨죠?”라고 질문한 데에는 위와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 취지가 포함되어 있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 그렇다면 피고인으로서도 공소외 6이 위 토론회에서 한 질문이나 이 사건 토론회를 전후하여 제기한 주장의 취지나 의도를 ‘직권을 남용해 불법으로 공소외 3을 정신병원에 강제입원시키려고 한 사실이 있느냐?’는 것으로 해석한 다음, 그러한 평가를 부인하는 의미로 “그런 일 없습니다.”라고 답변하였다고 볼 수 있고, 상대 후보자의 질문의 의미를 의도적으로 왜곡한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또한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피고인이 위 토론회에서 한 나머지 공소사실 기재 발언들에 그 표현의 적극적인 측면에서 허위로 단정할 만한 내용이 없다. 사정이 이와 같다면, 비록 피고인이 공소외 3에 대한 정신병원 강제입원 절차 진행에 관여한 사실을 언급하지 않은 채 위와 같은 발언들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그와 같은 사실을 공개할 법적 의무를 부담하고 있었다고 볼 근거가 없는 이 사건에서 상대 후보자의 공격적인 질문에 대하여 소극적으로 회피하거나 방어하는 취지의 답변 또는 일부 부정확하거나 다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표현을 넘어서서 곧바로 적극적으로 반대사실을 공표하였다거나 전체 진술을 허위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피고인의 발언들을 사후적인 분석과 추론을 통하여 적극적으로 허위의 반대사실을 공표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평가하는 것은 표현의 외연을 확장함으로써 형벌법규에 따른 책임의 명확성, 예측가능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
(2) 다음으로 MBC 토론회에서의 피고인의 공소사실 기재 발언에 대하여 본다.
피고인은 위 토론회에서 “우리 공소외 6 후보께서는 저보고 정신병원에 형님을 입원시키려 했다 이런 주장을 하고 싶으신 것 같은데 사실이 아닙니다. 정신병원에 입원시킨 것은 형님의 부인 그러니까 제 형수와 조카들이었고, 어머니가 보건소에다가 정신질환이 있는 것 같으니 확인을 해보자라고 해서 진단을 요청한 일이 있습니다. 그 권한은 제가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제가 어머니한테 설득을 해서 이거 정치적으로 너무 시끄러우니 하지 말자 못 하게 막아서 결국은 안 됐다는 말씀을 또 드립니다.”라고 발언하였다. 그 내용은 KBS 토론회에서 한 발언과 대동소이하고, 다만 위 토론회는 기조연설과 정책발표, 후보자 간 1:1 정책검증, 사회자 공통질문, 각 후보자가 3분간 주도권을 가지고 하는 토론 등의 순서로 진행되었는데, 피고인의 위 발언은 피고인에게 주어진 주도권 토론시간에 이루어진 것으로서 상대 후보자의 공격적 질문에 대하여 곧바로 반박하는 형식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 부분 발언의 내용과 맥락이 상대 후보자가 위 토론회에서 다시 제기할 것으로 예상되는 의혹이나 질문에 대한 선제적인 답변의 실질을 가진 점, 실제로 피고인의 위 발언에 이어 공소외 6도 ‘피고인의 어머니가 아들을 정신병원에 넣으라고 요청했다는 것이 완전히 허구라는 게 밝혀졌다’는 취지로 의혹을 제기한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의 이 부분 발언 또한 허위의 반대사실을 적극적·일방적으로 공표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다) 결국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 피고인의 발언은 이 사건 조항에서 정한 허위사실의 공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그런데도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공소외 3에 대한 강제입원 절차 관여 관련 허위사실 공표에 의한 공직선거법 위반의 점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는 이 사건 조항에서 정한 허위사실의 공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따라서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파기의 범위
앞서 본 것과 같은 이유로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은 파기되어야 한다. 그런데 원심판결 중 이유무죄 부분에 해당하는 ○○정신병원 입원 시도 부인 등 나머지 공소외 3 관련 허위사실 공표에 의한 공직선거법 위반 부분은 위 유죄 부분과 일죄의 관계에 있으므로, 그 역시 위 유죄 부분과 함께 파기되어야 한다.
4. 결론
그러므로 피고인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이유무죄 부분 포함)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검사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공소외 3에 대한 강제입원 절차 관여 관련 허위사실 공표에 의한 공직선거법 위반의 점에 대하여 대법관 박상옥, 대법관 이기택,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이동원, 대법관 노태악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였다.
5. 강제입원 절차 관여 관련 허위사실 공표에 의한 공직선거법 위반죄에 관한 대법관 박상옥, 대법관 이기택,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이동원, 대법관 노태악의 반대의견
가. 다수의견은 다음과 같은 사정을 기초로, 피고인의 발언이 이 사건 조항에서 정한 허위사실의 공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공소외 3에 대한 강제입원 절차 관여 관련 허위사실 공표에 의한 공직선거법 위반의 점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 허위사실의 공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① 피고인이 KBS 토론회에서 한 발언들은 상대 후보자의 질문이나 의혹 제기에 대하여 답변하거나 해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일방적으로 허위의 사실을 드러내어 알리려는 의도에서 적극적으로 반대사실을 공표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② 공소외 6의 질문에 직권남용이나 강제입원의 불법성을 확인하려는 취지가 포함되어 있다고 볼 여지가 있고, 이를 부인하는 의미로 피고인은 답변하였다. 피고인이 상대 후보자의 질문 의미를 의도적으로 왜곡한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또한 피고인의 나머지 발언들에 허위로 단정할 만한 내용이 없으므로, 비록 피고인이 공소외 3에 대한 정신병원 강제입원 절차 진행에 관여한 사실을 언급하지 아니한 채 위 발언을 하였더라도, 피고인이 위 관여 사실을 공개할 법적 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근거가 없는 이 사건에서 소극적으로 회피하거나 방어하는 답변 또는 일부 부정확하거나 다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표현을 넘어서서 곧바로 적극적으로 반대사실을 공표하였다거나 전체 진술을 허위라고 평가할 수 없다. 피고인의 발언들을 적극적으로 허위의 반대사실을 공표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평가하는 것은 형벌법규에 따른 책임의 명확성, 예측가능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 ③ 피고인이 MBC 토론회에서 한 발언이 선제적인 답변의 실질을 가진 점 등을 고려하면, 위 발언도 허위의 반대사실을 적극적·일방적으로 공표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나. 그러나 피고인은 공소외 3에 대한 정신병원 강제입원 절차에 관여하였음에도 이를 적극 부인함으로써 허위사실을 공표하였으므로, 다수의견의 논거와 결론에 동의할 수 없다.
1) 이 사건 조항은 선거인의 공정한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허위사실을 공표하는 행위 등을 처벌함으로써 선거운동의 자유를 해치지 않으면서 선거의 공정을 보장하기 위한 규정이다. 즉 후보자에게 유리한 허위사실을 공표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선거인들이 후보자에 대한 정확한 판단자료를 가지고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대법원 2007. 2. 23. 선고 2006도8098 판결, 헌법재판소 2009. 3. 26. 선고 2007헌바72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이 사건 조항의 행위태양인 ‘공표’라 함은 그 수단이나 방법의 여하를 불문하고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허위사실을 알리는 것이고, 비록 개별적으로 한 사람에 대하여 사실을 유포하더라도 이로부터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면 이 요건을 충족한다(대법원 1998. 9. 22. 선고 98도1992 판결, 대법원 2011. 12. 22. 선고 2008도11847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조항에서 말하는 ‘사실’의 공표란 가치판단이나 평가를 내용으로 하는 의견표현에 대치되는 개념으로서 시간과 공간적으로 구체적인 과거 또는 현재의 사실관계에 관한 보고 내지 진술을 의미하며, 그 표현 내용이 증거에 의한 증명이 가능한 것을 말한다. 어떠한 표현이 사실의 적시인지 아니면 의견이나 추상적 판단의 표현인지의 구별은 단순히 사용된 한 구절의 용어만에 의하여 구별할 것이 아니라 선거의 공정을 보장한다는 입법 취지를 염두에 두고 그러한 표현을 둘러싼 모든 사정, 즉 언어의 통상적 의미와 용법, 표현 전체의 내용, 문제 된 말이 사용된 문맥, 표현의 경위·전달방법·상대방, 표현 내용에 대한 증명가능성, 표현자와 후보자의 신분 등을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7도6433 판결 등 참조).
또한 이 사건 조항에서 말하는 ‘허위의 사실’이란 진실에 부합하지 않은 사항으로서 선거인으로 하여금 후보자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그르치게 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성을 가진 것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공표된 사실의 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볼 때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경우에는 세부적으로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다 하더라도 이를 허위의 사실이라고 볼 수는 없다(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9도26 판결 등 참조). 어떤 표현이 허위사실을 표명한 것인지 여부는 일반 선거인이 그 표현을 접하는 통상의 방법을 전제로 하여 그 표현의 전체적인 취지, 객관적 내용, 사용된 어휘의 통상적인 의미, 문구의 연결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표현이 선거인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5. 14. 선고 2015도1202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에 따르면, 피고인은 자신의 지휘와 감독을 받고 있는 분당구보건소장 등에게 공소외 3에 대한 정신병원 강제입원을 지시하고 독촉하였다.
가) 피고인은 2012. 4. 초순경 직접 또는 비서실장 공소외 7을 통하여 분당구보건소장 공소외 1에게 공소외 3에 대한 구 정신보건법 제25조에 따른 강제입원이 가능한지 검토해 보라고 지시하였다. 공소외 1은 검토 결과 피고인에게 여러 차례에 걸쳐 위 강제입원 절차 진행이 불가능하다는 취지로 보고하였는데, 피고인은 그때마다 구 정신보건법 제25조의 해석상 강제입원 절차가 가능하다는 견해를 개진하면서 공소외 1에게 재검토를 지시하거나 위 강제입원 절차를 진행하라는 취지로 지시하였다.
나) 피고인은 2012. 4. 초순경 공소외 1에게 ‘공소외 3의 가족들을 설득할 수 있도록 센터의 센터장 공소외 2로부터 공소외 3이 현재 치료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평가문건을 받아오라’는 취지로 지시하였다. 이에 따라 공소외 1은 공소외 2로부터 공소외 3에 대한 평가문건을 받아 피고인에게 전달하였다.
다) 피고인은 위 평가문건에 연필로 ‘공소외 3이 현재 입원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내용이 들어가도록 수정한 다음, 이를 공소외 1에게 주면서 공소외 2로 하여금 위 평가문건을 그와 같이 수정하게 하라고 지시하였다. 피고인은 평가문건이 수정된 후 재차 공소외 1에게 수정된 평가문건에 분당서울대학교병원장이나 센터의 직인을 받아오라고 지시하였다.
라) 성남시의 2012. 5. 2.자 정기인사에서 분당구보건소장이 공소외 1에서 공소외 4로 교체되었다. 그 후 피고인은 2012. 6.경부터 2012. 8.경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직접 또는 공소외 7을 통하여 공소외 4에게 공소외 3에 대한 구 정신보건법 제25조에 따른 강제입원 절차를 진행하라는 취지로 지시하였다. 피고인은 2012. 6. 13.경부터 2012. 6. 22.경까지 브라질에 출장을 가 있는 동안에도 공소외 4와 여러 차례 통화하면서 위와 같이 지시하고 그 절차 진행을 재촉하였다.
마) 피고인은 2012. 8. 27.경 공소외 4와 분당구보건소 직원 공소외 8, 공소외 9에게 현재 공소외 3에 대하여 구 정신보건법 제25조 제2항에 따른 절차는 완료되었으니 그 다음 절차를 진행하라는 취지로 지시하기도 하였다. 당시 피고인은 공소외 4, 공소외 8, 공소외 9에게 ‘일처리 못하는 이유가 뭐냐. 사표 내라. 합법적인 사항을 처리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이다. 징계를 줄 것이다’는 취지로 질책하기도 하였다.
바) 피고인은 2012. 9. 13.경 및 2012. 9. 17.경 직접 또는 공소외 7을 통하여 공소외 4 및 공소외 8 등 분당구보건소 관계자들에게 ‘현재 단계에서 구 정신보건법 제25조에 따른 강제입원 조치가 가능한지’에 관하여 법제처, 보건복지부 등 유관기관에 유권해석을 문의할 질의서를 작성하도록 지시하기도 하였다.
3) 다수의견은, 대의민주주의 체제의 선거에서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선거운동의 자유가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고, 여기에 후보자 토론회의 기능과 특성 등을 보태어 보면, 토론회의 토론과정 중 발언은 그것이 일방적으로 허위의 사실을 드러내어 알리려는 의도에서 적극적으로 허위사실을 표명한 것이라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조항에 의해 허위사실공표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렇게 ‘공표’의 범위를 제한적으로 해석하는 다수의견의 논리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찬성할 수 없다.
가) 헌법에서 정한 국민의 선거권과 자유선거의 원칙, 표현의 자유에 의하여 보장되는 선거운동의 자유는 선거권 행사의 전제로서 최대한 보장될 필요가 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헌법상 선거운동 등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다고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대의민주주의의 기능과 선거의 공정, 후보자 간의 실질적 평등 등 선거제도의 본질적 역할과 기능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인정되어야 한다.
여기서 ‘선거의 공정성’이란 선거의 자유와 선거운동 등에 있어서의 기회의 균등이 담보되는 것을 의미하므로, 선거의 공정성 없이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선거의 자유도 선거운동 등의 기회균등도 보장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대의민주주의에서 후보자나 정당 등에 관한 정치적 정보 및 의견을 자유롭게 발표하고 교환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선거운동 등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선거의 공정성을 전제로 인정되는 것이며, 선거의 공정성은 그러한 자유의 한정원리로 기능할 수 있다(헌법재판소 2015. 4. 30. 선고 2011헌바163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나) 공직선거법은 후보자 토론회를 선거운동방법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제81조, 제82조, 제82조의2, 제82조의3). 이러한 후보자 토론회는 후보자의 입장에서 유권자에게 직접 자신의 정견, 정책, 정치적 신념, 도덕성 등을 널리 홍보하거나 제시함으로써 자기의 자질과 정치적 능력을 드러내어 다른 후보자와의 차별화를 도모할 수 있고, 보도 등에서 있을 수 있는 오보 혹은 왜곡의 가능성도 줄일 수 있는 등 어떠한 선거운동방법과도 비교할 수 없는 중요한 선거운동이다. 한편 후보자 토론회가 갖는 효용은 유권자의 입장에서 볼 때에도 매우 크다. 후보자 토론회는 유권자에게 토론과정을 통하여 후보자의 정책, 정치이념, 통치철학, 중요한 선거쟁점 등을 파악하게 하고 각 후보자들을 비교하여 최선의 선택을 하도록 도와주는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다.
그리고 후보자 토론회는 선거운동 중에서 후보자들 사이의 대립 관계가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유일한 선거운동이다. 이러한 이유로 후보자 토론회의 토론은 선거운동 중에서 가장 생동감 있고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후보자 서로 간의 단점이나 약점이 분명하게 드러나게 된다. 유권자들은 후보자 토론회에서 후보자들의 장점뿐만 아니라 단점이나 약점을 함께 비교하여 평가할 수 있으므로 높은 관심과 열의를 가지고 참여하고 있다.
다) 후보자 토론회는 유권자들에게 매우 강력한 파급력과 영향력을 가지고 있고, 유권자들도 토론회를 후보자의 공직 적격성을 판단하는 데 가장 중요한 정보 제공의 장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리고 공직선거에서 후보자의 공직 적격성을 검증하는 것은 필요하고도 중요한 일이므로 그 적격 검증을 위해 이루어지는 후보자 토론회의 공방과정에서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위와 같은 의의와 기능을 가지고 있는 후보자 토론회의 공방과정에서 허위 또는 왜곡된 사실의 유포가 허용되거나 그에 대한 금지의 척도가 낮아질 경우, 유권자들이 토론회에서 알게 된 정보를 믿지 못하게 되고, 이는 유권자들로 하여금 토론회에서의 주장과 반론, 질문과 답변에 의한 공방과 검증에 흥미를 잃게 하며, 결국 토론회의 질이 낮아지게 된다. 이에 따라 유권자들의 토론회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현저히 떨어지게 되고, 토론회에서는 후보자들 사이에 정책이나 중요한 선거쟁점, 공직 적격성 등에 관한 활발한 토론이 이루어지지 않게 된다. 나아가 유권자들은 공정하고 정확한 판단을 통한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없고, 투표율 또한 낮아져서 결국 선거결과를 왜곡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처럼 후보자 토론회에서의 허위사실의 유포 또는 사실의 왜곡은 국민주권과 대의민주주의를 실현하는 핵심 수단인 선거에서 선거의 공정을 침해하여 선거제도의 본래적 기능과 대의민주주의의 본질을 심각하게 훼손한다.
라) 그럼에도 다수의견과 같이 후보자 토론회의 토론과정 중 발언이 적극적·일방적으로 허위사실을 표명하는 것이 아니라는 이유에서 이를 허위사실공표죄로 처벌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면죄부를 준다면, 이는 결과적으로 후보자 토론회의 의의와 기능을 소멸시켜 토론회가 가장 효율적이고 선진적인 선거운동으로 기능할 수 없게 만들고, 토론회에서 적극적으로 구체적인 발언을 한 후보자만이 법적 책임을 부담하게 될 위험이 커진다. 이로써 후보자들은 후보자 토론회에서 서로의 장점과 단점을 구체적·적극적으로 드러내지 않은 채 포괄적·소극적으로 불분명하게 지적하게 되고, 토론회의 생동감과 적극성은 기대할 수 없게 된다. 결국 실제 선거에서 후보자 토론회가 형식적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
마) 더구나 공직선거법상 후보자 토론회는 방송중계를 전제로 하고 있고(제71조 제12항, 제81조 제8항, 제82조 제1항, 제4항, 제82조의2 제10항, 제82조의3 제2항 등 참조), 여기에 참가하는 후보자는 자신의 발언이 방송을 시청하는 수많은 유권자들에게 인식되고 전파될 것임을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에 따른 막강한 파급력을 효과적으로 이용하고자 한다. 즉 토론회라는 형식을 취하고 있을 뿐 각 후보자들은 방송중계를 통해 자신의 정견, 정책, 주장의 차별성을 널리 알리려는 의도로 발언을 한다. 이러한 방송중계를 전제로 하는 후보자 토론회에서의 발언을 ‘토론회’라는 측면에만 주목하여 ‘공표’가 아니라고 보는 것은 ‘공표’의 의미에 관한 대법원 판례에도 반한다.
바) 다수의견이 법리적 근거로 주장하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 선거운동의 자유, 후보자 토론회의 기능과 특성을 대법원의 확립된 법리에서도 인정하고 있고, 반대의견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단지 이를 이유로 적극적·일방적 허위사실의 표명이라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토론회의 토론과정 중 발언을 허위사실공표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듯한 다수의견의 주장은 논리적으로 설득력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허위사실공표죄의 성립 여부에 관하여 대법원이 확립해 온 태도를 벗어난 것이다.
후보자 토론회에서 이루어진 발언이 이 사건 조항에서 정한 ‘공표’에는 해당하나, 개별 사안에 따라 그 허위성 내지 허위성 인식 여부를 엄격하게 판단한 대법원의 확립된 법리는 선거의 공정과 후보자 토론회의 의의 및 기능, 정치적 표현의 자유, 선거운동의 자유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며 제 기능을 다하고 있다. 다수의견과 같이 ‘공표’의 범위를 제한하는 해석은 자칫 선거의 공정과 정치적 표현의 자유 사이의 균형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
사) 이 사건 조항에서 정한 ‘공표’는 반드시 허위사실을 직접적으로 표현한 경우에 한정될 것은 아니고, 간접적이고 우회적인 표현에 의하더라도 그 표현된 내용 전체의 취지에 비추어 그와 같은 허위사실의 존재를 암시하고, 이로써 후보자의 평가에 유리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을 정도의 구체성이 있으면 충분하다. 따라서 다수의견이 후보자 토론회의 토론과정 중 발언은 적극적·일방적으로 허위사실을 표명한 것이어야 허위사실공표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위와 같은 법리에 명백히 반한다는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아) 다수의견이 말하는 ‘적극적·일방적 표명’의 의미도 명확하지 않고 모호하다. 다수의견과 같이 ‘공표’의 의미를 해석할 경우, 오히려 허위사실공표죄의 성립 여부가 검찰과 법원 등 수사기관이나 사법기관의 자의적인 해석에 맡겨지게 될 우려가 커지고, 무엇이 허위사실공표죄에서 금지하는 공표행위인지 여부를 국민들이 알 수 없게 된다. 그리고 적극적·일방적 표명과 그렇지 않은 표명을 달리 보아야 할 근본적 이유 역시 찾기 어렵다. ‘공표’의 사전적 의미는 ‘여러 사람에게 널리 드러내어 알리는 것’이고, 이 사건 조항의 문언해석상 달리 적극적·일방적으로 허위사실을 표명할 것을 요구하지 않음이 명백하다. 다수의견은 입법적 방법이 아닌 해석을 통하여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나 새로운 구성요건을 창조하자는 것으로 이는 극히 신중해야 한다.
4) 다수의견은 후보자 토론회에서 후보자 사이에 질문과 답변, 주장과 반론에 의한 공방이 즉흥적·계속적으로 이루어지므로 그 표현의 명확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음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선거현실에서 후보자 토론회가 이루어지는 방식을 외면한 것이다.
가) 오늘날 후보자 토론회는 가장 영향력 있는 선거운동이고, 특히 토론회에서의 토론과정은 유권자들에게 후보자들을 함께 비교하여 정확히 선택할 수 있는 정보와 기회를 제공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그리고 후보자 토론회에서는 공정성과 균형성을 위해 합리적 기준에 따라 후보자들에게 참여기회가 부여되고, 발언순서, 발언시간 등이 정해지므로, 토론회는 처음부터 제한된 시간 내에서 질문과 답변, 주장과 반론을 통한 토론이 이루어질 것이 예정되어 있다. 후보자 토론회에서는 위와 같이 한정된 시간 내에 자신의 자질과 능력을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후보자가 누구인지를 가려내고, 이를 통해 유권자들은 후보자의 공직 적격성, 정직성, 도덕성 등을 검증하고 평가한다.
후보자들도 후보자 토론회에서 제한 시간 내에 효율적으로 다른 후보자에게 질문·답변하거나 주장·반론함으로써 자신의 자질과 능력을 드러내어 유권자들에게 강력한 인상을 심어 주기 위해 토론회에 앞서 질문과 답변, 주장과 반론 등을 충실히 준비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후보자가 아무런 준비 없이 다른 후보자를 비판하거나 공격적인 질문을 하게 되면, 오히려 그 준비성 없는 태도 등으로 부정적인 효과만 발생할 뿐이므로, 후보자는 자신을 유리하게 부각시킬 수 있는 주제나 선거쟁점에 집중하게 된다.
따라서 후보자 토론회에서 후보자들이 예상하지 못하거나 유권자들이 알지 못하는 주제가 즉흥적·돌발적으로 논의되는 경우는 극히 드문 것이 선거현실이다.
나) 공소외 6의 질문도 KBS 토론회에서 즉흥적·돌발적으로 나온 것이 아니다. 피고인이 공소외 3을 정신병원에 강제입원시키려고 하였다는 사실은 2012. 6.경 공소외 3에 의해 처음 주장되었고, 그 후 피고인은 SNS 등을 통해 이를 지속적으로 해명해 왔다. 그런데 그 해명에는 피고인이 분당구보건소 관계자 등에게 공소외 3에 대한 정신병원 입원을 지시하였다는 사실이 전혀 언급되어 있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맞이한 2018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상대 후보자인 공소외 6이 이 사건 토론회 무렵 기자회견과 성명서 등을 통해 피고인이 공소외 3에 대한 정신병원 입원 절차에 관여하였다는 사실을 주장하였던 것이다.
당시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자였던 피고인은 KBS 토론회를 준비하면서 공소외 6이 토론회에서 공소외 3에 대한 정신병원 입원 절차와 관련하여 질문할 것이라는 사정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이에 피고인은 그에 대한 답변을 미리 준비하였고, 그 준비된 대로 답변한 것이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 발언이었다. 또한 피고인은 이 사건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도 위 관여 사실을 극구 부인하였고, 피고인의 발언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다) 특히 MBC 토론회에서 피고인이 한 발언은 3분의 후보자 주도권 토론시간에 이루어졌지만, 공소외 6의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이 아니라, 이전에 공소외 6이 주장하였던 ‘피고인이 공소외 3에 대한 정신병원 입원 절차에 관여하였다’는 사실에 대해 피고인 자신이 적극적·일방적으로 해명하는 발언이었다. 여기에는 주장과 반론, 질문과 답변을 통한 공방과 검증이 즉흥적·계속적으로 이루어진다는 후보자 토론회의 특성이 적용될 여지가 없다.
결국 이 사건 토론회에서의 피고인 발언은 미리 준비한 자료에 의하여 일방적으로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적극적으로 발표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라) 후보자들은 후보자 토론회에서의 질문과 답변, 주장과 반론 등을 준비하면서 의도적·계획적으로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을 숨김으로써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사실을 왜곡할 수 있다. 다수의견의 주장처럼 후보자 토론회에서 발언시간이 제한적이고 공방과 검증이 즉흥적·계속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이유만으로 토론회의 토론과정 중 발언이 적극적·일방적 표명이라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허위사실공표죄로 처벌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토론회에서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의도적으로 다의적이거나 모호한 표현을 사용할 것을 치밀하게 준비한 후보자가 많아져 선거인들의 정확하고 공정한 판단을 그르치게 할 위험이 커지고, 이는 민주주의 이념과 대의민주주의 체제에서의 선거에 중대한 위협이 된다.
5) 다수의견은 공소외 6의 질문에 직권남용이나 강제입원의 불법성을 확인하려는 취지가 포함되어 있어 위 질문이 포괄적이라고 볼 수 있음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다수의견이 공소외 6의 질문 내용과 취지를 명백히 잘못 이해한 것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가) 앞서 본 것과 같이 피고인은 분당구보건소장 등에게 공소외 3에 대한 정신병원 입원에 관하여 지시하거나 독촉하였다. 공소외 6도 이 사건 토론회 이전에 공소외 2 작성의 평가문건, △△△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공소외 10 작성의 회신서, 성남시 공무원들의 진술서, 공소외 3의 처 공소외 11의 진술 등을 근거로 피고인이 공소외 3에 대한 정신병원 입원 절차에 관여하였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이에 공소외 6은 이 사건 토론회 전후로 ‘피고인이 성남시장으로서의 직권을 남용하여 공소외 3과 가족을 강압해 공소외 3을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시키려고 하였다’는 취지의 기자회견 등을 여러 차례 하였다.
나) 공소외 6은 위와 같이 확인한 사실관계를 전제로 KBS 토론회에서 피고인에게 “형님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고 하셨죠?”라고 질문하였고, 이어서 좀 더 구체적으로 “그 보건소장을 통해서 하지 않았습니까?”라는 질문을 하였다. 위 ‘입원시키다’에서 ‘시키다’는 접미사로서 그 사전적 의미는 ‘어떤 사람으로 하여금 그렇게 되도록 하다, 그 일을 이루거나 그렇게 되도록 하다’이다. 따라서 공소외 6의 질문은 통상적으로 ‘피고인이 형님에 대한 정신병원 입원을 이루거나 형님을 입원되도록 하였는지 여부’를 묻는 것이라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공소외 6 질문의 통상적 의미, 질문 전체의 내용, 질문이 이루어진 사회적 맥락 등을 고려하면, 공소외 6의 질문은 피고인이 분당구보건소장 등을 통해 공소외 3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고 지시·독촉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를 묻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선거인들의 평균적인 인식이라고 할 것이다. 이를 사실 확인을 위한 질문이 아니라 직권남용이나 강제입원의 불법성을 확인하려는 질문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일반적이지도 않다.
다) 공소외 6은 KBS 토론회에서 위 질문에 이어 “피고인 시장이 관권을 동원하고, 직권을 남용하지 않으면 이런 진단서가 나올 수 없단 말입니다.”라고 주장하였다. 공소외 6이 공소외 3에 대한 정신병원 강제입원과 관련하여 질문하고 주장한 내용은 ‘피고인이 공소외 3에 대한 정신병원 입원 절차에 관여하였다. 그런데 그 관여 사실이 직권남용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공소외 6 질문의 전체 맥락, 공소외 6의 주장 내용 등에 비추어 보아도, 공소외 6은 먼저 피고인이 공소외 3에 대한 정신병원 입원 절차에 관여한 사실을 확인한 후, 그 관여 행위가 직권남용이나 불법 강제입원이라는 점을 밝히고자 하였다. 따라서 공소외 6의 질문은 피고인이 공소외 3에 대한 정신병원 입원 절차에 관여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를 묻는 질문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라) 어떤 표현이 다의적이고 포괄적이라는 것은 그 표현에 사용된 단어의 의미가 여러 가지이거나, 해당 사실관계가 복잡하거나 또는 사실과 의견이 혼합되어 있는 등 그 표현의 객관적·전체적 의미가 명확하지 않고 다양하여 다른 의미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공소외 6의 질문과 피고인의 답변이 이러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단지 객관적·실체적으로 하나의 사실에 해당하는 ‘피고인이 공소외 3에 대한 정신병원 입원 절차에 관여하였다는 사실’ 자체에 관한 명확한 질문과 답변이라고 할 것이다.
6) 다수의견은, 피고인이 이 사건 토론회의 토론과정 중 상대 후보자의 공격적 질문에 대하여 소극적으로 회피하거나 방어하는 취지로 답변하였을 뿐이고, 이를 들어 곧바로 적극적으로 반대사실을 공표하였다거나 전체 진술을 허위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인의 발언은 전체적으로 보아 위와 같은 허위사실을 분명하게 표현한 것으로서 적극적으로 구체적인 허위사실을 공표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가) 질문에 대한 답변의 의미는 답변만을 따로 떼어내어 해석할 수 없고 질문과 답변을 함께 조합하여 해석할 수밖에 없다. 답변이 단순 부인 내지 단순 시인하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질문 내용과 함께 해석해 보면 질문 내용을 부정하거나 긍정하는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답변임을 충분히 알 수 있으므로, 단순 부인 내지 단순 시인 답변을 적극적·구체적 답변과 같은 의미로 받아들이는 것이 통상적인 해석 방법이고, 대법원 판례에도 부합한다. 그런데 다수의견은 피고인의 개별 발언들에 허위라고 단정할 만한 내용이 없다는 점만을 지나치게 강조하여 피고인의 부인 답변을 적극적·구체적 답변으로 취급하지 않은 것으로 납득할 수 없다.
나) 또한 피고인은 KBS 토론회에서 공소외 6의 질문에 대해 “그런 일 없습니다.”라고 부인 답변을 하고, 계속하여 “그거는 어머니를 때리고, 어머니한테 차마 표현할 수 없는 폭언도 하고, 이상한 행동을 많이 했고, 실제로 정신치료를 받은 적도 있는데 계속 심하게 하기 때문에 어머니, 저희 큰 형님, 저희 누님, 저희 형님, 제 여동생, 제 남동생, 여기서 진단을 의뢰했던 겁니다. 그런데 저는 그걸 직접 요청할 수 없는 입장이고, 제 관할하에 있기 때문에 제가 최종적으로 못 하게 했습니다.”라고 추가 답변을 하였다. MBC 토론회에서도 같은 내용으로 발언하였다.
피고인은 공소외 6의 질문에 대하여 단순히 부인하는 답변만을 한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불리한 지시·독촉 사실은 숨기고, 자신에게 유리한 사실만을 덧붙여서 전체적으로 보아 ‘피고인이 공소외 3에 대한 정신병원 입원 절차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취지로 발언하였다. 이러한 피고인의 발언은 단순한 묵비나 부작위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구체적 사실을 들어 해명한 것임이 명백하고, 달리 해석할 여지가 없으며, 그 전체적 취지가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것으로서 ‘허위사실의 공표’에 해당한다.
다) 피고인의 위 발언이 사실의 공표인지 의견표현인지 여부, 허위인지 진실인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개개의 발언을 구분하여 각각의 의미를 파악해서는 안 되고, 그 발언 전체의 내용, 문제 된 말이 사용된 문맥과 선거인이 위 발언을 접하였을 때 받게 되는 인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해석해야 한다.
위와 같은 법리와 판단 기준에 따르면, 피고인의 발언 내용은 ‘공소외 3이 정신치료를 받은 적도 있는데 이상한 행동이 심해져 어머니와 형제자매들이 공소외 3에 대한 진단을 의뢰하였다. 피고인이 최종적으로 그 절차 진행을 못 하게 하였다. 피고인은 공소외 3에 대한 정신병원 입원 절차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일반 선거인들의 상식에 부합하는 합리적 해석이다. 이와 달리 피고인의 발언들을 개별적으로 세분하여 그것들에 허위라고 단정할 만한 내용이 없다는 이유로 일부 사실을 진술하지 않은 것이 ‘허위사실의 공표’가 아니라고 속단하는 다수의견은 대법원 판례의 확립된 법리에 반하고, 국민의 법감정과도 떨어져 있다.
7) 결론적으로 피고인의 발언은 적극적으로 구체적 사실을 들어 거짓 해명을 한 것일 뿐만 아니라, 피고인이 부하 직원들에게 공소외 3에 대한 정신병원 입원 절차를 지시하고 독촉한 사실을 숨기거나 은폐함으로써 전체적으로 보아 선거인의 정확한 판단을 그르칠 정도로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한 것으로서 ‘허위사실의 공표’에 해당한다.
가) 공소외 6은 이 사건 토론회에서 직권남용이나 강제입원의 불법성 여부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하여 피고인에게 질문한 것이 아니라, 피고인이 숨기고 있던 ‘피고인이 공소외 3에 대한 정신병원 입원 절차에 관여하였다’는 사실을 밝힌 뒤 이를 전제로 그 관여 사실의 불법성을 밝히기 위해 질문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공소외 6은 KBS 토론회에서 계속하여 “2012. 4.에 분당서울대학교병원에서 분당보건소에 조울병일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의견서 낸 거 알고 있죠?”, “그 다음에 2012. 8.에 △△△병원, 분당보건소에서 공소외 3이 자신 및 타인을 해할 위험성이 있다는 진단서를 낸 거 알고 있죠?”라고 질문하였고, 이에 비추어 보아도 공소외 6은 피고인에게 공소외 3에 대한 공소외 2 작성의 평가문건, 공소외 10 작성의 회신서 등을 토대로 이와 관련된 피고인의 구체적 관여 사실에 대하여 질문하고 그에 대한 피고인의 답변을 요구하였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공소외 6이 이 사건 토론회에서 ‘피고인이 공소외 3에 대한 정신병원 입원 절차에 관여하였다는 사실’에 관하여 충분한 검증을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이를 밝히기 위한 공소외 6의 질문에 대하여 피고인이 진실에 반하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표명함으로써 공소외 6의 후속 질문을 통한 검증을 사전에 차단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나) 앞서 본 것과 같이 공소외 6의 질문은 즉흥적·돌발적인 것이 아니다. 따라서 후보자 토론회에서의 공방과 검증이 즉흥적이라는 전제에서 공소외 6의 질문이 직권남용이나 강제입원의 불법성을 포함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이에 대한 피고인의 답변은 객관적 진실에 반하여 ‘피고인은 공소외 3에 대한 정신병원 입원 절차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공표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행한 발언이라고 보아야 한다.
다) 또한 KBS 토론회에서 “그런 일 없습니다.”라는 답변에 이어지는 피고인의 답변이 의견이 아니라 사실에 대한 것인 점, 피고인이 이 사건 토론회에서 발언하면서 ‘불법’이나 ‘직권남용’과 같은 평가적 표현을 사용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 발언의 전체적 내용은 피고인이 공소외 3에 대한 정신병원 입원 절차에 관한 자신의 관여 사실을 적극 부인하는 답변으로서 구체적 사실에 대한 거짓 해명이므로 이는 증명할 수 있는 허위사실의 공표에 해당한다.
라) 공소외 6의 질문은 피고인이 성남시장으로서 행한 행위에 대한 것이므로 피고인의 공직자로서의 공직 적격성, 정직성, 도덕성 등에 관련된 중요 사항에 대한 질문이고, 인신공격적 질문이라고 할 수 없다. 피고인이 이에 대해 진실에 반하는 사실을 진술함으로써 선거인의 정확하고 공정한 판단을 그르치게 하였다고 볼 수 있다.
마) 이 사건 조항의 입법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조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허위사실’과 규정하고 있지 않은 ‘사실의 왜곡’은 구별되는 개념이지만, ‘사실의 왜곡’이 ‘허위사실’의 개념에 포섭될 수 없는 배타적·선택적 관계에 있다고 볼 수 없다. 그렇다면 위 ‘허위사실’에는 어떤 사실에 관하여 그 일부를 숨기거나 반대로 허위사실을 덧붙이거나 또는 분식, 과장, 윤색하는 등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하여 선거인의 정확한 판단을 그르칠 정도로 전체적으로 보아 진실이라고 할 수 없는 사실도 포함된다.
바) 피고인의 지시·독촉 사실이 법률에 의하여 공개의무가 부여되어 있는 사항이 아니고, 피고인의 일부 발언들에 허위라고 단정할 만한 내용이 없더라도 피고인 발언의 전체 내용에 따라 허위사실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따라서 피고인의 발언도 공소외 3에 대한 정신병원 입원 절차 관여 사실을 확인하기 위한 질문에 대하여 피고인이 자신에게 불리한 지시·독촉 사실을 숨기거나 은폐함으로써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하여 선거인의 공정하고 정확한 판단을 그르칠 정도로, 전체적으로 보아 ‘피고인은 공소외 3에 대한 정신병원 입원 절차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진실에 반하는 사실을 공표한 경우에 해당한다.
다. 소결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공소외 3에 대한 강제입원 절차 관여 관련 허위사실 공표에 의한 공직선거법 위반의 점을 유죄로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이 사건 조항에서 정한 ‘허위사실의 공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이와 같이 다수의견에 대한 반대의견을 밝혀둔다.
대법원장 김명수(재판장) 권순일 박상옥 이기택 김재형 박정화 안철상 민유숙 이동원 노정희(주심) 김상환 노태악 | [1] 헌법 제12조 제1항, 제21조, 공직선거법 제1조, 제8조의4 제1항, 제8조의6 제4항, 제58조 제2항, 제81조, 제82조, 제82조의2, 제82조의3, 제96조 제1항, 제2항 제1호, 제108조 제5항 제2호, 제250조 제1항, 공직선거관리규칙 제45조, 선거방송토론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에 관한 규칙 제23조 / [2] 공직선거법 제82조, 제82조의2, 제250조 제1항, 구 정신보건법(2013. 8. 6. 법률 제1199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5조, 형사소송법 제325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검 사】
정지영 외 1인
【변 호 인】
변호사 홍요셉
【주 문】
피고인은 무죄.
【이 유】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공소외 1 주식회사의 대표이사이고, 위 회사에서 공소외 2 주식회사를 새롭게 분할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다.
공소외 3 주식회사는 2017. 9. 7. 전주지방법원 2016가합3569호 원고 공소외 3 주식회사, 피고 공소외 1 주식회사인 물품대금 사건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358,666,869원 및 이에 대하여 2015. 10. 7.부터 2017. 9. 7.까지는 연 6%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금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승소 판결(이하 ‘관련 제1심판결’이라 한다)을 받았다.
피해자 공소외 4 주식회사의 대표이사 공소외 5는 2017. 10. 18. 공소외 3 주식회사 대표이사 공소외 6으로부터 공소외 3 주식회사가 피고인이 운영하는 공소외 1 주식회사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위 판결상의 채권(이하 ‘이 사건 채권’ 혹은 ‘이 사건 채무’라 한다)을 양도받고, 위 판결의 항소심인 광주고등법원(전주) 2017나12221호 물품대금 사건에 독립당사자참가(2017나341)하여 2019. 5. 16. ‘피고는 독립당사자참가인에게 422,666,869원 및 그중 358,666,869원에 대하여 2015. 10. 7.부터 2017. 9. 7.까지는 연 6%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나머지 6,400만 원에 대하여 2015. 10. 7.부터 2019. 5. 16.까지는 연 6%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승소 판결과 이에 대한 가집행 판결을 받았고, 2019. 5. 21. 위 판결(이하 ‘관련 제2심판결’이라 한다)에 따라 강제집행 절차를 진행하였다.
피고인은 전주지방법원 2016가합3569호 물품대금 소송에서 물품대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2017. 9. 7. 선고되자마자 다음 날인 같은 달 8일 공소외 1 주식회사에서 공소외 2 주식회사를 새롭게 분할 설립한 후 공소외 1 주식회사의 기계, 기구, 장비 등을 공소외 2 주식회사로 옮겨 영업을 해왔다.
이로써 피고인은 강제집행을 면탈할 목적으로 위와 같은 회사 분할을 이용하여 공소외 1 주식회사의 유체동산에 대한 소재 및 그 소유관계를 불명하게 하는 방법으로 은닉하여 채권자를 해하였다.
2.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
가. 이 사건 공소사실에 기재된 피해자는 실제 피해자가 될 수 없다는 주장
피고인의 회사 분할 설립 행위는 2017. 9. 8.에 있었던 것인데, 이 사건 공소사실에 피해자로 기재된 공소외 4 주식회사는 2017. 10. 18. 이 사건 채권을 양수하였으므로, 피고인이 공소외 4 주식회사에 대해서 강제집행을 당할 우려가 있는 상태에서 회사를 분할 설립하였다고 할 수 없고, 공소외 4 주식회사는 이 사건 공소사실의 강제집행면탈 행위의 피해자가 될 수 없다.
나. 피고인의 행위로 인하여 채권자가 해를 입을 위험성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주장
피고인은 공소외 1 주식회사에서 공소외 2 주식회사를 단순 분할한 것인데, 상법 제530조의9 제1항은 “분할회사, 단순분할신설회사, 분할승계회사 또는 분할합병신설회사는 분할 또는 분할합병 전의 분할회사 채무에 관하여 연대하여 변제할 책임이 있다.”라고 규정하는바, 피고인은 회사 분할에서 따로 승계할 채무의 범위를 한정한 일이 없으므로, 회사 분할로 인하여 이 사건 채권의 채권자가 해를 입을 위험성이 존재하지도 않았다.
3. 판단
가. 인정 사실
이 사건 기록 등에 의하면, 아래의 각 사실이 인정된다(이는 피고인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1) 관련 제1심판결과 관련 제2심판결의 선고일과 내용은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고, 그에 관한 경위 역시 이 사건 채권의 실제 양수도 일자가 2017. 10. 12.이라는 것 외에는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다. 한편 이 사건 채권은 도로 포장용 유화제 공급에 따른 물품대금 채권이다.
2) 공소외 1 주식회사의 대표이사인 피고인은 2017. 9. 8. 공소외 1 주식회사에서 포장공사업, 상하수도 공사업, 시설물 유지 관리업, 철근콘크리트 공사업 등의 영업을 일부 분할하여 공소외 2 주식회사를 설립하였다(수사기록 제38 내지 42쪽, 제74 내지 92쪽).
나. 관련 법리
1) 민사소송법 제234조는 “당사자인 법인이 합병에 의하며 소멸된 때에는 소송절차는 중단된다. 이 경우 합병에 의하여 설립된 법인 또는 합병한 뒤의 존속법인이 소송절차를 수계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한다. 법인의 권리·의무가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새로 설립된 법인에 승계되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계속 중인 소송에서 그 법인의 법률상 지위도 새로 설립된 법인에 승계되는 것이다(대법원 2002. 11. 26. 선고 2001다44352 판결 등 참조).
2) 소송 계속 중 회사인 일방 당사자의 합병에 의한 소멸로 인하여 소송절차 중단 사유가 발생하였음에도 이를 간과하고 변론이 종결되어 판결이 선고된 경우에는 그 판결은 소송에 관여할 수 있는 적법한 수계인의 권한을 배제한 결과가 되는 절차상 위법은 있지만, 그 판결이 당연무효라 할 수는 없다. 이 경우 법인에 소송대리인이 선임되어 있었다면 판결 경정으로 해결하지만(대법원 2002. 9. 24. 선고 2000다49374 판결 등 참조), 소송대리인이 선임되어 있지 않은 경우에는, 소송 계속 중 어느 일방 당사자의 사망에 의한 소송절차 중단을 간과하고 변론이 종결되어 판결이 선고된 경우와 마찬가지로 민사집행법 제31조를 준용하여 승계집행문을 부여함이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8. 5. 30.자 98그7 결정, 대법원 2010. 5. 13.자 2010카기171 결정 참조).
다. 구체적 판단
1) 우선 피고인 및 변호인은 이 사건 공소사실의 피해자가 잘못되어 있다고 주장하는바, 피고인의 회사 분할 시기와 이 사건 채권의 양수도 시기를 고려하면 위와 같은 피고인의 주장 자체는 타당하다. 그러나 이 사건 채권이 2017. 9. 8. 이전부터 존재하였고, 이 사건 채권의 채권자가 타인인 사실은 명백하다. 그리고 피고인도 관련 제1심판결과 관련 제2심판결이 그와 같이 선고된 것과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공소외 1 주식회사를 분할하여 공소외 2 주식회사를 설립한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만일 피고인의 행위가 ‘강제집행을 면할 목적으로 재산을 은닉, 손괴, 허위양도 또는 허위의 채무를 부담하여 (누가 되었든) 채권자를 해한 것’에 해당한다면 강제집행면탈죄는 성립하고, 다만 법률상 피해자를 공소외 3 주식회사로 바로잡아야 될 뿐이나, 심리의 경과에 비추어 볼 때 이러한 정도의 공소사실 변경은 공소장 변경 없이 직권으로 이루어지더라도 피고인의 방어권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고 판단된다. 나아가 이 사건 채권이 위와 같이 양수도된 이상 실질적인 피해자를 공소외 4 주식회사로 보아 공소외 4 주식회사의 피해 정도를 양형에 고려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도 없으므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 중 이 사건 공소사실의 피해자에 관한 부분은 따로 논하지 않는다.
2) 다음으로 피고인의 회사 분할로 이 사건 채권의 채권자가 해를 입을 위험성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관하여 본다.
형법 제327조의 강제집행면탈죄는 위태범으로서, 현실적으로 민사소송법에 의한 강제집행 또는 가압류·가처분의 집행을 받을 우려가 있는 객관적인 상태에서, 즉 채권자가 본안 또는 보전소송을 제기하거나 제기할 태세를 보이고 있는 상태에서 주관적으로 강제집행을 면탈하려는 목적으로 재산을 은닉, 손괴, 허위양도하거나 허위의 채무를 부담하여 채권자를 해할 위험이 있으면 성립하는 것이고, 반드시 채권자를 해하는 결과가 야기되거나 행위자가 어떤 이득을 취하여야 범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9도875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인정 사실과 관련 법리에 의하여 도출되는 아래와 같은 이유에 의하면,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은 피고인의 행위는 재산을 은닉한 것에 해당하지 않고, 채권자를 해할 위험성조차 없었다고 판단된다(피고인 나름으로는 강제집행을 면탈하고자 하는 의도하에 회사를 분할한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불가능하다).
① 위와 같이 이 사건 채권이 ‘도로 포장용 유화제 공급에 따른 물품대금 채권’이고, 공소외 1 주식회사에서 포장공사업, 상하수도 공사업, 시설물 유지 관리업, 철근콘크리트 공사업 등의 영업이 분할되어 공소외 2 주식회사가 설립된 이상, 공소외 2 주식회사는 상법 제530조의10에 따라 이 사건 채무를 (부분적 포괄)승계하였다고 보아야 한다(상법 제530조의9 제1항에 따라 공소외 1 주식회사도 여전히 공소외 2 주식회사와 연대하여 이 사건 채무를 변제할 책임을 부담할 수 있지만, 이는 다른 문제이다).
② 관련 제2심판결의 당사자들이 해당 소송의 변론종결일까지 소송수계 신청을 하지 않은 결과 관련 제2심판결의 피고는 여전히 공소외 1 주식회사로 되어 있으나, 관련 법리에 비추어 보면 그 피고를 공소외 2 주식회사로 변경하는 판결 경정이나 공소외 1 주식회사의 승계인인 공소외 2 주식회사에 대한 승계집행문을 부여하는 것은 가능하다.
③ 실제로 관련 제2심판결에 대해서 승계집행문이 부여되기도 하였다. 즉, 관련 제2심판결에 대해서 대법원 2019다238831, 2019다238848호(독립당사자참가의 소)로 상고가 제기된 바 있는데, 공소외 4 주식회사는 상고심 계속 중 대법원에 관련 제2심판결의 가집행 부분의 강제집행을 위하여 공소외 1 주식회사의 승계인인 공소외 2 주식회사에 대한 승계집행문 부여를 신청하였다. 대법원은 2019. 8. 13. 위 신청에 따른 승계집행문을 부여해 주었다(이 과정에서 공소사실 기재 피해자에게 다소간의 번거로움이나 비용 소모가 있었겠으나 강제집행면탈죄는 이를 처벌하는 것이 아니다).
④ 현재도 공소외 4 주식회사는 관련 제2심판결에 따른 강제집행을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의 회사 분할 때문이 아니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한다. 다만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이 판결의 요지는 공시하지 않는다.
판사 임현준 | 형법 제327조, 상법 제530조의9 제1항, 제530조의10, 민사소송법 제234조, 민사집행법 제31조, 형사소송법 제325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검 사】
정지영 외 1인
【변 호 인】
변호사 홍요셉
【주 문】
피고인은 무죄.
【이 유】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공소외 1 주식회사의 대표이사이고, 위 회사에서 공소외 2 주식회사를 새롭게 분할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다.
공소외 3 주식회사는 2017. 9. 7. 전주지방법원 2016가합3569호 원고 공소외 3 주식회사, 피고 공소외 1 주식회사인 물품대금 사건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358,666,869원 및 이에 대하여 2015. 10. 7.부터 2017. 9. 7.까지는 연 6%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금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승소 판결(이하 ‘관련 제1심판결’이라 한다)을 받았다.
피해자 공소외 4 주식회사의 대표이사 공소외 5는 2017. 10. 18. 공소외 3 주식회사 대표이사 공소외 6으로부터 공소외 3 주식회사가 피고인이 운영하는 공소외 1 주식회사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위 판결상의 채권(이하 ‘이 사건 채권’ 혹은 ‘이 사건 채무’라 한다)을 양도받고, 위 판결의 항소심인 광주고등법원(전주) 2017나12221호 물품대금 사건에 독립당사자참가(2017나341)하여 2019. 5. 16. ‘피고는 독립당사자참가인에게 422,666,869원 및 그중 358,666,869원에 대하여 2015. 10. 7.부터 2017. 9. 7.까지는 연 6%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나머지 6,400만 원에 대하여 2015. 10. 7.부터 2019. 5. 16.까지는 연 6%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승소 판결과 이에 대한 가집행 판결을 받았고, 2019. 5. 21. 위 판결(이하 ‘관련 제2심판결’이라 한다)에 따라 강제집행 절차를 진행하였다.
피고인은 전주지방법원 2016가합3569호 물품대금 소송에서 물품대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2017. 9. 7. 선고되자마자 다음 날인 같은 달 8일 공소외 1 주식회사에서 공소외 2 주식회사를 새롭게 분할 설립한 후 공소외 1 주식회사의 기계, 기구, 장비 등을 공소외 2 주식회사로 옮겨 영업을 해왔다.
이로써 피고인은 강제집행을 면탈할 목적으로 위와 같은 회사 분할을 이용하여 공소외 1 주식회사의 유체동산에 대한 소재 및 그 소유관계를 불명하게 하는 방법으로 은닉하여 채권자를 해하였다.
2.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
가. 이 사건 공소사실에 기재된 피해자는 실제 피해자가 될 수 없다는 주장
피고인의 회사 분할 설립 행위는 2017. 9. 8.에 있었던 것인데, 이 사건 공소사실에 피해자로 기재된 공소외 4 주식회사는 2017. 10. 18. 이 사건 채권을 양수하였으므로, 피고인이 공소외 4 주식회사에 대해서 강제집행을 당할 우려가 있는 상태에서 회사를 분할 설립하였다고 할 수 없고, 공소외 4 주식회사는 이 사건 공소사실의 강제집행면탈 행위의 피해자가 될 수 없다.
나. 피고인의 행위로 인하여 채권자가 해를 입을 위험성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주장
피고인은 공소외 1 주식회사에서 공소외 2 주식회사를 단순 분할한 것인데, 상법 제530조의9 제1항은 “분할회사, 단순분할신설회사, 분할승계회사 또는 분할합병신설회사는 분할 또는 분할합병 전의 분할회사 채무에 관하여 연대하여 변제할 책임이 있다.”라고 규정하는바, 피고인은 회사 분할에서 따로 승계할 채무의 범위를 한정한 일이 없으므로, 회사 분할로 인하여 이 사건 채권의 채권자가 해를 입을 위험성이 존재하지도 않았다.
3. 판단
가. 인정 사실
이 사건 기록 등에 의하면, 아래의 각 사실이 인정된다(이는 피고인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1) 관련 제1심판결과 관련 제2심판결의 선고일과 내용은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고, 그에 관한 경위 역시 이 사건 채권의 실제 양수도 일자가 2017. 10. 12.이라는 것 외에는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다. 한편 이 사건 채권은 도로 포장용 유화제 공급에 따른 물품대금 채권이다.
2) 공소외 1 주식회사의 대표이사인 피고인은 2017. 9. 8. 공소외 1 주식회사에서 포장공사업, 상하수도 공사업, 시설물 유지 관리업, 철근콘크리트 공사업 등의 영업을 일부 분할하여 공소외 2 주식회사를 설립하였다(수사기록 제38 내지 42쪽, 제74 내지 92쪽).
나. 관련 법리
1) 민사소송법 제234조는 “당사자인 법인이 합병에 의하며 소멸된 때에는 소송절차는 중단된다. 이 경우 합병에 의하여 설립된 법인 또는 합병한 뒤의 존속법인이 소송절차를 수계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한다. 법인의 권리·의무가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새로 설립된 법인에 승계되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계속 중인 소송에서 그 법인의 법률상 지위도 새로 설립된 법인에 승계되는 것이다(대법원 2002. 11. 26. 선고 2001다44352 판결 등 참조).
2) 소송 계속 중 회사인 일방 당사자의 합병에 의한 소멸로 인하여 소송절차 중단 사유가 발생하였음에도 이를 간과하고 변론이 종결되어 판결이 선고된 경우에는 그 판결은 소송에 관여할 수 있는 적법한 수계인의 권한을 배제한 결과가 되는 절차상 위법은 있지만, 그 판결이 당연무효라 할 수는 없다. 이 경우 법인에 소송대리인이 선임되어 있었다면 판결 경정으로 해결하지만(대법원 2002. 9. 24. 선고 2000다49374 판결 등 참조), 소송대리인이 선임되어 있지 않은 경우에는, 소송 계속 중 어느 일방 당사자의 사망에 의한 소송절차 중단을 간과하고 변론이 종결되어 판결이 선고된 경우와 마찬가지로 민사집행법 제31조를 준용하여 승계집행문을 부여함이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8. 5. 30.자 98그7 결정, 대법원 2010. 5. 13.자 2010카기171 결정 참조).
다. 구체적 판단
1) 우선 피고인 및 변호인은 이 사건 공소사실의 피해자가 잘못되어 있다고 주장하는바, 피고인의 회사 분할 시기와 이 사건 채권의 양수도 시기를 고려하면 위와 같은 피고인의 주장 자체는 타당하다. 그러나 이 사건 채권이 2017. 9. 8. 이전부터 존재하였고, 이 사건 채권의 채권자가 타인인 사실은 명백하다. 그리고 피고인도 관련 제1심판결과 관련 제2심판결이 그와 같이 선고된 것과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공소외 1 주식회사를 분할하여 공소외 2 주식회사를 설립한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만일 피고인의 행위가 ‘강제집행을 면할 목적으로 재산을 은닉, 손괴, 허위양도 또는 허위의 채무를 부담하여 (누가 되었든) 채권자를 해한 것’에 해당한다면 강제집행면탈죄는 성립하고, 다만 법률상 피해자를 공소외 3 주식회사로 바로잡아야 될 뿐이나, 심리의 경과에 비추어 볼 때 이러한 정도의 공소사실 변경은 공소장 변경 없이 직권으로 이루어지더라도 피고인의 방어권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고 판단된다. 나아가 이 사건 채권이 위와 같이 양수도된 이상 실질적인 피해자를 공소외 4 주식회사로 보아 공소외 4 주식회사의 피해 정도를 양형에 고려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도 없으므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 중 이 사건 공소사실의 피해자에 관한 부분은 따로 논하지 않는다.
2) 다음으로 피고인의 회사 분할로 이 사건 채권의 채권자가 해를 입을 위험성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관하여 본다.
형법 제327조의 강제집행면탈죄는 위태범으로서, 현실적으로 민사소송법에 의한 강제집행 또는 가압류·가처분의 집행을 받을 우려가 있는 객관적인 상태에서, 즉 채권자가 본안 또는 보전소송을 제기하거나 제기할 태세를 보이고 있는 상태에서 주관적으로 강제집행을 면탈하려는 목적으로 재산을 은닉, 손괴, 허위양도하거나 허위의 채무를 부담하여 채권자를 해할 위험이 있으면 성립하는 것이고, 반드시 채권자를 해하는 결과가 야기되거나 행위자가 어떤 이득을 취하여야 범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9도875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인정 사실과 관련 법리에 의하여 도출되는 아래와 같은 이유에 의하면,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은 피고인의 행위는 재산을 은닉한 것에 해당하지 않고, 채권자를 해할 위험성조차 없었다고 판단된다(피고인 나름으로는 강제집행을 면탈하고자 하는 의도하에 회사를 분할한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불가능하다).
① 위와 같이 이 사건 채권이 ‘도로 포장용 유화제 공급에 따른 물품대금 채권’이고, 공소외 1 주식회사에서 포장공사업, 상하수도 공사업, 시설물 유지 관리업, 철근콘크리트 공사업 등의 영업이 분할되어 공소외 2 주식회사가 설립된 이상, 공소외 2 주식회사는 상법 제530조의10에 따라 이 사건 채무를 (부분적 포괄)승계하였다고 보아야 한다(상법 제530조의9 제1항에 따라 공소외 1 주식회사도 여전히 공소외 2 주식회사와 연대하여 이 사건 채무를 변제할 책임을 부담할 수 있지만, 이는 다른 문제이다).
② 관련 제2심판결의 당사자들이 해당 소송의 변론종결일까지 소송수계 신청을 하지 않은 결과 관련 제2심판결의 피고는 여전히 공소외 1 주식회사로 되어 있으나, 관련 법리에 비추어 보면 그 피고를 공소외 2 주식회사로 변경하는 판결 경정이나 공소외 1 주식회사의 승계인인 공소외 2 주식회사에 대한 승계집행문을 부여하는 것은 가능하다.
③ 실제로 관련 제2심판결에 대해서 승계집행문이 부여되기도 하였다. 즉, 관련 제2심판결에 대해서 대법원 2019다238831, 2019다238848호(독립당사자참가의 소)로 상고가 제기된 바 있는데, 공소외 4 주식회사는 상고심 계속 중 대법원에 관련 제2심판결의 가집행 부분의 강제집행을 위하여 공소외 1 주식회사의 승계인인 공소외 2 주식회사에 대한 승계집행문 부여를 신청하였다. 대법원은 2019. 8. 13. 위 신청에 따른 승계집행문을 부여해 주었다(이 과정에서 공소사실 기재 피해자에게 다소간의 번거로움이나 비용 소모가 있었겠으나 강제집행면탈죄는 이를 처벌하는 것이 아니다).
④ 현재도 공소외 4 주식회사는 관련 제2심판결에 따른 강제집행을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의 회사 분할 때문이 아니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한다. 다만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이 판결의 요지는 공시하지 않는다.
판사 임현준 | 형법 제327조, 상법 제530조의9 제1항, 제530조의10, 민사소송법 제234조, 민사집행법 제31조, 형사소송법 제325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1 외 1인
【상 고 인】
피고인들
【변 호 인】
법무법인 해동 외 1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20. 1. 7. 선고 2018노1642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공동정범에서 공동가공의 의사는 공동의 의사로 특정한 범죄행위를 하기 위하여 일체가 되어 서로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하여 자기의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8도1274 판결 참조).
또한 2인 이상이 공모하여 범죄에 공동가공하는 공범관계에 있어서의 공모는 법률상 어떤 정형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고 범죄를 공동실행할 의사가 있는 공범자 상호 간에 직간접적으로 그 공동실행에 관한 암묵적인 의사연락이 있으면 충분하고, 이에 대한 직접증거가 없더라도 정황사실과 경험법칙에 의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다. 그리고 공모에 의한 범죄의 공동실행은 모든 공범자가 스스로 범죄의 구성요건을 실현하는 것을 전제로 하지 아니하고, 그 실현행위를 하는 공범자에게 그 행위결정을 강화하도록 협력하는 것으로도 가능하며,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행위 결과에 대한 각자의 이해 정도, 행위 가담의 크기, 범행지배에 대한 의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12. 22. 선고 2006도1623 판결, 대법원 2012. 4. 26. 선고 2010도2905 판결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공소외 1은 미국에서 공소외 2 유한회사(이하 ‘공소외 2 회사’라고 한다)를 설립한 후, 2016. 9.경 한국에서 가상화폐 채굴기 판매 및 관리사업을 시작하였다. 공소외 2 회사는 회원으로부터 받은 채굴기 판매대금을 관리하거나 수당을 지급하기 위해 주식회사 공소외 3, 주식회사 공소외 4, 주식회사 공소외 5 등을 설립하였고, 채굴기를 설치·관리·운영하기 위해 주식회사 공소외 6 등을 설립하였다. 공소외 1은 위 회사들의 실질적 지배자였다.
(2) 공소외 2 회사의 사업은 채굴기 판매사업과 채굴기 관리사업으로 구분할 수 있다. 채굴기 판매사업은 다단계방식을 통하여 채굴기를 판매하는 사업이고, 채굴기 관리사업은 채굴기 판매 후 공소외 2 회사가 구매자들로부터 채굴기를 위탁받아 가상화폐 이더리움(Ethereum)을 채굴하는 사업이다.
(3) 공소외 2 회사의 채굴기 설치·운영사업 및 회원 관리사업과 피고인들과 같은 다단계판매원인 사업자의 회원 모집사업은 철저히 분리된 형태로 유지·관리되었고, 상호 간의 의사소통이나 연락도 제한적으로 이루어졌다.
(4) 공소외 2 회사는 다단계판매원들을 공소외 7 그룹(그룹장 공소외 8), 공소외 9 그룹, 공소외 10 그룹(그룹장 공소외 11), 공소외 12·공소외 13 그룹, 공소외 14 그룹 등 5개 그룹으로 분류하여 다단계판매조직(이하 ‘이 사건 다단계판매조직’이라고 한다)을 운영·관리하였고, 위 5개 그룹이 채굴기를 전담하여 판매하였다.
(5) 피고인 1은 2016. 11. 3.경부터 판매활동을 시작하여 2017. 7. 28.경 최상위 사업자인 5스타로 승급되었으나, 그룹장이 아니라 공소외 9 그룹 소속으로 공소외 9(일명 공소외 15) 바로 아래 사업자였다. 피고인 1의 하위 사업자로 1,367명이 있었으나 직접 모집한 회원은 7명이었고, 약 234억 원 상당의 채굴기를 판매하여 판매수당 346,590,270원, 채굴수당 약 200개의 이더리움을 받았다. 피고인 2는 2016. 10. 27.경부터 판매활동을 시작하여 2017. 5.경 차상위 사업자인 4스타로 승급되었으나, 그룹장이 아니라 공소외 10 그룹 소속으로 공소외 11 아래 사업자였다. 피고인 2의 하위 사업자로 990명이 있었으나 직접 모집한 회원은 9명이었고, 약 154억 원 상당의 채굴기를 판매하여 판매수당 563,757,911원, 채굴수당 약 587개의 이더리움을 받았다.
(6) 한편 공소외 1의 지시에 따라 2017. 3.경 이 사건 다단계판매조직에 공소외 2 회사와 사업자들 사이의 연결기관으로서 일부 최상위 사업자를 구성원으로 하는 운영위원회가 만들어졌다. 최상위 사업자인 공소외 8, 공소외 16, 공소외 11, 공소외 14, 공소외 17, 공소외 9, 공소외 13, 공소외 18, 공소외 19가 운영위원회 위원이었다. 그런데 위 운영위원회는 단지 공소외 2 회사의 지침을 사업자들에게 전달하고 사업자들의 민원을 공소외 2 회사에 전달하는 역할만 하였을 뿐, 자금관리, 수당체계 등 운영사항을 결정하여 공소외 2 회사 운영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거나 도움을 주는 의사결정기구로서의 역할은 하지 못하였다. 더구나 피고인들은 운영위원회의 위원조차 아니었다.
(7) 피고인들은 과거 다단계판매방식 또는 방문판매방식으로 운영되던 영업을 한 경험이 있다. 피고인들은 이 사건 다단계판매조직에 속한 사업자로서 투자 유치 및 회원 모집을 위한 강의를 하고, 자신의 이름으로 단체 채팅방을 직접 개설한 뒤 거기에서 공소외 2 회사 측의 주요 공지사항 전달, 중요 정보 공유, 판매 또는 투자 권유, 채굴기 매수 방법 전달, 강의 소개, 환전 방법, 회원등록 등의 업무를 처리하는 활동을 하였다. 그러나 피고인들은 스스로 또는 상위 사업자들과 함께 이 사건 다단계판매조직의 하부조직에 해당하는 센터나 지사를 개설하여 운영하지 않았고, 공소외 2 회사에서 판매원 이상의 특별한 직책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피고인들은 공소외 2 회사로부터 하위 사업자에게는 지급되지 않고 상위 사업자에게만 지급되는 별도의 수당이나 보수 등을 지급받은 적도 없다.
3.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따라 살펴보면, 피고인들이 이 사건 다단계판매조직의 최상위 내지 차상위 사업자인 다단계판매원으로서 판매를 위한 주요 역할을 수행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다단계판매원으로서의 활동을 초과하여 공소외 1 등의 무등록 다단계판매조직의 개설·관리 또는 운영의 범행을 공동으로 실현하려는 의사로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해 위 범행에 가담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런데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들에 대한 주위적 공소사실인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의 점을 무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이를 유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공동정범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그러므로 피고인들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유숙(재판장) 김재형 이동원 노태악(주심) | [1] 형법 제30조 / [2] 형법 제30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및 검사
【변 호 인】
법무법인 열림 담당변호사 강경덕
【원심판결】
서울남부지법 2019. 10. 4. 선고 2018노2408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2017. 7. 6.자 강제추행에 관한 무죄 부분 및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남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검사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검사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가. 2017. 7. 6.자 강제추행
1) 강제추행죄는 상대방에 대하여 폭행 또는 협박을 가하여 항거를 곤란하게 한 뒤에 추행행위를 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폭행행위 자체가 추행행위라고 인정되는 경우도 포함된다. 이 경우 폭행은 반드시 상대방의 의사를 억압할 정도의 것임을 요하지 않고,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가 있는 이상 힘의 대소강약을 불문한다. 추행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피해자의 의사, 성별,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이전부터의 관계,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 행위태양, 주위의 객관적 상황과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히 결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02. 4. 26. 선고 2001도2417 판결 등 참조).
2)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2017. 7. 6. 00:01경 서울 강서구 마곡동 지하철 5호선 발산역 부근 편의점 맞은편 골목길에서 직원 회식을 마친 후 같은 회사 경리 직원인 피해자(여, 28세)와 단둘이 남게 되자 피해자에게 모텔에 같이 가자고 하였고, 이에 피해자가 거절하였음에도 “모텔에 함께 가고 싶다, 모텔에 같이 안 갈 이유가 뭐가 있냐?”라는 등의 말을 하며 강제로 피해자의 손목을 잡아끌어 피해자를 추행하였다는 것이다.
3)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모텔에 가자며 피해자의 손목을 잡아끌었던 사실은 인정되지만, 이를 성희롱 언동으로 볼 수 있을지언정 강제추행의 ‘추행’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4) 그러나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피고인은 피해자와 단둘이 남게 되자 모텔에 같이 가자고 하였고 피해자가 이를 거절하였음에도 모텔에 가고 싶다면서 강제로 피해자의 손목을 잡아끌은 사실이 인정된다. 위와 같이 피고인이 모텔에 가자고 하면서 피해자의 손목을 잡아끈 행위에는 이미 성적인 동기가 내포되어 있어 추행의 고의가 인정되고, 더 나아가 피해자를 쓰다듬거나 피해자를 안으려고 하는 등의 행위가 있어야만 성적으로 의미가 있는 행동이라고 볼 수 없다. 피고인이 접촉한 피해자의 특정 신체부위만을 기준으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지 여부가 구별되는 것은 아니다.
나) 피해자는 회사에 입사한 지 약 3개월 된 신입사원(1990년생)이고, 피고인은 피해자와 같은 부서에 근무하는 직장 상사(1978년생)인 점, 피고인은 피해자를 포함한 동료 직원들과 함께 밤늦게 회식을 마친 후 피해자와 단둘이 남게 되자 모텔에 가고 싶다면서 피해자의 손목을 잡아끄는 행위를 한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의 행위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이루어진 것일 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유형력의 행사에 해당하고, 일반인에게도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할 수 있는 추행행위로 볼 수 있다.
다) 추행행위와 동시에 저질러지는 폭행행위는 반드시 상대방의 의사를 억압할 정도의 것임을 요하지 않으므로, 비록 피해자가 이후에 피고인을 설득하여 택시에 태워서 보냈다고 하더라도 강제추행죄의 성립에는 영향이 없다.
5) 그럼에도 원심은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강제추행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는 이유 있다.
나. 2017. 10. 24.자 강제추행
원심은 피고인이 2017. 10. 24. 피해자를 강제추행하였다는 피해자의 진술은 신빙성이 없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와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잘못 인정하거나 강제추행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2. 피고인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2017. 7. 12.자 강제추행 부분에 대하여 유죄를 인정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와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잘못 인정하거나 강제추행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3. 파기 범위
원심판결 중 2017. 7. 6.자 강제추행에 관한 무죄 부분은 파기되어야 하는데, 그 부분은 유죄 부분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전체에 대하여 하나의 형이 선고되어야 한다. 따라서 원심판결 중 2017. 7. 6.자 강제추행에 관한 무죄 부분 및 유죄 부분은 모두 파기되어야 한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2017. 7. 6.자 강제추행에 관한 무죄 부분 및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검사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박상옥(주심) 안철상 김상환 | 형법 제298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임성호
【원심판결】
창원지법 2018. 8. 23. 선고 2018노1475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창원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고인은 현역입영 대상자이다. 피고인은 2018. 1. 12. 주거지에서 피고인의 모 공소외인으로부터 2018. 2. 12.자로 논산시 (주소 생략)에 있는 육군훈련소로 입영하라는 경남지방병무청장 명의의 현역입영통지서를 전달받고도 입영일부터 3일이 경과한 날까지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하지 아니하였다.
2.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인의 입영 거부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이 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가. 비군사적 영역에서의 사회복무(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하지 않은 상태에서 집총 등 군사적 행동을 수반하는 병역의무를 부과한 후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형사처벌하는 것은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된다.
나.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수단이 오로지 군사적 행동을 수반하는 것만이 유일무이하지 않음에도 양심의 자유와 병역의 의무를 조화롭게 양립할 수 있는 제3의 선택을 배제한 채 군사적 행동을 수반하는 병역의무의 이행만을 강제하는 것은 양심에 반하는 행위의 강제금지에 저촉되고, 우리 헌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정신적 기본권의 하나인 양심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제약이다.
다.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더라도 우리의 국방력에 유의미한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대체복무 편입 여부를 판정하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심사절차를 마련하고 현역복무와 대체복무 사이의 형평성이 확보되도록 제도를 설계한다면, 병역자원을 확보하고 병역부담의 형평을 기하고자 하는 입법 목적을 병역종류조항과 같은 정도로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
라. 따라서 피고인이 군사훈련을 수반할 수밖에 없는 현역병 입영을 거부한 것은 확고하게 정립된 양심의 자유에 따른 것이다. 순수 민간 사회복무(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하지 않은 병역법하에서의 현역병 입영 통지에 대한 피고인의 입영 거부에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
3. 그러나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는 종교적·윤리적·도덕적·철학적 또는 이와 유사한 동기에서 형성된 양심상 결정을 이유로 집총이나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하는 행위를 말한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병역의무의 이행을 일률적으로 강제하고 그 불이행에 대하여 형사처벌 등 제재를 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를 비롯한 헌법상 기본권 보장체계와 전체 법질서에 비추어 타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소수자에 대한 관용과 포용이라는 자유민주주의 정신에도 위배된다. 따라서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라면, 이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구체적인 병역법 위반 사건에서 피고인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할 경우, 그 양심이 과연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것인지를 가려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인간의 내면에 있는 양심을 직접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는 없으므로 사물의 성질상 양심과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예컨대 종교적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 주장에 대해서는 종교의 구체적 교리가 어떠한지, 그 교리가 양심적 병역거부를 명하고 있는지, 실제로 신도들이 양심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고 있는지, 그 종교가 피고인을 정식 신도로 인정하고 있는지, 피고인이 교리 일반을 숙지하고 철저히 따르고 있는지, 피고인이 주장하는 양심적 병역거부가 오로지 또는 주로 그 교리에 따른 것인지, 피고인이 종교를 신봉하게 된 동기와 경위, 만일 피고인이 개종을 한 것이라면 그 경위와 이유, 피고인의 신앙기간과 실제 종교적 활동 등이 주요한 판단요소가 될 것이다. 피고인이 주장하는 양심과 동일한 양심을 가진 사람들이 이미 양심적 병역거부를 이유로 실형으로 복역하는 사례가 반복되었다는 등의 사정은 적극적인 고려요소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위와 같은 판단 과정에서 피고인의 가정환경, 성장과정, 학교생활, 사회경험 등 전반적인 삶의 모습도 아울러 살펴볼 필요가 있다.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양심은 그 사람의 삶 전체를 통하여 형성되고, 또한 어떤 형태로든 그 사람의 실제 삶으로 표출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당한 사유가 없다는 사실은 범죄구성요건이므로 검사가 증명하여야 한다. 다만 진정한 양심의 부존재를 증명한다는 것은 마치 특정되지 않은 기간과 공간에서 구체화되지 않은 사실의 부존재를 증명하는 것과 유사하다. 위와 같은 불명확한 사실의 부존재를 증명하는 것은 사회통념상 불가능한 반면 그 존재를 주장·증명하는 것이 좀 더 쉬우므로, 이러한 사정은 검사가 증명책임을 다하였는지를 판단할 때 고려하여야 한다. 따라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하는 피고인은 자신의 병역거부가 그에 따라 행동하지 않고서는 인격적 존재가치가 파멸되고 말 것이라는 절박하고 구체적인 양심에 따른 것이며 그 양심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것이라는 사실의 존재를 수긍할 만한 소명자료를 제시하고, 검사는 제시된 자료의 신빙성을 탄핵하는 방법으로 진정한 양심의 부존재를 증명할 수 있다. 이때 병역거부자가 제시하여야 할 소명자료는 적어도 검사가 그에 기초하여 정당한 사유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가능할 정도로 구체성을 갖추어야 한다(대법원 2018. 11. 1. 선고 2016도10912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나. 이러한 법리에 따라 이 사건 공소사실의 유무죄를 가림에 있어서는 피고인으로부터 병역거부에 이르게 된 그의 양심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것이라는 사실의 존재를 수긍할 만한 구체적인 소명자료를 제출받아 이를 자세히 심리할 필요가 있다.
종교적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가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는 점이 이제는 위 전원합의체 판결에 의하여 일반론으로 자리잡게 되었으나, 어느 추상적인 법개념이 현실세계에 실제로 적용되기 위해서는 주어진 사실관계가 해당 법개념에 포섭되는지를 구체적·개별적으로 살펴야 하는 것처럼 양심적 병역거부가 문제 되는 사건에서도 병역거부를 하게 된 원인이 진정한 양심에 따른 것인지는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개별적인 심리·판단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인간의 내면에 있는 양심 자체는 직접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없을지라도, 피고인이 특정 종교를 신봉하고 있다는 취지로 변소하는 것만으로는 진정한 양심에 기반을 둔 병역거부라고 단정할 수 없다. 종교적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의 주장에 관해서는 앞서 주요한 판단요소로 예시한 바를 중심으로 양심과 관련된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이 객관적으로 증명되었는지를 신중하고 충실하게 심리하여야 한다는 점이 간과되어서는 아니 된다. 나아가 이를 바탕으로 피고인이 병역거부에 이르게 된 원인으로 주장하는 ‘양심’이 과연 그 주장에 상응하는 만큼 깊고 확고하며 진실된 것인지, 종교적 신념에 의한 것이라는 피고인의 병역거부가 실제로도 절박하고 구체적인 양심에 따른 것으로서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여야 한다.
그런데도 원심은 종교적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가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속한다는 점을 일반론으로서 밝히는 정도에 그쳤을 뿐, 구체적으로 피고인의 병역거부가 그의 진정한 양심에 의한 것인지 등에 대해서는 객관적 자료를 토대로 한 충분한 심리 없이 피고인의 변소를 그대로 받아들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라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재형(재판장) 민유숙 이동원(주심) 노태악 | [1] 헌법 제19조, 제39조, 병역법 제88조 제1항, 형사소송법 제308조 / [2] 병역법 제88조 제1항 제1호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1 외 2인
【상 고 인】
피고인들 및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김정인 외 1인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법 2015. 6. 19. 선고 2015노150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 1에 대한 유죄 부분 및 무죄 부분 중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위반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환송한다. 피고인 2, 피고인 3의 상고 및 검사의 나머지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피고인 2, 피고인 3의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검사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가. 피고인 1에 대한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금융실명법’이라고 한다) 위반 부분
1) 이 부분 공소사실 요지
피고인 1은 ① 2013. 4. 23. 13:45경 ○○카드△△□콜센터에 전화하여 상담원에게 법인카드 사용내역서 등을 발급받을 권한이 없다는 사실을 숨긴 채 ‘업무 때문에 필요하니 법인카드 사용내역서를 보내 달라’고 요청하여 공소외 1이 2010. 1. 1.부터 2013. 2. 28.까지 사용한 공소외 2 학교법인 명의의 법인카드 사용내역서를 피고인 1의 이메일로 제공받고, ② 2013. 4. 23. 15:14경 같은 방법으로 공소외 3이 2010. 9. 1.부터 2012. 5. 31.까지 사용한 공소외 2 학교법인 명의의 법인카드 사용내역서를 제공받고, ③ 2013. 4. 29. 11:50경 같은 방법으로 공소외 1이 2012. 10. 8.부터 2013. 3.경까지 사용한 공소외 2 학교법인 명의의 법인카드 승인내역서를 제공받아 각 금융거래정보를 제공받았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인 1이 제공받은 법인카드 사용내역서에 ‘카드 사용일자, 가맹점명, 사용금액’, 법인카드 승인내역서에 ‘거래승인일시, 가맹점명, 승인금액’이 기재되어 있었던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이러한 정보는 금융자산에 관한 거래의 내용에 대한 정보라고 할 수 없어 금융실명법 제4조 제1항에 따른 비밀보호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금융실명법은 실지명의에 의한 금융거래를 실시하고 그 비밀을 보장하여 금융거래의 정상화를 꾀하고자 제정된 법률이다(금융실명법 제1조). 법원의 제출명령 또는 법관이 발부한 영장 등 금융실명법 제4조 제1항 각호에서 열거한 예외적인 경우가 아닌 이상, 금융회사 등에 종사하는 자는 명의인의 서면상의 요구나 동의를 받지 아니하고는 그 금융거래의 내용에 대한 정보 또는 자료(이하 ‘거래정보 등’이라고 한다)를 타인에게 제공하거나 누설하여서는 아니 되며, 누구든지 금융회사 등에 종사하는 자에게 거래정보 등의 제공을 요구하여서는 아니 된다(금융실명법 제4조 제1항).
여기서 ‘거래정보 등’이라 함은 특정인의 금융거래사실과 금융회사 등이 보유하고 있는 금융거래에 관한 기록의 원본·사본 및 그 기록으로부터 알게 된 것으로, 금융거래사실을 포함한 금융거래의 내용이 누구의 것인지를 알 수 없는 것(당해 거래정보 등만으로 그 거래자를 알 수 없더라도 다른 거래정보 등과 용이하게 결합하여 그 거래자를 알 수 있는 것을 제외한다)은 여기에 포함되지 아니한다(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6조).
위 ‘금융거래’라 함은 금융회사 등이 금융자산을 수입·매매·환매·중개·할인·발행·상환·환급·수탁·등록·교환하거나 그 이자·할인액 또는 배당을 지급하는 것과 이를 대행하는 것 또는 그 밖에 금융자산을 대상으로 하는 거래로서 총리령으로 정하는 것을 말한다(금융실명법 제2조 제3호). 위 ‘금융자산’이라 함은 금융회사 등이 취급하는 예금·적금·부금·계금·예탁금·출자금·신탁재산·주식·채권·수익증권·출자지분·어음·수표·채무증서 등 금전 및 유가증권과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것으로서 총리령으로 정하는 것을 말한다(금융실명법 제2조 제2호).
한편 신용카드에 의하여 물품을 거래할 때 금융회사 등이 발행하는 매출전표의 거래명의자에 관한 정보도 금융실명법에서 정하는 ‘거래정보 등’에 해당한다(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2도13607 판결 참조).
나) 앞서 본 규정에 의하면, 금융실명법 제4조 제1항은 비밀보장의 대상이 되는 ‘거래정보 등’을 금융거래에 대한 정보 또는 자료가 아니라 금융거래의 “내용”에 대한 정보 또는 자료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금융회사 등이 금융자산인 “예금이나 금전을 상환하는 것” 또는 “예금이나 금전을 수입하는 것”은 금융자산에 관한 거래로서 금융실명법 제2조 제3호에서 규정하고 있는 ‘금융거래’에 해당한다. 그리고 금융거래인 “상환”이나 “수입”이 일어나게 된 원인 중에는 ‘채무’가 포함된다. 따라서 위와 같은 채무를 발생시킨 행위는 위 금융거래와 밀접한 관련이 있고, 나아가 “상환”이나 “수입”의 내용을 특정하여 그것의 전체적인 모습이나 내용을 파악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이므로 위 금융거래의 “내용”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결국 위 금융거래의 원인이 되는 채무 및 그 채무 발생에 관한 정보나 자료는 금융거래의 내용에 대한 정보 또는 자료가 된다.
다) 신용카드거래는 신용카드회원과 신용카드업자 사이에 체결된 신용카드 이용계약, 가맹점과 신용카드업자 사이에 체결된 가맹점계약에 따라, 신용카드회원이 가맹점에서 신용으로 상품을 구매하거나 용역을 제공받고, 신용카드업자가 신용카드회원을 대신하여 가맹점에 대금을 지급하며, 일정 기간이 지난 다음 신용카드업자가 신용카드회원으로부터 그 대금을 회수하는 구조로 이루어진다.
여기서 신용카드업자와 가맹점 사이 및 신용카드업자와 신용카드회원 사이에 예금이나 금전으로 상환이 이루어지거나 예금이나 금전의 수입이 발생하게 되고, 이는 금융실명법에서 정한 ‘금융거래’에 해당한다. 또한 위와 같은 금융거래인 상환이나 수입의 원인이 되는 채무는 신용카드회원의 가맹점에 대한 대금채무이고, 위 대금채무를 발생시킨 신용카드회원의 신용카드 이용거래는 위 상환이나 수입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그 상환이나 수입의 내용을 특정하여 상환이나 수입의 전체적인 모습이나 내용을 파악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이므로, 신용카드 거래내역은 금융거래인 “상환”이나 “수입”의 내용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결국 신용카드 대금채무와 그 발생에 관한 정보나 자료에 해당하는 신용카드 사용내역(신용카드 사용일자, 가맹점명, 사용금액 등)이나 승인내역(신용카드 거래승인일시, 가맹점명, 승인금액 등)은 금융거래의 내용에 대한 정보 또는 자료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라) 그런데도 신용카드 사용내역서와 신용카드 승인내역서가 금융실명법 제4조 제1항에 따른 비밀보장의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의 판단에는 금융실명법 제4조 제1항에서 정한 ‘거래정보 등’의 해석, 적용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따라서 이를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나. 나머지 부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 1에 대한 공소사실 중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부분, 2013. 5. 8.자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이라고 한다) 위반(명예훼손) 부분, 명예훼손 부분 및 피고인 2, 피고인 3에 대한 공소사실 중 2013. 5. 7.자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부분, 2013. 6. 17.자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부분, 명예훼손 부분에 대하여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무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와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잘못 인정하거나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죄,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죄 및 명예훼손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위법이 없다.
2. 피고인 1의 상고에 관하여
피고인 1은 상고이유서 제출기간 내에 상고이유서를 제출하지 않았고, 상고장에도 상고이유를 기재하지 않았다.
3. 피고인 2, 피고인 3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 2, 피고인 3에 대한 공소사실 중 2013. 3. 28.자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부분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와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잘못 인정하거나 증명책임,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죄의 성립 및 위법성조각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위법이 없다.
4. 파기의 범위
앞서 본 것과 같은 이유로, 원심판결의 무죄 부분 중 피고인 1에 대한 금융실명법 위반 부분을 파기하여야 한다. 그런데 위 파기 부분은 피고인 1에 대한 유죄 부분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이 선고되어야 하므로, 피고인 1에 대한 유죄 부분도 함께 파기하여야 한다.
5.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 1에 대한 유죄 부분 및 무죄 부분 중 금융실명법 위반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피고인 2, 피고인 3의 상고 및 검사의 나머지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박상옥(주심) 김상환 | 구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2014. 5. 28. 법률 제1271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조 제1항,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제1조, 제2조 제2호, 제3호, 제4조 제1항,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6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검 사】
최예원
【변 호 인】
변호사 서창효 외 4인
【주 문】
피고인은 무죄.
【이 유】
1. 즉결심판서 기재 범죄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노동조합△△△△△지부 조직부장이다.
피고인은 2019. 10. 29.부터 2019. 11. 5.까지 시흥시 (주소 생략) 건설현장 1번 출입구에서 ○○○○노동조합 노조원을 채용해 달라고 주장하며 노조원 20명가량과 방송차량 3대를 동원하여 집회를 하였다.
이 과정에서 사측 직원들이 출근하기 전인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아래 표 기재와 같이 7회에 걸쳐 인근소란 행위를 하였다.
- 표 -행위일행위시간행위방법2019. 10. 29.05:40경부터 06:30경까지방송차량의 음향시설을 통하여 음악을 지나치게 크게 틀어놓아 이웃을 시끄럽게 하는 방법2019. 10. 30.上同上同2019. 10. 31.上同上同2019. 11. 1.上同上同2019. 11. 2.上同上同2019. 11. 4.上同上同2019. 11. 5.上同上同
2. 판단
가. 이 법원에서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 피고인이 즉결심판서 기재 일시, 장소에서 방송차량의 음향기기로 음악을 틀어놓았던 사실, ㉡ 피고인이 집회를 개최한 목적은 해당 공사현장의 하도급사인 공소외 주식회사에 대한 근로조건과 관련된 요구사항을 주장하기 위해서였는데, 공소외 주식회사의 직원들은 통상 오전 06:30경 이후에야 출근하였던 사실, ㉢ 집회에 사용된 확성기 중 일부가 인근 아파트 단지 쪽을 향해 있었고, 위 집회 장소 인근의 주민들 중 일부가 경찰서에 소음에 대한 해결을 요구하는 민원 신고를 약 18회 정도 했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나. 시흥경찰서장은 위와 같은 사실을 확인한 후, 피고인에게 경범죄 처벌법 제3조 제1항 제21호를 적용하여 즉결심판을 청구하였고, 이 법원은 피고인을 유죄로 인정하고 벌금 20만 원을 선고하였으나, 피고인은 무죄를 주장하며 이 사건 정식재판을 청구하였다.
다. 앞서 본 사실에 의하면, 피고인의 집회 과정에서 큰 소리가 발생되었고, 인근 주민들이 새벽 시간에 수면을 방해받거나 일상생활에서의 평온을 누리는 데 지장을 받았을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 역시 그와 같은 사정을 인식한 채 인근 주민들의 민원 제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를 집회를 통한 목적 달성의 한 방편으로 활용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이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위 가.항에서 본 사실과 제출된 증거만으로 피고인이 집회를 통해 경범죄 처벌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행위인 ‘지나치게 큰 소리를 내 이웃을 시끄럽게 하는 행위’를 하였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
① 피고인은 2019. 10. 18.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6조 제1항에 따라 목적, 일시, 장소, 시위 방법 등을 명시한 옥외집회(시위) 신고서를 제출하였다. 피고인이 집회를 개최하면서 한 행위가 위 신고의 범위를 넘어섰다고 볼 증거는 없다.
②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4조 제1항과 같은 법 시행령 제14조 [별표 2]는 집회의 주최자가 확성기를 사용하여 소음을 발생시킬 경우에 준수해야 할 기준을 명시하고 있는데, 그에 따르면 일몰 후 일출 전 주거지역 등에서 준수해야 할 소음기준은 60dB 이하이다. 피고인이 위 기준을 넘는 소음을 발생시켰다고 볼 증거는 없고, 이 사건 당시 출동 경찰관이 측정한 결과에 의하면, 소음기준은 준수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③ 헌법은 집회의 자유를 언론·출판의 자유와 함께 표현의 자유의 하나로서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제21조 제1항). 집회의 자유는 집회를 통하여 형성된 의사를 집단적으로 표현하고 이를 통하여 불특정 다수의 의사에 영향을 줄 자유, 즉 시위의 자유를 포함한다. 집회와 시위는 그 속성상 개인적인 의사표현에 비하여 공공의 안녕질서나 법적 평화와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옥외집회·시위는 옥내집회·시위와 비교하여 다른 사람의 권리나 법익과 충돌할 위험이 크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은 평화적인 집회·시위의 권리를 일반적으로 보장하되(제3조, 제5조), 옥외집회·시위를 주최하려는 자로 하여금 그 목적, 일시(필요한 시간을 포함한다), 장소, 주최자(단체인 경우에는 그 대표자를 포함한다) 등을 기재한 신고서를 옥외집회를 시작하기 720시간 전부터 48시간 전에 관할 경찰서장에게 제출하도록 함으로써(제6조 제1항), 법률로 집회·시위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 이러한 사전신고는 옥외집회·시위의 개최 전 단계에서 주최자와 제3자, 일반 공중 사이의 이익을 조정하여 상호 간의 이익충돌을 사전에 예방하고, 행정관청과 주최자가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협력함으로써 집회·시위가 평화롭게 진행되도록 하며, 옥외집회·시위로 인하여 침해될 수 있는 공공의 안녕질서를 보호하고 그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나아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은 야간이라는 시간적 특수성을 고려하여 사회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고 시민들의 주거와 사생활의 평온을 보호하기 위하여 일출시간 전, 24시 이후 옥외집회·시위를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있다(제10조 본문). 다만 집회의 성격상 부득이하여 주최자가 질서유지인을 두고 미리 신고한 경우에는 관할 경찰관서장은 질서 유지를 위한 조건을 붙여 해가 뜨기 전이나 24시 이후에도 옥외집회를 허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제10조단서).
이와 같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서 이미 공공의 안녕질서나 법적 평화를 고려한 제한을 두고 있는데, 피고인이 그에 따른 제한을 준수하였음에도, 집회가 새벽 시간에 아파트 인근에서 이루어졌다는 이유만으로 경범죄에 해당한다고 해석한다면, 이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엄격한 기본권 제한 기준을 형해화시키는 결과가 된다. 만약 집회 내 어떤 행위가 공공의 안녕에 저해가 된다면, 그에 대해서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른 조치가 이루어져야 하고, 특히 야간 옥외집회로 공공의 안녕이 저해된다면, 이를 방지하기 위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상 조치가 우선 취해져야 한다. 이 사건에서 그러한 조치가 취해졌다고 볼 증거는 없다(볼륨을 낮춰 달라는 단순 협조 요청은 그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④ 경범죄 처벌법 제2조는 ‘남용금지’라는 표제하에 “이 법을 적용할 때에는 국민의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하지 아니하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나 다른 목적을 위하여 이 법을 적용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앞서 본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의 내용과 취지까지 함께 고려할 때, 현저히 부당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없을 정도의 피해를 야기하는 집회·시위라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절차와 방법에 따른 집회·시위는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
이 사건에서 일부 주민들의 피해 호소가 있었으나, 주거단지 내 구체적 소음 수준의 측정까지 이루어지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집회의 목적에 어떠한 불법성을 찾기 어려운 점, 집회 장소가 공사현장의 출입구 앞이었던 점 등을 고려할 때, 제출된 증거만으로 피고인의 행위가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다.
3.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김대권 | 헌법 제21조 제1항, 경범죄 처벌법 제2조, 제3조 제1항 제21호,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6조 제1항, 제10조, 제14조 제1항,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4조 [별표 2]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원심판결】
수원지법 2019. 6. 14. 선고 2018노1443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한 도과 후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실용신안법 위반의 점에 대하여
가. 등록고안의 청구범위가 복수의 구성요소로 되어 있는 경우에는 그 각 구성요소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전체로서의 기술사상이 보호되는 것이지, 각 구성요소가 독립하여 보호되는 것은 아니므로, 피고인이 생산 등을 하는 물건 또는 사용하는 방법이 등록고안의 청구범위에 기재된 필수적 구성요소들 중의 일부만을 갖추고 있고 나머지 구성요소가 결여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그 제품은 등록고안의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는다. 등록고안의 청구범위에 기재된 구성요소는 모두 그 등록고안의 구성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적 구성요소로 보아야 하므로, 구성요소 중 일부를 권리행사의 단계에서 등록고안에서 비교적 중요하지 않은 사항이라고 하여 무시하는 것은 사실상 청구범위의 확장적 변경을 사후에 인정하는 것이 되어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2005. 9. 30. 선고 2004후3553 판결 등 참조).
나. 기록 및 원심판결에 의하면, 피고인이 생산·판매한 공소사실 기재 발가락 교정기(이하 ‘피고인 실시제품’이라고 한다)는, 바닥부와 교정돌기, 연결부, 지압부를 포함한다는 점에서는 이 사건 등록고안(실용신안번호 생략)과 공통되나, 이 사건 등록고안의 구성요소인 ‘자가발전하여 발광하는 발광부’, ‘바닥부에 포함된 열선과 전달부’, ‘압전소자와 박막전지를 통해 전원을 공급받아 발광하는 엘이디(LED)’, ‘교정돌기의 상측면에 형성되는 로고부와 향기발산층’은 포함하고 있지 않다.
다.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실시제품은 이 사건 등록고안의 구성요소들 중의 일부만을 갖추고 나머지 구성요소를 결여하여 이 사건 등록고안의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고, 따라서 이 사건 등록고안에 대한 침해가 인정되지 않는다.
라.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인 실시제품에서 위와 같이 결여된 구성요소들은 이 사건 등록고안의 부차적인 사항에 불과하고, 이 사건 등록고안의 주요하거나 본질적인 사항에 대한 과제해결원리와 작용 효과가 동일한 이상 이용관계가 부정되지 않는다고 하여 이 사건 등록고안에 대한 침해를 인정하였다.
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등록고안의 권리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2. 디자인보호법 위반의 점에 대하여
원심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① 피고인 실시제품은 이 사건 등록디자인(디자인번호 생략)과 외관의 지배적인 특징이 유사하고, 일부 차이점은 전체적인 심미감에 영향이 없는 세부적 차이에 불과하다. 따라서 피고인 실시제품은 이 사건 등록디자인권을 침해한다. ② 피고인의 실시 행위 이후 피고인 실시제품의 디자인이 디자인 등록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정당한 권리에 근거한 실시여서 침해가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디자인보호법 제92조의 디자인권의 효력, 디자인권 침해 및 침해의 고의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원심판결에 디자인보호법 제102조의 통상실시권 성립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는 취지의 주장은 피고인이 이를 항소이유로 삼거나 원심이 직권으로 심판대상으로 삼은 바가 없는 것을 상고심에 이르러 비로소 주장하는 것으로서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3. 파기의 범위
원심판결 중 실용신안법 위반의 점에 대하여는 앞서 본 것과 같은 파기사유가 있고, 이 부분과 나머지 부분은 상상적 경합범의 관계에 있다는 이유로 하나의 형이 선고되었으므로, 원심판결은 전부 파기되어야 한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안철상(재판장) 박상옥 노정희 김상환(주심) | 실용신안법 제45조 제1항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1 외 1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법무법인 여는 담당변호사 김유정 외 1인
【원심판결】
청주지법 2017. 1. 26. 선고 2016노1005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노동조합의 조합활동은 근로자가 가지는 결사의 자유 내지 노동3권에 바탕을 둔 것으로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고 한다) 제1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정당한 행위에 대하여는 민형사상 면책이 된다(노동조합법 제4조, 형법 제20조). 노동조합의 활동이 정당하다고 하려면, 첫째 주체의 측면에서 행위의 성질상 노동조합의 활동으로 볼 수 있거나 노동조합의 묵시적인 수권 혹은 승인을 받았다고 볼 수 있는 것이어야 하고, 둘째 목적의 측면에서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하기 위하여 필요하고 근로자들의 단결 강화에 도움이 되는 행위이어야 하며, 셋째 시기의 측면에서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별도의 허용규정이 있거나 관행이나 사용자의 승낙이 있는 경우 외에는 원칙적으로 근무시간 외에 행하여져야 하고, 넷째 수단·방법의 측면에서 사업장 내 조합활동에서는 사용자의 시설관리권에 바탕을 둔 합리적인 규율이나 제약에 따라야 하며 폭력과 파괴행위 등의 방법에 의하지 않는 것이어야 한다(대법원 1992. 4. 10. 선고 91도3044 판결 등 참조).
이 중에서 시기·수단·방법 등에 관한 요건은 조합활동과 사용자의 노무지휘권·시설관리권 등이 충돌할 경우에 그 정당성을 어떠한 기준으로 정할 것인지 하는 문제이므로, 위 요건을 갖추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조합활동의 필요성과 긴급성, 조합활동으로 행해진 개별 행위의 경위와 구체적 태양, 사용자의 노무지휘권·시설관리권 등의 침해 여부와 정도, 그 밖에 근로관계의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충돌되는 가치를 객관적으로 비교·형량하여 실질적인 관점에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94. 2. 22. 선고 93도613 판결, 대법원 1995. 2. 17. 선고 94다44422 판결, 대법원 1995. 3. 14. 선고 94누5496 판결 등 참조).
2. 원심은 제1심판결 이유를 인용하여, 피고인들은 공소외 1 노동조합(이하 ‘공소외 1 노조’라고 한다) 소속 간부들로서 공소외 2 주식회사 (이하 ‘공소외 2 회사’라고 한다)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실의 증거수집 등을 할 목적으로 ○○공장 내 생산1공장(이하 ‘이 사건 공장’이라고 한다)에 들어간 것이고 그 이전에도 공소외 1 노조△△△△지부 소속 간부들이 같은 목적으로 이 사건 공장을 방문하여 관리자 측의 별다른 제지 없이 현장순회를 해왔던 점, 피고인들은 이 사건 공장의 시설이나 설비를 작동시키지 않은 채 단지 그 상태를 눈으로 살펴보았을 뿐으로 그 시간도 30분 내지 40분 정도에 그친 점, 피고인들이 이러한 현장순회 과정에서 공소외 2 회사 측을 폭행·협박하거나 강제적인 물리력을 행사한 바 없고, 근무 중인 근로자들의 업무를 방해하거나 소란을 피운 사실도 없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들의 행위는 근로조건의 유지·개선을 위한 조합활동으로서의 필요성이 인정되고, 그러한 활동으로 인하여 공소외 2 회사 측의 시설관리권의 본질적인 부분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기록과 대조하여 살펴보면, 원심이 위와 같이 피고인들의 조합활동으로 말미암아 기업운영이나 업무수행, 시설관리 등에 실질적으로 지장이 초래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에서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 기재 행위를 정당행위로 보아 무죄로 판단한 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산업별 노동조합 조합활동의 정당성,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정화(재판장) 권순일(주심) 이기택 김선수 | 헌법 제33조 제1항,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1조, 제4조, 형법 제20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피고인 및 검사
【검 사】
서소희 외 1인
【변 호 인】
변호사 서한규
【원심판결】
대구지법 서부지원 2019. 11. 6. 선고 2018고단1486 판결
【주 문】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1)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가) 직접구에 의한 뜸 시술은 화상을 전제로 하는 치료법이므로 화상으로 인한 흉터가 남는 것은 당연하다. 또한 직접구에 의한 뜸 시술은 일부러 화상을 발생시킨 후 환자의 몸이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능력을 이용하여 환자를 치료하는 치료방법이어서 환자는 충분한 진물이 흘러나오도록 그대로 두어야 하는데, 피해자는 소염제를 사용하여 진물의 배출을 막았고, 이로 인해 뜸 부위가 돌출된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에게 업무상 과실이 없다.
나) 피해자는 뜸 치료 계획과 동의서(수사기록 57면, 이하 ‘이 사건 동의서’라 한다)에 자필로 서명을 하였는데, 위 동의서에는 뜸의 흔적인 흉터가 남는다고 기재되어 있다. 따라서 피고인의 행위가 업무상 과실치상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형법 제24조(피해자의 승낙)에 따라 위법성이 조각된다.
2) 양형부당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벌금 30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검사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원심의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 피고인에게 업무상 과실이 없었고, 피해자의 등에 남은 흉터가 상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하였으나, 원심은 판결문 ‘증거의 요지’ 아래 부분에 ‘피고인의 주장과 이에 대한 판단’을 설시하여 위 주장을 배척하였다.
나. 당심의 판단
1) 피고인에게 업무상 과실이 없다는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적용 법리
의료사고에서 의료종사자에게 과실이 있다고 하기 위하여는 의료종사자가 결과 발생을 예견할 수 있고 또 회피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예견하지 못하거나 회피하지 못하였음이 인정되어야 하며, 과실의 유무를 판단할 때에는 같은 업무와 직무에 종사하는 일반적 보통인의 주의 정도를 표준으로 하고, 사고 당시의 일반적인 의학의 수준과 의료환경 및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 9. 20. 선고 2006도294 판결, 대법원 2011. 9. 8. 선고 2009도13959 판결 등 참조).
나)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한 사정들에다가 다음의 사정을 더하면, 피고인에게 원심 판시 범죄사실 기재와 같은 업무상 과실이 있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① 대한침구학회가 작성한 자문 요청에 관한 답변서에 아래와 같이 기재되어 있다(수사기록 96면).
㉠ 뜸 시술 시 환자상태, 병증상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시술 여부를 결정하여야 함. 피해자는 켈로이드성 피부를 가진 것으로 보이므로, 뜸 치료 여부와 강도 조절 시 환자의 피부 소인에 관한 신중한 고려가 필요할 것으로 사료됨.
㉡ 2차 감염은 뜸 화상으로 생길 수 있는 부작용으로, 노출된 피부 부위를 통한 반복감염을 막고, 2차 감염의 다른 부위로의 전파를 막기 위한 처치가 필요하다고 사료됨.
②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작성한 감정서에 아래와 같이 기재되어 있다(수사기록 175, 176, 179면).
㉠ 켈로이드 피부, 아토피 피부 등의 특이체질 피부 부작용 문제 등 전체적인 환자상태를 고려한 후 전문한의사의 변증을 통해서 뜸 치료가 안전하게 시행되어야 함.
㉡ 한의사는 우선적으로 시술 전 병력 청취 과정 중에서 켈로이드성 피부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함. 쑥뜸 치료과정에서도 화상을 입지 않도록 치료시간이나 방법 등을 조정하여 피부에 화상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사료됨.
㉢ 쑥뜸 치료 시 발생한 화상의 치료 및 관리에 대하여 표재성 2도 화상인 경우에는 자연적으로 치유되어도 반흔이 생기지 않지만, 심재성 2도와 3도 화상이 생긴 경우에는 적극적인 화상에 대한 치료가 필요할 것으로 사료됨.
③ ○○○○병원은 원심법원에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사실조회 회신을 하였다(공판기록 88면).
㉠ 직접구 방식의 뜸 치료를 시행한 경우에도 무조건 화상이 발생되는 것은 아니다. 환자가 뜨거울 경우 오래 유지하지 않고 제거하는 경우에는 붉은 홍반만 발생할 수 있다. 열 자극이 피부가 견딜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경우에 화상이 발생하게 된다.
㉡ 화상이 발생되면 뜸 치료와는 별개로 화상에 대한 치료는 필요하고, 화상치료로 이차적으로 발생될 흉터를 줄여야 한다.
㉢ 일반적으로 화상이 발생되면 화상치료를 통해 흉터 발생을 최소화해야 한다. 피해자의 흉터는 켈로이드 흉터로 통상적인 범주보다는 과다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사료된다.
④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아래와 같이 진술하였다(수사기록 114 내지 118면).
㉠ 피해자에 대한 시술 전에 진맥을 보고 문진을 하였는데, 고소인의 피부체질에 관해서는 사전진단을 하지 않았다.
㉡ 만약 피해자가 사전 문진 과정에서 자신의 피부가 켈로이드성 피부라는 사실을 고지했다 하더라도 저는 변함없이 직접구 방식의 뜸 치료를 했을 것이다.
㉢ 피고인이 볼 때는 고소인의 상처는 정상반응이었기 때문에 화상치료를 권고하는 등의 조치를 할 필요가 없었다. 뜸 시술은 항상 흔적이 남고, 그런 생각은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 한방에서 뜸 치료를 할 때에는 진물이 발생해서 대중목욕탕 같은 곳에 가서 그 상처가 감염이 되더라도 소염제를 사용하거나 밴드를 붙이지 못하게 한다. 왜냐하면 한방에서는 굳이 약물로 염증을 제어하지 않더라도, 환자 몸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방어 기제를 통해 염증을 치유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⑤ 피해자가 한방 치료를 중단하고 화상병원에서 치료를 시작한 것은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뜸 시술을 시행한 2016. 7. 14.부터 최소한 100일이 지난 후인데, 그때 이미 뜸 자국이 피부가 돌출된 상태로 외관상 아물어 더 이상 진물이 나지 않는 상태였으므로(수사기록 20, 22면), 피해자가 화상병원에서 치료를 시작하여 소염제 등을 사용한 것과 피해자의 뜸 자국이 돌출된 것과는 관련이 없다.
2) 피해자의 승낙에 의해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주장에 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의사의 부정확 또는 불충분한 설명을 근거로 이루어진 승낙은 위법성을 조각할 유효한 승낙이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1993. 7. 27. 선고 92도2345 판결 참조).
나)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동의서에 서명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피고인의 행위의 위법성을 조각할 유효한 승낙이라고 볼 수 없다.
① 피해자가 2016. 7. 14. 서명한 이 사건 동의서에 아래와 같은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수사기록 57면).
1. 쑥뜸으로 3도 화상을 일으키니 열로 인한 뜨거움을 이겨야 합니다.2. 염증이나 진물, 화농 등의 증상이 3개월 정도 지나야 완전히 아뭅니다.3. 치료 부위에 최소한의 뜸의 흔적인 흉터가 남습니다.(4항 생략)5. 뜸을 다 뜨고 그 자리에 소염제 연고를 바르거나 소독을 하거나 밴드를 바르지 마세요.6. 뜸 치료과정에 한의사가 아닌 양방의 의사에게 묻거나 상담을 하지 마세요(피부이식 하라 합니다).
②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 피고인이 쑥뜸 치료를 하면 완치가 가능하고 흉터도 남지 않는다고 하여 뜸 시술을 받았고, 뜸 치료 이후 피고인이 이 사건 동의서를 주며 서명하라고 하여 내용을 자세히 읽어보지도 않고 이 사건 동의서에 서명을 하였다고 진술하였다(수사기록 18, 77, 79면).
③ ○○○○병원의 사실조회 회신 등에 따르면 직접구 방식의 뜸 치료를 시행한 경우에도 무조건 화상이 발생되는 것은 아니고, 화상이 발생되면 뜸 치료와는 별개로 화상에 대한 치료는 필요하고, 화상치료로 이차적으로 발생될 흉터를 줄여야 한다(공판기록 88면). 피고인은 직접구 방식의 뜸 치료는 반드시 화상을 동반하고, 피해자와 같이 화상을 입은 경우에도 소염제 등의 양방 치료를 하는 것이 한방 치료에 방해가 된다고 주장하고 있으므로, 설령 피해자가 피고인의 주장처럼 피고인으로부터 충분한 설명을 듣고 이 사건 동의서에 서명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피고인의 부정확한 설명을 근거로 한 것이다.
④ 피해자가 서명한 이 사건 동의서에 흉터가 남는다고 기재가 되어 있으나 ‘최소한의 뜸의 흔적’이라고도 기재되어 있어, 피해자가 이 사건 동의서에 서명하였다고 하더라도 피해자의 몸에 남은 정도의 심한 비대성 흉터를 입는 것까지 동의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3)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은 정당하고, 거기에 피고인의 주장과 같은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3.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검사와 피고인의 각 양형부당 주장을 함께 살핀다.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피해자가 입은 상해가 가볍지 않은데도 피고인이 범행을 부인하며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고 있는 점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이다.
그러나 피고인이 음주운전으로 인한 1회 벌금 전과 외에 다른 전과는 없는 점 및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가족관계, 범행의 동기와 경위,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 조건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은 적정하고 원심의 양형 판단이 재량의 합리적인 한계를 벗어났다고 평가되거나 이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등의 사정을 찾아볼 수 없다.
따라서 원심이 선고한 형이 검사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거나,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검사와 피고인의 위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성열(재판장) 황윤철 박가연 | 형법 제24조, 제268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박왕규 외 4인
【원심판결】
전주지법 2019. 8. 28. 선고 2018노1498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전주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피고인의 서면은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상해 부분에 관하여
원심판결 이유를 원심과 제1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 중 상해 부분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것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
2. 명예훼손 부분에 관하여
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형법 제310조에 따라 처벌할 수 없다. 여기서 ‘진실한 사실’이란 그 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볼 때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사실이라는 의미로서 세부에 있어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더라도 무방하다.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라 함은 적시된 사실이 객관적으로 볼 때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서 행위자도 주관적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그 사실을 적시한 것이어야 한다. 여기의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에는 널리 국가·사회 기타 일반 다수인의 이익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특정한 사회집단이나 그 구성원 전체의 관심과 이익에 관한 것도 포함한다. 적시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 여부는 당해 적시 사실의 내용과 성질, 당해 사실의 공표가 이루어진 상대방의 범위, 그 표현의 방법 등 그 표현 자체에 관한 제반 사정을 감안함과 동시에 그 표현에 의하여 훼손되거나 훼손될 수 있는 명예의 침해 정도 등을 비교·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하며, 행위자의 주요한 동기 내지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다른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되어 있더라도 형법 제310조의 적용을 배제할 수 없다(대법원 1997. 4. 11. 선고 97도88 판결, 대법원 1998. 10. 9. 선고 97도158 판결, 대법원 2001. 10. 9. 선고 2001도3594 판결 등 참조). 그리고 형법 제310조의 규정은 인격권으로서의 개인의 명예의 보호와 헌법 제21조에 의한 정당한 표현의 자유의 보장이라는 상충되는 두 법익의 조화를 꾀한 것이므로, 두 법익 간의 조화와 균형을 고려한다면 적시된 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증명이 없더라도 행위자가 진실한 것으로 믿었고 또 그렇게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위법성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7. 12. 14. 선고 2006도2074 판결 등 참조).
한편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피고인이 공연히 사실의 적시를 하여야 하고, 그 적시한 사실이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것으로서 허위이어야 하며, 피고인이 그와 같은 사실이 허위라고 인식하였어야 한다. 적시된 사실이 허위의 사실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적시된 사실의 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볼 때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경우에는 세부적으로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다 하더라도 이를 허위의 사실이라고 볼 수는 없다(대법원 2000. 2. 25. 선고 99도4757 판결 등 참조). 나아가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의 구성요건을 이루는 사실은 그것이 주관적 요건이든 객관적 요건이든 그 증명책임이 검사에게 있으므로,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죄로 기소된 사건에서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리는 사실이 적시되었다는 점, 그 적시된 사실이 객관적으로 진실에 부합하지 아니하여 허위일 뿐만 아니라 그 적시된 사실이 허위라는 것을 피고인이 인식하고서 이를 적시하였다는 점은 모두 검사가 증명하여야 한다. 그런데 위 증명책임을 다하였는지 여부를 결정할 때에는, 어느 사실이 적극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의 증명은 물론, 그 사실의 부존재의 증명이라도 특정 기간과 특정 장소에서의 특정 행위의 부존재에 관한 것이라면 적극적 당사자인 검사가 이를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이 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11. 25. 선고 2009도12132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의 판단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 중 명예훼손 부분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해자 공소외 1은 공소외 2협동조합(이하 ‘이 사건 조합’이라 한다)의 발기인이자 금융자문 제공자로서 이 사건 조합의 자금 20억 원을 업무상 보관하던 중 2016. 7. 7.부터 2016. 11. 30.까지 35회에 걸쳐 합계 11억 4,908만 원을 횡령하여 2017. 8. 17. 전주지방법원에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정경제범죄법’이라 한다) 위반(횡령)죄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명령 160시간을 받은 사실이 있다. 피고인은 2017. 9. 5. 10:40경 전주시 (주소 생략)에 위치한 ‘(상호 생략) 식당’ 출입구에서 임시총회에 참석하는 이 사건 조합의 조합원 60여 명에게 “이거 보아라, 공소외 1이 공소외 3 사장이랑 같이 회삿돈을 다 해먹었다.”라고 말하면서(이하 ‘이 사건 발언’이라 한다) 위 특정경제범죄법 위반(횡령) 사건의 판결문 사본(이하 ‘횡령 사건 판결서’라 한다)을 배포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 공소외 1에 대하여는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명예를 훼손하고 피해자 공소외 3에 대하여는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명예를 훼손하였다.
2) 판단의 요지
가) 피해자 공소외 1에 대한 명예훼손 부분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형법 제310조에 따라 피고인의 행위의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항소이유의 주장을 배척한 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① 피고인은 피해자 공소외 1과 서로 알지 못하는 사이로서 이 사건 조합의 대표자이던 공소외 3을 비방하기 위하여 피해자 공소외 1이 마치 공소외 3과 공모하여 이 사건 조합의 돈을 횡령한 것처럼 발언하면서 횡령 사건 판결서를 배포하였다. ② 횡령 사건 판결서에는 피해자 공소외 1의 범죄사실뿐만 아니라 인적사항 등 개인정보까지 기재되어 있었고, ‘다 해먹었다.’는 식의 표현은 피해액이 반환되었다는 횡령 사건 판결서의 내용과도 부합하지 않는다. ③ 피해자 공소외 1은 피고인의 행위로 인하여 잘 알지 못하는 다수의 조합원들에게 전과자로 알려지게 되었다.
나) 피해자 공소외 3에 대한 명예훼손 부분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발언을 통해 적시된 사실은 허위이고 그 적시된 사실이 허위임을 피고인이 인식하였다는 전제하에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① 횡령 사건 판결서에는 공소외 1이 단독으로 이 사건 조합 소유의 돈을 횡령하였다고 기재되어 있고, 피해자 공소외 3은 관련 수사에서 공소외 1과 함께 업무상횡령을 하였다는 혐의에 관하여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 ② 피고인은 피해자 공소외 3의 조합 운영에 불만을 품고서 피해자 공소외 3이 실제로 공소외 1의 횡령행위에 가담하였는지 여부를 제대로 파악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발언을 하였다.
다. 대법원의 판단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1) 인정 사실
원심과 제1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피해자 공소외 3은 2016. 6. 1.경 택시여객 운송사업 등을 영위하던 공소외 4 유한회사(이하 ‘공소외 4 회사’라 한다)의 대표이사로 취임하였다.
나) 피해자들과 공소외 5, 공소외 6, 공소외 7은 2016. 6. 8.경 이 사건 조합의 발기인으로서 조합 정관(이하 ‘이 사건 정관’이라 한다)을 작성한 후, 창립총회를 열어 위 정관을 승인하는 한편 피해자 공소외 3을 이사장으로, 공소외 5, 공소외 6을 이사로, 공소외 7을 감사로 각각 선임하는 결의 등을 거쳤다. 피해자 공소외 3은 2016. 6. 16. 전라북도지사에게 이 사건 조합의 설립을 신고하였고, 2016. 6. 30. 조합설립등기를 마쳤다.
다) 2016. 7. 7.경 공소외 4 회사와 이 사건 조합 사이에, 공소외 4 회사가 이 사건 조합에 여객자동차운송사업(택시) 면허(면허 대수: 50대, 면허번호: 생략) 등의 자산을 14억 원에 양도하기로 하는 내용의 자산 양도·양수계약(이하 ‘이 사건 자산 양도·양수계약’이라 한다)이 체결되었다.
라) 이 사건 조합은 2016. 7. 7. 공소외 8 주식회사로부터 20억 원을 이자율을 연 20%(연체 이자율은 연 27.9%), 변제기를 2016. 11. 7.로 각각 정하여 대출받았고(이하 ‘이 사건 대출’이라 한다), 피해자 공소외 3이 이 사건 조합의 위 대출금 채무를 연대보증 하였다. 피해자 공소외 3은 같은 날 총회나 이사회의 결의를 거치지 않은 채 피해자 공소외 1과 사전에 합의한 대로 이 사건 대출금 20억 원 전액을 공소외 4 회사 명의의 계좌로 이체한 후 피해자 공소외 1로 하여금 위 계좌를 관리하게 하였다. 피해자 공소외 1은 그 무렵부터 위 계좌의 돈을 개인적인 용도로도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마) 그 후 조합원들 사이에 이 사건 조합의 자금 중 일부가 조합 운영 목적이 아닌 용도로 사용되었다는 소문이 퍼졌고, 조합원 공소외 9, 공소외 10, 공소외 11이 2016. 11.경 전주지방검찰청에 피해자들과 공소외 12 협동조합의 이사이던 공소외 13을 ‘피해자들과 공소외 13이 공모하여 이 사건 조합의 재산 중 2억 원 상당을 횡령하였다.’는 혐의로 고소하였다.
바) 피해자 공소외 1은 수사 초기 조사에서 ‘택시회사를 추가로 인수하기 위한 자금이 필요하여 피해자 공소외 3에게 이 사건 대출금을 사용한 후 나중에 변제하겠다고 말한 다음 이 사건 대출금을 사용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피해자 공소외 3 또한 ‘피해자 공소외 1이 이 사건 조합을 설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서 고마운 마음에 그로 하여금 이 사건 대출금을 사용하도록 허락해 주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사) 이후 피해자들은 ‘피해자 공소외 3은 피해자 공소외 1의 횡령 범행에 대해 알지 못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며 종전 진술을 번복하였고, 전주지방검찰청 소속 검사는 2017. 5. 31. 피해자 공소외 1을 특정경제범죄법 위반(횡령)죄로 기소하는 한편, 피해자 공소외 3에 대해서는 그가 피해자 공소외 1의 업무상횡령 범행에 가담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혐의없음(증거불충분) 처분을 하였다.
아) 전주지방법원은 2017. 8. 17. 피해자 공소외 1에 대하여, ‘2016. 7. 7. 이 사건 조합 계좌에서 공소외 4 회사 명의 계좌로 이체된 이 사건 대출금 중 5억 원을 자신이 운영하던 공소외 14 주식회사의 계좌로 이체한 후 임의로 사용한 것을 비롯하여 그때부터 2016. 11. 30.경까지 35회에 걸쳐 합계 11억 4,908만 원 상당의 이 사건 조합 자금을 개인 거래처 대금, 생활비 등으로 임의로 사용하였다.’는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하면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명령 160시간을 선고하였고(전주지방법원 2017고합114호), 위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었다.
자) 그 후 2017. 9. 5. 조합원 공소외 15에 대한 제명, 정관 변경, 사업합병 시행, 임원 선출 등의 안건을 논의하기 위한 이 사건 조합의 임시총회가 전주시 (주소 생략)에 위치한 ‘(상호 생략) 식당’에서 개최되었다. 한편 피고인은 2017. 8. 말경 조합원 공소외 15를 통해 횡령 사건 판결서를 입수한 후 위 임시총회 개최 당일 ‘(상호 생략) 식당’ 건물 출입구 인근에서 임시총회 참석차 위 식당 건물로 들어오는 조합원들에게 이 사건 발언을 하면서 횡령 사건 판결서를 나눠주었고, 위 임시총회에 참석하여 피해자 공소외 1의 횡령 사건을 언급하며 이사장인 피해자 공소외 3에게 그와 관련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하기도 하였다.
2) 피해자 공소외 1에 대한 명예훼손 부분에 관하여
가) 위 인정 사실 및 제1심과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발언과 횡령 사건 판결서 배포를 통해 피해자 공소외 1에 대해 적시한 사실은 진실에 부합하고, 설령 진실인지 여부가 다소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으로서는 그것이 진실하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
(1) 피고인이 이 사건 발언과 횡령 사건 판결서 배포를 통해 피해자 공소외 1에 대해 적시한 사실 중 중요한 부분은 ‘피해자 공소외 1이 이 사건 조합의 재산을 횡령하여 유죄판결을 받았다.’는 것인데, 이는 위 인정 사실에 비추어 객관적인 사실과 합치된다.
(2) 피고인은 조합원들로 하여금 횡령 사건 판결서를 읽어보도록 하기 위해 이 사건 발언을 하였고, 횡령 사건 판결서에도 피해자 공소외 1이 횡령 피해액을 반환하였다는 취지가 기재되어 있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여 보면, 이 사건 발언에 ‘다 해먹었다.’는 표현이 들어갔다고 하여 그를 통해 피해자 공소외 1이 이 사건 조합 재산 ‘전부’를 횡령하였다거나 횡령 피해액을 ‘반환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적시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3) 횡령 사건 판결서에 기재된 공소외 1의 횡령 방법, 기간, 액수 등에 비추어 보면, 이러한 내용을 접한 피고인으로서는 이 사건 조합의 대표자인 피해자 공소외 3의 관여 내지 묵인이 없이는 공소외 1의 위와 같은 범행이 일어날 수 없었으리라 생각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나) 나아가 위 인정 사실 및 제1심과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이 적시한 사실은 표현행위의 상대방인 조합원들에 대한 관계에서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에 해당하고, 피고인이 이러한 사실을 적시한 주요한 동기 내지 목적 또한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1) 이 사건 조합은 협동조합 기본법이 적용되는 ‘협동조합’으로서 조합원들의 출자금(1좌당 2,000만 원)으로 운영되고, 조합원은 그 출자액을 한도로 책임을 부담하며, 조합을 탈퇴하는 경우 조합에 그 지분의 환급을 요청할 수 있다(협동조합 기본법 제22조, 제24조 제1항, 제26조, 이 사건 정관 제13조, 제14조 제1항, 제16조, 제18조 제1항). 따라서 조합의 재산관리 방식이나 재무상태는 조합원들에게 중요한 관심사이다.
(2) 이 사건 조합의 이사장인 공소외 3은 그 임무를 게을리하여 피해자 공소외 1의 횡령행위가 발생하였음이 인정될 경우 위 횡령행위로 조합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를 부담하거나 이사장직에서 해임될 수 있는데(협동조합 기본법 제39조 제1, 2항, 이 사건 정관 제56조 제1, 2항), 이러한 공소외 3의 조합 대표자로서의 책임 유무 또한 조합원들 전체의 관심과 이익에 관한 사항이다.
(3) 그런데 이 사건 조합의 발기인에 불과한 피해자 공소외 1이 수개월에 걸쳐 11억 원이 넘는 조합 재산을 횡령하였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조합의 재산관리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고 조합 이사장인 공소외 3이 그 임무를 게을리한 것이 아닌지를 의심케 하므로, 위 사실은 조합원들 전체의 관심과 이익에 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4) 피고인은 조합원들에게 피해자 공소외 1의 횡령 사실을 알리고 공소외 3의 조합 재산 관리자로서의 책임을 묻기 위해 임시총회 개최를 앞두고 조합원들만을 상대로 하여 피해자 공소외 1의 횡령 사실을 알렸다. 피고인이 ‘해먹었다.’와 같은 속된 표현을 사용하였다거나 횡령 사건 판결서에 피해자 공소외 1의 인적사항과 처벌전력이 기재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피고인에게 피해자 공소외 1을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
다) 결국 피고인의 피해자 공소외 1에 대한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행위는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 해당하므로, 형법 제310조에 따라 그 위법성이 조각된다.
원심이 이와 달리 피고인의 행위에 대하여 형법 제310조의 적용을 부정한 것에는 위 조항에서 정한 위법성 조각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3) 피해자 공소외 3에 대한 명예훼손 부분에 관하여
가) 위 인정 사실 및 제1심과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발언을 통해 피해자 공소외 3에 대해 적시한 사실(피해자 공소외 3이 공소외 1의 횡령 범행에 가담하였다는 취지)이 허위이고, 나아가 피고인이 그와 같은 사실이 허위임을 인식하였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
(1) 피해자 공소외 3은 이 사건 조합의 총회나 이사회의 승인을 받지 않은 채 자신이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던 공소외 4 회사에 이 사건 자산 양도·양수계약에 따른 자산양수 대금 14억 원 외에 6억 원을 추가로 지급하였는데, 이러한 사실만으로도 피해자 공소외 3의 이 사건 조합 재산 관리자로서의 임무 위배가 인정될 여지가 있다.
(2) 피해자 공소외 3의 이 사건 조합과 공소외 4 회사에서의 지위, 피해자 공소외 3과 공소외 1 사이의 관계, 공소외 1의 횡령 방법, 기간, 액수 등에 비추어 보면, 공소외 1과 피해자 공소외 3이 업무상횡령 혐의로 수사를 받으면서 ‘피해자 공소외 3도 공소외 1이 이 사건 대출금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다는 사실에 대해 알고 있었다.’는 취지로 한 진술이 허위라고 쉽사리 단정할 수 없다.
(3) 피해자 공소외 3의 업무상횡령 혐의에 대하여 검사의 혐의없음 처분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위 혐의 사실의 ‘부존재’가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는데,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에서 이를 인정할 추가적인 사정을 찾을 수 없다.
나) 원심이 이와 달리 피고인이 이 사건 발언을 통해 피해자 공소외 3에 대해 적시한 사실이 허위이고, 그 사실이 허위라는 것을 피고인이 인식하였다고 본 것에는 형법 제307조 제2항에서 정한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의 증명책임 및 유죄의 인정에 필요한 증명의 정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3. 파기의 범위
위에서 본 이유로 원심판결 중 명예훼손 부분을 파기하여야 한다. 그런데 위 부분과 원심판결 중 나머지 부분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그 전체에 대하여 하나의 형이 선고되어야 하므로, 원심판결 중 나머지 부분도 명예훼손 부분과 함께 파기하여야 한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안철상(재판장) 박상옥 노정희 김상환(주심) | [1] 형법 제310조 / [2] 형법 제307조 제2항, 형사소송법 제308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1 외 21인
【상 고 인】
피고인 22 및 검사(피고인 1,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4, 피고인 5, 피고인 6, 피고인 7, 피고인 8, 피고인 9, 피고인 10, 피고인 11, 피고인 12, 피고인 13, 피고인 14, 피고인 15, 피고인 16, 피고인 17, 피고인 18, 피고인 19, 피고인 20, 피고인 21에 대하여)
【변 호 인】
법무법인(유한) 케이에이치엘 외 3인
【원심판결】
인천지법 2019. 10. 18. 선고 2018노4352, 4354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 22를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들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인천지방법원에 환송한다. 피고인 22의 상고를 기각한다. 원심판결 제32쪽 제14행 다음에 “1. 법률상 감경 피고인 22: 형법 제32조 제2항, 제55조 제1항 제3호”를 추가하는 것으로 경정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피고인 22의 변호인이 제출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검사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가. 범죄단체 조직·가입·활동에 관한 주위적 공소사실에 대하여
형법 제114조에서 정한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란 특정 다수인이 일정한 범죄를 수행한다는 공동목적 아래 구성한 계속적인 결합체로서 그 단체를 주도하거나 내부의 질서를 유지하는 최소한의 통솔체계를 갖춘 것을 의미한다(대법원 2016. 5. 12. 선고 2016도1221 판결).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 1에 대한 공소사실 중 범죄단체 조직 및 범죄단체 활동 부분, 피고인 1, 피고인 22를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 중 범죄단체 가입 및 범죄단체 활동 부분에 대하여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이를 모두 무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형법 제114조의 ‘범죄단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나. 범죄집단 조직·가입·활동에 관한 예비적 공소사실에 대하여
1) 형법 제114조에서 정한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집단’이란 특정 다수인이 사형, 무기 또는 장기 4년 이상의 범죄를 수행한다는 공동목적 아래 구성원들이 정해진 역할분담에 따라 행동함으로써 범죄를 반복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조직체계를 갖춘 계속적인 결합체를 의미한다. ‘범죄단체’에서 요구되는 ‘최소한의 통솔체계’를 갖출 필요는 없지만, 범죄의 계획과 실행을 용이하게 할 정도의 조직적 구조를 갖추어야 한다.
2) 원심에서 예비적으로 추가된 예비적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 1은 피해자들을 기망하여 중고차량을 불법으로 판매해 금원을 편취할 목적으로 2016. 6.경부터 2017. 6.경까지 인천 (주소 생략)에 있는 외부사무실(이하 ‘이 사건 외부사무실’이라 한다) 등에서 범죄집단을 조직·활동하고, 피고인 1, 피고인 22를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들은 범죄집단에 가입·활동하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외부사무실은 합동범 및 공동정범과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조직을 구성하는 일정한 체계 내지 구조를 갖춘 범죄집단으로 보기 어렵다고 보아 무죄로 판단하였다.
3) 원심이 인정한 사실 및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알 수 있다.
가) 이 사건 외부사무실에는 직원이 20명에서 40명 정도 있었고, 그중 팀장은 3명에서 6명까지 있었다. 이 사건 외부사무실은 회사 조직과 유사하게 대표, 팀장, 팀원(출동조, 전화상담원)으로 직책이나 역할이 분담되어 있었는데, 상담원은 인터넷 허위 광고를 보고 전화를 건 손님들에게 거짓말로 이 사건 외부사무실에 방문할 것을 유인하는 역할을, 출동조는 이 사건 외부사무실을 방문한 손님들에게 허위 중고차량을 보여주면서 소위 ‘뜯플’ 또는 ‘쌩플’의 수법으로 중고차량 매매계약을 유도하는 역할을, 팀장은 소속 직원을 채용하고, 손님 방문 시 출동조를 배정하며, 출동조로부터 계약 진행 상황을 보고받고, 출동조가 매매계약 유도를 성공하면 손님들과 정식 계약을 체결하는 역할을, 대표인 피고인 1은 사무실과 집기, 중고자동차 매매계약에 필요한 자료와 할부금융, 광고 등을 준비해 이 사건 외부사무실을 운영하면서 팀장을 채용한 뒤 팀장으로 하여금 팀을 꾸려 이 사건 사기범행을 실행하도록 하고, 할부금융사로부터 할부중개수수료를 받으면 이를 팀별로 배분하는 역할을 수행하였다. 대표 또는 팀장은 팀장, 출동조, 전화상담원에게 고객을 유인하고 대응하는 법이나 기망하는 방법 등에 대해 교육하였다.
나) 대표는 팀장들이 이용할 할부사 및 광고 사이트를 정해 팀장들에게 알려주고, 팀장들로부터 상사입금비 및 광고비를 받았다. 또한 대표는 손님들이 중고차량을 할부로 계약한 경우 할부금융사로부터 받는 할부중개수수료 중 절반을 팀장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팀장들은 대표로부터 지급받은 위 할부중개수수료와 중고차량 매매에 따른 차익 중 출동조에게 20~30%를, 상담원에게 5~10%를 나눠주고, 그 나머지를 가져갔다.
다) 피고인 22를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들은 이 사건 외부사무실 업무와 관련하여 ‘텔레그램’을 이용한 대화방을 개설하여 정보를 공유하거나 각종 보고 등을 하였는데, 대표를 포함해 전 직원이 참여하는 전체 대화방에서는 단속 등에 관한 공지사항이, 팀원들이 참여하는 팀방에서는 상담원이 손님을 유인한 내용, 손님이 본 차량 및 금액 등이, 팀장들이 참여하는 사수방에서는 지각자 명단 등이, 상담원들이 참여하는 전화보고방에서는 상담원이 손님들과 전화를 받은 횟수 등이 각 공유되거나 보고되었다. 또한 대표와 팀장들은 월 1~2회 회의를 하면서 단속정보 등을 공유하였고, 팀장들은 공유된 정보를 소속 출동조 및 상담원에게 전파하였다.
라) 이 사건 외부사무실 직원들은 부정기적으로 전체 회식이나 야유회를 가졌는데, 그에 들어가는 비용은 대표인 피고인 1이 모두 부담하였다. 피고인 1은 단속될 경우를 대비하여 이 사건 외부사무실을 자주 옮겼는데, 이 경우 이 사건 외부사무실 직원 모두가 피고인 1이 마련한 새로운 사무실로 이전한 뒤 종전과 동일하게 근무하였다.
마) 이 사건 외부사무실에서 이루어진 중고자동차 매매계약은 모두 소위 ‘뜯플’, ‘쌩플’ 등의 사기 수법이 동원된 것이고, 정상적인 판매행위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4) 이러한 사실 및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외부사무실은 특정 다수인이 사기범행을 수행한다는 공동목적 아래 구성원들이 대표, 팀장, 출동조, 전화상담원 등 정해진 역할분담에 따라 행동함으로써 사기범행을 반복적으로 실행하는 체계를 갖춘 결합체, 즉 형법 제114조의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집단’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이와 달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외부사무실이 형법 제114조의 범죄집단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에서 예비적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이 부분 원심판결에는 형법 제114조에서 정한 ‘범죄집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피고인 22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 22에 대한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사기죄에서의 기망행위, 인과관계, 사기방조죄 및 위증죄에서의 고의와 죄수, 증명책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판단누락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파기의 범위
앞서 본 바와 같이 원심판결 중 피고인 22를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들에 대한 범죄집단 조직·가입·활동에 관한 예비적 공소사실에 대한 무죄 부분은 파기를 면할 수 없고, 이에 따라 이와 동일체의 관계에 있는 주위적 공소사실에 관한 무죄 부분 역시 파기될 수밖에 없으며,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사기죄 등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이 선고되어야 하므로, 결국 원심판결 중 피고인 22를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들에 대한 부분은 전부 파기되어야 한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 22를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들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며, 피고인 22의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되, 원심판결에서 주문과 같은 기재를 누락한 것은 오류임이 분명하므로 이를 추가하는 것으로 경정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기택(재판장) 권순일 박정화 김선수(주심) | [1] 형법 제114조 / [2] 형법 제114조 / [3] 형법 제114조, 제347조 제1항 | 형사 |
【피고인 겸 피부착명령청구자】
피고인 겸 피부착명령청구자
【상 고 인】
피고인 겸 피부착명령청구자
【변 호 인】
변호사 김향숙
【원심판결】
대전고법 2020. 5. 13. 선고 2019노463, 2019전노46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사건(무죄 및 공소기각 부분 제외)에 관하여
가. 유죄 판단에 대한 상고이유에 관하여
1) 관련 법리
성폭행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피해자의 성정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및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개별적, 구체적인 사건에서 성폭행 등의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 참조). 피고인의 친딸로 가족관계에 있던 피해자가 ‘마땅히 그러한 반응을 보여야만 하는 피해자’로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함부로 배척할 수 없다. 그리고 친족관계에 의한 성범죄를 당하였다는 피해자의 진술은 피고인에 대한 이중적인 감정, 가족들의 계속되는 회유와 압박 등으로 인하여 번복되거나 불분명해질 수 있는 특수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대법원 2020. 5. 14. 선고 2020도2433 판결 참조).
2)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 및 피부착명령청구자(이하 ‘피고인’이라고만 한다)는 20세의 친딸인 피해자의 성기에 생긴 증상을 확인해준다는 등의 명목으로 집요하게 회유와 압박을 한 끝에 피고인의 성기를 피해자의 음부에 비비기만 하기로 약속하고 피해자를 모텔로 데려간 다음 피해자의 반항을 억압하고 피해자를 강간하였다.
그 이후 피고인은 여러 차례 자살을 하겠다거나 피해자의 남자친구를 죽이겠다는 등의 위협을 하고, 가위를 들고 자살을 시도하는 것처럼 행세하거나, 나아가 칼을 들고 위협하면서, 자살을 하지 않을 테니 성관계를 해달라고 요구하다가 피해자가 이를 거부하면 완력을 사용하여 반항을 억압하고 피해자를 강간하였다.
3) 원심의 판단
원심은, ① 피해자가 피해 내용과 그 경위 등에 관하여 비교적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는 점과 더불어, ② 피고인의 범행 도구가 점차 위험해지고 수법이 대담해졌는데, 피해자는 피고인이 칼로 자신을 위협하여 강간하는 지경에 이르자 더는 참지 못하여 고소를 한 것으로 피해 신고 경위가 자연스러운 점, ③ 피해자가 범행 당시부터 수년간 피해사실을 알리지 않은 이유는, 피해자의 어머니가 피해진술을 믿고 보호해줄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피해사실을 외부에 드러내지 않는다면 평범한 가족으로 돌아갈지 모른다는 기대를 하였기 때문인 것으로 보여지는 점, ④ 피해자는 어머니에게 피해사실을 알렸다가 이를 번복하였는데, 이는 피고인의 회유 또는 강요에 의한 것으로 보여지는 점, ⑤ 피해자가 공소사실 기재 범행 기간 중 피고인에게 다소 애교 섞인 표현 또는 피고인을 걱정하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경위 역시 앞서 본 바와 같이 정상적인 가정으로 돌아가고 싶은 희망에서 나온 것으로서 이를 두고 피해자로서 마땅히 보여야 할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할 수 없는 점 등을 들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긍정하였다.
4) 대법원의 판단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
나. 양형부당 상고이유에 관하여
원심은 피해자가 피고인의 선처를 바라는 탄원서 및 처벌불원서를 제출하였으나, 이를 특별감경인자로 고려하지 않고 징역 13년을 선고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다.
대법원 양형위원회 제정 양형기준상 특별감경인자인 ‘처벌불원’이란 피고인이 자신의 범행에 대하여 진심으로 뉘우치고 합의를 위한 진지한 노력을 기울여 피해에 대한 상당한 보상이 이루어졌으며, 피해자가 처벌불원의 법적·사회적 의미를 정확히 인식하면서 이를 받아들여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 경우를 의미한다.
피해자는 제1심 법정에서 증언을 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는 의사를 표시하였다가 불과 약 2달 만에 특별한 사정변경이 없는 상태에서 피고인에 대한 선처를 탄원하는 서면을 제출하였으나, 피고인의 부재로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였던 피해자 어머니의 증언 태도 등에 비추어 볼 때 위와 같은 피해자의 태도 변화는 자신의 신고로 인해 아버지인 피고인이 처벌받고 가정에 경제적 어려움이 발생하게 된 것으로 인한 고립감, 부담감, 죄책감의 발로로 보여지고, 피해자는 원심 법정에 출석하여 처벌불원서 제출이 가족 등의 지속적 회유에 의한 것으로 진심이 아니었고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하였다.
따라서 피해자가 제출한 탄원서 및 처벌불원서에도 불구하고 이를 특별감경인자인 ‘처벌불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피고인의 연령·성행·환경, 피해자와의 관계, 이 사건 각 범행의 동기·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기록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가지 사정들을 살펴보면,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사정을 참작하더라도 원심의 양형이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
2. 부착명령 청구사건에 관하여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① 피고인에 대한 한국 성범죄자 위험성 평가척도(K-SORAS) 적용 결과 성범죄 재범위험성이 ‘높음’ 수준에 해당하는 점, ② 피고인은 과거에도 여성에 대한 폭력 및 성폭력 범행으로 처벌받은 전력들이 있는 점, ③ 피해자를 약 4개월가량의 짧은 기간 동안 6회에 걸쳐 추행하거나 간음한 점 등을 이유로 피고인에게 성폭력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하여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의 부착을 명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잘못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태악(재판장) 김재형 민유숙(주심) 이동원 | [1]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5조 제1항, 제4항, 형사소송법 제308조 / [2] 법원조직법 제81조의6, 제81조의7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유한) 금성 담당변호사 오영열 외 1인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법 2020. 5. 22. 선고 2019노3564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도로교통법 음주운전 처벌조항이 형벌불소급의 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
가. 도로교통법 제44조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 금지’에 관하여 정하고 있는데, 제1항에서 누구든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 등, 노면전차 또는 자전거를 운전해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도로교통법(2018. 12. 24. 법률 제16037호로 개정되어 2019. 6. 25. 시행된 것, 이하 ‘개정 도로교통법’이라 한다) 제148조의2 제1항은 ‘도로교통법 제44조 제1항 또는 제2항을 2회 이상 위반한 사람(자동차 등 또는 노면전차를 운전한 사람으로 한정한다)’을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상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다.
위 규정의 문언과 입법 취지에 비추어 ‘도로교통법 제44조 제1항 또는 제2항을 2회 이상 위반한 사람’에 위와 같이 개정된 도로교통법이 시행된 2019. 6. 25. 이전에 구 도로교통법 제44조 제1항 또는 제2항을 위반한 전과가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 이와 같이 해석하더라도 형벌불소급의 원칙이나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2011. 6. 8. 법률 제10790호로 개정되어 2011. 12. 9. 시행된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1항에 관한 대법원 2012. 11. 29. 선고 2012도10269 판결 참조).
개정 도로교통법 부칙 제2조는 도로교통법 제82조 제2항과 제93조 제1항 제2호의 경우 위반행위의 횟수를 산정할 때에는 2001. 6. 30. 이후의 위반행위부터 산정하도록 한 반면, 제148조의2 제1항에 관한 위반행위의 횟수 산정에 대해서는 특별히 정하지 않고 있다. 이처럼 제148조의2 제1항에 관한 위반행위의 횟수를 산정하는 기산점을 두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 위반행위에 개정 도로교통법 시행 이후의 음주운전 또는 음주측정 불응 전과만이 포함되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없다.
나.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피고인은 2019. 8. 4. 음주운전을 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어 경찰공무원으로부터 3회에 걸쳐 음주측정기에 입김을 불어넣는 방법으로 음주측정에 응할 것을 요구받았는데도 음주측정기에 입을 대고 부는 시늉만 하는 방법으로 음주측정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피고인은 2015. 3. 6.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죄 등으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고, 2017. 3. 30.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같은 죄 등으로 징역 6개월을 선고받았다. 따라서 피고인은 도로교통법 제44조 제1항 또는 제2항을 2회 이상 위반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에서 본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에 도로교통법이나 형벌불소급의 원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
2. 양형부당 여부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에 따르면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서만 양형부당을 이유로 상고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인에 대하여 그보다 가벼운 형이 선고된 이 사건에서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는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아니다.
3. 결론
피고인의 상고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동원(재판장) 김재형(주심) 민유숙 노태악 | 헌법 제13조 제1항, 구 도로교통법(2018. 12. 24. 법률 제1603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4조 제1항, 제2항, 제4항, 도로교통법 제44조 제1항, 제2항, 제4항, 제82조 제2항, 제93조 제1항 제2호, 제148조의2 제1항, 부칙(2018. 12. 24.) 제2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이광희
【원심판결】
대전지법 2020. 5. 21. 선고 2019노2269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도로교통법 제44조 제2항은 경찰공무원은 교통의 안전과 위험방지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거나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 등을 운전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운전자가 술에 취하였는지의 여부를 호흡조사에 의하여 측정할 수 있고, 이 경우 운전자는 경찰공무원의 측정에 응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2. 원심판결 이유 및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경찰관 공소외 1, 공소외 2는 음주운전을 하려는 사람이 있다는 112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하여 만취한 상태로 시동이 걸린 차량의 운전석에 앉아있는 피고인을 발견하였다.
나. 경찰관들이 순찰차에서 내려 피고인의 차량에 다가가 피고인에게 음주운전을 했다는 신고가 있으니 음주측정을 위해 차량의 시동을 끄고 내리라고 요구했지만 피고인은 운전을 하지 않았다고 하면서 하차하지 않았고, 이에 경찰관이 신고자에게 연락하여 피고인이 운전하는 것을 목격하였는지 물어 차량이 10cm 정도 움직였다는 답변을 들었다. 당시 경찰관이 음주감지기 내지 음주측정기를 직접 소지하지는 않았지만 근처에 주차된 순찰차에 보관하고 있었다.
다. 경찰관이 하차를 계속 거부하는 피고인에게 지구대로 가 차량에 설치된 블랙박스 영상을 재생하여 보는 방법으로 운전 여부를 확인하자고 하자 피고인은 명시적인 거부 의사표시 없이 차량에서 내리더니 곧바로 도주하였다.
라. 경찰관 공소외 1이 피고인을 10m 정도 추격하여 피고인의 앞을 가로막는 방법으로 제지한 뒤 ‘그냥 가면 어떻게 하느냐’는 취지로 말하자 피고인이 위 경찰관의 뺨을 때렸고, 계속하여 도주하고 폭행하려고 하자 경찰관이 피고인을 공무집행방해죄의 현행범으로 체포하였다.
3. 음주운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이 만취한 상태로 시동이 걸린 차량 운전석에 앉아있는 피고인을 발견하고 음주측정을 위해 하차를 요구함으로써 도로교통법 제44조 제2항이 정한 음주측정에 관한 직무에 착수하였다고 할 것이고, 피고인이 차량을 운전하지 않았다고 다투자 경찰관이 지구대로 가서 차량 블랙박스를 확인하자고 한 것은 음주측정에 관한 직무 중 ‘운전’ 여부 확인을 위한 임의동행 요구에 해당하고, 피고인이 차량에서 내리자마자 도주한 것을 임의동행 요구에 대한 거부로 보더라도, 경찰관이 음주측정에 관한 직무를 계속하기 위하여 피고인을 추격하여 도주를 제지한 것은 앞서 본 바와 같이 도로교통법상 음주측정에 관한 일련의 직무집행 과정에서 이루어진 행위로써 정당한 직무집행에 해당한다.
같은 취지로 경찰관 공소외 1에 대한 공무집행방해의 점을 포함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 모두를 유죄로 판단한 원심을 수긍할 수 있고, 원심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없다.
4.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태악(재판장) 김재형 민유숙(주심) 이동원 | 도로교통법 제44조 제2항, 형법 제136조 제1항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1(영문 이름 생략) 외 2인
【항 소 인】
피고인들
【검 사】
백상준 외 1인
【변 호 인】
변호사 권태섭 외 1인
【원심판결】
인천지법 2020. 5. 26. 선고 2019고합896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사건을 인천지방법원 합의부로 환송한다.
【이 유】
1. 항소이유의 요지(양형부당)
원심이 피고인들에게 선고한 각 형(피고인 1: 징역 12년, 피고인 2: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 피고인 3: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직권 판단
피고인들의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에 앞서 직권으로 살펴본다.
가. 관련 법리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이하 ‘법’이라고 한다)에 따라 시행되는 국민참여재판은 사법의 민주적 정당성과 신뢰를 높이기 위하여 도입된 제도로서(법 제1조) 누구든지 법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지므로(법 제3조 제1항), 대한민국 국민뿐 아니라 외국인도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다. 국민참여재판의 대상이 되는 사건은 국민참여재판의 절차에 따라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고, 다만 피고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아니하거나 법 제9조 제1항 각호의 사유가 있어 법원이 배제결정을 하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국민참여재판을 하지 아니한다(법 제5조 제1항, 제2항).
이와 같이 국민참여재판의 실시 여부는 일차적으로 피고인의 의사에 따라 결정되므로, 국민참여재판 대상사건의 공소제기가 있으면 법원은 피고인에 대하여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는지 여부에 관한 의사를 서면 등의 방법으로 반드시 확인하여야 하고(법 제8조 제1항), 이를 위하여 공소장 부본과 함께 피고인 또는 변호인에게 국민참여재판의 절차, 법 제8조 제2항에 따른 서면의 제출, 법 제8조 제4항에 따른 의사번복의 제한, 그 밖의 주의사항이 기재된 국민참여재판에 관한 안내서를 송달하여야 한다(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규칙 제3조 제1항). 또한 법원은 피고인에게 상당한 숙고기간을 부여한 후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는지 여부에 관한 의사를 확인하여야 한다. 법원이 피고인에게 충분한 안내를 하고 상당한 숙고기간을 부여하여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는지에 관한 의사의 확인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통상의 공판절차로 재판을 진행하였다면, 이는 피고인의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권리에 대한 중대한 침해로서 그 절차는 위법하고 이러한 위법한 공판절차에서 이루어진 소송행위도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국민참여재판은 피고인의 희망 의사의 번복에 관한 일정한 제한(법 제8조 제4항)이 있는 외에는 피고인의 의사에 반하여 할 수 없으므로, 제1심법원이 적법하게 국민참여재판에 관한 피고인의 의사를 확인하지 아니한 채 통상의 공판절차로 재판을 진행하였더라도, 피고인이 항소심에서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아니한다고 하면서 위와 같은 제1심의 절차적 위법을 문제 삼지 아니할 의사를 명백히 표시하는 경우에는 그 하자가 치유되어 제1심 공판절차는 전체로서 적법하게 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다만 국민참여재판제도의 취지와 피고인의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고자 하는 관련 규정의 내용에 비추어 위 권리를 침해한 제1심 공판절차의 하자가 치유된다고 보기 위해서는 법 제8조 제1항,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규칙 제3조 제1항에 준하여 피고인에게 국민참여재판절차 등에 관한 충분한 안내가 이루어지고 그 희망 여부에 관하여 숙고할 수 있는 상당한 시간이 사전에 부여되어야 한다[대법원 2012. 4. 26. 선고 2012도1225 판결, 대법원 2018. 7. 20. 선고 2018도7036, 2018전도50(병합) 판결 참조].
나. 인정 사실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① 피고인 1, 피고인 2는 각 러시아 국적자, 피고인 3은 우즈베키스탄 국적자로서 모두 러시아어를 사용하고, 한국어를 전혀 사용하지 못한다.
② 피고인들은 2019. 12. 12. 기소되었고, 이 사건 공소장에는 피고인들의 사용언어에 관한 조사보고서가 첨부되어 있었다.
③ 원심은 한국어로 기재된 공소장 부본, 국민참여재판 안내서 및 의사확인서를 2019. 12. 16. 피고인 1에게, 2019. 12. 19. 피고인 2에게, 2020. 1. 2. 피고인 3에게 각각 송달하였다. 이어서 원심은 공소장의 러시아어 번역본을 2020. 1. 23. 피고인 1에게, 2020. 1. 29. 피고인 2, 피고인 3에게 각각 송달하였다. 그러나 원심은 피고인들에게 국민참여재판 안내서 및 의사확인서에 대한 러시아어 번역본은 송달하지 않았다.
④ 피고인들은 2020. 1. 31. 변호인 및 통역인의 조력을 받아 진행된 원심 제1회 공판기일에서 국민참여재판에 관한 의사를 묻는 재판장의 질문에 대하여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는다고 진술하였다.
⑤ 이에 따라 원심은 통상의 공판절차로 재판을 진행하여 위 제1회 공판기일에서 증거조사를 하였고, 2020. 4. 21. 제2회 공판기일을 열어 공판절차를 갱신하였으며, 2020. 4. 28. 제3회 공판기일을 열어 변론을 종결한 다음, 2020. 5. 26. 제4회 공판기일에 판결을 선고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들이 항소하였다.
⑥ 이 법원은 2020. 7. 23. 통역인의 참여 아래 제1회 공판기일을 진행하였다. 재판장은 피고인들에게 ‘원심에서 피고인들에게 국민참여재판에 관한 안내서를 송달하였지만 그에 대한 러시아어 번역본이 송달되지 않았고, 이와 같이 러시아 번역본을 송달하지 않고 재판을 진행하는 것은 절차에 흠결이 있다고 판단되므로, (피고인들에게 한국어로 기재된 국민참여재판 안내서 및 의사확인서를 주면서) 추후에 송달되는 위 번역본을 받고 변호인과 충분히 상의한 후에 국민참여재판을 받기를 원하는지에 대한 의사를 다음 기일까지 밝힐 것’을 고지하였다.
⑦ 이 법원은 국민참여재판 안내서 및 의사확인서의 러시아어 번역본을 2020. 7. 29. 피고인 1, 피고인 3에게, 2020. 8. 10. 피고인 2에게 각각 송달하였다.
⑧ 피고인 1과 그 국선변호인, 피고인 2, 피고인 3과 그 변호인은 2010. 8. 20. 제2회 공판기일에서 이 사건을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기를 원한다고 일치하여 진술하였다.
다. 판단
원심은 2020. 1. 31. 제1회 공판기일에서 이 사건에 관하여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는다는 피고인들의 의사를 확인하였다.
그러나 원심은 그 당시 한국어를 사용하지 못하고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외국인인 피고인들에게 러시아어로 번역된 국민참여재판 안내서를 교부하거나 사전에 송달하는 등 국민참여재판절차에 관한 충분한 안내를 하지 않았고, 그 희망 여부에 관한 상당한 숙고기간을 부여하지 않았으므로, 국민참여재판 의사확인절차를 적법하게 거쳤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원심은 통상의 공판절차로 이 사건 재판을 진행하였으므로, 이는 피고인들의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권리에 대한 중대한 침해로서 위법하고, 위법한 공판절차에서 이루어진 소송행위도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위와 같은 소송절차상의 흠은 직권조사사유에 해당한다.
나아가 피고인들은 이 법원에서 이 사건에 관한 국민참여재판을 희망한다는 의사를 명확히 밝혔으므로, 원심의 위와 같은 공판절차상 하자가 치유되었다고 볼 수도 없다. 결국 원심판결에는 그 소송절차가 법령에 위반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3.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에는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으므로, 피고인들의 항소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에 의하여 이를 파기하되, 국민참여재판은 제1심의 관할에 속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66조를 준용하여 이 사건을 원심법원인 인천지방법원 합의부로 환송하기로 한다.
판사 윤강열(재판장) 장철익 김용하 |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 제1조, 제3조 제1항, 제5조 제1항, 제2항, 제8조 제1항,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규칙 제3조 제1항,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제366조, 형법 제250조 제1항, 제260조 제1항, 제284조,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항 제1호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정해원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9. 9. 24. 선고 2019노760, 889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배임의 점에 대하여
가.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사무의 주체인 타인에게 손해를 가할 때 성립하는 것이므로 그 범죄의 주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하려면,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타인을 위하여 대행하는 경우와 같이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그들 사이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하는 데에 있어야 한다. 이익대립관계에 있는 통상의 계약관계에서 채무자의 성실한 급부이행에 의해 상대방이 계약상 권리의 만족 내지 채권의 실현이라는 이익을 얻게 되는 관계에 있다거나, 계약을 이행함에 있어 상대방을 보호하거나 배려할 부수적인 의무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채무자를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할 수 없고, 위임 등과 같이 계약의 전형적·본질적인 급부의 내용이 상대방의 재산상 사무를 일정한 권한을 가지고 맡아 처리하는 경우에 해당하여야 한다(대법원 2020. 2. 20. 선고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채무자가 금전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그 소유의 동산을 채권자에게 동산·채권 등의 담보에 관한 법률(이하 ‘동산채권담보법’이라 한다)에 따른 동산담보로 제공함으로써 채권자인 동산담보권자에 대하여 담보물의 담보가치를 유지·보전할 의무 또는 담보물을 타에 처분하거나 멸실, 훼손하는 등으로 담보권 실행에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를 하지 않을 의무를 부담하게 되었더라도, 이를 들어 채무자가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채권자와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채권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 채무자를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그가 담보물을 제3자에게 처분하는 등으로 담보가치를 감소 또는 상실시켜 채권자의 담보권 실행이나 이를 통한 채권실현에 위험을 초래하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
나.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공소외 1 주식회사(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한다)의 대표이사인 피고인이 공소외 2 주식회사(이하 ‘○○은행’이라 한다)으로부터 대출받으면서 ○○은행과 이 사건 회사 소유의 레이저 가공기 2대(이하 ‘이 사건 기계’라 한다)를 포함한 기계 17대에 대하여 동산담보설정계약을 체결하였으므로 위 계약에 따라 ○○은행이 그 담보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동산담보로 제공된 이 사건 기계를 보관하여야 할 임무가 있었음에도, 피고인은 이 사건 기계를 처분함으로써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은행에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다는 것이다.
다.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회사의 ○○은행에 대한 채무 담보를 목적으로 이 사건 기계에 관하여 동산담보설정계약이 체결되었더라도 이 사건 회사나 피고인이 ○○은행과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은행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는 이상, 피고인을 ○○은행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이 사건 기계를 처분하였더라도 그러한 행위에 대하여 배임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와 달리 피고인이 이 사건 회사의 대표이사로서 ○○은행에 대한 채무 변제 시까지 이 사건 기계를 담보 목적에 맞게 보관하여야 할 임무를 부담하여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음을 전제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배임죄에 있어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2.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의 점에 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사기죄에서의 기망행위와 편취의 범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파기의 범위
위에서 본 이유로 원심판결 중 배임 부분은 파기하여야 하는데, 원심은 이 부분과 나머지 유죄 부분이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다는 이유로 하나의 형을 선고하였으므로, 결국 원심판결을 전부 파기하여야 한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대법관 김재형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였고,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노태악의 보충의견이 있다.
5. 대법관 김재형의 반대의견
가. 동산채권담보법에 따라 동산담보권을 설정한 다음 담보권설정자가 담보물을 처분하여 담보권자로 하여금 동산담보권을 상실시킨 경우 배임죄가 성립하는가? 이것이 이 사건의 쟁점이다. 이 사건은 동산에 관한 담보약정과 동산담보등기를 함으로써 동산담보권을 설정한 사안이기 때문에, 동산 소유자가 채권자에게 동산담보권을 설정해 주기로 약정한 상태에서 제3자에게 처분한 경우 또는 동산을 점유개정의 방식으로 채권자에게 이전하는 이른바 동산 양도담보를 설정한 상태에서 제3자에게 처분한 경우와는 사안이 다르다. 따라서 이 판결은 담보권설정자가 담보권을 설정한 다음 담보권자의 동의 없이 담보목적물을 처분한 경우에 배임죄가 성립하는지를 다룬 최초의 전원합의체 판결이기 때문에, 기존 전원합의체 판결과는 다른 논리와 접근방법이 필요하다.
다수의견은 동산에 관한 담보권설정자가 담보물을 처분하여 담보가치를 감소·상실시키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 이유로 담보권설정자가 담보권자에게 부담하는 담보물 보관의무와 담보가치 유지의무는 ‘타인의 사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고 있다(다수의견은 ‘채무자·채권자’라는 용어를 사용하나, 이 사건에서는 동산담보권 설정 이후 동산을 처분한 사안에 관한 것인 데다가 채무자 이외의 제3자가 담보권을 설정해 준 경우를 포괄하기 위하여 ‘담보권설정자·담보권자’라는 용어를 사용하고자 한다).
그러나 동산채권담보법에 따라 동산담보권을 설정함으로써 담보권자가 동산담보권을 취득한 이후 담보권설정자의 담보물 보관의무와 담보가치 유지의무는 형법 제355조 제2항에서 정한 ‘타인의 사무’에 해당하고, 담보권설정자가 담보물을 처분하여 담보가치를 감소·상실하도록 하였다면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보아야 한다.
법리적인 판단에 앞서 간단한 예를 들어보고자 한다. 고려청자에 동산담보권을 설정했다고 하자. 담보권설정자가 담보권자와 고려청자에 관한 담보권을 설정하기로 약정하고 담보권자 앞으로 동산담보등기를 한 것이다. 그 후 담보권자가 빚을 갚으라고 독촉하자, 담보권설정자가 고려청자를 다른 사람에게 처분하여 회수할 수 없도록 하였다. 이러한 경우에 담보권설정자를 배임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것이 여기에서 주장하고자 하는 내용이다.
먼저 동산담보권의 법률관계를 간략하게 설명한 다음 이 사건에서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보는 이유를 제시하고자 한다. 다만 배임죄의 성립 여부에 관하여 최근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몇 차례 별개의견(대법원 2020. 2. 20. 선고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 중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김선수의 별개의견)이나 보충의견(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 중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조희대, 대법관 김재형의 보충의견, 대법원 2018. 5. 17. 선고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 중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박상옥, 대법관 김재형의 보충의견, 대법원 2020. 6. 18. 선고 2019도14340 전원합의체 판결 중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재형의 보충의견)의 형태로 의견을 개진하였기 때문에 가급적 중복을 피하고 동산담보권에 특유한 사항을 중심으로 그 이유를 개진하고자 한다.
나. 동산담보권은 담보약정에 따라 동산(여러 개의 동산 또는 장래에 취득할 동산을 포함한다)을 목적으로 등기한 담보권을 말한다(동산채권담보법 제2조 제2호). 동산 양도담보는 채권담보를 목적으로 동산소유권을 채권자에게 신탁적으로 이전하는 형태의 양도담보인 데 반하여, 동산담보권은 동산채권담보법에 따라 창설된 새로운 형태의 담보물권이다.
당사자가 동산에 관한 담보약정을 하고 동산담보등기를 해야 동산담보권이 성립하므로(동산채권담보법 제7조 제1항), 동산담보등기는 동산담보권의 성립요건이다. 이 법에 따른 담보등기부는 인적 편성주의를 채택하여 담보권설정자별로 편제하고 있다(동산채권담보법 제2조 제8호). 부동산은 지번으로 특정이 되기 때문에 부동산등기법에서 물적 편성주의를 채택하고 있지만(부동산등기법 제15조 제1항), 동산이나 채권은 물적 편성주의를 채택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동산담보권이 설정된 다음에도 제3자는 담보목적물의 소유권을 자유롭게 취득할 수 있다. 담보권이 설정되어 있는 물건이라고 하더라도 소유권 이전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기 때문이다. 그 대신 담보권자는 담보목적물의 새로운 소유자에 대해서도 담보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 원칙이다. 이를 담보권의 추급력이라고 한다.
동산채권담보법에 따르면 담보목적물인 동산에 대한 선의취득이 인정되는데(동산채권담보법 제32조), 평온, 공연하게 동산을 양수한 자가 동산담보권의 존재를 알지 못하고 알지 못한 데 과실이 없이 동산을 점유한 경우에는 동산담보권이 설정되어 있는 때에도 양수인은 동산담보권의 부담이 없는 동산소유권을 취득한다. 이것은 민법상 동산에 관한 선의취득과 마찬가지로 진정한 권리자의 희생을 무릅쓰고 거래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공장저당권의 효력이 미치는 동산에 대해서도 선의취득이 인정되고 있다. 이처럼 동산 거래는 선의취득이 인정된다는 점에서 부동산 거래와 중대한 차이가 있다.
동산담보권은 동산담보등기를 통해서 공시되고 있지만 담보권설정자의 무단 처분으로 말미암아 동산담보권자가 자신의 권리를 상실할 위험이 여전히 남아 있다. 담보권자는 담보약정과 동산담보등기에 따라 동산담보권을 취득하면서 담보권설정자의 처분행위로 권리를 상실할 위험을 감수하고 담보권설정자로 하여금 담보물을 계속 사용하도록 맡겨 두었다고 볼 수 있다. 담보권설정자가 동산담보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대해서 형사적 개입이 필요한지, 이를 긍정한다면 어떠한 방식으로 규율할 수 있는지 문제 된다.
다. 담보권설정자의 동산담보권 침해 행위는 물권을 침해하는 행위로서 동산담보권 설정 전의 채무불이행과 동일한 차원에서 다루어서는 안 된다.
어떤 유형의 법률관계에서 배임죄로 처벌할 것인지는 배임죄의 보호법익을 고려하여 전체 법질서의 관점에서 요구되는 목적이 무엇인지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 형법상 배임죄가 중요한 범죄로 규정되어 있는 상태에서 그 해석·적용을 임무로 삼고 있는 법원으로서는 그 처벌 범위를 지나치게 넓혀서도 안 되지만 이를 과도하게 축소해서도 안 된다.
담보권설정자가 담보약정에 따라 목적물을 담보로 제공할 의무와 담보설정 후 담보물을 유지·보전할 의무, 담보권 실행 시 담보물을 인도하고 상대방의 담보권 실행에 협조할 의무를 구분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채무자 또는 담보권설정자 자신의 사무라고 보는 것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 다수의견은 동산담보권을 설정한 후 담보권설정자가 지는 담보물 보관의무와 담보가치 유지의무를 타인의 사무가 아니라고 하면서 목적물을 담보로 제공할 의무는 채무자 자신의 사무라는 판례를 인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견해는 담보설정 전후에서 실행까지 단계별로 채무자 또는 담보권설정자가 부담하는 의무의 내용이 변화하고 이에 대응하여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 역시 변화한다는 점을 간과한 것일 뿐만 아니라 그 단계별로 부담하는 의무의 법률적 성격을 달리 보는 대법원 판례와 부합하지 않는다.
이 사건은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담보를 설정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제3자에게 담보물을 처분하였는지는 쟁점이 아니다. 채무자가 담보약정에 따른 채무를 이행하여 담보물권의 일종인 동산담보권이 성립한 이후 동산담보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하였을 때 배임죄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다. 담보약정을 이행할 의무가 채무자 자신의 사무라고 해서 동산담보권 설정 이후의 사무까지 동일하게 평가할 수는 없다. 채권자가 동산담보권을 취득한 다음 담보권설정자가 부담하는 담보목적물을 유지·보전할 의무, 나아가 담보권 실행에 협조할 의무는 담보권설정계약 당시와는 그 성질과 내용을 달리한다. 이러한 의무는 계약 당시의 단순한 채권적 의무를 넘어 동산담보권자의 담보목적물에 대한 교환가치를 보전할 의무로서의 내용과 성격을 갖기 때문이다.
헌법 제23조 제1항은 국민의 재산권을 보장하고 있다. 민법의 물권편과 채권편은 재산권에 관한 민사 법률관계를 규율하고 형법의 재산범죄는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한 형사처벌 규정이다. 이것은 재산권에 관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법체계를 형성한다.
형법의 재산범죄는 민사법에서 규율하는 재산적 법률관계를 전제로 하고 형사범죄의 성립 여부는 민사상 법률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횡령죄나 절도죄에서 타인의 물건인지를 판단할 때 민법의 소유나 점유 개념에서 출발하고 배임죄에서 손해가 발생하였는지를 판단할 때 민법상 손해 개념을 기초로 한다. 반면에 민법에서 불법행위나 공서양속 위반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 형법상 범죄의 성립 여부를 고려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물론 민사법과 형사법은 서로 침범하지 않는 독자적인 영역을 가지고 있지만, 민사법과 형사법은 국가 전체의 법질서를 구성하는 기본법으로서 통일성과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근대법에서 민사책임과 형사책임이 분리되었다는 것을 민사법과 형사법은 달라야 한다는 뜻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법이 발달하면서 더욱 세분화되고 전문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별다른 이유 없이 법영역에 따라 서로 달리 규율해야 한다는 생각은 그릇된 것이다.
민법은 재산권을 물권과 채권으로 구분하여 규율하고 있다. 민법전에서 제2편을 물권을 규율하는 물권법이라 하고 제3편을 채권을 규율하는 채권법이라 한다. 물권은 권리자가 스스로 직접적·배타적으로 물건을 지배하는 것을 본질로 하고, 누구에게든지 주장할 수 있는 절대적인 권리이다. 채권과 비교할 때 물권의 가장 뚜렷한 특질은 지배권·절대권이라는 데에 있다. 즉 물건을 직접적·배타적으로 지배하고 권리를 절대적으로 보호하는 것이 물권의 특질이다. 반면 채권은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채권관계로부터 생기는 권리로서, 제3자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아무런 효력이 없다. 따라서 채권은 원칙적으로 채무자에 의해서만 침해될 수 있을 뿐이며, 채무불이행이 그것이다. 그러나 물권에서는 특정의 상대방이라는 것이 없고 그 효력은 절대적이다.
이와 같이 지배권·절대권이자 배타적 권리라고 할 수 있는 ‘물권’을 보호하기 위하여 민법과 형법은 여러 가지 구제수단을 마련해 두고 있다. 채권적 청구권에서는 의무자가 처음부터 특정되어 있는 데 반하여, 물권적 청구권은 의무자가 특정되지 않고, 방해하는 자 또는 방해할 염려가 있는 자이면 누구나 의무자가 된다. 물권의 침해가 있으면, 물권자는 물권적 청구권뿐만 아니라 부당이득반환청구권과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을 통해서도 구제받을 수 있다. 채권 침해에 대해서는 채무자에게 채무불이행책임을 추궁하는 방법으로 해결해야 하고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은 극히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것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이러한 물권의 보호는 형사법적으로도 담보되고 있다. 형법상 재산범죄는 개인의 재산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범죄를 말하는데, 소유권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죄(절도죄, 횡령죄 등)와 전체로서의 재산권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죄(강도죄, 배임죄 등)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재산범죄는 원칙적으로 특정 재산에 대한 지배권인 물권을 보호법익으로 하고, 그러한 지배권에 대한 침해를 처벌하는 것을 그 구성요건으로 한다. 반면 채권에 대한 침해의 경우는 예외적으로만 형사적 개입을 예정하고 있다.
위와 같이 물권을 침해하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민법상 불법행위가 성립하고 형법상 재산범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 그러나 채무자가 채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에는 채무불이행책임이 성립할 뿐이고 이것을 넘어서서 상대방의 재산상 이익을 보호하거나 배려할 의무까지는 없는 것이 원칙이므로, 불법행위책임은 예외적으로만 인정되며 더군다나 형사책임까지 지는 경우는 더욱 드물다.
라. 동산담보권은 저당권과 마찬가지로 동산의 교환가치를 지배하는 물권이다. 동산에 대한 직접적인 사용·수익권이나 처분권은 여전히 담보권설정자에게 남아 있고 담보권자는 목적물이 가지는 교환가치만을 파악할 뿐이다. 이것은 피담보채무가 변제되면 교환가치에 대한 지배상태가 끝나지만, 채무가 변제되지 않으면 담보권자는 교환가치의 실현, 즉 목적물을 처분하여 현금화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담보권설정자는 동산을 사용·수익하거나 처분할 수 있어도 동산의 담보가치, 즉 교환가치를 침해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이와 같이 담보권설정자가 담보물을 보관하거나 담보가치를 유지할 의무는 담보권자가 동산의 교환가치를 지배할 권리를 확보해 주는 것이기 때문에, 담보권설정자는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판례도 이러한 관점에서 파악할 수 있다. 판례는 공장저당권이나 저당권이 설정된 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한 경우 배임죄로 처벌해 왔다. 먼저 대법원은 피고인이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공장과 함께 기계에 공장저당권을 설정한 다음 채무 변제 시까지 목적물을 담보 목적에 맞게 보관할 임무가 있는데도 그 임무에 위배하여 기계를 임의로 매도한 사안에서 배임죄를 인정하였다(대법원 2003. 7. 11. 선고 2003도67 판결 참조). 또한 대법원은 자동차에 저당권이 설정된 경우 자동차의 교환가치는 저당권에 포섭되고, 저당권설정자가 자동차를 매도하여 그 소유자가 달라지더라도 저당권에는 영향이 없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저당권설정자가 단순히 그 저당권의 목적인 자동차를 다른 사람에게 매도한 것만으로는 배임죄에 해당하지 않으나, 자동차를 담보로 제공하고 점유하는 채무자가 부당히 그 담보가치를 감소시키는 행위를 한 경우 배임죄의 죄책을 면할 수 없다고 하였다(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0도11665 판결 참조). 이러한 판결에서 공장저당권이나 자동차저당권을 설정한 사람은 목적물을 담보 목적에 맞게 보관할 의무나 담보가치를 부당하게 감소시키지 않을 의무, 즉 담보가치 유지의무를 부담하고 이러한 의무를 저버린 행위를 타인의 사무를 처리한 자가 그 임무를 위배한 것으로 보아 배임죄로 처벌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지난 10년 동안 동산 이중양도, 부동산 대물변제예약, 부동산 이중근저당에 관한 일련의 전원합의체 판결(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8도10479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4. 8. 21. 선고 2014도3363 전원합의체 판결, 위 2019도14340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배임죄의 성립을 부정하는 방향으로 판례를 변경했다. 그런데 이들 판결 사안을 살펴보면 채무자의 행위가 계약상 채무불이행에 해당하지만 그 행위의 중대성으로 말미암아 그에 대한 국가의 형벌권이 개입했던 분야임을 알 수 있다. 동산 이중양도 사안은 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한 후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동산소유권을 이전하지 않고 제3자에게 임의로 처분한 경우에 매도인이 동산소유권을 이전할 채권적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부동산 대물변제예약 사안은 채권 담보 목적으로 대물변제예약을 한 채무자가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한 경우에 채무의 이행방법으로서 약정의 내용에 따른 이행을 할 채무를 채무자 자신의 사무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부동산 이중근저당 사안도 근저당권설정계약에 따라 채권자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할 채무자의 의무를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가 아니라고 본 것이다.
그러나 위에서 보았듯이 물권에 대한 보장은 형사법적으로 담보되어 왔고 그에 대한 침해는 위와 같은 채무불이행의 경우와는 달리 보아야 한다. 물권인 담보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그에 걸맞은 형법적 평가와 보호가 필요하다. 또한 동일한 동산에 관한 담보물권인 공장저당권 등에 관하여 배임죄 성립을 긍정한 판례가 현재도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채무불이행에 해당하는 부동산 이중근저당 사안 등에서 일련의 전원합의체 판결로 배임죄 성립을 부정했다고 하더라도, 물권 침해에 해당하는 ‘동산담보권 설정 후 무단 처분행위’에 대해서까지 배임죄 성립을 부정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한편 동산 이중양도담보에 관한 위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은 채무자가 채권담보의 목적으로 점유개정 방식으로 채권자에게 동산을 양도하고 이를 보관하던 중 임의로 제3자에게 처분한 경우 종전의 판례를 변경하여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동산 양도담보에 관한 위 판결은 동산채권담보법에 따라 동산담보권을 설정한 경우와는 동일하게 보아서는 안 된다. 동산 양도담보는 동산소유권을 이전하는 형태의 양도담보로서 판례는 그 법적 성질을 신탁적 양도로 파악하고 있다. 그 기능이나 경제적 목적이 채권담보이고 채권자가 채권담보의 목적 범위에서만 소유권을 행사할 채권적 의무를 부담하더라도, 담보목적물의 소유권은 당사자 사이에 소유권을 양도한다는 합의와 점유개정에 의한 인도에 따라 완전히 채권자에게 이전한다. 따라서 점유개정에 따라 양도담보 목적물인 동산을 직접 점유하는 채무자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에 해당한다. 그가 채권자의 허락 없이 제3자에게 동산을 양도하는 등 처분한 경우에는 횡령죄가 성립하므로,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위 전원합의체 판결 중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김선수의 별개의견 참조). 이와 달리 동산채권담보법에 따라 동산담보권을 설정한 경우에는 담보권자는 담보권만을 취득하고 담보권설정자가 여전히 동산의 소유자이므로, 담보권설정자가 동산을 처분하더라도 횡령죄가 성립할 여지가 없다.
마. 채무자 겸 담보권설정자의 배신행위로 동산담보물이 처분되어 동산담보권이 상실되더라도 채권자 겸 담보권자는 채무자로부터 피담보채권을 변제받음으로써 동산담보설정계약을 통해 달성하고자 한 목적을 사실상 이룰 수 있으므로, 배임죄로 처벌해서는 안 된다고 보아야 하는지 문제 된다.
그러나 소비대차계약과 동산담보설정계약은 별개의 계약이다. 채무자가 아닌 제3자가 물상보증인으로서 동산담보권을 설정해 준 경우에는 두 계약의 당사자도 다르다. 사후적으로 채무자가 소비대차계약에 따라 채무를 변제했다고 해서 담보권설정자가 동산담보설정계약을 위반하여 동산담보권을 침해하고 무담보 상태를 초래한 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문제가 소급해서 해소될 수 없다(근저당권설정계약에 관해서는 위 2019도14340 전원합의체 판결 중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재형의 보충의견 참조).
형법상 재산범죄의 성립 여부는 손해가 나중에 전보되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판단해야 한다. 가령 변제의 능력과 의사가 있는 것처럼 기망하여 금전을 차용함으로써 사기죄는 성립하고 피해자가 나중에 채권을 회수하였다고 하더라도 사기죄의 성립 여부가 달라지지 않는다. 담보권설정자가 담보목적물인 동산을 임의로 처분하는 배신적 행위를 하여 담보권자를 느닷없이 무담보 상태에 빠지게 하였다면 배임죄는 성립하고, 담보권자가 나중에 변제를 받았다고 해서 배임죄의 성립 여부가 달라질 이유가 없다(위 보충의견 참조).
담보권자는 채권에 대한 담보를 위하여 동산담보설정계약을 체결하고 동산담보권을 설정받은 것인데, 그 담보물이 없어진 후에도 채무자의 일반재산으로부터 변제를 받기만 하면 동산담보설정계약의 목적이 달성된 것과 같다고 한다면 동산담보설정계약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이나 다름없다. 법률적으로든 경제적으로든 담보권의 취득과 보전은 거래당사자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인데, 유독 배임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할 때에만 이를 부수적인 의미에 불과하다고 보는 것은 근거가 없다.
한편 동산채권담보법에서 담보등기부를 인적 편성주의에 따라 편제하고 있다는 점은 배임죄의 성립 여부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물적 편성주의나 인적 편성주의는 등기부의 편제 방법일 뿐이고 동산담보권의 효력과는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바. 위 라.에서 보았듯이 채무자가 채무담보 목적으로 채권자에게 동산을 점유개정의 방식으로 양도한 후 제3자에게 무단으로 처분한 경우에는 동산소유권이 담보목적의 범위 내에서 신탁적으로 채권자에게 이전하므로, 채무자가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로서 동산을 횡령한 것으로 보아 횡령죄가 성립하고 배임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동산 소유자가 동산담보권을 설정한 후 제3자에게 무단으로 처분한 경우에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담보물을 보관하고 담보가치를 유지할 임무를 위배한 것으로 보아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보는 것이 균형에 맞는다.
사. 이 사건의 쟁점은 배임죄의 성립 여부이지만, 이러한 사안에서 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할 수 있으므로 배임죄로 처벌할 필요가 없다는 견해가 있으므로 이에 관해서 언급하고자 한다.
형법 제323조의 권리행사방해죄는 그 행위의 객체가 ‘자기 소유’의 물건이어야 한다. 물상보증의 경우 담보목적물의 소유자가 아닌 채무자가 담보목적물을 은닉하여 담보가치를 상실시켰다고 하더라도 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될 수 없다(대법원 1984. 6. 26. 선고 83도2413 판결, 대법원 2003. 5. 30. 선고 2000도5767 판결 참조). 또한 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하려면 ‘취거’, ‘은닉’ 또는 ‘손괴’가 있어야 하는데, 담보권설정자가 담보목적물을 제3자에게 매도하여 매수인이 선의취득함으로써 담보권을 침해한 경우 ‘취거’, ‘은닉’ 또는 ‘손괴’를 인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매수인이 동산담보권의 부담이 없는 소유권을 취득한 경우 목적물인 동산의 소재가 불분명한지 여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진다고 볼 수도 없다.
다수의견은 배임죄에서 위임 등과 같이 타인의 사무를 대행하는 경우로 한정하여 그 밖의 경우에는 비범죄화하거나 권리행사방해죄로 규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는 듯하다. 대법원은 동산 이중양도, 부동산 대물변제예약, 동산 이중양도담보, 부동산 이중 근저당에 관한 일련의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모두 배임죄 성립을 부정하였으나, 실무에서는 위와 같은 사안을 대부분 권리행사방해죄로 의율하고 있을 뿐 비범죄화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배임죄와 권리행사방해죄의 징역형 상한은 동일하고 벌금 액수에서만 차이가 있다).
그런데 권리행사방해죄의 구성요건은 지나치게 포괄적이다[권리행사방해죄는 형법 제정 당시 독일 형법 제289조의 질물탈취죄(Pfandkehr)에 영향을 받아 신설되었는데, 질물탈취죄는 질물 등을 탈취하는 경우에 성립하기 때문에 그 적용 범위가 한정되어 있다]. 특히 판례는 형법 제323조에서 정한 ‘타인의 권리’에는 제한물권뿐만 아니라 채권도 포함되고 점유를 수반할 필요는 없다고 하고 있다(대법원 1991. 4. 26. 선고 90도1958 판결 참조). 따라서 이러한 판례에 따르면 단순한 채무불이행만으로도 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할 위험이 있고, 이는 민사사건의 형사사건화 방지라는 형사법의 흐름에 역행하는 결과가 된다. 종래 채권 침해에 대한 형사적 개입은 예외적으로 인정되어 왔으나, 배임죄에 관한 몇몇 판례의 변경 이후 ‘권리행사방해죄로의 쉬운 도피’로 말미암아 오히려 채권 침해에 대한 광범위한 형사 개입이 초래될 우려가 있다.
배임죄의 규율 범위를 좁히기 위한 새로운 이론구성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권리행사방해죄의 재발견을 반드시 부정적으로 보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배임죄는 임무위배행위가 있어야 하고 재산상의 이익을 얻어야 하며 본인에게 손해가 발생하여야 비로소 그 죄가 성립하는 반면, 권리행사방해죄는 채권이든 물권이든 그 침해가 발생하면 바로 그 죄가 성립되므로, 규율 범위를 좁히기 위한 해석의 여지는 배임죄의 경우가 훨씬 유연하다고 볼 수 있다. 이 사건에서 문제 된 동산담보권이 침해된 경우와 같은 물권 침해의 경우까지 배임죄의 성립을 부정하고 권리행사방해죄로 처벌하도록 길을 터주는 것은 오히려 그 의도와는 다르게 민사사건의 형사사건화 또는 형사처벌의 과잉을 초래할 수 있다.
아. 동산 소유자가 동산담보권 설정 후 제3자에게 처분한 행위를 배임죄로 처벌할 것인지는 배임죄의 해석·적용 문제이다. 배임죄에 관한 형법 규정이 헌법에 반하지 않는 한 이 규정을 사안에 맞게 적용하는 것은 법원의 임무이다. 입법론으로 배임죄를 일정한 사안에 제한하는 방식으로 개정하거나 배임죄를 아예 폐지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국가형벌권의 과도한 개입이라거나 사적 자치의 원칙을 침해한다는 추상적인 이유만을 들어 동산담보권 설정 후 동산을 임의로 처분하는 행위에 대해 배임죄의 성립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
결론적으로, 담보권설정자가 동산에 관하여 동산담보권을 설정한 이후 담보권자에게 부담하는 담보물 보관의무와 담보가치 유지의무는 ‘타인의 사무’에 해당한다. 담보권설정자가 신임관계를 저버리고 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함으로써 동산담보권을 침해하는 행위는 당사자 사이의 본질적·전형적 신임관계를 위반한 것으로서 배임죄에 해당한다.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에서 동산담보권을 설정한 피고인이 담보로 제공한 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한 행위가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판결은 정당하고,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에 반대한다.
6.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노태악의 보충의견
가. 반대의견은, 동산채권담보법에 의한 동산담보권 설정 후 담보권설정자가 부담하는 담보물에 대한 보관·유지의무 등은 동산담보권자의 담보물에 대한 교환가치를 보전할 의무로서의 내용과 성격을 갖기 때문에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동산채권담보법의 입법 목적 달성을 위하여 일반적인 동산 양도담보와 달리 위 법이 적용되는 담보권설정자의 임의 처분행위를 배임죄로 규율해야 한다는 목적론적 해석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반대의견은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배치되어 보인다.
나. 1) 동산채권담보법은 기존 동산담보의 공시가 불충분하다는 등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하여 동산·채권을 대상으로 한 등기담보권의 도입에 의하여 거래 안전을 도모하면서도 자산유동화의 활성화를 목적으로 입법되었다(제1조). 그러나 동산담보권도 담보물권으로서 부종성, 수반성, 불가분성, 물상대위의 효력이 인정되고, 그 소멸에 있어서도 피담보채무에 대한 변제 등 담보물권 일반의 소멸사유에 의하여 소멸되는 등(제9조, 제14조) 동산 양도담보와 그 성립, 효력, 실행 및 소멸에 있어서 기본적 내용은 동일하다(동산채권담보법상 담보약정은 ‘양도담보 등 명목을 묻지 아니하고 동산을 담보로 제공하기로 하는 약정을 말한다’고 규정한다). 즉 동산채권담보법은 동산·채권담보에 대하여 인적 편성주의를 내용으로 하는 새로운 등기제도를 도입하였으나, 기본적으로 동산 양도담보와 같은 담보물권으로서의 성질은 다르지 않다.
또한 동산채권담보법상 담보권설정자는 ‘법인 또는 상업등기법에 따른 상호등기를 한 자’로 제한되고(제3조), 담보권 실행방법도 경매 청구뿐만 아니라 사적 실행의 방법으로 직접 및 매각 충당을 인정하여 취득정산 외에도 처분정산까지 가능하여(제21조), 기업, 자영업자가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데에 활용되고 있다. 따라서 동산채권담보법에 의한 동산담보권의 설정, 실행 및 처분 등을 둘러싼 법률관계에 대하여는 경제적, 사법(私法)적인 규율이 보다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
2) 일반적인 동산 양도담보에 있어서 채무자가 양도담보설정계약에 따라 동산을 담보로 제공할 의무와 점유개정의 방법으로 양도담보권을 설정한 후 담보물의 담보가치를 유지·보전할 의무는 모두 양도담보설정계약에 따라 부담하게 된 채무자 자신의 급부의무이므로 채무자의 담보물 처분행위가 배임죄를 구성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 2020. 2. 20. 선고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의 핵심 법리이다.
그렇다면 이와 동일한 법률적 성격을 갖는 동산채권담보법상의 동산담보권의 경우에도 동산담보계약에 따라 부담하는 담보 제공 의무와 담보권 설정 이후 담보물에 대한 보관·유지의무 등은 모두 담보설정계약에 따라 부담하게 된 채무자 내지 담보권설정자 자신의 의무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일반적인 동산 양도담보에서 점유개정에 의하여 양도담보권을 설정한 후 담보권설정자가 목적물을 처분한 것이나, 동산채권담보법에 의한 동산담보등기를 하고 담보권설정자가 이를 점유하다가(담보약정상 담보권자가 점유하도록 정할 수 있지만 담보권설정자가 점유하는 경우가 일반적일 것이다) 처분한 것이나, 담보권자가 담보가치를 상실하여 담보권의 목적을 실현할 수 없게 된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3) 동산채권담보법에 의한 동산담보등기에 공신력이 없고, 담보물에 대한 선의취득이 인정될 경우 추급력이 없다는 점은 반대의견도 인정하는 바이다. 따라서 담보권설정자가 담보물을 임의 처분한 경우 그 선의취득에 있어서도 동산 양도담보와 다를 바 없다.
동산채권담보법상 등기제도는 동산에 대한 담보권을 취득하려는 자 등 이해관계인에게 개선된 공시에 의하여 담보권의 존재 및 내용을 보다 쉽게 탐문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하기 위함이지 담보권설정자의 임의 처분을 막기 위한 것이 아니다(동산채권담보법 제64조에서 담보등기부의 불실기재를 방지하고 등기필정보의 안전과 비밀 확보를 목적으로 하여 이를 위반한 행위에 대하여만 처벌규정을 두고 있을 뿐 담보권설정자 등의 담보권 설정·실행과정이나 그 처분에 대하여는 아무런 규정이 없다는 점에서도 확인된다).
결국 반대의견에서 말하는 ‘담보권의 추급력’이라는 사유를 들어 양자에 있어 배임죄의 처벌 여부를 달리할 법리적인 이유도 없고, 실질적인 이유도 없다.
다. 1) 반대의견은, 나아가 일반적으로 동산담보에 있어서 담보약정을 이행할 의무가 채무자 자신의 사무라고 해서 동산담보권 설정 이후의 사무까지 동일하게 평가할 수 없고, 채권자가 동산담보권을 취득한 다음 담보권설정자가 부담하는 담보물 보관·유지의무 등은 담보권설정계약 당시와는 그 성질과 내용을 달리하는 것으로, 이러한 의무는 계약 당시의 단순한 채권적 의무를 넘어 동산담보권자의 담보물에 대한 교환가치를 보전할 의무로서의 내용과 성격을 갖기 때문에 이는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주장은 동산 이중양도담보에 관한 위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이 담보물권 설정 전후의 채무자 내지 담보권설정자의 의무는 모두 담보계약에 따른 자신의 사무일 뿐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라고 볼 수 없다고 한 판시에 반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동일한 담보권 침해행위에 대하여 동일한 법적 평가가 내려져야 함은 당연하다.
2) 반대의견은 동산 양도담보의 경우 내부적으로도 그 소유권이 담보권자에게 귀속되어야 하기 때문에 횡령죄로 처벌되어야 하므로 동산담보권과는 달리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 주장과 달리 위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배임죄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서 타인에게 재산상 손해를 가할 때 성립하는 것일 뿐 어떤 물건이나 권리가 타인에게 귀속되었는지 여부는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인지를 판가름할 요소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위 전원합의체 판결의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참조).
3) 반대의견은, 채권 침해와 달리 동산담보권의 설정 이후 처분행위는 물권에 대한 침해로서 배신성이 크므로 그에 대한 보호도 형법적으로 담보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역시 ‘양도담보권 설정 후’ 담보권 침해행위도 배임죄로 규율할 수 없다고 본 위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에 배치되는 견해일뿐더러 임무위배행위에 대한 배신성의 정도나 비난가능성이 크다는 점만으로 그러한 임무가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에 해당될 수 없다. 다수의견은, 물권이 채권에 비해 절대적 효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물권에 대한 침해를 배임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것은 형법으로 달성하려는 목적만을 강조한 채 죄형법정주의의 목적과 의의를 간과한 것이라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서, 반대의견이 말하는 것처럼 형사법과 민사법을 별다른 이유 없이 서로 달리 규율하는 것이 아니다.
라. 반대의견은, 공장저당권이나 자동차에 저당권을 설정한 자의 담보물 보관·유지의무를 위반한 행위에 대하여 배임죄 성립을 인정한 판례(대법원 2003. 7. 11. 선고 2003도67 판결, 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0도11665 판결)를 들어 동산담보권 설정자가 부담하는 담보물 보관·유지의무도 타인의 사무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대법원은 배임죄의 성립 여부를 계약에서 신임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타인의 재산을 보호·관리하는 것인지 여부로 판단해야 한다는 전제에서 동산 이중매매, 부동산 대물변제예약, 동산 이중양도담보 및 부동산 이중저당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매매계약, 담보계약 등에 따른 채무자의 의무는 자신의 의무일 뿐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가 아니라는 이유로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공장저당권과 자동차 저당권에 관한 위 각 판례는 모두 동산 양도담보와 동일한 동산 담보물권으로서 동산 이중양도담보 등 일련의 전원합의체 판결의 흐름과 그 취지에 비추어 향후 유지 여부를 고려하여야 할 판례일 뿐, 위 각 판례를 들어 동산담보권 설정자의 담보물 보관·유지의무 등이 타인의 사무가 되어야 한다는 근거로 삼기는 곤란하다.
한편 대법원은 대법원 2018. 5. 17. 선고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부동산 이중매매의 경우 배임죄가 성립한다는 종래의 견해를 유지하였다. 그러나 위 판결은 부동산이 국민의 경제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부동산 매매대금은 통상 계약금, 중도금, 잔금으로 나뉘어 지급되는데,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매매대금의 상당 부분에 이르는 계약금과 중도금까지 지급하더라도 매도인의 이중매매를 방지할 충분한 수단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거래의 현실을 고려하여 부동산 이중매매의 경우 배임죄가 성립한다는 종래의 판례가 여전히 타당하다는 이유에서 종래의 견해를 유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마. 위와 같이 타인의 사무로 볼 수 없다는 중요한 근거는 채무 담보로 채권자에게 동산담보권을 설정한 채무자의 담보물 보관·유지의무는 동산담보계약에 따른 자신의 사무일 뿐이고, 담보약정의 궁극적인 목적과 그에 따른 채무자의 주된 의무는 금전채무의 변제에 있다는 점에서 그러한 의무가 신임관계의 본질적 내용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법리를 적용할 때 담보의 형식이 저당권설정계약, 대물변제예약 또는 양도담보계약인지 여부나 담보의 목적물이 부동산인지 동산인지에 따라 차이를 둘 아무런 이유가 없다.
이상과 같이 다수의견의 논거를 보충한다.
대법원장 김명수(재판장) 권순일 박상옥 이기택 김재형 박정화 안철상 민유숙 김선수 이동원 노정희 김상환 노태악(주심) | 형법 제355조 제2항, 동산·채권 등의 담보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제7조 제1항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김정완
【원심판결】
광주고법 2015. 6. 11. 선고 2015노145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이 사건 경위와 쟁점
가. 공소사실의 요지
1) 피고인은 2014. 7. 중순경 스마트폰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하여 알게 된 14세의 피해자에게 자신을 ‘고등학교 2학년생인 ○○○’이라고 거짓으로 소개하고 채팅을 통해 피해자와 사귀기로 하였다.
2) 피고인은 2014. 8. 초순경 피해자에게 ‘사실은 나(○○○)를 좋아해서 스토킹하는 여성이 있는데, 나에게 집착을 해서 너무 힘들다. 죽고 싶다. 우리 그냥 헤어질까’라고 거짓말하면서 ‘스토킹하는 여성을 떼어내려면 나의 선배와 성관계하면 된다’는 취지로 이야기하였다.
3) 피해자는 피고인과 헤어지는 것이 두려워 피고인의 제안을 승낙하였고, 피고인은 마치 자신이 ○○○의 선배인 것처럼 행세하며 피해자를 간음하였다.
4) 이로써 피고인은 위계로 아동·청소년인 피해자를 간음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위계에 의한 간음죄에서 위계의 의미에 대해 “행위자가 간음의 목적으로 상대방에게 오인, 착각, 부지를 일으키고는 상대방의 그러한 심적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고, 여기에서 오인, 착각, 부지란 간음행위 자체에 대한 오인, 착각, 부지를 말하는 것이지, 간음행위와 불가분적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 다른 조건에 관한 오인, 착각, 부지를 가리키는 것은 아니라고 보아야 한다.”라는 대법원 2001. 12. 24. 선고 2001도5074 판결 등(이하 ‘종전 판례’라고 한다)의 판시에 따라, 피해자가 간음행위와 불가분적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 다른 조건에 관하여 피고인에게 속았던 것뿐이므로 피고인의 간음행위는 형법 등에서 처벌대상으로 규정하는 위계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인정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다. 이 사건의 쟁점
형법 등이 처벌대상으로 규정하는 위계에 의한 간음죄에서 위계의 의미를 위와 같이 해석한 종전 판례가 유지될 수 있는지 여부가 원심판결의 당부를 가리는 쟁점이 된다. 이하에서는 위계에 의한 간음죄의 입법경위, 성적 자기결정권 행사의 의미 등을 종합하여 종전 판례의 유지 여부를 판단한다.
2. 위계에 의한 간음죄의 입법경위
가. 위계에 의한 간음에 대한 처벌규정은 1953년 제정형법에서 시작되었다. 제정형법은 이를 제2편 제32장 정조에 관한 죄의 일부로서 규정하였는데, 당시의 법정형은 강간죄는 물론 강제추행죄의 법정형보다도 가벼웠고, 그중 혼인빙자 등에 의한 간음죄는 ‘음행의 상습 없는 부녀’도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이렇듯 제정형법 당시 위계에 의한 간음죄는 부녀의 정조 보호를 입법 목적으로 하면서 강간죄·강제추행죄보다 가벌성이 낮은 보충적 유형의 범죄로 인식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나. 그 후 형법의 1995. 12. 29.자 개정으로 제2편 제32장의 표목에서 ‘정조에 관한 죄’라는 표현이 삭제되었다. 또한 음행의 상습 없는 부녀도 대상으로 규정하였던 혼인빙자 등에 의한 간음죄가 헌법재판소 2009. 11. 26. 선고 2008헌바58 등 위헌결정 및 그 취지 등을 반영하여 폐지됨에 따라 형법상 위계에 의한 간음죄의 대상은 미성년자, 심신미약자, 피보호자·피감독자 등 성폭력범행에 특히 취약한 사람만으로 한정되었다.
다. 형사특별법에서도 성폭력범행에 특히 취약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위계에 의한 간음죄 규정이 신설되었다. 13세 미만의 여자에 대하여는 구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그중 성폭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사항이 분리되어 2010. 4. 15. 제정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이라고 한다)에 규정되었다]의 1997. 8. 22.자 개정으로, 여자 청소년에 대하여는 2000. 2. 3. 구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로 제명이 개정되었다. 이하 모두 ‘청소년성보호법’이라고 한다)의 제정으로, 신체적·정신적 장애가 있는 여자에 대하여는 성폭력처벌법의 2011. 11. 17.자 개정으로 각 처벌규정이 마련되었고, 5년 이상의 유기징역이 법정형으로 규정되었다. 그 후 13세 미만자와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위계에 의한 간음죄의 법정형은 무기징역까지로 상향개정되었다. 이는 형법상 강간죄보다 더 중한 형을 규정한 것이다.
라. 위와 같은 위계에 의한 간음죄의 개정경과 및 이 사건에 적용되는 2014년 무렵의 법률 내용을 종합하여 보면, 과거와 달리 오늘날에는 위계에 의한 간음죄를 아동·청소년, 미성년자, 심신미약자, 피보호자·피감독자, 장애인 등 성폭력범행에 특히 취약한 사람을 보호대상으로 하고 강간죄 등과 비견되는 독립적인 가벌성을 지닌 범죄로 규정하여, 행위자를 강력하게 처벌하려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3. 성적 자기결정권 행사의 의미
가.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자기결정권은 헌법 제10조에서 규정한 개인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에 의하여 보호되는 권리이다(대법원 2009. 5. 21. 선고 2009다17417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성적 자기결정권은 스스로 선택한 인생관 등을 바탕으로 사회공동체 안에서 각자가 독자적으로 성적 관념을 확립하고 이에 따라 사생활의 영역에서 자기 스스로 내린 성적 결정에 따라 자기책임하에 상대방을 선택하고 성관계를 가질 권리로 이해된다(헌법재판소 2002. 10. 31. 선고 99헌바40 등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여기에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성행위를 결정할 권리라는 적극적 측면과 함께 원치 않는 성행위를 거부할 권리라는 소극적 측면이 함께 존재하는데, 위계에 의한 간음죄를 비롯한 강간과 추행의 죄는 소극적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9도3341 판결 참조).
나. 이 사건 피해자는 14세로서 19세 미만의 자를 일컫는 청소년성보호법상 아동·청소년에 해당한다.
국가와 사회는 아동·청소년에 대하여 다양한 보호의무를 부담한다. 국가는 청소년의 복지향상을 위한 정책을 실시하고(헌법 제34조 제4항), 초·중등교육을 실시할 의무(교육기본법 제8조)를 부담한다. 사법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여서 친권자는 미성년자를 보호하고 양육하여야 하고(민법 제913조), 미성년자가 법정대리인의 동의 없이 한 법률행위는 원칙적으로 그 사유에 제한 없이 취소할 수 있다(민법 제5조).
법원도 아동·청소년이 피해자인 사건에서 아동·청소년이 특별히 보호되어야 할 대상임을 전제로 판단해 왔다. 대법원은 아동복지법상 아동에 대한 성적 학대행위 해당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아동이 명시적인 반대 의사를 표시하지 아니하였더라도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여 자신을 보호할 능력이 부족한 상황에 기인한 것인지 가려보아야 한다는 취지로 판시하였고(대법원 2015. 7. 9. 선고 2013도7787 판결 참조), 아동복지법상 아동매매죄에 있어서 설령 아동 자신이 동의하였더라도 유죄가 인정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5. 8. 27. 선고 2015도6480 판결 참조). 아동·청소년이 자신을 대상으로 음란물을 제작하는 데에 동의하였더라도 원칙적으로 청소년성보호법상 아동·청소년이용 음란물 제작죄를 구성한다는 판시(대법원 2015. 2. 12. 선고 2014도11501, 2014전도197 판결 참조)도 같은 취지이다.
이와 같이 아동·청소년을 보호하고자 하는 이유는, 아동·청소년은 사회적·문화적 제약 등으로 아직 온전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인지적·심리적·관계적 자원의 부족으로 타인의 성적 침해 또는 착취행위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어려운 처지에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아동·청소년은 성적 가치관을 형성하고 성 건강을 완성해 가는 과정에 있으므로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적 침해 또는 착취행위는 아동·청소년이 성과 관련한 정신적·신체적 건강을 추구하고 자율적 인격을 형성·발전시키는 데에 심각하고 지속적인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아동·청소년이 외관상 성적 결정 또는 동의로 보이는 언동을 하였다 하더라도, 그것이 타인의 기망이나 왜곡된 신뢰관계의 이용에 의한 것이라면, 이를 아동·청소년의 온전한 성적 자기결정권의 행사에 의한 것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
다. 그 외 위계에 의한 간음죄가 보호대상으로 규정한 미성년자, 심신미약자, 피보호자·피감독자, 장애인 등도 나이, 정신기능 등의 장애, 행위자와 피해자 사이의 종속적인 관계 등으로 인해 피해자가 행위자를 비롯한 외부의 영향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어렵고 성적 자기결정권 행사 과정에서 내부 정신작용이 왜곡되기 쉽다는 점에서는 앞서 본 아동·청소년의 경우와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
4. 위계에 의한 간음죄에서 위계의 의미
가. ‘위계’라 함은 행위자의 행위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피해자에게 오인, 착각, 부지를 일으키게 하여 이를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위계의 개념 및 앞서 본 바와 같이 성폭력범행에 특히 취약한 사람을 보호하고 행위자를 강력하게 처벌하려는 입법 태도, 피해자의 인지적·심리적·관계적 특성으로 온전한 성적 자기결정권 행사를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 등을 종합하면, 행위자가 간음의 목적으로 피해자에게 오인, 착각, 부지를 일으키고 피해자의 그러한 심적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의 목적을 달성하였다면 위계와 간음행위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고, 따라서 위계에 의한 간음죄가 성립한다. 왜곡된 성적 결정에 기초하여 성행위를 하였다면 왜곡이 발생한 지점이 성행위 그 자체인지 성행위에 이르게 된 동기인지는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침해가 발생한 것은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하기 어렵다. 피해자가 오인, 착각, 부지에 빠지게 되는 대상은 간음행위 자체일 수도 있고, 간음행위에 이르게 된 동기이거나 간음행위와 결부된 금전적·비금전적 대가와 같은 요소일 수도 있다.
나. 다만 행위자의 위계적 언동이 존재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위계에 의한 간음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므로 위계적 언동의 내용 중에 피해자가 성행위를 결심하게 된 중요한 동기를 이룰 만한 사정이 포함되어 있어 피해자의 자발적인 성적 자기결정권의 행사가 없었다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이와 같은 인과관계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피해자의 연령 및 행위자와의 관계,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범행 당시와 전후의 상황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다. 한편 위계에 의한 간음죄가 보호대상으로 삼는 아동·청소년, 미성년자, 심신미약자, 피보호자·피감독자, 장애인 등의 성적 자기결정 능력은 그 나이, 성장과정, 환경, 지능 내지 정신기능 장애의 정도 등에 따라 개인별로 차이가 있으므로 간음행위와 인과관계가 있는 위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구체적인 범행 상황에 놓인 피해자의 입장과 관점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하고, 일반적·평균적 판단능력을 갖춘 성인 또는 충분한 보호와 교육을 받은 또래의 시각에서 인과관계를 쉽사리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
라. 이와 달리 위계에 의한 간음죄에서 행위자가 간음의 목적으로 상대방에게 일으킨 오인, 착각, 부지는 간음행위 자체에 대한 오인, 착각, 부지를 말하는 것이지 간음행위와 불가분적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 다른 조건에 관한 오인, 착각, 부지를 가리키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의 종전 판례인 대법원 2001. 12. 24. 선고 2001도5074 판결, 대법원 2002. 7. 12. 선고 2002도2029 판결, 대법원 2007. 9. 21. 선고 2007도6190 판결, 대법원 2012. 9. 27. 선고 2012도9119 판결, 대법원 2014. 9. 4. 선고 2014도8423, 2014전도151 판결 등은 이 판결과 배치되는 부분이 있으므로 그 범위에서 이를 변경하기로 한다.
5. 판단
가. 원심판결 이유 및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36세 남성인 피고인은 고등학교 2학년 ○○○의 행세를 하며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하여 14세의 피해자를 사귀게 되었다.
2) 그 과정에서 피고인은 ○○○을 스토킹하는 여성의 행세를 하며 피해자에게 자신도 ○○○을 좋아하는데 ○○○을 좋아하면 무엇이든 해야 한다고 도발하는 한편, ○○○의 행세도 하며 피해자에게 자신을 스토킹하는 여성 때문에 너무 힘들고 만약 자신과 헤어지기 싫다면 그 여성의 요청대로 자신의 선배와 성관계 해 달라고 부탁하였다. 이러한 도발과 부탁은 여러 차례 반복되었다.
3) 결국 ○○○과 헤어질 것이 두려웠던 피해자는 ○○○의 선배를 만나 성관계하는 데에 동의하였고, 이를 위해 새벽에 고속버스를 타고 피고인이 지정한 장소로 이동하였다. 피고인은 ○○○의 선배 행세를 하며 피해자를 간음하였다.
4) 피해자는 이러한 사실을 부모가 알게 될 것이 두려워 사건 발생 후 12일이 지나서야 상담센터의 도움을 받아 경찰에 신고하였고, 그 후 부모와 떨어져 다른 도시의 청소년보호시설에서 생활하였다.
나. 위와 같은 사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14세에 불과한 아동·청소년인 피해자는 36세 피고인이 허구로 설정한 상황 속에서 상당기간 자극적인 내용의 도발과 부탁에 시달렸다. 아울러 이 사건 전후 피해자의 태도 및 행적을 종합하면 피해자가 부모로부터 충분한 보호, 양육을 받지 못하였다고 볼 여지도 있다. 이러한 사정들은 당시 피해자가 온전하게 의사결정을 하기 어려웠음을 나타낸다. 이러한 상황에서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속아 자신이 ○○○의 선배와 성관계를 하는 것만이 ○○○을 스토킹하는 여성을 떼어내고 ○○○과 연인관계를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오인하여 ○○○의 선배로 가장한 피고인과 성관계를 하였다. 피해자가 위와 같은 오인에 빠지지 않았다면 피고인과의 성행위에 응하지 않았을 것이다. 피해자가 오인한 상황은 피해자가 피고인과의 성행위를 결심하게 된 중요한 동기가 된 것으로 보이고, 이를 자발적이고 진지한 성적 자기결정권의 행사에 따른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인은 간음의 목적으로 피해자에게 오인, 착각, 부지를 일으키고 피해자의 그러한 심적 상태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간음한 것이므로 이러한 피고인의 간음행위는 위계에 의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와 달리 앞서 본 바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위계에 의한 간음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6.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노정희의 보충의견이 있다.
7. 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노정희의 보충의견
이 사건 쟁점과 관련한 최근의 법개정 상황에 비추어 전원합의체 판결의 의미를 보충하고자 한다.
가. 성폭력범죄를 규율하는 형법, 성폭력처벌법, 청소년성보호법은 역동적으로 개정되었으며 특히 폭행·협박에 이르지 않는 수단에 의한 성폭력범죄에서 처벌을 강화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려는 경향이 뚜렷하게 확인된다. 이는 성폭력범죄를, 피해자의 항거를 불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협박, 즉 피해자의 의사가 완전히 제압될 수 있는 물리적 강제력을 수단으로 하는 것으로 상정하였던 전통적 사고의 틀에서는 지금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성폭력범죄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되었다.
형법의 2018. 10. 16.자 개정으로 업무·고용을 매개로 보호감독하에 있는 사람을 위계 등으로 간음한 경우 법정형의 상한이 징역형 기준 종전의 5년에서 7년으로, 구금된 사람을 간음한 경우 법정형의 상한이 종전의 7년에서 10년으로 각 상향되었다. 성폭력처벌법은 같은 보호대상을 추행한 행위를 처벌하는데, 같은 일자 개정으로 법정형의 상한이 징역형 기준 종전의 2년 또는 3년에서 3년 또는 5년으로 상향되었다.
직장·조직 내부에서 의사결정권·업무수행지시권 등을 매개로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권력형 성폭력사건이 피해자 개인은 물론 사회에 심대한 악영향을 미침에도 이를 상대적으로 낮은 형으로 처벌할 수밖에 없어 부당하였다는 취지에서 이해할 수 있다.
나. 특히 주목할 만한 법개정은 13세에서 15세 사이의 아동·청소년의 성을 보호하는 규정이다. 청소년성보호법의 2019. 1. 15.자 개정으로 19세 이상의 사람이 위 아동·청소년의 궁박한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추행한 행위를 처벌하게 되었다가(청소년성보호법 제8조의2), 형법의 2020. 5. 19.자 개정으로 19세 이상의 사람이 13세에서 15세 사이의 아동·청소년을 간음·추행하면 수단의 강제성 유무 및 정도를 묻지 않고 처벌하게 되었다(형법 제305조 제2항). 이 사건 피해자는 14세, 피고인은 36세이므로 위와 같은 개정법하에서는 수단을 불문하고 처벌대상이 된다.
성개방과 성상품화 풍조가 만연하면서 사회문화적으로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착취의 위험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아동·청소년은 성행위 및 그 상대방을 선택하는 사회규범과 성행위의 상호반응에 대해 충분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온전하게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거나 자신을 방어하기 어렵다는 점은 이미 지적한 바와 같다. 이들은 폭행·협박이나 위계·위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의지를 넘어서는 여러 복합적인 요인이 개입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성행위에 응하는 경우가 있고, 그 결과 자신을 착취하고 학대하며 해를 끼치는 성행위의 대상이 된다. 이들의 성적 관계맺기와 의사결정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설령 성행위에 동의한 듯이 보이더라도 착취적이고 학대적인 성적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아동·청소년을 위한 법적 안전망을 강화하여야 한다.
성폭력피해자, 특히 아동·청소년 피해자는 성폭력피해를 당하였음에도 자신이 비난받을 행동을 했을 것이라는 죄책감과 주변 사람에게 알려질 수도 있다는 걱정 및 자신이 당한 피해가 범죄인지 아닌지 분별하기 어렵고 신고해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피해신고를 포기하는 일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강제력 행사의 태양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못하더라도, 그리고 외관상 성행위에 동의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이들의 성적 피해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아동·청소년이 성매매에 나섰다가 오히려 이를 빌미로 협박 등을 당해 또 다른 성착취를 당하는 경우를 차단할 필요도 있다. 위 각 규정에는 이러한 형사정책적인 취지가 반영되어 있다.
이러한 규정은 앞서 판시한 바와 같이, 성폭력범행에 취약한 피해자의 약한 틈을 교묘하게 파고들어 결국 피해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는 중대한 성폭력범죄에 해당한다는 규범적 판단과 맥을 같이한다.
결과적으로 위와 같은 입법은 16세 미만자가 성행위에 동의한 외관이 있다 하더라도 이를 쉽게 진정한 성적 자기결정권의 행사로 볼 수 없다는 인식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16세 미만자의 성행위는 형식적으로 성적 자기결정권 행사를 존중한다는 측면으로 접근하기보다는 보호되어야 할 성이 침해되었는지 여부의 측면으로 접근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상과 같이 보충의견을 밝힌다.
대법원장 김명수(재판장) 권순일 박상옥 이기택 김재형 박정화 안철상 민유숙(주심) 김선수 이동원 노정희 김상환 노태악 | [1] 헌법 제10조 / [2]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7조 제5항 / [3] 헌법 제10조,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7조 제5항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원심판결】
수원지법 2020. 6. 12. 선고 2019노5905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수원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형사소송법 제361조의5는 제15호에서 ‘형의 양정이 부당하다고 인정할 사유가 있는 때’를 항소이유로 할 수 있는 사유로 규정하고, 형사소송규칙 제155조는 항소이유서에 항소이유를 구체적으로 간결하게 명시하도록 규정한다. 위 규정에 의하면, 검사가 제1심 유죄판결 또는 일부 유죄, 일부 무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 전부에 대하여 항소하면서, 항소장이나 항소이유서에 단순히 ‘양형부당’이라는 문구만 기재하였을 뿐 구체적인 이유를 기재하지 않았다면, 이는 적법한 항소이유의 기재라고 볼 수 없다. 한편 검사가 항소한 경우 양형부당의 사유는 직권조사사유나 직권심판사항에 해당하지도 않는다. 그러므로 위와 같은 경우 항소심은 검사의 항소에 의해서든 직권에 의해서든 제1심판결의 양형이 부당한지 여부에 관하여 심리·판단할 수 없고, 따라서 제1심판결의 유죄 부분의 형이 너무 가볍다는 이유로 파기하고 그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대법원 2008. 1. 31. 선고 2007도8117 판결, 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6도19824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① 피고인이 향정신성의약품인 졸피뎀타르타르산염과 클로나제팜 성분이 포함된 약물을 복용하고 승용차를 운전하였으며, ② 위 운전 당시 업무상 주의의무를 게을리한 과실로 피해자 공소외인이 운전하는 승용차를 충격하여 피해자 공소외인과 그 동승자 등에게 상해를 입게 함과 동시에 피해자 공소외인의 운전차를 손괴하고도 즉시 정차하여 피해자들을 구호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고 그대로 도주하였다는 것이다.
나. 제1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도로교통법 위반의 점에 대하여는 피고인이 약물의 영향에 의하여 정상적으로 운전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상태에 있었다는 점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여 무죄로 판단하고, 나머지에 대해서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상)죄와 도로교통법 위반(사고후미조치)죄를 유죄로 인정하여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하였다.
다. 검사는 제1심판결 전부에 대하여 항소하였다. 그런데 검사가 제출한 항소장 중 ‘항소의 이유’란에는 “피고인의 교통사고 발생 직후의 진술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은 교통사고 발생 당시 약물을 복용하여 그 효능이 미치는 상태에서 운전하였음이 충분히 인정되는바, 원심은 본건 공소사실 전부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하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사실을 오인하여 무죄를 선고한 위법이 있으므로 항소를 통해 이를 시정하고자 함(위 일부 무죄가 있으므로 결과적으로 전체의 양형도 부당함)”이라고 기재되어 있을 뿐, 양형부당에 관하여 구체적인 이유가 기재되어 있지 않다.
라. 검사가 법정기간 내에 제출한 항소이유서 제3항 제목 부분에 ‘항소이유’라고 기재되어 있는데, 제3항 본문의 내용 부분에는 주로 제1심판결 중 도로교통법 위반 부분에 대한 사실오인에 관한 이유가 기재되어 있고, 양형부당에 관해서는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피고인이 약물의 영향에 의하여 정상적으로 운전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상태에 있었으므로 원심은 본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전부 유죄를 선고하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사실을 오인하여 이를 그르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며, 결국 그 죄질에 비해 1심의 선고형은 과경할 뿐만 아니라 위 사실오인에 따른 일부 무죄가 선고되었기에 결과적으로 전체의 양형도 부당합니다.”라고 기재되어 있을 뿐(이는 무죄 부분이 유죄로 인정될 것을 전제로 한 양형부당 주장에 불과하다), 제1심판결 중 유죄 부분에 대한 양형부당에 관하여는 구체적인 이유가 기재되어 있지 않다. 항소이유서 결론 부분에도 “위와 같은 이유에서 원심의 판결은 공소사실에 관한 사실을 오인하고, 이에 원심 선고형량이 지나치게 가벼우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들에게 원심 검사 구형에 상응하는 형을 선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기재되어 있을 뿐, 제1심판결 중 유죄 부분에 대한 양형부당에 관하여는 구체적인 이유가 기재되어 있지 않다.
마. 검사는 항소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2019. 11. 27. 원심 제1회 공판기일에서 항소이유서를 진술한 다음, 항소이유의 요지로 ‘무죄 부분에 대한 사실오인 및 전체에 대한 양형부당을 항소이유로 주장한다.’고 진술하였다.
바. 원심은 제1심판결 무죄 부분에 대한 검사의 항소이유는 배척하고, 제1심판결 유죄 부분에 대한 검사의 양형부당 항소이유는 받아들여, 제1심판결 중 무죄 부분에 대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유죄 부분을 파기한 다음 피고인에 대하여 징역 6월 및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였다.
3.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가. 검사는 제1심판결 유죄 부분에 대하여 항소장이나 항소이유서에 ‘양형부당’이라고 기재하였을 뿐 구체적인 이유를 기재하지 않았으므로, 제1심판결 유죄 부분에 대하여 적법한 양형부당의 항소이유를 기재하였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원심은 검사의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으로든 직권으로든 제1심판결 유죄 부분의 양형이 부당한지 여부를 심리·판단할 수 없으므로, 제1심판결 무죄 부분에 대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 이상, 피고인에 대하여 제1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
나. 그럼에도 원심은 제1심판결 중 유죄 부분에 대하여 검사가 적법한 양형부당의 항소이유를 제시하였음을 전제로 판시와 같은 사정을 들어 제1심판결의 양형이 가벼워 부당하다고 판단하여,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제1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검사의 적법한 항소이유 기재 방식, 항소심의 심판범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인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안철상(재판장) 박상옥 노정희 김상환(주심) | 형사소송법 제361조의5 제15호, 형사소송규칙 제155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1 외 1인
【상 고 인】
피고인들
【변 호 인】
변호사 김희란 외 4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9. 7. 23. 선고 2019노396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한이 지난 후에 제출된 피고인 2의 각 상고이유 보충서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사전자기록등위작 및 위작사전자기록등행사 부분에 관하여
가. 사건의 개요 및 쟁점
1)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고인 1은 가상화폐 거래소 운영업체인 공소외 1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1 회사’라고 한다)의 대표이사로서 회사 업무 전반을 총괄하였고, 피고인 2는 공소외 1 회사의 사내이사로서 회사의 자금 등을 관리하였다.
피고인들은 2018. 1. 5.경 공소외 1 회사라는 상호로 인터넷상 가상화폐 거래소(이하 ‘이 사건 거래소’라고 한다)를 개장하면서, 마치 많은 회원들이 공소외 1 회사가 구축·설치하여 위 거래소에서 사용 중인 가상화폐 거래시스템(이하 ‘이 사건 거래시스템’이라고 한다)을 이용해 매매주문을 내고 그에 따라 매매거래가 활발히 이뤄지는 것처럼 꾸미기 위하여, 위 거래시스템상 차명계정을 생성하고, 그 차명계정에 실제 보유하고 있지도 않은 원화(KRW)와 가상화폐(이하 ‘원화 등’이라고 한다)를 보유하고 있는 것처럼 원화 포인트와 가상화폐 포인트(이하 ‘원화 포인트 등’이라고 한다)를 허위 입력한 다음, 속칭 ‘봇 프로그램’ 내지 ‘마켓메이킹 프로그램’으로 불리는 자동주문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위 차명계정을 주문자로 하고 위와 같이 허위 입력한 원화 포인트 등에 대한 매매주문을 내기로 모의하였다.
가) 피고인들은 이 사건 거래소 개장 직전인 2018. 1. 5. 08:18경 ‘봇 프로그램’의 구동을 위하여 필요한 차명계정과 원화 포인트 등을 생성시키기 위하여 이 사건 거래시스템의 관리자 계정에 접속한 다음 회원아이디 ‘(회원아이디명 1 생략)’, 계정명 ‘피고인 1’ 등으로 된 차명계정(ID) 5개를 생성한 후 총 30회에 걸쳐 위 차명계정에 계정별로 원화 포인트 등의 보유량 정보를 조작 입력하여 각 위작하고, 이를 위 거래시스템상 표시하여 각 행사하였다.
나) 피고인들은 이 사건 거래시스템상 생성한 차명계정과 허위 입력한 원화 포인트 등을 이용해 매매주문을 내던 중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리는 등 부작용이 생기자 이러한 문제를 완화하기 위하여 ‘봇 프로그램’을 일부 보완하는 한편 더 많은 차명계정을 생성해 원화 포인트 등을 이용한 매매주문을 내기로 마음먹고, 2018. 1. 19. 10:51경 위 관리자 계정에 접속한 다음 회원아이디 ‘(회원아이디명 2 생략)’, 계정명 ‘공소외 2’ 등으로 된 차명계정 10개를 새롭게 생성한 후 총 60회에 걸쳐 위 차명계정에 계정별로 원화 포인트 등의 보유량 정보를 조작 입력하여 각 위작하고, 이를 위 거래시스템상 표시하여 각 행사하였다.
2) 원심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피고인들이 공소외 1 회사의 사전자기록인 이 사건 거래시스템상 차명계정에 원화 포인트 등을 입력한 것은 허위의 정보를 입력한 것에 해당하고, 이는 피고인들이 그 권한을 남용하여 위 거래시스템의 설치·운영주체인 공소외 1 회사의 의사에 반하는 전자기록을 생성한 것으로서 권리·의무 또는 사실증명에 관한 타인의 전자기록을 위작한 것이므로 사전자기록의 위작에 해당한다.
3) 피고인들은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가) 차명계정의 명의인들은 공소외 1 회사에 차명계정에 입력된 원화 포인트 등에 상응하는 원화 등의 출금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으므로, 피고인들이 차명계정에 입력한 원화 포인트 등은 ‘허위’의 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
나) 피고인들은 투기세력에 의한 시세조작을 막고 이 사건 거래소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차명계정에 원화 포인트 등을 입력한 것이므로, 피고인들에게는 ‘사무처리를 그르치게 할 목적’이 없었다.
다) 피고인 1은 공소외 1 회사의 대표이사 지위에서 이 사건 거래시스템상 차명계정에 원화 포인트 등을 입력한 것이므로 위 거래시스템은 ‘타인’의 전자기록에 해당하지 않는다.
라) 정보입력 권한을 부여받은 사람이 사전자기록에 입력한 정보가 허위이더라도 이는 형법 제232조의2의 사전자기록등위작죄에서 정한 ‘위작’에 해당하지 않는다.
나. ‘허위’의 정보 해당 여부
1) 전자기록에 관한 시스템에 ‘허위’의 정보를 입력한다는 것은 입력된 내용과 진실이 부합하지 아니하여 그 전자기록에 대한 공공의 신용을 위태롭게 하는 경우를 말한다(대법원 2015. 6. 11. 선고 2015도1978 판결, 대법원 2015. 10. 29. 선고 2015도9010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과 사정을 알 수 있다.
가) 공소외 1 회사는 가상화폐거래에 관한 정보를 전자적 방식에 의해 생성·처리·저장·출력할 수 있도록 인터넷과 연결된 이 사건 거래시스템을 구축하여 이 사건 거래소를 개설하였다. 이 사건 거래소에서 가상화폐거래를 하고자 하는 고객들은 공소외 1 회사 이용약관이 정한 바에 따라 아이디(이메일 주소), 실명 및 비밀번호 등을 비롯한 회원정보를 기재한 후 약관에 동의한다는 의사표시를 하여야 하고, 그 후 고객들은 휴대폰 등을 통한 본인확인 절차를 거쳐 가상화폐의 입출금 및 거래를 할 수 있다. 한편 이 사건 거래시스템은 고객들이 이 사건 거래소 은행계좌나 전자지갑(이하 ‘이 사건 거래소 은행계좌 등’이라고 한다)에 원화 등을 입금하면 그에 상응하는 원화 포인트 등이 자동적으로 생성되는 구조로, 위 거래시스템의 관리자이더라도 고객들이 이 사건 거래소 은행계좌 등에 실제 입금한 원화 등과 그에 상응하여 고객들 계정에 나타나는 원화 포인트 등에 불일치가 있는 것과 같은 예외적인 상황이 아닌 한 원화 포인트 등 생성에 관여할 수 없다.
나) 공소외 1 회사가 공소외 3 주식회사에 의뢰하여 설치한 ‘가상화폐 거래소 웹사이트 솔루션’에는 관리자가 포인트를 수기 입력할 때 “포인트 수기입력은 거래내역, 전산내역 등이 안 맞을 경우에만 입력하는 기능으로 긴급상황 시에만 사용해 주십시오.”라는 내용의 팝업창이 뜨게 되어 있는데, 피고인들이 실제 입금 없이 원화 포인트 등을 차명계정에 입력할 당시에는 위와 같은 긴급상황이 존재하지 아니하였다.
다) 이 사건 거래소의 고객들은 자신들 명의의 계정에 표시된 원화 포인트 등에 상응하는 원화 등의 출금을 공소외 1 회사에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는 반면, 피고인들이 생성한 차명계정의 명의인들은 이 사건 거래소 은행계좌 등에 원화 등을 입금한 적이 없어 공소외 1 회사에 대하여 해당 차명계정에 입력된 원화 포인트 등에 상응하는 원화 등의 출금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지 않았다.
3) 위와 같은 사실과 사정을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이 이 사건 거래소 은행계좌 등에 원화 등을 실제 입금하지 않았음에도 차명계정에 원화 포인트 등을 입력한 행위는 공소외 1 회사가 설치·운영하는 이 사건 거래시스템상 차명계정에 ‘허위’의 정보를 입력한 것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다. ‘사무처리를 그르치게 할 목적’ 인정 여부
1) 형법 제232조의2에서 말하는 ‘사무처리를 그르치게 할 목적’이란 위작 또는 변작된 전자기록이 사용됨으로써 전자적 방식에 의한 정보의 생성·처리·저장·출력을 목적으로 구축·설치한 시스템을 운영하는 주체인 개인 또는 법인의 사무처리를 잘못되게 하는 것을 말한다(대법원 2008. 6. 12. 선고 2008도938 판결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과 사정을 알 수 있다.
가) 이 사건 거래소에서 가상화폐거래를 하는 고객들은 모두 실제 입금한 원화 등에 상응하는 원화 포인트 등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거래상대방 역시 자신들과 마찬가지로 이 사건 거래소 은행계좌 등에 원화 등을 입금한 일반인이라는 전제하에 가상화폐거래를 하였다.
나) 이 사건 거래소에서 이루어진 거래 중에는 피고인들이 허위의 원화 포인트 등을 입금한 차명계정을 통해 이루어진 거래도 있었는데, 일반 고객들은 이러한 사정을 알지 못하였다.
다) 고객들의 주된 관심사는 가상화폐거래 종료 후 보유하게 되는 원화 포인트 등을 실제 원화 등으로 전환하여 출금이 가능한지 여부였다. 그런데 고객들이 이 사건 거래소에 원화 포인트 등에 상응하는 원화 등이 실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면, 그리고 실질적인 거래상대방이 피고인들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이 사건 거래소를 신뢰하지 않아 위 거래소에서 가상화폐거래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라) 한편 이 사건 거래소는 고객들의 가상화폐거래 등에 따른 수수료 취득을 주된 수익으로 하였다. 그런데 고객들이 위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거래소에서 가상화폐거래를 하지 않는다면 이 사건 거래소 운영에 따른 공소외 1 회사의 수익은 현저히 줄어들었을 것임은 분명하다.
마) 또한 고객들이 피고인들의 행위를 이유로 공소외 1 회사를 상대로 민사상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를 할 경우 그에 따른 책임은 종국적으로 공소외 1 회사가 부담하게 된다. 그리고 피고인들이 이 사건 거래시스템의 관리자 계정에 접속해 실제 입금 없이 원화 포인트 등을 차명계정에 입력할 경우 당초 거래시스템이 예상하지 못한 장애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었다.
3) 위와 같은 사실과 사정을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의 행위는 이 사건 거래시스템의 운영 목적과 취지 등에 반하는 것으로서 피고인들에게는 공소외 1 회사의 사무처리를 그르치게 할 목적이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라. ‘타인’의 전자기록 해당 여부
1) 법인이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를 이용하여 전자적 방식에 의한 정보의 생성·처리·저장·출력을 목적으로 전산망 시스템을 구축하여 설치·운영하는 경우 위 시스템을 설치·운영하는 주체는 법인이고, 법인의 임직원은 법인으로부터 정보의 생성·처리·저장·출력의 권한을 위임받아 그 업무를 실행하는 사람에 불과하다. 따라서 법인이 설치·운영하는 전산망 시스템에 제공되어 정보의 생성·처리·저장·출력이 이루어지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은 그 법인의 임직원과의 관계에서 ‘타인’의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에 해당한다.
2)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공소외 1 회사가 설치·운영하는 이 사건 거래시스템에서 생성·처리·저장·출력되는 전자기록은 공소외 1 회사의 임직원인 피고인들과의 관계에서 ‘타인’의 전자기록에 해당한다.
마. ‘위작’ 해당 여부
1) 형법 제227조의2의 공전자기록등위작죄는 사무처리를 그르치게 할 목적으로 공무원 또는 공무소의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위작 또는 변작한 경우에 성립한다. 대법원은, 형법 제227조의2에서 위작의 객체로 규정한 전자기록은 그 자체로는 물적 실체를 가진 것이 아니어서 별도의 표시·출력장치를 통하지 아니하고는 보거나 읽을 수 없고, 그 생성 과정에 여러 사람의 의사나 행위가 개재됨은 물론 추가 입력한 정보가 프로그램에 의하여 자동으로 기존의 정보와 결합하여 새로운 전자기록을 작출하는 경우도 적지 않으며, 그 이용 과정을 보아도 그 자체로서 객관적·고정적 의미를 가지면서 독립적으로 쓰이는 것이 아니라 개인 또는 법인이 전자적 방식에 의한 정보의 생성·처리·저장·출력을 목적으로 구축하여 설치·운영하는 시스템에서 쓰임으로써 예정된 증명적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므로, 위와 같은 시스템을 설치·운영하는 주체와의 관계에서 전자기록의 생성에 관여할 권한이 없는 사람이 전자기록을 작출하거나 전자기록의 생성에 필요한 단위정보의 입력을 하는 경우는 물론 시스템의 설치·운영 주체로부터 각자의 직무 범위에서 개개의 단위정보의 입력 권한을 부여받은 사람이 그 권한을 남용하여 허위의 정보를 입력함으로써 시스템 설치·운영 주체의 의사에 반하는 전자기록을 생성하는 경우도 형법 제227조의2에서 말하는 전자기록의 ‘위작’에 포함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05. 6. 9. 선고 2004도6132 판결). 위 법리는 형법 제232조의2의 사전자기록등위작죄에서 행위의 태양으로 규정한 ‘위작’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대법원 2016. 11. 10. 선고 2016도6299 판결). 이와 같은 위작에 관한 대법원의 법리는 타당하므로 이 사건에서도 적용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법은 원칙적으로 불특정 다수인에 대하여 동일한 구속력을 갖는 사회의 보편타당한 규범이므로 이를 해석할 때에는 법의 표준적 의미를 밝혀 객관적 타당성이 있도록 하여야 하고, 가급적 모든 사람이 수긍할 수 있는 일관성을 유지함으로써 법적 안정성이 손상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또한 실정법이란 보편적이고 전형적인 사안을 염두에 두고 규정되기 마련이므로 사회현실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안에 대하여 구체적 사안에 맞는 가장 타당한 해결이 될 수 있도록, 즉 구체적 타당성을 가지도록 해석할 것도 요구된다. 요컨대, 법 해석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법적 안정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구체적 타당성을 찾는 데에 두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가능한 한 법률에 사용된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에 충실하게 해석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나아가 법률의 입법 취지와 목적, 제·개정 연혁, 법질서 전체와의 조화, 다른 법령과의 관계 등을 고려하는 체계적·논리적 해석방법을 추가적으로 동원함으로써, 앞에서 본 법 해석의 요청에 부응하는 타당한 해석이 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6다81035 판결 참조).
형벌법규는 문언에 따라 엄격하게 해석·적용하여야 하고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을 하여서는 안 되는 것이지만, 문언이 가지는 가능한 의미의 범위 안에서 규정의 입법 취지와 목적 등을 고려하여 문언의 논리적 의미를 분명히 밝히는 체계적 해석을 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대법원 2013. 4. 11. 선고 2010도1388 판결, 대법원 2017. 12. 7. 선고 2017도10122 판결 등 참조).
나)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은 ‘위작’을 ‘다른 사람의 작품을 흉내 내어 비슷하게 만드는 일 또는 그 작품’, ‘저작권자의 승낙을 얻지 아니하고, 그의 저작물을 똑같이 만들어 발행하는 일’로 정의하고 있다. 그런데 형법 제20장(문서에 관한 죄)에는 제225조에서 공문서위조죄를, 제227조에서 허위공문서작성죄를, 제227조의2에서 공전자기록등위작죄를, 제231조에서 사문서위조죄를, 제232조의2에서 사전자기록등위작죄를 각 규정하고 있다. 일반 국민은 형법 제20장에서 규정하고 있는 문서죄와 전자기록죄의 각 죄명에 비추어 형법 제227조의2와 제232조의2에서 정한 ‘위작(僞作)’이란 ‘위조(僞造)’와 동일한 의미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위조(僞造)’에서의 ‘위(僞)’와 ‘허위작성(虛僞作成)’에서의 ‘작(作)’이 결합한 단어이거나 ‘허위작성(虛僞作成)’에서 ‘위작(僞作)’만을 추출한 단어로 받아들이기 쉽다. 형법에서의 ‘위작’의 개념은 형법이 그에 관한 정의를 하지 않고 있고, 해당 문언의 사전적 의미만으로는 범죄구성요건으로서의 적절한 의미 해석을 바로 도출해 내기 어려우므로, 결국은 유사한 다른 범죄구성요건과의 관계에서 체계적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형법 제232조의2에서 정한 ‘위작’의 포섭 범위에 권한 있는 사람이 그 권한을 남용하여 허위의 정보를 입력함으로써 시스템 설치·운영 주체의 의사에 반하는 전자기록을 생성하는 행위를 포함하는 것으로 보더라도, 이러한 해석이 ‘위작’이란 낱말이 가지는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났다거나, 피고인에게 불리한 유추해석 또는 확장해석을 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다) 시스템 관리자는 시스템 설치·운영자의 원활한 업무 수행을 위하여 시스템을 유지·관리하는 사람으로서 시스템을 유지·관리하기 위해 시스템 설치·운영자로부터 위임받은 권한 범위 내에서 해당 시스템에 접속하여 전자기록의 작성·수정·열람·삭제 등(이하 ‘작성 등’이라고 한다)을 할 수 있다. 이와 달리 이용자는 시스템 설치·운영자가 제공하는 시스템을 이용하는 사람으로서 시스템이 허용한 범위 내에서 제한적으로만 해당 시스템에 접속하여 정보자원을 활용하거나 전자기록의 작성 등을 할 수 있다.
형법 제232조의2에서 정한 사전자기록등위작죄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에 대한 공공의 신용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범죄이다. 위 형벌규정이 보호하고자 하는 전자기록 내용의 진정성에 대한 공공의 신용은 권한 없는 사람이 전자기록의 작성 등에 관여한 경우뿐만 아니라, 권한이 있는 사람이 그 권한을 남용하여 허위의 정보를 입력하는 경우에도 위험성이 발생될 수 있다. 나아가 시스템 관리자라고 하더라도 그가 시스템 설치·운영자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을 초월하거나 남용하여 전자기록의 작성 등을 한 경우에는 위 형벌규정이 보호하고자 하는 법익이 침해된다고 보기에 충분하다.
전자기록의 작성 등을 위해 시스템이 요구하는 본인확인 절차를 거친 사람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전자기록의 작성 등을 할 권한이 있다. 그런데 전자기록은 작성명의인을 특정하여 표시할 수 없고, 생성 과정에 여러 사람의 의사나 행위가 개재됨은 물론 개개의 입력한 정보가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에 의하여 자동으로 기존의 정보와 결합하여 가공·처리됨으로써 새로운 전자기록이 만들어지므로 문서죄에서와 같은 작성명의인이란 개념을 상정하기 어렵다. 이러한 전자기록의 특성 이외에도 사전자기록등위작죄를 사문서위조죄와 비교해 보면 두 죄는 범행의 목적, 객체, 행위 태양 등 구성요건이 서로 다르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형법 제232조의2가 정한 사전자기록등위작죄에서 ‘위작’의 의미를 작성권한 없는 사람이 행사할 목적으로 타인의 명의를 모용하여 문서를 작성한 경우에 성립하는 사문서위조죄의 ‘위조’와 반드시 동일하게 해석하여 그 의미를 일치시킬 필요는 없다.
라) 정부는 1992. 7. 7. 전부개정 형식의 형법개정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제309조에서 공전자기록위작·변작죄를, 제315조에서 사전자기록위작·변작죄를 두었다. 그러나 전부개정 형식의 위 형법개정법률안은 개정내용 중에 의견이 대립되는 부분이 많이 있을 뿐만 아니라 형법의 전부개정에 따른 혼란이 야기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 등으로 1995. 12. 2. 폐기되었다. 다만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사회변화에 맞추어 시급히 개정되어야 할 부분을 발췌·정리하여 1995. 12. 1. 형법중개정법률안(대안)을 제안하였고, 위 형법중개정법률안(대안)이 1995. 12. 2. 의결됨으로써 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공포되어 1996. 7. 1.부터 시행되었다(이하 ‘개정 형법’이라고 한다). 위와 같은 개정 과정에서 당초 정부가 제안한 제309조는 개정 형법 제227조의2로, 제315조는 개정 형법 제232조의2로 의결·신설되었다. 한편 정부가 1992. 10. 작성한 ‘형법개정법률안 제안이유서’에는 제309조 및 제315조에서의 ‘위작’이란 ‘권한 없이 전자기록 등을 만드는 경우뿐 아니라 허위내용의 전자기록을 만드는 경우를 포함한다’고 기재되어 있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1993. 3. 작성한 ‘형법개정법률안심사자료’에도 동일한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그리고 1995년 형법 개정 당시 국회에서 ‘위작’의 개념과 관련하여 추가로 논의되었다고 볼 자료는 없다. 이러한 형법 개정 과정에 따르면 비록 정부의 전부개정 형식의 형법개정법률안이 폐기되었더라도, 형법 제232조의2에서의 ‘위작’에 ‘허위의 전자기록을 만드는 경우’도 포함한다는 것이 입법자의 의사였음은 명확하다.
개정 형법에서는 공전자기록등위작죄(형법 제227조의2)와 사전자기록등위작죄(제232조의2)가 신설된 이외에도 제140조 제3항이 신설되어 ‘공무원이 그 직무에 관하여 봉함 기타 비밀장치한 문서, 도화 또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기술적 수단을 이용하여 그 내용을 알아낸 자’도 공무상비밀표시무효죄로 처벌받게 되었고, 제314조 제2항이 신설되어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 또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손괴하거나 정보처리장치에 허위의 정보 또는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정보처리에 장애를 발생하게 하여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도 업무방해죄로 처벌받게 되었으며, 제316조 제2항이 신설되어 ‘봉함 기타 비밀장치한 사람의 편지, 문서, 도화 또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기술적 수단을 이용하여 그 내용을 알아낸 자’도 비밀침해죄로 처벌받게 되었다. 이와 함께 형법 제141조 제1항(공용서류 등의 무효), 제228조(공정증서원본 등의 불실기재) 제1항, 제323조(권리행사방해), 제366조(재물손괴등)에서의 행위의 객체에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이 추가되었다. 개정 형법은 1953년 형법 제정 이래 정치·경제·사회 등 모든 영역의 발전과 윤리의식의 변화로 발생한 법규범과 현실과의 괴리를 해소하고, 우리 사회의 산업화·정보화의 추세에 따른 컴퓨터범죄 등 신종범죄에 효율적으로 대처하여 국민생활의 안정을 도모함과 아울러 현행규정의 시행상 나타난 일부 미비점을 개선·보완하려는 것이 주된 개정 이유였다. 그런데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를 이용한 범죄는 과학기술과 정보통신이 획기적으로 발전함에 따라 전자기록등위작죄가 신설된 당시에 비해 더 한층 많이 발생하고 있고, 그 형태도 매우 다양할 뿐만 아니라 과학기술의 발전 속도에 비추어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개정 형법의 입법 취지와 보호법익을 고려하면, 컴퓨터 등 전산망 시스템을 이용하는 과정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사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 작성 등에 관하여 권한 있는 사람이 그 권한을 남용하여 허위의 정보를 입력함으로써 시스템 설치·운영 주체의 의사에 반하는 전자기록을 생성하는 행위를 ‘위작’의 범위에서 제외하여 축소해석하는 것은 입법자의 의사에 반할 뿐만 아니라 과학기술의 발전과 시대적·사회적 변화에도 맞지 않는 법 해석으로서 받아들일 수 없다.
마) 동일한 법령에서의 용어는 법령에 다른 규정이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동일하게 해석·적용되어야 한다(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7두20089 판결 등 참조).
공전자기록등위작죄와 사전자기록등위작죄는 행위의 객체가 ‘공전자기록’이냐 아니면 ‘사전자기록’이냐만 다를 뿐 다른 구성요건은 모두 동일하고, 두 죄 모두 형법 제20장(문서에 관한 죄)에 규정되어 있다. 대법원은 이미 공전자기록등위작죄에서의 ‘위작’의 의미에 관하여, 시스템의 설치·운영 주체로부터 각자의 직무 범위에서 개개의 단위정보의 입력 권한을 부여받은 사람이 그 권한을 남용하여 허위의 정보를 입력함으로써 시스템 설치·운영 주체의 의사에 반하는 전자기록을 생성하는 경우도 형법 제227조의2에서 말하는 전자기록의 ‘위작’에 포함된다고 판시해 왔고(위 대법원 2004도6132 판결, 대법원 2007. 7. 27. 선고 2007도3798 판결, 대법원 2011. 5. 13. 선고 2011도1415 판결, 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2도1379 판결 등 참조), 사전자기록등위작죄에서도 같은 취지의 판시를 하였다(위 대법원 2016도6299 판결). 이처럼 대법원은 형법상 ‘위작’의 의미에 관하여 명확하고 일관된 입장을 취하여 왔고, 이러한 법리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반한다거나 입법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볼 만한 근거는 찾을 수 없다.
나아가 형법은 사문서의 경우 유형위조(제231조)만을 처벌하면서 예외적으로 무형위조(제233조)를 처벌하고 있는 반면, 공문서의 경우에는 유형위조(제225조)뿐만 아니라 별도의 처벌규정을 두어 무형위조(제227조)를 함께 처벌하고 있다. 그런데 전자기록등위작죄를 문서위조죄에 대응하는 죄로 보아 권한 있는 사람이 그 권한을 남용하여 허위의 정보를 입력함으로써 시스템 설치·운영 주체의 의사에 반하는 사전자기록을 생성하는 행위에 대하여 사전자기록등위작죄로 처벌할 수 없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이에 상응하여 권한 있는 사람이 그 권한을 남용하여 허위의 정보를 입력함으로써 시스템 설치·운영 주체의 의사에 반하는 공전자기록을 생성하는 행위에 대하여도 형법 제227조의2에서 정한 공전자기록등위작죄로 처벌할 수 없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이는 권한 있는 사람의 허위공문서작성을 처벌하고 있는 형법과도 맞지 않아 부당하다.
특히 전산망 시스템의 구축과 설치·운영에는 고도의 기술성·전문성·신뢰성을 요하므로 허위의 전자기록을 작성한 경우에는 처벌할 필요성이 문서에 비해 훨씬 더 크다.
바) 사전자기록등위작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위작’ 이외에도 ‘사무처리를 그르치게 할 목적’과 ‘권리·의무 또는 사실증명에 관한 타인의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이란 구성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형법 제232조의2에 정한 전자기록과 ‘사무처리를 그르치게 할 목적’에 관한 판례(위 대법원 2004도6132 판결, 위 대법원 2008도938 판결 등 참조)의 법리에 따르면 해당 전자기록이 시스템에서 쓰임으로써 예정된 증명적 기능을 수행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거나, 위 시스템을 설치·운영하는 주체의 의사에 반하더라도 사무처리를 그르치게 할 목적이 없다면 사전자기록등위작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따라서 형법 제232조의2에서 정한 ‘위작’의 개념에 권한 있는 사람이 그 권한을 남용하여 허위의 정보를 입력함으로써 시스템 설치·운영 주체의 의사에 반하는 전자기록을 생성하는 행위를 포함하더라도 처벌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져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 볼 수도 없다.
사) 우리나라 형법과 유사하게 ‘사람[人]의 사무처리를 그르칠 목적으로 그 사무처리용으로 제공하는 권리·의무 또는 사실증명에 관한 전자적기록을 부정하게 작출한 자’를 처벌하는 일본 형법도 우리나라 형법과 동일하게 공문서에 대해서는 유형위조(제155조)와 무형위조(제156조)를 모두 처벌하면서도 사문서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유형위조(제159조)만을 처벌하고, 예외적으로 의사의 허위진단서 등 작성을 처벌(제160조)하고 있다. 즉 문서죄에 관한 우리나라 형법과 일본 형법은 그 체계가 유사하고, 일본 형법 제161조의2 제1항이 규정한 사전자적기록부정작출죄의 ‘부정작출’에 권한 있는 사람이 그 권한을 남용하여 허위의 전자적기록을 생성하는 경우를 포함할 경우 문서죄와의 체계가 맞지 않게 되는 문제점도 동일하다. 그럼에도 일본 형법 제161조의2가 신설될 당시의 입법 자료에 따르면 ‘데이터를 입력할 권한을 갖는 사람으로서 진실한 데이터를 입력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 그 권한을 남용하여 시스템 설치자의 의사에 반하여 허위의 데이터를 입력하는 행위’도 ‘부정작출’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았다. 이러한 일본의 태도는 우리가 형법 제232조의2에서의 ‘위작’의 개념을 해석하면서 참고할 수 있다.
2)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과 사정을 알 수 있다.
가) 피고인 1은 이 사건 거래시스템의 관리자로서 관리자 계정에 접근할 권한은 있다. 그러나 피고인 1의 위와 같은 권한은 관리자로서 위 거래시스템의 오류 등으로 고객들이 이 사건 거래소 은행계좌 등에 실제 입금한 원화 등과 그에 상응하여 고객들 계정에 나타나는 원화 포인트 등이 불일치하는 경우와 같은 예외적인 상황에서 위 거래시스템을 유지·관리하기 위한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만 접근할 권한이 있다는 것에 불과하다. 그런데 피고인 1은 위 거래시스템을 유지·관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봇 프로그램을 통해 이 사건 거래소에서의 가상화폐거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외관을 만들기 위해 원화 등의 실제 입금 없이 차명계정에 원화 포인트 등을 입력하였다.
나) 이 사건 거래소에서 가상화폐거래를 하고자 하는 고객들은 공소외 1 회사 이용약관이 정한 바에 따라 아이디(이메일 주소), 실명 및 비밀번호 등을 비롯한 회원정보를 기재하고 약관에 동의한다는 의사표시를 하는 등 이 사건 거래소에 회원가입을 한 다음, 휴대폰 등을 통한 본인확인 절차를 거쳐 가상화폐거래 및 입출금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사건 거래시스템은 고객들이 이 사건 거래소 은행계좌 등에 원화 등을 입금하면 그에 상응하는 원화 포인트 등이 자동적으로 생성되는 구조로, 위 거래시스템의 관리자이더라도 고객들이 이 사건 거래소 은행계좌 등에 실제 입금한 원화 등과 그에 상응하여 고객들 계정에 나타나는 원화 포인트 등에 불일치가 있는 것과 같이 예외적인 경우가 아닌 한 원화 포인트 등 생성에 관여할 수 없다. 그럼에도 피고인들은 피고인 1이 위 거래시스템의 관리자로서 관리자 계정에 접근할 권한이 있음을 이용하여 공소외 1 회사 이용약관이 정한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아니한 채 2차례에 걸쳐 합계 15개의 차명계정을 생성하고, 원화 포인트 등을 입력하였다.
다) 이 사건 거래시스템은 계정별로 보유한 원화 포인트 등을 인식하는데, 피고인들은 공소외 1 회사 명의의 계정이 아닌 차명계정에 원화 포인트 등을 입력하였다. 차명계정 명의인들이 이 사건 거래소 은행계좌 등에 원화 등을 실제 입금하지 않아 공소외 1 회사에 대하여 실제 원화 포인트 등을 원화 등으로 출금해 줄 것을 요청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지 않았더라도, 차명계정의 명의인들은 형식적으로나마 원화 포인트 등을 이용하여 가상화폐거래를 하거나 원화 포인트 등에 상응하는 원화 등을 공소외 1 회사에 출금해 줄 것을 요청할 수 있는 권리를 외관상 보유하게 되었다. 그 결과 공소외 1 회사는 차명계정의 명의인들이 공소외 1 회사의 의사에 반하여 원화 포인트 등을 이용하여 가상화폐거래를 하거나 출금 요청을 할 경우 이에 따른 위험을 부담하게 되었다.
라) 이 사건 거래시스템상 계정별 보유량은 이 사건 거래소에 회원으로 가입한 고객들이 이 사건 거래소 은행계좌 등에 입금한 원화 등에 상응하여 생성된 원화 포인트 등을 이용해 가상화폐거래를 한 결과이다. 고객들은 위 거래시스템상 표시된 가상화폐의 매도·매수가격을 믿고 해당 가상화폐를 매수·매도하고, 매도·매수가격은 위 거래시스템상 현재가격으로 표시된다. 따라서 이 사건 거래시스템에서 차명계정을 개설하고 허위의 원화 포인트 등을 입력하여 가상화폐거래를 하는 것은 위 거래시스템상 표시되는 매도·매수가격 및 현재가격 등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러한 행위는 이 사건 거래소에서 가상화폐거래를 하는 고객들의 신뢰를 저버리는 것이다.
3) 위와 같은 사실과 사정을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이 이 사건 거래소 은행계좌 등에 원화 등의 실제 입금 없이 이 사건 거래시스템에서 생성한 차명계정에 원화 포인트 등을 입력한 행위는 이 사건 거래시스템을 설치·운영하는 공소외 1 회사와의 관계에서 그 권한을 남용하여 허위의 정보를 입력함으로써 공소외 1 회사의 의사에 반하는 전자기록을 생성한 경우로서 형법 제232조의2에서 정한 ‘위작’에 해당한다.
바. 소결론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 중 사전자기록등위작 및 위작사전자기록등행사 부분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와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관련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2. 나머지 부분에 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 중 제1심판결 주문 무죄 부분과 위 사전자기록등위작 및 위작사전자기록등행사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와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죄의 불법영득의사 및 기수시기, 사기죄의 성립, 기망행위와 처분행위 사이의 인과관계, 공소사실의 특정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피고인들에 대한 사전자기록등위작 및 위작사전자기록등행사 부분에 관하여 대법관 이기택,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박정화,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노태악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였다.
4. 대법관 이기택,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박정화,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노태악의 반대의견
가. 사전자기록등위작죄에서 정한 위작의 개념
다수의견은, 형법 제232조의2의 사전자기록등(이하 ‘전자기록 등’을 ‘전자기록’이라고만 한다)위작죄에서 정한 ‘위작’에 전자기록의 생성에 관여할 권한이 없는 사람이 전자기록을 작출하거나 전자기록의 생성에 필요한 단위정보를 입력하는 경우는 물론, 전자시스템의 설치·운영 주체로부터 단위정보의 입력 권한을 부여받은 사람이 그 권한을 남용하여 허위의 정보를 입력하는 경우도 포함된다고 한다.
다수의견의 취지는 사전자기록의 ‘위작’에 유형위조는 물론 권한남용적 무형위조도 포함된다는 것으로, 이는 ‘위작’이라는 낱말의 사전적 의미에 맞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유형위조와 무형위조를 엄격히 구분하고 있는 형법 체계에서 일반인이 예견하기 어려운 해석이어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 구체적인 이유는 아래와 같다.
1) 헌법은 국가형벌권의 자의적인 행사로부터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범죄와 형벌을 법률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헌법 제13조 제1항).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법률은 명확하여야 하고, 특히 형벌에 관한 법률은 국가기관이 자의적으로 권한을 행사하지 않도록 무엇보다 명확하여야 한다. 다시 말하면, 형벌법규는 어떠한 행위를 처벌할 것인지 일반인이 예견할 수 있어야 하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할 것을 요구한다.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 법감정을 가진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의 행위를 결정해 나가기에 충분한 기준이 될 정도의 의미와 내용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없는 형벌법규는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어 위헌이 될 수 있으므로(헌법재판소 2016. 11. 24. 선고 2015헌가23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불명확한 규정을 헌법에 맞게 해석하기 위해서는 이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리고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하여야 하고,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나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내용인 확장해석금지에 따라 허용되지 않는다(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5도17847 판결 참조).
가) 법령에서 쓰인 용어에 관해 정의 규정이 없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사전적인 정의 등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의미에 따라야 한다. 그런데 우리 형법에는 ‘위작’에 관한 정의 규정이 없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은 ‘위작’을 ‘다른 사람의 작품을 흉내 내어 비슷하게 만드는 일 또는 그 작품’, ‘저작권자의 승낙을 얻지 아니하고, 그의 저작물을 똑같이 만들어 발행하는 일’로 정의하고 있을 뿐 전자기록과 관련하여 ‘위작’의 의미를 정하고 있지 않다. 그리고 전자기록과 관련하여 ‘위작’이란 용어는 일반 국민이 흔히 사용하는 단어도 아니다. 따라서 수범자인 일반 국민은 ‘위작’의 사전적인 정의 또는 ‘위작’이란 용어가 사용된 형법을 통해서는 ‘위작’이 무엇을 뜻하는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 이러한 사정 등을 고려하면 형법 제232조의2에서 정한 ‘위작’의 개념은 위 조항이 규정되어 있는 형법 제20장 ‘문서에 관한 죄’와 관련지어 체계적으로 그리고 헌법합치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나) 형법은 공문서에 대해서는 제225조에서 작성권한 없는 사람의 위조, 즉 유형위조를 처벌하고 있고, 제227조에서 작성권한 있는 사람의 허위작성, 즉 무형위조를 처벌하고 있다. 반면에 사문서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제231조에서 작성권한 없는 사람의 위조, 즉 유형위조만을 처벌하면서, 예외적으로 제233조에서 허위진단서 등의 작성을 처벌하고 있을 뿐 다른 무형위조는 처벌하지 않고 있다.
대법원도 일반 사문서의 무형위조에 대해서는 사문서위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여 왔다(대법원 1974. 6. 25. 선고 73다2008 판결, 대법원 1985. 10. 22. 선고 85도1732 판결, 대법원 2002. 11. 8. 선고 2002도3738 판결 등). 이에 따라 수범자인 일반 국민 역시 사문서에 대해서는 유형위조와 무형위조를 구별하고, 공문서와 달리 사문서의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유형위조만 처벌된다는 확고한 관념을 가지고 있다.
형법은 문서에 관한 유형위조의 행위 태양을 위조·변조라고 규정하고 있다. 공·사전자기록의 위작·변작은 이러한 형법 조문의 위조·변조와 대응한다. 그리고 사문서위조죄(제231조)와 사전자기록위작죄(제232조의2)를 비교해 볼 때 두 죄는 행위의 객체가 종이 문서이냐 아니면 전자기록이냐에 따른 차이를 제외하면 구성요건의 형식이 실질적으로 동일하고 법정형도 동일하다. 일반인으로서는 정의 규정도 없는 상태에서 사전에도 없고 일상적으로 사용되지도 않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의 위작’이라는 용어의 의미를 알 수 없고, 다만 형법의 문서에 관한 죄의 장에 함께 규정되어 있는 점으로 보아 문서위조와 유사한 의미라고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다수의견과 같이 ‘위작’의 의미를 위조의 ‘위’와 허위작성의 ‘작’이 결합한 단어로서 유형위조와 무형위조를 포괄하는 의미라고 보는 태도는 문서에 관한 형법 조문의 대응 관계, 유형위조와 무형위조를 준별하고 있는 형법의 체계, 그리고 문서에 관한 죄에 대한 일반인의 관념에 비추어 받아들일 수 없다.
다) 다수의견은 사전자기록위작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위작’ 이외에도 ‘사무처리를 그르치게 할 목적’ 등을 충족해야 하므로, 형법 제232조의2에서 정한 ‘위작’에 무형위조를 포함하더라도 처벌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져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사전자기록위작죄에서 ‘사무처리를 그르치게 할 목적’은 초과주관적 구성요건으로서 사문서위조죄에서의 ‘행사할 목적’보다 처벌대상을 한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를 근거로 형법 제232조의2에서의 ‘위작’에 허위작성을 포함시켜 처벌범위를 넓히는 것은 형법이 고의 외에 초과주관적 구성요건을 규정한 취지에 반할 뿐만 아니라 처벌범위의 확장에 따라 일반 국민의 법적 안정성을 침해할 우려가 크다. 그 밖에도 주관적 구성요건과 객관적 구성요건은 증명 방법에 차이가 있어 주관적 구성요건의 존재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범죄 혐의를 벗어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주관적 구성요건의 해석을 통해 ‘위작’의 의미 확대를 통제할 수 있다는 것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라) 이처럼 사전자기록위작죄의 구성요건의 형식과 내용, 그 법정형, 사문서위조죄에 관한 형법의 태도, 그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확립된 관념 등에 비추어 보면, 형법 제232조의2에서 정한 ‘위작’은 유형위조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이렇게 해석하는 것이 불명확성에 따른 위헌 소지를 제거하는 헌법합치적 해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사문서위조와 사전자기록위작을 달리 규율할 합리적 이유가 없음에도, 유형위조만을 처벌하는 사문서위조와 달리 사전자기록위작에 대해서는 형법 제232조의2에서의 ‘위작’에 무형위조를 포함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불명확한 용어를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해석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합리적 이유 없이 문언의 의미를 확장하여 처벌범위를 지나치게 넓히는 것이어서, 형사법의 대원칙인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것이다.
2) 다수의견은, 형법 개정 당시 입법자의 의사도 형법 제232조의2에서 정한 ‘위작’에 무형위조를 포함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고, 전자기록의 경우에는 문서의 경우와 달리 무형위조를 처벌할 필요성이 크므로 ‘위작’에 무형위조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지 않으면 처벌의 공백이 생긴다고 하고 있다.
가) 다수의견은, 1995년 형법 개정 과정을 살펴보면 형법 제232조의2에서의 ‘위작’에 ‘허위의 전자기록을 만드는 경우’도 포함하겠다는 것이 입법자의 의사였음이 명확하다고 한다.
정부가 작성한 ‘형법개정법률안 제안이유서’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작성한 ‘형법개정법률안심사자료’에 위와 같은 내용이 있음은 인정된다. 그러나 형법 개정요강에서는 일본 형법과 같이 ‘전자적기록부정작출죄’를 신설하기로 의견이 일치되었다가 그 후 행위 태양이 ‘위작·변개’를 거쳐 최종적으로 ‘위작·변작’으로 확정되었는데, 이를 변경한 이유에 관한 자료나 국회 공청회 과정에서 형법 제232조의2에서 정한 ‘위작’이 무엇을 뜻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는 자료를 찾을 수 없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위와 같은 자료만으로는 개정 당시 입법자의 의사가 명확하였다고 볼 수 없다.
형벌법규의 해석에서도 문언의 가능한 의미 안에서 입법 취지와 목적 등을 고려한 법률 규정의 체계적 연관성에 따라 문언의 논리적 의미를 분명히 밝히는 체계적·논리적 해석방법은 규정의 본질적 내용에 가장 접근한 해석을 위한 것으로서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부합한다(대법원 2018. 5. 11. 선고 2018도2844 판결 참조). 그리고 법 해석은 법적 안정성을 해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구체적 타당성을 찾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가능한 한 법률에 사용된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에 충실하게 해석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면서, 법률의 입법 취지와 목적, 제·개정 연혁, 법질서 전체와의 조화, 다른 법령과의 관계 등을 고려하는 체계적·논리적 해석방법을 추가적으로 동원함으로써 타당성 있는 법 해석의 요청에 부응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3. 26. 선고 2014도13345 판결 참조). 법 해석이란 입법자의 의사를 쫓는 것이 아니라 위와 같은 여러 가지 사항을 고려하여 구체적 타당성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형법 제232조의2에서 정한 ‘위작’에 다수의견이 말하는 것처럼 허위의 전자기록 작성을 포함하는 것이 입법자의 의사였다고 하더라도, 입법자의 의사는 법 해석에 있어 고려되어야 할 여러 가지 요소 중 하나에 불과한 것이어서, 법원이 ‘위작’의 개념을 입법자의 의사와 달리 해석하더라도 형벌법규의 해석방법을 벗어난 것이 아니다. 사법부의 역할은 법이 무엇인지 선언하는 것이고, 잘못된 입법은 새로운 입법을 통하여 해결하는 것이 정도(正道)이다. 잘못된 입법에 대해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나 새로운 의미를 창설하는 수준의 해석을 통하여 처벌의 범위를 확대함으로써 입법의 불비를 해결하는 것은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다.
나) 또한 다수의견은, 공전자기록위작죄와 사전자기록위작죄에서 ‘위작’이라는 용어는 동일하게 해석할 수밖에 없는데, 사전자기록의 무형위조를 ‘위작’으로 보지 않을 경우 공전자기록의 무형위조도 처벌되지 않는 결과가 발생하여 처벌의 필요성이 있는 행위에 대한 규제의 공백이 생기고 공문서의 무형위조에 해당하는 허위공문서작성죄를 처벌하는 형법의 태도와 맞지 않아 부당하다고 한다.
그러나 전자기록의 허위작성 행위에 대한 처벌의 공백이 있다는 이유로 불명확한 규정을 확대해석하는 것은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어긋난다. 처벌의 필요성이 있다면 적절한 입법을 통하여 해결할 일이지 불명확한 규정을 확대해석함으로써 해결하려는 것은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 특히 공전자기록과 사전자기록에서 말하는 ‘위작’을 동일한 의미로 해석하여야 한다는 점을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공전자기록의 무형위조를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하여 사전자기록의 무형위조도 함께 처벌되는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 사법부의 역할은 개인의 기본권을 수호하는 일이고, 시대적 상황에 따라 처벌의 필요성이 있다는 이유로 명확하지 않은 처벌규정을 확장해석하는 방법으로 사회를 규율하겠다는 태도는 사법부의 본분을 넘어서는 것이다.
3) 가) 일본 형법 제161조의2는 제1항에서 사전자적기록부정작출죄를, 같은 조 제2항에서 공전자적기록부정작출죄를 규정하고 있다. 다수의견은, 일본 형법 제161조의2가 신설될 당시의 입법 자료에 따르면 ‘데이터를 입력할 권한을 갖는 사람으로서 진실한 데이터를 입력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 그 권한을 남용하여 시스템 설치자의 의사에 반하여 허위의 데이터를 입력하는 행위’도 ‘부정작출’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있고, 이러한 일본의 태도는 우리 형법 제232조의2에서 정한 ‘위작’의 개념을 해석하는 데 참고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 형법에서 전자기록 관련 범죄의 행위 태양은 ‘위작’인 반면, 일본 형법에서는 ‘부정작출(不正作出)’로 되어 있어 용어가 서로 다르다. 일본 형법은 ‘작출’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무형위조를 포함하는 의미를, 그리고 그 앞에 ‘부정’이라는 용어를 추가하여 권한을 남용하는 행위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있으므로, 법문 자체에서 권한남용적 무형위조라는 해석을 도출할 수 있다. 이처럼 행위 태양에 관한 용어가 서로 다른 점에 비추어 볼 때, ‘위작’의 개념을 ‘부정작출’이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일본 형법과 동일하게 해석할 수 없다.
나) 우리 형법의 문서위조죄에 해당하는 독일 형법 제267조(문서위조) 제1항은 “법적 거래 시 기망을 하기 위해 문서를 위조하거나 진정한 문서를 변조한 자 또는 위조·변조된 문서를 행사한 자는 5년 이하의 자유형 또는 벌금형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위 규정은 우리 형법과 동일하게 문서의 유형위조에만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리고 우리 형법 제227조의2, 제232조의2에 해당하는 독일 형법 제269조(증명에 중요한 데이터의 위조) 제1항은 “법적 거래 시 기망을 하기 위해 증명에 중요한 데이터를 그것을 인식할 때에 위조된 문서 또는 변조된 문서가 되도록 저장하거나 변경한 자 또는 그렇게 저장되거나 변경된 데이터를 행사한 자는 5년 이하의 자유형 또는 벌금형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독일 학계 및 연방대법원은 제269조는 제267조에 대응하여 규정된 것으로 데이터의 유형위조에만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한편 권한 있는 사람으로 하여금 허위의 데이터를 입력하도록 하거나 권한 있는 사람이 허위의 데이터를 입력한 경우를 처벌하기 위해, 독일 형법 제271조(간접적 허위문서작성) 제1항은 “권리 또는 법률관계에 관한 중요한 의사표시, 협의내용 또는 사실이, 실제로는 전혀 표시되거나 발생한 적이 없거나 어떤 사람에 의해 그에게 인정되지 않는 자격으로 표시되거나 발생하였거나 다른 사람에 의해 표시되거나 발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공문서, 공적 장부, 공적 데이터 또는 공적 등록부에 위 의사표시 등이 표시되거나 이루어진 것처럼 작성 또는 저장되도록 한 자는 3년 이하의 자유형 또는 벌금형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제348조(직무상 허위문서작성) 제1항은 “공문서를 작성할 권한이 있는 공무원이 그 권한 범위 내에서 법률상 중요한 사실을 허위로 작성하거나 공적 등록부, 공적 장부 또는 공적 데이터에 허위로 등록하거나 기재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자유형 또는 벌금형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독일 형법 규정에 따르면 행위의 객체는 ‘공적 데이터’에 한정될 뿐 ‘사적 데이터’까지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
다) 우리 형법이 사문서의 무형위조를 처벌하지 않는 것은 공문서와 달리 사적 자치의 영역에는 국가의 형벌권 행사를 최대한 자제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형법의 태도는 문서가 아닌 전자기록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회사는 그 영업을 함에 있어 진실에 부합하는 전자기록 이외에도 부득이한 상황에서 진실에 일부 부합하지 않는 허위내용이 담긴 전자기록을 작성하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그런데 허위내용이 담긴 사전자기록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작성권자가 누구인지와 상관없이 모두 ‘위작’에 해당하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수사기관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당초 수사 중인 피의사실과 관련된 증거를 발견하지 못하더라도 허위내용이 담긴 사전자기록을 발견하여 별건 수사에 활용하는 등 수사권 남용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 이 경우 회사의 경영활동이 위축될 수 있음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따라서 무형위조와 유형위조에 관한 일반인의 관념이 변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형법 제232조의2에서의 ‘위작’에 사문서위조죄에서의 ‘위조’와 달리 무형위조를 포함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이러한 점에서도 문제가 된다.
4) 요컨대, 형법 제232조의2에서 정한 ‘위작’이란 전자기록의 생성에 관여할 권한이 없는 사람이 전자기록을 작성하거나 전자기록의 생성에 필요한 단위정보를 입력하는 경우만을 의미한다고 해석하여야 한다.
나. 사전자기록위작죄의 구성요건과 권한남용
다수의견은, 피고인들의 행위는 공소외 1 회사로부터 각자의 직무 범위에서 개개의 단위정보의 입력 권한을 부여받은 피고인들이 그 권한을 남용하여 허위의 정보를 입력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 점에 대해서도 아래와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1) 다수의견은 사전자기록의 허위작성을 처벌대상으로 삼으면서도 권한을 남용한 경우로 제한함으로써 ‘위작’에 관한 부당한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전자기록위작죄와 사전자기록위작죄에서 공통으로 사용하고 있는 ‘위작’을 통일적으로 해석하여야 하는 관계로 양자는 무형위조에 관하여 동일하게 허위성과 권한남용의 요건을 모두 갖추었을 때 죄의 성립을 인정하는 취지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형법의 문서에 관한 죄에서 공문서의 경우에는 허위작성이 있으면 처벌대상이 되고 권한남용의 요건은 필요 없다. 그럼에도 공전자기록위작죄에서는 권한남용을 별개의 구성요건으로 삼고 있는데, 일본 형법에서와 같은 ‘부정’이라는 표현이 없는 우리의 형법 규정상으로는 이와 같이 해석할 근거가 없다. 그리고 사문서의 경우에는 허위작성을 원칙적으로 처벌대상으로 하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사전자기록위작죄에서는 허위작성을 처벌대상으로 하면서 다만 권한남용의 요건을 부가하고 있는 것이 된다. 이것은 사전자기록위작죄에서 ‘위작’이라는 하나의 용어로 유형위조와 무형위조를 모두 처벌하게 되는 부당성을 완화하기 위한 절충적 태도라고 볼 수 있으나, 형법 규정상으로는 권한남용적 허위작성이라는 해석을 도출할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
2) 나아가 다수의견에 따르면, 사전자기록위작죄의 처벌대상인 무형위조의 성립요건은 권한을 남용하여 허위의 정보를 입력함으로써 전자시스템 설치·운영 주체의 의사에 반하는 전자기록을 생성하는 것이다. 이 경우 입력 정보의 허위성이 인정되면 권한남용도 인정된다는 것이 아니라 허위성과 권한남용은 별개의 구성요건 요소로서 각각 인정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보인다.
그런데 주식회사는 법인으로서 독립된 권리주체이기는 하지만 자연인처럼 그 자체가 활동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회사의 의사를 결정하고 그 의사에 따라 활동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조직이 반드시 필요하고, 그 조직으로 기관을 두고 있다. 일반적으로 주식회사의 의사결정기관은 주주총회와 이사회, 업무집행기관은 대표이사, 감독기관은 감사 등이다.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는 일반적 권한으로서 회사의 영업에 관한 재판상 또는 재판외의 모든 행위를 할 권한을 가진다(상법 제389조 제3항, 제209조 제1항). 따라서 대리인과 달리 대표이사는 회사의 행위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구성부분, 즉 기관으로서 회사의 행위 자체를 하는 것이다. 이 경우 회사는 의사결정기관을 통해 결정된 회사의 의사를 대표이사를 통해 실현하고, 대표이사의 행위가 곧 회사의 행위이므로, 회사의 의사에 반하는 대표이사의 의사 및 행위를 상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사전자기록위작죄에서 말하는 ‘위작’의 의미를 다수의견과 같이 보더라도, 대표이사가 당해 회사가 설치·운영하는 시스템의 전자기록에 허위의 정보를 입력한 것은 회사의 의사에 기한 회사의 행위로서 시스템 설치·운영 주체인 회사의 의사에 반한다고 할 수 없어 권한남용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다. 결론
피고인들의 행위는 형법 제232조의2에서 정한 ‘위작’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피고인들의 행위가 ‘위작’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의 판단에는 형법 제232조의2에서 정한 ‘위작’의 의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그러므로 이 부분과 관련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여야 한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에 찬성할 수 없음을 밝힌다.
대법원장 김명수(재판장) 권순일 박상옥 이기택 김재형 박정화 안철상(주심) 민유숙 김선수 이동원 노정희 김상환 노태악 | [1] 형법 제232조의2 / [2] 형법 제232조의2 / [3] 형법 제232조의2 / [4] 헌법 제12조 제1항, 제13조 제1항, 형법 제225조, 제227조, 제227조의2, 제231조, 제232조의2, 제233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이성훈
【배상신청인】
공소외인
【원심판결】
창원지법 2020. 6. 12. 선고 2020노748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2016. 1. 6. 법률 제13717호로 개정ㆍ시행된「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정범죄가중법’이라고 한다) 제5조의4 제5항은 “형법 제329조부터 제331조까지, 제333조부터 제336조까지 및 제340조ㆍ제362조의 죄 또는 그 미수죄로 세 번 이상 징역형을 받은 사람이 다시 이들 죄를 범하여 누범으로 처벌하는 경우에는 다음 각호의 구분에 따라 가중처벌한다.”라고 규정하면서, 같은 항 제1호(이하 ‘이 사건 법률 규정’이라고 한다)는 ‘형법 제329조부터 제331조까지의 죄(미수범을 포함한다)를 범한 경우에는 2년 이상 2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 법률 규정은 그 입법 취지가 반복적으로 범행을 저지르는 절도 사범에 관한 법정형을 강화하기 위한 데 있고, 조문의 체계가 일정한 구성요건을 규정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으며, 적용요건이나 효과도 형법 제35조와 달리 규정되어 있다. 이러한 이 사건 법률 규정의 입법 취지, 형식 및 형법 제35조와의 차이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법률 규정은 형법 제35조(누범) 규정과는 별개로 ‘형법 제329조부터 제331조까지의 죄(미수범 포함)를 범하여 세 번 이상 징역형을 받은 사람이 누범 기간 중에 다시 해당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 형법보다 무거운 법정형으로 처벌한다.’는 내용의 새로운 구성요건을 창설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 규정에 정한 형에 다시 형법 제35조의 누범가중한 형기범위 내에서 처단형을 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20. 5. 14. 선고 2019도18947 판결 등 참조).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이 사건 법률 규정을 적용한 후 다시 형법 제35조에 따른 누범가중을 하면서 제1심과 동일한 형을 선고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조치는 위와 같은 법리에 따른 것으로서 타당하고, 원심의 판단에 누범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그리고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에 의하면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서만 양형부당을 사유로 한 상고가 허용된다. 피고인에 대하여 그보다 가벼운 형이 선고된 이 사건에서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는 취지의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선수(재판장) 권순일 이기택(주심) 박정화 |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4 제5항 제1호, 형법 제35조, 제329조, 제330조, 제331조, 제342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원심판결】
인천지법 2020. 5. 29. 선고 2019노3428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는 종교적·윤리적·도덕적·철학적 또는 이와 유사한 동기에서 형성된 양심상 결정을 이유로 집총이나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하는 행위를 말한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병역의무의 이행을 일률적으로 강제하고 그 불이행에 대하여 형사처벌 등 제재를 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를 비롯한 헌법상 기본권 보장체계와 전체 법질서에 비추어 타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소수자에 대한 관용과 포용이라는 자유민주주의 정신에도 위배된다. 따라서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라면, 이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구체적인 병역법 위반 사건에서 피고인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할 경우, 그 양심이 과연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것인지를 가려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인간의 내면에 있는 양심을 직접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는 없으므로 사물의 성질상 양심과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예컨대 종교적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 주장에 대해서는 종교의 구체적 교리가 어떠한지, 그 교리가 양심적 병역거부를 명하고 있는지, 실제로 신도들이 양심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고 있는지, 그 종교가 피고인을 정식 신도로 인정하고 있는지, 피고인이 교리 일반을 숙지하고 철저히 따르고 있는지, 피고인이 주장하는 양심적 병역거부가 오로지 또는 주로 그 교리에 따른 것인지, 피고인이 종교를 신봉하게 된 동기와 경위, 만일 피고인이 개종을 한 것이라면 그 이유와 경위, 피고인의 신앙기간과 실제 종교적 활동 등이 주요한 판단요소가 될 것이다. 피고인이 주장하는 양심과 동일한 양심을 가진 사람들이 이미 양심적 병역거부를 이유로 실형을 선고받아 복역하는 사례가 반복되었다는 등의 사정은 적극적인 고려요소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위와 같은 판단 과정에서 피고인의 가정환경, 성장과정, 학교생활, 사회경험 등 전반적인 삶의 모습도 아울러 살펴볼 필요가 있다.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양심은 그 사람의 삶 전체를 통하여 형성되고, 또한 어떤 형태로든 그 사람의 실제 삶으로 표출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당한 사유가 없다는 사실은 범죄구성요건이므로 검사가 증명하여야 한다. 다만 진정한 양심의 부존재를 증명한다는 것은 마치 특정되지 않은 기간과 공간에서 구체화되지 않은 사실의 부존재를 증명하는 것과 유사하다. 위와 같은 불명확한 사실의 부존재를 증명하는 것은 사회통념상 불가능한 반면 그 존재를 주장·증명하는 것이 좀 더 쉬우므로, 이러한 사정은 검사가 증명책임을 다하였는지를 판단할 때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하는 피고인은 자신의 병역거부가 그에 따라 행동하지 않고서는 인격적 존재가치가 파멸되고 말 것이라는 절박하고 구체적인 양심에 따른 것이며 그 양심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것이라는 사실의 존재를 수긍할 만한 소명자료를 제시하고, 검사는 제시된 자료의 신빙성을 탄핵하는 방법으로 진정한 양심의 부존재를 증명할 수 있다. 이때 병역거부자가 제시하여야 할 소명자료는 적어도 검사가 그에 기초하여 정당한 사유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가능할 정도로 구체성을 갖추어야 한다(대법원 2018. 11. 1. 선고 2016도10912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20. 7. 23. 선고 2018도14415 판결 참조).
2. 제1심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따라 인정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병역거부 당시 피고인의 종교적 신념이 깊거나 확고하다고 볼 수 없고,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으며, 원심은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가. 피고인은 2006. 8. 2. 침례를 받아 정식으로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되었으나, 2009. 6.경부터 종교 활동을 중단하여 9년간 활동하지 않는 상태였다가, 2018. 9.경부터 다시 성서연구를 시작하면서 여호와의 증인으로서 종교 활동을 재개하였다.
나. 피고인은 2012. 10. 25. 현역병 입영대상자로 선정되었는데, 2017. 12. 6.경까지 추후 입영예정임을 전제로 중·고등학교 복학예정, 자격시험 응시, 자기계발 등을 이유로 입영연기를 신청하였을 뿐 여호와의 증인이라는 등의 사유를 제시하며 연기신청을 하거나 병역거부 의사를 명시적으로 표시하지 않았다.
다. 헌법재판소는 2018. 6. 28.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서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는 병역종류조항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여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결정(헌법재판소 2018. 6. 28. 선고 2011헌바379 등 전원재판부 결정)을 했다. 피고인은 검찰에서 입영 직전만 해도 정상적으로 군에 입대해 복무할 생각이었으나, 입영 바로 전날인 2018. 8. 12.에야 종교적 신념에 따라 입영을 거부하기로 마음을 먹고 입영을 거부한 후 종교 활동을 재개하였다고 진술했다.
라. 피고인은 2008년경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공갈), 특수절도 등 사건으로 소년보호 처분을, 2014년 자동차 허위 매물과 관련된 자동차관리법 위반 사건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2015년경 범인도피죄, 자동차관리법 위반죄로 벌금형을, 2018년경 사기죄로 벌금형을 받은 전력이 있다. 그 밖에도 무면허운전과 음주운전으로 7차례에 걸쳐 입건되어 처벌을 받은 전력도 있다.
3. 원심이 유지한 제1심판결 이유를 위에서 본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병역법 제88조 제1항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4. 피고인의 상고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동원(재판장) 김재형(주심) 민유숙 노태악 | [1] 헌법 제19조, 제39조 제1항, 병역법 제88조 제1항, 형사소송법 제308조 / [2] 헌법 제19조, 제39조 제1항, 병역법 제88조 제1항 제1호, 형사소송법 제308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안병민
【원심판결】
서울고법 2020. 5. 29. 선고 2019노2721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부분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아동학대처벌법’이라 한다) 제2조 제4호는 “아동학대범죄란 보호자에 의한 아동학대로서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죄를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나)목에서 형법 제271조 제1항(유기죄) 등을 열거하고 있다. 그리고 제4조(아동학대치사)는 제2조 제4호 (가)목부터 (다)목까지의 아동학대범죄를 범한 사람이 아동을 사망에 이르게 한 때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원심은 아동학대처벌법 제4조, 제2조 제4호 (나)목, 형법 제271조 제1항에 정한 ‘유기에 의한 아동학대치사’로 공소제기된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범행일 저녁에 생후 3개월인 피해자 공소외 1(피고인의 둘째 아이)에게 분유를 먹인 후 엎드리게 해둔 채 혼자 두고 그 다음 날 아침까지 2회에 걸쳐 외출을 하였다가 귀가하였는데 15시간 30분 동안 피해자에게 분유를 먹이거나 기저귀를 갈아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상태를 확인조차 하지 않았던 점, 피해자에 대한 부검 결과 사인이 명확하지 않으나 엎드린 자세가 유지되면서 이부자리에 코와 입이 막혀 사망하는 비구폐색성 질식사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 피해자의 발육상태는 스스로 목을 제대로 가누거나 몸을 뒤집을 정도는 아니었던 점 등을 종합하여, 피고인의 행위는 생후 약 3개월에 불과하여 보호를 요하는 위 피해자를 장시간 동안 아무에게도 보호받지 못하는 상태에 둠으로써 그 생명·신체에 위험을 가져오게 한 것으로 유기행위에 해당하고 유기행위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 또한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의 유기행위가 아동학대처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아동학대범죄’에 포함됨을 전제로 한 원심의 판단에 아동학대처벌법(아동학대치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
한편 원심판결에 공소장일본주의를 위반한 위법이 있다는 취지의 주장은 피고인이 이를 항소이유로 삼거나 원심이 직권으로 심판대상으로 삼은 바가 없는 것을 상고심에 이르러 비로소 주장하는 것으로서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하고, 나아가 살펴보더라도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잘못이 없다.
2. 아동복지법 위반 부분
아동복지법은 아동이 건강하게 출생하여 행복하고 안전하게 자랄 수 있도록 아동의 복지를 보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제1조). 아동은 완전하고 조화로운 인격발달을 위하여 안정된 가정환경에서 행복하게 자라나야 한다(제2조 제2항).
아동복지법상 아동의 보호자란 친권자, 후견인, 아동을 보호·양육·교육하거나 그러한 의무가 있는 자 또는 업무·고용 등의 관계로 사실상 아동을 보호·감독하는 자를 말하는데(제3조 제3호), 아동의 보호자는 아동을 가정에서 그의 성장시기에 맞추어 건강하고 안전하게 양육하여야 하고, 아동에게 신체적 고통이나 폭언 등의 정신적 고통을 가하여서는 아니 되는 책무를 부담한다(제5조 제1항, 제2항).
이와 함께 아동복지법은 아동학대의 의미를 정의하면서 아동의 보호자와 그 외의 성인을 구분하여, 아동의 보호자가 아닌 성인에 관해서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아동학대행위로 규정하는 것에 비하여 아동의 보호자에 관해서는 위 행위들에 더하여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행위까지 포함시키고 있다(제3조 제7호). 자신의 보호·감독을 받는 아동에 대하여 의식주를 포함한 기본적 보호·양육·치료 및 교육을 소홀히 하는 방임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되고(제17조 제6호), 이를 위반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제71조 제1항 제2호).
따라서 보호자가 아동을 방임함으로써 아동복지법 제71조 제1항 제2호를 위반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위에서 본 아동복지법의 입법 목적과 더불어 아동의 보호자가 그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일정한 책무를 부담한다는 점을 전제로 하여 보호자와 피해아동의 관계, 피해아동의 나이, 방임행위의 경위와 그 태양 등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보호자가 친권자 또는 이에 준하는 주양육자인 경우에는 피해아동을 보호하고 양육할 1차적 책임을 부담한다는 점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
원심은, 친아버지인 피고인이 피해자 공소외 2(피고인의 첫째 아이)를 양육하면서 집안 내부에 먹다 남은 음식물 쓰레기, 소주병, 담배꽁초가 방치된 상태로 청소를 하지 않아 악취가 나는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위 피해자에게 제대로 세탁하지 않아 음식물이 묻어있는 옷을 입히고, 목욕을 주기적으로 시키지 않아 몸에서 악취를 풍기게 하는 등으로 위 피해자를 방임하였다는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인이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위 피해자를 양육하였고 피해자의 의복과 몸을 청결하게 유지해 주지 않았으며 피해자를 집에 두고 외출하기도 하는 등 의식주를 포함한 기본적인 보호·양육·치료 및 교육을 소홀히 하는 방임행위를 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제1심과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나아가 살펴보아도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보호를 하였다는 사정이나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애정을 표현했다는 사정만으로는 피고인이 당시 1세에 불과했던 피해자의 친권자로서 피해자의 건강과 안전, 행복을 위하여 필요한 책무를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아동복지법상 금지되는 ‘방임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태악(재판장) 김재형 민유숙(주심) 이동원 | [1] 아동복지법 제1조, 제2조 제2항, 제3조 제3호, 제7호, 제5조 제1항, 제2항, 제17조 제6호, 제71조 제1항 제2호 / [2] 아동복지법 제3조 제3호, 제7호, 제17조 제6호, 제71조 제1항 제2호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1 외 3인
【상 고 인】
피고인들
【변 호 인】
법무법인 베스트로 담당변호사 임성문
【원심판결】
대전지법 2015. 9. 17. 선고 2015노302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인 3, 피고인 4 유한회사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은 그 채택한 증거를 종합하여 판시 각 사실을 인정한 다음,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인 3, 피고인 4 유한회사(이하 ‘피고인 4 회사’라고 한다)에 대한 공소사실 중 각 2012. 9. 18.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의 점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이 사건 단체협약에 단체교섭의 요청은 최소한 10일 전에 하도록 규정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2012. 9. 18.을 단체교섭일로 지정한 2012. 9. 17.자 단체교섭 요청이 효력이 없다고 할 수 없고, 2012. 9. 18.에 단체교섭이 이루어질 수 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그 교섭위원인 공소외인은 단체교섭의 개최 여부 및 그 후속조치 등과 관련한 준비 내지 방어를 위하여 2012. 9. 18.에도 피고인 4 회사 노동조합 사무실을 방문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으므로 정당한 노조활동의 범위 내로서 피고인 4 회사의 출입이 허용되어야 하는데, 공소외인에게 정상적인 노조활동 이외의 목적으로 출입할 의사가 있었다거나 공소외인의 출입으로 인하여 피고인 4 회사의 업무운영ㆍ시설관리에 실질적인 지장이 초래된다는 등의 사정이 있다고 인정되지 않는 이상 피고인 3과 피고인 4 회사의 공소외인에 대한 출입거부 행위는 이 사건 노동조합의 조직ㆍ운영에 지배 또는 개입하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따라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단체협약의 효력 및 노동조합 활동의 지배ㆍ개입으로 인한 부당노동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피고인 1, 피고인 2의 상고에 대하여
피고인 1, 피고인 2는 상고이유서 제출기간 내에 상고이유서를 제출하지 않았고, 상고장에도 상고이유를 기재하지 아니하였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유숙(재판장) 김재형 이동원 노태악(주심) | 구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2020. 6. 9. 법률 제1743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1조 제4호(현행 제81조 제1항 제4호 참조), 제90조, 제94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1 외 1인
【상 고 인】
피고인들
【변 호 인】
변호사 양병렬 외 2인
【원심판결】
수원지법 2020. 5. 29. 선고 2020노924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인 1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 1은 제1심판결에 대하여 항소하면서 항소이유로 양형부당만을 주장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경우 원심판결 중 폐기물의 국가 간 이동 및 그 처리에 관한 법률 위반 부분에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는 취지의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나아가 살펴보더라도, “피고인이 필리핀에 있는 공소외인 등과 공모하여 분리ㆍ세탁ㆍ건조 등 적법한 처리공정을 거치지 않은 폐기물을 필리핀으로 수출할 계획이었음에도 적법한 처리공정을 거친 것처럼 2회에 걸쳐 거짓으로 수출신고를 하였다.”라는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원심판결에 위 피고인의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의 잘못이 없다.
그리고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에 의하면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서만 양형부당을 사유로 한 상고가 허용되므로, 위 피고인에 대하여 그보다 가벼운 형이 선고된 이 사건에서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는 취지의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2. 피고인 2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가. 폐기물관리법 제25조 제9항 제1호에 따르면 폐기물처리업자는 환경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폐기물을 허가받은 사업장 내 보관시설이나 승인받은 임시보관시설 등 적정한 장소에 보관하여야 하고, 폐기물관리법 시행령 제7조 제1항 제6호에 따르면 폐기물을 처분 또는 재활용하는 자가 폐기물을 보관하는 경우에는 그 폐기물 처분시설 또는 재활용시설과 같은 사업장에 있는 보관시설에 보관하여야 하며,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 제30조의2는 폐기물관리법 제25조 제9항 제1호에서 말하는 적정한 장소를 한정적으로 열거하고 있다(대법원 2020. 5. 14. 선고 2019도1118 판결 참조).
이와 같은 관련 법령의 체계와 문언 내용, 특히 폐기물 관리에 관한 법령이 폐기물처리업 허가와 검사 등 폐기물처리업자에 대한 지도ㆍ감독 및 폐기물처리업자의 형사처벌이 유기적ㆍ체계적으로 통합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 등을 더하여 보면, 폐기물관리법 제25조 제9항 제1호의 ‘허가받은 사업장 내 보관시설’은 허가를 받은 폐기물처리업자 자신의 사업장 내 보관시설을 의미하는 것으로, 제3자가 허가를 받은 사업장은 그 ‘사업장’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나.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폐기물관리법 위반 부분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와 같은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폐기물관리법 제25조 제9항 제1호의 ‘적정한 보관장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태악(재판장) 김재형 민유숙(주심) 이동원 | 폐기물관리법 제25조 제9항 제1호, 제66조 제9호, 폐기물관리법 시행령 제7조 제1항 제6호,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 제30조의2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1 외 4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법무법인 여는 담당변호사 권두섭 외 1인
【원심판결】
대전지법 2015. 1. 15. 선고 2014노390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공소외 1 공사 사업장 내 쟁의행위 관련 피고인 1의 업무방해 및 퇴거불응의 점에 대하여
가. 단체행동권은 헌법 제33조 제1항에서 보장하는 기본권으로서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지만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하여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 등의 공익상의 이유로 제한될 수 있고 그 권리의 행사가 정당한 것이어야 한다는 내재적인 한계가 있다(대법원 2011. 3. 17. 선고 2007도482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쟁의행위가 정당행위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은 사용자에 대한 관계에서 인정되는 것이므로, 제3자의 법익을 침해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그런데 도급인은 원칙적으로 수급인 소속 근로자의 사용자가 아니므로, 수급인 소속 근로자의 쟁의행위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일어나 도급인의 형법상 보호되는 법익을 침해한 경우에는 사용자인 수급인에 대한 관계에서 쟁의행위의 정당성을 갖추었다는 사정만으로 사용자가 아닌 도급인에 대한 관계에서까지 법령에 의한 정당한 행위로서 법익 침해의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수급인 소속 근로자들이 집결하여 함께 근로를 제공하는 장소로서 도급인의 사업장은 수급인 소속 근로자들의 삶의 터전이 되는 곳이고, 쟁의행위의 주요 수단 중 하나인 파업이나 태업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도급인은 비록 수급인 소속 근로자와 직접적인 근로계약관계를 맺고 있지는 않지만, 수급인 소속 근로자가 제공하는 근로에 의하여 일정한 이익을 누리고, 그러한 이익을 향수하기 위하여 수급인 소속 근로자에게 사업장을 근로의 장소로 제공하였으므로 그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쟁의행위로 인하여 일정 부분 법익이 침해되더라도 사회통념상 이를 용인하여야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사용자인 수급인에 대한 정당성을 갖춘 쟁의행위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이루어져 형법상 보호되는 도급인의 법익을 침해한 경우, 그것이 항상 위법하다고 볼 것은 아니고,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형법 제20조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 이러한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쟁의행위의 목적과 경위, 쟁의행위의 방식·기간과 행위 태양, 해당 사업장에서 수행되는 업무의 성격과 사업장의 규모, 쟁의행위에 참여하는 근로자의 수와 이들이 쟁의행위를 행한 장소 또는 시설의 규모·특성과 종래 이용관계, 쟁의행위로 인해 도급인의 시설관리나 업무수행이 제한되는 정도, 도급인 사업장 내에서의 노동조합 활동 관행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나.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을 알 수 있다.
1) 공소외 1 공사는 1998년경부터 수급업체와 용역위탁계약을 체결하여 시설관리업무, 청소미화업무 등을 수행해 왔다. 수급업체에 고용된 대부분의 근로자들은 수급업체가 변경되더라도 신규 수급업체로 고용이 승계되어 공소외 1 공사 사업장에서 동일한 업무를 담당하면서 계속 근무해 왔다.
2) 피고인들은 시설관리 용역업체인 공소외 2 주식회사와 청소 용역업체인 공소외 3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2 회사’, ‘공소외 3 회사’라 하고, 통칭하는 경우 ‘이 사건 수급업체들’이라 한다)의 근로자로서 ○○○○노동조합총연맹△△△△△△△△△△△노동조합□□지부공소외 1 공사지회(이하 노동조합을 지칭할 때는 ‘이 사건 노동조합’, 지회 단위를 지칭할 때는 ‘공소외 1 공사지회’라 한다) 소속 조합원이다.
3) 이 사건 노동조합은 이 사건 수급업체들을 상대로 임금인상 등에 관한 단체교섭이 결렬되고 노동위원회를 통한 노동쟁의조정 절차도 불성립으로 종결되자 공소외 1 공사지회 소속 조합원들의 찬반투표를 거쳐 2012. 6. 25. 파업에 돌입하였다(이하 ‘이 사건 파업’이라 한다).
4) 공소외 1 공사지회장인 피고인 1을 포함한 공소외 1 공사지회 소속 조합원 등 30~40명은 같은 날 09:50경부터 12:30경까지 공소외 1 공사 사업장 내 본관 건물과 ◇◇◇◇◇◇◇◇ 건물 사이 인도에 모여 차량에 설치된 확성기를 틀어놓고 이 사건 수급업체들에 대하여 임금인상, 성실교섭 촉구 등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율동과 함께 노동가를 제창하였다.
위와 같은 집회는 다음 날인 2012. 6. 26. 10:00경부터 1시간 동안, 그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2012. 7. 3. 10:00경부터 약 1시간 20분 동안 같은 장소에서 유사한 방식으로 진행되었다(이하 ‘이 사건 각 집회’라 한다).
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와 기록을 통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 1이 공소외 1 공사지회 조합원들과 함께 공소외 1 공사 사업장에서 이 사건 각 집회를 개최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
1) 피고인 1을 비롯한 공소외 1 공사지회 조합원들은 이 사건 수급업체들을 상대로 임금인상 등 주장을 관철하기 위하여 이 사건 파업에 돌입하고 임금인상, 성실교섭 촉구 등을 요구하였다. 이 사건 파업은 피고인 1을 비롯한 공소외 1 공사지회 조합원들의 근로조건 및 경제적 지위의 향상이라는 정당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다. 이 사건 파업 과정에서 단결을 유지하고 쟁의행위의 정당성을 호소하며 조합원들의 쟁의행위 참가를 독려하기 위하여 이 사건 각 집회가 이루어졌다.
2) 이 사건 노동조합은 이 사건 수급업체들을 상대로 단체교섭이 결렬되고 노동위원회를 통한 조정도 불성립하자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집단적으로 노무제공을 거부하기로 하고 이 사건 파업에 돌입하였다. 피고인 1을 비롯한 공소외 1 공사지회 조합원들은 위 장소에서 쟁의행위의 일환으로 구호를 외치고 노동가를 제창하거나 행진을 하는 등 집회나 시위에서 통상 이용할 수 있는 수단을 사용하여 집단적인 의사를 표시하였고, 이러한 행위는 비교적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총 3일간 평화로운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공소외 1 공사지회 조합원들의 이러한 행위는 폭력이나 시설물의 파괴를 수반한 것이 아니다.
게다가 피고인 1을 비롯한 공소외 1 공사지회 조합원들이 이 사건 각 집회를 통해 일시적으로 농성을 한 장소는 공소외 1 공사 직원들의 ☆☆☆☆업무를 위한 주요 시설로 볼 수 있는 본관 건물 내부가 아니라 본관 건물과 ◇◇◇◇◇◇◇◇ 건물 사이의 인도이다. 이러한 장소는 공소외 1 공사가 업무수행을 위하여 배타적으로 사용하는 공간이 아니라 이 사건 수급업체들 소속 근로자들에게도 평소에 통행이 자유롭게 허용되는 장소이다. 피고인 1을 비롯한 공소외 1 공사지회 조합원들이 공소외 1 공사의 시설관리권을 배제하는 등 전면적이고 배타적인 점거에 이르지도 아니하였다.
3) 이 사건 각 집회 당시 일정한 소음을 발생시킨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헌법상 단체행동권 행사의 일환으로 다수가 공동 목적으로 회합한 이 사건 각 집회의 성격상 어느 정도의 소음이 발생하는 것은 부득이한 면이 있고, 반면 이로써 공소외 1 공사 직원들이 ☆☆☆☆ 등 업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하는 데 실질적으로 지장이 초래되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나아가 이 사건 각 집회가 개최된 장소, 그 방식이나 태양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각 집회로 인한 공소외 1 공사의 시설관리권에 대한 제약 역시 상당히 제한적이었다.
4) 공소외 1 공사는 사업장 내 본관 건물 지하에 공소외 1 공사지회의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을 보장하기 위하여 노동조합 사무실을 제공하여 왔다. 그리고 공소외 1 공사지회는 이 사건 파업에 돌입하기 전 공소외 1 공사 사업장 내에서 이 사건 수급업체들과 단체교섭을 진행하였으며, 이 사건 파업 기간 중에도 피고인 1이 공소외 1 공사 사업장 내에서 공소외 3 회사 대표이사 등과 교섭을 계속하여 왔다.
5) 쟁의행위에 참가하지 않은 조합원들의 쟁의행위 참가를 독려하고, 위법한 대체근로를 저지하며, 쟁의행위 기간 중 단결을 유지하는 등 이 사건 수급업체들 소속 근로자의 헌법상 단체행동권을 실효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근로제공이 현실적으로 이루어지는 장소인 공소외 1 공사의 사업장에서 쟁의행위가 이루어져야 할 필요성이 있었던 반면, 이 사건 수급업체들 본사나 사무소의 위치로 인해 이 사건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이 사건 수급업체들의 사업장에서 단체행동권을 실효적으로 행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측면이 있었다.
라. 따라서 피고인 1의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해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쟁의행위의 정당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일탈하거나, 판단을 누락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2. 대체근로 저지 관련 피고인들의 업무방해의 점에 대하여
가. 사용자는 쟁의행위 기간 중 그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의 수행을 위하여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를 채용 또는 대체할 수 없다(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3조 제1항). 사용자가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를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의 수행을 위하여 채용 또는 대체하는 경우, 쟁의행위에 참가한 근로자들이 위법한 대체근로를 저지하기 위하여 상당한 정도의 실력을 행사하는 것은 쟁의행위가 실효를 거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마련된 위 규정의 취지에 비추어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대법원 1992. 7. 14. 선고 91다43800 판결 등 참조). 위법한 대체근로를 저지하기 위한 실력 행사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로서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는 그 경위, 목적, 수단과 방법, 그로 인한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체적인 사정 아래서 합목적적·합리적으로 고찰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나. 원심은 ① 공소외 1 공사의 청소업무 수급업체인 공소외 3 회사가 공소외 1 공사 본사 본관 건물에 이 사건 대체근로자들을 투입한 행위가 위법한 대체근로에 해당한다고 인정한 다음, ② 아래와 같은 사정을 들어 피고인들이 이 사건 대체근로자들의 작업을 방해한 것은 위법한 대체근로자 투입에 대항하기 위해 상당한 범위 내에서 실력 행사가 이루어진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공소외 3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뿐만 아니라 이 사건 대체근로자들이나 공소외 1 공사에 대한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였다.
1) 피고인들은 수회에 걸쳐 이 사건 대체근로자들이 공소외 3 회사에 고용된 기존 근로자들인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시도를 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공소외 3 회사 내지 대체근로자 측에서 직원 신분에 대한 아무런 확인 조치도 해주지 아니한 상태에서 이 사건 파업으로 중단된 청소업무 등을 수행하려 하자 이를 제지하기 위해 실력 행사에 나아갔다.
2) 피고인들은 이 사건 대체근로자들의 앞을 막으면서 청소를 그만두고 밖으로 나가라고 소리치는 등의 방식으로 이 사건 대체근로자들의 청소업무를 방해하였고, 이러한 행위는 폭력, 협박 및 파괴행위에 나아가지 아니한 소극적·방어적 행위로서 사용자 측의 위법한 대체근로를 저지하기 위한 상당한 범위 내에 있다고 인정된다.
3) 비록 피고인 2를 비롯한 일부 성명을 알 수 없는 공소외 1 공사지회 조합원들이 이 사건 대체근로자들에 의해 수거된 쓰레기를 복도에 투기하여 공소외 1 공사 본관 건물 일부 공간의 미관이 일시적으로 훼손되고 공소외 1 공사 직원들의 통행에 불편을 초래한 것은 사실이나, 이러한 쓰레기 투기행위 역시 이 사건 대체근로자들의 근로제공의 결과를 향유하지 못하게 하기 위한 소극적 저항행위였다는 점에서, 이 행위만을 별도로 상당한 범위를 벗어난 실력 행사로 보기도 어렵다.
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은 앞에서 본 법리에 기초한 것으로 정당하고,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정당행위의 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일탈하거나, 판단을 누락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안철상(재판장) 박상옥 노정희 김상환(주심) | [1] 헌법 제33조 제1항, 제37조 제2항, 형법 제20조, 제314조 제1항, 제319조 제2항,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조 / [2] 형법 제20조, 제314조 제1항,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조, 제43조 제1항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1 외 1인
【항 소 인】
피고인 1 및 검사
【검 사】
문민영 외 4인
【변 호 인】
법무법인 해인 외 2인
【원심판결】
부산지법 2020. 1. 10. 선고 2018고합292, 490, 2019고합182, 319 판결
【주 문】
[파기 부분]
원심판결 중 피고인 1 부분을 파기한다.
피고인 1을 징역 5년에 처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고인 1에 대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의 점은 무죄.
[기각 부분]
검사의 피고인 피고인 2에 대한 항소를 기각한다.
【이 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1
1)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가) 2018고합292 사건 -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거제시 (주소 생략) 외 2필지 2,215㎡(이하 ‘이 사건 토지’라 한다)의 매매대금 중 22억 1,100만 원(이하 ‘이 사건 22억 1,100만 원’이라 한다)을 용역대금 형식으로 빼돌려 사용한 사람은 공소외 1(또는 공소외 1 및 피고인 2)이다.
즉 피고인은 공소외 2 측으로부터 이 사건 토지의 매매에 관한 위임을 받은 적도 없고, 공소외 1 측과 공모한 사실도 없다. 그리고 피고인은 2014. 3.경 공소외 1에게 공소외 3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3 회사’라고만 한다)를 양도하였는바, 공소외 3 회사로 2015. 8.~9.에 입금된 위 22억 1,100만 원 또한 공소외 1이 사용하였다.
나) 2019고합182 사건 -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공갈미수
공소외 2는 피고인이 공소외 4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4 회사’라고만 한다)로부터 11억 원을 변제받아 사용하는 데에 동의하였다. 따라서 피고인이 위와 같이 11억 원을 변제받아 사용한 것은 횡령이 될 수 없다.
그리고 피고인이 공소외 4 회사로부터 11억 원을 변제받아 사용함에 동의한 공소외 2는 피고인에게 위 11억 원의 반환을 요구할 권리(즉 피고인이 공소외 2에게 위 11억 원을 반환해야 할 채무)가 없으므로, 피고인이 공소외 2에게 공소장 기재 내용증명들을 보낸 것은 공갈에 해당하지 않는다.
다) 2019고합319 사건 - 조세범 처벌법 위반
피고인은 가)항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22억 1,100만 원의 취득·사용에 관여한 사실이 없는바, 위 22억 1,100만 원을 취득·사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공소장 기재 허위세금계산서들의 수취 또한 피고인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2) 양형부당
원심의 선고형(징역 5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검사
1) 사실오인 - 피고인 피고인 2에 대한 무죄 부분
피고인 1이 이 사건 토지 매매를 협상하기 위하여 피고인을 만났을 때 피고인에게 ‘피고인도 차를 벤츠로 바꿔야 하지 않느냐?’라는 등으로 말한 점, 실제로 피고인이 이 사건 22억 1,100만 원 가운데 1억 9,800만 원을 받아 사용한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피고인 1, 공소외 1의 배임행위에 적극 가담하였음이 인정된다.
따라서 피고인 또한 피고인 1, 공소외 1과의 공범으로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죄의 죄책을 면할 수 없는바,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의 판단에는 사실오인의 잘못이 있다.
2) 양형부당 - 피고인 1에 대하여
원심의 선고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직권판단 - 피고인 1 부분에 대하여
피고인 1과 검사의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에 앞서 피고인 1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부분에 관하여 직권으로 본다.
가. 공소사실
피고인은 2015. 8.경부터 같은 해 9월경까지 피해자 공소외 2로부터 수회에 걸쳐 합계 17억 5,000만 원 상당을 사업자금 명목으로 차용하고, 2015. 10. 말경 거제시 ○○○에 있는 ‘△△△’ 커피숍에서, 피해자에게 위 채무에 대한 담보로 공소외 3 회사의 공소외 4 회사에 대한 22억 원 상당의 대여금 채권을 양도하였음에도 제3채무자인 공소외 4 회사에 채권양도통지를 하지 아니한 채 2016. 4.경 공소외 4 회사에 위 채권 일부인 11억 원의 변제를 요구하여 2016. 5. 19. 공소외 4 회사로부터 공소외 3 회사 명의 계좌로 11억 원을 송금받아 이를 피해자를 위하여 보관하던 중 그 무렵 피고인이 운영하는 공소외 5 주식회사의 사업자금 등으로 사용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의 재물을 횡령하였다.
나. 판단
1) 횡령죄는 타인 소유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하는 때에 성립하므로 횡령죄의 객체인 재물은 ‘타인의 소유’이어야 한다. 따라서 양도인이 양수인에 대한 금전채무를 담보할 목적으로 채무자에 대한 금전채권을 양수인에게 양도하였다가 채권양도통지 전에 추심한 금전의 소유권이 양도인과 양수인 중 누구에게 귀속하는지 본다.
가) 채권의 담보 목적으로 재산권을 채권자에게 이전한 경우에 그것이 어떤 형태의 담보계약인지는 개개의 사건마다 구체적으로 당사자의 의사에 의하여 확정하여야 할 문제이나, 다른 특약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에 정산절차를 요하는 약한 의미의 양도담보로 추정되고(대법원 1999. 12. 10. 선고 99다14433 판결 등 참조), 채권의 담보 목적으로 양도된 재산에 관한 담보권의 실행은 다른 약정이 없는 한 처분정산이나 귀속정산 중 채권자가 선택하는 방법에 의할 수 있는바, 그 재산에 관한 담보권이 귀속정산의 방법으로 실행되어 채권자에게 확정적으로 이전되기 위해서는 채권자가 이를 적정한 가격으로 평가한 후 그 가액으로 피담보채권의 원리금에 충당하고 그 잔액을 반환하거나, 평가액이 피담보채권액에 미달하는 경우에는 채무자에게 그와 같은 내용의 통지를 하는 등 정산절차를 마쳐야 한다(대법원 2001. 8. 24. 선고 2000다15661 판결 등 참조).
대법원은 비록 동산 양도담보 사안이긴 하지만, 채무자가 채무이행을 담보하기 위하여 동산에 관한 양도담보계약을 체결하고 점유개정의 방법으로 여전히 그 동산을 점유하고 있는 경우라도, 위 양도담보계약의 내용이 차용금의 담보를 위하여 매매의 형식을 빌렸을 뿐이고 그 실질은 차용금의 담보와 담보권실행 시의 정산절차를 그 주된 내용으로 하는 것이라면 별단의 사정이 없는 한 그 소유권은 채무자에게 유보되어 있고 채권자에게는 그 채무불이행 시의 목적물에 대한 담보권 및 환가권만이 귀속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채무자는 자기의 물건을 보관하고 있는 셈이 되어 횡령죄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1980. 11. 11. 선고 80도2097 판결, 대법원 2009. 2. 12. 선고 2008도10971 판결 등 참조).
나) 담보제도의 기본원리는 채무자의 재산권을 담보로 잡음으로써 채무자의 채무이행을 심리적으로 강제하는 한편 채무자의 채무이행이 없을 경우에 담보물을 환가하여 그 대가를 채권자, 즉 담보권자에게 귀속시키거나 담보물 자체를 채권자에게 귀속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채무자의 채무이행이 없기 전에 담보물을 환가하여 그 대가를 담보권자에게 귀속시키거나 담보물 자체가 채권자에게 귀속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이러한 원리를 담보 목적의 채권양도에 적용하면, 양수인이 양도인에 대한 금전채권의 담보를 위하여 양도인의 채무자에 대한 채권을 양수하였다 하더라도 담보권이 실행되기 전까지, 즉 양도인의 양수인에 대한 금전채권의 불이행이 있기 전까지는 담보목적물인 위 채권을 환가하여 그 대가를 양수인이 가지거나 위 채권 자체를 양수인이 가질 수는 없게 된다. 그렇다면 담보권이 적법하게 실행되기 전에는 양도인이 채무자로부터 추심한, 담보목적물의 급부인 금전의 소유권 또한 양도인에게 있다고 보아야 한다.
다) 양수인의 양도인에 대한 금전채권의 이행기가 양도인의 제3채무자에 대한 금전채권의 이행기보다 늦은 경우를 상정해 보자. 이 경우 양도인으로 하여금 양도인이 제3채무자로부터 추심한 금전을 양수인에게 전달하게 하는 것은 양도인이 가진 기한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이 되어 부당하다. 양도인이 제3채무자로부터 추심한 금전의 소유권은 양도인에게 귀속된다고 보는 것이 간명하고, 양도인은 양수인과의 명시적·묵시적 약정에 따라 다른 담보를 제공하거나 민사상 채무불이행책임을 부담하면 된다.
라) 원심이 인용한 대법원 1999. 4. 15. 선고 97도666 전원합의체 판결은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한 금전채무를 변제하기 위하여 자신의 제3채무자에 대한 임차보증금반환채권 일부를 양도하고도 채권양도통지를 하지 않은 채 임차보증금을 반환받아 이를 사용한 사례인바, 채권양도양수의 목적이 피해자가 위 제3채무자로부터 임차보증금을 직접 반환받도록 함에 있다는 점에서(이 경우에는 양도인은 오로지 양수인에게 전달해주기 위하여서만 금전을 수령할 수 있을 뿐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 양도인이 양수인에 대한 금전채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하여 양도인이 금전채무를 이행하지 않는 때에만 양수인으로 하여금 양도인으로부터 양수한 금전채권을 행사하려는 목적에서 양도한 경우와 사안을 달리하므로, 위 판결의 법리가 위와 같은 담보 목적 채권양도 사안에 그대로 적용된다고 보기 어렵다.
그뿐 아니라 위 전원합의체 판결에는 채무자는 그의 채권자(채권양도인)에게 변제할 의사로 금전을 교부하였다고 할 것이고, 채권자는 이를 자신이 취득할 의사로 교부받았다고 할 것이므로(채권자가 채권양도의 통지를 하지 아니한 채 이를 수령한 것이 신의에 반한다고 하더라도),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채무의 변제로서 교부한 금전의 소유권은 채권자에게 귀속한다는 반대의견이 있었고, 재물의 소유권 귀속은 민사법에 따라야 할 것이고 형사법에서 그 이론을 달리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점 등을 근거로 위 반대의견을 지지하는 견해도 늘어나고 있다.
마) 양도인이 양수인에 대한 관계에서 그 채권에 관한 한 아무런 권한도 가지지 아니한다고 하더라도, 채권양도통지가 있기 전 채권양도 사실을 알지 못하는 채무자가 양도인에게 채무를 변제한 경우, 채무자가 양도인에 대하여 한 변제가 유효한 이상 양수인에게 귀속되었던 채권이 소멸하게 됨으로써 양수인은 손해를 입게 된다. 그러나 채권양도 통지 또는 승낙 전 채무자가 채권양도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양도인에게 채무를 변제할 위험은 채권양도계약의 구조적 특성상 충분히 발생가능하고 예측가능한 위험부담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양수인은 양도인으로부터 채권양도통지 권한을 위임받아 스스로 채권양도통지를 할 수도 있다.
2) 위와 같은 제반 사정을 종합하면, 양도인이 양수인에 대한 금전채무를 담보할 목적으로 채무자에 대한 금전채권을 양수인에게 양도한 경우에는 채권양도통지가 있기 전에 추심한 금전의 소유권이 양도인에게 있다고 보아야 한다.
3) 이러한 법리를 토대로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이 피해자 공소외 2에게 양도한 공소외 3 회사의 공소외 4 회사에 대한 금전채권은 피고인이 피해자 공소외 2로부터 사업자금 명목으로 차용한 금전의 반환채무에 대한 담보 목적으로 양도된 것인 사실이 인정되는바, 피고인이 공소외 4 회사에 채권양도통지를 하지 아니한 채 공소외 4 회사에 위 채권 일부인 11억 원의 변제를 요구하여 이를 공소외 3 회사 명의의 예금계좌로 변제받았다 하더라도 위 11억 원은 공소외 3 회사의 소유이지 피해자 공소외 2의 소유가 될 수 없으므로, 피고인이 위 피해자의 재물을 횡령하였다고 볼 수 없다.
4) 따라서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무죄를 선고하여야 하는바,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본 원심의 판단에는 담보 목적 채권양도 후 채권양도통지 전에 추심한 금전의 소유권 귀속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나아가 원심판결 파기의 범위에 관하여 보건대, 원심은 이 부분 공소사실과 나머지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보아 형법 제37조 전단에 따라 하나의 형을 선고하였으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 1에 대한 부분 전부가 파기될 수밖에 없다.
5) 다만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에 불구하고 나머지 공소사실에 관한 피고인 1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여전히 이 법원의 심판대상에 해당하므로, 항을 바꾸어 아래에서 살펴본다.
3. 피고인 1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가. 2018고합292 사건에 대하여
1) 원심의 판단
원심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그 판시 사실 및 사정(원심판결문 14쪽 이하)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2014. 3. 이후에도 계속하여 공소외 3 회사를 실제로 운영하였고, 피해자 공소외 2, 공소외 6의 수임자로서 그 임무에 위배하여 공소외 1을 앞세워 이 사건 22억 1,100만 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얻은 사실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원심이 든 근거 중 주요 부분을 축약하면 아래와 같다.
가) 피고인과 공소외 1의 관계
공소외 1은 2012년 후반 피고인을 알게 되었고, 피고인으로부터 공동주택(아파트) 시행사업을 배우기 위하여 2016년 후반까지 피고인을 회장으로 모시면서 운전기사 겸 비서직을 수행하였다.
나) 아래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2014. 3. 후에도 공소외 3 회사를 관리 또는 운영하였음이 인정된다.
(1) 피고인과 공소외 1 사이에 공소외 3 회사 양도양수에 관하여 작성된 문서가 전혀 없다. 2016. 8. 1.까지 공소외 3 회사의 사내이사로 공소외 7(피고인의 심복이다. 대표이사를 겸하였다)과 공소외 8(피고인의 아들이다)이 등기되어 있었다.
(2) 공소외 1이 2015. 10. 28. 명함제작업체에 제작을 의뢰한 피고인의 명함이나 피고인이 실제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명함에 피고인이 ‘(주)공소외 3 회사, 공소외 9 주식회사, □□호텔·스포츠클럽’의 회장으로 표시되어 있다.
(3) 피고인은 공소외 3 회사의 입출금장부(2016. 1.), 급여대장(2015. 12.분), 일일 출납일보, 목욕탕 설비공사 관련 서류(2016. 6. 15.) 등에 회장으로서 최종 결재를 하였다.
(4) 피고인은 2016. 5.경까지 공소외 3 회사의 비용으로 휴대전화를 사용하였고, 공소외 3 회사의 현금카드를 사용하였으며, 공소외 3 회사 명의로 임차한 벤츠 승용차(매월 리스료가 580만 원이 넘는다)를 타고 다녔다.
(5) 피고인은 2015. 11.경 공소외 3 회사 명의로 공소외 5 주식회사(◇◇리 ☆☆☆☆ 부지에 신축 중이던 오피스텔의 시행회사이다. 이하 ‘공소외 5 회사’라고만 한다)를 인수하였고, 2016. 4.경 공소외 3 회사 소유 ▽▽▽모텔에 공소외 5 회사를 채무자로 하는 채권최고액 42억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하였다.
(6) 피고인은 2015. 10. 23. 공소외 3 회사 명의로 공소외 4 회사에 11억 원을 대여하였고, 2016. 5. 19. 공소외 4 회사로부터 위 11억 원을 공소외 3 회사의 예금계좌로 반환받았다.
(7) 피고인은 2016. 11. 28. 및 같은 해 12. 12.경 공소외 3 회사의 명의상 대표를 맡고 있던 공소외 10에게 자신이 공소외 3 회사의 실제 사주라고 하면서 법인통장 등을 반환하라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8) 상당 기간 피고인과 만나거나 함께 일한 공소외 2, 공소외 1, 공소외 11, 공소외 10과 공소외 3 회사와 거래한 사람들(▽▽▽모텔 인테리어공사를 한 공소외 12, ◎◎펜션 토목공사를 한 공소외 13, ▽▽▽모텔 직원이었던 공소외 14와 공소외 15, ▽▽▽모텔 일부 임차인들인 공소외 16과 공소외 17 및 공소외 18, 2016. 11. 10.부터 2017. 3. 6.까지 공소외 3 회사의 대표이사로 등기되어 있었던 공소외 19 등)은 피고인이 공소외 3 회사의 실제 사주라고 진술하고 있다.
다) 피고인이 시공회사인 ◁◁건설과 직접 협상하여 이 사건 토지를 3.3㎡당 1,000만 원 이상으로 팔아주겠다기에 피고인에게 매도권한을 위임하였다는 공소외 2의 진술을 비롯하여 공소외 1, 피고인 2, 공소외 20 등의 진술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공소외 2, 공소외 6으로부터 이 사건 토지의 매도에 관한 권한을 위임받아 직접 또는 공소외 1을 통하여 이 사건 토지의 매매에 관여하였음이 인정된다.
2) 당심의 판단
피고인과 변호인은 항소이유와 같은 주장을 원심에서도 하였고, 원심은 앞에서 본 주요 근거 등을 비롯하여 원심 판시 사실 및 사정을 종합하여 그 주장을 배척하고,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과 대조하여 보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피고인이 항소이유로 주장하는 것과 같이 사실을 오인하거나 관련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이 법원이 덧붙이는 근거는 아래와 같다.
가) 피고인이 공소외 1이 자신을 무고하였다는 증거로 드는 2017. 3. 6.자 녹취록(2018고합292 사건의 증거목록 순번 35) 관련하여
(1) 위 녹취록은, 공소외 1이 피고인 2를 만나 피고인을 고소하는 데에 필요한 사실확인서를 적어달라고 부탁하면서 나눈 대화를 녹취한 것이다. 당시 피고인 2와 공소외 1이 한 아래와 같은 말들을 문언 그대로 읽으면 마치 피고인이 이 사건 배임행위에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 피고인 2: 피고인이 왜 걸릴 일이고? 느그가 잘못한 것 갖다가. 그건 니가 잘못한 걸 갖다가 왜 피고인이 걸릴 일이고? - 피고인 2: 니가 와 가지고 그래 했지. 피고인이 내한테 이래 하자고 내한테 제안한 게 아니잖아? - 공소외 1: 그게 아니고 작업을 지금, 정확하게 내가 솔직히 이야기할게요. 작업하려고 그러는 겁니다. 형님!
(2) 그러나 피고인 2는 위 대화 당시까지만 해도 피고인이 공소외 1을 앞세워 주도적으로 이 사건 배임행위를 함으로써 이 사건 토지 매매에 깊이 관련되어 있음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는 피고인 2가 “피고인 1이 (22억 1,100만 원을) 왜 가져갔는데? 피고인 1이 뭐 때문에? 이 땅이 그거라 하면서 니가 나타나갖고” (증거기록 121쪽)라고 말한 것에서도 확인이 된다.
또한 피고인 2가 ‘협상 당시 피고인과 피고인 2가 두 번 만났다’(실제로는 세 번 만난 것으로 보인다)는 공소외 1의 말에 동조하면서도 “피고인 1 하고는 무슨 큰 틀을 갖다가 어떻게 하고, 용역비 처리하고 어떻게 하고 이런 걸 내한테 얘기를 했나? 느거가 다 만들어왔지.”라고 말하는데(2018고합282 사건의 증거기록 130쪽), 이는 피고인이 피고인 2에게 직접 이 사건 22억 1,100만 원을 용역대금으로 처리해달라는 말을 한 적이 없었다는 의미로 보인다.
(3) 그리고 위 대화 당시 공소외 1이 “작업”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으나, 위 녹취록은 공소외 1이 피고인 2와의 대화를 녹음하여(피고인 2는 녹음 사실도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 공소외 2에게 이 사건 고소를 위한 자료로 준 것이라는 점(만약 이 사건이 공소외 1이 피해자 공소외 2의 고소를 이용하여 피고인을 무고하는 것이라면 위 녹취록을 증거자료로 제출하지 않았을 것이다)에다가 아래와 같은 사정을 보태어 보면, “작업”이라는 표현이 아무런 죄가 없는 피고인을 처벌받게 하겠다는 뜻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공소외 1은, 피고인이 자신의 돈은 한 푼도 들이지 않고 공소외 2의 자금 등으로 공소외 5 회사가 진행하던 ◇◇동 오피스텔 시행사업을 인수하여 성공하였음에도 공소외 2에게 약속한 수익은 물론 원금도 주지 않으려 하자, 공소외 2에게 자신도 가담하였던 이 사건 배임행위를 알렸던 것이고, 공소외 2가 피고인을 고소함에 필요한 자료를 수집하기 위하여 피고인 2에게 도움을 요청하였다. 그리고 공소외 1이 피고인 2에게 요청한 것은 이 사건 22억 1,100만 원의 실질이 용역대금이 아니라 매매대금이라는 사실확인서를 적어달라는 것이었다.
(4) 따라서 녹취록에 나타난 피고인 2나 공소외 1의 말들이 이 사건 배임행위에 피고인이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증거자료가 된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피고인이 이 사건 22억 1,100만 원을 가져갔다거나 공소외 2 측이 매도 위임을 한 것은 사실이라거나(증거기록 122쪽) 피고인이 공소외 1에게 시켰다(증거기록 131쪽)는 등의 공소외 1의 이야기는 이 사건 공소사실을 뒷받침한다.
나) 공소외 3 회사 양도양수 유무 관련하여
(1) 피고인은, 자신과 공소외 1이 공소외 3 회사 양도양수에 관한 처분문서를 작성하지 않은 것은 공소외 1의 경우 자신이 운영하다 부도난 ▽▽▽모텔을 공소외 3 회사 명의로 경락받는 것을 다른 채권자들이 알지 못하게 할 필요가 있었고, 피고인의 경우 거제시 ▷▷면 아파트 시행사업을 공소외 3 회사 명의로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나, 설득력이 없다. 당시 특별한 자금이 없었던 공소외 1이 ▽▽▽모텔을 경락받기 위하여 3억 원이나 주면서 공소외 3 회사를 양수한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2) 당시 ▽▽▽모텔의 낙찰가격을 떨어뜨려 공소외 3 회사 명의로 ▽▽▽모텔을 경락받는 작업을 주도한 사람은 공소외 21로, 피고인의 지인이다. 법원감정가격이 75억 9,200만 원 상당이었던 ▽▽▽모텔은 31억 900만 원 상당에 낙찰되었다(증거기록 2,226쪽).
(3) ▽▽▽모텔을 경락받는 데에 필요한 자금은 공소외 3 회사가 공소외 22협동조합으로부터 받은 대출금(28억 원)으로 마련되었는데, 공소외 3 회사는 2014. 11. 5. 공소외 23협동조합으로부터 38억 원을 대출받아 이를 변제하였다(남은 자금은 ▽▽▽모텔 리모델링 비용으로 사용되었다). 피고인과 공소외 7이 위 38억 원 대출에 관하여 공소외 3 회사의 연대보증인이 되었는데, 이는 피고인이 공소외 3 회사의 실제 사주임을 뒷받침한다.
위 38억 원을 대출받은 곳이 공소외 1이 고향인 거제시 소재 금융기관이라는 점이 공소외 3 회사의 실제 사주가 피고인이 아니라 공소외 1이라는 유력한 정황이 될 수 없다.
(4) ▽▽▽모텔은 공소외 3 회사가 경락받은 후 리모델링을 거쳐 □□호텔로 되었다. 피고인이 자신을 ‘□□호텔·스포츠클럽’의 회장으로 표시한 명함을 사용하였음은 앞에서 본 바와 같다.
다) 22억 1,100만 원의 사용처와 관련하여
이 사건 22억 1,100만 원은 공소외 3 회사의 예금계좌로 입금된 후, 골프회원권 매수비용으로 1,870만 원, 벤츠 승용차 리스비용으로 7,550만 원이 각각 사용되고, 피고인 2에게 7,000만 원이, 공소외 20에게 5억 7,200만 원(그중 1억 2,800만 원이 피고인 2에게 다시 송금됨)이 각각 송금되었으며, 현금 7억 8,000만 원이 공소외 3 회사 금고에 보관되었고, 그 외 ◎◎펜션 신축공사비용 등으로 사용되었다.
(1) 위 골프회원권은 피고인이 주로 이용하였고, 벤츠 승용차는 피고인이 사용하였다. 피고인은 위 골프회원권은 공소외 1이 주로 사용하였고, 벤츠 승용차 리스비용은 자신이 공소외 3 회사에 예치하였었다고 주장하나, 증거기록 2,203쪽 이하 사진들에 의하면 피고인이나 피고인의 처가 위 골프회원권을 이용하였고, 공소외 1은 그 이용을 위하여 예약을 해주었던 사실이 인정되고, 피고인이 벤츠 승용차 리스비용을 예치하였다는 자료가 없다.
(2) 그리고 위 현금 7억 8,000만 원은, 공소외 3 회사가 공소외 24 주식회사에 용역대금으로 지급하는 것처럼 가장하여 8억 5,800만 원을 송금하였다가 일정 비용을 떼고 현금으로 인출한 것이다.
피고인은 공소외 1이 위 현금을 사용하였다고 주장하나, 원심이 설시한 것과 같이 현금화에 관여한 공소외 1, 공소외 10이 위 7억 8,000만 원은 피고인의 지시 아래 만든 비자금이라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는 점, 피고인의 측근이었던 공소외 11도 피고인이 공소외 5 회사로부터 ◇◇리 오피스텔 시행사업을 양수할 때 자금력을 보여주기 위하여 금고에 들어 있는 현금 사진을 찍어 공소외 5 회사 측에 보여주었다고 진술한 점, 공소외 24 주식회사의 실제 운영자였던 공소외 25 또한 이 사건 수사기관이나 자신에 대한 조세범 처벌법 위반 사건의 수사기관에서 피고인의 지시로 위 7억 8,000만 원을 현금화해 주었다고 진술한 점 등을 종합하면, 위 7억 8,000만 원 역시 피고인이 현금화하여 비자금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공소외 1은 위 7억 8,000만 원 관련하여 경찰에서, 자신의 후배 공소외 26이 산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은 로렉스 시계를 팔려고 하여 이를 피고인에게 말하였더니, 피고인이 위 시계를 직접 본 후 금고에서 800만 원을 꺼내 매수한 사실도 있다고 진술하기도 하였다(증거기록 2,742쪽).
(3) ◎◎펜션 부지는 공소외 1이 2012. 9. 4. 동생 공소외 27 명의로 매입하여 건축허가를 받았다. 공소외 1은 경찰에서 ‘안동시 숙소에서 피고인에게 ◎◎펜션 부지가 있다고 말하였더니, 피고인이 사업부지 및 매입금액을 확인한 후 토목공사를 하여 택지로 매각하자고 제안하였다. 피고인이 안동시 아파트 시행사업을 담당하고 있던 공소외 21을 시켜 토목공사업자 공소외 13을 안동시로 불러 토목공사를 맡겼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이 탄생되면서 모든 공사대금이 공소외 3 회사에서 지급되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펜션은 건축주가 공소외 27에서 공소외 9 주식회사로 변경되어 위 회사 명의로 소유권보존등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이 자신을 ‘공소외 9 주식회사’의 회장으로 표시한 명함을 사용하였음은 앞에서 본 바와 같다.
나. 2019고합182 사건 중 공갈미수 부분에 대하여
1) 이 부분 주장은, 피고인이 피해자(공소외 2)를 해당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협박하여 면하려고 한 채무가 피고인이 공소외 4 회사로부터 변제받은 11억 원을 피해자에게 반환할 채무임을 전제로, 피해자가 위 변제에 동의한 이상 피고인의 피해자에 대한 위 11억 원의 반환채무가 없으므로 공갈미수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2) 먼저 피고인이 공소외 4 회사로부터 11억 원을 변제받는 데에 피해자가 동의하였는지에 관하여 본다.
가) 원심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그 판시 사실 및 사정(원심판결문 26쪽)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피해자 공소외 2에게 담보로 제공하였던 공소외 4 회사에 대한 대여금 채권 11억 원을 임의로 변제받아 사용한 사실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원심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부분에 관하여 든 근거의 요지는 아래와 같다.
(1)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돈을 빌리면서 담보로 피해자에게 공소외 3 회사의 공소외 4 회사에 대한 22억 원(원금 11억 원, 이자 또는 손해배상금 11억 원)의 금전채권을 양도하였으나, 공소외 4 회사에 채권양도통지를 하지 않은 채 공소외 4 회사로부터 11억 원을 변제받아 사용하였다.
(2) 피고인은 채권양도 관련 서류가 피해자가 제3자로부터 돈을 빌리는 데 필요하다고 하여 보여주기 위하여 작성된 것일 뿐이고, 공소외 4 회사로부터 11억 원을 변제받아 사용하는 데에 피해자가 동의하였다고 주장하나, 증거가 없다.
(3) 피해자는 수사기관과 원심법정에서 ‘피고인이 공소외 4 회사로부터 11억 원을 변제받아 사용하는 것을 전혀 알지 못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이는 피해자가 2016. 10.경 공소외 3 회사와 공소외 4 회사에 보낸 내용증명들에 부합한다.
나) 피고인은, 자신이 피해자로부터 동의를 받고 공소외 4 회사로부터 11억 원을 변제받아 사용하였다는 근거(항소이유서 4쪽 이하 등)로, ① 당시 피고인과 피해자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던 점, ② 피고인과 피해자가 경제적 운명을 같이한 ◇◇리 오피스텔 시행사업의 부지 매매잔금 마련을 위한 자금압박이 심했고, 공소외 4 회사로부터 변제받은 11억 원이 실제로 위 잔금의 지급에 사용된 점, ③ 공소외 11 작성의 2016. 6. 27.자 엑셀파일에 위 11억 원이 피해자에게 상환되어야 할 돈이라는 취지로 기재되어 있는 점, ④ 공소외 5 회사가 PF대출을 받아 피해자에게 22억 원을 변제한 점, ⑤ 피해자가 피고인으로부터 피해자의 동의를 받고 위 11억 원을 변제받아 사용하였다는 내용의 내용증명을 받고도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던 점, ⑥ 피해자가 2017. 3. 13. 최초 고소 당시 이 사건에 관하여는 주장하지 않았다가 2018. 8. 22.에서야 이 사건을 고소한 점 등을 들고 있다.
그러나 원심이 든 위 근거에다가 원심과 당심이 적법하게 조사하여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실 및 사정을 보태어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담보로 제공하였던 공소외 4 회사에 대한 대여금 채권 11억 원을 임의로 변제받아 사용함에 있어 피해자의 동의가 없었던 것으로 인정된다.
(1) 피고인이 공소외 4 회사로부터 위 11억 원을 변제받은 2016. 5. 19. 당시만 하더라도 피고인과 피해자의 내연관계가 유지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피고인과 피해자가 그러한 관계에 있었다는 사정은 피고인 주장의 동의가 있었다는 유인이나 정황만 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피고인이 피해자의 동의 없이 11억 원을 변제받아 사용하였을 정황도 될 수 있다.
(2) 피고인이 11억 원을 변제받은 것은 2016. 5. 19.로 ◇◇리 오피스텔 시행사업 부지 잔금지급기일인 2016. 7. 29.의 두 달 남짓 전이다.
위 11억 원은 2016. 5. 19. 공소외 4 회사에서 공소외 3 회사로 입금된 직후 공소외 5 회사로 이체되었다가(증거기록 243쪽, 248쪽), 위 11억 원에 공소외 5 회사 예금계좌에 있던 돈을 더한 20억 원이 2016. 7. 12. 공소외 3 회사로 이체되었다(증거기록 255쪽). 위 20억 원 중 5억 5,000만 원이 공소외 7 예금계좌로 이체된 후 피해자에 대한 채무변제에 사용되고, 나머지 14억 5,000만 원은 2016. 7. 22. 공소외 3 회사의 다른 예금계좌로 이체되었다(증거기록 244쪽).
한편 ◇◇리 오피스텔 시행사업 부지 잔금은 2016. 7. 29. 공소외 5 회사의 예금계좌(2016. 7. 28. 개설된 것이다)로, 피해자가 송금한 10억 원, 공소외 6이 송금한 3억 5,000만 원, 공소외 5 회사가 송금한 2억 7,515만 원, 공소외 28이 송금한 1억 5,000만 원, 공소외 29가 송금한 1억 5,000만 원, 대출계좌에서 송금한 67억 원 등 합계 86억 원으로 지급되었다(증거기록 257쪽).
따라서 피고인이 ◇◇리 오피스텔 시행사업 부지 매매잔금 마련을 위한 자금압박이 심하여 공소외 4 회사로부터 위 11억 원을 변제받아 부지 잔금으로 사용하였다는 주장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3) 피고인의 지시로 ◇◇리 오피스텔 시행사업을 담당하던 공소외 11이 작성한 ‘공소외 2 차입금 입금현황’ 엑셀파일(공판기록 2,251쪽)에 2016. 5. 19.자 11억 원 관련하여 “공소외 2→공소외 3 회사”라고 기재되어 있다.
엑셀파일 제목에 비추어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위 기재는 피해자(공소외 2)가 2016. 5. 19. 공소외 3 회사에 11억 원을 대여하였다는 취지로는 보인다(공소외 11은 원심에서 저렇게 기재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묻는 피고인의 변호인 질문에 잘못 작성되었다거나 착각을 한 것 같다는 등으로 진술하였다).
그러나 피해자가 전혀 관여하지 않은 위 기재가 피고인이 공소외 4 회사로부터 11억 원을 변제받았음을 넘어 피해자가 거기에 동의하였다고까지 볼 유력한 증거가 되는지 의문이다. 11억 원은 피해자가 2015. 9. 10. 피고인의 부탁으로 공소외 7의 예금계좌로 이체하여 빌려준 15억 7,500만 원의 일부인바, 피고인이 2016. 5. 19. 공소외 4 회사로부터 11억 원을 변제받았다 하더라도 2016. 5. 19. 현재 피해자의 11억 원 대여금 채권은 여전히 존재하는 것이고, 이는 피고인이 공소외 4 회사로부터 변제를 받는 데에 피해자의 동의가 있었는지 여부와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위 엑셀파일은 피해자로부터의 차입금 현황을 나타내기 위하여 작성된 것으로, 공소외 11은 2016. 5. 19. 현재 차입금 현황을 위와 같이 판단하여 기재하였을 수 있다.
(4) 피해자는 2019고합182 사건을 늦게 고소한 이유에 대하여 원심에서 피고인이 보낸 내용증명 자체가 너무 두려웠고, 피고인이 2018고합292 사건에 관하여 계속하여 혐의를 부인하면서 공소외 1에게 책임을 전가하기에 너무 괘씸해서 추가로 고소하게 되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2019고합182 사건의 경우 피고인과 피해자가 내연관계인지 여부에 관한 조사도 수반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피해자의 위와 같은 해명에 설득력이 없다고 할 수 없다.
(5) 피고인은, 공소외 5 회사가 PF대출을 받아 피해자에게 22억 원을 변제하였다는 점을 근거로 드나, 피해자가 ◇◇리 오피스텔 시행사업을 위하여 대여한 금액이 위 15억 7,500만 원을 포함하여 62억 원 상당이다. 위 22억 원이 변제되었다 하더라도 아직 십수억 원 상당이 변제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3) 그리고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이 해당 공소사실 기재 내용증명들을 보내어 면하려고 한 채무가 위 11억 원의 반환채무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리 오피스텔 시행사업과 관련된 피고인의 피해자에 대한 제반 채무였던 것으로 인정된다. 설령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위 11억 원 자체를 반환하여야 할 채무는 없다 하더라도, 피고인이 피해자의 동의 없이 위 11억 원을 추심하여 피해자의 담보권이 상실되게 한 결과 그에 대한 민사상의 손해배상채무를 부담하게 되고, 위 11억 원 추심에 대한 피해자의 동의 유무와 관계없이 피해자에게 채권양도로 담보하였던 차용금채무를 부담하며,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위 내용증명들을 보냄으로써 면하려고 한 채무에는 위와 같은 손해배상채무 내지 차용금채무도 포함되어 있음이 인정된다.
4)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다. 2019고합319 사건에 대하여
피고인과 변호인은 항소이유와 같은 주장을 원심에서도 하였고, 원심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그 판시 사실 및 사정(원심판결문 25쪽)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공소외 3 회사의 실제 운영자로서 원심 범죄일람표 기재 허위세금계산서들을 수취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과 대조하여 보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항소이유 주장과 같이 사실을 오인하거나 관련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4. 검사의 사실오인 주장에 대한 판단
가. 원심의 판단
피고인이 피고인 1, 공소외 1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범행에 공동정범으로 가담하였다는 이 부분 공소사실(2019고합490)에 대하여, 원심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실 및 사정(원심판결문 35쪽 이하)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피고인 1, 공소외 1의 배임행위를 알고 이에 적극 가담하였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원심이 든 사실 및 사정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1) 피고인은 경찰에서 원심에 이르기까지 ‘이 사건 토지 매매를 위한 협상 초기에 공소외 1로부터 자신이 ▷▷면 모텔 매매 관련하여 공소외 2로부터 받을 돈이 있다고 하면서 이 사건 토지 매매대금 일부를 별도로 지급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라는 취지로 일관되게 진술하였다.
2) 공소외 1이 피고인에게 위 협상 때 제시한 위임장에 ‘이 사건 토지를 주식회사 공소외 30 주식회사에 매매하는 것과 관련하여, ▷▷면 모텔에 대한 모든 권리를 공소외 2에게 양도하는 것으로 하고, 자금수령 권한을 포함한 모든 권리를 수임자(공소외 1)에게 위임한다’는 취지로 기재되어 있다.
3) 피고인은 공소외 20과 함께 공소외 2를 만난 자리에서 공소외 1의 1)항 기재와 같은 말을 전하면서 공소외 1에게 매도권한을 위임하였는지 물었고, 공소외 2가 위임 내용을 구체적으로 확인해준 것은 아니지만, 공소외 1에게 위임한 것이 맞다는 취지로 답변하였다.
4) 공소외 1은 원심에서 ‘공소외 3 회사 예금계좌로 용역비를 모두 받은 후 피고인에게 전화하여 “형님 덕분에 토지주와 저의 문제가 해결되었다. 경비도 없을 텐데 경비에 보태 쓰라.”라고 했는데, 피고인이 괜찮다고 하였다’고 증언하였다.
그리고 공소외 1은 피고인에게 돈을 준 경위에 관하여 ‘피고인 1이 피고인에게 돈을 주어야 다음에 문제가 생기면 피고인 2가 땅값으로 얼마를 주었다고 소문을 안 낸다. 입을 틀어막기 위해서라도 억지로라도 주어라’고 하여 주게 되었다고 증언하였다.
5) 피고인과 피고인 1, 공소외 1이 위 22억 1,100만 원을 나누어 갖기로 공모하거나 약정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 피고인이 결국 약 2억 원을 받기는 하였으나, 피고인 1의 지시를 받은 공소외 1이 적극적으로 돈을 제공하였고, 피고인은 처음에 이를 거절하였다.
나. 당심의 판단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과 대조하여 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사실오인의 잘못이 없다. 검사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이 법원이 덧붙일 근거는 아래와 같다.
1) 위 2017. 3. 6.자 녹취록은 공소외 1이 피고인을 만나 피고인 1을 고소하는 데에 필요한 사실확인서를 적어달라고 부탁하면서 녹취한 것으로 피고인도 녹음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
위 녹취록에 의하면 피고인이 공소외 1에게 피고인 1이 22억 1,100만 원을 왜 가져갔냐며 묻거나(녹취록 9쪽) 공소외 20과 고소에 관하여 상의를 한 적이 있느냐고 묻기도(녹취록 11쪽) 하는데, 이는 피고인과 피고인 1, 공소외 1, 공소외 20 사이에 공모관계가 없었음을 시사한다.
2) 이 사건 22억 1,100만 원 가운데 피고인에게 귀속된 돈은 2015. 9. 9.자 7,000만 원, 2015. 9. 11.자 3,000만 원, 2015. 9. 15.자 9,800만 원 합계 1억 9,800만 원으로 상당히 많기는 하다.
그러나 아래에서 보는 위 각 돈들이 지급된 경위 등을 고려하면 위 돈들이 범행가담에 대한 대가로 주어진 것으로 보기 어렵다.
가) 피고인은 2018. 6. 25. 경찰에서 위 7,000만 원을 지급받은 경위에 관하여 공소외 1이 공소외 2로부터 받을 ▷▷면 모텔 매매잔금을 해결해주어 고맙다면서 준 것이고, 회사거래행위로 인한 것이 아니어서 회사 예금계좌로 받을 수 없어 세금 30%를 공제한 7,000만 원을 처 공소외 31의 예금계좌로 받았다고 진술하였다. 피고인에게 돈을 보내게 된 경위에 관한 공소외 1의 진술(공판기록 402쪽 등)이나 공소외 1이 협상 당시 제시하였던 위 위임장 내용에 부합된다.
나) 위 3,000만 원은 공소외 20이 2015. 9. 11. 피고인 1 측으로부터 받은 2억 원의 일부로, 공소외 20은 피고인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로 피고인이 운영하는 공소외 32 주식회사에 빌려주는 형식으로 준 것이다(공판기록 431쪽).
공소외 20은 경찰과 원심에서 당초 자신도 피고인과 공소외 1(또는 공소외 2 측) 사이에 중개를 시도한 것이 있었고, 공소외 1이 자신에게 물러나 있으면 나중에 수고비를 챙겨주겠다고 하여 나름 기대는 하고 있었으나, 2015. 9. 11. 2억 원이라는 거금이 입금되어 놀라 고마운 마음에 위 3,000만 원을 주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위 3,000만 원은 공소외 20이 고마움의 표시로 피고인에게 준 것이라는 점은 피고인과 공소외 20 사이에 공모관계가 없음을 추단케 함과 동시에 피고인과 피고인 1 측과의 공모관계도 없다는 정황이 될 수 있다.
한편 위 2017. 3. 6.자 녹취 당시 피고인이 공소외 1에게 피고인 1을 배임행위로 고소하는 것에 관하여 공소외 20과 상의했는지를 묻자, 공소외 1은 공소외 20은 모른다고 대답하고 있는데(녹취록 11쪽), 이 또한 마찬가지이다.
다) 위 9,800만 원은 2015. 9. 15. 공소외 20에게 송금된 3억 7,000만 원에서 피고인에게 송금된 것이다. 공소외 20은 공소외 1이 위 3억 7,000만 원 중 1억 원은 피고인에게 송금하라고 해서 4,900만 원씩 두 차례로 나누어 합계 9,800만 원을 송금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는바, 피고인 1 측은 당초 피고인에게 2억 원을 지급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피고인은 위 7,000만 원을 송금받은 다음 날인 2015. 9. 10. 공소외 1에게 “♤야 고맙다. 나머지는 공소외 20한테로 다 넣어줘라. 형이 꼭 신세 갚으마. ♡♡동 자료 좀 보내주고”라는 문자메시지를 전송하였고, 공소외 20이 2019. 9. 15. 위와 같은 경위로 피고인에게 9,800만 원을 송금하였다.
검사는, 피고인이 “나머지”라는 표현을 사용하였다는 것은 사전에 피고인에게 배분될 금액이 정해져 있었음을 전제로 하므로 공모관계의 중요한 증거라고 주장한다(항소이유서 4쪽). 그러나 아래 사실 및 사정을 종합하면 위 문자메시지는 오히려 피고인은 자신이 받은 돈을 범행가담에 대한 대가가 아니라 공소외 1이 지급한 사례금으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보인다.
(1) 당초 피고인 1 측은 피고인에게 2억 원을 줄 계획이었는바, 공소외 1은 위 7,000만 원을 송금한 2015. 9. 9. 피고인에게 2억 원을 송금하겠다고 말하였을 것인데, 피고인이 7,000만 원만 달라고 하면서 자신에게 줄 나머지는 공소외 20에게 주라는 취지로 위 문자메시지를 보내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2) 피고인은, 공소외 1이 공소외 1과 공소외 2를 중개한 공소외 20에게도 사례를 하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피고인은 경찰에서 ‘나머지 돈’의 의미에 대한 질문에 ‘공소외 1이 원하는 대로 매매대금(3.3㎡당 800만 원)을 지급하였고, 공소외 20이 기여한 부분이 있으니, 공소외 1도 공소외 20에게 신세를 갚아야 한다고 생각하였다’고 대답하였다.
(3) 피고인은 위 문자메시지를 보낼 때까지만 하더라도 피고인 1 측이 공소외 20에게 수고비로 4억 7,000만 원이라는 거액을 주리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하였다.
(4) 피고인이 전송한 문자메시지는 ‘나머지는 공소외 20에게(공소외 20 예금계좌로) 다 넣어라(송금해라)’가 아니라 ‘나머지는 공소외 20에게 다 넣어주어라’인데, (자신에게 주겠다고 한 2억 원에서 자신이 받은 1억 원을 뺀) 나머지 돈은 공소외 20에게 주라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3) 피고인은 친구 공소외 33과 동업하여 공소외 30 주식회사를 통하여 이 사건 토지 일원에서 아파트 시행사업을 하였고, 이 사건 토지는 위 회사가 사들여야 하는 토지들 중 마지막까지 남은 것이다. 매수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 피고인은 마지막까지 3.3㎡당 600만 원에 매수하겠다고 하였으나 800만 원에 매수할 수밖에 없었고, 최종적으로 위 가격에라도 매수한 것이 다행이라고 판단하였던 것으로 보인다(수차례 아파트 시행사업을 한 경험이 있어 시행회사의 약점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피고인 1 측과의 협상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이 사건 토지 매매 협상 당시 2015. 10. 30.까지 거제시로부터 분양승인을 받아야 할 뿐만 아니라 PF대출을 신청한 상태이었기 때문에 2015. 9. 8.까지 아파트부지가 될 토지들 전부를 매수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상황에서 결정된 3.3㎡당 800만 원이라는 매수가격이 피고인과 피고인 1 측의 공모나 담합이 없으면 불가능한 금액이라고 볼 자료도 없다. 피고인이 공소외 1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중 “형이 꼭 신세 갚으마.”라는 부분은 당시 피고인의 입장에서 볼 때 비싸더라도 토지를 매수하여 시행사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한 것에 대한 솔직한 감정표현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5. 결론
원심판결 중 피고인 1 부분에는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으므로 피고인 1과 검사의 각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에 따라 원심판결 중 피고인 1 부분을 파기하고, 다시 변론을 거쳐 아래와 같이 판결한다.
그리고 검사의 피고인 피고인 2에 대한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이유: 피고인 1 부분에 대하여]
범죄사실 및 증거의 요지
이 법원이 인정하는 범죄사실과 이에 대한 증거의 요지는 원심판결의 범죄사실 중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부분’을 삭제하는 것 외에는 원심판결의 해당란 기재와 같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9조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각 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16. 1. 6. 법률 제1371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 제1항 제2호, 형법 제355조 제2항, 제30조(피해자 공소외 2, 공소외 6에 대한 각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 배임의 점), 형법 제352조, 제350조 제1항(공갈미수의 점, 징역형 선택), 각 구 조세범 처벌법(2018. 12. 31. 법률 제1610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0조 제3항 제1호, 형법 제30조(허위세금계산서 수취의 점, 징역형 선택)
1. 상상적 경합
형법 제40조, 제50조[피해자 공소외 2, 공소외 6에 대한 각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죄 상호 간]
1. 경합범가중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제50조[형 및 범정이 가장 무거운 피해자 공소외 2에 대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죄에 정한 형에 경합범 가중]
양형의 이유
1.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 징역 3년~43년
2.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
가. 제1범죄[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유형의 결정]
횡령·배임범죄 > 01. 횡령·배임 > [제3유형]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
[권고영역 및 권고형의 범위]
기본영역, 징역 2년~5년
나. 제2범죄(조세범 처벌법 위반)
[유형의 결정]
조세범죄 > 03. 일반 허위세금계산서 수수 등 > [제1유형] 30억 원 미만
[권고영역 및 권고형의 범위]
기본영역, 징역 6월~1년
다. 다수범죄 처리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 징역 2년~5년 6월(제1범죄 상한 + 제2범죄 상한의 1/2)
라. 처단형에 따라 수정된 권고형의 범위: 징역 3년~5년 6월(양형기준에서 권고하는 형량범위가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와 불일치하는 경우이므로 법률상 처단형의 하한에 따름)
3. 선고형의 결정
○ 불리한 정상
- 피고인은 피해자 공소외 2, 공소외 6의 수임자로서 이 사건 토지의 매도대금 55억 6,100만 원 전부를 피해자들에게 지급하여야 함에도 매도가격을 속여 위 금액보다 훨씬 적은 32억 5000만 원만 지급하고 22억 1,100만 원을 가로채었다. 피해금액이 22억 1,100만 원으로 일반인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거액일 뿐만 아니라, 배임행위를 위하여 기망수단까지 동원하였다는 점에서, 또한 피해자 공소외 2와의 내연관계를 이용하였다는 점에서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 피고인은 위 범행 후 그로 인한 수익을 은닉(정당한 영업이익으로 가장)하고 비자금을 조성하기 위하여 합계 9억 원이 넘는 7장의 허위세금계산서를 수취하였다.
- 그뿐 아니라 피해자 공소외 2 사이에 분쟁이 발생하자 내연관계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하여 위 피해자로 하여금 대여금 반환청구를 단념시키려다 미수에 그치기도 하였다. 내연관계의 폭로는 위 피해자에게 가정파탄 등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부분 죄질 또한 상당히 불량하다.
- 피고인은 수사 개시 이래 당심에 이르기까지 자신은 위 범행들에 관여한 사실이 없고, 공소외 1이 저지른 것이라는 등으로 범행을 극구 부인하면서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다. 원심에서 많은 사람들이 증인으로 출석하여 진술을 하여야 하였다.
- 피고인은 피해자 공소외 2의 도움으로 60억 원이 넘는 자금을 차용하여 ◇◇리 오피스텔 시행사업을 하여 막대한 수익을 올린 것으로 보임에도 피해회복을 위하여 전혀 노력하지 않고 있다. 위 피해자는 수사 개시 이래 당심에 이르기까지 줄기차게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진정하고 있다.
- 수사기관은 피고인이 뇌출혈로 치료 중임을 고려하여 구속영장의 집행을 하지 않는 배려를 하였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입원 중 도망하였다. 이 또한 범행 후 정황으로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을 수 없다.
○ 유리한 정상
- 피고인이 배임행위로 가로챈 22억 1,100만 원 상당의 이익은 이 사건 토지 일원에 아파트 시행사업이 진행되고 있었다는 특수한 사정 아래에서 피고인과 공소외 1이 시행회사 측인 피고인 2를 최대한 압박함으로써 생긴 수익인 데다가, 위 토지의 매매가격이 3.3㎡당 800만 원으로 결정된 데에 피고인이 어느 정도 기여한 것으로 볼 수 있다(당시 다른 토지의 최고 매매가격이 3.3㎡당 400만 원 내지 500만 원 정도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 피고인에게 동종 범행전력이 없고, 최근 10년 이내에 범죄전력이 없다.
○ 위와 같은 사정을 비롯하여 피고인의 연령, 성행, 건강상태, 환경, 범행의 동기와 경위,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조건들을 종합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무죄 부분
1. 공소사실
위 제2의 가.항 기재와 같다.
2. 판단
위 공소사실은 위 제2의 나.항에서 본 바와 같이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되, 피고인 1이 무죄판결공시 취지의 선고에 동의하지 아니하므로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무죄판결공시의 취지를 선고하지는 않는다.
판사 오현규(재판장) 박운삼 최희영 | 형법 제355조 제1항, 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17. 12. 19. 법률 제1525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 제1항 제2호, 형사소송법 제325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1 외 1인
【항 소 인】
피고인 1 및 검사
【검 사】
문민영 외 4인
【변 호 인】
법무법인 해인 외 2인
【원심판결】
부산지법 2020. 1. 10. 선고 2018고합292, 490, 2019고합182, 319 판결
【주 문】
[파기 부분]
원심판결 중 피고인 1 부분을 파기한다.
피고인 1을 징역 5년에 처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고인 1에 대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의 점은 무죄.
[기각 부분]
검사의 피고인 피고인 2에 대한 항소를 기각한다.
【이 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1
1)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가) 2018고합292 사건 -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거제시 (주소 생략) 외 2필지 2,215㎡(이하 ‘이 사건 토지’라 한다)의 매매대금 중 22억 1,100만 원(이하 ‘이 사건 22억 1,100만 원’이라 한다)을 용역대금 형식으로 빼돌려 사용한 사람은 공소외 1(또는 공소외 1 및 피고인 2)이다.
즉 피고인은 공소외 2 측으로부터 이 사건 토지의 매매에 관한 위임을 받은 적도 없고, 공소외 1 측과 공모한 사실도 없다. 그리고 피고인은 2014. 3.경 공소외 1에게 공소외 3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3 회사’라고만 한다)를 양도하였는바, 공소외 3 회사로 2015. 8.~9.에 입금된 위 22억 1,100만 원 또한 공소외 1이 사용하였다.
나) 2019고합182 사건 -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공갈미수
공소외 2는 피고인이 공소외 4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4 회사’라고만 한다)로부터 11억 원을 변제받아 사용하는 데에 동의하였다. 따라서 피고인이 위와 같이 11억 원을 변제받아 사용한 것은 횡령이 될 수 없다.
그리고 피고인이 공소외 4 회사로부터 11억 원을 변제받아 사용함에 동의한 공소외 2는 피고인에게 위 11억 원의 반환을 요구할 권리(즉 피고인이 공소외 2에게 위 11억 원을 반환해야 할 채무)가 없으므로, 피고인이 공소외 2에게 공소장 기재 내용증명들을 보낸 것은 공갈에 해당하지 않는다.
다) 2019고합319 사건 - 조세범 처벌법 위반
피고인은 가)항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22억 1,100만 원의 취득·사용에 관여한 사실이 없는바, 위 22억 1,100만 원을 취득·사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공소장 기재 허위세금계산서들의 수취 또한 피고인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2) 양형부당
원심의 선고형(징역 5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검사
1) 사실오인 - 피고인 피고인 2에 대한 무죄 부분
피고인 1이 이 사건 토지 매매를 협상하기 위하여 피고인을 만났을 때 피고인에게 ‘피고인도 차를 벤츠로 바꿔야 하지 않느냐?’라는 등으로 말한 점, 실제로 피고인이 이 사건 22억 1,100만 원 가운데 1억 9,800만 원을 받아 사용한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피고인 1, 공소외 1의 배임행위에 적극 가담하였음이 인정된다.
따라서 피고인 또한 피고인 1, 공소외 1과의 공범으로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죄의 죄책을 면할 수 없는바,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의 판단에는 사실오인의 잘못이 있다.
2) 양형부당 - 피고인 1에 대하여
원심의 선고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직권판단 - 피고인 1 부분에 대하여
피고인 1과 검사의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에 앞서 피고인 1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부분에 관하여 직권으로 본다.
가. 공소사실
피고인은 2015. 8.경부터 같은 해 9월경까지 피해자 공소외 2로부터 수회에 걸쳐 합계 17억 5,000만 원 상당을 사업자금 명목으로 차용하고, 2015. 10. 말경 거제시 ○○○에 있는 ‘△△△’ 커피숍에서, 피해자에게 위 채무에 대한 담보로 공소외 3 회사의 공소외 4 회사에 대한 22억 원 상당의 대여금 채권을 양도하였음에도 제3채무자인 공소외 4 회사에 채권양도통지를 하지 아니한 채 2016. 4.경 공소외 4 회사에 위 채권 일부인 11억 원의 변제를 요구하여 2016. 5. 19. 공소외 4 회사로부터 공소외 3 회사 명의 계좌로 11억 원을 송금받아 이를 피해자를 위하여 보관하던 중 그 무렵 피고인이 운영하는 공소외 5 주식회사의 사업자금 등으로 사용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의 재물을 횡령하였다.
나. 판단
1) 횡령죄는 타인 소유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하는 때에 성립하므로 횡령죄의 객체인 재물은 ‘타인의 소유’이어야 한다. 따라서 양도인이 양수인에 대한 금전채무를 담보할 목적으로 채무자에 대한 금전채권을 양수인에게 양도하였다가 채권양도통지 전에 추심한 금전의 소유권이 양도인과 양수인 중 누구에게 귀속하는지 본다.
가) 채권의 담보 목적으로 재산권을 채권자에게 이전한 경우에 그것이 어떤 형태의 담보계약인지는 개개의 사건마다 구체적으로 당사자의 의사에 의하여 확정하여야 할 문제이나, 다른 특약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에 정산절차를 요하는 약한 의미의 양도담보로 추정되고(대법원 1999. 12. 10. 선고 99다14433 판결 등 참조), 채권의 담보 목적으로 양도된 재산에 관한 담보권의 실행은 다른 약정이 없는 한 처분정산이나 귀속정산 중 채권자가 선택하는 방법에 의할 수 있는바, 그 재산에 관한 담보권이 귀속정산의 방법으로 실행되어 채권자에게 확정적으로 이전되기 위해서는 채권자가 이를 적정한 가격으로 평가한 후 그 가액으로 피담보채권의 원리금에 충당하고 그 잔액을 반환하거나, 평가액이 피담보채권액에 미달하는 경우에는 채무자에게 그와 같은 내용의 통지를 하는 등 정산절차를 마쳐야 한다(대법원 2001. 8. 24. 선고 2000다15661 판결 등 참조).
대법원은 비록 동산 양도담보 사안이긴 하지만, 채무자가 채무이행을 담보하기 위하여 동산에 관한 양도담보계약을 체결하고 점유개정의 방법으로 여전히 그 동산을 점유하고 있는 경우라도, 위 양도담보계약의 내용이 차용금의 담보를 위하여 매매의 형식을 빌렸을 뿐이고 그 실질은 차용금의 담보와 담보권실행 시의 정산절차를 그 주된 내용으로 하는 것이라면 별단의 사정이 없는 한 그 소유권은 채무자에게 유보되어 있고 채권자에게는 그 채무불이행 시의 목적물에 대한 담보권 및 환가권만이 귀속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채무자는 자기의 물건을 보관하고 있는 셈이 되어 횡령죄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1980. 11. 11. 선고 80도2097 판결, 대법원 2009. 2. 12. 선고 2008도10971 판결 등 참조).
나) 담보제도의 기본원리는 채무자의 재산권을 담보로 잡음으로써 채무자의 채무이행을 심리적으로 강제하는 한편 채무자의 채무이행이 없을 경우에 담보물을 환가하여 그 대가를 채권자, 즉 담보권자에게 귀속시키거나 담보물 자체를 채권자에게 귀속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채무자의 채무이행이 없기 전에 담보물을 환가하여 그 대가를 담보권자에게 귀속시키거나 담보물 자체가 채권자에게 귀속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이러한 원리를 담보 목적의 채권양도에 적용하면, 양수인이 양도인에 대한 금전채권의 담보를 위하여 양도인의 채무자에 대한 채권을 양수하였다 하더라도 담보권이 실행되기 전까지, 즉 양도인의 양수인에 대한 금전채권의 불이행이 있기 전까지는 담보목적물인 위 채권을 환가하여 그 대가를 양수인이 가지거나 위 채권 자체를 양수인이 가질 수는 없게 된다. 그렇다면 담보권이 적법하게 실행되기 전에는 양도인이 채무자로부터 추심한, 담보목적물의 급부인 금전의 소유권 또한 양도인에게 있다고 보아야 한다.
다) 양수인의 양도인에 대한 금전채권의 이행기가 양도인의 제3채무자에 대한 금전채권의 이행기보다 늦은 경우를 상정해 보자. 이 경우 양도인으로 하여금 양도인이 제3채무자로부터 추심한 금전을 양수인에게 전달하게 하는 것은 양도인이 가진 기한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이 되어 부당하다. 양도인이 제3채무자로부터 추심한 금전의 소유권은 양도인에게 귀속된다고 보는 것이 간명하고, 양도인은 양수인과의 명시적·묵시적 약정에 따라 다른 담보를 제공하거나 민사상 채무불이행책임을 부담하면 된다.
라) 원심이 인용한 대법원 1999. 4. 15. 선고 97도666 전원합의체 판결은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한 금전채무를 변제하기 위하여 자신의 제3채무자에 대한 임차보증금반환채권 일부를 양도하고도 채권양도통지를 하지 않은 채 임차보증금을 반환받아 이를 사용한 사례인바, 채권양도양수의 목적이 피해자가 위 제3채무자로부터 임차보증금을 직접 반환받도록 함에 있다는 점에서(이 경우에는 양도인은 오로지 양수인에게 전달해주기 위하여서만 금전을 수령할 수 있을 뿐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 양도인이 양수인에 대한 금전채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하여 양도인이 금전채무를 이행하지 않는 때에만 양수인으로 하여금 양도인으로부터 양수한 금전채권을 행사하려는 목적에서 양도한 경우와 사안을 달리하므로, 위 판결의 법리가 위와 같은 담보 목적 채권양도 사안에 그대로 적용된다고 보기 어렵다.
그뿐 아니라 위 전원합의체 판결에는 채무자는 그의 채권자(채권양도인)에게 변제할 의사로 금전을 교부하였다고 할 것이고, 채권자는 이를 자신이 취득할 의사로 교부받았다고 할 것이므로(채권자가 채권양도의 통지를 하지 아니한 채 이를 수령한 것이 신의에 반한다고 하더라도),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채무의 변제로서 교부한 금전의 소유권은 채권자에게 귀속한다는 반대의견이 있었고, 재물의 소유권 귀속은 민사법에 따라야 할 것이고 형사법에서 그 이론을 달리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점 등을 근거로 위 반대의견을 지지하는 견해도 늘어나고 있다.
마) 양도인이 양수인에 대한 관계에서 그 채권에 관한 한 아무런 권한도 가지지 아니한다고 하더라도, 채권양도통지가 있기 전 채권양도 사실을 알지 못하는 채무자가 양도인에게 채무를 변제한 경우, 채무자가 양도인에 대하여 한 변제가 유효한 이상 양수인에게 귀속되었던 채권이 소멸하게 됨으로써 양수인은 손해를 입게 된다. 그러나 채권양도 통지 또는 승낙 전 채무자가 채권양도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양도인에게 채무를 변제할 위험은 채권양도계약의 구조적 특성상 충분히 발생가능하고 예측가능한 위험부담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양수인은 양도인으로부터 채권양도통지 권한을 위임받아 스스로 채권양도통지를 할 수도 있다.
2) 위와 같은 제반 사정을 종합하면, 양도인이 양수인에 대한 금전채무를 담보할 목적으로 채무자에 대한 금전채권을 양수인에게 양도한 경우에는 채권양도통지가 있기 전에 추심한 금전의 소유권이 양도인에게 있다고 보아야 한다.
3) 이러한 법리를 토대로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이 피해자 공소외 2에게 양도한 공소외 3 회사의 공소외 4 회사에 대한 금전채권은 피고인이 피해자 공소외 2로부터 사업자금 명목으로 차용한 금전의 반환채무에 대한 담보 목적으로 양도된 것인 사실이 인정되는바, 피고인이 공소외 4 회사에 채권양도통지를 하지 아니한 채 공소외 4 회사에 위 채권 일부인 11억 원의 변제를 요구하여 이를 공소외 3 회사 명의의 예금계좌로 변제받았다 하더라도 위 11억 원은 공소외 3 회사의 소유이지 피해자 공소외 2의 소유가 될 수 없으므로, 피고인이 위 피해자의 재물을 횡령하였다고 볼 수 없다.
4) 따라서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무죄를 선고하여야 하는바,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본 원심의 판단에는 담보 목적 채권양도 후 채권양도통지 전에 추심한 금전의 소유권 귀속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나아가 원심판결 파기의 범위에 관하여 보건대, 원심은 이 부분 공소사실과 나머지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보아 형법 제37조 전단에 따라 하나의 형을 선고하였으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 1에 대한 부분 전부가 파기될 수밖에 없다.
5) 다만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에 불구하고 나머지 공소사실에 관한 피고인 1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여전히 이 법원의 심판대상에 해당하므로, 항을 바꾸어 아래에서 살펴본다.
3. 피고인 1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가. 2018고합292 사건에 대하여
1) 원심의 판단
원심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그 판시 사실 및 사정(원심판결문 14쪽 이하)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2014. 3. 이후에도 계속하여 공소외 3 회사를 실제로 운영하였고, 피해자 공소외 2, 공소외 6의 수임자로서 그 임무에 위배하여 공소외 1을 앞세워 이 사건 22억 1,100만 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얻은 사실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원심이 든 근거 중 주요 부분을 축약하면 아래와 같다.
가) 피고인과 공소외 1의 관계
공소외 1은 2012년 후반 피고인을 알게 되었고, 피고인으로부터 공동주택(아파트) 시행사업을 배우기 위하여 2016년 후반까지 피고인을 회장으로 모시면서 운전기사 겸 비서직을 수행하였다.
나) 아래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2014. 3. 후에도 공소외 3 회사를 관리 또는 운영하였음이 인정된다.
(1) 피고인과 공소외 1 사이에 공소외 3 회사 양도양수에 관하여 작성된 문서가 전혀 없다. 2016. 8. 1.까지 공소외 3 회사의 사내이사로 공소외 7(피고인의 심복이다. 대표이사를 겸하였다)과 공소외 8(피고인의 아들이다)이 등기되어 있었다.
(2) 공소외 1이 2015. 10. 28. 명함제작업체에 제작을 의뢰한 피고인의 명함이나 피고인이 실제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명함에 피고인이 ‘(주)공소외 3 회사, 공소외 9 주식회사, □□호텔·스포츠클럽’의 회장으로 표시되어 있다.
(3) 피고인은 공소외 3 회사의 입출금장부(2016. 1.), 급여대장(2015. 12.분), 일일 출납일보, 목욕탕 설비공사 관련 서류(2016. 6. 15.) 등에 회장으로서 최종 결재를 하였다.
(4) 피고인은 2016. 5.경까지 공소외 3 회사의 비용으로 휴대전화를 사용하였고, 공소외 3 회사의 현금카드를 사용하였으며, 공소외 3 회사 명의로 임차한 벤츠 승용차(매월 리스료가 580만 원이 넘는다)를 타고 다녔다.
(5) 피고인은 2015. 11.경 공소외 3 회사 명의로 공소외 5 주식회사(◇◇리 ☆☆☆☆ 부지에 신축 중이던 오피스텔의 시행회사이다. 이하 ‘공소외 5 회사’라고만 한다)를 인수하였고, 2016. 4.경 공소외 3 회사 소유 ▽▽▽모텔에 공소외 5 회사를 채무자로 하는 채권최고액 42억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하였다.
(6) 피고인은 2015. 10. 23. 공소외 3 회사 명의로 공소외 4 회사에 11억 원을 대여하였고, 2016. 5. 19. 공소외 4 회사로부터 위 11억 원을 공소외 3 회사의 예금계좌로 반환받았다.
(7) 피고인은 2016. 11. 28. 및 같은 해 12. 12.경 공소외 3 회사의 명의상 대표를 맡고 있던 공소외 10에게 자신이 공소외 3 회사의 실제 사주라고 하면서 법인통장 등을 반환하라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8) 상당 기간 피고인과 만나거나 함께 일한 공소외 2, 공소외 1, 공소외 11, 공소외 10과 공소외 3 회사와 거래한 사람들(▽▽▽모텔 인테리어공사를 한 공소외 12, ◎◎펜션 토목공사를 한 공소외 13, ▽▽▽모텔 직원이었던 공소외 14와 공소외 15, ▽▽▽모텔 일부 임차인들인 공소외 16과 공소외 17 및 공소외 18, 2016. 11. 10.부터 2017. 3. 6.까지 공소외 3 회사의 대표이사로 등기되어 있었던 공소외 19 등)은 피고인이 공소외 3 회사의 실제 사주라고 진술하고 있다.
다) 피고인이 시공회사인 ◁◁건설과 직접 협상하여 이 사건 토지를 3.3㎡당 1,000만 원 이상으로 팔아주겠다기에 피고인에게 매도권한을 위임하였다는 공소외 2의 진술을 비롯하여 공소외 1, 피고인 2, 공소외 20 등의 진술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공소외 2, 공소외 6으로부터 이 사건 토지의 매도에 관한 권한을 위임받아 직접 또는 공소외 1을 통하여 이 사건 토지의 매매에 관여하였음이 인정된다.
2) 당심의 판단
피고인과 변호인은 항소이유와 같은 주장을 원심에서도 하였고, 원심은 앞에서 본 주요 근거 등을 비롯하여 원심 판시 사실 및 사정을 종합하여 그 주장을 배척하고,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과 대조하여 보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피고인이 항소이유로 주장하는 것과 같이 사실을 오인하거나 관련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이 법원이 덧붙이는 근거는 아래와 같다.
가) 피고인이 공소외 1이 자신을 무고하였다는 증거로 드는 2017. 3. 6.자 녹취록(2018고합292 사건의 증거목록 순번 35) 관련하여
(1) 위 녹취록은, 공소외 1이 피고인 2를 만나 피고인을 고소하는 데에 필요한 사실확인서를 적어달라고 부탁하면서 나눈 대화를 녹취한 것이다. 당시 피고인 2와 공소외 1이 한 아래와 같은 말들을 문언 그대로 읽으면 마치 피고인이 이 사건 배임행위에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 피고인 2: 피고인이 왜 걸릴 일이고? 느그가 잘못한 것 갖다가. 그건 니가 잘못한 걸 갖다가 왜 피고인이 걸릴 일이고? - 피고인 2: 니가 와 가지고 그래 했지. 피고인이 내한테 이래 하자고 내한테 제안한 게 아니잖아? - 공소외 1: 그게 아니고 작업을 지금, 정확하게 내가 솔직히 이야기할게요. 작업하려고 그러는 겁니다. 형님!
(2) 그러나 피고인 2는 위 대화 당시까지만 해도 피고인이 공소외 1을 앞세워 주도적으로 이 사건 배임행위를 함으로써 이 사건 토지 매매에 깊이 관련되어 있음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는 피고인 2가 “피고인 1이 (22억 1,100만 원을) 왜 가져갔는데? 피고인 1이 뭐 때문에? 이 땅이 그거라 하면서 니가 나타나갖고” (증거기록 121쪽)라고 말한 것에서도 확인이 된다.
또한 피고인 2가 ‘협상 당시 피고인과 피고인 2가 두 번 만났다’(실제로는 세 번 만난 것으로 보인다)는 공소외 1의 말에 동조하면서도 “피고인 1 하고는 무슨 큰 틀을 갖다가 어떻게 하고, 용역비 처리하고 어떻게 하고 이런 걸 내한테 얘기를 했나? 느거가 다 만들어왔지.”라고 말하는데(2018고합282 사건의 증거기록 130쪽), 이는 피고인이 피고인 2에게 직접 이 사건 22억 1,100만 원을 용역대금으로 처리해달라는 말을 한 적이 없었다는 의미로 보인다.
(3) 그리고 위 대화 당시 공소외 1이 “작업”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으나, 위 녹취록은 공소외 1이 피고인 2와의 대화를 녹음하여(피고인 2는 녹음 사실도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 공소외 2에게 이 사건 고소를 위한 자료로 준 것이라는 점(만약 이 사건이 공소외 1이 피해자 공소외 2의 고소를 이용하여 피고인을 무고하는 것이라면 위 녹취록을 증거자료로 제출하지 않았을 것이다)에다가 아래와 같은 사정을 보태어 보면, “작업”이라는 표현이 아무런 죄가 없는 피고인을 처벌받게 하겠다는 뜻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공소외 1은, 피고인이 자신의 돈은 한 푼도 들이지 않고 공소외 2의 자금 등으로 공소외 5 회사가 진행하던 ◇◇동 오피스텔 시행사업을 인수하여 성공하였음에도 공소외 2에게 약속한 수익은 물론 원금도 주지 않으려 하자, 공소외 2에게 자신도 가담하였던 이 사건 배임행위를 알렸던 것이고, 공소외 2가 피고인을 고소함에 필요한 자료를 수집하기 위하여 피고인 2에게 도움을 요청하였다. 그리고 공소외 1이 피고인 2에게 요청한 것은 이 사건 22억 1,100만 원의 실질이 용역대금이 아니라 매매대금이라는 사실확인서를 적어달라는 것이었다.
(4) 따라서 녹취록에 나타난 피고인 2나 공소외 1의 말들이 이 사건 배임행위에 피고인이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증거자료가 된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피고인이 이 사건 22억 1,100만 원을 가져갔다거나 공소외 2 측이 매도 위임을 한 것은 사실이라거나(증거기록 122쪽) 피고인이 공소외 1에게 시켰다(증거기록 131쪽)는 등의 공소외 1의 이야기는 이 사건 공소사실을 뒷받침한다.
나) 공소외 3 회사 양도양수 유무 관련하여
(1) 피고인은, 자신과 공소외 1이 공소외 3 회사 양도양수에 관한 처분문서를 작성하지 않은 것은 공소외 1의 경우 자신이 운영하다 부도난 ▽▽▽모텔을 공소외 3 회사 명의로 경락받는 것을 다른 채권자들이 알지 못하게 할 필요가 있었고, 피고인의 경우 거제시 ▷▷면 아파트 시행사업을 공소외 3 회사 명의로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나, 설득력이 없다. 당시 특별한 자금이 없었던 공소외 1이 ▽▽▽모텔을 경락받기 위하여 3억 원이나 주면서 공소외 3 회사를 양수한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2) 당시 ▽▽▽모텔의 낙찰가격을 떨어뜨려 공소외 3 회사 명의로 ▽▽▽모텔을 경락받는 작업을 주도한 사람은 공소외 21로, 피고인의 지인이다. 법원감정가격이 75억 9,200만 원 상당이었던 ▽▽▽모텔은 31억 900만 원 상당에 낙찰되었다(증거기록 2,226쪽).
(3) ▽▽▽모텔을 경락받는 데에 필요한 자금은 공소외 3 회사가 공소외 22협동조합으로부터 받은 대출금(28억 원)으로 마련되었는데, 공소외 3 회사는 2014. 11. 5. 공소외 23협동조합으로부터 38억 원을 대출받아 이를 변제하였다(남은 자금은 ▽▽▽모텔 리모델링 비용으로 사용되었다). 피고인과 공소외 7이 위 38억 원 대출에 관하여 공소외 3 회사의 연대보증인이 되었는데, 이는 피고인이 공소외 3 회사의 실제 사주임을 뒷받침한다.
위 38억 원을 대출받은 곳이 공소외 1이 고향인 거제시 소재 금융기관이라는 점이 공소외 3 회사의 실제 사주가 피고인이 아니라 공소외 1이라는 유력한 정황이 될 수 없다.
(4) ▽▽▽모텔은 공소외 3 회사가 경락받은 후 리모델링을 거쳐 □□호텔로 되었다. 피고인이 자신을 ‘□□호텔·스포츠클럽’의 회장으로 표시한 명함을 사용하였음은 앞에서 본 바와 같다.
다) 22억 1,100만 원의 사용처와 관련하여
이 사건 22억 1,100만 원은 공소외 3 회사의 예금계좌로 입금된 후, 골프회원권 매수비용으로 1,870만 원, 벤츠 승용차 리스비용으로 7,550만 원이 각각 사용되고, 피고인 2에게 7,000만 원이, 공소외 20에게 5억 7,200만 원(그중 1억 2,800만 원이 피고인 2에게 다시 송금됨)이 각각 송금되었으며, 현금 7억 8,000만 원이 공소외 3 회사 금고에 보관되었고, 그 외 ◎◎펜션 신축공사비용 등으로 사용되었다.
(1) 위 골프회원권은 피고인이 주로 이용하였고, 벤츠 승용차는 피고인이 사용하였다. 피고인은 위 골프회원권은 공소외 1이 주로 사용하였고, 벤츠 승용차 리스비용은 자신이 공소외 3 회사에 예치하였었다고 주장하나, 증거기록 2,203쪽 이하 사진들에 의하면 피고인이나 피고인의 처가 위 골프회원권을 이용하였고, 공소외 1은 그 이용을 위하여 예약을 해주었던 사실이 인정되고, 피고인이 벤츠 승용차 리스비용을 예치하였다는 자료가 없다.
(2) 그리고 위 현금 7억 8,000만 원은, 공소외 3 회사가 공소외 24 주식회사에 용역대금으로 지급하는 것처럼 가장하여 8억 5,800만 원을 송금하였다가 일정 비용을 떼고 현금으로 인출한 것이다.
피고인은 공소외 1이 위 현금을 사용하였다고 주장하나, 원심이 설시한 것과 같이 현금화에 관여한 공소외 1, 공소외 10이 위 7억 8,000만 원은 피고인의 지시 아래 만든 비자금이라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는 점, 피고인의 측근이었던 공소외 11도 피고인이 공소외 5 회사로부터 ◇◇리 오피스텔 시행사업을 양수할 때 자금력을 보여주기 위하여 금고에 들어 있는 현금 사진을 찍어 공소외 5 회사 측에 보여주었다고 진술한 점, 공소외 24 주식회사의 실제 운영자였던 공소외 25 또한 이 사건 수사기관이나 자신에 대한 조세범 처벌법 위반 사건의 수사기관에서 피고인의 지시로 위 7억 8,000만 원을 현금화해 주었다고 진술한 점 등을 종합하면, 위 7억 8,000만 원 역시 피고인이 현금화하여 비자금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공소외 1은 위 7억 8,000만 원 관련하여 경찰에서, 자신의 후배 공소외 26이 산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은 로렉스 시계를 팔려고 하여 이를 피고인에게 말하였더니, 피고인이 위 시계를 직접 본 후 금고에서 800만 원을 꺼내 매수한 사실도 있다고 진술하기도 하였다(증거기록 2,742쪽).
(3) ◎◎펜션 부지는 공소외 1이 2012. 9. 4. 동생 공소외 27 명의로 매입하여 건축허가를 받았다. 공소외 1은 경찰에서 ‘안동시 숙소에서 피고인에게 ◎◎펜션 부지가 있다고 말하였더니, 피고인이 사업부지 및 매입금액을 확인한 후 토목공사를 하여 택지로 매각하자고 제안하였다. 피고인이 안동시 아파트 시행사업을 담당하고 있던 공소외 21을 시켜 토목공사업자 공소외 13을 안동시로 불러 토목공사를 맡겼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이 탄생되면서 모든 공사대금이 공소외 3 회사에서 지급되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펜션은 건축주가 공소외 27에서 공소외 9 주식회사로 변경되어 위 회사 명의로 소유권보존등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이 자신을 ‘공소외 9 주식회사’의 회장으로 표시한 명함을 사용하였음은 앞에서 본 바와 같다.
나. 2019고합182 사건 중 공갈미수 부분에 대하여
1) 이 부분 주장은, 피고인이 피해자(공소외 2)를 해당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협박하여 면하려고 한 채무가 피고인이 공소외 4 회사로부터 변제받은 11억 원을 피해자에게 반환할 채무임을 전제로, 피해자가 위 변제에 동의한 이상 피고인의 피해자에 대한 위 11억 원의 반환채무가 없으므로 공갈미수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2) 먼저 피고인이 공소외 4 회사로부터 11억 원을 변제받는 데에 피해자가 동의하였는지에 관하여 본다.
가) 원심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그 판시 사실 및 사정(원심판결문 26쪽)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피해자 공소외 2에게 담보로 제공하였던 공소외 4 회사에 대한 대여금 채권 11억 원을 임의로 변제받아 사용한 사실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원심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부분에 관하여 든 근거의 요지는 아래와 같다.
(1)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돈을 빌리면서 담보로 피해자에게 공소외 3 회사의 공소외 4 회사에 대한 22억 원(원금 11억 원, 이자 또는 손해배상금 11억 원)의 금전채권을 양도하였으나, 공소외 4 회사에 채권양도통지를 하지 않은 채 공소외 4 회사로부터 11억 원을 변제받아 사용하였다.
(2) 피고인은 채권양도 관련 서류가 피해자가 제3자로부터 돈을 빌리는 데 필요하다고 하여 보여주기 위하여 작성된 것일 뿐이고, 공소외 4 회사로부터 11억 원을 변제받아 사용하는 데에 피해자가 동의하였다고 주장하나, 증거가 없다.
(3) 피해자는 수사기관과 원심법정에서 ‘피고인이 공소외 4 회사로부터 11억 원을 변제받아 사용하는 것을 전혀 알지 못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이는 피해자가 2016. 10.경 공소외 3 회사와 공소외 4 회사에 보낸 내용증명들에 부합한다.
나) 피고인은, 자신이 피해자로부터 동의를 받고 공소외 4 회사로부터 11억 원을 변제받아 사용하였다는 근거(항소이유서 4쪽 이하 등)로, ① 당시 피고인과 피해자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던 점, ② 피고인과 피해자가 경제적 운명을 같이한 ◇◇리 오피스텔 시행사업의 부지 매매잔금 마련을 위한 자금압박이 심했고, 공소외 4 회사로부터 변제받은 11억 원이 실제로 위 잔금의 지급에 사용된 점, ③ 공소외 11 작성의 2016. 6. 27.자 엑셀파일에 위 11억 원이 피해자에게 상환되어야 할 돈이라는 취지로 기재되어 있는 점, ④ 공소외 5 회사가 PF대출을 받아 피해자에게 22억 원을 변제한 점, ⑤ 피해자가 피고인으로부터 피해자의 동의를 받고 위 11억 원을 변제받아 사용하였다는 내용의 내용증명을 받고도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던 점, ⑥ 피해자가 2017. 3. 13. 최초 고소 당시 이 사건에 관하여는 주장하지 않았다가 2018. 8. 22.에서야 이 사건을 고소한 점 등을 들고 있다.
그러나 원심이 든 위 근거에다가 원심과 당심이 적법하게 조사하여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실 및 사정을 보태어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담보로 제공하였던 공소외 4 회사에 대한 대여금 채권 11억 원을 임의로 변제받아 사용함에 있어 피해자의 동의가 없었던 것으로 인정된다.
(1) 피고인이 공소외 4 회사로부터 위 11억 원을 변제받은 2016. 5. 19. 당시만 하더라도 피고인과 피해자의 내연관계가 유지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피고인과 피해자가 그러한 관계에 있었다는 사정은 피고인 주장의 동의가 있었다는 유인이나 정황만 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피고인이 피해자의 동의 없이 11억 원을 변제받아 사용하였을 정황도 될 수 있다.
(2) 피고인이 11억 원을 변제받은 것은 2016. 5. 19.로 ◇◇리 오피스텔 시행사업 부지 잔금지급기일인 2016. 7. 29.의 두 달 남짓 전이다.
위 11억 원은 2016. 5. 19. 공소외 4 회사에서 공소외 3 회사로 입금된 직후 공소외 5 회사로 이체되었다가(증거기록 243쪽, 248쪽), 위 11억 원에 공소외 5 회사 예금계좌에 있던 돈을 더한 20억 원이 2016. 7. 12. 공소외 3 회사로 이체되었다(증거기록 255쪽). 위 20억 원 중 5억 5,000만 원이 공소외 7 예금계좌로 이체된 후 피해자에 대한 채무변제에 사용되고, 나머지 14억 5,000만 원은 2016. 7. 22. 공소외 3 회사의 다른 예금계좌로 이체되었다(증거기록 244쪽).
한편 ◇◇리 오피스텔 시행사업 부지 잔금은 2016. 7. 29. 공소외 5 회사의 예금계좌(2016. 7. 28. 개설된 것이다)로, 피해자가 송금한 10억 원, 공소외 6이 송금한 3억 5,000만 원, 공소외 5 회사가 송금한 2억 7,515만 원, 공소외 28이 송금한 1억 5,000만 원, 공소외 29가 송금한 1억 5,000만 원, 대출계좌에서 송금한 67억 원 등 합계 86억 원으로 지급되었다(증거기록 257쪽).
따라서 피고인이 ◇◇리 오피스텔 시행사업 부지 매매잔금 마련을 위한 자금압박이 심하여 공소외 4 회사로부터 위 11억 원을 변제받아 부지 잔금으로 사용하였다는 주장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3) 피고인의 지시로 ◇◇리 오피스텔 시행사업을 담당하던 공소외 11이 작성한 ‘공소외 2 차입금 입금현황’ 엑셀파일(공판기록 2,251쪽)에 2016. 5. 19.자 11억 원 관련하여 “공소외 2→공소외 3 회사”라고 기재되어 있다.
엑셀파일 제목에 비추어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위 기재는 피해자(공소외 2)가 2016. 5. 19. 공소외 3 회사에 11억 원을 대여하였다는 취지로는 보인다(공소외 11은 원심에서 저렇게 기재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묻는 피고인의 변호인 질문에 잘못 작성되었다거나 착각을 한 것 같다는 등으로 진술하였다).
그러나 피해자가 전혀 관여하지 않은 위 기재가 피고인이 공소외 4 회사로부터 11억 원을 변제받았음을 넘어 피해자가 거기에 동의하였다고까지 볼 유력한 증거가 되는지 의문이다. 11억 원은 피해자가 2015. 9. 10. 피고인의 부탁으로 공소외 7의 예금계좌로 이체하여 빌려준 15억 7,500만 원의 일부인바, 피고인이 2016. 5. 19. 공소외 4 회사로부터 11억 원을 변제받았다 하더라도 2016. 5. 19. 현재 피해자의 11억 원 대여금 채권은 여전히 존재하는 것이고, 이는 피고인이 공소외 4 회사로부터 변제를 받는 데에 피해자의 동의가 있었는지 여부와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위 엑셀파일은 피해자로부터의 차입금 현황을 나타내기 위하여 작성된 것으로, 공소외 11은 2016. 5. 19. 현재 차입금 현황을 위와 같이 판단하여 기재하였을 수 있다.
(4) 피해자는 2019고합182 사건을 늦게 고소한 이유에 대하여 원심에서 피고인이 보낸 내용증명 자체가 너무 두려웠고, 피고인이 2018고합292 사건에 관하여 계속하여 혐의를 부인하면서 공소외 1에게 책임을 전가하기에 너무 괘씸해서 추가로 고소하게 되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2019고합182 사건의 경우 피고인과 피해자가 내연관계인지 여부에 관한 조사도 수반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피해자의 위와 같은 해명에 설득력이 없다고 할 수 없다.
(5) 피고인은, 공소외 5 회사가 PF대출을 받아 피해자에게 22억 원을 변제하였다는 점을 근거로 드나, 피해자가 ◇◇리 오피스텔 시행사업을 위하여 대여한 금액이 위 15억 7,500만 원을 포함하여 62억 원 상당이다. 위 22억 원이 변제되었다 하더라도 아직 십수억 원 상당이 변제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3) 그리고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이 해당 공소사실 기재 내용증명들을 보내어 면하려고 한 채무가 위 11억 원의 반환채무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리 오피스텔 시행사업과 관련된 피고인의 피해자에 대한 제반 채무였던 것으로 인정된다. 설령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위 11억 원 자체를 반환하여야 할 채무는 없다 하더라도, 피고인이 피해자의 동의 없이 위 11억 원을 추심하여 피해자의 담보권이 상실되게 한 결과 그에 대한 민사상의 손해배상채무를 부담하게 되고, 위 11억 원 추심에 대한 피해자의 동의 유무와 관계없이 피해자에게 채권양도로 담보하였던 차용금채무를 부담하며,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위 내용증명들을 보냄으로써 면하려고 한 채무에는 위와 같은 손해배상채무 내지 차용금채무도 포함되어 있음이 인정된다.
4)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다. 2019고합319 사건에 대하여
피고인과 변호인은 항소이유와 같은 주장을 원심에서도 하였고, 원심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그 판시 사실 및 사정(원심판결문 25쪽)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공소외 3 회사의 실제 운영자로서 원심 범죄일람표 기재 허위세금계산서들을 수취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과 대조하여 보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항소이유 주장과 같이 사실을 오인하거나 관련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4. 검사의 사실오인 주장에 대한 판단
가. 원심의 판단
피고인이 피고인 1, 공소외 1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범행에 공동정범으로 가담하였다는 이 부분 공소사실(2019고합490)에 대하여, 원심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실 및 사정(원심판결문 35쪽 이하)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피고인 1, 공소외 1의 배임행위를 알고 이에 적극 가담하였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원심이 든 사실 및 사정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1) 피고인은 경찰에서 원심에 이르기까지 ‘이 사건 토지 매매를 위한 협상 초기에 공소외 1로부터 자신이 ▷▷면 모텔 매매 관련하여 공소외 2로부터 받을 돈이 있다고 하면서 이 사건 토지 매매대금 일부를 별도로 지급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라는 취지로 일관되게 진술하였다.
2) 공소외 1이 피고인에게 위 협상 때 제시한 위임장에 ‘이 사건 토지를 주식회사 공소외 30 주식회사에 매매하는 것과 관련하여, ▷▷면 모텔에 대한 모든 권리를 공소외 2에게 양도하는 것으로 하고, 자금수령 권한을 포함한 모든 권리를 수임자(공소외 1)에게 위임한다’는 취지로 기재되어 있다.
3) 피고인은 공소외 20과 함께 공소외 2를 만난 자리에서 공소외 1의 1)항 기재와 같은 말을 전하면서 공소외 1에게 매도권한을 위임하였는지 물었고, 공소외 2가 위임 내용을 구체적으로 확인해준 것은 아니지만, 공소외 1에게 위임한 것이 맞다는 취지로 답변하였다.
4) 공소외 1은 원심에서 ‘공소외 3 회사 예금계좌로 용역비를 모두 받은 후 피고인에게 전화하여 “형님 덕분에 토지주와 저의 문제가 해결되었다. 경비도 없을 텐데 경비에 보태 쓰라.”라고 했는데, 피고인이 괜찮다고 하였다’고 증언하였다.
그리고 공소외 1은 피고인에게 돈을 준 경위에 관하여 ‘피고인 1이 피고인에게 돈을 주어야 다음에 문제가 생기면 피고인 2가 땅값으로 얼마를 주었다고 소문을 안 낸다. 입을 틀어막기 위해서라도 억지로라도 주어라’고 하여 주게 되었다고 증언하였다.
5) 피고인과 피고인 1, 공소외 1이 위 22억 1,100만 원을 나누어 갖기로 공모하거나 약정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 피고인이 결국 약 2억 원을 받기는 하였으나, 피고인 1의 지시를 받은 공소외 1이 적극적으로 돈을 제공하였고, 피고인은 처음에 이를 거절하였다.
나. 당심의 판단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과 대조하여 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사실오인의 잘못이 없다. 검사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이 법원이 덧붙일 근거는 아래와 같다.
1) 위 2017. 3. 6.자 녹취록은 공소외 1이 피고인을 만나 피고인 1을 고소하는 데에 필요한 사실확인서를 적어달라고 부탁하면서 녹취한 것으로 피고인도 녹음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
위 녹취록에 의하면 피고인이 공소외 1에게 피고인 1이 22억 1,100만 원을 왜 가져갔냐며 묻거나(녹취록 9쪽) 공소외 20과 고소에 관하여 상의를 한 적이 있느냐고 묻기도(녹취록 11쪽) 하는데, 이는 피고인과 피고인 1, 공소외 1, 공소외 20 사이에 공모관계가 없었음을 시사한다.
2) 이 사건 22억 1,100만 원 가운데 피고인에게 귀속된 돈은 2015. 9. 9.자 7,000만 원, 2015. 9. 11.자 3,000만 원, 2015. 9. 15.자 9,800만 원 합계 1억 9,800만 원으로 상당히 많기는 하다.
그러나 아래에서 보는 위 각 돈들이 지급된 경위 등을 고려하면 위 돈들이 범행가담에 대한 대가로 주어진 것으로 보기 어렵다.
가) 피고인은 2018. 6. 25. 경찰에서 위 7,000만 원을 지급받은 경위에 관하여 공소외 1이 공소외 2로부터 받을 ▷▷면 모텔 매매잔금을 해결해주어 고맙다면서 준 것이고, 회사거래행위로 인한 것이 아니어서 회사 예금계좌로 받을 수 없어 세금 30%를 공제한 7,000만 원을 처 공소외 31의 예금계좌로 받았다고 진술하였다. 피고인에게 돈을 보내게 된 경위에 관한 공소외 1의 진술(공판기록 402쪽 등)이나 공소외 1이 협상 당시 제시하였던 위 위임장 내용에 부합된다.
나) 위 3,000만 원은 공소외 20이 2015. 9. 11. 피고인 1 측으로부터 받은 2억 원의 일부로, 공소외 20은 피고인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로 피고인이 운영하는 공소외 32 주식회사에 빌려주는 형식으로 준 것이다(공판기록 431쪽).
공소외 20은 경찰과 원심에서 당초 자신도 피고인과 공소외 1(또는 공소외 2 측) 사이에 중개를 시도한 것이 있었고, 공소외 1이 자신에게 물러나 있으면 나중에 수고비를 챙겨주겠다고 하여 나름 기대는 하고 있었으나, 2015. 9. 11. 2억 원이라는 거금이 입금되어 놀라 고마운 마음에 위 3,000만 원을 주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위 3,000만 원은 공소외 20이 고마움의 표시로 피고인에게 준 것이라는 점은 피고인과 공소외 20 사이에 공모관계가 없음을 추단케 함과 동시에 피고인과 피고인 1 측과의 공모관계도 없다는 정황이 될 수 있다.
한편 위 2017. 3. 6.자 녹취 당시 피고인이 공소외 1에게 피고인 1을 배임행위로 고소하는 것에 관하여 공소외 20과 상의했는지를 묻자, 공소외 1은 공소외 20은 모른다고 대답하고 있는데(녹취록 11쪽), 이 또한 마찬가지이다.
다) 위 9,800만 원은 2015. 9. 15. 공소외 20에게 송금된 3억 7,000만 원에서 피고인에게 송금된 것이다. 공소외 20은 공소외 1이 위 3억 7,000만 원 중 1억 원은 피고인에게 송금하라고 해서 4,900만 원씩 두 차례로 나누어 합계 9,800만 원을 송금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는바, 피고인 1 측은 당초 피고인에게 2억 원을 지급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피고인은 위 7,000만 원을 송금받은 다음 날인 2015. 9. 10. 공소외 1에게 “♤야 고맙다. 나머지는 공소외 20한테로 다 넣어줘라. 형이 꼭 신세 갚으마. ♡♡동 자료 좀 보내주고”라는 문자메시지를 전송하였고, 공소외 20이 2019. 9. 15. 위와 같은 경위로 피고인에게 9,800만 원을 송금하였다.
검사는, 피고인이 “나머지”라는 표현을 사용하였다는 것은 사전에 피고인에게 배분될 금액이 정해져 있었음을 전제로 하므로 공모관계의 중요한 증거라고 주장한다(항소이유서 4쪽). 그러나 아래 사실 및 사정을 종합하면 위 문자메시지는 오히려 피고인은 자신이 받은 돈을 범행가담에 대한 대가가 아니라 공소외 1이 지급한 사례금으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보인다.
(1) 당초 피고인 1 측은 피고인에게 2억 원을 줄 계획이었는바, 공소외 1은 위 7,000만 원을 송금한 2015. 9. 9. 피고인에게 2억 원을 송금하겠다고 말하였을 것인데, 피고인이 7,000만 원만 달라고 하면서 자신에게 줄 나머지는 공소외 20에게 주라는 취지로 위 문자메시지를 보내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2) 피고인은, 공소외 1이 공소외 1과 공소외 2를 중개한 공소외 20에게도 사례를 하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피고인은 경찰에서 ‘나머지 돈’의 의미에 대한 질문에 ‘공소외 1이 원하는 대로 매매대금(3.3㎡당 800만 원)을 지급하였고, 공소외 20이 기여한 부분이 있으니, 공소외 1도 공소외 20에게 신세를 갚아야 한다고 생각하였다’고 대답하였다.
(3) 피고인은 위 문자메시지를 보낼 때까지만 하더라도 피고인 1 측이 공소외 20에게 수고비로 4억 7,000만 원이라는 거액을 주리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하였다.
(4) 피고인이 전송한 문자메시지는 ‘나머지는 공소외 20에게(공소외 20 예금계좌로) 다 넣어라(송금해라)’가 아니라 ‘나머지는 공소외 20에게 다 넣어주어라’인데, (자신에게 주겠다고 한 2억 원에서 자신이 받은 1억 원을 뺀) 나머지 돈은 공소외 20에게 주라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3) 피고인은 친구 공소외 33과 동업하여 공소외 30 주식회사를 통하여 이 사건 토지 일원에서 아파트 시행사업을 하였고, 이 사건 토지는 위 회사가 사들여야 하는 토지들 중 마지막까지 남은 것이다. 매수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 피고인은 마지막까지 3.3㎡당 600만 원에 매수하겠다고 하였으나 800만 원에 매수할 수밖에 없었고, 최종적으로 위 가격에라도 매수한 것이 다행이라고 판단하였던 것으로 보인다(수차례 아파트 시행사업을 한 경험이 있어 시행회사의 약점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피고인 1 측과의 협상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이 사건 토지 매매 협상 당시 2015. 10. 30.까지 거제시로부터 분양승인을 받아야 할 뿐만 아니라 PF대출을 신청한 상태이었기 때문에 2015. 9. 8.까지 아파트부지가 될 토지들 전부를 매수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상황에서 결정된 3.3㎡당 800만 원이라는 매수가격이 피고인과 피고인 1 측의 공모나 담합이 없으면 불가능한 금액이라고 볼 자료도 없다. 피고인이 공소외 1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중 “형이 꼭 신세 갚으마.”라는 부분은 당시 피고인의 입장에서 볼 때 비싸더라도 토지를 매수하여 시행사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한 것에 대한 솔직한 감정표현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5. 결론
원심판결 중 피고인 1 부분에는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으므로 피고인 1과 검사의 각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에 따라 원심판결 중 피고인 1 부분을 파기하고, 다시 변론을 거쳐 아래와 같이 판결한다.
그리고 검사의 피고인 피고인 2에 대한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이유: 피고인 1 부분에 대하여]
범죄사실 및 증거의 요지
이 법원이 인정하는 범죄사실과 이에 대한 증거의 요지는 원심판결의 범죄사실 중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부분’을 삭제하는 것 외에는 원심판결의 해당란 기재와 같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9조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각 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16. 1. 6. 법률 제1371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 제1항 제2호, 형법 제355조 제2항, 제30조(피해자 공소외 2, 공소외 6에 대한 각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 배임의 점), 형법 제352조, 제350조 제1항(공갈미수의 점, 징역형 선택), 각 구 조세범 처벌법(2018. 12. 31. 법률 제1610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0조 제3항 제1호, 형법 제30조(허위세금계산서 수취의 점, 징역형 선택)
1. 상상적 경합
형법 제40조, 제50조[피해자 공소외 2, 공소외 6에 대한 각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죄 상호 간]
1. 경합범가중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제50조[형 및 범정이 가장 무거운 피해자 공소외 2에 대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죄에 정한 형에 경합범 가중]
양형의 이유
1.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 징역 3년~43년
2.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
가. 제1범죄[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유형의 결정]
횡령·배임범죄 > 01. 횡령·배임 > [제3유형]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
[권고영역 및 권고형의 범위]
기본영역, 징역 2년~5년
나. 제2범죄(조세범 처벌법 위반)
[유형의 결정]
조세범죄 > 03. 일반 허위세금계산서 수수 등 > [제1유형] 30억 원 미만
[권고영역 및 권고형의 범위]
기본영역, 징역 6월~1년
다. 다수범죄 처리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 징역 2년~5년 6월(제1범죄 상한 + 제2범죄 상한의 1/2)
라. 처단형에 따라 수정된 권고형의 범위: 징역 3년~5년 6월(양형기준에서 권고하는 형량범위가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와 불일치하는 경우이므로 법률상 처단형의 하한에 따름)
3. 선고형의 결정
○ 불리한 정상
- 피고인은 피해자 공소외 2, 공소외 6의 수임자로서 이 사건 토지의 매도대금 55억 6,100만 원 전부를 피해자들에게 지급하여야 함에도 매도가격을 속여 위 금액보다 훨씬 적은 32억 5000만 원만 지급하고 22억 1,100만 원을 가로채었다. 피해금액이 22억 1,100만 원으로 일반인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거액일 뿐만 아니라, 배임행위를 위하여 기망수단까지 동원하였다는 점에서, 또한 피해자 공소외 2와의 내연관계를 이용하였다는 점에서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 피고인은 위 범행 후 그로 인한 수익을 은닉(정당한 영업이익으로 가장)하고 비자금을 조성하기 위하여 합계 9억 원이 넘는 7장의 허위세금계산서를 수취하였다.
- 그뿐 아니라 피해자 공소외 2 사이에 분쟁이 발생하자 내연관계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하여 위 피해자로 하여금 대여금 반환청구를 단념시키려다 미수에 그치기도 하였다. 내연관계의 폭로는 위 피해자에게 가정파탄 등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부분 죄질 또한 상당히 불량하다.
- 피고인은 수사 개시 이래 당심에 이르기까지 자신은 위 범행들에 관여한 사실이 없고, 공소외 1이 저지른 것이라는 등으로 범행을 극구 부인하면서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다. 원심에서 많은 사람들이 증인으로 출석하여 진술을 하여야 하였다.
- 피고인은 피해자 공소외 2의 도움으로 60억 원이 넘는 자금을 차용하여 ◇◇리 오피스텔 시행사업을 하여 막대한 수익을 올린 것으로 보임에도 피해회복을 위하여 전혀 노력하지 않고 있다. 위 피해자는 수사 개시 이래 당심에 이르기까지 줄기차게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진정하고 있다.
- 수사기관은 피고인이 뇌출혈로 치료 중임을 고려하여 구속영장의 집행을 하지 않는 배려를 하였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입원 중 도망하였다. 이 또한 범행 후 정황으로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을 수 없다.
○ 유리한 정상
- 피고인이 배임행위로 가로챈 22억 1,100만 원 상당의 이익은 이 사건 토지 일원에 아파트 시행사업이 진행되고 있었다는 특수한 사정 아래에서 피고인과 공소외 1이 시행회사 측인 피고인 2를 최대한 압박함으로써 생긴 수익인 데다가, 위 토지의 매매가격이 3.3㎡당 800만 원으로 결정된 데에 피고인이 어느 정도 기여한 것으로 볼 수 있다(당시 다른 토지의 최고 매매가격이 3.3㎡당 400만 원 내지 500만 원 정도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 피고인에게 동종 범행전력이 없고, 최근 10년 이내에 범죄전력이 없다.
○ 위와 같은 사정을 비롯하여 피고인의 연령, 성행, 건강상태, 환경, 범행의 동기와 경위,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조건들을 종합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무죄 부분
1. 공소사실
위 제2의 가.항 기재와 같다.
2. 판단
위 공소사실은 위 제2의 나.항에서 본 바와 같이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되, 피고인 1이 무죄판결공시 취지의 선고에 동의하지 아니하므로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무죄판결공시의 취지를 선고하지는 않는다.
판사 오현규(재판장) 박운삼 최희영 | 형법 제355조 제1항, 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17. 12. 19. 법률 제1525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 제1항 제2호, 형사소송법 제325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및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송준선
【원심판결】
인천지법 2020. 5. 29. 선고 2019노4317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제1심판결 2018고단4305 사건 부분, 2018고단7772 사건의 사기죄와 자동차관리법 위반죄 중 제3의 가.항 부분, 2019고단1369 사건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인천지방법원에 환송한다. 피고인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검사
가. 범죄단체 가입ㆍ활동에 관한 주위적 공소사실
형법 제114조에서 정한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란 특정 다수인이 일정한 범죄를 수행한다는 공동 목적으로 구성한 계속적인 결합체로서 단체를 주도하거나 내부 질서를 유지하는 최소한의 통솔체계를 갖춘 것을 뜻한다(대법원 2016. 5. 12. 선고 2016도1221 판결 참조).
원심은 범죄단체 가입과 범죄단체 활동 부분에 대하여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무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에 형법 제114조의 ‘범죄단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나. 범죄집단 가입ㆍ활동에 관한 예비적 공소사실
(1) 형법 제114조에서 정한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집단’이란 특정 다수인이 사형, 무기 또는 장기 4년 이상의 범죄를 수행한다는 공동 목적으로 구성원들이 정해진 역할분담에 따라 행동함으로써 범죄를 반복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조직체계를 갖춘 계속적인 결합체를 뜻한다. ‘범죄단체’에서 요구되는 ‘최소한의 통솔체계’를 갖출 필요는 없지만, 범죄의 계획과 실행을 용이하게 할 정도의 조직적 구조를 갖추어야 한다(대법원 2020. 8. 20. 선고 2019도11731 판결 참조).
(2) 원심에서 예비적으로 추가된 예비적 공소사실의 요지는 ‘공소외 1, 공소외 2, 공소외 3은 피해자들을 기망하여 중고차량을 불법으로 판매해 금원을 편취할 목적으로 2016. 5.~6.경부터 2017. 9.경까지 인천 동구 ○○동에 있는 외부 사무실(이하 ‘이 사건 외부 사무실’이라 한다) 등에서 범죄집단을 조직ㆍ활동하고, 피고인은 범죄집단에 가입ㆍ활동하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이 사건 외부 사무실은 합동범 및 공동정범과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조직을 구성하는 일정한 체계나 구조를 갖춘 범죄집단으로 보기 어렵다고 보아 무죄로 판단하였다.
(3) 원심이 인정한 사실과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가) 이 사건 외부 사무실에는 직원이 평균 20~30명 정도 있었고, 평균 5~6개의 팀이 있었다. 이 사건 외부 사무실은 회사 조직과 유사하게 대표, 팀장, 팀원(출동조, 전화상담원)으로 직책이나 역할이 분담되어 있었다. 상담원은 인터넷 허위 광고를 보고 전화를 건 손님들에게 거짓말로 이 사건 외부 사무실에 방문할 것을 유인하는 역할을, 출동조는 이 사건 외부 사무실을 방문한 손님들에게 허위 중고차량을 보여주면서 이른바 ‘뜯플’ 또는 ‘쌩플’의 수법으로 중고차량 매매계약을 유도하는 역할을, 팀장은 소속 직원을 채용하고, 손님 방문 시 출동조를 배정하며, 출동조로부터 계약 진행 상황을 보고받고, 출동조가 매매계약 유도를 성공하면 손님들과 정식 계약을 체결하는 역할을, 대표는 사무실과 집기, 중고자동차 매매계약에 필요한 자료와 할부금융, 광고 등을 준비해 이 사건 외부 사무실을 운영하면서 팀장을 채용한 뒤 팀장으로 하여금 팀을 꾸려 이 사건 사기 범행을 실행하도록 하고, 할부금융사로부터 할부중개수수료를 받으면 이를 팀별로 배분하는 역할을 수행하였다. 대표 또는 팀장은 팀장, 출동조, 전화상담원에게 고객을 유인하고 대응하는 법이나 기망하는 방법 등에 대해 교육하였다.
(나) 대표들은 팀장들이 이용할 할부사와 광고 사이트를 정해 팀장들에게 알려주고, 팀장들로부터 상사입금비와 광고비를 받았다. 또한 대표들은 손님들이 중고차량을 할부로 계약한 경우 할부금융사로부터 받는 할부중개수수료 중 일부를 팀장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팀장들은 대표들로부터 지급받은 위 할부중개수수료와 중고차량 매매에 따른 차익 중 출동조에게 20~30%를, 상담원에게 5~10%를 나눠주고, 그 나머지를 가져갔다.
(다) 대표들, 팀장들, 피고인을 비롯한 팀원들은 이 사건 외부 사무실 업무와 관련하여 ‘텔레그램’을 이용한 대화방을 개설하여 정보를 공유하거나 각종 보고 등을 하였다. 또한 대표들과 팀장들은 비정기적이긴 하나 회의를 하였고, 팀장들은 공유된 정보를 소속 출동조와 상담원에게 전파하였다.
(라) 이 사건 외부 사무실 직원들은 전체 회식이나 야유회를 가졌는데, 그에 들어가는 비용은 대표들이 모두 부담하였다. 대표인 공소외 1, 공소외 2, 공소외 3은 단속될 경우를 대비하여 이 사건 외부 사무실을 옮겼는데, 이 경우 이 사건 외부 사무실 직원 모두가 위 대표들이 마련한 새로운 사무실로 이전한 뒤 종전과 동일하게 근무하였다.
(마) 이 사건 외부 사무실에서 이루어진 중고자동차 매매계약은 모두 이른바 ‘뜯플’, ‘쌩플’ 등의 사기 수법이 동원된 것이고, 정상적인 판매행위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4) 이러한 사실 등을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외부 사무실은 특정 다수인이 사기 범행을 수행한다는 공동 목적으로 구성원들이 대표, 팀장, 출동조, 전화상담원 등 정해진 역할분담에 따라 행동함으로써 사기 범행을 반복적으로 실행하는 체계를 갖춘 결합체, 즉 형법 제114조의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집단’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옳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 사건 외부 사무실이 형법 제114조의 범죄집단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에서 예비적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판단에는 형법 제114조에서 정한 ‘범죄집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2. 피고인(원심판결 중 제1심판결 2018고단4305 사건 부분, 2018고단7772 사건의 사기죄와 자동차관리법 위반죄 중 제3의 가.항 부분, 2019고단1369 사건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에 따르면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서만 양형부당을 이유로 상고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인에 대하여 그보다 가벼운 형이 선고된 이 사건에서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는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아니다.
3. 파기의 범위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범죄집단 가입ㆍ활동에 관한 예비적 공소사실에 대한 무죄 부분은 파기를 면할 수 없고, 이에 따라 이와 동일체의 관계에 있는 주위적 공소사실에 관한 무죄 부분도 파기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는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 2018고단4305 사건의 나머지 부분, 2018고단7772 사건의 사기죄와 자동차관리법 위반죄 중 제3의 가.항 부분, 2019고단1369 사건 부분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이 선고되어야 하므로, 결국 원심판결 중 제1심판결 2018고단4305 사건 부분, 2018고단7772 사건의 사기죄와 자동차관리법 위반죄 중 제3의 가.항 부분, 2019고단1369 사건 부분은 파기되어야 한다.
4. 결론
원심판결 중 제1심판결 2018고단4305 사건 부분, 2018고단7772 사건의 사기죄와 자동차관리법 위반죄 중 제3의 가.항 부분, 2019고단1369 사건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며, 피고인의 나머지 상고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동원(재판장) 김재형(주심) 민유숙 노태악 | [1] 형법 제114조 / [2] 형법 제114조 / [3] 형법 제114조, 제347조 제1항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정다은
【원심판결】
대전고법 2020. 5. 29. 선고 2019노243, 454, 2019전노44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가.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는 ‘아동ㆍ청소년’이란 19세 미만의 자(다만 19세에 도달하는 연도의 1. 1.을 맞이한 자는 제외한다)를 말한다고 정의하고, 제7조 제1항은 폭행 또는 협박으로 아동ㆍ청소년을 강간한 사람은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위 법이 특별히 아동ㆍ청소년을 보호하고자 하는 이유는, 아동ㆍ청소년은 사회적ㆍ문화적 제약 등으로 아직 온전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인지적ㆍ심리적ㆍ관계적 자원의 부족으로 타인의 성적 침해 또는 착취행위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어려운 처지에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아동ㆍ청소년은 성적 가치관을 형성하고 성 건강을 완성해가는 과정에 있으므로 아동ㆍ청소년에 대한 성적 침해 또는 착취행위는 아동ㆍ청소년이 성과 관련한 정신적ㆍ신체적 건강을 추구하고 자율적 인격을 형성ㆍ발전시키는 데에 심각하고 지속적인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대법원 2020. 8. 27. 선고 2015도9436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나.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해자 공소외인(가명, 여, 14세)에 대한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은, 피고인이 2018. 1. 26. 피고인의 주거지에서 피해자의 어깨를 잡아 눕히고, 팔과 무릎 등으로 피해자의 어깨와 팔 부위를 눌러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등 피해자로 하여금 반항하지 못하게 한 후 간음하고, 그 다음 날 같은 장소에서, 전날 일에 대한 사과를 받으러 온 피해자에게 성관계를 요구하였으나 피해자가 이를 거부하자 다시 피해자의 뺨을 때리고 어깨를 잡아 눕힌 다음 온몸으로 피해자를 눌러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등 피해자로 하여금 반항하지 못하게 한 후 간음하였다는 것이다.
다. 피고인은 이에 대하여 2018. 1. 26. 피해자와 합의하에 1회 성관계를 가졌을 뿐이고, 2018. 1. 27.에는 피해자를 만난 적도 없다고 주장하면서, 특히 전날 심각한 폭행 후 강간을 당하였다는 피해자가 사과를 받기 위해 혼자 피고인을 찾아가 피고인만 있는 집 안으로 들어가 다시 강간을 당하였다는 진술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하였다.
라. 원심은 이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피해자가 피고인으로부터 강간을 당한 후 다음 날 혼자서 다시 피고인의 집을 찾아간 것이 일반적인 평균인의 경험칙이나 통념에 비추어 범죄 피해자로서는 취하지 않았을 특이하고 이례적인 행태로 보인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곧바로 피해자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범죄를 경험한 후 피해자가 보이는 반응과 피해자가 선택하는 대응 방법은 천차만별인바, 강간을 당한 피해자가 반드시 가해자나 가해현장을 무서워하며 피하는 것이 마땅하다고는 볼 수 없고, 경우에 따라서는 가해자를 별로 무서워하지 않거나 피하지 않고 나아가 가해자를 먼저 찾아가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볼 수는 없다. 피해자와 피고인의 나이 차이, 범행 이전의 우호적인 관계 등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로서는 사귀는 사이인 것으로 알았던 피고인이 자신을 상대로 느닷없이 강간 범행을 한 것에 대해서 의구심을 가지고 그 해명을 듣고 싶어 하는 마음을 가졌던 것으로 보이고, 피해자의 그러한 심리가 성폭력을 당한 여성으로서는 전혀 보일 수 없을 정도로 이례적이고 납득 불가능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따라서 피해자가 2018. 1. 26.자 강간을 당한 후 그 다음 날 스스로 피고인의 집에 찾아갔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피해자의 행위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할 사정이 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마. 앞서 본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위와 같이 판단하여, 범행 후 피해자의 일부 언행을 문제 삼아 피해자다움이 결여되었다는 등의 이유로 피해자 진술 전체의 신빙성을 다투는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고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
2.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에 의하면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서만 양형부당을 사유로 한 상고가 허용된다. 피고인에 대하여 그보다 가벼운 형이 선고된 이 사건에서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는 취지의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3.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태악(재판장) 김재형 민유숙(주심) 이동원 | [1]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제7조 제1항 / [2]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7조 제1항, 형사소송법 제308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원심판결】
서울서부지법 2017. 4. 6. 선고 2016노1059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구 문화재수리 등에 관한 법률(2015. 3. 27. 법률 제1325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문화재수리법’이라고 한다)은 문화재를 원형으로 보존ㆍ계승하기 위하여 문화재수리의 품질향상과 문화재수리업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이다(제1조). 구 문화재수리법은 위와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문화재의 소유자가 문화재수리를 하려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문화재수리업자에게 수리하도록 하거나 문화재수리기술자 및 문화재수리기능자가 함께 수리하도록 하고(제5조 제1항 본문), 문화재수리업을 하려는 자는 대통령령이 정한 기술능력, 자본금 및 시설 등의 등록 요건을 갖추어 주된 영업소의 소재지를 관할하는 시ㆍ도지사에게 등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14조 제1항). 그리고 문화재수리기능자는 다른 사람에게 자기의 성명을 사용하여 문화재수리 등의 업무를 하도록 하거나 문화재수리기능자 자격증을 대여하여서는 아니 되고(제12조, 제10조 제3항), 이를 위반할 경우 문화재수리기능자 자격증을 대여한 자와 대여받아 사용한 자를 형사처벌하며(제59조 제2호), 문화재청장은 그 자격의 취소 내지 정지를 명할 수 있고(제48조, 제47조 제1항 제7호), 문화재수리업의 등록 취소 내지 영업 정지를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제49조 제1항 제9호).
한편 구 문화재수리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2014. 12. 16. 대통령령 제2585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은 보존과학업을 등록하기 위하여 ‘보존과학기술자 1명 이상 및 보존처리공 1명과 훈증공ㆍ세척공ㆍ표구공 중 1명을 포함한 기능자 2명 이상’을 문화재수리기술자 및 문화재수리기능자와 관련한 기술능력 요건으로 정하고 있다(제12조 제1항 제1호 [별표 7]).
이러한 구 문화재수리법령의 입법 목적과 규정의 내용 및 취지에 비추어 보면, 문화재수리기능자가 그 자격에 따른 직무를 수행하지 아니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문화재수리기능자 자격증을 빌려주어 마치 문화재수리업과 관련하여 문화재수리기능자가 실제로 고용되어 문화재수리기술자격에 따른 직무를 수행하는 것처럼 가장함으로써 부정한 방법으로 등록을 받아 문화재수리업을 하도록 한 경우에도, 구 문화재수리법 제59조 제2호, 제12조, 제10조 제3항에서 금지하는 문화재수리기능자 자격증을 대여하는 행위에 해당하며, 이는 문화재수리업과 관련하여 다른 사람이 적극적으로 문화재수리기능자인 것처럼 행세하여 직무를 수행하지 아니하였더라도 달리 볼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5. 12. 10. 선고 2014도13062 판결 참조).
2.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의 행위가 문화재수리법이 금지하는 자격증의 대여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음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다.
3. 원심판결의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의 이유 설시에 다소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있으나, 검사 제출의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지 못하였다고 본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구 문화재수리법 제59조 제2호, 제12조, 제10조 제3항에서 금지하는 문화재수리기능자 자격증 대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4.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재형(재판장) 민유숙 이동원(주심) 노태악 | 구 문화재수리 등에 관한 법률(2015. 3. 27. 법률 제1325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조, 제5조 제1항, 제10조 제3항, 제12조, 제14조 제1항, 제47조 제1항 제7호, 제48조, 제49조 제1항 제9호, 제59조 제2호(현행 제58조 제3호 참조), 구 문화재수리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2014. 12. 16. 대통령령 제2585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2조 제1항 제1호 [별표 7]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1 외 7인
【상 고 인】
피고인들
【변 호 인】
법무법인 이우스 담당변호사 오세욱 외 2인
【원심판결】
광주지법 2016. 10. 13. 선고 2015노2262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인 1,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7, 피고인 8 주식회사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문화재수리 등에 관한 법률(이하 ‘문화재수리법’이라고 한다)은 문화재를 원형으로 보존·계승하기 위하여 문화재수리의 품질향상과 문화재수리업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이다(제1조). 문화재수리법은 위와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문화재의 소유자가 문화재수리를 하려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문화재수리업자에게 수리하도록 하거나 문화재수리기술자 및 문화재수리기능자가 함께 수리하도록 하고(제5조 제1항 본문), 문화재수리업을 하려는 자는 대통령령이 정한 기술능력, 자본금 및 시설 등의 등록 요건을 갖추어 주된 영업소의 소재지를 관할하는 시·도지사에게 등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14조 제1항). 그리고 문화재수리기술자, 문화재수리기능자는 다른 사람에게 자기의 성명을 사용하여 문화재수리 등의 업무를 하도록 하거나 문화재수리기술자·문화재수리기능자 자격증을 대여하여서는 아니 되고(제10조 제3항, 제12조), 이를 위반할 경우 문화재수리기술자·문화재수리기능자 자격증을 대여한 자와 대여받아 사용한 자를 형사처벌하며[제58조 제3호, 구 문화재수리 등에 관한 법률(2015. 3. 27. 법률 제1325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문화재수리법’이라고 한다) 제59조 제2호], 문화재청장은 그 자격의 취소 내지 정지를 명할 수 있고(제47조 제1항 제7호, 제48조), 문화재수리업의 등록 취소 내지 영업 정지를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제49조 제1항 제9호).
한편 구 문화재수리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2014. 12. 16. 대통령령 제2585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은 종합문화재수리업을 등록하기 위하여 ‘보수기술자 2명과 단청기술자 1명을 포함한 보수·단청 분야 기술자 4명 이상과 대목수 1명, 한식미장공 1명, 번와와공 1명과 화공·드잡이공·한식석공·한식목공 중 3명 이상을 포함한 기능자 6명 이상’을 문화재수리기술자 및 문화재수리기능자와 관련한 기술능력 요건으로 정하고 있다(제12조 제1항 제1호 [별표 7]).
이러한 문화재수리법령의 입법 목적과 규정의 내용 및 취지에 비추어 보면, 문화재수리기술자·문화재수리기능자가 그 자격에 따른 직무를 수행하지 아니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문화재수리기술자·문화재수리기능자 자격증을 빌려주어 마치 문화재수리업과 관련하여 문화재수리기술자·문화재수리기능자가 실제로 고용되어 문화재수리기술자격에 따른 직무를 수행하는 것처럼 가장함으로써 부정한 방법으로 등록을 받아 문화재수리업을 하도록 한 경우에도, 문화재수리법 제58조 제3호, 제10조 제3항, 제12조 내지 구 문화재수리법 제59조 제2호, 제10조 제3항, 제12조에서 금지하는 문화재수리기술자·문화재수리기능자 자격증을 대여하는 행위에 해당하며, 이는 문화재수리업과 관련하여 다른 사람이 적극적으로 문화재수리기술자·문화재수리기능자인 것처럼 행세하여 직무를 수행하지 아니하였더라도 달리 볼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5. 12. 10. 선고 2014도13062 판결 참조).
나.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실 및 사정을 들어 피고인 8 주식회사와 피고인 1,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7 사이의 근로계약관계는 그 실질이 임금을 목적으로 한 종속관계라기보다는 문화재수리업 등록 요건 중 기술능력을 충족시키기 위한 자격증 대여관계에 불과하다고 보아, 이를 다투는 위 피고인들의 항소이유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이 사건 각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하였다.
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위 피고인들에 대한 이 사건 각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문화재수리법에서 금지하는 문화재수리기술자·문화재수리기능자 자격증 대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판단을 누락한 잘못이 없다. 상고이유에서 들고 있는 대법원판결은 이 사건과는 사안을 달리하는 것이어서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아니하다.
2. 피고인 4, 피고인 5, 피고인 6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기록에 의하면, 위 피고인들은 양형부당만을 항소이유로 삼았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경우 원심판결에 사실오인, 법리오해, 판단누락의 위법이 있다는 취지의 주장은 모두 항소이유서 제출기간 내에 구체적으로 주장하여 적법한 항소이유로 삼거나 원심이 직권으로 심판대상으로 삼은 바가 없는 것을 상고심에 이르러 비로소 주장하는 것으로서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재형(재판장) 민유숙 이동원(주심) 노태악 | 구 문화재수리 등에 관한 법률(2015. 3. 27. 법률 제1325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0조 제3항, 제12조, 제59조 제2호(현행 제58조 제3호 참조), 문화재수리 등에 관한 법률 제1조, 제5조 제1항, 제10조 제3항, 제12조, 제14조 제1항, 제47조 제1항 제7호, 제48조, 제49조 제1항 제9호, 제58조 제3호, 구 문화재수리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2014. 12. 16. 대통령령 제2585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2조 제1항 제1호 [별표 7]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최동곤 외 1인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법 2020. 6. 18. 선고 2020노60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제작·배포등) 부분에 관한 판단
가. 구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2020. 6. 2. 법률 제1733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1조 제2항은 영리를 목적으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공연히 전시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위 조항에서 규정하는 ‘영리의 목적’이란 위 법률이 정한 구체적 위반행위를 함에 있어서 재산적 이득을 얻으려는 의사 또는 이윤을 추구하는 의사를 말하며(대법원 2004. 3. 26. 선고 2003도8003 판결 등 참조), 이는 널리 경제적인 이익을 취득할 목적을 말하는 것으로서 반드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배포 등 위반행위의 직접적인 대가가 아니라 위반행위를 통하여 간접적으로 얻게 될 이익을 위한 경우에도 영리의 목적이 인정된다(향정신성의약품관리법 위반죄에 관한 대법원 1997. 12. 12. 선고 97도2368 판결, 도박개장죄에 관한 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8도3970 판결, 의료법 위반죄에 관한 대법원 2017. 8. 18. 선고 2017도7134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사설 인터넷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는 사람이, 먼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개설하여 아동·청소년이용음란 동영상을 게시하고 1:1 대화를 통해 불특정 다수를 위 오픈채팅방 회원으로 가입시킨 다음, 그 오픈채팅방에서 자신이 운영하는 도박사이트를 홍보하면서 회원들이 가입 시 입력한 이름, 전화번호 등을 이용하여 전화를 걸어 위 도박사이트 가입을 승인해주는 등의 방법으로 가입을 유도하고 그 도박사이트를 이용하여 도박을 하게 하였다면, 영리를 목적으로 도박공간을 개설한 행위가 인정됨은 물론, 나아가 영리를 목적으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공연히 전시한 행위도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나.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이 원심공동피고인 1 등 직원들과 공모하여 불법 도박사이트를 홍보하기 위하여 ○○○○ 오픈채팅방을 개설하여 총 10회에 걸쳐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게시하는 방법으로 영리를 목적으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공연히 전시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대하여 피고인의 고의 및 공모 사실과 영리의 목적이 인정된다고 보아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동정범의 성립, 구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2020. 6. 2. 법률 제1733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1조 제2항의 ‘영리의 목적’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추징 부분에 관한 판단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으로부터 1,163,469,000원을 추징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추징액의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양형부당 주장에 관하여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에 의하면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서만 양형부당을 사유로 한 상고가 허용된다. 피고인에 대하여 그보다 가벼운 형이 선고된 이 사건에서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는 취지의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4.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태악(재판장) 김재형 민유숙(주심) 이동원 | 구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2020. 6. 2. 법률 제1733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1조 제2항, 형법 제247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1 외 2인
【상 고 인】
피고인 1 및 검사
【변 호 인】
법무법인(유한) 대륙아주 외 1인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법 2017. 11. 9. 선고 2017노2217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 1에 대한 유죄 부분, 피고인 1에 대한 무죄 부분 중 2010년 봉사상 관련 업무방해 부분 및 피고인 2에 대한 2010년 봉사상 관련 업무방해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환송한다. 검사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서면은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피고인 1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 발표대회 관련 업무방해의 점 및 △△대학교 입학사정관 관련 업무방해의 점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와 같이 공동정범의 성립, 형사소송에서 요구되는 증명의 정도 및 업무방해의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잘못 인정하는 등의 위법이 없다.
2. 검사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가. 피고인 1, 피고인 2의 2010년도 봉사상 관련 업무방해의 점
1) 공소사실 요지
피고인 2는 2009. 3.경부터 2010. 1.경까지 □□병원 관리이사 공소외 1을 통하여 공소외 2가 2009. 3. 14.부터 2010. 1. 16.까지 총 84시간의 봉사활동을 한 것처럼 허위로 기재된 봉사활동확인서를 발급받아 피고인 1에게 교부하였고, 피고인 1은 이를 공소외 2의 담임교사를 통하여 ◇◇고에 제출함으로써 공소외 2로 하여금 2010. 1. 26. ◇◇고등학교장 명의의 봉사상을 수상하도록 하여, 위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위계로써 ◇◇고등학교장의 봉사상 심사 및 선정 업무를 방해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공소외 2가 2010년도 봉사상 수상자로 선정된 것은 ◇◇고등학교장 또는 위 학교의 공적심사위원회가 봉사활동시간의 적정 여부에 관한 사실을 충분히 확인하지 않은 채 피고인 1이 제출한 허위의 봉사활동확인서를 가볍게 믿고 이를 수용한 결과이므로 이는 업무담당자의 불충분한 심사에 기인한 것으로서 위 피고인들의 위계가 업무방해의 위험성을 발생시켰다고 할 수 없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업무방해죄의 성립에 있어서는 업무방해의 결과가 실제로 발생함을 요하지 않고 업무방해의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발생하면 족하다(대법원 2002. 3. 29. 선고 2000도3231 판결 등 참조).
한편 상대방으로부터 신청을 받아 상대방이 일정한 자격요건 등을 갖춘 경우에 한하여 그에 대한 수용 여부를 결정하는 업무에 있어서는 신청서에 기재된 사유가 사실과 부합하지 않을 수 있음을 전제로 자격요건 등을 심사·판단하는 것이므로, 업무담당자가 사실을 충분히 확인하지 않은 채 신청인이 제출한 허위의 신청사유나 허위의 소명자료를 가볍게 믿고 이를 수용하였다면 이는 업무담당자의 불충분한 심사에 기인한 것으로서 신청인의 위계가 업무방해의 위험성을 발생시켰다고 할 수 없어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를 구성하지 않는다. 그러나 신청인이 업무담당자에게 허위의 주장을 하면서 이에 부합하는 허위의 소명자료를 첨부하여 제출한 경우 그 수리 여부를 결정하는 업무담당자가 관계 규정이 정한 바에 따라 그 요건의 존부에 관하여 나름대로 충분히 심사를 하였으나 신청사유 및 소명자료가 허위임을 발견하지 못하여 신청을 수리하게 될 정도에 이르렀다면 이는 업무담당자의 불충분한 심사가 아니라 신청인의 위계행위에 의하여 업무방해의 위험성이 발생된 것이어서 이에 대하여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가 성립된다(대법원 2007. 12. 27. 선고 2007도5030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 및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판단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1) 구 초·중등교육법(2012. 3. 21. 법률 제1138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5조, 구 학교생활기록의 작성 및 관리에 관한 규칙(2015. 3. 5. 교육부령 제57호로 폐지된 것으로서, 2010. 11. 22. 교육과학기술부령 제8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조 및 구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2010. 1. 22. 교육과학기술부훈령 제15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3조에 의하면, 학교의 장은 학생지도 및 상급학교의 학생 선발에 활용할 수 있는 인적사항, 학적사항, 출결사항 등 학교생활기록을 작성·관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봉사활동 및 봉사상 수상경력은 이러한 학교생활기록 사항에 포함된다. ◇◇고는 학생들이 제출하는 봉사활동확인서에 따라 학교생활기록부에 봉사활동내역 및 시간 등을 기재한 후, 학년도 말에 학교생활기록부의 연간 봉사실적 누계시간이 80시간 이상인 학생을 특별활동부에 추천하고, 특별활동부에서 이를 취합한 후 공적심사위원회를 통하여 봉사활동시간의 적정성에 관한 자료를 검토·심의하고 학교장의 결재를 거쳐 봉사상 수상자를 선정하도록 정하고 있다.
(2) 피고인 1이 제출한 봉사활동확인서는 교내가 아닌 학교 외에서 이루어진 봉사활동에 관한 것이고, 주관기관인 □□병원이 그 명의로 발급하였다. 위 확인서 자체로 명백한 모순·오류가 있다거나, ◇◇고 담당교사들 또는 학교장 등이 위 확인서에서 그 내용이 허위임을 인식하였거나 인식할 수 있었다고 볼 사정도 발견되지 않는다.
(3) ◇◇고등학교장은 피고인 1이 제출한 □□병원 발급의 봉사활동확인서에 기재된 대로 공소외 2가 봉사활동을 한 것으로 오인·착각하여 공소외 2를 봉사상 수상자로 선정하였으므로, 피고인들의 허위 봉사활동확인서 제출로써 ◇◇고등학교장의 봉사상 심사 및 선정 업무 방해의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발생하였다.
(4) 앞서 본 ◇◇고의 봉사상 심사 및 선정 절차에 비추어 보면, 봉사상 심사 및 선정 업무는 학생이 제출한 봉사활동확인서의 내용이 진실함을 전제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일 뿐, 학생으로부터 봉사상에 관한 신청을 받아 해당 학생이 일정한 자격요건 등을 갖춘 경우에 한하여 그에 대한 수용 여부를 결정하는 업무라거나, 봉사활동확인서의 내용이 사실과 부합하지 않을 수 있음을 전제로 봉사상 수상의 자격요건 등을 심사·판단하는 업무라고 볼 수 없다. 또한 담임교사, 공적심사위원회 또는 ◇◇고등학교장이 봉사활동확인서 등 증빙자료가 위조되거나 허위로 작성될 수 있음을 전제로 봉사활동확인서의 발급기관에 별도로 문의하여 기재 내용을 다시 확인하는 등 형식, 명의, 내용의 진위 여부 등까지 모두 심사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다) 그럼에도 이와 다른 전제에서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원심의 판단에는 업무방해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따라서 이를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이유는 이유 있다.
나. 피고인 1, 피고인 2의 2011년도 봉사상 관련 업무방해의 점 및 피고인 1, 피고인 3의 ☆☆☆☆ 토론대회 관련 업무방해의 점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 1, 피고인 2의 2011년도 봉사상 관련 업무방해 부분에 관하여 변경된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고, 피고인 1, 피고인 3의 ☆☆☆☆ 토론대회 관련 업무방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와 같이 업무방해의 위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잘못 인정하는 등의 위법이 없다.
다. 검사의 나머지 상고 부분
검사는 원심판결 전부에 대하여 상고하였으나, 나머지 부분에 관하여는 상고장에 적법한 상고이유의 기재가 없고, 상고이유서에도 불복이유의 기재가 없다.
3. 파기의 범위
앞서 본 바와 같이 원심판결의 피고인 1에 대한 무죄 부분 중 2010년 봉사상 관련 업무방해 부분 및 피고인 2에 대한 2010년 봉사상 관련 업무방해 부분을 파기하여야 한다. 그런데 피고인 1에 대한 파기 부분은 위 피고인에 대한 유죄 부분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이 선고되어야 하므로, 피고인 1에 대한 유죄 부분도 함께 파기한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 1에 대한 유죄 부분, 피고인 1에 대한 무죄 부분 중 2010년 봉사상 관련 업무방해 부분 및 피고인 2에 대한 2010년 봉사상 관련 업무방해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검사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박상옥(주심) 안철상 김상환 | [1] 형법 제314조 제1항 / [2] 형법 제314조 제1항 / [3] 형법 제30조, 제314조 제1항, 구 초·중등교육법(2012. 3. 21. 법률 제1138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5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1 외 1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박진현 외 1인
【원심판결】
인천지법 2017. 7. 14. 선고 2017노153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 1에 대한 뇌물공여 부분 및 피고인 2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인천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서면은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공소사실의 요지 및 원심 판단
가. 공소사실의 요지
○○도청 △△△△국 □□과장 피고인 2는 2013. 11.경 ◇◇◇◇◇장 피고인 1로부터 “선물을 할 사람이 있으면 새우젓을 보내 주겠다.”라는 말을 듣고 이를 승낙한 뒤 새우젓을 보내고자 하는 사람들의 명단을 피고인 1에게 보내 주고 피고인 1로 하여금 위 사람들에게 피고인 2의 이름을 적어 마치 피고인 2가 선물을 하는 것처럼 새우젓을 보내도록 하였다.
피고인 2는 위와 같은 방법으로 2013. 11. 12.경부터 2014. 11. 12.경까지 원심판결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새우젓을 선물하고자 하는 329명의 사람들에게 총 11,186,000원 상당의 새우젓을 피고인 1로 하여금 보내게 하고 그 대금을 지급하지 않는 방법으로 공무원의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교부받았고, 피고인 1은 공무원의 직무에 관하여 피고인 2에게 뇌물을 공여하였다.
나. 원심 판단
원심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사회통념상 위 329명이 새우젓을 받은 것을 피고인 2가 직접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할 수 있는 관계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보아,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였다.
2. 대법원 판단
가. 뇌물죄는 공여자의 출연에 의한 수뢰자의 영득의사의 실현으로서, 공여자의 특정은 직무행위와 관련이 있는 이익의 부담 주체라는 관점에서 파악하여야 할 것이므로, 금품이나 재산상 이익 등이 반드시 공여자와 수뢰자 사이에 직접 수수될 필요는 없다(대법원 2008. 6. 12. 선고 2006도8568 판결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피고인 1은 ◇◇◇◇◇ 계장이고, 피고인 2는 2012. 1.경 ○○도청 △△△△국 □□과 과장으로 재직하면서 어민들의 어업지도, 보조금 관련 사업과 어로행위 관련 단속 업무 등을 총괄하고 있었다.
2) 피고인 1은 공소사실 기재 기간(2013. 11. 12.경부터 2014. 11. 12.경) 이전인 2012. 11.경 피고인 2에게 전화로 ‘선물을 할 사람이 있으면 새우젓을 보내 주겠다’고 말하였고, 이후 피고인 2가 재직 중이던 ○○도청 □□과에 새우젓을 보낼 사람들의 명단을 요청하여 □□과 직원으로부터 명단을 받아 피고인 2의 이름으로 새우젓을 택배로 발송하였다. 당시 피고인 2는 위 새우젓을 받은 ☆☆☆☆☆ 과장으로부터 감사전화를 받고 자신의 이름으로 새우젓이 발송된 사실을 알고서도 피고인 1이나 ◇◇◇◇◇에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
3) 피고인 1은 이후 공소사실 기재 기간에 같은 방식으로 ○○도청 □□과에 명단을 요청하였고, □□과에서 작성하여 준 명단에 기재된 사람들에게 피고인 2의 이름으로 새우젓을 발송하였다.
4) 피고인 2는 2013. 11.경 □□과 직원에게 새우젓 발송 명단의 선정기준(퇴직한 ○○도청 □□과 공무원, ○○도의회 의원, ☆☆☆☆☆ 공무원 등)을 지정하였고 위 직원으로부터 위 기준에 따라 작성된 명단을 보고받았다. 위 명단은 피고인 2의 승인을 받은 후 피고인 1에게 전달되었다. 피고인 2는 2014년에는 피고인 1에게 보내는 명단에 직접 자신의 지인들을 따로 추가하기도 하였다.
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 1은 피고인 2가 지정한 사람들에게 피고인 2의 이름을 발송인으로 기재하여 배송업체를 통하여 배송업무를 대신하여 주었을 뿐이고, 위 새우젓을 받은 사람들은 새우젓을 보낸 사람을 피고인 1이 아닌 피고인 2로 인식하였으며, 한편 피고인 1과 피고인 2 사이에 새우젓 제공에 관한 의사의 합치가 존재하고 위와 같은 제공방법에 관하여 피고인 2가 양해하였다고 보이므로, 피고인 1의 새우젓 출연에 의한 피고인 2의 영득의사가 실현되어 형법 제129조 제1항의 뇌물공여죄 및 뇌물수수죄가 성립한다고 보아야 한다. 공여자와 수뢰자 사이에 직접 금품이 수수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이와 달리 볼 수 없고, 원심이 인용한 대법원 1998. 9. 22. 선고 98도1234 판결은 공무원이 증뢰자로 하여금 다른 사람에게 뇌물을 공여하도록 한 경우에 관한 것이므로 사안을 달리하는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않다.
라. 그럼에도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와 달리 본 원심판단에는 뇌물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이유는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 1에 대한 뇌물공여 부분 및 피고인 2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박상옥(주심) 안철상 김상환 | [1] 형법 제129조 제1항, 제133조 제1항 / [2] 형법 제129조 제1항, 제133조 제1항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 김앤전 담당변호사 김성철 외 2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20. 5. 28. 선고 2019노1720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제1심판결은 고등학교 교사인 피고인이 학생인 3명의 피해자에게 격려, 관심표명 등을 핑계 삼아 피해자의 신체를 만져서 추행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대하여, 판시와 같은 사정과 더불어, 피해자 공소외 1의 경우 피해 당시 주변에서 쉽게 목격할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피고인에게 곧바로 항의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피해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을 납득하기 어렵고, 피해자 공소외 1, 피해자 공소외 2가 피고인과의 면담 과정에서 있었던 일로 징계를 받을 수 있는 상황에 처하자 피해사실을 꾸며내거나 과장하여 진술한 것으로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성폭행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피해자의 성정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및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개별적, 구체적인 사건에서 성폭행 등의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는 대법원 2019. 7. 11. 선고 2018도2614 판결 등의 법리를 원용한 다음, 피고인의 피해자 공소외 1에 대한 범행 장소와 시간, 경위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주변에서 쉽게 피해상황을 목격하기 어려워 보이고, 피해자 공소외 1, 피해자 공소외 2가 피해사실을 최초 진술할 당시 징계에 회부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거나 그런 말을 전해 듣고 허위로 피해사실을 꾸며낸 것으로는 보이지 않으며, 일부 피해자들이 범행 약 1개월 후 피고인의 교육태도 등에 관하여 강력히 항의하였는데 이는 피고인의 신체접촉으로 인한 거부감이 피해자들로 하여금 피고인과 소통이 되지 않는다고 느끼는 데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이고 그 상황에서 일부 피해자들이 피고인과 큰 갈등을 빚게 되자 친분 있는 다른 교사에게 피해사실을 알리게 되고 수사기관에서도 이 사건을 인지하여 수사가 개시되었다고 판단하여, 그 판시와 같은 인정 사실들과 더불어 피해자들 진술의 신빙성을 긍정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은 위 대법원 판결의 법리에 따라, ‘성추행 피해자가 추행 즉시 행위자에게 항의하지 않은 사정’이나 ‘피해 신고 시 성폭력이 아닌 다른 피해사실을 먼저 진술한 사정’만으로 곧바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부정할 것이 아니고, 가해자와의 관계와 피해자의 구체적 상황을 모두 살펴 판단하여야 한다는 취지로서, 거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강제추행죄의 성립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태악(재판장) 김재형 민유숙(주심) 이동원 |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7조 제3항, 형법 제298조, 형사소송법 제308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원심판결】
대구지법 2016. 9. 2. 선고 2015노2525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의 사기죄 및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죄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대구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사기 및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의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피고인은 이 사건 영농법인의 대표이사로서 이 사건 영농법인이 이 사건 보조사업의 보조사업자로 지정되어 보조금을 지급받기 위해서는 출자금이 1억 원 이상이어야 하고, 자본금이 사업비의 자부담금(위 보조사업은 3억 원) 이상으로 확보되어야 하며, 그 밖에 사업부지를 확보하는 등 보조사업을 제대로 진행할 자격을 갖추었어야 했다. 그런데 사실 이 사건 영농법인은 출자금 1,000만 원만을 보유하고 있었고 자본금 6억 원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으며 사업부지를 소유하고 있지 않았고, 피고인이 이 사건 영농법인으로 하여금 자본금과 사업부지를 보유하게 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에도, ○○시청 축산행정담당 공무원 공소외 1에게 이 사건 영농법인의 자본금이 6억 원이고 사업부지를 보유하고 있다는 내용의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면서 “비록 현재는 이 사건 영농법인이 자본금이 없고 사업부지를 확보하지 못하였지만 자본금과 사업부지를 확보하여 보조사업을 제대로 진행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하였고, 공소외 1은 사실과 다르게 이 사건 영농법인이 사업부지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기재한 서류를 첨부하여 ○○시장 명의로 된 이 사건 승인신청서를 기안하여 경상북도 축산경영과에 제출하였고, 이에 속은 경상북도 축산경영과 담당 공무원은 ‘2011년 농어촌지원복합산업화사업 변경 승인’ 공문을 ○○시청 농축산과에 발송하여 이 사건 영농법인의 2011년 농어촌지원복합산업화사업(사업명 생략)을 승인하였다. 피고인은 위와 같은 승인에 근거하여 ○○시청 농업기술센터에 이 사건 보조사업 중 각 관련 사업완료 신고서를 제출하여 허위인 이 사건 계획서 제출 등에 따라 경상북도로부터 보조사업 승인을 받은 사실을 모르는 ○○시청 농업기술센터 담당 공무원 공소외 2로부터 각 보조금을 교부받음으로써 피고인의 미비된 보조금 지급요건에 관한 사후 보완 약속을 신뢰한 ○○시청 농축산과 소속 공무원 공소외 1을 통해 ○○시청 농업기술센터 담당 공무원과 경상북도 담당 공무원 등을 기망하여 이 사건 영농법인으로 하여금 피해자 ○○시로부터 합계 2억 267만 원을 교부받는 것과 동시에 거짓 신청으로 간접보조금 2억 267만 원을 교부받았다.
2. 요컨대 원심은, 피고인이 ○○시청 농축산과 소속 담당 공무원 공소외 1을 통해 자본금과 출자금 및 사업부지 확보 등에 관하여 허위의 내용을 기재한 이 사건 승인신청서를 제출하여 경상북도 축산경영과 담당 공무원을 기망하여 위와 같이 사업 승인을 받았고, 이에 기하여 ○○시청 농업기술센터 담당 공무원을 기망하여 보조금을 교부받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가. 사기죄의 요건인 기망은 널리 재산상의 거래관계에서 서로 지켜야 할 신의와 성실의 의무를 저버리는 모든 적극적, 소극적 행위를 말한다. 반드시 법률행위의 중요 부분에 관한 허위표시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나, 상대방을 착오에 빠뜨려 행위자가 희망하는 재산적 처분행위를 하도록 하기 위한 판단의 기초가 되는 사실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제40조의 ‘거짓 신청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이라 함은 정상적인 절차에 의해서는 법에 의한 보조금을 지급받을 수 없음에도 위계 기타 사회통념상 부정이라고 인정되는 행위로서 보조금 교부에 관한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적극적 및 소극적 행위를 뜻한다(대법원 2001. 1. 5. 선고 99도4101 판결, 대법원 2011. 6. 30. 선고 2010도14257 판결, 대법원 2015. 6. 23. 선고 2015도5046 판결 등 참조).
나.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1) ○○시청 축산행정담당 공무원 공소외 1이 기안하여 경상북도 축산경영과 담당 공무원 공소외 3에게 제출한 이 사건 승인신청서에 첨부한 그 작성의 서류에는 이 사건 영농법인의 자본금에 관한 사항은 전혀 기재되어 있지 않다.
(2) 비록 공소외 1은 위 서류에 이 사건 영농법인이 사업부지를 ‘보유’하고 있지 않음에도 ‘보유’하고 있는 것처럼 기재하였으나, 관련 법령에서 이 사건 영농법인이 이 사건 보조사업의 보조사업자로 선정되어 보조금을 지급받기 위하여 사업부지를 ‘보유’할 것을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이고, 공소외 3이나 공소외 1의 후임자 공소외 4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임대차나 사용승낙 등에 의하여 사업부지가 확보되어 있으면 되고 사업부지를 ‘보유’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3) 공소외 3은, 영농조합법인이 자본금이나 사업부지를 확보하고 있는지 등에 대하여는 사업시행기관인 ○○시 담당 공무원이 확인하는 것이고, 경상북도는 ○○시에서 선정한 사업의 내용이 보조사업에 적합한지에 관하여만 검토를 한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4) 피고인은 이 사건 영농법인의 회원(조합원)이 출자할 수 있는 금액이 6억 원 정도가 되어 위 사업계획서에 자본금을 6억 원으로 기재한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데, 이러한 진술이 거짓이라고 단정할 만한 증거는 없는 것으로 보이고, 그렇다면 이 사건 영농조합이 이 사건 보조사업의 자부담금인 3억 원 이상의 자본금(법인이 보조사업에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을 확보하지 못하였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5) 관련 법령에 따르더라도 영농조합법인이 이 사건 보조사업을 하기 위한 자격요건으로 ‘사업부지’ 확보를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고, 이 사건 영농법인이 당시 이 사건 보조사업을 진행할 부지를 ‘확보’하지 못하였다고 단정할 만한 증거도 없다.
(6) 이 사건 영농법인의 총출자금이 1,000만 원으로 1억 원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피고인은 위 사업계획서에, 총출자금이 1,000만 원으로 명시되어 있어 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이 사건 영농법인의 법인등기부등본을 첨부하여 공소외 1에게 제출하였다. 이는 피고인이 공소외 1과 상의하여 위 사업계획서를 작성한 것인데 담당 공무원인 공소외 1조차 당시 법인의 출자금이 1억 원 이상, 자본금이 자부담금 이상으로 확보될 것을 요구하는 관련 규정이 있는지 제대로 살피지 아니하여 이를 검토하지 못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다. 이러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영농법인이 이 사건 보조사업의 보조사업자로 선정되어 보조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출자금, 자본금 등의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하였음을 알면서도 ○○시 담당 공무원인 공소외 1로 하여금 이 사건 승인신청서를 기안하여 경상북도 축산경영과 담당 공무원에게 제출하게 하였다고 단정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
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따라 살펴보면, 피고인이 공소외 1을 통하여 경상북도 축산경영과 담당 공무원 공소외 3에게 이 사건 영농법인이 이 사건 보조사업의 사업자로 선정되어 보조사업을 하기 위한 자본금과 출자금, 자본금 및 사업부지 등에 관한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하였음을 알면서도 이에 관하여 기망행위를 하여 이에 속은 공소외 3으로부터 사업승인을 받았다거나 그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또 피고인이 위와 같이 공소외 3을 기망하여 사업승인을 받았음을 전제로 하여 ○○시청 농업기술센터 담당 공무원 공소외 2를 기망하여 보조금을 지급받았다거나 이에 관하여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라. 그럼에도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위와 같은 사기 및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의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데에는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사기죄의 ‘기망행위’,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죄의 ‘거짓 신청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의 사기죄 및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죄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유숙(재판장) 김재형 이동원 노태악(주심) | [1] 형법 제347조 / [2]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제40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박진욱
【원심판결】
의정부지법 2020. 6. 11. 선고 2020노764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무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의정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의 점의 요지는, 피고인과 공소외 1이 성매매 홍보 사이트인 ‘(사이트명 생략)’를 운영하며 벌어들인 범죄수익금의 취득에 관한 사실을 가장하기 위해 타인 명의의 계좌를 사용하기로 공모한 후, 2019. 10. 말경 공소외 2에게 200만 원을 지급하기로 약속하고 공소외 2 명의의 국민은행 계좌와 연결된 체크카드 1장을 건네받음으로써 범죄에 이용할 목적으로 접근매체를 대여받았다는 것이다.
2.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이 대여받은 접근매체가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이하 ‘성매매처벌법’이라고 한다) 위반(성매매광고)죄의 구성요건 실행행위에 직간접적으로 사용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직권으로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였다.
3. 그러나 이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가.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3호의 입법 취지와 문언적 의미 등을 종합해 보면, 위 조항에서 정한 ‘범죄에 이용할 목적으로 또는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에서 말하는 ‘범죄에 이용’이란 접근매체가 범죄의 실행에 직접 사용되는 경우는 물론, 그 범죄에 통상 수반되거나 밀접한 관련이 있는 행위에 사용되는 등 범죄의 수행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경우도 포함된다.
나.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의하면, 피고인과 공소외 1은 2019. 10. 29.경부터 성매매 홍보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성매매 업소 운영자들로부터 광고비를 지급받은 사실, 피고인과 공소외 1은 광고비를 숨기기 위해 타인 명의 계좌로 광고비를 입금받아 관리하고자 하였고, 이에 2019. 10. 말경 공소외 2 명의의 국민은행 계좌와 연결된 체크카드 1장을 대여받은 사실, 성매매 홍보 사이트 운영 시기와 방법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과 공소외 1은 위 체크카드를 대여받을 때부터 성매매 홍보 사이트 운영에 따른 광고비를 체크카드에 연결된 계좌에 입출금할 의도가 있었던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은 성매매 광고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성매매 업소 운영자들로부터 받는 광고비를 관리하기 위해 공소외 2 명의의 체크카드를 대여받은 것이고, 위 접근매체는 성매매 업소 운영자들로부터 광고비를 지급받고 성매매 업소에 대한 광고를 해 주는 범행에 통상적으로 수반되거나 밀접한 관련이 있는 행위에 사용되어 범죄의 수행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피고인은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3호에서 정한 ‘범죄에 이용할 목적’으로 접근매체를 대여받았다고 봄이 타당하다.
다. 그런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결에는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3호에서 정한 ‘범죄에 이용할 목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이유는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무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박상옥(주심) 안철상 김상환 |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3호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및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이승준 외 1인
【원심판결】
서울남부지법 2020. 7. 2. 선고 2019노1130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관련 공소사실의 요지
주식회사 공소외 1(이하 ‘공소외 1 회사’라고 한다)의 관리부장인 피고인은 2018. 10. 22. 피해자인 공소외 2 주식회사(이하 ‘피해 회사’라고 한다)가 공사대금 채권에 기하여 2015. 1. 13.경부터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는 부천시 (주소 생략)에 있는 (호실 생략)(이하 ‘이 사건 호실’이라고 한다)를 공소외 1 회사의 명의로 경락받아 2018. 10. 31. 공매를 원인으로 한 공소외 1 회사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이후 피고인은 2018. 11. 2. 11:00경 이 사건 호실 출입문 앞에 이르러 출입문에 게시되어 있는 피해 회사 소유의 ‘유치권 행사 공고문’ 1부를 손으로 떼어내고, 드릴을 사용하여 피해자 회사가 설치해 놓은 전자열쇠를 부수고 안으로 들어간 후 새로운 전자열쇠를 설치함으로써 피해 회사의 이 사건 호실에 대한 유치권 행사를 방해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이 사건 호실이 공소외 1 회사의 소유이고, 피고인은 공소외 1 회사의 대표이사가 아닌 영업부장일 뿐이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공소외 1 회사 대표이사 공소외 3과 공모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 부분 범행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다. 대법원의 판단
1) 법인의 대표기관이 아닌 대리인이나 지배인이 대표기관과 공모 없이 한 행위라도 그 직무권한 범위 내에서 직무에 관하여 타인이 점유하는 법인의 물건을 취거한 경우에는 대표기관이 한 행위와 법률적ㆍ사실적 효력이 동일하고, 법인의 물건을 법인의 이익을 위해 취거하여 불법영득의사가 없는 점과 범의 내용 등에 관해서 실질적인 차이가 없으므로 권리행사방해죄가 규정하는 ‘자기의 물건을 취거한 경우’에 해당한다(대법원 2005. 1. 14. 선고 2004도8134 판결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부동산 임대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공소외 1 회사는 피해 회사가 관리하고 있던 이 사건 호실에 관하여 2018. 10. 31. 공소외 1 회사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나) 피고인의 동생인 공소외 3은 공소외 1 회사의 대표이사이고, 피고인은 공소외 1 회사의 관리부장으로 회사 업무를 총괄하면서 부동산 임대 및 주유소 영업 관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다.
다) 피고인은 2018. 11. 2. 공소외 3에게서 이 사건 호실에 관한 모든 업무 및 권한을 위임받은 후 이 사건 호실에 가 관련 공소사실 기재 행위를 하였다.
3) 위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이 공소외 1 회사의 대표기관이 아니기는 하나, 피고인의 관련 공소사실 기재 행위는 공소외 1 회사로부터 위임받은 직무권한 범위 내에서 직무에 관하여 한 행위로 공소외 1 회사의 대표기관이 한 행위와 다름없으므로 권리행사방해죄의 ‘자기 물건’을 취거한 행위에 해당할 여지가 크다.
4) 그럼에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관련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권리행사방해죄에서 ‘자기의 물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2. 피고인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무죄 부분 제외)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건조물침입죄 및 권리행사방해죄 성립, 불가벌적 수반행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파기의 범위
수개의 범죄사실에 대하여 항소심이 일부는 유죄, 일부는 무죄의 판결을 하고, 그 판결에 대하여 피고인 및 검사 쌍방이 상고를 제기하였으나, 유죄 부분에 대한 피고인의 상고는 이유 없고, 무죄 부분에 대한 검사의 상고만 이유 있는 경우, 항소심이 유죄로 인정한 죄와 무죄로 인정한 죄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다면 항소심판결의 유죄 부분도 무죄 부분과 함께 파기되어야 한다(대법원 2002. 7. 26. 선고 2001도4947 판결 등 참조).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원심에서 유죄로 인정한 부분에 대한 피고인의 상고는 이유 없으나, 위 각 죄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의 관계에 있는 원심의 무죄 부분에 대한 검사의 상고이유가 이유 있으므로 결국 원심판결 전부가 파기되어야 한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안철상(재판장) 박상옥 노정희 김상환(주심) | [1] 형법 제323조 / [2] 형법 제37조,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391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검 사】
김성훈 외 1인
【변 호 인】
변호사 김다혜
【주 문】
피고인은 무죄.
무죄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 유】
1. 공소사실
[모두사실]
경찰공무원 공소외 1, 공소외 2는 2018. 1. 9. 및 같은 달 10일 경찰 통합포털시스템인 ‘폴넷(POL NET)’에 있는 ‘○○○○○’ 게시판에 △△△△경찰서 소속 경찰공무원 공소외 3이 2018. 1. 8. 등록한 ‘(제목 1 생략)’라는 제목의 글을 읽고 각각 댓글을 작성하였다.
또한 경찰공무원인 공소외 4, 공소외 5, 공소외 6, 공소외 7, 공소외 8, 공소외 9, 공소외 10, 공소외 11, 공소외 12, 공소외 13, 공소외 14, 공소외 15, 공소외 16, 공소외 17, 공소외 18, 공소외 19, 공소외 20, 공소외 21, 공소외 22, 공소외 23은 2018. 2. 12.부터 같은 해 12. 24. 사이 위 게시판에 □□ □□경찰서 소속 경찰공무원 공소외 24가 2018. 2. 12. 등록한 ‘(제목 2 생략)’이라는 제목의 글에 각각 댓글을 작성하였다.
피고인은 위 경찰공무원 공소외 1 등 22명이 작성한 댓글이 피고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피고인을 모욕하는 내용이라고 판단하고 위 22명을 수사기관에 고소하기로 마음먹었다.
[범죄사실]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자는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하거나 권한 없이 다른 사람이 이용하도록 제공해서는 아니 되고, 정당한 권한 없이 또는 허용된 권한을 초과하여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경찰청 표준인사시스템인 ‘e사람’에 경찰공무원의 성명을 입력하면 대상자의 소속 부서, 휴대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등을 열람할 수 있는 ‘직원조회’ 메뉴가 있고(다만 휴대전화번호는 개인이 비공개로 설정한 경우 현출되지 않음), 조회 화면 하단에는 ‘내부직원 개인정보 사적 활용 금지’라는 경고문이 표시되어 있다.
피고인은 2018. 2. 8. 11:47경 통영시 (주소 생략)에 있는 ◇◇경찰서 ☆☆지구대 사무실에서, 그곳에 있는 업무용 컴퓨터로 위 ‘e사람’ 시스템에 접속한 후 ‘직원조회’ 메뉴에 공소외 1의 성명을 입력한 다음 위 공소외 1의 개인정보인 휴대전화번호 (생략)을 알아낸 것을 비롯하여 그 무렵부터 2018. 8. 10.경까지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e사람’ 시스템에 접속한 후 위 22명의 휴대전화번호를 알아낸 다음 위 22명으로부터 별도의 동의를 받지 아니하였음에도 22명에 대한 고소장에 위 휴대전화번호를 기재하고, 같은 해 7. 9.경부터 같은 해 8. 13.경까지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전주지방검찰청 등 5개 수사기관에 제출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자로서 업무상 알게 된 공소외 1 등 22명의 개인정보를 누설하거나 권한 없이 다른 사람이 이용하도록 제공하고, 정당한 권한 없이 또는 허용된 권한을 초과하여 공소외 1 등 22명의 개인정보를 유출하였다.
2.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
피고인 및 변호인은 위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도, 피고인은 직장의 내부 포털시스템에서 공개되어 있는 동료직원들의 전화번호를 단지 고소장에 기재한 것으로, ① 피고인은 ‘개인정보처리자’에 해당하지 않고, ② 고소장에 휴대전화번호를 기재한 것만으로는 ‘누설’ 또는 ‘유출’에 해당하지 않으며, ③ 위 행위는 형법 제20조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하여 검사는, 피고인은 업무상 전산시스템에서 개인정보를 처리하였던 자로서 처벌대상에 포함되고, 시스템에 등재된 전화번호를 사적인 용도로 고소장에 기재한 것은 개인정보의 유출 내지 누설에 해당하고 정당행위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이하 쌍방이 제출, 인용한 판례를 검토하여 이 사건에서 피고인의 죄책이 인정되는지 살핀다.
3. 판단
가. 관련 규정
이 사건에서 피고인에게 적용된 법 조항은 개인정보 보호법 제71조 제5호, 제59조 제2호(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자의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 누설 등) 및 개인정보 보호법 제71조 제6호, 제59조 제3호(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자의 권한 없는 개인정보 유출 등)인데, 위 의무주체는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자’로 규정되어 있다.
나. 법리
개인정보 보호법은 ‘개인정보처리자’의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을 제한하고(제15조 내지 제18조), ‘개인정보처리자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의 행위도 제한하며(제19조),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자’의 행위도 제한하고 있다(제59조).
여기서 개인정보 보호법 제71조 제5호, 제59조 제2호의 해석과 관련하여 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5도8766 판결은, 개인정보 보호법 제71조 제5호의 적용대상자인 제59조 제2호 소정의 의무주체인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자’는 제2조 제5호 소정의 ‘개인정보처리자’, 즉 업무를 목적으로 개인정보파일을 운용하기 위하여 스스로 또는 다른 사람을 통하여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공공기관, 법인, 단체 및 개인 등에 한정되지 않고, 업무상 알게 된 제2조 제1호 소정의 ‘개인정보’를 제2조 제2호 소정의 방법으로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자를 포함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
여기에서 “업무상 알게 된 제2조 제1호 소정의 개인정보”의 의미에 관하여 서울고등법원 2019. 1. 10. 선고 2018노2498 판결은,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자’가 그 업무, 즉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업무와 관련하여 알게 된 개인정보만을 의미하는 것이지, 개인정보 처리와 관련 없이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자’가 담당한 모든 업무 과정에서 알게 된 일체의 개인정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아야 한다고 해석하였고, 상고심(대법원 2019도1143호)은 법리 설시 없이 원심의 결론을 수긍한 바 있다.
살피건대, 위 조항의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의 누설’에 해당하는지 판단함에 있어서는, 해당 개인정보의 내용 및 이로 인하여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정도, 이를 누설한 상대방, 목적, 경위 등 제반 사정 및 개인정보 보호의 필요성과 개인정보를 사용할 정당한 이익 사이의 균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다. 이 사건의 검토
(1) 개인정보 보호법 제71조 제5호, 제59조 제2호(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자의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 누설 등) 적용 여부
기록에 의하면, 경찰공무원인 피고인은 경찰 내부 통합포털시스템인 ‘폴넷’에서 경찰청 표준인사시스템인 ‘e사람’의 ‘직원조회’ 메뉴를 이용하여 같은 경찰공무원인 피해자들의 휴대전화번호를 알게 되었는데, 위 시스템은 경찰공무원이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동료직원을 찾을 때 사용할 수 있는 것이고, 휴대전화번호는 해당 직원이 공개를 허용한 경우에만 검색되는 사실, 피고인은 이러한 내부 직원검색에 관한 직접적인 업무를 담당하지는 않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리고 위 조회 화면에는 ‘내부직원 개인정보 사적 활용 금지’라는 경고문이 표시되어 있기는 하나, 직원들은 업무적인 일 또는 개인적인 일로 동료직원의 연락처가 필요한 경우 별다른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었다(제3회 공판기일에서 재생한 시스템접속영상 참조. 경찰이 경찰업무를 위해 일반 국민 또는 수사대상자에 대한 정보를 조회하는 ‘온라인조회’와는 달리 이러한 직원검색시스템은 폭넓은 접근 및 사용이 허락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동료들을 명예훼손죄로 수사기관에 고소하며 피고소인의 연락처 기재란에 위와 같이 취득한 휴대전화번호를 적은 것으로, 이를 피고인이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업무와 관련하여’ 알게 된 개인정보로 보기는 어렵다.
또한 피고인이 작성한 고소장(증거기록 17쪽, 215쪽, 444쪽, 최종정리는 551쪽 이하)에는 피고소인의 성명, 직업, 사무실 주소와 사무실 전화번호까지 모두 정확히 기재되어 있고, 주민등록번호와 집 주소만 ‘불상’으로 기재되어 있는데, 여기에 휴대폰번호만이 추가된 것이다. 여기서 성명은 개인정보 보호법 제2조 제1호에서 규정하는 ‘개인정보’에 직접 해당하는 것이고 직업 및 사무실 주소까지 더하면 이미 피고소인이 충분히 특정된 상태인데 이 부분은 기소되지 않았는바, 여기에 부가하여 휴대전화번호를 기재한 것이 별도의 개인정보를 누설한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 개인정보 보호법에서 보호하는 개인정보는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일 뿐, 개인적인 모든 정보가 독립하여 개인정보로서 보호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개인정보 보호법은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의 유출을 금지하고 있으나 개인정보 보호법 제18조 제2항은 ‘개인정보처리자’의 경우에도 예외적으로 ‘정보주체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개인정보를 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하거나 이를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범죄의 수사와 공소의 제기 및 유지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제7호)’ 및 ‘법원의 재판업무 수행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제8호)’를 예외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법원에 소장을 제출하는 경우 민사소송법 제249조(소장의 기재사항)에 따라 당사자를 특정해야 하고, 형사소송법에 따라 고소를 하는 경우도 관련 법령상 당사자를 특정할 수 있는 정보를 기재해야 하므로, 결국 형사 및 민사절차에 따라 법원 및 수사기관에 제출하는 것은 적법한 절차에 따른 것이고 이와 같이 제출된 개인정보는 국가에서 엄격하게 관리되어 다른 제3자가 이에 접근할 수도 없으므로, 이를 개인정보의 ‘누설’이라고 볼 수도 없다.
물론, 비상연락망 등을 통해 내부적으로 공유하는 동료들의 휴대전화번호를 부정한 방법 및 목적으로 외부에 유출하는 경우에는 이를 규제할 필요성도 있으나, 개인정보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는 모든 ‘개인적인’ 정보를 그 사용 목적 및 경위와 관련 이익형량을 고려함이 없이 모두 ‘누설’로 처벌하는 것은,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하여야 하고, 명문의 형벌법규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헌법이 정하고 있는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대법원판결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27명의 경찰관 및 기자 2명 등 30명을 자신의 관련사건을 언급했다는 이유로 명예훼손으로 고소하였는바, 실제 명예훼손이 성립하기 어려운 부분까지 무차별 고소하며 내부망에서 취득한 연락처를 일괄기재한 피고인의 행동이 적절하다고는 보기 어려우나, 위 행위를 내부규정 위반으로 징계 등 처분을 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이러한 행위가 일반적으로 개인정보 누설행위로서 처벌대상이 된다고 볼 수는 없다. 수사기관에의 고소 및 법원에의 소송제기에 필요한 정보를 기재하는 행위까지 처벌범위를 확대하면, 실제로 억울한 당사자의 고소·고발과 소송제기 등 개인의 정당한 권리의 행사까지 제한하게 되어 오히려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고, 나아가 개인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함을 목적으로 하는” 개인정보 보호법의 제정 취지에도 반하기 때문이다. 또한 피고인의 행위가 형법 제20조의 사회상규에 위배되는 행위라고 보기도 어렵고, 개인정보에 관한 여러 대법원판결 사안을 살펴봐도, 이 사안과 같은 경우까지 처벌범위를 확대하려는 태도로는 보이지 않는다.
(2) 개인정보 보호법 제71조 제6호, 제59조 제3호(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자의 권한 없는 개인정보 유출 등) 적용 여부
이 부분 또한 해당 개인정보의 내용 및 이로 인하여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정도, 이를 유출한 상대방, 목적, 경위 등 제반 사정 및 개인정보 보호의 필요성과 개인정보를 사용할 정당한 이익 사이의 균형을 종합하면, 개인정보의 유출에 해당하지 않는다.
4. 결론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따라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별 지] 범죄일람표: 생략
판사 김민상 | 구 개인정보 보호법(2020. 2. 4. 법률 제1693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1호, 제18조 제2항 제7호, 제8호, 개인정보 보호법 제1조, 제2조 제2호, 제5호, 제19조, 제59조 제2호, 제3호, 제71조 제5호, 제6호, 형법 제20조, 민사소송법 제249조, 형사소송법 제325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검 사】
김성훈 외 1인
【변 호 인】
변호사 김다혜
【주 문】
피고인은 무죄.
무죄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 유】
1. 공소사실
[모두사실]
경찰공무원 공소외 1, 공소외 2는 2018. 1. 9. 및 같은 달 10일 경찰 통합포털시스템인 ‘폴넷(POL NET)’에 있는 ‘○○○○○’ 게시판에 △△△△경찰서 소속 경찰공무원 공소외 3이 2018. 1. 8. 등록한 ‘(제목 1 생략)’라는 제목의 글을 읽고 각각 댓글을 작성하였다.
또한 경찰공무원인 공소외 4, 공소외 5, 공소외 6, 공소외 7, 공소외 8, 공소외 9, 공소외 10, 공소외 11, 공소외 12, 공소외 13, 공소외 14, 공소외 15, 공소외 16, 공소외 17, 공소외 18, 공소외 19, 공소외 20, 공소외 21, 공소외 22, 공소외 23은 2018. 2. 12.부터 같은 해 12. 24. 사이 위 게시판에 □□ □□경찰서 소속 경찰공무원 공소외 24가 2018. 2. 12. 등록한 ‘(제목 2 생략)’이라는 제목의 글에 각각 댓글을 작성하였다.
피고인은 위 경찰공무원 공소외 1 등 22명이 작성한 댓글이 피고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피고인을 모욕하는 내용이라고 판단하고 위 22명을 수사기관에 고소하기로 마음먹었다.
[범죄사실]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자는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하거나 권한 없이 다른 사람이 이용하도록 제공해서는 아니 되고, 정당한 권한 없이 또는 허용된 권한을 초과하여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경찰청 표준인사시스템인 ‘e사람’에 경찰공무원의 성명을 입력하면 대상자의 소속 부서, 휴대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등을 열람할 수 있는 ‘직원조회’ 메뉴가 있고(다만 휴대전화번호는 개인이 비공개로 설정한 경우 현출되지 않음), 조회 화면 하단에는 ‘내부직원 개인정보 사적 활용 금지’라는 경고문이 표시되어 있다.
피고인은 2018. 2. 8. 11:47경 통영시 (주소 생략)에 있는 ◇◇경찰서 ☆☆지구대 사무실에서, 그곳에 있는 업무용 컴퓨터로 위 ‘e사람’ 시스템에 접속한 후 ‘직원조회’ 메뉴에 공소외 1의 성명을 입력한 다음 위 공소외 1의 개인정보인 휴대전화번호 (생략)을 알아낸 것을 비롯하여 그 무렵부터 2018. 8. 10.경까지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e사람’ 시스템에 접속한 후 위 22명의 휴대전화번호를 알아낸 다음 위 22명으로부터 별도의 동의를 받지 아니하였음에도 22명에 대한 고소장에 위 휴대전화번호를 기재하고, 같은 해 7. 9.경부터 같은 해 8. 13.경까지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전주지방검찰청 등 5개 수사기관에 제출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자로서 업무상 알게 된 공소외 1 등 22명의 개인정보를 누설하거나 권한 없이 다른 사람이 이용하도록 제공하고, 정당한 권한 없이 또는 허용된 권한을 초과하여 공소외 1 등 22명의 개인정보를 유출하였다.
2.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
피고인 및 변호인은 위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도, 피고인은 직장의 내부 포털시스템에서 공개되어 있는 동료직원들의 전화번호를 단지 고소장에 기재한 것으로, ① 피고인은 ‘개인정보처리자’에 해당하지 않고, ② 고소장에 휴대전화번호를 기재한 것만으로는 ‘누설’ 또는 ‘유출’에 해당하지 않으며, ③ 위 행위는 형법 제20조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하여 검사는, 피고인은 업무상 전산시스템에서 개인정보를 처리하였던 자로서 처벌대상에 포함되고, 시스템에 등재된 전화번호를 사적인 용도로 고소장에 기재한 것은 개인정보의 유출 내지 누설에 해당하고 정당행위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이하 쌍방이 제출, 인용한 판례를 검토하여 이 사건에서 피고인의 죄책이 인정되는지 살핀다.
3. 판단
가. 관련 규정
이 사건에서 피고인에게 적용된 법 조항은 개인정보 보호법 제71조 제5호, 제59조 제2호(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자의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 누설 등) 및 개인정보 보호법 제71조 제6호, 제59조 제3호(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자의 권한 없는 개인정보 유출 등)인데, 위 의무주체는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자’로 규정되어 있다.
나. 법리
개인정보 보호법은 ‘개인정보처리자’의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을 제한하고(제15조 내지 제18조), ‘개인정보처리자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의 행위도 제한하며(제19조),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자’의 행위도 제한하고 있다(제59조).
여기서 개인정보 보호법 제71조 제5호, 제59조 제2호의 해석과 관련하여 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5도8766 판결은, 개인정보 보호법 제71조 제5호의 적용대상자인 제59조 제2호 소정의 의무주체인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자’는 제2조 제5호 소정의 ‘개인정보처리자’, 즉 업무를 목적으로 개인정보파일을 운용하기 위하여 스스로 또는 다른 사람을 통하여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공공기관, 법인, 단체 및 개인 등에 한정되지 않고, 업무상 알게 된 제2조 제1호 소정의 ‘개인정보’를 제2조 제2호 소정의 방법으로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자를 포함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
여기에서 “업무상 알게 된 제2조 제1호 소정의 개인정보”의 의미에 관하여 서울고등법원 2019. 1. 10. 선고 2018노2498 판결은,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자’가 그 업무, 즉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업무와 관련하여 알게 된 개인정보만을 의미하는 것이지, 개인정보 처리와 관련 없이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자’가 담당한 모든 업무 과정에서 알게 된 일체의 개인정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아야 한다고 해석하였고, 상고심(대법원 2019도1143호)은 법리 설시 없이 원심의 결론을 수긍한 바 있다.
살피건대, 위 조항의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의 누설’에 해당하는지 판단함에 있어서는, 해당 개인정보의 내용 및 이로 인하여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정도, 이를 누설한 상대방, 목적, 경위 등 제반 사정 및 개인정보 보호의 필요성과 개인정보를 사용할 정당한 이익 사이의 균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다. 이 사건의 검토
(1) 개인정보 보호법 제71조 제5호, 제59조 제2호(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자의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 누설 등) 적용 여부
기록에 의하면, 경찰공무원인 피고인은 경찰 내부 통합포털시스템인 ‘폴넷’에서 경찰청 표준인사시스템인 ‘e사람’의 ‘직원조회’ 메뉴를 이용하여 같은 경찰공무원인 피해자들의 휴대전화번호를 알게 되었는데, 위 시스템은 경찰공무원이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동료직원을 찾을 때 사용할 수 있는 것이고, 휴대전화번호는 해당 직원이 공개를 허용한 경우에만 검색되는 사실, 피고인은 이러한 내부 직원검색에 관한 직접적인 업무를 담당하지는 않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리고 위 조회 화면에는 ‘내부직원 개인정보 사적 활용 금지’라는 경고문이 표시되어 있기는 하나, 직원들은 업무적인 일 또는 개인적인 일로 동료직원의 연락처가 필요한 경우 별다른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었다(제3회 공판기일에서 재생한 시스템접속영상 참조. 경찰이 경찰업무를 위해 일반 국민 또는 수사대상자에 대한 정보를 조회하는 ‘온라인조회’와는 달리 이러한 직원검색시스템은 폭넓은 접근 및 사용이 허락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동료들을 명예훼손죄로 수사기관에 고소하며 피고소인의 연락처 기재란에 위와 같이 취득한 휴대전화번호를 적은 것으로, 이를 피고인이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업무와 관련하여’ 알게 된 개인정보로 보기는 어렵다.
또한 피고인이 작성한 고소장(증거기록 17쪽, 215쪽, 444쪽, 최종정리는 551쪽 이하)에는 피고소인의 성명, 직업, 사무실 주소와 사무실 전화번호까지 모두 정확히 기재되어 있고, 주민등록번호와 집 주소만 ‘불상’으로 기재되어 있는데, 여기에 휴대폰번호만이 추가된 것이다. 여기서 성명은 개인정보 보호법 제2조 제1호에서 규정하는 ‘개인정보’에 직접 해당하는 것이고 직업 및 사무실 주소까지 더하면 이미 피고소인이 충분히 특정된 상태인데 이 부분은 기소되지 않았는바, 여기에 부가하여 휴대전화번호를 기재한 것이 별도의 개인정보를 누설한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 개인정보 보호법에서 보호하는 개인정보는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일 뿐, 개인적인 모든 정보가 독립하여 개인정보로서 보호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개인정보 보호법은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의 유출을 금지하고 있으나 개인정보 보호법 제18조 제2항은 ‘개인정보처리자’의 경우에도 예외적으로 ‘정보주체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개인정보를 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하거나 이를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범죄의 수사와 공소의 제기 및 유지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제7호)’ 및 ‘법원의 재판업무 수행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제8호)’를 예외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법원에 소장을 제출하는 경우 민사소송법 제249조(소장의 기재사항)에 따라 당사자를 특정해야 하고, 형사소송법에 따라 고소를 하는 경우도 관련 법령상 당사자를 특정할 수 있는 정보를 기재해야 하므로, 결국 형사 및 민사절차에 따라 법원 및 수사기관에 제출하는 것은 적법한 절차에 따른 것이고 이와 같이 제출된 개인정보는 국가에서 엄격하게 관리되어 다른 제3자가 이에 접근할 수도 없으므로, 이를 개인정보의 ‘누설’이라고 볼 수도 없다.
물론, 비상연락망 등을 통해 내부적으로 공유하는 동료들의 휴대전화번호를 부정한 방법 및 목적으로 외부에 유출하는 경우에는 이를 규제할 필요성도 있으나, 개인정보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는 모든 ‘개인적인’ 정보를 그 사용 목적 및 경위와 관련 이익형량을 고려함이 없이 모두 ‘누설’로 처벌하는 것은,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하여야 하고, 명문의 형벌법규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헌법이 정하고 있는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대법원판결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27명의 경찰관 및 기자 2명 등 30명을 자신의 관련사건을 언급했다는 이유로 명예훼손으로 고소하였는바, 실제 명예훼손이 성립하기 어려운 부분까지 무차별 고소하며 내부망에서 취득한 연락처를 일괄기재한 피고인의 행동이 적절하다고는 보기 어려우나, 위 행위를 내부규정 위반으로 징계 등 처분을 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이러한 행위가 일반적으로 개인정보 누설행위로서 처벌대상이 된다고 볼 수는 없다. 수사기관에의 고소 및 법원에의 소송제기에 필요한 정보를 기재하는 행위까지 처벌범위를 확대하면, 실제로 억울한 당사자의 고소·고발과 소송제기 등 개인의 정당한 권리의 행사까지 제한하게 되어 오히려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고, 나아가 개인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함을 목적으로 하는” 개인정보 보호법의 제정 취지에도 반하기 때문이다. 또한 피고인의 행위가 형법 제20조의 사회상규에 위배되는 행위라고 보기도 어렵고, 개인정보에 관한 여러 대법원판결 사안을 살펴봐도, 이 사안과 같은 경우까지 처벌범위를 확대하려는 태도로는 보이지 않는다.
(2) 개인정보 보호법 제71조 제6호, 제59조 제3호(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자의 권한 없는 개인정보 유출 등) 적용 여부
이 부분 또한 해당 개인정보의 내용 및 이로 인하여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정도, 이를 유출한 상대방, 목적, 경위 등 제반 사정 및 개인정보 보호의 필요성과 개인정보를 사용할 정당한 이익 사이의 균형을 종합하면, 개인정보의 유출에 해당하지 않는다.
4. 결론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따라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별 지] 범죄일람표: 생략
판사 김민상 | 구 개인정보 보호법(2020. 2. 4. 법률 제1693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1호, 제18조 제2항 제7호, 제8호, 개인정보 보호법 제1조, 제2조 제2호, 제5호, 제19조, 제59조 제2호, 제3호, 제71조 제5호, 제6호, 형법 제20조, 민사소송법 제249조, 형사소송법 제325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1 외 1인
【상 고 인】
피고인 1 및 검사
【변 호 인】
법무법인(유한) 세종 외 5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6. 6. 24. 선고 2015노478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 1에 대한 유죄 부분과 공소외 2 회사 보유 자산의 담보제공 관련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검사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서면들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피고인 1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가. 공소외 1 관련 배임수재 부분
1) 배임수재의 부정한 청탁 등의 인정 여부
배임수증재죄에서 부정한 청탁이라 함은 청탁이 사회상규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을 말하고, 이를 판단할 때에는 청탁의 내용과 이와 관련되어 교부받거나 공여한 재물의 액수, 형식, 보호법익인 사무처리자의 청렴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야 하며 그 청탁이 반드시 명시적임을 요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1998. 6. 9. 선고 96도837 판결 등 참조).
원심은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후,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1) 공소외 1은 피고인 1을 통해 공소외 2(이하 ‘공소외 2 회사’라 한다) 주식을 취득하여 매각함으로써 이익을 획득할 기회를 제공받았던 일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피고인 1에게 판시 그림 5점(이하 통틀어 ‘이 사건 그림’이라 한다)을 교부하게 된 것이라고 하지만, 이는 이 사건 그림을 교부하기 훨씬 전에 있었던 일로서 위와 같이 여러 차례에 걸쳐 고가의 그림을 교부할 만한 직접적인 이유가 된다고 보기 어렵다. (2) 이 사건 그림은 시가 합계 2억 3,200만 원에 달하는 고가품으로서 일반인의 관점에서 이를 교부하는 행위를 단순한 일상적인 감사의 표시로 보기는 어렵다. (3) 공소외 1 운영의 주식회사 공소외 3(이하 ‘공소외 3 회사’라 한다)은 매출의 대부분을 공소외 2 회사에 의존함에 따라 피고인 1을 통해 공소외 2 회사와 좋은 거래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회사 존립을 위해 필수적이었다. (4) 이 사건 그림이 교부된 시기에 공소외 3 회사의 공소외 2 회사 매장 신축공사 수주액이 특별히 증가하지 않았지만 이는 청탁이 있은 후 부정한 처사를 하였는지 여부에 관한 것으로서 청탁 사실을 인정하는 데에 방해가 되지는 않는다. (5)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 1이 공소외 2 회사 대표이사로서 공소외 1로부터 공소외 3 회사에 공소외 2 회사 매장 신축공사를 도급 준 대가 및 공소외 3 회사로 하여금 계속하여 공소외 2 회사 매장 신축공사를 수주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취지의 묵시적인 부정한 청탁을 받고 그 대가로 이 사건 그림을 교부받았다고 판단된다.
위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심리주의, 배임수재죄의 부정한 청탁 및 범의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없다.
2) 추징의 적법성 여부
구 형법(2016. 5. 29. 법률 제1417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형법’이라 한다)은 제357조 제1항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를 처벌하도록 하면서, 같은 조 제3항에서 “범인이 취득한 제1항의 재물은 몰수하고, 그 재물을 몰수하기 불능하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때에는 그 가액을 추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수재자인 피고인이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였거나 취득한 재물을 몰수할 수 없는 경우에만 피고인으로부터 그 가액을 추징할 수 있다.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을 알 수 있다. (1) 피고인 1은 2007. 1.경부터 2008. 8.경까지 공소외 2 회사 대표이사로서 그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그에 따른 대가로 공소외 1로부터 이 사건 그림을 교부받았다. (2) 검찰은 2012. 3. 10.경 강원도 평창군 (주소 1 생략)에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여 이 사건 그림 중 시가 1,000만 원 상당의 공소외 4 작가의 ‘(작품명 1 생략)’ 1점(다만 2개의 그림이 1세트로 구성된 작품이다), 시가 7,500만 원 상당인 공소외 5 작가의 ‘(작품명 2 생략)’ 1점 등 총 2점의 그림을 압수하였다(수사기록 6권 141~144쪽, 209~220쪽). (3) 그런데 압수된 위 각 그림이 수사 또는 재판 과정에서 가환부되거나 환부되었다는 자료는 기록상 나타나지 않는다.
위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범죄행위에 제공된 이 사건 그림 중 2점이 수사기관에 압수된 후 가환부 또는 환부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몰수의 대상이 될 수 있을 뿐 추징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그런데도 원심은 압수된 그림 2점에 대해 몰수를 선고하지 않고 그 시가 합계 8,500만 원을 추징액에 합산하여 총 2억 3,200만 원의 추징을 명하였다. 따라서 원심판결에는 구 형법 제357조 제3항의 추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 1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나. 피고인 1 보유 그림 구매 관련 업무상배임 부분
원심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1) 피고인 1이 이사회 결의나 담당 임직원들과의 협의 없이 그림 가격을 1억 원에서 8,000만 원으로 낮추라고 일방적 지시를 하는 등 그림 매매계약 및 가격결정 과정에 실질적으로 관여하였다. (2) 피고인 1이 그림을 구입할 당시 지불하였던 금액이나 공소외 2 회사에 이를 매각할 무렵 해당 작가의 그림에 대한 미술품 거래시장의 평가나 거래가격은, 공소외 2 회사가 피고인 1에게 지불한 위 그림 매매가격에 현저히 미달하였다. (3)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 1이 공소외 2 회사 이사회의 승인을 받지 않은 채 그 소유인 판시 그림 1점을 자기 또는 제3자의 계산으로 공소외 2 회사에 매각한 행위는 대표이사로서 임무위배행위에 해당하고, 이로써 피고인 1은 위 그림에 대한 매매가격과 적정가격의 차액 상당의 재산상 이득을 얻은 반면, 공소외 2 회사는 같은 금액 상당의 재산상의 손해를 입었다고 판단된다.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증거재판주의, 직접심리주의, 업무상배임죄의 임무위배행위, 재산상의 손해 발생 및 배임의 고의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없다.
다. 주식회사 공소외 6(이하 ‘공소외 6 회사’라 한다) 관련 업무상배임 부분
원심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1) 피고인 1이 공소외 2 회사 대표이사로서 (지점명 1 생략)지점과 (지점명 2 생략)지점의 매장 신축공사를 도급 주는 업무를 수행하면서, 자신의 아들 공소외 7이 대표이사로 있던 공소외 6 회사의 시공 실적을 가장하기 위해 다른 공사업체들로부터 받은 공사견적금액에 부가가치세율에 해당하는 10%를 가산한 금액을 공사금액으로 정하여 공소외 2 회사가 공소외 6 회사에 매장 신축공사를 도급 준 후 공소외 6 회사가 다시 해당 공사견적업체에 하도급 주는 것을 승인한 행위는 업무수행을 위한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난 피해자 공소외 2 회사에 대한 배임행위에 해당한다. (2) 공소외 2 회사가 공소외 6 회사에 지급한 공사대금이 다른 공사업체들이 제시한 견적금액보다 낮았더라도 위와 같이 공소외 6 회사를 거래 중간에 끼워 넣을 경우에는 공사견적업체가 공소외 6 회사로부터 하도급 받은 금액과 공소외 2 회사가 공소외 6 회사에 도급한 금액의 차이만큼은 공소외 2 회사에 대해 재산상의 손해로 남게 된다. (3) 피고인 1도 이로 인하여 공소외 2 회사가 공사견적업체들과 직접 계약을 체결할 경우보다 부가가치세액에 상당하는 공사대금을 더 부담하게 된다는 등의 사정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으므로 미필적으로나마 재산상 손해발생에 관한 위험성에 대한 인식과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
이 부분 피고인 1의 상고이유 주장은 사실심의 전권인 원심의 사실인정을 다투는 취지에 불과하다.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더라도 원심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업무상배임죄에서의 임무위배 여부, 재산상의 손해 발생, 배임의 범의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없다.
라. 해외 고급주택에 대한 증여세 포탈 관련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정범죄가중법’이라 한다) 위반(조세) 부분
구 조세범 처벌법(2010. 1. 1. 법률 제9919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조세범 처벌법’이라 한다) 제9조 제1항에 규정된 조세포탈죄에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는 조세의 포탈을 가능하게 하는 행위로서 사회통념상 부정이라고 인정되는 행위, 즉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위계 기타 부정한 적극적 행위를 말한다. 따라서 다른 행위를 수반함이 없이 단순히 세법상의 신고를 하지 아니하거나 허위의 신고를 하는 데 그치는 것은 이에 해당하지 않지만, 과세대상의 미신고나 과소 신고와 아울러 수입이나 매출 등을 고의로 장부에 기재하지 않는 행위 등 적극적 은닉의도가 나타나는 사정이 덧붙여진 경우에는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불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만든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 이때 적극적 은닉의도가 객관적으로 드러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는 수입이나 매출 등을 기재한 기본 장부를 허위로 작성하였는지 여부뿐만 아니라, 당해 조세의 확정방식이 신고납세방식인지 부과과세방식인지, 미신고나 허위신고 등에 이른 경위 및 사실과 상위한 정도, 허위신고의 경우 허위 사항의 구체적 내용 및 사실과 다르게 가장한 방식, 허위 내용의 첨부서류를 제출한 경우에는 그 서류가 과세표준 산정과 관련하여 가지는 기능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사회통념상 부정이라고 인정될 수 있는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4. 2. 21. 선고 2013도13829 판결 등 참조).
원심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1) 원심 판시 미국 캘리포니아주 소재 (주소 2 생략)(이하 ‘이 사건 해외 고급주택’이라 한다)는 피고인 1이 공소외 7에게 증여한 것이다. (2) 피고인 1은 이주비 명목으로 해외에 금원을 송금할 수 있게 되자, 사실은 공소외 7의 이 사건 해외 고급주택 구입에 사용할 자금임에도, 마치 피고인 1의 해외이주비로 송금하는 것처럼 가장하여 자신의 명의로 된 원심 판시 캐나다 은행계좌로 자금을 송금하고, 다시 이를 국내에서는 그 인출의 용도를 쉽게 확인하기 어려운 공소외 7 명의의 원심 판시 미국 은행계좌로 송금하여 이 사건 해외 고급주택의 구입자금으로 사용하게 하였다. (3) 이로써 피고인 1이 공소외 7에게 이 사건 해외 고급주택을 증여한 행위는 조세의 부과 및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한다.
위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해외 고급주택의 증여, 구 조세범 처벌법 제9조 제1항의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 및 그 위반의 범의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없다.
상고이유에서 들고 있는 대법원판결들은 이 사건과 사안이 다르므로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않다.
마. 공소외 8로부터의 금전 수령 관련 외국환거래법 위반 부분
구 외국환거래법(2009. 1. 30. 법률 제935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외국환거래법’이라 한다)은 거주자와 비거주자 간 또는 비거주자 상호 간의 거래 또는 행위에 따른 채권·채무의 결제에서 거주자가 외국환업무취급기관을 통하지 아니하고 지급 등을 하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그 지급 등의 방법에 대하여 재정경제부장관에게 미리 신고하도록 하면서, 통상적으로 행하여지는 거래로서 재정경제부장관이 정하는 경우에 대해 예외적으로 위 신고의무를 면제하고 있다(제16조 제4호). 나아가 위와 같은 신고의무 있는 사람이 신고를 하지 않거나 허위로 신고하고 지급 등을 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28조 제1항 제2호).
한편 구 외국환거래법 제16조에 규정된 신고의무가 면제되는 예외 사유로서, 구 외국환거래규정[국세청고시 제2007-62호로 2007. 12. 17. 개정되어 2008. 1. 1. 시행된 것, 이하 ‘구 외국환거래규정(제2007-62호)’이라 한다]은 ‘거주자가 외국환은행을 통하지 아니하고 지급수단을 영수하고자 하는 경우’ 등을 규정하고 있다(제5-11조 제1항). 또한 구 외국환거래법은 ‘지급수단’을 ‘정부지폐·은행권·주화·수표·우편환·신용장’, ‘대통령령이 정하는 환어음·약속어음 기타의 지급지시’, ‘증표·플라스틱카드 또는 그 밖의 물건에 전자 또는 자기적 방법으로 재산적 가치가 입력되어 불특정 다수인 간에 지급을 위하여 통화에 갈음하여 사용할 수 있는 것’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규정하면서(제3조 제3호), ‘대외지급수단’을 ‘외국통화, 외국통화로 표시된 지급수단 기타 표시통화에 관계없이 외국에서 사용할 수 있는 지급수단’(같은 조 제4호)으로, ‘내국지급수단’을 ‘대외지급수단 외의 지급수단’(같은 조 제5호)으로 각각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관련 규정의 문언 및 체계를 종합해 볼 때, 구 외국환거래법상 대외지급수단은 내국지급수단과 함께 ‘지급수단’의 특수한 유형 중 하나라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거주자가 해외에서 외국환은행을 통하지 아니한 채 ‘대외지급수단’을 영수한 경우도 구 외국환거래규정(제2007-62호) 제5-11조 제1항에서 정한 ‘거주자가 외국환은행을 통하지 아니하고 지급수단을 영수하고자 하는 경우’ 중에 포함되고, 이는 구 외국환거래법 제16조 제4호에 규정된 신고의무가 면제되는 예외 사유에 해당함으로써 같은 법 제28조 제1항 제2호 소정의 처벌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럼에도 원심은, 거주자인 피고인 1이 공소외 7 명의의 판시 미국 은행 계좌를 통해 공소외 8로부터 외국통화로서 대외지급수단인 동시에 지급수단인 미화 30만 불을 송금받은 행위를 구 외국환거래법 제28조 제1항 제2호, 제16조 제4호를 위반한 행위라고 보아 유죄로 인정하였다.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구 외국환거래법 제3조에서 정한 지급수단과 대외지급수단의 의미, 구 외국환거래법상 신고의무가 면제되는 거래의 범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 1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바. 미신고 해외펀드투자 자본거래 중 ‘공소외 9 회사’에 대한 금원 대여행위 관련 외국환거래법 위반 부분
원심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1) 비거주자인 공소외 9 회사에 자금을 대여할 당시 피고인 1은 거주자로서 해외직접투자의 신고의무가 면제되는 구 외국환거래규정(기획재정부고시 제2009-18호, 2009. 9. 30. 개정 및 시행된 것) 제9-5조 제1항에서 정한 ‘해외이주 수속 중’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2) 피고인 1과 공소외 9 회사 간 자본거래가 있은 후인 2011. 7. 25. 대통령령 제23041호로 구 외환거래법 시행령 제40조 제2호가 개정됨에 따라 구 외국환거래법 제29조 제1항 제6호, 제18조 제1항 본문에 따른 처벌대상에서 제외되는 자본거래액의 기준이 ‘10억 원’ 이하에서 ‘50억 원’ 이하로 상향되었다. 그러나 이는 다른 사정의 변천에 따라 특수한 필요에 대처하기 위하여 법령이 개폐된 경우에 불과하고 범죄 후 법적 견해의 변경에 따른 반성적 고려로 인한 형의 폐지가 있는 경우라고 할 수 없다. (3) 따라서 피고인 1의 행위는 거래 당시 시행 중이던 개정 전 외환거래법 시행령의 관련 규정에 따라 처벌대상이 된다.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원심의 사실인정 및 이에 기초한 판단을 다투는 취지로서 실질적으로 사실심 법원의 자유판단에 속하는 원심의 증거 선택 및 증명력에 관한 판단을 다투는 것이다. 나아가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더라도, 원심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거주자의 해외직접투자 신고의무가 면제되기 위한 요건으로서 ‘해외이주 수속 중인 개인’의 의미, 범죄 후 법률변경에 따른 신법의 적용 여부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없다.
2. 검사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가. 공소외 10, 공소외 11, 공소외 12 관련 각 배임수재 부분
구 형법 제357조 제1항의 배임수재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경우에 성립하고 같은 조 제2항의 배임증재죄는 제1항의 재물 또는 이익을 공여한 경우에 성립하는 것으로서, 법문상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았다 하더라도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게 한 경우에는 위 죄가 성립하지 않음이 명백하다. 다만 그 다른 사람이 부정한 청탁을 받은 자의 사자 또는 대리인으로서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경우나 그 밖에 평소 부정한 청탁을 받은 자가 그 다른 사람의 생활비 등을 부담하고 있었다거나 혹은 그 다른 사람에 대하여 채무를 부담하고 있었다는 등의 사정이 있어 그 다른 사람이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받음으로써 부정한 청탁을 받은 자가 그만큼 지출을 면하게 되는 경우 등 사회통념상 그 다른 사람이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받은 것을 부정한 청탁을 받은 자가 직접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할 수 있는 관계가 있는 경우에는 위 죄가 성립될 수 있다(대법원 2006. 12. 22. 선고 2004도2581 판결 등 참조).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들을 모두 무죄로 판단하였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1) 공소외 2 회사의 납품업체인 주식회사 공소외 13을 운영하는 공소외 10이 공소외 14에게 돈을 지급한 것을 피고인 1에게 지급한 것과 동일하게 평가하기에는 부족하고, (2) 피고인 1이 ‘(상호 생략)’를 운영하는 공소외 11로부터 판촉물을 계속 납품할 수 있게 해달라는 취지의 부정한 청탁을 받았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며, (3) 공소외 12가 피고인 1에게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납품에 관한 청탁을 하였다거나 부정한 청탁의 취지로 공소외 15에게 돈을 지급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원심의 사실인정 및 이에 기초한 판단을 다투는 취지로서 실질적으로 사실심 법원의 자유판단에 속하는 원심의 증거 선택 및 증명력에 관한 판단을 다투는 것이다. 또한 위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배임수재죄의 부정한 청탁, 제3자가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경우 배임수재죄의 성립요건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없다.
나. 주식회사 공소외 16(이하 ‘공소외 16 회사’라 한다) 관련 배임수재 부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공소외 17이 공소외 16 회사로부터 받은 연봉이 피고인 1에게 전달되었다거나 피고인 1이 공소외 17의 명의를 이용하여 공소외 16 회사로부터 연봉 명목으로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였다고 볼 수 없고, 공소외 17이 공소외 16 회사로부터 급여를 받은 것을 피고인 1이 받은 것과 동일하게 평가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배임수재죄의 성립요건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없다.
다. 공소외 18 관련 배임수재 부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공소외 18이 2009. 3.경 청탁의 대가로 피고인 1에게 현금 1,000만 원을 지급하였다는 사실에 대한 증명이 부족하고, 공소외 18이 대주주인 주식회사 공소외 19 회사(이하 ‘공소외 19 회사’라 한다)는 피고인 1이 설립하여 공소외 20을 통해 관리함으로써 사실상 피고인 1 소유의 회사임을 전제로 공소외 18이 피고인 1에게 공소외 19 회사가 공소외 2 회사의 구매대행업체로 선정될 수 있도록 부정한 청탁을 할 필요성은 없었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배임수재죄의 성립요건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라. 공소외 7에 대한 유학자금, 급여 지급 관련 업무상횡령 부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1) 피고인 1이 공소외 7을 공소외 2 회사의 직원인 것처럼 가장하여 공소외 7에게 해외 연수기간 동안 유학자금과 직원 급여를 지급함으로써 업무상횡령을 하였다고 볼 수 없고, (2) 공소외 7이 해외파견 기간 중에 회사에 알리지도 않고 근무지를 벗어나 미국에 일시 체류하였더라도 여전히 공소외 2 회사의 직원 신분이었고 그와 같이 근무지를 벗어나 임무를 해태한 직원에게 급여 지급을 계속하였다는 사정만으로 대표이사에게 형법상 업무상횡령죄의 책임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업무상횡령죄의 성립요건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없다.
마. 공소외 15로부터의 그림 구매 관련 업무상배임 부분
원심은, 피고인 1이 자신의 딸인 공소외 15와 공소외 2 회사 간에 있었던 판시 공소외 15가 그린 그림에 관한 구매과정에 개입하거나 구매조건 등에 관하여 제대로 알지 못하였고 공소외 2 회사 측이 공소외 15로부터 그림을 구매한 후에야 그러한 사실을 알게 되었을 뿐이며, 공소외 2 회사와 공소외 15 사이의 위 그림 구매를 피고인 1과 공소외 2 회사 사이의 대표이사의 자기거래로 볼 수 없고, 피고인 1이 위 그림 구매를 기화로 적정 구매대금을 초과한 금액 상당을 피해자 공소외 2 회사로부터 불법적으로 영득할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원심에서 변경된 업무상배임의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업무상배임죄의 임무위배행위, 불법영득의사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없다.
바. 이사회 결의 없이 증액된 피고인 1의 급여 관련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정경제범죄법’이라 한다) 위반(횡령) 부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 1이 대표이사로서 자신의 보수를 결정할 때에 정관 등에 규정된 이사회 결의절차를 거치지 않은 잘못이 있지만, 검사가 제출하는 증거만으로는 피고인 1에게 판시와 같이 증액된 연봉에 대한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정관에서 정한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는 등 절차상의 하자와 업무상횡령죄의 불법영득의사의 인정 여부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없다.
사. 공소외 2 회사 보유 자산의 담보제공 관련 특정경제범죄법 위반(배임) 부분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 1은 공소외 2 회사의 대표이사 겸 대주주로서 주주들의 보유 주식을 양도하는 방식으로 공소외 2 회사를 매각하면서 개인적 이익을 얻기 위해 다른 이사들과 공모하여, 인수자인 공소외 21엘티디(이하 ‘공소외 21 회사’라 한다)가 공소외 22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22 회사’라 한다)를 통해 주식회사 공소외 23(이하 ‘공소외 23 회사’라 한다) 등 원심 판시 대주단(이하 ‘대주단’이라 한다)으로부터 공소외 2 회사 인수자금 대출을 받을 때 공소외 22 회사와 대주단 사이에 체결된 원심 판시 인수자금 대출약정(이하 ‘이 사건 대출계약’이라 한다)에서 정한 조건에 따라 공소외 2 회사로 하여금 그 보유 부동산에 관하여 원심 판시 근저당권(이하 ‘이 사건 근저당권’이라 한다)을 설정하게 하는 등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공소외 21 회사로 하여금 대출이 실행된 인수자금 약 2,408억 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얻게 하고, 피해자 공소외 2 회사에는 같은 액수의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검사가 제출하는 증거만으로는 피고인 1이 업무상 임무에 위배하여 공소외 22 회사가 인수자금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공소외 2 회사 소유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함으로써 공소외 22 회사가 담보가액만큼 이득을 취하고 공소외 2 회사에 그만큼의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검사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에 관한 항소이유 주장을 받아들이지 아니하였다.
가)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계약서상 공소외 2 회사와 공소외 22 회사의 합병 전까지 이 사건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에는 공소외 2 회사의 채무만이 포함되므로 공소외 2 회사가 그 소유 부동산을 이 사건 대출계약에 따라 공소외 22 회사가 채무자로 된 인수자금 대출금(이하 ‘이 사건 대출금’이라 한다) 채무를 위한 담보로 제공했다고 볼 수는 없다.
나) 합병이 예정된 상황에서 합병 후 공소외 2 회사가 승계할 이 사건 대출금 채무까지 담보할 수 있도록 이 사건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을 6,136억 원으로 높게 설정해 둠으로써 공소외 2 회사로서는 부동산 담보가치 활용에 제한이 있었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주주, 채권자의 이익에 대한 침해가 없고 공소외 2 회사의 파산가능성이 증대하는 등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다) 공소외 2 회사는 합병을 통해 공소외 22 회사가 부담하던 채무뿐만 아니라 보유하던 자산까지 인수하게 되는데 공소외 22 회사가 합병기일 전인 2005. 11. 4.경까지 지분투자 또는 장기차입 명목으로 인수자 측으로부터 지급받은 금액이 약 3,100억 원에 달하므로 공소외 2 회사가 공소외 22 회사를 흡수합병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 대출금 채무만큼 재산상 손해를 입게 된다고 보기 어렵다.
라) 이 사건 대출계약 중 공소외 2 회사가 채무자로 되어 있는 ‘대출 D’ 부분은 이 사건 대출금 채무 중 공소외 22 회사의 ‘대출 C’ 부분의 대환 및 운전자금 명목으로 받은 것이나, 공소외 2 회사에 누적이익이 발생하여 동액 상당의 배당을 공소외 22 회사에 할 수 있게 될 때에만 그 한도 내에서 인출이 가능한 것이므로 공소외 2 회사에 재산상의 손해 발생의 위험이 된다고 볼 수는 없다.
마) 피고인 1이 공소외 21 회사가 지명한 공소외 24, 말레이시아인 공소외 25로 하여금 공소외 2 회사의 이사로 선임될 수 있게 하여 2005. 4. 6.경 차주가입증서, 근저당권설정계약 관련 서류를 공소외 2 회사 이사회가 승인하여 대주단에 제출할 수 있게 하였더라도, 위와 같이 차주가입증서의 제출이나 근저당권설정으로 인해 공소외 2 회사가 공소외 22 회사의 채무에 대한 차주가 되거나 담보책임을 부담하게 되는 것은 아닐뿐더러, 공소외 21 회사가 공소외 2 회사의 대주주 지위를 취득할 때까지는 공소외 2 회사의 기존 경영진이 이사회 과반수를 유지하게 함으로써 공소외 21 회사가 이사회를 장악할 수 없도록 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이상, 이로 인해 공소외 2 회사가 재산상 손해를 입은 것도 아니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관련 법리
(1) 이른바 차입매수 또는 LBO(Leveraged Buy-Out의 약어이다)란 일의적인 법적 개념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기업인수를 위한 자금의 상당 부분에 관하여 피인수회사의 자산을 담보로 제공하거나 그 상당 부분을 피인수회사의 자산으로 변제하기로 하여 차입한 자금으로 충당하는 방식의 기업인수 기법을 일괄하여 부르는 용어로, 거래현실에서 그 구체적인 태양은 매우 다양하다. 이러한 차입매수에 관하여는 이를 따로 규율하는 법률이 없는 이상 일률적으로 차입매수 방식에 의한 기업인수를 주도한 관련자들에게 배임죄가 성립한다거나 성립하지 아니한다고 단정할 수 없고, 배임죄의 성립 여부는 차입매수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의 행위가 배임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한다(대법원 2010. 4. 15. 선고 2009도6634 판결, 대법원 2011. 12. 22. 선고 2010도1544 판결 등 참조).
형법 제355조 제2항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형법 제359조는 그 미수범은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형법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할 것과 그러한 행위로 인해 행위자나 제3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할 것을 배임죄의 객관적 구성요건으로 정하고 있으므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배임의 범의로, 즉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한다는 점과 이로 인하여 자기 또는 제3자가 이익을 취득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점에 대한 인식이나 의사를 가지고 임무에 위배한 행위를 개시한 때 배임죄의 실행에 착수한 것이고, 이러한 행위로 인하여 자기 또는 제3자가 이익을 취득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 기수에 이른다. 또한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라 함은 현실적인 손해를 가한 경우뿐만 아니라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되고, 재산상 손해의 유무에 대한 판단은 본인의 전 재산 상태와의 관계에서 법률적 판단에 의하지 아니하고 경제적 관점에서 파악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한편 주식회사 상호 간 및 주식회사와 주주는 별개의 법인격을 가진 존재로서 동일인이라 할 수 없으므로 1인 주주나 대주주라 하여도 그 본인인 주식회사에 손해를 주는 임무위배행위가 있는 경우에는 배임죄가 성립하고, 회사의 임원이 그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로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회사에 손해를 가한 때에는 이로써 배임죄가 성립하며 위와 같은 임무위배행위에 대하여 사실상 주주의 양해를 얻었다고 하여 본인인 회사에 손해가 없었다거나 또는 배임의 범의가 없었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1983. 12. 13. 선고 83도2330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06. 11. 9. 선고 2004도7027 판결, 대법원 2011. 9. 29. 선고 2011도1764 판결 등 참조).
기업인수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하여 그 인수자가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고 나중에 피인수회사의 자산을 담보로 제공하는 방식을 사용하는 경우, 피인수회사로서는 주채무가 변제되지 아니할 경우에는 담보로 제공되는 자산을 잃게 되는 위험을 부담한다. 그러므로 위와 같이 인수자만을 위한 담보제공이 무제한 허용된다고 볼 수는 없고, 인수자가 피인수회사의 담보제공으로 인한 위험 부담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급하는 등의 반대급부를 제공하는 경우에 한하여 허용될 수 있다. 만일 인수자가 피인수회사에 아무런 반대급부를 제공하지 않고 피인수회사의 대표이사가 임의로 피인수회사의 재산을 담보로 제공하게 하였다면, 인수자 또는 제3자에게 담보 가치에 상응한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피인수회사에 그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대법원 2008. 2. 28. 선고 2007도5987 판결, 대법원 2012. 6. 14. 선고 2012도1283 판결, 대법원 2015. 4. 23. 선고 2014도17703 판결 등 참조).
(2) 한편 근저당권설정계약서가 부동문자로 인쇄된 일반거래약관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처분문서이므로 그 진정 성립이 인정되는 때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계약서의 문언에 따라 의사표시의 내용을 해석하여야 하고 다만 그 근저당권설정계약 체결의 경위와 목적, 피담보채무액, 근저당권설정자와 채무자 및 채권자와의 상호관계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당사자의 의사가 계약서 문언과는 달리 일정한 범위 내의 채무만을 피담보채무로 약정한 취지라고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당사자의 의사에 따라 그 담보책임의 범위를 제한할 수 있다(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5다237106 판결).
나) 인정 사실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을 알 수 있다.
(1) 공소외 21 회사는 2004. 3.경 기업인수 및 매각을 통한 차익의 실현을 주된 사업으로 하여 설립된 사모투자회사로, 2005. 1. 26. 공소외 2 회사 주식 100%를 보유할 특수목적법인인 공소외 22 회사를 설립하였다. 공소외 22 회사는 2005. 3. 22. 대주단과 총 4,720억 원의 이 사건 대출계약을 체결하였다.
(2) 이 사건 대출계약은 총 대출액 4,720억 원을 5개의 서로 다른 개별 대출(‘Facility A, B, C, D, E’, 이하에서는 각 ‘대출 A, B, C, D, E’로 특정한다)로 구분하였는데, 그중 2,550억 원(대출 B, C)의 차주는 공소외 22 회사이고, 나머지 2,170억 원의 차주(대출 A, D, E)는 공소외 2 회사이다. 공소외 2 회사가 대출받은 A, D, E 부분은, 공소외 2 회사의 운전자금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뿐만 아니라 공소외 22 회사의 인수대금 마련을 위한 대출 C 부분 및 공소외 2 회사의 기존 장기대출금을 더 높은 이자율로 대환하기 위한 이른바 ‘리파이낸싱(Re-financing)’ 목적의 대출이다.
(3) 이 사건 대출계약은, 공소외 22 회사가 대출실행일인 2005. 4. 6.경까지 공소외 2 회사가 이 사건 대출계약의 내용을 승인하여 공소외 22 회사와 더불어 차주가 되는 것과 공소외 2 회사가 자신의 채무 및 다른 채무자들이 인수과정에서 부담하는 합법적인 채무에 대해 근저당권설정계약에 의한 담보를 설정하는 것을 인수자금 대출 실행의 선행조건으로 정하고 있다. 그리고 공소외 22 회사가 장래 취득할 공소외 2 회사 주식과 보유예금 및 공소외 21 회사가 조세 회피를 위해 네덜란드에 설립한 공소외 22 회사의 지분 100%를 지배하는 특수목적법인인 ‘공소외 26’(이하 ‘공소외 26 회사’라 한다)가 보유한 공소외 22 회사 주식 전부에 관한 근질권설정계약서를 제출하도록 되어 있다. 아울러 위 대출실행일로부터 27개월 내에 공소외 22 회사와 공소외 2 회사 중 어느 한 회사를 존속회사로 한 합병절차를 진행할 것을 정하면서, 합병기일에 공소외 22 회사와 공소외 2 회사의 재무제표상 모든 채무는 합병 후 존속회사로 귀속되고, 공소외 22 회사와 공소외 2 회사가 대주단을 위해 제공한 모든 담보는 기존의 우선순위를 유지하면서 존속회사에 대해서도 효력을 갖도록 정하고 있다.
(4) 공소외 2 회사는 2005. 4. 6.경 대주단에 ‘공소외 2 회사가 이 사건 대출계약의 차주로 가입하며, 차주로서 이 사건 대출계약상의 약정내용에 구속됨에 동의한다.’라는 내용의 차주가입증서(Borrower Accession Deed)를 제출하였고, 그 무렵 대주단과 공소외 2 회사 본사 건물 대지인 서울 강남구 (주소 3 생략) 토지를 비롯하여 공소외 2 회사가 소유한 223개 토지 및 건물에 관한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하고, 2005. 4. 13. 등기원인 2005. 4. 9. 설정계약, 채권최고액 6,136억 원, 채무자 공소외 2 회사, 근저당권자 공소외 23 회사 등으로 된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각 마쳤다.
(5) 한편 공소외 2 회사는 2005. 4. 6. 이사회를 개최하여 이 사건 대출계약의 체결, 차주가입증서의 작성 및 제출, 대주단에 대한 담보제공, 공소외 21 회사 측 이사 공소외 24의 대표이사 선임을 승인하였고, 대주단은 2005. 4. 6.경 공소외 2 회사와 공소외 22 회사에 이 사건 대출계약에 따른 대출금 지급을 개시하였다.
(6) 근저당권설정자인 공소외 2 회사와 근저당권자인 대주단 사이에 2005. 4. 6.경 작성된 영문본 근저당권설정계약서에는 이 사건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에 관하여 공소외 2 회사와 공소외 22 회사의 합병 전에는 공소외 2 회사만을 채무자로 하고, 합병 후에는 합병법인을 채무자로 한다는 취지의 기재가 있다.
반면 2005. 4. 22.경 등기소에 제출된 2005. 4. 9.자 국문본 근저당권설정계약서 제2조에는 ‘근저당권설정자는, 근저당권설정자 및 공소외 22 회사가 채권자에 대하여 대출계약들 및 관련 금융계약에 따라 기왕 현재 부담하고 있거나 장래 부담하게 되는 모든 채무(피담보채무)를 담보코자 근저당권자들이 취득하는 다른 담보와 공동으로 근저당권자들에게 별지2목록 기재 부동산에 제1순위 포괄근저당권을 설정한다’고 기재되어 있다.
위 국문본 근저당권설정계약서 근저당권자 목록 및 이 사건 근저당권의 근저당권자로 등재된 공소외 27유한회사(이하 ‘공소외 27 회사’라 한다)는 이 사건 대출계약에 따라 공소외 22 회사에 대하여 대출(B, C) 중 400억 원을 대출한 금융기관이다.
(7) 공소외 28 법인이 작성한 공소외 22 회사에 대한 2005회계연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대차대조표에 2005. 12. 31. 기준 대주단에 대한 장기차입금 부채 1,764억 원이 계상되어 있고, 이에 대해 재무제표에 관한 주석 6항에는 “상기 장기차입금은 전액 공소외 2 회사 지분매입을 위한 인수금융 대출이며, 이와 관련하여 회사의 주식과 예금 및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공소외 2 회사 주식 등이 담보로 제공되어 있습니다. 또한 회사의 차입금 약정 및 특수관계자인 공소외 2 회사의 차입금 약정과 관련하여 공소외 2 회사의 건물 및 토지가 공소외 23 회사 외 10개 금융기관(채권최고액 6,136억 원)에 담보로 제공되어 있습니다.”라고 기재되어 있다.
(8) 공소외 22 회사는 2005. 4. 6.경부터 2006. 3. 14.경까지 이 사건 대출계약에 의해 실행된 대출금 등으로, 2004. 12. 말 기준으로 지분 13.97%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피고인 1 등 공소외 2 회사 기존 주주들로부터 주식을 매수하거나 포괄적 주식교환을 하여 공소외 2 회사 주식 100%를 보유하게 되었다. 공소외 2 회사와 공소외 22 회사는 2007. 5. 31. 공소외 2 회사를 합병 후 존속회사로, 공소외 22 회사를 합병 후 소멸회사로 하는 흡수합병(이하 ‘이 사건 합병’이라 한다)을 하였다.
다) 이 사건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 범위에 관한 판단
위와 같은 사실관계 및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이 사건 대출계약 체결의 경위와 목적, 채무의 성립 경위, 채무액과 이 사건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의 관계, 근저당권설정자와 채무자 및 채권자의 상호관계 등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공소외 2 회사가 2005. 4. 13. 이 사건 근저당권을 설정할 당시 이 사건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에는 등기원인서류로 제출된 2005. 4. 9.자 국문본 근저당권설정계약서의 기재와 같이 공소외 2 회사의 대출금 채무 2,170억 원뿐만 아니라 공소외 22 회사의 대출금 채무 2,550억 원도 포함되었다고 볼 여지가 크다.
(1) 이 사건 대출계약은 공소외 2 회사 인수를 위한 인수자금 조달이라는 공소외 21 회사의 필요에 의해 공소외 21 회사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인 공소외 22 회사와 대주단 사이에 체결되었다. 반면 공소외 2 회사는 자신의 기업운영을 위한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기업합병의 피인수자의 지위에서 인수자인 공소외 21 회사의 요청에 따라 이 사건 대출계약의 내용을 승인하고 위 대출계약에서 정한 바에 따라 이 사건 근저당권을 설정한 것이다.
(2) 이 사건 대출계약에는 공소외 2 회사가 자신의 부동산에 대하여 설정하는 근저당권이 다른 채무자의 인수과정에서 부담하는 채무도 담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다른 채무자란 이 사건 공소외 2 회사의 인수과정에 비추어 볼 때 공소외 22 회사를 의미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결국 이 사건 대출계약을 체결할 당시 계약당사자인 대주단과 공소외 22 회사, 공소외 21 회사는 공소외 2 회사 소유 부동산에 대한 근저당권으로 공소외 22 회사가 인수과정에서 부담하게 되는 채무까지 담보하는 점에 대해 의사의 합치가 있었고, 공소외 2 회사는 대주단에 차주가입증서를 제출함으로써 위 대출계약의 약정내용에 동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3) 등기부상 이 사건 근저당권의 등기원인은 2005. 4. 9.자 근저당권설정계약으로 되어 있으므로, 이 사건 근저당권의 채무자와 피담보채무도 2005. 4. 9. 작성된 국문본 근저당권설정계약서에 따라 정해져야 한다. 위 근저당권설정계약서에는 이 사건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으로 공소외 2 회사 및 공소외 22 회사가 채권자에 대하여 이 사건 대출계약에 따른 채무를 담보한다는 취지로 기재되어 있다. 한편 위 근저당권설정계약서에는 2005. 4. 6. 즈음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영문본 근저당권설정계약서의 내용이 우선한다는 취지의 기재가 있고, 위 영문본 근저당권설정계약서에는 합병 전에는 공소외 2 회사의 채무만 담보하고 공소외 22 회사의 채무는 담보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기재가 있으나, 국문본 근저당권설정계약서가 영문본 근저당권설정계약서보다 시기적으로 뒤에 작성되었고 등기소에 등기원인서류로 제출된 점 등을 고려할 때,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계약 당사자들의 실질적인 의사가 국문본 근저당권설정계약서의 내용보다 위 영문본 근저당권설정계약서의 내용에 부합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4) 더구나 이 사건 대출계약에 의할 때 공소외 27 회사는 공소외 22 회사의 채권자일 뿐 공소외 2 회사에 대해서는 아무런 채권을 가지고 있지 않음에도 위 국문본 근저당권설정계약서와 이 사건 근저당권에 채권자로 기재·등기되어 있다. 이는 합병 전에는 공소외 2 회사에 대한 채권만을 담보한다는 영문본 근저당권설정계약서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
(5) 합병 전 공소외 22 회사에 대한 2005회계연도 감사보고서에 이 사건 대출계약에 따른 공소외 22 회사의 채무는 이 사건 근저당권에 의해 담보되고 있다는 취지로 기재되어 있기도 하다.
(6) 공소외 22 회사는 이 사건 대출계약에 따라 담보로 공소외 22 회사가 장래 취득할 공소외 2 회사 주식, 보유예금과 공소외 26 회사가 보유한 공소외 22 회사 주식 전부에 관한 근질권설정계약서를 제출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는 공소외 22 회사의 대출금이 2,550억 원인 점에 비추어 볼 때 담보로서 충분해 보이지 않는다. 반면 공소외 2 회사는 이 사건 대출계약에 따라 2,170억 원을 대출받으면서 그 소유 부동산에 대출액의 2배가 넘는 채권최고액 6,136억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하였는데, 위 채권최고액은 공소외 2 회사와 공소외 22 회사의 대출금 합계 4,720억 원의 130%(= 6,136억/4,720억 × 100)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금융기관의 관례상 담보비율에 부합한다.
라) 재산상 손해 여부에 관한 판단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위와 같은 사실관계 및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살펴보면, 피고인 1이 공소외 2 회사의 다른 이사들과 공모하여 공소외 2 회사로 하여금 이 사건 근저당권을 설정하게 한 행위는, 이로 인하여 공소외 2 회사로서는 보유 부동산 전부가 공소외 21 회사의 공소외 2 회사 인수를 위해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대주단과 사이에 체결된 이 사건 대출금 채무를 위한 책임재산으로 제공되어 장차 이를 변제하지 못할 경우 환가처분 될 수 있는 위험을 부담하게 되는 이상, 대표이사로서의 임무를 위배하여 공소외 21 회사에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공소외 2 회사에 재산상 손해를 가한 것에 해당한다.
(1)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근저당권은 이 사건 대출계약에 따른 공소외 2 회사의 채무뿐만 아니라 공소외 22 회사의 대출금 채무도 피담보채무로 정한 것으로서, 공소외 22 회사가 이를 변제하지 않을 경우 제공된 담보를 상실할 위험을 부담한다. 또한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행위와 나중에 이루어진 이 사건 합병, 그 효과로 생긴 공소외 2 회사에 의한 이 사건 대출금 채무의 승계는 모두 공소외 21 회사가 공소외 2 회사를 인수하려는 단일의 목적으로 공소외 22 회사를 통해 대주단과 체결한 이 사건 대출계약, 나아가 그 계약의 내용에 구속됨을 승인한 공소외 2 회사의 2005. 4. 6.자 이사회결의와 차주가입증명서 제출 등을 통해 당시 이미 그 이행의 기한, 내용, 효과 등이 구체적으로 예정되어 있던 것이다.
(2) 이 사건 합병을 통해 이 사건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로 성립된 이 사건 대출금 채무는 공소외 21 회사가 그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대주단으로부터 인수자금을 차입하는 과정에서 생긴 채무로서, 공소외 2 회사 자체의 영업이나 금융상의 수요와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특히 공소외 21 회사가 공소외 2 회사의 발행 주식 전부를 주주들로부터 매수하는 방법으로 인수를 추진함에 따라 이 사건 대출금 채무로 조성된 자금은 공소외 21 회사 스스로 조달한 지분투자금과 합쳐져 공소외 2 회사의 기존 주주들에게 주식매수대금으로 지급되었을 뿐, 그중 합병 후 공소외 2 회사의 자산으로 유입된 부분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주식회사는 채권자는 물론 주주와도 별개의 법인격을 가진 존재이고, 주식회사에 이익이 되느냐 손해가 되느냐는 주주의 이익과는 별개의 것이므로, 결국 공소외 2 회사는 이 사건 근저당권 설정 당시는 물론 이 사건 합병 후에도 어떠한 재산상의 이익을 얻지는 못한 채 자신의 재산을 공소외 22 회사의 채무를 담보하기 위한 책임재산으로 제공함으로써 공소외 2 회사 소유 부동산을 활용하여 대출을 받을 기회가 제한되고 공소외 22 회사의 채무를 제대로 변제하지 못할 경우에는 환가처분 될 위험에 처하는 재산상의 손해를 입게 되었다. 비록 이 사건 합병이 성립된 이후에는 합병의 법률적 효과로 이 사건 대출금 채무가 공소외 2 회사의 채무가 되었고, 그에 대한 변제와 담보제공은 자신이 부담하는 채무에 관한 것으로 전환되기는 하였지만, 배임죄에서 재산상 손해의 유무에 관한 판단은 배임 여부가 문제 되는 행위 당시를 기준으로 본인의 전 재산 상태와의 관계에서 경제적 관점에서 파악되어야 하는 이상, 공소외 2 회사의 재산 상태에 초래한 경제적 영향을 감안하지 않은 채 단지 그 법률적 효과만을 근거로 배임죄의 성립을 부정할 수는 없다.
(3) 공소외 2 회사는 전자제품 유통기업으로서 이 사건 합병 전인 2006년 말경까지 영업적·재산적으로 실질적 가치를 갖는 유·무형 자산을 다수 보유하고 상당한 액수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달성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반면 공소외 22 회사는 영업적 실체를 갖추지 못한 특수목적회사(Special Purpose Company)에 불과하여 이 사건 합병에도 불구하고 통상 기업결합에서 기대되는 영업상의 시너지 효과 등을 통해 장래 공소외 2 회사에 초과수익을 가져다주기는 어렵다. 또한 공소외 22 회사 보유 자산의 거의 대부분은 공소외 2 회사 발행 주식으로서 위 합병을 통해 공소외 2 회사가 이를 승계하더라도 자기주식을 취득한 것에 불과하여 실질적 가치 있는 재산을 얻은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나아가 현금 등 나머지 유동자산도 이 사건 대출계약에 따라 처분이 엄격히 제한됨으로써 공소외 2 회사의 영업에 활용될 수 없었다. 더욱이 공소외 2 회사는 기존 대출금 채무를 변제하기 위해 이 사건 대출계약에 따라 보다 높은 이율로 자금을 차입하였다. 결국 공소외 2 회사로서는 인수절차가 진행되기 전에 비하여 채무원리금 변제의 부담이 크게 증가하고, 미변제 시 보유 부동산을 상실할 위험이 발생하는 등 전체적으로 재산상의 손해만 입었을 뿐 이를 상쇄할 만한 다른 반대급부를 인수자인 공소외 21 회사 등으로부터 제공받지 못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4) 앞서 살펴본 공소외 2 회사가 매각에 이르게 된 경위, 공소외 21 회사가 사용한 공소외 2 회사 인수의 방법 및 인수자금의 조달 및 귀속, 피고인 1의 지위와 인수과정에서의 역할, 이를 통하여 피고인 1이 공소외 21 회사로부터 취득한 대가, 공소외 2 회사 인수 후 공소외 21 회사가 보인 행보, 공소외 21 회사가 재매각을 통해 얻은 재산상 이익의 규모, 그 과정에서 공소외 2 회사의 재산상 손실 발생과 이익 획득의 개연성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1이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에 가담한 행위는 피해자 공소외 2 회사의 대표이사로서 회사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주로 공소외 21 회사 등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배임의 범의도 인정된다.
4) 소결론
그럼에도 원심은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은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하였다. 이 부분 원심의 판단에는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의 범위, 처분문서의 효력, 계약의 해석, 차입매수 방식의 기업인수와 관련하여 업무상배임죄의 성립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아. 공소외 21 회사의 공소외 2 회사 인수 당시 소액주주들의 주식매각 관련 특정경제범죄법 위반(배임) 부분
1) 주위적 공소사실 및 예비적 공소사실 중 피해자 소액주주들에 관한 배임 부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 1이 소액주주들로부터 주식 매각에 관한 권한을 위임받아 소액주주들의 주식 매각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거나 그 매각 협상 절차에서 취득한 정보를 고지하지 않고 개인적 이익을 추구함으로써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특정경제범죄법 위반(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처리자에의 해당 여부, 임무위배행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없다.
2) 예비적 공소사실 중 피해자 공소외 2 회사에 관한 배임 부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 1이 소액주주들의 주식매수와 관련하여 처리한 사무가 공소외 2 회사의 사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그 과정에서 피고인 1이 공소외 21 회사로부터 받은 이익을 공소외 2 회사에 귀속시킬 업무상 임무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특정경제범죄법 위반(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처리자, 임무위배행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없다.
자. 공소외 29 회사의 공소외 2 회사 인수 관련 피고인들의 배임수증재 부분
형법 제357조 제1항에 정한 배임수재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얻는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로서, 원칙적으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야 그 범죄의 주체가 될 수 있다(대법원 2006. 3. 24. 선고 2005도6433 판결 등 참조).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공소외 29 회사의 공소외 2 회사 인수에서는 공소외 21 회사와 공소외 30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30 회사’라 한다)가 거래의 당사자가 되어 주식매매를 하였으므로 그와 관련된 사무를 공소외 2 회사의 사무라고 할 수 없고, 피고인 1이 공소외 2 회사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서 피고인 피고인 2로부터 인수업체 선정과 관련하여 영향력을 행사하여 달라는 취지의 부정한 청탁을 받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위 법리 및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배임수증재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범위, 부정한 청탁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없다.
차. 부동산 처분대금에 대한 증여세 포탈 관련 특정범죄가중법 위반(조세) 부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판시 부동산 처분대금 중 공소외 7에게 현금으로 교부된 5억 원 부분에 대해서는 피고인 1이 사기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그에 관한 증여세를 포탈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공소외 31 등 제3자 명의 계좌로 분산 송금된 나머지 8억 원 부분도 이러한 분산 송금행위가 실질적으로 공소외 7에 대한 증여에 해당함을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하였다.
이 부분 상고이유는 원심의 사실인정을 다투는 취지로서, 실질적으로 사실심 법원의 자유판단에 속하는 원심의 증거 선택 및 증명력에 관한 판단을 탓하는 것에 불과하다. 나아가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증여 여부와 사위 기타 부정한 행위에 의한 특정범죄가중법 위반(조세)죄의 성립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없다.
카. 주식에 대한 증여세 포탈 관련 특정범죄가중법 위반(조세) 부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 1이 그의 자녀인 공소외 15, 공소외 7에게 이 부분 주위적 공소사실과 같이 공소외 30 회사의 주식을 매수하기 위한 자금 또는 공소외 30 회사의 주식 자체를 증여하였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증여 여부와 사위 기타 부정한 행위에 의한 특정범죄가중법 위반(조세)죄의 성립, 석명의무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없다.
타. 공소외 32에 대한 미신고 차용금 변제 관련 외국환거래법 위반 부분
원심은, 검사가 제출하는 증거만으로는 공소외 32에 대한 차용금 변제 명목으로 미화 150만 달러를 지급한 행위에 대해 외국환거래법상 신고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 1이 공소외 32에게 위 돈을 지급할 당시 해외 이주의사가 없었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 및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단에 신고의무 위반에 따른 외국환거래법 위반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없다.
파. 미신고 해외펀드투자 자본거래 중 ‘공소외 33 회사’에 대한 투자행위 관련 외국환거래법 위반 부분
제1심은 공소외 33 회사에 투자한 것은 피고인 1이 아니라 공소외 9 회사이고, 공소외 9 회사의 행위를 피고인 1의 행위와 법률적으로 동일하게 평가할 수는 없으며, 공소외 33 회사와 공소외 9 회사 사이의 판시와 같은 거래는 비거주자들 사이의 자본거래로서 구 외국환거래법의 규율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원심은 이러한 제1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인정하면서 이를 다투는 검사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에 관한 항소이유 주장을 받아들이지 아니하였다.
상고이유 주장은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 및 판단을 다투는 취지로서, 실질적으로 사실심 법원의 자유판단에 속하는 원심의 증거 선택 및 증명력에 관한 판단을 탓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리고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아도, 원심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신고의무 위반에 따른 외국환거래법 위반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없다.
하. 검사의 유죄 부분에 대한 상고에 관하여
검사는 원심판결 전부에 관하여 상고하였으나, 유죄 부분에 관하여는 상고장이나 상고이유서에 구체적인 상고이유의 기재가 없다.
3. 파기의 범위
원심판결 중 피고인 1에 대하여 유죄로 인정된 공소외 8로부터의 금전 수령 관련 외국환거래법 위반 부분과 공소외 1 관련 배임수재 금품에 관한 추징 부분, 무죄로 판단된 공소외 2 회사 보유 자산의 담보제공 관련 특정경제범죄법 위반(배임) 부분은 각 파기되어야 한다. 그런데 위 각 파기 부분은 피고인 1에 대한 나머지 유죄 부분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그 전체에 대하여 하나의 형이 선고되어야 한다. 따라서 원심판결 중 피고인 1에 대한 유죄 부분과 공소외 2 회사 보유 자산의 담보제공 관련 특정경제범죄법 위반(배임) 부분은 함께 파기되어야 한다.
4. 결론
그러므로 피고인 1에 대한 유죄 부분과 공소외 2 회사 보유 자산의 담보제공 관련 특정경제범죄법 위반(배임) 부분을 함께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검사의 나머지 상고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기택(재판장) 박정화 김선수(주심) 이흥구 | [1] 형법 제355조 제2항, 제356조 / [2] 형법 제355조 제2항, 제356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황정란
【원심판결】
부산고법 2020. 5. 13. 선고 2019노664, 2019전노55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아동복지법은 제3조 제7호에서 ‘아동학대’를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하는 것과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이라고 정의하면서, 제3장 제2절에서 아동학대의 예방 및 방지에 관한 각종 규정을 두고 있다. 한편 아동복지법은 제17조에서 ‘누구든지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하면서, 제2호로 ‘아동에게 음란한 행위를 시키거나 이를 매개하는 행위 또는 아동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 등의 성적 학대행위’를 금지행위로 규정하고, 제71조 제1항에서 ‘제17조를 위반한 자를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아동복지법 규정의 각 문언과 조문의 체계 등을 종합하여 보면, 누구든지 제17조 제2호에서 정한 금지행위를 한 경우 제71조 제1항에 따라 처벌되는 것이고, 성인이 아니라고 하여 위 금지행위규정 및 처벌규정의 적용에서 배제된다고 할 수는 없다.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아동복지법 위반 부분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아동복지법 제17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에 의하면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서만 양형부당을 사유로 한 상고가 허용되므로, 피고인에 대하여 그보다 가벼운 형이 선고된 이 사건에서,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는 취지의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상옥(재판장) 안철상 노정희(주심) 김상환 | 아동복지법 제3조 제7호, 제17조 제2호, 제71조 제1항 제1호의2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1 외 1인
【상 고 인】
검사
【원심판결】
광주지법 2018. 10. 16. 선고 2018노1167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구 조세범 처벌법(2018. 12. 31. 법률 제1610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10조 제3항 제1호는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지 아니하거나 공급받지 아니하고 부가가치세법에 따른 세금계산서를 발급하거나 발급받은 행위’를 처벌하고 있다. 이는 실물거래 없이 세금계산서를 수수하는 행위를 처벌함으로써 세금계산서 수수질서의 정상화를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대법원 2014. 4. 30. 선고 2012도7768 판결 참조).
이러한 구 조세범 처벌법 제10조 제3항의 문언과 체계, 입법 취지 등을 종합하면, 재화나 용역을 공급하지 아니하거나 공급받지 아니하고 가공의 세금계산서를 발급ㆍ수취한 후 이를 취소하는 의미에서 같은 공급가액에 음의 표시를 하여 작성한 수정세금계산서를 발급ㆍ수취한 경우, 뒤의 공급가액이 음수인 수정세금계산서를 발급ㆍ수취한 행위는 새로이 재화나 용역을 공급하거나 공급받은 것을 내용으로 하는 가공의 세금계산서를 발급ㆍ수취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앞선 실물거래 없이 가공의 세금계산서를 발급ㆍ수취한 행위를 바로잡기 위한 방편에 불과하므로, 구 조세범 처벌법 제10조 제3항 제1호에서 정한 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
2. 원심은 실물거래 없이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급받은 후 그 허위 세금계산서를 취소하는 내용의 음의 수정세금계산서를 발급받은 경우는 재화를 공급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허위 세금계산서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공급가액이 ‘-3억 원’으로 된 수정세금계산서 1장을 발급받은 부분에 대하여 구 조세범 처벌법 제10조 제3항 제1호의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보아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구 조세범 처벌법 제10조 제3항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선수(재판장) 이기택(주심) 박정화 이흥구 | [1] 구 조세범 처벌법(2018. 12. 31. 법률 제1610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0조 제3항 제1호 / [2] 구 조세범 처벌법(2018. 12. 31. 법률 제1610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0조 제3항 제1호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1 외 3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이종훈
【원심판결】
울산지법 2019. 12. 20. 선고 2019노1053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이라고 한다) 제8조 제1항은 ‘범죄수익’을 몰수할 수 있다고 하면서,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제2조 제2호 (나)목 1)은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이하 ‘성매매처벌법’이라고 한다) 제19조 제2항 제1호(성매매알선 등 행위 중 성매매에 제공되는 사실을 알면서 자금ㆍ토지 또는 건물을 제공하는 행위만 해당한다)의 죄에 관계된 자금 또는 재산”을 위 법에서 규정하는 ‘범죄수익’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성매매알선 등 행위를 규정한 성매매처벌법 제2조 제1항 제2호 중 (다)목의 “성매매에 제공되는 사실을 알면서 자금, 토지 또는 건물을 제공하는 행위”에는 그 행위자가 “성매매를 알선, 권유, 유인 또는 강요하는 행위”[성매매처벌법 제2조 제1항 제2호 (가)목] 또는 “성매매의 장소를 제공하는 행위”[성매매처벌법 제2조 제1항 제2호 (나)목]를 하는 타인에게 자금, 토지 또는 건물을 제공하는 행위뿐만 아니라 스스로 (가)목이나 (나)목의 행위를 하는 경우도 포함된다(대법원 2013. 5. 23. 선고 2012도11586 판결 참조).
한편 우리 법제상 공소의 제기 없이 별도로 몰수나 추징만을 선고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 있지 않지만 몰수나 추징의 요건이 공소가 제기된 공소사실과 관련성이 있는 경우에는 형법 제49조 단서에 따라 몰수나 추징이 가능하고(대법원 1992. 7. 28. 선고 92도700 판결 등 참조),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제8조 제1항에 따라 범죄수익을 몰수할 경우에도 같다.
2. 기록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가. 피고인들은 각자 역할을 분담하여 성매매알선 영업을 하고 전체 업소 수익금을 나누어 가지기로 한 다음 2018. 12.경부터 2019. 7. 25.경까지 오피스텔 호실 여러 개를 임차한 후 여성 종업원을 고용하여 영업으로 성매매를 알선하였다는 공소사실 등으로 기소되었다.
나. 제1심은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하면서 피고인들로부터 성매매처벌법 제25조와 형법 제48조 제1항 제1호를 근거로 제1심 판시 별지 2 내지 6 목록 기재 오피스텔 각 호실에 관한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이하 ‘이 사건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이라고 한다)을 몰수하였다.
다.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이 사건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에 대한 몰수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몰수를 선고하지 않았다.
(1) 이 사건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은 형법 제48조 제1항 제1호에 규정된 ‘범죄행위에 제공하였거나 제공하려고 한 물건’이 아니고 성매매처벌법 제25조에서 정한 ‘제18조부터 제20조까지에 규정된 죄를 범한 사람이 그 범죄로 인하여 얻은 금품 등’이 아니다.
(2) 이 사건 공소사실에는 성매매처벌법 제2조 제1항 제2호 (다)목의 행위태양에 해당하는 ‘성매매에 제공되는 사실을 알면서 자금, 토지 또는 건물을 제공하였다.’는 취지의 기재가 없으며 적용법조에도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제8조 제1항은 기재되어 있지 않으므로 이 사건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을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제8조에 따라 몰수할 수도 없다.
(3) 성매매알선 행위자가 성매매를 위한 장소를 임차하여 그 장소에서 성매매알선 영업을 하더라도 자신이 토지, 건물 등을 성매매를 위해 임대하거나 제공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이를 성매매처벌법 제2조 제1항 제2호 중 (다)목의 행위태양에 해당하는 ‘성매매에 제공되는 사실을 알면서 자금, 토지 또는 건물을 제공’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3.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가. 성매매처벌법 제2조 제1항 제2호 (다)목의 행위태양인 ‘성매매에 제공되는 사실을 알면서 자금, 토지 또는 건물을 제공하는 행위’에는 스스로 성매매처벌법 제2조 제1항 제2호 (가)목이나 (나)목의 행위를 하는 경우도 포함된다. 그리고 위 조항에서는 성매매알선 행위자가 자신의 ‘토지 또는 건물’을 제공하는 행위뿐 아니라 ‘자금’을 제공하는 행위도 함께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성매매알선 행위자인 피고인들이 자신의 성매매알선 영업에 필요한 장소인 오피스텔 각 호실을 임차하기 위해 보증금을 임대인에게 지급한 행위는 성매매처벌법 제2조 제1항 제2호 (다)목의 ‘성매매에 제공되는 사실을 알면서 자금을 제공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나. 검사는 피고인들의 행위를 성매매처벌법 제2조 제1항 제2호 (가)목에 해당하는 행위로 기소하였지만 피고인들의 행위가 성매매처벌법 제2조 제1항 제2호 (다)목의 행위로도 인정되는 이상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수익은닉규제법에 따른 몰수의 대상이 되는 성매매처벌법 제2조 제1항 제2호 (다)목의 행위와 관련성이 인정되므로, 이 사건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을 몰수하더라도 불고불리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다. 따라서 이 사건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은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제2조 제2호 (나)목 1)에서 범죄수익으로 정한 ‘성매매에 제공되는 사실을 알면서 자금을 제공하는 행위에 관계된 자금 또는 재산’으로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제8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범죄수익으로 몰수될 수 있다.
라. 원심이 이와 달리 피고인들의 행위가 ‘성매매에 제공되는 사실을 알면서 자금을 제공하는 행위’에 해당하지 않고 이 부분 공소사실이 ‘성매매에 제공되는 사실을 알면서 자금을 제공하는 행위’와 관련성도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 사건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이 범죄수익은닉규제법에서 정한 몰수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은 잘못이다.
4. 다만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제8조 제1항에 의한 몰수는 임의적이므로 몰수의 요건에 해당하는 물건이라도 이를 몰수할 것인지 여부는 법원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대법원 2002. 9. 4. 선고 2000도515 판결 참조). 원심이 이 사건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을 몰수하지 않은 것은 그 채권이 임의적 몰수의 대상이라고 보면서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재량권을 행사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 잘못은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따라서 상고이유 주장은 결과적으로 이유 없다.
5.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태악(재판장) 김재형 민유숙(주심) 이동원 | [1]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나)목 1), 제8조 제1항,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항 제2호, 제19조 제2항 제1호 / [2] 형법 제49조,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8조 제1항 / [3]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항 제2호 / [4]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8조 제1항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및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최원재
【원심판결】
수원지법 2020. 6. 12. 선고 2020노329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의 점의 요지
피고인은 2019. 4. 15. 09:00경 서울 강서구 (주소 1 생략) 소재 강서농협에서 은행 직원에게 위조된 사문서인 출금전표를 행사하고 피고인 명의의 새마을금고 계좌로 이체한 범죄수익인 ○○시 야구협회 소유 자금을 추적 내지 발견하지 못하도록 적법하게 취득한 재산으로 가장할 목적으로, ○○시 야구협회 명의의 농협 계좌에서 피고인 명의의 새마을금고 계좌로 이체한 285,900,000원을 공소외 1의 동생인 공소외 2 명의의 국민은행 계좌로 이체하고, 같은 날 위 돈 중 193,000,000원 상당을 금은방 ‘(상호 1 생략)’ 사장 공소외 3에게 이체하여 금괴 1,000돈을 구입한 다음, 위 돈 중 80,000,000원을 출금하여 (상호 2 생략) 일산점에서 42,238,000원 상당의 명품을 구입하고, 2019. 4. 25.경 위 금괴 1,000돈 중 400돈을 인천 (주소 2 생략) 소재 (상호 3 생략)에서 처분하여 그 대금 73,200,000원을 현금으로 취득하여 금괴, 고가의 명품, 현금 등으로 보관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범죄수익의 취득에 관한 사실을 가장하거나 적법하게 취득한 재산으로 가장할 목적으로 범죄수익 등을 은닉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취득한 285,900,000원은 중대범죄가 아닌 횡령죄에 의하여 생긴 재산일 뿐 중대범죄인 사문서위조죄 및 위조사문서행사죄에 의하여 생긴 재산으로 볼 수 없어 이를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이라고 한다)에서 정한 범죄수익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위 공소사실은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때에 해당한다고 보아 무죄로 판단하였다.
다.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1) 피고인이 ○○시 야구협회로부터 ○○시 야구협회 명의의 농협 계좌에 대한 예금 인출 권한을 위임받지 않았으므로 피고인이 위 계좌에 대한 ○○시 야구협회 명의의 출금전표 세 장을 작성한 행위는 사문서위조죄에 해당하고, 은행의 담당직원에게 위조된 출금전표 세 장을 교부한 행위는 위조사문서행사죄에 해당한다.
2) 그런데 피고인이 위와 같이 출금전표 세 장을 위조하고서 이를 행사한 것은 재산상의 부정한 이익인 285,900,000원을 취득할 목적에 기한 것이고, 실제 이러한 범행을 저지름으로써 피고인 명의의 새마을금고 계좌로 285,900,000원을 이체할 수 있게 되었으므로, 피고인이 위와 같은 경위로 취득한 285,900,000원은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소정의 중대범죄인 사문서위조죄와 위조사문서행사죄에 의하여 취득한 재산으로서 범죄수익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3) 그럼에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위 285,900,000원이 범죄수익은닉규제법상의 범죄수익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범죄수익은닉규제법상의 범죄수익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2. 파기의 범위
원심판결 중 무죄 부분은 파기되어야 한다. 그런데 위 파기 부분은 원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부분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이들 모두에 대하여 하나의 형을 정해야 하므로 원심판결은 전부 파기되어야 한다.
3. 결론
그러므로 피고인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재형(재판장) 민유숙 이동원(주심) 노태악 |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별표], 제2호 (가)목, 제4호, 제3조 제1항 제1호, 제3호, 형법 제231조, 제234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 민후 담당변호사 김경환 외 2인
【원심판결】
인천지법 2019. 2. 1. 선고 2018노2183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참고자료는 이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공소사실과 원심판결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이라 한다) 위반 부분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고인은 공소외 유한회사가 운영하는 ‘○○○○’ 게임(이하 ‘이 사건 게임’이라 한다)에서 상대방을 자동으로 조준하는 기능을 가진 프로그램(이하 ‘이 사건 프로그램’이라 한다)을 판매함으로써 정보통신망법 제70조의2, 제48조 제2항을 위반하였다.
원심은 이 사건 프로그램이 정보통신망법 제48조 제2항에 정해진 정보통신시스템 등의 운용을 방해할 수 있는 ‘악성프로그램’에 해당한다고 보고,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2. 정보통신망법 제48조 제2항의 ‘악성프로그램’ 해당 여부
가. 정보통신망법 제48조 제2항은 “누구든지 정당한 사유 없이 정보통신시스템, 데이터 또는 프로그램 등을 훼손·멸실·변경·위조하거나 그 운용을 방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하 ‘악성프로그램’이라 한다)을 전달 또는 유포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70조의2는 “제48조 제2항을 위반하여 악성프로그램을 전달 또는 유포하는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정보통신망법 제70조의2와 제48조 제2항은 악성프로그램이 정보통신시스템, 데이터 또는 프로그램 등(이하 ‘정보통신시스템 등’이라 한다)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악성프로그램을 전달하거나 유포하는 행위만으로 범죄 성립을 인정하고, 그로 말미암아 정보통신시스템 등의 훼손·멸실·변경·위조 또는 그 운용을 방해하는 결과가 발생할 것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악성프로그램에 해당하는지는 프로그램 자체를 기준으로 하되, 그 사용용도와 기술적 구성, 작동 방식, 정보통신시스템 등에 미치는 영향, 프로그램의 설치나 작동 등에 대한 운용자의 동의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9. 12. 12. 선고 2017도16520 판결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이 사건 프로그램은 이 사건 게임의 이용자가 상대방을 더욱 쉽게 조준하여 사격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한 것으로, 처음 사격이 성공한 다음부터 상대방 캐릭터를 자동으로 조준해 주는 기능을 한다. 이 사건 게임의 이용자가 상대방 캐릭터를 처음 사격하는 데 성공하면 상대방 캐릭터 근처에 붉은색 체력 바(bar)가 나타나는데, 이 사건 프로그램은 체력 바의 이미지를 분석한 다음 게임 화면에서 그와 동일한 이미지를 인식하여 해당 좌표로 마우스 커서를 이동시키는 작업을 반복적으로 수행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 사건 프로그램은 이용자 본인의 의사에 따라 해당 이용자의 컴퓨터에 설치되어 그 컴퓨터 내에서만 실행되고, 정보통신시스템이나 게임 데이터 또는 프로그램 자체를 변경시키지 않는다. 이 사건 프로그램은 정보통신시스템 등이 예정한 대로 작동하는 범위에서 상대방 캐릭터에 대한 조준과 사격을 더욱 쉽게 할 수 있도록 해줄 뿐이고, 이 사건 프로그램을 실행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일반 이용자가 직접 상대방 캐릭터를 조준하여 사격하는 것과 동일한 경로와 방법으로 작업이 수행된다.
이 사건 프로그램이 서버를 점거함으로써 다른 이용자들의 서버 접속 시간을 지연시키거나 서버 접속을 어렵게 만들고 서버에 대량의 네트워크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등으로 정보통신시스템 등의 기능 수행에 장애를 일으킨다고 볼 증거가 없다.
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프로그램이 정보통신망법 제48조 제2항의 ‘악성프로그램’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정보통신망법 제48조 제2항의 ‘악성프로그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3. 결론
원심판결 중 정보통신망법 위반 부분은 파기되어야 하는데, 원심은 이 부분 공소사실과 나머지 공소사실이 상상적 경합범 관계에 있다는 이유로 하나의 형을 선고하였으므로, 원심판결은 전부 파기되어야 한다.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동원(재판장) 김재형(주심) 민유숙 노태악 | [1]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8조 제2항, 제70조의2 / [2]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8조 제2항, 제70조의2, 형사소송법 제325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김철
【원심판결】
대전지법 2020. 7. 1. 선고 2019노3861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배임 부분, 제1심 판시 2016고단800 사건 부분 및 2017고단682 사건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대전지방법원에 환송한다. 피고인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 3점에 관한 판단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해자 공소외 1, 공소외 2에 대한 사기 부분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사기죄에서의 기망행위, 편취범의 및 형법 제39조 제1항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한 잘못이 없다.
그리고 피해자 공소외 3, 공소외 4에 대한 사기 부분과 관련하여 기망행위 및 편취범의를 다투는 취지의 주장은 피고인이 이를 항소이유로 삼거나 원심이 직권으로 심판대상으로 삼지 않은 것을 상고심에 이르러 비로소 주장하는 것으로서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나아가 살펴보더라도 원심의 판단에 그와 같은 잘못이 없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관한 판단
가.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여 사무의 주체인 타인에게 손해를 가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이므로 범죄의 주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한다고 하려면 당사자 관계의 본질적 내용이 단순한 채권채무 관계를 넘어서 그들 간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하는 데 있어야 하고, 그 사무가 타인의 사무가 아니고 자기의 사무라면 사무의 처리가 타인에게 이익이 되어 타인에 대하여 이를 처리할 의무를 부담하는 경우라도 그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8도10479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4. 8. 21. 선고 2014도3363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20. 2. 20. 선고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주권발행 전 주식의 양도는 양도인과 양수인의 의사표시만으로 효력이 발생한다. 그 주식 양수인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양도인의 협력을 받을 필요 없이 단독으로 자신이 주식을 양수한 사실을 증명함으로써 회사에 대하여 명의개서를 청구할 수 있다(대법원 2019. 4. 25. 선고 2017다21176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양도인이 양수인으로 하여금 회사 이외의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도록 확정일자 있는 증서에 의한 양도통지 또는 승낙을 갖추어 주어야 할 채무를 부담한다 하더라도 이는 자기의 사무라고 보아야 하고, 이를 양수인과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양수인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그러므로 주권발행 전 주식에 대한 양도계약에서 양도인은 양수인에 대하여 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지 아니하여, 양도인이 위와 같은 제3자에 대한 대항요건을 갖추어 주지 아니하고 이를 타에 처분하였다 하더라도 형법상 배임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20. 6. 4. 선고 2015도6057 판결 참조).
나.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2011. 9. 28.경 피해자에게 공소외 5 주식회사(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한다)의 비상장주식 36,000주(피고인 명의 24,000주, 피고인 아들 공소외 6 명의 12,000주)를 1주당 5,000원으로 정하여 양도하고도, 2012. 2. 2.경 공소외 7, 공소외 8, 공소외 9에게 이 사건 회사의 주식 60,000주를 이중으로 양도한 후, 2012. 3. 28.경 이 사건 회사에 공소외 7 등에 대한 양도사실을 확정일자 있는 증서에 의하여 통지함으로써 제3자에 대한 대항요건을 갖추어 주어, 주식 양도대금 1억 8,000만 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피해자에게 같은 액수에 상당하는 손해를 가하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하여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음을 전제로 피고인이 이 사건 주식을 이중양도한 후 제3자에 대한 대항요건을 갖추어 준 행위는 피해자에 대한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다. 그러나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주권발행 전 주식의 양도인인 피고인이 피해자와의 주식양도계약에 따라 피해자에게 제3자에 대한 대항요건을 갖추어 주어야 할 의무는 민사상 자신의 채무이고 이를 타인의 사무라고 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이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이 사건 주식을 이중양도한 후 제3자에 대한 대항요건을 갖추어 주었다고 하여 그러한 행위가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와 달리 피고인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음을 전제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으니, 이 부분 원심판결에는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의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3. 파기의 범위
위에서 본 이유로 원심판결 중 배임 부분을 파기하여야 한다. 그런데 위 부분과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제1심 판시 2016고단800, 2017고단682 사건 부분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이 선고되었으므로, 결국 원심판결 중 배임 부분, 제1심 판시 2016고단800 사건 부분 및 2017고단682 사건 부분은 모두 파기되어야 한다.
4. 결론
그러므로 피고인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배임 부분, 제1심 판시 2016고단800 사건 부분 및 2017고단682 사건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며, 피고인의 나머지 상고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기택(재판장) 박정화 김선수(주심) 이흥구 | [1] 형법 제355조 제2항 / [2] 형법 제355조 제2항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1 외 1인
【상 고 인】
피고인들
【변 호 인】
변호사 권민수 외 1인
【원심판결】
수원지법 2020. 5. 25. 선고 2019노6277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1.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가. 피고인들의 법무사법 위반죄 불성립 주장에 대하여
1) 법무사법 제21조 제2항이 정하고 있는 법무사 등록증을 빌려준다 함은 타인이 법무사 등록증을 이용하여 법무사로 행세하면서 법무사업을 하려는 것을 알면서도 법무사 등록증 자체를 빌려주는 것을 의미하는데(대법원 2002. 5. 10. 선고 2002도1226 판결 참조), 여기서 ‘법무사로 행세’한다는 것은, 법무사 무자격자가 법무사의 명의를 빌린 후 법무사 본인인 듯이 가장하여 행위하는 것뿐만 아니라, 무자격자가 법무사에게 일정액을 주는 대신 법무사는 그 무자격자의 수임건수나 업무처리에 관여하지 아니하고 무자격자가 자신의 계산으로 법무사로서의 업무를 모두 처리하는 것도 포함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6도2518 판결 참조).
나아가 법무사 사무소 직원이 법무사 사무소의 업무 전체가 아니라 일정 부분의 업무에 한하여 실질적으로 법무사의 지휘·감독을 받지 않고 자신의 책임과 계산으로 해당 사무를 법무사 명의로 취급·처리하였다면, 설령 법무사가 나머지 업무에 관하여 정상적인 활동을 하고 있더라도 직원과 법무사에게는 법무사법 제72조 제1항 위반죄가 성립될 수 있다.
2)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 2는 2014. 1.경부터 2018. 4. 9.경까지 피고인 1에게 법무사 등록증을 빌려주고, 피고인 1은 피고인 2로부터 법무사 등록증을 빌려 그의 계산으로 법무사로서의 업무를 처리하였다고 보아 피고인들의 위와 같은 행위를 법무사법 위반죄로 처단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다.
3)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소사실의 불특정, 법무사법 위반죄의 성립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나. 피고인 1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의 양형판단에 양형의 기초 사실에 관한 심리미진,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는 취지의 주장은 결국 양형부당 주장에 해당한다. 그런데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에 의하면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서만 양형부당을 사유로 한 상고가 허용된다. 피고인 1에 대하여 그보다 가벼운 형이 선고된 이 사건에서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는 취지의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2. 추징 부분에 대한 직권 판단
가. 2017. 12. 12. 법률 제15151호로 개정된 법무사법(이하 ‘개정된 법무사법’이라 한다)에는 제72조 제2항이 신설되어 등록증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준 법무사, 법무사의 등록증을 빌린 사람 등이 취득한 금품이나 그 밖의 이익은 몰수하고 이를 몰수할 수 없을 때에는 그 가액을 추징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부칙 제2조는 “제72조 제2항의 개정규정은 이 법 시행 후 최초로 법무사 등록증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준 경우부터 적용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이 개정된 법무사법 제72조 제2항, 부칙 제2조, 헌법 제13조 제1항 전단과 형법 제1조 제1항에서 정한 형벌법규의 소급효 금지 원칙에 비추어 보면, 법무사가 등록증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거나 법무사의 등록증을 빌린 행위가 개정된 법무사법 시행 이전부터 계속되어 온 경우에는 개정된 법무사법이 시행된 이후의 행위로 취득한 금품 그 밖의 이익만이 개정된 법무사법 제72조 제2항에 따른 몰수나 추징의 대상이 된다고 보아야 한다.
나. 제1심은, 앞서 본 피고인들의 법무사법 위반죄를 유죄로 인정하면서 개정된 법무사법 제72조 제2항에 따라 2014. 1.경부터 2018. 4. 9.경까지 피고인 2가 위 범행으로 취득한 이익 41,538,100원을 피고인 2로부터, 피고인 1이 위 범행으로 취득한 이익 1,243,071,374원을 피고인 1로부터 각각 추징하였고, 원심은 이를 그대로 유지하였다.
다. 그러나 이 사건 공소사실에는 개정된 법무사법 시행 이전인 2017. 12. 12. 이전의 범행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원심으로서는 그 기간을 포함한 전체 공소사실 기재 기간의 이득에 대하여 개정된 법무사법 제72조 제2항에 따른 추징을 할 수는 없고, 개정된 법무사법 제72조 제2항이 적용되는 부분을 심리하여 추징액을 산정하거나, 위 법조항이 적용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 다른 법령에 따른 추징이 가능한지 여부에 관하여 심리·판단하였어야 한다.
라. 그런데도 원심이 공소사실 기재 범행으로 취득한 이익 전부를 개정된 법무사법 제72조 제2항에 따라 피고인들로부터 추징한 것은 개정된 법무사법 제72조 제2항의 적용범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태악(재판장) 김재형 민유숙(주심) 이동원 | [1] 법무사법 제21조 제2항, 제72조 제1항 / [2] 헌법 제13조 제1항, 형법 제1조 제1항, 법무사법 제21조 제2항, 제72조, 부칙(2017. 12. 12.) 제2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박권표
【원심판결】
서울고법 2020. 5. 12. 선고 2018노3610, 2020노386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재산상 이익의 취득 여부에 관하여
가. 형법 제333조 후단의 강도죄, 이른바 강제이득죄에서 말하는 ‘재산상의 이익’이란 재물 이외의 재산상의 이익을 말하는 것으로서 적극적 이익(재산의 증가)과 소극적 이익(부채의 감소)을 모두 포함한다. 강제이득죄를 처벌하는 취지는 권리의무관계가 외형상으로라도 불법적으로 변동되는 것을 막고자 함에 있고, 강도죄는 항거불능이나 반항을 억압할 정도의 폭행ㆍ협박을 그 요건으로 한다. 따라서 법률상 정당하게 그 이행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어도 강도죄에서의 재산상의 이익에 해당할 수 있고, 그 재산상의 이익은 반드시 사법상 유효한 재산상의 이득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외견상 재산상의 이득을 얻을 것이라고 인정할 수 있는 사실관계만 있으면 여기에 해당된다(대법원 1994. 2. 22. 선고 93도428 판결, 대법원 1997. 2. 25. 선고 96도3411 판결 참조).
나. 원심은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인과 그 공범들이 피해자를 속여 그로부터 성매매대금 명목의 돈을 받고 뒤이어 그 반환을 요구하는 피해자를 폭행ㆍ협박한 후 돈을 가지고 현장을 이탈함으로써 외견상 위 돈의 반환을 면하게 되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에서 본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특수강도죄에서의 ‘재산상 이익의 취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불가벌적 사후행위, 특수강도죄에서의 ‘폭행과 협박의 정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에 의하면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서만 양형부당을 사유로 한 상고가 허용된다. 피고인에 대하여 그보다 가벼운 형이 선고된 이 사건에서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는 취지의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상환(재판장) 박상옥 안철상(주심) 노정희 | 형법 제333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김기훈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9. 12. 12. 선고 2019노11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양(+)의 수정세금계산서 발급행위가 구 조세범 처벌법(2018. 12. 31. 법률 제1610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10조 제3항의 처벌대상이 된다고 판단하면서, ‘수정세금계산서’를 교부하거나 교부받은 행위는 그 자체로 구 조세범 처벌법 제10조 제3항 제1호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 및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와 같이 구 조세범 처벌법 제10조 제3항 제1호의 세금계산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관하여
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정범죄가중법’이라고 한다) 제8조의2 제1항은 ‘영리를 목적으로 조세범 처벌법 제10조 제3항의 죄를 범한 사람’을 세금계산서 등에 기재된 공급가액이나 매출ㆍ매입처별 세금계산서합계표에 기재된 공급가액이나 매출ㆍ매입금액의 합계액(이하 ‘공급가액 등 합계액’이라고 한다)이 50억 원 이상인 경우(제1호)와 30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인 경우(제2호)로 구분하여 가중처벌하고 있다. 한편 구 조세범 처벌법 제10조 제3항 제1호는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지 아니하거나 공급받지 아니하고 부가가치세법에 따른 세금계산서를 발급하거나 발급받은 행위를 처벌하고 있다. 이는 실물거래 없이 세금계산서를 수수하는 행위를 처벌함으로써 세금계산서 수수질서의 정상화를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대법원 2014. 4. 30. 선고 2012도7768 판결 참조).
나. 이들 규정에 의하면, 특정범죄가중법 제8조의2 제1항은 공급가액 등 합계액이 일정액 이상이라는 가중사유를 구성요건화하여 구 조세범 처벌법 제10조 제3항의 행위와 합쳐서 하나의 범죄유형으로 하고 그에 대한 법정형을 규정한 것이므로, 구 조세범 처벌법 제10조 제3항의 죄가 성립하는 세금계산서, 매출ㆍ매입처별 세금계산서합계표에 기재된 공급가액 등을 모두 합산한 금액을 기준으로 특정범죄가중법 제8조의2 제1항의 적용 여부를 가려야 한다(대법원 2011. 9. 29. 선고 2009도3355 판결, 대법원 2011. 9. 29. 선고 2011도4397 판결, 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3도7219 판결 등 참조).
한편 구 조세범 처벌법 제10조 제3항의 문언과 체계, 입법 취지 등을 종합하면, 재화나 용역을 공급하지 아니하거나 공급받지 아니하고 가공의 세금계산서를 발급ㆍ수취한 후 이를 취소하는 의미에서 같은 공급가액에 음의 표시를 하여 작성한 수정세금계산서를 발급ㆍ수취한 경우, 뒤의 공급가액이 음수인 수정세금계산서를 발급ㆍ수취한 행위는 새로이 재화나 용역을 공급하거나 공급받은 것을 내용으로 하는 가공의 세금계산서를 발급ㆍ수취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앞선 실물거래 없이 가공의 세금계산서를 발급ㆍ수취한 행위를 바로잡기 위한 방편에 불과하므로, 구 조세범 처벌법 제10조 제3항 제1호에서 정한 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
나아가 실물거래 없이 가공의 세금계산서를 발급ㆍ수취함으로써 구 조세범 처벌법 제10조 제3항 제1호의 죄가 기수에 이르고, 그 후 이러한 가공의 세금계산서를 취소하는 취지로 음수의 수정세금계산서를 발급ㆍ수취하였다 하더라도 이미 완성된 위 범죄의 성립에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다.
따라서 특정범죄가중법 제8조의2 제1항에 따라 가중처벌을 하기 위한 기준인 ‘공급가액 등의 합계액’을 산정할 때에도 이와 같이 실물거래 없이 발급ㆍ수취한 가공의 세금계산서를 취소하는 의미에서 발급ㆍ수취한 음수의 수정세금계산서의 공급가액은 고려할 필요가 없다.
다.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에 음수의 세금계산서 또는 수정세금계산서를 발급ㆍ수취한 행위가 포함되어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실물거래 없이 허위의 세금계산서를 발급ㆍ수취한 다음 이를 취소하는 취지로 음수의 수정세금계산서 등을 발급ㆍ수취한 행위는 구 조세범 처벌법 제10조 제3항 제1호 위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며, 실물거래 없이 허위의 세금계산서를 발급ㆍ수취한 이상 그 발급ㆍ수취행위 즉시 기수에 이르고, 그 후 이에 대응하여 이러한 세금계산서를 취소하는 취지로 음수의 수정세금계산서를 발급ㆍ수취하였더라도 이는 이미 범행이 기수에 이른 뒤의 사정에 불과하여 범죄의 성립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특정범죄가중법 제8조의2 제1항의 공급가액 등 합계액을 산정함에 있어 음수의 수정세금계산서 등 발급ㆍ수취분의 공급가액을 차감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리하여 원심은 음수의 수정세금계산서 등 발급ㆍ수취분을 제외한 구 조세범 처벌법 제10조 제3항 위반에 해당하는 세금계산서 등 발급ㆍ수취분 등의 공급가액 등을 합산한 결과 공급가액 등 합계액이 50억 원 이상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특정범죄가중법 제8조의2 제1항 제2호 위반의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상고이유와 같이 구 조세범 처벌법 제10조 제3항 제1호의 세금계산서 또는 특정범죄가중법 제8조의2 제1항의 ‘공급가액 등 합계액’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박상옥(주심) 안철상 김상환 | [1] 구 조세범 처벌법(2018. 12. 31. 법률 제1610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0조 제3항 제1호 / [2]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8조의2 제1항, 구 조세범 처벌법(2018. 12. 31. 법률 제1610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0조 제3항 제1호 / [3] 구 조세범 처벌법(2018. 12. 31. 법률 제1610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0조 제3항 제1호 / [4]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8조의2 제1항, 구 조세범 처벌법(2018. 12. 31. 법률 제1610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0조 제3항 제1호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검사
【검 사】
손성민 외 1인
【변 호 인】
법무법인 에스엘 담당변호사 이성준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법 2019. 12. 12. 선고 2019고단3278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4월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부터 1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이 유】
1.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은 개인정보처리자인 서울특별시교육청으로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의 감독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수험생의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로서 개인정보 보호법 제19조가 의율하는 “개인정보처리자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개인정보 보호법에 대한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2. 검사의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주위적 공소사실
개인정보처리자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는 정보주체로부터 별도의 동의를 받거나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하여서는 아니 된다.
피고인은 2018. 11. 15.경 (주소 생략)에 있는 ○○고등학교 대학수학능력시험 고사장 감독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수험생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연락처, 주소 등 개인정보가 포함된 응시원서를 제공받고, 이를 각 수험생의 수험표와 대조하는 과정에서 △△△의 연락처를 알게 되었다.
피고인은 2018. 11. 25. 17:25경 위와 같이 알게 된 연락처를 이용하여 △△△을 카카오톡 친구로 추가한 후 △△△에게 카카오톡으로 “사실 △△씨가 맘에 들어서요.” 등의 메시지를 발송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개인정보처리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목적 외 용도로 이용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개인정보 보호법은 ① 개인정보처리자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뒤 일정한 법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개인정보처리자의 지휘·감독 등의 개입 없이 그 개인정보를 이용하거나 다른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사람과 ② 개인정보처리자의 지휘·감독을 받아 종속적인 의미에서 단순히 개인정보 처리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으로 구분하고 있다고 해석된다. 즉, 개인정보 보호법 제19조에서 정하고 있는 ‘개인정보처리자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란 개인정보처리자가 아닌 자로서 개인정보처리자에 속하지 않는 제3자, 즉 개인정보처리자의 지휘나 감독을 받지 아니하는, 개인정보처리자와 무관한 제3자를 의미하고(위 ①의 경우에 해당), 개인정보보호법 제28조 소정의 ‘개인정보취급자’(위 ②의 경우에 해당)는 위 제3자에서 제외되므로, ‘개인정보취급자’에게는 개인정보보호법 제19조가 적용될 수 없는 것으로 해석함이 합리적인 해석이다.
그런데 대학수학능력시험의 감독관으로 차출된 피고인은 수험생의 동일성 확인 등 대학수학능력시험의 감독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개인정보처리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개인정보처리자의 지휘·감독을 받아 이용함으로써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개인정보취급자에 불과하다. 따라서 피고인은 개인정보 보호법 제19조의 ‘개인정보처리자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다. 당심의 판단
1) 법률해석의 원칙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개인정보 보호법의 해석 및 이를 바탕으로 피고인은 개인정보취급자일 뿐 개인정보 보호법 제19조에서 규정한 ‘개인정보처리자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은 개인정보 보호법 제19조 및 제28조의 입법 취지는 물론 개인정보를 두텁게 보호하고자 하는 개인정보 보호법의 입법 목적까지 저해하는 것이어서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 즉,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형벌 법규의 해석은 엄격하여야 하고,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나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내용인 확장해석금지에 따라 허용되지 않는 것은 원심이 지적하는 바와 같지만, 이 원칙이 입법 목적과 다르게 입법의 미비점을 일부러 드러내 조장하거나 확대하려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오히려 개인정보 보호법 제1조의 입법 목적에 비추어 볼 때 개인정보의 보호에 틈이 없도록 관련 규정을 체계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인 해석원칙이다.
2) 관련 법령
■ 구 개인정보 보호법(2020. 2. 4. 법률 제1693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개인정보 보호법’이라고만 한다)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5. “개인정보처리자”란 업무를 목적으로 개인정보파일을 운용하기 위하여 스스로 또는 다른 사람을 통하여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공공기관, 법인, 단체 및 개인 등을 말한다.
제15조(개인정보의 수집·이용)
① 개인정보처리자는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으며 그 수집 목적의 범위에서 이용할 수 있다.
1.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은 경우
2.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거나 법령상 의무를 준수하기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
3. 공공기관이 법령 등에서 정하는 소관 업무의 수행을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이하 생략)
제17조(개인정보의 제공)
① 개인정보처리자는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되는 경우에는 정보주체의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공유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할 수 있다.
1.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은 경우
2. 제15조 제1항 제2호·제3호 및 제5호에 따라 개인정보를 수집한 목적 범위에서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경우
② 개인정보처리자는 제1항 제1호에 따른 동의를 받을 때에는 다음 각호의 사항을 정보주체에게 알려야 한다.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의 사항을 변경하는 경우에도 이를 알리고 동의를 받아야 한다.
1. 개인정보를 제공받는 자
2. 개인정보를 제공받는 자의 개인정보 이용 목적
3. 제공하는 개인정보의 항목(이하 생략)
제18조(개인정보의 목적 외 이용·제공 제한)
① 개인정보처리자는 개인정보를 제15조 제1항에 따른 범위를 초과하여 이용하거나 제17조 제1항 및 제3항에 따른 범위를 초과하여 제3자에게 제공하여서는 아니 된다.
② 제1항에도 불구하고 개인정보처리자는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정보주체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개인정보를 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하거나 이를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 다만 제5호부터 제9호까지의 경우는 공공기관의 경우로 한정한다.
1. 정보주체로부터 별도의 동의를 받은 경우(이하 생략)
③ 개인정보처리자는 제2항 제1호에 따른 동의를 받을 때에는 다음 각호의 사항을 정보주체에게 알려야 한다.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의 사항을 변경하는 경우에도 이를 알리고 동의를 받아야 한다.
1. 개인정보를 제공받는 자
2.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제공 시에는 제공받는 자의 이용 목적을 말한다)
3. 이용 또는 제공하는 개인정보의 항목(이하 생략)
⑤ 개인정보처리자는 제2항 각호의 어느 하나의 경우에 해당하여 개인정보를 목적 외의 용도로 제3자에게 제공하는 경우에는 개인정보를 제공받는 자에게 이용 목적, 이용 방법, 그 밖에 필요한 사항에 대하여 제한을 하거나, 개인정보의 안전성 확보를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마련하도록 요청하여야 한다. 이 경우 요청을 받은 자는 개인정보의 안전성 확보를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제19조(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의 이용·제공 제한)
개인정보처리자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는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하거나 이를 제3자에게 제공하여서는 아니 된다.
1. 정보주체로부터 별도의 동의를 받은 경우
2.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
제28조(개인정보취급자에 대한 감독)
① 개인정보처리자는 개인정보를 처리함에 있어서 개인정보가 안전하게 관리될 수 있도록 임직원, 파견근로자, 시간제근로자 등 개인정보처리자의 지휘·감독을 받아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자(이하 ‘개인정보취급자’라 한다)에 대하여 적절한 관리·감독을 행하여야 한다.
② 개인정보처리자는 개인정보의 적정한 취급을 보장하기 위하여 개인정보취급자에게 정기적으로 필요한 교육을 실시하여야 한다.
제59조(금지행위)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자는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1.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수단이나 방법으로 개인정보를 취득하거나 처리에 관한 동의를 받는 행위
2.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하거나 권한 없이 다른 사람이 이용하도록 제공하는 행위
3. 정당한 권한 없이 또는 허용된 권한을 초과하여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를 훼손, 멸실, 변경, 위조 또는 유출하는 행위
제71조(벌칙)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 제17조 제1항 제2호에 해당하지 아니함에도 같은 항 제1호를 위반하여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지 아니하고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한 자 및 그 사정을 알고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
2. 제18조 제1항·제2항, 제19조, 제26조 제5항 또는 제27조 제3항을 위반하여 개인정보를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한 자 및 그 사정을 알면서도 영리 또는 부정한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
5. 제59조 제2호를 위반하여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하거나 권한 없이 다른 사람이 이용하도록 제공한 자 및 그 사정을 알면서도 영리 또는 부정한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
6. 제59조 제3호를 위반하여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를 훼손, 멸실, 변경, 위조 또는 유출한 자
제72조(벌칙)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2. 제59조 제1호를 위반하여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수단이나 방법으로 개인정보를 취득하거나 개인정보 처리에 관한 동의를 받는 행위를 한 자 및 그 사정을 알면서도 영리 또는 부정한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
3) ‘개인정보처리자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의 의미
개인정보 보호법(이하 ‘법’이라고 한다)은 개인정보처리자에 관한 정의 규정(제2조 제5호)을 두면서도 ‘개인정보처리자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에 대하여 명시적인 정의 규정을 두고 있지는 아니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은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여러 금지 규정을 두면서 금지의무의 주체로 ‘개인정보처리자’(제17조, 제18조), ‘개인정보처리자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제19조),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자’(제59조) 등을 규정하고 있고, 제71조, 제72조에서 위 각 주체에 대응하는 처벌 규정을 두고 있으며, 나아가 제28조에서 개인정보처리자의 지휘·감독을 받아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자로서 ‘개인정보취급자’ 규정을 별도로 두고 있으므로, 위 각 규정 등에 대한 체계적 해석을 통하여 ‘개인정보처리자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의 의미를 합리적으로 새길 수 있을 것이다.
법 제17조 제1항은, ‘개인정보처리자는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되는 경우에는 정보주체의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고 하면서, “제공”의 태양에 “공유”를 포함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개인정보처리자가 그 정보를 공유할 정도로 밀접한 관계에 있는 자도 제3자에서 제외하지 않고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에 포함시키고 있다. 또한,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경우로서 제1호에서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은 경우’를, 그 제2호에서 ‘제15조 제1항 제2호·제3호 및 제5호 등에 따라 개인정보를 수집한 목적 범위에서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경우’를 각 규정하고 있는데, 법 제15조 제1항 제3호는 “공공기관이 법령 등에서 정하는 소관 업무의 수행을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공공기관이 법령 등에서 정하는 소관 업무의 수행을 위하여 개인정보를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행위는 개인정보의 제공에 당연히 포섭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게다가 법 제17조 제2항은 ‘개인정보처리자는 제1항 제1호(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은 경우)에 따른 동의를 받을 때에는 다음 각호의 사항(가령, 개인정보를 제공받는 자 등)을 정보주체에게 알려야 한다’고 규정하면서도, 그 제1항 제2호의 경우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는데, 이는 법 제17조 제1항 제2호에서 규정한 ‘제15조 제1항 제2호·제3호 및 제5호 등에 따라 개인정보를 수집한 목적 범위에서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경우’에는 그 소관 업무 수행과 관련하여 불가피하게 정보처리자의 내부 직원 등에게 개인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거나 기타 소관 업무 수행을 위해 긴급히 필요한 경우가 당연히 전제되기 때문에 법이 별도의 제한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즉, 개인정보처리자가 소관 업무 수행과 관련하여 내부의 구성원에게 자신이 수집한 개인정보를 공개하는 경우까지 법 제17조 제1항의 “제공”의 태양으로 포섭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4) 법 제28조 제1항에 규정된 ‘개인정보취급자’의 규정 취지 및 의미
법은 제19조의 ‘개인정보처리자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 이외에 법 제28조에서 개인정보처리자의 지휘·감독을 받아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자, 즉 ‘개인정보취급자’ 규정을 별도로 두고 있다. 그러나 위 규정은 개인정보취급자가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경우 개인정보처리자에게 적절한 관리·감독 및 개인정보 취급에 관한 적절한 교육의무를 부과하는 것이어서 법 제17조 제2항, 제18조 제3항, 제5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개인정보처리자가 제3자에게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경우에 부담하는 의무사항과 명백히 구분된다. 따라서 이를 법 제19조의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의 범위를 제한하는 근거로 보기는 어렵다.
그런데 법 제28조에서 정한 개인정보취급자가 개인정보를 부당하게 “이용”하는 행위에 대하여 처벌 규정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은 점과 법 제2조 제5호에서 개인정보처리자를 “업무를 목적으로 개인정보파일을 운용하기 위하여 스스로 또는 다른 사람을 통하여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공공기관, 법인, 단체 및 개인 등을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법에서 정한 ‘개인정보취급자’란 스스로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경우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통하여”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경우에 상응하는 개념으로서, 자신의 의사에 따라 개인정보를 처리할 수 없고 오로지 개인정보처리자의 지휘·감독을 받아 개인정보파일 운용에 직접 관여하는 행위를 하는 자를 의미한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의 경우에서라면 개인정보처리자인 서울특별시교육청의 개인정보파일 운용을 위하여 서울특별시교육청의 위임을 받아 그의 지휘·감독하에 개인정보 수집이나 개인정보파일 관리 등의 일을 담당하는 자를 의미한다.
5) 피고인이 법 제19조 소정의 ‘개인정보처리자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피고인은 서울특별시교육청으로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 감독관으로 임명(위촉)되어 시험감독업무 수행을 위하여 개인정보처리자인 서울특별시교육청으로부터 수험생들의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받은 것이므로 법 제17조 제1항 제2호, 제15조 제1항 제3호의 “공공기관이 법령 등에서 정하는 소관 업무의 수행을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에 해당하여 법 제19조 소정의 ‘개인정보처리자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에 포섭된다.
원심은 피고인이 ‘개인정보취급자’에 해당한다고 보았으나, 피고인은 개인정보파일 운용을 목적으로 수험생들의 개인정보를 받은 것이 아니므로 ‘개인정보취급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주위적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원심의 판단은 부당하고, 이를 지적하는 검사의 주장은 이유 있으므로(주위적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는 이상 당심에서 추가된 예비적 공소사실에 관하여는 별도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검사의 항소를 받아들여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범죄사실
이 법원이 인정하는 범죄사실은 위 2.의 가.항 ‘주위적 공소사실’ 기재와 같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에 대한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1. 카카오톡 대화내용
1. 경찰 작성 피해자 △△△에 대한 진술조서
1. 수사보고(시험감독 관련 피의자 참고자료 제출 첨부 보고)
- 시험감독 유의사항 등 참고자료
1. 수사협조의뢰(감사대상자 관련 자료요청)에 따른 자료 회신
- 수능 감독관 감독 증빙서류
- 수능 응시원서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구 개인정보 보호법(2020. 2. 4. 법률 제1693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1조 제2호, 제19조, 징역형 선택
집행유예
형법 제62조 제1항(피고인이 초범인 점 참작)
양형의 이유
이 사건 범행은 고등학교 교사인 피고인이 대학수학능력시험 감독 중 알게 된 피해자의 전화번호를 이용하여 피해자에게 ‘맘에 든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낸 것인데, 피해자는 그와 같은 연락을 받고 두려워서 기존의 주거지를 떠나는 등 큰 정신적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당심에 이르기까지 피해자의 전화번호를 대학수학능력시험 감독과정에서 알게 된 것이 아니고 과거 근무하던 학원의 아는 사람과 착각하여 이름으로 카카오톡 아이디를 검색하여 연락하게 되었다거나, 커피를 사기 위해 들른 카페에서 우연히 점원에게 불러주는 전화번호를 들어 알게 되었다는 등으로 변명하며 이 사건 범행을 부인하고 있고, 수사진행 중에도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기는커녕 고소취하를 종용하며 ‘변호사로부터 상담을 받은 결과 피해자에게 무고죄가 성립될 수도 있다’는 취지로 말한 사실이 인정되는바, 피고인의 행위를 엄정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
다만 피고인이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을 비롯하여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범행 후의 정황 등 형법 제51조가 정한 양형의 조건을 참작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판사 최한돈(재판장) 백주연 박세영 | 구 개인정보 보호법(2020. 2. 4. 법률 제1693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7조 제1항, 제71조 제2호, 개인정보 보호법 제2조 제5호, 제15조 제1항 제3호, 제17조 제2항, 제18조 제3항, 제5항, 제19조, 제28조, 제59조, 제72조 제2호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박동현
【원심판결】
광주고법 2020. 5. 6. 선고 (전주)2019노7, 75, 208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다만 피해자 공소외 1에 대한 배임 부분에 관하여는 직권으로 살펴본다).
1. 피해자 공소외 2 주식회사에 대한 각 배임 부분
가. 1)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사무의 주체인 타인에게 손해를 가할 때 성립하는 것이므로 그 범죄의 주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하려면,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타인을 위하여 대행하는 경우와 같이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그들 사이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하는 데에 있어야 한다. 이익대립관계에 있는 통상의 계약관계에서 채무자의 성실한 급부이행에 의해 상대방이 계약상 권리의 만족 내지 채권의 실현이라는 이익을 얻게 되는 관계에 있다거나, 계약의 이행과정에서 상대방을 보호하거나 배려할 부수적인 의무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채무자를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할 수 없고, 위임 등과 같이 계약의 전형적·본질적인 급부의 내용이 상대방의 재산상 사무를 일정한 권한을 가지고 맡아 처리하는 경우에 해당하여야 한다(대법원 2020. 2. 20. 선고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2) 금전채권채무 관계에서 채권자가 채무자의 급부이행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금전을 대여하고 채무자의 성실한 급부이행에 의해 채권의 만족이라는 이익을 얻게 된다 하더라도, 채권자가 채무자에 대한 신임을 기초로 그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하는 임무를 부여하였다고 할 수 없고, 금전채무의 이행은 어디까지나 채무자가 자신의 급부의무의 이행으로서 행하는 것이므로 이를 두고 채권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따라서 채무자를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채무자가 금전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자동차 등 특정동산 저당법」등에 따라 그 소유의 동산에 관하여 채권자에게 저당권을 설정해 주기로 약정하거나 저당권을 설정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채무자가 저당권설정계약에 따라 부담하는 의무, 즉 동산을 담보로 제공할 의무, 담보물의 담보가치를 유지·보전하거나 담보물을 손상, 감소 또는 멸실시키지 않을 소극적 의무, 담보권 실행 시 채권자나 그가 지정하는 자에게 담보물을 현실로 인도할 의무와 같이 채권자의 담보권 실행에 협조할 의무 등은 모두 저당권설정계약에 따라 부담하게 된 채무자 자신의 급부의무이다. 또한 저당권설정계약은 피담보채권의 발생을 위한 계약에 종된 계약으로, 피담보채무가 소멸하면 저당권설정계약상의 권리의무도 소멸하게 된다. 저당권설정계약에 따라 채무자가 부담하는 의무는 담보목적의 달성, 즉 채무불이행 시 담보권 실행을 통한 채권의 실현을 위한 것이므로 저당권설정계약의 체결이나 저당권 설정 전후를 불문하고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은 여전히 금전채권의 실현 내지 피담보채무의 변제에 있다(대법원 2020. 8. 27. 선고 2019도14770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채무자가 위와 같은 급부의무를 이행하는 것은 채무자 자신의 사무에 해당할 뿐이고, 채무자가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채권자와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채권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채무자를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채무자가 담보물을 제3자에게 처분하는 등으로 담보가치를 감소 또는 상실시켜 채권자의 담보권 실행이나 이를 통한 채권실현에 위험을 초래하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
3) 위와 같은 법리는, 금전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공장 및 광업재단 저당법」에 따라 저당권이 설정된 동산을 채무자가 제3자에게 임의로 처분한 사안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4) 이와 달리 채무 담보를 위하여 채권자에게 동산에 관하여 저당권 또는 공장저당권을 설정한 채무자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함을 전제로 채무자가 담보목적물을 처분한 경우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한 대법원 2003. 7. 11. 선고 2003도67 판결, 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0도11665 판결을 비롯한 같은 취지의 대법원판결들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모두 변경하기로 한다.
나.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위 배임 부분에 관한 원심의 판단을 살펴본다.
1)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피해자 공소외 2 주식회사로부터 ○○버스와 △△△△ 버스 구입자금을 각 대출받으면서 위 각 버스에 저당권을 각 설정하였으므로, 피고인에게 위 각 버스를 담보목적에 맞게 보관하여야 할 임무가 있었음에도, 이를 처분함으로써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피해자에게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다는 것이다. 원심은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단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2) 그러나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에 대한 채무 담보를 목적으로 위 각 버스에 관하여 저당권을 설정하였더라도 피고인이 피해자와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피해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는 이상, 피고인을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위 각 버스를 처분하였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와 달리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한 채무 변제 시까지 위 각 버스를 담보목적에 맞게 보관하여야 할 임무를 부담하여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음을 전제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2. 피해자 공소외 1에 대한 배임 부분
가. 매매와 같이 당사자 일방이 재산권을 상대방에게 이전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그 대금을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기는 계약의 경우(민법 제563조), 쌍방이 그 계약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여야 할 채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기의 사무’에 해당하는 것이 원칙이다. 동산 매매계약에서의 매도인은 매수인에 대하여 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지 아니하므로, 매도인이 목적물을 타에 처분하였다 하더라도 형법상 배임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8도10479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은 법리는 권리이전에 등기·등록을 요하는 동산에 대한 매매계약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므로, 자동차 등의 매도인은 매수인에 대하여 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지 아니하여,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록을 하지 아니하고 타에 처분하였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로 배임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
나.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위 배임 부분에 관한 원심의 판단을 살펴본다.
1)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피해자 공소외 1에게 △△△△ 버스 1대를 3,600만 원에 매도하기로 하여 그로부터 계약금 및 중도금 명목으로 2,000만 원을 지급받았음에도 위 버스에 관하여 공소외 3금고에게 공동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주어 위 금고로 하여금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피해자에게 손해를 입혔다는 것이다. 원심은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단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2) 그러나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하여 위 버스에 관한 소유권이전등록의무를 지고 있더라도 그러한 의무는 위 매매계약에 따른 피고인 자신의 사무일 뿐 피고인이 피해자와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피해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는 이상, 피고인을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위 버스에 공동근저당권을 설정하였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 그런데도 원심은 피고인이 이에 해당된다고 전제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3. 피해자 공소외 4에 대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사기, 사문서위조 및 동행사 부분, 피해자 공소외 5 및 피해자 공소외 6에 대한 각 사기 부분, 피해자 공소외 7금고에 대한 권리행사방해 부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부분 각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사기죄에서의 기망행위와 편취의 범의 및 권리행사방해죄의 고의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한 잘못이 없다.
4. 파기의 범위
위에서 본 이유로 원심판결 중 피해자 공소외 2 주식회사 및 피해자 공소외 1에 대한 각 배임 부분을 파기하여야 하는데, 원심은 이 부분과 나머지 유죄 부분이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다는 이유로 하나의 형을 선고하였으므로, 결국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전부 파기하여야 한다.
5.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원장 김명수(재판장) 박상옥 이기택 김재형 박정화 안철상 민유숙 김선수(주심) 이동원 노정희 김상환 노태악 이흥구 | [1] 형법 제355조 제2항, 자동차 등 특정동산 저당법 제2조, 제3조, 제5조, 공장 및 광업재단 저당법 제10조, 제13조, 제52조, 제53조 / [2] 형법 제355조 제2항, 민법 제563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1 외 1인
【상 고 인】
피고인들 및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김영진 외 1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20. 3. 26. 선고 2020노81 판결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 1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검사의 피고인 2에 대한 상고와 피고인 2의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검사의 피고인 1에 대한 상고이유 중 법리오해 주장에 관하여
가. 사건의 개요와 쟁점
1) 사건의 개요
소년법은 19세 미만의 소년에 대하여 부정기형을 선고하는 경우에 장기는 10년, 단기는 5년을 초과하지 못한다고 규정한다(제2조, 제60조 제1항 단서).「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이하 ‘특정강력범죄법’이라 한다)은 살인죄 등 특정강력범죄를 범한 소년에 대하여 부정기형을 선고할 때에는 위 소년법 규정에도 불구하고 장기는 15년, 단기는 7년을 초과하지 못한다고 규정한다(제4조 제2항).
피고인 1은 살인죄 및 사체유기죄로 공소제기되었고, 제1심은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면서 당시 18세이던 피고인 1이 소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소년법 제60조 제1항 단서에 대한 특칙에 해당하는 특정강력범죄법 제4조 제2항에서 정한 장기와 단기의 최상한인 징역 장기 15년, 단기 7년의 부정기형을 선고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 1만이 항소하고 검사는 항소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피고인 1은 원심 선고 이전에 19세가 되었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제1심과 마찬가지로 피고인 1에 대한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였으나, 피고인 1이 원심 선고 이전에 소년에 해당하지 않게 되었다는 이유로 직권으로 제1심판결을 파기하면서, 피고인 1만이 항소하였으므로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이 적용되는데 종전 대법원판결(대법원 2006. 4. 14. 선고 2006도734 판결 등) 취지에 따라 부정기형과 정기형 사이의 경중을 가리는 경우에는 부정기형의 단기와 정기형을 비교하여야 하므로 제1심이 선고한 부정기형의 단기인 징역 7년을 초과하는 징역형을 선고할 수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 1에 대하여 징역 7년을 선고하였다.
3) 검사의 상고이유
검사는 부정기형과 정기형 사이에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을 적용하는 경우 부정기형의 장기를 기준으로 정기형과의 경중을 비교하는 것이 타당하므로, 원심은 제1심이 선고한 부정기형의 장기인 15년을 상한으로 하여 선고형을 결정하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4) 이 사건 쟁점
이 사건과 같이 피고인이 제1심판결 선고 시 소년에 해당하여 부정기형을 선고받았고, 피고인만이 항소한 항소심에서 피고인이 성년에 이르러 정기형을 선고하여야 하는 경우, 항소심은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에 따라 제1심에서 선고한 부정기형보다 무거운 정기형을 선고할 수 없는데, 이때 항소심이 선고할 수 있는 정기형의 상한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가 문제 된다. 즉, 항소심이 제1심의 부정기형을 정기형으로 변경해야 할 때 불이익변경금지 원칙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가 이 사건 쟁점이다.
나. 부정기형에 있어 불이익변경금지 원칙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
1) 피고인만이 항소한 사건에서 항소심은 제1심판결의 형보다 중한 형을 선고할 수 없다(형사소송법 제368조).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은 선고되는 형에 있어서의 불이익이 금지되는 중형금지의 원칙임이 법문상 분명하므로, 불이익한지 여부는 선고된 형에 의하여 객관적으로 비교·판단되어야 한다(대법원 1999. 11. 26. 선고 99도3776 판결, 대법원 2004. 11. 11. 선고 2004도6784 판결 등 참조). 또한 선고된 형이 피고인에게 불이익하게 변경되었는지 여부는 형법상 형의 경중을 기준으로 하되 이를 개별적·형식적으로 고찰할 것이 아니라 주문을 전체적으로 고려하여 피고인에게 실질적으로 불이익한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98. 3. 26. 선고 97도1716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04. 11. 11. 선고 2004도6784 판결, 대법원 2011. 4. 14. 선고 2010도16939, 2010전도159 판결 등 참조).
소년법은 인격이 형성되는 과정에 있기에 그 개선가능성이 풍부하고 심신의 발육에 따르는 특수한 정신적 동요상태에 놓여 있는 소년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소년의 건전한 성장을 돕기 위해 형사처분에 관한 특별조치로서 제60조 제1항에서 소년에 대하여 부정기형을 선고하도록 정하고 있다(대법원 2014. 11. 13. 선고 2014도11586 판결, 대법원 2016. 7. 27. 선고 2016도7112 판결 등 참조). 다만 소년법 제60조 제1항에 정한 ‘소년’은 소년법 제2조에 정한 19세 미만인 자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에 해당하는지는 사실심판결 선고 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므로, 제1심에서 부정기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이 항소심 선고 이전에 19세에 도달하는 경우 정기형이 선고되어야 한다(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9도2682, 2009전도7 판결, 대법원 2016. 7. 27. 선고 2016도7112 판결 등 참조). 이 경우 피고인만이 항소하거나 피고인을 위하여 항소하였다면 형사소송법 제368조가 규정한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이 적용되어 항소심은 제1심판결의 부정기형보다 무거운 정기형을 선고할 수 없다.
그런데 부정기형은 장기와 단기라는 폭의 형태를 가지는 양형인 반면 정기형은 점의 형태를 가지는 양형이므로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의 적용과 관련하여 양자 사이의 형의 경중을 단순히 비교할 수 없는 특수한 상황이 발생한다. 결국 피고인이 항소심 선고 이전에 19세에 도달하여 부정기형을 정기형으로 변경해야 할 경우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에 반하지 않는 정기형을 정하는 것은 부정기형과 실질적으로 동등하다고 평가될 수 있는 정기형이 부정기형의 장기와 단기 사이의 어느 지점에 존재하는지를 특정하는 문제로 귀결된다. 이는 정기형의 상한으로 단순히 부정기형의 장기와 단기 중 어느 하나를 택일적으로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라, 단기부터 장기에 이르는 수많은 형 중 어느 정도의 형이 불이익변경금지 원칙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설정되어야 하는지를 정하는 ‘정도’의 문제이다. 따라서 부정기형과 실질적으로 동등하다고 평가될 수 있는 정기형을 정할 때에는 형의 장기와 단기가 존재하는 특수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요소들, 즉 부정기형이 정기형으로 변경되는 과정에서 피고인의 상소권 행사가 위축될 우려가 있는지 여부, 소년법이 부정기형 제도를 채택한 목적과 책임주의 원칙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이러한 법리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부정기형과 실질적으로 동등하다고 평가될 수 있는 정기형은 부정기형의 장기와 단기의 정중앙에 해당하는 형(예를 들어 징역 장기 4년, 단기 2년의 부정기형의 경우 징역 3년의 형이다. 이하 ‘중간형’이라 한다)이라고 봄이 적절하므로, 피고인이 항소심 선고 이전에 19세에 도달하여 제1심에서 선고한 부정기형을 파기하고 정기형을 선고함에 있어 불이익변경금지 원칙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부정기형의 장기와 단기의 중간형이 되어야 한다. 그 상세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부정기형은 장기와 단기를 정하여 선고한다(소년법 제60조 제1항 본문). 부정기형은 형기에 단기부터 장기까지의 ‘폭’이 있는 것을 의미하고, 부정기형의 선고만으로는 향후 집행형으로 확정될 가능성이 있는 형이 단기 이상 장기 이하라는 점만이 결정될 뿐이다.
한편 소년법 제60조 제4항은 “소년에 대한 부정기형을 집행하는 기관의 장은 형의 단기가 지난 소년범의 행형 성적이 양호하고 교정의 목적을 달성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관할 검찰청 검사의 지휘에 따라 그 형의 집행을 종료시킬 수 있다.”라고 정하고 있다. 부정기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은 부정기형의 단기가 경과하면 그 이후부터 부정기형의 장기가 도래하기 이전까지 그 형의 집행이 종료될 가능성이 있는 지위에 있게 된다. 따라서 부정기형의 장기와 동일한 정기형은 부정기형의 장기보다 낮은 형이 집행될 가능성이 있음을 고려하면 부정기형보다 무거운 형임이 명백하고, 부정기형의 단기와 동일한 정기형은 부정기형의 단기보다 높은 형이 집행될 가능성이 있음을 고려하면 부정기형보다 가벼운 형임이 명백하다. 그렇다면 부정기형의 장기와 단기 사이에 부정기형과 실질적으로 동등하다고 평가될 수 있는 지점이 존재한다고 보아야 한다.
결국 부정기형은 ‘폭’의 형태를 가지고 있고 정기형은 ‘점’의 형태를 나타내는데, 이러한 상반되는 성질의 부정기형과 정기형의 경중을 비교하려면, 폭의 형태를 가지고 있는 부정기형의 어느 한 지점을 기준으로 삼아 그 지점과 정기형을 비교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피고인이 항소심 선고 이전에 19세에 도달하여 제1심에서 선고된 부정기형을 파기하고 새로이 정기형을 정할 때 불이익변경금지 원칙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을 설정하는 문제는 부정기형과 실질적으로 동등하다고 평가될 수 있는 정기형이 부정기형의 장기와 단기 사이의 어느 지점에 존재하는지를 특정하는 문제이다.
형벌은 책임에 기초하고 그 책임에 비례하여야 한다는 책임주의 원칙과 상소심에서 실질적으로 불이익한 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하여 상소권의 행사가 위축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채택된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은 형사법의 대원칙이다. 이 사건 쟁점은 부정기형의 단기부터 장기에 이르는 수많은 형 중 어느 정도의 형이 책임주의 원칙과 불이익변경금지 원칙 사이에서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적절한 기준이 될 수 있는지, 즉 항소심법원이 더 이상 소년법을 적용받을 수 없게 된 피고인에 대하여 책임주의 원칙에 따라 적절한 양형재량권을 행사하는 것을 과도하게 제한함으로써 피고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부여하게 되는 결과를 방지하면서도, 피고인만이 항소한 사건에서 제1심법원이 선고한 부정기형보다 무거운 형이 선고될 위험으로 인해 상소권의 행사가 위축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기준이 될 수 있는지를 정하는 ‘정도’의 문제이지, 부정기형의 장기와 단기 중 어느 하나를 택일적으로 선택하여 이를 정기형의 상한으로 정하는 문제가 아니다. 부정기형의 단기부터 장기까지의 ‘폭’ 중 어느 한쪽 극단을 선택하여야 한다는 것은 논리의 합리성, 타당성보다는 법적 구성의 명확성, 편의성에 치우쳐서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나)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은 상소심에서 불이익한 결과를 받게 될 위험으로 인해 상소권의 행사가 위축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채택된 제도로 상소심법원이 이미 선고받은 형보다 실질적으로 불이익한 형을 선고하지 못한다는 원칙일 뿐, 상소 제기 후의 상황 변화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에게 최대한 유리한 결과를 부여한다는 원칙은 아니다(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5도5822 판결, 대법원 2007. 7. 13. 선고 2007도3448 판결 등 참조).
소년법이 정하고 있는 형사처분에 관한 특별조치는 소년이라는 상태를 중시하여 소년이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돕기 위해 규정된 것이지, 연령을 책임요소로 파악한 것이라거나 소년의 특성을 책임의 문제로 파악하여 규정된 것은 아니다(대법원 1991. 12. 10. 선고 91도2393 판결, 대법원 2016. 7. 27. 선고 2016도7112 판결 등 참조). 이처럼 책임의 문제와 별개로 소년법이 소년이라는 상태를 중시하여 형사처분에 관한 특별조치로서 부정기형과 그 장기·단기의 상한(제60조 제1항), 형의 감경(제60조 제2항) 등을 규정하고 있는 목적에 비추어 보면, 소년법이 규정한 부정기형 등 형사처분에 관한 특별조치는 책임주의 원칙에 소년이라는 상태가 피고인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19세가 되기 전에 제1심에서 부정기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은 항소심 선고 이전에 19세에 도달함으로써 더 이상 소년이라는 상태를 고려하여 형사처분에 관한 특별조치를 정하고 있는 소년법을 적용받을 수 없을 것이라는 사정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다. 따라서 19세의 도달을 앞두고 있는 피고인은 상소권을 행사함으로써 피고인에게 가장 유리한 부정기형의 단기보다는 무거운 형을 선고받을 수 있음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또한 부정기형의 단기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인의 상소권 행사가 위축된다고 볼 수 없다. 왜냐하면 제1심에서 선고받은 부정기형이 그대로 확정되는 경우에도 피고인은 소년법 제60조 제4항에 따라 형의 집행이 종료되지 않는 이상 부정기형의 장기까지 그 형이 집행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항소심에서 선고될 수 있는 정기형이 부정기형의 단기보다는 무거운 형이라 하더라도, 그 정기형이 부정기형의 확정으로 인해 피고인이 합리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형 집행기간의 범위 내에 있다면, 피고인은 실질적인 불이익에 대한 우려 없이 합리적인 판단에 따라 상소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와 관련하여 부정기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은 부정기형의 단기가 경과한 때부터 형의 장기가 도래할 때까지 동일한 가능성으로 소년법 제60조 제4항에 따른 검사의 지휘에 의해 그 형의 집행이 종료될 것을 기대할 수 있으므로, 부정기형의 장기와 단기의 중간형은 부정기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이 합리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형 집행의 기간에 부합한다고 할 수 있다.
항소심이 부정기형의 확정으로 인해 피고인이 합리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형 집행의 기간, 즉 부정기형의 장기와 단기의 중간형의 범위 내에서만 정기형을 선고할 수 있다면, 피고인은 실질적인 불이익에 대한 우려 없이 합리적인 판단에 따라 상소권을 행사할 수 있다. 또한 항소심은 피고인의 상소권 행사를 위축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더 이상 소년이라는 상태를 고려하여 형사처분에 관한 특별조치를 정하고 있는 소년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사정을 참작하여 적절한 양형재량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렇다면 소년법이 부정기형 제도를 채택한 목적, 책임주의 원칙과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부정기형의 장기와 단기의 중간형이 부정기형과 실질적으로 동등하다고 평가될 수 있는 정기형에 해당한다고 봄이 적절하다.
다) 이와 달리 부정기형의 장기 또는 단기를 부정기형에 있어 불이익변경금지 원칙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부당하다.
(1) 부정기형의 장기 또는 단기는 선고된 형이 실질적으로 불이익하게 변경되었는지 여부를 형의 경중에 의하여 객관적으로 비교·판단할 수 있는 적절한 기준이 되지 않는다.
선고된 형의 경중을 판단하는 기준을 설정하는 것은 그 자체가 종국적인 목적이 아니라 그 기준을 수단으로 삼아 변경된 형이 무거운 형인지 여부를 객관적으로 비교·판단하기 위한 것이므로, 논리의 합리성, 타당성보다 그 선명성에만 치우쳐 형의 경중을 객관적으로 비교·판단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수단을 기준으로 삼을 수는 없다. 그런데 아래와 같은 사안을 상정하여 보면, 부정기형에서 장기와 단기가 명확하게 특정되어 있기는 하지만, 부정기형의 장기 또는 단기를 기준으로 삼아서는 형의 경중을 객관적으로 비교·판단할 수 없음이 명백하게 드러난다.
(가) 소년인 피고인 갑, 을은 공범으로 함께 기소되었다. 피고인 갑은 제1심에서 징역 장기 5년, 단기 3년을 선고받았고, 피고인 을은 제1심에서 징역 장기 5년, 단기 1년을 선고받았다. 피고인 갑, 을만이 항소하였고, 모두 항소심판결 선고 이전에 19세에 도달하였다. 이 경우 제1심이 피고인 갑에게 선고한 형이 피고인 을에게 선고한 형보다 무거운 형임은 객관적으로 명백하다. 그런데 부정기형의 장기를 형의 경중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는 경우, 항소심은 피고인 갑, 을 모두에 대하여 징역 5년을 불이익변경금지 원칙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게 된다. 결국 제1심이 형의 경중에 있어 차이를 둔 피고인 갑, 을이 항소심에서는 동등하게 취급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부정기형의 장기형을 기준으로 삼는 것은 형의 경중을 객관적으로 비교·판단하기에 적절한 수단이라고 볼 수 없다.
(나) 소년인 피고인 갑, 을은 공범으로 함께 기소되었다. 피고인 갑은 제1심에서 징역 장기 5년, 단기 1년을 선고받았고, 피고인 을은 제1심에서 징역 장기 3년, 단기 1년을 선고받았다. 피고인 갑, 을만이 항소하였고, 모두 항소심판결 선고 이전에 19세에 도달하였다. 이 경우 제1심이 피고인 갑에게 선고한 형이 피고인 을에게 선고한 형보다 무거운 형임은 객관적으로 명백하다. 그런데 부정기형의 단기를 형의 경중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는 경우, 항소심은 피고인 갑, 을 모두에 대하여 징역 1년을 불이익변경금지 원칙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게 된다. 결국 제1심이 형의 경중에 있어 차이를 둔 피고인 갑, 을이 항소심에서는 동등하게 취급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부정기형의 단기형을 기준으로 삼는 것 역시 형의 경중을 객관적으로 비교·판단하기에 적절한 수단이라고 볼 수 없다.
오히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부정기형의 장기와 단기의 중간형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동일한 사안에서 형의 경중을 객관적으로 비교·판단할 수 있다.
위 (가) 사안에서 제1심이 피고인 갑에게 선고한 형이 피고인 을에게 선고한 형보다 무거운 형임은 객관적으로 명백하므로, 항소심이 피고인 갑, 을에 대하여 불이익변경금지 원칙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에서도 경중의 차이가 있어야 한다. 부정기형의 장기와 단기의 중간형을 기준으로 삼는 경우, 항소심은 피고인 갑에 대하여는 징역 4년[= (5 + 3)/2]을, 피고인 을에 대하여는 징역 3년[= (5 + 1)/2]을 각 불이익변경금지 원칙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게 된다.
위 (나) 사안에서도 제1심이 피고인 갑에게 선고한 형이 피고인 을에게 선고한 형보다 무거운 형임은 객관적으로 명백하므로, 항소심이 피고인 갑, 을에 대하여 불이익변경금지 원칙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에서도 경중의 차이가 있어야 한다. 부정기형의 장기와 단기의 중간형을 기준으로 삼는 경우, 항소심은 피고인 갑에 대하여는 징역 3년[= (5 + 1)/2]을, 피고인 을에 대하여는 징역 2년[= (3 + 1)/2]을 각 불이익변경금지 원칙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게 된다.
결국 부정기형의 장기와 단기의 중간형을 기준으로 삼는 경우 제1심이 형의 경중에 있어 차이를 둔 피고인 갑, 을이 항소심에서도 그 차이에 부합하는 취급을 받게 된다. 그렇다면 부정기형의 장기와 단기의 중간형을 기준으로 삼는 것은 형의 경중을 객관적으로 비교·판단하기에 적절한 수단이라고 볼 수 있다.
(2) 부정기형의 장기를 불이익변경금지 원칙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는다면 피고인의 상소권 행사가 위축되고, 소년법이 부정기형 제도를 채택한 목적에 부합하지 않으며, 책임주의 원칙과 불이익변경금지 원칙 사이에 적절한 조화를 이룰 수 없다.
19세 도달을 앞두고 있는 피고인은 제1심에서 선고받은 부정기형이 그대로 확정되는 경우 소년법 제60조 제4항에 따라 형의 장기가 도래하기 전에 그 형의 집행이 종료될 가능성이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항소심이 부정기형의 장기와 동일한 정기형까지 선고할 수 있다면 피고인은 합리적인 상소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하더라도 실질적인 불이익에 대한 우려로 인해 상소권을 행사하기 어렵게 된다. 이 사건과 동일한 사안을 상정하여 볼 때, 제1심에서 징역 장기 15년, 단기 7년이라는 넓은 ‘폭’을 가진 부정기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이 항소심에서 그 단기보다 8년이나 긴 징역 15년까지 선고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한다면 피고인의 상소권 행사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피고인만이 항소한 사건에서 피고인이 항소심판결 선고 이전에 19세에 도달하여 정기형을 선고할 경우, 더 이상 소년이라는 상태를 고려하여 형사처분에 관한 특별조치를 정하고 있는 소년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항소심은 제1심법원이 선고한 부정기형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피고인만이 항소한 사건에서 항소심이 부정기형보다 무거운 형임이 명백한 부정기형의 장기와 동일한 정기형을 선고할 수 있다면 제1심법원이 선고한 부정기형을 초과하는 형이 항소심에서 선고되는 것이다. 이는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을 명백하게 위반하는 것이다.
(3) 부정기형의 단기를 불이익변경금지 원칙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는다면 오히려 피고인의 상소권 행사가 남용될 우려가 있고, 소년법이 부정기형 제도를 채택한 목적에 부합하지 않으며, 책임주의 원칙과 불이익변경금지 원칙 사이에 적절한 조화를 이룰 수 없다.
19세 도달을 앞두고 있는 피고인은 제1심에서 선고받은 부정기형이 그대로 확정되는 경우 소년법 제60조 제4항에 따라 형의 집행이 종료되지 않는 이상 부정기형의 단기를 초과하여 그 형이 집행될 가능성이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항소심이 부정기형의 단기와 동일한 정기형까지만 선고할 수 있다면 피고인은 합리적인 상소의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하더라도 일단 상소권을 행사하는 것이 유리한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피고인이 항소심 선고 이전에 19세에 도달하여 정기형을 선고할 경우, 더 이상 소년이라는 상태를 고려하여 형사처분에 관한 특별조치를 정하고 있는 소년법을 적용받을 수 없으므로, 항소심법원에 이와 같은 사정을 고려하여 합리적인 양형판단을 할 수 있는 적절한 양형재량권이 부여될 필요성이 있다. 그럼에도 항소심이 부정기형보다 가벼운 형임이 명백한 부정기형의 단기와 동일한 정기형까지만 선고할 수 있다면 제1심법원이 선고한 부정기형에도 미치지 못하는 형만이 항소심에서 선고될 수밖에 없게 되는데 이는 소년법이 부정기형 제도를 채택한 목적에 부합하지 않고, 책임주의 원칙과 불이익변경금지 원칙 사이에 적절한 조화가 이루어지지 못한 결과라 할 것이다.
이에 대하여 부정기형의 단기를 불이익변경금지 원칙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는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위와 같은 문제 상황들은 검사의 상소 제기를 통해 보완될 수 있다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이는 피고인의 상소권 행사가 위축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채택된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에 관한 기준을 설정하는 과정에서 피고인을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이 적용되는 영역 밖으로 몰아내는 방법으로 논거의 부족함을 해결하고자 하는 것으로서 타당하지 않다. 더욱이 검사의 상소 제기 여부는 검사의 자유로운 판단에 따라 결정되는 것일 뿐 법원이 개입할 여지가 없으므로, 법원이 불이익변경금지 원칙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을 설정할 때 끌어들일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형사소송법 제368조는 ‘피고인이 항소한 사건과 피고인을 위하여 항소한 사건에 대하여만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이 적용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검사가 제1심판결의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를 제기한 경우에는 더 이상 형사소송법 제368조에서 정한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 사건 쟁점은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이 적용되는 것을 전제로, 부정기형을 정기형으로 변경할 경우 소년법이 부정기형 제도를 채택한 목적에 부합하고, 책임주의 원칙과 불이익변경금지 원칙 사이에 조화를 이루는 결과가 도출되어야 하는 특수한 상황을 마주하게 됨에 따라 발생하는 문제이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정기형의 단기부터 장기에 이르는 수많은 형 중 어느 정도의 형이 책임주의 원칙과 불이익변경금지 원칙 사이에서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적절한 양형에 해당하는지를 찾아내는 것이 법원의 역할이지, 검사의 상소 제기 여부에 관한 결정에 의존하여 문제점을 보완하려고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더욱이 부정기형의 단기를 불이익변경금지 원칙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설정하여야 한다는 주장은 ‘피고인만이 항소한 사건에서 최대한 유리한 결과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논리와 방향성을 함께하는 것인데, 검사가 제1심판결의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를 제기한 경우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항소심은 제1심이 선고한 부정기형의 장기를 초과하는 정기형을 선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가 징역 1년 이상 15년 이하인 범죄를 범한 피고인에 대하여 제1심이 징역 장기 5년, 단기 3년의 부정기형을 선고하였고 이에 대하여 검사가 항소를 제기한 경우 항소심은 그 장기를 넘는 형, 예를 들어 징역 8년을 선고할 수 있게 되는데, 이와 같은 결과가 피고인에게 불이익한 것임은 자명하다. 결국 ‘피고인만이 항소한 사건에서 최대한 유리한 결과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논리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을 ‘피고인에게 불이익한 결과가 도출될 위험성이 매우 높은 검사의 항소’를 통해 보완할 수 있다는 주장은 논리적 일관성이 없다.
2) 결국 부정기형과 실질적으로 동등하다고 평가될 수 있는 정기형을 특정하는 문제는 산술적으로 명확히 논증될 수 있는 문제라기보다는, 그 문제가 마주하게 되는 책임주의 원칙, 불이익변경금지 원칙과 소년법이 부정기형 제도를 채택한 목적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부정기형의 단기부터 장기에 이르는 수많은 형 중 어느 정도의 형이 형사책임의 기본원칙인 책임주의 원칙에 부합하는 적절한 양형재량권의 행사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을 방지함과 동시에 상소권의 행사가 위축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적절한 상소심 양형의 기준으로서 상대적인 우월성이 있는지를 평가하는 문제이다. 이는 부정기형의 단기부터 장기 사이에 존재하는 어느 정도의 형이 적절한 기준인지를 정하는 ‘정도’의 문제이지, 결코 부정기형의 장기 또는 단기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하여 이를 정기형의 상한으로 정하는 문제가 아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앞서 살펴본 제반 사정들을 종합하면, 부정기형을 정기형으로 변경할 때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의 위반 여부는 부정기형의 장기와 단기의 중간형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 부정기형의 장기 또는 단기를 기준으로 삼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우월한 기준으로 평가될 수 있음은 분명하다고 볼 수 있다.
3) 이와 달리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을 적용하여 부정기형과 정기형 사이의 경중을 가리는 경우에 부정기형 중 단기형과 정기형을 비교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판시한 대법원 1953. 11. 10. 선고 4286형상14 판결, 대법원 1959. 8. 21. 선고 4292형상242 판결, 대법원 1969. 3. 18. 선고 69도114 판결, 대법원 2006. 4. 14. 선고 2006도734 판결 등을 비롯하여 같은 취지의 대법원판결들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에서 이를 모두 변경하기로 한다.
다. 이 사건에 대한 판단
원심은, 제1심판결 선고 당시 소년이었던 피고인 1이 원심에 이르러 성인이 되었음을 이유로 피고인 1에 대하여 징역 장기 15년, 단기 7년의 부정기형을 선고한 제1심판결을 파기한 다음, 종전 대법원판결과 같이 피고인 1만이 항소를 하고 검사는 항소를 하지 않았으므로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에 따라 제1심이 선고한 부정기형 중 단기인 징역 7년을 초과하는 징역형을 선고할 수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 1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하였다.
그러나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제1심에서 선고한 징역 장기 15년, 단기 7년의 부정기형 대신 정기형을 선고함에 있어 불이익변경금지 원칙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부정기형의 장기인 15년과 단기인 7년의 중간형, 즉 징역 11년[= (15 + 7)/2]이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제1심에서 선고한 부정기형의 단기인 징역 7년을 기준으로 불이익변경금지 원칙 위반 여부를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2. 검사의 피고인 2에 대한 상고이유에 관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의 형이 선고된 경우에도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의 해석상 검사는 원심의 형이 너무 가볍다는 사유를 상고이유로 주장하거나 피고인의 이익에 반하여 양형의 전제 사실의 인정에 있어서 원심판단에 채증법칙을 위반한 위법이 있다는 사유를 상고이유로 주장할 수 없다(대법원 2018. 11. 29. 선고 2018도15035 판결 참조).
따라서 원심이 피고인 2에 대하여 징역 10년을 선고한 이 사건에서, 원심의 형의 양정이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거나 양형의 전제 사실의 인정에 있어 채증법칙 위반, 법리오해, 사실오인 등의 잘못이 있다는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3. 피고인 1의 상고이유 중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 1에 대한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살인죄의 고의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4. 피고인 2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기록에 나타난 피고인의 연령·성행·환경, 피해자와의 관계, 이 사건 각 범행의 동기·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가지 사정들을 살펴보면,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사정을 참작하더라도 원심이 피고인 2에 대하여 징역 10년을 선고한 것이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
5. 결론
그러므로 검사의 피고인 1에 대한 양형부당 주장과 피고인 1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피고인 1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고, 검사의 피고인 2에 대한 상고와 피고인 2의 상고는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대법관 박상옥, 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이동원의 별개의견, 대법관 박정화, 대법관 김선수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였고,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이기택의 보충의견이 있다.
6. 이 사건 쟁점에 관한 대법관 박상옥, 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이동원의 별개의견
가. 다수의견은 부정기형과 실질적으로 동등하다고 평가될 수 있는 정기형은 부정기형의 장기와 단기의 정중앙, 즉 ‘중간형’이라고 봄이 타당하다는 이유로, 피고인이 제1심판결 선고 시 소년에 해당하여 부정기형을 선고받았는데 피고인만이 항소한 사건에서 피고인이 항소심 선고 이전에 19세에 도달하여 제1심이 선고한 부정기형을 파기하고 정기형을 선고해야 하는 경우, 불이익변경금지 원칙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부정기형의 장기와 단기의 중간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경우 부정기형의 중간형이 아닌 장기를 기준으로 불이익변경금지 원칙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고, 따라서 항소심이 선고할 수 있는 정기형의 상한은 제1심이 선고한 부정기형의 장기라고 보아야 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나. 소년에 대한 형사처분에 관한 특별조치
소년법은 인격이 형성되는 과정에 있기에 그 개선가능성이 풍부하고 심신의 발육에 따르는 특수한 정신적 동요상태에 놓여 있는 소년의 특성을 고려하여 소년이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돕기 위하여 형사처분에 관한 특별조치 등을 규정하고 있다(대법원 2016. 7. 27. 선고 2016도7112 판결 등 참조).
소년법은 소년이 법정형으로 장기 2년 이상의 유기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경우에는 그 형의 범위에서 장기와 단기를 정하여 부정기형을 선고하도록 규정한다(제60조 제1항). 소년의 특성에 비추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그 형을 감경할 수 있다고도 규정한다(제60조 제2항). 소년법상 부정기형의 단기가 지나면 형 집행기관의 결정에 의하여 집행종료결정이 이루어질 수 있고(제60조 제4항), 단기의 3분의 1이 경과하면 가석방을 허가할 수도 있다(제65조). 또한 소년법은 소년에 대하여 부정기형을 선고하는 경우에 장기는 10년, 단기는 5년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규정한다(제60조 제1항 단서). 피고인이 살인죄 등 특정강력범죄를 범한 경우에는 특정강력범죄법이 적용되지만 이 경우에도 부정기형의 장기는 15년, 단기는 7년을 초과하지 못한다(특정강력범죄법 제4조 제2항).
그런데 위와 같은 소년법상 형사처분에 관한 특별조치는 피고인이 현재 소년이라는 상태를 중시하여 규정된 것이지, 연령을 책임요소로 파악한 것이라거나 소년의 특성을 책임의 문제로 파악하여 규정된 것은 아니다. 따라서 피고인이 위와 같이 탄력적이고 유리한 규정을 적용받기 위해서는 심판 시 소년에 해당해야 한다. 피고인이 제1심판결 선고 시 소년에 해당하였더라도 항소심에 이르러 소년에 해당하지 않게 되었다면 더 이상 위와 같은 규정의 적용을 받을 수 없으므로, 항소심은 부정기형을 선고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새로 정기형을 정하여 선고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13. 4. 25. 선고 2013도2935 판결, 대법원 2016. 7. 27. 선고 2016도7112 판결 등 참조).
부정기형과 정기형 사이의 경중 비교의 문제는 이와 같이 제1심판결 시 적용되던 소년법이 더 이상 적용될 수 없게 되어 항소심이 직권으로 제1심의 부정기형을 정기형으로 변경해야 하는데 피고인만이 항소를 함에 따라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이 적용되어 제1심의 부정기형보다 무거운 정기형을 선고할 수 없는 특수한 국면에서 발생한다. 이러한 경우 소년법의 입법 취지와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의 정책 목적을 조화할 수 있는 해석을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제1심에서 부정기형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 진행 중 성년이 될 것이 예정되어 있는 피고인으로서는 항소심에서는 더 이상 소년법 규정을 적용받지 못한다는 사정을 예상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한다.
다. 부정기형과 죄형 균형의 원칙 및 책임주의 원칙과의 관계
범죄와 형벌 사이에 적정한 균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죄형 균형의 원칙과 형벌은 책임에 기초하고 그 책임에 비례하여야 한다는 책임주의 원칙은 형사책임의 기본원칙이다(대법원 2018. 10. 12. 선고 2018도8438 판결, 대법원 2020. 9. 3. 선고 2020도8358 판결 등 참조). 피고인에게 책임을 초과하는 형벌을 부과하는 것은 책임주의 원칙상 허용될 수 없다.
정기형과 달리 개선가능성이 풍부한 소년의 특성을 고려하여 장기와 단기를 정하여 선고하는 부정기형의 경우 피고인의 책임과 어떠한 상관관계를 갖는지가 문제 될 수 있다. 그러나 부정기형 제도가 소년에 대한 처벌뿐만 아니라 교육적 효과까지를 고려하여 도입되었더라도 여전히 부정기형의 본질은 형벌이다. 책임주의 원칙상 책임을 초과하는 형벌을 부과할 수는 없고, 부정기형을 선고한 경우 피고인의 책임에 부합하는 형이 장기에 미달한다고 보는 것은 소년에 대해서는 교정의 목적을 위하여 그 책임을 초과하는 형벌을 부과할 수 있다는 것으로서 받아들일 수 없다. 그렇다면 부정기형의 장기까지가 피고인의 책임에 부합하는 형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장기는 책임의 상한에 해당하는 의미가 있다. 따라서 부정기형 사이의 경중을 비교할 때에도 장기가 기준이 되는 것이 합리적이다. 다수의견은 피고인 갑에 대하여 징역 장기 5년, 단기 3년, 피고인 을에 대하여 징역 장기 5년, 단기 1년이 선고된 경우 피고인 갑이 더 무거운 형을 선고받았음에도 장기를 기준으로 모두 5년을 기준으로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을 적용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한다. 그러나 여기서 징역 장기 4년, 단기 2년을 선고받은 피고인 병의 사례를 추가하여 피고인 을과의 형의 경중을 비교하면, 중간형이 같다는 이유로 피고인 을, 병에 대하여 선고된 형이 동등하다고 할 게 아니라 책임의 상한에 해당하는 장기가 더 무겁게 결정된 피고인 을에 대한 형이 더 중하다고 평가하는 것이 타당함을 알 수 있다.
라. 부정기형을 정기형으로 변경할 때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을 적용하는 방식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은 피고인이 안심하고 상소권을 행사하도록 하려는 정책적 고려에서 나온 제도이다(대법원 2007. 7. 13. 선고 2007도3448 판결 참조).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의 적용에 있어 그 선고된 형이 피고인에게 불이익하게 변경되었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은 형법상 형의 경중을 기준으로 하되 이를 개별적·형식적으로 고찰할 것이 아니라 주문 전체를 고려하여 피고인에게 실질적으로 불이익한지 아닌지를 보아 판단하여야 하고(대법원 2010. 2. 11. 선고 2009도12967 판결 등 참조), 그와 같은 형의 변경 가능성으로 인하여 실질적으로 피고인의 상소권 행사가 위축될 우려가 있는지 여부가 고려되어야 한다. 또한 이와 같은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은 소년법이 소년에 대하여 부정기형을 선고하도록 규정한 입법 취지 및 책임주의 원칙과도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방향으로 해석·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부정기형은 장기와 단기를 정하여 선고한다(소년법 제60조 제1항 본문). 부정기형의 선고만으로는 향후 집행형으로 확정될 가능성이 있는 형이 단기 이상 장기 이하라는 점만이 결정된다. 이와 같은 부정기형의 특성으로 인하여 부정기형과 정기형과의 경중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다수의견은 소년법 제60조 제4항에 따라 부정기형의 단기가 지나면 형 집행기관의 결정에 의하여 집행종료결정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부정기형이 선고된 경우 장기가 도래하기 이전까지 그 형의 집행이 종료될 가능성이 있다는 사정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장기와 동일한 정기형은 부정기형보다 무거운 형이 명백하다고 한다. 이러한 논리에서 부정기형의 단기와 장기 사이에 부정기형과 동등하다고 평가될 수 있는 정기형이 존재하고, 중간형이 그 정기형에 해당한다면서 중간형과 정기형 사이의 경중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불이익변경금지 원칙 위반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소년법 제60조 제4항은 형 집행기관에 재량을 부여하는 임의적인 규정일 뿐이다. 위 규정에 따라 장기 도래 전 형의 집행종료가 이루어질 가능성은 확정되지 않은 특별한 사정에 불과하고, 그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인은 장기까지의 형을 집행받는다. 그럼에도 다수의견은 실상 부정기형이 선고된 경우 장기 도래 전에 형의 집행종료가 이루어진다는 것을 당연한 전제로 삼아 그 시점이 언제가 될지만을 미확정의 상태에 두고 논의를 진행하는 것과 다름이 없으므로 타당하지 않다.
다수의견과 같은 부정기형과 정기형의 단순 비교가 불가능한 것이라면, 부정기형을 정기형으로 변경할 때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을 적용하는 문제는 부정기형과 실질적으로 동등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정기형을 찾아내는 문제라기보다는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의 취지에 부합하게 피고인의 상소권 행사가 위축되지 않도록 합리적인 기준을 세워 항소심이 선고 가능한 형의 상한을 정하는 문제로 귀결된다. 그리고 장기와 단기만을 정하여 선고하는 부정기형의 특성상 그 기준 지점은 장기와 단기 중 하나가 될 수밖에 없다.
마. 장기를 기준으로 불이익변경금지 원칙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방식의 타당성
1958. 7. 24. 제정 소년법은 소년에 대하여 부정기형을 선고하는 경우 장기는 10년, 단기는 5년을 초과하지 못한다고 규정하였고, 그 내용이 현행법까지 이어지고 있다. 일부 범죄에 대해서 특정강력범죄법이 적용되더라도 장·단기의 상한은 각 15년, 7년이다. 그런데 그 사이 우리 사회는 많은 변화와 중대한 범죄들을 경험하였고, 그러한 범죄에 대하여 책임에 부합하는 적절한 형벌을 선고하기 위한 각종 법률의 개정이 이루어졌다. 형법은 2010. 4. 15. 유기형의 상한을 30년으로, 형을 가중하는 때에는 50년까지로 상향하는 것으로 개정되었다. 중대한 범죄에 대하여 특별법이 제정되어 법정형이 상향조정되기도 하였다.
이에 따라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소년에 대하여 소년법 또는 특정강력범죄법의 상한에 해당하는 장·단기로 부정기형을 선고하게 되어 장기와 단기의 폭이 지나치게 넓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비슷한 연령대의 피고인들이 함께 범행을 한 경우 일부 피고인만이 소년에 해당하여 소년법을 적용받게 되어 공범과 사이에 양형의 불균형이 발생하는 문제도 발생한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제1심에서 소년에 해당하였던 피고인이 항소심에 이르러 성년에 이르렀다면 항소심 단계에서는 원칙적으로 동일한 법을 적용받게 된 공범들에 대하여 같은 기준에 따라 각자의 책임에 부합하는 양형을 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 피고인만이 항소하여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이 적용되는 경우에도 이러한 사정이 고려되어야 함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다.
이러한 점에서 부정기형의 단기를 기준으로 불이익변경금지 원칙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경우 항소를 하는 것이 피고인에게 무조건 유리하므로, 피고인의 상소권 행사가 남용될 우려가 있고, 소년법이 부정기형 제도를 채택한 목적에 부합하지 않으며, 책임주의 원칙과 불이익변경금지 원칙 사이에 적절한 조화를 이룰 수 없다는 다수의견의 지적에 동의한다.
나아가 항소심이 선고할 수 있는 정기형이 부정기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이 합리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형 집행기간의 범위 내에 있어 상소권 행사가 위축될 가능성이 없는지 여부 및 피고인의 책임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기준 삼아 불이익변경금지 원칙 위반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다수의견의 취지에도 동의한다. 그러나 다음과 같이 이러한 기준에 따르면 오히려 중간형이 아닌 장기를 기준으로 불이익변경금지 원칙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점에서 별개의견은 다수의견과 견해를 달리한다.
부정기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이 합리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형 집행의 기간은 장기에 해당한다. 2009년부터 2018년까지의 10년간의 통계자료에 의하면 위 기간 동안 형 집행종료결정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소년수형자 중 장기형까지 실제 집행을 받은 비율이 60.21%에 이른다. 장기형까지 실제 집행을 받지 않고 가석방이 된 경우에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집행형 자체가 장기보다 단축되는 것은 아니고 장기와 동일한 정기형을 선고받은 성인수형자가 가석방이 된 경우와 다름없다(소년법 제66조 참조).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부정기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이 합리적으로 예상하여야 하는 형의 집행기간은 오히려 장기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한편 병역법 제65조 제1항에서는 보충역 편입 또는 전시근로역 편입을 할 수 있는 대상자로서 ‘수형자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사람’을 규정하고, 병역법 시행령 제136조 제1항 제1호 (가)목에서는 위 수형자의 의미를 ‘6개월 이상 1년 6개월 미만의 징역 또는 금고의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으로 구체화하면서 ‘이 경우 형이 부정기형으로서 장기와 단기를 정하여 선고된 경우에는 장기를 적용한다’고 규정한다. 이를 통해서도 일반적으로 부정기형을 선고받은 경우 장기까지의 집행이 예상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장기와 단기를 정하여 부정기형이 선고된 경우 장기까지가 책임형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책임주의 원칙에 부합하고, 책임의 상한에 해당하는 장기가 경중 비교의 기준으로서 적합하다는 점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리고 항소심에서 성년에 이를 것이 예정되어 있는 피고인으로서는 항소심에서는 더 이상 소년법이 적용될 수 없다는 점, 부정기형의 장기까지가 책임형에 해당하고 부정기형이 확정되는 경우 장기까지 집행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모두 고려하여 항소 제기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피고인이 제1심에서 소년으로서 부정기형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서는 성인이 되어 정기형을 선고받아야 하는 경우, 책임형으로서 피고인이 합리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집행기간에 해당하는 장기를 불이익변경금지 원칙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아, 항소심법원이 부정기형의 장기 이하 범위 내에서 부정기형의 특성 및 장기와 단기를 모두 고려하는 등 양형재량을 최대한 행사하여 피고인의 책임에 부합하는 적정한 형을 다시 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의 취지, 불이익변경 여부의 판단 기준, 부정기형 제도를 둔 소년법 규정의 취지와 그 구체적인 내용, 책임주의 원칙과의 관계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이와 같은 결론이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바. 소결
부정기형과 정기형 사이에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에 따른 형의 경중을 비교할 때에는 부정기형의 장기와 정기형을 비교하여 불이익변경금지 원칙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제1심이 선고한 부정기형의 장기가 아닌 단기를 기준으로 불이익변경금지 원칙 위반 여부를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와 같이 원심판결 중 피고인 1에 대한 부분이 파기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관하여서는 다수의견과 견해를 같이하지만 그 이유가 다르므로 별개의견으로 이를 밝혀둔다.
7. 이 사건 쟁점에 관한 대법관 박정화, 대법관 김선수의 반대의견
가. 다수의견은 피고인이 제1심판결 선고 시 소년에 해당하여 부정기형을 선고받았는데 피고인만이 항소한 사건에서 피고인이 항소심 선고 이전에 19세에 도달하여 제1심에서 선고한 부정기형을 파기하고 정기형을 선고해야 하는 경우, 불이익변경금지 원칙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부정기형의 장기와 단기의 정중앙, 즉 중간형이 되어야 한다는 이유로, 제1심이 선고한 부정기형의 단기를 기준으로 불이익변경금지 원칙 위반 여부를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을 적용하면서 부정기형과 정기형 사이에 그 경중을 가리는 경우에는 부정기형 중 단기와 정기형을 비교하여 항소심에서 부정기형의 단기를 초과하는 형을 선고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이 1953년 이래 70년 가까이 이어진 대법원의 일관된 견해였고(대법원 1953. 11. 10. 선고 4286형상14 판결, 대법원 1959. 8. 21. 선고 4292형상242 판결, 대법원 1969. 3. 18. 선고 69도114 판결, 대법원 2006. 4. 14. 선고 2006도734 판결 등 참조), 위 견해가 타당하므로, 다수의견의 논거 및 결론에 동의할 수 없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나. 부정기형의 단기를 기준으로 불이익변경금지 원칙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근거
1) 피고인이 상소한 사건과 피고인을 위하여 상소한 사건에서 상소심은 원심판결의 형보다 중한 형을 선고할 수 없다(형사소송법 제368조, 제396조 제2항). 이러한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은 피고인이 안심하고 상소권을 행사하도록 하려는 정책적 고려에서 나온 제도이다(대법원 2007. 7. 13. 선고 2007도3448 판결 참조).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의 적용에서 그 선고된 형이 피고인에게 불이익하게 변경되었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은 형법상 형의 경중을 기준으로 하되 이를 개별적·형식적으로 고찰할 것이 아니라 주문 전체를 고려하여 피고인에게 실질적으로 불이익한지 아닌지를 보아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2. 11. 선고 2009도12967 판결 등 참조).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은 두 형 사이에 객관적으로 유불리의 서열을 정하는 원칙이 아니라 피고인만이 상소하거나 피고인을 위하여 상소한 사건에서 상소심이 선고할 수 있는 형의 범위를 정하는 원칙이다. 따라서 변경 전후의 선고된 형을 비교하여 피고인에게 불이익하게 변경되었는지를 판단할 때 선고된 형의 효과가 일의적이지 않고 일정한 여건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가능성이 있는 때에는 변경 전의 형은 피고인에게 가장 유리한 경우를 기준으로 하고, 변경 후의 형은 피고인에게 가장 불리한 경우를 기준으로 하여 비교하여야 한다. 이렇게 보는 것이 ‘피고인에게 실질적으로 불이익한지 아닌지’를 판단한다는 취지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명쾌하고도 간이한 방법이며 또한 피고인의 상소권 보장을 목적으로 하는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에 충실한 해석이다.
2) 소년법은 인격이 형성되는 과정에 있기에 그 개선가능성이 풍부하고 심신의 발육에 따르는 특수한 정신적 동요상태에 놓여 있는 소년의 특성을 고려하여 소년이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돕기 위하여 형사처분에 관한 특별조치 등을 규정하고 있다(대법원 2016. 7. 27. 선고 2016도7112 판결 등 참조). 그에 따라 소년법은 소년이 법정형으로 장기 2년 이상의 유기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경우에는 그 형의 범위에서 장기와 단기를 정하여 부정기형을 선고하도록 규정한다(소년법 제60조 제1항 본문).
부정기형이 선고된 경우 피고인에 대한 석방 또는 형 집행종료의 가능성은 단기를 기준으로 시작된다. 소년에 대한 부정기형을 집행하는 기관의 장은 형의 단기가 지난 소년범의 행형 성적이 양호하고 교정의 목적을 달성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관할 검찰청 검사의 지휘에 따라 그 형의 집행을 종료시킬 수 있고(소년법 제60조 제4항), 단기의 3분의 1이 지나면 가석방을 허가할 수 있으며(소년법 제65조), 가석방 기간은 가석방 전에 집행을 받은 기간과 같은 기간이 지난 경우 또는 장기에 종료하는 것이 원칙이지만(소년법 제66조), 단기가 지나고 보호관찰의 목적을 달성하였다고 인정되면 가석방 기간의 종료 전이라도 보호관찰 심사위원회는 보호관찰소의 장의 신청을 받거나 직권으로 형의 집행을 종료한 것으로 결정할 수 있다(보호관찰 등에 관한 법률 제50조 제1항).
피고인이 제1심에서 소년에 해당하여 부정기형을 선고받았으면 위와 같이 단기에서부터 시작되는 석방 또는 형 집행종료의 가능성을 부여받은 것이다. 이러한 사안에서 피고인만이 항소하여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이 적용되는데 항소심에서 피고인이 성인이 되어 제1심이 선고한 부정기형을 파기하고 정기형을 선고해야 하는 경우, 피고인에게 제1심에서 선고받은 단기를 초과하는 정기형을 선고한다면 위와 같은 석방 또는 형 집행종료의 가능성이 박탈되므로 피고인에게 불리하다. 따라서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을 적용하면서 부정기형과 정기형 사이에 그 경중을 가리는 경우에는 부정기형 중 단기와 정기형을 비교하여 항소심에서 부정기형의 단기를 초과하는 형을 선고할 수 없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3) 이러한 견해가 70년 가까이 이어진 대법원의 확고한 태도인바, 이와 같이 오랜 기간 이어지면서 부정기형을 선고받은 피고인과 검사가 항소 여부를 결정할 때 고려하는 기준으로 확립된 종전 판례의 비교 방식을 이제 와서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변경해야 할 충분히 합리적인 이유를 찾기 어렵다. 따라서 부정기형의 중간형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다수의견과 장기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별개의견은 타당하지 않다. 별개의견은 다수의견보다도 피고인에게 불리한 해석으로서 불이익변경금지 원칙과 소년법의 취지를 더욱 훼손한다.
4) 다수의견과 별개의견은 부정기형의 단기를 불이익변경금지 원칙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는다면 피고인에게 무조건 유리하므로 피고인의 상소권 행사가 남용될 우려가 있다고 한다. 다수의견과 별개의견은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이 피고인의 상소권 행사가 위축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형사법의 대원칙이라는 점을 인정한다. 그럼에도 다수의견과 별개의견은 피고인의 상소권 행사가 남용될 우려를 예방하기 위해 형사법의 대원칙인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을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하는데, 이는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의 기본취지에 반한다. 또한 부정기형의 단기를 기준으로 불이익변경금지 원칙 위반 여부를 판단한다고 해서 다수의견과 별개의견이 우려하듯이 피고인의 상소권 행사가 남용될 것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피고인이 항소하게 되면 제1심판결은 확정되지 않고 항소심에 이심되는데, 그 과정에서 검사도 항소할 가능성이 높게 된다. 검사가 항소하면 불이익변경금지 원칙 자체가 적용되지 않게 되어 항소심에서 부정기형의 장기보다도 무거운 형이 선고될 수도 있다. 그렇기에 피고인은 항소 여부를 결정할 때 자신이 항소할 경우 검사도 항소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사정까지 고려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이 상소권 행사를 남용할 것이라는 우려는 근거가 부족하고 과장된 것이다. 나아가 피고인의 상소권은 피고인의 이익을 보호하고 하급심의 잘못된 판결을 바로잡기 위한 형사법상의 중요한 권리인데, 그러한 권리행사를 ‘남용’으로 평가하는 것이 타당한지도 의문이다.
다. 다수의견과 별개의견에 따른 비교 방식의 문제점
1) 다수의견은 부정기형의 단기가 형의 불이익변경 여부를 형의 경중에 의하여 객관적으로 비교·판단할 수 있는 적절한 기준이 되지 않는다면서, 부정기형의 장기와 단기의 정중앙, 즉 중간형이 부정기형과 실질적으로 동등하다고 평가될 수 있는 정기형에 해당하므로 이를 기준으로 하는 형의 경중 비교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모든 부정기형의 객관적인 무게가 기계적으로 산출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반드시 중간형이 부정기형과 실질적으로 동등하다고 평가될 수 있는 정기형이라고 인정할 충분한 근거도 없다. 부정기형의 장기와 단기 사이의 한 지점을 임의로 설정하여 부정기형의 무게를 표상하는 지점이라고 일컫는 방식이 종전 판례의 방식보다 우월하다고 보기 어렵다.
2) 별개의견은 부정기형을 선고받은 경우 일반적으로 장기까지의 집행이 예상된다는 이유로 장기를 기준으로 형의 경중을 비교해야 한다고 한다. 별개의견은 소년수형자에 대하여 형 집행종료결정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비롯한 형 집행 실무에 따른 통계자료를 근거로 제시한다. 그러나 그와 같은 자료만으로 부정기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에 대한 일반적인 예상 집행기간이 장기에 이른다고 확인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장기를 기준으로 비교하는 것은 피고인에게 가장 불리한 방식이다. 설령 그와 같은 집행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더라도 이는 형 집행 실무가 장기뿐만 아니라 단기를 정하여 집행에서 고려하도록 한 소년법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게 운영되고 있을 따름이므로, 장기를 기준으로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타당한 근거가 될 수 없다. 별개의견은 장기까지 집행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나, 단기만 복역하면 석방 및 형 집행종료의 가능성도 있다는 점은 도외시하고 그러한 가능성을 박탈하는 것은 불이익으로 평가하지 않겠다는 것으로서 수긍하기 어렵다. 별개의견은 병역법과 그 시행령이 보충역 편입 또는 전시근로역 편입 대상자로서의 수형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부정기형의 장기를 적용하고 있는 것을 논거로 제시한다. 그러나 병역법령의 위 규정들과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은 그 제도적 취지가 전혀 다르므로 이를 동일하게 보아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병역법령에서는 장기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 소년수형자에게 가장 유리하다고 볼 수 있는 측면도 있다.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의 적용에서는 단기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 피고인에게 가장 유리하므로, 오히려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의 적용에서는 단기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 병역법령의 위 규정들과도 조화된다고 할 수 있다.
3) 다수의견과 별개의견의 비교 방식은 집행유예에 대하여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을 적용하는 대법원의 일관된 입장과도 조화되지 않는다. 대법원은 실형과 집행유예형 사이의 불이익변경금지 원칙 적용과 관련하여 집행유예 판결의 주형을 줄이면서 집행유예를 배제하는 것은 불이익변경에 해당한다고 판시함과 동시에(대법원 2016. 3. 24. 선고 2016도1131 판결 등 참조) 실형의 주형을 늘이면서 집행유예를 붙이는 것 역시 불이익변경에 해당한다고 일관되게 판시하여 왔다(대법원 1966. 12. 8. 선고 66도1319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2. 4. 13. 선고 2011도11700 판결, 대법원 2019. 7. 24. 선고 2018도9342 판결 등 참조). 예컨대 징역 1년의 실형과 징역 1년 6월, 집행유예 3년의 형은 어느 쪽으로 변경하든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고한 견해이다.
위와 같은 대법원의 견해는 외견상으로만 보면 모순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징역 1년의 실형과 징역 1년 6월, 집행유예 3년의 형 중 어느 쪽이 피고인에게 불이익한지 일의적으로 확정되어야 하는데 대법원 견해에 의하면 이를 확정할 수 없다고 볼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법원의 견해를 모순된 것으로 보는 것은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을 두 형 사이에 객관적으로 유불리의 서열을 정하는 원칙으로 오해한 결과에 불과하다. 징역 1년의 실형과 징역 1년 6월, 집행유예 3년의 형 중 어느 쪽이 객관적으로 더 불리한 형인지는 일의적으로 결정될 수 없는 문제이고, 또한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이 이에 대한 해답을 주는 원칙도 아니다.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을 항소심이 선고형을 정할 때 ‘피고인에게 실질적으로 불이익한지 아닌지’의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는 원칙으로 이해한다면, 대법원의 위 판결들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결론이다. 집행유예형을 실형으로 변경한 경우 집행유예가 실효되거나 취소되지 않는다면 실제 전혀 복역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아무리 짧은 기간의 실형이라도 집행유예형보다는 실질적으로 피고인에게 불리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반면 집행유예기간 중에 집행유예가 실효되거나 취소된다면 주형으로 선고된 기간 복역을 해야만 하므로 집행유예의 주형이 실형 선고형보다 늘어난 경우 역시 실질적으로 피고인에게 불리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위와 같은 대법원의 일관된 견해는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을 적용할 때 변경 전의 형은 피고인에게 가장 유리한 경우를 기준으로 하고, 변경 후의 형은 피고인에게 가장 불리한 경우를 기준으로 하여 비교하여야 함을 전제로 하고 있음을 확인해 준다.
이는 피고인에게 불리할 가능성을 고려하여 부정기형의 단기를 기준으로 불이익변경금지 원칙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종전 대법원의 입장과 맥락이 닿아 있고, 다수의견과 별개의견의 방식은 이러한 일관된 방향성에 부합하지 않는다.
4)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을 형의 경중을 객관적으로 비교·판단하는 기준에 관한 원칙으로만 이해하면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① 징역 장기 5년, 단기 3년의 형과 ② 징역 장기 4년 6월, 단기 3년 6월의 형 중 어느 쪽이 더 무거워서 피고인에게 불리한가? 중간형을 기준으로 비교하는 다수의견에 의하면 두 경우 모두 중간형이 4년으로 같으므로 ①형을 ②형으로 또는 ②형을 ①형으로 변경하는 것은 모두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에 반하지 아니한다. 장기를 기준으로 비교하는 별개의견에 의하면 장기가 더 긴 ①형이 ②형보다 무거우므로 ①형을 ②형으로 변경하는 것은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에 부합하지만 ②형을 ①형으로 변경하는 것은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에 반한다.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을 상소심이 선고할 수 있는 형의 범위를 정하는 원칙으로 보면 장기와 단기 중 어느 한쪽이라도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변경되었다면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 본다. 위 사례에서 ①형을 ②형으로 변경하거나 ②형을 ①형으로 변경하는 것은 모두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아니한다. 이와 같이 해석하는 것이 대법원의 일관된 견해에 부합한다.
라. 책임주의 원칙과의 관계
1) 범죄와 형벌 사이에 적정한 균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죄형 균형의 원칙과 형벌은 책임에 기초하고 그 책임에 비례하여야 한다는 책임주의 원칙은 형사책임의 기본원칙이다(대법원 2018. 10. 12. 선고 2018도8438 판결, 대법원 2020. 9. 3. 선고 2020도8358 판결 등 참조).
2) 부정기형이 선고된 경우 단기부터 장기까지 전체 구간의 형은 책임에 부합하는 형의 범위에 속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 어느 하나의 지점만이 책임에 부합하는 형이라고 하면 그 특정의 지점을 제외한 나머지 구간 전체가 책임에 부합하지 않는 형이라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부정기형을 선고하면 책임에 부합하지 않는 구간의 형을 선고한다는 것이 되어 그 자체로 죄형 균형의 원칙과 책임주의 원칙에 반하게 된다. 부정기형의 단기도 책임에 비례하는 형의 범위에 속하므로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을 적용할 때 단기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 책임주의 원칙과의 관계에서 문제 되는 것은 전혀 없다.
3)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의 적용에 따라 피고인에 대하여 단기를 상한으로 하는 정기형의 선고만이 가능한 것이 책임주의 원칙과의 관계에서 형사소송법이 예정하지 아니한 부당한 결과라고 할 수 없다. 책임주의 원칙에 따라 피고인에 대하여 책임을 초과하는 형벌을 부과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지만,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에 따라 피고인에 대하여 책임에 부합하는 무거운 형을 선고하는 것에 제약이 가해지는 경우는 있을 수밖에 없다. 이는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을 채택함에 따른 당연한 결과로 보아야 한다. 피고인만이 항소한 경우 항소심에서 포괄일죄를 구성하는 범죄사실을 추가하는 공소장변경이 이루어지거나, 치명상을 입었던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러 더 무거운 죄로 공소장변경이 이루어져 피고인의 책임이 더 무겁게 변경된 경우에도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의 적용으로 항소심은 제1심판결의 형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다(대법원 1980. 3. 25. 선고 79도2105 판결, 대법원 2014. 8. 20. 선고 2014도6472 판결 등 참조). 제1심이 착오로 처단형의 하한보다 가벼운 형을 선고한 경우에도 피고인만이 항소하였다면 항소심에서 이를 법률에 부합하는 더 무거운 형으로 변경할 수 없다. 이러한 점에서도 피고인에 대하여 제1심이 선고한 단기를 초과하는 정기형을 선고하기 위한 판례 변경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할 수 없다.
마. 검사의 상소 가능성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은 피고인이 상소한 모든 경우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고, 피고인만이 상소하거나 피고인을 위하여만 상소한 경우에 한하여 적용된다. 검사가 피고인에게 불리한 상소를 제기한 경우에는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이 적용되지 않고 상소심에서 제1심보다 무거운 형으로의 변경이 가능하다. 이러한 점에서 검사의 상소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이 적정한 형사사법절차의 운영에 장애를 초래하는 요인인지 여부를 논의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앞서 본 예시 사안들에서 검사는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의 적용을 배제하여 제1심의 오류를 바로잡고, 피고인의 책임에 부합하는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항소를 제기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은 이와 같이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을 통하여 피고인의 상소권 행사를 보장하면서도 검사의 판단을 통하여 항소심에서도 피고인에 대하여 책임에 부합하는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었다.
부정기형의 단기를 기준으로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을 적용하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견해였고 피고인은 그에 따라 항소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므로, 항소심에서 피고인이 단기를 초과하는 정기형을 선고받아야만 타당한 사안이라면 검사가 이를 검토하여 항소하면 된다. 이 사건에서 검사가 항소하지 않은 것은 항소심이 부정기형의 단기에 해당하는 정기형을 선고하더라도 이를 감수할 의사가 있었거나 아니면 검사가 실수로 대법원의 확고한 판례를 인식하지 못하였기 때문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어느 경우라도 피고인의 이익을 위해 대법원이 확고하게 확립한 견해를 변경해야 할 사정이 될 수 없음은 자명하다. 그럼에도 다수의견이 확립된 종전 판례를 변경하면서까지 피고인을 무겁게 처벌하고자 하는 것은 제1심에서 부정기형을 선고받아 단기를 기준으로 시작되는 석방 및 형 집행종료의 가능성을 부여받았고, 피고인만이 항소하여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에 따라 이와 같은 제1심판결 선고에 따른 유리한 처우가 유지되어야 하는 피고인의 절차적 지위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으로서 결과적으로 소년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부정기형의 선고를 가능하도록 한 소년법의 취지 또한 몰각하는 것이다.
바. 소결
위와 같은 이유로 제1심에서 선고한 부정기형의 단기를 기준으로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을 적용하여 피고인 1에 대한 양형을 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여기에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이 사건 쟁점과 관련하여 기교적인 논리를 동원하여 피고인의 권리보장을 위해 중요한 원칙의 하나인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에 관하여 대법원이 70년 가까이 확립한 법리를 후퇴시키고 소년법의 취지를 훼손하는 다수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에 찬성할 수 없음을 밝힌다.
8.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이기택의 보충의견
가. 부정기형과 정기형 사이에서 불이익변경금지 원칙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경우, 부정기형 중 단기와 정기형을 비교해야 한다는 것이 70년 가까이 이어진 대법원의 입장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러한 대법원의 판단이 현 시점의 사회 상황을 규율하기에 적합한 법리로서 타당성을 가진다고 단정할 수 없다. 오랜 기간 유지되어 온 대법원의 입장이 현재에도 여전히 타당한 법리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사회 구조가 변화하고 그에 따라 국민의 의식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타당성에 대한 분석과 재음미라는 검증 과정을 거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반복된 대법원의 판단만이 ‘오랜 기간 이어진 일관된 법리로서 타당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부정기형에 있어 불이익변경금지 원칙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에 관한 대법원의 입장은, 학계나 실무에서 심도 깊은 비판과 그에 대한 재반박의 과정을 거쳐 타당성을 검증받은 바 없다. 그렇다면 70년 이전이 아니라 현 시점의 법질서를 형성하는 법원으로서는, 오랜 기간 그대로 유지되었다는 사정만으로 과거 대법원의 판단을 그대로 답습할 것이 아니라, 그 판단이 현 시점의 변화된 현상을 규율하기에 적합한 법리로서 타당한지 여부를 심사하여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다수의견은 부정기형의 장기와 단기, 부정기형의 단기부터 장기에 이르는 수많은 형 모두를 동일한 선상에 두고, 그중에서 어느 정도의 형이 책임주의 원칙과 불이익변경금지 원칙 사이에서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기준으로서 상대적으로 우월한지 여부를 평가하였고, 그 결과 부정기형의 장기와 단기의 중간형이 상대적으로 우월한 기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나. 다수의 이해관계 또는 규범 사이에서 조화로운 법질서를 형성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할수록 기본으로 돌아가 그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하여야 한다. 실무에서 이에 대한 고민 없이 정도의 문제를 논거의 명확성에만 치우쳐 단순한 양자택일의 문제로 접근하여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이 사건 쟁점을 양자택일적 선택의 문제로 본다면 그 해결이 비교적 간명할 수 있고, 부정기형의 장기와 단기의 중간형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다수의견이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이해관계 또는 규범이 여러 단계에서 교차되어 얽혀 있는 경우 이를 접근 또는 분석하는 방법에 따라 다양한 시각과 평가가 있을 수밖에 없으므로, 어느 한쪽이 ‘절대적으로 옳다’ 또는 ‘절대적으로 그르다’는 정답이 있을 수 없다. 다수의견은 이와 같은 문제의 본질을 편견 없이 받아들이고 유일한 답이 아닌 더 좋은 답을 찾고자 하였다.
다. 과거에도 다수의 이해관계 사이에서 조화로운 법질서를 형성해야 하는 문제의 본질을 단순한 양자택일의 문제로 접근하고자 하는 입장들에 대하여 다수의견과 같이 정도의 문제로 파악하려는 견해가 제시된 예가 있다. 민사집행법 제정 과정에서, 일반채권자들 사이의 배당비율을 정할 때 압류채권자에게 우선권을 인정해야 하는 것인지 여부가 문제 되었다. 이에 압류채권자에게 우선적으로 배당받을 권리가 부여되어야 한다는 우선주의의 입장과 압류채권자에게 우선적으로 배당받을 권리가 부여되어서는 안 된다는 평등주의의 입장이 대립하였고, 이는 이미 학설과 외국법을 통해 잘 알려져 있는 입장들이다. 그러나 이 역시 이 사건 쟁점과 비슷하게 어느 한쪽 극단이 절대적으로 옳다라는 정답을 찾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압류채권자에게 우선적으로 배당되는 비율의 관점에서 접근하면, 우선주의는 100%의 우선권을, 평등주의는 0%의 우선권을 부여하여야 한다는 입장인데, 0%부터 100% 사이에 존재하는 30%, 50%, 60%, 90% 등 다른 수치들이 고려 대상에서 배제되어야 할 합리적인 논거는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이 문제 역시 0%에서 100%에 이르는 수많은 수치들 중 어느 정도의 수치가 일반채권자들의 이해관계 사이에서 조화로운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지를 정하는 정도의 문제이다. 이러한 문제의 본질을 지적하면서, ‘법리적 논거의 명확성에만 치우쳐서 우선주의 또는 평등주의의 문제로서 다루려고 하기보다는, 이러한 문제가 채권자들에 대한 금전배분에 있어 조화로운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정도의 문제라는 것을 파악하고, 0%부터 100% 사이에 존재하는 비율도 고려될 수 있음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접근하여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민사소송법(강제집행편) 개정착안점, 법원행정처(1996)].
라. 부정기형의 장기 또는 단기와, 부정기형의 장기와 단기의 중간형 상호 간의 상대적 우월성 평가 과정에서, 부정기형의 장기와 단기의 중간형이 부정기형의 장기 또는 단기보다 상대적으로 우월한 것으로 판단되는 구체적인 이유는 이미 다수의견에서 상세히 밝혔으므로, 보충의견에서는 반대의견과 별개의견의 아래와 같은 지적에 관하여만 추가로 반박하기로 한다. 아울러 반대의견과 별개의견에서 주장하는 각각의 논거는 한편으로 부정기형의 장기 또는 단기를 기준으로 설정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논거가 될 수 있는데, 이는 단순히 부정기형의 단기부터 장기까지의 ‘폭’ 중 어느 한쪽 극단을 선택하여 기준으로 삼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또 하나의 근거가 될 수 있다.
1)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은 원심과 상소심에서 선고된 형 사이에 존재하는 형의 경중을 객관적으로 비교하여 상소심에서 선고된 형이 무거운 형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므로, 원심과 상소심에서 선고된 형 사이에 존재하는 형의 경중을 객관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을 적용함에 있어 필수적으로 수반되어야 한다.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을 바라보는 반대의견과 별개의견의 입장은, 부정기형과 정기형 사이에 존재하는 객관적인 형의 경중을 비교하는 것과 불이익변경금지 원칙 사이에 상관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취지인데, 이는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을 규정한 형사소송법 제368조의 문언에 배치된다.
2) 반대의견은 실형과 집행유예의 형 사이에서 불이익한 변경인지 여부를 판단한 대법원 선례들을 가리키면서 다수의견이 이러한 대법원의 입장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불이익하게 변경되었는지 여부는 선고된 주문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는 것이지, 상소심 법원이 판단한 바 없는 미래의 예측할 수 없는 사정들까지 근거로 삼아 판단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실형이 확정되는 경우 피고인은 원칙적으로 선고받은 형에 의해 신체의 자유가 박탈되는 반면, 집행유예의 형이 확정되는 경우 피고인은 원칙적으로 선고받은 형에 의해 신체의 자유가 박탈되지 않는다. 결국 선고된 주문을 기준으로 판단할 때 실형이 집행유예의 형보다 피고인에게 실질적으로 불이익한 중형이라고 보아야 한다. 제1심에서 집행유예의 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이 실형이 선고되어야 하는데 집행유예의 형을 선고한 것은 과중하다는 이유로 항소를 제기하는 경우는 상정하기 어렵다. 더욱이 형법이 집행유예의 실효·취소 사유로 정하고 있는 것은 모두 피고인이 책임을 져야 하는 잘못된 행동들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피고인이 선택한 잘못된 행동으로 인하여 도출되는 결과까지 형의 경중을 판단하는 기준에 포함시키는 것은 법원이 피고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반대의견이 지적하는 대법원 선례는 그 타당성에 의문이 있으므로 이를 근거로 다수의견에 잘못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
마. 이 사건의 경우를 예로 들어 설명하면, 제1심이 선고한 부정기형의 장기 15년과 단기 7년이 아닌 그 사이에 존재하는 형들 중 중간형, 즉 11년만이 부정기형에 있어 불이익변경금지 원칙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설정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 기준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 상황을 맞이하여 조화로운 결과를 도출하기에 적절하다고 평가될 수 있다면, 8년, 9년, 10년 또는 12년, 13년, 14년도 그 기준으로 설정될 수 있다. 그러나 제1심에서 부정기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이 합리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형 집행의 기간을 고려할 때, 8년, 9년, 10년 또는 12년, 13년, 14년이 중간형인 11년보다 상대적으로 우월하다고 평가하기 어렵고, 달리 다른 합리적이고 타당한 논거를 찾기도 어렵다.
부정기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에 대한 형의 집행이 종료되려면, 행형 성적이 양호하고 교정의 목적이 달성되었다는 점에 관한 검사의 판단이 필요하다(소년법 제60조 제4항). 다수의견은 소년법이 정하고 있는 형 집행종료결정이라는 제도가 그 목적에 부합하게 운용되고 있음을 전제로, 형 집행종료결정에 관여하는 각 요소들을 균형 있게 고려함으로써 부정기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이 합리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형 집행의 기간이 부정기형의 장기와 단기의 중간형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평가하였다.
별개의견은 2009년부터 2018년까지의 통계자료를 통해 소년수형자에 대한 형 집행종료결정이 거의 이루어진 바 없고, 소년수형자 중 가석방 없이 장기까지 복역한 평균 비율이 60.21%에 이르므로, 부정기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이 합리적으로 예상하여야 하는 형 집행의 기간은 장기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형 집행의 실무는 소년의 건전한 성장을 돕기 위해 형사처분에 관한 특별조치를 마련하고 있는 소년법의 입법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 소년법과 관련된 법질서를 형성하는 법원은, 형 집행의 실무가 소년법의 입법 목적을 달성하는 데에 적합한 방향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그렇지 않다면 형 집행 실무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 고민하고 이를 바탕으로 더 좋은 기준을 찾아나가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부정기형에 있어 불이익변경금지 원칙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을 설정할 때, 형 집행과 관련된 소년법 규정의 입법 취지와는 거리가 있는 형 집행의 실무가 고려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결국 부정기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이 합리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형 집행의 기간은, 미래에 발생하게 되는 상황으로서 예측하기 매우 어려운 ‘피고인의 행형 성적’과 ‘검사의 재량판단’이라는 요소를 균형 있게 고려하여 평가되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부정기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은 부정기형의 단기가 경과한 때부터 형의 장기가 도래할 때까지 동일한 가능성으로 검사의 재량판단에 의해 그 형의 집행이 종료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고 평가함이 보다 적절하다.
바. 교육적 요소가 강하다고는 하여도 부정기형의 본질은 형벌이다. 또한 소년의 가변성에 비추어 볼 때, 교육에 의한 개선·갱생이라는 교정의 목적은 미래에 발생하게 되는 상황에 관한 것으로서, 부정기형을 선고하는 사실심법원이 그 선고 당시 이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부정기형을 선고하는 사실심법원으로서는 교정의 목적이라는 요소에 지나치게 치우쳐 부정기형의 단기부터 장기까지의 ‘폭’을 과도하게 정하는 것을 경계하여야 한다. 같은 취지에서 부정기형의 장기와 단기의 상한을 규율하는 법률이 제정·개정되는 경우, 입법자로서는 부정기형의 장기와 단기의 상한 사이에 과도한 ‘폭’을 설정함으로 인하여 사실심법원이 형사사법의 기본원칙인 책임주의 원칙의 한계 내에서 적절한 형을 정하는 것에 어려움이 없도록 입법재량을 행사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 사건에 적용되는 특정강력범죄법은 살인죄 등 특정강력범죄를 범한 소년에 대한 부정기형의 장기와 단기의 상한(장기 15년, 단기 7년) 사이의 ‘폭’을 8년으로 정하고 있다. 이는 단기의 상한인 7년보다 긴 기간일 뿐만 아니라, 소년법이 정한 장기와 단기의 상한(장기 10년, 단기 5년) 사이의 ‘폭’인 5년보다도 현저히 긴 기간이다. 입법재량을 고려하더라도 이와 같이 긴 기간을 ‘폭’으로 설정한 것이 타당한지는 의문이다.
사. 한편 이 사건 사안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이 적용되는 다른 장면에서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모습을 지적해 두고자 한다.
대법원 2016. 6. 16.자 2016초기318 전원합의체 결정의 다수의견은 “일반 국민이 범한 수 개의 죄 가운데 군형법 제1조 제4항 각호에 정한 죄(이하 ‘특정 군사범죄’라 하고, 그 외의 범죄 등을 ‘일반 범죄’라 한다)와 일반 범죄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을 때 특정 군사범죄에 대해서는 군사법원이 재판권을 갖고, 일반 범죄에 대해서는 일반 법원이 재판권을 갖는다.”라고 판단하였다. 즉 군인인 피고인이 특정 군사범죄와 일반 범죄를 저질러 군사법원법 제2조에 따라 제1심인 군사법원에 경합범으로 기소되어 형을 선고받고 피고인만이 항소하였는데 항소심 계속 중 피고인이 전역하여 군인 신분을 면하게 되면 특정 군사범죄에 대해서는 여전히 군사법원에 재판권이 있지만, 일반 범죄에 대해서는 군사법원에 재판권이 없으므로 일반 법원으로 이송해야 한다. 그러나 한 사람이 범한 수 개의 죄를 다른 형사재판권의 영역으로 나누는 위 전원합의체 결정은 불이익변경금지 원칙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여러 의문을 야기한다.
예를 들어 위 사안에서 제1심인 보통군사법원이 피고인에 대하여 징역 1년을 선고하고 이에 대해 피고인만이 항소했는데, 항소심 계속 중 피고인이 전역하였다고 하자. 위 전원합의체 결정에 따르면 특정 군사범죄에 대해서는 제2심의 군사법원에서 판결을 선고하고, 일반 범죄에 대해서는 이를 이송받은 제2심의 일반 법원이 판결을 선고한다. 그런데 먼저 군사법원이 특정 군사범죄에 대해 징역 8월을 선고하고, 그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면, 일반 법원은 불이익변경금지 원칙과 관련하여 제1심의 형에서 먼저 선고한 제2심 군사법원의 형을 공제한 나머지인 4월(= 1년 - 8월)의 범위 내에서 형을 선고해야 하는가? 만일 군사법원이 먼저 징역 1년을 선고하고 그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면, 일반 법원은 형법상 해당 일반 범죄에 대해 형 면제 규정이 없는데도 형을 면제(= 1년 - 1년)해야 하는가?
또한 군사법원이 먼저 징역 8월을 선고했는데 아직 그 판결이 확정되지 않았다면 일반 법원은 군사법원의 판결에 구애받지 않고 제1심의 형 전부인 1년의 범위 내에서 형을 선고해야 하는가, 아니면 4월(= 1년 - 8월)의 범위 내에서 형을 선고해야 하는가? 이 경우에도 먼저 선고한 법원의 판결에 구속된다면 상호 동등한 지위에 있는 법원인데도 먼저 판결을 선고한 법원이 우월한 지위를 선점하게 되는 것인가? 위 전원합의체 결정은 이러한 여러 질문에 대해 불이익변경금지 원칙과 관련하여 어떠한 답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제대로 된 답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안타깝게도 위 전원합의체 결정은 위와 같이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의 적용에 있어 큰 혼란을 야기하였고, 이로 인해 제2심법원에서 선고될 형에 관한 예측가능성을 저하시킴으로써 피고인의 상소권 행사가 위축될 수 있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또한 위 전원합의체 결정에 따르면 하나의 제1심판결이 항소심에서 조직과 운영상의 관련성이 없는 별개의 조직체인 군사법원과 일반 법원의 판결 둘로 분리될 수도 있는데 이는 형사소송절차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장면이다. 이로 인하여 불이익변경금지 원칙 이외에도 미처 생각하지 못한 형사사법의 기본원칙과 충돌하는 여러 장면이 있을 수 있다.
대법원장 김명수(재판장) 박상옥 이기택 김재형 박정화 안철상 민유숙 김선수(주심) 이동원 노정희 김상환 노태악 이흥구 | [1] 소년법 제2조, 제60조 제1항, 제2항, 제4항, 제65조, 제66조, 병역법 제65조 제1항 제1호, 병역법 시행령 제136조 제1항 제1호 (가)목, 보호관찰 등에 관한 법률 제50조 제1항, 형사소송법 제368조 / [2] 형법 제161조 제1항, 제250조 제1항, 소년법 제2조, 제60조 제1항,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제2조 제1항 제1호, 제4조 제2항, 형사소송법 제368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법무법인 더킴로펌 담당변호사 김형석 외 5인
【원심판결】
창원지법 2019. 2. 21. 선고 2018노1550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창원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공소사실, 제1심 판단과 원심판결 이유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편의점 브랜드의 개발팀 직원이고 피해자는 편의점주인데, 피고인은 2017. 4. 24. 15:00경 피해자가 운영하는 편의점에 찾아갔다가 피해자가 그곳에서 홀로 근무를 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피해자를 추행하기로 마음먹고, 같은 날 16:00경 피해자가 있던 계산대 안쪽으로 들어가 피해자에게 서류를 보여주면서 업무에 관한 설명을 하다가 갑자기 오른손으로 피해자의 머리를 만지고, 피해자가 피고인을 밀어내면서 거부의사를 표시함에도 불구하고 계속하여 피해자의 머리를 만져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하였고, 같은 날 16:35경 위 계산대 위에 피고인 소유의 노트북을 올려놓고 피해자를 의자에 앉힌 후 피해자의 뒤에서 왼팔로 피해자를 살짝 안으면서 왼손을 계산기 위에 올리고 오른손으로는 피해자의 오른쪽 어깨를 짚은 채로 업무 설명을 하다가 갑자기 왼팔로 피해자의 목을 껴안아 움직이지 못하게 하여 반항을 억압한 후, 피해자의 오른쪽 얼굴에 키스를 하여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하였다는 것이다.
나. 제1심은, 피해자에 대한 증인신문을 거친 후 피해자의 피해 경위에 관한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되어 신빙성이 인정되고, CCTV 영상 촬영사진과도 부합하며, 설령 피해자가 당시 배우자와 이혼 준비 중이라는 사정이 있더라도 허위 신고를 할 만한 동기가 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다. 그런데 원심은 추가 증거조사 없이(검사가 피해자의 혼인관계증명서를 제출하고, 변호인의 문서송부촉탁 신청에 따른 피해자의 협의이혼의사확인신청 기록이 제출되었으나 모두 증거로 신청되지는 않았다) 변론을 종결한 다음 주로 제1심에서 증거조사를 마친 증거들에 기초한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들어 피해자 진술 신빙성 및 CCTV 영상 증명력을 배척하고, 무죄를 선고하였다.
1) CCTV 영상에서 피해자가 피고인의 신체접촉을 피하려는 태도를 보이기는 하나 종종 웃는 모습을 보이고, 추가 접촉이 가능한 범위에서 피하여 반복적ㆍ연속적으로 신체접촉이 이루어지는 등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강제로 접촉한 것으로 보이지 않고, 위와 같은 모습은 피해자가 진술하는 그전의 추행행위가 있었던 사람들의 태도로 보이지 않는다.
2)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추행이 있어도 이를 적극적으로 거부할 수 없는 소위 ‘갑을관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3) 피해자는 피고인의 신체접촉 당시에 “아마 그때 놀래 헛웃음 나왔던 것 같습니다.”라고 자발적으로 진술하는 등 이 사건 발생 직후 CCTV 영상을 돌려보면서 자신에게 유리한 부분을 미리 확인하고, 자신의 표정으로 인하여 추행으로 보이지 않을 가능성에 대하여도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4) 피해자는 배우자로부터 외도 등을 의심받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배우자와 이혼하는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자신의 책임을 덜고자 피고인과의 신체접촉을 강제추행으로 신고하였을 가능성이 있다.
5) 이 사건 당일 피고인이 피해자가 근무하던 편의점에 아무런 설명 없이 찾아와 CCTV 열람을 위해 편의점 사무실로 들어가 이를 강제로 열람하였다는 피해자 진술을 납득하기 어렵고, 오히려 피고인은 위 사무실까지 들어가게 된 경위에 관하여 직접 경험하지 않고는 꾸며내기 어려운 사항들까지 구체적으로 진술한다.
6) 피고인이 피해자의 사적인 일까지 알고 있고,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자주 전화를 건 내역이 있는 등 피해자는 피고인과 업무 외적으로도 많은 대화를 나눈 것으로 보인다.
2. 판단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형사소송법이 채택하고 있는 직접심리주의의 정신에 따라 제1심 증인의 진술에 대한 제1심과 항소심의 신빙성 평가 방법의 차이를 고려해 보면, 제1심판결 내용과 제1심에서 적법하게 증거조사를 거친 증거들에 비추어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이 명백하게 잘못되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거나, 제1심의 증거조사 결과와 항소심 변론종결 시까지 추가로 이루어진 증거조사 결과를 종합하여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항소심으로서는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이 항소심의 판단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을 함부로 뒤집어서는 아니 된다(대법원 2006. 11. 24. 선고 2006도4994 판결, 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8도7917 판결, 대법원 2010. 10. 14. 선고 2010도8227 판결, 대법원 2011. 6. 30. 선고 2010도15765 판결, 대법원 2018. 3. 29. 선고 2017도7871 판결 등 참조).
항소심법원이 피해자 등의 제1심 증언의 신빙성을 받아들였던 제1심의 판단을 뒤집으면서 지적한 사정들이 주로 제1심에서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 등에 기초하여 수사 및 제1심 과정에서 이미 지적이 되었던 사정들이고, 원심에서 추가로 이루어진 증거조사 결과 밝혀진 사정은 범행 이후 문자메시지 발송 등의 사정에 불과한 경우 위 ‘특별한 사정’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위 대법원 2008도7917 판결 참조). 또한 항소심법원이 제1심의 판단을 뒤집으면서 지적한 사정들이 제1심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함에 있어 이미 고려했던 여러 정황들 중 일부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는 경우에도 제1심의 판단을 뒤집을 만한 특별한 사정으로 내세울 만한 사정이 달리 존재하지 아니한 이상 마찬가지라 할 것이다(위 대법원 2010도8227 판결 취지 참조).
나. 위 법리에 따라 살펴보면, 원심이 지적한 사정만으로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유무 및 이에 부합하는 CCTV 영상의 증명력에 관한 제1심의 판단이 명백하게 잘못되었다거나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먼저, 피해자의 진술은 일관되어 있음에 비하여, 피고인의 진술은 피해자와의 의사합치를 부각시키는 방향으로 변경되어 왔다.
1) 피해자는 사건 당일 경찰에 신고하고 피해 진술을 하였고, 제1심 증언까지 일관된 내용으로 진술하였는바, 취지는 다음과 같다.
가) 공소사실 기재 범행일 이전부터 피고인이 남녀 간 애정관계를 암시하는 이야기를 하거나 신체접촉을 해왔으나 피해자는 전전세 개념으로 들어간 점주로서 본사 직원인 피고인에게 강력하게 대응하기 어려웠고, 나) 범행 당시 피해자는 피고인을 밀치면서 “하지 마세요.”라고 말하였으나 피고인이 계속 피해자의 신체를 접촉하였고 팔로 피해자의 목을 감아 저항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2) 피고인의 진술은 다음과 같이 변경되었다.
가) 범행 이전의 정황에 관하여, ① 경찰 수사 시에는 피해자가 평소 일방적으로 스킨십을 하였다고 진술하였다가, ② 검찰 수사 시에는 장난삼아 스킨십을 하는 관계였다고 진술하고, ③ 제1심에서는 피해자가 고백을 수차례 하고 스킨십을 하는 관계로 발전하였다고 진술을 변경하였다.
나) 공소사실 기재 범행에 관하여, ① 경찰 수사 시에는 “고개를 돌리다가 입술이 부딪쳤는데 피해자가 지나치게 붙어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아 짜증이 나서 피해자의 목을 졸랐다.”라고 진술하였다가, ② 10여 일 후 작성한 진술서에서는 이에 더하여, 피해자를 살짝 안아주듯 하였다고 주장하였고, ③ 원심 피고인신문에서는 “20초 정도 서로 안고 있었다.”, “피해자의 볼에 입술이 스쳤고, 원하시는 대로 진짜 해드리겠다고 말한 후 키스를 하였다.”라고 진술하였다.
3) 원심이 든 위 1) 내지 3) 사정들은 대체로 범행 이전의 관계 및 범행 당시 상황에 관한 피고인의 위와 같은 경위로 변경된 원심 진술에 기초하여 이와 배치되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는 내용으로서, 그 사실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긍정한 제1심의 판단을 뒤집기 부족한 사정이거나, 수사 및 제1심 과정에서 지적되었던 사정들로서 제1심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하면서 이미 고려했던 사정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4) 원심이 든 위 5) 사정은 이 사건 공소사실과 관련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판단에는 부차적인 사정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고, 피해자가 운영하는 편의점 사무실에 들어가 정산서를 출력한 경위에 관한 피고인의 진술도 일관성이 없는 데다 납득하기 어려운 사정도 존재한다.
5) 원심이 든 위 6) 사정과 관련하여 피해자의 진술은 피고인이 편의점 점주 창업적성검사 업무를 수행하는 것처럼 업무 외의 개인적인 사항을 질문하여 이에 답변하였다는 취지여서 편의점 업체의 공식적인 창업적성검사에 개인적인 사항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하여 피고인이 피해자와의 대화를 통하여 피해자의 개인적인 사항을 알게 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또한 2017. 3.은 피해자가 피고인을 통해 편의점을 개업한 시기여서 그 무렵의 피고인의 피해자에 대한 발신전화 건수 및 통화시간만을 근거로 위와 같이 단정하기 어렵고, 피고인과 피해자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내용의 대부분이 편의점 개업 업무와 관련한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다. 또한 원심의 판단은 아래와 같은 이유에서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1) 성폭행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피해자의 성정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및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개별적, 구체적인 사건에서 성폭행 등의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 참조). 범행 후 피해자의 태도 중 ‘마땅히 그러한 반응을 보여야만 하는 피해자’로 보이지 않는 사정이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함부로 배척할 수 없다(대법원 2020. 8. 20. 선고 2020도6965 판결, 대법원 2020. 9. 3. 선고 2020도8533 판결 참조).
원심이 든 위 1), 2) 사정 등은 피해자에게 ‘피해자다움’이 나타나지 않음을 지적하는 것으로 위 법리에 비추어 타당하지 않을뿐더러 원심도 인정하는 것처럼 이 사건 당시 피해자는 피고인의 신체접촉을 피하거나 거부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하였으며, 이는 업무상 정면으로 저항하기 어려운 관계에 놓인 피해자의 입장에서 가능한 정도로 피고인에게 거절의 의사로서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
2) 나아가 원심은 범행 후 피해자가 배우자와 이혼한 사정으로부터 피해자가 자신의 책임을 덜기 위하여 허위 진술을 하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원심의 인정에 의하더라도 피해자는 범행 4일 후 협의이혼의사확인신청을 하고 관련 법령의 절차에 따라 협의이혼의사확인을 받아 기소 이전에 이미 이혼신고를 마쳤다는 것인바, 그 과정에서 피해자가 이 사건 피해신고로 책임을 덜거나 유리한 지위를 확보하였다는 사정을 기록상 확인할 수 없다.
라.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제1심의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판단이나 CCTV 영상 등 유죄 판단의 근거로 든 증거들의 증명력에 의문이 있다면, 제1심이 이미 고려한 사정 또는 부차적인 사정만을 들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에 관한 제1심의 판단을 뒤집거나 막연한 추측에 기초하여 제1심이 유죄 판단의 근거로 든 증거들의 증명력을 배척할 것이 아니라 추가적인 증거조사를 통하여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유무 등에 관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였어야 할 것이다(다만 원심이 들고 있는 사정 중 이 사건 범행 내용이 담겨있는 CCTV 영상이 짧게 편집되어 제출된 경위 등 일부 사정에 관하여는 추가 심리해 볼 필요가 있음을 지적해 둔다).
그럼에도 그러한 조치를 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과 제1심이 유죄 판단의 근거로 든 증거들의 증명력을 배척한 원심판결에는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심리주의에 어긋남으로써 진술의 신빙성 판단에 관한 경험칙과 증거법칙을 위반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인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태악(재판장) 김재형 민유숙(주심) 이동원 | [1] 형사소송법 제275조 제1항, 제308조 / [2] 형사소송법 제308조 / [3] 형사소송법 제308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1 외 5인
【상 고 인】
피고인 4, 피고인 5, 피고인 6 및 검사(피고인 1,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4, 피고인 6에 대하여)
【변 호 인】
법무법인(유한) 광장 외 3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7. 10. 19. 선고 2016노313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 1,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4, 피고인 6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피고인 5의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들은 이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검사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가.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및 원심의 판단
1) 공소사실의 요지
코스닥시장상장법인인 원심공동피고인 4주식회사(이하 ‘원심공동피고인 4 회사’이라 한다)의 ○○팀 소속 피고인 1, 피고인 2, 피고인 3은 2013. 10. 10.경 ‘2013년 3분기 실적 가마감 결과 방송부문 등 적자로 인해 회사 영업이익이 70억 원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정보를 취득한 후, 공모하여 같은 달 15일 및 16일경 국내 증권회사에서 원심공동피고인 4 회사 기업분석을 담당하고 있던 애널리스트들인 공소외 1 및 피고인 4, 피고인 5, 피고인 6에게 3분기 영업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하고 그 수치도 세 자릿수(100억 원) 미만이라는 취지의 정보(이하 ‘이 사건 정보’라 한다)를 알려주었다. 공소외 1 및 피고인 4, 피고인 5, 피고인 6은 원심판결문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총 12회에 걸쳐 이 사건 정보를 자산운용사 소속 펀드매니저들에게 전달하였고, 위 펀드매니저들은 이 사건 정보를 이용하여 위 정보가 공개되기 전에 각 자산운용사 등에서 보유하고 있던 원심공동피고인 4 회사 주식 합계 567,222주를 21,762,997,855원에 매도하여 5,283,230,063원 상당의 손실을 회피하였고, 합계 286,710주를 10,763,846,350원에 공매도하여 1,430,635,443원 상당의 이익을 취득하였다(총합계액 6,713,865,506원).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이라 한다) 제174조 제1항이 규정하는 ‘타인’은 정보제공자로부터 직접 정보를 수령한 자로 제한하여야 하고, 다만 직접 정보를 수령한 자와 그로부터 다시 정보를 전달받은 사람이 하나의 주체로서 기능할 경우에만 처벌대상에 포함된다고 보아, 피고인 1, 피고인 2, 피고인 3(이하 통칭하는 경우 ‘피고인 1 등’이라 한다)에 대하여 모두 무죄로 판단하고, 피고인 4에 대한 공소사실 중 △△△△△△△ 소속 펀드매니저 공소외 2에 대한 정보제공행위(원심판결문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 6번), 피고인 6에 대한 공소사실 중 □□□□□□소속 펀드매니저 공소외 3에 대한 정보제공행위(원심판결문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 10번)를 각 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하였다.
한편 원심은 피고인 6에 대한 공소사실 중 ◇◇◇◇◇◇◇◇◇◇ 소속 펀드매니저 공소외 4에 대한 정보제공행위(원심판결문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 11번) 중 공소외 5의 매도 부분에 관하여는, 공소외 5가 피고인 6으로부터 전달받은 이 사건 정보를 이용하여 거래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하였다.
나. 대법원의 판단
1) 피고인 1,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4에 대한 부분 및 피고인 6에 대한 공소사실 중 □□□□□□소속 펀드매니저 소속 펀드매니저 공소외 3에 대한 정보제공행위 부분
가) 자본시장법 제174조 제1항은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 즉 상장법인의 내부자 및 제1차 정보수령자(이하 ‘수범자’라 한다)가 업무 등과 관련된 미공개중요정보를 특정증권 등의 매매, 그 밖의 거래에 이용하거나 타인에게 이용하게 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위 규정에 따른 금지행위 중 ‘타인에게 미공개중요정보를 특정증권 등의 매매, 그 밖의 거래에 이용하게 하는 행위’는 타인이 미공개중요정보를 당해 특정증권 등의 매매, 그 밖의 거래에 이용하려 한다는 정을 알면서 그에게 당해 정보를 제공하거나 당해 정보가 제공되도록 하여 위 정보를 특정증권 등의 매매, 그 밖의 거래에 이용하게 하는 것을 말하고, 이때 타인은 반드시 수범자로부터 정보를 직접 수령한 자로 한정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정보의 직접 수령자가 당해 정보를 거래에 이용하게 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위 직접 수령자를 통하여 정보전달이 이루어져 당해 정보를 제공받은 자가 위 정보를 거래에 이용하게 하는 경우도 위 금지행위에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 한편 이러한 경우 수범자의 정보제공행위와 정보수령자의 정보이용행위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존재하여야 하고, 수범자는 정보수령자가 당해 정보를 이용하여 특정증권 등의 매매, 그 밖의 거래를 한다는 점을 인식하면서 정보를 제공하여야 한다. 수범자의 위와 같은 인식은 반드시 확정적일 필요는 없고 미필적인 정도로도 충분하며, 위와 같은 인식 여부는 제공 대상인 정보의 내용과 성격, 정보제공의 목적과 동기, 정보제공행위 당시의 상황과 행위의 태양, 정보의 직접 수령자와 전달자 또는 이용자 사이의 관계와 이에 관한 정보제공자의 인식, 정보제공 시점과 이용 시점 사이의 시간적 간격 및 정보이용행위의 태양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형벌법규는 문언에 따라 엄격하게 해석ㆍ적용하여야 하고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을 하여서는 안 되는 것이지만, 문언이 가지는 가능한 의미의 범위 안에서 규정의 입법 취지와 목적 등을 고려하여 문언의 논리적 의미를 분명히 밝히는 체계적 해석을 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대법원 2013. 4. 11. 선고 2010도1388 판결, 대법원 2017. 12. 7. 선고 2017도10122 판결 등 참조).
(2)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은 ‘타인’을 ‘다른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다. 또한 자본시장법에서 ‘타인’의 개념을 달리 정의하고 있지 않고, 동법 제174조 제1항에서 타인에 관한 제한 또는 예외규정을 두거나 타인과 정보전달자의 관계를 요건으로 정하고 있지도 않다.
(3) 자본시장법 제174조 제1항에서 처벌대상인 정보제공자를 제1호부터 제6호까지 제한적으로 열거하면서 제6호에서 제1차 정보수령자를 ‘내부자로부터 미공개중요정보를 받은 자’로 규정하고 있으나, 이는 수범자의 범위에 관한 규정이지 금지행위의 태양 중 ‘타인’의 개념에 관한 규정이 아니다. 한편 정보전달과정에서의 변질가능성을 이유로 입법자가 제한하지 않은 ‘타인’의 개념을 문언보다 제한하여 해석하여야 한다고 볼 수 없고(정보가 전달과정에서 변질되었다면 이는 미공개중요정보 해당성 요건 판단 등에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위 개념을 ‘정보제공자로부터 직접 정보를 수령받은 자’로 제한하여 해석하지 않는다고 하여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난다고 볼 수도 없다.
(4) 자본시장법이 제174조 제1항에서 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행위를 금지하는 이유는, 내부자의 경우 상장법인의 주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중요한 정보를 미리 알게 될 기회가 많으므로 증권거래에 있어 일반투자자보다 훨씬 유리한 입장에 있는 반면, 일반투자자로서는 손해를 보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행위로 인한 상대방의 손실은 능력의 부족이나 부주의로 정보를 몰랐기 때문에 발생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내부자 등 수범자가 자신의 이득을 위하여 상장법인의 미공개내부정보를 이용하였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행위는 거래에 참여하는 자로 하여금 가능한 동등한 입장과 동일한 가능성 위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투자자를 보호하고 자본시장의 공정성ㆍ신뢰성 및 건전성을 확립하고자 하는 자본시장법의 입법 취지에 반한다[대법원 1994. 4. 26. 선고 93도695 판결, 헌법재판소 2002. 12. 18. 선고 99헌바105, 2001헌바48(병합)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이러한 입법 취지와 목적 등에 비추어 보더라도, 타인의 개념을 제한적으로 해석할 이유가 없다.
나)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1 등과 위 피고인들로부터 이 사건 정보를 수령한 직접 상대방인 애널리스트 공소외 1 및 피고인 4, 피고인 5, 피고인 6은 수범자에 해당하고, 위 수범자들로부터 정보를 수령하거나 중간에 개입된 직접 정보수령자로부터 정보를 재전달받은 원심판결문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 자산운용사 소속 펀드매니저들은 모두 자본시장법 제174조 제1항에서 규정한 ‘타인’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 부분 공소사실 행위는 자본시장법 제174조 제1항에서 정한 ‘타인에게 미공개중요정보를 이용하게 한 행위’에 해당할 여지가 있으므로, 원심으로서는 피고인 1,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4, 피고인 6이 위 각 정보제공행위를 할 당시 자신의 정보제공행위로 인하여 기관투자자 등 특정 집단이 이 사건 정보를 수령하여 이를 원심공동피고인 4 회사 주식의 매매, 그 밖의 거래에 이용한다는 점을 인식하였는지에 관하여 더 심리한 후 자본시장법 제174조 제1항 위반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한다. 그럼에도 위 규정의 타인이 정보제공자로부터 직접 정보를 수령한 자로 제한된다는 전제에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자본시장법 제174조 제1항에서 정한 ‘타인에게 미공개중요정보를 이용하게 한 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이유는 이유 있다.
2) 피고인 6에 대한 공소사실 중 ◇◇◇◇◇◇◇◇◇◇ 소속 펀드매니저 공소외 4에 대한 정보제공행위로 인한 공소외 5의 매도 부분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 및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와 같이 자본시장법 제174조 제1항및 미공개정보 제공행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잘못 인정한 위법이 없다.
3) 나머지 부분
검사는 상고장을 제출하면서 원심판결 중 피고인 5에 대한 부분을 제외한 전체에 대하여 불복한다는 취지로 기재하였으나, 상고장이나 상고이유서에 원심판결 중 피고인 5를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들의 유죄 부분에 관한 상고이유를 기재하지 않았다.
2. 피고인 4, 피고인 6, 피고인 5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 4에 대한 공소사실 중 △△△△△△△ 소속 펀드매니저 공소외 2에 대한 정보제공행위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 피고인 5에 대한 공소사실 중 □□□□□□소속 펀드매니저 소속 펀드매니저 공소외 6에 대한 정보제공행위로 인한 김경훈의 매도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 피고인 6에 대한 공소사실 중 □□□□□□소속 펀드매니저 소속 펀드매니저 공소외 3에 대한 정보제공행위 및 ◇◇◇◇◇◇◇◇◇◇ 소속 펀드매니저 공소외 4에 대한 정보제공행위로 인한 공소외 5의 매도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모두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와 같이 위 피고인들의 고의, 정보제공행위와 정보이용행위 사이의 인과관계, 자본시장법 제174조 제1항에서 규정한 타인의 범위, 정보수령주체 및 법인, 미공개중요정보의 의미, 생성시기, 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행위, 확장해석 또는 유추해석금지 원칙, 죄형법정주의 원칙, 행위책임과 자기책임원칙, 불고불리의 원칙, 무죄추정의 원칙 및 증거재판주의 원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잘못 인정하는 등의 위법이 없다.
한편 피고인 4, 피고인 5는 상고장을 제출하면서 원심판결 전체에 대하여 불복한다는 취지로 기재하였으나, 원심판결 중 이유무죄 부분에 대해서는 위 피고인들에게 상고권이 없어 이 부분 상고는 부적법하다(대법원 1994. 7. 29. 선고 93도1091 판결, 대법원 2012. 12. 27. 선고 2012도11200 판결 등 참조).
3. 파기의 범위
앞서 본 것과 같은 이유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 1 등에 대한 부분 전부와 피고인 4에 대한 이유무죄 부분 및 피고인 6에 대한 이유무죄 부분 중 □□□□□□소속 펀드매니저 소속 펀드매니저 공소외 3에 대한 정보제공행위의 점은 파기되어야 한다. 그런데 원심판결 중 피고인 4, 피고인 6에 대한 각 유죄 부분은 위 각 이유무죄 부분과 포괄일죄의 관계에 있으므로, 그 역시 위 각 이유무죄 부분과 함께 파기되어야 한다.
4.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피고인 1,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4, 피고인 6에 대한 부분을 전부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피고인 5의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박상옥(주심) 김상환 | 헌법 제12조 제1항, 형법 제1조 제1항,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조, 제174조 제1항, 제443조 제1항 제1호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및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최동식 외 2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20. 2. 19. 선고 2018노2844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피고인의 상고이유보충서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공통되는 증거능력 및 소송조건에 대한 피고인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가. 위법수집증거
1) 공소외 1 외장하드 등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수사기관이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한 2018. 1. 11. 전자파일 형태로 복사해 주는 방식으로 적법하게 압수된 정보의 상세목록을 공소외 1에게 교부하였고 압수수색 절차 종료 이후 압수된 정보를 검찰청에서 분석ㆍ출력하는 과정에서는 공소외 1의 참여권이 문제 될 수 없으며, 피고인이 영장 기재 범죄사실과 관련성이 없다고 주장하는 증거들도 그와 객관적 관련성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위 압수는 위법하지 않고, 이와 같이 적법하게 압수된 증거를 다시 압수하는 과정에서도 피고인이 주장하는 참여권 관련 절차 위반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보아, 공소외 1 외장하드 등에서 압수된 정보와 그에 기초한 증거에 증거능력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와 같이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이 없다.
2) 공소외 2 USB 및 PC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공소외 2는 2018. 2. 5. USB 및 PC에 담긴 전자정보 전체를 범위를 한정하지 않고 임의제출하였고, 위 전자정보는 2018. 1. 12. 압수수색영장에 의해 이미 압수된 것으로 위 압수수색영장에 의한 압수를 할 시점에 압수물 상세목록이 교부되었으므로, 임의제출 시 별도로 상세목록을 교부하지 않았다는 점은 증거의 위법수집 여부에 영향을 미치거나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으며, 공소외 2의 USB에 담긴 전자정보를 청와대 총무비서관실에서 생산ㆍ접수하였다고 볼 증거가 없으므로 위 전자정보를 대통령기록물이라고도 볼 수 없다고 인정하여, 공소외 2 USB 및 PC에 담긴 전자정보와 그에 기초한 증거에 증거능력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와 같이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이 없다.
3) 공소외 3 외장하드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공소외 3은 2018. 3. 12. 범위를 한정하지 않은 채 외장하드에 담긴 전자정보 전체를 임의제출하였고, 그 과정에서 압수물 목록 교부에 관한 절차 규정의 일부 위반이 있다 하더라도 공소외 3이 외장하드에 있는 전자정보 전체를 임의제출하였을 뿐만 아니라 위 절차 조항 위배는 피고인의 법익 침해와 관련성이 적고 공소외 3이 참여권도 포기한 사실 등 판시와 같은 여러 사정에 비추어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인정하여, 공소외 3 외장하드에 담긴 전자정보와 그에 기초한 증거에 증거능력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와 같이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이 없다.
4) ○○빌딩 압수물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2018. 1. 25. 압수수색 당시 압수된 물건들은 영장 기재 범죄사실과 주관적ㆍ객관적 관련성이 인정되므로 위 압수는 위법하지 않고 그 후 별개의 압수수색영장에 의한 압수수색도 적법하다고 보아, 위와 같이 압수된 물건들과 그에 기초한 증거에 증거능력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와 같이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이 없다.
5) 절취 후 제공한 압수물
국민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는 것은 국가기관의 기본적인 의무에 속하고 이는 형사절차에서도 당연히 구현되어야 하지만, 국민의 사생활 영역에 관계된 모든 증거의 제출이 곧바로 금지되는 것으로 볼 수는 없으므로 법원으로서는 효과적인 형사소추 및 형사소송에서 진실발견이라는 공익과 개인의 인격적 이익 등 보호이익을 비교형량하여 그 허용 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0도12244 판결 참조).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공소외 4, 공소외 5가 제공한 압수물인 주식회사 공소외 6(이하 ‘공소외 6 회사’라고 한다) 자료는, 공소외 4, 공소외 5가 폐기 지시를 받아 보관 중이던 것이므로 이미 공소외 6 회사가 위 자료의 소유권을 포기한 상태였거나 이로 인하여 침해되는 법익이 그렇게 크다고 볼 수 없고, 모두 공소외 6 회사의 내부 자료로 영업비밀로 보이지 않아 개인 사생활의 비밀과 같이 공개됨으로써 침해되는 법익이 크다고 볼 수 없으며, 그 외 형사소추에 필요한 증거로서 가지는 중요성 및 위법성 조각가능성 등 판시와 같은 여러 사정에 비추어 증거능력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와 같이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이 없다.
나. 압수물의 동일성ㆍ무결성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공소외 1 외장하드 등, 공소외 2 USB 및 PC, 공소외 3 외장하드의 각 출력물은 동일성ㆍ무결성을 인정할 수 있고, 공소외 4, 공소외 5가 제공한 압수물인 공소외 6 회사 자료는 압수된 정보저장매체 또는 그 출력물이 아닌 문서에 불과하여 동일성ㆍ무결성을 확인하여야 할 증거라고 보기 어렵다거나 증거동의를 하고 증거조사까지 마친 이후에는 관련 주장을 제기하여 증거능력을 부정할 수 없다고 보아, 각 증거능력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와 같이 동일성ㆍ무결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이 없다.
다. 증거동의 취소 또는 철회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이 공소외 2, 공소외 1 진술의 임의성과 신빙성을 부정하였다고 하여 이를 근거로 공소외 2, 공소외 1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에 대한 증거동의를 취소 또는 철회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와 같이 증거동의 취소 또는 철회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이 없다.
한편 피고인은 공소외 1 외장하드 등, 공소외 2 USB 및 PC, 공소외 3 외장하드, ○○빌딩 압수물 등과 관련된 증거물에 대해서도 증거동의를 취소 또는 철회하였다고 주장하나, 이러한 주장은 항소이유서 제출기간 내에 구체적으로 주장하여 항소이유로 삼거나 원심이 직권으로 심판대상으로 삼은 바가 없는 것을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것으로 적법한 상고이유라 할 수 없고, 관련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더라도 원심의 판단에 그와 같은 위법이 없다.
라. 공소외 1, 공소외 2 진술의 임의성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공소외 1, 공소외 2 진술의 임의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와 같이 진술의 임의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이 없다.
마. 공소장일본주의 위반
공소장일본주의의 위배 여부는 공소사실로 기재된 범죄의 유형과 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에 공소장에 첨부 또는 인용된 서류 기타 물건의 내용, 그리고 법령이 요구하는 사항 이외에 공소장에 기재된 사실이 법관 또는 배심원에게 예단을 생기게 하여 법관 또는 배심원이 범죄사실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 장애가 될 수 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당해 사건에서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9. 10. 22. 선고 2009도7436 전원합의체 판결).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대통령기록물법’이라고 한다) 위반 공소사실을 제외한 나머지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이미 서증조사가 완료되어 법원의 심증이 형성되었고, 검사로서는 피고인의 범의나 공모관계, 범행의 동기나 경위 등을 명확히 하기 위하여 구체적인 사정을 적시할 필요가 있었으며, 기초 사실에 구성요건 사실을 기재하는 것이 금지되는 것은 아니고, 검사는 구성요건과 관련된 문서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적시하기 위하여 문서의 제목과 일부 내용을 공소장에 기재한 것이라고 인정하여, 이 부분 공소장 기재에 일부 부적절한 점이 있으나 법원이 범죄사실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 장애가 될 수 있을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와 같이 공소장일본주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바. 공소시효 정지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여, 재직 중인 대통령에 대한 공소권행사의 헌법상 장애사유를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은 비록 대통령으로 재직하는 기간 동안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제외한 범죄에 대하여 공소시효가 정지된다고 명시하여 규정하지는 않았으나 공소시효의 진행에 대한 소극적 요건을 규정한 것이므로, 공소시효의 정지에 관한 규정이라고 보아야 한다(헌법재판소 1995. 1. 20. 선고 94헌마246 전원재판부 결정, 헌법재판소 1998. 6. 25. 선고 95헌마100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이 사건에서 각 범죄의 공소시효가 피고인이 대통령으로 취임한 2008. 2. 25.경 정지되었다가 피고인의 퇴임일인 2013. 2. 24.경부터 다시 진행된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위 법리를 따른 것으로 정당하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와 같이 공소시효 정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사. 피의사실 공표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의 피의사실이 공표되었다거나 검사 등이 범한 피의사실공표죄의 대상이 되는 피의사실에 대하여 이 사건 공소가 제기되었다고 볼 수 없고, 설령 그러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을 기초로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 경우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와 같이 피의사실 공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이 없다.
2. 공소외 6 회사 횡령에 대한 상고이유에 관하여
가. 공소외 6 회사의 실소유자에 대한 피고인의 상고이유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이 공소외 6 회사의 설립 과정에 적극적으로 관여하였고, 공소외 6 회사의 유상증자 자금 출처인 △△동 토지의 실소유자도 피고인이었으며, 피고인과 그 아들인 공소외 7이 공소외 6 회사의 주요 경영권을 행사하고 피고인의 아들 공소외 7에게로 경영권 승계 작업이 이루어졌고, 그 외 공소외 6 회사 주식의 처분ㆍ수익권자, 공소외 6 회사 자금의 사용 내역 등 판시와 같은 여러 사정에 비추어 피고인이 공소외 6 회사의 실소유자라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와 같이 증명 정도, 진술의 신빙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이 없다.
나. 공소외 6 회사 비자금 조성 횡령
1) 피고인의 상고이유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의 지시에 따라 공소외 8, 공소외 9가 공소외 6 회사 자금으로 비자금을 조성하여 공소외 10에게 전달하였고 이와 같이 전달된 비자금이 자금세탁되어 피고인을 위해 사용되었다고 보아, 피고인이 공소외 8, 공소외 9 등과 공모하여 공소외 6 회사 자금 24,188,926,949원을 횡령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와 같이 공범의 성립, 진술증거의 증거능력과 증명력, 횡령죄의 성립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이 없다.
2) 검사의 상고이유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추가로 9,718,648,938원의 비자금을 조성하여 횡령하였다는 사실에 대한 증명이 부족하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 중 위 금액에 해당하는 부분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와 같이 증명 정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이 없다.
다. 허위급여 지급 횡령, 승용차 구입 횡령, 법인카드 사용 횡령에 대한 피고인의 상고이유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의 지시에 따라 공소외 8 등이, 공소외 6 회사 자금에서 피고인의 선거운동원 등으로 활동한 공소외 11 등 7명에게 합계 434,227,847원을 허위급여로 지급하고, 공소외 6 회사 자금으로 승용차의 대금 53,950,000원을 지급한 후 피고인 명의로 위 승용차를 등록하여 피고인에게 인도하였으며, 공소외 6 회사 법인카드를 피고인에게 전달하여 피고인 등이 571,510,604원을 사용하고 그 대금을 공소외 6 회사 자금으로 납부하게 하였다고 보아, 피고인이 공소외 8 등과 공모하여 위 각 공소외 6 회사 자금을 횡령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와 같이 진술증거의 증명력, 횡령죄의 성립,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적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이 없다.
라. 죄수에 대한 피고인의 상고이유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위 각 횡령 범행의 피해자는 공소외 6 회사로 동일하고 그 피해법익은 공소외 6 회사의 재산권으로 단일하며, 공소외 8이 피고인의 개괄적인 지시에 맞추어 구체적ㆍ개별적으로 공소외 6 회사 자금을 횡령하는 범행을 한 것으로 각 횡령 범행방식이 동일하고, 범의의 단일성 및 계속성도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아, 위 각 횡령 범행이 모두 포괄일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와 같이 포괄일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3. 공소외 6 회사 법인세 포탈에 대한 검사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익금의 확정이란 과세대상 소득이 실현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정도로 성숙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서(대법원 2005. 5. 26. 선고 2003두797 판결 참조), 법인세법상 어떠한 채권이 발생하였을 경우 이를 익금에 산입할 것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그 채권의 행사에 법률상 제한이 없다면 일단 권리가 확정된 것으로서 당해 사업연도의 익금으로 산입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5. 5. 13. 선고 2004두3328 판결 참조).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공소외 6 회사가 손해 및 가해자를 알았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공소외 12의 공소외 6 회사 자금 횡령 범행이 있던 2002년부터 2007년까지 그 횡령 범행이 속한 각 사업연도마다 손해배상채권을 취득하였으므로 공소외 12의 횡령금액 상당액은 위 각 사업연도마다 공소외 6 회사의 과세소득에 포함되었다고 인정하여 공소외 6 회사가 2008년에 회수한 위 횡령금액 약 120억 원을 2008사업연도의 익금으로 산입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법인세 포탈이 되지 아니한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그리고 원심은 이러한 판단을 전제로 그와 포괄일죄 관계에 있는 외환차손 과다 계상을 통한 법인세 포탈로 인한 조세범 처벌법 위반 공소사실에 대하여는 국세청장 등의 고발이 없었다고 보아, 공소를 기각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와 같이 법인세법상 권리의무확정주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4. 직권남용에 대한 검사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직권남용’이란 공무원이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그 권한을 위법ㆍ부당하게 행사하는 것을 뜻하고, 공무원이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지 않는 행위를 하는 경우인 지위를 이용한 불법행위와는 구별된다. 어떠한 직무가 공무원의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이라고 하기 위해서는 그에 관한 법령상 근거가 필요하다. 법령상 근거는 반드시 명문의 규정만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명문의 규정이 없더라도 법령과 제도를 종합적, 실질적으로 살펴보아 그것이 해당 공무원의 직무권한에 속한다고 해석되고, 이것이 남용된 경우 상대방으로 하여금 사실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를 방해하기에 충분한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직권남용죄에서 말하는 일반적 직무권한에 포함된다(대법원 2019. 8. 29. 선고 2018도14303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한편 공무원이 자신의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실무 담당자로 하여금 그 직무집행을 보조하는 사실행위를 하도록 하더라도 이는 공무원 자신의 직무집행으로 귀결될 뿐이므로 원칙적으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서 말하는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으나, 직무집행의 기준과 절차가 법령에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고 실무 담당자에게도 직무집행의 기준을 적용하고 절차에 관여할 고유한 권한과 역할이 부여되어 있다면 실무 담당자로 하여금 그러한 기준과 절차에 위반하여 직무집행을 보조하게 한 경우에는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대법원 2011. 2. 10. 선고 2010도13766 판결 참조).
원심은, 피고인의 공소외 6 회사 미국소송 지원 및 공소외 10 재산 상속 관련 지시는 사적 업무에 대한 지시에 불과하고, 피고인이 국정현안 관리 업무에 대한 일반적 직무권한을 행사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정황도 없는 등 판시와 같은 여러 사정에 비추어 이러한 지시는 대통령의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지 않고, 나아가 피고인이 공소외 2 등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였다고 인정하기도 어렵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모두 무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와 같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일반적 직무권한,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이 없다.
5. □□그룹 뇌물에 대한 상고이유에 관하여
가. 사전수뢰에 대한 검사의 상고이유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이 2007. 10.경 청탁을 받았다는 증명이 부족하고, 피고인이 공무원이 된 후에 받은 청탁 등이 공무원이 되기 전으로 소급하여 사전수뢰죄가 성립하지는 않는다고 보아, 이 부분 주위적, 제1예비적 각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와 같이 사전수뢰죄의 청탁의 개념, 수수자의 사후인식과 용인 의사에 따른 뇌물수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이 없다.
나. 단순수뢰
1) 피고인의 상고이유
가) 공소외 13 회사에서 공소외 14 회사의 계좌로 돈을 직접 송금하는 방식(이하 ‘제1방식’이라고 한다) 관련 부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은 제1방식으로 공소외 14 회사의 법률용역을 이용할 기회와 권리를 뇌물로서 제공받았고, 늦어도 2008. 4.경에는 제1방식의 뇌물수수에 관한 인식과 승낙을 하였다고 보아, 피고인이 미화 합계 4,250,000달러(한화 5,077,587,500원) 상당 재산상 이익을 뇌물로 수수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와 같이 뇌물죄의 의사합치, 영득의사, 뇌물액수 산정, 성립시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이 없다.
나) 공소외 6 회사 미국소송 사건을 수행하는 공소외 14 회사 LA 사무소에서 보낸 청구서에 기재된 금액을 공소외 13 회사 미국법인에서 지급하는 방식(이하 ‘제2방식’이라고 한다) 관련 부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공소외 6 회사가 제2방식으로 법률용역에 상응하는 돈을 제공받았고, 늦어도 2009. 10. 27.경에는 피고인이 공소외 6 회사의 뇌물수수에 관하여 인식과 승낙을 하는 한편 피고인과 □□그룹 측이 청탁의 대상이 되는 직무집행의 내용과 공소외 6 회사에 제공되는 금품이 직무집행에 대한 대가라는 점에 대하여 공통의 인식이나 양해가 있었다고 보아, 피고인이 직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인 공소외 6 회사로 하여금 미화 합계 3,314,936.83달러(한화 3,829,453,343원)를 수수하게 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와 같이 뇌물죄의 의사합치, 부정한 청탁, 재전문진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이 없다.
2) 검사의 상고이유
가) 주위적 공소사실 부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이 제1, 2방식에 따른 돈을 직접 수수한 것은 아니라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와 같이 뇌물수수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이 없다.
나) 제1예비적 공소사실 부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이 2008. 2. 28., 2008. 3. 28. 제1방식의 뇌물수수에 관한 인식과 승낙을 하였다거나 2008. 4.경 그전까지 제1방식으로 제공된 뇌물을 수수하기로 승인하였다는 점에 관한 증명이 부족하고, 제2방식으로 뇌물을 제공받은 상대방은 공소외 6 회사인데 공소외 6 회사가 뇌물을 받은 것을 사회통념상 피고인이 직접 받은 것과 같이 보기는 어렵다고 인정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 중 제1방식에 의한 미화 합계 250,000달러(한화 232,250,000원), 제2방식에 의한 미화 합계 5,280,594.56달러(한화 6,268,969,819원)에 해당하는 부분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와 같이 직접 뇌물수수와 제3자뇌물수수의 구분과 판단 기준, 수수자의 사후인식과 용인 의사에 따른 뇌물수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이 없다.
다) 제2예비적 공소사실 부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공소외 6 회사가 2008. 2. 28., 2008. 3. 28. 제1방식으로 돈을 수수하였다거나 피고인이 2008. 4.경까지 공소외 6 회사가 □□그룹 측으로부터 제1방식으로 뇌물을 수수하는 것을 승인하였다는 점에 관한 증명이 부족하고, 피고인이 2009. 10. 27.경 이전에 제2방식의 뇌물수수에 관하여 인식과 승낙을 하고 사후에 그전까지 제공된 뇌물을 수수하기로 승인하였다는 증명도 부족하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 중 제1방식에 의한 미화 합계 250,000달러(한화 232,250,000원), 제2방식에 의한 미화 합계 1,965,657.73달러(한화 2,439,516,475원)에 해당하는 부분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와 같이 수수자의 사후인식과 용인 의사에 따른 뇌물수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이 없다.
6.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이라고 한다) 자금 수수로 인한 국고손실 및 뇌물수수에 대한 상고이유에 관하여
가. 공소외 15 국정원 자금 2억 원 1차 수수로 인한 국고손실 및 뇌물수수에 대한 검사의 상고이유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이 2008. 3. 하순경 내지 2008. 5.경 공소외 15로부터 국정원 자금 2억 원을 전달받았다는 증명이 부족하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모두 무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와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이 없다.
나. 공소외 15 국정원 자금 2억 원 2차 수수 및 공소외 16 국정원 자금 2억 원 수수로 인한 각 국고손실
1) 피고인의 상고이유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공소외 15가 2008. 4. 내지 5월경, 공소외 16이 2010. 7. 내지 8월경 각 피고인의 요청에 따라 국정원장 특별사업비를 2억 원씩 교부하였고, 공소외 16의 국고손실 인식도 인정된다고 보아, 피고인이 공소외 15 또는 공소외 16 등과 순차 공모하여 국고인 국정원 자금 합계 4억 원을 손실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와 같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국고등손실)죄의 구성요건 해석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고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피고인의 방어권을 침해한 위법이 없다.
2) 검사의 상고이유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횡령으로 인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국고등손실)죄는 회계관계직원이라는 지위에 따라 형법상 횡령죄 또는 업무상횡령죄에 대한 가중처벌을 규정한 것으로서 신분관계로 인한 형의 경중이 있는 것이고, 피고인에게는 회계관계직원 또는 국정원장 특별사업비의 업무상 보관자라는 신분이 없다고 보아, 피고인은 형법 제355조 제1항의 횡령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된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와 같이 과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다. 공소외 15 국정원 자금 2억 원 2차 수수와 공소외 16 국정원 자금 2억 원 수수로 인한 뇌물수수에 대한 검사의 상고이유
횡령 범행으로 취득한 돈을 공범자끼리 수수한 행위가 공동정범들 사이의 범행에 의하여 취득한 돈을 공모에 따라 내부적으로 분배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면 별도로 그 돈의 수수행위에 관하여 뇌물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그와 같이 수수한 돈의 성격을 뇌물로 볼 것인지 횡령금의 분배로 볼 것인지 여부는 돈을 공여하고 수수한 당사자들의 의사, 수수된 돈의 액수, 횡령 범행과 수수행위의 시간적 간격, 수수한 돈이 횡령한 그 돈인지 여부, 수수한 장소와 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객관적으로 평가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9. 11. 28. 선고 2019도11766 판결 등 참조).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은 자신이 적극적으로 가담하여 이루어진 횡령 범행 과정에서 공소외 15, 공소외 16 등이 취득한 돈을 공모의 내용에 따라 내부적으로 분배받은 것에 불과하므로, 피고인이 교부받은 이 부분 국정원 자금을 뇌물로 보기 어렵고 피고인에게 뇌물에 관한 고의가 있었다고 하기도 어렵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모두 무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와 같이 뇌물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이 없다.
라. 공소외 16 국정원 자금 미화 10만 달러 수수로 인한 뇌물수수에 대한 피고인의 상고이유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은 2011. 9. 내지 10월경 뇌물성을 인식한 상태에서 공소외 16으로부터 국정원 자금 미화 10만 달러를 뇌물로 수수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와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이 없다.
7. 공소외 17 뇌물 및 정치자금법 위반에 대한 상고이유에 관하여
가. 공소외 18 회사 회장 선임 관련 뇌물
1) 피고인의 상고이유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은 대통령 취임 전인 2008. 1. 23. 배우자 공소외 20을 통하여 공소외 17로부터 금융기관장 선임 등에 관한 청탁과 함께 1,230만 원 상당의 의류를 수수하고 대통령 취임 후 직무관련성이 인정되는 공소외 18 회사 회장 선임 등에 관여하여 2008. 6. 27. 공소외 17을 공소외 18 회사 회장으로 선임되게 하였다고 보아, 피고인이 담당할 직무에 관한 청탁을 받고 1,230만 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한 후 부정한 행위를 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와 같이 뇌물죄의 직무관련성, 부정한 처사, 증명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이 없다.
2) 검사의 상고이유
가) 제1심판결 별지 3 범죄일람표(이하 ‘이 사건 범죄일람표’라고 한다) 순번 1 내지 8 부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은 2007. 8. 20. ◇◇◇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승리한 이후부터 2008. 2. 25. 대통령으로 취임하기 이전까지의 기간 동안 대통령이 될 자의 지위에 있었으므로 피고인이 그 이전에 이 사건 범죄일람표 순번 1 내지 4 기재와 같이 돈을 수수하였다 하더라도 대통령이 될 자의 지위에서 이를 수수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피고인이 위 범죄일람표 순번 5 내지 8 기재와 같이 공소외 17로부터 청탁을 받고 돈을 수수하였다거나 피고인에게 사전수뢰의 고의가 있었다는 점에 관한 증명이 부족하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모두 무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와 같이 사전수뢰죄의 주체, 청탁의 존재 및 인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이 없다.
나) 이 사건 범죄일람표 순번 10 부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이 공소외 19와 공모하여 3억 원을 수수하였다거나 피고인이 금품 수수의 주체라는 점에 관한 증명이 부족하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와 같이 공모공동정범과 공모관계 이탈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이 없다.
나. 정치자금법 위반에 대한 검사의 상고이유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이 이 사건 범죄일람표 순번 9 기재와 같이 수수한 합계 1,230만 원 상당의 양복 7벌, 코트 1벌은 정치자금에 해당하지 않고, 피고인이 공소외 19와 공모하여 위 범죄일람표 순번 10 기재와 같이 3억 원을 수수하였다거나 피고인이 금품 수수의 주체라는 점에 관한 증명이 부족하다고 보아, 위 부분 공소사실을 모두 무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전제에서 원심은 위 범죄일람표 순번 1 내지 8 기재 정치자금법 위반 공소사실에 대한 공소시효는 이 사건 공소가 제기되기 이전에 이미 완성되었다고 보아, 면소를 선고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와 같이 정치자금의 개념과 범위, 공모공동정범과 공모관계 이탈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이 없다.
다. 공소외 18 회사 회장 연임 관련 뇌물
1) 이 사건 범죄일람표 순번 11, 13 기재 뇌물수수에 대한 피고인의 상고이유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이 공소외 20을 통하여 공소외 17로부터 이 사건 범죄일람표 순번 11, 13 기재와 같이 2회에 걸쳐 합계 2억 원을 뇌물로 수수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와 같이 증명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이 없다.
2) 이 사건 범죄일람표 순번 12 기재 뇌물수수에 대한 검사의 상고이유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이 공소외 19와 공모하여 이 사건 범죄일람표 순번 12 기재와 같이 공소외 17로부터 1억 원을 수수하였다는 증명이 부족하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선고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와 같이 공모공동정범의 성립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이 없다.
8. 공소외 21 뇌물 및 정치자금법 위반에 대한 상고이유에 관하여
가. 사전수뢰 후 부정처사에 대한 검사의 상고이유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이 2007년 가을 내지 초겨울경 공소외 22, 공소외 2를 통하여 공소외 21의 인사 청탁을 전달받았다는 점에 관한 증명이 부족하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선고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와 같이 사전수뢰죄의 묵시적 청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이 없다.
나. 단순수뢰 후 부정처사 및 정치자금법 위반에 대한 피고인의 상고이유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이 공소외 2 등과 공모하여, 2007년 가을 내지 초겨울경 공소외 21로부터 정치자금으로 2억 원을 수수하고, 2008. 3.경부터 4월경까지 공소외 21로부터 합계 2억 원을 추가로 수수한 후 그 대가로 직무관련성이 인정되는 ◇◇◇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공천과정에 개입하여 2008. 3. 24. 공소외 21을 ◇◇◇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번으로 추천되게 하였다고 보아, 피고인이 2억 원의 뇌물을 수수한 후 부정한 행위를 하고 법에 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4억 원의 정치자금을 기부받았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와 같이 뇌물죄의 직무관련성, 증명의 정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이 없다.
9. 공소외 23, 공소외 24, 공소외 25 각 뇌물에 대한 검사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공소외 23, 공소외 24, 공소외 25가 각 공소외 2에게 금원을 교부할 당시 피고인에 대한 명시적 또는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는 증명이 부족하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모두 무죄로 선고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와 같이 묵시적 청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이 없다.
10. 대통령기록물법 위반에 대한 검사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검사가 공소장에 나열하거나 인용한 내용은 공소사실 특정 및 피고인의 범행동기를 밝히기 위해 필요한 정도를 넘었을 뿐만 아니라 법관으로 하여금 피고인이 다른 범죄를 저질렀거나 그 범죄에 연루되었을 수도 있다는 예단을 생기게 하고 증거로 채택될지 여부가 불확실한 증거를 공소장에 드러내어 법관으로 하여금 증거채택 등의 절차 없이 그 내용을 지득하게 하여 법관의 실체 파악 및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장애가 될 정도에 이르렀고, 피고인의 변호인으로부터 공소장일본주의 위배에 관한 유효한 이의제기가 있었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를 기각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와 같이 공소장일본주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이 없다.
11.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박상옥(주심) 안철상 김상환 | [1] 헌법 제10조,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308조의2 / [2] 형사소송법 제254조 제1항, 제3항, 형사소송규칙 제118조 제2항 / [3] 헌법 제84조 / [4] 조세범 처벌법 제3조, 법인세법 제40조 제1항 / [5] 형법 제123조 / [6]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 형법 제355조 제1항, 제356조 / [7] 형법 제30조, 제129조 제1항, 제355조 제1항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군검사
【변 호 인】
변호사 이원기
【원심판결】
고등군사법원 2018. 9. 20. 선고 2018노146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에 대한 음행강요·매개·성희롱 등)의 점에 관하여
가.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2017. 10. 8. 피해자 공소외 1(가명, 여, 15세)와 성관계를 하던 중 피해자가 “그만하면 안 되냐. 힘들다. 그만하자.”라고 하였음에도 계속하여 아동인 피해자를 간음함으로써 성적 학대행위를 하였다는 것이다.
나. 원심은 성적 학대행위 해당 여부 판단에 관한 법리를 원용한 다음 만 15세인 피해자의 경우 일반적으로 미숙하나마 자발적인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연령대로 보이는 점, 군검사 역시 피고인이 피해자와 성관계를 가진 자체에 대하여는 학대행위로 기소하지 아니한 점 등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들어 성적 학대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다. 성적 학대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행위자 및 피해 아동의 의사·성별·연령, 피해 아동이 성적 자기결정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을 정도의 성적 가치관과 판단능력을 갖추었는지 여부, 행위자와 피해 아동의 관계,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인 행위 태양, 그 행위가 피해 아동의 인격 발달과 정신 건강에 미칠 수 있는 영향 등의 구체적인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시대의 건전한 사회통념에 따라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함은(대법원 2015. 7. 9. 선고 2013도7787 판결 등 참조) 원심이 지적한 바와 같다.
라. 그러나 원심이 피해자의 연령과 피고인과의 성관계 등을 이유로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음을 들어 판단한 부분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1) 국가와 사회는 아동·청소년에 대하여 다양한 보호의무를 부담한다. 국가는 청소년의 복지향상을 위한 정책을 실시하고(헌법 제34조 제4항), 초·중등교육을 실시할 의무(교육기본법 제8조)를 부담한다. 사법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여서 친권자는 미성년자를 보호하고 양육하여야 하고(민법 제913조), 미성년자가 법정대리인의 동의 없이 한 법률행위는 원칙적으로 그 사유에 제한 없이 취소할 수 있다(민법 제5조).
법원도 아동·청소년이 피해자인 사건에서 아동·청소년이 특별히 보호되어야 할 대상임을 전제로 판단해 왔다. 대법원은 아동복지법상 아동에 대한 성적 학대행위 해당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아동이 명시적인 반대 의사를 표시하지 아니하였더라도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여 자신을 보호할 능력이 부족한 상황에 기인한 것인지 가려보아야 한다는 취지로 판시하였고(위 대법원 2013도7787 판결 참조), 아동복지법상 아동매매죄에 있어서 설령 아동 자신이 동의하였더라도 유죄가 인정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5. 8. 27. 선고 2015도6480 판결 참조). 아동·청소년이 자신을 대상으로 음란물을 제작하는 데에 동의하였더라도 원칙적으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청소년성보호법’이라 한다)상 아동·청소년이용 음란물 제작죄를 구성한다는 판시(대법원 2015. 2. 12. 선고 2014도11501, 2014전도197 판결 참조)도 같은 취지이다.
이와 같이 아동·청소년을 보호하고자 하는 이유는, 아동·청소년은 사회적·문화적 제약 등으로 아직 온전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인지적·심리적·관계적 자원의 부족으로 타인의 성적 침해 또는 착취행위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어려운 처지에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아동·청소년은 성적 가치관을 형성하고 성 건강을 완성해 가는 과정에 있으므로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적 침해 또는 착취행위는 아동·청소년이 성과 관련한 정신적·신체적 건강을 추구하고 자율적 인격을 형성·발전시키는 데에 심각하고 지속적인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아동·청소년이 외관상 성적 결정 또는 동의로 보이는 언동을 하였다 하더라도, 그것이 타인의 기망이나 왜곡된 신뢰관계의 이용에 의한 것이라면, 이를 아동·청소년의 온전한 성적 자기결정권의 행사에 의한 것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대법원 2020. 8. 27. 선고 2015도9436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2) 한편 성적 자기결정권은 스스로 선택한 인생관 등을 바탕으로 사회공동체 안에서 각자가 독자적으로 성적 관념을 확립하고 이에 따라 사생활의 영역에서 자기 스스로 내린 성적 결정에 따라 자기책임하에 상대방을 선택하고 성관계를 가질 권리로 이해된다(헌법재판소 2002. 10. 31. 선고 99헌바40 등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여기에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성행위를 결정할 권리라는 적극적 측면과 함께 원치 않는 성행위를 거부할 권리라는 소극적 측면이 함께 존재하는데, 위계에 의한 간음죄를 비롯한 강간과 추행의 죄는 소극적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9도3341 판결, 위 대법원 2015도9436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3) 원심으로서는 위와 같은 법리를 기초로 피해자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을 정도의 성적 가치관과 판단능력을 갖추었는지 여부 등을 신중하게 판단하였어야 하는데도,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을 들어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으니 원심의 판단에는 아동복지법 제17조 제2호가 정한 성적 학대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군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2. 청소년성보호법 위반의 점에 관하여
가. 이 부분 공소사실 중 협박에 의한 강간의 점의 요지는, 피고인은 2017. 10. 13. 피해자 공소외 2(가명, 여, 15세)에게 “○○야 넌이제 내평생노예야... 차단하거나 읽씹하는순간바로전국구퍼지는거다...”라고 페이스북 메시지를 보내, 피해자의 가슴, 성기 등 신체 부위가 노출된 사진들을 피해자의 이름과 함께 인터넷에 올리겠다고 협박하여, 매일 피해자로부터 위와 같이 신체 부위가 노출된 사진들을 페이스북과 네이버 라인을 통해 받아낸 다음 이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강간하기로 마음먹고, 2017. 10. 16. “한번만하면 안보내도되”, 2017. 10. 17. “또 화나게하네”, “만나서하면다지워주는거지”, “사진개봉?”, “실패시 진짜 노예되는거야ㅎㅎ”라고 피해자에게 페이스북 메시지를 보내, 성관계를 하지 않으면 위 사진들을 올리고 매일 사진을 보내야 한다고 협박하여 반항하지 못하게 한 후 청소년인 피해자를 강간하려고 하였으나, 피해자 공소외 1(가명)에 대한 범행의 수사가 개시되자 겁을 먹음으로써 미수에 그쳤다는 것이다. 한편 이 부분 공소사실 중 위력에 의한 간음의 점의 요지는 위와 같은 방법으로 협박하여 청소년인 피해자를 간음하려고 하였으나 미수에 그쳤다는 것이다.
나. 원심은 피고인이 2017. 10. 17.경 피해자를 협박할 당시 피해자를 간음할 막연한 생각은 가지고 있었으나 간음행위를 위해 피해자를 만나기로 계획한 2017. 12. 말경까지 상당한 시간적 간격이 있고, 간음행위에 이르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나 의도를 드러내지는 않았으며, 위 협박 이후 다른 협박을 하지는 않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피고인이 위 협박을 간음행위에 사용하려는 고의를 가지고 있었다거나 이러한 협박이 간음행위의 수단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다.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원심판결 이유 및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의하면 다음과 같이 판단된다.
1) 피고인은 페이스북에 피고인 본인 계정과 공소외 3, 공소외 4 등 가공의 인물 명의로 3개의 계정을 만들어 나이 어린 여성들에게 접근하여 대가를 지급하기로 하고 신체 노출 사진 등을 전송받거나 성관계를 제시하면서 그 계정을 각 역할에 맞게 사용하였다. 즉, 공소외 3은 여성들에게 접근하여 노출 사진 등을 전송받은 후 이를 빌미로 성관계를 강요할 때 사용하는 계정, 피고인은 공소외 3의 친구로서 성관계의 대상 역할을 하는 계정, 공소외 4는 공소외 3에게 사진을 전송하고 대가를 받은 적이 있는 여성 역할을 하는 계정으로서 피고인은 3개의 계정을 가지고 1인 3역을 하였는데, 피고인이 이와 같은 복잡하면서 교묘한 방법을 사용한 이유는 상대여성에게 약속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으면서도 기망과 위협을 번갈아 가면서 집요하게 성관계를 요구한 공소외 3이 아닌 피고인을 내세워 상대여성의 경계심을 풀고 용이하게 성관계에 나아가기 위한 것으로 결국 피고인 본인의 성욕을 만족시키는 데에 있다. 따라서 피고인이 위 일련의 과정에서 상대여성에게 한 위협적 언동은 모두 간음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볼 수 있다.
2) 이 사건에서도 피고인은 공소외 3 계정으로 피해자와 연락하여 자신을 위로할 수 있는 사진을 찍어 전송하는 아르바이트를 하라고 접근하여 신체 노출 사진을 받았고, 돈을 보내준다는 이유로 피해자의 주소를 알게 된 것을 기화로 피해자의 사진과 개인정보 등을 인터넷에 올리겠다고 말하여 더욱 노골적으로 신체 노출 사진을 받았다. 그런 다음 피고인은 피고인과의 내기를 내세워 피고인을 유혹하여 성관계를 하라고 하였고, 성관계를 하면 더 이상 사진을 보내지 않아도 되고 사진도 모두 삭제하여 주고 약속한 돈도 주겠다고 하거나 성관계를 하지 않으면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겠다는 취지로 말하였으며, 피해자의 거부에도 같은 요구를 계속하였고, 결국 피해자는 피고인의 요구를 수용하여 피고인 계정으로 연락하게 되었다.
3) 따라서 피해자가 피고인의 협박에 못이겨 피고인의 계정으로 피고인과 접촉하기에 이른 이상 피해자가 성관계를 결심하기만 하면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인의 간음행위를 실행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른 것으로 볼 수 있고, 원심이 들고 있는 시간적 간격이나 위 협박 당시 간음행위에 이르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까지 드러내지 않았다는 사정은 위 협박을 간음행위에 사용하려는 고의 및 위 협박이 간음행위의 수단으로 이루어졌는지 여부 판단에 있어 중요한 요소로 보이지 않는다.
라. 그렇다면 피고인이 피해자를 협박하여 간음행위에 사용하려는 고의가 있었고, 위 협박이 간음행위의 수단으로 이루어졌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그런데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으니 원심의 판단에는 협박에 의한 강간죄 및 위력에 의한 간음죄의 실행의 착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군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나머지 상고에 관하여
군검사는 원심판결 전부에 대하여 상고하였으나, 나머지 부분에 대하여는 상고장이나 상고이유서에 이에 관한 구체적인 불복이유를 기재하지 않았다.
4. 파기의 범위
앞서 본 바와 같이 원심판결 중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에 대한 음행 강요·매개·성희롱 등)의 점, 청소년성보호법 위반의 점에 대한 무죄 판단 부분은 파기되어야 하고,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폭행죄는 위 청소년성보호법 위반의 점과 일죄 관계에 있으므로 원심판결은 전부 파기되어야 한다.
5.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태악(재판장) 김재형 민유숙(주심) 이동원 | [1] 헌법 제34조 제4항, 아동복지법 제17조 제1호, 제2호, 제71조 제1항 제1호, 제1호의2,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1조 제1항, 교육기본법 제8조, 민법 제5조, 제913조 / [2] 헌법 제10조, 아동복지법 제17조 제2호, 제71조 제1항 제1호의2,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7조 제5항, 형법 제297조, 제298조, 제302조 / [3] 구 아동복지법(2017. 10. 24. 법률 제1492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1조 제1항 제1호의2, 아동복지법 제3조 제1호, 제17조 제2호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및 군검사
【변 호 인】
법무법인 동광 담당변호사 민경철 외 2인
【원심판결】
고등군사법원 2020. 3. 10. 선고 2019노359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군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공소사실의 요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청소년성보호법’이라 한다) 위반(위계등간음)의 점의 요지는, 피고인은 2019. 7. 22.부터 같은 달 27일 사이에 피해자 공소외인(여, 16세)을 간음하기로 마음먹고 이미 지급한 15만 원의 대가로 성교행위를 요구하며 피해자에게 “그렇게 12시간도 안돼서 뼈저리게 후회한사람들이 둘 있어요. 찾아가서 만나지않도록 약속지켜요.”, “외국으로 도망하지않은한 내돈 먹고 튀면 큰책임질줄아쇼.”, “알아서 찾아갈게요. 떼먹은거 알아서 몸으로 갚을꺼에요.”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비롯하여 총 16회에 걸쳐 피해자에게 메시지를 보내어 아동ㆍ청소년인 피해자를 간음하기 위해 위력을 행사하였고, 계속하여 2019. 7. 28. 피해자에게 60만 원을 빌려주고 위 15만 원과 합하여 총 75만 원의 채무를 부담하게 한 후 변제를 1회 연체할 때마다 이자 명목으로 2회 성교행위를 하는 내용의 차용증을 작성해 내용을 잘 모르는 피해자의 부지를 이용하여 이름과 주소 및 서명을 기입하게 하고 위 차용증을 근거로 2019. 7. 28.부터 같은 달 30일까지 총 14회에 걸쳐 피해자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어 성교행위를 할 것을 요구하여 아동ㆍ청소년인 피해자를 간음하기 위해 위력을 행사하였으나, 피해자를 만나기 전 2019. 7. 30. 17:50 경찰관에게 체포됨으로써 미수에 그쳤다는 것이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청소년성보호법 제7조 제5항의 위력이라 함은 행위자가 간음의 목적으로 상대방에게 위력을 행사하여 상대방의 자유의사가 제압된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볼 수 있고, 여기에서 상대방의 자유의사가 제압된다는 것은 간음행위 자체에 대한 자유의사가 제압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하며, 위력행사와 간음 사이에 상당한 시간적ㆍ장소적 간격이 있는 경우 피고인의 위력행사가 간음행위의 수단으로써 이루어진 것이라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어야 할 것이라고 전제하였다.
나아가 원심은, 피고인은 성매매 또는 지연이자 명목으로 피해자를 간음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나, 피고인이 피해자를 간음하기 위하여 피해자를 만난 사실은 없고 더욱이 간음을 위한 구체적인 일시ㆍ장소 등을 정하였거나 피해자가 그러한 일시ㆍ장소 등을 정하는데 응한 사실도 없는 것으로 보여,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위력을 행사할 당시 피해자를 간음하는 것에 대한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을 뿐 실제로 간음행위에 이르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나 의도를 드러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보아 피고인의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행위로 인하여 간음행위 자체에 대한 피해자의 자유의사가 제압되었다거나 피고인의 공소사실과 같은 행위가 간음행위의 수단으로써 이루어졌다는 점에 대하여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다.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1) 청소년성보호법 제7조 제5항이 정한 위계에 의한 간음죄는 행위자가 간음의 목적으로 피해자에게 오인, 착각, 부지를 일으키고 피해자의 그러한 심적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의 목적을 달성하였다면 위계와 간음행위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고, 따라서 위계에 의한 간음죄가 성립한다. 왜곡된 성적 결정에 기초하여 성행위를 하였다면 왜곡이 발생한 지점이 성행위 그 자체인지 성행위에 이르게 된 동기인지는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침해가 발생한 것은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하기 어렵다. 피해자가 오인, 착각, 부지에 빠지게 되는 대상은 간음행위 자체일 수도 있고, 간음행위에 이르게 된 동기이거나 간음행위와 결부된 금전적ㆍ비금전적 대가와 같은 요소일 수도 있다. 다만 행위자의 위계적 언동이 존재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위계에 의한 간음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므로 위계적 언동의 내용 중에 피해자가 성행위를 결심하게 된 중요한 동기를 이룰 만한 사정이 포함되어 있어 피해자의 자발적인 성적 자기결정권의 행사가 없었다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이와 같은 인과관계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피해자의 연령 및 행위자와의 관계,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범행 당시와 전후의 상황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20. 8. 27. 선고 2015도9436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청소년성보호법 제7조 제5항이 정한 위력에 의한 간음죄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볼 수 있다(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9도3341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 및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피고인은 이 사건 이전 피해자가 올린 조건만남 메시지를 보고 17세로 알고 있는 피해자에게 연락하여 의사가 합치하면 바로 시간과 장소를 정하는 방법으로 2회 성매수를 하였다.
나)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2회 성매수의 대가로 15만 원을 교부한 뒤 1회 성교행위만을 하였고, 피해자가 나머지 1회 성교행위를 미루고 응하지 않자 2019. 7. 22.부터 같은 달 27일까지 15만 원 전부를 변제할 것을 요구하면서 변제를 대신한 성교행위를 요구하는 공소사실과 같은 트위터 메시지를 보냈다.
다) 피고인은 50만 원을 급하게 빌린다는 피해자가 올린 트위터 메시지를 보고 2019. 7. 28. 60만 원을 추가로 빌려주면서 그 차용증에 2019. 7. 30.부터 매일 6만 원씩 분할변제하기로 하고, 연체에 대한 이자를 2회 성관계로 정하였으며, 그 이후 차용금에 대한 변제를 요구하면서 차용금에 대한 변제 또는 연체를 이유로 성교행위를 요구하는 공소사실과 같은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라) 피해자는 위와 같은 변제 요구나 성교행위 요구는 물론 자신의 집을 알고 있는 피고인이 집 앞 사진까지 찍어 올리고, 계속 통화를 시도하여 무서웠고, 빨리 채무변제를 하고 피고인을 떼어내고 싶었으며, 스스로 경찰에 신고할 생각까지 하였다고 진술한다.
3) 위와 같은 사실 및 위 사실을 통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피해자의 입장에서 성행위를 결심하게 될 중요한 동기에 대하여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만한 위력을 행사하였다고 볼 수 있다.
가)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보낸 메시지에는 채무변제를 대신하거나 채무변제 또는 연체를 이유로 성교행위를 요구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또한 채무변제를 요구하는 것이 많기는 하나 순수하게 채무변제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채무변제와 이를 대신한 성교행위 중에서 선택을 강요하는 것이고, 채무변제 여력이 없는 피해자에게 성교행위를 강요하는 것과 같아 성교행위를 결심하게 할 중요한 동기가 될 수 있다.
나)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성교행위의 시간과 장소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으나 피고인과 피해자는 성매수 당시에도 트위터를 통해 연락하여 서로 의사가 합치하면 곧바로 만날 시간과 장소를 정하였고, 이 사건 당시에도 피해자가 피고인의 요구에 응하면 곧바로 시간과 장소를 정하여 성교행위에 나아갈 수 있었으므로 성교행위를 위한 시간과 장소를 정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범행계획의 구체성이나 피고인의 행위가 성교행위의 수단인지 여부에 있어 중요한 사항으로 보기 어렵다.
라. 그런데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청소년성보호법 위반(위계등간음)의 점에 대하여 무죄로 판단하였으니 원심의 판단에는 위력에 의한 간음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군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2. 피고인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피고인은 원심판결 전부에 대하여 상고하였으나, 상고장이나 상고이유서에 이에 관한 구체적인 불복이유를 기재하지 않았다.
3. 파기의 범위
앞서 본 바와 같이 원심판결 중 청소년성보호법 위반(위계등간음)의 점에 대한 무죄 판단 부분은 파기되어야 하고, 예비적 공소사실인 강요미수의 점 역시 그와 동일체 관계에 있어 함께 파기될 수밖에 없다.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청소년성보호법 위반(성매수등)죄도 위 파기 부분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이 선고되어야 하므로 원심판결은 전부 파기되어야 한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태악(재판장) 김재형 민유숙(주심) 이동원 |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7조 제5항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유한) 바른 담당변호사 박일환 외 1인
【원심판결】
서울남부지법 2020. 6. 23. 선고 2019노2454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소송절차의 법령위반 상고이유에 관하여
가. 항소심에서도 피고인의 출석 없이는 원칙적으로 개정하지 못한다(형사소송법 제370조, 제276조 본문). 다만 피고인이 항소심 공판기일에 출정하지 아니한 때에는 다시 기일을 정하고 피고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다시 정한 기일에도 출정하지 아니한 때에는 피고인의 진술 없이 판결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365조). 위 규정에 따라 항소심 공판기일에 2회 불출석한 책임을 피고인에게 귀속시키려면 그가 2회에 걸쳐 적법한 소환을 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공판기일에 출정하지 아니하였어야 한다(대법원 1988. 12. 27. 선고 88도419 판결, 대법원 2008. 6. 26. 선고 2008도2876 판결 등 참조).
나. 원심 재판의 진행 경과는 다음과 같다. 피고인이 출석하여 진행된 원심 제1회 공판기일에서 원심법원은 심리를 종결하고 판결선고를 위한 제2회 공판기일을 2020. 5. 19. 오후 2시로 지정하였다. 피고인은 지정된 제2회 공판기일인 2020. 5. 19.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검사를 받을 예정으로 출석하지 못한다는 취지의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채 출석하지 아니하였고, 원심은 제3회 공판기일을 3주 후로 지정하였다가 피고인의 선고기일 연기 신청을 받아들여 다시 2주 후로 변경하였다. 피고인은 위 변경명령을 송달받고도 지정된 제3회 공판기일에 출석하지 아니하였고, 원심은 피고인의 출석 없이 공판기일을 개정하여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다. 피고인은 상고이유로, 원심 제2회 공판기일 오전 10시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검사를 받았고, 병원으로부터 같은 날 저녁 7시까지 모든 사람과의 접촉을 차단하고 격리하여 있을 것을 지시받았으므로, 피고인이 제2회 공판기일에 불출석한 것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검사 및 이로 인한 병원의 지시, 법원의 권고 의견 때문이었음에도, 원심이 제3회 공판기일에 피고인의 출석 없이 선고한 것은 형사소송법 제365조를 위반한 잘못이 있다고 주장한다.
라.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1) 피고인은 제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으나, 법정구속되지 않은 상태에서 항소하면서 사실오인과 양형부당을 항소이유로 주장하였고, 사실오인 주장은 제1심에서의 주장과 같은 취지였다. 피고인은 제1회 공판기일이 지정되자 합의를 위해 기일연기신청을 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선고를 위한 제2회 공판기일 전날에도 같은 이유로 기일연기신청을 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편 당시까지 피해회복이나 피해자와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양형조건의 변화가 없는 상황이었다.
2)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은 2020. 5. 19. 오전 불출석 사유신고서를 제출하였으나, 5주 후에 진행된 제3회 공판기일까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검사 결과 및 후속조치에 관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고, 확진자와의 밀접접촉 여부 등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감염을 의심할 만한 사정에 대해 밝히지도 않았다.
3) 피고인은 원심의 항소기각 판결에 대하여 상고하면서 상고이유서에 비로소 2020. 5. 19.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검사 결과 등에 관한 자료를 첨부하여 제출하였는데, 위 검사는 피고인이 스스로 비용을 부담하여 한 것으로 보이고, 그 검사 결과 음성으로 판명되었다는 내용이다.
마.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우려를 내세우며 원심 제2회 공판기일에 출석하지 아니한 것은 선고를 늦추기 위한 구실에 불과한 것으로 보일 뿐 정당한 사유를 인정하기 어렵다.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원심의 소송절차에 법령위반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2. 공소사실에 대한 상고이유에 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사기죄에서의 기망행위 및 편취의 범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태악(재판장) 김재형 민유숙(주심) 이동원 | [1] 형사소송법 제365조 / [2] 형사소송법 제365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김윤진
【원심판결】
수원고법 2020. 7. 16. 선고 2020노166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에 제출된 피고인과 변호인의 의견서 등은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이라 한다) 제5조 제3항은 “친족관계인 사람이 사람에 대하여 형법 제299조(준강간, 준강제추행)의 죄를 범한 경우에는 제1항 또는 제2항의 예에 따라 처벌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1항은 “친족관계인 사람이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경우에는 7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같은 조 제4항은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친족의 범위는 4촌 이내의 혈족ㆍ인척과 동거하는 친족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민법 제767조는 “배우자, 혈족 및 인척을 친족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769조는 “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혈족, 배우자의 혈족의 배우자를 인척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같은 법 제771조는 “인척은 배우자의 혈족에 대하여는 배우자의 그 혈족에 대한 촌수에 따르고, 혈족의 배우자에 대하여는 그 혈족에 대한 촌수에 따른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의붓아버지와 의붓딸의 관계는 성폭력처벌법 제5조 제4항이 규정한 4촌 이내의 인척으로서 친족관계에 해당한다.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과 공소외인(피해자의 모친)은 혼인신고를 마친 부부이고, 피해자는 공소외인이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딸인 사실이 인정되므로, 피고인은 피해자에 대하여 성폭력처벌법 제5조 제4항이 규정한 친족(4촌 이내의 인척)에 해당한다. 따라서 피고인이 피해자를 준강간한 행위에 대하여는 성폭력처벌법 제5조 제3항이 적용된다. 원심판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성폭력처벌법 제5조 제3항, 제4항에서 정한 친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2.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성폭력처벌법 위반(친족관계에 의한 준강간)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에 의하면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서만 양형부당을 사유로 한 상고가 허용된다. 피고인에 대하여 그보다 가벼운 형이 선고된 이 사건에서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는 취지의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4.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기택(재판장) 박정화 김선수(주심) 이흥구 |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5조 제1항, 제3항, 제4항, 형법 제299조, 민법 제767조, 제769조, 제771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 참길 담당변호사 박정민
【원심판결】
대구지법 2019. 7. 26. 선고 2019노1085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대구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형법 제228조 제1항이 규정하는 공정증서원본 불실기재죄나 공전자기록 등 불실기재죄는 특별한 신빙성이 인정되는 권리의무에 관한 공문서에 대한 공공의 신용을 보장함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범죄로서 공무원에 대하여 진실에 반하는 허위신고를 하여 공정증서원본 또는 이와 동일한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에 그 증명하는 사항에 관하여 실체관계에 부합하지 아니하는 ‘불실의 사실’을 기재 또는 기록하게 함으로써 성립하고, 여기서 ‘불실의 사실’이라 함은 권리의무관계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 사항이 객관적인 진실에 반하는 것을 말한다(대법원 2013. 1. 24. 선고 2012도12363 판결 참조). 따라서 피고인 소유의 자동차를 타인에게 명의신탁 하기 위한 것이거나 이른바 권리 이전 과정이 생략된 중간생략의 소유권 이전등록이라도 그러한 소유권 이전등록이 실체적 권리관계에 부합하는 유효한 등록이라면 이를 불실의 사실을 기록하게 하였다고 할 수 없다.
2.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이 2016. 2.경 (차량번호 생략) 레조 승용차량(이하 ‘이 사건 승용차’라고 한다)을 인수한 후 2016. 2. 11. 12:00경 경산시청 차량등록사업소 사무실에서 마치 공소외 1이 이 사건 승용차를 인수한 소유자인 것처럼 이전등록 신청서를 작성하여 이전등록 담당 공무원에게 제출하고, 그 사실을 모르는 담당자로 하여금 이 사건 승용차에 관한 소유권 이전등록을 하게 하여 공무원에게 허위사실을 신고하여 공전자기록인 자동차등록전산부에 불실의 사실을 기재하게 하고, 그 무렵 이를 비치하게 하여 불실의 사실이 기재된 공전자기록을 행사하였다고 판단하였다.
3.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가. 피고인은 2016. 2.경 스리랑카 친구인 공소외 2에게서 이 사건 승용차를 증여받았다.
나. 피고인은 불법체류자라서 자신의 이름으로 이전등록을 하기 곤란하자 피고인의 지인인 공소외 1과 사이에서 공소외 1의 이름으로 이 사건 승용차에 관한 이전등록을 하기로 하는 명의신탁약정을 하였다.
다. 피고인, 공소외 2와 공소외 1은 2016. 2. 11. 경산시청 차량등록사업소 사무실에 가서 공소외 2가 공소외 1에게 이 사건 승용차를 양도한다는 내용이 담긴 자동차양도증명서를 첨부한 같은 내용의 이전등록 신청서를 이전등록 담당 공무원에게 제출했다.
라. 이전등록 담당 공무원은 이전등록 신청서의 내용을 자동차등록전산부에 기재했고, 그 무렵부터 자동차등록전산부를 비치하였다.
마. 이 사건 승용차의 자동차등록원부의 사항란에는 ‘명의이전등록, 성명: 공소외 1, 취득일자: 2016. 2. 11. 이전등록구분: 당사자 거래 이전’이란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4. 위와 같은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공소외 1은 이 사건 승용차에 관한 공소외 2와 피고인 사이의 유효한 증여계약, 피고인과 공소외인 사이의 유효한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이른바 중간생략형 명의신탁의 방법으로 유효한 이전등록을 받았다고 볼 여지가 있다. 이러한 경우 원심은 공소외 2, 피고인과 공소외 1 사이에 유효한 중간생략형 명의신탁약정이 있었는지를 심리하여 그 결과에 따라 유죄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함에도 원심이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한 것은 공전자기록 불실기재죄와 불실기재 공전자기록 행사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따라서 원심판결 중 공전자기록 불실기재와 불실기재 공전자기록 행사 부분은 파기되어야 한다. 위 파기부분과 원심판결 중 나머지 유죄 부분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이 선고되어야 하므로 결국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은 전부 파기되어야 한다.
5.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선수(재판장) 이기택(주심) 박정화 이흥구 | 형법 제228조 제1항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조명원
【원심판결】
의정부지법 2017. 10. 23. 선고 2017노2022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가. 우리 헌법 제12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 누구든지 …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ㆍ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여 처벌, 보안처분, 강제노역에 관한 법률주의 및 적법절차원리를 선언하고 있다.
이에 따라 범죄인에 대한 사회 내 처우의 한 유형으로 도입된 사회봉사명령 등에 관하여 구체적인 사항을 정하고 있는 형법 제62조의2 제1항은 “형의 집행을 유예하는 경우에는 보호관찰을 받을 것을 명하거나 사회봉사 또는 수강을 명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나아가「보호관찰 등에 관한 법률」(이하 ‘보호관찰법’이라고 한다) 제59조 제1항은 “법원은 형법 제62조의2에 따른 사회봉사를 명할 때에는 500시간 … 의 범위에서 그 기간을 정하여야 한다. 다만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법률에서 정한 바에 따른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각 규정을 종합하면, 법원이 형의 집행을 유예하는 경우 명할 수 있는 사회봉사는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500시간 내에서 시간 단위로 부과될 수 있는 일 또는 근로활동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대법원 2008. 4. 11. 선고 2007도8373 판결, 대법원 2008. 4. 24. 선고 2007도8116 판결 등 참조).
나. (1) 한편 보호관찰, 사회봉사명령ㆍ수강명령은 당해 대상자의 교화ㆍ개선 및 범죄예방을 위하여 필요하고도 상당한 한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하고, 당해 대상자의 연령ㆍ경력ㆍ심신상태ㆍ가정환경ㆍ교우관계 기타 모든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여 가장 적합한 방법으로 실시되어야 하므로, 법원은 특별준수사항을 부과하는 경우 대상자의 생활력, 심신의 상태, 범죄 또는 비행의 동기, 거주지의 환경 등 대상자의 특성을 고려하여 대상자가 준수할 수 있다고 인정되고 자유를 부당하게 제한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개별화하여 부과하여야 한다는 점, 보호관찰의 기간은 집행을 유예한 기간으로 하고 다만 법원은 유예기간의 범위 내에서 보호관찰기간을 정할 수 있는 반면, 사회봉사명령ㆍ수강명령은 집행유예기간 내에 이를 집행하되 일정한 시간의 범위 내에서 그 기간을 정하여야 하는 점, 보호관찰명령이 보호관찰기간 동안 바른 생활을 영위할 것을 요구하는 추상적 조건의 부과이거나 악행을 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소극적인 부작위조건의 부과인 반면, 사회봉사명령ㆍ수강명령은 특정시간 동안의 적극적인 작위의무를 부과하는 데 그 특징이 있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사회봉사명령ㆍ수강명령 대상자에 대한 특별준수사항은 보호관찰 대상자에 대한 것과 같을 수 없고, 따라서 보호관찰 대상자에 대한 특별준수사항을 사회봉사명령ㆍ수강명령 대상자에게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대법원 2009. 3. 30.자 2008모1116 결정 참조).
(2) 보호관찰법 제32조 제3항은 법원 및 보호관찰 심사위원회가 판결의 선고 또는 결정의 고지를 할 때 보호관찰 대상자에게 “범죄행위로 인한 손해를 회복하기 위하여 노력할 것(제4호)” 등 같은 항 제1호부터 제9호까지 정한 사항과 “그 밖에 보호관찰 대상자의 재범 방지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제10호)”을 특별준수사항으로 따로 과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보호관찰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하 ‘보호관찰법 시행령’이라고 한다) 제19조는 보호관찰 대상자에게 과할 수 있는 특별준수사항을 제1호부터 제7호까지 규정한 데 이어, 제8호에서 “그 밖에 보호관찰 대상자의 생활상태, 심신의 상태, 범죄 또는 비행의 동기, 거주지의 환경 등으로 보아 보호관찰 대상자가 준수할 수 있고 자유를 부당하게 제한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개선ㆍ자립에 도움이 된다고 인정되는 구체적인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나아가 보호관찰법 제62조는 제2항에서 사회봉사명령ㆍ수강명령 대상자가 일반적으로 준수하여야 할 사항을 규정하는 한편, 제3항에서 “법원은 판결의 선고를 할 때 제2항의 준수사항 외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범위에서 본인의 특성 등을 고려하여 특별히 지켜야 할 사항을 따로 과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보호관찰법 시행령 제39조 제1항은 사회봉사명령ㆍ수강명령 대상자에 대한 특별준수사항으로 위 보호관찰법 시행령 제19조를 준용하고 있다.
위 각 규정을 종합하면, 보호관찰법 제32조 제3항이 보호관찰 대상자에게 과할 수 있는 특별준수사항으로 정한 “범죄행위로 인한 손해를 회복하기 위하여 노력할 것(제4호)” 등 같은 항 제1호부터 제9호까지의 사항은 보호관찰 대상자에 한해 부과할 수 있을 뿐, 사회봉사명령ㆍ수강명령 대상자에 대해서는 부과할 수 없다.
2. 원심은, 피고인이 원심공동피고인 2와 공모하여 영리를 목적으로 관할관청의 허가 없이 개발제한구역 내에서 7건의 개발행위를 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대하여「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위반죄의 성립을 인정한 뒤, 피고인에 대하여 징역형의 집행을 유예함과 동시에 12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하면서 “2017년 말까지 이 사건 개발제한행위 위반에 따른 건축물 등을 모두 원상복구할 것”이라는 내용의 특별준수사항(이하 ‘이 사건 특별준수사항’이라고 한다)을 부과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3. 가. 그러나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형법과 보호관찰법 및 보호관찰법 시행령은 시간 단위로 부과될 수 있는 일 또는 근로활동만을 사회봉사명령의 방법으로 정하고 있고, 사회봉사명령에 부수하여 부과할 수 있는 특별준수사항도 사회봉사명령 대상자의 교화ㆍ개선 및 자립을 유도하기 위한 보안처분적인 것만을 규정하고 있을 뿐이며, 사회봉사명령이나 그 특별준수사항으로 범죄에 대한 응보 및 원상회복을 도모하기 위한 것은 허용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법원이 사회봉사명령의 특별준수사항으로 피고인에게 범행에 대한 원상회복을 명하는 것은 법률이 허용하지 아니하는 피고인의 권리와 법익에 대한 제한과 침해에 해당하므로 죄형법정주의 또는 보안처분 법률주의에 위배된다. 이 사건 특별준수사항도 피고인의 범행에 대한 원상회복을 명하는 것이므로 현행법에 의한 사회봉사명령의 특별준수사항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나. 또한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특별준수사항에서 정한 원상복구의 의미, 내용, 기한 등이 구체적이지 않고 불명확하여 집행과정에서 피고인과 집행담당기관 사이에 그에 관한 다툼이 발생할 여지가 크다는 점, 이 사건 특별준수사항이 피고인의 개선ㆍ자립보다는 침해된 법익의 복구에 중점을 두고 있는 점, 2017년 말까지로 종기가 정해져 있는 이 사건 특별준수사항으로 인해 개발제한행위에 대한 행정절차에서 피고인이 불복할 수 있는 권리가 제한되거나 침해되는 점 등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더라도 이 사건 특별준수사항은 피고인의 자유를 부당하고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어서 위법하다.
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와 달리 이 사건 특별준수사항을 부과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사회봉사명령의 특별준수사항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라. 한편 보호관찰법 제32조 제3항 제4호는 보호관찰 대상자에게 과할 수 있는 특별준수사항으로 ‘범죄행위로 인한 손해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정하고 있는데, 이 사건 특별준수사항은 범죄행위로 인한 손해를 회복하기 위하여 노력할 것을 넘어 일정 기간 내에 원상회복할 것을 명하는 것으로서 보호관찰법 제32조 제3항 제4호를 비롯하여 같은 항 제1호부터 제9호까지 정한 보호관찰의 특별준수사항으로도 허용될 수 없음을 밝혀 둔다.
4. 그렇다면 원심판결 중 이 사건 특별준수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사회봉사명령 부분은 그대로 유지될 수 없는데, 피고인에게 선고된 징역형의 집행유예와 사회봉사명령은 서로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므로 사회봉사명령이 위법한 경우 형의 집행유예 부분에 위법이 없더라도 그 부분까지 전부 파기하는 것이 타당하다(대법원 2008. 4. 11. 선고 2007도8373 판결, 대법원 2008. 4. 24. 선고 2007도8116 판결 등 참조).
5.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선수(재판장) 이기택(주심) 박정화 이흥구 | [1] 헌법 제12조 제1항, 형법 제62조의2 제1항, 보호관찰 등에 관한 법률 제59조 제1항 / [2] 형법 제62조의2, 보호관찰 등에 관한 법률 제32조 제3항, 제62조 제2항, 제3항, 보호관찰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9조, 제39조 제1항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고병조 외 1인
【원심판결】
의정부지법 2015. 8. 28. 선고 2014노2790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의료법 제33조 제1항은 “의료인은 이 법에 따른 의료기관을 개설하지 아니하고는 의료업을 할 수 없으며,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외에는 그 의료기관 내에서 의료업을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의료법이 의료인에 대하여 의료기관 내에서 의료업을 영위하도록 한 것은 그렇지 않을 경우 의료의 질 저하와 적정 진료를 받을 환자의 권리 침해 등으로 인해 의료질서가 문란하게 되고 국민의 보건위생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게 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고자 하는 보건의료정책상의 필요성에 의한 것이다(대법원 2011. 4. 14. 선고 2010두26315 판결 참조).
아울러 의료법 제34조 제1항은 “의료인은 제33조 제1항에도 불구하고 컴퓨터ㆍ화상통신 등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여 먼 곳에 있는 의료인에게 의료지식이나 기술을 지원하는 원격의료를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여 의료인이 원격지에서 행하는 의료행위를 의료법 제33조 제1항의 예외로 보는 한편, 이를 의료인 대 의료인의 행위로 제한적으로만 허용하고 있다.
또한 현재의 의료기술 수준 등을 고려할 때 의료인이 전화 등을 통해 원격지에 있는 환자에게 의료행위를 행할 경우, 환자에 근접하여 환자의 상태를 관찰해가며 행하는 일반적인 의료행위와 동일한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기대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환자에 대한 정보 부족 및 의료기관에 설치된 시설 내지 장비의 활용 제약 등으로 말미암아 부적정한 의료행위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고, 그 결과 국민의 보건위생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의료행위는 앞서 본 의료법 제33조 제1항의 목적에 반하고 이는 의료법이 원격의료를 제한적으로만 허용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사정 등을 종합하면, 의료인이 전화 등을 통해 원격지에 있는 환자에게 행하는 의료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의료법 제33조 제1항에 위반되는 행위로 봄이 타당하다. 이는 의료법 제33조 제1항 제2호에서 정한 ‘환자나 환자 보호자의 요청에 따라 진료하는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이 환자의 요청이 있다 하여 전화로 환자를 진료한 것은, 의료법 제33조 제1항 제2호에서 정한 ‘환자나 환자 보호자의 요청에 따라 진료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고 의료법 제33조 제1항을 위반한 행위라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의료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기택(재판장) 박정화 김선수(주심) 이흥구 | 의료법 제33조 제1항, 제34조 제1항, 제90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조준범
【원심판결】
제주지법 2017. 4. 27. 선고 2016노544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제주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1.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업무방해 부분의 요지는, ‘피고인은 2014. 7. 4.경부터 2014. 10. 29.경까지 피해 회사가 사용하기로 한 서비스표(이하 ‘이 사건 서비스표’라고 한다)를 먼저 등록하기로 마음먹고 이 사건 서비스표를 특허청에 등록함으로써 위계로 피해 회사의 업무를 방해하였다.’라는 것이고,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이 이 사건 서비스표를 사용할 의사 없이 특허청 담당공무원의 부지를 이용하여 출원ㆍ등록한 행위는 업무방해죄의 ‘위계’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가. (1) 형법 제314조 제1항에서 정하는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에서 ‘위계’란 행위자가 행위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상대방에게 오인ㆍ착각 또는 부지를 일으키게 하여 이를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대법원 2014. 12. 24. 선고 2013도8734 판결 참조).
(2) 구 상표법(2016. 2. 29. 법률 제1403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상 상표권은 설정등록에 의하여 발생하고(제41조 제1항) 국내에서 상표를 사용하는 자 또는 사용하려는 자는 자기의 상표를 등록받을 수 있으므로(제3조 본문), 실제로 상표를 사용한 사실이 있거나 처음으로 사용하였는지 여부는 상표권 발생의 요건으로 볼 수 없다. 나아가 상표를 사용하려는 의사의 유무는 출원인의 주관적, 내면적인 의사를 중심으로 하되, 출원인의 경력, 지정상품의 특성, 출원인이 다수의 상표를 출원ㆍ등록한 경우에는 지정상품과의 관계 등과 같이 외형적으로 드러나는 사정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이러한 법리는 서비스표에 관하여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나. 제1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알 수 있다.
(1) 피고인은 2011. 2. 28.경부터 2013. 8. 6.경까지 피해 회사의 대표이사 또는 사내이사로 재직하였다.
(2) 피해 회사는 피고인이 사내이사 자리에서 물러난 이후인 2013. 11.경 (상호 생략)라는 상호로 영업하는 공소외 1에게 의뢰하여 피해 회사의 기업 이미지 통합화 작업 및 브랜드 이미지 통합화 작업을 진행하였다.
(3) 피고인은 2014. 7. 4.경부터 2014. 10. 29.경까지 특허청에 이 사건 서비스표를 출원하였는데, 당시 피고인과 피해 회사 및 피해 회사의 전 대표이사인 공소외 2 사이에 민사소송이 진행 중이었다.
다. 위 인정 사실과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이 피해 회사가 사용 중인 서비스표를 피해 회사보다 시간적으로 먼저 등록출원을 하였다거나 피해 회사가 사용 중인 서비스표의 제작에 실제로는 관여하지 않았으면서도 서비스표 등록출원을 하였다는 등의 사정만으로는 피해 회사에 대한 위계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나아가 피고인의 경력, 이 사건 서비스표의 지정서비스업의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국내에서 사용하려는 의사 없이 이 사건 서비스표를 출원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피고인이 특허청 심사관의 거절이유통지나 제3자의 이의신청에 대한 답변을 하는 과정에서 허위의 서류를 제출하는 등 적극적인 기망행위를 하였다는 등의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한 특허청 심사관에게 오인ㆍ착각 또는 부지를 일으킨 뒤 이를 이용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
그런데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업무방해죄에서의 ‘위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3. 한편 원심은 이 부분 업무방해 공소사실과 나머지 공소사실이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다는 이유로 하나의 형을 선고하였으므로, 이 부분 유죄 부분뿐만 아니라 나머지 유죄 부분도 함께 파기되어야 한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재형(재판장) 민유숙 이동원(주심) 노태악 | [1] 형법 제314조 제1항 / [2] 구 상표법(2016. 2. 29. 법률 제1403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현행 제3조 제1항 참조), 제41조 제1항(현행 제82조 제1항 참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법 2015. 12. 17. 선고 2015노3758 판결 및 2015초기3183 위헌심판제청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의료법 제33조 제1항은 “의료인은 이 법에 따른 의료기관을 개설하지 아니하고는 의료업을 할 수 없으며,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외에는 그 의료기관 내에서 의료업을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의료법이 위와 같이 의료인에 대하여 의료기관 내에서 의료업을 영위하도록 정한 것은, 그렇지 아니할 경우 의료의 질 저하와 적정 진료를 받을 환자의 권리 침해 등으로 인하여 의료질서가 문란하게 되고 국민의 보건위생에 심각한 위험이 초래되므로 이를 사전에 방지하고자 하는 보건의료정책상의 필요에 따른 것이다(대법원 2011. 4. 14. 선고 2010두26315 판결 참조).
아울러 의료법 제34조 제1항은 “의료인은 제33조 제1항에도 불구하고 컴퓨터ㆍ화상통신 등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여 먼 곳에 있는 의료인에게 의료지식이나 기술을 지원하는 원격의료를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함으로써 의료법 제33조 제1항의 예외를 인정하면서도 이때 허용되는 의료인의 원격의료행위를 의료인 대 의료인의 행위로 한정하고 있다.
또한 현재의 의료기술 수준 등을 고려할 때 의료인이 전화 등을 통해 원격지에 있는 환자에게 의료행위를 행할 경우, 환자에 근접하여 환자의 상태를 관찰해 가며 행하는 일반적인 의료행위와 반드시 동일한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기대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환자에 대한 정보 부족 및 의료기관에 설치된 시설 내지 장비의 활용 제약 등으로 말미암아 적정하지 아니한 의료행위가 이루어질 수 있고, 그 결과 국민의 보건위생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앞서 본 의료법 제33조 제1항의 목적에 반하는 결과로서 원격진료의 전면적인 허용을 뒷받침할 정도로 제반 사회경제적 여건 및 제도가 완비되지 않은 상태라는 점과 더불어 현행 의료법이 원격의료를 제한적으로만 허용하고 있는 주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사정 등을 종합하면, 의료인이 의료인 대 의료인의 행위를 벗어나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여 원격지에 있는 환자에게 행하는 의료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의료법 제33조 제1항에 위반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이 전화상으로 문진만을 실시하고 한약을 처방하여 배송하는 등 의료행위를 하였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거나 의료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상고이유에서 들고 있는 대법원판결은 이 사건과는 사안을 달리하는 것이어서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아니하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재형(재판장) 민유숙 이동원(주심) 노태악 | 의료법 제33조 제1항, 제34조 제1항, 제90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 여는 담당변호사 권두섭 외 5인
【원심판결】
인천지법 2016. 5. 19. 선고 2015노3122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서면은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한 판단
가. 범죄 후 법률의 변경이 있더라도 형이 중하게 변경되는 경우나 형의 변경이 없는 경우에는 형법 제1조 제1항에 따라 행위시법을 적용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16. 3. 24. 선고 2015도19137 판결 등 참조).
나.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공동퇴거불응 행위 당시 시행되던 구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2014. 12. 30. 법률 제1289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폭력행위처벌법’이라 한다) 제2조 제1항 제1호는 상습적으로 형법 제319조(퇴거불응)의 죄를 범한 자를 처벌하고, 같은 조 제2항은 2인 이상이 공동하여 제1항 각호에 열거된 죄를 범한 때에는 각 형법 본조에 정한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2016. 1. 6. 법률 제13718호로 개정된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에서는 제2조 제1항을 삭제하고, 같은 조 제2항 제1호에서 2명 이상이 공동하여 형법 제319조(퇴거불응)의 죄를 범한 사람은 형법 각 해당 조항에서 정한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한다고 규정하였다. 결국 이러한 개정에도 불구하고 2명 이상이 공동하여 형법 제319조(퇴거불응)의 죄를 범한 사람에 대하여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법정형은 변경되지 않았다.
다. 이러한 사정을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공동퇴거불응의 점에 대하여 행위시법인 구 폭력행위처벌법 제2조 제2항, 제1항 제1호, 형법 제319조 제2항을 적용하여 유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유지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형법 제1조 제1항, 제2항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상고이유 제5점 내지 제7점에 대한 판단
가. 형법상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업무’란 직업 또는 계속적으로 종사하는 사무나 사업으로서 타인의 위법한 행위에 의한 침해로부터 보호할 가치가 있으면 되고, 법률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업무인지 여부는 그 사무가 사실상 평온하게 이루어져 사회적 활동의 기반이 되고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대법원 2001. 9. 14. 선고 2001도3587 판결, 대법원 2007. 7. 26. 선고 2007도3218 판결 등 참조). 또한 업무방해죄의 ‘위력’이란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ㆍ혼란케 할 만한 일체의 세력을 말하고, 유형적이든 무형적이든 묻지 아니하며, 폭행ㆍ협박은 물론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지위와 권세에 의한 압박 등도 이에 포함되고, 현실적으로 피해자의 자유의사가 제압되는 것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9. 9. 10. 선고 2009도5732 판결 등 참조). 업무방해죄의 성립에는 업무방해의 결과가 실제로 발생함을 요하지 않고 업무방해의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발생하면 족하다(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9도8506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를 앞에서 본 법리 및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업무방해의 점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업무, 업무방해죄의 행위 태양인 위력, 업무방해죄의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3. 상고이유 제2점 내지 제4점에 대한 판단
가. 원심은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를 종합하여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인천국제공항은 이용객인 내ㆍ외국인들의 안전과 질서가 무엇보다 중시되는 장소인 점, 구 항공법(2016. 3. 29. 법률 제14116호 항공안전법 부칙 제2조로 폐지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에 의하여 공항시설의 무단점유 등이 금지되어 있고(제106조의2), 인천국제공항을 관리하는 인천국제공항공사는 공항시설의 보안과 안전에 관한 사항에 관하여 국토교통부장관의 지도ㆍ감독을 받는 점(인천국제공항공사법 제16조),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행위의 방법ㆍ규모ㆍ피고인 등이 들고 있던 피켓에 적힌 문구의 내용 등에 비추어 인천국제공항의 이용객들에게 위압감과 불안감을 주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및 인천국제공항공사는 피고인 등과 직접적인 근로계약관계나 근로자파견관계에 있다고 보기 어려워 원칙적으로 제3자의 지위에 있다는 점 등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들어 이 사건 노동조합의 조합활동으로 이루어진 피고인 등의 이 사건 피켓시위 및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시위 중단ㆍ퇴거 요구에 불응한 채 계속해서 시위를 지속한 것은 도급인인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대한 관계에서 위법한 행위라고 판단하였다.
나.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유 설시에 일부 부적절한 점이 있으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결론적으로 정당하다.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노동조합 활동의 정당성,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 사용자 개념, 구 항공법 및 인천국제공항공사법 관련 규정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4.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상환(재판장) 박상옥 안철상(주심) 노정희 | [1] 형법 제1조 제1항 / [2] 형법 제314조 제1항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1 외 1인
【상 고 인】
피고인들
【변 호 인】
변호사 서지원 외 1인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법 2019. 7. 12. 선고 2018노1383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은, 피고인들이 사용한 상표인 ‘’, ‘’이 피해자의 등록상표 ‘’(등록번호 1 생략), ‘’(등록번호 2 생략)(이하 차례로 ‘이 사건 제1, 2 등록상표’라 한다)과 그 표장 및 지정상품이 동일·유사하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상표권 침해로 인한 상표법 위반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판단누락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2. 수 개의 등록상표에 대하여 상표법 제230조의 상표권 침해행위가 계속하여 이루어진 경우에는 등록상표마다 포괄하여 1개의 범죄가 성립한다(대법원 2011. 7. 14. 선고 2009도10759 판결 참조). 그러나 하나의 유사상표 사용행위로 수 개의 등록상표를 동시에 침해하였다면 각각의 상표법 위반죄는 상상적 경합의 관계에 있다.
위 법리에 따르면,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이 사건 제1 등록상표의 침해로 인한 상표법 위반죄와 이 사건 제2 등록상표의 침해로 인한 상표법 위반죄는 각각 포괄일죄의 관계에 있고, 피고인 1은 하나의 유사상표 사용행위로 이 사건 제1 등록상표와 이 사건 제2 등록상표를 동시에 침해하였으므로, 이들 포괄일죄 상호 간에는 형법 제40조의 상상적 경합범 관계에 있다. 따라서 원심이 각 등록상표에 대한 침해행위를 포괄하여 하나의 죄가 성립하는 것으로 본 것은 잘못이다. 그러나 형법 제40조에 따라 각 상표법 위반죄 중 가장 중한 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을 한다고 하더라도, 원심이 정한 처단형과 결과적으로 처단형의 범위에 아무런 차이가 없으므로, 원심의 이러한 죄수 평가의 잘못이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대법원 2003. 2. 28. 선고 2002도7335 판결 참조).
3.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동원(재판장) 김재형(주심) 민유숙 노태악 | [1] 상표법 제230조, 형법 제37조, 제40조 / [2] 상표법 제230조, 제235조 제1호, 형법 제37조, 제40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곽지현
【원심판결】
광주지법 2020. 4. 28. 선고 2020노359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명예훼손 부분
가. 사건 개요 및 쟁점
1) 사건 개요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피해자 공소외 1 집 뒷길에서 피고인의 남편 공소외 2 및 공소외 3이 듣는 가운데 피해자에게 ‘저것이 징역 살다온 전과자다’ 등으로 큰 소리로 말하여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것이다. 피고인은 공연성이 없다고 다투었으나, 원심은 피고인이 큰 소리로 공소사실과 같이 말하였고 피고인의 발언이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공연성을 인정하여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피고인의 상고이유는 공소외 2가 피해자의 전과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고 피고인의 남편이며, 공소외 3이 피해자의 친척이므로 피고인의 발언에 전파가능성이 없어 공연성이 없다는 것이다.
2) 쟁점
이 부분 쟁점은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 대하여 전파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도 명예훼손죄의 공연성을 인정하는 확립된 대법원 판례의 유지 여부이다. 나아가 판례를 유지하더라도 이에 관한 기존의 대법원 판례를 재검토하고, 공연성의 판단 기준이나 적용 범위를 합리적으로 제한할 수 있는 법리를 같이 살펴보기로 한다.
나. 명예훼손죄 규정 및 처벌 필요성
1) 명예훼손죄 규정
명예란 각 사람이 인간의 존엄과 사회적 생활의 기초 위에서 누려야 할 인격적 가치를 말하고, 이는 인간의 품위를 유지시켜 주고 타인과의 관계를 형성해 나갈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한다. 명예에 관한 죄의 보호법익으로서 명예란 사람의 인격에 관해 타인들에게서 주어지는 사회적 평가를 말하는데(대법원 1988. 9. 27. 선고 88도1008 판결 등 참조), 이러한 인격적 가치로서의 명예를 형사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형법 외에도 다양한 특별법에서 이에 대한 침해를 규율하되, 각 규정은 명예훼손의 행위 태양으로서 다음과 같이 공연성을 요구하고 있다.
형법 제307조 제1항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이라 한다) 제70조 제1항은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를, 공직선거법 제251조는 ‘당선되거나 되게 할 목적으로 또는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연설·선전문서 등 기타의 방법으로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후보자를 비방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더하여 형법 제307조 제2항은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를, 형법 제308조는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자의 명예를 훼손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여 공연성을 구성요건으로 한다. 반면 형법 제309조는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신문, 잡지 또는 라디오 기타 출판물에 의하여 제307조 제1항, 제2항의 죄를 범한 자’라고 규정하여 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의 경우에는 사실적시 행위에 공연성이 필요하지 아니하다.
정보통신망법은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개를 목적으로 제공된 정보로 명예훼손이 된 경우 해당 정보를 처리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그 정보의 삭제 등을 요청할 수 있고,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삭제 등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하였으며(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 제1항, 제2항), 불법정보 유통을 금지하는 규정을 신설하면서 ‘비방 목적으로 공공연하게 사실 또는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명예훼손하는 내용의 정보’의 유통을 금지하고(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 제1항 제2호), 그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제한 등 명령을 불이행할 경우 형사처벌하도록 하였다(정보통신망법 제73조 제5호). 공직선거법 규정에 위반된 정보가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게시되거나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전송되는 경우에도 해당 정보의 삭제 등의 조치가 가능하다(공직선거법 제82조의4 제3항, 제4항).
2) 명예훼손 행위에 대한 처벌의 필요성
사실적시 명예훼손죄(형법 제307조 제1항)에 관한 폐지 논의도 있으나,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명예를 훼손하는 방법이나 명예훼손이 이루어지는 공간도 다양해지고 새로워지면서 명예훼손죄는 이제 형법상의 범죄에 머물지 않고 인터넷을 이용한 경우 정보통신망법의 적용을 받으며, 명예훼손 행위의 목적, 수단 및 방법에 따라 특별법을 통해 그에 대한 처벌 범위와 규제가 오히려 더 확대되고 있다. 사회적으로 알려진 사실이 진실이든 진실이 아니든 보호받아야 할 부분이 존재하고, 특히 인격권의 핵심을 이루는 개인 사생활의 본질적 측면에 관한 공개는 그 자체로 개인의 기본권을 중대하게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 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그러한 명예에 대한 침해가 대량으로 발생하고, 건전한 인터넷 문화의 미성숙으로 사생활 폭로, 왜곡된 의혹 제기, 혐오와 증오적 표현 및 편파적 의견으로 인한 개인의 인격권이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로 심각한 침해가 이루어져 자살 등과 같은 부작용이 양산되고 있다. 현재 형벌을 대체할 만한 적절하고 효과적인 수단이 활성화되어 있지 않다. 이러한 점에서 진실한 사실을 적시한 것이든 허위의 사실을 적시한 것이든 명예훼손 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의 필요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다. 명예훼손죄에서 공연성의 의의 및 대법원 판례
1) 공연성의 의의
명예훼손죄의 관련 규정들은 명예에 대한 침해가 ‘공연히’ 또는 ‘공공연하게’ 이루어질 것을 요구하는데, ‘공연히’ 또는 ‘공공연하게’는 사전적으로 ‘세상에서 다 알 만큼 떳떳하게’, ‘숨김이나 거리낌이 없이 그대로 드러나게’라는 뜻이다. 공연성을 행위 태양으로 요구하는 것은 사회에 유포되어 사회적으로 유해한 명예훼손 행위만을 처벌함으로써 개인의 표현의 자유가 지나치게 제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대법원 판례는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으로서 공연성에 관하여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고 밝혀 왔고(대법원 1992. 5. 26. 선고 92도445 판결, 대법원 1996. 7. 12. 선고 96도1007 판결, 대법원 2008. 2. 14. 선고 2007도8155 판결 등 참조), 이는 학계의 일반적인 견해이기도 하다.
2) 공연성에 관한 대법원 판례
대법원은 명예훼손죄의 공연성에 관하여 개별적으로 소수의 사람에게 사실을 적시하였더라도 그 상대방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적시된 사실을 전파할 가능성이 있는 때에는 공연성이 인정된다고 일관되게 판시하여, 이른바 전파가능성 이론은 공연성에 관한 확립된 법리로 정착되었다.
즉, 대법원 1968. 12. 24. 선고 68도1569 판결에서 ‘비밀이 잘 보장되어 외부에 전파될 염려가 없는 경우가 아니면 비록 개별적으로 한 사람에 대하여 사실을 유포하였더라도 연속하여 수인에게 사실을 유포하여 그 유포한 사실이 외부에 전파될 가능성이 있는 이상 공연성이 있다.’고 최초로 판시한 후 대법원 1981. 10. 27. 선고 81도1023 판결에서 ‘비록 개별적으로 한 사람에 대하여 사실을 유포하였다고 하여도 이로부터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면 공연성의 요건을 충족하는 것이나, 이와 반대의 경우라면 특정한 한 사람에 대한 사실의 유포는 공연성을 결여한 것이다.’고 판시하였고, 최근의 대법원 2018. 6. 15. 선고 2018도4200 판결에서도 위 법리가 유지되었다.
이러한 법리는 정보통신망법상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명예훼손이나 공직선거법상 후보자비방죄 등의 공연성 판단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어(대법원 1996. 7. 12. 선고 96도1007 판결, 대법원 2008. 2. 14. 선고 2007도8155 판결 등 참조), 적시한 사실이 허위인지 여부나 특별법상 명예훼손 행위인지 여부에 관계없이 명예훼손 범죄의 공연성에 관한 대법원 판례의 기본적 법리로 적용되어 왔다.
라. 대법원 판례의 법리와 타당성
공연성에 관한 전파가능성 법리는 대법원이 오랜 시간에 걸쳐 발전시켜 온 것으로서 현재에도 여전히 법리적으로나 현실적인 측면에 비추어 타당하므로 유지되어야 한다. 아래에서는 대법원 판례가 전개해 온 전파가능성 법리의 구체적 내용과 기준을 살펴보고, 그에 따라 대법원 판례가 유지되어야 하는 근거를 밝히기로 한다.
전파가능성 법리를 비판하는 견해는 전파가능성 유무를 판단할 객관적 기준이 존재하지 아니하여 구체적 적용에 자의가 개입될 수 있고, 행위자에게 결과만으로 과중한 책임을 인정하여 책임주의에 반한다고 지적한다. 비판의 내용과 논거 자체는 타당하지 않지만, 처벌 범위의 확대를 경계하는 취지에는 공감할 부분이 있다.
대법원 판례와 재판 실무는 이러한 문제 인식을 토대로 전파가능성 법리를 제한 없이 적용할 경우 공연성 요건이 무의미하게 되고 처벌이 확대되게 되어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우려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전파가능성의 구체적·객관적인 적용 기준을 세우고, 피고인의 범의를 엄격히 보거나 적시의 상대방과 피고인 또는 피해자의 관계에 따라 전파가능성을 부정하는 등 판단 기준을 사례별로 유형화하면서 전파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필요함을 전제로 전파가능성 법리를 적용함으로써 공연성을 엄격하게 인정하여 왔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대법원 판례의 법리
가) 전파가능성 및 인식 등에 관한 증명
(1) 검사의 엄격한 증명책임
공연성은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으로서, 특정 소수에 대한 사실적시의 경우 공연성이 부정되는 유력한 사정이 될 수 있으므로, 전파될 가능성에 관하여는 검사의 엄격한 증명이 필요하다(대법원 1997. 2. 14. 선고 96도2234 판결, 대법원 2006. 4. 14. 선고 2004도207 판결 등 참조). 나아가 대법원은 ‘특정의 개인이나 소수인에게 개인적 또는 사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것과 같은 행위는 공연하다고 할 수 없고, 다만 특정의 개인 또는 소수인이라고 하더라도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 또는 유포될 개연성이 있는 경우라면 공연하다고 할 수 있다.’고 판시하여 전파될 가능성에 대한 증명의 정도로 단순히 ‘가능성’이 아닌 ‘개연성’을 요구하였다(대법원 1982. 3. 23. 선고 81도2491 판결, 대법원 1989. 7. 11. 선고 89도886 판결 등 참조).
(2) 전파가능성에 관한 인식과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
대법원은 ‘전파가능성을 이유로 명예훼손죄의 공연성을 인정하는 경우에는 적어도 범죄구성요건의 주관적 요소로서 미필적 고의가 필요하므로 전파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있음은 물론 나아가 그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어야 하고, 행위자가 전파가능성을 용인하고 있었는지 여부는 외부에 나타난 행위의 형태와 상황 등 구체적인 사정을 기초로 일반인이라면 그 전파가능성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를 고려하면서 행위자의 입장에서 그 심리상태를 추인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여(대법원 2004. 4. 9. 선고 2004도340 판결 등 참조), 행위자의 고의를 인정함에 있어 신중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였다.
이에 따라 대법원 2018. 6. 15. 선고 2018도4200 판결은 피고인이 불미스러운 소문의 진위를 확인하고자 하는 질문 중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발언을 한 사안에서 명예훼손의 고의를 부정하였고, 대법원 2020. 1. 30. 선고 2016도21547 판결은 적시의 상대방이 피고인이나 피해자들과 별다른 친분관계가 없더라도 발언의 경위와 내용에 비추어 피고인에게 전파가능성에 대한 인식과 위험을 용인하는 의사가 없었다고 보기도 하였다. 한편 대법원 2001. 4. 10. 선고 2000도5711 판결은 피고인이 경찰서에서 피해자와의 다툼 경위에 관한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에 대한 명예훼손 발언을 한 경우 공연성을 부정한 원심을 수긍하였고, 대법원 1990. 4. 27. 선고 89도1467 판결은 조합장인 피고인이 전 조합장인 피해자의 측근에게 조합운영의 협조를 구하기 위하여 피해자의 불신임사유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발언을 한 경우 공연성을 부인하였다.
이를 종합하면, 친밀하고 사적인 관계뿐만 아니라 공적인 관계에 있어서도 조직 등의 업무와 관련하여 사실의 확인 또는 규명 과정에서 발언하게 된 것이거나, 상대방의 가해에 대하여 대응하는 과정에서 발언하게 된 경우 및 수사·소송 등 공적인 절차에서 그 당사자들 사이에 공방을 하던 중 발언하게 된 경우 등이라면 그 발언자의 전파가능성에 대한 인식과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를 인정하는 것은 신중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명예훼손죄가 사실의 확인 또는 규명, 가해에 대한 대응, 수사·소송 등의 정당한 행위를 막는 봉쇄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 구체적인 판단 기준
공연성의 존부는 발언자와 상대방 또는 피해자 사이의 관계나 지위, 대화를 하게 된 경위와 상황, 사실적시의 내용, 적시의 방법과 장소 등 행위 당시의 객관적 제반 사정에 관하여 심리한 다음, 그로부터 상대방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를 검토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8. 2. 14. 선고 2007도8155 판결 등 참조). 발언 이후 실제 전파되었는지 여부는 전파가능성 유무를 판단하는 고려요소가 될 수 있으나, 발언 후 실제 전파 여부라는 우연한 사정은 공연성 인정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소극적 사정으로만 고려되어야 한다(대법원 1981. 10. 27. 선고 81도1023 판결, 대법원 1998. 9. 8. 선고 98도1949 판결, 대법원 2000. 2. 11. 선고 99도4579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전파가능성 법리에 따르더라도 위와 같은 객관적 기준에 따라 전파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고, 행위자도 발언 당시 공연성 여부를 충분히 예견할 수 있으며, 상대방의 전파의사만으로 전파가능성을 판단하거나 실제 전파되었다는 결과를 가지고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다.
특히 발언 상대방이 발언자나 피해자의 배우자, 친척, 친구 등 사적으로 친밀한 관계에 있는 경우, 직무상 비밀유지의무 또는 이를 처리해야 할 공무원이나 이와 유사한 지위에 있는 경우에는 그러한 관계나 신분으로 인하여 비밀의 보장이 상당히 높은 정도로 기대되는 경우로서 공연성이 부정된다(대법원 1978. 4. 25. 선고 78도473 판결, 대법원 1981. 10. 27. 선고 81도1023 판결, 대법원 1984. 3. 27. 선고 84도86 판결, 대법원 2000. 2. 11. 선고 99도4579 판결, 대법원 2002. 11. 26. 선고 2002도4800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이 발언자와 상대방 및 피해자와 상대방이 특수한 관계에 있는 경우, 상대방이 직무상 특수한 지위 내지 신분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그 상대방에 대한 사실적시 행위에 관하여 공연성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관계나 신분에도 불구하고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수 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존재하여야 한다.
다) 소결론
대법원 판례는 그동안 전파가능성 여부에 관한 구체적 판단 기준을 발전시켜 오면서 한편으로는 특정 소수에 대한 사실적시와 관련하여 다양한 제한 법리를 확립해 왔다. 그 핵심은 개별적인 소수에 대한 발언을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을 이유로 공연성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막연히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만으로 부족하고, 고도의 가능성 내지 개연성이 필요하며, 이에 대한 검사의 엄격한 증명을 요한다는 것이다.
2) 명예를 해할 위험성의 발생과 공연성의 해석
명예훼손죄 규정이 ‘명예를 훼손한’이라고 규정되어 있음에도 이를 침해범이 아니라 추상적 위험범으로 보는 것은 명예훼손이 갖는 행위반가치와 결과반가치의 특수성에 있다. 즉, 명예훼손죄의 보호법익인 명예에 대한 침해가 객관적으로 확인될 수 없고 이를 증명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적시된 사실을 실제 인식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상태에 놓인 것만으로도 명예가 훼손된 것으로 보아야 하고 이를 불능범이나 미수로 평가할 수 없다. 공연성에 관한 위와 같은 해석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가능성의 측면을 말하는 것이고, 죄형법정주의에서 허용되는 해석이며, 그와 같은 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의 필요성이 있다.
추상적 위험범으로서 명예훼손죄는 개인의 명예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진위에 관계없이 보호함을 목적으로 하고, 적시된 사실이 특정인의 사회적 평가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을 정도로 구체성을 띠어야 하나(대법원 1994. 10. 25. 선고 94도1770 판결, 대법원 2000. 2. 25. 선고 98도2188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이 침해할 위험이 발생한 것으로 족하고 침해의 결과를 요구하지 않으므로, 다수의 사람에게 사실을 적시한 경우뿐만 아니라 소수의 사람에게 발언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해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초래한 경우에도 공연히 발언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우리 형사법에서는 공연성을 성립요건으로 규정함으로써, 명예훼손죄의 공연성을 처벌의 가중요건으로 보는 독일 등과 차이가 있으므로, 해석 또한 우리의 형사법 체계에 맞도록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나아가 외국 입법례를 이유로 공연성 요건을 법문과 달리 지나치게 좁게 해석한다면, 표현의 자유를 위해 개인의 인격권을 등한시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특히 인터넷과 각종 정보통신 기술 발달로 인해 개인에 대한 정보와 사생활이 쉽게 노출되고 개인정보의 자기결정권이 상실되는 사례가 빈발하는 현실에서 개인의 사생활 비밀과 관련된 영역은 엄격히 보호되어야 하고,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이를 침범하는 것이 허용되어서는 아니 된다. 개인의 인격권, 사생활 보호와 표현의 자유는 모두 헌법상 보장되는 기본권으로서 서로 긴장관계를 갖고 대립하는 과정에서 각자의 영역 내에서 보호되어야 하는 것이지, 한쪽을 보호하기 위하여 다른 쪽을 희생시킬 수 없다.
3) 의사소통 방법과 구조의 변화에 따른 공연성의 의미와 내용
공연성의 의미는 고정된 것이 아니므로 시대 변화나 정보통신망 발달에 따라 그 개념과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도 인터넷 등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다른 사람의 신분적·사회적 지위나 활동 등을 둘러싸고 근거가 희박한 의혹을 제기하거나 소문을 적시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비록 적시된 사실이 허위사실이 아닌 경우라고 하더라도 그 사실에 기초하여 왜곡된 의혹 제기·편파적 의견 또는 부당한 평가를 추가로 적시하는 방법으로 실제로는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와 다를 바 없거나 적어도 다른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심대하게 훼손하는 경우도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더욱이 명예와 체면을 중시하는 우리 사회의 전통적 가치관의 영향으로, 인터넷 등 정보통신망에서의 명예훼손, 비방 글들로 인하여 사회적 피해가 이미 심각한 상황에 이르고 있다. 따라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경우에도 위와 같은 현재의 명예훼손의 양상과 우리 사회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이러한 명예훼손적인 표현을 규제함으로써 인격권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은 매우 크다[헌법재판소 2016. 2. 25. 선고 2013헌바105, 2015헌바234(병합)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전파가능성 법리는 정보통신망 등 다양한 유형의 명예훼손 처벌규정에서의 공연성 개념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인터넷,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기술 등의 발달과 보편화로 SNS, 이메일, 포털사이트 등 정보통신망을 통해 대부분의 의사표현이나 의사전달이 이루어지고 있고, 그에 따라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명예훼손도 급격히 증가해 가고 있다. 이러한 정보통신망과 정보유통과정은 비대면성, 접근성, 익명성 및 연결성 등을 그 본질적 속성으로 하고 있어서, 정보의 무한 저장, 재생산 및 전달이 용이하여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명예훼손은 ‘행위 상대방’ 범위와 경계가 불분명해지고, 명예훼손 내용을 소수에게만 보냈음에도 행위 자체로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형성하는 경우가 다수 발생하게 된다. 특히 정보통신망에 의한 명예훼손의 경우 행위자가 적시한 정보에 대한 통제가능성을 쉽게 상실하게 되고, 빠른 전파성으로 인하여 피해자의 명예훼손의 침해 정도와 범위가 광범위하게 되어 표현에 대한 반론과 토론을 통한 자정작용이 사실상 무의미한 경우도 적지 아니하다.
따라서 현재의 명예훼손의 방식과 양상을 고려할 때 공연성을 해석함에 있어서도 위와 같은 정보통신망의 특성이 고려되어야 한다. 대법원 판례도 위와 같은 정보통신망의 특성을 고려하여 이를 이용한 명예훼손의 경우 공연성 판단에서 전파가능성 유무를 그 기준으로 적용해 왔다. 즉, 대법원 2009. 11. 12. 선고 2009도9396 판결은 피고인이 직장 상사에게 직장동료인 피해자에 관한 허위내용이 담긴 이메일을 보낸 사안에서 피고인이 이메일을 보낸 경위와 내용 등에 비추어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공연성을 인정한 원심을 수긍하였고, 대법원 2019. 7. 5.자 2019도6916 결정은 피고인이 오피스텔 관리인 후보로 출마한 피해자에 대한 비위사실을 같은 관리인 후보로 출마한 후보자의 지지자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낸 사안에서 분쟁 상황이나 그 상대방의 지위를 고려해 볼 때 상대방이 그 내용을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알릴 수 있다는 점이 충분히 예상된다는 이유로 공연성을 인정한 원심을 수긍하였다. 또한 대법원 2019. 2. 22.자 2019도790 결정은 피고인이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해 피해자에 대한 허위사실을 적시한 사안에서 그 상대방이 페이스북 등에서 상당한 수의 팔로워가 있는 점과 적시 내용 등에 비추어 공연성을 인정한 원심을 수긍하였다. 반면 대법원 2018. 3. 29. 선고 2017도20409 판결은 피고인이 지인에게 피해자에 대한 허위내용이 담긴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낸 사안에서 대화 경위와 이후 사정 등에 비추어 사적 대화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공연성을 부정한 원심을 수긍하였다.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명예훼손 행위에 대하여, 상대방이 직접 인식하여야 한다거나, 특정된 소수의 상대방으로는 공연성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법리를 내세운다면 해결 기준으로 기능하기 어렵게 된다. 오히려 특정 소수에게 전달한 경우에도 그로부터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 대한 전파가능성 여부를 가려 개인의 사회적 평가가 침해될 일반적 위험성이 발생하였는지를 검토하는 것이 실질적인 공연성 판단에 부합되고, 공연성의 범위를 제한하는 구체적인 기준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공연성의 의미는 형법과 정보통신망법 등의 특별법에서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마. 형법 제310조의 위법성조각사유에 대한 새로운 판단 기준
1) 발언 내용에 따른 위법성조각의 확대 필요성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명예훼손죄의 공연성 판단에 있어 판례상 인정되어 온 전파가능성 법리는 유지되어야 한다.
그러나 행위 태양에 따른 공연성 판단 기준과 별도로 ‘발언 내용’에 따른 처벌 여부는 보다 엄격한 기준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 독일 등 외국의 입법례와 달리 우리 형법은 진실한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도 명예훼손죄로 처벌하고 있는데, 타인에 대한 공정한 비판마저 처벌함으로써 건전한 여론 형성이나 민주주의의 균형 잡힌 발전을 가로막는 것이어서는 아니 된다. 유엔인권위원회도 당사국들에 대하여 명예훼손의 비범죄화 내지 제한적 적용을 권고한 바 있다. 따라서 표현의 자유와의 조화를 통한 우리 사회의 건전한 자정작용을 위해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공정한 비판에 해당할 경우 형사처벌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
2) 형법 제310조의 위법성조각사유 인정 범위
형법 제310조는 ‘제307조 제1항의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명예훼손죄의 특수한 위법성조각사유를 규정한 것으로 위와 같은 개인의 명예보호와 표현의 자유를 조화시키려는 데 목적이 있다. 진실성의 증명과 공공의 이익이라는 위법성의 조각 요건을 엄격하게 요구하면 형사제재의 범위는 넓어지고 언론의 자유는 위축된다. 가치 있는 공적인 사안이나 국민이 알아야 할 사안(알 권리)에 대하여 자유로운 비판이나 토론을 하지 못하게 형사처벌로 규율한다면 언론의 자유는 축소되고, 비교형량의 비중은 명예보호 쪽에 치우치게 된다(헌법재판소 1999. 6. 24. 선고 97헌마265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대법원은 위와 같은 취지를 고려하여 형법 제310조를 점진적으로 넓게 인정하여 왔다. 형법 제310조의 문언은 ‘진실한 사실’을 표명한 경우에 한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진실한 사실이 아니거나 진실한 사실이라는 증명이 없더라도 행위자가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까지 포함한다(대법원 1962. 5. 17. 선고 4294형상12 판결, 대법원 1988. 10. 11. 선고 85다카29 판결 등 참조). 진실한 사실이란 그 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볼 때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사실이라는 의미로서 세부에 있어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더라도 무방하다. 또한 형법 제310조의 문언상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 한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법문상 요건을 완화하여 널리 국가·사회 기타 일반 다수인의 이익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특정한 사회집단이나 그 구성원 전체의 관심과 이익에 관한 것도 포함되며, 행위자의 주요한 동기 내지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다른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되어 있더라도 형법 제310조의 적용을 배제할 수 없다(대법원 1998. 10. 9. 선고 97도158 판결, 대법원 2002. 9. 24. 선고 2002도3570 판결 등 참조).
3) ‘공공의 이익’에 관한 새로운 판단 기준
독일 형법 제193조는 “학문적, 예술적, 영업적 능력에 대한 비판, 권리의 행사나 방어 또는 정당한 이익의 행사를 위해 행해진 비판적 의견의 발표, 상관의 부하에 대한 징계와 견책, 공무원의 업무상 고발 또는 비평 및 기타 이에 준하는 경우에는 의견발표의 형식이나 의견발표가 행하여진 정황에 비추어 모욕이 인정된 때에 한하여 처벌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조항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 아니더라도 침해자의 침해행위가 정당한 이익의 옹호와 관련되어 있을 때에는 명예훼손죄 등을 가벌성이 없는 것으로 규정하여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
위와 같은 입법례나 유엔인권위원회의 권고 및 표현의 자유와의 조화를 고려하면, 진실한 사실의 적시의 경우에는 형법 제310조의 ‘공공의 이익’도 보다 더 넓게 인정되어야 한다. 특히 공공의 이익관련성 개념이 시대에 따라 변화하고 공공의 관심사 역시 상황에 따라 쉴 새 없이 바뀌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공적인 인물, 제도 및 정책 등에 관한 것만을 공공의 이익관련성으로 한정할 것은 아니다.
따라서 사실적시의 내용이 사회 일반의 일부 이익에만 관련된 사항이라도 다른 일반인과의 공동생활에 관계된 사항이라면 공익성을 지닌다고 할 것이고, 이에 나아가 개인에 관한 사항이더라도 그것이 공공의 이익과 관련되어 있고 사회적인 관심을 획득한 경우라면 직접적으로 국가·사회 일반의 이익이나 특정한 사회집단에 관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형법 제310조의 적용을 배제할 것은 아니다. 사인이라도 그가 관계하는 사회적 활동의 성질과 사회에 미칠 영향을 헤아려 공공의 이익에 관련되는지 판단하여야 한다.
바. 사안에 관한 판단
1)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을 알 수 있다.
가) 피고인과 피해자는 이웃 주민으로 여러 가지 문제로 갈등관계에 있었고, 이 사건 당일에도 피고인은 피해자의 집 뒷길에서 피해자와 말다툼을 하는 과정에서 공소사실과 같은 발언을 하게 되었다.
나) 피고인의 남편인 공소외 2와 피해자의 처인 공소외 4는 피고인과 피해자가 큰 소리로 다투는 소리를 듣고 각자의 집에서 나오게 되었는데, 피해자와 공소외 4는 ‘피고인이 전과자라고 크게 소리쳤고, 이를 공소외 3 외에도 마을 사람들이 들었다’는 취지로 일관되게 진술하였다.
다) 피고인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 앞에서도 ‘피해자는 아주 질이 나쁜 전과자’라고 큰 소리로 수회 소리치기도 하였다.
라) 피해자가 사는 곳은 피해자, 공소외 3과 같은 성씨를 가진 집성촌으로 피해자에게 전과가 있음에도 공소외 3은 ‘피고인으로부터 피해자가 전과자라는 사실을 처음 들었다’고 진술하여 피해자와 가까운 사이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2)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공소외 3과 피해자의 친분 정도나 적시된 사실이 피해자의 공개하기 꺼려지는 개인사에 관한 것으로 주변에 회자될 가능성이 큰 내용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공소외 3이 피해자와 친척관계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전파가능성이 부정된다고 볼 수 없고(피해자와 공소외 3 사이의 촌수나 구체적 친밀관계가 밝혀진 바도 없다), 오히려 피고인은 피해자와의 싸움 과정에서 단지 피해자를 모욕 내지 비방하기 위하여 공개된 장소에서 큰 소리로 말하여 다른 마을 사람들이 들을 수 있을 정도였던 것으로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인의 공소사실 발언은 공연성이 인정된다.
같은 취지의 원심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명예훼손죄의 공연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피해자 공소외 5 등에 대한 상해 및 피해자 공소외 6에 대한 폭행 부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부분 각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반의사불벌죄의 처벌불원의 의사표시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김선수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였고,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박상옥, 대법관 민유숙의 보충의견이 있다.
4.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김선수의 반대의견
가. 다수의견은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인 ‘공연성’에 관하여 전파가능성 법리를 유지하고자 한다. 그러나 명예훼손죄에서 말하는 공연성은 전파가능성을 포섭할 수 없는 개념이다. 형법 제307조 제1항, 제2항에 규정된 공연성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직접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가리키는 것이고, 특정 개인이나 소수에게 말하여 이로부터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공연성 요건을 충족한다고 볼 수 없다. 다수의견은 범죄구성요건을 확장하여 적용함으로써 형법이 예정한 범주를 벗어나 형사처벌을 하는 것으로서 죄형법정주의와 형법해석의 원칙에 반하여 찬성할 수 없다. 전파가능성 법리를 이유로 공연성을 인정한 대법원 1968. 12. 24. 선고 68도1569 판결, 대법원 1985. 4. 23. 선고 85도431 판결, 대법원 2005. 3. 25. 선고 2005도329 판결, 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8도6515 판결을 비롯한 같은 취지의 대법원판결들은 변경되어야 한다.
상세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나. 전파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공연성을 인정하는 것은 문언의 통상적 의미를 벗어나 피고인에게 불리한 확장해석으로 죄형법정주의에서 금지하는 유추해석에 해당한다.
문언해석은 법률해석의 출발점이다. 형벌법규의 해석에서는 그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나 유추를 통하여 처벌 범위를 확장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형벌법규를 해석할 때는 더욱 문언의 의미를 중요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대한민국 형법은 ‘공연성’과 ‘사실적시’를 명예훼손죄의 기본적 구성요건으로 정하고 있다는 점(제307조 제1항)에 특색이 있다. 허위사실을 적시한 경우에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에 비하여 법정형이 무거울 뿐이다(제307조 제2항). 이와 같이 ‘사실’을 있는 그대로 얘기하더라도 명예훼손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함으로써 ― 현대 문명국가에서는 드물게도 ― 그 성립 범위가 대폭 확장되어 있는 반면, 공연성 요건을 충족해야만 명예훼손죄가 성립한다고 한정하여 표현의 자유에 대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위협을 완화하고 있다.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으로 공연성을 정한 입법 취지는 사람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평가를 떨어뜨릴 수 있는 행위 가운데 사적인 대화나 정보 전달의 차원을 넘어서서 ‘사회적으로’ 또는 ‘공개적으로’ 사실을 드러내는 것에 한정하여 처벌하려는 데 있다. 다른 사람의 명예를 침해할 수 있는 사실이 사회에 유포되는 경우만을 처벌하고자 하는 것이 입법자의 결단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명예훼손죄의 성립 범위를 좁혀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가급적 넓게 보장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공연히’는 국어사전에 있는 대로 ‘세상에서 다 알 만큼 뚜렷하고 떳떳하게’라는 뜻이다. 형법 제307조에서 ‘공연히’는 사실 또는 허위사실을 적시하는 행위의 모습을 한정하는 요건으로서 실행행위 자체가 공연히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고, 공연히 이루어지지 않은 실행행위는 명예훼손죄의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 문언해석상 명백하다.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명예훼손 행위를 처벌하는 정보통신망법 제70조는 ‘공연히’라는 표현 대신에 ‘공공연하게’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어 공연성의 의미를 한층 더 명확히 하였다.
‘공연히’ 또는 ‘공공연하게’는 그 뜻을 아무리 확장해석하더라도 소수의 친구나 직장동료 등에게 사적으로 말한 것을 두고 ‘세상에서 다 알 만큼 뚜렷하고 떳떳하게’ 또는 ‘숨김이나 거리낌이 없이 그대로 드러나게’ 발언했다고 할 수 없다. 위와 같은 행위가 원인이 되어 나중에 결과적으로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사실이 전파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행위 자체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한 것이 아니라면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 없다.
대법원판결에서 그동안 전파가능성을 이유로 공연성을 인정한 사안에는 위와 같이 친구나 직장동료 등 사적인 관계에서 이루어진 대화가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심지어는 상대방으로부터 비밀을 지키기로 하는 약속을 다짐받고 하는 은밀한 대화에 대해서도 전파가능성을 매개로 공연성을 인정하고 있다.
전파가능성 법리가 최초로 판례로 등장한 대법원 1968. 12. 24. 선고 68도1569 판결은 피고인이 자신의 집에서 같은 동네 주민에게 말한 사안이다. 대법원 1985. 4. 23. 선고 85도431 판결은 피고인이 같은 교회에 다니는 교인 부부에게 피해자에 대한 소문을 확인한 사안이고, 대법원 2005. 3. 25. 선고 2005도329 판결은 피고인이 전화로 자신의 동창들에게 피해자에 대한 허위사실을 말한 사안이다. 대법원 2017. 11. 3.자 2017도13231 결정은 피고인이 화장실에서 직장동료 1명에게 피해자에 대한 험담을 한 사안이다. 위 판결들은 전파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공연성을 인정하였다. 대법원 2008. 2. 14. 선고 2007도8155 판결은 개인 블로그의 비공개 대화방에서 일대일로 비밀대화를 한 사안이고, 대법원 2016. 8. 29. 선고 2016도4699 판결은 피고인이 동호회 회원 4명과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비밀로 하기로 약속한 후 피해자에 대한 욕설을 한 사안인데 전파가능성을 이유로 공연성을 인정하였다.
위와 같은 사안에서 피고인의 발언이나 표현을 ‘세상에서 다 알 만큼 뚜렷하고 떳떳하게’ 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는가? 그것은 입법자의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고 법적 이성이 요구하는 바도 아니다.
사람은 말을 하면서 타인과 교류하고 사회성을 키워간다. 말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고 사회적 관계를 맺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말할 자유는 표현의 자유를 구성하는 핵심적인 권리이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라는 속담처럼 말은 그 자체로 전파가능성을 간직하고 있다. 타인에 대한 말이 진실이든 허위이든 전파가능성만으로 처벌한다는 것은 인간의 본질적 속성에 맞지 않고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중대하게 위협한다. 따라서 명예훼손죄에서 공연성을 구성요건으로 요구하는 이유는 위와 같은 인간의 본질적 속성을 고려하여 표현의 자유를 위하여 숨 쉴 공간을 마련해 두기 위한 것이다. 위 대법원판결들에서 다루어진 사안과 같이 개인들의 사적 대화까지 전파가능성을 이유로 공연성을 인정하는 것은 헌법상 기본권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전파가능성이란 아직 그러한 결과가 현실로 발생하지 않았지만 앞으로 전파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러한 결과가 발생하지 않은 상황에서 앞으로 전파될 ‘가능성’이라는 추측을 처벌의 근거로 삼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명백히 반한다. 가능성을 개연성으로 바꾼다고 해서 사정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공연성을 전파가능성만으로 인정하는 것은 명예를 훼손하는 ― 명예훼손을 위험범으로 보는 다수의견에 따르면 훼손할 위험이 있는 ― 행위가 ‘공연히’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까지도 전파되어 공연한 것으로 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처벌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해석은 명백히 피고인에게 불리한 것으로서 허용되어서는 안 되는 부당한 확장해석이자 유추해석에 해당한다.
다. 전파가능성 법리는 죄형법정주의와 명확성 원칙에 반한다.
형법은 죄형법정주의와 명확성 원칙을 기초로 한다. 범죄와 형벌은 법률에 규정되어 있어야 한다는 죄형법정주의는 형사법의 대원칙이다. 일반인이 자신의 행위가 어떻게 처벌되는지를 알 수 있도록 형벌법규는 명확해야 한다는 명확성 원칙은 죄형법정주의를 뒷받침하는 중요한 형사법 원칙이다.
형법은 ‘공연히 사실 또는 허위사실을 적시한 행위’를 처벌하도록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명예훼손죄의 성립 여부는 적시된 사실의 전파가능성이 아니라 사실적시 행위 자체가 공연성을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이때 공연성은 행위의 성격이나 모습을 분석하여 그것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 대한 것인지, 사실적시 행위가 공개된 장소 등에서 이루어져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이를 인식하였거나 인식할 수 있었는지, 그와 같은 상태가 사회적 또는 공개적으로 유포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를 판단하면 된다.
전파가능성 법리는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인 공연성 이외에 전파가능성이라는 새로운 구성요건을 창설하는 결과가 되어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난다. 그리고 전파가능성 법리는 명확성 원칙을 훼손하여 명예훼손죄가 가지고 있는 행위규범으로서의 기능을 저해하고 법 적용자로 하여금 형벌법규를 자의적으로 운용하는 것을 허용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라. 전파가능성 법리는 공연성을 구성요건으로 하는 다른 범죄의 공연성에 관한 일관되고 체계적인 해석에 장애가 된다.
형법 제243조의 음화 등 전시·상영죄는 ‘음화 등을 공연히 전시 또는 상영한 자’라고 규정하여 공연성을 구성요건으로 한다. 대법원 1973. 8. 21. 선고 73도409 판결은 ‘음화 등을 공연히 전시한다는 것은 음화 등을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관람할 수 있는 상태에 현출시키는 것으로서, 특정된 소수만이 볼 수 있는 상태에 두는 것은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함으로써 명예훼손죄의 공연성과 달리 전파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형법 제245조의 공연음란죄 역시 ‘공연히 음란한 행위를 한 자’를 처벌하여 공연성을 그 구성요건으로 하고, 대법원은 위 죄의 공연성을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알 수 있는 상태라고 해석한다(대법원 2000. 12. 22. 선고 2000도4372 판결 등 참조). 공연음란죄는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직접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서 음란행위를 한 경우에만 성립하므로, 위 죄의 공연성을 전파가능성으로 해석할 수 없다. 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9도1430 판결은 ‘아파트 엘리베이터라고 하더라도 사람이 탑승할 가능성이 거의 없었다면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음란행위를 인식할 수 있는 상태라고 볼 수 없어 공연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한 원심판단을 지지하였다. 대법원은 공연음란죄의 공연성을 명예훼손죄의 공연성과는 다르게 보고 있는 것이다.
위에서 본 범죄들은 그 보호법익이 사회적 법익이기는 하나, 구성요건으로서 공연성을 공통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그 이유는 각각의 범죄에서 보호법익을 침해하는 개별 행위가 직접적으로 사회에 유포되거나 노출됨으로써 타인에게 해악을 끼치거나 보호법익을 침해할 위험이 있는 경우만을 처벌하려는 데 있다. 이 점에서는 명예훼손죄의 공연성을 구성요건으로 둔 입법 취지와 마찬가지이다.
형법 등에서 공연성을 구성요건으로 하는 여러 범죄에서 공연성의 의미는 동일하게 해석해야 한다. 그것이 각 규정의 입법 취지와 형사법의 체계적인 해석에 합치된다. 명예훼손죄에서 공연음란죄나 음화 등 전시·상영죄와 달리 공연성 개념에 전파가능성을 포함한 것은 형법의 통일적 해석을 무너뜨린 것으로 공연성에 관하여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마. 사실적시의 상대방이 전파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로 공연성을 판단하는 것은 수범자의 예견가능성을 침해하여 행위자에 대한 결과책임을 묻는 것으로서, 이는 형사법의 평가방식에 어긋난다.
형사법에서 불법성의 본질은 행위반가치와 결과반가치에 있고, 그러한 불법성에 대한 평가방식은 객관적으로 나타난 행위 속성을 먼저 검토한 다음 그로부터 비롯된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둘 사이의 귀속관계를 파악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즉, 형사법의 불법판단에서 우선 파악해야 하는 것은 행위의 불법성이다. 공연하게 사실을 적시하여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했는지는 그러한 행위를 한 사람을 기준으로 행위의 불법성을 판단해야 한다.
사실적시자(행위자)·상대방·피해자의 관계가 어떠한지를 중심으로 전파가능성이 있는지에 따라 공연성을 판단하는 것은 위와 같은 판단방식과 합치되지 않는다. 행위자의 행위에 대한 불법평가가 아니라 그 사실을 나중에 전해들은 제3자의 지위나 역할을 고려하여 행위자의 불법성을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명예훼손죄 등 공연성을 요건으로 하고 있는 범죄 이외의 경우에는 위와 같이 행위자의 행위가 아닌 제3자의 지위나 역할에 따라 범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있다. 행위자가 적시한 사실을 접한 제3자가 피해자와 어떠한 관계에 있는지 알 수 없는 경우에도 그러한 사정에 따라 공연성을 결정하는 것은 행위자의 예견가능성을 벗어난다. 이는 행위자로 하여금 행위 당시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를 예상하기 어렵게 만든다.
형법은 모든 법익에 대한 침해와 위험을 처벌하는 일반적 구성요건을 두고 있지 않고, 범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특정 행위만을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다. 그런데 전파가능성 법리는 명예침해 또는 그 위험 발생이라는 결과를 중시하여 명예훼손의 구성요건에 규정된 특정 행위, 즉 공연히 사실을 적시한 행위에 대한 불법성 평가는 도외시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전파가능성 법리는 명예훼손죄에 대한 불법성 평가를 결과반가치에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최초 발설자가 특정 소수에게 사실을 적시하는 행위를 반복한 경우 공연성 요건을 충족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최초 발설자로부터 명예훼손 사실을 들은 상대방이 이를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한 경우에는 최초 발설자가 아니라 그 상대방인 전파자가 명예를 훼손한 것이다. 최초 발설자가 명예훼손의 고의로 상대방의 전파행위를 의도하고 있었다면 그 상대방이 명예훼손죄의 정범이 되고, 최초의 발설자는 교사범이나 방조범의 법리로 해결하는 것이 형사법의 원칙적인 해결 방식이다. 즉, 상대방의 전파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를 이용하려는 행위자를 처벌할 수 있는 방법은 전파가능성 개념이 아니라 공범의 법리이어야 한다.
최초 발설자가 특정 소수에게 명예훼손 사실을 적시하였는데, 실제 전파한 사람을 찾을 수 없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최초 발설자는 ‘공연히’ 사실을 적시한 경우가 아니므로, 명예훼손죄로 처벌하지 못하는 것일 뿐이지 이러한 경우까지 처벌의 공백으로 볼 수 없다. 따라서 그러한 처벌의 공백을 막기 위해 공연성에 전파가능성이 포함된다고 보는 것은 공연성을 구성요건으로 규정한 입법 취지를 오해한 것이다.
결국 명예훼손죄에서 명예훼손 사실을 들은 상대방이 행위자가 적시한 사실을 장차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지 여부에 따라 명예훼손죄의 성립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행위에 대한 불법평가에서 고려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되는 우연한 사정을 들어 결과책임을 묻는 것이다.
바. 공연성을 전파가능성 여부로 판단하는 것은 명예훼손죄의 가벌성의 범위를 지나치게 확장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형법의 보충성 원칙에도 반한다.
형법 제307조 제1항의 문언에 따르면, 피해자에 대한 사실을 적시했다고 해서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고 그것이 공연성을 갖추고 피해자의 명예가 훼손된 경우에 비로소 명예훼손죄가 성립한다. 다수의견과 같이 명예훼손죄를 추상적 위험범으로 볼 경우 행위의 양태가 범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므로, 행위의 양태를 엄격하게 한정해야만 형벌권이 지나치게 확장되는 결과를 방지할 수 있다. 더욱이 형법은 진실한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도 명예훼손죄로 처벌하고 있는 만큼 가벌성의 범위를 제한할 필요성이 크다.
공연성 판단에 전파가능성을 고려하는 것은 명예훼손죄의 행위 양태로 요구되는 공연성을 전파가능성으로 대체하여, 외적 명예가 현실적으로 침해되지 않아도 침해될 위험만으로 성립되는 추상적 위험범인 명예훼손죄의 보호법익이나 그 정도를 행위 양태와 혼동한 것이다. 명예훼손죄가 추상적 위험범이라는 것은 공연히 적시된 사실로 인해 명예가 훼손될 위험이 있는 경우에 처벌한다는 것이지, 적시된 사실이 공연하게 될 위험이 있는 경우까지 처벌하는 것이 아니다. 명예훼손죄의 처벌 근거는 사실이 계속 전파되어 나갈 위험, 즉 타인이 전파함으로써 발생할 명예훼손 위험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공연하게 사실을 적시함으로써 발생할 명예훼손의 위험에 있기 때문이다.
다수의견도 공연성을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라고 해석하므로 명예훼손죄는 명예를 해칠 수 있는 사실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게 되면 기수에 이르게 된다. 이는 명예훼손으로 인한 침해의 결과가 있어야 발생하는 민사상 불법행위책임이 성립하지 않더라도 그에 앞서 불법성을 인정하여 명예훼손죄를 인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전파가능성 법리는 그러한 위험의 단계에 이르기 전에 불법성을 인정하게 된다. 즉,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것과 실제 그러한 상태에 있는 것을 동일하게 보는 것이다.
다수의견은 전자의 경우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간접적으로 발생시킨 것이라고 하나, 특정 소수에 대한 사실적시 행위만으로는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간접적으로도 발생시킨 것으로 볼 수 없다. 그 상대방이 다시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실제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만 그러한 위험이 발생하였다고 볼 수 있는 것이지 누구에게도 전파하지 않은 경우에는 명예에 대한 침해라는 ‘일반적’ 위험이 발생한 것이 아니다. 위와 같은 측면에서 다수의견은 결국 상대방의 의사와 전파 여부에 따라 피고인의 행위에 대한 평가를 떠나 결과책임을 묻는 셈이 된다. 이는 처음부터 명예훼손죄의 처벌 대상이 아닌 행위를 공연성 요건으로 포섭함으로써 발생하는 문제이다. 다수의견과 같이 전파가능성 여부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거나 전파가능성에 대한 인식을 요구하여 가벌성의 범위를 제한하려고 하는 노력은 근본적인 해결방법이 될 수 없다.
또한 특정 소수와의 사적 대화나 정보 전달의 경우에도 전파가능성이 있는 경우 공연성이 있다고 보는 것은 거의 모든 사실적시 행위를 원칙적으로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으로, 형법의 보충성 원칙에 반한다. 위와 같이 본다면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사적이고 개인적인 사실적시 행위를 형벌로 처벌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위와 같은 해석은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 대한 사실적시 행위로 개인의 명예가 훼손될 위험이 발생하기 전 단계까지도 범죄화하는 것으로 추상적 위험범인 명예훼손죄를 더욱더 추상적으로 만든다.
사. 전파가능성 유무를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 기준을 설정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구체적 적용에 자의가 개입될 소지가 크다.
사실적시자·상대방·피해자의 관계 등을 기초로 전파가능성을 따지더라도 어떤 경우에 전파가 가능한지에 대한 객관적 기준을 설정하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이다. 직장동료나 친구에게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 행위자나 피해자와 어느 정도 밀접한 관계에 있어야 전파할 가능성이 없는지를 객관화하기 어렵고, 이를 증명하거나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전파가능성은 구체적 증명 없이 ‘적어도 전파될 가능성은 있다’는 방향으로 포섭될 위험이 더욱 커지게 된다.
상대방이 피해자 또는 적시자와 밀접한 관계에 있다고 평가되더라도 이를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한 경우도 있고(그 전파 경위가 밝혀지지 않은 경우를 전제로 한다), 그 반대로 밀접한 관계에 있지 않다고 평가됨에도 실제 이를 전파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후자의 경우는 명예훼손 사실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 놓이게 되는 위험이 초래되지 않았는데도 밀접한 관계라는 추상적이고 모호한 기준만으로 공연성이 인정되고, 오히려 전자는 전파가능성이 없다는 이유로 처벌되지 않게 되는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한다. 이러한 해석은 명예훼손죄에서 공연성을 구성요건으로 규정한 취지에도 맞지 않음은 분명하다.
수십 년간 전파가능성에 관한 판결들이 축적되었는데도 여전히 명확한 기준을 찾기 어렵고, 상대방과 인적 관계 등이 유사한 사안에서도 전파가능성에 관한 서로 다른 판단이 내려진 경우도 많다. 전파가능성을 긍정한 사례 중에는 적시의 상대방이 피고인과 피해자의 중학교 동창인 사안(대법원 2005. 3. 25. 선고 2005도329 판결), 상대방이 피해자의 법률사무를 대리하는 자인 사안(대법원 2016. 1. 14. 선고 2015도9019 판결), 상대방이 피고인의 직장동료인 사안(대법원 2017. 11. 3.자 2017도13231 결정)이 있다. 전파가능성을 부정한 사례 중에는 상대방이 피해자의 직장동료인 사안(대법원 1998. 9. 8. 선고 98도1949 판결), 피해자의 친구인 사안(대법원 2000. 2. 11. 선고 99도4579 판결)이 있다. 위와 같은 긍정례와 부정례에서 피해자와 일정한 친분관계가 있다는 것으로 전파가능성이 있는지를 구분할 수 없다.
더욱이 상대방이 ‘실제로 전파하였는지 여부’를 공연성의 판단 요소로 삼는 것은 상대방의 전파라는 우연한 결과에 따라 명예훼손죄의 성립 여부를 결정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다수의견은 이와 같은 비판을 고려해서인지 실제 전파 여부는 소극적 사정으로만 고려해야 한다고 하나, 대법원 1994. 9. 30. 선고 94도1880 판결 등에서는 실제 전파되었다는 점을 공연성 인정의 적극적 사정으로 고려한 바 있다). 명예훼손죄에서 특정 소수에 대한 사적인 대화나 정보 전달은 그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였는데도 위와 같은 경우까지 처벌하기 위하여 구성요건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은 전파가능성 개념으로 공연성을 대체하는 것이다.
아.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명예훼손이라고 하더라도 공연성 개념을 달리 볼 이유는 없다.
정보통신망법은 정보통신망을 이용하더라도 사실적시 행위를 공공연하게 할 것을 요구하므로 그 공연성 개념은 명예훼손죄의 공연성과 동일하다. 정보통신망을 통하더라도 특정 소수에게만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는 여전히 공연성이 있다고 할 수 없고, 이러한 행위는 형법이나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의 규율대상이 아니다. 즉, 정보통신망, 예컨대 이메일이나 SNS 메시지를 통해 친구 1명에게 사실을 적시한 것과 편지를 쓰거나 대면하여 말로 하는 것은 특정된 소수에게 사실을 적시하였다는 행위 양태가 동일한 것이고,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였다고 해서 명예에 대한 침해의 일반적 위험성이 발생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인터넷과 과학기술의 발달로 정보의 무한 저장과 재생산으로 인한 명예훼손의 피해 정도와 범위가 넓어지는 문제는 양형에 반영하거나 정보통신망법에 의한 가중처벌로 해결되어야 하고, 이를 이유로 공연성의 개념이 변경되어야 할 필요는 없다.
자. 전파가능성 법리를 통해 공연성의 범위를 확대하여 명예훼손 처벌을 강조하는 것은 외국의 입법 추세와도 동떨어진 것이다.
명예에 관한 죄는 고대의 로마법과 게르만법에서 유래하였는데, 이는 권력자나 지배계급을 위한 제도로서 일반 시민의 비판을 막기 위해 존재해 왔다는 연원적 특성이 있고, 실제 우리 사회도 그러한 경험을 여러 차례 한 바 있다. 최근에도 미투(Me Too) 운동에서 보는 것과 같이 명예훼손죄가 성폭력 피해자들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가로막는 수단으로 작용하고, 오히려 피해자가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 모순적인 상황도 발생한다.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실현하기 위하여 각국은 명예훼손에 대한 형사처벌을 폐지하고 민사적인 방법으로 해결해 나가고 있다. 미국은 20세기에 들어서는 명예훼손의 대부분을 민사적인 방법으로 해결하고, 일부 주에서 형사처벌 규정을 두더라도 실제 적용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영국에서는 오래전부터 명예훼손에 대한 형사처벌을 함으로써 명예훼손죄의 왕국으로 불리기도 했지만, 19세기 후반부터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하여 명예훼손에 대한 형사처벌이 줄어들었고 2010년에는 명예훼손죄를 폐지하였다(Section 73 of the Coroners and Justice Act 2009). 독일에서는 명예를 훼손하는 사실이 진실임을 증명한 경우에는 명예훼손죄로 처벌받지 않고(독일 형법 제186조), 프랑스에서는 명예훼손죄에 관한 형벌로 징역형을 부과할 수 없다(프랑스 언론 자유에 관한 법률 제29조부터 제32조까지).
유엔인권위원회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하여 명예훼손죄에서 진실 항변을 허용해야 하고 명예훼손죄의 비범죄화를 고려해야 하며 특히 명예훼손을 이유로 구금을 해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UN Human Rights Committee (HRC), General comment no. 34, Article 19, Freedoms of opinion and expression, 12 September 2011, CCPR/C/GC/34, para. 47]. 더욱이 유엔인권이사회 특별보고관 보고서는 대한민국에 대해 형법상 명예훼손죄를 폐지할 것을 권고하였다. 명예훼손을 형사처벌을 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지나치게 위축시키는 효과가 있고 명예훼손에 대해서는 민법상 손해배상으로 적절하게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형사처벌은 정당화되지 않는다는 것이다[Frank La Rue, Report of the Special Rapporteur on the promotion and protection of the right to freedom of opinion and expression, Human Rights Council 17th Session, Agenda item 3, A/HRC/17/27/Add.2 (21 March 2011), para. 28].
그러나 대한민국 형법은 여전히 진실한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도 형사처벌을 하고 있고, 그것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 아닌 이상 형사처벌을 피할 수 없다. 이에 더하여 대법원이 1968년에 일본의 판례에서 인정해 오던 전파가능성 법리를 수용한 이래 이 법리는 개인 간의 사적 대화까지 공연성을 인정함으로써 오히려 형사처벌의 범위를 넓히고 있고, 그로 인해 표현의 자유에 대한 심대한 위축효과를 가져오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다수의견은 표현의 자유를 위해 형법 제310조의 공익성을 넓게 인정하고자 시도하나, 이는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고 그 선후가 바뀐 것이다. 즉, 명예훼손죄에서 공연성을 규정한 취지를 고려하여 공연성의 범위를 엄격히 해석하는 것이 먼저이다.
다수의견은 개인의 명예를 보호하기 위해 사적인 관계와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표현행위까지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본 다음 다시 표현의 자유와 조화를 도모하고자 형법 제310조의 위법성조각사유를 넓게 보려고 한다. 그러나 이는 결국 개인의 명예보호에 치우친 것은 마찬가지이고, 전파가능성 법리를 유지하기 위한 구실에 지나지 않는다. 아무리 형법 제310조의 위법성조각사유를 넓게 보더라도 그 발언의 주된 목적이나 내용에 공익성이 없는 이상 명예훼손죄로 처벌받는다. 사적인 공간에서 사적인 대화에 공익성을 가지는 경우가 얼마나 있는지 의문일 뿐만 아니라 이를 요구하는 것은 사적인 주제에 관한 사담(私談)을 금지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모든 국민은 사적 대화 내용이 피해자에게 흘러 들어가지 않는 요행을 바라는 것 외에는 형사처벌을 피할 수 없다. 이것은 모든 국민을 잠재적인 또는 미처 발각되지 않은 범죄자로 보는 것이다.
공익을 해치는 발언에 대하여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지만 공익을 위해서만 표현의 자유가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다수의견이 채택한 전파가능성 법리는 결국 공익을 위해서만(부차적으로 사익적 동기가 포함되어 있더라도 주된 목적이 공익을 위할 경우에만) 표현의 자유가 허용된다고 보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는 공익 목적을 아무리 넓게 인정해도 전파가능성 법리를 포기하지 않는 한 그 결과가 바뀔 수 없다.
차.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명예훼손에 관한 원심의 판단을 살펴본다.
1) 이 사건은 피고인이 피고인의 남편 공소외 2와 피해자의 친척 공소외 3이 듣고 있는 가운데 피해자에 대한 사실을 적시한 것이다. 이와 같이 특정 소수에게 말한 것만으로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직접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 있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의 발언에 공연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말하였더라도 그러한 행위가 피해자에 대한 명예훼손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2) 이 부분 공소사실은 피해자에 대한 명예훼손 사실을 들은 상대방이 피고인의 남편 공소외 2와 공소외 3 2명임에도 전파가능성 법리가 적용되어 공연성이 인정될 수 있다는 전제에 있고, 재판 과정에서 공소외 3이 피해자의 친척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이와 같이 상대방이 피고인 또는 피해자와 특수한 신분관계에 있는 점은 공연성(다수의견의 경우에는 전파가능성)이 부정될 수 있는 유력한 사정이므로, 그러한 신분관계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의 발언이 공연성이 있다는 점에 관해서는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의 증명이 필요하다.
그러나 원심판결 이유는 단지 공소외 3이 피해자와 친척관계에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발언이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고 있을 뿐이고,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을 살펴보더라도 공연성에 관하여 충분한 심리나 증명이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피고인이 큰 소리로 말하여 다른 마을 사람들이 들었는지 여부는 이 부분 공소사실의 내용도 아니다.
다수의견은 피고인에게 방어권을 행사할 기회조차 부여되지 않았던 사정을 기록에서 찾아내어 위와 같은 원심판단을 수긍하고 있는데, 이것이 전파가능성 법리를 제한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다수의견의 취지에 부합하는 것인지도 의문이다.
3) 결국 피고인의 발언이 전파될 가능성이 있어 공연성이 충족됨을 전제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명예훼손죄에서 공연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에 반대한다.
5.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박상옥, 대법관 민유숙의 보충의견
가. 반대의견은 전파가능성 법리를 적용해 온 대법원 판례를 전부 폐기하여야 한다는 입장이나, 이는 타당하지 않다. 또한 반대의견은 공연성에 전파가능성이 포함될 수 없고 이를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직접 인식할 수 있는 상태’로만 보아야 한다는 것으로 이해되는바, 반대의견이 주장하는 ‘직접 인식할 수 있는’의 구체적인 내용이 불명확하여 판단 기준으로 부적합할뿐더러 반대의견에 따른다고 하여 표현의 자유가 더 보호되는 것도 아니다.
나. 반대의견의 여러 비판들은 여전히 초기 대법원 판례의 전파가능성 법리에 관한 지적에 머물러 있으나, 대법원 판례는 위와 같은 지적을 받아들여 전파가능성에 관한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고 그에 관한 여러 제한 법리를 발전시켜 현재 확고한 법리로 자리 잡았다. 반대의견의 지적은 현재의 대법원 판례에 관한 타당한 비판이 될 수 없거나 다수의견이 전제하는 법리나 취지를 오해한 데에서 비롯된다.
1) 반대의견이 비판의 논거로 삼은 공연성의 문언적 의미나 입법 취지는 다수의견이 이미 판시하였거나 다수의견에서 전제로 하고 있는 내용이다. 즉, 다수의견도 명예훼손죄에서 공연성을 구성요건으로 요구하는 취지와 표현의 자유와의 조화를 위해 명예훼손죄 인정 범위를 제한하고자 하는 목표의식은 동일하다.
그러나 명예훼손죄가 왕권 등의 유지·강화를 위한 수단이었던 시대와 달리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표현의 자유가 기본적 권리로서 비교적 잘 보장되는 반면, 정보통신망 등을 통해 악의적이고 혐오적인 내용이 유포되어 개인의 인격권이 무차별, 무제한적으로 침해되고 피해회복은 불가능하거나 무의미해지는 상황이 심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서는 여전히 침해된 인격권을 보호해 줄 사전적, 사후적인 구제책이 부족하거나 미흡하다. 우리나라의 형법 등에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처벌 대상으로 하는 입법 취지는 이러한 점에 있고, 국민들 사이에서 여전히 행위규범으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다수의견이 전파가능성 법리를 유지하고자 하는 것은 위와 같은 현재의 명예훼손 양상과 명예훼손죄의 입법 취지를 고려하여 헌법상 기본권으로 보장되는 개인의 인격권과 사생활의 비밀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단순히 사적 대화나 정보의 전달을 의도적으로 처벌하여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으로 규정짓는 전제에서 출발하면 균형 잡힌 이익형량을 실현하기 어렵다.
2) 반대의견은 전파가능성 법리가 상대방의 전파 여부에 따라 결과책임을 묻게 된다고 주장하나, 이는 다수의견과 전파가능성 법리를 오해한 데에서 비롯한다.
다수의견 1. 라.항에서 자세히 본 바와 같이 다수의견은 상대방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실제 전파했는지 여부를 가려 공연성을 판단하는 견해가 아니다.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있는 상대방에게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사실을 적시함으로써 다른 사람의 명예가 훼손될 위험에 처하게 한 행위를 객관적·규범적으로 판단하여 그로 인해 일반적 위험성이 발생하였다면 그 행위 자체에 불법성을 인정하는 것이고, 이는 결과책임과 전혀 다르다.
또한 반대의견이 주장하는 막연한 전파의 우려는 다수의견이 전파가능성 여부를 객관적 기준에 따라 판단하고, 고도의 개연성을 요구할뿐더러 전파가능성에 관한 행위자의 인식과 그 위험을 용인하는 의사에 대한 엄격한 증명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다수의견을 충분히 이해하지 않은 것에 불과하다.
한편 반대의견은 적시의 상대방이 친구나 직장동료인 경우와 같이 동일한 신분관계에 있음에도 공연성에 관한 다른 판단을 한 대법원 판례가 마치 서로 모순된 판단을 한 것처럼 비판한다. 그러나 대법원 판례는 전파가능성의 판단 기준을 친구나 직장동료라는 신분관계에 따라서만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대화 경위, 사실적시의 내용, 적시의 방법과 장소 등의 제반 사정을 고려하는데, 그중 하나만을 들어 비판하는 것은 타당하지 아니하다.
3) 반대의견은 전파가능성 법리가 음화 등 전시·상영죄와 공연음란죄 등의 공연성에 관한 일관된 해석에 장애가 된다고 한다.
그러나 음화 등 전시·상영죄와 공연음란죄의 보호법익인 선량한 성풍속에 대한 침해의 위험성은 말이 아닌 물건의 상태나 행위에 의한 것이어서 명예훼손적 사실이 전파됨에 따라 타인의 명예가 훼손될 위험성이 발생할 것을 구성요건으로 하는 명예훼손죄와는 차원을 달리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위 범죄들에서 공연성은 명예훼손죄에서 공연성과 달리 해석될 수 있다. 강간죄, 강도죄 및 강요죄에서 각 폭행과 협박의 의미와 정도를 달리 해석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다. 반대의견이 죄형법정주의를 이유로 판례의 전면적 폐기를 주장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게다가 반대의견에 의하더라도 공연성의 객관적인 판단 기준을 세울 수 있게 되거나 공연성 여부를 명확히 판단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1) 전파가능성 법리는 공연성의 해석과 관련된 것일 뿐 죄형법정주의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죄형법정주의의 대원칙에서 어느 한쪽의 해석 법리가 바로 도출되는 것이 아니고, ‘공연히’의 문언적 해석에서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직접’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가 도출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명예훼손죄에서 공연성을 구성요건으로 요구하는 외국의 입법례에서도 공연성의 의미는 다양하게 해석되고 시대에 따라서 변경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일본의 최고재판소 판례는 명예훼손죄의 공연성을 ‘불특정 및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로 해석하였다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로 해석을 변경하였고, 독일에서는 일반적으로 공연성을 ‘불특정이면서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라고 해석한다. 우리의 학계에서도 공연성의 의미에 관한 다양한 견해가 존재한다.
이와 같이 공연성의 개념에서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라는 요건을 채택할 것인지를 두고 해석이 달라질 수 있어서 공연성의 의미를 반드시 반대의견과 같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직접’ 인식할 수 있는 상태로 해석하는 방법이 문언해석의 한계라고 전제할 수 없다.
2) 반대의견이 주장하는 ‘직접 인식할 수 있는 상태’라는 내용이 분명하지 않으나, 행위 당시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물리적 공간에서 동시에 존재할 것을 요구하거나 행위 상대방과의 대면을 전제한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다수의견에서 본 바와 같이 정보통신망에 의한 의사전달은 비대면성 등을 본질적 속성으로 하여 정보의 무한 저장, 재생산 및 그 전달이 용이한 유통과정으로서 소수에 대한 적시 자체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로 평가될 수 있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특징에 주목하여 학계에서는 정보통신망을 통한 명예훼손의 경우 공연성의 의미를 다르게 해석하거나 적시 그 자체로 공연성을 충족한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죄(형법 제309조)의 경우 출판물 등이 그 자체로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 대한 전파성을 예정하는 본질과 특성에 따라 구성요건에서 공연성을 요구하지 않는 내용으로 입법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반대의견의 문제점은 발언의 ‘직접성’ 요건을 통하여 필연적으로 ‘물리적 공간에서의 대면성’을 요구함으로써 정보통신망의 가상공간에서 비대면적으로 발생하는 명예훼손의 가공할 확장성과 전파성을 제대로 규율하지 못한다는 점에 있다.
예컨대, 직장동료 1명에게 직장 상사의 개인사에 관한 민감한 내용이 담긴 이메일이나 문자메시지를 보냈는데, 이를 받은 상대방이 이를 그대로 다른 직장동료에게 전달한 후 순차로 동일한 행위가 수십 번 반복되었고, 최초 전파자가 전파를 예상할 수 있는 경우를 가정해 본다. 직접인식가능성을 요구한다면, 위와 같은 경우 어느 단계에서도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직접 인식할 수 있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여 처벌받지 아니할 수 있다. 그러나 최초 전파자가 처음부터 다수인에게 이메일이나 문자메시지를 동시에 보낸 경우와 비교할 때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침해될 일반적 위험성이 발생하였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3) 반대의견은 명예훼손죄에서 공연성을 구성요건으로 둔 취지에 비추어 사적인 관계에서 이루어진 대화인 경우는 공연성을 인정할 수 없음에도 대법원 판례들이 전파가능성을 이유로 공연성을 인정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반대의견에서 언급한 대법원 68도1569 판결, 대법원 85도431 판결 등은 단순히 사적인 관계에서 정보를 전달하거나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개인적인 대화에 그친 사안이 아니다. 즉, 친구나 직장동료라고 하더라도 피고인 또는 피해자와 적시의 상대방과의 관계가 적시된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을 정도의 친분관계에 있지 아니하고(예컨대 평소에 별다른 교류가 없는 직장동료가 있을 수 있고, 10년 동안 연락이 없던 친구인 경우도 있다), 그 적시의 내용이나 방법에 비추어 전파될 가능성이 크고 그로 인하여 피해자의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될 위험이 있는 사안들이다. 그동안 대법원 판례들이 집적해 온 공연성의 판단 기준은 위와 같은 종합적인 사정을 고려한 것이고, 다수의견에서 언급한 새로운 제한 법리 역시 이를 발전시킨 것이다.
따라서 위와 같은 사안들을 사적인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단순한 사담으로 단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전파가능성 법리가 마치 사담을 처벌하기 위하여 고안된 것으로 도식화하는 것은 전파가능성 법리에 대한 잘못된 전제 내지 오해에서 비롯된다. 더욱이 위와 같이 정보통신망의 발전과 인적 교류의 비대면화 현상이 증가됨에 따라 사적인 관계와 공적인 관계의 경계가 모호하거나 허물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적 관계라는 이유만으로 처벌의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라. 반대의견과 같이 공연성을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직접 인식가능한 상태로 이해하더라도 개별적 소수에 대한 사실적시의 경우가 그 처벌 범위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그 처벌 범위가 넓어질 수도 있다. 설령 반대의견의 비판을 수용하여 공연성을 ‘직접 인식 가능’이라는 요건으로 대체하더라도 그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다. 반대의견의 비판 중 상당 부분은 근본적으로 형법 제307조가 사실적시 명예훼손을 처벌 대상으로 하는 점에서 비롯된 것일 뿐 발언 상대방의 범위를 통제하는 것만으로 해결할 수도 없다. 다수의견은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여 사실적시 행위의 모습과 내용의 양 측면을 모두 고려하여 그에 대한 제한 법리를 제시하고, 형법 제310조의 위법성조각사유를 적극적으로 인정함으로써 실질적인 해결을 도모하는 견해이다.
1) 반대의견에 의하면 다수의견과 큰 구조적 차이가 있는 것처럼 보이나, 실제 사건에 적용하면 별다른 차이가 없다. 예를 들어 발언자와 사적으로 밀접한 관계가 없는 소수에 대하여 사실을 적시한 경우 반대의견에 의하면 불특정인이 직접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 해당하므로 공연성을 인정하게 될 것이다. 다수의견도 전파될 가능성이 크다고 볼 사정이 있는 경우로서 공연성이 인정될 여지가 크다(결국 어느 견해에 따르더라도 명예훼손죄의 유죄가 인정된다는 결론은 동일하다). 반면 사적으로 밀접한 관계에 있는 특정 소수에 대한 발언의 경우 어느 견해에 따르든 공연성이 부정되어 무죄가 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반대의견에 따라야만 가벌성의 범위가 제한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다수의견에 의하면 발언자와 상대방의 관계뿐만 아니라 대화를 하게 된 경위, 적시의 내용, 방법 및 장소 등 행위 당시의 객관적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공연성 여부를 판단하기 때문에 가벌성의 범위를 실질적으로 제한할 수 있게 된다.
2) 반대의견은 다수의견이 공범 이론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를 전파가능성 법리로 해결한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명예훼손죄는 명예를 해할 일반적 위험의 발생 단계에 이른 이상 기수에 이르게 된다. 따라서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있는 개별적 소수에게 사실을 적시한다면 그 단계에서 기수에 이르게 되고, 범죄가 종료되어 공범이 성립할 여지가 없게 되므로, 이를 공범의 문제로 볼 수 없다. 또한 최초 발설자에게 교사의 고의(정범에게 범죄 결의를 갖게 하고 정범에 의하여 범죄를 실행할 고의)를 인정할 수 없는 경우라면, 최초 발설자의 불법성이 가장 큼에도 이를 처벌할 수도 없게 된다.
3) 반대의견은 전파가능성 법리가 최근의 미투(Me Too) 운동을 가로막는 것처럼 주장하나, 공연성의 해석과 무관한 쟁점이다. 미투 운동에 대한 규율은 범죄 피해자가 언론 등 다수인에게 피해 사실을 알리는 행위를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의 문제일 뿐 전파가능성 법리 때문에 미투 운동이 처벌받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는 형법 등에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처벌함으로써 파생하는 문제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다수의견에서 본 바와 같이 대법원 판례는 가해에 대한 대응이나 수사 등 공적인 절차와 관련된 발언의 경우 명예훼손의 고의 내지 공연성을 부인해 왔고, 다수의견은 더 나아가 개인에 관한 사항이더라도 공공의 이익과 관련되어 있고 그것이 사회적인 관심을 획득하거나 영향을 미치는 경우라면 형법 제310조의 공익성을 넓게 적용하여 위법성조각사유를 인정하자는 것이다. 오히려 다수의견에 따르면 미투 운동과 같은 범죄 피해자가 소수의 지인에게 알리는 경우뿐만 아니라 다수의 대중에게 알리는 경우에도 형법 제310조의 위법성조각사유가 인정되어 범죄 피해자를 보호하는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마. 다수의견은 개인의 명예가 광범위하게 침해되고 회복이 불가능해지는 현상이 증가되고 있음에도, 그로부터 개인의 인격권을 보호해줄 만한 다른 대안도 없는 현실에서 개인의 명예, 인격권 및 사생활 보호와 표현의 자유와의 균형 있는 비교형량을 통해 전파가능성 법리를 유지하면서, 그 제한 법리를 발전시키는 데에 목적이 있다. 또한 외국과 달리 진실한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도 명예훼손죄로 처벌하는 현행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위법성조각사유의 적용 범위를 넓히고자 하는 것이지 전파가능성 법리를 유지하고자 함에 있는 것은 아니고, 다수의견의 진의도 여기에 있다.
이상과 같이 다수의견의 논거를 보충한다.
대법원장 김명수(재판장) 박상옥 이기택 김재형(주심) 박정화 안철상 민유숙 김선수 이동원 노정희 김상환 노태악 이흥구 | [1] 헌법 제12조 제1항, 형법 제1조 제1항, 제243조, 제245조, 제307조, 제308조, 제309조, 제310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2 제1항, 제2항, 제44조의7 제1항 제2호, 제2항, 제70조, 제73조 제5호, 공직선거법 제82조의4 제3항, 제4항, 제251조 / [2] 형법 제307조 제1항 | 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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