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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 고 인】
피고인 1 외 2인
【상 고 인】
피고인들
【변 호 인】
법무법인 상승 외 6인
【원심판결】
대전고법 2021. 7. 22. 선고 (청주)2021노24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 1, 피고인 2에 대한 유죄 부분(이유 무죄 부분 포함)을 각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에 환송한다. 피고인 3의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피고인 1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 1에 대한 부분(미승인 입주자 모집으로 인한 주택법 위반 부분, 무죄 부분 제외)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업무상배임죄 및 주택법 위반죄의 성립 등에 관한 법리오해, 이유모순의 잘못이 없다.
2. 피고인 2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가. 미승인 입주자 모집으로 인한 주택법 위반 부분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하여야 하고 명문규정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 해석하거나 유추 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허용되지 않으며, 이러한 법해석의 원리는 그 형벌법규의 적용대상이 행정법규가 규정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고 있는 경우에 그 행정법규의 규정을 해석하는 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대법원 1990. 11. 27. 선고 90도1516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1. 7. 14. 선고 2009도7777 판결 등 참조).
주택법 제102조 제13호는 “제54조 제1항을 위반하여 주택을 건설·공급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주택법 제54조 제1항 제1호는 ‘사업주체가 입주자를 모집하려는 경우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시장·군수·구청장의 승인을 받아 주택을 공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주택법 제102조 제13호에서 정한 ‘제54조 제1항을 위반하여 주택을 공급한 자’는 그 문언상 주택법 제54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관할 관청의 승인을 받아야 함에도 그 승인을 받지 아니하고 입주자를 모집한 사업주체를 의미한다고 해석되는데, 여기서 ‘사업주체’란 ‘주택법 제15조에 따른 주택건설사업계획 또는 대지조성사업계획의 승인을 받아 그 사업을 시행하는 자’(주택법 제2조 제10호)를 말한다. 따라서 주택법에 따라 주택건설사업계획의 승인을 받을 것을 예정하고 사업을 시행하려고 하더라도 아직 그 승인을 받기 전이라면 주택법 제54조 제1항에서 정한 ‘사업주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원심은 이와 다르게 당시 공소외 지역주택조합이 주택법에 따른 주택건설사업계획의 승인을 받지 않았음에도 주택법 제54조 제1항에서 정한 ‘사업주체’에 해당한다고 보고, 이를 전제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고 말았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주택법상 ‘사업주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나. 나머지 부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 2에 대한 나머지 유죄 부분을 인정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업무상배임죄의 성립, 공동정범 등에 관한 법리오해, 이유모순의 잘못이 없다.
3. 피고인 3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 3에 대한 부분(무죄 부분 제외)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업무상배임죄 및 주택법 위반죄의 성립, 공동정범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4. 파기의 범위
원심판결 중 피고인 2에 대한 미승인 입주자 모집으로 인한 주택법 위반 부분은 위에서 본 것과 같은 이유로 파기되어야 한다. 위 파기이유는 공동피고인인 피고인 1에 대한 미승인 입주자 모집으로 인한 주택법 위반 부분에 관하여도 공통되므로 형사소송법 제392조 규정에 따라 피고인 1의 이 부분 원심판결도 아울러 파기되어야 한다. 그리고 위 파기 부분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이 선고된 유죄 부분도 함께 파기되어야 한다. 결국 원심판결 중 피고인 1, 피고인 2에 대한 유죄 부분(이유 무죄 부분 포함)은 각 파기되어야 한다.
5.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 1, 피고인 2에 대한 유죄 부분(이유 무죄 부분 포함)을 각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피고인 3의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조재연(재판장) 민유숙 이동원(주심) 천대엽 | [1] 헌법 제12조 제1항, 형법 제1조 제1항 / [2] 주택법 제2조 제10호, 제15조, 제54조 제1항 제1호, 제102조 제13호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1 외 2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선명 법무법인 외 4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21. 1. 29. 선고 2020노531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형법 제127조는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을 누설하는 것을 구성요건으로 하고 있는바, 여기서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이란 반드시 법령에 의하여 비밀로 규정되었거나 비밀로 분류 명시된 사항에 한하지 아니하고, 정치, 군사, 외교, 경제, 사회적 필요에 따라 비밀로 된 사항은 물론 정부나 공무소 또는 국민이 객관적, 일반적인 입장에서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 것에 상당한 이익이 있는 사항도 포함하나, 실질적으로 그것을 비밀로서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대법원 2007. 6. 14. 선고 2004도5561 판결, 대법원 2018. 2. 13. 선고 2014도11441 판결 등 참조). 그리고 ‘누설’이란 비밀을 아직 모르는 다른 사람에게 임의로 알려주는 행위를 의미한다. 한편 공무상비밀누설죄는 공무상 비밀 그 자체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공무원의 비밀엄수의무의 침해에 의하여 위험하게 되는 이익, 즉 비밀누설에 의하여 위협받는 국가의 기능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위 대법원 2014도11441 판결 등 참조). 그러므로 공무원이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그 직무와의 관련성 혹은 필요성에 기하여 해당 직무의 집행과 관련 있는 다른 공무원에게 직무집행의 일환으로 전달한 경우에는, 관련 각 공무원의 지위 및 관계, 직무집행의 목적과 경위, 비밀의 내용과 전달 경위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비밀을 전달받은 공무원이 이를 그 직무집행과 무관하게 제3자에게 누설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국가기능에 위험이 발생하리라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한, 위와 같은 행위가 비밀의 누설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 기재 ‘수사정보 중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 및 수사보고서 사본’이 ‘영장재판 과정에서 취득한 정보’라고 인정하기 어렵고, 피고인들이 현직 법관에 대한 검찰 수사를 저지하여 법관 비리를 은폐·축소하려는 의사를 상호 연락하거나 영장기록에 있는 수사정보를 법원행정처 차장 공소외인에게 보고할 것을 ‘공모’한 사실이 인정되지 않으며, 피고인 1이 공소외인에게 한 보고는 일선 법원 사법행정업무 담당자가 그 직무수행의 일환으로 법원행정처에 대해 법관 비위 정보를 보고한 행위로서 해당 정보를 전달받은 법원행정처 차장 공소외인이 이를 일반에게 유포하는 등 국가의 수사·재판기능을 저해하는 행위를 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재판 제도 존립의 핵심이 되는 법관의 공정성과 청렴성 및 불가매수성에 대한 일반 국민의 신뢰 확보의 차원에서 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 해당 법관에 대해 형사재판이 확정되기 전이라도 그 사실관계를 파악하여 「법관 등의 사무분담 및 사건배당에 관한 예규」 제6조 제1항 제4호에 따른 해당 법관의 사무분담 변경이나 징계 처분 등 사법행정의 측면에서 요구되는 조치를 신속하면서도 신중하게 검토, 실행할 필요성하에 해당 사법행정업무를 직간접적으로 담당하고 그에 관한 비밀엄수의무를 부담하는 자들 사이에 그 직무집행에 필요한 정보를 주고받은 행위로 볼 수 있으므로 공무상비밀누설죄의 처벌대상이 되는 공무상 비밀의 누설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판단하여,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 및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오인하거나 공무상비밀누설죄에서의 ‘직무상 비밀’, ‘누설’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유숙(재판장) 조재연 이동원 천대엽(주심) | 형법 제127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원심판결】
의정부지법 2021. 7. 22. 선고 2020노1794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의정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공소사실 요지
피고인은 파주시 (주소 1 생략)에 있는 ○○○○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로서, 경기도 교육청이 발주한 파주시 (주소 2 생략)에 있는 파주△△초등학교 신축공사와 관련하여, 원수급자인 □□□□□ 주식회사로부터 보도블럭 공사를 하도급 받았고, 2018. 5. 16.경 그중 보도블럭 시공(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을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른 건설업자가 아닌 공소외 1에게 다시 하도급을 주었다. 피고인은, 공소외 1에게 고용되어 2018. 10. 11.경부터 2018. 10. 12.경까지 공사현장에서 일한 근로자 공소외 2의 임금 280,000원을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의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지급기일인 퇴직일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않은 것을 비롯하여 2018. 8. 11.경부터 2018. 10. 12.경까지 제1심판결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근로자 25명의 임금 합계 59,040,000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2. 원심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피고인이 2018. 5. 16.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른 건설업자가 아닌 공소외 1에게 이 사건 공사를 다시 하도급하였으나, 이후 공소외 1에게 이 사건 공사대금 전액을 지급한 이상, 공소외 1에게 고용된 근로자에 대한 임금 미지급을 이유로 피고인을 처벌할 수 없다.
3. 대법원 판단
가. 구 근로기준법(2019. 4. 30. 법률 제1641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근로기준법’이라 한다) 제44조의2, 제109조(이하 ‘이 사건 처벌조항’이라 한다)는 건설업에서 2차례 이상 도급이 이루어진 경우 건설산업기본법 규정에 따른 건설업자가 아닌 하수급인이 그가 사용한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할 경우 그 하수급인의 직상 수급인은 하수급인과 연대하여 하수급인이 사용한 근로자의 임금을 지급할 책임을 지도록 하면서 이를 위반한 직상 수급인을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직상 수급인이 건설업등록이 되어 있지 않아 건설공사를 위한 자금력 등이 확인되지 않는 하수급인에게 건설공사를 하도급하는 위법행위를 함으로써 하수급인의 임금지급의무 불이행에 관한 위험을 야기한 잘못에 대하여, 실제로 하수급인이 임금지급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이러한 위험이 현실화되었을 때 그 책임을 묻는 것이다.
그리고 이에 따라 구 근로기준법 제44조의2의 적용을 받는 직상 수급인은 근로기준법 제44조의 경우와 달리 자신에게 직접적인 귀책사유가 없더라도 하수급인의 임금 미지급으로 말미암아 위와 같은 책임을 부담하고, 하수급인이 임금지급의무를 이행하는 경우에는 함께 책임을 면하게 된다(대법원 2015. 11. 12. 선고 2013도8417 판결 참조).
이와 같은 이 사건 처벌조항의 입법 취지와 문언 등에 비추어 보면, 건설업에서 2차례 이상 도급이 이루어지고 건설업자가 아닌 하수급인이 그가 사용한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였다면, 그 하수급인의 직상 수급인은 자신에게 귀책사유가 있는지 여부 또는 하수급인에게 대금을 지급하였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하수급인과 연대하여 하수급인이 사용한 근로자의 임금을 지급할 책임을 부담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대법원 2019. 10. 31. 선고 2018도9012 판결 참조).
나. 그런데도 원심은, 구 근로기준법 제44조의2가 직상 수급인이 하수급인에게 도급금액을 전부 지급하여 이행이 끝난 상황에서까지 연대의무를 부과하려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없다는 전제에서, 위 2.에서 보았듯이 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에는 구 근로기준법 제44조의2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4. 결론
검사의 상고는 이유 있어 원심판결 중 피고인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김재형(주심) 안철상 이흥구 | 구 근로기준법(2019. 4. 30. 법률 제1641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4조, 제44조의2, 제109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1 외 1인
【상 고 인】
검사
【원심판결】
의정부지법 2021. 7. 23. 선고 2020노2392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공소사실 요지
공소사실 요지는 다음과 같다.
누구든지 타인의 저작재산권, 그 밖에 저작권법에 따라 보호되는 재산적 권리를 복제, 공연, 공중송신, 전시, 배포, 대여, 2차적 저작물 작성의 방법으로 침해해서는 안 된다.
피고인 1은 다시 보기 링크 사이트인 ‘(사이트명 1 생략)’, ‘(사이트명 2 생략)’, ‘(사이트명 3 생략)’(이하 위 3개 사이트를 합쳐서 ‘이 사건 사이트’라 한다)를 운영하는 사람이고, 피고인 2는 이 사건 사이트의 광고수익금 관리, 링크 글 게시 등을 하는 사람이다.
피고인 1은 2013. 9.경 위 ‘(사이트명 1 생략)’ 사이트 메인 화면에 ‘방영 드라마’, ‘예능 오락’, ‘시사교양’, ‘일드’(일본드라마), ‘중대드’(중국, 대만드라마), ‘미드영드’[미국, 영국드라마, 카테고리 클릭 시 ‘(사이트명 3 생략)’ 사이트로 이동], ‘영화 애니[카테고리 클릭 시 ‘(사이트명 2 생략)’ 사이트로 이동] 게시판 형태로 개설하였다. 위 피고인은 2014. 4. 11.경부터 2015. 11. 11.까지 파주시 (주소 1 생략), 파주시 (주소 2 생략), 파주시 (주소 3 생략) 등 피고인 1의 주거지에서, 성명불상자(아이디 생략 사용자)가 동영상 공유 플랫폼인 (사이트명 4 생략) 사이트에 불법으로 업로드한 저작권자 공소외 1 주식회사의 영상저작물 ‘(저작물명 생략)’와 연결되는 링크를 위 ‘(사이트명 1 생략)’ 사이트에 ‘(게시글 제목 생략)’라는 제목으로 게시하고, 해당 링크를 클릭하면 새 팝업창이 열리면서 (사이트명 4 생략) 사이트에 불법 업로드된 파일이 바로 재생되도록 게시하여, 이 사건 사이트 또는 (사이트명 4 생략), (사이트명 5 생략) 사이트의 회원가입 여부와 상관없이 불특정 다수의 이용자가 스스로 선택한 시간과 장소에서 아무런 제약과 대가 없이 PC와 모바일을 통해 위 성명불상자가 업로드해 놓은 방송프로그램, 영화 등의 각종 저작물을 링크를 클릭할 때마다 개별 송신이 이루어지게 하였다.
피고인 2는 피고인 1의 부탁을 받고 이 사건 사이트를 관리하면서, 2014. 7. 25.부터 2016. 1. 22.까지는 그 명의의 우체국 계좌로 총 25회에 걸쳐 이 사건 사이트에 삽입된 광고에서 발생한 수익 27,205,900원을, 2014. 2. 20.부터 2016. 2. 22.까지는 피고인 2의 여동생 공소외 2 명의의 (은행명 생략) 계좌로 총 67회에 걸쳐 51,857,242원의 광고수익을 받아 피고인 1이 수령할 수 있도록 하고, 위 ‘(사이트명 1 생략)’ 사이트의 페이스북 계정을 신규로 개설하여 접속차단에 대비한 우회경로 사이트를 안내하였다.
이로써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위와 같이 성명불상자의 전송권 침해행위를 용이하게 한 것을 비롯하여 2014. 4. 11.경부터 2015. 11. 11.경까지 위와 동일한 방법으로 성명불상자들이 ‘(사이트명 4 생략)’ 등 동영상 공유 플랫폼 사이트에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업로드한 총 460건의 저작물을 팝업창 제공방식으로 링크함으로써 영리를 목적으로 또는 상습으로 성명불상자의 전송권 침해행위를 용이하게 하여 이를 방조하였다.
2. 원심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인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가. 피고인들이 직접링크로 게시한 링크를 이 사건 사이트 이용자가 클릭하여 저작권자로부터 이용허락을 받지 않은 콘텐츠가 업로드된 (사이트명 4 생략) 등 사이트에 연결된다고 하더라도, 정범이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불법 복제한 동영상을 해외 인터넷 동영상 공유 사이트에 업로드하는 방법으로 이용에 제공함으로써 저작권자의 공중송신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한 것에 대하여 피고인들이 그에 필요한 공간 또는 시설을 제공하거나 범의를 강화하는 등 정범의 실행행위 자체를 용이하게 하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링크 행위는 저작재산권 침해행위의 방조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피고인들이 다수의 콘텐츠 링크를 제목, 방영일자를 정리하여 게시하면서 콘텐츠 검색기능을 제공하였다거나 이 사건 사이트에 광고배너를 달아 수익을 얻었다고 해서 방조죄의 성립 여부가 달라지지 않는다. 이러한 사정은 저작권법 위반 또는 저작권법 위반 방조가 성립한 다음에 피고인들에게 영리 목적이나 상습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자료에 지나지 않는다.
나. 피고인들의 행위가 저작권법 위반 방조에 해당한다고 가정하더라도 피고인들로서는 자신들의 행위가 저작권법 위반죄 또는 저작권법 위반 방조죄가 되지 않는다고 오인하였고,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 해당한다.
3. 대법원 판단
그러나 원심판결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받아들일 수 없다.
가. 침해 게시물 등으로 연결되는 링크를 제공하는 행위와 공중송신권 침해 방조범의 성립
(1) 전송의 방법으로 공중송신권을 침해하는 게시물이나 그 게시물이 위치한 웹페이지 등에 연결되는 링크를 한 행위자가, 정범이 공중송신권을 침해한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면서 그러한 링크를 인터넷 사이트에 영리적·계속적으로 게시하는 등으로 공중의 구성원이 개별적으로 선택한 시간과 장소에서 침해 게시물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정도의 링크 행위를 한 경우에는, 침해 게시물을 공중의 이용에 제공하는 정범의 범죄를 용이하게 하므로 공중송신권 침해의 방조범이 성립한다. 이러한 링크 행위는 정범의 범죄행위가 종료되기 전 단계에서 침해 게시물을 공중의 이용에 제공하는 정범의 범죄 실현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그 구성요건적 결과 발생의 기회를 현실적으로 증대함으로써 정범의 실행행위를 용이하게 하고 공중송신권이라는 법익의 침해를 강화·증대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링크 행위자에게 방조의 고의와 정범의 고의도 인정할 수 있다(대법원 2021. 9. 9. 선고 2017도19025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성명불상자는 저작재산권자의 이용허락 없이 해외 인터넷 동영상 공유사이트에 영화방송프로그램 등 공소사실 기재 영상저작물을 업로드하여 게시하였다. 위와 같은 행위는 저작재산권자의 허락 없이 공중의 구성원이 개별적으로 선택한 시간과 장소에서 접근할 수 있도록 위 영상저작물을 이용에 제공하는 공중송신권 침해에 해당한다.
성명불상자가 위와 같이 업로드한 영상저작물을 삭제하지 않는 한 공중의 구성원이 개별적으로 선택한 시간과 장소에서 위 영상저작물을 접근할 수 있도록 이용에 제공하는 공중송신권 침해의 범죄행위는 종료되지 않았다.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성명불상자의 위와 같은 공중송신권 침해행위 도중에 그러한 범행을 충분히 인식하면서 총 460건의 영상저작물로 연결되는 링크를 이 사건 사이트에 게시하였다. 이 사건 사이트의 이용자는 피고인들이 게시한 링크를 통해 위 영상저작물에 용이하게 접근할 수 있고, 피고인들은 그러한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
이 사건 사이트는 피고인들이 광고수익을 얻기 위한 목적으로 개설하여 계속적으로 운영하는 저작권 침해물 링크 사이트로서, 피고인들은 불특정 다수의 이용자가 영상저작물에 대한 링크를 손쉽게 찾을 수 있도록 링크를 영화·드라마·예능프로그램 등의 유형별로 구분하여 게시하고 이에 대한 검색기능을 제공하였다.
(3)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성명불상자의 공중송신권 침해행위 도중에 그 범행을 충분히 인식하면서 그러한 침해 게시물 등에 연결되는 링크를 이 사건 사이트에 영리적·계속적으로 게시하였고, 이로써 공중의 구성원이 개별적으로 선택한 시간과 장소에서 침해 게시물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여 침해 게시물을 공중의 이용에 제공하는 성명불상자의 범죄를 용이하게 하였으므로 공중송신권 침해의 방조범이 성립할 수 있다.
(4) 원심은 위 2.에서 보았듯이 피고인들의 링크 행위가 정범의 실행행위 자체를 용이하게 한 행위가 아니어서 저작재산권 침해행위의 방조행위가 될 수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에는 공중송신권 침해의 방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나. 법률의 착오와 정당한 이유
(1) 형법 제16조는 ‘법률의 착오’라는 제목으로 자기가 한 행위가 법령에 따라 죄가 되지 않는 것으로 오인한 행위는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 한하여 벌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다. 이는 일반적으로 범죄가 성립하지만 자신의 특수한 사정에 비추어 법령에 따라 허용된 행위로서 죄가 되지 않는다고 그릇 인식하고 그러한 인식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때 정당한 이유는 행위자에게 자기 행위의 위법 가능성에 대해 심사숙고하거나 조회할 수 있는 계기가 있어 자신의 지적 능력을 다하여 이를 회피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을 다하였더라면 스스로의 행위에 대하여 위법성을 인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는데도 이를 다하지 못한 결과 자기 행위의 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한 것인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이러한 위법성의 인식에 필요한 노력의 정도는 구체적인 행위정황과 행위자 개인의 인식능력 그리고 행위자가 속한 사회집단에 따라 달리 평가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3. 24. 선고 2005도3717 판결, 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4도12773 판결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피고인들은 2014. 4. 11.경 이 사건 사이트를 개설하면서 인터넷 검색(구글링)을 통해 링크를 설정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라는 정보를 얻은 적이 있으나, 관련 기관에 질의하여 회신을 받거나 법률전문가에게 자문을 받은 적은 없다.
저작권자의 공중송신권을 침해하는 웹페이지 등으로 링크를 하는 행위만으로는 공중송신권 침해의 방조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2015. 3. 12. 선고 2012도13748 판결이 선고된 시기는 피고인들이 저작권 침해물 링크 사이트인 이 사건 사이트를 운영하기 시작한 이후로서, 피고인들이 위 판결을 신뢰하여 공소사실 기재 범행을 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3)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들이 자신의 행위가 법령에 따라 죄가 되지 않는 것으로 오인하였다거나 그와 같이 오인한 데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
피고인들이 이 사건 사이트를 운영하던 도중에 대법원 2015. 3. 12. 선고 2012도13748 판결이 선고되었지만, 이 판결은 대법원 2021. 9. 9. 선고 2017도19025 전원합의체 판결로 변경되었다. 법률 위반 행위 중간에 일시적으로 판례에 따라 그 행위가 처벌대상이 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되었던 적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자신의 행위가 처벌되지 않는 것으로 믿은 데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2. 10. 22. 선고 2002도4260 판결 참조).
(4) 그런데도 원심은 피고인들의 링크 행위가 저작재산권 침해행위의 방조행위에 해당하더라도 피고인들이 자신의 행위에 죄가 되지 않는 것으로 오인한 데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에는 형법 제16조에서 정한 정당한 이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4. 결론
검사의 상고는 모두 이유 있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김재형(주심) 안철상 이흥구 | [1] 저작권법 제2조 제7호, 제10호, 제18조, 제136조 제1항 제1호, 형법 제13조, 제32조 / [2] 형법 제16조 / [3] 형법 제16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한철상
【원심판결】
의정부지법 2019. 10. 31. 선고 2019노2065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공소를 제기하려면 공소장을 관할법원에 제출하여야 한다(형사소송법 제254조 제1항). 공무원이 작성하는 서류에는 법률에 다른 규정이 없는 때에는 작성 연월일과 소속공무소를 기재하고 기명날인 또는 서명하여야 한다(형사소송법 제57조 제1항). 여기서 ‘공무원이 작성하는 서류’에는 검사가 작성하는 공소장이 포함되므로, 검사가 기명날인 또는 서명이 없는 상태로 공소장을 관할법원에 제출하는 것은 형사소송법 제57조 제1항에 위반된다. 이와 같이 법률이 정한 형식을 갖추지 못한 채 공소장을 제출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을 위반하여 무효인 때(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에 해당한다. 다만 이 경우 공소를 제기한 검사가 공소장에 기명날인 또는 서명을 추후 보완하는 등의 방법으로 공소제기가 유효하게 될 수 있다(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7도4961 판결, 대법원 2012. 9. 27. 선고 2010도17052 판결 참조).
2.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의정부지방법원 2018고단4184 사건의 공소(이하 ‘이 부분 공소’라 한다)를 기각하였다.
이 부분 공소장에는 공소를 제기한 검사의 기명만 있을 뿐 서명 또는 날인이 없다. 이러한 하자에 대한 추후 보완 요구는 법원의 의무가 아니다. 이 부분 공소는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을 위반하여 무효인 때에 해당한다.
3.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검사의 하자 추후 보완은 원칙적으로 제1심에서만 허용된다는 부분은 적절하지 않지만, 이 사건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을 위반하여 무효인 때에 해당한다는 원심의 결론은 옳다.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공소장 기명날인 또는 서명 누락과 공소제기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4. 검사의 상고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김재형(주심) 안철상 이흥구 | 형사소송법 제57조 제1항, 제254조 제1항, 제327조 제2호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1 외 4인
【상 고 인】
피고인 1, 피고인 2, 피고인 3, 지앤피바이오텍 주식회사 및 검사(피고인 1, 피고인 2, 피고인 5에 대하여)
【변 호 인】
변호사 김빛나 외 2인
【원심판결】
대구지법 2017. 10. 12. 선고 2017노2060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 1에 대한 유죄 부분과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무죄 부분, 피고인 2에 대한 유죄 부분과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무죄 부분을 모두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대구지방법원에 환송한다. 피고인 3, 지앤피바이오텍 주식회사의 상고, 검사의 피고인 5에 대한 상고와 검사의 피고인 1에 대한 나머지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인 1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 1에 대한 공소사실 중 배임수재와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부분을 모두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배임수재죄나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죄의 성립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2. 피고인 2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 2에 대한 공소사실 중 조세범 처벌법 위반 부분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조세범 처벌법 위반죄의 성립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피고인 3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 3에 대한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배임증재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와 ‘부정한 청탁’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4. 피고인 지앤피바이오텍 주식회사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 지앤피바이오텍 주식회사에 대한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조세범 처벌법 위반죄의 성립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5. 검사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가. 피고인 1, 피고인 2의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부분
1)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가) 피고인 1, 피고인 2는 공모하여 2012. 12.경부터 2015. 3. 24.경까지 제1심 판시 범죄일람표 6 기재와 같이 대부중개업 등록을 하지 않고 8회에 걸쳐 재단법인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연금재단(이하 ‘연금재단’이라 한다)과 차주 사이의 대출 거래(대출금액 합계 1,182억 원)를 중개하여 대부중개업을 영위하였다.
나) 피고인 1, 피고인 2는 공모하여 2013. 7. 26.경부터 2015. 3. 24.경까지 제1심 판시 범죄일람표 6. 순번 4부터 8까지 기재와 같이 5회에 걸쳐 대부를 받는 거래상대방으로부터 중개수수료 명목으로 합계 20억 2,900만 원을 수수하였다.
2)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로 판단하였다.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대부업법’이라 한다)의 입법 목적과 연혁, 대부중개업의 운용실태에 비추어 보면, 대부업법상 ‘대부중개’는 대부업자가 대부업법상 ‘대부업자’에 해당함을 전제로 그 대부업자와 사금융이용자를 중개하는 행위를 말한다. 그런데 공소사실 기재 연금재단의 각 대출행위는 민법에 따라 설립된 비영리법인이 정관에서 정한 목적의 범위에서 대부하는 경우이어서 대부업법 제2조 제1호 단서, 같은 법 시행령 제2조 제4호에 따라 대부업법상 ‘대부업’의 범위에서 제외된다. 따라서 피고인 1, 피고인 2의 공소사실 기재 행위도 대부업법상 ‘대부중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3)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먼저 대부업법 관련 규정을 살펴본다.
구 대부업법(2015. 7. 24. 법률 제1344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대부업법’이라 한다)은 대부업에 관하여 ‘금전의 대부(어음할인·양도담보, 그 밖에 이와 비슷한 방법을 통한 금전의 교부를 포함한다)를 업으로 하거나, 등록한 대부업자 또는 여신금융기관으로부터 대부계약에 따른 채권을 양도받아 이를 추심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것을 말한다. 다만 대부의 성격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는 제외한다.’라고 하고(제2조 제1호), 대부중개업에 관하여 ‘대부중개를 업으로 하는 것을 말한다.’라고 정의하고 있으나(제2조 제2호), 대부중개 자체에 대해서는 그 의미를 정의하거나 범위를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위와 같은 구 대부업법의 규정과 ‘제3자로서 두 당사자 사이에 서서 일을 주선하는 것’이라는 중개의 사전적 의미(국립국어원 발간 표준국어대사전) 등을 고려하면, 구 대부업법 제2조 제2호에서 말하는 ‘대부중개’는 거래당사자 사이에서 금전의 대부를 주선 또는 알선하는 행위를 뜻하고, 주선의 대상이 된 거래가 금전의 대부에 해당하는 이상, 설령 그 대부행위가 구 대부업법 제2조 제1호 단서, 같은 법 시행령(2016. 7. 6. 대통령령 제2732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대부업법 시행령’이라 한다) 제2조 각호에 따라 ‘대부업’의 범위에서 제외되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그 주선행위 자체는 구 대부업법 제2조 제2호에서 정한 ‘대부중개’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리고 어떠한 행위가 ‘대부중개’에 해당하는지는 행위자의 주관적 의사에 따라 결정할 것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보아 그 행위가 사회통념에 비추어 금전의 대부를 주선하는 행위라고 인정되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하여야 한다. 한편 구 대부업법은 대부중개업을 하려는 자에게 영업소별로 해당 영업소를 관할하는 시·도지사에게 등록할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위반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며(제3조 제1항, 제19조 제1항 제1호), 미등록대부중개업자 등으로 하여금 대부중개와 관련한 대가, 즉 중개수수료를 대부를 받는 거래상대방으로부터 받지 못하게 하고 이러한 제한을 위반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11조의2 제2항, 제19조 제2항 제6호). 따라서 대부중개업의 등록을 하지 않은 자가 대부의 거래당사자에게 어떠한 용역을 제공한 경우, 그 용역이 구 대부업법에서 정한 대부중개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해당 용역의 제공 및 그 용역에 대한 대가 수수가 처벌 대상이 되는지 여부가 결정되며, 개별 사안에서 특정 용역의 제공행위가 대부중개에 해당하는지는 용역 제공의 원인이 된 계약의 체결 경위와 그 내용, 용역 제공자가 실제로 수행한 업무의 성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나) 원심판결 이유를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와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공소사실 기재 연금재단의 각 대출행위는 이자 있는 금전소비대차의 일종으로서 구 대부업법 제2조 제1호에서 말하는 ‘금전의 대부’에 해당한다. 따라서 피고인 1, 피고인 2가 연금재단과 차주 사이에서 대부 거래를 주선하는 행위를 하였다는 점이 인정된다면, 연금재단의 대부가 구 대부업법 제2조 제1호에서 정한 ‘대부업’ 영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와는 관계없이 위 피고인들의 행위는 구 대부업법 제2조 제2호에서 정한 ‘대부중개’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피고인 1, 피고인 2가 연금재단과 차주 사이에서 수행한 업무가 구 대부업법에서 정한 대부중개에 해당하는지, 위 피고인들이 받은 수수료가 그 대부중개의 대가에 해당하는지를 심리·판단하여야 했고, 그러한 판단을 위해 위 피고인들이 대부 거래의 당사자에게 용역을 제공하게 된 경위, 용역 제공의 원인이 된 계약의 내용 및 위 피고인들이 실제로 수행한 업무의 성격 등을 함께 살펴보았어야 했다.
그런데도 원심은 위와 같은 심리·판단에 나아가지 않은 채 연금재단의 각 대출행위가 구 대부업법 제2조 제1호에서 정한 ‘대부업’이라 할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구 대부업법에서 정한 ‘대부중개’의 의미, 범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나. 피고인 5에 대한 공소사실 부분 및 피고인 1의 배임증재 부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모두 무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업무상배임죄, 배임수재죄, 배임증재죄의 성립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6. 파기의 범위
원심판결 중 피고인 1, 피고인 2의 대부업법 위반 부분은 위 5. 가.에서 본 것과 같은 이유로 파기되어야 한다. 그런데 원심이 피고인 1, 피고인 2에 대해 유죄로 인정한 부분은, 위 파기 부분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으므로 함께 파기되어야 한다.
7.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 1에 대한 유죄 부분과 대부업법 위반 무죄 부분, 피고인 2에 대한 유죄 부분과 대부업법 위반 무죄 부분을 모두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피고인 3, 지앤피바이오텍 주식회사의 상고, 검사의 피고인 5에 대한 상고와 검사의 피고인 1에 대한 나머지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정화(재판장) 김선수 노태악(주심) 오경미 | [1] 구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2015. 7. 24. 법률 제1344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1호, 제2호, 구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시행령(2016. 7. 6. 대통령령 제2732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 [2] 구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2015. 7. 24. 법률 제1344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1호, 제2호, 제3조 제1항, 제11조의2 제2항, 제19조 제1항 제1호, 제2항 제6호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 민후 담당변호사 김경환 외 2인
【원심판결】
수원고법 2020. 7. 2. 선고 2020노171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예비적 공소사실의 요지
예비적 공소사실인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정경제범죄법’이라 한다) 위반(배임) 부분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고인은 알 수 없는 경위로 피해자의 ‘힛빗’ 거래소 가상지갑에 들어 있던 199.999비트코인(이하 ‘이 사건 비트코인’이라 한다)을 자신의 계정으로 이체받았으므로 착오로 이체된 이 사건 비트코인을 반환하기 위하여 이를 그대로 보관하여야 할 임무가 있었는데도, 그중 29.998비트코인을 자신의 ‘(계정명 1 생략)’ 계정으로, 169.996비트코인을 자신의 ‘(계정명 2 생략)’ 계정으로 이체하여 재산상 이익인 합계 약 1,487,235,086원 상당의 총 199.994비트코인(= 29.998비트코인 + 169.996비트코인)을 취득하고, 피해자에게 동액 상당의 손해를 가하였다.
2. 원심판단
원심은 예비적 공소사실을 다음과 같은 이유로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가상자산은 경제적 가치를 갖는 재산상 이익으로서 형법상 보호할 가치가 있다. 피고인이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 소유 비트코인을 자신의 가상자산 지갑으로 이체받아 보관하게 된 이상, 소유자에 대한 관계에서 비트코인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해야 한다. 횡령죄와 배임죄는 신임관계를 기본으로 하는 같은 죄질의 재산범죄로서, 법률관계 없이 돈을 이체받은 계좌명의인은 송금의뢰인에 대해 송금받은 돈을 반환할 의무가 있어 계좌명의인에게 송금의뢰인을 위하여 송금받거나 이체된 돈을 보관하는 지위가 인정되는데, 가상자산을 원인 없이 이체받은 경우를 이와 달리 취급할 이유가 없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피고인은 이체받은 비트코인을 신의칙에 근거하여 소유자에게 반환하기 위해 그대로 보관하는 등 피해자의 재산을 보호하고 관리할 임무를 부담하게 함이 타당하므로 배임죄의 주체로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
3. 대법원 판단
그러나 원심판결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받아들일 수 없다.
가. 가상자산 권리자의 착오나 가상자산 운영 시스템의 오류 등으로 법률상 원인관계 없이 다른 사람의 가상자산 전자지갑에 가상자산이 이체된 경우, 가상자산을 이체받은 자는 가상자산의 권리자 등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담하게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당사자 사이의 민사상 채무에 지나지 않고 이러한 사정만으로 가상자산을 이체받은 사람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가상자산을 보존하거나 관리하는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 또한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는 아무런 계약관계가 없고 피고인은 어떠한 경위로 이 사건 비트코인을 이체받은 것인지 불분명하여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는 주체가 피해자인지 아니면 거래소인지 명확하지 않다. 설령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직접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담한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가상자산을 이체받은 사람을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나. 대법원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하려면,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타인을 위하여 대행하는 경우와 같이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그들 사이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하거나 관리하는 데에 있어야 한다고 함으로써(대법원 2020. 2. 20. 선고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배임죄의 성립 범위를 제한하고 있다. 이 사건과 같이 가상자산을 이체받은 경우에는 피해자와 피고인 사이에 신임관계를 인정하기가 쉽지 않다.
다. 가상자산은 국가에 의해 통제받지 않고 블록체인 등 암호화된 분산원장에 의하여 부여된 경제적인 가치가 디지털로 표상된 정보로서 재산상 이익에 해당한다(대법원 2021. 11. 11. 선고 2021도9855 판결 참조). 가상자산은 보관되었던 전자지갑의 주소만을 확인할 수 있을 뿐 그 주소를 사용하는 사람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고, 거래 내역이 분산 기록되어 있어 다른 계좌로 보낼 때 당사자 이외의 다른 사람이 참여해야 하는 등 일반적인 자산과는 구별되는 특징이 있다.
이와 같은 가상자산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관련 법률에 따라 법정화폐에 준하는 규제가 이루어지지 않는 등 법정화폐와 동일하게 취급되고 있지 않고 그 거래에 위험이 수반되므로, 형법을 적용하면서 법정화폐와 동일하게 보호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라. 원인불명으로 재산상 이익인 가상자산을 이체받은 자가 가상자산을 사용·처분한 경우 이를 형사처벌하는 명문의 규정이 없는 현재의 상황에서 착오송금 시 횡령죄 성립을 긍정한 판례(대법원 2010. 12. 9. 선고 2010도891 판결 등 참조)를 유추하여 신의칙을 근거로 피고인을 배임죄로 처벌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
이 사건 비트코인이 법률상 원인관계 없이 피해자로부터 피고인 명의의 전자지갑으로 이체되었더라도 피고인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피해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는 이상, 피고인을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마. 그런데도 피고인을 배임죄의 주체로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원심은 특정경제범죄법 위반(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4. 파기 범위
위에서 본 이유로 원심판결 중 예비적 공소사실 부분은 파기사유가 있어 그대로 유지될 수 없고, 그 부분과 동일체의 관계에 있는 주위적 공소사실인 특정경제범죄법 위반(횡령) 부분도 파기를 면할 수 없으므로, 원심판결 전부가 파기되어야 한다.
5. 결론
피고인의 상고는 이유 있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김재형(주심) 안철상 이흥구 | [1] 헌법 제12조 제1항, 형법 제1조 제1항, 제355조 제2항 / [2]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제2호, 형법 제355조 제2항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및 검사
【변 호 인】
법무법인 정도 담당변호사 설창일 외 2인
【원심판결】
부산고법 2015. 7. 9. 선고 2015노69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검사의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인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가. 국가보안법 위반(이적단체의구성등) 부분
원심은 국가보안법 위반(이적단체의구성등)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고 피고인의 사실오인과 법리오해에 관한 항소이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나. 이적동조행위 등으로 인한 국가보안법 위반(찬양·고무등) 부분
원심은 이적동조행위 등으로 인한 국가보안법 위반(찬양·고무등)의 공소사실 중 ① 2008. 2.경 ‘통일시대젊은벗 신입회원 교양’ 참가로 인한 국가보안법 위반(찬양·고무등) 부분과 ② 2009. 12. 6. ‘2009년도 3차 간부회의’ 참가로 인한 국가보안법 위반(찬양·고무등)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유죄로 인정하고 피고인의 사실오인과 법리오해에 관한 항소이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국가보안법상 이적동조행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다. 이적표현물 반포·소지로 인한 국가보안법 위반(찬양·고무등) 부분
(1) 국가보안법상 이적표현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표현물의 내용이 국가보안법의 보호법익인 국가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것이어야 한다. 표현물에 이러한 이적성이 있는지는 표현물의 전체적인 내용뿐만 아니라 작성 동기와 표현행위의 양태, 외부와의 관련사항, 표현행위 당시의 정황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결정해야 한다.
국가보안법 제7조 제5항의 죄는 제1항, 제3항, 제4항에 정해진 이적행위를 할 목적으로 문서·도화 그 밖의 표현물을 제작·수입·복사·소지·운반·반포·판매하거나 취득하는 것으로서 이른바 목적범이다. 이때 목적은 범죄 성립을 위한 초과주관적 위법요소로서 고의 외에 별도로 요구되는 것이므로, 행위자가 표현물의 이적성을 인식하고 제5항의 행위를 하였더라도 이적행위를 할 목적이 인정되지 않으면 구성요건은 충족되지 않는다. 그리고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의 구성요건을 이루는 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으므로 행위자에게 이적행위를 할 목적이 있었다는 사실은 검사가 증명해야 하고, 행위자가 이적표현물임을 인식하고 제5항의 행위를 하였다는 사실만으로 그에게 이적행위를 할 목적이 있었다고 추정해서는 안 된다. 행위자에게 이적행위 목적이 있음을 증명할 직접증거가 없는 때에는 앞에서 본 표현물의 이적성 징표가 되는 여러 사정과 함께 피고인의 경력과 지위, 피고인이 이적표현물과 관련하여 제5항의 행위를 하게 된 경위, 피고인의 이적단체 가입 여부, 이적표현물과 피고인이 속한 이적단체의 실질적인 목표나 활동 사이의 연관성 등 간접사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할 수 있다(대법원 2010. 7. 23. 선고 2010도1189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하나(형사소송법 제307조 제2항), 사실인정의 전제인 증거의 취사 선택과 증거의 증명력은 사실심 법원의 자유판단에 속한다(형사소송법 제308조).
(2) 먼저 ‘행복한 통일이야기’ 책자(제1심판결 별지 범죄일람표 3의 연번 2)에 관한 국가보안법 위반(찬양·고무등) 부분에 대하여 살펴본다.
제1심은 ‘행복한 통일이야기’ 책자 소지로 인한 국가보안법 위반(찬양·고무등) 부분을 유죄로 인정하면서, 위 책자가 전체적으로 반국가단체로서 북한이 주장하는 주체사상과 선군정치를 찬양·동조하고, 북한의 상투적인 대남선전선동 활동을 적극적으로 찬양·고무·선전하거나 이에 동조하는 내용이라고 인정한 다음, 피고인의 경력과 위 책자의 활용 등을 종합하여 피고인이 이적행위를 할 목적으로 책자를 소지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원심은 제1심판결이 정당하다고 하며 피고인의 사실오인과 법리오해에 관한 항소이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제1심판결 별지 범죄일람표 3의 연번 2 기재와 같은 발췌 부분과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행복한 통일이야기’ 책자가 반국가단체인 북한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하는 것과 같이 평가할 정도로 적극적으로 북한의 활동에 호응·가세하는 정도라고 볼 수 없고, 국가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며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것이라거나 이적성이 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 따라서 ‘행복한 통일이야기’ 책자가 이적표현물임을 전제로 위 책자의 소지로 인한 국가보안법 위반(찬양·고무등) 부분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국가보안법 제7조 제5항의 이적표현물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위 책자가 이적표현물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의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3) 나머지 표현물에 관한 국가보안법위반(찬양·고무등) 부분에 대하여 살펴본다.
제1심은 이적표현물 반포·소지로 인한 국가보안법 위반(찬양·고무등)의 공소사실 중 제1심판결 ① 별지 범죄일람표 1 기재 표현물(연번 2, 5, 6, 9~14, 20 제외), ② 별지 범죄일람표 2 기재 표현물(연번 2, 4, 13, 14 제외), ③ 별지 범죄일람표 3 기재 표현물(2, 6~9, 13, 17~43 제외), ④ 별지 범죄일람표 4 기재 표현물(연번 510, 603, 732, 757, 1105, 1166, 1700, 1701, 1702, 1703 제외), ⑤ 별지 범죄일람표 5 기재 표현물(연번 7~10, 24~59 제외)의 반포·소지로 인한 국가보안법 위반(찬양·고무등) 부분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원심은 제1심판결이 정당하다고 인정하고 피고인의 사실오인과 법리오해에 관한 항소이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에서 본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국가보안법상 이적표현물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이라 한다) 위반 부분
(1) 집시법은 적법한 집회와 시위를 최대한 보장하고 위법한 시위로부터 국민을 보호함으로써 집회와 시위의 권리 보장과 공공의 안녕질서가 적절히 조화되게 함을 그 목적으로 한다(제1조). 이 법률은 집회 그 자체에 관해서는 개념 정의를 하지 않으면서도, 시위에 관해서는 여러 사람이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도로, 광장, 공원 등 일반인이 자유로이 통행할 수 있는 장소를 행진하거나 위력 또는 기세를 보여, 불특정한 여러 사람의 의견에 영향을 주거나 제압을 가하는 행위라고 정의한다(제2조 제2호). 또한 제3조 이하에서는 옥외집회를 시위와 동렬에서 보장·규제하고 있다. 따라서 이 법률에서 보장·규제의 대상이 되는 집회란 ‘특정 또는 불특정 여러 사람이 공동의 의견을 형성하여 이를 대외적으로 표명할 목적 아래 일시적으로 일정한 장소에 모이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9. 7. 9. 선고 2007도1649 판결 등 참조).
(2) 제1심은 집시법 위반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하면서, 피고인이 개최한 행사는 특정 또는 불특정 여러 사람이 공동의 의견을 형성하여 이를 대외적으로 표명할 목적으로 모인 것으로 위 법률 제2조 제1호에서 정한 ‘옥외집회’에 해당하므로, 같은 법 제6조 제1항에 따라 관할 경찰서장에게 사전 신고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원심은 제1심판결이 정당하다고 인정하여, 피고인의 사실오인과 법리오해에 관한 항소이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에서 본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은 정당하고,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집회’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검사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가. 이적동조행위 등으로 인한 국가보안법 위반(찬양·고무등) 부분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① 2008. 2.경 ‘통일시대젊은벗 신입회원 교양’ 참가로 인한 국가보안법 위반(찬양·고무등) 부분과 ② 2009. 12. 6. ‘2009년도 3차 간부회의’ 참가로 인한 국가보안법 위반(찬양·고무등) 부분에 대하여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무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이적동조행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나. 이적표현물 반포·소지로 인한 국가보안법 위반(찬양·고무등) 부분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제1심판결 ① 별지 범죄일람표 1의 연번 2, 5, 6, 9~14, 20번 기재 표현물의 반포·소지로 인한 국가보안법 위반(찬양·고무등) 부분과 ② ㉮ 별지 범죄일람표 3의 연번 6~9, 13, 17~43 기재 표현물, ㉯ 별지 범죄일람표 5의 연번 24~59 기재 표현물의 소지로 인한 국가보안법 위반(찬양·고무등) 부분에 대해서는 피고인이 표현물의 내용을 알면서 이적행위를 할 목적으로 이를 소지하였는지에 대한 증명이 부족하다고 보아 무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고, ③ ㉮ 별지 범죄일람표 2 연번 2, 4, 13, 14 기재 표현물, ㉯ 별지 범죄일람표 4 연번 510, 603, 732, 757, 1105, 1166, 1700, 1701, 1702, 1703 기재 표현물, ㉰ 별지 범죄일람표 5 연번 7~10 기재 표현물에 대해서는 그 내용이 대한민국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고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보아 무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이적표현물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파기 범위
원심판결의 유죄 부분 중 ‘행복한 통일이야기’ 책자에 관한 국가보안법 위반(찬양·고무등) 부분이 파기되어야 하는데, 원심은 이 부분과 나머지 유죄 부분에 대하여 하나의 형을 선고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으므로,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은 전부 파기되어야 한다.
4. 결론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검사의 상고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김재형(주심) 안철상 이흥구 | [1]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제5항 / [2]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제5항, 형사소송법 제308조 / [3]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조, 제2조 제1호, 제2호, 제6조 제1항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검사
【검 사】
한상윤 외 2인
【변 호 인】
변호사 서승완
【원심판결】
춘천지법 2020. 11. 26. 선고 2020고단550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벌금 700만 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 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공소외 1은 피고인이 담임목사로 재직하는 공소외 2 교회(이하 ‘이 사건 교회’라 한다)에서만 전속적으로 근로하였고, 이 사건 교회로부터 지급받는 ‘연봉’이 자신의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유일한 수입이었다. 또한 피고인은 공소외 1이 이 사건 교회의 근로자임을 전제로, 공소외 1에게 지급하는 급여에 관한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을 뿐 아니라 공소외 1을 건강보험공단과 국민연금공단에 ‘직장가입자’로 신고하였다. 이러한 사정 등에 비추어 근로관계 법령에 따라 공소외 1을 피고인이 사용자인 이 사건 교회의 근로자로 인정할 수 있음에도 단지 종교적 영역에서의 봉사활동을 한 것이라고 인정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의 판단에는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2. 직권판단
항소이유에 관한 판단에 앞서 직권으로 본다.
검사는 당심에 이르러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퇴직한 근로자 공소외 1의 2013. 7.분 미지급 임금 1,082,140원 등 원심 판시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미지급 임금 합계 79,951,890원과 퇴직금 17,588,936원을 각각 그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부분을 아래 제3의 가.항 기재와 같이 “퇴직한 근로자 공소외 1의 2013. 7.분 미지급 임금 1,033,540원 등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미지급 임금 합계 76,863,670원과 퇴직금 17,223,378원을 각각 그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로 교환적 변경하는 내용으로 공소장 변경허가신청을 하였고, 이 법원이 이를 허가함으로써 이 부분 심판대상이 변경되었다. 따라서 원심판결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다만 위와 같은 직권파기 사유에도 불구하고 검사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은 여전히 이 법원의 심판대상이 되므로, 아래 제3항에서 이에 관하여 살펴본다.
3. 검사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가. 공소사실
피고인은 (주소 생략)에 있는 공소외 2 교회 담임목사로서, 위 교회 운영을 총괄하는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 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등 일체의 금품과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위 교회에서 2012. 10. 7.경부터 2018. 6. 27.경까지 근무하다 퇴직한 근로자 공소외 1의 2013. 7.분 미지급 임금 1,033,540원 등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미지급 임금 합계 76,863,670원과 퇴직금 17,223,378원을 각각 그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나.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 요지
공소외 1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고, 피고인을 공소외 1의 사용자라고 볼 수도 없다. 또한 피고인은 공소외 1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점에 관하여 알지 못하였으므로, 근로기준법 위반죄 및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위반죄에 관한 고의가 없었다.
다. 원심의 판단 요지
원심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과 공소외 1 사이에 공소외 1이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고 피고인이 사용자로서 노무 수령의 대가로 임금을 지급하기로 약정하는 근로관계가 성립되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각 공소사실에 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라. 당심의 판단
1)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위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대법원 2007. 3. 29. 선고 2005두13018, 13025 판결, 대법원 2007. 9. 7. 선고 2006도777 판결 등 참조).
2) 원심과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가) 이 사건 교회는 공소외 3 교회의 독립지교회로서 2009. 10.경 설립되었고, 피고인이 공소외 3 교회에서 발령받아 담임목사로 재직하고 있으며, 피고인이 임명한 전도사들(공소외 1의 퇴직 시기를 기준으로, 공소외 1을 포함하여 전도사들 5명 재직)이 이 사건 교회에 재직하였다. 이 사건 교회는 피고인을 사업주로 하여 ‘기타 종교단체’로 사업자등록이 마쳐져 있다.
나) 공소외 1은 신학교 및 목회대학을 졸업한 다음 성직자로서 정규교육을 받고 2012. 10. 7. 피고인에 의한 임명을 거쳐 이 사건 교회에 전도사로 채용된 이후 위 교회의 전도사로 계속 근무하다가 2018. 6. 27. 사직하였다. 공소외 1이 2012. 10. 7. 이 사건 교회에 전도사로 채용되면서 서명하여 제출한 ‘서약서’(이하 ‘이 사건 서약서’라 한다)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서 약 서 성명: 공소외 1 주민등록번호: (생략) 주소: (생략) 위 본인은 공소외 3 교회 및 제자교회에 채용됨에 있어 아래와 같이 서약합니다. 1. 본인은 신규 교역자로 지원함에 있어서 복음증거의 막중한 사명과 고귀한 사역을 수행하게 됨을 영광스럽게 여기며 본 교회가 지향하는 국내외 선교에 나의 성애를 바쳐 헌신하겠습니다. 2. 당회장 및 담임목사님의 국내외 선교방침에 따라 본인에게 언제 어느 곳에 어떠한 임무가 부여되더라도 이에 기꺼이 순복하겠습니다. 3. 본인은 본 교회 사역뿐만 아니라 교회에서 개척자로 선발되었을 때도 하나님의 뜻으로 알고 순종하여 교회 개척의 사역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4. 본인은 당회장 및 담임목사님이 원하지 않는 어떠한 조직체나 그 활동에도 참여하지 않겠습니다. 5. 본 교회의 교무행정에 의해 주어진 임무를 성실과 최선을 다해 이행하고 당회장 및 담임목사님의 명에 의해 세워진 상급자의 직무지시에 충실히 따르겠습니다. 6. 채용이 결정된 후에도 결격사유나 사역자로서의 자질, 준비가 미흡한 부분이 발견될 경우 채용이 취소되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습니다. 7. 연봉제로 시무하는 것에 동의하며 매년 당회장 및 담임목사님 명에 의해 정해진 기간 안에 재계약이 체결되지 않을 경우 자동 사직됨을 확인하고 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습니다. 8. 채용 이후 수습 기간은 3개월로 하고 기간 경과 후 별도의 조치가 없는 경우에는 정교역자로 채용되나 기간 동안 위 6항에 해당하는 사유 발생 시 사직처리 되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습니다. 9. 당회장 및 담임목사 명에 의한 인사명령에 불복종할 시 어떠한 처벌도 따르겠습니다. 10. 기타 직무수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거나, 중대한 과실로 교회의 명예에 상당한 훼손을 끼쳤을 경우 당회장의 결정에 따라 사직을 포함한 모든 징계에 순응하겠습니다. 11. 채용 이후 당회장 및 담임목사님의 승인 없이 타 업무에 종사하지 않을 것입니다. 12. 위 서약에 명시하지 않은 사항은 당회장 및 담임목사님의 명에 의해 정해진 바를 따르며, 기타 정하지 않는 사항은 일반 관례에 따를 것입니다. 13. 위 서약을 어길 경우 당회장 및 담임목사님의 어떠한 조치에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순응할 것입니다.2012. 10. 7.서약자 공소외 1 (서명 있음)공소외 3 교회 당회장 귀하공소외 2 교회 담임목사 귀하
다) 공소외 1의 근로시간은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매일 08:20부터 18:00까지, 일요일 06:30부터 18:00까지이고, 휴일은 월요일이었다. 공소외 1은 위 근로시간 외에도 매주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04:00부터 07:00까지, 토요일 05:00부터 07:00까지, 월요일 04:00부터 07:00까지 새벽기도회에 참석하거나 새벽기도회에 참석하는 신도들을 위하여 차량을 운전하는 등의 업무를 수행하였다.
라) 공소외 1은 채용된 이후 이 사건 교회로부터 사례금 명목으로 월 100만 원을 지급받았고, 이는 2013. 6.경 월 110만 원, 2016. 10.경 월 130만 원, 2018. 1.경 월 140만 원으로 점차 증액되었다. 위와 같은 고정급에 대하여 이 사건 교회에서는 근로소득세 원천징수를 하였다.
마) 공소외 1은 이 사건 교회에서 재직하는 동안 국민연금보험과 건강보험에 이 사건 교회를 사업장으로 하는 ‘직장가입자’로 가입되어 있었다.
바) 한편 이 사건 교회의 상급단체인 공소외 3 교회의「독립지교회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별규정」제21조는 “인사관리”라는 표제 아래 제1항에서 “독립지교회의 담임목사를 제외한 교역자와 총무장로(집사) 및 행정직원은 독립지교회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3) 앞서 인정한 사실 및 원심과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공소외 1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고, 피고인은 공소외 1의 사용자로서 최소한 최저임금에 따라 산정된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 시간외 근로수당, 연차유급휴가 미사용 수당과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음에도 일부만 지급하고 나머지를 지급하지 않았으며, 피고인에게는 위 나머지 금액의 미지급에 관하여 근로기준법 위반죄 및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위반죄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고, 이 점을 지적하는 검사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있다.
가) 이 사건 교회에는 별도로 취업규칙이나 인사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앞서 2)의 바)항에서 본 공소외 3 교회의 「독립지교회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별규정」 제21조 제1항에 따라 담임목사인 피고인은 전도사를 비롯한 이 사건 교회 교역자들의 채용뿐만 아니라 그 면직에 관하여도 최종적인 권한을 행사할 수 있었다. 나아가 이 사건 서약서에도 자질, 준비가 미흡한 부분이 발견될 경우 채용이 취소되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제6항), 매년 당회장 및 담임목사인 피고인의 명에 의하여 재계약이 체결되지 않을 경우 자동 사직됨을 확인하고 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며(제7항), 채용 이후 수습기간 동안 일정한 사유 발생 시 사직처리되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제8항)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은 다른 전도사들의 경우와 동일하게 공소외 1을 이 사건 교회의 전도사로 임명하였다.
나) 공소외 1은 담임목사인 피고인의 직무지시에 따라 담당할 교구를 분배받아 전도사로서 주로 예배 및 기도회 참석, 교인들의 가정방문 활동(이른바 ‘심방’)을 하는 외에도 예배 참석자나 기도회 참석자를 위하여 교회 차량 운전, 교구관리를 위한 자료 작성, 신도 관리 등 교회행정 업무를 처리하였다. 또한 피고인의 지시로 매주 주간사역보고서를 작성하여 예배, 심방, 당직, 기타 집회, 전화상담 내용을 피고인에게 보고하였고, 매월 목회계획서를 작성하여 피고인에게 보고하였다.
이처럼 공소외 1은 담임목사인 피고인으로부터 직간접적으로 업무에 관한 구체적인 지시·감독을 받았으므로, 공소외 1의 업무 내용에 예배, 심방 등 종교활동이 일부 포함되어 있었다고 하더라도 오로지 본인의 신앙이나 종교적 신념에 따라 자율적으로 영위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나아가 전도사 업무의 특성상 직접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기에도 적절하지 않다.
다) 공소외 1은 이 사건 교회에서 전도사로 재직하는 동안 이 사건 교회로부터 고정적으로 일정 금원을 사례금 명목으로 지급받았는데, 이는 그 명목 내지 명칭과 무관하게 전도사로서의 근로의 대가로 지급된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서약서 제7항에 의하더라도, ‘연봉제’라는 표현이 기재되어 있다. 나아가 공소외 1이 이 사건 교회의 업무를 수행한 시간 및 이 사건 서약서 제4항, 제11항 기재와 같은 겸직금지 조항 등에 비추어 이러한 급여는 생계수단인 것으로 보이므로, 이를 단지 사례금이나 생활보조금이라 볼 수는 없다.
라) 공소외 1이 교회행정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제공된 사무실 및 이에 비치된 비품 등은 모두 이 사건 교회가 제공하였고, 전도사로서 심방 활동을 하거나 기도회에 참석하려는 신도들을 데려오기 위하여 운전한 차량 역시 이 사건 교회가 제공하였다.
마) 피고인은 공소외 1에게 지급된 사례금 명목의 금원에 대하여 근로소득세 원천징수를 하였고, 공소외 1을 국민연금보험과 건강보험에 이 사건 교회를 사업장으로 하는 ‘직장가입자’로 가입하였다. 이처럼 피고인은 공소외 1의 근로자성을 전제로 사회보장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
바) 공소외 1은 피고인과 사이에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고, 근로조건이나 급여의 수준에 관하여 서면을 작성한 바는 없으며,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에 가입되어 있지도 않았다. 그러나 이는 사용자인 피고인이 경제적·종교적으로 우월한 지위에서 서면을 작성하지 않은 것에 불과하다. 나아가 설령 공소외 1의 종교적 신념에 따라 종교기관인 이 사건 교회에서 직분을 맡고 종교활동의 일환으로서 근로를 제공하였다 하더라도, 공소외 1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여 그에 따른 보호를 받는지 여부는 종교적 교리 기타 종교의 자유에 의하여 그 판단이 달라지는 영역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사) 앞서 본 바와 같이, 공소외 1의 근로시간은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08:20부터 18:00까지였는바, 매일 휴게시간 1시간 30분을 제외하더라도 총근로시간이 매주 40시간 50분(= 8시간 10분 × 5일)으로서,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1주간의 근로시간인 40시간을 초과한다. 따라서 공소외 1의 근무 중 휴일인 월요일을 제외하고 ①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04:00부터 07:00까지 근무, ② 토요일 05:00부터 07:00까지 근무, ③ 일요일 근로시간인 06:30부터 18:00까지 근무(휴게시간 1시간 30분을 제외)는 모두 연장근로에 해당한다. 공소외 1은 위 연장근로를 포함하여 휴일인 월요일에 3시간 근무하는 등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 ‘시간외 근로시간(월)’ 해당란 기재와 같이 근로시간을 초과하여 근무하였다.
4.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이유는 이유 있을 뿐 아니라 원심판결에는 앞서 제2항에서 본 바와 같이 직권파기 사유가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범죄사실】
피고인은 (주소 생략)에 있는 공소외 2 교회 담임목사로서, 위 교회 운영을 총괄하는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 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등 일체의 금품과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위 교회에서 2012. 10. 7.경부터 2018. 6. 27.경까지 근무하다 퇴직한 근로자 공소외 1의 2013. 7.분 미지급 임금 1,033,540원 등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미지급 임금 합계 76,863,670원과 퇴직금 17,223,378원을 각각 그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증거의 요지】
1. 당심 제1회 공판조서 중 피고인의 일부 진술기재
1. 증인 공소외 1의 당심 법정진술
1. 원심 제2회 공판조서 중 증인 공소외 1의 진술기재
1. 수사보고(체불임금 수정 관련), 일람표(증거목록 순번 15), 수사보고(범죄일람표 산정근거 자료 첨부), 계산표 등(증거목록 순번 22)
1. 산정표, 사역보고서 등, 서약서, 목회계획표, 근로소득 원천징수 자료, 사역보고서, 건강보험, 국민연금 가입 자료, 임명장 사본
1. 사실조회회보서(공소외 3 교회)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제36조(임금 미지급의 점),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44조 제1호, 제9조(퇴직급여 미지급의 점)
1. 상상적 경합 형법 제40조, 제50조
1. 형의 선택 벌금형 선택
1. 노역장유치 형법 제70조 제1항, 제69조 제2항
1. 가납명령 형사소송법 제334조 제1항
【양형의 이유】
피고인이 근로자에게 지급하지 아니한 임금 및 퇴직금이 합계 9,400만 원을 넘는다. 피고인은 전별금 명목으로 600만 원을 지급한 것 이외에는 이 법원에 이르기까지 근로자에게 위 미지급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았고, 이에 근로자가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피고인이 확정적 고의로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보기는 어려운 점, 피고인은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이다.
위와 같은 정상들과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가족관계, 범행의 동기와 경위,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사정들을 종합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별 지] 범죄일람표: 생략]
판사 진원두(재판장) 류하나 박현기 | 구 근로기준법(2019. 1. 15. 법률 제1627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6조, 제109조 제1항,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2021. 4. 13. 법률 제1803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조, 제44조 제1호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비상상고인】
검찰총장
【원 판 결】
청주지법 2020. 7. 16. 자 2020고약3995 약식명령
【주 문】
원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벌금 2,600,000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않는 경우 10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이 유】
비상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이 사건 공소사실
가. 모욕
피고인은 2020. 3. 15. 01:30경 충북 진천군 (주소 생략)에 있는 ‘(상호 생략)’ 안에서 ‘사람을 죽인다.’라는 등의 112신고를 하여, 출동한 진천경찰서 ○○○ 파출소 소속 경장인 피해자 공소외 1(33세)에게, 위 주점 업주 공소외 2, 경비업체 직원 공소외 3, 피고인의 친구 공소외 4가 듣고 있는 가운데 "어우 씨발, 이러면 어떻게 할꺼에요, 아무것도 못하고 씨발 병신"이라고 큰소리로 욕설을 하여 공연히 피해자를 모욕하였다.
나. 경범죄 처벌법 위반
누구든지 있지 않은 범죄나 재해 사실을 공무원에게 거짓으로 신고하여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2020. 3. 15. 00:46경 위 가.에 기재한 장소에서 112에 전화를 하여 "사람 죽으니까 얼른 와주세요.", "저 강도한테 당하니까 얼른 좀 와주세요.", "출동한 경찰관에게 폭행을 당했다."라고 있지 않은 범죄를 경찰관에게 거짓으로 신고하였다.
2. 원판결의 확정 경위
검사는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약식명령을 청구하였고, 원심은 2020. 7. 16.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여 피고인을 벌금 3,000,000원에 처하는 약식명령(이하 ‘원판결’이라고 한다)을 발령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판결은 2020. 8. 26. 확정되었다.
3. 판단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형법 제311조, 경범죄 처벌법 제3조 제3항 제2호, 형법 제37조, 제38조를 적용하여 피고인을 벌금 3,000,000원에 처하였다.
그러나 위 각 죄의 법정형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0,000원 이하의 벌금", "600,000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이므로 그중 벌금형을 선택할 경우 벌금액은 위 법조에서 정한 벌금형의 다액을 합산한 2,600,000원을 초과할 수 없다. 그런데도 원심은 위 법조에서 정한 법정형을 초과하여 피고인을 벌금 3,000,000원에 처하는 원판결을 하였으므로, 원판결이 법령을 위반한 경우에 해당한다.
4. 결론
원판결은 형사소송법 제446조 제1호에 따라 파기되어야 하는데, 원판결이 피고인에게 불리하므로 형사소송법 제446조 제1호 단서에 따라 피고사건에 대하여 아래와 같이 다시 판결하기로 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범죄사실】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다.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와 형의 선택
형법 제311조(모욕의 점), 경범죄 처벌법 제3조 제3항 제2호(허위신고의 점), 각 벌금형 선택
1. 경합범 가중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제50조
1. 노역장유치
형법 제70조 제1항, 제69조 제2항
이상의 이유로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김재형(주심) 안철상 이흥구 | 형법 제311조, 경범죄 처벌법 제3조 제3항 제2호, 형사소송법 제441조, 제446조 제1호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장보혜
【원심판결】
서울남부지법 2020. 5. 26. 선고 2020노407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무죄 부분을 파기하고, 그 부분 사건을 서울남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17. 6. 20.경 서울 금천구에 있는 기업은행에서 공소외 1 주식회사 명의로 계좌를 개설한 후 담당 직원으로부터 통장, 체크카드, OTP를 교부받고, 그 다음 날 지하철 7호선 가산디지털역 인근에서 40대 성명불상 남자를 만나 통장 1개당 30만 원을 받고 그에게 공소외 1 주식회사 명의의 기업은행 통장, 체크카드, OTP 및 비밀번호를 적은 쪽지를 건네준 것을 비롯하여, 그때부터 2017. 8. 19.경까지 같은 방법으로 공소외 1 주식회사 및 공소외 2 주식회사 각 명의로 개설한 총 4개의 은행계좌 통장 및 관련 체크카드, OTP, 비밀번호를 각 전달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할 수 없다.
가. 관련 법리
구 전자금융거래법(2020. 5. 19. 법률 제1729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전자금융거래법’이라고 한다)은 전자금융거래의 법률관계를 명확히 하여 전자금융거래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을 입법 목적의 하나로 하고 있고(제1조), 금융회사 또는 전자금융업자가 접근매체를 발급할 때에는 이용자의 신청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본인임을 확인한 후에 발급하도록 규정하며(제6조 제2항), 접근매체의 양도 등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제6조 제3항, 제49조 제4항). 이는 전자금융거래에서 거래지시를 하거나 이용자 및 거래내용의 진실성과 정확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사용되는 접근매체를 이용자 본인의 의사에 따라 사용 및 관리되도록 함으로써 전자금융거래의 법률관계를 명확히 하고자 하는 것이다.
2015. 1. 20. 법률 제13069호로 개정되기 전의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은 접근매체를 양도하거나 양수하는 행위(제1호), 대가를 주고 접근매체를 대여받거나 대가를 받고 접근매체를 대여하는 행위(제2호), 접근매체를 질권의 목적으로 하는 행위(제3호), 위 각 행위를 알선하는 행위(제4호)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는데, 2015. 1. 20. 개정으로 ‘대가를 수수·요구 또는 약속하면서 보관·전달·유통하는 행위’도 추가로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하였다. 이러한 개정의 취지는 타인 명의 금융계좌가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각종 범죄에 이용되는 것을 근절하기 위함이었다.
이러한 구 전자금융거래법의 입법 목적과 접근매체의 ‘전달’ 행위를 금지하는 취지 등을 종합하여 보면, 구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2호에서 정한 접근매체의 ‘전달’은 타인 명의 금융계좌를 불법적으로 거래하거나 이용할 수 있도록 접근매체의 점유 또는 소지를 타인에게 이전하는 행위를 말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전자금융거래의 이용자가 법인인 경우 그 접근매체는 법인의 의사에 따라 사용·관리되어야 하는바, 접근매체의 점유를 이전한 이후에도 여전히 법인의 실질적인 의사에 따라 접근매체가 사용·관리되는 경우라면 이는 구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2호에서 말하는 접근매체의 ‘전달’에 해당한다고 할 것은 아니다. 그러나 법인의 설립 경위, 전자금융거래계약의 체결 경위, 접근매체의 점유를 이전하게 된 동기 및 경위, 접근매체의 점유를 이전한 이후의 정황 등 관련 사정을 객관적으로 판단해 볼 때, 피고인이 가지고 있던 접근매체의 점유를 타인에게 이전함으로써 접근매체가 법인의 실질적인 의사에 따라 사용·관리될 수 없게 되어 타인 명의 금융계좌의 불법적인 거래 및 이용에 기여하게 되는 경우라면 이는 위 규정에서 말하는 접근매체의 ‘전달’에 해당하고, 피고인이 이러한 사정을 알고 미필적으로라도 이를 용인하였다면 그에 관한 고의도 있다고 보아야 한다.
나.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피고인은 불법 도박사이트에서 통장을 산다는 글을 보고 전화를 하였고, 40대 성명불상자로부터 피고인을 대표이사로 하는 법인을 설립하여 그 법인 명의의 금융계좌를 개설하여 접근매체를 건네주면 통장 1개당 매월 30만 원씩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2) 피고인은 이에 응하여 40대 성명불상자와 함께 실질적으로 회사를 운영할 의사 없이 금융계좌 개설만을 목적으로 공소외 1 주식회사, 공소외 2 주식회사를 설립하였다(이하 ‘이 사건 각 법인’이라고 한다).
3) 피고인은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이 사건 각 법인 명의의 금융계좌를 각 2개씩 개설하여 총 4개의 계좌에 대한 통장 등 접근매체를 계좌 1개당 30만 원씩을 받고 40대 성명불상자에게 교부하였다.
4) 피고인이 40대 성명불상자에게 교부한 접근매체에 연결된 4개의 계좌 중 일부는 보이스피싱 사기,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 등 범죄에 이용되었다.
다. 위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이른바 ‘대포통장’ 매수 광고를 낸 성명불상자의 지시에 따라 이 사건 각 법인을 설립한 후 법인 명의로 발급받은 계좌의 접근매체를 대가를 받고 위 성명불상자에게 전달하였고 결국 이 사건 각 법인의 금융계좌 중 일부는 범죄에 이용되었는바, 위와 같은 피고인의 행위는 이 사건 각 법인 명의의 금융계좌가 이용자인 각 법인이 아닌 자에 의하여 불법적으로 거래되거나 이용될 수 있도록 접근매체의 점유를 타인에게 이전한 것으로, 구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2호에서 말하는 접근매체의 ‘전달’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라. 그런데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피고인의 행위가 ‘전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는바,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구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2호의 ‘전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무죄 부분을 파기하고 그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유숙(재판장) 조재연 이동원 천대엽(주심) | [1] 구 전자금융거래법(2015. 1. 20. 법률 제1306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조 제3항, 제49조 제4항, 구 전자금융거래법(2020. 5. 19. 법률 제1729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조, 제6조 제2항, 제3항, 제49조 제4항 / [2] 구 전자금융거래법(2020. 5. 19. 법률 제1729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조 제3항, 제49조 제4항, 형법 제13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유한) 화우 담당변호사 이상묵 외 1인
【원심판결】
서울남부지법 2021. 7. 20. 선고 2021노177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19. 10. 9. 여의도 (아파트명 생략) 각 동 1층 게시판에서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인 피고인의 승인 없이 공소외인 등 4인의 동대표인 피해자들이 관리소장과 함께 게시한 ‘2019. 10. 입주자대표회의 공고문’(이하 ‘이 사건 공고문’이라고 한다)을 뜯어내 제거함으로써 그 효용을 해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① 피고인으로서는 별도 공고문을 부착하는 등 다른 수단을 활용할 수 있었고, ② 입주자대표회의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등을 통하여 그 결의의 하자를 다툴 수 있었으며, ③ 공고문 부착 여부가 관리주체의 권한이어서 피고인에게 이 사건 공고문을 제거할 권한이 없었던 점 등의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공고문을 뜯어내 제거한 행위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이를 유죄로 판단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형법 제20조에 정하여진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라 함은,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하므로, 어떤 행위가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보호이익과 침해이익의 법익 균형성, 긴급성, 그 행위 이외의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춘 경우에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대법원 1986. 10. 28. 선고 86도1764 판결, 대법원 2014. 1. 16. 선고 2013도6761 판결 등 참조). 한편 어떠한 행위가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하지만 정당행위라는 이유로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것은 그 행위가 적극적으로 용인, 권장된다는 의미가 아니라 단지 특정한 상황하에서 그 행위가 범죄행위로서 처벌대상이 될 정도의 위법성을 갖추지 못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 원심이 채택한 증거 및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이 사건 아파트의 관리규약에 의하면, 입주자대표회의는 ‘회장’이 이를 소집하고 회의의 의장이 된다. 다만 회장이 공동주택의 관리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 감사결과를 보고하기 위하여 감사가 회의 소집을 요구하는 때, 관리주체가 회의 소집이유 등을 분명하게 적어 회의 소집을 요청하는 때에는 ‘회장’이 해당일로부터 14일 이내 회의를 소집하지 아니하는 경우 ‘이사 중 연장자’가 그 회의를 소집하고 그 회장의 직무를 대행한다(관리규약 제26조 제1항, 제3항 제1호 내지 제3호).
2) 이 사건 아파트의 입주자대표회의 소집절차는 ‘회장’이 회의 개최 5일 전까지 일시·장소 및 안건을 동별 대표자에게 서면 또는 수신확인이 가능한 이메일 등 전자적 방법으로 통지하고 관리주체는 이를 게시판과 통합정보마당에 공개하여야 한다(관리규약 제28조 제1항). 또한 동별대표자, 관리사무소장 또는 입주자 등은 입주자대표회의 안건을 별지 서식에 따라 제안할 수 있고, 관리사무소장은 안건제안자와 협의 후 비용추계서, 근거 등을 첨부하여 회장에게 서면으로 제출하여야 한다(인신공격, 사생활, 반복적 제안 등은 제외). 회장은 위와 같이 안건이 제출된 때에는 입주자대표회의에 상정하여야 한다(관리규약 제29조 제1항 내지 제3항).
3) 이 사건 아파트에 광고물·표지물 또는 표지를 설치하거나 부착하는 행위에 관하여, 국가, 지방자치단체 또는 공공기관에서 지정된 게시판에 공고사항 등을 붙이는 행위, 입주자 등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행위, 안전수칙과 관련하여 지정된 시설에 부착하여 홍보하는 행위와 같이 입주자 등에게 홍보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행위는 관리주체가 동의한다(관리규약 제65조 제2호).
4) 피고인이 이 사건 아파트의 게시판에서 제거한 이 사건 공고문은 그 제목이 ‘입주자 대표회의 개최’이고 본문에 ‘(아파트명 생략) 2019. 10. 입주자대표회의를 아래와 같이 개최함을 공고합니다.’, 그 하단에 ‘일시: 2019. 10. 10.(목) 19:00, 장소: 입주자대표회의실’ 및 안건(동대표 회장 해임 포함)이 기재되어 있었다.
5) 공소외인 등 4인의 동대표들이 피고인에 대한 동대표 회장 해임의 안건을 제안했으나 피고인이 해당 안건제안이 절차와 규정에 맞지 않음(별지 서식 미사용, 객관적 증거자료 미첨부, 인신공격적 내용 등)을 이유로 그 제안을 거절하자, 관리소장은 위 동대표들의 요구에 따라 회장인 피고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019. 10. 입주자대표회의를 개최한다는 이 사건 공고문을 작성하면서 통상 이 사건 아파트의 공고문에 사용되었던 공고주체의 표시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중 ‘회장’ 부분을 삭제하고, 회장의 직인에서도 ‘장’ 자 부분을 가려 ‘입주자대표회의’라고 날인하였다.
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① 이 사건 아파트의 입주자대표회의는 회장이 소집하도록 규정되어 있으므로 대표회의 소집공고문 역시 대표회의 회장 명의로 게시되어야 한다. 관리주체인 관리사무소장은 게시판에 광고물 등의 설치 및 부착에 동의할 권한이 있으나 입주자 등에게 홍보가 필요한 경우에 그러하고, 이를 넘어서 입주자대표회의를 소집할 아무런 권한이 없다. ② 이 사건 공고문이 그 공고주체의 표시에 ‘회장’ 부분의 글자가 삭제되고 인영 중 ‘장’ 자 부분이 날인되지 아니하였으나, 그 객관적 해석상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나 그 적법한 대행자가 이를 작성, 게시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고, 이 사건 아파트의 일반 주민이나 동대표자들이 볼 때 그 차이나 진정한 의미를 쉽게 발견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그럼에도 이 사건 공고문이 계속 게시되고 이를 방치할 경우 적법한 소집권자가 작성한 진정한 공고문으로 오인될 가능성이 매우 높고, 이를 신뢰한 동대표들이 해당 일시의 입주자대표회의에 참석할 것으로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이었다고 보인다. ③ 이 사건 공고문에 의해 소집된 입주자대표회의는 정족수가 출석하여 개최되었더라도 정당한 소집권자가 소집한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소집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고, 게시판의 관리주체인 관리소장이 이 사건 공고문을 게시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소집절차의 하자가 치유되지 아니한다. ④ 결국 이 사건 공고문은 2019. 10. 입주자대표회의를 소집하기 위하여 작성되고 게시되었는데, 그 작성주체가 적법한 소집권자가 아니어서 이를 적법한 입주자대표회의 소집통지로서의 효용을 인정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이 사건 공고문의 게시가 계속되고 이를 방치하면 동대표들로 하여금 법적 효력 없는 무용한 입주자대표회의에 출석할 것을 사실상 강요하는 셈이 되고, 이와 같이 적법절차에 의하지 않은 위법한 소집절차로 인하여 입주자대표회의 내부의 분쟁과 알력이 더욱 심화되는 결과가 초래될 가능성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고 볼 수 있다. ⑤ 피고인이 이 사건 공고문을 발견한 날이 2019. 10. 9. 공휴일 야간이어서 관리소장에게 즉각적인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청하기 어려웠던 데다가 관리소장 본인이 이러한 불법적인 절차 진행에 깊이 관여한 까닭에 이를 기대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이고, 그다음 날은 위 공고문에서 정한 입주자대표회의가 개최되는 당일이어서 시기적으로 달리 적절한 방안을 찾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이 게시판의 관리주체이자 적대적 입장을 취한 관리소장을 거치지 않고 직접 이 사건 공고문의 위법성을 지적하는 반박글을 게시하는 것은 그 자체로 또 다른 절차적 위법성 시비를 야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경우 입주민들과 동대표들에게 큰 혼란과 불신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되어 합법적이고 합리적인 사태 해결책으로 선뜻 생각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인 피고인이 정당한 소집권자인 회장의 동의나 승인 없이 위법하게 게시된 이 사건 공고문을 발견하고 이를 제거하는 방법으로 손괴한 조치는, 그에 선행하는 위법한 공고문 작성 및 게시에 따른 위법상태의 구체적 실현이 임박한 상황하에 그 행위의 효과가 귀속되는 주체의 적법한 대표자 자격에서 그 위법성을 바로잡기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범위를 크게 넘어서지 않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나아가 이는 공동주택의 관리 또는 사용에 관하여 입주자 및 사용자의 보호와 그 주거생활의 질서유지를 위하여 구성된 입주자대표회의의 대표자로서 공동주택의 질서유지 및 입주자 등에 대한 피해방지를 위하여 필요한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피해를 발생시킨 경우에 지나지 아니한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이와 달리 원심은 이 사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소집절차 및 소집권자에 관한 관리규약의 내용, 이 사건 공고문의 작성경위 및 그 표시된 내용, 입주자대표회의의 적법한 소집행위로 볼 수 있는지 등 피고인이 이 사건 공고문의 손괴에 이르게 된 구체적인 사정과 그 행위의 사회상규 위배 여부를 제대로 살피지 아니한 채,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피고인의 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단정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정당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유숙(재판장) 조재연 이동원 천대엽(주심) | [1] 형법 제20조 / [2] 형법 제20조, 제366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원심판결】
서울북부지법 2020. 7. 3. 선고 2019노2263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구 전자금융거래법(2020. 5. 19. 법률 제1729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전자금융거래법’이라고 한다)은 전자금융거래의 법률관계를 명확히 하여 전자금융거래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을 입법 목적의 하나로 하고 있고(제1조), 금융회사 또는 전자금융업자가 접근매체를 발급할 때에는 이용자의 신청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본인임을 확인한 후에 발급하도록 규정하며(제6조 제2항), 접근매체의 양도 등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제6조 제3항, 제49조 제4항). 이는 전자금융거래에서 거래지시를 하거나 이용자 및 거래내용의 진실성과 정확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사용되는 접근매체를 이용자 본인의 의사에 따라 사용 및 관리되도록 함으로써 전자금융거래의 법률관계를 명확히 하고자 하는 것이다.
2015. 1. 20. 법률 제13069호로 개정되기 전의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은 접근매체를 양도하거나 양수하는 행위(제1호), 대가를 주고 접근매체를 대여받거나 대가를 받고 접근매체를 대여하는 행위(제2호), 접근매체를 질권의 목적으로 하는 행위(제3호), 위 각 행위를 알선하는 행위(제4호)를 금지하고, 제49조 제4항은 이를 위반하는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는데, 2015. 1. 20. 개정으로 ‘대가를 수수·요구 또는 약속하면서 보관·전달·유통하는 행위’도 추가로 금지하고(제6조 제3항 제2호) 이를 위반하는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하였다(제49조 제4항 제2호). 이러한 개정의 취지는 타인 명의 금융계좌가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각종 범죄에 이용되는 것을 근절하기 위함이었다.
이러한 구 전자금융거래법의 입법 목적과 접근매체의 ‘보관’ 행위를 금지하는 취지 등을 종합하여 보면, 구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2호에서 정한 접근매체의 ‘보관’은 타인 명의 금융계좌를 불법적으로 거래하거나 이용할 수 있도록 타인 명의 접근매체를 점유 또는 소지하는 행위를 말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구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의 ‘보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오경미(재판장) 박정화 김선수(주심) 노태악 | 구 전자금융거래법(2015. 1. 20. 법률 제1306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조 제3항, 제49조 제4항, 구 전자금융거래법(2020. 5. 19. 법률 제1729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조, 제6조 제2항, 제3항, 제49조 제4항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비상상고인】
검찰총장
【원 판 결】
서울중앙지법 2019. 7. 26. 자 2019고약10893 약식명령
【주 문】
원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벌금 200,000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않는 경우 10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이 유】
비상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이 사건 공소사실
피고인은 2019. 4. 6. 16:52~16:56경 서울 관악구 (주소 생략)에 있는 ‘(상호 생략)’에서 "손님이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다."라는 내용의 112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게 "오롤로로로"라는 소리를 내며 혀를 굴리고, 출동 경찰관에게 악수를 청한 뒤 손을 꽉 잡는 등의 못된 장난으로 공무수행 중인 자의 업무를 방해하였다.
2. 원판결의 확정 경위
검사는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약식명령을 청구하였고, 원심은 2019. 7. 26.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여 피고인을 벌금 500,000원에 처하는 약식명령(이하 ‘원판결’이라 한다)을 발령하였다. 원판결은 2019. 9. 12. 확정되었다.
3. 판단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경범죄 처벌법 제3조 제2항 제3호를 적용하여 피고인을 벌금 500,000원에 처하였다.
그러나 위 죄의 법정형은 "200,000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이므로 그중 벌금형을 선택할 경우 벌금액은 위 법조에서 정한 200,000원을 초과할 수 없다. 그런데도 원심은 위 법조에서 정한 법정형을 초과하여 피고인을 벌금 500,000원에 처하는 원판결을 하였으므로, 원판결이 법령을 위반한 경우에 해당한다.
4. 결론
원판결은 형사소송법 제446조 제1호에 따라 파기되어야 하는데, 원판결이 피고인에게 불리하므로 형사소송법 제446조 제1호 단서에 따라 피고사건에 대하여 아래와 같이 다시 판결하기로 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범죄사실】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다.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와 형의 선택
경범죄 처벌법 제3조 제2항 제3호(벌금형 선택)
1. 노역장유치
형법 제70조 제1항, 제69조 제2항
이상의 이유로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김재형(주심) 안철상 이흥구 | 경범죄 처벌법 제3조 제2항 제3호, 형사소송법 제441조, 제446조 제1호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원심판결】
서울남부지법 2020. 1. 14. 선고 2019노1859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무죄 부분을 파기하고, 그 부분 사건을 서울남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17. 4. 3. 불상지에서 피고인이 성명불상자로부터 받은 서류를 이용하여 개설한 공소외 주식회사 명의의 우리은행 계좌의 통장, 현금카드, OTP카드를 성명불상자로부터 현금 9만 원을 받으면서 성명불상자에게 전달하고 비밀번호를 알려준 것을 비롯하여 2017. 3. 29.부터 2017. 8. 2.까지 제1심판결 별지 범죄일람표 2 기재와 같이 총 34회에 걸쳐 대가를 받으면서 각 법인 명의로 개설된 계좌의 접근매체를 성명불상자에게 전달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위 공소사실에 대하여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이를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할 수 없다.
가. 관련 법리
구 전자금융거래법(2020. 5. 19. 법률 제1729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전자금융거래법’이라고 한다)은 전자금융거래의 법률관계를 명확히 하여 전자금융거래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을 입법 목적의 하나로 하고 있고(제1조), 금융회사 또는 전자금융업자가 접근매체를 발급할 때에는 이용자의 신청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본인임을 확인한 후에 발급하도록 규정하며(제6조 제2항), 접근매체의 양도 등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제6조 제3항, 제49조 제4항). 이는 전자금융거래에서 거래지시를 하거나 이용자 및 거래내용의 진실성과 정확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사용되는 접근매체를 이용자 본인의 의사에 따라 사용·관리되도록 함으로써 전자금융거래의 법률관계를 명확히 하고자 하는 것이다.
2015. 1. 20. 법률 제13069호로 개정되기 전의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은 접근매체를 양도하거나 양수하는 행위(제1호), 대가를 주고 접근매체를 대여받거나 대가를 받고 접근매체를 대여하는 행위(제2호), 접근매체를 질권의 목적으로 하는 행위(제3호), 위 각 행위를 알선하는 행위(제4호)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는데, 2015. 1. 20. 개정으로 ‘대가를 수수·요구 또는 약속하면서 보관·전달·유통하는 행위’도 추가로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하였다. 이러한 개정의 취지는 타인 명의 금융계좌가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각종 범죄에 이용되는 것을 근절하기 위함이었다.
이러한 구 전자금융거래법의 입법 목적과 접근매체의 ‘전달’ 행위를 금지하는 취지 등을 종합하여 보면, 구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2호에서 정한 접근매체의 ‘전달’은 타인 명의 금융계좌의 불법적인 거래나 이용에 기여하는 접근매체의 점유 또는 소지의 이전 행위를 말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전자금융거래의 이용자가 법인인 경우 그 접근매체는 법인의 의사에 따라 사용·관리되어야 하는바, 접근매체의 점유를 이전한 이후에도 여전히 법인의 실질적인 의사에 따라 접근매체가 사용·관리되는 경우라면 이를 구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2호에서 말하는 접근매체의 ‘전달’에 해당한다고 할 것은 아니다. 그러나 법인의 설립 경위, 전자금융거래계약의 체결 경위, 접근매체의 점유를 이전하게 된 동기 및 경위, 접근매체의 점유를 이전한 이후의 정황 등 관련 사정을 객관적으로 판단해 볼 때, 피고인이 가지고 있던 접근매체의 점유를 타인에게 이전함으로써 접근매체가 법인의 실질적인 의사에 따라 사용·관리되지 아니하고 타인 명의 금융계좌의 불법적인 거래 및 이용에 기여하게 되는 경우라면 이는 위 규정에서 말하는 접근매체의 ‘전달’에 해당하고, 피고인이 이러한 사정을 알고 미필적으로라도 이를 용인하였다면 그에 관한 고의도 있다고 보아야 한다.
나.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피고인은 2017. 3.경 ‘김실장’이라는 성명불상자로부터 "법인 명의의 계좌를 개설한 후 접근매체를 전달하여 주면 계좌 1개당 9만 원을 주겠다."라는 제안을 받았다.
2) 피고인은 그 제안을 승낙한 후 ‘김실장’으로부터 계좌 개설에 필요한 서류들을 제공받아 2017. 3. 29.부터 2017. 8. 2.까지 20개 법인(이하 ‘이 사건 각 법인’이라고 한다)의 계좌 총 34개를 개설하여 각 개설 직후 은행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김실장’에게 계좌 1개당 7~9만 원을 받고 각 계좌의 접근매체를 건네주었다.
3) 이 사건 각 법인은 계좌 개설 1~5개월 전 무렵에 설립되었는데,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법인의 대표를 만난 적은 없다. 김실장이 노숙자나 건너 건너 아는 지인이라고 말하였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4)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계좌의 용도에 대하여 "김실장이 보이스피싱은 아니고 스포츠토토 계좌로 사용된다고 하였다. 불법적인 일임은 알고 있었으나, 개인회생 중이어서 돈이 필요했다."라고 진술하였다.
5) 피고인이 ‘김실장’에게 전달한 계좌의 상당수는 보이스피싱 사기, 조건만남 사기, 도박사이트 운영 등 범죄에 이용되었다.
다. 위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성명불상자의 지시에 따라 성명불상자가 금융계좌 개설을 위하여 노숙자나 타인 명의를 빌려 설립한 이 사건 각 법인의 금융계좌를 대리인 자격으로 개설한 뒤 그 접근매체를 대가를 받고 성명불상자에게 전달하였고 결국 이 사건 각 법인의 금융계좌는 범죄에 이용되었는바, 위와 같은 피고인의 행위는 이 사건 각 법인 명의의 금융계좌가 이용자인 각 법인이 아닌 자에 의하여 불법적으로 거래되거나 이용될 수 있도록 접근매체의 점유를 타인에게 이전한 것으로, 구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2호에서 말하는 접근매체의 ‘전달’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라. 그런데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피고인의 행위가 ‘전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는바,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구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2호의 ‘전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무죄 부분을 파기하고 그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재형(재판장) 안철상 노정희(주심) 이흥구 | [1] 구 전자금융거래법(2015. 1. 20. 법률 제1306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조 제3항, 제49조 제4항, 구 전자금융거래법(2020. 5. 19. 법률 제1729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조, 제6조 제2항, 제3항, 제49조 제4항 / [2] 구 전자금융거래법(2020. 5. 19. 법률 제1729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조 제3항, 제49조 제4항, 형법 제13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1 외 1인
【상 고 인】
피고인들
【변 호 인】
법무법인 여는 담당변호사 신인수 외 2인
【제1심판결】
서울남부지법 2016. 8. 12. 선고 2015고정1648 판결
【주 문】
원심판결 및 제1심판결을 모두 파기한다. 피고인들은 각 면소.
【이 유】
직권으로 판단한다.
1. 사건의 개요 및「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의 개정 경과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가. 구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2020. 6. 9. 법률 제1743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교원노조법’이라고 한다) 제2조는 법상 ‘교원’을 현직 교원으로 한정하고(본문), 다만 ‘해고된 사람으로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라 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의 구제신청을 한 사람은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이 있을 때까지 교원으로 본다.’고 규정하였으며(단서), 제4조 제1항은 법상 ‘교원’만이 교원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다고 규정하였다. 나아가 구 교원노조법은 교원 노동조합에 관하여 일부 특례를 규정하면서 그 밖의 사항에 관하여는 구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2020. 6. 9. 법률 제1743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노동조합법’이라고 한다)의 규정을 따르도록 하였는데(제14조 제1항), 구 노동조합법 제2조 제4호 단서 (라)목 본문은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에는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한다는 취지로 규정하였다. 이러한 구 교원노조법 및 구 노동조합법의 규정에 따라 해직 교원의 교원 노동조합 가입은 법령상 허용되지 않았다.
나. 1999. 6. 27. 개정된 피고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피고인 노동조합’이라고 한다)의 규약 부칙 제5조는 “규약 제6조 제1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부당 해고된 교원은 조합원이 될 수 있다.”(제1항), “종전 규약에 의거 조합원 자격을 갖고 있던 해직 교원 중 복직되지 않은 조합원 및 이 규약 시행일 이후 부당 해고된 조합원은 규약 제6조 제1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조합원 자격을 유지한다.”(제2항)라고 규정하고 있었다. 그 후 피고인 노동조합은 2010. 8. 14. 규약을 개정하면서 부칙 제5조 제1항을 삭제하고 부칙 제5조 제2항을 “부당하게 해고된 조합원은 규약 제6조 제1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조합원 자격을 유지한다.”라고 개정하여, 현직 교원뿐만 아니라 해직 교원에게도 조합원 자격을 인정하는 내용의 부칙 조항을 그대로 유지하였다(이하 ‘이 사건 부칙 조항’이라고 한다).
다. 이에 고용노동부장관은 2012. 8. 3.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피고인 노동조합의 규약에 대한 시정명령 의결을 요청하였고,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12. 9. 3. 피고인 노동조합의 규약 중 이 사건 부칙 조항이 구 교원노조법 제2조에 위반된다고 의결하였다.
라. 고용노동부장관은 2012. 9. 17. 구 교원노조법 제14조 제1항, 구 노동조합법 제21조 제1항에 근거하여 피고인 노동조합의 대표자인 피고인 1에 대하여 이 사건 부칙 조항이 강행규정인 구 교원노조법 제2조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2012. 10. 18.까지 이를 시정할 것을 명하였으나(이하 ‘이 사건 시정명령’이라고 한다), 피고인 1은 위 기한까지 이 사건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았다.
마. 이에 피고인 1은 구 노동조합법 제21조 제1항에 의한 시정명령 불이행을 구성요건으로 하는 구 노동조합법 제93조 제2호 위반죄로 기소되었고, 피고인 노동조합은 그 대표자인 피고인 1의 위반행위를 이유로 구 노동조합법 제94조의 양벌규정으로 기소되었다.
바. 제1심은 이러한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고, 원심도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사. 그런데 원심판결 선고 후 구 교원노조법이 2021. 1. 5. 법률 제17861호로 개정되면서 제2조 단서가 삭제되고, 법상 ‘교원’뿐만 아니라 ‘교원으로 임용되어 근무하였던 사람으로서 노동조합 규약으로 정하는 사람’도 교원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도록 제4조의2가 신설되어 2021. 7. 6. 시행되었다(이하 ‘이 사건 법률 개정’이라고 한다).
아. 한편 이 사건 법률 개정에 관한 입법자료에 기재된 제안이유는 ‘국제노동기구의 핵심협약인「결사의 자유에 관한 협약」의 비준을 추진하면서 해당 협약에 부합하는 내용으로 법률을 개정하기 위하여, 교원으로 임용되어 근무하였던 사람으로서 노동조합 규약으로 정하는 사람도 교원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현행 제도의 운영상 나타난 일부 미비점을 개선·보완하려는 것’이다.
2. 대법원의 판단
구 노동조합법 제93조 제2호 위반죄는 구 노동조합법 제21조 제1항에 의한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아니한 행위를 처벌함으로써 위 시정명령이 추구하는 행정목적을 달성하는 것을 보호법익으로 한다. 이러한 취지에서 구 노동조합법 제93조 제2호에서 정한 처벌을 하기 위해서는 그 시정명령이 실체적으로 적법한 것이어야 하므로, 시정명령의 적법성은 구 노동조합법 제93조 제2호 위반죄의 구성요건에서 핵심적인 부분을 이루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이 사건 시정명령은 해직 교원에게 조합원 자격을 인정하는 피고인 노동조합의 규약이 구 교원노조법 제2조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이를 시정하라는 취지로서, 그 처분사유의 근거 법령으로 구 교원노조법 제2조를 적시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후 이 사건 법률 개정에 따라 구 교원노조법 제2조 단서가 삭제되고 제4조의2가 신설됨으로써 종전까지 금지하던 해직 교원의 교원 노동조합 가입을 허용하는 것으로 법령이 변경되었다. 따라서 이 사건 시정명령은 그 처분사유의 법령상 근거를 유지할 수 없게 되었고, 이 사건 시정명령을 통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행정목적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나아가 이 사건 법률 개정은 해직 교원의 교원 노동조합 가입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타당한지 여부에 관하여 오랜 기간 사회적 논란이 이어져온 상황에서 국민의 대표자인 국회가 이를 허용하기로 입법적 결단을 한 것일 뿐만 아니라, 그 제안이유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교원 노동조합 제도를 국제적 규범기준에 부합하도록 개선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이 사건 법률 개정 당시 부칙 등에도 개정법률 시행 전의 시정명령 위반행위 등 해직 교원의 교원 노동조합 가입과 관련된 벌칙규정의 적용에 관하여 아무런 경과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다.
이와 같은 구 노동조합법 제93조 제2호 위반죄의 보호법익과 구성요건, 이 사건 시정명령의 경위와 근거 법령, 이 사건 법률 개정의 경위와 내용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법률 개정은 법령상 해직 교원의 교원 노동조합 가입을 허용하지 아니한 종전의 조치가 부당하였다는 법률이념의 변천에 따른 것으로서, 해직 교원에게 조합원 자격을 인정하는 교원 노동조합의 규약에 대하여 시정을 명하거나 그 시정명령 위반행위를 범죄로 인정하고 처벌한 것 역시 부당하였다는 반성적 고려를 전제하고 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이 사건 시정명령 위반행위는 형법 제1조 제2항의 ‘범죄 후 법령의 변경에 의하여 그 행위가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한 때’에 해당한다고 볼 것이다.
그렇다면 피고인들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는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4호에 의하여 면소판결을 하여야 할 것인바, 이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 및 이를 그대로 유지한 원심판결은 더 이상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제1심판결 및 원심판결을 모두 파기하고, 형사소송법 제396조 제1항에 의하여 자판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조재연(재판장) 민유숙 이동원(주심) 천대엽 | 구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2020. 6. 9. 법률 제1743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4호 (라)목, 제21조 제1항, 제3항, 제93조 제2호, 제94조, 구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2020. 6. 9. 법률 제1743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4조 제1항(현행 제4조 제1항, 제2항 참조), 제14조 제1항,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4조의2, 형법 제1조 제2항,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4호, 제396조 제1항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원심판결】
수원지법 2019. 7. 5. 선고 2018노8129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이 사건의 경위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피고인은 2018. 3. 9. 18:00경 안산시 (주소 1 생략)에 있는 ○○백화점에서 우연히 마주친 피해자(여, 22세)의 치마 속을 촬영하기로 마음먹고 피해자를 따라 다녔다. 이후 피고인은 자신의 차량으로 피해자가 탄 차량을 쫓아가던 중 2018. 3. 10. 04:22경 안산시 (주소 2 생략)에 있는 △△△△휴게소에서 피해자가 여자화장실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따라 들어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이라 한다) 위반(성적목적공공장소침입) 범행을 저지르고, 계속하여 피해자가 사용 중인 용변칸의 옆칸으로 들어가 피해자를 촬영하기 위하여 칸막이 아래로 자신의 휴대전화를 집어넣었으나 피해자가 이를 발견하고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성폭력처벌법 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 범행은 미수에 그쳤다.
나.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은 2018. 4. 5. 위 가.항에 기재된 피고인의 범행을 혐의사실로 하여 압수·수색·검증영장을 발부하였다(이하 위 영장을 ‘이 사건 영장’이라 하고, 위 범행을 ‘이 사건 영장 혐의사실’이라 한다).
다. 경찰은 2018. 4. 7. 이 사건 영장에 따라 피고인 소유의 휴대전화인 스마트폰 2대(이하 ‘이 사건 휴대전화’라 한다)를 압수하고, 이 사건 휴대전화에 대하여 디지털 증거분석을 실시하였다. 이 사건 휴대전화에 대한 디지털 증거분석 결과 이 사건 영장 혐의사실과 관련된 사진이나 동영상은 발견되지 않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인 제1심판결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 범행과 관련된 동영상들(이하 ‘이 사건 각 동영상’이라 한다)이 발견되었다.
라. 경찰은 피고인을 상대로 위 각 동영상 캡처파일 출력물을 제시하며 피의자신문을 하였고, 검사는 이 사건 공소사실을 성폭력처벌법 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으로 기소하고, 이 사건 각 동영상 등을 유죄의 증거로 제출하였다.
2. 공소사실과 하급심 판단의 요지
가. 공소사실 요지
피고인은 2018. 3. 9. 15:00경부터 18:00경까지 □□역 인근 또는 안산시 (주소 3 생략) 인근에서 23회에 걸쳐 피고인의 이 사건 휴대전화로 성명불상의 여성 치마 속을 몰래 촬영하고, 2018. 4. 2. 안산시 (주소 4 생략)에 있는 ‘◇◇고등학교' 앞 도로를 운행 중인 (버스번호 생략) 버스 안에서, 피고인의 이 사건 휴대전화로 버스 내 좌석에 앉아 있던 피해자 공소외인(가명, 여, 16세)의 교복 치마 속 허벅지 안쪽을 몰래 촬영하였다.
나. 하급심 판단
(1) 제1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검사가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의 증거로 제출한 이 사건 각 동영상은 이 사건 공소사실과 별도의 범죄인 이 사건 영장 혐의사실에 대하여 발부된 이 사건 영장에 의하여 압수된 휴대전화에서 탐색·복제·출력된 것으로 이 사건 영장 혐의사실과 객관적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또한 수사기관이 이 사건 각 동영상을 탐색·복제·출력하는 과정에서 피고인에게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았으므로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하여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고, 그 밖에 피고인의 자백을 보강할 만한 증거가 없다.
(2) 검사가 제1심판결에 불복하여 항소를 제기하면서 항소이유로 객관적 관련성이 인정되고, 설령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하더라도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하였다. 그러나 원심은 제1심판결이 정당하다는 이유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3. 대법원 판단
가. 관련 법리
(1) 형사소송법 제215조 제1항은 "검사는 범죄수사에 필요한 때에는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고 해당 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에 한정하여 지방법원판사에게 청구하여 발부받은 영장에 의하여 압수, 수색 또는 검증(이하 ‘압수·수색’이라 한다)을 할 수 있다."라고 정한다. 여기서 ‘해당 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은 압수·수색영장의 범죄 혐의사실과 관련되고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최소한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서 압수·수색영장의 범죄 혐의사실과 객관적 관련성이 인정되고 압수·수색영장 대상자와 피의자 사이에 인적 관련성이 있는 경우를 뜻한다. 그중 혐의사실과 객관적 관련성이 있는지는 압수·수색영장에 기재된 혐의사실 자체 또는 그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 범행과 직접 관련되어 있는 경우는 물론 범행 동기와 경위, 범행 수단과 방법, 범행 시간과 장소 등을 증명하기 위한 간접증거나 정황증거 등으로 사용될 수 있는 경우에도 인정될 수 있다. 이러한 객관적 관련성은 압수·수색영장 범죄 혐의사실과 단순히 동종 또는 유사 범행에 관한 것이라는 사유만으로 인정되는 것이 아니고, 혐의사실의 내용, 수사의 대상과 경위 등을 종합하여 구체적·개별적 연관관계가 있으면 인정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7. 12. 5. 선고 2017도13458 판결, 대법원 2021. 7. 29. 선고 2021도3756 판결 등 참조).
(2) 형사소송법 제219조, 제121조는 ‘수사기관이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할 때에는 피압수자 또는 변호인은 그 집행에 참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저장매체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범위를 정하여 출력하거나 복제하는 방법이 불가능하거나 압수의 목적을 달성하기에 현저히 곤란한 예외적인 사정이 인정되어 전자정보가 담긴 저장매체 또는 하드카피나 이미징 등 형태(이하 ‘복제본’이라 한다)를 수사기관 사무실 등으로 옮겨 복제·탐색·출력하는 경우에도 그와 같은 일련의 과정에서 피압수자나 변호인에게 참여의 기회를 보장하고 혐의사실과 무관한 전자정보의 임의적인 복제 등을 막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등 영장주의 원칙과 적법절차를 준수하여야 한다. 만일 그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피압수자 측이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명시적으로 표시하였거나 절차 위반행위가 이루어진 과정과 내용 등에 비추어 피압수자 측에 절차 참여를 보장한 취지가 실질적으로 침해되었다고 볼 수 없을 정도에 해당한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압수·수색이 적법하다고 평가할 수 없다. 비록 수사기관이 저장매체 또는 복제본에서 혐의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만을 복제·출력하였다고 하더라도 달리 볼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5. 7. 16. 자 2011모1839 전원합의체 결정 참조).
(3)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형사소송법 제308조의2). 다만 수사기관의 증거수집 과정에서 이루어진 절차 위반행위와 관련된 모든 사정을 전체적·종합적으로 살펴볼 때, 수사기관의 절차 위반행위가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고, 오히려 그 증거의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것이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형사소송에 관한 절차 조항을 마련하여 적법절차의 원칙과 실체적 진실 규명의 조화를 도모하고 이를 통하여 형사 사법 정의를 실현하려고 한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예외적인 경우라면 법원은 그 증거를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 이때 구체적 사안이 위와 같은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적법한 절차를 따르지 않고 수집된 증거를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는 원칙이 훼손되지 않도록 유념하여야 하고, 그러한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만한 구체적이고 특별한 사정이 존재한다는 점은 검사가 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8도763 판결, 대법원 2017. 9. 21. 선고 2015도12400 판결 등 참조).
나. 이 사건에 대한 판단
(1) 위에서 본 사실과 기록에서 알 수 있는 다음 사정을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각 동영상은 이 사건 영장 혐의사실 기재 범행의 동기와 경위, 범행 수단과 방법, 범행 시간과 장소 등을 증명하기 위한 간접증거나 정황증거 등으로 사용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 또한 이 사건 영장 혐의사실과 이 사건 공소사실의 내용, 수사기관이 이 사건 각 동영상을 압수하게 된 경위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각 동영상은 이 사건 영장 혐의사실과 구체적·개별적 연관관계도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각 동영상과 이 사건 영장 혐의사실 사이에 객관적 관련성은 인정된다.
(가) 이 사건 영장 혐의사실과 이 사건 공소사실 모두 피고인이 공중이 밀집한 장소에서 불특정 여성 중 범행의 대상을 물색한 후 그 여성을 쫓아가 자신의 휴대전화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를 촬영한 범행에 대한 것이고, 그 범행의 일시, 간격 등에 비추어 시간적 근접성이 인정된다.
(나) 이 사건 영장 혐의사실 기재 범행이 미수에 그쳐 이 사건 휴대전화에서 위 범행과 관련된 사진이나 동영상이 발견되지 않았으므로, 피고인이 이 사건 영장 혐의사실과 같이 해당 피해자를 촬영하려고 하였다는 점에 대한 증거는 피해자의 진술이 사실상 유일한 것이다. 이러한 경우 피고인이 그 범행 이전과 이후 그와 동종의 범행을 하였다는 점에 대한 증거인 이 사건 각 동영상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간접증거나 정황증거 등으로 사용될 수 있다.
(다) 수사기관이 이 사건 영장 혐의사실 기재 범행에 대하여 수사를 하면서 이 사건 영장을 발부받았고, 위 범행에 대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하여 피고인의 이 사건 휴대전화를 압수하였으며, 휴대전화에서 위 범행에 대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하여 디지털 증거분석을 한 결과 이 사건 영장 혐의사실과 범행의 일시·장소, 범행의 양태 등에서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이 사건 동영상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 사건 영장 혐의사실 기재 범행과 단순히 동종 또는 유사 범행에 관한 것이라는 사유만으로 이 사건 동영상을 압수한 것이 아니다.
(2) 그러나 위에서 보았듯이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은 압수된 이 사건 휴대전화에서 이 사건 각 동영상을 탐색·복제·출력하면서 피고인에게 참여권이 보장되지 않았으므로 위 각 동영상을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피고인의 참여권이 보장되었다는 점을 인정할 자료가 없으므로 이 사건 각 동영상은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하여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피고인이 수사단계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면서 압수절차의 위법성을 다투지 않았다거나, 영장 혐의사실과 비교할 때 범행 방법이 동일하여 피고인의 방어권이 침해되지 않았다는 등 검사가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사유만으로는 위법수집증거라도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3) 원심판결에 객관적 관련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에게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은 위법이 있는 이상 이 사건 각 동영상은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하여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으므로 원심의 위 잘못은 판결에 영향이 없다.
4. 결론
검사의 상고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김재형(주심) 안철상 이흥구 | [1] 형사소송법 제215조 제1항 / [2] 형사소송법 제121조, 제215조, 제219조 / [3]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308조, 제308조의2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조자룡
【원심판결】
광주지법 2021. 10. 6. 선고 2021노1980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직권으로 판단한다.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부분에 대하여 피고인이 구 도로교통법(2020. 6. 9. 법률 제17371호로 개정되어 2020. 12. 10. 시행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도로교통법’이라 한다) 제148조의2 제1항이 정한 ‘제44조 제1항을 2회 이상 위반한 사람’에 해당된다는 이유로 구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1항, 제44조 제1항을 적용하여 유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2021. 11. 25. 원심이 적용한 구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1항 중 ‘제44조 제1항을 2회 이상 위반한 사람’에 관한 부분에 대하여 위헌결정을 선고하였으므로(헌법재판소 2021. 11. 25. 선고 2019헌바446 등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위 법률조항 부분은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3항 본문에 따라 소급하여 그 효력을 상실하였다.
위헌결정으로 인하여 형벌에 관한 법률 또는 법률조항이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한 경우에 해당 법조를 적용하여 기소한 피고사건은 죄가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대법원 1992. 5. 8. 선고 91도2825 판결, 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5도8317 판결 등 참조),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따라서 원심판결 중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부분은 파기되어야 하는데, 위 부분과 유죄로 인정된 나머지 부분은 경합범의 관계에 있어 원심이 하나의 형을 선고하였으므로, 결국 원심판결은 전부 파기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안철상(재판장) 김재형 노정희 이흥구(주심) | 구 도로교통법(2020. 6. 9. 법률 제1737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4조 제1항, 제148조의2 제1항,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3항, 형사소송법 제325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법무법인 에이치로 외 1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21. 8. 19. 선고 2020노1756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공무상비밀누설 부분에 관한 판단
가. 형법 제127조는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을 누설하는 것을 구성요건으로 하고 있다. 여기서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이란 반드시 법령에 의하여 비밀로 규정되었거나 비밀로 분류 명시된 사항에 한하지 않고, 정치·군사·외교·경제·사회적 필요에 따라 비밀로 된 사항은 물론 정부나 공무소 또는 국민이 객관적·일반적인 입장에서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 것에 상당한 이익이 있는 사항도 포함하나, 실질적으로 그것을 비밀로서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대법원 2007. 6. 14. 선고 2004도5561 판결, 대법원 2018. 2. 13. 선고 2014도11441 판결 등 참조).
그리고 ‘누설’이란 비밀을 아직 모르는 다른 사람에게 임의로 알려주는 행위를 의미한다. 한편 공무상비밀누설죄는 공무상 비밀 그 자체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공무원의 비밀엄수의무의 침해에 의하여 위험하게 되는 이익, 즉 비밀누설에 의하여 위협받는 국가의 기능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위 대법원 2014도11441 판결 등 참조). 따라서 공무원이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그 직무와의 관련성 혹은 필요성에 기하여 해당 직무의 집행과 관련 있는 다른 공무원에게 직무집행의 일환으로 전달한 경우에는, 관련 각 공무원의 지위 및 관계, 직무집행의 목적과 경위, 비밀의 내용과 전달 경위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비밀을 전달받은 공무원이 이를 그 직무집행과 무관하게 제3자에게 누설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국가기능에 위험이 발생하리라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한, 위와 같은 행위가 비밀의 누설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21. 11. 25. 선고 2021도2486 판결 참조).
나.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공무상비밀누설 부분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1) 이 사건 각 보고서의 내용 중 일부는 외부에 알려질 경우 집행관사무원 비리 사건에 관한 수사기관의 기능에 장애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인정되는 비밀에 해당하나, 나머지 부분은 이러한 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
2) 피고인이 공소외 1과 공모하여 법원행정처 차장 공소외 2에게 이 사건 각 보고서를 송부한 행위는 공소외 1이 서울서부지방법원 법원장인 피고인의 사법행정사무를 보좌하는 기획법관 지위에서 직무와 관련하여 알게 된 직무상 비밀을 이를 취득할 지위 내지 자격이 있는 사람에게 전달한 것이므로, 공무상비밀누설죄의 처벌대상이 되는 공무상 비밀의 누설에 해당하지 않는다.
3) 검사는 공소외 1의 2016. 10. 18. 자 보고서 및 2016. 11. 4. 자 보고서 각 송부행위에 대하여 영장전담판사 공소외 3을, 2016. 10. 25. 자 2차 보고서 송부행위에 대하여 영장전담판사 공소외 4를 각각 공동정범으로 적시하였으나, 공소외 3이나 공소외 4가 공소외 1에게 집행관사무원 비리 사건 관련 영장재판정보를 제공할 당시 공소외 1이 공소외 2에게 그 정보를 기초로 작성한 보고서를 송부할 것이라고 인식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므로, 공소외 3과 공소외 4의 공모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
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무상비밀누설죄에서 ‘직무상 비밀’과 ‘누설’ 및 공동정범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부분에 관한 판단
가.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부분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1) 피고인이 서울서부지방법원 형사과장 공소외 5에게 집행관사무원 비리 사건 관련 영장이 청구되는 경우 이를 보고하고 필요한 영장을 사본하여 총무과에 제공하라고 지시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설령 피고인이 공소외 5에게 이를 지시하였다고 하더라도 직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2) 피고인이 서울서부지방법원 사무국장 공소외 6, 총무과장 공소외 7에게 집행관사무원 비리 사건 관련자들의 검찰 진술내용을 파악하여 공소외 1에게 그 내용을 제공할 것을 지시하고, 공소외 7이 대표집행관 공소외 8, 감사계장 공소외 9에게 이를 전달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나.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서 ‘직권남용’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태악(재판장) 박정화(주심) 김선수 오경미 | 형법 제127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원심판결】
의정부지법 2019. 10. 17. 선고 2019노1092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공소를 제기하려면 공소장을 관할법원에 제출하여야 한다(형사소송법 제254조 제1항). 공무원이 작성하는 서류에는 간인하거나 이에 준하는 조치를 하여야 한다(형사소송법 제57조 제2항). 여기서 ‘공무원이 작성하는 서류’에는 검사가 작성하는 공소장이 포함된다(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7도4961 판결, 대법원 2012. 9. 27. 선고 2010도17052 판결 참조).
‘간인’은 서류작성자의 간인으로서 1개의 서류가 여러 장으로 되어 있는 경우 그 서류의 각 장 사이에 겹쳐서 날인하는 것이다. 이는 서류 작성 후 그 서류의 일부가 누락되거나 교체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담보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공소장에 검사의 간인이 없더라도 그 공소장의 형식과 내용이 연속된 것으로 일체성이 인정되고 동일한 검사가 작성하였다고 인정되는 한 그 공소장을 형사소송법 제57조 제2항에 위반되어 효력이 없는 서류라고 할 수 없다. 이러한 공소장 제출에 의한 공소제기는 그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 때(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2.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직권으로 파기하고 이 사건 공소를 기각하였다.
이 사건 공소장 1쪽 뒷면에 간인 일부가 되어 있으나, 2쪽 앞면에는 나머지 간인이 되어 있지 않고, 2쪽 뒷면부터 별지 [범죄일람표 2] 마지막 장까지 간인이 없다. 이러한 하자의 추완은 원칙적으로 제1심에서만 허용되어야 한다. 공소제기 검사의 전보 인사가 있는 경우에도 하자의 추완을 인정할 수 없다. 이 사건 공소장 1쪽 뒷면에 간인 일부가 남아 있는 이상 하자는 추완될 수 없다. 법원이 하자의 추완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 이 사건 공소는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 때(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에 해당한다.
3.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가. 기록에 의하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1) 이 사건 공소장은 본문 3장, 별지 [범죄일람표 1] 1장, 별지 [범죄일람표 2] 3장 합계 총 7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본문과 별지 [범죄일람표]는 누락되지 않고 모두 포함되어 있다. 본문 우측 하단에도 본문 쪽수가 “1/3”, “2/3”, “3/3”으로 연속되어 기재되어 있다.
2) 이 사건 공소장 본문 1쪽에 공소제기 검사의 기명날인 및 서명이 되어 있다. 동일한 공소제기 검사가 공소장을 작성한 것으로 보이고 이와 달리 다른 검사가 이 사건 공소장을 작성하였다고 볼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다.
3) 이 사건 공소장 본문 1쪽에는 ‘공소장’이라는 제목 아래에 “아래와 같이 공소를 제기합니다.”라고 기재되어 있다. 이어서 ‘Ⅰ. 피고인 관련사항’이라는 제목 아래에 피고인 이름, 주민등록번호, 나이, 직업, 주거, 등록기준지, 죄명, 적용법조가 차례대로 기재되어 있다.
4) 이 사건 공소장 본문 2쪽에는 나머지 ‘피고인 관련사항’으로 구속 여부, 변호인이 차례대로 기재되어 있다. 이어서 ‘Ⅱ. 공소사실’이라는 제목 아래에 본문 2쪽과 3쪽에 걸쳐 아래와 같이 공소사실이 기재되어 있다.
“1. (중략)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임을 알면서 이를 소지하였다. 2. (중략) 2018. 8. 9.경부터 같은 달 20일경까지 별지 범죄일람표 1 기재와 같이 본건 동영상을 총 9회에 걸쳐 합계 45,000원에 판매함으로써 영리를 목적으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판매하였다. 3. (중략) 피고인은 2018. 8. 9. 19:11경 (중략) 그 무렵부터 같은 달 20일경까지 별지 범죄일람표 2 기재와 같이 총 147회에 걸쳐 합계 940,000원을 받고, 음란한 영상을 배포·판매·임대하거나 공공연하게 전시하였다.”
5) 공소사실이 죄명, 적용법조에 따른「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위반(음란물소지)죄,「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위반(음란물제작·배포등)죄,「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음란물유포)죄의 구성요건에 부합하게 각 죄별로 일체성 있게 작성되었다.
6) 이어서 첨부되어 있는 별지 [범죄일람표 1]에 연번은 1부터 9까지, 범행일시는 2018. 8. 9.경부터 2018. 8. 20.경까지 기재되어 있으므로 공소사실 제2항에서 인용한 “범죄일람표 1”의 내용과 일치한다. 별지 [범죄일람표 1]은 이 사건 공소장 본문과 일체를 이룬다.
7) 별지 [범죄일람표(피의자가 유포한 음란물 목록) 2]에도 연번은 1부터 147까지, 범행일시는 2018. 8. 9. 19:11:37부터 2018. 8. 20. 17:07:04까지 기재되어 있으므로 공소사실 제3항에서 인용한 “범죄일람표 2”의 내용과 일치한다. 별지 [범죄일람표(피의자가 유포한 음란물 목록) 2]도 이 사건 공소장 본문과 일체를 이룬다.
나. 이러한 사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공소장의 형식과 내용은 연속된 것으로 일체성이 인정되고, 동일한 공소제기 검사가 작성하였다고 인정할 수 있다. 공소제기 검사의 간인이 없더라도 이 사건 공소장은 유효하므로 이 사건 공소장 제출에 의한 공소제기는 그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 때(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와 달리 이 사건 공소장에 공소제기 검사의 간인이 없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장 제출에 의한 공소제기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 때에 해당한다고 보아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하였다. 원심판결에는 공소장 간인 누락과 공소제기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동원(재판장) 조재연(주심) 민유숙 천대엽 | 형사소송법 제57조 제2항, 제254조 제1항, 제327조 제2호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유지호
【원심판결】
의정부지법 2021. 8. 10. 선고 2020노2521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직권으로 판단한다.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공소외 1로부터 돈을 빌린 적이 없고 공소외 2가 그 채무를 연대보증한 사실도 없는데, 공소외 1과 공모하여 판시와 같은 허위 내용이 적힌 차용증을 작성하고 공소외 2 소유 토지에 관하여 가압류신청을 하여 등기소 직원으로 하여금 공소외 1을 채권자, 공소외 2를 채무자로 한 가압류등기를 마치게 함으로써 공정증서원본과 동일한 전자기록인 토지등기부에 불실의 사실을 기록하게 하고 이를 행사하였다.’는 것이다.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2. 그러나 공전자기록 등 불실기재죄(형법 제228조 제1항)의 구성요건인 ‘불실의 사실기재’는 당사자의 허위신고에 의하여 이루어져야 하므로, 법원의 촉탁에 의하여 등기를 마친 경우에는 그 전제절차에 허위적 요소가 있더라도 위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대법원 1983. 12. 27. 선고 83도2442 판결 참조). 부동산가압류는 가압류재판에 관한 사항을 등기부에 기재하는 방법으로 법원이 집행하고 법원사무관 등이 등기를 촉탁한다(민사집행법 제293조). 피고인과 공모한 공소외 1이 허위 소명자료를 첨부하여 가압류신청을 함에 따라 공소외 2 소유 토지에 가압류결정이 내려졌더라도, 그에 따른 가압류등기는 법원이 하는 집행절차의 일환일 뿐 허위신고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이 아니므로 토지등기부에 불실의 사실이 기재되었다고 볼 수 없다. 그런데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원심은 공전자기록 등 불실기재죄에서의 ‘불실의 사실기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3. 그러므로 피고인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선수(재판장) 박정화 노태악 오경미(주심) | 형법 제228조 제1항, 민사집행법 제293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권오주
【원심판결】
청주지법 2021. 9. 9. 선고 2021노229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하기에 앞서 직권으로 판단한다.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2013. 2. 21. 청주지방법원에서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죄로 벌금 150만 원을 선고받았다. 피고인은 위와 같이 도로교통법의 음주운전 금지규정을 1회 위반한 사람으로서, 2020. 3. 26. 청주시 (주소 1 생략)에서부터 청주시 (주소 2 생략)에 있는 아파트 지하주차장까지 약 6km 구간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042%의 술에 취한 상태로 승용차를 운전하였다.’는 것이다.
2.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실 또는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의 술에 취한 상태로 운전하였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를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였다.
3.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2021. 11. 25. 구 도로교통법(2018. 12. 24. 법률 제16037호로 개정되고, 2020. 6. 9. 법률 제1737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도로교통법’이라 한다) 제148조의2 제1항 중 ‘제44조 제1항을 2회 이상 위반한 사람’에 관한 부분은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배되어 헌법에 위반된다는 위헌결정을 선고하였다[헌법재판소 2021. 11. 25. 선고 2019헌바446, 2020헌가17(병합), 2021헌바77(병합) 전원재판부 결정].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3항 본문에 따라 형벌에 관한 법률조항에 대하여 위헌결정이 선고된 경우 그 조항은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하므로, 법원은 해당 법률조항이 적용되어 공소가 제기된 피고사건에 대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여야 한다.
4.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구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1항, 제44조 제1항이 적용되어 공소가 제기된 이 사건에 대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을 적용한 부분은 적절하다고 볼 수는 없으나 무죄를 선고한 결론은 정당하다. 이 사건이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서 정한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때’에 해당하는 이상 원심판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있다는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받아들일 수 없다.
5.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정화(재판장) 김선수 노태악(주심) 오경미 | 구 도로교통법(2020. 6. 9. 법률 제1737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4조 제1항, 제148조의2 제1항,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3항, 형사소송법 제325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및 검사
【변 호 인】
법무법인 천명 담당변호사 박원경 외 1인
【원심판결】
수원지법 2016. 6. 2. 선고 2015노6478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인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상고이유 주장은 원심의 사실인정을 다투는 취지로서 실질적으로 사실심 법원의 자유판단에 속하는 원심의 증거 취사선택 및 증명력에 관한 판단을 지적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리고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 및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아도,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타인의 신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
2. 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공소사실의 요지
1) 피고인은 2014. 8. 22.경 서울 강남구 ○○동에 있는 상호불상의 안마시술소에서 피고인 소유의 베가아이언2 휴대전화(이하 ‘이 사건 휴대전화’라 한다)의 카메라를 이용하여 위 안마시술소의 여종업원인 피해자 성명불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피해자의 음부, 가슴, 엉덩이 등 피해자의 신체를 몰래 촬영하였다(이하 ‘2014년 범행’이라 한다).
2) 피고인은 2015. 6. 7. 09:40경 영동고속도로 하행선 △△휴게소에서 이 사건 휴대전화의 카메라를 이용하여 의자에 앉아 있던 피해자 공소외인(여, 24세)의 의사에 반하여 피해자의 치마 밑 허벅지와 다리를 몰래 촬영하였다(이하 ‘2015년 범행’이라 한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2014년 범행 부분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였다. 2014년 범행에 관한 영상은 2015년 범행과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고 이 사건 휴대전화를 탐색하는 과정에서 피고인의 참여권이 보장되지 않았으며 압수한 전자정보 목록도 교부되지 않는 등, 2014년 범행에 관한 영상은 형사소송법상 영장주의를 위반하여 수집된 증거로서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하므로 증거능력이 없다. 그 밖에 달리 피고인의 자백을 보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다. 대법원의 판단
1) 관련 법리
가) 불법촬영 범죄 등의 경우 임의제출된 전자정보 압수의 범위
전자정보를 압수하고자 하는 수사기관이 정보저장매체와 거기에 저장된 전자정보를 피의자로부터 임의제출의 방식으로 압수할 때, 제출자의 구체적인 제출범위에 관한 의사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 등의 사유로 인해 임의제출자의 의사에 따른 전자정보 압수의 대상과 범위가 명확하지 않거나 이를 알 수 없는 경우에는 임의제출에 따른 압수의 동기가 된 범죄혐의사실과 관련되고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최소한의 가치가 있는 전자정보에 한하여 압수의 대상이 된다.
범죄혐의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인지를 판단할 때는 범죄혐의사실의 내용과 성격, 임의제출의 과정 등을 토대로 구체적·개별적 연관관계를 살펴보아야 한다. 특히 카메라의 기능과 정보저장매체의 기능을 함께 갖춘 휴대전화인 스마트폰을 이용한 불법촬영 범죄와 같이 범죄의 속성상 해당 범행의 상습성이 의심되거나 성적 기호 내지 경향성의 발현에 따른 일련의 범행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의심되고, 범행의 직접증거가 스마트폰 안에 이미지 파일이나 동영상 파일의 형태로 남아 있을 개연성이 있는 경우에는 그 안에 저장되어 있는 같은 유형의 전자정보에서 그와 관련한 유력한 간접증거나 정황증거가 발견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이러한 간접증거나 정황증거는 범죄혐의사실과 구체적·개별적 연관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 이처럼 범죄의 대상이 된 피해자의 인격권을 현저히 침해하는 성격의 전자정보를 담고 있는 불법촬영물은 범죄행위로 인해 생성된 것으로서 몰수의 대상이기도 하므로 임의제출된 휴대전화에서 해당 전자정보를 신속히 압수·수색하여 불법촬영물의 유통 가능성을 적시에 차단함으로써 피해자를 보호할 필요성이 크다. 나아가 이와 같은 경우에는 간접증거나 정황증거이면서 몰수의 대상이자 압수·수색의 대상인 전자정보의 유형이 이미지 파일 내지 동영상 파일 등으로 비교적 명확하게 특정되어 그와 무관한 사적 전자정보 전반의 압수·수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적어 상대적으로 폭넓게 관련성을 인정할 여지가 많다는 점에서도 그러하다(대법원 2021. 11. 18. 선고 2016도348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나) 전자정보 탐색·복제·출력 시 피의자의 참여권 보장 및 전자정보 압수목록 교부
압수의 대상이 되는 전자정보와 그렇지 않은 전자정보가 혼재된 정보저장매체나 그 복제본을 임의제출받은 수사기관이 그 정보저장매체 등을 수사기관 사무실 등으로 옮겨 이를 탐색·복제·출력하는 경우, 그와 같은 일련의 과정에서 형사소송법 제219조, 제121조에서 규정하는 피압수·수색 당사자(이하 ‘피압수자’라 한다)나 그 변호인에게 참여의 기회를 보장하고 압수된 전자정보의 파일 명세가 특정된 압수목록을 작성·교부하여야 하며 범죄혐의사실과 무관한 전자정보의 임의적인 복제 등을 막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등 영장주의 원칙과 적법절차를 준수하여야 한다. 만약 그러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면 피압수자 측이 참여하지 아니한다는 의사를 명시적으로 표시하였거나 임의제출의 취지와 경과 또는 그 절차 위반행위가 이루어진 과정의 성질과 내용 등에 비추어 피압수자 측에 절차 참여 등을 보장한 취지가 실질적으로 침해되었다고 볼 수 없을 정도에 해당한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압수·수색이 적법하다고 평가할 수 없고, 비록 수사기관이 정보저장매체 또는 복제본에서 범죄혐의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만을 복제·출력하였다 하더라도 달리 볼 것은 아니다(위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2) 인정 사실
원심판결 이유 및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경찰은 2015. 6. 7. 피해자 공소외인 남자친구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하여 피고인으로부터 이 사건 휴대전화를 임의제출받아 이를 영장 없이 압수하였다. 당시 작성된 압수조서(임의제출)의 압수경위란에는 "경찰이 2015. 6. 7. 09:48경 ‘△△휴게소에서 여자친구를 몰래 도촬하여 성추행을 당했다.’는 112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하여 촬영사진을 확인하기 위해 피고인이 소지하고 있던 이 사건 휴대전화를 임의제출받아 확인한바, 피해자 공소외인의 다리 부위 사진과 불특정 다수의 특정 신체부위 사진이 여러 장 확인되어 법관의 영장 없이 피고인에게 휴대전화를 임의제출받아 압수한 것임"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나) 경찰은 같은 날 13:15 피고인에 대한 1회 피의자신문을 진행하면서 피고인의 면전에서 이 사건 휴대전화를 탐색하여 발견된 피해자 공소외인의 영상 및 불특정 다수 여성의 영상을 제시하였다. 피고인은 피해자 공소외인의 영상을 포함한 영상들을 몰래 촬영하였음을 자백하였다.
다) 경찰은 같은 날 이 사건 휴대전화에 저장된 2013. 9.경부터 2015. 6. 7.까지 촬영된 여성 사진 2,091장을 출력하여 ‘피의자 핸드폰에 저장된 여성 사진 분석’이라는 내사보고 형식으로 수사기록에 편철하였는데, 거기에 2015년 범행에 관한 사진 2장 및 2014년 범행에 관한 사진 5장(이하 ‘이 사건 사진’이라 한다)도 포함되었다.
라) 경찰은 같은 날 16:45 피고인에 대한 2회 피의자신문에서, 다시 피고인에게 출력된 위 2,000여 장의 여성 사진을 제시하면서 그중 2014년 범행에 관한 영상의 촬영경위를 질문하였고, 피고인은 서울 강남구 ○○동에 있는 안마시술소에서 여종업원인 피해자 성명불상자의 나체를 몰래 촬영한 것이라고 자백하였다.
3) 판단
가)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2014년 범행에 관한 영상은 임의제출에 의해 적법하게 압수된 전자정보로서 그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피고인이 이 사건 휴대전화를 임의제출할 당시 2015년 범행에 관한 영상에 대하여만 제출 의사를 밝혔는지, 아니면 2014년 범행에 관한 영상을 포함하여 제출 의사를 밝혔는지 명확하지 않다. 따라서 임의제출에 따른 압수의 동기가 된 범죄혐의사실인 2015년 범행에 관한 영상과 관련되고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최소한의 가치가 있는 전자정보에 한하여 압수의 대상이 된다. 그런데 2014년 범행에 관한 영상을 비롯한 이 사건 휴대전화에서 발견된 약 2,000개의 영상은 2년여에 걸쳐 지속적으로 카메라의 기능과 정보저장매체의 기능을 함께 갖춘 이 사건 휴대전화로 촬영된 것으로, 범죄의 속성상 해당 범행의 상습성이 의심되거나 피고인의 성적 기호 내지 경향성의 발현에 따른 일련의 범행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의심되어, 2015년 범행의 동기와 경위, 범행 수단과 방법 등을 증명하기 위한 간접증거나 정황증거 등으로 사용될 수 있어 2015년 범죄혐의사실과 구체적·개별적 연관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 결국 2014년 범행에 관한 영상은 임의제출에 따른 압수의 동기가 된 2015년 범죄혐의사실과 관련성이 인정될 수 있다.
(2) 경찰은 1차 피의자신문 시 이 사건 휴대전화를 피고인과 함께 탐색하는 과정에서 2014년 범행에 관한 영상을 발견하였으므로, 피고인은 이 사건 휴대전화의 탐색 과정에 참여하였다고 볼 수 있다.
(3) 경찰은 같은 날 곧바로 진행된 2회 피의자신문에서 이 사건 사진을 피고인에게 제시하였고, 5장에 불과한 이 사건 사진은 모두 동일한 일시, 장소에서 촬영된 2014년 범행에 관한 영상을 출력한 것임을 육안으로 쉽게 알 수 있다. 따라서 비록 피고인에게 전자정보의 파일 명세가 특정된 압수목록이 작성·교부되지 않았더라도 절차 위반행위가 이루어진 과정의 성질과 내용 등에 비추어 피고인의 절차상 권리가 실질적으로 침해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나) 그러므로 2014년 범행에 관한 영상은 그 증거능력이 인정됨에도 이와 달리 이 사건 공소사실 중 2014년 범행 부분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의 판단에는 위법수집증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파기의 범위
위에서 본 이유로 원심판결 중 무죄 부분은 파기되어야 한다. 그런데 위 파기 부분은 나머지 유죄 부분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이 선고되어야 하므로, 원심판결은 전부 파기되어야 한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재형(재판장) 안철상 노정희(주심) 이흥구 | [1] 형사소송법 제106조, 제218조, 제219조 / [2] 형사소송법 제106조, 제121조, 제129조, 제218조, 제219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김기태
【원심판결】
의정부지법 2021. 10. 21. 선고 2020노2831, 2021노1837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부분에 대하여 피고인이 구 도로교통법(2020. 6. 9. 법률 제17371호로 개정되어 2020. 12. 10. 시행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도로교통법’이라 한다) 제148조의2 제1항에서 정한 ‘제44조 제1항을 2회 이상 위반한 사람’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1항, 제44조 제1항을 적용하여 유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2021. 11. 25. 원심이 적용한 구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1항 중 ‘제44조 제1항을 2회 이상 위반한 사람’에 관한 부분에 대하여 위헌결정을 선고하였으므로(헌법재판소 2021. 11. 25. 선고 2019헌바446 등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위 법률조항 부분은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3항 본문에 따라 소급하여 그 효력을 상실하였다.
위헌결정으로 형벌에 관한 법률 또는 법률조항이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한 경우에 해당 법조를 적용하여 기소한 피고사건은 죄가 되지 않는 경우에 해당하므로(대법원 1992. 5. 8. 선고 91도2825 판결, 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5도8317 판결 등 참조),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2. 상해와 재물은닉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상해와 재물은닉 부분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
3. 파기 범위
원심판결 중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부분은 파기되어야 하는데, 위 부분과 유죄로 인정된 나머지 부분은 경합범 관계에 있어 원심이 하나의 형을 선고하였으므로, 원심판결은 전부 파기되어야 한다.
4. 결론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김재형(주심) 안철상 이흥구 | 구 도로교통법(2020. 6. 9. 법률 제1737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4조 제1항, 제148조의2 제1항,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3항, 형사소송법 제325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1 외 10인
【상 고 인】
피고인 1,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4, 피고인 5, 피고인 7, 피고인 8, 피고인 9, 피고인 10, 피고인 11 및 검사(피고인 1, 피고인 2, 피고인 6, 피고인 8, 피고인 9, 피고인 10에 대하여)
【변 호 인】
변호사 이범균 외 14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21. 8. 10. 선고 2021노345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 1, 피고인 7에 대한 유죄 부분(이유무죄 부분 포함)을 각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4, 피고인 5, 피고인 8, 피고인 9, 피고인 10, 피고인 11의 상고, 검사의 피고인 1에 대한 나머지 상고와 피고인 2, 피고인 6, 피고인 8, 피고인 9, 피고인 10에 대한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에 제출된 서면은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피고인 1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가. 각 공소외 1 회사 주식 대량보유(변동) 보고 누락으로 인한「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이라 한다) 위반 부분
1) 이 부분 공소사실 요지
피고인 1, 피고인 2는 공소외 2 등과 공모하여 2017. 12. 6.경부터 2018. 7. 17.경까지 원심 판시 [별지 7] 기재와 같이 총 10회에 걸쳐 공소외 1 회사 주식을 매수하였음에도 공소외 1 회사 주식 등의 대량보유상황 보고를 하지 않았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공소외 3 회사와 공소외 2는 공소외 1 회사 주식 등의 대량보유·변동 보고에 있어서 공동보유자 관계에 있다. 공소외 3 회사, 공소외 2는 공소외 2가 피고인 2에게 지시하여 타인 명의로 매집한 공소외 1 회사 주식까지 포함하여 공소외 1 회사 주식 대량보유·변동을 보고할 의무가 있다. 주식 등 대량보유·변동 보고의무의 주체가 아닌 사람이더라도 대량보유·변동 보고의무자의 위반행위에 공모·가담한 경우에는 공동정범의 죄책을 진다. 피고인 1은 공소외 1 회사 주식 대량보유·변동 보고를 하지 아니한 공소외 2의 이 부분 범행에 공모·가담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자본시장법 제147조 제1항 전문은 “주권상장법인의 주식 등을 대량보유(본인과 그 특별관계자가 보유하게 되는 주식 등의 수의 합계가 그 주식 등의 총수의 100분의 5 이상인 경우를 말한다)하게 된 자는 그날부터 5일 이내에 그 보유상황, 보유 목적, 그 보유 주식 등에 관한 주요계약내용,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방법에 따라 금융위원회와 거래소에 보고하여야 하며, 그 보유 주식 등의 수의 합계가 그 주식 등의 총수의 100분의 1 이상 변동된 경우에는 그 변동된 날부터 5일 이내에 그 변동내용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방법에 따라 금융위원회와 거래소에 보고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자본시장법 제445조 제20호는 제147조 제1항을 위반하여 주식 등 대량보유·변동 보고를 하지 아니한 자를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 규정 형식과 취지에 비추어 보면 주권상장법인의 주식 등 대량보유·변동 보고의무 위반으로 인한 자본시장법 위반죄는 구성요건이 부작위에 의해서만 실현될 수 있는 진정부작위범에 해당한다. 진정부작위범인 주식 등 대량보유·변동 보고의무 위반으로 인한 자본시장법 위반죄의 공동정범은 그 의무가 수인에게 공통으로 부여되어 있는데도 수인이 공모하여 전원이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 성립할 수 있다(대법원 2008. 3. 27. 선고 2008도89 판결, 대법원 2009. 2. 12. 선고 2008도9476 판결, 대법원 2021. 5. 7. 선고 2018도12973 판결 참조).
나) 위 규정에 따르면 주식 등 대량보유·변동 보고의무는 ‘주권상장법인의 주식 등을 대량보유(본인과 그 특별관계자가 보유하게 되는 주식 등의 수의 합계가 그 주식 등의 총수의 100분의 5 이상인 경우를 말한다)하게 된 자’에게만 부여되어 있다. 그리고 누구의 명의로든지 자기의 계산으로 주권상장법인의 주식 등을 대량 소유하는 자도 포함된다(자본시장법 시행령 제142조 제1호 참조).
여기서 ‘특별관계자’란 특수관계인과 공동보유자를 말한다(자본시장법 시행령 제141조 제1항). ‘공동보유자’란 본인과 합의나 계약 등에 따라 주식 등을 공동으로 취득하거나 처분하는 행위, 주식 등을 공동 또는 단독으로 취득한 후 그 취득한 주식을 상호양도하거나 양수하는 행위,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하는 행위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할 것을 합의한 자를 말한다(자본시장법 시행령 제141조 제2항).
다)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공소외 3 회사와 공소외 2는 공소외 1 회사 주식의 공동보유자 관계에 있으므로, 공소외 3 회사와 공소외 2에게 공소외 2가 타인 명의로 매수한 공소외 1 회사 주식까지 포함하여 공소외 1 회사 주식의 대량보유·변동을 보고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피고인 1은 공소외 1 회사 주식의 대량보유·변동을 보고할 의무를 부담하는 자가 아니다.
피고인 1에게 공소외 2와 공통된 공소외 1 회사 주식 대량보유·변동 보고의무가 부여되어 있지 않은 이상, 피고인 1과 공소외 2 사이에 진정부작위범인 주식 등 대량보유·변동 보고의무 위반으로 인한 자본시장법 제445조 제20호 위반죄의 공동정범은 성립할 수 없다.
라) 그런데도 원심은 피고인 1이 공소외 1 회사 주식 대량보유·변동 보고의무자인 공소외 2의 이 부분 범행에 공모·가담하였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진정부작위범인 자본시장법 제445조, 제147조 제1항 위반죄의 공동정범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 1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나. 공소외 4 회사 주식의 납세담보 제공 관련 대량보유(변동) 보고 누락으로 인한 자본시장법 위반 부분
1) 이 부분 공소사실 요지
공소외 5 회사는 2017. 11. 30.경 공소외 4 회사 주식 3,087,038주를 납세담보로 제공하고, 2017. 12. 4. 공소외 4 회사 주식 1,402,003주를 추가로 납세담보로 제공하였다. 그러나 피고인 1, 피고인 7, 피고인 9는 공소외 2, 공소외 6 등과 공모하여 공소외 4 회사 주식 4,489,038주에 대한 납세담보 제공 관련 주식 대량보유상황 보고를 하지 않았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주식 등 대량보유·변동 보고의무의 주체가 아닌 사람이더라도 대량보유·변동 보고의무자의 위반행위에 공모·가담한 경우에는 공동정범의 죄책을 진다. 피고인 1은 공소외 2, 공소외 6 등과 공모하여 공소외 4 회사 주식에 대한 대량보유 보고를 한 후 그 주식을 납세담보로 공탁하여 보유 주식에 대한 신탁·담보계약, 그 밖의 주요계약내용 등 중요한 사항의 변경이 있었음에도 그에 관한 변경보고를 하지 않았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자본시장법 제147조 제4항은 “제1항에 따라 보고한 자는 그 보유 목적이나 그 보유 주식 등에 관한 주요계약내용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한 사항의 변경이 있는 경우에는 5일 이내에 금융위원회와 거래소에 보고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자본시장법 제445조 제20호는 제147조 제4항을 위반하여 주식 등 변경 보고를 하지 아니한 자를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 규정 형식과 취지에 비추어 보면 주권상장법인의 주식 등 변경 보고의무 위반으로 인한 자본시장법 위반죄는 구성요건이 부작위에 의해서만 실현될 수 있는 진정부작위범에 해당한다. 진정부작위범인 주식 등 변경 보고의무 위반으로 인한 자본시장법 위반죄의 공동정범은 그 의무가 수인에게 공통으로 부여되어 있는데도 수인이 공모하여 전원이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 성립할 수 있다(대법원 2008. 3. 27. 선고 2008도89 판결, 대법원 2009. 2. 12. 선고 2008도9476 판결, 대법원 2021. 5. 7. 선고 2018도12973 판결 참조).
나) 위 규정에 따르면 주식 등 변경 보고의무는 ‘주권상장법인의 주식 등을 대량보유(본인과 그 특별관계자가 보유하게 되는 주식 등의 수의 합계가 그 주식 등의 총수의 100분의 5 이상인 경우를 말한다)하여 주식 등 대량보유·변동을 보고한 자’에게만 부여되어 있다. 그리고 누구의 명의로든지 자기의 계산으로 주권상장법인의 주식 등을 대량 소유하여 주식 등 대량보유·변동을 보고한 자도 포함된다(자본시장법 시행령 제142조 제1호 참조).
다)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공소외 5 회사는 2017. 11. 1. 공소외 4 회사 주식 1,460,000주, 2017. 11. 2. 공소외 4 회사 주식 1,627,038주 합계 3,087,038주(발행주식 대비 누적 7.97%)를 취득하였다. 공소외 5 회사는 2017. 11. 3. 공소외 4 회사 주식 1,402,003주(발행주식 대비 누적 11.59%)를 추가로 취득하였다. 이로써 공소외 5 회사는 공소외 4 회사 주식 합계 4,489,041주(이하 ‘이 사건 주식’이라 한다)를 보유하게 되었다.
(2) 공소외 5 회사는 전 대표이사 공소외 7과 관련한 세무조사를 받았고, 2017. 9. 26.경 중부지방국세청으로부터 4,237,760,000원의 추징금을 부과받았다. 이에 공소외 5 회사는 2017. 11. 30.경 2017. 11. 1.과 2017. 11. 2. 취득한 공소외 4 회사 주식 3,087,038주를, 2017. 12. 4.경 2017. 11. 3. 취득한 공소외 4 회사 주식 1,402,003주를 각각 납세담보로 제공하였다.
(3) 공소외 5 회사는 2017. 11. 8.과 2017. 11. 9. 2회에 걸쳐 공소외 4 회사 주식 대량보유·변동 보고를 한 후 이 사건 주식을 납세담보로 공탁하여 보유 주식에 대한 담보계약, 그 밖의 주요계약내용 등 중요한 사항의 변경이 있었음에도 변경보고를 하지 않았다.
(4) 한편 공소외 5 회사는 2017. 1. 25.경 ○○○투자조합을 상대로 신주 6,627,400주, 인수대금 100억 원으로 하는 유상증자를 실시한다고 공시하고, 2017. 2. 24. 대상자를 공소외 8 회사로 변경하기로 결정한 후, 2017. 2. 28. 공소외 8 회사로부터 유상증자 대금 100억 원을 지급받았다.
(5) 공소외 8 회사는 2016. 8. 20.경 공소외 2, 공소외 6이 인수한 반도체 부품 생산 회사이다. 그러나 공소외 5 회사가 공소외 8 회사가 납입한 위 유상증자 대금으로 이 사건 주식을 매수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
(6) 공소외 5 회사는 2017. 1. 25.경 △△△투자조합1호(대표조합원 피고인 9)를 상대로 전환사채 150억 원을 발행하는 2차 전환사채 발행 결정을, △△△투자조합2호(대표조합원 피고인 9)를 상대로 신주인수권부사채 150억 원을 발행하는 1차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결정을 각 공시하였다.
(7) 공소외 5 회사는 2017. 4. 10.경 △△△투자조합1호로부터 2차 전환사채 대금 150억 원을 지급받고, △△△투자조합2호로부터 1차 신주인수권부사채 대금 150억 원을 지급받았다.
(8) △△△투자조합1호와 △△△투자조합2호는 대표조합원이 모두 피고인 9이고, 피고인 1이 공소외 2의 지시에 따라 관리하는 조합이다. 그러나 공소외 5 회사가 위 전환사채 대금과 신주인수권부사채 대금으로 이 사건 주식을 매수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
(9) 공소외 2, 공소외 6은 공소외 5 회사의 실사주이다. 공소외 2의 지시로 공소외 5 회사의 공소외 4 회사 주식 보유 목적에 관한 허위보고가 이루어졌다. 공소외 5 회사는 이 사건 주식을 매수한 이후에도 공소외 2의 지시에 따라 공소외 4 회사에 대한 적대적 M&A를 위하여 지속적으로 공소외 4 회사 주식을 매수하였다.
라)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 1이 공소외 4 회사 주식을 자기의 계산으로 실질적으로 소유하는 자라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 1은 공소외 4 회사 주식 대량보유·변동 보고의무를 부담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공소외 4 회사 주식 변경 보고의무도 부담하지 않는다.
피고인 1에게 공소외 4 회사 주식 변경 보고의무자와 공통된 의무가 부여되어 있지 않은 이상, 피고인 1에 대하여 진정부작위범인 주식 등 변경 보고의무 위반으로 인한 자본시장법 제445조 제20호 위반죄의 공동정범은 성립할 수 없다.
마) 그런데도 원심은 피고인 1이 공소외 2 등과 공모하였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진정부작위범인 자본시장법 제445조, 제147조 제4항 위반죄의 공동정범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 1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다. 나머지 부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 1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각 공소외 1 회사 주식 대량보유(변동) 보고 누락으로 인한 자본시장법 위반 부분, 공소외 4 회사 주식의 납세담보 제공 관련 대량보유(변동) 보고 누락으로 인한 자본시장법 위반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주문무죄 및 이유무죄 부분 제외)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동정범, 자본시장법 제176조의 ‘시세조종행위’, 자본시장법 제178조 제1항 제2호의 ‘중요사항에 관하여 거짓의 기재 내지 표시’, 자본시장법 제178조 제2항의 ‘풍문의 유포’, 자본시장법 제443조의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 횡령죄의 불법영득의사, 죄수 관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판단누락, 이유모순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2. 피고인 2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 2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주문무죄 및 이유무죄 부분 제외)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동정범, 자본시장법 제176조의 ‘시세조종행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피고인 3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 3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주문무죄 및 이유무죄 부분 제외)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동정범, 자본시장법 제178조 제1항 제2호의 ‘중요사항에 관하여 거짓의 기재 내지 표시’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이유모순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4. 피고인 4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에 의하면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서만 양형부당을 사유로 한 상고가 허용된다. 피고인 4에 대하여 그보다 가벼운 형이 선고된 이 사건에서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는 취지의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5. 피고인 5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 5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주문무죄 및 이유무죄 부분 제외)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동정범, 사기죄의 기망행위, 편취의 범의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6. 피고인 7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 7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공소외 4 회사 주식의 납세담보 제공 관련 대량보유(변동) 보고 누락으로 인한 자본시장법 위반 부분, 주문무죄 및 이유무죄 부분 제외]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동정범, 자본시장법 제178조 제1항 제2호의 ‘중요사항에 관하여 거짓의 기재 내지 표시’, 진술의 신빙성, 공판중심주의 및 직접심리주의, 증거재판주의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판단누락, 이유모순, 이유불비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7. 피고인 8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 8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주문무죄 및 이유무죄 부분 제외)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동정범, 자본시장법 제178조 제1항 제2호의 ‘금융투자상품의 매매, 그 밖의 거래와 관련하여’, ‘금전, 그 밖의 재산상의 이익’, 횡령죄의 성립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판단누락, 이유불비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8. 피고인 9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 9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주문무죄 및 이유무죄 부분 제외)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동정범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판단누락, 이유모순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9. 피고인 10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 10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주문무죄 및 이유무죄 부분 제외)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동정범, 자본시장법 제178조 제1항 제2호의 ‘중요사항에 관하여 거짓의 기재 내지 표시’, 자본시장법 제178조 제2항의 ‘풍문의 유포’, 자본시장법 제443조의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판단누락, 이유모순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10. 피고인 11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 11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이유무죄 부분 제외)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동정범, 자본시장법 제176조의 ‘시세조종행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원심의 양형판단에 죄형균형의 원칙, 책임주의 원칙을 위반한 위법이 있다는 취지의 주장은 결국 양형부당 주장에 해당한다. 그런데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에 의하면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서만 양형부당을 사유로 한 상고가 허용된다. 피고인 11에 대하여 그보다 가벼운 형이 선고된 이 사건에서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는 취지의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11. 검사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가.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고인 1, 피고인 8의 공소외 4 회사 주식 대량보유 보고 누락으로 인한 자본시장법 위반 부분, 피고인 1의 □□□□□□□□□□□ 자율주행차량 사업 관련 사기적 부정거래로 인한 구 자본시장법(2018. 12. 31. 법률 제1619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위반 부분, 피고인 1, 피고인 2, 피고인 9, 피고인 10의 공소외 1 회사 1차 적대적 M&A 관련 시세조종으로 인한 구 자본시장법(2017. 10. 31. 법률 제1502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위반 부분, 피고인 6의 ◇◇◇ 시세조종으로 인한 구 자본시장법(2017. 10. 31. 법률 제1502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위반 부분에 대하여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주문 내지 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동정범, 자본시장법 제176조의 ‘시세조종행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나. 원심은 피고인 1에 대한 ◇◇◇ 시세조종 및 사기적 부정거래로 인한 구 자본시장법(2017. 10. 31. 법률 제1502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위반 공소사실 중 ☆☆☆를 통한 애플, 테슬라 납품 부분, 해외기업 ▽▽ 및 ◎◎◎와의 업무협약 체결 및 ◁◁◁을 통한 자율주행차량 사업 진행 부분, 미국 ▷▷▷주립대와의 자율주행 공동연구개발 부분, ◎◎◎를 통한 자율주행 음성인식 기술 확보 부분, 사기적 부정거래로 인한 이익액 577억 42,486,738원 부분에 대하여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동정범, 자본시장법 제443조의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12. 파기의 범위
가. 원심판결 중 피고인 1에 대한 각 공소외 1 회사 주식 대량보유(변동) 보고 누락으로 인한 자본시장법 위반 부분, 공소외 4 회사 주식의 납세담보 제공 관련 대량보유(변동) 보고 누락으로 인한 자본시장법 위반 부분은 앞서 본 것과 같은 이유로 파기되어야 한다. 그리고 위 파기 부분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이 선고된 유죄 부분도 함께 파기되어야 한다. 결국 원심판결 중 피고인 1에 대한 유죄 부분(이유무죄 부분 포함)은 전부 파기되어야 한다.
나. 공소외 4 회사 주식의 납세담보 제공 관련 대량보유(변동) 보고 누락으로 인한 자본시장법 위반 부분에 대한 파기이유는 이 부분 공동피고인인 피고인 7에게도 공통되므로 형사소송법 제392조에 따라 피고인 7의 이 부분 원심판결도 아울러 파기되어야 한다. 그리고 위 파기 부분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이 선고된 유죄 부분도 함께 파기되어야 한다. 결국 원심판결 중 피고인 7에 대한 유죄 부분(이유무죄 부분 포함)은 전부 파기되어야 한다.
13. 결론
그러므로 피고인 1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피고인 1, 피고인 7에 대한 유죄 부분(이유무죄 부분 포함)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4, 피고인 5, 피고인 8, 피고인 9, 피고인 10, 피고인 11의 상고, 검사의 피고인 1에 대한 나머지 상고와 피고인 2, 피고인 6, 피고인 8, 피고인 9, 피고인 10에 대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오경미(재판장) 박정화 김선수(주심) 노태악 | [1]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47조 제1항, 제445조 제20호, 형법 제30조 / [2]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47조 제4항, 제445조 제20호, 형법 제30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유한) 동인 담당변호사 박세규 외 3인
【원심판결】
부산지법 2021. 9. 9. 선고 2020노899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소송의 경과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제1심
1) 피고인은 2018. 1. 17. 6개 유치원의 피해자 학부모들에 대한 급식비, 교재·교구비, 특성화프로그램 교육비, 방과후과정 학부모부담금 및 원복·체육복·가방비 관련 사기[범죄일람표(1) 내지 범죄일람표(15) 기재 부분, 이하 ‘피해자 학부모들에 대한 사기 부분’이라고 한다] 및 피해자 대한민국에 대한 교육청 지원금 관련 사기[범죄일람표(16), 범죄일람표(17) 기재 부분, 이하 ‘피해자 대한민국에 대한 사기 부분’이라고 한다]로 공소제기되었다.
2) 변호인은 2018. 6. 15. 자 변호인의견서를 통하여 피해자 학부모들에 대한 사기 부분에 관하여 범죄일람표(1) 내지 범죄일람표(15)에 피해자별 편취금액이 특정되지 않았으므로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았다고 주장하였고, 이에 검사는 2018. 8. 13. 자 의견서를 통하여 사건의 특성상 개괄적 표시가 부득이하고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이 없으므로 피해자 학부모들에 대한 사기 부분 공소사실이 충분히 특정되었다고 주장하였다.
3) 검사는 2018. 12. 11. 제1심법원에 피해자 학부모들에 대한 사기 부분 피해자들을 확인하기 위하여 부산광역시 교육청 감사관실에 대하여 ‘피고인의 범행기간인 2014. 1.경부터 2017. 6.경까지 6개 유치원에서 학비지원을 받은 원아명 및 그 원아의 학부모명’에 관한 사실조회를 신청하였고, 그 사실조회회신이 2018. 12. 21. 제1심법원에 도착하였다.
4) 검사는 2019. 1. 17. 제6회 공판기일에서 피해자 대한민국에 대한 사기 부분 공소사실 일부를 정정하였고, 피해자 학부모들에 대한 사기 부분 공소사실에 관하여 기존 범죄일람표(1) 내지 범죄일람표(15)를 유지하고 사실조회 회신자료를 반영하여 원아명과 학부모명을 병기한 피해자 일람표를 첨부하면서 이 부분 피해자를 ‘피해자 일람표 기재 학부모들’로 변경하겠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하였다.
5) 제1심법원은 2019. 3. 28. 제7회 공판기일에서 판사의 경질을 이유로 공판절차를 갱신하면서 검사의 피해자 특정 여부를 위하여 변론을 속행하였다.
6) 검사는 2019. 7. 12. 자 의견서를 통하여 피해자 학부모들에 대한 사기 부분 중 방과후과정 학부모부담금 부분 편취금액을 특정하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하였다.
7) 변호인은 2019. 12. 2. 자 변론요지서를 통하여 피해자 학부모들에 대한 사기 부분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았다고 주장하였고, 검사는 2020. 1. 6. 자 변론기일변경신청서를 제출하면서 공소장변경을 예정하고 있다는 취지로 기재하였다.
8) 검사는 2020. 1. 13. 피해자 대한민국에 대한 사기 부분 공소사실을 일부 변경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허가신청서와 함께 피해자 학부모들에 대한 사기 부분 공소사실의 피해자와 피해금액이 모두 특정되었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하였다.
9) 제1심법원은 2020. 1. 14. 제12회 공판기일에서 위 공소장변경을 허가한 뒤 변론을 종결하였고, 제1심은 2020. 2. 18. 피해자 대한민국에 대한 사기 부분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피해자 학부모들에 대한 사기 부분에 대한 공소를 기각하였다. 이에 검사가 제1심판결 전부에 대하여 항소를 제기하였다.
나. 원심
1) 검사는 2020. 9. 10. 제1회 공판기일에서 피해자 학부모들에 대한 사기 부분 공소사실 범죄일람표를 특정할 수 있는지 한 번 더 검토하겠다고 진술하였다.
2) 검사는 2020. 11. 19. 제3회 공판기일에서 ① 피해자 학부모들에 대한 사기 부분 중 원복·체육복·가방비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의 편취금액과 범죄일람표를 변경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허가신청서를 제출하였고, ② 2021. 3. 30. 피해자 학부모들에 대한 사기 부분 중 방과후과정 학부모부담금 부분의 편취금액과 범죄일람표를 변경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허가신청서를 제출하였다.
3) 변호인은 2021. 4. 1. 자 의견서를 통하여 공소장변경허가신청서가 당초 공소사실과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지 않고 이에 의하더라도 피해자 학부모들에 대한 사기 부분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았다고 주장하였고, 검사는 2021. 4. 28. 자 의견서를 통하여 변호인 의견에 대하여 반박하면서 공소장변경을 허가하여 달라고 주장하였다.
4) 원심법원은 2021. 8. 9. 검사의 공소장변경허가신청에 대하여 허가 또는 불허가결정을 하지 않은 채 변론을 종결하였다.
5) 원심은 2021. 9. 9. 다음과 같은 이유로 제1심판결 전부를 파기하고 사건을 제1심법원에 환송하였다.
가) 제1심은 검사가 피해자 학부모들에 대한 사기 부분 공소사실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의사를 명확하게 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는데도 피해자 특정에 관하여 제대로 석명을 구하지 않았고, 검사가 2019. 1. 17. 제출한 의견서를 공소장변경허가신청서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는데도 검사에게 공소장변경허가신청서로 제출된 것인지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공소장변경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으므로, 제1심판결 중 공소기각 부분에는 공소장변경 절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나) 제1심판결 중 공소기각 부분과 무죄 부분은 정당하게 실체 판결을 하였을 때 경합범가중이 필요한 범위 내에서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므로, 제1심판결 전부를 파기하여야 한다.
2. 상고이유 제1, 2점에 대하여
가. 관련 법리
1) 검사는 법원의 허가를 얻어 공소장에 기재한 공소사실 또는 적용법조의 추가·철회 또는 변경을 할 수 있다. 이 경우에 법원은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해하지 아니하는 한도에서 허가하여야 한다(형사소송법 제298조 제1항). 검사가 형사소송법 제298조 제1항에 따라 공소장에 기재한 공소사실 또는 적용법조의 추가·철회 또는 변경을 하고자 하는 때에는 그 취지를 기재한 공소장변경허가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하여야 하고, 다만 피고인이 재정하는 공판정에서는 피고인에게 이익이 되거나 피고인이 동의하는 경우 구술에 의한 공소장변경을 허가할 수 있다(형사소송규칙 제142조 제1항, 제5항). 따라서 검사가 공소장변경허가신청서를 제출하지 않고 공소사실에 대한 검사의 의견을 기재한 서면을 제출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곧바로 공소장변경허가신청서를 제출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2) 재판장은 소송관계를 명료하게 하기 위하여 검사, 피고인 또는 변호인에게 사실상과 법률상의 사항에 관하여 석명을 구하거나 입증을 촉구할 수 있다(형사소송규칙 제141조 제1항). 공소장의 기재가 불분명한 경우에는 법원은 형사소송규칙 제141조에 따라 검사에게 석명을 한 다음, 그래도 검사가 이를 명확하게 하지 않은 때에야 공소사실의 불특정을 이유로 공소를 기각해야 한다(대법원 1983. 6. 14. 선고 82도293 판결, 대법원 2021. 2. 25. 선고 2020도3694 판결 등 참조).
나. 판단
1) 앞서 본 사실관계에서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제1심이 검사에게 공소사실 특정을 위한 석명을 제대로 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해자 학부모들에 대한 사기 부분의 피해자와 피해금액이 특정되었는지 여부에 대하여 검사와 변호인 사이에 약 2년에 이르는 제1심 소송기간 동안 충분한 공방이 이루어졌다.
나) 검사는 2019. 1. 17. 피해자 학부모들에 대한 사기 부분 공소사실에 관하여 기존 범죄일람표(1) 내지 범죄일람표(15)를 유지하고 사실조회 회신자료를 반영하여 원아명과 학부모명을 병기한 피해자 일람표를 첨부하면서 이 부분 피해자를 ‘피해자 일람표 기재 학부모들’로 변경하겠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하기는 하였으나, 그 의견서는 종전 공소사실을 유지하는 범위에서 주장을 정리한 것에 불과하고 공소장변경허가신청서라고 보기 어렵다.
다) 제1심법원은 검사의 공소사실 특정을 위하여 여러 공판기일을 속행하였고, 검사는 제1심 변론종결 직전에 최종적으로 피해자 학부모들에 대한 사기 부분 공소사실의 피해자와 피해금액이 모두 특정되었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하였다.
2) 또한 검사가 원심에서 피해자 학부모들에 대한 사기 부분에 관한 공소장변경허가신청서를 제출하였으므로, 원심으로서는 공소장변경허가신청서에 기재된 공소사실이 당초 공소사실과의 동일성이 인정되는지 여부에 따라 공소장변경 허가 또는 불허가결정을 하여 공소사실 특정이 문제 되는 피해자 학부모들에 대한 사기 부분의 심판대상을 명확히 특정하였어야 한다.
3) 그런데도 원심은 제1심이 검사에게 공소사실 특정을 위한 석명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피해자 학부모들에 대한 사기 부분에 대한 공소를 기각한 잘못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공소장변경 절차와 법원의 석명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제1, 2점은 이유 있다.
3. 상고이유 제3점에 대하여
가. 관련 법리
1) 상소는 재판의 일부에 대하여도 할 수 있고, 일부에 대한 상소는 그 일부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부분에 대하여도 효력이 미친다(형사소송법 제342조).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으로 동시에 기소된 수 개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각기 따로 유무죄, 공소기각 및 면소를 선고하거나 형을 정하는 등으로 판결주문이 수 개일 때에는 그 1개의 주문에 포함된 부분을 다른 부분과 분리하여 일부상소를 할 수 있고 당사자 쌍방이 상소하지 않은 부분은 분리 확정된다. 따라서 경합범 관계에 있는 공소사실 중 판결주문이 수 개일 때 피고인과 검사가 일부에 대하여만 상소한 경우, 피고인과 검사가 상소하지 않은 부분은 상소기간이 지남으로써 확정되어 상소심에 계속된 사건은 상소된 부분에 대한 공소뿐이고, 그에 따라 상소심에서 이를 파기할 때에는 그 부분만을 파기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11. 25. 선고 2010도10985 판결, 대법원 2020. 3. 12. 선고 2019도18935 판결 등 참조).
2) 반면 경합범 관계에 있는 공소사실 중 일부 유죄, 일부 무죄를 선고하여 판결주문이 수 개일 때 검사가 판결 전부에 대하여 상소하였는데 상소심에서 이를 파기할 때에는 유죄 부분과 파기되는 무죄 부분이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이 선고되어야 하므로, 유죄 부분과 파기되는 무죄 부분을 함께 파기하여야 한다. 그러나 위와 같이 하나의 형을 선고하기 위해서 파기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경합범의 관계에 있는 공소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개별적으로 파기되는 부분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부분만을 파기하여야 한다.
나. 판단
앞서 본 사실관계를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제1심은 경합범 관계에 있는 공소사실 중 피해자 대한민국에 대한 사기 부분을 주문 무죄로, 피해자 학부모들에 대한 사기 부분을 주문 공소기각으로 각 판단하였으므로, 검사가 제1심판결 전부에 대하여 항소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판결 전체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볼 수 없고, 원심으로서는 각 부분에 관한 항소이유를 개별적으로 판단하였어야 한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전체가 경합범 관계에 있어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이유로 제1심판결 중 공소기각 부분을 파기하는 이상 제1심판결 중 무죄 부분도 함께 파기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상소심의 심판대상과 파기의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제1심판결 중 무죄 부분에 대한 판단을 누락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제3점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태악(재판장) 박정화(주심) 김선수 오경미 | [1] 형사소송법 제298조 제1항, 형사소송규칙 제142조 제1항, 제5항 / [2] 형사소송규칙 제141조 제1항 / [3] 형법 제37조, 형사소송법 제342조, 제364조 / [4] 형법 제37조, 형사소송법 제342조, 제364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원심판결】
인천지법 2021. 7. 23. 선고 2020노3032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직권으로 판단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 요지는 피고인이 통원치료로 충분한 병증이어서 입원진료가 필요하지 않은데도 2015. 8. 5.경부터 2018. 11. 15.경까지 제1심판결 별지 범죄일람표에 기재된 것과 같이 총 15회에 걸쳐 병원에 입원한 다음 피해자 회사에 보험금 지급을 청구하는 방법으로 보험금을 편취하였다는 것이다.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면서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이하 ‘보험사기방지법’이라 한다) 제8조를 적용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그러나 보험사기방지법은 2016. 3. 29. 법률 제14123호로 제정되어 같은 법 부칙(2016. 3. 29.)에 따라 공포 후 6개월이 지난 2016. 9. 30.부터 시행되었다. 따라서 보험사기방지법이 시행되기 전에 피고인이 피해자 회사에 보험금을 청구하여 보험금을 지급받아 기수에 이른 범행에 대해서는 피고인을 보험사기방지법 위반죄로 처벌할 수 없다.
그런데도 원심은 보험사기방지법이 시행되기 전에 피고인이 범한 범행에 대해서까지 위 법률을 적용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원심판결에는 죄형법정주의와 형벌법규 불소급의 원칙 등을 위반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김재형(주심) 안철상 이흥구 | 헌법 제12조 제1항, 형법 제1조 제1항,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제8조, 부칙(2016. 3. 29.) 제1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김성중 외 1인
【원심판결】
전주지법 2021. 10. 14. 선고 2021노879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구 공인중개사법(2019. 8. 20. 법률 제1648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공인중개사법’이라고 한다)은 공인중개사 자격의 취소와 개설등록의 결격사유 및 벌금형의 분리 선고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가. 시·도지사는 공인중개사가 공인중개사법을 위반하여 징역형의 선고를 받은 경우 공인중개사 자격을 취소하여야 한다(제35조 제1항 제4호).
나. 공인중개사법 제35조 제1항에 따라 공인중개사 자격이 취소된 후 3년이 지나지 않은 자와 공인중개사법을 위반하여 3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의 선고를 받고 3년이 지나지 않은 자는 중개사무소의 개설등록을 할 수 없다(제10조 제1항 제6호, 제11호).
다. 공인중개사법 제48조 및 제49조에 규정된 죄와 다른 죄의 경합범에 대하여 벌금형을 선고하는 경우에는 형법 제38조에도 불구하고 형을 분리 선고하여야 한다(제10조의2).
2. 위와 같은 규정을 입법 목적에 따라 종합적으로 해석하면, 구 공인중개사법 제10조의2 규정 취지는 공인중개사법 위반죄와 다른 죄의 경합범에 대하여 벌금형을 선고하는 경우 중개사무소 개설등록 결격사유의 기준이 되는 3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명확하게 하기 위하여 형법 제38조의 적용을 배제하고 분리 심리하여 형을 따로 선고하여야 한다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공인중개사법 위반죄와 다른 죄의 경합범에 대하여 징역형을 선고하는 경우에는 중개사무소 개설등록 결격사유에 해당함이 분명하므로, 구 공인중개사법 제10조의2를 유추적용하여 형법 제38조의 적용을 배제하고 분리 선고하여야 한다고 볼 수 없다.
3. 그리고 위와 같은 구 공인중개사법 제10조의2 규정 취지에 비추어 보면, 공인중개사법 위반죄와 상상적 경합관계에 있는 다른 범죄에 대하여는 여전히 형법 제40조에 의하여 그중 가장 무거운 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하여야 하므로, 그 처벌받는 가장 무거운 죄가 공인중개사법 위반죄인지 여부를 묻지 않고 이와 상상적 경합관계에 있는 모든 죄를 통틀어 하나의 형을 선고하여야 한다(대법원 1999. 4. 23. 선고 99도636 판결, 대법원 2021. 7. 21. 선고 2018도16587 판결 취지 참조).
4. 이 사건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피고인에 대하여 각 주택법 위반죄와 각 공인중개사법 위반죄가 상상적 경합관계에 있다고 보아 징역형을 선택하고 경합범가중을 한 뒤 하나의 징역형을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구 공인중개사법 제10조의2 적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5.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태악(재판장) 박정화(주심) 김선수 오경미 | [1] 구 공인중개사법(2019. 8. 20. 법률 제1648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0조 제1항 제6호, 제11호, 제10조의2, 제35조 제1항 제4호, 제48조, 제49조, 형법 제38조 / [2] 구 공인중개사법(2019. 8. 20. 법률 제1648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0조의2, 제48조, 제49조, 형법 제40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법무법인(유한) 율촌 담당변호사 변현철 외 1인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법 2015. 4. 17. 선고 2015노705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공소사실의 요지
변호사가 아니면 금품·향응 또는 그 밖의 이익을 받고 수사기관에서 취급 중인 수사 사건에 관하여 법률상담, 법률 관계 문서 작성 등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피고인은 공소외 1 노무법인(이하 ‘공소외 1 노무법인’이라 한다)의 대표 노무사로서 위 노무법인 소속 공인노무사인 공소외 2, 공소외 3과 공모하여, 2008. 5.경부터 2009. 4. 21.경까지 3차례에 걸쳐 의뢰인들과 체불임금 등에 대하여 법률상담을 한 후 의뢰인의 회사 대표를 상대로 근로기준법 위반을 이유로 한 고소장을 작성하여 이를 서울지방노동청 서부지청 등에 제출하고, 2009. 4. 26.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 위반으로 고소당한 의뢰인 회사의 대표 명의로 답변서를 작성하여 이를 서울지방노동청에 제출하고, 이들로부터 착수금 내지 성공보수금 명목으로 금품을 지급받았다.
이로써 피고인은 위 공소외 2, 공소외 3과 공모하여 특별사법경찰관인 근로감독관이 취급하는 수사 사건에 관하여 법률상담, 법률 관계 문서 작성을 하고 금품을 지급받았다.
2. 원심판단의 요지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인 및 공소외 1 노무법인 소속 공인노무사 공소외 2, 공소외 3(이하 ‘피고인 등’이라 한다)의 공소사실 기재 법률상담과 법률 관계 문서의 작성 및 제출은 공인노무사법 제2조 제1항 제1호에서 정한 공인노무사의 직무에 해당하므로, 외견상 변호사법 제109조 제1호에서 정한 법률상담 또는 법률 관계 문서 작성에 해당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하더라도 이를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가. 피고인 등은 공인노무사 자격을 가진 사람이므로 공인노무사법에서 정한 범위 내에서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
나. 공인노무사법 제2조 제1항 제1호는 ‘노동 관계 법령에 따라 관계 기관에 대하여 행하는 신고·신청·보고·진술·청구(이의신청·심사청구 및 심판청구를 포함한다) 및 권리 구제 등의 대행 또는 대리’가 공인노무사의 직무 범위에 포함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피고인 등이 법률상담을 하거나 법률 관계 문서를 작성한 사건은 근로기준법 내지 노동조합법 관련 사건으로, 공인노무사법 시행령에서 정한 노동 관계 법령에 해당한다.
다. 공인노무사법이 1995. 12. 6. 법률 제5018호로 개정되면서 신고 등의 대상이 기존의 ‘행정기관’에서 ‘관계 기관’으로 확대된 점, 근로기준법 제104조에서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의 법 위반사실을 신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 근로감독관의 직무집행에 관하여 규정한 고용노동부훈령인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에서 근로감독관이 처리할 신고사건의 범위에 ‘고소·고발’도 포함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공인노무사는 근로기준법 위반 사안에 대하여 근로감독관에게 고소·고발을 할 수 있고, 고소·고발에 관한 서류의 작성도 대행할 수도 있다고 보아야 한다.
3.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가. 근로기준법 제102조 제1항은 근로감독관은 사업장, 기숙사, 그 밖의 부속 건물을 현장조사하고 장부와 서류의 제출을 요구할 수 있으며 사용자와 근로자에 대하여 심문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감독 기관에 대한 신고’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 근로기준법 제104조는 제1항에서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근로기준법 또는 근로기준법에 따른 시행령을 위반한 사실이 있으면 근로자는 그 사실을 고용노동부장관이나 근로감독관에게 통보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근로기준법은 그와 별도로 제102조 제5항에서 근로감독관은 근로기준법이나 그 밖의 노동 관계 법령 위반의 죄에 관하여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이하 ‘사법경찰직무법’이라 한다)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사법경찰관의 직무를 수행한다고 규정하고, 근로기준법 제105조 본문은 ‘이 법이나 그 밖의 노동 관계 법령에 따른 현장조사, 서류의 제출, 심문 등의 수사는 검사와 근로감독관이 전담하여 수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위 근로기준법 제105조 본문이 규정하는 현장조사 등은 행정기관으로서의 현장조사나 서류 제출 요구, 심문과는 구별된다.
나. 고소는 범죄로 인한 피해자나 그와 일정한 관계에 있는 사람이 수사기관에 대하여 범죄사실을 신고하여 범인의 처벌을 구하는 의사표시이고(형사소송법 제223조 등), 고발은 고소권자와 범인 이외의 사람이 수사기관에 대하여 범죄사실을 신고하여 범인의 처벌을 구하는 의사표시로서(형사소송법 제234조), 범인에 대한 형사처벌을 요구하지 않는 단순한 피해신고는 고소·고발에 포함되지 않는다. 고소·고발은 서면 또는 구술로써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에게 하여야 하고(형사소송법 제237조 제1항), 사법경찰관이 고소 또는 고발을 받은 때에는 신속히 조사하여 관계서류와 증거물을 검사에게 송부하여야 하며(형사소송법 제238조), 고소는 친고죄와 반의사불벌죄의 소추조건이 된다(형사소송법 제327조 제5호, 제6호).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고소·고발한 사람은 무고죄로 처벌을 받는다(형법 제156조).
이와 같이 고소·고발은 형사사건에 관한 사법작용의 시발이 되는 행위로서 단순한 법령위반사실의 신고와 구분되고, 고소·고발장의 작성업무는 변호사 외에 형사소송절차에 관한 법률소양을 갖춘 법무사에게 허용되나 일반 행정사에게는 허용되지 않는다(헌법재판소 2000. 7. 20. 선고 98헌마52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다. 또한 고용노동부훈령인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제33조는 ‘신고사건’이란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노동 관계 법령의 위반행위로 권익을 침해당한 자 또는 제3자가 그 위반사항에 대하여 문서·구술·전화·우편·기타의 방법으로 행정관청에 진정·청원·탄원·고소·고발 등을 한 사건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고소·고발사건은 별도로 범죄사건부에 기재하고(위 규정 제34조 제1항), 고소·고발사건을 접수하였을 때에는 관련 규칙이 정하는 바에 따라 범인과 범죄사실을 수사하고 그에 관한 증거를 수집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위 규정 제46조 제1항), 행정기관으로서의 절차와 수사절차를 별개의 절차로 취급하고 있다.
라.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면, 근로감독관에 대하여 근로기준법 등 노동 관계 법령 위반사실을 신고하는 행위라도 범인에 대한 처벌을 구하는 의사표시가 포함되어 있는 고소·고발은 노동 관계 법령이 아니라 형사소송법, 사법경찰직무법 등에 근거한 것으로서, 구 공인노무사법(2020. 1. 29. 법률 제1689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2조 제1항 제1호에서 공인노무사가 수행할 수 있는 직무로 정한 ‘노동 관계 법령에 따라 관계 기관에 대하여 행하는 신고 등의 대행 또는 대리’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고소·고발장의 작성을 위한 법률상담도 구 공인노무사법 제2조 제1항 제3호의 ‘노동 관계 법령과 노무관리에 관한 상담·지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
또한 근로기준법 제102조 제5항, 제105조에 따라 근로감독관이 노동 관계 법령 위반의 죄에 관하여 사법경찰관으로서 수행하는 수사 역시 개별 노동 관계 법령에 정해진 절차가 아니라 형사소송법상 수사절차의 일환이라고 할 것이므로, 노동조합법 위반으로 고소당한 피고소인이 그 수사절차에서 근로감독관에게 답변서를 제출하는 행위 역시 구 공인노무사법 제2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공인노무사가 대행 또는 대리할 수 있는 행위인 ‘노동 관계 법령에 따라 관계 기관에 대하여 행하는 진술’에 해당한다거나 그 답변서가 같은 항 제2호에 정한 ‘노동 관계 법령에 따른 모든 서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마.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공인노무사의 직무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를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재형(재판장) 안철상 노정희(주심) 이흥구 | [1] 구 공인노무사법(2020. 1. 29. 법률 제1689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1항 제1호, 제3호, 형사소송법 제223조, 제234조, 변호사법 제109조 제1호 / [2] 구 공인노무사법(2020. 1. 29. 법률 제1689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1항 제1호, 제2호, 근로기준법 제102조 제5항, 제105조, 형사소송법 제223조, 변호사법 제109조 제1호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법무법인(유한) 율촌 담당변호사 변현철 외 1인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법 2015. 4. 17. 선고 2015노489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무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쟁점 공소사실의 요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변호사법 위반 부분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변호사가 아닌 자는 금품을 받고, 수사기관에서 취급 중인 수사 사건이나 법령에 따라 설치된 조사기관에서 취급 중인 조사 사건 및 그 밖에 일반의 법률사건 등에 관하여 법률상담 또는 법률 관계 문서 작성 등을 하여서는 아니 됨에도, 피고인은 자신이 대표 공인노무사로 있는 공소외 1 노무법인(이하 ‘공소외 1 노무법인’이라고 한다) 소속 공인노무사인 공소외 2, 공소외 3, 공소외 4와 공모하여, 2007. 2.경부터 2013. 3. 중순경까지 제1심 판시 별지 범죄일람표(이하 ‘범죄일람표’라고 한다) 기재와 같이 총 75회에 걸쳐 건설현장 산업재해, 근로자 사망, 임금체불 등의 사건을 의뢰받고, ‘참고인진술조서 예상문답’, ‘산업안전보건법 형사사건 처리절차’, ‘피의자별 적용법령’ 등의 문서를 기초로 법률상담을 하거나 법률 관계 문서인 산업안전보건법 의견서를 작성하고, 그 대가로 합계 2,196,050,000원을 수수하였다.
2. 원심판단의 요지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인 및 공소외 1 노무법인 소속 공인노무사 공소외 2, 공소외 3, 공소외 4(이하 ‘피고인 등’이라 한다)의 행위는 공인노무사법이 정한 직무인 노동 관계 법령에 따른 법률상담 또는 법률 관계 문서의 작성에 해당하므로, 외견상 변호사법 제109조 제1호에서 정한 법률상담 또는 법률 관계 문서 작성에 해당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하더라도 이를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쟁점 공소사실인 변호사법 위반 부분을 무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가. 피고인 등은 공인노무사 자격을 가진 사람이므로 공인노무사법에서 정한 범위 내에서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
나. 공인노무사법 제2조 제1항 제2호는 ‘노동 관계 법령에 따른 모든 서류의 작성과 확인’, 같은 항 제3호는 ‘노동 관계 법령과 노무관리에 관한 상담·지도’를 공인노무사가 수행할 수 있는 직무로 규정하고 있다.
다. 피고인 등은 공인노무사법 시행령에서 정한 노동 관계 법령인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하였는지 여부가 문제 되는 건설현장에서의 사망 사고 등 산업재해에 관한 업무를 처리하면서 법률상담 및 법률 관계 문서 작성을 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가. 법률상담 부분에 대한 판단
1) 관련 법리
가) 구 산업안전보건법(2019. 1. 15. 법률 제16272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2조에 따르면, 산업재해란 근로자가 업무에 관계되는 건설물·설비·원재료·가스·증기·분진 등에 의하거나 작업 또는 그 밖의 업무로 인하여 사망 또는 부상하거나 질병에 걸리는 것을 말하고(제1호), 그중 사망 등 재해 정도가 심한 것으로서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재해를 중대재해라고 한다(제7호).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6조 제4항은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 고용노동부장관이 발생원인을 조사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산업안전보건법 등을 담당하는 근로감독관의 직무집행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 고용노동부훈령인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산업안전보건)」은 중대재해 등이 발생한 경우 근로감독관이 즉시 재해 발생원인 등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여야 하고(제27조 제1항), 조사 결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항을 확인한 경우에는 범죄인지보고를 하고 수사에 착수하거나 과태료 부과 등의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27조 제2항).
나) 한편 근로기준법 제104조 제1항은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근로기준법 또는 근로기준법에 따른 대통령령을 위반한 사실이 있으면 근로자가 고용노동부장관이나 근로감독관에게 이를 통보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102조 제1항은 ‘근로감독관은 사업장, 기숙사, 그 밖의 부속 건물을 현장조사하고 장부와 서류의 제출을 요구할 수 있으며 사용자와 근로자에 대하여 심문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근로감독관의 직무집행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 고용노동부훈령인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에 따르면, 근로감독관은 조사 결과 법 위반사실이 확인되면 위 규정 [별표 3] 및 [별표 4]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처리하여야 하는데(제40조 제1항 본문), 위 기준에 따를 때 시정이 필요한 사항에 대하여는 사용자에게 먼저 서면으로 시정을 지시하고, 기한 내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면 즉시 수사에 착수하여야 한다(제44조 제2항).
다) 산업안전보건법이나 근로기준법에 규정된 범죄에 관하여는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이하 ‘사법경찰직무법’이라 한다) 제6조의2 제1항 제1호, 제5호에 따라 근로감독관이 사법경찰관의 직무를 수행하는데, 구 형사소송법(2019. 12. 31. 법률 제1685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은 제196조에서 사법경찰관이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인식하는 때에는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에 관하여 수사를 개시·진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면서, 제198조 이하에서 수사절차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 아울러 근로감독관과 같이 사법경찰직무법에 따라 사법경찰관의 직무를 행하는 특별사법경찰관은 구 「특별사법경찰관리 집무규칙」(2021. 1. 1. 법무부령 제995호로 폐지되고 ‘특별사법경찰관리에 대한 검사의 수사지휘 및 특별사법경찰관리의 수사준칙에 관한 규칙’이 제정되었다. 이하 같다)에서 정한 범죄수사에 관한 집무상의 준칙도 준수하여야 한다.
라) 위와 같은 규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중대재해가 발생하여 근로감독관이 그 발생원인 등을 조사하는 것은 산업안전보건법 및 그 하위법령(이하 ‘산업안전보건법 등’이라 한다)에 따른 절차이고, 근로감독관이 근로기준법 제104조 제1항에서 정한 근로자의 통보에 따라 현장조사 등을 하는 것은 근로기준법 및 그 하위법령(이하 ‘근로기준법 등’이라 한다)에 따른 절차라고 할 것이나, 근로감독관이 특별사법경찰관으로서 중대재해와 관련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내지 근로기준법 위반을 수사하는 경우에는 산업안전보건법, 근로기준법 등에 특별한 근거가 없는 이상, 그 수사절차는 형사소송법, 사법경찰직무법, 구「특별사법경찰관리 집무규칙」(이하 ‘형사소송법 등’이라 한다)에 따른 절차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마) 구 공인노무사법(2020. 1. 29. 법률 제1689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2조 제1항 제3호는 공인노무사가 의뢰인에게 노동 관계 법령에 관한 상담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노동 관계 법령이란 근로기준법, 산업안전보건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등 구 공인노무사법 시행령(2020. 7. 28. 대통령령 제3087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별표 1]에 열거된 법률과 그 법률에 근거한 하위법령을 의미하므로, 그에 규정되지 아니한 형사소송법 등은 노동 관계 법령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따라서 공인노무사가 의뢰인에게 노동 관계 법령에 관한 내용을 넘어서 수사절차에 적용되는 형사소송법 등에 관한 내용까지 상담을 하는 것은 노동 관계 법령에 관한 상담을 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이루어졌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구 공인노무사법에서 정한 직무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보아야 한다.
2) 판단
범죄일람표 순번 24, 27, 28, 66번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의 공소사실을 보면, 검사는 ‘피고인 등이 형사사건 처리절차, 적용법령, 산업안전보건법 주요판례, 참고인진술조서 예시문, 특별사법경찰관 작성의 수사결과보고서, 피의자신문조서, 검사 및 변호사 프로필, 노동청 참고인 진술 내용 등(순번별로 동일하지는 아니하다)을 기초로 의뢰인에게 법률상담하였다.’는 취지로 기소하였다.
피고인 등이 검사 및 변호사 프로필을 기초로 담당 검사와 특정 변호사의 관계 등에 관하여 상담을 하였다면 이러한 상담은 그 자체로 노동 관계 법령에 관한 상담으로 볼 수 없고, 피고인 등이 참고인진술조서 예시문, 특별사법경찰관 작성의 수사결과보고서, 피의자신문조서, 노동청 참고인 진술 내용 등을 기초로 수사의 실제 진행과정을 알아내어 의뢰인에게 이를 알려주거나, 수사과정에서 진술할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등 산업안전보건법 내지 근로기준법에 관한 내용을 벗어난 부분에 대해서까지 상담을 한 것이라면 이에 관한 상담까지 구 공인노무사법 제2조 제1항 제3호에서 정한 직무의 범위 내에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인 등이 의뢰인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건에 대하여 상담한 이상 노동 관계 법령에 관한 상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피고인 등이 상담의 기초자료로 삼은 참고인진술조서 예시문 등의 내용이 무엇인지, 위 문건들을 기초로 어떠한 내용의 상담을 하였는지, 그 상담 중 노동 관계 법령에 관한 내용을 벗어난 부분이 있는지 여부 등에 관하여 심리·판단하지 아니한 채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인정하였다. 원심의 이러한 판단에는 공인노무사의 직무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다.
나. 법률 관계 문서 작성 부분에 대한 판단
1) 관련 법리
구 공인노무사법 제2조 제1항 제1호는 공인노무사가 ‘노동 관계 법령에 따라 관계 기관에 대하여 행하는 신고·신청·보고·진술·청구(이의신청·심사청구 및 심판청구를 포함한다) 및 권리 구제 등(이하 ‘신고 등’이라 한다)’을 대행 또는 대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노동 관계 법령에 따라 관계 기관에 대하여 행하는 신고 등’이란 그 문언상 ‘노동 관계 법령에 근거하여 관계 기관에 대하여 행하는 신고 등’을 의미한다. 구 공인노무사법 제2조 제1항 제2호는 ‘노동 관계 법령에 따른 모든 서류’를 공인노무사가 작성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제2호에서 정한 서류도 제1호와 마찬가지로 노동 관계 법령에 근거가 있을 것을 요구한다고 보아야 한다.
2) 판단
범죄일람표 중 순번 44, 54, 56, 61, 62, 72, 75번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의 공소사실을 보면, 검사는 ‘피고인 등이 의뢰인에게 법률 관계 문서인 산업안전보건법 의견서(이하 ‘이 사건 각 의견서’라고 한다)를 작성해 주었다.’는 취지로 기소하였다.
앞서 본 법리에 의하면, 피고인 등의 행위가 구 공인노무사법 제2조 제1항 제1호에서 정한 의뢰인의 관계 기관에 대한 의견진술의 대리 또는 대행이나, 같은 항 제2호에서 정한 노동 관계 법령에 따른 서류의 작성에 해당한다고 보기 위하여는 산업안전보건법 등 노동 관계 법령에 그 근거가 있어야 한다. 특히 근로감독관이 특별사법경찰관으로서 중대재해와 관련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에 대한 수사절차를 개시한 이후라면 그 단계에서의 의견진술은 근거에 따라 형사소송법 등에 따른 의견진술의 대리 또는 대행에 해당할 수 있으므로, 피고인 등이 이 사건 각 의견서를 작성하게 된 경위 및 이 사건 각 의견서의 내용, 피고인 등이 근로감독관에게 이 사건 각 의견서를 제출하였는지 여부 및 당시 근로감독관이 중대재해 발생원인을 조사하는 단계에 있었는지, 아니면 특별사법경찰관으로서 수사하는 단계에 있었는지 여부, 산업안전보건법 등에 의견서 작성 또는 제출과 관련된 근거가 있는지 여부 등을 살펴보아야 한다.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인 등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건에 대하여 이 사건 각 의견서를 작성한 이상 이 사건 각 의견서가 구 공인노무사법 제2조 제1항 제2호에서 정한 서류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고 위 사항들에 대하여 심리·판단하지 아니한 채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인정하였다. 원심의 이러한 판단에는 공인노무사의 직무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무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재형(재판장) 안철상 노정희(주심) 이흥구 | [1] 구 산업안전보건법(2019. 1. 15. 법률 제16272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1호, 제7호(현행 제2조 제2호 참조), 제26조 제4항(현행 제56조 제1항 참조), 근로기준법 제102조 제1항, 제104조 제1항,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 제6조의2 제1항 제1호, 제5호, 구 형사소송법(2019. 12. 31. 법률 제1685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96조, 제198조 / [2] 구 공인노무사법(2020. 1. 29. 법률 제1689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1항 제3호, 제3항, 구 공인노무사법 시행령(2020. 7. 28. 대통령령 제3087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별표 1](현행 제2조 제1항 [별표 1] 참조), 변호사법 제109조 제1호 / [3] 구 공인노무사법(2020. 1. 29. 법률 제1689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1항 제1호, 제2호, 변호사법 제109조 제1호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재항고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 감동으로 담당변호사 이상길 외 1인
【원심결정】
광주지법 2021. 5. 31. 자 2021보2 결정
【주 문】
원심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재항고이유를 판단한다.
1. 회피의무에 관한 재항고이유
이 부분 재항고이유는 영장을 발부한 단독판사가 회피하지 아니한 채 해당 영장에 기한 압수의 취소를 구하는 준항고 사건의 재판을 한 것이 위법하다는 취지이나,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절차에 재항고이유 주장과 같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잘못이 있다고 볼 수 없다.
2. 압수의 위법성에 관한 재항고이유
가. 사건의 경위
원심결정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수사기관은 ‘피의자 공소외 1이 의뢰인으로부터 사건무마를 위해 경찰에 전달한다는 명목으로 2018. 11.경부터 2019. 3. 하순경까지 3회에 걸쳐 합계 5,500만 원을 교부받고 1억 원을 약속받은 후, 이를 준항고인에게 전달하여 뇌물공여를 하였다.’는 내용의 변호사법 위반, 뇌물공여의 범죄 혐의사실에 대해 수사를 하면서, 2019. 5. 17. 법원으로부터 준항고인의 휴대전화 등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이하 ‘제1 압수·수색영장’이라 한다)을 발부받았다.
2) 제1 압수·수색영장은 휴대전화 등에 있는 전자정보의 압수 대상 및 방법에 대해 ‘저장매체 자체를 반출하거나 복제본으로 반출하는 경우에도 혐의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만을 출력 또는 복제하여야 하고, 완료된 후에는 지체 없이 피압수자 등에게 압수 대상 전자정보의 상세목록을 교부하여야 하고, 그 목록에서 제외된 전자정보는 삭제·폐기 또는 반환하고 그 취지를 통지하여야 한다.’고 제한하였다. 한편 준항고인은 수사기관에 제1 압수·수색영장에 따른 휴대전화기의 전자정보에 관한 탐색·복제·출력 과정에 대한 절차 참여를 포기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3) 수사기관은 제1 압수·수색영장에 따라 준항고인이 소지하던 이 사건 휴대전화를 압수하여 경찰청 디지털포렌식계에 분석의뢰 하였는데, 담당분석관은 별도의 선별작업 없이 이 사건 휴대전화에 저장된 파일 대부분을 그대로 한 개의 파일(19-○○○호TF증1〈△△△ 휴대폰〉.zip, 이하 ‘이 사건 파일’이라 한다)로 압축해 저장매체에 복제하여 담당경찰관에게 건네주었다. 한편 담당경찰관이 작성한 압수조서 및 담당경찰관이 작성하여 준항고인에게 제시한 전자정보 상세목록에도 압수한 전자정보가 "(19-○○○호TF증1〈△△△ 휴대폰〉.zip"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4) 공소외 1은 앞서 본 의뢰인으로부터 사건청탁 명목으로 금원을 전달받았다는 내용의 변호사법 위반죄로만 기소되어 유죄판결이 선고·확정되었는데, 그 이후에도 이 사건 파일은 경찰청 내의 이미징 자료 등을 보관하는 서버에 그대로 저장된 채로 삭제되지 않고 있었다.
5) 한편 수사기관은 ‘준항고인이 2016. 12.경부터 2017. 5.경까지 공소외 2로부터 합계 5,000만 원을, 2018. 8.경 4,000만 원을 받았다.’는 내용의 범죄 혐의사실을 수사하면서, 위와 같이 제1 압수·수색영장에 의하여 압수하여 취득한 이 사건 파일이 수사기관에 보관 중인 것을 확인한 후 이 사건 파일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하였고, 법원은 2020. 4. 16. 위 범죄 혐의사실에 대해 수사기관에서 보관 중인 이 사건 파일 등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이하 ‘제2 압수·수색영장’이라 한다)을 발부하였다.
6) 그런데 수사기관은 제2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면서 준항고인이나 그 변호인의 참여 기회를 보장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수사기관은 다시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하여 2021. 4. 7. 준항고인에 대한 일부 범죄 혐의사실이 추가된 것 외에는 제2 압수·수색영장과 거의 동일한 내용의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이하 ‘제3 압수·수색영장’이라 한다) 준항고인과 변호인의 참여 기회를 보장하여 이 사건 파일의 압수를 집행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수사기관이 제1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면서 범죄 혐의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를 탐색·선별하여 압수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고 휴대전화의 경우 혐의사실과 관련성이 없는 전자정보를 완전히 배제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사정 등을 들어 제1 압수·수색영장에 의한 압수처분이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나아가 원심은, 제2 압수·수색영장의 집행 과정에 준항고인이나 변호인의 참여 기회를 보장하지 않은 사실이 인정된다고 보면서도, 제2 압수·수색영장의 집행은 결국 제1 압수·수색영장에 의해 적법하게 수집한 증거를 다시 탐색·복제·출력하는 과정에 불과하다는 이유를 들어 절차참여를 보장한 취지가 실질적으로 침해되었다고 보기 어려워 제2 압수·수색영장에 의한 압수처분 역시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으며, 위와 같이 제1 압수·수색영장, 제2 압수·수색영장에 따른 압수가 모두 적법한 이상 제3 압수·수색영장에 의한 압수 역시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다. 대법원 판단
1) 수사기관은 압수의 목적물이 전자정보가 저장된 저장매체인 경우에는 압수·수색영장 발부의 사유로 된 범죄 혐의사실과 관련 있는 정보의 범위를 정하여 출력하거나 복제하여 이를 제출받아야 하고, 이러한 과정에서 혐의사실과 무관한 전자정보의 임의적인 복제 등을 막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등 영장주의 원칙과 적법절차를 준수하여야 한다. 따라서 저장매체의 소재지에서 압수·수색이 이루어지는 경우는 물론 예외적으로 저장매체에 들어 있는 전자파일 전부를 하드카피나 이미징(imaging) 등의 형태(이하 ‘복제본’이라 한다)로 수사기관 사무실 등으로 반출한 경우에도 반출한 저장매체 또는 복제본에서 혐의사실 관련성에 대한 구분 없이 임의로 저장된 전자정보를 문서로 출력하거나 파일로 복제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영장주의 원칙에 반하는 위법한 압수가 된다(대법원 2017. 9. 21. 선고 2015도12400 판결, 대법원 2017. 11. 14. 선고 2017도3449 판결 등 참조).
법원은 압수·수색영장의 집행에 관하여 범죄 혐의사실과 관련 있는 정보의 탐색·복제·출력이 완료된 때에는 지체 없이 압수된 정보의 상세목록을 피의자 등에게 교부할 것을 정할 수 있다. 압수물 목록은 피압수자 등이 압수처분에 대한 준항고를 하는 등 권리행사절차를 밟는 가장 기초적인 자료가 되므로, 수사기관은 이러한 권리행사에 지장이 없도록 압수 직후 현장에서 압수물 목록을 바로 작성하여 교부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러한 압수물 목록 교부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압수된 정보의 상세목록에는 정보의 파일 명세가 특정되어 있어야 한다(대법원 2018. 2. 8. 선고 2017도13263 판결 등 참조).
법원은 압수·수색영장의 집행에 관하여 범죄 혐의사실과 관련 있는 전자정보의 탐색·복제·출력이 완료된 때에는 지체 없이 영장 기재 범죄 혐의사실과 관련이 없는 나머지 전자정보에 대해 삭제·폐기 또는 피압수자 등에게 반환할 것을 정할 수 있다. 수사기관이 범죄 혐의사실과 관련 있는 정보를 선별하여 압수한 후에도 그와 관련이 없는 나머지 정보를 삭제·폐기·반환하지 아니한 채 그대로 보관하고 있다면 범죄 혐의사실과 관련이 없는 부분에 대하여는 압수의 대상이 되는 전자정보의 범위를 넘어서는 전자정보를 영장 없이 압수·수색하여 취득한 것이어서 위법하고, 사후에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영장이 발부되었다거나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이를 증거로 함에 동의하였다고 하여 그 위법성이 치유된다고 볼 수 없다.
수사기관이 압수·수색영장에 기재된 범죄 혐의사실과의 관련성에 대한 구분 없이 임의로 전체의 전자정보를 복제·출력하여 이를 보관하여 두고, 그와 같이 선별되지 않은 전자정보에 대해 구체적인 개별 파일 명세를 특정하여 상세목록을 작성하지 않고 ‘….zip’과 같이 그 내용을 파악할 수 없도록 되어 있는 포괄적인 압축파일만을 기재한 후 이를 전자정보 상세목록이라고 하면서 피압수자 등에게 교부함으로써 범죄 혐의사실과 관련성 없는 정보에 대한 삭제·폐기·반환 등의 조치도 취하지 아니하였다면, 이는 결국 수사기관이 압수·수색영장에 기재된 범죄 혐의사실과 관련된 정보 외에 범죄 혐의사실과 관련이 없어 압수의 대상이 아닌 정보까지 영장 없이 취득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범죄혐의와 관련 있는 압수 정보에 대한 상세목록 작성·교부의무와 범죄혐의와 관련 없는 정보에 대한 삭제·폐기·반환의무를 사실상 형해화하는 결과가 되는 것이어서 영장주의와 적법절차의 원칙을 중대하게 위반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만약 수사기관이 혐의사실과 관련 있는 정보만을 선별하였으나 기술적인 문제로 정보 전체를 1개의 파일 등으로 복제하여 저장할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압수목록이나 전자정보 상세목록에 압수의 대상이 되는 전자정보 부분을 구체적으로 특정하고, 위와 같이 파일 전체를 보관할 수밖에 없는 사정을 부기하는 등의 방법을 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와 같은 경우에는 영장 기재 범죄 혐의사실과의 관련성 유무와 상관없이 수사기관이 임의로 전자정보를 복제·출력하여 취득한 정보 전체에 대해 그 압수는 위법한 것으로 취소되어야 한다고 봄이 상당하고, 사후에 법원으로부터 그와 같이 수사기관이 취득하여 보관하고 있는 전자정보 자체에 대해 다시 압수·수색영장이 발부되었다고 하여 달리 볼 수 없다.
2)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수사기관이 제1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면서 기술적인 문제를 이유로 혐의사실 관련성에 대한 구분 없이 임의로 이 사건 휴대전화 내의 전자정보 전부를 1개의 압축파일인 이 사건 파일로 생성·복제하고, 이후 이 사건 파일에서 혐의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만을 탐색·선별하여 출력 또는 복제하는 절차를 밟지 아니한 채 이 사건 파일 1개 그대로에 대해 압수조서를 작성하고, 그 1개의 파일만을 기재한 것을 상세목록이라는 이름으로 준항고인에게 교부하였으며, 범죄혐의와 관련 없는 정보를 삭제·폐기·반환하는 등의 조치 역시 취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이 사건 파일을 경찰청 내의 저장매체에 복제된 상태 그대로 보관하여 둔 이상, 결국 수사기관은 영장주의와 적법절차의 원칙, 제1 압수·수색영장에 기재된 압수의 대상과 방법의 제한을 중대하게 위반하여 이 사건 파일을 압수·취득한 것이므로, 결국 이 사건 파일 전체에 대한 압수는 취소되어야 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나아가 수사기관이 위와 같이 위법하게 압수하여 취득한 이 사건 파일에 대해 별도의 범죄 혐의사실로 제2 압수·수색영장, 제3 압수·수색영장이 발부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위법성은 치유된다고 보기 어렵고, 따라서 다른 점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제2 압수·수색영장, 제3 압수·수색영장에 의하여 이루어진 압수 역시 취소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을 들어 이 사건 각 압수·수색영장에 기한 이 사건 파일에 관한 압수가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압수·수색영장에 관한 전자정보의 선별 및 상세목록 교부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재항고이유는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재항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대법관 천대엽(재판장) 조재연 민유숙(주심) 이동원 | [1] 헌법 제12조 제1항, 제3항, 형사소송법 제215조 / [2] 형사소송법 제129조, 제219조 / [3] 형사소송법 제215조 / [4] 헌법 제12조 제1항, 제3항, 형사소송법 제129조, 제215조, 제219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김용석
【원심판결】
인천지법 2021. 10. 1. 선고 2020노1642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원심은, ①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가정폭력처벌법’이라고 한다) 제55조의4에 따른 임시보호명령은 피해자의 양해 여부와 관계없이 행위자에게 접근금지, 문언송신금지 등을 명하는 점, ② 피해자의 양해만으로 임시보호명령 위반으로 인한 가정폭력처벌법 위반죄의 구성요건해당성이 조각된다면 개인의 의사로써 법원의 임시보호명령을 사실상 무효화하는 결과가 되어 법적 안정성을 훼손할 우려도 있는 점 등의 사정을 들어, 설령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이 사건 임시보호명령을 위반한 주거지 접근이나 문자메시지 송신을 피해자가 양해 내지 승낙했다고 할지라도 가정폭력처벌법 위반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할뿐더러, ① 피고인이 이 사건 임시보호명령의 발령 사실을 알면서도 피해자에게 먼저 연락하였고 이에 피해자가 대응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② 피해자가 피고인과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던 중 수회에 걸쳐 ‘더 이상 연락하지 말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임시보호명령을 위반하여 피해자의 주거지에 접근하거나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을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로 볼 수도 없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무죄 부분 제외)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2.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피해자의 양해 내지 승낙, 정당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천대엽(재판장) 조재연 민유숙(주심) 이동원 |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55조의4, 형법 제20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고지윤
【원심판결】
서울남부지법 2021. 7. 1. 선고 2020노1433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피해회사의 영업부장으로 제품 판매 및 거래업체 선정 등 업무에 종사하였으므로 거래업체 선정 과정에서 피해회사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피고인이 운영하는 회사를 거래업체로 선정하여 개인적 이익을 도모하는 등의 행위를 하지 않아야 할 업무상 임무가 있음에도 이를 위배하여, 2013. 1. 20.부터 2013. 8. 20.까지 사이에 총 31회에 걸쳐 피해회사의 제품(이하 ‘이 사건 제품’이라고만 한다)을 피고인의 개인회사인 주식회사 에어옥스코리아(이하 ‘에어옥스’라고만 한다)에 통상적인 제품 판매가격보다 약 10% 낮은 가격에 공급하고, 에어옥스로 하여금 피해회사로부터 납품받은 가격에 약 10%의 중간 판매이익을 붙여 주식회사 앤엔제이(이하 ‘앤엔제이’라고만 한다)에 재판매하게 하여(이하 ‘이 사건 재판매 거래’라고만 한다) 당초 피해회사에 귀속되어야 할 중간 판매이익을 취득하는 방식으로 합계 92,072,550원의 재산상 이익을 얻고 피해회사에 같은 금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판결 및 원심이 유지한 제1심판결의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인이 이 사건 제품을 앤엔제이에 판매함에 있어 피해회사와 앤엔제이 간에 직접 거래를 하지 않고, 피고인이 운영하는 에어옥스에 앤엔제이와 협의된 판매가보다 10% 낮은 가격에 판매하여 에어옥스로 하여금 피해회사로부터 구매한 가격에 10%를 더하여 앤엔제이에 재판매하게 한 것은 피해회사에 대한 배임행위이고, 이로써 피고인은 에어옥스에 귀속된 중간 판매이익 10%, 합계 92,072,550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피해회사로 하여금 같은 금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입게 하였다고 판단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배임죄는 본인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가하고 그로 인하여 행위자 스스로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게 한 때에 기수가 되는데, 이때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란 경제적인 관점에서 본인의 재산 상태를 평가하여 피고인의 행위에 의하여 본인의 재산가치가 감소하거나 증가하여야 할 가치가 증가하지 아니한 때를 말하고, 그 여부는 경제적 관점에서 실질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5. 3. 25. 선고 2004도5731 판결, 대법원 2007. 3. 15. 선고 2004도5742 판결, 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7도2484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은 손해발생 등의 점에 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다.
나. 위 법리에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더하여 보면, 공소사실과 같은 사정만으로 피해회사에 재산상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단할 수 없고, 달리 그 점에 대한 증명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1) 이 사건 재판매 거래에 있어 최종 구매자인 앤엔제이가 거래에 참여하게 된 것은 당초 앤엔제이가 피고인 개인과의 친분이나 신뢰관계를 고려하여 기존에 거래관계가 없었던 피해회사가 중국에서 수입한 제품을 에어옥스를 통해 공급받기로 한 데 따른 것으로, 피고인과 앤엔제이 운영자와의 특별한 관계가 이 사건 재판매 거래의 성사 및 지속의 주요 요인이라는 것이 피고인의 주장이고, 이 사건 재판매 거래에 앞서 피고인이 ‘에어옥스를 통해서만 앤엔제이에 제품을 공급할 수 있다.’고 피해회사에 보고를 한 사실도 같은 취지로 이해할 수 있다. 이 사건 재판매 거래의 구조 및 실제 진행 과정 역시 이와 부합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앤엔제이가 에어옥스에 상품 카테고리를 지정하여 상품을 제안할 것을 먼저 요청하고, 에어옥스가 피해회사와의 연락을 통해 확인한 피해회사의 상품 제안 내용을 앤엔제이에 전달하여 앤엔제이가 그 상품의 품질과 가격 등을 검토한 후 이를 승인하면 거래가 완결되는 것으로, 에어옥스가 이 사건 재판매 거래 과정에서 일정한 중개 역할을 하고 있고, 이와 같은 중개 구조로 거래가 이루어짐을 전제로 앤엔제이가 상품 가격을 결정한 것임을 알 수 있다.
2) 피고인이 에어옥스를 설립하여 피해회사와 앤엔제이의 거래 과정에 개입한 행위는 피해회사의 직원으로서 충실의무 내지 전념의무를 위반한 배임적인 행위로 볼 수 있지만, 그로 인하여 피해회사에 재산상 손해가 발생한 점은 별도의 증명이 필요하다. 이는 이 사건 재판매 거래와 같은 중개 거래 형식을 취하지 않고 엔엔제이가 피해회사로부터 직접 상품을 구입하는 직거래의 형식을 취하더라도 앤엔제이가 직거래에 따른 중간 유통비용 절감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중개 거래의 경우와 동일한 가격을 책정, 지급하였을 것이라는 점 혹은 앤엔제이가 에어옥스에게 지급한 가격이 이 사건 제품의 객관적인 시장 가격이라는 점에 대한 충분한 증명이 있을 것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점은 중간 유통 과정을 거치지 않는 직거래에 따른 제품 가격과 유통 과정을 거치는 제품 가격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상거래의 현실에 비추어도 그러하고, 이 사건에 있어서는 특히 에어옥스를 사이에 둔 피해회사와 앤엔제이와의 이 사건 재판매 거래의 경위 및 피고인이 주장하는 피고인과 앤엔제이 사이의 특별한 관계를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3) 이 사건 재판매 거래의 구조와 관련하여 피고인은, 피해회사의 에어옥스에 대한 공급가격은 저렴하지 않은 통상 가격으로 피해회사가 다른 업체에 제안한 공급가격과 같은 금액이었고, 오히려 에어옥스의 앤엔제이에 대한 공급가격이 이른바 ‘백마진’을 감안한 부풀려진 가격이었으므로, 에어옥스에 대한 제품가격을 통상적인 판매가격보다 저가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을 계속하여 왔다. 그렇다면 앞서 본 이 사건 재판매 거래의 경위와 구조, 에어옥스와 앤엔제이의 관계 등에 비추어, 위와 같은 피고인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피해회사가 에어옥스의 중간 유통 과정 개입 없이 앤엔제이와 직거래하였을 때에도 에어옥스가 앤엔제이에 공급한 제품가격을 그대로 받을 수 있었다거나 최소한 피해회사가 에어옥스에 공급한 제품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었다는 점에 대한 검사의 증명이 없이 위 각 제품가격과 피해회사가 에어옥스에 공급한 제품가격과의 차액을 곧바로 피해회사의 손해로 추단하거나 단정할 수는 없다.
다.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을 들어 피고인의 배임행위로 에어옥스가 92,072,550원의 재산상 이득을 얻고 피해회사는 같은 금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입었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업무상배임죄 성립에 있어 재산상 손해액에 대한 법리 및 증명책임의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유숙(재판장) 조재연 이동원 천대엽(주심) | 형법 제355조 제2항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1 외 3인
【상 고 인】
피고인 1, 피고인 2 및 검사(피고인 1, 피고인 3, 피고인 4에 대하여)
【변 호 인】
법무법인 예강 외 3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7. 10. 25. 선고 2016노717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변호사법은 제31조 제1항 제3호에서 ‘변호사는 공무원으로서 직무상 취급하거나 취급하게 된 사건에 관하여는 그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규정하면서 제113조 제5호에서 변호사법 제31조 제1항 제3호에 따른 사건을 수임한 변호사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금지규정인 변호사법 제31조 제1항 제3호가 ‘공무원으로서 직무상 취급하거나 취급하게 된 사건’에 관한 ‘직무수행’을 금지하고 있는 반면 처벌규정인 변호사법 제113조 제5호는 ‘공무원으로서 직무상 취급하거나 취급하게 된 사건’을 ‘수임’한 행위를 처벌하고 있다. 위 금지규정에 관하여는 당초 처벌규정이 없다가 변호사법이 2000. 1. 28. 법률 제6207호로 전부 개정되면서 변호사법 제31조의 수임제한에 해당하는 행위 유형 가운데 제31조 제1항 제3호에 따른 사건을 ‘수임’한 경우에만 처벌하는 처벌규정을 신설하였고, 다른 행위 유형은 징계 대상으로만 규정하였다(변호사법 제91조 제2항 제1호). 이러한 금지규정 및 처벌규정의 문언과 변호사법 제90조, 제91조에 따라 형사처벌이 되지 않는 변호사법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징계의 제재가 가능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변호사법 제113조 제5호, 제31조 제1항 제3호 위반죄의 공소시효는 그 범죄행위인 ‘수임’행위가 종료한 때로부터 진행된다고 봄이 타당하고, 수임에 따른 ‘수임사무의 수행’이 종료될 때까지 공소시효가 진행되지 않는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고인 1에 대한 납북귀환어부 공소외 1에 관한 간첩조작의혹사건 및 납북귀환어부 공소외 2 등(공소외 3, 공소외 4)에 관한 간첩조작의혹사건 수임으로 인한 각 변호사법 위반 부분과 피고인 3, 피고인 4에 대한 부분에 대하여 각 공소시효가 완성되었다고 보아 면소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변호사법 위반죄의 수임제한 및 공소시효 기산점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피고인 1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 1에 대한 공소사실(무죄 및 면소 부분 제외)을 유죄로 판단하고 피고인 1로부터 133,820,608원을 추징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위반죄의 성립, 추징의 상대방 및 추징금 산정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피고인 2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 2는 제1심판결에 대하여 항소하면서 항소이유로 양형부당만을 주장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경우 원심판결에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는 취지의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4.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조재연(재판장) 민유숙 이동원(주심) 천대엽 | 변호사법 제31조 제1항 제3호, 제90조, 제91조 제2항 제1호, 제113조 제5호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오윤하
【배상신청인】
배상신청인
【원심판결】
대전지법 2021. 9. 30. 선고 2021노906 판결 및 2021초기367 배상명령
【주 문】
원심판결 중 배상명령 부분을 파기하고, 배상신청인의 배상명령신청을 각하한다.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탄원서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피고사건에 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면서 압수된 증 제2, 6, 7, 8호를 몰수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몰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그리고 기록을 살펴보아도, 제1심 및 원심의 공판절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법정구속기간을 위반한 잘못이 없다.
2. 배상명령 부분에 관하여
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소송촉진법’이라고 한다) 제32조 제1항은 배상신청이 적법하지 아니한 경우는 물론, 신청이 이유 없거나 배상명령을 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은 경우에도 모두 배상신청을 각하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4항은 배상신청이 각하된 경우 신청인은 불복하거나 다시 동일한 배상신청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제1심에서 변론이 종결된 후 배상신청인이 배상신청을 한 경우 소송촉진법 제26조 제1항, 제32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이를 각하하여야 하고, 제32조 제4항에 따라 배상신청인은 그 판단에 대하여 불복하지 못할뿐더러, 피고인 등의 불복으로 항소가 제기된 경우에도 항소심에서 다시 동일한 배상신청을 할 수도 없다(대법원 2016. 8. 24. 선고 2016도7968 판결 참조). 따라서 제1심 법원으로서는 공판절차의 진행이나 배상신청에 대한 결정을 함에 있어 피해자의 배상신청이 소송촉진법이 정한 나머지 요건을 갖추었으나 변론종결 후에 접수되었다는 이유로 이를 각하하는 경우 피해자가 더 이상 배상명령 제도를 통해서는 구제받을 수 없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나.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배상신청인은 제1심 변론종결 후인 2021. 2. 3. 편취금 560만 원 및 그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는 배상명령신청을 하였고, 제1심 법원은 같은 달 24일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면서 위 배상명령신청이 변론종결 후에 이루어져 부적법하다는 이유로 이를 각하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2) 피고인과 검사는 제1심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하였고, 배상신청인은 원심 제1회 공판기일 전인 2021. 3. 31. 다시 제1심에서와 동일한 내용의 배상명령신청을 하였다.
3) 원심은 2021. 9. 30.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면서 위 배상명령신청에 대하여 편취금 560만 원의 지급을 명하는 배상명령을 하고 나머지 배상명령신청은 각하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다. 위와 같은 사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제1심에서 배상신청인의 배상명령신청이 각하된 이상 소송촉진법 제32조 제4항에 따라 배상신청인은 원심에서 다시 동일한 배상명령신청을 할 수 없으므로, 원심으로서는 위 배상명령신청을 각하하였어야 한다. 그런데도 원심은 위 배상명령신청 중 일부를 인용하는 배상명령을 하였는바, 원심판결 중 배상명령 부분은 배상명령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배상명령 부분을 파기하되, 이 부분은 대법원에서 자판하기에 충분하므로 소송촉진법 제33조 제4항, 제32조 제1항 제1호, 제4항에 따라 배상신청인의 배상명령신청을 각하하고, 나머지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천대엽(재판장) 조재연 민유숙(주심) 이동원 |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6조 제1항, 제32조 제1항, 제4항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검 사】
박수민 외 2인
【변 호 인】
변호사 송도근 외 1인
【주 문】
피고인은 무죄.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 유】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20. 12. 18. 15:11경 대구 (주소 생략)에 있는 피고인이 운영하는 ‘○○○ 서점’ 내에서, 피해자 공소외 1(여, 9세)이 문구류인 펜을 훔친 것으로 오인하여 피해자를 다른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서점 구석의 책상이 있는 곳으로 데리고 갔다.
피고인은 피해자와 둘만 있는 자리에서 피해자를 책상 앞에 세워 두고 자신은 의자에 앉아 피해자에게 “내가 널 왜 불렀게?”라고 하여 피해자가 “몰라요.”라고 하자, 피고인은 “내가 CCTV 보고 있었는데, 니가 펜 훔치는 거 봤다. 저 펜 훔쳤잖아.”라고 말하면서 겁에 질려 있는 피해자의 패딩 점퍼 주머니와 조끼 주머니에 손을 넣어 뒤져 그 안에 펜이 들어 있는지 확인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의 신체를 수색하였다.
2. 배심원 평결결과
○ 유무죄에 관한 평결: 무죄 7명(만장일치)
3.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
가. 피해자의 승낙 또는 정당행위로 인해 위법성이 없다는 주장
사건 당시 피해자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주머니를 뒤지는 것을 승낙하였으므로 피고인의 행위에는 위법성이 없다.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피해자가 펜을 훔친 것으로 생각하여 피해자의 주머니를 뒤진 것은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없다.
나.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에 관한 착오로 인해 죄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
사건 당시 피고인은 피해자가 펜을 훔친 것으로 오인한 나머지 피해자의 주머니를 뒤지는 것이 정당하다고 생각하였는데, 이는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에 관한 착오로서 위와 같은 오인에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 따라서 피고인의 위 행위에는 고의나 위법성 또는 책임이 없다.
다. 기대불가능성으로 인하여 책임이 없다는 주장
피고인과 같이 서점을 운영하는 업주의 입장에서는 이 사건에서와 같이 아동이 절도 범행을 하였다고 의심되는 경우 피고인과 같은 행위를 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의 행위에는 책임이 없다.
4. 판단
가. 인정 사실
1) 피고인은 2020. 2.경부터 대구 (주소 생략)에 있는 ‘○○○ 서점’(이하 ‘이 사건 서점’이라고 한다)을 운영하는 사람이다.
2) 피해자는 2020. 12. 18. 15:00경 친구인 공소외 2와 함께 이 사건 서점에 들어와, 문구류인 펜이 진열되어 있는 이 사건 서점의 벽면 쪽으로 팔을 내밀면서 여러 가지 펜을 살펴보다가 오른쪽 손에 쥐고 있던 ‘멘토스’(길쭉한 막대 모양으로 포장된 민트 캔디로서, 이하 ‘멘토스’라고 한다)를 피해자가 입고 있던 겉옷 상의(이하 ‘패딩’이라고 한다) 오른쪽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피해자가 위와 같이 행동한 장면은 이 사건 서점 내부 CCTV(이하 ‘CCTV’라고 한다)에 녹화되었다.
3) 피고인은 2020. 12. 18. 15:00경 이 사건 서점 외부에서 휴대전화기로 CCTV 영상을 확인하던 도중 위와 같이 피해자가 펜이 진열되어 있는 서점의 벽면 쪽에서 팔을 펜 진열대 쪽으로 수차례 뻗었다가 길쭉한 물체를 주머니에 집어넣는 장면을 보게 되었다. 피고인은 피해자가 이 사건 서점에 진열된 펜을 훔친 것이라고 생각하여 이 사건 서점 안으로 들어왔다.
4) 피고인은 2020. 12. 18. 15:11경 이 사건 서점 계산대 앞에서 2개의 펜(형광펜, 모찌볼펜) 값을 계산하고 있던 피해자에게 다가갔다.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말을 건 다음 이 사건 서점의 구석에 있는 테이블(이하 ‘테이블’이라고 한다)로 걸어가 그 앞에 놓여 있는 의자에 앉았고, 피해자는 피고인을 뒤따라가 피고인의 앞에 서 있었다.
5) 피고인은 위 의자에 앉아 피해자에게 몇 마디 말을 하였고, 피해자는 앞서 계산한 2개의 펜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뒤 패딩 오른쪽 주머니에서 휴대전화기를 꺼냈으며, 피고인은 피해자의 패딩 주머니에 손을 넣어 멘토스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피해자의 패딩 주머니에서 펜이 나오지 않자, 피고인은 휴대전화기를 이용하여 피해자에게 피해자의 모습이 녹화된 CCTV 영상을 보여주면서 몇 마디 말을 하였다. 이에 피해자는 패딩 안쪽에 입고 있던 조끼의 양쪽 주머니를 뒤집어 피고인에게 보여주면서 피고인이 확인할 수 있도록 하였다.
6) 이어서 피고인은 피해자로 하여금 공소외 2를 데려오도록 하여 공소외 2와 대화를 나누고, 피해자가 다시 조끼 주머니를 손으로 벌리자 조끼 주머니와 패딩 주머니를 다시 한 번 확인하였다. 그런 다음 피고인은 이 사건 서점의 펜 재고를 확인해 봄으로써 비로소 피해자가 펜을 훔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피해자에게 ‘CCTV 영상을 보고 피해자가 펜을 가져간 줄로 오해하였다.’는 취지로 말하며 사과한 후 피해자를 귀가시키고 피해자의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앞선 상황을 설명하면서 사과하였다.
나. 피해자의 승낙으로 인해 위법성이 없다는 주장에 대한 판단
1)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의 구성요건을 이루는 사실은 그것이 주관적 구성요건이든 객관적 구성요건이든 그 증명책임이 검사에게 있고, 검사는 피고인이 위법성조각사유를 주장하는 때에는 그 부존재에 대하여 증명하여야 한다.
2)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사건 당시 피해자는 피고인의 수색행위를 적어도 묵시적으로 승낙하였다고 보여,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사건 당시 피해자가 피고인의 수색행위를 승낙하지 않은 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
가) 이 사건 서점의 직원으로서 사건 당시 계산대 근처에 위치하면서 피고인을 대신하여 이 사건 서점을 관리하고 있었던 공소외 3은 이 법원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사건 당시 피해자가 계산대 앞에서 2개의 펜 값을 계산하고 나서 피고인의 요청에 따라 테이블 쪽으로 간 다음 본인(공소외 3)은 계산대에 있는 모니터로 피고인과 피해자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계산대와 테이블 사이에는 7m 정도의 거리가 있었고, 피고인과 피해자의 대화 내용을 거의 듣지 못했으나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확인해도 될까.’라고 말하는 소리나 ‘아줌마 집에 와서 다른 친구들도 (물건을) 가져간다.’라고 말하는 소리는 들었다.”라고 진술하였다. 위와 같은 공소외 3의 진술은 “사건 당시 피해자에게 주머니에 있는 물건을 확인해도 되냐고 물어 피해자의 ‘네.’라는 대답을 듣고 나서 수색행위를 하였다.”라는 피고인의 주장과 부합한다. 아래에서 살펴볼 것과 같이 CCTV 영상에 의하여 확인되는 피고인 및 피해자의 행동, 피고인의 수색행위를 허락한 바 없다는 피해자의 진술을 믿기 힘든 점 등을 고려하여 보면,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피해자가 수색행위를 명시적으로 허락하였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나) 2020. 12. 18. 15:11경 무렵 녹화된 CCTV 영상을 살펴보면, 피고인은 피해자의 패딩 주머니에 손을 넣어 멘토스를 꺼내기 전에 피해자에게 몇 마디 말을 하였고, 피해자는 이에 응하여 앞서 계산한 2개의 펜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뒤 패딩 오른쪽 주머니에서 휴대전화기를 꺼내는 행동을 하였다. 또한, 피해자는 피해자의 모습이 녹화된 CCTV 영상을 본 다음 패딩 안쪽에 입고 있던 조끼의 양쪽 주머니를 뒤집어 피고인에게 보여주면서 피고인이 확인할 수 있도록 하였을 뿐만 아니라, 공소외 2가 피고인 및 피해자가 있는 서점 구석으로 오고 난 다음에도 조끼 주머니를 손으로 벌려 피고인이 확인할 수 있도록 하였다. 위와 같은 피해자의 행동은 상당한 시간적 간격을 두고 나타난 것으로서 전체적으로 피고인이 피해자의 상의 주머니에 들어 있는 내용물을 살펴보아도 좋다는 의사를 표현한 것으로 보기에 충분하고, 그렇다면 피해자는 적어도 피고인의 수색행위를 묵시적으로 승낙하였다고 볼 수 있다.
다) 피해자는 △△△△센터에 출석하여 ‘사건 당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미리 의사를 물어보지도 않고 피해자의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은 것 같다.’, ‘피고인에게 주머니에 손을 넣도록 허락해 준 적이 없다.’라고 진술하였다. 그러나 위와 같은 피해자의 진술은 앞서 살펴본 CCTV에 녹화된 피해자의 모습과 상당히 다르다. 뿐만 아니라 피고인의 구체적인 수색행위에 관한 피해자의 진술[“그 서점 사장님(피고인)이 주머니 계속 뒤졌는데.”, “(피고인이) 주머니 속에 계속 손을 만지작거리면서 계속... 빼내고 그... 넣고 빼내고 넣고 하면서 계속 그러셨어요.”]은 CCTV를 통해 확인되는 피고인의 모습(시간적 간격을 두고 두 차례 피해자의 상의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었다가 빼는 모습)과 전혀 다르다. 여기에 ① 피해자는 “사건 당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지속적으로 ‘훔쳤다.’라는 표현을 사용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면서도, 한편으로 “피고인이 당시 사용한 표현은 ‘집어넣었다.’였고, 피고인이 정확히 무슨 말을 하였는지에 관해서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진술하는 등 일관된 진술 태도를 보이지 않은 점, ② 피해자는 “사건 당시 공소외 3이 이 사건 서점 계산대에서 피해자가 고른 두 개의 펜 값을 계산하던 도중 피고인에게 전화를 걸어 ‘사장님, 여기 도둑이 있어요. 빨리 와주세요.’라고 말하였다.”고 진술하였으나, 위와 같은 진술은 전혀 사실이 아닌 점 등까지 더하여 보면, 사건 당시 피고인이 강제로 피해자의 상의 주머니를 뒤졌다는 취지인 피해자의 진술은 믿기 어렵다.
3) 따라서 피고인의 행위는 피해자의 승낙으로 인해 형법 제24조에 따라 위법성이 없다고 판단된다.
다.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없다는 주장에 대한 판단
1) 어떠한 행위가 위법성조각사유로서의 정당행위가 되는지의 여부는 구체적인 경우에 따라 합목적적, 합리적으로 가려야 하는바, 정당행위로 인정되려면 첫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둘째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셋째 보호법익과 침해법익의 균형성, 넷째 긴급성, 다섯째 그 행위 이외의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의 요건을 모두 갖추어야 한다(대법원 2000. 3. 10. 선고 99도4273 판결 등 참조).
2)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사건 당시 피고인이 피해자의 상의 주머니를 수색한 행위는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상당성, 법익의 균형성, 긴급성, 보충성의 요건을 모두 갖춘 것으로 보이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사건 당시 피고인의 수색행위를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정도를 넘어서는 위법성이 있는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
가) 피고인의 수색행위는 이 사건 서점에 진열된 펜이 도난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이루어진 것으로서, 피고인의 재산을 지키고 향후의 도난 사고 발생을 예방하기 위한 위 수색행위의 목적은 정당하다.
나) 피고인은 사람들이 많이 왕래하는 이 사건 서점 계산대 부근에 서 있던 피해자를 이 사건 서점 구석에 위치한 테이블 부근으로 오도록 하여 피해자의 상의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거나 피해자가 보여주는 상의 주머니 속을 확인하는 방법으로 세 차례 정도 피해자가 펜을 훔친 것이 아닌지 확인하였다. 그 과정에서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피해자의 모습이 녹화된 CCTV 영상을 직접 보여주기도 하였다. 위와 같은 일련의 행위 태양에 비추어 보면, 사건 당시 피고인이 취한 행동은 피고인의 재산을 지키려는 앞선 목적을 달성하는 데 상당한 수단임이 인정된다.
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피고인은 사건 당시 피해자를 다른 사람들의 눈이 잘 미치지 않는 테이블 부근으로 오도록 한 다음, 다른 사람들이 쉽게 들을 수 없는 낮은 목소리로 피해자에게 말을 걸었다. 테이블 부근은 밀폐된 공간이 아니고 조명도 밝아 당시 피해자가 주위 환경으로 인해 심리적으로 위축되었을 것이라고 보이지 않는다. 그와 같은 사정에 더하여, ① 피고인은 피해자가 펜을 숨긴 것으로 의심되는 상의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어 내용물을 확인한 것이고, 상의의 다른 부분이나 피해자의 품 속까지 수색한 것은 아닌 점, ② 피고인이 직접 피해자의 상의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은 행동은 두 차례에 그친 점, ③ 피고인이 피해자를 테이블 쪽으로 오도록 한 때(15:10:50경)부터 피해자에 대한 오해를 풀고 피해자를 안아주면서 위로할 때(15:18:44경)까지 7분 54초 정도의 비교적 짧은 시간이 소요된 점, ④ 피해자는 △△△△센터에 출석하여 사건 당시의 심리상태에 관해 “피고인이 지금 다시 (피해자의 겉옷을) 만지면 불쾌하겠지만, 사건 당시에는 별 생각이 없었다.”라고 진술하였고, 사건 이후에도 다섯 차례(2021. 1. 27., 2021. 8. 13., 2021. 9. 15., 2021. 9. 26., 2022. 1. 17.) 이상 이 사건 서점에 방문한 사실로 미루어 피해자는 피고인의 수색행위로 인해 별다른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까지 아울러 고려하여 보면, 피고인의 수색행위와 관련하여 피고인이 지키려고 한 법익과 위 수색행위로 인해 제한을 받은 피해자의 법익은 균형을 이루고 있음이 인정된다.
라) 피해자는 2020. 12. 18. 15:11경 이 사건 서점 계산대에서 피해자가 고른 2개의 펜 값을 계산하고 있었고, 위 계산이 끝나면 공소외 2와 함께 이 사건 서점을 떠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와 같이 피해자가 이 사건 서점을 떠날 경우 피고인은 더 이상 피해자가 이 사건 서점에서 펜을 훔쳤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될 수도 있었으므로, 피해자를 테이블 쪽으로 오도록 하여 주머니 속의 내용물을 확인한 피고인의 행위에는 긴급성이 인정된다.
마) 피고인에게는 이 사건에서와 같이 행동하는 것 이외에 달리 피해자가 이 사건 서점에 진열된 펜을 훔쳤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적절한 수단이 없었다고 판단되므로 피고인의 수색행위에는 보충성도 인정된다.
피고인이 피해자의 패딩 주머니를 직접 확인하지 않고 경찰에 신고하여 출동한 경찰관으로 하여금 피해자의 펜 절취 여부를 확인하게 하는 방법은 피고인이 실제로 취한 방법에 비하여 9세 아동인 피해자의 심리를 훨씬 더 위축시키고 향후 피해자의 건전한 정서발달을 방해할 여지가 매우 커서 적절한 방법이라고 보이지 않는다. 진열된 펜 1개를 몰래 주머니에 넣는 듯한 CCTV 영상만을 근거로 어린 아동을 수사관서에 신고하는 것은 명백한 과잉대응이다.
검사는, 피고인이 사건 당시 피해자의 의사를 물어 피해자의 승낙을 받은 다음 피해자의 상의 주머니를 확인했어야 하는데도 그렇게 하지 않았고, 만일 피해자가 끝까지 피고인의 수색행위를 거절하는 의사를 밝혔다면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의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피해자의 어머니가 현장에 오도록 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것처럼 피고인은 사건 당시 적어도 피해자의 묵시적인 승낙에 따라 피해자의 상의 주머니를 확인한 것으로 보일 뿐만 아니라, 검사가 제시한 바와 같이 피해자의 어머니를 현장에 오도록 하는 방법 역시 피고인이 실제 취한 방법과 마찬가지로 피해자가 이 사건 서점에 진열된 펜을 훔쳤다는 의심하에 피해자를 상대로 펜 절취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할 것이라는 점에서 별반 다르지 않다. 게다가 ① 피고인은 이 사건 서점을 운영하는 성인 여성으로서, 9세의 어린 아동인 피해자가 실제로 이 사건 서점의 물건을 훔쳤다는 사실이 확인될 경우 피해자를 적절히 계도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점, ② 피고인이 피해자의 어머니를 현장으로 오도록 한 다음 피해자가 실제로 이 사건 서점의 물건을 훔쳤다는 사실이 확인될 경우 피해자의 어머니가 받을 수 있는 정신적 충격이나 피해자가 가질 수도 있는 심한 모욕감 등에 비추어, 물건을 절취하였다는 의심을 받는 피해자의 어머니를 현장에 오도록 한 다음 절취 여부를 확인하는 방법이 교육적으로 반드시 합리적이고 적절한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점 등까지 고려하여 보면, 검사가 위와 같이 제시한 방법은 피고인이 실제로 취한 방법에 비하여 더욱 합리적이고 적절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3) 따라서 피고인의 행위는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형법 제20조에 따라 위법성이 없다고 판단된다.
라.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에 관한 착오로 인해 죄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한 판단
1)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CCTV의 영상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면서 피해자가 이 사건 서점에 진열된 펜을 훔쳤다고 착각하고 피해자의 패딩과 조끼를 확인하는 등의 수색행위로 나아갔고, 위와 같은 행위를 모두 마친 후에야 비로소 피해자가 펜을 훔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따라서 피고인은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에 관한 착오를 일으켜 위와 같은 행위에 이른 것이다.
2) 대법원은 피고인이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에 관한 착오를 일으켰더라도 그러한 착오에 정당한 사유가 인정된다면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견지에 서 있는 것으로 보인다(대법원 1986. 10. 28. 선고 86도1406 판결, 대법원 2004. 3. 25. 선고 2003도3842 판결, 대법원 2014. 2. 27. 선고 2011도13999 판결 등 참조). 대법원은 피고인의 행위 시를 기준으로 하여 피고인이 놓인 상황, 법익을 침해하는 것처럼 보이는 행위의 태양, 그러한 행위가 이루어지는 주변의 상황, 법익을 침해하는 것처럼 보이는 행위에 대한 피고인의 인식 등을 규범적·종합적으로 판단하여 피고인의 착오에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면 객관적·사후적으로는 피고인에 대한 법익의 침해가 없었다고 판명되었더라도 위법성의 조각을 인정하는 입장인 것으로 분석된다.
3) 이 사건의 경우,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사건 당시 피해자가 이 사건 서점에 진열된 펜을 훔쳤다고 착오한 것에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된다. 이와 같은 측면에 비추어 살펴보더라도 피고인의 행위에는 위법성이 없다.
가) 이 사건이 발생하기 전 이 사건 서점에는 어린 학생들로 인한 도난 사고가 빈발하였다. 과거의 도난 사고에 관한 CCTV 영상을 살펴보면, 학생들이 진열된 물건을 팔소매, 주머니 또는 메고 온 가방에 넣거나, 여러 개의 물건을 고른 다음 그중 일부는 주머니에 넣고 일부는 계산대로 가지고 와 계산하는 모습 등이 확인된다.
나) 피고인과 피고인의 남편은 CCTV를 통해 이 사건 서점에 진열된 물건을 훔치는 학생들의 모습을 확인하고 직접 학생들을 훈계하거나 학생들의 부모에게 알리는 등의 방식으로 대처하여 왔다. 피고인은 동생이나 친구들에게 학생들로 인한 도난 사고 때문에 힘들다고 자주 하소연하였다. 이 사건 당시에도 피고인은 도난 사고를 우려하여 CCTV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있었다.
다) 사건 당시인 2020. 12. 18. 15:00경 CCTV에 찍힌 피해자의 모습 중 멘토스를 패딩 오른쪽 주머니에 집어넣는 모습은 흡사 피해자가 이 사건 서점에 진열된 물건을 들어 손에 쥐고 있다가 주머니에 집어넣는 것처럼 보인다. 피해자가 들고 있었던 멘토스는 CCTV 영상을 통해서는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식별되지 않고 단지 긴 막대 모양의 물체로만 보일 뿐이다. 마침 피해자는 펜이 진열되어 있는 서점의 벽면 쪽으로 팔을 내밀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가 진열되어 있는 펜 중 한 개를 집어 몰래 패딩 주머니에 넣은 것으로 오해할 여지가 충분하였다. 당시 피해자의 오른쪽 팔이 잠시 머뭇거리다 패딩 주머니로 들어간 모습은 그와 같은 피고인의 오해를 더욱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
라) 공소외 3이 이 법원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진술한 내용에 따르면, 피해자는 사건 당일 위와 같이 멘토스를 패딩 주머니에 집어넣기 전에도 공소외 2와 함께 이 사건 서점에 진열된 물건들을 구경하면서 계속하여 지우개나 볼펜 등을 손으로 집었다가 내려놓으면서 흩뜨리는 행동을 하였고, 공소외 3은 피해자에게 다가가 물건을 제자리에 정리하면서 구경해 달라는 취지로 말하였다. 피고인은 CCTV를 통해 피해자가 위와 같이 수상한 행동을 하는 모습을 보고 연속되는 피해자의 행동에 주의를 기울이다가 피해자가 위와 같이 멘토스를 패딩 주머니에 집어넣는 모습까지 본 다음 비로소 피해자가 펜을 훔친 것이라는 판단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마) 피고인이 이 사건 발생 이전 CCTV를 통해 확인한 학생들의 의심스러운 행위는 모두 이 사건 서점에 진열된 물건에 대한 절취행위로 밝혀졌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은 그와 같은 인지적 배경하에서 CCTV에 담긴 피해자의 매우 의심스러운 행동을 보고 피해자가 펜을 훔쳤다는 강한 확신을 가지게 되었고, 피고인이 자신이 착각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마. 소결론
피고인의 행위는 피해자의 승낙에 따른 것이거나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없다. 또한, 피고인의 행위는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이 존재한다고 착오한 결과 이루어진 것으로서 그와 같은 착오에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므로 위법성이 없다(이와 같이 피고인의 행위에 위법성이 없다고 판단하는 이상, 기대불가능성으로 인하여 피고인에게 책임이 없다는 주장에 관해서는 더 나아가 판단하지 않는다).
5. 결론
이 사건 공소사실은 죄가 되지 않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본문에 의하여 무죄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한다.
이상과 같이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에 따른 국민참여재판을 거쳐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상오(재판장) 이경한 이원재 | 형법 제20조, 제24조, 제321조, 형사소송법 제325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원심판결】
의정부지법 2020. 1. 16. 선고 2019노1078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2018. 5. 4. 건조물침입, 각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 부분에 대하여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이를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였다.
범죄를 실행 중이거나 실행 직후의 현행범인은 누구든지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고(형사소송법 제212조),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 등이 유류한 물건이나 소유자·소지자 또는 보관자가 임의로 제출한 물건은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218조). 따라서 현행범 체포 현장이나 범죄 현장에서도 소지자 등이 임의로 제출하는 물건은 형사소송법 제218조에 따라 영장 없이 압수하는 것이 허용되고, 이 경우 검사나 사법경찰관은 별도로 사후에 영장을 받을 필요가 없다(대법원 2019. 11. 14. 선고 2019도13290 판결 참조).
위 법리에 따르면 현행범 체포 현장에서는 임의로 제출하는 물건이라도 압수할 수 없다는 원심판결 부분은 잘못되었다. 그러나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본 원심의 결론 자체는 수긍할 수 있다. 따라서 원심판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압수물 제출의 임의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김재형(주심) 안철상 이흥구 | 형사소송법 제212조, 제218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법무법인 대명 담당변호사 박성식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법 2021. 6. 25. 선고 2021노468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약속어음 발행으로 인한 업무상배임의 점 요지
피고인은 국내외 자산운용에 관한 투자일임 업무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피해자 회사의 대표이사로 근무하면서 피해자 회사의 자금 관리, 투자 결정 등 제반 업무를 총괄하는 업무에 종사하였으므로 피해자 회사로 하여금 피해자 회사의 업무와 무관한 채무를 부담하게 하지 않도록 하고, 피해자 회사가 채무를 부담하는 경우 이사회의 결의를 거치는 등 내부 절차를 준수하여 피해자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업무상 임무가 있었다.
가. 몽골패시픽 운영자금 관련 업무상배임
피고인은 2012. 5. 9.경 공소외 1로부터 피고인이 개인적으로 인수하여 운영하던 몽골패시픽이라는 회사의 운영자금으로 2억 원을 빌리면서 그 담보로 이사회 결의 없이 공소외 1에게 2억 원 상당의 피해자 회사 명의 약속어음을 발행하여(이하 ‘이 사건 제1 약속어음’이라 한다) 이를 공증해 주고, 2014. 9. 23.경 공소외 2로부터 위 몽골패시픽 운영자금으로 과거 차용했던 1억 5,000만 원에 대한 담보로 이사회 결의 없이 공소외 2에게 1억 5,000만 원 상당의 피해자 회사 명의 약속어음을 발행하여(이하 ‘이 사건 제2 약속어음’이라 한다) 이를 공증해 주었다.
이로써 피고인은 공소외 1에게 2억 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공소외 2에게 1억 5,000만 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피해자 회사에 같은 액수에 해당하는 손해를 가하였다.
나. 증자자금 관련 업무상배임
피고인은 2013. 5. 7.경 피해자 회사가 2013년 23억 원 상당의 손실을 입어 피해자 회사의 자본금이 부족해지자 부족한 자본금을 보충하기 위해 신주발행을 통한 유상증자를 결정하였는데, 피고인의 능력으로는 증자 자금을 감당할 수 없어 피고인이 개인 자격으로 공소외 1로부터 2억 원을 빌리면서 그 담보로 이사회 결의 없이 공소외 1에게 2억 원 상당의 피해자 회사 명의 약속어음을 발행하여(이하 ‘이 사건 제3 약속어음’이라 한다) 이를 공증해 주고, 유상증자로 발행된 신주는 피고인이 배정받았다.
이로써 피고인은 공소외 1에게 2억 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피해자 회사에 같은 액수에 해당하는 손해를 가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사실관계를 종합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가. 피고인이 피해자 회사와 무관한 피고인 개인사업의 운영자금 및 신주납입자금 명목의 차용금 및 기존 차용금을 담보하기 위하여 피해자 회사의 약속어음을 발행한 행위는 대표권을 남용한 행위에 해당한다. 이 사건 약속어음을 수령한 공소외 1, 공소외 2도 피고인이 피해자 회사의 영리 목적과 관계없이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할 목적으로 그 권한을 남용한 것임을 알았거나 충분히 알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나. 피고인이 공소외 1, 공소외 2에게 피해자 회사 명의의 약속어음을 발행한 행위는 피해자 회사에 대하여 무효이고, 각 약속어음이 제3자에게 유통되지도 아니하였으므로 피해자 회사는 어음채무를 부담하지 않기 때문에 현실적인 손해가 발생하였거나 실해가 발생할 위험이 초래되었다고 평가할 수 없다. 따라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피고인의 업무상배임 범행은 기수에 도달하지 아니하였고, 업무상배임의 미수에 그쳤다.
다. 한편 공소외 1과 공소외 2가 이 사건 약속어음 공정증서에 기하여 추심한 합계 4,500만 원에 대하여는 현실적인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할 것이나, 이와 같은 부분은 이 사건 공소사실에 포함되지 아니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배임의 범의로, 즉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한다는 점과 이로 인하여 자기 또는 제3자가 이익을 취득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점에 대한 인식이나 의사를 가지고 임무에 위배한 행위를 개시한 때 배임죄의 실행에 착수한 것이고, 이러한 행위로 인하여 자기 또는 제3자가 이익을 취득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 배임죄는 기수가 된다(형법 제355조 제2항). 그런데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임무위배행위는 민사재판에서 법질서에 위배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로 판단될 가능성이 적지 않고, 그 결과 본인에게도 아무런 손해가 발생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때에는 배임죄의 기수를 인정할 수 없다. 그러나 그 의무부담행위로 인하여 실제로 채무의 이행이 이루어지거나 본인이 민법상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게 되는 등 본인에게 현실적인 손해가 발생하거나 실해 발생의 위험이 생겼다고 볼 수 있는 사정이 있는 때에는 배임죄의 기수를 인정하여야 한다. 다시 말하면, 형사재판에서 배임죄의 객관적 구성요건요소인 손해 발생 또는 배임죄의 보호법익인 피해자의 재산상 이익의 침해 여부는 구체적 사안별로 타인의 사무의 내용과 성질, 그 임무위배의 중대성 및 본인의 재산 상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한편 형사소송법 제254조 제4항에서 범죄의 일시·장소와 방법을 명시하여 공소사실을 특정하도록 한 취지는 법원에 대하여 심판의 대상을 한정하고 피고인에게 방어의 범위를 특정하여 그 방어권 행사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데 있다고 할 것이므로, 공소제기된 범죄의 성격에 비추어 그 공소의 원인이 된 사실을 다른 사실과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일시, 장소, 방법, 목적 등을 적시하여 특정하면 족하고, 그 일부가 다소 불명확하더라도 그와 함께 적시된 다른 사항들에 의하여 그 공소사실을 특정할 수 있고, 그리하여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이 없다면 공소제기의 효력에 영향이 없다(대법원 2001. 2. 23. 선고 2000도4415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이,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피고인의 행위가 대표이사의 대표권 남용에 해당하고 그 상대방인 공소외 1, 공소외 2로서는 피고인이 피해자 회사의 영리 목적과 관계없이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할 목적으로 그 권한을 남용하여 약속어음을 작성해 준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이유로 그 행위가 피해자 회사에 대하여 효력이 없다고 판단한 것은 수긍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부분 공소사실 중 공소외 1과 공소외 2가 이 사건 약속어음에 관한 공정증서에 기하여 추심한 합계 4,500만 원을 구분하지 아니한 채, 원심이 이 부분 공소사실에 위 추심금 4,500만 원의 손해 부분이 포함되지 않았다거나, 이 사건 약속어음이 유통된 바 없어 피해자 회사는 어음채무를 부담하지 않았으므로 그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하였다거나 실해가 발생할 위험이 초래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업무상배임죄 기수의 성립을 부정하고 모두 미수에 그쳤다고 판단한 부분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원심판결 및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종합하면 다음 각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① 공소외 1은 2018. 3. 22. 이 사건 제1, 2 약속어음에 관한 공정증서를 집행권원으로 하여 서울중앙지방법원 2018타채5380호로 피해자 회사의 예금채권에 대한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신청하였고 같은 달 23일 인용결정을 받았다. 공소외 1은 위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에 기해 2018. 4. 6. 피해자 회사의 주식회사 신한은행에 대한 예금채권 중 3,000만 원을 추심하고 2018. 4. 12. 민사집행법 제236조 제1항에 따라 추심한 채권액을 신고하였다.
② 공소외 2는 2018. 3. 22. 이 사건 제3 약속어음에 관한 공정증서를 집행권원으로 하여 서울중앙지방법원 2018타채5381호로 피해자 회사의 예금채권에 대한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신청하였고 같은 달 26일 인용결정을 받았다. 공소외 2는 위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에 기해 2018. 4. 10. 피해자 회사의 주식회사 신한은행에 대한 예금채권 중 1,500만 원을 추심하고 2018. 4. 12. 민사집행법 제236조 제1항에 따라 신고하였다.
③ 피해자 회사는 서울중앙지방법원 2018가합545094호로 공소외 1을 상대로 이 사건 제1, 2 약속어음 공정증서에 대한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하였고, 위 법원은 2019. 10. 24. 이 사건 제1, 2 약속어음 발행은 피고인이 대표권을 남용하여 한 행위이고, 공소외 1은 피고인의 개인적인 이익을 위한 것임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으므로 이 사건 제1, 2 약속어음 발행행위는 피해자 회사에 대하여 무효라는 이유로 이 사건 제1, 2 약속어음 공정증서에 기한 강제집행을 불허하고(이미 강제집행이 종료된 3,000만 원 부분은 제외됨) 공소외 1의 반소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이 판결은 그 후 공소외 1의 항소가 기각되어 2021. 6. 5.경 그대로 확정되었다[서울고등법원 2019나2054420(본소), 2019나2054437(반소)].
2) 위 인정 사실 및 그로부터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 공소사실 중 이 사건 약속어음에 관한 공정증서를 집행권원으로 추심받아 추심신고까지 마친 합계 4,500만 원(공소외 1의 추심액 3,000만 원, 공소외 2의 추심액 1,500만 원) 부분은 피고인의 임무위배행위로 인하여 피해자 회사에 현실적으로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업무상배임죄의 기수에 이르렀다고 보아야 하고, 그에 대하여 집행채권자가 피해자 회사에 대하여 그 수령액 상당의 부당이득을 반환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들어 배임죄의 성립을 부정하거나, 미수에 그쳤다고 볼 수는 없다.
①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의무부담행위로 인하여 실제로 채무의 이행이 이루어지거나 본인이 민법상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게 되는 등 본인에게 현실적인 손해가 발생하거나 실해 발생의 위험이 생겼다고 볼 수 있는 사정이 있는 때에는 배임죄의 기수가 인정된다. 배임죄의 기수로 공소가 제기되고 그에 관한 증거가 제출된 경우에는 이러한 손해가 발생하거나 실해 발생의 위험이 초래되었음을 전제로 공소를 제기한 것으로 볼 수 있고, 그 경우 구체적인 타인의 사무의 내용과 성질, 그 임무위배의 중대성 및 본인의 재산 상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하여 배임죄의 기수 성립에 필요한 구성요건요소인 손해의 발생 여부 등에 대한 증명이 있는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
② 주식회사 대표이사가 대표권을 남용하여 회사 명의로 약속어음을 발행하고 그에 관하여 공정증서를 작성한 뒤 그 상대방이 이를 근거로 피해자 회사의 채권에 관하여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은 경우, 그 상대방이 대표이사의 진의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는 회사에 대하여 효력이 없고, 나아가 어음이 유통되지도 않았다면 회사가 어음발행의 상대방에게 어음채무를 부담하지 않기 때문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배임죄의 기수에 이른 것은 아니다(대법원 2020. 4. 9. 선고 2019도17016 판결 참조).
③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이 피해자 회사 명의로 발행한 이 사건 약속어음에 관한 공정증서에 기하여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이 내려졌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피해자 회사의 주식회사 신한은행에 대한 예금채권에 대하여 강제집행절차가 착수되었고, 그 결과 공소외 1은 이 사건 제1, 2 약속어음을 기초로 3,000만 원을, 공소외 2는 이 사건 제3 약속어음을 기초로 1,500만 원을 각 추심하고 그 신고까지 모두 마쳤다. 결국 이 사건 약속어음금 중 합계 4,500만 원 상당은 채권자인 공소외 1, 공소외 2의 채권추심에 의해 실제 채무의 이행이 이루어졌으므로, 피해자 회사에 현실적으로 동액 상당의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 해당한다.
④ 이 부분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몽골패시픽 운영자금 관련 이 사건 제1, 2 약속어음을 발행한 임무위배행위로 인하여 공소외 1에게 2억 원 상당, 공소외 2에게 1억 5,000만 원 상당의 각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증자자금 관련 이 사건 제3 약속어음을 발행한 임무위배행위로 공소외 1에게 2억 원 상당의 각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피해자 회사에 각 같은 액수에 해당하는 손해를 가함으로써 위 각 배임죄의 기수가 성립하였다는 것이다. 즉, 이 사건은 배임죄의 기수로 공소가 제기되고 그에 관한 증거가 제출되었으므로, 위와 같은 피고인의 임무위배행위로 인하여 현실적으로 손해가 발생하였거나 실해 발생의 위험이 초래되었음을 전제로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부분 공소사실에 공소외 1과 공소외 2가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아 피해자 회사의 예금채권에 대하여 추심에 이른 경위까지 상세히 기재되어 있지는 않다 하더라도 위 각 어음의 발행에 따른 배임죄의 기수에 해당하는 ‘재산상 손해의 발생 여부’ 등에 관한 증명이 없거나 부족하다고 볼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그 부분에 해당하는 공소 자체가 제기되지 않았다거나 그 부분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았다고 단정할 일은 아니다. 위 추심 부분을 비롯하여 위 각 배임의 범행 전후과정에 관하여 이미 제1심과 원심에서 충분히 심리가 이루어져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없었고, 제1심에서 위 추심에 관한 사실을 증거로 인정하여 배임죄의 기수를 유죄로 판단하기까지 하였던 사정에 비추어 보더라도 더욱 그러하다.
다.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인의 이 사건 배임행위로 인하여 피해자 회사에 실제 손해가 발생하였는지 여부를 살피거나 필요한 경우 그 부분 공소사실의 특정을 보완하도록 하는 등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피고인의 임무위배행위가 법률상 무효라는 등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들어 업무상배임죄 기수의 성립을 모두 부정하고, 공소사실에 포함된 업무상배임죄의 미수를 유죄로 인정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업무상배임죄의 기수시기, 재산상 손해의 발생 및 공소사실의 특정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파기의 범위
위와 같은 이유로 원심판결의 약속어음 발행으로 인한 업무상배임 부분 중 채권추심절차에서 추심받은 합계 4,500만 원 부분에 관하여 기수의 성립을 부정하고 업무상배임미수를 유죄로 판단한 부분은 파기되어야 한다. 그런데 위 파기 부분은 나머지 유죄 부분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으므로, 원심판결은 전부 파기되어야 한다.
5.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유숙(재판장) 조재연 이동원 천대엽(주심) | [1] 형법 제355조 제2항, 제359조 / [2] 형사소송법 제254조 제4항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및 검사
【변 호 인】
법무법인 엘케이비앤파트너스 외 2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21. 8. 11. 선고 2021노14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 기재는 적법한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피고인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증거능력을 다투는 상고이유에 대하여
1) ○○대 강사휴게실 PC 2대(이하 ‘이 사건 각 PC’라 한다)에 저장된 전자정보의 증거능력
가) 관련 법리
(1) 전자정보가 저장된 정보저장매체를 임의제출받는 경우 전자정보 압수의 범위와 관련성의 판단 기준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구현하고자 하는 적법절차, 영장주의, 비례의 원칙은 물론,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정보에 대한 자기결정권 및 재산권의 보호라는 관점에서 정보저장매체 내 전자정보가 가지는 중요성에 비추어 볼 때, 정보저장매체를 임의제출하는 사람이 거기에 담긴 전자정보를 지정하거나 제출 범위를 한정하는 취지로 한 의사표시는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하고, 확인되지 않은 제출자의 의사를 수사기관이 함부로 추단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 따라서 수사기관이 제출자의 의사를 쉽게 확인할 수 있음에도 이를 확인하지 않은 채 특정 범죄혐의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와 그렇지 않은 전자정보가 혼재된 정보저장매체를 임의제출받은 경우, 그 정보저장매체에 저장된 전자정보 전부가 임의제출되어 압수된 것으로 취급할 수는 없다.
전자정보를 압수하고자 하는 수사기관이 정보저장매체와 거기에 저장된 전자정보를 임의제출의 방식으로 압수할 때, 제출자의 구체적인 제출 범위에 관한 의사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 등의 사유로 인해 임의제출자의 의사에 따른 전자정보 압수의 대상과 범위가 명확하지 않거나 이를 알 수 없는 경우에는 임의제출에 따른 압수의 동기가 된 범죄혐의사실과 관련되고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최소한의 가치가 있는 전자정보에 한하여 압수의 대상이 된다. 이때 범죄혐의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에는 범죄혐의사실 그 자체 또는 그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 범행과 직접 관련되어 있는 것은 물론 범행 동기와 경위, 범행 수단과 방법, 범행 시간과 장소 등을 증명하기 위한 간접증거나 정황증거 등으로 사용될 수 있는 것도 포함될 수 있다. 다만 그 관련성은 임의제출에 따른 압수의 동기가 된 범죄혐의사실의 내용과 수사의 대상, 수사의 경위, 임의제출의 과정 등을 종합하여 구체적·개별적 연관관계가 있는 경우에만 인정되고, 범죄혐의사실과 단순히 동종 또는 유사 범행이라는 사유만으로 관련성이 있다고 할 것은 아니다(대법원 2021. 11. 18. 선고 2016도348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2) 전자정보 탐색·복제·출력 시 참여권 보장
압수의 대상이 되는 전자정보와 그렇지 않은 전자정보가 혼재된 정보저장매체나 그 복제본을 임의제출받은 수사기관이 그 정보저장매체 등을 수사기관 사무실 등으로 옮겨 이를 탐색·복제·출력하는 경우, 그와 같은 일련의 과정에서 형사소송법 제219조, 제121조에서 규정하는 피압수·수색 당사자(이하 ‘피압수자’라 한다)나 그 변호인에게 참여의 기회를 보장하고 압수된 전자정보의 파일 명세가 특정된 압수목록을 작성·교부하여야 하며 범죄혐의사실과 무관한 전자정보의 임의적인 복제 등을 막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등 영장주의 원칙과 적법절차를 준수하여야 한다. 만약 그러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면 피압수자 측이 참여하지 아니한다는 의사를 명시적으로 표시하였거나 임의제출의 취지와 경과 또는 그 절차 위반행위가 이루어진 과정의 성질과 내용 등에 비추어 피압수자 측에 절차 참여를 보장한 취지가 실질적으로 침해되었다고 볼 수 없을 정도에 해당한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압수·수색이 적법하다고 평가할 수 없고, 비록 수사기관이 정보저장매체 또는 복제본에서 범죄혐의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만을 복제·출력하였다 하더라도 달리 볼 것은 아니다.
나아가 피해자 등 제3자가 피의자의 소유·관리에 속하는 정보저장매체를 영장에 의하지 않고 임의제출한 경우에는 실질적 피압수자인 피의자가 수사기관으로 하여금 그 전자정보 전부를 무제한 탐색하는 데 동의한 것으로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피의자 스스로 임의제출한 경우 피의자의 참여권 등이 보장되어야 하는 것과 견주어 보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형사소송법 제219조, 제121조, 제129조에 따라 피의자에게 참여권을 보장하고 압수한 전자정보 목록을 교부하는 등 피의자의 절차적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위 대법원 2016도348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이 정보저장매체를 임의제출한 피압수자에 더하여 임의제출자 아닌 피의자에게도 참여권이 보장되어야 하는 ‘피의자의 소유·관리에 속하는 정보저장매체’라 함은, 피의자가 압수·수색 당시 또는 이와 시간적으로 근접한 시기까지 해당 정보저장매체를 현실적으로 지배·관리하면서 그 정보저장매체 내 전자정보 전반에 관한 전속적인 관리처분권을 보유·행사하고, 달리 이를 자신의 의사에 따라 제3자에게 양도하거나 포기하지 아니한 경우로써, 피의자를 그 정보저장매체에 저장된 전자정보에 대하여 실질적인 피압수자로 평가할 수 있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민사법상 권리의 귀속에 따른 법률적·사후적 판단이 아니라 압수·수색 당시 외형적·객관적으로 인식 가능한 사실상의 상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이러한 정보저장매체의 외형적·객관적 지배·관리 등 상태와 별도로 단지 피의자나 그 밖의 제3자가 과거 그 정보저장매체의 이용 내지 개별 전자정보의 생성·이용 등에 관여한 사실이 있다거나 그 과정에서 생성된 전자정보에 의해 식별되는 정보주체에 해당한다는 사정만으로 그들을 실질적으로 압수·수색을 받는 당사자로 취급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나) 인정 사실
원심판결 이유 및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을 알 수 있다.
(1) 검찰은 2019. 9. 10.경까지 피고인에 대한 2012. 9. 7. ○○대 총장 명의 표창장에 관한 사문서위조(서울중앙지방법원 2019고합738호 공소사실), 공소외 1의 △△대 및 □□대 의학전문대학원 지원 과정에서의 위 표창장의 제출로 인한 위조사문서행사, 위 표창장 및 그 밖에 허위 경력의 기재로 인한 □□대 의학전문대학원 입학사정 업무에 관한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공소외 1의 의학전문대학원 부정지원 관련 범행을 범죄혐의사실로 하여 피고인의 ○○대 교수연구실, ◇◇◇고 등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집행 등의 수사를 진행하였다.
(2) 공소외 2는 2019. 3. 1.부터 ○○대☆☆학부 조교를 맡아 ○○대 강사휴게실 및 그 안에 있는 물건들을 전임자로부터 인계받아 관리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다. 이 사건 각 PC는 권리관계에 관한 별도의 표식 없이 강사휴게실 내에 보관되고 있었다.
(3) 이 사건 각 PC의 소유·관리 상태에 관한 공소외 2 진술의 기본적인 취지는 전임자로부터 ‘퇴직자들이 놔두고 간 물건이니 학교당국에 반납하거나 알아서 처리하라.’고 들어서 그와 같이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나아가 공소외 2의 진술에 의하면, 이 사건 각 PC의 사용을 희망하는 교수가 있을 경우 이를 제공하려고 하였다는 것이다.
(4) 피고인 측도 제1심 제1회 공판기일에서 이 사건 각 PC를 피고인이 사용한 사실이 없고 ○○대에서 공용PC로만 사용되었다고 주장하였고, 그 후 원심에 이르기까지 주장이 수차례 변경되기는 하였으나, 그 기본적인 취지는 이 사건 각 PC를 ○○대에서 공용PC로 사용하다가 피고인이 일정 기간 자신의 주거지 등으로 가져가 사용하였으며 2016. 12.경 ○○대 영어캠프 등에서 공용PC로 사용할 수 있도록 다시 ○○대로 가져다 놓았다는 것으로, 이는 이 사건 압수·수색 당시 이 사건 각 PC의 객관적, 현실적인 지배·보관 및 그 관리처분권의 귀속이 ○○대 측에 있었던 상태와 부합한다.
(5) 공소외 2는 ○○대 측의 협조지시를 토대로 2019. 9. 10. 검찰수사관들에게 ○○대☆☆학부 건물 내부를 안내하는 등으로 수사에 협조하던 중 검찰수사관의 요청에 따라 검찰수사관이 이 사건 각 PC 중 1대를 구동하여 거기에 저장된 전자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처럼 공소외 2와 함께 있는 가운데 검찰수사관이 위 PC에 저장된 전자정보를 탐색하는 과정에서 공소외 3 관련 폴더를 발견하였고, 그 탐색이 계속되던 중 위 PC에서 ‘퍽’ 소리가 나면서 전원이 꺼지는 사태가 발생하자, 검찰수사관은 위 공소외 2와 ○○대의 물품 관리를 총괄하는 행정지원처장 공소외 4에게 위 현장에서의 탐색을 중단하고 이 사건 각 PC를 검찰에 제출하여 줄 수 있는지 문의·요청하였다.
(6) 이에 공소외 2와 공소외 4는 검찰수사관의 요청에 응하여 임의로 이 사건 각 PC를 제출하였고, 그와 같은 경위로 이 사건 각 PC를 임의로 제출한다는 취지의 내용과 그 하단에 임의제출목록으로 이 사건 각 PC가 기재되어 있는 ‘임의제출동의서’에 자신들의 인적사항을 기재하고 서명 및 무인을 하였다.
(7) 당시 검찰수사관은 공소외 2, 공소외 4에게 이 사건 각 PC의 이미징 및 탐색, 전자정보 추출 등 과정에 참관할 의사가 있는지 확인하였으나, 공소외 2, 공소외 4는 참관하지 않겠다고 대답하였다. 그 후 공소외 2, 공소외 4는 ‘임의제출된 정보저장매체에 대한 하드카피·이미징, 전자정보의 탐색 및 복제(출력) 등 과정에 참관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정보저장매체 제출 및 이미징 등 참관여부 확인서’(이하 ‘참관여부 확인서’라 한다)의 ‘피압수자(임의제출자)’란에 자신들의 인적사항을 기재하고 서명 및 무인을 하였다.
(8) 검찰수사관은 공소외 2, 공소외 4로부터 위 ‘임의제출동의서’, ‘참관여부 확인서’를 각 제출받고, 공소외 2, 공소외 4에게 이 사건 각 PC에 관한 ‘압수목록 교부서’를 교부한 후 이 사건 각 PC를 대검찰청으로 가져갔다. 그 과정에서 공소외 2, 공소외 4에게 이 사건 각 PC에 저장된 전자정보의 구체적인 제출 범위에 관한 의사를 추가로 다시 확인하지는 않았다.
(9) 그 후 검찰은 이 사건 각 PC에 대한 이미징 및 포렌식 작업을 하여 전자정보를 추출하였고, 이에 따라 ○○대 총장 명의 표창장에 관한 사문서위조 범행이 2013. 6. 16.경 이 사건 각 PC 중 1대를 이용하여 이루어진 정황이 발견되었다.
(10) 이에 검찰은 2019. 11. 27.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고합738호 사건에서 ‘피고인이 2012. 9. 7. ○○대에서 ○○대 총장 직인을 임의로 날인하여 ○○대 총장 명의 표창장을 위조하였다.’는 기존 공소사실을, ‘피고인이 2013. 6. 16. 주거지에서 PC를 이용하여 전자파일로 ○○대 총장 명의 표창장을 위조하였다.’는 취지로 공소장변경허가 신청을 하였으나, 재판부로부터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허가를 받지 못하자, 2019. 12. 17.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고합1050호로 위 공소장변경허가 신청과 같은 내용의 공소사실로 추가 기소를 하였다.
(11) 검찰은 2020. 2. 11. 공소외 2, 공소외 4에게 이 사건 각 PC에서 추출되어 압수된 전자정보의 파일 명세가 특정된 목록을 교부하였다.
(12) 이 사건 각 PC에 저장된 전자정보는 2013. 6. 16. 사문서위조(서울중앙지방법원 2019고합1050호 공소사실) 등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공소외 1의 의학전문대학원 부정지원 관련 범행의 증거로 사용되었다.
다) 판단
(1) 이 사건 각 PC의 임의제출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위 인정 사실을 살펴보면, 이 사건 각 PC는 2019. 9. 10. 당시 특정인이 이를 특정 용도로 전속적으로 사용하고 있던 것이 아니라, ○○대 관계자가 ○○대에서 공용PC로 사용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임의처리할 것을 전제로 3년 가까이 강사휴게실 내에 보관하면서 ○○대☆☆학부 조교가 이 사건 각 PC에 대한 보관·관리 업무를 수행하고 있던 것으로, 당시 위 보관·관리 업무의 담당자인 조교 공소외 2와 ○○대 물품 관리를 총괄하는 행정지원처장 공소외 4가 ○○대 측의 입장을 반영한 임의적인 의사에 따라 이 사건 각 PC를 검찰에 제출한 것이라고 인정된다.
(2) 이 사건 각 PC에 저장된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의 필요성과 관련성
(가)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정보저장매체와 거기에 저장된 전자정보를 임의제출받아 압수하는 경우에는 압수의 대상이 그 필요성과 관련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로 제한되는 것이 아니라고 전제하고, 수사기관이 공소외 2, 공소외 4에게 이 사건 각 PC에 저장된 전자정보의 구체적인 제출 범위에 관한 의사를 확인하지 않았더라도 이 사건 각 PC와 거기에 저장된 전자정보 일체가 임의제출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단정한 것은 잘못이다. 이 사건 각 PC는 피고인에 대한 범죄혐의사실 관련 전자정보와 그렇지 않은 전자정보가 혼재된 정보저장매체로서, 이 경우 확인되지 않은 제출자의 의사를 임의로 추단하여 PC에 저장된 전자정보 전부가 임의제출되어 압수된 것으로 취급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될 수 없다.
(나) 이처럼 임의제출자의 의사에 따른 전자정보 압수의 대상과 범위를 명확하게 알 수 없는 경우에는 임의제출에 따른 압수의 동기가 된 범죄혐의사실과 관련되고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최소한의 가치가 있는 전자정보에 한하여 압수의 대상이 된다고 보아야 한다.
이 사건 각 PC의 임의제출 당시 피고인은 이미 공소외 1의 △△대 및 □□대 의학전문대학원 지원 과정에서 위조된 ○○대 총장 명의 표창장을 제출하였다는 취지의 위조사문서행사, 위 표창장 및 그 밖에 허위 경력의 기재로 인한 □□대 의학전문대학원 입학사정 업무에 관한 위계공무집행방해 등의 범죄혐의사실로 수사를 받고 있었다.
따라서 피고인이 2013. 6. 16. 이 사건 각 PC 중 1대를 이용하여 위 표창장 위조행위를 하는 등 공소외 1의 의학전문대학원 부정지원 과정에서 이 사건 각 PC를 사용하여 생성된 전자정보는 위 범죄혐의사실에 관한 범행의 동기와 경위, 수단과 방법 등을 증명하기 위한 구체적·개별적 연관관계 있는 증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고, 그 밖에 이 사건 수사의 대상과 경위, 임의제출의 과정 등을 종합해 보더라도 그 필요성과 관련성을 인정하기에 충분하다.
(다) 결국 이 사건 각 PC에 저장된 전자정보 가운데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공소외 1의 의학전문대학원 부정지원 관련 범행의 증거로 사용된 부분은 임의제출에 따른 압수의 필요성과 관련성이 모두 인정되므로, 앞서 본 원심판단의 법리상 잘못은 판결 결과에 영향이 없다.
(3) 이 사건 각 PC에 저장된 전자정보에 대한 탐색 및 추출 등 과정에서의 참여권 보장
(가)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정보저장매체 및 저장된 전자정보를 임의제출받아 압수하는 경우에는 그 전자정보 탐색 등의 과정에서 원칙적으로 피압수자 측이나 피의자 측에게 참여권을 인정할 여지가 없다는 취지로 설시한 것은 잘못이다.
이 사건 각 PC는 피고인에 대한 범죄혐의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와 그렇지 않은 전자정보가 혼재된 정보저장매체로서, 검찰이 이를 공소외 2, 공소외 4로부터 임의제출받아 압수한 후 대검찰청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로 옮겨 거기에 저장된 전자정보를 탐색하고 추출하는 등의 과정에서 원칙적으로 피압수자인 ○○대 측에 참여의 기회를 보장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나) 그런데 위 인정 사실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각 PC에서 범죄혐의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를 탐색하고 추출하는 일련의 경과에 비추어 검찰이 피압수자 측인 공소외 2, 공소외 4에게 참여 의사를 확인하고 기회를 부여하였으나 피압수자 측이 이를 포기하였다고 인정되므로, 이 사건 각 PC에서 추출된 전자정보의 압수·수색절차에 피압수자 측의 참여권을 보장하지 아니한 하자가 있다고 할 수는 없다.
나아가 압수·수색 대상인 정보저장매체 내 전자정보의 왜곡이나 혐의사실과 무관한 전자정보의 임의적인 복제 등을 막기 위한 적절한 조치의 일환으로 피압수자 측에 절차 참여를 보장한 취지(대법원 2011. 5. 26. 자 2009모1190 결정, 대법원 2015. 7. 16. 자 2011모1839 전원합의체 결정 등 참조)에 비추어 이 사건 압수·수색의 전체 과정을 살펴볼 때, 공소외 2에게 이 사건 각 PC의 임의제출에 따른 압수 당시 범죄혐의사실에 대한 상세한 고지 등의 추가적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등 피고인이 주장하는 사유만으로는 피압수자 측에 절차 참여를 보장한 취지가 실질적으로 침해되었다고 볼 수도 없다.
(다) 또한 앞서 본 법리를 토대로 위 인정 사실을 살펴보면, 이 사건 각 PC의 임의제출에 따른 압수·수색 당시 외형적·객관적으로 인식 가능한 사실상의 상태를 기준으로 볼 때, 이 사건 각 PC나 거기에 저장된 전자정보가 피고인의 소유·관리에 속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인정되지 않는다. 오히려 ○○대 측이 이 사건 각 PC를 2016. 12.경 이후 3년 가까이 강사휴게실 내에 보관하면서 현실적으로 지배·관리하는 한편, 이를 공용PC로 사용하거나 임의처리 등의 조치를 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등의 객관적인 사정에 비추어 이 사건 각 PC에 저장된 전자정보 전반에 관하여 당시 ○○대 측이 포괄적인 관리처분권을 사실상 보유·행사하고 있는 상태에 있었다고 인정된다.
피고인이 2016. 12.경 이전에 이 사건 각 PC를 피고인의 주거지 등으로 가져가 전속적으로 이용한 바 있다거나, 2016. 12.경 이후 이 사건 각 PC가 보관된 장소인 강사휴게실이 피고인의 교수연구실 주변에 있었다는 점 등 피고인이 주장하는 모든 사정들을 고려해 보더라도, 피고인의 이 사건 각 PC에 대한 현실적 지배·관리 상태와 이에 저장된 전자정보 전반에 관한 관리처분권이 이 사건 압수·수색 당시까지 유지되고 있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을 이 사건 압수·수색에 관하여 실질적인 피압수자로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따라서 이 사건 각 PC에 저장된 전자정보의 압수·수색은 위 대법원 2016도348 전원합의체 판결이 설시한 법리에 따르더라도 피의자에게 참여권을 보장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하지 아니한다.
(라) 한편 피고인은 이 사건 각 PC에 저장된 전자정보의 압수·수색 과정에서 피고인 측을 전자정보의 ‘정보주체’라고 하면서 이를 근거로 피고인 측에게 참여권이 보장되었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도 한다. 앞서 본 바와 같이, 피의자의 관여 없이 임의제출된 정보저장매체 내의 전자정보 탐색 등 과정에서 피의자가 참여권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정보저장매체에 대한 현실적인 지배·관리 상태와 그 내부 전자정보 전반에 관한 전속적인 관리처분권의 보유가 전제되어야 한다. 따라서 이러한 지배·관리 등의 상태와 무관하게 개별 전자정보의 생성·이용 등에 관여한 자들 혹은 그 과정에서 생성된 전자정보에 의해 식별되는 사람으로서 그 정보의 주체가 되는 사람들에게까지 모두 참여권을 인정하는 취지가 아니므로, 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마) 결국 이 사건 각 PC에 저장된 전자정보에 대한 탐색 및 추출 등 과정에서 피압수자 측에게는 참여권이 보장되었고, 이에 더하여 피고인 측의 참여권까지 보장되어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원심판단의 이 부분 잘못 역시 판결 결과에 영향이 없다.
(4) 이 사건 각 PC에서 추출된 전자정보의 증거능력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검찰이 이 사건 각 PC의 소지·보관자인 ○○대 측으로부터 위 각 PC를 임의제출받아 압수한 것은 위법한 공소제기 후 수사에 해당하지 않고, 이 사건 각 PC에서 추출된 전자정보에 관하여 피고인 측의 동의를 받아야만 그 증거능력이 인정된다고 할 수 없으며, 이 사건 각 PC에서 추출된 전자정보 및 그 출력한 문건과 원본과의 동일성·무결성이 증명되었다고 보아 이 사건 각 PC에서 추출된 전자정보가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위 인정 사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유 설시에 일부 부적절한 부분이 있으나 이 사건 각 PC에서 추출된 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고,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공소제기 후 강제수사, 제3자 동의에 의한 임의제출물의 압수·수색에 있어서 정보주체의 동의의 필요성, 임의제출물의 압수에 있어서 보관자의 지위 및 임의성, 정보저장매체에 대한 임의제출물 압수에 있어서 형사소송법 제219조 준용규정의 범위, 원본과의 동일성·무결성, 영장주의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2) 금융계좌추적용 압수·수색영장 집행 결과의 증거능력
가)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금융계좌추적용 압수·수색영장의 집행에 있어서 검찰이 형사사법정보통신망을 통해 여러 금융기관에 금융거래정보 제공요구서, 영장 사본 및 수사관 신분증 사본을 전자팩스 방식으로 송신하고 금융기관으로부터 이메일이나 팩스로 금융거래자료를 수신하여, 수신한 금융거래자료를 분석한 후 최종적으로 사건과 관련된 선별자료 목록을 작성한 다음 금융기관에 직접 방문하여 영장 원본을 제시하고 선별자료를 저장매체에 저장하는 한편 압수목록을 교부하고 압수조서를 작성하는 일련의 집행 방법은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압수·수색절차에 위배되지 아니하고, 이 사건에서 그러한 방법으로 수집되어 증거로 제출된 금융거래자료는 증거능력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나) 그러나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은 법관이 발부한 압수·수색영장에 의하여야 하는 것이 원칙이고, 영장의 원본은 처분을 받는 자에게 반드시 제시되어야 하므로(대법원 2017. 9. 7. 선고 2015도10648 판결, 대법원 2019. 3. 14. 선고 2018도2841 판결 등 참조), 금융계좌추적용 압수·수색영장의 집행에 있어서도 수사기관이 금융기관으로부터 금융거래자료를 수신하기에 앞서 금융기관에 영장 원본을 사전에 제시하지 않았다면 원칙적으로 적법한 집행 방법이라고 볼 수는 없다.
다만 수사기관이 금융기관에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금융실명법’이라 한다) 제4조 제2항에 따라서 금융거래정보에 대하여 영장 사본을 첨부하여 그 제공을 요구한 결과 금융기관으로부터 회신받은 금융거래자료가 해당 영장의 집행 대상과 범위에 포함되어 있고, 이러한 모사전송 내지 전자적 송수신 방식의 금융거래정보 제공요구 및 자료 회신의 전 과정이 해당 금융기관의 자발적 협조의사에 따른 것이며, 그 자료 중 범죄혐의사실과 관련된 금융거래를 선별하는 절차를 거친 후 최종적으로 영장 원본을 제시하고 위와 같이 선별된 금융거래자료에 대한 압수절차가 집행된 경우로서, 그 과정이 금융실명법에서 정한 방식에 따라 이루어지고 달리 적법절차와 영장주의 원칙을 잠탈하기 위한 의도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볼 만한 사정이 없어,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전체적으로 ‘하나의 영장에 기하여 적시에 원본을 제시하고 이를 토대로 압수·수색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영장의 적법한 집행 방법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다)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 각 금융계좌추적용 압수·수색영장의 집행 과정을 살펴보면, 수사기관이 금융기관으로부터 금융거래자료를 수신하기에 앞서 영장 원본을 사전에 제시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 후 범죄혐의사실과 관련된 자료의 선별절차를 거친 후 최종적으로 영장 원본을 제시하고 그 선별된 자료를 직접 압수하는 일련의 과정이 전체적으로 하나의 영장에 기하여 적시에 원본을 제시하고 이를 토대로 영장의 당초 집행 대상과 범위 내에서 이를 압수·수색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하고, 수사기관이 적법절차와 영장주의 원칙을 잠탈하려는 의도에서 위와 같은 방법으로 집행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사정도 보이지 아니한다.
따라서 이 사건 각 금융계좌추적용 압수·수색영장의 집행 과정에서 확보된 금융거래자료의 증거능력이 인정된다고 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고,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영장 제시 방법 및 압수·수색절차의 적법성, 이 부분 압수물 및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에 관한 법리오해, 심리미진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회사명 1 생략) 실물주권 12만 주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회사명 1 생략) 실물주권 12만 주에 관한 압수·수색영장이 피압수자에게 적법하게 제시되었고, 압수의 필요성과 범죄혐의사실과의 관련성도 인정되므로 증거능력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이 부분 압수물 및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에 관한 법리오해, 심리미진 등의 잘못이 없다.
4) (회사명 2 생략) 보관 통화 녹음파일의 증거능력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회사명 2 생략) 보관 통화 녹음파일에 관하여 압수의 필요성과 범죄혐의사실과의 관련성이 인정되므로 증거능력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이 부분 압수물 및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에 관한 법리오해, 심리미진 등의 잘못이 없다.
나. 공소외 1의 의학전문대학원 부정지원 관련 범행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이 부분 공소사실(업무방해, 위계공무집행방해, ▽▽대◎◎◎◎연구소장 명의 체험활동 확인서에 관한 허위작성공문서행사, △△대◁대▷▷▷▷▷센터장 명의 인턴십 확인서에 관한 예비적 공소사실인 허위작성공문서행사, 2013. 6. 16.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기재와 같이 피고인이 ○○대 총장 명의 표창장을 위조하였고 나머지 각 증빙서류도 모두 허위이며, 이를 공소외 1의 △△대 및 □□대 의학전문대학원 지원 과정에서 제출하거나 경력에 기재하는 것은 업무방해죄 및 위계공무집행방해죄의 위계에 해당하고, 그 과정에서 피고인의 고의와 공소외 1 등과의 공모관계가 인정되며, 이는 각 의학전문대학원의 입학사정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로서 업무 담당자의 불충분한 심사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동정범의 성립, 업무방해죄 및 위계공무집행방해죄의 ‘위계’ 및 ‘고의’, 방해의 ‘위험성’ 등에 관한 법리오해, 판단누락, 심리미진 등의 잘못이 없다.
다. 사기 및 구「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2016. 1. 28. 법률 제1393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보조금법’이라 한다) 위반 부분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 특별교부금은 구 보조금법상 보조금에 해당하고, 피고인이 허위로 연구보조원 수당을 신청하여 이를 지급받은 것으로 인정되므로 사기죄의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구 보조금법 제2조 제1호, 제9조, 같은 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별표 1]의 해석, 사기죄의 기망에 관한 법리오해, 심리미진 등의 잘못이 없다.
라. 미공개중요정보 이용으로 인한「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이라 한다) 위반 부분(이유 무죄 부분 제외)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고인이 미공개중요정보를 이용하여 (회사명 1 생략) 주식을 매수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행위의 성립, 무죄추정의 원칙에 관한 법리오해, 심리미진, 이유불비 등의 잘못이 없다.
마. 금융실명법 위반 부분(무죄 부분 제외)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이 탈법행위를 목적으로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 각 계좌를 차용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금융거래를 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금융실명법 위반죄의 ‘탈법 목적’에 관한 법리오해, 심리미진 등의 잘못이 없다.
바. 증거인멸교사 부분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이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공소외 3 또는 피고인의 형사사건 등에 관한 증거인 공소외 5 관련 자료를 인멸하려는 고의를 가지고, 공소외 6, 공소외 7과 공모하여 (회사명 3 생략) 직원들에 대한 증거인멸교사가 이루어지도록 하였으며, 이에 대한 공동가공의 의사와 기능적 행위지배가 인정되고, 이러한 피고인의 행위는 방어권의 남용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증거인멸교사의 공동정범의 성립, ‘교사의 고의’와 ‘교사에 대한 공동가공의 의사’, 증거인멸죄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 및 방어권 남용에 관한 법리오해, 이유모순 등의 잘못이 없다.
사. 증거은닉교사 부분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이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공소외 8에게 피고인의 주거지 PC 저장매체와 피고인의 ○○대 교수연구실 PC 본체에 관한 증거은닉을 지시한 사실이 인정되고, 이러한 피고인의 행위는 증거은닉의 공동정범이 아니라 교사에 해당하며, 공소외 8은 피고인의 지시에 따라 증거은닉을 결의한 것일 뿐 공동가공의 의사가 인정될 수 없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증거은닉죄의 ‘기수’와 ‘정범’ 인정, 공동정범 및 교사범의 구별 기준인 ‘기능적 행위지배’, 증거은닉의 ‘실행의 착수’, 공소외 8의 ‘공동가공의 의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대◁대▷▷▷▷▷센터장 명의 인턴십 확인서에 관한 주위적 공소사실인 위조공문서행사, 업무상횡령, (회사명 1 생략) 실물주권 12만 주 장외매수에 관한 미공개중요정보 이용으로 인한 자본시장법 위반 및「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 거짓 변경보고로 인한 자본시장법 위반, (회사명 2 생략) 계좌(계좌번호 생략)를 이용한 금융실명법 위반, 증거위조교사 부분에 대하여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이를 무죄로 판단하거나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위조공문서행사죄의 고의, 업무상횡령죄의 불법영득의사, 미공개중요정보 이용으로 인한 자본시장법 위반죄의 성립, 공동정범의 성립, 금융실명법 위반죄의 ‘탈법 목적’, 교사행위에 관한 법리오해, 판단누락 등의 잘못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유숙(재판장) 조재연 이동원 천대엽(주심) | [1] 헌법 제12조 제1항, 제3항, 형사소송법 제106조, 제218조, 제219조 / [2] 헌법 제12조 제1항, 제3항, 형사소송법 제106조, 제121조, 제129조, 제218조, 제219조 / [3] 형사소송법 제121조, 제129조, 제218조, 제219조 / [4] 형사소송법 제118조, 제215조, 제219조,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제4조 제2항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유한) 지평 담당변호사 김지형 외 3인
【원심판결】
서울북부지법 2021. 10. 28. 선고 2020노2055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북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구역 주택재건축정비사업추진위원회의 추진위원장으로서 2015. 12. 19. 개최된 주민총회 및 창립총회의 속기록을 비롯한 공소사실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 공개대상 서류를 작성된 후 15일 내에 인터넷과 그 밖의 방법을 병행하여 공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원심은 공소사실 별지 범죄일람표 연번 1번, 6번 기재 각 속기록은「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현행 도시정비법’이라 한다) 제124조 제1항 제3호 및 구「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2017. 2. 8. 법률 제14567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도시정비법’이라 하고, ‘현행 도시정비법’과 ‘구 도시정비법’을 ‘도시정비법’으로 통칭한다) 제81조 제1항 제3호에서 정한 ‘의사록’의 관련 자료로서, 연번 7번 기재 자금수지보고서는 현행 도시정비법 제124조 제1항 제9호에서 정한 ‘결산보고서’의 관련 자료로서 공개대상 서류에 해당한다고 보아, 위 연번 1 내지 8번 기재 각 서류 부분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가. 죄형법정주의는 국가형벌권의 자의적인 행사로부터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범죄와 형벌을 법률로 정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한 취지에 비추어 보면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하여야 하고, 명문규정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대법원 1999. 7. 9. 선고 98도1719 판결, 대법원 2009. 12. 10. 선고 2009도3053 판결 등 참조).
구 도시정비법 제86조 제6호 및 제81조 제1항, 현행 도시정비법 제138조 제1항 제7호 및 제124조 제1항은 조합임원 등이 정비사업의 시행에 관하여 조합원, 토지 등 소유자 또는 세입자가 알 수 있도록 15일 이내에 인터넷과 그 밖의 방법을 병행하여 공개하여야 할 서류를 열거하면서, 위와 같이 명시된 서류의 ‘관련 자료’도 함께 공개대상으로 규정하는 한편, 이를 위반한 조합임원 등에 대하여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들의 입법 취지는, 조합이 정비사업을 시행하는 경우 조합임원은 조합을 대표하면서 막대한 사업자금을 운영하는 등 각종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조합임원과 건설사 간 유착으로 인한 비리가 발생할 소지가 크고, 정비사업과 관련된 비리는 그 조합과 조합원의 피해로 직결되어 지역사회와 국가 전체에 미치는 병폐도 크므로,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정비사업의 시행과 관련된 서류와 자료를 공개하도록 하여 정비사업의 투명성·공공성을 확보하고 조합원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다(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5도10976 판결, 대법원 2021. 2. 10. 선고 2019도18700 판결, 헌법재판소 2011. 4. 28. 선고 2009헌바90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그런데 도시정비법은 공개대상이 되는 서류를 각호에서 구체적으로 열거하면서도 ‘관련 자료’의 판단 기준에 관하여는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밖에 공개가 필요한 서류 및 관련 자료는 대통령령에 위임하여 이를 추가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두고 있으므로, 도시정비법 혹은 그 위임에 따른 시행령에 명문의 근거 규정 없이 정비사업의 투명성·공공성 확보 내지 조합원의 알권리 보장 등 규제의 목적만을 앞세워 각호에 명시된 서류의 ‘관련 자료’의 범위를 지나치게 확장하여 인정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가 요구하는 형벌법규 해석원칙에 어긋난다.
나. 먼저 속기록에 관하여 본다.
1) 구 도시정비법 제81조 제1항, 현행 도시정비법 제124조 제1항은 조합임원 등이 정비사업의 시행에 관하여 작성 또는 변경 후 15일 이내에 공개하여야 할 서류를 규정하는 한편, 구 도시정비법 제81조 제2항, 현행 도시정비법 제125조 제1항은 위와 같이 공개하여야 할 서류를 포함하여 총회 또는 중요한 회의가 있은 때에는 속기록·녹음 또는 영상자료를 만들어 청산 시까지 보관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즉, 도시정비법은 신속하게 공개하여야 할 자료와 일정한 경우에 한하여 작성 후 청산 시까지 보관하여야 할 자료를 구분하고, 속기록·녹음 또는 영상자료는 보관대상으로 규정할 뿐 의사록과 같은 공개대상으로 명시하지 않고 있다.
2) 의사록이 진정하게 작성되었는가는 참석자명부와 서면결의서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참석자의 구체적인 발언 내용이 담긴 속기록이 필요하다고 보기 어렵다. 나아가 도시정비법 위반죄의 구성요건인 ‘관련 자료’ 범위를 해석하고 그 위반을 이유로 하는 형사처벌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 그에 관한 법령의 명시적인 위임 근거가 없는 정비사업에 관한 지방자치단체의 조례 및 그 하위 지침에 기속된다고 볼 수도 없다.
3) 결국 구 도시정비법 제81조 제1항 제3호, 현행 도시정비법 제124조 제1항 제3호에서 정한 의사록의 ‘관련 자료’에 속기록이 포함된다고 보는 것은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나 피고인에게 불리한 확장해석에 해당하여 허용될 수 없다.
다. 다음으로 자금수지보고서에 관하여 본다.
1) 원심판결 이유 및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서울특별시 정비사업 조합 등 표준 예산·회계규정」제10조는 정비사업 조합의 기본 재무제표는 자금수지계산서, 재무상태표, 운영계산서 및 이에 대한 주석으로 구성되며, 재무제표 및 부속명세서는 결산보고서로 작성한다고 규정한다.
나) 도시정비법은 자금수지보고서의 개념을 별도로 정의하고 있지는 않고, 피고인이 작성한 자금수지보고서는「서울특별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에 근거하여 설치된 정비사업 종합정보관리시스템인 ‘서울특별시 클린업시스템’ 운영지침에 첨부된 서식에 따른 것인데, 회계연도가 끝난 후 작성되는 결산보고서와 달리 분기별로 작성된다는 차이점이 있기는 하나 대체로 기본 재무제표에 포함되는 자금수지계산서의 항목별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다) 한편 현행 도시정비법 제124조 제1항 제8호에 공개대상으로 명시된 ‘월별 자금의 입금·출금 세부내역’의 서식도 차입금, 분양수입금, 환급금 등의 수입 내역과 사업비, 운영비 등의 지출 내역을 월별로 정리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2) 위와 같은 사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자금수지보고서가 결산보고서의 ‘관련 자료’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를 형사처벌의 근거로 삼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하에서 문언의 가능한 범위를 벗어나 피고인에게 불리한 확장해석에 해당하여 허용될 수 없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도시정비법이 처음부터 공개대상으로 명시한 월별 자금의 입금·출금 세부내역에도 월별 수입·지출 내역, 현금예금 보유내역, 차입금 현황 등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결산보고서가 진정하게 성립되었는지 판단하기 위하여 반드시 자금수지보고서가 필요하다고 보기 어렵다.
나)「서울특별시 정비사업 조합 등 표준 예산·회계규정」에 의하더라도 결산보고서로 재무제표 및 부속명세서를 작성한다고 규정할 뿐, 자금수지보고서가 결산보고서와 불가분적으로 또는 직접적으로 관련된다고 볼 만한 근거를 찾을 수 없다.
다) 속기록 부분에서 본 바와 같이, 도시정비법 각호의 서류에 관한 ‘관련 자료’의 해석이 그 위반을 이유로 하는 형사처벌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 그에 관한 법령의 명시적인 위임 근거가 없는 지방자치단체 조례나 그에 따라 설치된 정비사업 종합정보관리시스템 운영지침에 기속된다고 보기 어렵다.
3. 그럼에도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별지 범죄일람표 연번 1번, 6번 기재 각 속기록 및 연번 7번 기재 자금수지보고서가 도시정비법상 관련 자료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구 도시정비법 제81조 제1항 및 현행 도시정비법 제124조 제1항의 ‘관련 자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따라서 원심판결 중 속기록 및 자금수지보고서에 관한 부분은 파기되어야 하나, 원심은 이 부분과 나머지 유죄 부분이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에 해당한다고 보아 하나의 형을 선고하였으므로, 결국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은 전부 파기될 수밖에 없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유숙(재판장) 조재연 이동원 천대엽(주심) | [1] 헌법 제12조 제1항, 형법 제1조 제1항,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2017. 2. 8. 법률 제14567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81조 제1항(현행 제124조 제1항 참조), 제86조 제6호(현행 제138조 제1항 제7호 참조),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124조 제1항, 제138조 제1항 제7호 / [2] 헌법 제12조 제1항, 형법 제1조 제1항,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2017. 2. 8. 법률 제14567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81조 제1항 제3호(현행 제124조 제1항 제3호 참조), 제2항(현행 제125조 제1항 참조), 제86조 제6호(현행 제138조 제1항 제7호 참조),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124조 제1항 제3호, 제125조 제1항, 제138조 제1항 제7호 / [3] 헌법 제12조 제1항, 형법 제1조 제1항,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2017. 2. 8. 법률 제14567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81조 제1항 제8호(현행 제124조 제1항 제8호, 제9호 참조),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124조 제1항 제8호, 제9호, 제138조 제1항 제7호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김경호 외 1인
【원심판결】
고등군사법원 2021. 10. 21. 선고 2021노178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19. 9. 25. 00:55경 이 사건 아파트 지하 2층 주차장에서 피고인과 약 7개월 전 연인 사이였던 피해자 공소외인과 대화를 하고 싶다는 이유로 피해자의 집에 들어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리하여 피고인은 이 사건 아파트 지하 2층 주차장에서 피해자의 집이 속해 있는 동으로 연결된 출입구의 공동출입문에 피해자와 교제 당시 피해자를 통해 알게 된 비밀번호를 입력하여 위 출입구에 들어가 엘리베이터를 탑승하여 피해자의 집이 있는 층으로 올라갔다. 피고인은 피해자의 집 현관문 앞에 이르러 약 1분간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며 피해자의 집에 출입하려고 시도하다가 피해자가 ‘누구세요?’라고 묻자 도주하여 이 사건 아파트 지하주차장 출구로 나왔다. 이로써 피고인은 이 사건 아파트 공용 부분에 들어가 피해자를 비롯한 피해자와 같은 동에 거주하는 입주자들의 주거에 침입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이 피고인의 항소이유를 배척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가. 공동주택의 공용 부분인 계단, 복도, 엘리베이터는 주거침입죄의 객체인 ‘주거’에 포함된다.
나.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이 사건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피해자의 집에 속한 동으로 연결되는 출입구(이하 ‘이 사건 출입구’라 한다)로 출입하는 것을 추정적으로 승낙하였다거나 이 사건 당일 피고인이 출입하는 것을 알고 현실적으로 승낙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해자의 승낙이 있었음을 전제로 하여 피해자와 같은 동에 거주하는 입주자들의 추정적 승낙에 관한 법리가 제한된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다. 피고인이 피해자의 추정적 승낙이 있었다고 오인하였더라도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없다.
라. 피고인이 이 사건 출입구에 출입한 행위는 피해자를 비롯한 피해자와 같은 동에 거주하는 입주자들의 주거에 침입한 것으로 피고인이 피해자의 집에 실제로 들어가지 않았다 하더라도 기수에 이르렀다고 할 것이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관련 법리
1) 주거침입죄는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보호법익으로 한다. 주거침입죄의 구성요건적 행위인 침입은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과의 관계에서 해석하여야 하므로, 침입이란 거주자가 주거에서 누리는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주거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하고, 침입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출입 당시 객관적·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태양을 기준으로 판단함이 원칙이다. 사실상의 평온을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주거에 들어가는 것이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 것이겠지만, 단순히 주거에 들어가는 행위 자체가 거주자의 의사에 반한다는 거주자의 주관적 사정만으로 바로 침입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21. 9. 9. 선고 2020도12630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침입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위해서는 거주자의 의사에 반한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주거의 형태와 용도·성질, 외부인의 출입에 대한 통제·관리 상태, 출입의 경위와 태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객관적·외형적으로 판단할 때 주거의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경우에 이르러야 한다.
2) 다가구용 단독주택이나 다세대주택·연립주택·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 내부의 엘리베이터, 공용 계단, 복도 등 공용 부분도 그 거주자들의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보호할 필요성이 있어 주거침입죄의 객체인 ‘사람의 주거’에 해당한다(대법원 2009. 9. 10. 선고 2009도4335 판결 등 참조). 거주자가 아닌 외부인이 공동주택의 공용 부분에 출입한 것이 공동주택 거주자들에 대한 주거침입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그 공용 부분이 일반 공중에 출입이 허용된 공간이 아니고 주거로 사용되는 각 가구 또는 세대의 전용 부분에 필수적으로 부속하는 부분으로서 거주자들 또는 관리자에 의하여 외부인의 출입에 대한 통제·관리가 예정되어 있어 거주자들의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보호할 필요성이 있는 부분인지, 공동주택의 거주자들이나 관리자가 평소 외부인이 그곳에 출입하는 것을 통제·관리하였는지 등의 사정과 외부인의 출입 목적 및 경위, 출입의 태양과 출입한 시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주거의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침해하였는지’의 관점에서 객관적·외형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따라서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공동현관에 출입하는 경우에도, 그것이 주거로 사용하는 각 세대의 전용 부분에 필수적으로 부속하는 부분으로 거주자와 관리자에게만 부여된 비밀번호를 출입문에 입력하여야만 출입할 수 있거나,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관리하기 위한 취지의 표시나 경비원이 존재하는 등 외형적으로 외부인의 무단출입을 통제·관리하고 있는 사정이 존재하고, 외부인이 이를 인식하고서도 그 출입에 관한 거주자나 관리자의 승낙이 없음은 물론, 거주자와의 관계 기타 출입의 필요 등에 비추어 보더라도 정당한 이유 없이 비밀번호를 임의로 입력하거나 조작하는 등의 방법으로 거주자나 관리자 모르게 공동현관에 출입한 경우와 같이, 그 출입 목적 및 경위, 출입의 태양과 출입한 시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공동주택 거주자의 사실상 주거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볼 수 있는 경우라면 공동주택 거주자들에 대한 주거침입에 해당할 것이다.
나. 판단
1)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을 알 수 있다.
가) 이 사건 아파트의 지하주차장에서 피해자의 집에 이르기 위해서는 이 사건 출입구에 설치된 공동출입문에 거주자나 관리자에게 부여된 비밀번호를 입력하여 들어간 다음 엘리베이터 등을 이용하여야 한다.
나)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당시 피해자와 약 2개월 정도 교제하면서 알고 있던 위 공동출입문의 비밀번호를 입력하여 피해자의 집이 속한 아파트의 동에 들어갔다. 그런데 피고인은 피해자와 잠시 교제하다가 다투어 헤어진 지 약 7개월이 경과한 데다가 피해자가 피고인과의 만남을 거부하는 상황에서 피해자에게 아무런 사전 연락조차 없이 피해자와 자녀가 잠을 자고 있던 심야 시간에 위와 같은 방법으로 이 사건 출입구를 통하여 피해자의 집이 속해 있는 동으로 들어가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여 피해자의 집 앞에 이르러 약 1분간 피해자의 집 현관문의 비밀번호를 수차례 눌러 피해자의 집 안에 들어가려고 시도하였다. 이에 피해자가 ‘누구세요?’라고 말하자 피고인은 놀라 피해자와 대면도 하지 않은 채 도주하였다. 피해자의 진술에 의하면, 당시 피해자는 ‘피고인이 아무런 연락 없이 불쑥 집으로 찾아온 것에 겁을 먹었고, 만약 현관문이 열렸다면 자녀가 보는 앞에서 성범죄를 당했을 것 같다.’고 진술할 정도로 피고인을 두려워하고 피고인과의 만남을 거부하는 상황이었다.
2)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관련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이 심야 시간에 이 사건 아파트의 출입구와 피해자의 현관문 앞까지 무단으로 출입한 행위는 피해자와 같은 동에 거주하는 입주자들의 사실상 주거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라고 봄이 타당하다. 자세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피고인이 출입한 이 사건 출입구는 피해자가 주거로 이용하는 전용 부분에 필수적으로 부속하는 부분으로, 이 사건 아파트의 관리자나 거주자들이 비밀번호가 설정된 공동출입문의 설치를 통해 출입문 안쪽의 공용 부분에 대해 평소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관리하고 있었다. 피고인은 이 사건 아파트의 거주자가 아니며 과거 피해자와 교제할 때 피해자의 집에 방문하는 차원에서 일시적으로 출입하였을 뿐 이 사건 이전 약 7개월의 장기간 동안 이 사건 아파트에 출입하지 아니하였다.
나) 피고인은 과거 피해자와 사귀면서 그 비밀번호를 알게 된 점을 기화로 피해자에게 방문을 허락받는 등의 절차를 취하지 아니한 채 심야 시간에 공동출입문의 비밀번호를 무단으로 입력하는 방법으로 출입구의 잠금장치를 해제하고 이 사건 아파트 관리자나 거주자들만의 출입이 허용되는 공간인 출입구 내부 및 피해자의 현관문 앞까지 출입하였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피해자의 주거에 몰래 들어간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 피고인이 과거 피해자와 일시 교제한 사이였고, 피해자를 통해 이 사건 출입구의 공동출입문 비밀번호를 알게 되었다는 등 피고인이 주장하는 사유만으로는 피고인의 출입 당시 피고인과 피해자와의 관계 및 이 사건 아파트에 대한 사용현황 등을 고려할 때 피해자나 이 사건 아파트 관리자의 현실적·추정적 승낙이 있었다고 인정하기도 어렵고, 나아가 피고인이 위와 같은 행위를 하게 된 데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거나 그 밖에 위법성이 조각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
3) 원심이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함에 있어서 피고인의 행위가 주거의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인지에 대한 판단 없이 피해자의 현실적·추정적 승낙을 인정할 수 없다는 사정, 즉 피해자의 의사에 반한다는 사정만으로 침입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는 등 그 판결이유에 부족한 부분은 있으나 결론은 정당하고, 달리 원심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주거침입죄의 성립 또는 추정적 승낙이나 그 전제되는 사실의 착오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4.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유숙(재판장) 조재연 이동원 천대엽(주심) | [1] 형법 제319조 제1항 / [2] 형법 제319조 제1항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1 외 4인
【검 사】
홍민유
【변 호 인】
변호사 홍석범 외 9인
【주 문】
피고인들은 각 무죄.
【이 유】
Ⅰ. 공소사실
[배경사실]
어피니티 에퀴티 파트너스 그룹(The Affinity Equity Partners Group)이 몰타공화국 법률에 따라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인 가디언 홀딩스 리미티드(Guardian Holdings Limited), 베어링 프라이빗 에퀴티 아시아(Baring Private Equity Asia GP V. L.P.),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법률에 따라 설립한 특수목적법인인 케이엘아이씨 홀딩스 리미티드(KLIC Holdings Limited), 지아이씨 스페셜 인베스트먼트 프라이빗 리미티드(GIC Special Investment Private Limited), 싱가포르 법률에 따라 설립한 특수목적법인인 엡핀 인베스트먼트 피티이 리미티드(Apfin Investment Pte Ltd), 아이엠엠 프라이빗 에퀴티(IMM Private Equity, Inc), 대한민국 법률에 따라 설립한 특수목적법인인 헤니르 유한회사(Hoenir, Inc)는 컨소시엄(이하 ‘어피니티 컨소시엄’이라 한다)을 구성하여, 2012. 9.경 (주)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한 교보생명보험(주)(이하 ‘대상회사’라 한다)의 주식 4,920,000주(발행주식의 24%, 이하 ‘매입 주식’이라 한다)를 주당 245,000원으로 평가해 합계 1조 2,054억 원(이하 ‘매입 주식의 매입 가격’이라 한다)에 매입하기로 하면서, 2012. 9. 17.경 대상회사의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 회장인 공소외 1과 ‘2015. 9. 30.까지 대상회사의 기업공개(IPO)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공소외 1에게 ① 대상회사 전체의 공정시장가격과 어피니티 컨소시엄의 지분율을 곱하여 계산한 금액[이하 ‘매입 주식의 공정시장가치(Fare Market Value, FMV)’라 한다]과 ② 매입 주식의 매입 가격 중 큰 금액으로 매입 주식의 매수를 청구할 수 있는 취소 불가능한 매수청구권(put option)을 행사할 수 있다.’는 취지의 내용이 포함된 주주간 계약(ShareHolder Agreement, SHA)을 체결하였다.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위 주주간 계약에 따른 기업공개 시한인 2015. 9. 30.까지 대상회사의 기업공개가 이루어지지 않자, 2018. 9. 말경 ‘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투자자와 최대주주는 각 하나의 독립적인 공인회계법인 등을 평가기관으로 선임하고, 매수청구 통지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최대주주와 매수청구 투자자에게 각 평가기관이 평가한 매입 주식의 공정시장가치에 관한 서면 보고서를 제공한다.’는 취지의 주주간 계약 제7.3조에 따라 안진회계법인(이하 ‘안진’이라고만 한다)을 투자자인 어피니티 컨소시엄의 평가기관으로 선임하여 대상회사에 대한 자기자본가치 및 매입 주식의 공정시장가치 평가(이하 ‘이 사건 가치평가’라 한다) 업무를 하게 하고, 2018. 10. 23.~24.경 어피니티 컨소시엄의 각 회사들은 공소외 1에게 위 주주간 계약에 따른 매입 주식의 매수청구를 통지하였다.
[범죄사실]
피고인 1은 미국공인회계사 자격증 소지자로 안진에서 파트너로 근무하는 사람이고, 피고인 2는 공인회계사이자 안진에서 파트너로 근무하는 사람이며, 피고인 3은 안진 소속 공인회계사이고, 피고인 4는 어피니티 에퀴티 파트너스 그룹에서 부대표로 근무하는 사람이며, 피고인 5는 아이엠엠 프라이빗 에퀴티에서 전무로 근무하는 사람이다.
1. 피고인들의 허위보고에 의한 공인회계사법 위반
공인회계사는 직무를 행할 때 허위보고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피고인 1은 2018. 9. 말경 피고인 4로부터 ‘위 주주간 계약에 기해 매수청구권을 행사하려고 하는데, 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30일 이내에 가치평가보고서를 공소외 1에게 제공하여야 한다. 용역비로 1억 2,000만 원과 부대비용을 지급해 주고, 향후 어피니티에서 진행 중인 기업인수·합병 관련 실사, 자문 등의 용역도 할 수 있게 해주겠으니 안진에서 이 사건 가치평가업무를 수행해 달라.’는 취지의 제안을 받고 이를 승낙한 후 피고인 2, 피고인 3에게 전달하여 함께 이 사건 가치평가업무를 수행하기로 하였다.
이에 따라 피고인 1, 피고인 2, 피고인 3은 2018. 10. 22.경부터 같은 해 11. 22.경까지 이 사건 가치평가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매수청구권 행사가 결국 소송으로 갈 가능성이 높은 점을 고려해 가능한 유리한 방법으로 가치평가를 해달라는 피고인 4, 피고인 5 및 공소외 2의 제안에 동의를 하고, 그들과 수차례에 걸쳐 이 사건 가치평가의 보고서(Valuation report)(이하 ‘이 사건 보고서’라 한다)의 초안을 주고받으면서 어피니티 컨소시엄에 유리하게 그들이 최종적으로 결정한 가치평가 방법과 평가인자 및 가격에 따라 이 사건 가치평가를 하기로 공모하였다.
위와 같은 공모에 따라 피고인 4, 피고인 5와 공소외 2는 2018. 11. 22. 오전경 피고인 1, 피고인 2, 피고인 3의 요청에 따라 이 사건 가치평가에 적용할 평가방법, 비교대상기업과 거래의 범위 등 평가인자 및 가격을 결정하여 피고인 3에게 전달하고, 피고인 3은 위와 같은 결정 내용을 피고인 1, 피고인 2와 공유를 한 다음, 같은 날 오후경 어피니티 컨소시엄이 그들에게 유리하도록 높게 평가된 가격으로 매입 주식에 대한 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데 사용하도록 할 목적으로, 사실은 피고인 4, 피고인 5와 공소외 2가 위와 같이 결정한 내용에 따라 ‘대상회사의 자기자본 전체의 공정시장가치(FMV)가 8조 4,032억 400만 원(1주당 409,912원으로, 어피니티 컨소시엄 매입 주식의 공정시장가치를 환산하면 2조 167억 6,704만 원이 됨)으로 평가되었다.’는 내용의 이 사건 보고서를 작성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본건 보고서의 모두에 “안진은 Guardian Holdings Limited, KLIC Holdings Limited, Apfin Investment Pte Ltd, Hoenir Inc(이하 ‘귀사’라 한다)와 체결한 용역계약에 따라 귀사가 2012. 9. 17. 체결한 ShareHolder Agreement의 section 7.3.에 따른 대상회사의 전체 자기자본가치 추정을 위한 약식 가치평가보고서를 동봉하여 제출하는 바입니다. ...(중략)... 당 법인은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귀사로부터 제공받은 제반 자료, 공인된 기관을 통해 입수한 제반 자료 및 대상회사가 Data room을 통해 제시한 자료를 전문가적인 판단을 기반으로 본 가치평가업무를 수행하였습니다.”라고 기재하고, 구체적인 평가 내용에 마치 위와 같이 평가된 매입 주식의 1주당 가격인 409,912원이 공인회계사로서 독립적인 지위에서 전문가적인 판단에 따라 평가방법, 비교대상기업과 거래의 범위 등 평가인자를 선택하여 공정하게 가치평가업무를 수행한 결과인 것처럼 기재하는 방법으로 허위의 본건 보고서를 작성한 후 같은 날 17:35경 본건 보고서를 어피니티 컨소시엄의 각 회사들에 송부하고, 어피니티 컨소시엄의 각 회사들은 본건 보고서를, 같은 날 18:15경 공소외 1에게 매수청구권 행사 가격 제시용으로 전달하고 2019. 3. 20.경 국제상업회의소(International Chamber of Commerce, ICC)에 공소외 1을 상대로 중재신청을 하면서 그 첨부 문서로 제출하였다.
이로써 피고인들은 공소외 2와 공모하여 공인회계사의 직무인 이 사건 가치평가를 행할 때 고의로 허위보고를 하였다.
2. 피고인 1, 피고인 2, 피고인 3의 부정청탁 관련 공인회계사법 위반
공인회계사는 직무를 행할 때 부정한 청탁을 받고 금품이나 이익을 수수·요구 또는 약속하거나 위촉인이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부당한 금전상의 이득을 얻도록 가담하거나 상담하여서는 아니 된다.
피고인 1, 피고인 2, 피고인 3은 전항과 같이 이 사건 가치평가를 함에 있어서, 피고인 4, 피고인 5, 공소외 2로부터 어피니티 컨소시엄이 매수청구권을 행사함에 있어 유리하도록 그들이 결정하는 평가방법과 평가인자 및 가격에 따라 이 사건 가치평가를 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이를 승낙한 후, 전항과 같이 어피니티 컨소시엄이 그들에게 유리하도록 높게 평가된 가격으로 매입 주식에 대한 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데 사용하도록 허위의 본건 보고서를 작성해 준 다음, 2019. 12. 3. 가디언 홀딩스 리미티드, 2020. 7. 16. 케이엘아이씨 홀딩스 리미티드, 2020. 7. 3. 엡핀 인베스트먼트 피티이로부터, 2020. 4. 6. 헤니르 유한회사로부터 각 31,675,000원을 안진 계좌로 각 송금받아 합계 1억 2,670만 원을 용역비 명목으로 교부받고, 한편 2018. 12. 10.경 어피니티 컨소시엄으로부터 안진 소속 공인회계사들의 본건 보고서 발행과 관련된 민형사상 등의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그 법률비용을 지급받기로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공인회계사의 직무인 이 사건 가치평가를 행할 때 위촉인인 어피니티 컨소시엄을 관리하는 피고인 4 등으로부터 부정한 청탁을 받고 금품을 수수하고, 법률비용에 해당하는 이익을 약속하고, 어피니티 컨소시엄이 부정한 방법으로 부당한 금전상의 이득을 얻도록 가담하였다.
Ⅱ. 판단
1. 인정 사실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가. 이 사건 보고서의 작성 과정
1) 안진의 업무제안
안진은 2018. 9. 27. 가디언 홀딩스 리미티드, 케이엘아이씨 홀딩스 리미티드, 엡핀 인베스트먼트 피티이 리미티드, 헤니르 유한회사(이하 통틀어 ‘어피니티’라고만 한다)에 이 사건 보고서 작성업무와 관련하여 시장기준 평가접근법(GPC, GTC)과 이익기준 평가접근법 중 현금흐름할인법과 자산기준 평가접근법을 활용하여 대상회사의 가치를 산출할 예정이라는 제안서를 송부하였다. 삼일회계법인과 서현회계법인도 2018. 10.경 어피니티에 업무제안서를 송부하였으나, 어피니티는 2018. 10. 하순경 안진에 이 사건 보고서 작성업무를 의뢰하였다.
2) 2018. 10. 22.경 킥오프미팅관련 이메일 교환
① 어피니티 에쿼티 파트너스의 부대표인 피고인 4는 같은 날 09:09경 안진의 파트너이자 공인회계사인 피고인 2에게 내일이나 모레 풋옵션을 행사 할 것인데 그로부터 30일 이내에 보고서가 나와야 하니, 대상회사에서 자료를 주지 않는다고 감안하고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자료는 요청하면 바로 제공하겠다는 이메일을 전송하였다.
② 안진의 파트너이자 미국공인회계사인 피고인 1은 같은 날 09:41경 피고인 4(참조 피고인 2)에게 ‘일단 자료 등 오는 것은 보고 (안 오겠지만) 저희끼리 조만간 모여서 방향성 등 만나서 얘기하심이 어떨지요?’라는 이메일을 전송하였다.
③ 아이엠엠 프라이빗 에쿼티 파트너스의 전무인 피고인 5는 2018. 10. 22. 12:56경 피고인 1(참조 나머지 피고인들)에게 1. Embedded Value(이하 ‘EV’라고만 한다), 2. PBR, 3.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법’이라 한다), 4. 증권의 발행과 공시 등에 관한 규정(이하 ‘증발공’이라 한다)에 따른 평가방법에 따라 결과의 편차가 다양할 것으로 보이고, 소송으로 갈 가능성이 높은 점을 고려해 불리할 수 있는 방법론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며, 1~4번 방법론 중 하나 또는 유리한 몇 개를 취사선택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면서 어떠한 평가방법을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의견을 정리해서 킥오프미팅 또는 그 이전에 공유를 부탁한다는 취지의 이메일을 전송하였다.
④ 피고인 4는 같은 날 13:58경 피고인 1, 피고인 5에게(참조 피고인 2, 베어링 프라이빗 에쿼티 아시아에서 상무로 근무하는 공소외 2 등) P/E 및 Precedent Transaction도 필요하다는 이메일을 전송하였다.
⑤ 피고인 5는 같은 날 14:06경 피고인 4, 피고인 1(참조 피고인 2, 공소외 2 등)에게 ‘네 맞습니다. 가능하고 유리한 모든 방법에 대한 의견으로 정리하시죠.’라는 이메일을 전송하였다.
3) 대상회사에 이 사건 보고서 작성을 위한 자료요청
피고인 2는 2018. 10. 22. 08:52경 피고인 4(참조 피고인 1)에게 ‘요청자료 송부의 건’이라는 제목으로 참고하라면서 요청자료리스트[첫머리에 ‘모든 자료는 별도의 언급이 없는 한 2015년부터 2018. 6. 말 기준입니다. softcopy(PDF스캔본이 아닌, 편집 가능한 엑셀/ppt파일 형태)로 제공 부탁드립니다.’라고 기재되어 있다]를 전송하였고, 이에 피고인 4는 2018. 10. 24. 10:24경 피고인 1(참조 피고인 5, 피고인 2 등)에게 추가적으로 과거 5개년 일회성 수익/비용 상세 내역, 향후 5개년 주요재무지표 예상치 등 7개 자료를 위 요청자료리스트에 포함하여 보낼 것을 요청하였다. 피고인 2는 같은 날 13:40경 피고인 4 등에게 수정된 요청자료리스트(첫머리에 ‘모든 자료는 별도의 언급이 없는 한 2015년부터 2018. 6. 말 기준입니다.’라고 기재되어 있다. 요청자료는 51개이고, 그중 2018. 9.까지의 자료를 요청한 것은 4개이다)를 보냈다. 가디언 홀딩스 리미티드의 대표인 공소외 3은 2018. 10. 25. 13:43경 대상회사의 최대주주이자 주주간 계약의 당사자인 공소외 1에게 위 요청자료리스트를 전송하였다.
4) 2018. 10. 29. 킥오프미팅
피고인 2 등은 2018. 10. 29. 14:00경 어피니티 측과 킥오프미팅을 하면서 EV 평가방법, 상증법상 평가방법은 대상회사에서 자료를 제공하지 않으면 사용하기 어렵고, 상증법상 평가방법의 경우 장부가액과 공시자료를 근거로 평가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으나 공식적인 보고서로 사용하기는 어려우며, PBR, PER을 가격배수(mutiple)로 하여 GPC, GTC 평가방법을 적용하며, 현금흐름할인법을 적용하여 추정할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을 하였다(1차 디스커션 메모).
5) 2018. 11. 2. 컨퍼런스 콜(conference call, 전화회의)
안진은 2018. 11. 2.경 전화회의에서 어피니티 측에 GPC, GTC 평가방법과 관련하여 보편적인 가격배수인 PBR, PER 이외에 보험업과 관련된 NBM(New Business Margin, 수입보험료 현재가치에 대한 신계약가치의 비율) = NBV(New Business Value, 신계약가치)/APE(Annul Premium Equivalent, 특정기간 신계약 연환산 통상보험료에 초회 보험료의 10%를 합산한 금액), 보유계약자산잔액(Sum Assured, 보험회사가 보험사고가 발생할 경우 지급해야 하는 금액의 합계)을 설명하였으며, 비교대상회사로 삼성생명, 한화생명, 오렌지라이프생명, 동양생명, 미래에셋생명을, 비교대상거래로 교보생명, 한화생명, 오렌지라이프생명을 분석하는 중이라고 언급하였다(2차 디스커션 메모).
6) 2018. 11. 14. 보고서 1차 초안 전달과 전화회의
피고인 3은 2018. 11. 14. 18:13경 나머지 피고인들 및 공소외 2에게 이 사건 가치평가보고서 1차 초안을 전송하였고, 안진과 어피니티 측은 같은 날 18:30경 전화회의를 진행하였다.
7) 2018. 11. 14. 및 11. 15. 안진의 대상회사 데이터룸 방문
안진은 2018. 11. 14. 및 같은 달 15일경 대상회사의 데이터룸에 방문하였으나 대상회사는 직전 연도 또는 최근의 EV 평가보고서(내재가치평가보고서)를 제공하지 아니하고, 요청한 2015~2017년 말 기준 및 2018. 6. 말 총계정원장 및 명세서 중 2018년 자료만을 하드카피 형태로 제공을 하였고, 상증법 및 증발공상 평가방법에 필요한 자료는 자료가 없다거나 기타의 이유로 제공하지 아니하였다(공소외 1의 의뢰를 받아 이 사건 보고서를 검토한 공인회계사 공소외 4는 이 법정에서 하드카피로 열람만 해서 이 사건 가치평가에 반영하기에는 양이 많아 보인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증인 공소외 4 녹취록 46쪽).
8) 2018. 11. 16. 보고서 2차 초안 전달
피고인 2는 공소외 2에게 7)항과 같이 자료수집에 제한이 있으므로 상증법 및 증발공상 평가방법은 제외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전화로 설명하였다. 피고인 3은 2018. 11. 16. 09:14경 나머지 피고인 등에게 보고서 2차 초안을 이메일로 전송하였다.
9) 2018. 11. 16. 공소외 2의 보고서 형식에 대한 제안
공소외 2는 2018. 11. 16. 20:19경 피고인들에게 1) 보고서 작성 목적(주주간 계약 7.3조에 따라 대상회사 100% 지분에 대한 가치를 평가) 표기, 2) 대상회사 주식 1주당 가치 외에 100% 지분에 대한 가치도 금액으로 표기, 3) 보고서 2차 초안의 2, 3페이지의 qualification: 풋옵션 행사 목적으로 풋옵션 상대방 및 제3의 평가기관이나 중재판정부에 제출되는 것은 예외로 추가 혹은 언급, 4) 증발공 및 상증법상 평가방법의 경우 본건에 직접 적용되는 평가방법이 아니라는 challenge가 제기될 수 있으므로 보충적/참고적으로만 제시된다는 설명이 보완되면 좋을 것 같다는 취지의 이메일을 전송하였다.
10) 2018. 11. 19. 보고서 3차 초안 전달(1주당 추정가치 389,244원→392,006원)과 전화회의
피고인 3은 2018. 11. 19. 16:20경 공소외 2 및 나머지 피고인들에게 9)항의 제안사항이 반영된 보고서 3차 초안을 전송하였고, 어피니티 측은 같은 날 이루어진 전화회의에서 안진에 대하여 GTC에서 비교대상회사를 추가하는 제안을 하고 가격배수(mutiple)에서 Normalized PER과 PER을 동시에 사용하는 것이 타당한지 및 PBR에서 분자인 시가총액은 보통주를 기준으로 산정하므로 분모인 순자산(NAV, Net Asset Value)의 경우에도 보통주와 무관한 항목(신종자본증권, 비지배지분, 우선주)은 제외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의를 하였다.
11) 2018. 11. 20. 보고서 3차 초안 수정(1주당 추정가치 392,006원→407,498원)
피고인 3은 2018. 11. 20. 15:51경 피고인 5, 피고인 4, 공소외 2 등에게 전화회의 결과를 반영하여 3차 초안에서 변경된 상대가치평가결과(GPC, GTC, 이하 ‘변경된 사항’이라 한다)를 전달하면서, GPC 비교대상회사에서 대상회사 대비 규모가 작은 미래에셋생명과 동양생명(이하 ‘GPC 기타회사’라 한다)을 제외(multiple에서는 PER을 제외)하면서 GTC 비교대상회사에서 현대life와 동양생명(이하 ‘GTC 기타회사’라 한다)을 추가하였는데 보고서 전체의 논리적 일치성을 위하여 GTC 비교대상회사에서도 GTC 기타회사를 제외하는 것이 좋아 보이니 의견을 달라는 이메일을 전송하였다.
12) 변경된 사항에 대한 공소외 2의 질의
공소외 2는 2018. 11. 20. 19:37경 피고인 3 등에게 GPC 비교대상회사에서 GPC 기타회사를 포함시키고, GTC 비교대상거래에서 GTC 기타회사사례를 포함시킬 경우의 주가 등을 묻는 내용의 이메일을 전송하였고, 피고인 3은 같은 날 15:51경 공소외 2와 나머지 피고인들에게 위 질의에 따른 결과값(1주당 자본가치 377,464원)을 전송하였다.
13) 변경된 사항에 대한 피고인 5의 질의
① 피고인 5는 2018. 11. 21. 13:00경 피고인 3(참조 공소외 2, 피고인 2, 피고인 4, 피고인 1 등)에게 GPC 비교대상회사에서 GPC 기타회사를 제외하고, GTC 비교대상거래에서 GTC 기타회사사례를 제외한 경우의 평가결과와 증발공상 평가방법의 경우 미래현금흐름을 수정할 경우 수정결과를 물어보는 취지의 이메일을 전송하였다.
② 피고인 3은 같은 날 16:01경 피고인 5(참조 공소외 2, 피고인 2, 피고인 4, 피고인 1 등)에게 요청한 방식에 따라 산정된 결과값(1주당 추정가치 404,356원/증발공상 평가방법 수정결과 418,733원)을 이메일로 전송하였고, 피고인 5는 같은 날 16:18경 피고인 3에게 원래 사용하기로 한 Normalized PER도 없어 직접 만들기 어려우니 아래 형식에 최종 1주당 가격을 기재하여 보내 주면 FI 내부적으로 논의하여 결정하겠다는 이메일을 전송하였다.
비고기타회사 포함기타회사 제외GPCPBR???Normalized PER???보유계약잔액??GTCPBR???Normalized PER???보유계약잔액??증발공??상증공??최종단가(증발공, 상증법 미포함)??최종단가(증발공만 포함)??최종단가(증발공, 상증법 포함)??
③ 피고인 3은 같은 날 18:05경 피고인 5(참조 공소외 2, 피고인 2, 피고인 4, 피고인 1 등)에게 요청에 따라 정리한 표(GTC의 경우 mutiple이 ‘Normalized PER’가 아닌 ‘PER’로 되어 있다)를 이메일로 전송하였다.
④ 피고인 5는 같은 날 18:06경 피고인 3(참조 공소외 2, 피고인 2, 피고인 4, 피고인 1 등)에게 GTC의 경우 Normalized PER를 multiple로 사용하지 않았는지 확인을 구하는 이메일을 전송하였다.
⑤ 피고인 3은 같은 날 18:24경 피고인 5(참조 공소외 2, 피고인 2, 피고인 4, 피고인 1 등)에게 GTC의 경우 비교대상거래에서 조정(Normalized)한 부분이 없기 때문에 ‘PER’을 사용하였다는 취지의 이메일을 송부하였다.
⑥ 피고인 5는 같은 날 22:48경 피고인 3(참조 공소외 2, 피고인 2, 피고인 4, 피고인 1 등)에게 ‘GPC PBR 기타회사 포함’, ‘GPC Normalized PER 기타회사 포함’, ‘GTC PBR 기타회사 제외’, ‘GTC PER 기타회사 제외’ 항목의 경우 첨부된 표와 181120(첨부 엑셀, PDF보고서)의 금액이 상이한 이유에 대하여 설명을 구한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송부하였다.
⑦ 피고인 3은 2018. 11. 22. 10:04경 피고인 5(참조 공소외 2, 피고인 2, 피고인 4, 피고인 1 등)에게 본문 표와 첨부된 엑셀 표의 차이는 대상회사와 대용기업의 순자산(NAV)과 순이익(NI, Net Income, 지배주주 귀속 순이익)에 비지배지분과 신종자본증권을 포함하느냐 포함시키지 않느냐의 차이라고 회신하였다.
14) 2018. 11. 22. GTC 비교대상거래 중 2015년 이전 사례를 제외하기로 협의
피고인 3은 2018. 11. 22. 오전경 피고인 5로부터 GTC의 비교대상거래 중 2015년 이전 사례는 제외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제시받고 피고인 2와 논의를 거쳐 GTC의 비교대상거래는 2017년 이후 사례만을 반영하기로 결정하였다.
15) 2018. 11. 22. 안진의 확인메일
피고인 3은 2018. 11. 22. 10:43경 피고인 5에게 GTC 기타회사를 제외하고 17년 이후 GTC 사례만을 반영하여 산정한 결과값을 추가한 다음과 같은 표를 다시 전송하면서, ‘상위 결과값에 대해서 confirm 주시면 보고서 작업 진행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최종단가에 증발공과 상증법을 통한 평가가액 포함 여부에 대해서도 말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는 이메일(이하 ‘confirm 이메일’이라 한다)을 전송하였다.
비고(단위, 원)기타회사 포함기타회사 제외기타회사 제외 + 17년 이후 GTC사례 반영GPCPBR309,248362,679362,679?Normalized PER504,174507,564507,564?보유계약잔액365,704489,090489,090GTCPBR450,277370,006366,495 주22)?PER302,456313,952325,735?보유계약잔액332,925382,843407,912증발공418,733418,733418,733상증공389,881389,881389,881최종단가(증발공, 상증법 미포함)377,464404,356409,912최종단가(증발공만 포함)383,359406,410411,172최종단가(증발공, 상증법 포함)384,175404,343408,511
16) 2018. 11. 22. 이 사건 최종보고서 전달
피고인 4는 2018. 11. 22. 13:34경 피고인 5, 피고인 3에게 ‘저희 리포트는 언제쯤 받게 되나요? 제가 드린 메일에 있는 이메일주소로 보내주시면 됩니다.’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전송하였고, 피고인 3은 같은 날 16:47경 공소외 2 및 피고인 4, 피고인 5 등에게 보고서상 결과값은 1주당 409,912원으로 변동이 없고, 참고목적으로 수행한 상증법상 평가가액이 예규해석 반영으로 하락할 예정이며, 빠른 시일 내에 최종보고서를 송부하겠다는 취지의 이메일을 송부하였다. 공소외 3은 2018. 11. 22. 18:15경 공소외 1에게 이 사건 보고서를 송부하였다.
나. 이 사건 보고서의 내용
1) 2018. 11. 14. 자 1차 초안
1차 초안은 상대가치 평가접근법(GPC, GTC), 증발공상 평가방법, 상증법상 평가방법 순으로 대상회사의 주가를 검토하였는데, GPC 평가방법의 경우 GPC 비교대상회사로 삼성생명, 한화생명, 오렌지라이프생명, GPC 기타회사를 선정하고 위 회사의 2018. 6. 30. 종가 또는 직전 1년 주가 평균을 기준으로 가격배수를 산정하였고(1주당 상대가치 271,465~504,928원), GTC 평가방법의 경우 비교대상거래를 교보생명 2017년 사례, 오렌지라이프생명 2012, 2013, 2018년 사례, 한화생명 2015, 2017년 사례를 기준으로 가격배수를 산정하였으며(1주당 상대가치 321,527~401,289원), 증발공상 평가방법(1주당 본질가치 353,176~429,243원)은 대상회사로부터 필요한 자료를 제공받지 못하여 공시된 감사보고서 및 사업보고서 등을 바탕으로 평가를 수행하였으며, 상증법상 평가방법(1주당 가치 377,682~401,170원)과 관련하여서도 대상회사가 제시한 2017년도 결산서 외 별도의 자료가 주어지지 아니하여 평가과정상 추정치로 주가가치를 평가하였다고 명기하였다.
또한 GPC의 경우 가격배수로 PBR, PER, Normalized PER, 보유계약자산잔액을 적용하고, GTC의 경우 PBR, PER, 보유계약자산잔액을 적용하였다(가격배수로서 보험업계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NBV, APE, NBM의 경우 대상회사의 자료부족으로 이를 산정하기 어려우므로 참고지표로 기재한다고 명시하였다).
2) 2018. 11. 16. 자 2차 초안
2차 초안에서는 GPC 평가방법에서 비교대상회사의 2018. 6. 30. 직전 1년 평균주가를 기준으로 가격배수를 산정하고, 어피티니 측의 요청에 따라 평가결과를 범위가 아닌 단일값으로 제시하는 것으로 변경되었으며, 1주당 추정가치(위 각 평가결과값의 단순평균)는 389,244원으로 산정하였다.
3) 2018. 11. 19. 자 3차 초안
증발공, 상증법상 평가방법은 보충적 또는 참고목적으로만 수행하고 추정가치 산정에 반영하지 아니하였고, 이에 따라 1주당 추정가치도 389,244원에서 392,006원으로 변경되었다.
4) 3차 초안에 대한 수정(보고서 형식이 아니라 수정된 부분만 작성하여 전달)
상대가치 평가접근법과 관련하여 GPC 평가방법의 비교대상회사에서 GPC 기타회사를 제외하였고(가격배수에서 PER을 제외), GTC 평가방법의 비교대상거래에서 GTC 기타회사의 사례를 추가하였고, PBR과 관련하여 순자산(NAV)을 자본에서 신종자본증권 및 비지배지분을 공제하여 산정하는 것으로 변경하고, 이에 따라 1주당 추정가치도 392,006원에서 407,498원으로 변경되었다.
5) 2018. 11. 22. 자 최종보고서
① 형식
이 사건 보고서의 첫장에는, 이 사건 보고서는 안진이 어피니티와 체결한 용역계약에 따라 주주간 계약 7.3조에 따른 대상회사의 전체 자기자본가치 추정을 위한 약식 가치평가보고서라고 기재되어 있다.
② 평가방법
3차 초안과 같이 상대가치 평가접근법(GPC, GTC)만을 사용하고, 증발공 및 상증법상 평가방법을 참고목적으로만 수행하고 추정가치 산정에 반영하지 아니하였다.
③ 가격배수(multiple)
GPC 평가방법의 경우 삼성생명, 한화생명, 오렌지라이프생명(GPC 기타회사 제외)의 2018. 6. 30. 직전 1년 주가 평균을 기준으로 가격배수를 산정하였고, GTC 평가방법의 경우 비교대상거래를 교보생명 2017년 사례, 오렌지라이프생명 2018년 사례, 한화생명 2017년 사례(GTC 기타회사 제외 + 2017년 이후 사례)만을 기준으로 가격배수를 산정하였다.
GPC에서는 PBR, Normalized PER, 보유계약자산잔액을 사용하였고, GTC에서는 PBR, PER, 보유계약자산잔액을 사용하였다.
④ 1주당 추정가치
1차 초안에서는 단일값이 아닌 범위로 특정하였고, 2차 초안에서는 389,244원, 3차 초안에서는 392,006원, 2018. 11. 19. 자 전화회의 후 변경된 사항에서는 407,498원이었다가, 이 사건 최종보고서에서는 409,912원으로 평가되었다.
2. 허위보고에 의한 공인회계사법 위반죄 성립 여부에 관한 판단
가. 이 사건 가치평가가 공인회계사법 제2조의 직무에 해당하는지 여부
1) 피고인들 및 변호인들의 주장
이 사건 가치평가업무는 기업의 공개된 재무정보를 추가로 검증하거나 가공하지 않고 회계서류를 단순히 이용하는 것으로 전문적 회계지식과 경험에 기초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공인회계사법 제2조에서 정한 공인회계사의 직무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사건 보고서에 사실과 다른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공인회계사법상 직무를 행할 때 고의로 허위보고를 하는 경우에 인정되는 공인회계사법 위반죄가 성립할 수 없다.
2) 판단
공인회계사법 제2조는 공인회계사가 타인의 위촉에 의하여 행하는 직무의 범위를 ‘회계에 관한 감사·감정·증명·계산·정리·입안 또는 법인설립 등에 관한 회계’(제1호), ‘세무대리’(제2호), ‘제1호 및 제2호에 부대되는 업무’(제3호)로 제한적으로 열거하고 있다. 공인회계사법의 입법 취지와 목적, 회계정보의 정확성과 적정성을 담보하기 위하여 공인회계사의 직무범위를 정하고 있는 위 규정의 취지와 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 위 규정이 정한 ‘회계에 관한 감정’이란 기업이 작성한 재무상태표, 손익계산서 등 회계서류에 대한 전문적 회계지식과 경험에 기초한 분석과 판단을 보고하는 업무를 의미하고, 여기에는 기업의 경제활동을 측정하여 기록한 회계서류가 회계처리기준에 따라 정확하고 적정하게 작성되었는지 여부에 대한 판정뿐만 아니라 자산의 장부가액이 신뢰할 수 있는 자료에 근거한 것인지 여부에 대한 의견제시 등도 포함된다(대법원 2015. 11. 27. 선고 2014도191 판결).
공인회계사 내지 회계법인이 수행하는 가치평가서비스는 사업, 사업의 지분, 유가증권 등 가치추정대상에 대하여 가치추정접근법(이익기준 평가접근법, 자산기준 평가접근법, 시장기준 평가접근법 등)을 적용하여 전문가로서의 판단을 수행하여 가치를 추정하는 것을 말하며, 전문가로서의 판단은 가치추정의 본질적인 구성요소이다.
가치평가서비스, 즉 가치추정업무(estimation of value)는 가치산정업무(calculation of value) 또는 가치평가업무(conclusion of value)의 형태로 수행될 수 있는데, 가치산정업무란 평가자와 의뢰인이, 평가자가 적용할 가치산정접근법과 수행할 절차의 범위에 대하여 상호 합의를 하고 합의한 내용을 준수하여 가치를 산정하는 것이고, 가치평가업무는 평가자가 가치평가서비스 수행기준에 제시된 가치평가절차를 수행하며 상황에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가치평가접근법을 자유롭게 적용하여 가치를 추정하는 것을 말한다. 가치추정업무는 가치의 추정에 이르지 않는 기계적인 계산업무와 구별된다.
이 사건 보고서는 형식상 가치평가보고서에 해당하고, 비상장주식의 가치평가는 대상회사 내지 유사상장회사의 재무제표 등 회계서류에 대한 전문적 회계지식과 경험에 기초한 분석과 판단에 대한 보고가 포함되는 업무로 회계의 감정이 수반된다. 따라서 이 사건 가치평가업무는 공인회계사법 제2조의 직무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 이에 반하는 피고인들 및 변호인들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나. 허위보고의 의미
1) 피고인들 및 변호인들의 주장
공인회계사법상 허위보고의 대상은 평가내용이나 평가결과에 한정되는 것인데, 전문가적 판단은 업무수행의 추상적인 태도에 불과한 것으로 허위보고의 대상이 아니다.
2) 판단
공인회계사법상 직무를 행할 때 고의로 허위보고를 한다는 의미는 행위자인 공인회계사가 회계에 관한 감사·감정·증명·계산 등의 직무를 수행할 때 사실에 관한 인식이나 판단의 결과를 표현함에 있어 자신의 인식판단이 보고서에 기재된 내용과 불일치하는 것임을 알고서도 내용이 진실 아닌 기재를 한 것을 말한다(대법원 2012. 5. 24. 선고 2010도2797 판결 참조).
평가자와 의뢰인이 가치산정접근법과 수행할 절차에 대하여 합의하고 이에 따라 가치추정을 하는 가치산정업무는 평가자가 자신이 적절하다고 판단하는 가치평가접근법에 따라 가치추정을 하는 가치평가업무와 구별되며, 한국공인회계사회 가치평가서비스 수행기준도 가치평가보고서는 가치산정의 결과를 보고하는 데 이용되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안진이 가치평가가 아닌 가치산정 내지 가치의 추정에 이르지 아니한 기계적인 계산업무만을 수행하였음에도 가치평가보고서를 작성하였다면, 이는 보고서에 기재된 내용과 불일치하는 것임을 알면서도 허위의 기재를 한 것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에 반하는 피고인들 및 변호인들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다. 이 사건 평가보고서가 고의의 허위보고인지 여부
피고인 5가 2018. 11. 21.경 피고인 3에게 1주당 추정가치를 보내주면 투자자들(FI)이 내부적으로 결정하겠다는 이메일을 전송하고, 피고인 3이 2018. 11. 22.경 피고인 5에게 1주당 추정가치를 9가지 경우의 수로 나누어 정리한 표를 보내면서 confirm해주면 최종보고서 작업을 진행하겠다는 이메일을 전송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위 인정 사실이나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피고인 2, 피고인 3을 비롯한 안진의 공인회계사들이 가치평가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전문가적인 판단을 하지 아니하고 의뢰인인 피고인 5, 피고인 4 및 공소외 2가 이 사건 가치평가에 적용할 평가방법, 비교대상기업과 거래의 범위 등 평가인자 및 가격을 결정하여 이 사건 보고서를 작성하게 한 것이라고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① 한국공인회계사회의 가치평가서비스 수행기준은, ‘평가자는 수행할 업무에 대하여 의뢰인과 상호 이해하여야 하며, 이러한 이해는 서면 형태가 바람직하다. 또한 평가자는 업무를 수행하는 동안 이러한 이해 내용을 수정하는 것이 적절한 경우 이를 수정하여야 한다. 이와 같은 이해는 평가자와 의뢰인이 각자 상대방에게 요구하는 내용과 기대에 대한 오해의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고 하여 평가자와 의뢰인의 상호 이해를 권장하고 있다. 증인 공소외 4도 공인회계사가 가치평가업무 수행 과정에서 의뢰인과 평가진행 상황 및 중간결과에 대한 논의하는 것이 일반적이라 진술하였다(증인 공소외 4 녹취서 41쪽).
② 피고인 5는 가치평가접근법을 제시하면서 어떤 평가방법을 사용할 것인지 킥오프미팅 전에 의견을 정리해서 공유해 달라고 하였는데, 피고인 5가 제시한 가치평가접근법은 EV 평가방법을 제외하고는 안진의 2018. 9. 27. 자 업무제안서에서도 이미 언급된 내용이다.
이후 안진은 2018. 10. 29. 어피니티 측에 EV 평가방법, 상증법상 평가방법의 경우에는 필요한 자료가 오지 않을 경우 평가방법으로 활용하기 어렵다고 설명을 하고, 2018. 11. 2. PBR, PER, Normalized PER, NBM, 보유계약자산잔액을 가격배수(mutiple)로 사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하고, 분석 중인 비교대상회사 및 거래에 대하여 알려주었는데, 이 사건 보고서에 기재된 비교대상회사 및 거래는 모두 위 설명과정에서 언급된 것이다.
피고인 4는 보유계약자산잔액의 경우 일반적인 가격배수가 아니므로 제외하는 것이 어떠냐는 질의를 하였으나, 이 사건 보고서는 결국 NBM도 사용할 수 없으니 생명보험회사의 특성을 반영할 수 있는 보유계약자산잔액을 가격배수로 사용해야 한다는 안진의 의견대로 작성되었다(피고인 4 녹취서 13쪽).
③ 이 사건 가치평가에서 어피니티 측이 제시한 가치평가접근법 중 상대가치접근법(GTC, GPC), 가격배수 중 PBR, PER만이 사용되었는데, 안진이 사용하지 아니한 EV 평가결과는 429,546원, 증발공상 평가결과는 418,733원인데 반하여, GTC 평가결과의 경우 366,714원으로, EV 평가방법과 증발공상 평가방법을 사용하고, GTC 평가방법을 제외하면 더 높은 결과값을 얻을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안진은 가능한 범위 내에서 다양한 가치평가접근방법을 적용한 것으로 보이고, 어피니티 측에 유리한 가치평가접근방법만을 적용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④ 안진은 2018. 11. 19. 자 전화회의를 통하여 GPC에서 GPC 기타회사를 제외하기로 결정하고, 2018. 11. 20.경 논리 일치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GTC에서도 GTC 기타회사는 제외되는 것이 좋을 것으로 판단되니 의견을 달라는 이메일을 전송하였는데, 이후 공소외 2, 피고인 5는 이와 관련하여 상반된 질의를 한 점, 안진은 상증법 및 증발공상 평가방법의 경우 대상회사로부터 자료를 수집하지 못하여 참고로만 사용하기로 의견을 공유하고 이에 따라 3차 초안을 전송하였으나, 피고인 5는 이에 대하여도 다른 질의를 하였고, 이 사건 보고서의 마감일이 하루밖에 남지 않은 상태에서 투자자들의 입장을 정리할 필요성도 있었던 상황이었던 점, 이후 투자자들 사이에 가치평가방법에 대한 추가 논의는 없었던 점, 이 사건 보고서는 최종적으로 안진의 판단대로 GTC 비교대상회사에서 GTC 기타회사를 제외하는 것으로 작성된 점 등의 사정을 고려하면, 투자자들이 내부적으로 결정하겠다는 말의 의미는 안진이 결과값을 정리해 주면 어피티니 측의 질문 내지 의견을 정리하여 알려주겠다는 것으로 해석함이 상당하다.
⑤ 피고인 3이 2018. 11. 22.경 피고인 5에게 전송한 표에는 ‘기타회사 제외 + 17년 이후 GTC 사례만을 반영’하여 산정한 주가항목은 있으나, ‘기타회사 포함 + 17년 이후 GTC 사례만을 반영’하여 산정한 주가항목은 없는바, 2018. 11. 20. 자 안진의 판단대로 GTC 비교대상회사에서 GTC 기타회사를 제외하여 주가를 산정하기로 하는 것에 이견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⑥ 검사는 confirm 이메일을 근거로 안진이 이 사건 보고서 제출 당일 오전까지 평가방법, 평가인자 등 기본적인 사항조차 정하지 못한 상황이었으므로, 안진이 위 이메일을 보내어 의뢰인인 어피니티로 하여금 평가방법, 평가인자 및 평가금액을 결정하도록 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안진은 confirm 이메일을 보내기 전에 이미 GPC, GTC에서 기타회사는 제외하고 상증법, 증발공상 평가방법은 참고로만 사용한다고 통지한 상황인 점, 피고인 5는 그 직전까지도 안진에 2차례에 걸쳐 결과값에 대하여 오류가 있는거 아니냐며 질의를 하였는데, confirm 이메일에는 GTC에서 2015년 이전 사례를 제외하여 산정한 결과값이 처음 포함되어 있었던 점, 피고인 3은 ‘상위 결과값’에 대한 confirm과 ‘최종단가’에 있어 증발공과 상증법을 통한 평가가액 포함 여부에 대한 의견을 따로 구하고 있는 점, confirm의 사전적 의미는 ‘확인해 주다.’로 최종단가를 결정해 달라는 의미와는 차이가 있는 점, 안진은 이 사건 가치평가 초기부터 어피니티 측에 평가방법 및 평가인자를 설명하고 결정하였는데, 이 사건 최종보고서 작성을 앞에 두고 모든 결정을 어피니티 측에 일임하였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점, 실제로 어피티니 측은 위 이메일에 대하여 최종단가를 결정하는 이메일을 회신하지 아니한 점, 피고인 3은 위 이메일은 계산의 정확성을 확인해 보고, 당시 마감일 당일로 급박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견이 있으면 빨리 말하라는 취지로 보낸 것이라고 진술하는 점(증거기록 4,429쪽, 피고인 녹취서 19쪽) 등의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3은 피고인 5에게 표에 추가로 기재된 결과값에 오류는 없는지 확인을 구하는 의미로 confirm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상증법과 증발공을 통한 평가방법을 최종단가에 포함시킬 것인지에 대하여도 결정을 해달라고 한 것이 아니라 다른 의견이 있는지 다시 확인한 것에 불과하다고 봄이 상당하다.
⑦ 검사는 이 사건에서 안진과 어피니티 사이의 의견교환의 횟수나 정도가 권장범위 내지 허용범위를 넘어 진행되었다고 하나, 평가방법이 정해져 있는 감사와 달리 이 사건과 같이 가치평가업무를 수행함에 있어서는 안진이 어피니티 측으로부터 다른 의견을 제시받아 전문가로서 그 의견을 합리성을 따져 수용 여부를 결정하였다면 의견교환의 횟수가 다소 많다는 사정을 들어 어피니티 측이 평가방법을 결정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이 사건 보고서에서 어피니티 측의 의견이 수용된 주요 부분은 ㉠ 1차 초안에서는 결과값을 범위로 제시했다가 단일값으로 변경한 부분, ㉡ GTC 비교대상거래에서 2015년 이전 사례를 제외한 부분인데, ㉠ 결과값을 단일값으로 변경한 것은 어피니티 측으로부터 주주간 계약 7.3조에 따라 평가금액은 단일값이어야 한다는 설명을 듣고 수정한 것으로 적정한 것으로 보이고, ㉡ 비교대상거래에서 2015년 이전 사례를 제외한 부분은, 금융감독원 외부평가업무 가이드라인에 의하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른 합병 및 영업양수도 등에 있어 외부평가기관이 가치평가를 할 때 따라야 할 기준과 관련하여 평가자는 대상자산의 최근 2년간 거래가격, 과거 평가실적 등이 존재하고 입수가능한 경우 이를 고려하여 최종가치산출에 반영 여부를 검토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는 점, 증인 공소외 4도 평가시점에서 너무 떨어진 거래가 평가시점의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술한 점 등에 비추어 안진이 어피니티 측의 의견을 수용한 것이 비합리적이라 보기 어렵다.
⑧ 한국공인회계사회는 2021. 8. 30. 피고인 2, 피고인 3이 어피니티가 최종적으로 결정한 가치평가 방법과 평가인자 및 가격에 따라 가치평가를 하였음에도 공인회계사로서 독립적인 지위에서 전문가적 판단에 따라 가치평가업무를 수행한 것처럼 이 사건 보고서를 작성하였고, 어피티니 측의 위와 같은 부정한 청탁을 받고 용역비 명목의 돈과 이 사건 보고서 작성과 관련하여 민형사상 문제가 발생할 경우 그 법률비용을 지급받기로 하였다는 혐의사실과 관련하여 위 피고인들이 주식가치에 필요한 자료의 이용가능한 범위 등 전문가적 판단에 따라 적용가능한 평가방법 및 평가인자, 투입자료 등을 결정하였다고 판단되며, 업무의뢰인과 수차례 걸쳐 수행한 커뮤니케이션 등 절차는 검찰의 주장과 같이 공모행위가 아니라 통상적인 업무 협의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여지고, 민형사상 문제발생 시 법률비용을 보전받기로 한 계약조항은 가치평가업무 관련 용역계약에 통상적으로 포함될 수 있는 내용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므로, 공인회계사법 제15조, 제22조 등의 위반으로 인한 징계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조치 없음’ 결정을 하였다.
⑨ 어피니티가 공소외 1을 상대로 국제상업회의소 국제중재재판소에 주주간 계약 12.2조에 따라 안진에 의하여 산정된 공정시장가격으로 주식매매계약이 체결되었다면서 주식매매대금 및 주주간 계약상 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의 배상 등을 구하는 중재(이하 ‘이 사건 중재’라 한다)를 신청하였는데, 중재재판부는 2021. 9. 1. 이 사건 중재판정을 내리면서 안진이 이 사건 가치평가에 반영된 다양한 방법과 관련하여 스스로 독립적인 결정을 내렸음이 증명되었고, 평가기간 동안 안진과 투자자들 사이에 이메일을 통한 의견교환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안진이 가치평가업무에 사용된 다수의 평가방법에 관하여 스스로 독립적인 판단을 하였다고 판단하였다.
3. 부정한 청탁에 따른 금품수수에 의한 공인회계사법 위반죄 및 위촉인이 사기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부당한 금전상의 이득을 얻도록 가담함에 의한 공인회계사법 위반죄의 성립 여부에 관한 판단
형법 제357조 제1항의 배임수재죄에서의 ‘부정한 청탁’이라 함은 청탁이 사회상규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을 말하고, 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청탁의 내용 및 이와 관련되어 교부받거나 공여한 재물의 액수·형식, 보호법익인 사무처리자의 청렴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야 한다. 이와 같은 법리는 공인회계사법 제22조 제3항에서의 ‘부정한 청탁’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대법원 2011. 9. 29. 선고 2011도4397 판결 참조).
위 인정 사실이나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어피니티 측이 피고인 1, 피고인 2, 피고인 3에게 평가방법 및 평가인자를 정해 주고 그대로 가치평가보고서를 작성하여 달라고 하는 등 사회상규에 반하는 부정한 청탁을 하고, 이에 따라 피고인 1, 피고인 2, 피고인 3이 허위의 보고서를 작성함으로써 어피니티로 하여금 부당한 금전상의 이득을 얻도록 가담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Ⅲ.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들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모두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양철한(재판장) 송효섭 김선화 | 구 공인회계사법(2020. 5. 19. 법률 제1729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2조 제3항(현행 제22조 제4항 참조), 제53조 제1항 제1호, 공인회계사법 제2조, 제15조 제3항, 제53조 제2항 제1호, 형법 제30조, 형사소송법 제325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원심판결】
창원지법 2021. 11. 25. 선고 2021노1711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창원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2018. 12. 24. 법률 제16037호로 개정되고, 2020. 6. 9. 법률 제17371호로 개정되기 전의 도로교통법(이하 ‘구 도로교통법’이라 한다) 제148조의2 제1항은 "제44조 제1항 또는 제2항을 2회 이상 위반한 사람(자동차 등 또는 노면전차를 운전한 사람으로 한정한다)은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상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정하였다. 이후 2020. 6. 9. 법률 제17371호로 개정된 도로교통법(이하 ‘도로교통법’이라 한다) 제148조의2 제1항은 "제44조 제1항 또는 제2항을 2회 이상 위반한 사람(자동차 등 또는 노면전차를 운전한 사람으로 한정한다. 다만 개인형 이동장치를 운전하는 경우는 제외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은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상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정한다.
원심은, 피고인이 도로교통법 제44조 제1항을 2회 이상 위반한 사람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1항, 제44조 제1항을 적용하여 유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헌법재판소는 2021. 11. 25. 2019헌바446, 2020헌가17, 2021헌바77 사건에서 다음과 같은 이유로 "구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1항 중 ‘제44조 제1항을 2회 이상 위반한 사람’에 관한 부분"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위헌결정을 선고하였다(이하 위헌결정이 선고된 법률조항을 ‘이 사건 위헌 법률조항’이라 한다). 이 사건 위헌 법률조항은 음주운전 금지규정 위반 전력을 가중요건으로 삼으면서 해당 전력과 관련하여 형의 선고나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을 것을 요구하지 않는 데다가 아무런 시간적 제한도 두지 않은 채 재범에 해당하는 음주운전행위를 가중처벌하도록 하고 비형벌적인 반복 음주운전 방지 수단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위반 전력이나 혈중알코올농도 수준 등을 고려하였을 때 비난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음주운전 재범행위까지 가중처벌 대상으로 하면서 법정형의 하한을 과도하게 높게 책정하여 책임과 형벌 사이의 비례원칙에 반하여 위헌이다.
원심이 피고인에 대하여 적용한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1항 중 제44조 제1항을 2회 이상 위반한 사람에 관한 부분은, 위 헌법재판소 결정의 심판대상이 되지 않았지만 이 사건 위헌 법률조항에 대한 위헌결정 이유에서 본 것과 마찬가지로 책임과 형벌 사이의 비례원칙에 어긋날 수 있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1항 중 제44조 제1항을 2회 이상 위반한 사람에 관한 부분의 위헌 여부 또는 그 적용에 따른 위헌적 결과를 피하기 위한 공소장 변경절차 등의 필요 유무 등에 관하여 심리·판단했어야 한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를 살펴보지 않은 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김재형(주심) 안철상 이흥구 | 구 도로교통법(2020. 6. 9. 법률 제1737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4조 제1항, 제148조의2 제1항, 도로교통법 제44조 제1항, 제148조의2 제1항,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3항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 엘케이비앤파트너스 외 1인
【원심판결】
수원지법 2018. 10. 19. 선고 2018노524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각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변호사 아닌 자가 법률사무의 취급에 관여하는 것을 금지함으로써 변호사제도를 유지하고자 하는 변호사법 제109조 제1호의 규정 취지에 비추어 보면, 위 법조에서 말하는 ‘대리’에는 본인의 위임을 받아 대리인의 이름으로 법률사건을 처리하는 법률상의 대리뿐만 아니라, 법률적 지식을 이용하는 것이 필요한 행위를 본인을 대신하여 행하거나, 법률적 지식이 없거나 부족한 본인을 위하여 사실상 사건의 처리를 주도하면서 그 외부적인 형식만 본인이 직접 행하는 것처럼 하는 등으로 대리의 형식을 취하지 않고 실질적으로 대리가 행하여지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발생시키고자 하는 경우도 당연히 포함된다(대법원 2001. 4. 13. 선고 2001도790 판결, 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6도4356 판결 등 참조).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의 행위를 단순한 서류의 작성대행 내지 제출대행으로 볼 수 없고, 피고인이 사실상 개인회생 등 사건 처리를 주도하면서 의뢰인들을 위하여 그 사건의 신청과 수행에 필요한 모든 절차를 실질적으로 ‘대리’한 것으로 법무사의 업무범위를 초과하여 변호사법 제109조 제1호에서 금지하는 변호사가 아니면서 개인회생 등 비송 사건에 관한 대리행위를 하고 수익 등을 취득함으로써 위 규정을 위반하였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원심 판시 범죄일람표 1 기재 각 변호사법 위반의 점을 무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유죄를 선고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구 법무사법(2020. 2. 4. 법률 제1691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1항에서 정한 ‘법무사의 업무’, 변호사법 제109조 제1호 (가)목의 해석, 법률의 착오 및 추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2.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안철상(재판장) 김재형 노정희 이흥구(주심) | 변호사법 제109조 제1호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원심판결】
수원지법 2021. 9. 1. 선고 2020노5255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범죄를 실행 중이거나 실행 직후의 현행범인은 누구든지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212조). 현행범인으로 체포하기 위하여는 행위의 가벌성, 범죄의 현행성·시간적 접착성, 범인·범죄의 명백성 외에 체포의 필요성, 즉 도망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야 한다(대법원 1999. 1. 26. 선고 98도3029 판결 등 참조). 이러한 현행범인 체포의 요건을 갖추었는지는 체포 당시의 상황을 기초로 판단하여야 하고, 이에 관한 수사주체의 판단에는 상당한 재량의 여지가 있다. 따라서 체포 당시의 상황에서 보아 그 요건에 관한 수사주체의 판단이 경험칙에 비추어 현저히 합리성이 없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수사주체의 현행범인 체포를 위법하다고 단정할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2. 11. 29. 선고 2012도8184 판결, 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5도13726 판결 참조).
2. 가. 제1심과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피고인은 술에 취한 상태에서 2019. 7. 8. 00:50경 안양시 ○○구에 있는 ‘(상호 생략)’이라는 식당 안으로 들어가, 그곳에서 식사를 하기 위하여 앉아있던 공소외 1에게 아무런 이유 없이 욕설을 하고 그의 멱살을 잡고 밀치고 잡아당기는 등으로 공소외 1을 폭행하였다.
2) 안양만안경찰서 안양지구대 소속 경찰관 공소외 2, 공소외 3, 공소외 4는 식당 종업원의 112신고에 따라 위 현장에 출동하였다.
경찰관들이 출동하였을 당시에도 피고인은 공소외 1에게 손가락질을 하면서 시비를 걸고 있었다. 공소외 1은 출동 경찰관들에게 위 식당에 밥을 먹으러 왔다가 전혀 알지 못하는 피고인으로부터 이른바 ‘묻지마 폭행’을 당하였다면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였고, 피고인은 그때에도 피해자에게 욕설을 하면서 손가락질을 하였다.
이에 경찰관들은 피고인과 공소외 1을 식당 바깥으로 나가게 하였다. 경찰관 공소외 2는 피고인과 공소외 1로부터 신분증을 제시받아 피고인의 신분증상 주소지가 거제시로 되어 있음을 확인하였다.
3) 경찰관 공소외 3, 공소외 4는 식당 밖에서 피고인과 공소외 1을 분리하여 그들로부터 진술을 들었는데, 당시 피고인은 자신이 공소외 1에게 폭행을 당하였다고 주장하면서 공소외 1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거나 공소외 1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려고 시도하다가 경찰관의 제지를 받기도 하였다.
4) 경찰관 공소외 2는 식당 안에서 CCTV 영상을 시청하여 위 1)항의 폭행상황을 확인하고 경찰관 공소외 4로부터 위 3)항과 같은 식당 바깥의 상황을 전달받은 후, 식당 밖으로 나와 그곳에 있던 피고인에게 피의사실의 요지 등을 고지하고 피고인을 현행범인으로 체포하였다.
나. 이러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경찰관들이 출동하였을 당시는 피고인이 공소외 1에 대한 폭행 이후에도 계속하여 공소외 1에게 욕설을 하면서 시비를 거는 등으로 피고인의 폭행범행이 실행 중이거나 실행 직후였다고 볼 수 있고, 술에 취한 상태에서 늦은 밤에 식당에서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시비를 걸어 일방적으로 폭행에 이른 범행경위에 비추어 볼 때 사안 자체가 경미하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피고인은 경찰관이 출동한 이후 CCTV 영상으로 확인되는 폭행상황과는 달리 자신의 범행은 부인하면서 피해자로부터 폭행을 당하였다고 주장하였고, 피고인이 제시한 신분증의 주소지는 거제시로서 사건 현장인 안양시와는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이어서 위와 같은 폭행에 이르게 된 범행경위를 고려할 때 추가적인 거소 확인이 필요하다고 보이는 등으로 피고인에게 도망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이러한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위와 같은 상황에서 피고인을 현행범인으로 체포한 경찰관의 행위가 경험칙에 비추어 현저히 합리성을 잃은 경우에 해당하는 위법한 체포라고 볼 수는 없다.
다. 그럼에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출동 경찰관들이 피고인에 대한 체포의 필요성에 대하여 재량의 범위 내에서 요구되는 진지한 고려를 다하였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하여 피고인에 대한 현행범인 체포가 위법하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현행범인 체포의 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동원(재판장) 조재연(주심) 민유숙 천대엽 | 형사소송법 제211조, 제212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유한) 세종 담당변호사 민일영 외 2인
【원심판결】
춘천지법 강릉지원 2021. 9. 9. 선고 2020노308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18. 7. 2. 강릉시장으로 취임한 후 4급 공무원 결원 발생(행정직렬 3자리, 시설직렬 1자리)에 따른 승진임용을 함에 있어, 강릉시인사위원회(이하 ‘인사위원회’라고 한다)에 행정직렬 4급 결원 수를 3명이 아닌 1명으로 보고하고, 시설직렬 4급 승진후보자가 있음에도 승진임용이 아닌 직무대리자의 임명을 위한 사전심의를 요청하도록 함으로써 인사위원회의 승진임용에 관한 사전심의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도록 하여 승진임용에 관하여 부당한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강릉시의 국장급 단기 재임으로 인한 시정의 연속성 단절이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임용권자의 인사재량 범위 내에서 직무대리 제도를 활용하였을 뿐 인사위원회의 승진임용에 관한 사전심의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한 것이 아니라는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에 관하여 유죄를 선고한 제1심의 판단을 유지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가. 지방공무원의 승진임용에 관해서는 임용권자에게 일반 국민에 대한 행정처분이나 공무원에 대한 징계처분에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광범위한 재량이 부여되어 있다. 따라서 승진임용자의 자격을 정한 관련 법령 규정에 위배되지 아니하고 사회통념상 합리성을 갖춘 사유에 따른 것이라는 일응의 주장·증명이 있다면 쉽사리 위법하다고 판단하여서는 아니 된다(대법원 2018. 3. 27. 선고 2015두47492 판결 등 참조). 특히 임용권자의 인사와 관련한 행위에 대하여 형사처벌을 하는 경우에는 임용권자의 광범위한 인사재량권을 고려하여 해당 규정으로 인하여 임용권자의 인사재량을 부당히 박탈하는 결과가 초래되지 않도록 처벌규정을 엄격하게 해석·적용하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누구든지 시험 또는 임용에 관하여 고의로 방해하거나 부당한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는 지방공무원법 제42조의 ‘임용에 관하여 부당한 영향을 미치는 행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임용권자가 합리적인 재량의 범위 내에서 인사에 관한 행위를 하였다면 쉽사리 구성요건해당성을 인정하여서는 아니 된다.
나. 지방공무원법은 공무원의 결원 발생 시 발생한 결원 수 전체에 대하여 오로지 승진임용의 방법으로 보충하도록 하거나 그 대상자에 대하여 승진임용 절차를 동시에 진행하도록 규정하지 않고, 제26조에서 "임용권자는 공무원의 결원을 신규임용·승진임용·강임·전직 또는 전보의 방법으로 보충한다."라고 규정하여 임용권자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결원을 보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지방공무원법 및 「지방공무원 임용령」에서는 인사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취지에서 임용권자가 승진임용을 할 때에는 임용하려는 결원 수에 대하여 인사위원회의 사전심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지방공무원법 제39조 제4항, 「지방공무원 임용령」 제30조 제1항). 즉, 승진임용과 관련하여 인사위원회의 사전심의를 거치는 것은 임용권자가 승진임용 방식으로 인사권을 행사하고자 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와 달리 만약 발생한 결원 수 전체에 대하여 동시에 승진임용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해석하면, 해당 기관의 연간 퇴직률, 인사적체의 상황, 승진후보자의 범위, 업무 연속성 보장의 필요성이나 재직가능 기간 등과 무관하게 연공서열에 따라서만 승진임용이 이루어지게 됨에 따라 임용권자의 승진임용에 관한 재량권이 박탈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으므로, 임용권자는 결원 보충의 방법과 승진임용의 범위에 관한 사항을 선택하여 결정할 수 있는 재량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한편 징계에 관해서는 인사위원회의 징계의결 결과에 따라 징계처분을 하여야 한다고 분명하게 규정하고 있는 반면(지방공무원법 제69조 제1항), 승진임용에 관해서는 인사위원회의 사전심의를 거치도록 규정하였을 뿐 그 심의·의결 결과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임용권자는 인사위원회의 심의·의결 결과와는 다른 내용으로 승진대상자를 결정하여 승진임용을 할 수 있다. 「지방공무원 임용령」 제38조의5가 ‘임용권자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소속 공무원의 승진임용을 위한 인사위원회의 사전심의 또는 승진의결 결과에 따라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나 위 규정은 지방공무원법의 구체적인 위임에 따른 것이 아니므로 그로써 임용권자의 인사재량을 배제한다고 볼 수 없으며, 문언 자체로도 특별한 사유가 있으면 임용권자가 인사위원회의 심의·의결 결과를 따르지 않을 수 있음을 전제하고 있으므로 임용권자로 하여금 가급적 인사위원회의 심의·의결 결과를 존중하라는 취지로 이해하여야 한다(대법원 2020. 12. 10. 선고 2019도17879 판결 참조).
다. 원심은 피고인이 총무과장과 인사계장으로 하여금 3명의 결원이 발생한 행정직렬 4급에 관하여는 1명의 승진임용 사전심의를, 1명의 결원이 발생한 시설직렬 4급에 관하여는 승진임용이 아닌 직무대리자 임명의 사전심의를 인사위원회에 요청하도록 하였고, 직무대리자로 발령한 공소외 1, 공소외 2, 공소외 3 모두 직무대리 명령서가 아닌 임용장을 교부받고 국장 직무만 전담하여 수행함으로써 직무대리가 아닌 사실상 승진임용의 결과가 되었으므로 이러한 피고인의 행위는 소속 공무원에 대한 승진임용 재량권을 벗어나 인사위원회의 승진임용에 관하여 부당한 영향을 미친 행위라고 판단하였다.
원심의 이와 같은 판단은 피고인이 인사위원회에 행정직렬 3자리, 시설직렬 1자리에 대한 승진임용 사전심의를 요청해야 할 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한 것이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임용권자가 발생한 결원 수 전체에 대하여 승진임용의 사전심의를 요청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이 결원 수의 일부에 대하여만 인사위원회에 승진임용에 관한 사전심의를 요청한 것만으로 인사위원회의 사전심의 권한을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없다. 그리고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를 종합하여 보아도 피고인이 직무상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임시적 조치로서 공소외 1, 공소외 2, 공소외 3에 대하여 직무대리 발령을 한 것이 오로지 특정한 사람을 승진시키기 위해 통상의 승진임용 절차를 회피할 목적으로 이루어졌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피고인의 행위가 지방공무원법 제42조의 구성요건인 ‘임용에 관하여 부당한 영향을 미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라. 그런데도 원심은 지방공무원법 위반죄를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지방공무원 승진임용 제도 및 지방공무원법 제42조의 구성요건해당성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인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조재연(재판장) 민유숙 이동원(주심) 천대엽 | [1] 지방공무원법 제42조, 제83조 / [2] 지방공무원법 제26조, 제39조 제4항, 지방공무원 임용령 제30조 제1항 / [3] 지방공무원법 제39조 제4항, 제69조 제1항, 지방공무원 임용령 제38조의5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및 검사
【변 호 인】
법무법인 유앤아이 담당변호사 양병종
【원심판결】
대전지법 2019. 12. 11. 선고 2018노1426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과 공소외인에 대한 해고예고수당 미지급으로 인한 근로기준법 위반에 관한 무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대전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구 근로기준법 제35조 제3호에 대한 헌법재판소 위헌결정과 효력 범위
(1) 구 근로기준법(2019. 1. 15. 법률 제1627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26조 본문은 근로자를 해고(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를 포함한다)하려면 적어도 30일 전에 예고를 하여야 하고, 30일 전에 예고를 하지 아니하였을 때에는 통상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같은 법 제35조는 제26조의 적용 예외 사유의 하나로서 제3호에 "월급근로자로서 6개월이 되지 못한 자"를 열거하였다. 따라서 구 근로기준법이 시행되던 기간 중에는 "월급근로자로서 6개월이 되지 못한 자"에 대하여 해고의 예고 또는 해고예고수당의 지급을 하지 않고 해고를 하더라도 제35조 제3호의 적용 예외 사유에 해당하여 제26조 위반행위에 대하여 같은 법 제110조 제1호에 따른 처벌을 할 수 없었다.
(2) 헌법재판소는 2015. 12. 23. 구 근로기준법 제35조 제3호가 근무기간이 6개월 미만인 월급근로자의 근로의 권리를 침해하고, 평등원칙에도 위배된다는 이유로 위 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하였다(헌법재판소 2015. 12. 23. 선고 2014헌바3 전원재판부 결정).
헌법재판소의 위헌법률심판에 따라 위헌으로 결정된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은 그 결정이 있는 날부터 효력을 상실하는 것이 원칙이다(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2항). 다만 예외적으로 형벌에 관한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은 소급효가 인정되고(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3항), 위헌결정의 예외적 소급효가 인정되는 ‘형벌에 관한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은 형사처벌의 직접적인 근거가 되는 실체법을 의미한다.
(3) 위헌결정이 선고된 구 근로기준법 제35조 제3호 그 자체는 형사처벌 조항에 해당하지 않지만, 위 조항을 위반할 것을 구성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는 같은 법 제110조 제1호와 결합하여 형벌에 관한 법률 조항을 이루게 된다(대법원 2020. 5. 28. 선고 2017도8610 판결 참조). 그러나 위 조항은 같은 법 제26조 본문 및 제110조 제1호에 규정된 근로기준법 위반죄의 구성요건해당성 배제 사유를 규정한 것이기 때문에, 위 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의 소급효를 인정할 경우 오히려 그 조항이 적용되어 형사처벌을 받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형사상 불이익이 미치게 되므로 이와 같은 경우까지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3항의 적용 범위에 포함시키는 것은 법적 안정성과 이미 불처벌 대상이었던 사용자의 신뢰보호의 이익까지 크게 해치게 되어 그 규정 취지에 반한다(헌법재판소 1997. 1. 16. 선고 90헌마110 등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따라서 구 근로기준법 제35조 제3호에 대한 위헌결정에는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3항에 따른 소급효가 인정되지 아니하고, 위 조항은 같은 법 제47조 제2항에 따라 위헌결정이 있는 날부터 효력을 상실한다고 보아야 한다.
위 법리에 따르면, 구 근로기준법 제35조 제3호는 위헌결정일인 2015. 12. 23.부터 효력을 상실하여 사용자는 월급근로자의 근무기간에 관계없이 구 근로기준법 제26조 본문에 따라 근로자에게 30일 전에 해고의 예고를 하거나 30일분의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해고예고수당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하고, 위 규정을 위반한 자는 같은 법 제110조 제1호에 따라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
나. 개정 근로기준법 제26조의 적용 범위
(1) 근로기준법이 2019. 1. 15. 법률 제16270호로 개정되어(이하 ‘개정 근로기준법’이라 한다), 제35조를 삭제하고 해고예고의 적용 예외 사유를 제26조 단서에서 규정하며 그 예외 사유 중 하나로 제1호에 "근로자가 계속 근로한 기간이 3개월 미만인 경우"를 두었다. 개정 근로기준법 부칙은 위 규정의 시행 및 적용 범위에 관하여, 개정 근로기준법 제26조 및 제35조는 공포한 날부터 시행하되(제1조), 개정 근로기준법 제26조 제1호는 위 조항의 시행일 이후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부터 적용한다고 규정하였다(제2조).
(2) 위 개정은 헌법재판소의 구 근로기준법 제35조 제3호에 대한 위헌결정의 취지를 반영하면서 구 근로기준법 제35조에서 규정하고 있었던 해고예고에 대한 적용 예외 사유들을 ‘계속 근로한 기간이 3개월 미만인 경우’로 일원화하여 체계적으로 정비한 것이다. 따라서 개정 근로기준법 제26조 제1호의 적용 범위는 위 개정 조항의 시행일인 2019. 1. 15. 이후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한정된다.
다. 이 사건에 대한 판단
(1)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공소외인에 대한 해고예고수당 미지급으로 인한 근로기준법 위반 부분의 요지는 피고인이 2017. 5.경 근로자 공소외인을 사전 예고 없이 해고하면서 해고예고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공소외인이 계속 근로한 기간이 3개월 미만이어서 개정 근로기준법 제26조 제1호에 의해 해고예고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였다.
(2) 그런데 위 범행은 구 근로기준법 제35조 제3호에 대한 위헌결정일인 2015. 12. 23. 이후에 발생한 것이므로, 위 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의 효력에 따라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는 구 근로기준법 제35조 제3호를 적용할 수 없다. 또한 개정 근로기준법 제26조 제1호의 시행일인 2019. 1. 15. 이전 피고인과 근로계약을 체결한 공소외인은 개정 근로기준법 부칙 제2조 규정에 의하면 개정 근로기준법 제26조 제1호의 적용 대상에 해당하지도 않는다.
(3) 그럼에도 원심은 이와 달리 개정 근로기준법 제26조 제1호를 적용하여 공소외인이 해고예고수당 지급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개정 근로기준법 제26조 제1호의 적용 범위 및 해고예고 대상의 예외 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2. 피고인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에 의하면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 한하여 원심판결에 중대한 사실의 오인이 있어 판결에 영향을 미쳤음을 이유로 상고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인에 대하여 그보다 가벼운 형이 선고된 이 사건에서 사실오인, 법리오해를 내세우며 실질적으로 원심의 증거 선택 및 증명력에 관한 판단 내지 이에 기초한 사실인정을 탓하거나 원심이 인정한 사실과 다른 사실관계를 전제로 법리오해를 지적하는 취지의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나아가 관련 법리에 따라 살펴보더라도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근무 및 근로의 의미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3. 파기의 범위
위와 같은 이유로 원심판결 중 공소외인에 대한 해고예고수당 미지급으로 인한 근로기준법 위반에 관한 무죄 부분은 파기되어야 하는데, 이 부분은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부분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그 전체에 대하여 하나의 형을 선고하여야 하므로,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도 함께 파기되어야 한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과 공소외인에 대한 해고예고수당 미지급으로 인한 근로기준법 위반에 관한 무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천대엽(재판장) 조재연 민유숙(주심) 이동원 | [1] 구 근로기준법(2019. 1. 15. 법률 제1627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6조, 제35조 제3호(현행 삭제), 제110조 제1호,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2항, 제3항 / [2] 구 근로기준법(2019. 1. 15. 법률 제1627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6조, 제35조 제3호(현행 삭제), 제110조 제1호, 구 근로기준법(2021. 1. 5. 법률 제1786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10조 제1호, 근로기준법 제26조 제1호, 부칙(2019. 1. 15. 법률 제16270호) 제1조, 제2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1 외 1인
【상 고 인】
피고인들
【변 호 인】
법무법인 대구 담당변호사 이재동
【원심판결】
대구지법 2021. 7. 22. 선고 2020노2514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 1에 대한 유죄 부분과 피고인 2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대구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이 사건 공소사실 중 2017. 11. 18. 명예훼손 부분의 요지
가. 피고인 1
피고인 1은 2017. 11. 18. 14:00경 포항시 (주소 생략)에서 열린 ○○○씨 종친회 자리에서 종원들이 듣는 가운데 마침 발언을 하려던 피해자를 가리키면서 "공소외 1은 남의 재산을 탈취한 사기꾼이다. 사기꾼은 내려오라."고 말함(이하 ‘이 사건 발언’이라고 한다)으로써 공연히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였다.
나. 피고인 2
피고인 2는 위 가.항 기재 일시, 장소에서, 위 종친회 종원들이 듣는 가운데 피해자를 가리키면서 이 사건 발언을 함으로써 공연히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이 사건 발언 내용이 진실이고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 해당하여 형법 제310조에 의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피고인들의 주장에 대하여, 피해자가 위증교사, 사문서위조 등으로 1회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을 뿐 사기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고 그 밖의 전과가 발견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피고인들의 발언이 진실이라고 볼 수 없고, 설령 피고인들이 이를 진실로 오인하였다 하더라도 그것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하여 위 주장을 배척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형법 제310조에는 ‘형법 제307조 제1항의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진실한 사실’이라 함은 그 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볼 때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사실이라는 의미로 세부에 있어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더라도 무방하다. 또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라 함은 적시된 사실이 객관적으로 볼 때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서 행위자도 주관적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그 사실을 적시한 것이어야 하는 것인데, 여기의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에는 널리 국가·사회 기타 일반 다수인의 이익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특정한 사회집단이나 그 구성원 전체의 관심과 이익에 관한 것도 포함하는 것이고, 적시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 여부는 당해 적시 사실의 내용과 성질, 당해 사실의 공표가 이루어진 상대방의 범위, 그 표현의 방법 등 그 표현 자체에 관한 제반 사정을 감안함과 동시에 그 표현에 의하여 훼손되거나 훼손될 수 있는 명예의 침해 정도 등을 비교·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하며, 행위자의 주요한 동기 내지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다른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되어 있더라도 형법 제310조의 적용을 배제할 수 없다(대법원 2000. 2. 11. 선고 99도3048 판결, 대법원 2002. 9. 24. 선고 2002도3570 판결 등 참조).
한편 사실적시의 내용이 사회 일반의 일부 이익에만 관련된 사항이라도 다른 일반인과의 공동생활에 관계된 사항이라면 공익성을 지닌다고 할 것이고, 이에 나아가 개인에 관한 사항이더라도 그것이 공공의 이익과 관련되어 있고 사회적인 관심을 획득한 경우라면 직접적으로 국가·사회 일반의 이익이나 특정한 사회집단에 관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형법 제310조의 적용을 배제할 것은 아니다. 사인이라도 그가 관계하는 사회적 활동의 성질과 사회에 미칠 영향을 헤아려 공공의 이익에 관련되는지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0. 11. 19. 선고 2020도5813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피고인 1은 ○○○씨 대구청년회 부회장, 피고인 2는 ○○○씨△△△□□회 평의회 총무이고, 피해자는 ○○○씨 대구종친회 회장이다. 피고인들과 피해자는 ○○○씨 종친으로 알게 된 사이일 뿐, 상호 간 별다른 개인적인 친분관계는 없었다.
2) ○○○씨 종친회는 2017. 11. 18. 개최할 총회에서 차기 △△△□□회 회장 선출을 예정하고 있었다. ○○○씨 대구종친회는 2017. 10. 21. 위 회장 후보자 선출을 위한 경선을 실시하였고, 그 결과 피해자가 후보자로 선출되었다.
3) 한편 피해자는 2005년경 대구고등법원에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정경제범죄법’이라고 한다) 위반(횡령)죄, 사문서위조죄, 위조사문서행사죄, 위증교사죄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의 유죄판결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원심이 증거로 든 대구중부경찰서장에 대한 사실조회결과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이 특정경제범죄법 위반(횡령)죄로 처벌을 받은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 피해자의 이러한 범죄전력은 피고인들을 포함한 다수의 종원들에게 알려져 있었고, 특히 공소외 2는 2017. 3.경 ○○○씨 대구종친회에 ‘피해자는 같은 종원 공소외 3으로부터 부동산을 명의신탁 받고 그 반환을 거부하여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는 사람이므로, 종친회 임원으로 활동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취지의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하였다.
4) 피고인 1은 총회 전날인 2017. 11. 17. 18:00경부터 △△△ 재실에 "○○○문은 부끄러운 △△△□□회장을 원치 않습니다."라고 기재된 현수막을 설치하는 등 피해자가 △△△□□회 회장으로 선출되는 것을 반대하는 의사를 적극 표현하였다.
5) 피해자는 2017. 11. 18. 14:00경 개최된 총회에서 △△△□□회 회장 선출과 관련한 발언을 하기 위해 단상에 올랐는데, 피고인들은 그 단상 아래에서 피해자의 발언을 방해하며 이 사건 발언을 하였다.
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들에 대하여 형법 제310조의 적용을 배제한 원심의 판단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1) 이 사건 발언의 주된 취지는 피해자가 다른 사람의 재산을 탈취한 전력이 있다는 것으로, 피해자에게 위와 같은 특정경제범죄법 위반(횡령)죄의 전과가 있는 이상 주요부분에 있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피고인들이 ‘사기꾼’이라는 표현도 사용하였으나, 이는 피해자의 종친회 회장 출마에 반대하는 의견을 표명한 것이거나 다소 과장된 감정적 표현으로 이해할 수 있다.
2) ‘탈취’, ‘사기꾼’이라는 표현은 위 특정경제범죄법 위반(횡령)죄의 범죄사실에 대하여 일반인으로서 법률적 평가만을 달리한 것일 수 있으므로, 원심으로서는 위 전과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 위 표현과의 관련성을 심리할 필요가 있었다. 그럼에도 원심은 단순히 피고인에게 사기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이 사건 발언 내용이 허위의 사실이라고 단정하였다.
3) 피고인들은 위와 같은 범죄전력이 있는 피해자가 종친회 회장으로 선출되는 것은 부당하다는 판단에 따라 이에 관한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명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 발언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이고, 이와 같은 피해자의 종친회 회장으로서의 적격 여부는 종친회 구성원들 전체의 관심과 이익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익성이 인정된다. 피고인들이 다소 감정적이고 과격한 방식으로 이 사건 발언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인들이 이 사건 발언을 한 주요한 목적이나 동기가 피해자를 비방하려는 데에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
4) 범죄전력과 같은 개인적인 사항이라고 하더라도 피해자가 종친회 회장으로 출마함으로써 공공의 이익과 관련성이 발생한 이상, 그러한 사정만으로 형법 제310조의 적용을 배제할 것은 아니다.
라. 그런데도 원심은 이 사건 발언 내용이 객관적 사실과 부합하는지 등에 관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진실에 반한다고 단정하고 이어서 피고인들의 행위에 대하여 형법 제310조의 적용을 부정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형법 제310조의 위법성 조각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들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 1에 대한 유죄 부분과 피고인 2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천대엽(재판장) 조재연 민유숙(주심) 이동원 | 형법 제307조 제1항, 제310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최철
【배상신청인】
배상신청인 1 외 3인
【원심판결】
춘천지법 강릉지원 2021. 10. 21. 선고 2021노279 판결 및 2021초기208 배상명령신청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에 환송한다.
【이 유】
직권으로 살펴본다.
1.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업무방해의 점은 ‘사실은 피고인이 혼자 전화금융사기 편취금을 한꺼번에 자동화기기를 통한 무통장·무카드 입금(이하 ‘무매체 입금’이라 한다)하는 것임에도 마치 여러 명이 각각 피해자 은행들의 ‘1인 1일 100만 원’ 한도를 준수하면서 정상적으로 무매체 입금거래를 하는 것처럼 가장하여 전화금융사기 조직원으로부터 제공받은 제3자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자동화기기에 입력한 후 100만 원 이하의 금액으로 나누어 위 조직원이 지정한 불상의 계좌로 무매체 입금을 함으로써 전화금융사기 조직원과 공모하여 위계로써 피해자 은행들의 자동화기기 무매체 입금거래 업무를 방해하였다.’는 것이다. 원심은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단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할 수 없다.
가.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에서 ‘위계’란 행위자가 행위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상대방에게 오인, 착각 또는 부지를 일으키게 하여 이를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에 정보를 입력하는 등의 행위도 그 입력된 정보 등을 바탕으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의 오인, 착각 또는 부지를 일으킬 목적으로 행해진 경우에는 여기서 말하는 위계에 해당할 수 있으나(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3도5117 판결 참조), 위와 같은 행위로 말미암아 업무와 관련하여 오인, 착각 또는 부지를 일으킨 상대방이 없었던 경우에는 위계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07. 12. 27. 선고 2005도6404 판결 참조).
나. 원심이 유지한 제1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국민은행 등은 금융감독원의 지도에 따라 무매체 입금거래의 한도를 ‘1인 1일 100만 원’으로 설정하고 무매체 입금거래 시 자동화기기에 입금자의 이름, 주민등록번호와 휴대폰 번호를 입력하도록 자동화기기를 설정하여 운영하고 있다.
2) 피고인은 전화금융사기의 피해자들로부터 수거한 현금을 전화금융사기 조직에 전달함에 있어 위와 같은 무매체 입금거래 한도의 제한을 회피하기 위하여 위 은행들의 자동화기기에 전화금융사기 조직원으로부터 받은 제3자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송금자 정보로 입력하고 위 조직원이 지정한 불상의 계좌를 수취계좌로 지정한 후 1회당 100만 원 이하의 현금을 자동화기기에 투입하였다.
피고인이 자동화기기에 투입한 현금은 위와 같이 입력된 정보에 따라 수취계좌로 입금되었고, 그 거래에 관한 명세서는 자동화기기에서 바로 출력되었다.
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자동화기기에 제3자의 이름, 주민등록번호와 수령계좌를 입력한 후 현금을 투입하고 피고인이 입력한 정보에 따라 수령계좌로 그 돈이 입금됨으로써 무매체 입금거래가 완결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 이러한 무매체 입금거래가 완결되는 과정에서 은행 직원 등 다른 사람의 업무가 관여되었다고 볼 만한 사정은 없으므로, 피고인이 자동화기기를 통한 무매체 입금거래 한도 제한을 피하기 위하여 제3자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하여 1회 100만 원 이하의 무매체 입금거래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행위는 업무방해죄에 있어 위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3.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인의 행위가 업무방해죄의 위계에 해당한다는 전제에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업무방해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한편 원심판결 중 업무방해 부분은 파기되어야 할 것인데, 이 부분 공소사실과 유죄로 인정된 나머지 공소사실은 경합범 관계에 있다는 이유로 하나의 형이 선고되었으므로, 결국 원심판결은 전부 파기되어야 한다.
4. 그러므로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동원(재판장) 조재연(주심) 민유숙 천대엽 | [1] 형법 제314조 제1항 / [2] 형법 제30조, 제314조 제1항 | 형사 |
【재항고인】
재항고인
【원심결정】
인천지법 2021. 11. 12. 자 2021보3 결정
【주 문】
재항고를 기각한다.
【이 유】
재항고이유를 판단한다.
1. 2007. 6. 1. 신설되어 2008. 1. 1.부터 시행된 형사소송법 제59조의2의 내용과 취지 등을 고려하면, 형사소송법 제59조의2는 재판이 확정된 사건의 소송기록, 즉 형사재판확정기록의 공개 여부나 공개 범위, 불복절차 등에 관하여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공개법’이라 한다)과 달리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정보공개법 제4조 제1항에서 정한 ‘정보의 공개에 관하여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 따라서 형사재판확정기록의 공개에 관하여는 정보공개법에 의한 공개청구가 허용되지 않는다(대법원 2016. 12. 15. 선고 2013두20882 판결, 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4두7305 판결 등 참조). 따라서 형사재판확정기록에 관해서는 형사소송법 제59조의2에 따른 열람·등사신청이 허용되고 그 거부나 제한 등에 대한 불복은 준항고에 의하며, 형사재판확정기록이 아닌 불기소처분으로 종결된 기록(이하 ‘불기소기록’이라 한다)에 관해서는 정보공개법에 따른 정보공개청구가 허용되고 그 거부나 제한 등에 대한 불복은 항고소송절차에 의한다.
한편 형사소송법 제59조의2의 ‘재판이 확정된 사건의 소송기록’이란 특정 형사사건에 관하여 법원이 작성하거나 검사, 피고인 등 소송관계인이 작성하여 법원에 제출한 서류들로서 재판확정 후 담당 기관이 소정의 방식에 따라 보관하고 있는 서면의 총체라 할 수 있고, 위와 같은 방식과 절차에 따라 보관되고 있는 이상 해당 형사사건에서 증거로 채택되지 아니하였거나 그 범죄사실과 직접 관련되지 아니한 서류라고 하여 재판확정기록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볼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2. 3. 30. 자 2008모481 결정, 대법원 2016. 7. 12. 자 2015모2747 결정 등 참조).
2.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재항고인의 고소로 수사가 개시되어 일부 혐의사실에 대해서 약식기소가 이루어져 약식명령이 발령·확정된 인천지방검찰청 2020년 형제22511호 사건 기록(이하 ‘이 사건 수사기록’이라 한다)은 일련의 행위인 고소사실에 대해 한꺼번에 수사가 진행되어 서류가 작성된 후 범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부분에 관하여 약식기소가 이루어지면서 위와 같이 작성된 기록 일체가 법원에 제출되어 재판확정기록으로 보관되고 있는 기록이므로, 비록 나머지 고소사실에 대해서는 ‘혐의 없음’의 불기소처분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경위에 비추어 이 사건 수사기록 전체가 약식명령이 확정된 사건의 소송기록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재항고인 역시 이 사건 수사기록이 불기소기록이자 재판확정기록에 해당한다고 표시하여 열람·등사를 신청하였다). 따라서 원심이 이 사건 수사기록이 불기소기록에 해당한다고 보아 그 열람·등사에 관한 검사의 거부처분에 대하여 준항고로 다툴 수 없다고 단정한 것은 잘못이다.
3. 그런데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검사는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에 따라 기록이 공개될 경우 사건관계인의 명예나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거나 생명·신체 및 재산의 보호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고(제3호, 제6호 본문), 사건관계인의 영업비밀이 침해될 우려가 있거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는(제7호 본문) 사유 등을 들어 이 사건 수사기록의 일부에 대해 열람·등사를 거부한 사실을 알 수 있는바, 검사가 들고 있는 사유는 재판확정기록에 대한 열람·등사를 제한할 수 있는 형사소송법 제59조의2 제2항 제3호, 제6호의 사유와 실질적으로 동일한 내용에 해당되므로, 결국 이 사건 수사기록 중 일부에 대해 불허가처분을 한 검사의 처분은 그 결과에 있어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원심의 판단에 재판에 영향을 미친 헌법·법률·명령 또는 규칙 위반의 잘못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4. 그러므로 재항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대법관 천대엽(재판장) 조재연 민유숙(주심) 이동원 | [1] 형사소송법 제59조의2, 제416조,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 제9조, 제20조 / [2] 형사소송법 제59조의2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법무법인 차원 담당변호사 김진우
【원심판결】
의정부지법 2019. 3. 28. 선고 2018노1332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공소사실의 요지
가. 피고인은 2017. 6. 28.부터 2017. 9. 2.까지 원심 판시 별지 범죄일람표 순번 1 내지 7 기재와 같이 휴대전화(이하 ‘이 사건 휴대전화’라고 한다)의 카메라로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성명 불상 피해자들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였다(이하 통틀어 ‘순번 1~7번 범행’이라고 한다).
나. 피고인은 2017. 9. 4. 00:13경 고양시 (주소 생략) 부근 횡단보도 앞에서 보행 신호를 기다리던 짧은 치마를 입은 피해자의 뒤로 다가가, 이 사건 휴대전화로 다리를 몰래 촬영하였다(이하 ‘순번 8번 범행’이라고 한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인이 발각된 자리에서 촬영한 순번 8번 범행의 영상만 임의로 제출했을 뿐 이 사건 휴대전화에 담긴 순번 1~7번 범행 영상까지 제출할 의사였다고 볼 수 없고, 순번 1~7번 범행은 순번 8번 범행과 관련성도 없으며, 수사기관이 이 사건 휴대전화를 탐색하면서 피고인의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고 압수한 전자정보 목록을 교부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순번 1~7번 범행 부분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한 제1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관련 법리
수사기관이 전자정보를 담은 매체를 피의자로부터 임의제출 받아 압수하면서 거기에 담긴 정보 중 무엇을 제출하는지 명확히 확인하지 않은 경우, 임의제출의 동기가 된 범죄혐의사실과 관련되고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최소한의 가치가 있는 정보여야 압수의 대상이 되는데, 범행 동기와 경위, 수단과 방법, 시간과 장소 등에 관한 간접증거나 정황증거로 사용될 수 있는 정보도 그에 포함될 수 있다. 수사기관이 피의자로부터 범죄혐의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와 그렇지 않은 전자정보가 섞인 매체를 임의제출 받아 사무실 등지에서 정보를 탐색·복제·출력하는 경우 피의자나 변호인에게 참여의 기회를 보장하고 압수된 전자정보가 특정된 목록을 교부해야 하나, 그러한 조치를 하지 않았더라도 절차 위반행위가 이루어진 과정의 성질과 내용 등에 비추어 피의자의 절차상 권리가 실질적으로 침해되지 않았다면 압수·수색이 위법하다고 볼 것은 아니다(대법원 2021. 11. 18. 선고 2016도348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아래 사실을 알 수 있다.
1) 순번 8번 범행 피해자의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은 현장에서 피고인으로부터 이 사건 휴대전화를 임의제출 받아 영장 없이 압수하고, 피고인과 지구대 사무실로 임의동행하였다. 당시 작성된 압수조서에는 “피해자는 피혐의자가 소지하고 있는 휴대폰을 지목하면서 자신의 뒷모습을 찍었다고 주장하고 피혐의자 또한 찍은 사실에 대하여 인정하여 범죄에 사용된 휴대폰 임의제출 요구한바 이에 응하여 임의제출 받아 압수하였다.”라고 기재되어 있다.
2) 피고인과 임의동행한 경찰관은 지구대에서 이 사건 휴대전화를 살펴보았는데 순번 8번 범행으로 촬영한 영상은 피고인이 임의제출하기 전에 삭제하여 찾지 못하였고, 이름을 알 수 없는 여러 여성의 신체를 찍은 영상을 발견하였다. 피고인은 그 자리에서 순번 8번 범행 외에도 여러 번 여성을 몰래 촬영한 사실이 있음을 자백하는 취지의 진술서를 작성하였다.
3) 경찰관은 피의자신문을 하면서 순번 1~7번 범행으로 촬영한 영상의 출력물을 보여주었고, 피고인은 촬영한 시각과 장소를 구체적으로 진술하였다.
다. 판단
1) 피고인이 이 사건 휴대전화를 임의제출할 당시 그 안에 담긴 전자정보의 제출범위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으므로, 임의제출의 동기가 된 범죄혐의사실과 관련되고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최소한의 가치가 있는 전자정보여야 압수의 대상이 된다. 순번 1~7번 범행에 관한 동영상은 2017. 6. 28.부터 2017. 9. 2.까지 두 달 남짓한 기간에 걸쳐 촬영된 것으로 순번 8번 범행 일시인 2017. 9. 4.과 가깝고, 순번 8번 범행과 마찬가지로 이 사건 휴대전화로 버스정류장, 지하철 역사, 횡단보도 앞 등 공공장소에서 촬영되었다. 위 범행들은 그 속성상 상습성이 의심되거나 성적 기호 내지 경향성의 발현에 따른 일련의 행위라고 의심할 여지가 많아, 각 범행 영상은 상호 간에 범행 동기와 경위, 수단과 방법, 시간과 장소에 관한 증거로 사용될 수 있는 관계에 있다. 순번 1~7번 범행 영상은 임의제출의 동기가 된 순번 8번 범죄혐의사실과 관련성 있는 증거이다.
2) 경찰관은 임의제출 받은 이 사건 휴대전화를 피고인이 있는 자리에서 살펴보고 순번 8번 범행이 아닌 영상을 발견하였으므로, 피고인이 탐색에 참여하였다고 볼 수 있다.
3) 경찰관은 피의자신문 시 순번 1~7번 범행 영상을 제시하였고, 피고인은 그 영상이 언제 어디에서 찍은 것인지 쉽게 알아보고 그에 관해 구체적으로 진술하였다. 비록 피고인에게 압수된 전자정보가 특정된 목록이 교부되지 않았더라도, 절차 위반행위가 이루어진 과정의 성질과 내용 등에 비추어 절차상 권리가 실질적으로 침해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4) 그러므로 순번 1~7번 범행으로 촬영한 영상의 출력물과 파일 복사본을 담은 시디(CD)는 임의제출에 의해 적법하게 압수된 전자정보에서 생성된 것으로서 증거능력이 인정되는데도, 그 범행 부분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의 판단에는 정보저장매체에 담긴 전자정보의 임의제출 범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파기의 범위
위에서 본 이유로 원심판결 중 무죄 부분은 파기되어야 한다. 위 파기 부분은 나머지 유죄 부분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이 선고되어야 하므로, 원심판결은 전부 파기되어야 한다.
5.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선수(재판장) 박정화 노태악 오경미(주심) | [1] 형사소송법 제121조, 제129조, 제218조, 제219조 / [2] 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2018. 12. 18. 법률 제1597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4조 제1항, 형사소송법 제121조, 제129조, 제218조, 제219조, 제307조 | 형사 |
【행 위 자】
행위자
【재항고인】
행위자
【원심결정】
울산가법 2021. 12. 20. 자 2021서1 결정
【주 문】
원심결정을 파기하고, 제1심의 2020. 12. 28. 자 항고기각 결정을 취소한다. 행위자의 2020. 12. 24. 자 항고를 기각한다.
【이 유】
직권으로 판단한다.
1.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가정폭력처벌법’이라 한다)은 제2장에 제4조부터 제54조까지의 규정을 두고 가정보호사건에 관하여 정하고 있는데, 제18조의2는 “이 장에서 따로 정하지 아니한 사항에 대하여는 가정보호사건의 성질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형사소송법을 준용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가정폭력처벌법 제2장의 규정에 따르면, 판사는 가정보호사건을 심리한 결과 보호처분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결정으로 보호처분을 할 수 있고(제40조 제1항), 이와 같은 보호처분 결정에 영향을 미칠 법령 위반이 있거나 중대한 사실 오인이 있는 경우 또는 그 결정이 현저히 부당한 경우에는 검사, 가정폭력행위자 등이 가정법원 본원 합의부에 항고할 수 있는데(제49조 제1항), 항고는 그 결정을 고지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하여야 한다(제49조 제3항). 항고는 항고장을 원심법원에 제출하는 방법으로 하고(제50조 제1항), 항고장을 받은 법원은 3일 이내에 의견서를 첨부하여 기록을 항고법원에 보내야 하며(제50조 제2항), 항고법원은 항고의 절차가 법률에 위반되거나 항고가 이유 없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결정으로 항고를 기각하여야 한다(제51조 제1항).
위와 같은 가정폭력처벌법 제2장의 규정 체계와 내용을 살펴보면, 가정폭력처벌법은 가정보호처분 결정에 대한 항고장이 제출된 경우 항고장을 받은 법원은 그 항고의 절차가 법률에 위반되는지 가릴 필요 없이 3일 이내에 의견서를 첨부하여 기록을 항고법원에 보내도록 정하고 있고, 항고의 제기가 법률상의 방식에 위반하거나 항고권 소멸 후인 경우와 같이 항고의 절차가 법률에 위반되는 경우에는 항고법원이 항고기각 결정을 하도록 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가정폭력처벌법이 가정보호처분 결정에 대한 항고에 관하여 따로 정하고 있는 이상, 가정보호처분 결정에 대한 항고에는 형사소송법 제407조의 원심법원의 항고기각 결정에 관한 규정이 준용될 여지가 없다.
2. 기록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제1심은 제1차 심리기일(2020. 12. 10. 15:20)에 행위자와 피해자의 진술을 청취한 다음 심리를 종결하고 행위자에게 가정폭력치료강의 40시간의 수강을 명하는 결정(이하 ‘이 사건 보호처분 결정’이라 한다)을 고지하면서, 항고기간, 항고장 제출법원 및 항고법원을 고지하였다. 행위자는 2020. 12. 24. 제1심법원에 이 사건 보호처분 결정에 대한 항고장을 제출하였다(이하 ‘1차 항고’라 한다). 제1심은 2020. 12. 28. ‘행위자의 항고장은 항고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되었음이 명백하다.’는 이유로 가정폭력처벌법 제18조의2, 형사소송법 제407조를 적용하여 결정으로 행위자의 1차 항고를 기각하였다. 행위자는 2021. 1. 4. 제1심법원의 1차 항고기각 결정을 송달받고, 2021. 1. 19. 이에 대하여 항고하였고(이하 ‘2차 항고’라 한다), 원심은 2021. 12. 20. ‘행위자의 2차 항고는 즉시항고기간이 지난 후 제기된 것이어서 부적법하다.’는 이유로 2차 항고를 기각하였다. 행위자는 2021. 12. 24. 원심결정을 송달받고, 2021. 12. 28. 이에 대하여 재항고하였다.
3.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제1심이 1차 항고장을 제출받고도 의견서를 첨부하여 기록을 원심법원에 보내지 않고 2020. 12. 28. 직접 결정으로 1차 항고를 기각한 것은 가정폭력처벌법 제50조 제2항, 제51조 제1항을 위반한 것이다. 행위자의 2차 항고로 기록을 송부받은 원심은 제1심의 위법한 항고기각 결정을 취소하고 스스로 1차 항고의 적법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함에도, 제1심의 2020. 12. 28. 자 1차 항고기각 결정이 적법하다는 것을 전제로 2차 항고가 즉시항고기간이 지난 다음 제기되어 부적법하다고 보아 2차 항고를 기각하였다. 이와 같은 원심의 판단에는 가정폭력처벌법 제51조 제1항을 위반한 잘못이 있다.
4. 그러므로 원심결정을 파기하되, 이 사건은 대법원에서 직접 재판하기에 충분하므로 자판하기로 한다. 제1심의 1차 항고기각 결정은 심급관할을 위반하여 위법하므로 이를 취소하고, 행위자의 1차 항고는 항고기간이 지난 다음 제기된 것이어서 부적법하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대법관 박정화(재판장) 김선수 노태악(주심) 오경미 |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8조의2, 제40조 제1항, 제49조 제1항, 제3항, 제50조, 제51조 제1항, 형사소송법 제405조, 제407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원심판결】
창원지법 2018. 2. 8. 선고 2017노3302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창원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공사예정금액이 1,500만 원 미만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전문공사에 해당하는 방수공사를 하려는 자는 국토교통부장관에게 이에 해당하는 건설업 등록을 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건설업 등록을 하지 않은 채 2015. 4. 4. ○○아파트(이하 ‘이 사건 아파트’라고 한다)의 자치회장인 공소외 1로부터 이 사건 아파트에 대한 공사금액 2,895만 원의 방수공사(이하 ‘1차 공사’라고 한다)를 도급받아 2015. 4. 8.부터 2015. 4. 27.까지 이를 시공하고, 2015. 5. 20. 위 공소외 1로부터 이 사건 아파트에 대한 공사금액 5,040만 원의 방수공사(이하 ‘2차 공사’라고 한다)를 도급받아 2015. 5. 21.부터 2015. 5. 28.까지 이를 시공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동일한 공사를 2 이상의 계약으로 분할 발주하는 경우 각 공사예정금액을 합산한 금액에 따라 건설업 등록이 필요 없는 경미한 공사의 해당 여부를 정하고 있는 구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2020. 12. 29. 대통령령 제3132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이라고 한다) 제8조 제1항의 해석에 관하여, 유사한 규율 체계를 가지고 있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및 고용보험법의 적용 범위에 관한 판단 기준을 유추하여, 위 조항에서 정한 ‘동일한 공사’는 각 건설공사 사이의 객관적인 관계에 비추어 전체 공사에 의하여 최종 목적물이 완성되는지 아니면 각 개별공사마다 최종 목적물이 완성되는 것인지 여부에 의하여 결정되고, 다음으로 최종 목적물이 전체 공사에 의하여 완성되는 경우라 하더라도 각 공사들이 시간적 또는 장소적으로 분리하여 독립적으로 행하여지는 것인지 여부에 의하여 결정되며, 2 이상으로 분할된 공사들이 시간적 또는 장소적으로 분리하여 행하여진다 함은 어느 하나의 공사에서 진행되는 작업 등으로 인하여 이와 별도로 진행되는 다른 공사의 적정한 시공에 영향이 없는 경우를 뜻한다고 전제한 다음, 피고인이 시공한 공사가 구 건설산업기본법(2017. 3. 21. 법률 제1470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건설산업기본법’이라고 한다) 제9조 제1항 단서의 건설업 등록이 필요 없는 ‘경미한 건설공사’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구 건설산업기본법 제9조 제1항 본문은 “건설업을 하려는 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업종별로 국토교통부장관에게 등록을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면서, 제96조 제1호에서 “제9조 제1항에 따른 등록을 하지 아니하거나 부정한 방법으로 등록을 하고 건설업을 한 자”에 대한 처벌규정을 두고 있는바, 이러한 건설업 등록제도의 취지는 건설공사의 적정한 시공과 건설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고 무등록업자에 의한 부실시공을 예방하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다.
한편 구 건설산업기본법 제9조 제1항 단서는 건설업 등록제도의 예외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미한 건설공사를 업으로 하려는 경우에는 등록을 하지 아니하고 건설업을 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있고, 구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 제8조 제1항은 이러한 ‘경미한 건설공사’ 중 하나로 공사예정금액이 1,500만 원 미만인 전문 건설공사를 정하면서, 동일한 공사를 2 이상의 계약으로 분할하여 발주하는 경우에는 각각의 공사예정금액을 합산한 금액을 공사예정금액으로 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러한 건설업 등록제도의 취지와 관련 규정의 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 분할 발주된 수 개의 공사가 ‘동일한 공사’로서 공사예정금액 합산 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각 공사계약의 당사자, 공사 목적물, 공사기간, 공사 내용 및 방법, 수 개의 계약으로 분할하여 체결한 경위 등 제반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실질적으로 각 공사계약이 하나의 계약으로서 각 공사 사이에 동일성이 인정되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반면 당사자들이 수 개의 공사에 대하여 하나의 공사계약을 체결하였다고 하더라도 각 공사가 목적물, 내용이나 시공방법 등을 달리하여 실질적으로 하나의 공사로 볼 수 없는 경우에는 이를 ‘동일한 공사’로 평가할 수 없을 것이다.
나. 한편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6조 단서,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2017. 12. 16. 대통령령 제2850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1항 제3호 (가)목, 고용보험법 제8조 제1항 단서, 고용보험법 시행령 제2조 제1항 제2호 (가)목은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하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시행령’이라고 한다)에 따른 총공사금액이 2,000만 원 미만인 공사에 관하여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및 고용보험법의 적용을 배제하도록 정하고 있고,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시행령 제2조 제1항 제2호는 총공사금액이란 총공사를 할 때 계약상의 도급금액을 말하는 것이라고 정하면서, 같은 조 제2항에서 이러한 총공사금액을 산정할 때 최종 목적물의 완성을 위하여 하는 동일한 건설공사를 둘 이상으로 분할하여 도급하는 경우에는 각각의 도급금액을 합산하되, 도급단위별 공사가 시간적 또는 장소적으로 분리되고 독립적으로 행해지는 경우에는 합산하지 않는 것으로 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및 고용보험법에서 정한 ‘총공사금액’의 판단 기준을 구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에서 정한 ‘동일한 공사’의 해석에 유추적용할 수는 없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및 고용보험법은 각 보험의 시행을 통하여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에 대한 신속·공정한 보상, 재해 예방 및 근로자 복지 증진을 위한 사업 시행, 실업의 예방 및 고용의 촉진, 실업급여를 통한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구직 활동 촉진 등 근로자의 보호에 이바지하는 것을 입법 목적으로 하고 있어(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1조, 고용보험법 제1조 참조), 건설공사의 적정한 시공과 건설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하는 건설산업기본법과는 그 입법 목적이 다르다.
2)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및 고용보험법에서 일정 범위에 속하는 사업에 대하여 법률의 적용을 배제하는 취지는, 안정적 수익구조를 갖지 못한 소규모 영세사업의 사업주 또는 업종이나 규모에 따라 산업재해 발생의 위험이 거의 없는 사업의 사업주에게까지 보험을 강제적으로 적용하여 그에 따른 비용을 부담하게 한다면 보험수지나 비용부담의 면에서 영세한 사업주에게 적지 않은 부담을 줄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사업의 경쟁력이나 수익성에 악영향을 끼쳐 결과적으로 근로자 보호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될 위험이 있으며, 특히 산업재해보상보험의 경우 산업재해 발생률이 높은 대규모 사업의 일부 위험을 소규모 사업이 일방적으로 떠안는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헌법재판소 2018. 1. 25. 선고 2016헌바466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반면 건설산업기본법에서 경미한 공사를 업으로 하려는 경우 등록의무를 면제하는 이유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 재산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작은 경미한 건설공사만을 업으로 하는 경우에 관해서까지 법으로 엄격한 자격요건을 규정하여 관리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므로(대법원 2015. 4. 23. 선고 2013두12386 판결 참조), 양 제도는 취지를 달리한다.
3)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시행령 제2조 제2항에서 총공사금액 산정에 관한 명시적인 근거 규정을 두고 있는 반면, 구 건설산업기본법 및 같은 법 시행령은 ‘동일한 공사’의 판단 기준에 관하여 어떠한 규정도 두고 있지 않다.
다.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 및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피고인은 2013. 5.경부터 ‘△△방수’라는 상호로 방수공사업을 영위하는 사람으로 구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른 건설업 등록을 마치지 아니하였다.
2) 이 사건 아파트 자치관리회 회장 공소외 1은 피고인에게 이 사건 아파트 10개 동에 대한 방수공사를 진행할 예정이니 이에 관한 견적서 제출을 요청하였고, 이에 따라 피고인은 2014. 11. 10.경 공사금액 합계 81,550,000원인 견적서를 제출하였다.
3) 한편 이 사건 아파트 입주민인 공소외 2는 2014. 12. 16.경 이 사건 아파트 자치관리회에 ‘피고인이 운영하는 △△방수는 건설업 등록을 마치지 않은 업체이므로 건설산업기본법상 경미한 공사가 아닌 이 사건 아파트 방수공사를 수행할 수 없다.’는 취지의 의견을 밝혔다.
4) 이 사건 아파트 자치관리회는 2015. 3. 6.경 1차 공사에 관하여 입찰공고를 게시하였고, 피고인은 위 공사를 낙찰받아 2015. 4. 4.경 이 사건 아파트 관리사무소 대표 공소외 1과 1차 공사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였는데, 당시 공사금액이 각 9,650,000원인 3개의 계약으로 나누어 계약서를 작성하였다.
5) 이 사건 아파트 자치관리회는 2015. 4. 20. 2차 공사에 관하여 입찰공고를 게시하였고, 피고인은 위 공사를 낙찰받아 2015. 5. 20.경 위 공소외 1과 계약을 체결하였는데, 당시 공사금액이 350만 원 내지 660만 원인 10개의 계약으로 나누어 계약서를 작성하였다.
6) 1차 공사 및 2차 공사는 모두 이 사건 아파트 전체에 대한 옥상·외벽 균열보수 및 방수공사로서 공사 대상이나 시공방법 등에서 차이가 없었고, 공사대금도 분할 발주된 각 개별 계약을 구분하지 않은 채 전체 공사의 진행도에 따라 수시로 지급되었다.
7) 피고인은 2차 공사가 완료될 무렵인 2015. 6. 18. 하자보수에 관한 협약을 체결하였는데, 위 협약 역시 각 개별 계약을 구분하지 않은 채 전체 보수공사에 대하여 4회의 하자보수공사를 실시한다는 내용이다.
8) 피고인과의 공사계약 체결 경위에 관하여 공소외 1은 수사기관에서 ‘공사를 분할하여 공사대금을 나누면 무등록 업체와 공사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고, 이에 따라 피고인에게 계약을 분할하여 체결하자고 제안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라.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비록 피고인이 1차 공사는 3개의 계약으로, 2차 공사는 10개의 계약으로 분할하여 공사계약을 체결하기는 하였으나 위 각 공사계약에서 정한 공사는 그 계약 당사자, 공사대상 목적물, 공사 내용 및 방법 등이 실질적으로 동일한 공사에 해당한다. 나아가 피고인이 구 건설산업기본법에서 정한 건설업 등록제도를 회피하거나 면탈할 의도에서 동일한 공사를 다수의 계약으로 분할하여 수주한 것으로 볼 여지도 크다. 따라서 1차 공사 및 2차 공사는 모두 공사예정금액이 1,500만 원을 초과하는 전문 건설공사로서 구 건설산업기본법 제9조 제1항 단서에서 정하는 ‘경미한 공사’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와 달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위 각 공사가 건설업 등록이 필요 없는 ‘경미한 공사’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구 건설산업기본법 제9조 제1항 단서에서 정하는 ‘경미한 공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유숙(재판장) 조재연 이동원 천대엽(주심) | [1] 구 건설산업기본법(2017. 3. 21. 법률 제1470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조 제1항, 제96조 제1호(현행 제95조의2 제1호 참조), 구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2020. 12. 29. 대통령령 제3132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조 제1항 / [2]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6조,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2017. 12. 16. 대통령령 제2850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1항 제3호 (가)목(현행 삭제), 고용보험법 제8조 제1항, 고용보험법 시행령 제2조 제1항 제2호 (가)목,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조 제1항 제2호, 제2항, 구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2020. 12. 29. 대통령령 제3132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조 제1항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 케이씨엘 외 1인
【원심판결】
춘천지법 강릉지원 2020. 11. 19. 선고 2019노516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관련 법리
가. 「공공단체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이하 ‘위탁선거법’이라고 한다) 제35조 제5항은 ‘농업협동조합법에 따른 조합장 등은 재임 중에 기부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제59조는 이를 위반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제32조는 위와 같이 금지되는 기부행위의 정의를 ‘선거인(선거인명부를 작성하기 전에는 그 선거인명부에 오를 자격이 있는 자를 포함한다)이나 그 가족(선거인의 배우자, 선거인 또는 그 배우자의 직계존비속과 형제자매, 선거인의 직계존비속 및 형제자매의 배우자를 말한다), 선거인이나 그 가족이 설립·운영하고 있는 기관·단체·시설을 대상으로 금전·물품 또는 그 밖의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거나 그 이익제공의 의사를 표시하거나 그 제공을 약속하는 행위’로 규정한 후, 제33조에서 기부행위로 보지 않는 행위로서 직무상의 행위, 의례적 행위 등을 열거하면서 같은 조 제1항 제1호 (나)목에서 직무상의 행위 중 하나로서 ‘위탁단체가 해당 법령이나 정관 등에 따른 사업계획 및 수지예산에 따라 집행하는 금전·물품(이하 ‘금품’이라고 한다)을 그 위탁단체의 명의로 제공하는 행위’를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위탁선거법의 규정방식에 비추어, 위탁선거법 제32조에 해당하는 금품 등의 제공행위는 같은 법 제33조에서 허용되는 것으로 열거된 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이상, 조합장 등의 재임 중 기부행위금지 위반을 처벌하는 같은 법 제59조의 구성요건해당성이 인정된다(위탁선거법과 유사한 규정을 둔 농업협동조합법 위반 사건에 관한 대법원 2007. 10. 26. 선고 2007도5858 판결 등 참조).
농업협동조합(이하 ‘농협’이라고 한다)은 농업협동조합법이 정하는 국가적 목적을 위하여 설립되는 공공성이 강한 법인으로, 위탁선거법 제59조, 제35조 제5항이 농협의 조합장으로 하여금 선거 관련 여부를 불문하고 재임 중 일체의 기부행위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한 취지는 기부행위라는 명목으로 매표행위를 하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조합장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즉, 위와 같은 기부행위가 조합장의 지지기반을 조성하는 데에 기여하거나 조합원에 대한 매수행위와 결부될 가능성이 높아 이를 허용할 경우 조합장 선거 자체가 후보자의 인물·식견 및 정책 등을 평가받는 기회가 되기보다는 후보자의 자금력을 겨루는 과정으로 타락할 위험성이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농협 조합장은 조합원 중에서 정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조합원이 총회 또는 총회 외에서 투표로 직접 선출하거나, 대의원회가 선출하거나, 이사회가 이사 중에서 선출하므로(농업협동조합법 제45조 제5항), 조합장 선거는 투표자들이 비교적 소수로서 서로를 잘 알고 있고 인정과 의리를 중시하는 특정집단 내에서 이루어지며, 적은 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고 그 선거운동방법은 후보자와 선거인의 직접적인 접촉이 주를 이루게 되며, 이에 따라 후보자의 행위가 선거의 당락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특징이 있다. 뿐만 아니라 조합장 선거의 당선인은 지역농협을 대표하고 총회와 이사회의 의장이 되며, 지역농협의 직원을 임면하는 등(농업협동조합법 제46조 제1항, 제3항, 제56조 제1항) 지역농협의 존속·발전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선거인의 입장에서 누가 조합장으로 당선되는지가 중요하고, 조합장 선거에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 위와 같은 특성으로 인하여 조합장 선거는 자칫 과열·혼탁으로 빠질 위험이 높아 선거의 공정성 담보가 보다 높게 요구된다고 할 것인바, 조합장으로 하여금 재임 중 일체의 기부행위를 금지하는 것은 위탁선거가 가지는 고유한 특성을 고려하여 위탁선거의 과열과 혼탁을 방지하고 나아가 선거의 공정성 담보를 도모하기 위함이다(대법원 2021. 4. 29. 선고 2019도14338 판결, 헌법재판소 2018. 2. 22. 선고 2016헌바370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나. 위탁선거법 제33조 제1항 제1호 (나)목이 규정한 ‘직무상의 행위’에 해당하는 경우 조합장의 재임 중 기부행위금지 위반을 처벌하는 같은 법 제59조 위반죄의 구성요건해당성이 없게 되는바, 위 ‘직무상의 행위’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위탁선거법 제33조 제1항 제1호 (나)목이 규정한 바와 같이 위탁단체가 금품을 그 위탁단체의 명의로 제공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금품의 제공은 위탁단체의 사업계획 및 수지예산에 따라 집행되어야 하고, 이러한 사업계획 및 수지예산은 법령이나 정관 등에 근거한 것이어야 한다.
여기서 위탁단체가 금품을 그 위탁단체의 명의로 제공하는 것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대상자 선정과 그 집행과정에서 사전계획·내부결재나 사후보고 등 위탁단체 내부의 공식적 절차를 거쳤는지, 금품 제공이 위탁단체의 사업수행과 관련성이 있는지, 금품 제공 당시 제공의 주체가 위탁단체임을 밝혔는지, 수령자가 금품 제공의 주체를 위탁단체로 인식했는지, 금품의 제공 여부는 물론 제공된 금품의 종류와 가액·제공 방식 등에 관해 기존에 동일하거나 유사한 관행이 있었는지, 그 밖에 금품 제공에 이른 동기와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단순히 제공된 금품이 위탁단체의 사업계획 및 수지예산에 따라 집행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위와 같은 ‘직무상의 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특히 직무행위의 외관을 빌렸으나 실질적으로는 금품 제공의 효과를 위탁단체의 대표자 개인에게 돌리려는 의도가 드러나는 경우에는 ‘직무상의 행위’로 볼 수 없다.
다. 한편 기부행위는 그 출연자가 기부행위자가 되는 것이 통례이지만, 그 기부행위를 한 것으로 평가되는 주체인 기부행위자는 항상 그 금품 또는 재산상 이익 등의 사실상 출연자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며, 출연자와 기부행위자가 외형상 일치하지 않는 경우에는 그 금품이나 재산상 이익 등이 출연된 동기 또는 목적, 출연행위와 기부행위의 실행경위, 기부자와 출연자 그리고 기부받는 자와의 관계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실질적 기부행위자를 특정하여야 한다(위탁선거법과 유사한 규정을 둔 농업협동조합법 위반에 관한 대법원 2007. 10. 26. 선고 2007도5858 판결 등 참조).
라. 다만 위탁선거법상 금지되는 기부행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지극히 정상적인 생활형태의 하나로서 역사적으로 생성된 사회질서의 범위 안에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일종의 의례적 행위나 직무상의 행위로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여 위법성이 조각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지만, 이러한 위법성조각사유의 인정은 신중하게 하여야 하고(대법원 2017. 3. 9. 선고 2016도21295 판결 등 참조), 그 판단에 있어서는 기부대상자의 범위와 지위 및 선정 경위, 기부행위에 제공된 금품 등의 종류와 가액, 기부행위 시점, 기부행위와 관련한 기존의 관행, 기부행위자와 기부대상자와의 관계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2. 판단
가. 공소사실의 요지
이 사건 공소사실은, 농업협동조합법에 따른 조합장은 재임 중에 기부행위를 할 수 없음에도 공소외 1 농협(이하 ‘이 사건 조합’이라고 한다)의 조합장인 피고인이, ① 2018. 9. 20. 내지 21일경 조합원 29명에게 시가 39,000원 상당의 배 선물세트 1개씩(이하 ‘이 사건 배 선물세트’라고 한다)을 전달하고, ② 2018. 11. 23. 오전 이 사건 조합 사무실에서 전임 조합장이자 조합원인 공소외 2 등 3명에게 조합의 운영 상황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시가 13,000원 상당의 귤 1상자씩, 시가 28,000원 상당의 한라봉 1상자씩(이하 ‘이 사건 귤 등’이라고 한다)을 각 전달하고, 같은 날 오후 전임 조합장이자 조합원인 공소외 3이 입원한 병원을 방문해 시가 32,700원 상당의 음료수 1상자(이하 ‘이 사건 음료수’라고 한다)를 전달함으로써 조합장 재임 중 각 기부행위를 하였다는 내용이다.
나. 인정 사실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피고인의 지위와 차기 조합장 선거 시점
피고인은 2016. 12. 23.부터 지역농협인 이 사건 조합의 조합장으로 재임하였고, 2019. 3. 13. 실시된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 이 사건 조합의 조합장으로 재선되었다.
2) 이 사건 배 선물세트 관련
가) 이 사건 조합은 2018. 9. 추석 명절 기념품 명목으로 담당자의 기안과 내부결재를 거쳐 전체 조합원을 상대로 잡곡세트를 지급하였고, 조합의 이사, 감사, 전임 조합장 등에게 한우 선물세트 또는 혼합과일 선물세트 등을 지급하였으며, 각 부서별로 매출액 등을 기준으로 한 우수고객을 선정하여 소정의 사은품을 지급하였는바, 그 비용은 이 사건 조합의 예산 중 광고선전비로 집행하였다.
나) 그런데 피고인은 그 무렵 이와 별도로 위 공소사실 ① 기재 조합원 29명의 이름, 주소, 연락처가 기재된 명단을 작성하여 조합 총무과 차장 공소외 4에게 건네면서 이 사건 배 선물세트의 배달을 지시하였는바, 이 사건 조합의 사전계획이나 내부결재를 거치지 않은 채 피고인 혼자 수령자 명단을 작성하였고 그 과정에서 별다른 객관적 자료를 참고하지도 않았다. 이와 관련하여 공소외 4는 수사기관에서 ‘전임 조합장들로부터는 위와 같은 지시를 받은 적이 없었다.’고 진술하였다.
다) 공소외 4는 ‘조합장이 배송하라고 했다.’는 취지로 말하며 피고인의 지시를 이 사건 조합의 축산과장 공소외 5에게 전달하였고, 공소외 5는 이 사건 배 선물세트를 배달하면서 수령자들에게 ‘조합장이 주는 것이다.’라고 말하였다.
라) 이 사건 조합에서 제공하는 명절 기념품에는 통상 이 사건 조합의 명칭이 기재된 스티커를 붙였는데, 이 사건 배 선물세트에는 그러한 스티커가 부착되어 있지 않았다.
마) 이 사건 배 선물세트 지급에 소요된 비용은 이 사건 조합의 예산 중 광고선전비로 집행되었다.
3) 이 사건 귤 등과 음료수 관련
가) 이 사건 조합은 2014. 12. ○○농협과 △△△농협의 합병으로 설립되었는데, 전임 조합장 등이 참석하여 열리던 운영평가자문회의는 그 무렵 폐지되었다.
나) 피고인은 조합장으로 재임 중 전임 조합장이자 조합원인 공소사실 ② 기재 사람들과 여러 차례 간담회를 하였고, 2018. 11. 23.에도 공소외 2 등 3명을 조합장 사무실로 불러 간담회(이하 ‘이 사건 간담회’라고 한다)를 하였다. 피고인은 이 사건 간담회 1~2일 전에서야 공소외 4에게 간담회 모임을 위해 전임 조합장들에게 연락할 것을 지시하였는데, 전임 조합장 중 조합장 선거의 경쟁 후보였던 공소외 6에게는 연락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지시하였다.
다) 이 사건 간담회는 별도의 진행자나 회의자료 없이 조합장 사무실에서 1시간 동안 차를 마시며 대화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고, 회의록도 작성되지 않았다.
라) 별다른 선물이 지급되지 않았던 기존 간담회와 달리, 이 사건 간담회 당일에는 참석한 전임 조합장들에게 이 사건 귤 등이 지급되었다.
마) 한편 평소 전임 조합장 간담회에 참석해 온 공소외 3은 병원에 입원하여 이 사건 간담회에 참석하지 못하였는바, 피고인은 이 사건 간담회를 마친 후 공소외 3이 입원한 병원을 찾아가 이 사건 음료수를 전달하였다.
바) 이 사건 귤 등과 음료수 지급에 소요된 비용은 이 사건 조합의 예산 중 교육지원사업비 항목의 생산지도비로 집행되었다.
다. 위탁선거법이 금지하는 기부행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지 여부
1) 이 사건 배 선물세트 제공 행위
앞서 본 법리에다가 위 인정 사실을 통해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① 이 사건 배 선물세트의 수령자 선정과 그 집행 등에 관해 사전계획·내부결재나 사후보고 등 이 사건 조합 내부의 공식적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피고인이 단독으로 결정한 점, ② 이 사건 조합에서 이미 전체 조합원들과 이사, 감사 및 우수고객 등을 상대로 추석 명절 기념품을 지급하였음에도 그 무렵 피고인이 조합원 29명을 별도로 선정하여 이 사건 배 선물세트를 지급하였는바, 이 사건 배 선물세트의 제공과 이 사건 조합의 사업수행과의 관련성을 찾기 어려운 점, ③ 이 사건 배 선물세트의 전달에 관여한 조합 직원은 물론 그 수령자들도 이 사건 배 선물세트 제공의 주체를 피고인으로 인식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④ 위와 같이 조합장이 임의로 선정한 일부 조합원들에게만 명절 선물을 보내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⑤ 이 사건 배 선물세트를 제공할 당시 이 사건 조합이 제공하는 것임을 밝히지도 않은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배 선물세트 제공 행위는 위탁선거법 제33조 제1항 제1호 (나)목이 정한 ‘직무상의 행위’가 아닌, 위탁선거법이 금지하는 기부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고, 이 사건 배 선물세트 지급에 소요된 비용이 이 사건 조합의 예산으로 집행되었다는 사정만으로 달리 볼 수는 없다. 나아가 이 사건 배 선물세트가 제공된 동기, 수령자 선정을 포함해 배 선물세트 제공에 이른 경위, 피고인과 이 사건 조합 및 수령자들과의 관계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배 선물세트의 기부행위 주체는 피고인으로 봄이 상당하다.
2) 이 사건 귤 등과 음료수 제공 행위
앞서 본 법리에다가 위 인정 사실을 통해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① 이 사건 간담회는 피고인이 개최시기와 참석대상자를 임의로 결정하였고, 별도의 진행자나 회의자료가 없었으며 회의록도 작성되지 않았는바, 이 사건 조합과 무관하게 피고인이 소집한 비공식적인 모임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② 이 사건 귤 등과 음료수를 제공하는 것에 관해 사전계획·내부결재나 사후보고 등 이 사건 조합 내부의 공식적 절차를 거쳤다는 자료를 찾아볼 수 없는 점, ③ 위와 같이 전임 조합장들에게 이 사건 귤 등과 음료수를 제공한 것과 이 사건 조합의 사업수행과의 관련성도 명확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④ 이 사건 간담회에 참석한 전임 조합장들에게 이 사건 귤 등 선물을 제공한 것은 기존 간담회의 전례에 비추어 이례적인 것으로 보이는 점, ⑤ 이 사건 귤 등과 음료수를 제공하면서 그 제공 주체가 이 사건 조합임을 밝혔다는 흔적도 찾을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귤 등과 음료수 제공 행위 또한 위탁선거법 제33조 제1항 제1호 (나)목이 정한 ‘직무상의 행위’가 아닌, 위탁선거법이 금지하는 기부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고, 이 사건 귤 등과 음료수 지급에 소요된 비용이 이 사건 조합의 예산으로 집행되었다는 사정만으로 달리 볼 수는 없다. 나아가 이 사건 귤 등과 음료수가 제공된 동기와 그 경위, 피고인과 이 사건 조합 및 수령자들과의 관계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귤 등과 음료수의 기부행위 주체는 피고인으로 봄이 상당하다.
라.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지 여부
피고인은 자신이 임의로 선정한 다수의 조합원들에게 이 사건 배 선물세트를 지급하였고 조합장 선거에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추단되는 전임 조합장들에게 이 사건 귤 등과 음료수를 지급한 점, 이 사건 배 선물세트 및 귤 등과 음료수의 지급 시점이 차기 조합장 선거 6개월 내지 4개월 전이었는바, 기부행위의 시점이 위 선거와 그리 멀지 않았던 점, 이 사건 배 선물세트나 귤 등을 지급한 것은 기존의 관행에 비추어 이례적이었던 점, 그 밖에 기부행위에 제공된 이 사건 배 선물세트 및 귤 등과 음료수의 가액, 피고인과 수령자들의 관계, 이 사건 배 선물세트 및 귤 등과 음료수의 지급에 이른 경위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배 선물세트 및 귤 등과 음료수를 지급한 이 사건 기부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라고 볼 수 없다.
마. 소결
원심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위탁선거법상 기부행위로 보지 않는 ‘직무상의 행위’, 위법성조각사유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피고인이 상고이유에서 들고 있는 대법원판결은 이 사건과 사안이 다르므로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않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천대엽(재판장) 조재연 민유숙(주심) 이동원 | [1] 공공단체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 제32조, 제33조 제1항 제1호 (나)목, 제35조 제5항, 제59조 / [2] 공공단체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 제35조 제5항, 제59조 / [3] 공공단체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 제33조 제1항 제1호 (나)목, 제59조 / [4] 공공단체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 제33조, 제35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및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이병현
【원심판결】
창원지법 2021. 11. 25. 선고 2021노2373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창원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가.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부분에 관하여
2018. 12. 24. 법률 제16037호로 개정되고, 2020. 6. 9. 법률 제17371호로 개정되기 전의 도로교통법(이하 ‘구 도로교통법’이라 한다) 제148조의2 제1항은 "제44조 제1항 또는 제2항을 2회 이상 위반한 사람(자동차 등 또는 노면전차를 운전한 사람으로 한정한다)은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상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하였다. 이후 2020. 6. 9. 법률 제17371호로 개정된 도로교통법(이하 ‘도로교통법’이라 한다) 제148조의2 제1항은 "제44조 제1항 또는 제2항을 2회 이상 위반한 사람(자동차 등 또는 노면전차를 운전한 사람으로 한정한다. 다만 개인형 이동장치를 운전하는 경우는 제외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은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상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한다.
원심은, 피고인이 도로교통법 제44조 제1항을 2회 이상 위반한 사람에 해당된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부분에 대하여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1항, 제44조 제1항을 적용하여 유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그런데 그 후 헌법재판소는 2019헌바446, 2020헌가17(병합), 2021헌바77(병합) 사건에서 2021. 11. 25. "구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1항 중 ‘제44조 제1항을 2회 이상 위반한 사람’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위헌결정을 선고하였다(이하 위헌결정이 선고된 법률조항을 ‘이 사건 위헌 법률조항’이라 한다). 위헌결정의 이유는, 이 사건 위헌 법률조항은 음주운전 금지규정 위반 전력을 가중요건으로 삼으면서 해당 전력과 관련하여 형의 선고나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을 것을 요구하지 않는 데다 아무런 시간적 제한도 두지 않은 채 재범에 해당하는 음주운전행위를 가중처벌하도록 하고, 비형벌적인 반복 음주운전 방지 수단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위반 전력이나 혈중알코올농도 수준 등을 고려하였을 때 비난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음주운전 재범행위까지 가중처벌 대상으로 하면서 법정형의 하한을 과도하게 높게 책정하여 책임과 형벌 사이의 비례원칙에 반하여 위헌이라는 것이다.
원심이 피고인에 대하여 적용한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1항 중 제44조 제1항을 2회 이상 위반한 사람에 관한 부분은, 위 헌법재판소 결정의 심판대상이 되지 않았지만 앞서 본 이 사건 위헌 법률조항에 대한 위헌결정 이유와 같은 이유에서 책임과 형벌 사이의 비례원칙에 어긋날 수 있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1항 중 제44조 제1항을 2회 이상 위반한 사람에 관한 부분의 위헌 여부 또는 그 적용에 따른 위헌적 결과를 피하기 위한 공소장 변경절차 등의 필요 유무 등에 관하여 심리·판단하였어야 한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를 살펴보지 아니한 채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부분을 유죄로 인정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나. 나머지 부분에 관하여
검사는 원심판결 전부에 대하여 상고하였으나, 나머지 부분에 관하여는 상고장이나 상고이유서에 구체적인 불복이유의 기재가 없다.
2. 피고인의 상고에 대한 판단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2021. 11. 25. 선고된 원심판결에 대하여 2021. 11. 26. 상고포기서를 제출한 이후 2021. 12. 30. 상고이유서를 제출하였다. 이를 상고장으로 보더라도 피고인의 상고는 상고권포기로 상고권이 소멸한 이후에 제기된 것이어서 부적법하다.
3. 도로교통법 위반(무면허운전) 부분에 대한 직권판단
가.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원동기장치자전거 운전면허 없이 2021. 5. 5. 13:00경 부산 강서구 (주소 1 생략)에 있는 ‘○○○’ 앞 도로에서 창원시 (주소 2 생략)에 있는 ‘△△△ △△ 식당’ 앞 도로에 이르기까지 약 2km 구간에서 (차량번호 생략) 원동기장치자전거를 운전하고(이하 ‘제1 무면허운전’이라고 한다), 같은 날 15:17경 위 ‘△△△ △△ 식당’ 앞 도로에서 창원시 (주소 3 생략)에 있는 ‘□□□ □□ □□’ 앞 도로에 이르기까지 약 120m 구간에서 위 원동기장치자전거를 운전하였다(이하 ‘제2 무면허운전’이라고 한다)는 것이다.
나. 원심은, 피고인의 각 무면허운전으로 인한 도로교통법 위반죄가 실체적 경합 관계에 있음을 전제로, 제1 무면허운전으로 인한 도로교통법 위반죄에 대하여는 벌금형을 선택하고 제2 무면허운전으로 인한 도로교통법 위반죄에 대하여는 형이 더 중한 음주운전으로 인한 도로교통법 위반죄로 처벌하면서 징역형을 선택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벌금형 및 징역형을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다.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1) 동일 죄명에 해당하는 수 개의 행위 혹은 연속된 행위를 단일하고 계속된 범의하에 일정 기간 계속하여 행하고 그 피해법익도 동일한 경우에는 이들 각 행위를 통틀어 포괄일죄로 처단하여야 할 것이나, 범의의 단일성과 계속성이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범행방법이 동일하지 않은 경우에는 각 범행은 실체적 경합범에 해당한다(대법원 2005. 9. 30. 선고 2005도4051 판결 등 참조). 한편 무면허운전으로 인한 도로교통법 위반죄에 있어서는 어느 날에 운전을 시작하여 다음 날까지 동일한 기회에 일련의 과정에서 계속 운전을 한 경우 등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회통념상 운전한 날을 기준으로 운전한 날마다 1개의 운전행위가 있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므로 운전한 날마다 무면허운전으로 인한 도로교통법 위반의 1죄가 성립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2. 7. 23. 선고 2001도6281 판결 참조).
2) 위 법리 및 제1심,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제1 무면허운전 행위와 제2 무면허운전 행위는 단일하고 계속된 범의 아래 같은 날 근접하여 이루어진 일련의 행위에 해당하고 그 피해법익도 동일하여 포괄하여 일죄에 해당할 뿐, 실체적 경합 관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
가) 피고인은 2021. 5. 5. 13:00경 자신의 거주지인 위 ‘○○○’ 앞 도로에서 위 ‘△△△ △△ 식당’ 앞 도로까지 제1 무면허운전을 한 후, 위 식당에서 친구와 만나 점심 식사를 하면서 소주 3~4병을 함께 마셨다.
나) 위 점심 식사를 마친 피고인은 같은 날 15:17경 위 식당 앞 도로에서 자신의 거주지로 가기 위하여 창원시 (주소 3 생략)에 있는 ‘□□□ □□ □□’ 앞 도로까지 제2 무면허운전을 하였다.
3) 그럼에도 피고인의 제1 무면허운전으로 인한 도로교통법 위반죄와 제2 무면허운전으로 인한 도로교통법 위반죄가 실체적 경합 관계에 있다고 본 원심의 판단에는 ‘죄수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동원(재판장) 조재연(주심) 민유숙 천대엽 | [1] 구 도로교통법(2020. 6. 9. 법률 제1737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4조 제1항, 제148조의2 제1항, 도로교통법 제44조 제1항, 제148조의2 제1항,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3항 / [2] 형법 제37조 / [3] 도로교통법 제43조, 제152조 제1호, 제154조 제2호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1 외 1인
【상 고 인】
피고인 1 및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이수진
【원심판결】
부산지법 2018. 11. 9. 선고 2018노2715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검사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가.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하여야 하고,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나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내용인 확장해석금지에 따라 허용되지 않는다. 법률을 해석할 때 입법 취지와 목적, 제·개정 연혁, 법질서 전체와의 조화, 다른 법령과의 관계 등을 고려하는 체계적·논리적 해석방법을 사용할 수 있으나, 문언 자체가 비교적 명확한 개념으로 구성되어 있다면 원칙적으로 이러한 해석방법은 활용할 필요가 없거나 제한될 수밖에 없다. 죄형법정주의 원칙이 적용되는 형벌법규의 해석에서는 더욱 그렇다(대법원 2017. 12. 21. 선고 2015도8335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게임산업법’이라 한다) 제2조 제1호 본문은 ‘게임물’을 ‘컴퓨터프로그램 등 정보처리 기술이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오락을 할 수 있게 하거나 이에 부수하여 여가선용, 학습 및 운동효과 등을 높일 수 있도록 제작된 영상물 또는 그 영상물의 이용을 주된 목적으로 제작된 기기 및 장치’로 정의하고 있고, 같은 조 제6호 본문은 ‘게임제공업’을 ‘공중이 게임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이를 제공하는 영업’으로 정의하고 있다. 게임산업법 제32조 제1항 제7호는 ‘누구든지 게임물의 이용을 통하여 획득한 유·무형의 결과물을 환전 또는 환전 알선하거나 재매입을 업으로 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면서, 여기서 ‘유·무형의 결과물’이란 ‘점수, 경품, 게임 내에서 사용되는 가상의 화폐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게임머니 및 대통령령이 정하는 이와 유사한 것’으로 정하고 있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하 ‘게임산업법 시행령’이라 한다) 제18조의3 제3호 (라)목은 ‘게임물을 이용하여 업으로 게임머니 또는 게임아이템 등을 생산·획득하는 등 게임물의 비정상적인 이용을 통하여 생산·획득한 게임머니 또는 게임아이템 등의 데이터’를 게임산업법 제32조 제1항 제7호에서 정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게임머니 및 대통령령이 정하는 이와 유사한 것’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게임산업법과 같은 법 시행령의 제반 규정에 비추어 보면, 게임산업법 시행령 제18조의3 제3호 (라)목에서 정한 ‘게임물의 비정상적인 이용’이란 게임제공업자로부터 게임물을 제공받은 공중이 게임물의 제작 목적인 오락, 여가선용, 학습 및 운동효과 등을 위해 게임물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주로 게임머니 등을 획득하기 위해 일반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게임물을 이용하는 것을 뜻하고, 게임제공업자 내부에서 권한을 부여받아 게임머니 등을 생산·획득하는 경우는 포함되지 않는다.
나.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 1이 생산·획득한 아이템이 게임산업법 시행령 제18조의3 제3호 (라)목에서 정한 ‘게임물을 이용하여 업으로 게임물의 비정상적인 이용을 통해 생산·획득한 아이템’이 아니어서 피고인들의 행위가 게임산업법 제32조 제1항 제7호에서 정한 ‘게임물의 이용을 통하여 획득한 유·무형의 결과물을 환전하는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게임산업법 시행령 제18조의3 제3호 (라)목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2. 피고인 1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원심의 양형판단에 죄형균형의 원칙 내지 책임주의 원칙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거나 형법 제51조(양형의 조건)를 위반한 위법이 있다는 취지의 주장은 결국 양형부당 주장에 해당한다. 그런데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에 의하면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서만 양형부당을 사유로 한 상고가 허용된다. 피고인 1에 대하여 그보다 가벼운 형이 선고된 이 사건에서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는 취지의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오경미(재판장) 박정화 김선수(주심) 노태악 | [1] 헌법 제12조 제1항, 형법 제1조 제1항 / [2]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제6호, 제32조 제1항 제7호, 제44조 제1항 제2호,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8조의3 제3호 (라)목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원심판결】
의정부지법 2021. 12. 2. 선고 2021노1839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직권으로 판단한다.
형사소송법 제38조에 따르면 재판은 법관이 작성한 재판서에 의하여야 하고, 제41조에 따르면 재판서에는 재판한 법관이 서명날인하여야 하며(제1항), 재판장 외의 법관이 서명날인할 수 없는 때에는 재판장이 그 사유를 부기하고 서명날인하여야 한다(제2항). 법관이 서명날인을 하지 않은 재판서에 따른 판결은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1호가 정한 ‘판결에 영향을 미친 법률의 위반이 있는 때’에 해당하여 파기되어야 한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4도17514 판결 등 참조).
기록에 따르면, 원심은 제3회 공판기일에서 판결서에 따라 원심판결을 선고하였으나 원심판결서에 재판장 외의 법관 1인의 날인이 누락된 사실을 알 수 있다. 원심은 나머지 법관 2인만이 작성한 판결서에 따라 판결을 선고한 것으로서 이는 판결에 영향을 미친 법률 위반에 해당하여 원심판결은 그대로 유지될 수 없다.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김재형(주심) 안철상 이흥구 | 형사소송법 제38조, 제41조 제1항, 제2항, 제383조 제1호 | 형사 |
【피고인 겸 피부착명령청구자】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겸 피부착명령청구자 및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진보라
【원심판결】
부산고법 2021. 11. 24. 선고 2021노83, 2021전노4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사건의 유죄 부분(이유무죄 부분 포함)과 부착명령청구사건 부분을 파기하고, 그 부분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인 겸 피부착명령청구자(이하 ‘피고인’이라고 한다)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를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이 각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마약류관리법’이라고 한다) 위반(향정)의 점[단, 공소외 1에 대한 원심 별지 범죄일람표 2 연번 2 내지 9 기재 각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의 점에 관한 부분은 제외]에 관한 공소사실 기재 범행일시에 향정신성의약품인 졸피뎀 성분이 함유된 수면제를 숙취 해소제 등에 탄 다음 이를 공소외 2나 공소외 1 또는 공소외 3(이하 특정할 필요가 없는 경우 ‘공소외 2 등’이라고 통칭한다)로 하여금 각각 마시게 한 사실을 인정하고, 각 강간치상에 관한 공소사실(단, 피해자 공소외 1에 대한 원심 별지 범죄일람표 2 연번 10 기재 강간치상의 점은 제외)을 유죄로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
2. 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각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의 점[단, 공소외 1에 대한 원심 별지 범죄일람표 2 연번 2 내지 9 기재 각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의 점은 제외]에 대한 주위적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자신의 우울증 치료를 위해 처방·조제받아 가지고 있던 향정신성의약품인 졸피뎀 성분이 함유된 수면제를 숙취 해소제나 술에 탄 다음 이를 공소외 2 등으로 하여금 마시게 함으로써 마약류취급자가 아님에도 각각 향정신성의약품인 졸피뎀을 사용하였다.’는 것이다. 검사는 위 각 행위에 대하여 각각 마약류관리법 제61조 제1항 제5호, 제4조 제1항을 적용하여 공소를 제기하였다.
나. 원심은 피고인이 마약류취급자가 아니고 피해자들에게 졸피뎀 성분이 함유된 수면제를 숙취 해소제 등에 타 공소외 2 등으로 하여금 마시게 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마약류취급자가 아닌 피고인이 향정신성의약품인 졸피뎀을 사용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이 부분 주위적 공소사실을 모두 무죄로 판단하였다.
다.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1) 마약류관리법 제61조 제1항 제5호는 제4조 제1항을 위반하여 제2조 제3호 (라)목에 해당하는 향정신성의약품 또는 그 물질을 함유하는 향정신성의약품을 매매, 매매의 알선, 수수, 소지, 소유, 사용, 관리, 조제, 투약, 제공한 자 등을 처벌하도록 하고 있고, 제4조 제1항은 마약류취급자가 아니면 향정신성의약품을 소지, 소유, 사용, 운반, 관리, 수입, 수출, 제조, 조제, 투약, 수수, 매매, 매매의 알선 또는 제공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마약류관리법은 향정신성의약품을 마약류취급의료업자로부터 투약받아 소지하는 경우에는 마약류취급자가 아닌 자도 마약류를 취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제4조 제2항 제1호), 이 규정에 의하여 허용되는 마약류의 ‘취급’은 특정인이나 특정 동물에 대한 치료라고 하는 마약류 제공 목적에 부합하는 사용 및 이를 위한 소지, 소유, 운반 등에 한정되고, 이에 의하여 취급이 허용되는 대상도 마약류관리법에 따라 마약류취급의료업자로부터 제공받아 소지하게 된 마약류에 한정된다고 보아야 한다. 그 이유는, 향정신성의약품 등 마약류와 원료물질의 취급·관리를 적정하게 함으로써 그 오용 또는 남용으로 인한 보건상의 위해를 방지하여 국민보건 향상에 이바지함을 마약류관리법의 목적으로 하고 있는 점(제1조), 마약류관리법에 따라 마약류 또는 임시마약류를 소지·소유·운반 또는 관리하는 자라도 다른 목적을 위하여 사용하는 것은 엄격히 금지되어 있는 점(제5조 제2항), 마약류취급의료업자에 한하여 마약 또는 향정신성의약품의 투약, 투약을 위한 제공 또는 이를 기재한 처방전 발급을 허용하고, 의료 및 동물 진료 목적 외에는 투약 등을 금지하고 있는 점(제30조 제1항) 등에 비추어 볼 때, 마약류취급의료업자로부터 마약류관리법에 따라 투약을 위하여 마약류를 제공받아 소지하는 경우에도 제4조 제2항 제1호에 의하여 마약류의 취급이 일반적으로 허용된다고 본다면 제5조 제2항에서 금지하고 있는 ‘목적 외 사용’ 외에 수출, 매매, 제공 등을 금지·처벌할 근거가 없게 되어 마약류관리법의 입법 취지가 크게 훼손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약류취급의료업자로부터 마약류관리법에 따라 자신에 대한 투약 용도로 제공받아 소지하게 된 마약류를 수출하거나 매매하는 경우는 물론 이를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 등에게 투약하거나 다른 사람 등의 투약을 위하여 제공하는 행위는 제4조 제2항 제1호에 의하여 허용되는 ‘취급’에 포함되지 아니하고, 제4조 제1항에 의하여 금지된 것으로서 제61조 제1항 제5호의 처벌대상에 해당한다. 이는 제61조 제1항 제7호가 ‘제5조 제2항을 위반하여 향정신성의약품, 대마 또는 임시마약류를 취급한 자’를 제61조 제1항 제5호 위반자와 같은 형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하여 달리 볼 수 없다.
2) 피고인이 마약류관리법이 정한 마약류취급자가 아닌 사실과 이 부분 주위적 공소사실 기재 일시에 자신의 우울증 치료를 위해 처방·조제받아 가지고 있던 향정신성의약품인 졸피뎀 성분이 함유된 수면제를 숙취 해소제 등에 탄 다음 이를 공소외 2 등으로 하여금 마시게 한 사실은 원심도 인정하고 있고, 그 사실인정이 정당함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부분 주위적 공소사실에 관한 피고인의 각 행위는 마약류관리법 제4조 제2항에 의하여 허용되는 취급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제4조 제1항에 의하여 금지된 사용에 해당하여 제61조 제1항 제5호에 의한 처벌의 대상이 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인이 향정신성의약품인 졸피뎀을 사용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이 부분 주위적 공소사실에 대하여 모두 무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마약류관리법 제4조 제2항의 ‘취급’의 범위나 제61조 제1항 제5호의 ‘사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고,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파기의 범위
앞서 본 바와 같이 원심판결 중 각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의 점에 관한 주위적 공소사실 부분에 파기사유가 있고, 위 각 주위적 공소사실 부분이 파기되는 이상 이와 동일체 관계에 있는 각 예비적 공소사실 부분도 함께 파기할 수밖에 없다. 나아가 원심은 위와 같이 파기되는 각 예비적 공소사실 부분을 포함하여 각 강간치상 등 나머지 유죄 부분에 대하여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다고 보아 하나의 형을 선고하였으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사건에 대한 유죄 부분을 전부 파기하여야 한다.
한편 각 강간치상을 포함하여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는 경우이므로, 강간치상 등 일정한 성범죄 사건의 판결과 동시에 선고하는 부수처분인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47조 제1항에 의한 공개 및 고지명령 부분과 구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2020. 6. 2. 법률 1733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6조 제1항 본문에 의한 취업제한 명령 부분도 함께 파기된다.
또한 피고사건의 유죄 부분을 파기하는 이상 그와 함께 심리되어 동시에 판결이 선고되어야 하는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제5조 제1항에 의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 사건도 함께 파기하여야 한다.
4.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피고사건의 유죄 부분(이유무죄 부분 포함)과 부착명령청구사건 부분을 파기하고, 그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흥구(재판장) 김재형 안철상(주심) 노정희 |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1조, 제4조 제1항, 제2항 제1호, 제5조 제2항, 제30조 제1항, 제61조 제1항 제5호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1 외 1인
【상 고 인】
검사
【원심판결】
서울서부지법 2021. 1. 21. 선고 2019노694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 1에 대한 상표법 위반 부분 및 피고인 2에 대한 부분을 각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서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인들에 대한 상표법 위반 부분
가. 상표법상 ‘상표의 사용’이란 상품 또는 상품의 포장에 상표를 표시하는 행위, 상품 또는 상품의 포장에 상표를 표시한 것을 양도 또는 인도하거나 그 목적으로 전시·수출 또는 수입하는 행위 등을 의미하고, 여기에서 말하는 ‘상품’은 그 자체가 교환가치를 가지고 독립된 상거래의 목적물이 되는 물품을 의미한다(대법원 1999. 6. 25. 선고 98후58 판결, 대법원 2013. 12. 26. 선고 2012후1415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피고인 2는 2014. 4. 10.경 공소외 1 회사가 상표권자인 이 사건 상표를 임의로 표시한 이 사건 수건 1,000개를 1개당 8,500원 상당에 주문·제작하였다.
2) 위 수건은 일반 거래시장에서 독립적으로 유통되는 수건 제품과 외관이나 품질 등이 유사하다.
3) 피고인 2는 위 수건 중 200개 상당을 거래처인 ‘(상호명 1 생략)’의 운영자 공소외 2에게 1개당 45,000원 상당에 판매하였고, 100개 상당을 다른 거래처에 사은품 내지 판촉용으로 제공하였다. 공소외 2는 피고인 2로부터 구매한 위 수건을 다수의 소비자들에게 판매하였다.
4) 피고인 1은 2016. 11.경 위 수건이 상표권자의 허락 없이 임의로 제작된 것이라는 점을 알면서도 그중 290개 상당을 거래처인 ‘(상호명 2 생략)’에 제공하였다.
다. 위와 같은 이 사건 수건의 외관·품질 및 거래 현황 등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 수건은 그 자체가 교환가치를 가지고 독립된 상거래의 목적물이 되는 물품으로 상품에 해당하고, 위 수건 중 일부가 사은품 또는 판촉물로서 무상으로 제공되었다고 하더라도 무상으로 제공된 부분만을 분리하여 그 상품성을 부정할 것은 아니다. 따라서 위 수건에 이 사건 상표를 표시하거나 이 사건 상표가 표시된 수건을 양도하는 행위는 상표법상 상표의 사용에 해당한다.
라. 그런데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 2가 ‘(상호명 1 생략)’에 판매한 수건 200개는 독립된 상거래의 목적물이 되는 상품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이 부분 상표법 위반죄를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피고인 2가 다른 거래처에 제공한 수건 100개 및 피고인 1이 ‘(상호명 2 생략)’에 제공한 수건 290개는 판촉물에 불과할 뿐 상표법상 상품이 아니라고 보아 이 부분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이와 같은 원심의 판단에는 상표의 사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2. 피고인 1에 대한 업무상배임 부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 1에 대한 업무상배임의 점에 관하여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업무상배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파기의 범위
원심이 경합범으로 공소제기된 수 개의 범죄사실 중 그 일부에 대하여 유죄, 일부에 대하여 무죄를 각 선고하고 무죄 부분에 대하여는 검사가 상고하였으나 유죄 부분에 대하여는 피고인과 검사 모두 상고하지 아니한 경우, 그 유죄 부분은 상소기간의 도과로 확정되는 것이므로 무죄 부분의 상고가 이유 있는 경우에도 그 무죄 부분만이 파기되어야 한다(대법원 1992. 1. 21. 선고 91도1402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5도7473 판결 등 참조). 다만 피고인 2에 관한 사건의 경우 검사가 상고한 상표법 위반 부분은 유죄가 인정된 상표법 위반죄와 일죄의 관계에 있고, 또 위 유죄가 인정된 상표법 위반죄는 유죄가 인정된 나머지 공소사실 부분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이 선고되었으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 2에 관한 부분은 전부 파기하여야 한다(대법원 2009. 8. 20. 선고 2008도8034 판결 참조).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 1에 대한 상표법 위반 부분 및 피고인 2에 대한 부분을 각 파기하고 이 부분의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나머지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안철상(재판장) 김재형 노정희 이흥구(주심) | [1] 상표법 제2조 제1항 제11호, 제108조 제1항 제2호 / [2] 상표법 제2조 제1항 제11호, 제108조 제1항 제2호, 제230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법무법인 민 외 1인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법 2016. 9. 29. 선고 2015노3170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이 사건의 개요 및 쟁점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공소외인과 공동하여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고 피해자를 폭행하여 치료일수 미상의 상해를 가하였다.’는 것이다.
나. 피해자는 검찰 및 경찰에서 참고인으로 출석하여 그 피해 사실을 진술하였고, 제1심 제2회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검사의 주신문 및 변호인의 일부 반대신문에 대하여 진술하였다. 그러나 피해자는 변호인의 나머지 반대신문을 위하여 속행된 제1심 제4회 공판기일부터 출석하지 아니하였고, 제1심은 제6회 공판기일까지는 나머지 반대신문을 위하여 증인신문절차를 속행하면서 피해자에 대하여 증인소환절차를 진행하였으나, 그 이후부터 피해자에 대한 증인소환절차를 더 이상 진행하지 아니한 채 제9회 공판기일에 변론을 종결하였다.
다. 제1심은 제2회 공판조서 중 증인신문조서에 기재된 피해자의 진술(이하 ‘이 사건 증인신문조서’라 한다) 등을 기초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으나, 원심은 이 사건 증인신문조서에 대하여는 피고인 또는 변호인의 실질적 반대신문권이 보장되지 아니한 하자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아니하고, 피해자에 대한 검찰 및 경찰 각 진술조서(이하 ‘이 사건 진술조서’라 한다)에 대하여는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4항, 제314조에서 규정한 전문법칙의 예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그 증거능력을 부정한 후, 나머지 증거들만으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보아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라. 이 사건의 쟁점은 이 사건 증인신문조서 및 이 사건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에 대한 원심의 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는지 여부이다.
2. 이 사건 증인신문조서의 증거능력에 관하여
가. 형사소송법은 제161조의2에서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을 포함한 교호신문제도를 규정하는 한편, 제310조의2에서 법관의 면전에서 진술되지 아니하고 피고인에 의한 반대신문의 기회가 부여되지 아니한 진술에 대하여는 원칙적으로 그 증거능력을 부여하지 아니함으로써, 형사재판에서 증거는 법관의 면전에서 진술·심리되어야 한다는 직접주의와 피고인에게 불리한 증거에 대하여 반대신문할 수 있는 권리를 원칙적으로 보장하고 있는데, 이러한 반대신문권의 보장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주된 증거의 증명력을 탄핵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형식적·절차적인 것이 아니라 실질적·효과적인 것이어야 한다(대법원 2001. 9. 14. 선고 2001도1550 판결 참조). 따라서 피고인에게 불리한 증거인 증인이 주신문의 경우와 달리 반대신문에 대하여는 답변을 하지 아니하는 등 진술 내용의 모순이나 불합리를 그 증인신문 과정에서 드러내어 이를 탄핵하는 것이 사실상 곤란하였고, 그것이 피고인 또는 변호인에게 책임 있는 사유에 기인한 것이 아닌 경우라면, 관계 법령의 규정 혹은 증인의 특성 기타 공판절차의 특수성에 비추어 이를 정당화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존재하지 아니하는 이상, 이와 같이 실질적 반대신문권의 기회가 부여되지 아니한 채 이루어진 증인의 법정진술은 위법한 증거로서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어렵다. 이 경우 피고인의 책문권 포기로 그 하자가 치유될 수 있으나, 책문권 포기의 의사는 명시적인 것이어야 한다(대법원 2010. 1. 14. 선고 2009도9344 판결 참조).
나. 원심은, 변호인의 피해자에 대한 나머지 반대신문을 위하여 증인신문절차를 속행하던 중 제1심 제6회 공판기일까지 피해자가 출석하지 아니하자 그 이후부터 피해자에 대한 증인소환절차를 진행하지 아니한 채 제9회 공판기일에 변론을 종결하였으므로 피고인 또는 변호인의 반대신문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하면서, 그 구체적인 사유로, 피고인이 수사기관에서부터 공판에 이르기까지 일관하여 피해자의 진술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취지로 주장하며 이 사건 공소사실을 극렬히 다투어 온 점, 변호인이 미리 준비하여 재판부에 제출하였으나 증인신문절차 속행으로 증인의 답변을 듣지 못한 사항은 전체 반대신문사항의 1/2 정도에 달하는 것으로 폭행의 수단, 방법, 상해의 부위, 정도 등 이 사건 공소사실의 주된 부분에 관한 것이었던 점, 제1심에서 이루어진 다른 증인들의 전체적인 증언 취지가 위 폭행 및 상해 등 이 사건 공소사실과 달랐던 점 등의 사정을 들었다. 원심은 나아가, 피고인 및 변호인이 제1심 제3회 공판기일 및 제5회 공판기일에 각 ‘이의가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기는 하였으나 실질적 반대신문권을 보장하지 아니한 하자는 그 이후인 제1심 제6회 공판기일 이후에 발생한 것이므로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책문권 포기의 의사를 명시한 것으로 볼 수도 없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다. 위와 같은 원심판결의 이유와 아래의 이 사건 진술조서의 증거능력과 관련하여 원심이 그 이유로 들고 있는 사정(피해자의 수사기관에서의 진술 중 폭행당하였다는 점에 관하여는 다소 변경되었으므로, 피고인으로서는 반대신문을 통하여 피해자의 위 진술을 탄핵할 필요성이 있었던 점, 그러나 피해자는 제1심 제2회 공판기일 이후부터 증인신문을 의도적으로 회피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증인신문절차에서의 실질적 반대신문권 보장, 책문권 포기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이 사건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에 관하여
가.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4항과 관련하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이 피해자에 대한 증인신문절차에서 피고인 또는 변호인에게 이 사건 진술조서의 기재 내용에 대하여 피해자를 신문할 기회가 실질적으로 주어졌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진술조서는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4항에서 규정한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공판기일에 그 기재 내용에 관하여 피해자를 신문할 수 있었던 때’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이를 근거로 전문법칙의 예외를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의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4항에서 규정한 반대신문권 보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나. 형사소송법 제314조와 관련하여
1) 형사소송법 제314조에서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졌음’이라 함은 그 진술 내용이나 조서의 작성에 허위개입의 여지가 거의 없고, 그 진술 내용의 신빙성이나 임의성을 담보할 구체적이고 외부적인 정황이 있는 경우를 가리키고(대법원 1987. 3. 24. 선고 87도81 판결, 대법원 2006. 4. 14. 선고 2005도9561 판결 등 참조), 이에 대한 증명은 단지 그러할 개연성이 있다는 정도로는 부족하며, 합리적 의심의 여지를 배제할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대법원 2014. 2. 21. 선고 2013도12652 판결 등 참조).
형사소송법은 수사기관에서 작성된 조서 등 서면증거에 대하여 일정한 요건 아래 증거능력을 인정하는데, 이는 실체적 진실발견의 이념과 소송경제의 요청을 고려하여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것이므로, 그 증거능력 인정 요건에 관한 규정은 엄격하게 해석·적용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 3. 14. 선고 2011도8325 판결 참조).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313조는 진술조서 등에 대하여 피고인 또는 변호인의 반대신문권이 보장되는 등 엄격한 요건이 충족될 경우에 한하여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직접심리주의 등 기본원칙에 대한 예외를 정하고 있는데, 형사소송법 제314조는 원진술자 또는 작성자가 사망·질병·외국거주·소재불명 등의 사유로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 출석하여 진술할 수 없는 경우에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졌다는 점이 증명되면 원진술자 등에 대한 반대신문의 기회조차도 없이 증거능력을 부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보다 중대한 예외를 인정한 것이므로, 그 요건을 더욱 엄격하게 해석·적용하여야 한다(대법원 2014. 2. 21. 선고 2013도12652 판결, 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6도15868 판결 등 참조).
2) 원심은 피고인이 수사기관에서부터 원심에 이르기까지 일관하여 피해자의 진술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취지로 주장하며 이 사건 공소사실을 극렬히 다투어 온 점, 피해자의 수사기관에서의 진술 중 피해자가 피고인으로부터 폭행당하였다는 점에 관하여는 진술이 대체로 일관되나, 폭행의 일시, 수단 및 방법, 상해 부위 및 정도 등에 관하여는 다소 변경되었으므로, 피고인으로서는 반대신문을 통하여 피해자의 진술을 탄핵할 필요성이 있는 점, 그러나 피해자는 제1심 제2회 공판기일 이후부터 증인신문을 의도적으로 회피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들어 피해자의 수사기관에서의 각 진술이 법정에서의 반대신문 등을 통한 검증을 거치지 않더라도 진술의 신빙성과 임의성을 충분히 담보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외부적인 정황이 있다는 점을 검사가 증명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3) 원심판결의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구 형사소송법 제314조(2016. 5. 29. 법률 제1417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에서 규정한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4.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유숙(재판장) 조재연 이동원 천대엽(주심) | [1] 형사소송법 제161조의2, 제296조, 제308조의2, 제310조의2 / [2] 형사소송법 제308조, 제312조, 제313조, 제314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법무법인 추양가을햇살 외 2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21. 11. 24. 선고 2021노91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2020. 1. 21.경 공직선거법 위반 부분
가.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20. 1. 21.경 서울 세종로에 있는 세종문화회관에서 개최된 ○○○○당 전당대회에 발언자로 참여하여 제21대 국회의원선거와 관련하여 행사에 참여한 청중 및 유튜브 방송채널 ‘△△△△△’를 시청하는 불특정 다수의 국민을 대상으로 "돌아오는 4월 15일 날은 ○○○○당이 폭풍타를 칠 것입니다. 기독인들의 967만 표 중에 절반인 500만만 찍어버리면 ○○○○당이 제3정당이 되고 원내교섭단체를 능가할 수 있어요. 내가 이 유튜브를 통해서 ○○○○당에 대한 모든 궁금한 것들을 다 말씀드리겠습니다." 등으로 발언하고, ○○○○당과 □□□□당 중 어느 정당을 찍어야 하는지 묻는 청중의 질문에 "주님께 물어보면 주님이 응답하실 것입니다. ○○○○당 찍어야지."라고 발언하여 ○○○○당을 지지해 달라고 호소하였다(이하 ‘이 사건 발언’이라고 한다). 이로써 피고인은 선거권이 없어 선거운동을 할 수 없음에도 유튜브 방송을 이용하여 선거운동을 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공직선거법이 정한 선거운동에 해당하기 위하여는 반드시 특정 개인 후보자의 존재가 필요하고, 개별 후보자들을 특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루어진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만으로는 위 선거운동의 개념을 충족할 수 없으며, 비례대표 선거의 경우에도 정당은 그 득표율에 따라 배분되는 의석의 규모가 결정되는 것일 뿐이어서 비례대표국회의원선거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라고 판단한 다음, 피고인이 이 사건 발언을 할 무렵에는 후보자등록이 이루어지지 않은 시점인 점 등의 사유로 ○○○○당의 비례대표국회의원후보자가 특정되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어 선거운동에 해당할 수 없다고 보았다. 설령 일부 비례대표국회의원후보자가 특정되었다고 볼 여지가 있더라도 선거에 관한 개인적인 의견을 개진한 것이거나 청중의 질문에 대한 소극적 답변에 해당하여 ○○○○당의 비례대표국회의원후보자의 당선을 위한 선거운동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다. 대법원의 판단
1) 공직선거법 제255조 제1항 제2호, 제60조 제1항, 제254조 제2항에 규정된 ‘선거운동’은 공직선거법 제58조 제1항에서 "당선되거나 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하기 위한 행위"라고 정의하고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선거운동은 특정 선거에서 특정 후보자의 당선 또는 낙선을 도모한다는 목적의사가 객관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능동적이고 계획적인 행위를 말하고(대법원 2018. 11. 29. 선고 2017도2972 판결 등 참조), 특정 정당을 지지한다는 취지의 행위가 그 정당 소속 후보자들의 당선을 도모한다는 목적의사가 객관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능동적·계획적 행위라면 그러한 행위는 선거운동에 해당된다(대법원 2006. 7. 28. 선고 2004도6168 판결, 대법원 2007. 9. 6. 선고 2005도4199 판결 등 참조).
이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단순히 행위자가 행위의 명목으로 내세우는 사유뿐만 아니라 그 행위의 시기·장소·동기·방법의 구체적인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관찰하여 그것이 위 조항에서 금지하고 있는 특정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 혹은 반대하기 위한 목적의지를 수반하는 행위인지를 판단하여야 하고(대법원 2006. 3. 24. 선고 2005도2209 판결 등 참조), 단순히 장래의 선거운동을 위한 내부적·절차적 준비행위에 해당하는 통상적인 정당활동인지, 이와 구별되는 선거운동인지 판단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대법원 2005. 10. 14. 선고 2005도301 판결, 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9도445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특정 후보자’는 반드시 한 명의 후보자만을 가리키는 것에 한정되거나 그 명칭이 표시되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고, 문제 된 발언이 이루어진 경위, 발언의 전체 맥락, 표현방법 등에 비추어 그 대상이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는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11도8118 판결).
2) 2004. 3. 12. 법률 제7189호로 개정된 구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146조 제2항, 제150조 제1항, 제189조는 비례대표국회의원선거에 있어 지역구국회의원선거와는 별도로 정당에 대한 투표권을 인정하여 각 정당이 얻은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국회의원 의석을 배분하는 이른바 1인 2표제의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채택하였다.
비례대표국회의원선거는 기본적으로 전국을 하나의 선거구로 하는 전국단위의 선거라는 점을 고려하여, 공직선거법은 지역구국회의원후보자와 비례대표국회의원후보자에게 허용되는 선거운동의 방법에 차이를 두고 있다.
비례대표국회의원선거는 정당이 후보자 추천과 등록신청의 주체가 되며(공직선거법 제47조 제1항, 제49조 제2항), 선거운동기구의 설치 주체도 정당이며(제61조 제1항), 선거운동방법에 있어서도 후보자 개인에게 선거벽보(제64조)나 현수막(제67조)의 제작, 공개장소에서의 연설·대담(제79조 제1항)을 허용하지 아니하고, 정당에 대해 선거공보의 작성(제65조), 신문광고(제69조), 방송광고(제70조), 인터넷광고(제82조의7) 등 전국 단위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매체를 통해 정당의 정강·정책 등을 홍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투표용지에는 후보자 개인이 아니라 후보자를 추천한 정당의 기호와 정당명만이 표시된다(제150조 제1항). 비례대표국회의원선거에서 유효투표총수의 100분의3 이상을 득표하였거나 지역구국회의원총선거에서 5석 이상의 의석을 차지한 각 정당에 대하여 비례대표국회의원선거에서 얻은 득표비율에 따라 비례대표국회의원 의석을 배분한다(제189조 제1항).
이와 같이 공직선거법이 비례대표국회의원선거에 있어 지역구국회의원선거와는 별도로 정당에 대한 투표권을 인정하여 각 정당이 얻은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국회의원 의석을 배분하는 이른바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와 정당의 비례대표국회의원후보자 명부상의 순위가 처음부터 정당에 의하여 고정적으로 결정되는 이른바 ‘고정명부식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고 있다. 그러므로 선거에 참여한 선거권자들의 정치적 의사표명에 의하여 직접 결정되는 것은 어떠한 비례대표국회의원후보자가 비례대표국회의원으로 선출되느냐의 문제라기보다는 비례대표국회의원을 할당받을 정당에 배분되는 비례대표국회의원의 의석수이며 비례대표국회의원선거는 인물에 대한 선거가 아닌 정당에 대한 선거로서의 성격을 갖는다(헌법재판소 2013. 10. 24. 선고 2012헌마311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3) 앞서 본 법리에, 비례대표국회의원선거의 특징과 공직선거법상 비례대표국회의원 선거운동에 대한 규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비례대표국회의원선거에서 특정 정당을 지지한다는 취지의 행위가 공직선거법 제255조 제1항 제2호, 제60조 제1항, 제254조 제2항에 규정된 선거운동에 해당하는지는, 특정 정당 소속 후보자들의 당선을 도모한다는 목적의사가 객관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능동적·계획적 행위로 인정되는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반드시 그 정당 소속 후보자들이 개별적으로 특정되어야 한다고 볼 수 없다.
4) 다만 정당의 후보자 추천에 관한 단순한 지지·반대의 의견개진 및 의사표시, 통상적인 정당활동은 위 금지되는 선거운동에 해당하지 않는다(공직선거법 제58조 제1항 제3호, 제4호).
5) 원심이 비례대표국회의원선거에서 특정 개인 후보자의 존재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전제로 후보자등록이 이루어지기 전에 한 이 사건 발언 무렵에는 ○○○○당의 비례대표국회의원후보자가 특정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선거운동에 해당할 수 없다고 판단한 데에는 비례대표국회의원선거의 선거운동에 있어 후보자 특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그러나 원심은 일부 비례대표국회의원후보자가 특정되었다고 볼 여지가 있더라도 선거에 관한 개인적 의견을 개진한 것이거나 청중의 질문에 대한 소극적 답변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선거운동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는데,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직선거법 위반죄에서의 선거운동의 판단 기준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6) 결국 원심의 이유설시에 일부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있으나,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비례대표국회의원선거에 있어 선거운동의 특정 후보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2. 2020. 1. 21.경 공직선거법 위반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 중 2020. 1. 21.경 공직선거법 위반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 대하여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이를 무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직선거법 위반죄의 선거운동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천대엽(재판장) 조재연 민유숙(주심) 이동원 | [1] 공직선거법 제58조 제1항, 제60조 제1항, 제254조 제2항, 제255조 제1항 제2호 / [2] 공직선거법 제58조 제1항 제3호, 제4호, 제60조 제1항, 제254조 제2항, 제255조 제1항 제2호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 문수 담당변호사 김태석
【원심판결】
울산지법 2019. 6. 13. 선고 2018노1287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울산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1. 주위적 공소사실의 요지
이 사건 주위적 공소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어린이집을 설치·운영하는 자는 아동학대 방지 등 영유아의 안전과 어린이집의 보안을 위하여 폐쇄회로 텔레비전을 설치·관리해야 하고, 폐쇄회로 텔레비전의 영상정보가 분실·도난·유출·변조 또는 훼손되지 않도록 내부 관리계획의 수립, 접속기록 보관 등 안전성 확보에 필요한 기술적·관리적·물리적 조치를 해야 한다.
그런데도 피고인은 어린이집을 운영하면서 어린이집 사무실에 설치된 폐쇄회로 화면 저장장치에 저장된 영상정보가 훼손되지 않도록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영상정보가 기록되어 있는 저장장치를 은닉하여 녹화영상정보가 전부 삭제되도록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폐쇄회로 텔레비전의 녹화영상정보가 훼손되게 하였다.
2. 원심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가. 구 영유아보육법(2020. 12. 29. 법률 제1778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영유아보육법’이라 한다) 제15조의5 제3항은 “영상정보가 분실·도난·유출·변조 또는 훼손되지 아니하도록” 하기 위해 안전성 확보에 필요한 조치를 취할 의무를 정하고 구 영유아보육법 제54조 제3항은 그러한 의무를 위반한 경우에 대한 처벌조항이다. 따라서 구 영유아보육법 제54조 제3항에서 정한 “영상정보를 분실·도난·유출·변조 또는 훼손당한 자”란 “영상정보가 분실·도난·유출·변조 또는 훼손되지 아니하도록 하지 못하거나 하지 아니한 자”를 뜻한다.
나. 피고인이 자신이 운영하는 어린이집에 설치된 CCTV의 영상이 녹화·저장된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버려 은닉하였고 그로 인해서 피고인이 운영하는 어린이집의 CCTV 영상정보가 훼손당하였다. 따라서 피고인은 구 영유아보육법 제15조의5 제3항에 따른 안전성 확보에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영상정보를 훼손당하였다.
3. 대법원 판단
그러나 원심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가. 구 영유아보육법 제15조의4 제1항은 “어린이집을 설치·운영하는 자는 아동학대 방지 등 영유아의 안전과 어린이집의 보안을 위하여 개인정보 보호법 및 관련 법령에 따른 폐쇄회로 텔레비전을 설치·관리하여야 한다.”라고 정하고, 구 영유아보육법 제15조의5 제3항은 “어린이집을 설치·운영하는 자는 제15조의4 제1항의 영상정보가 분실·도난·유출·변조 또는 훼손되지 아니하도록 내부 관리계획의 수립, 접속기록 보관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안전성 확보에 필요한 기술적·관리적 및 물리적 조치를 하여야 한다.”라고 정한다. 그리고 구 영유아보육법 제54조 제3항은 “제15조의5 제3항에 따른 안전성 확보에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아니하여 영상정보를 분실·도난·유출·변조 또는 훼손당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정한다.
여기서 처벌의 대상이 되는 자 중 ‘영상정보를 훼손당한 자’란 어린이집을 설치·운영하는 자로서 구 영유아보육법 제15조의5 제3항에서 정한 폐쇄회로 영상정보에 대한 안전성 확보에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았고 그로 인해 영상정보를 훼손당한 자를 뜻한다. 영상정보를 삭제·은닉 등의 방법으로 직접 훼손하는 행위를 한 자는 위 규정의 처벌대상이 아니고 행위자가 어린이집을 설치·운영하는 자라고 해도 마찬가지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죄형법정주의는 국가형벌권의 자의적인 행사로부터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범죄와 형벌을 법률로 정할 것을 요구하므로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해야 하고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나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내용인 확장해석금지에 따라 허용되지 않는다(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5도17847 판결 등 참조). 법률을 해석할 때 입법 취지와 목적, 제정·개정 연혁, 법질서 전체와의 조화, 다른 법령과의 관계 등을 고려하는 체계적·논리적 해석방법을 사용할 수 있으나, 문언 자체가 비교적 명확한 개념으로 구성되어 있다면 원칙적으로 이러한 해석방법은 활용할 필요가 없거나 제한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6다81035 판결 참조). 죄형법정주의 원칙이 적용되는 형벌법규의 해석에서는 더욱 그러하다(대법원 2017. 12. 21. 선고 2015도8335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2) ‘당한 자’라는 문언은 타인이 어떠한 행위를 하여 그로부터 위해 등을 입는 것을 뜻하고 스스로 어떠한 행위를 한 자를 포함하는 개념이 아니다. 형사법은 고의범과 과실범을 구분하여 구성요건을 정하고 있는데, 위와 같은 문언은 과실범을 처벌하는 경우에 사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영상정보를 훼손당한 자’를 처벌하는 위 규정은 폐쇄회로 영상정보의 안전성 확보에 필요한 조치를 할 의무가 있는 자가 그러한 조치를 하지 않아 타인이 영상정보를 훼손하거나 그 밖의 다른 이유로 영상정보가 훼손된 경우 위와 같은 폐쇄회로 영상정보의 안전성 확보에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은 어린이집 설치·운영자를 처벌하는 규정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폐쇄회로 영상정보를 직접 훼손한 어린이집 설치·운영자가 ‘영상정보를 훼손당한 자’에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문언의 가능한 범위를 벗어나는 것으로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3) 구 영유아보육법 제15조의5 제3항은 “영상정보가 분실·도난·유출·변조 또는 훼손되지 아니하도록” 하기 위해 안전성 확보에 필요한 조치를 취할 의무를 정하고 구 영유아보육법 제54조 제3항은 그러한 의무를 위반한 경우에 대한 처벌조항이다. 어린이집 폐쇄회로 텔레비전 설치 규정은 어린이집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와 보육교사 등에 의한 아동학대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지만, 안전성 확보에 필요한 조치를 취할 의무와 그 위반에 대한 처벌을 정한 위 규정은 어린이집 내 폐쇄회로 텔레비전 설치·녹화로 인한 원장, 보육교사와 영유아의 사생활 노출을 최소화하고 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규정이다.
따라서 구 영유아보육법 제54조 제3항에 따라 처벌되는 자는 안전성 확보에 필요한 조치를 취할 의무를 위반하여 영상정보가 훼손당하는 등으로 결과적으로 원장, 보육교사와 영유아의 사생활을 노출시키지 않을 의무를 위반한 자를 가리킨다. 여기에 스스로 영상정보를 훼손한 자까지 포함한다고 보는 것은 규정 체계나 취지에 비추어 보더라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4) 「개인정보 보호법」 제29조, 제73조 제1호는 영유아보육법 제15조의5 제3항, 제54조 제3항과 유사하게 ‘안전성 확보에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아니하여 개인정보를 분실·도난·유출·위조·변조 또는 훼손당한 자’를 처벌하는 규정을 두면서 제59조, 제71조에서 ‘정당한 권한 없이 또는 허용된 권한을 초과하여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를 훼손·멸실·변경·위조 또는 유출한 자’를 처벌하는 규정을 별도로 두고 있다. 그러나 영유아보육법은 제56조에서 제15조의4 규정을 위반하여 폐쇄회로 텔레비전을 설치하지 않거나 설치·관리의무를 위반한 자에 대해서는 과태료를 부과하는 규정을 두고 있을 뿐 「개인정보 보호법」 제59조, 제71조와 같이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를 훼손·멸실·변경·위조 또는 유출한 자’를 처벌하는 명시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이러한 영유아보육법의 규정 태도는 ‘영상정보를 스스로 훼손·멸실·변경·위조 또는 유출한 자’에 대해서 형사처벌을 하려는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나. 이 사건 주위적 공소사실의 핵심적인 부분은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피고인이 폐쇄회로 영상정보가 저장된 저장장치를 ‘은닉’하는 방법으로 ‘영상정보를 훼손하였다.’는 것이다.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러한 사실만으로는 구 영유아보육법 제54조 제3항, 제15조의5 제3항에서 정한 ‘영상정보를 훼손당한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그런데도 원심은 구 영유아보육법 제54조 제3항, 제15조의5 제3항을 적용하여 이 사건 주위적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에는 죄형법정주의 원칙, 구 영유아보육법 제54조 제3항에서 정한 ‘영상정보를 훼손당한 자’의 의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결론
피고인의 상고는 이유 있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김재형(주심) 안철상 이흥구 | 구 영유아보육법(2020. 12. 29. 법률 제1778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5조의4 제1항, 제15조의5 제3항, 제54조 제3항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및 검사
【원심판결】
창원지법 2021. 9. 30. 선고 2020노3201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창원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검사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가. 주위적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20. 9. 4. 12:48경 ○○시청 1청사 내 주민생활복지과 사무실에 술에 취한 상태로 찾아가 피고인의 휴대전화 볼륨을 높여서 음악을 재생하는 등 소란을 피우던 중, 소속 공무원인 공소외 1로부터 볼륨을 줄여달라는 요청과 함께 민원 내용에 대한 질문을 받자 공소외 1에게 욕설을 하면서 계속하여 소란을 피우고, 이에 같은 소속 공무원인 공소외 2가 피고인을 제지하며 사무실 밖으로 데리고 나가려고 하자 손으로 위 공소외 2의 상의를 잡아 찢고, 계속하여 위 1청사 후문 앞에서 양손으로 공소외 1과 공소외 2의 멱살을 잡고 수회 흔든 다음 피고인의 손에 들고 있던 휴대전화를 휘둘러 공소외 1의 뺨을 1회 때렸다. 이로써 피고인은 시청 공무원들의 주민생활복지에 대한 통합조사 및 민원 업무에 관한 정당한 직무집행을 각각 방해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주위적 공소사실인 공무집행방해죄 부분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다만 원심에서 추가된 예비적 공소사실인 폭행죄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하므로 주위적 공소사실에 대하여 주문에서 따로 무죄를 선고하지 아니하였다.
1) 피고인을 제지하고 손목을 잡아끌어 퇴거시킨 시청 공무원들의 행위가 주민생활복지에 대한 통합조사 및 민원 업무에 관한 직무라는 추상적 권한에 포함되거나 구체적 직무집행에 관한 법률상 요건과 방식을 갖춘 적법한 직무집행에 해당한다고 볼 증거가 없다.
2) 나아가 피고인을 퇴거시킨 행위가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그 행위를 사인으로서 정당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있으나 민원 안내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의 구체적 직무집행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3) 시청 공무원들은 사무실 내에서 소란을 피우는 피고인을 사무실 밖으로 퇴거시킬 의사가 있었을 뿐, 피고인을 현행범으로 체포하려는 의사는 없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현행범 체포와 관련한 공무를 수행하고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4) 공소외 1, 공소외 2는 ○○시청 주민생활복지과 통합조사팀 소속으로 사회보장 급여 신청 관련 소득재산 조사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사실은 인정되나, 그 외에 ○○시청의 청사방호 및 안전 관리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
다. 대법원의 판단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1) 형법 제136조 제1항에 규정된 공무집행방해죄에서 ‘직무를 집행하는’이라 함은 공무원이 직무수행에 직접 필요한 행위를 현실적으로 행하고 있는 때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공무원이 직무수행을 위하여 근무 중인 상태에 있는 때를 포괄하고, 직무의 성질에 따라서는 그 직무수행의 과정을 개별적으로 분리하여 부분적으로 각각의 개시와 종료를 논하는 것이 부적절하고 여러 종류의 행위를 포괄하여 일련의 직무수행으로 파악함이 상당한 경우가 있다(대법원 1999. 9. 21. 선고 99도383 판결, 대법원 2002. 4. 12. 선고 2000도3485 판결 등 참조).
공무집행방해죄는 공무원의 적법한 공무집행이 전제되어야 하고, 공무집행이 적법하기 위해서는 그 행위가 공무원의 추상적 직무 권한에 속할 뿐만 아니라 구체적으로 그 권한 내에 있어야 하며, 직무행위로서 중요한 방식을 갖추어야 한다. 추상적인 권한은 반드시 법령에 명시되어 있을 필요는 없다. 추상적인 권한에 속하는 공무원의 어떠한 공무집행이 적법한지는 행위 당시의 구체적 상황에 기초를 두고 객관적·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하고, 사후적으로 순수한 객관적 기준에서 판단할 것은 아니다(대법원 1991. 5. 10. 선고 91도453 판결, 대법원 2003. 11. 28. 선고 2003도5234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를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와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가) 공소외 1, 공소외 2는 ○○시청 주민생활복지과 소속으로 주민생활복지에 대한 통합조사 및 민원 업무에 관한 직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이다.
나) 공소외 1은 피고인이 ○○시청 1청사 내 주민생활복지과 사무실에 술에 취한 상태로 찾아와 휴대전화 볼륨을 높여서 음악을 재생하는 것을 보고 피고인에게 민원 내용이 무엇인지 질문을 하면서 음악 소리를 줄여줄 것을 요청하였다. 피고인이 공소외 1에게 욕설을 하면서 소란을 피우자 공소외 1은 피고인에게 욕설을 하지 말고 밖으로 나가서 이야기를 하자고 하였으나 피고인은 이에 응하지 않고 계속해서 소란을 피웠다. 이에 공소외 2가 피고인에게 다가가 피고인을 제지하며 피고인의 팔을 잡고 사무실 밖으로 데리고 나가려고 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피고인이 손으로 공소외 2의 상의를 잡아 찢었고, 양손으로 공소외 1과 공소외 2의 멱살을 잡고 수회 흔든 다음 휴대전화를 휘둘러 공소외 1의 뺨을 1회 때리는 등 시청 공무원들을 폭행하였다.
다) 지방공무원법 제51조는 공무원은 주민 전체의 봉사자로서 친절하고 공정하게 직무를 수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75조의2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업무를 적극적으로 처리하는 적극행정을 장려하고 있으며, ○○시 지방공무원 복무조례 제3조는 공무원은 직무를 민주적이고 능률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창의와 성실로서 맡은바 책임을 완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 제5조 제2항은 민원인은 민원을 처리하는 담당자의 적법한 민원 처리를 위한 요청에 협조하여야 하고, 행정기관에 부당한 요구를 하거나 다른 민원인에 대한 민원 처리를 지연시키는 등 공무를 방해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라) 이와 같은 규정에 비추어 볼 때, ○○시청 주민생활복지과 소속 공무원이 주민생활복지과 사무실에 방문한 피고인에게 민원 내용을 물어보며 민원 상담을 시도한 행위, 피고인의 욕설과 소란으로 인해 정상적인 민원 상담이 이루어지지 아니하고 다른 민원 업무 처리에 장애가 발생하는 상황이 지속되자 피고인을 사무실 밖으로 데리고 나간 행위는 민원 안내 업무와 관련된 일련의 직무수행으로 포괄하여 파악함이 상당하다. 이와 달리 민원 상담을 시도한 순간부터 민원 상담 시도를 종료한 순간까지만 주민생활복지과 소속 공무원의 직무 범위인 민원 업무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민원 상담 시도 종료 이후 소란을 피우고 있는 피고인을 사무실에서 퇴거시키는 등의 후속 조치는 주민생활복지과 소속 공무원의 직무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파악하는 것은 부당하다.
마) 또한 당시의 상황을 보면 피고인의 욕설과 소란행위로 민원 업무의 방해 상태가 지속되고 다른 민원인들의 안전이나 평온을 해할 우려가 발생한 상태였다. 따라서 행위 당시의 구체적 상황에 기초를 두고 객관적·합리적으로 판단해 보면, 담당 공무원이 피고인을 사무실 밖으로 데리고 나가는 과정에서 피고인의 팔을 잡는 등 다소의 물리력을 행사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피고인의 불법행위를 사회적 상당성이 있는 방법으로 저지한 것에 불과하므로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
바) 오늘날 관공서에서 주취 소란행위 등으로 담당 공무원의 정당한 공무집행을 방해하고 이를 제지하는 담당 공무원에게 부당한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적지 아니한 실정까지 감안하면, 소란을 피우는 민원인을 제지하거나 사무실 밖으로 데리고 나가는 행위도 민원 담당 공무원의 직무에 수반되는 행위로 파악함이 상당하고 그 직무권한의 범위를 벗어난 행위라고 볼 것은 아니다.
3) 위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의 공소사실 기재 행위는 ○○시청 소속 공무원들의 적법한 직무집행을 방해한 행위에 해당하므로 공무집행방해죄를 구성한다. 그런데도 공무집행방해 부분이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공무집행방해죄의 공무집행의 적법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2. 파기의 범위
원심판결 중 주위적 공소사실 부분은 파기되어야 하고, 위 파기 부분과 동일체 관계에 있는 예비적 공소사실 부분도 파기되어야 하므로, 결국 원심판결 전부가 파기되어야 한다.
3. 결론
그러므로 피고인의 상고이유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안철상(재판장) 김재형 노정희 이흥구(주심) | [1] 형법 제136조 제1항 / [2] 형법 제136조 제1항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1 외 1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한광수
【원심판결】
광주지법 2017. 10. 25. 선고 2017노1120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건의 개요와 쟁점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들은 2015. 1. 24.과 같은 달 26일 피해자 공소외 1이 운영하는 음식점 및 2015. 1. 29.과 2015. 2. 12. 피해자 공소외 2가 운영하는 음식점에서 기자인 공소외 3을 만나 식사를 대접하면서 공소외 3이 부적절한 요구를 하는 장면 등을 확보할 목적으로 녹음·녹화장치를 설치하거나 장치의 작동 여부 확인 및 이를 제거하기 위하여 위 각 음식점의 방실에 들어갔다. 이로써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피해자들이 운영하는 위 각 음식점의 방실에 침입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인들이 이 사건 각 음식점의 영업주로부터 승낙을 받고 음식점의 방실에 들어갔고, 비록 피고인들이 음식점의 방실에서 다른 손님인 공소외 3과의 대화 장면을 녹음·녹화하는 것에 대하여는 음식점의 영업주로부터 승낙을 받지 않았더라도 이와 같은 녹음·녹화행위가 불법행위 등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피고인들이 위 각 음식점의 방실에 들어간 것 자체가 영업주의 의사에 반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로 판단하였다.
다. 검사의 상고이유 요지
대법원은 종전에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된 음식점이더라도 영업주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 의사에 반하여 들어갔다면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인정하였다(대법원 1997. 3. 28. 선고 95도2674 판결 등 참조). 즉, 거주자가 행위자의 실제 출입 목적을 알았더라면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정이 경험칙상 명백히 인정되는 경우에는 출입 목적이 불법에 이르지 않았더라도 피해자의 추정적 의사에 반한다고 인정할 수 있고, 일반인의 출입이 포괄적으로 허용된 음식점이더라도 출입이 통상의 이용 목적을 벗어났다면 영업주의 추정적 의사에 반한다고 볼 수 있으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하였다.
이 사건 각 음식점의 영업주인 피해자들은 피고인들이 다른 손님인 공소외 3과의 대화 장면을 녹음·녹화하기 위한 장치를 설치할 목적 등으로 위 각 음식점의 방실에 출입한다는 사정을 알았더라면 피고인들의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임이 명백하고, 피고인들이 위와 같은 목적으로 위 각 음식점의 방실에 출입한 것은 음식점의 통상적인 이용 목적을 벗어난 것이므로, 피고인들이 위와 같은 목적으로 위 각 음식점의 방실에 출입한 것은 영업주인 피해자들의 추정적 의사에 반하는 침입행위에 해당한다.
라. 이 사건의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행위자가 거주자의 승낙을 받아 주거에 들어갔더라도 범죄나 불법행위 등(이하 ‘범죄 등’이라 한다)을 목적으로 한 출입이거나 거주자가 행위자의 실제 출입 목적을 알았더라면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 주거침입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이다.
2. 쟁점에 대한 판단
가. 주거침입죄는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보호법익으로 한다. 주거침입죄의 구성요건적 행위인 침입은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과의 관계에서 해석하여야 하므로, 침입이란 주거의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주거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하고, 침입에 해당하는지는 출입 당시 객관적·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태양을 기준으로 판단함이 원칙이다.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주거에 들어가는 것이라면 대체로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겠지만, 단순히 주거에 들어가는 행위 자체가 거주자의 의사에 반한다는 주관적 사정만으로는 바로 침입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21. 9. 9. 선고 2020도1263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지는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인지를 평가할 때 고려할 요소 중 하나이지만 주된 평가 요소가 될 수는 없다. 따라서 침입행위에 해당하는지는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지가 아니라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인지에 따라 판단되어야 한다.
나. 행위자가 거주자의 승낙을 받아 주거에 들어갔으나 범죄 등을 목적으로 한 출입이거나 거주자가 행위자의 실제 출입 목적을 알았더라면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 행위자의 출입행위가 주거침입죄에서 규정하는 침입행위에 해당하려면, 출입하려는 주거 등의 형태와 용도·성질, 외부인에 대한 출입의 통제·관리 방식과 상태, 행위자의 출입 경위와 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행위자의 출입 당시 객관적·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태양에 비추어 주거의 사실상 평온상태가 침해되었다고 평가되어야 한다. 이때 거주자의 의사도 고려되지만 주거 등의 형태와 용도·성질, 외부인에 대한 출입의 통제·관리 방식과 상태 등 출입 당시 상황에 따라 그 정도는 달리 평가될 수 있다.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된 음식점에 영업주의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으로 들어갔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주거침입죄에서 규정하는 침입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설령 행위자가 범죄 등을 목적으로 음식점에 출입하였거나 영업주가 행위자의 실제 출입 목적을 알았더라면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정이 인정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출입 당시 객관적·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태양에 비추어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방법으로 음식점에 들어갔다고 평가할 수 없으므로 침입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3. 판례 변경의 범위
이와 달리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된 음식점이더라도 음식점의 방실에 도청용 송신기를 설치할 목적으로 들어간 것은 영업주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 의사에 반한다고 보아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인정한 대법원 1997. 3. 28. 선고 95도2674 판결을 비롯하여 같은 취지의 대법원판결들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안에서 이를 변경하기로 한다.
4. 이 사건에 대한 판단
가. 인정되는 사실관계
원심판결 이유와 이 사건 기록에 따르면 다음의 사실을 알 수 있다.
1) 공소외 4 회사는 광양항 자유무역지역 내에 있는 철송장에 목재펠릿 등 보세화물을 보관하고 이를 화력발전소에 운송해 주는 회사이고, 피고인 1은 위 회사의 부사장, 피고인 2는 위 회사의 관리팀장이다.
2) 인터넷 언론사인 ‘(회사명 생략)’의 소속 기자 공소외 3은 2015. 1. 21. 위 언론사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수입금지 품목인 왕겨펠릿이 목재펠릿으로 둔갑하여 광양항에 수입되어 화력발전소에 납품되었고, 광양세관이 적발·압류하여 철송장에 보관 중인 왕겨펠릿은 썩어 곰팡이가 핀 상태로 방치되어 환경오염 피해도 심각한데 압류품에 대한 관리감독과 환경 피해에 따른 책무의 구분도 명확하지 않으며, 불법 수입된 왕겨펠릿을 보관하는 철송장에 대한 관리 업체는 이를 수입한 업체의 하도급업체로 보여 향후 이에 대한 관리감독이 절실하다.’는 취지의 기사를 게재하였다.
3) 피고인들은 공소외 4 회사가 관리하는 철송장에 보관 중인 수입펠릿을 상·하차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먼지 등으로 인해 민원이 발생하면서 기자들이 찾아오고 위와 같은 기사가 게재되자, 기자들에게 향응을 제공하고 기자들이 부당한 요구를 하는 장면 등을 녹음·녹화하여 만일의 상황을 대비하기로 하였다.
4) 피고인 1은 2015. 1. 24.과 같은 달 26일 공소외 1이 운영하는 음식점의 방실 및 2015. 1. 29.과 2015. 2. 12. 공소외 2가 운영하는 음식점의 방실에서 위와 같은 기사를 게재한 공소외 3을 만나 식사를 하기에 앞서 공소외 3과의 대화 내용과 장면을 녹음·녹화하기 위한 장치를 설치하기 위해 위 각 음식점의 영업주로부터 승낙을 받아 위 각 음식점의 방실에 미리 들어간 다음 녹음·녹화장치를 설치하였고, 피고인 2도 위 각 일시에 위 각 음식점의 영업주로부터 승낙을 받아 위 각 음식점의 방실에 들어간 다음 위 각 음식점의 방실에 설치된 녹음·녹화장치의 작동 여부를 확인하거나 공소외 3과의 식사를 마친 후 이를 제거하였다. 그런데 피고인들은 위 각 음식점의 영업주로부터 음식점의 방실에 녹음·녹화장치를 설치하거나 이를 제거하는 것에 대하여는 승낙을 받지 않았다.
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들이 이 사건 각 음식점의 영업주로부터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에 따라 위 각 음식점의 방실에 들어간 이상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음식점의 방실에 들어갔다고 볼 수 없으므로 주거침입죄에서 규정하는 침입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설령 피고인들이 다른 손님인 공소외 3과의 대화 내용과 장면을 녹음·녹화하기 위한 장치를 설치하거나 장치의 작동 여부 확인 및 이를 제거할 목적으로 위 각 음식점의 방실에 들어간 것이어서 음식점의 영업주가 이러한 사정을 알았더라면 피고인들의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정이 인정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위 각 음식점의 방실에 출입하였다고 평가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들에 대하여는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원심판결의 이유 설시에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있으나,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주거침입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5.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안철상의 별개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였고,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노태악, 대법관 천대엽의 보충의견이 있다.
6.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안철상의 별개의견
가. 다수의견이 침입 여부의 판단 기준으로 제시하는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모습’은 그 의미가 추상적이고 불명확하여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이러한 기준으로 주거침입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하게 되면 일반 국민으로서는 어떠한 출입행위가 침입에 해당하는지를 예측할 수 없게 되어 형법상 죄형법정주의, 특히 명확성 원칙으로 지키고자 하는 가치가 침해될 수 있다.
주거침입죄에서 침입 여부는 원칙적으로 거주자의 의사를 기초로 판단해야 한다는 견지에서 거주자의 의사를 어떻게 평가할지를 검토하고, 침입의 두 판단 기준인 ‘거주자의 의사’와 ‘사실상 평온 침해’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에 관하여 기준을 제시하고자 한다. 나아가 주거침입죄에 관한 구체적인 사안에서 이러한 기준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살펴본 다음, 이 사건의 구체적 사안에 대하여 판단하고자 한다.
결론을 먼저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주거침입죄에서 침입은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여 주거에 들어가는 것’을 뜻한다. 거주자의 의사를 고려하지 않고 주거침입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
둘째, 주거침입죄의 성립 여부는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지를 기초로 하고 사실상의 평온상태가 침해되었는지를 함께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셋째,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지 않으면서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모습으로 주거에 침입한다.’는 것은 성립할 수 없는 명제이다.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지 않는다면 주거침입죄는 성립할 수 없다.
넷째, 거주자로부터 현실적인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에 따라 주거에 들어간 경우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거주자가 행위자의 진정한 출입 목적을 알았더라면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유로 주거침입죄의 성립을 인정해서는 안 된다.
나. 침입은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여 주거에 들어가는 것’을 가리킨다. 침입은 거주자의 승낙 없이 함부로 들어가는 것을 뜻하고, 승낙은 들어오라는 의사를 표시하는 것이다. 이것이 판례의 일반적인 태도라고 할 수 있다(대법원 1990. 3. 13. 선고 90도173 판결, 대법원 1995. 9. 15. 선고 94도3336 판결, 대법원 2007. 8. 23. 선고 2007도2595 판결 등 참조).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에 관하여 주거권이라고 보는 입장뿐만 아니라 ‘사실상의 평온’이라고 보는 입장에서도 침입의 의미를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여 들어가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즉, 침입의 의미에 관해서는 의사침해설이 형법학계의 통설이다. 절도죄(형법 제329조)의 구성요건적 행위인 절취가 ‘다른 사람의 의사에 반하여 물건을 가져감’을 뜻하는 것처럼, 주거침입죄에서도 침입 여부를 판단할 때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지가 핵심적인 징표이다.
거주자의 승낙을 받고 주거에 들어간 경우라면 주거에 침입한 것이 아니므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한 사람이 사는 집에 그 사람의 승낙 없이 들어가면 주거침입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한다. 두 사람이 사는 집에 둘 중 한 사람의 승낙만을 받고 들어간 경우에는 어떠한 요건에 따라 주거침입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할지 의견이 나뉠 수 있다.
대법원 2021. 9. 9. 선고 2020도12630 전원합의체 판결은 공동주거권자 중 한 사람이 배우자의 부재중에 혼외성관계를 맺을 목적으로 제3자를 들어오라고 한 사안에 대한 것이기는 하지만, 이에 한정하지 않고 주거침입죄에서 침입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일반적인 법리를 제시하였다. 이에 따르면 주거침입죄의 구성요건적 행위인 침입은 ‘주거의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주거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하고, 침입에 해당하는지는 출입 당시 객관적·외형적으로 드러난 모습을 기준으로 판단함이 원칙이다. 이 판결에서 출입 당시 객관적·외형적으로 드러난 모습을 기준으로 사실상의 평온상태가 침해되었는지가 주거침입죄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새롭게 등장하였다.
이 판결이 공동주거권자 사이에 의사나 이익이 충돌하는 특수한 상황에서 발생한 사례에서 주거침입죄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법리를 선언하였기 때문에, 주거침입죄에 관한 다른 사례들에서 이 법리가 어떻게 적용될 것인지는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다. 이 판결에서 공동주거권자 중 한 사람은 제3자가 주거에 들어오라고 하거나 적어도 들어오는 것을 승낙하였고, 부재중인 다른 공동주거권자인 배우자는 이에 반대할 추정적 의사나 가정적 의사가 있었을 것이라는 점을 기초로 하고 있다. 부재중인 공동주거권자의 추정적 의사나 가정적 의사는 현장에 있는 다른 주거권자의 명시적인 승낙에 우선한다고 할 수 없으므로 부재중인 공동주거권자의 의사에 반한다는 것만으로는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이러한 점에서 일반적인 주거침입죄에서 침입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 가장 기본적인 요소는 여전히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지 여부’라고 볼 수 있다. 기존의 판례와 위 전원합의체 판결을 모순 없이 이해하려면,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지 여부를 기초로 하고 이와 함께 출입 당시 객관적·외형적으로 드러난 모습을 기준으로 사실상의 평온상태가 침해되었는지가 주거침입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라고 보아야 한다.
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거주자의 의사에 반한다는 사정만으로 바로 침입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것이 침입 여부를 판단할 때 거주자의 의사를 배제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침입의 의미와 판단 기준을 새롭게 제시하면서도 종래 침입의 의미에 관하여 이른바 의사침해설을 취한 많은 대법원판결(대법원 1955. 12. 23. 선고 4288형상25 판결, 대법원 1983. 3. 8. 선고 82도1363 판결, 대법원 2009. 9. 10. 선고 2009도293 판결, 대법원 2012. 5. 24. 선고 2010도9963 판결, 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3도7186 판결, 대법원 2021. 1. 14. 선고 2017도21323 판결 등 참조)을 폐기하지 않은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이를 알 수 있다.
특히 위 전원합의체 판결과 같은 날 선고된 대법원 2020도6085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르면 거주자의 의사는 여전히 침입 여부를 판단할 때 중요한 기준임을 알 수 있다. 위 대법원 2020도6085 전원합의체 판결은 공동주거권자 중 한 사람의 승낙을 받은 피고인들이 공동주거권자와 함께 다른 공동주거권자의 부탁을 받고 집에 머무르고 있던 사람의 반대를 무릅쓰고 출입문의 잠금장치를 손괴하는 등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모습으로 집에 들어갔는데도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공동주거권자 중 한 사람의 승낙을 받은 피고인들의 공동생활 장소의 출입과 이용행위가 승낙한 공동주거권자의 통상적인 공동생활 장소의 출입과 이용행위로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도 주거침입죄로 인정하게 되면 공동주거권자가 서로 용인한 의사에 반하여 부당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든다. 공동주거권자 중 한 사람의 승낙이라는 의사와 공동주거권자가 서로 용인한 의사에 반하는지에 따라 침입 여부를 판단하였다고 볼 수 있다.
오로지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모습인지에 따라 침입 여부를 판단한다면, 폐기 대상인 대법원 1997. 3. 28. 선고 95도2674 판결과 유지되는 대법원 1967. 12. 19. 선고 67도1281 판결을 구별하기 어렵게 된다. 위 대법원 95도2674 판결은 도청용 송신기를 설치할 목적으로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된 음식점에 들어간 사안이고, 위 대법원 67도1281 판결은 대리시험에 응시할 목적으로 시험원서를 접수한 다음 관리자의 출입 승낙을 받아 시험장에 출입한 사안이다. 이 두 사안 모두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모습으로 음식점이나 시험장에 출입하였다고 볼 수 없다. 위 대법원 67도1281 판결의 사안에서 대리시험에 응시하기 위하여 적극적인 기망과 위계를 사용하여 출입자격을 속였다는 점을 이유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유는 관리자가 출입 승낙이라는 의사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단순히 착오에 빠진 경우와 구별할 수 있는 요소일 수는 있어도 사실상 평온상태를 침해하는 요소는 아니다.
형법 제319조는 제1항의 주거침입죄 바로 다음에 제2항으로 퇴거불응죄를 정하고 있는데, 이것은 사람의 주거 등에서 ‘퇴거요구를 받고 응하지 않은 사람’을 처벌한다. 퇴거불응죄는 거주자의 의사에 반할 것을 요건으로 하고, 의사에 반하여 퇴거를 불응하는 것 자체가 주거의 사실상 평온을 깨뜨린다고 보아야 한다. 퇴거불응죄의 성립 여부를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치는 모습’인지에 따라 판단하면, 이미 주거지에 들어와 머물고 있던 사람에 대해서는 퇴거불응죄가 성립하지 않게 될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모습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주거침입죄와 퇴거불응죄를 하나의 조문에서 규율하고 있고 그 보호법익도 통일적으로 보아야 하는 점 등에 비추어 주거침입죄의 구성요건인 침입도 퇴거불응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다. 주거침입죄의 두 가지 판단 기준으로 제시된 ‘거주자의 의사’와 ‘주거의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치는 모습’이 어떠한 관계에 있다고 볼 것인지가 중요한 문제이다.
주거의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치는 모습인지는 거주자의 의사를 고려하지 않고서는 판단하기 어렵다. 거주자는 주거에 대한 출입이 자신의 의사대로 통제되고 지배·관리되어야 주거 내에서 평온상태를 누릴 수 있는데, 주거에 대한 지배·관리 또는 출입 통제 방식은 거주자의 의사와 그 표현을 통하여 이루어지기 때문이다(위 대법원 2020도12630 전원합의체 판결 중 대법관 김재형의 별개의견과 대법관 안철상의 별개의견 참조).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지 않으나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모습’을 상정할 수 있을까? 이는 기본적으로 성립할 수 없는 명제이다. 이를테면 거주자의 출입 승낙이 있었으나 정상적이지 않은 방법, 즉 출입문의 잠금장치를 손괴하거나 출입문이 아닌 창문 등을 통하여 출입한 경우를 위와 같은 예로 상정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경우에도 위와 같은 출입방법이 거주자가 한 승낙의 내용과 범위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 아니라면 이는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모습이라고 평가할 수 없다. 그것이 거주자가 한 승낙의 내용과 범위를 벗어났다면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 것으로서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모습이므로 침입에 해당한다. 이렇듯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모습인지는 거주자의 의사에 기초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주거침입에 해당하는지에 관해서 출입 당시 객관적·외형적으로 드러난 모습에 비추어 사실상의 평온상태가 침해되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더라도 거주자의 의사는 여전히 주거침입죄의 성립 여부를 가늠하는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작용한다.
형법이 정한 구성요건적 행위는 죄형법정주의의 관점에서 명확하고 예측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다수의견이 침입에 관한 의미로 제시하는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모습’은 그 자체로 추상적이고 불명확하여 어떠한 출입행위가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모습인지에 대하여 다양한 해석과 평가가 있을 수 있다. 일반 국민으로서는 어떠한 출입행위가 침입에 해당하는지 구체적인 사안에서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게 된다(위 대법원 2020도12630 전원합의체 판결 중 대법관 김재형의 별개의견과 대법관 안철상의 별개의견 참조). 반면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지’는 그 의미와 판단 기준이 명확하다. 이러한 점에서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지를 기초로 하고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지를 함께 고려하여야 주거침입죄의 성립 여부를 좀 더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
라. 이러한 논리를 토대로 몇 가지 사안으로 구분하여 주거침입죄의 성립 여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거주자의 의사에 반함과 동시에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모습으로 주거에 들어간 경우에는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 이것은 주거침입죄가 성립하는 전형적인 경우로서, 이를테면 거주자의 승낙을 받지 않고 정상적이지 않은 출입방법으로 주거에 들어간 경우를 들 수 있다.
둘째,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 경우에는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지 않는 모습으로 주거에 들어가더라도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 빈집에 주인 몰래 들어간 경우에는 주인의 의사에 반하므로 평온상태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해서 주거침입죄의 성립을 부정할 수 없다.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지를 고려하지 않고 사실상의 평온상태가 침해되었는지에 따라 주거침입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하면 위와 같은 사안에서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셋째,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지 않으면서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모습으로 주거침입을 한다.’는 것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기본적으로 성립할 수 없는 명제이다. 거주자의 출입 승낙을 받았으나 승낙의 내용이나 범위를 넘어선 방법으로 출입하였다면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 것으로서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모습이라고 평가할 수 있고, 그렇지 않다면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지도 않고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모습이라고 평가할 수도 없다.
마. 거주자로부터 현실적인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에 따라 주거에 들어간 경우라면, 설령 행위자가 범죄 등을 목적으로 주거에 들어갔거나 거주자가 행위자의 진정한 출입 목적을 알았더라면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정이 인정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먼저 거주자가 명시적으로 출입을 승낙했는데도 그의 추정적 의사가 승낙에 반한다는 이유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는 없다. 이와 마찬가지로 거주자의 현실적인 승낙이 있었던 이상 가정적 의사는 고려할 필요가 없으므로 거주자의 의사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 한 사람이 명시적이고 현실적으로 승낙을 한 경우에는 그의 추정적 의사나 가정적 의사를 고려할 여지가 없다. 공동주거권자 중 부재중인 사람의 추정적 의사나 가정적 의사를 고려하는 것은 그의 명시적, 현실적 의사가 없기 때문이고, 부재중인 공동주거권자의 추정적 의사나 가정적 의사가 현장에 있는 다른 주거권자의 명시적, 현실적 승낙에 우선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주거침입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공동주거권자에 관한 법리를 거주자가 한 사람만 있는 사안에 끌어들여서는 안 된다. 거주자가 행위자의 출입을 승낙한 이상, 진정한 출입 목적을 알았더라면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정이 인정되더라도 거주자의 승낙 자체가 없다고 볼 수 없다.
이 사건이나 폐기 대상인 대법원 95도2674 판결의 사안과 같이 음식점의 방실에 녹음·녹화장치나 도청용 송신기를 설치할 목적으로 들어갔더라도 음식점 영업주의 의사에 반하는 것은 ‘들어가는 행위 그 자체’가 아니라 ‘녹음·녹화장치나 도청용 송신기를 설치하는 행위’이므로 영업주의 의사에 반하여 음식점의 방실에 침입하였다고 볼 수 없다.
거주자가 출입을 승낙한 사안에서 행위자의 출입 목적 등과 같은 승낙의 동기에 착오가 있다는 이유로 주거침입죄로 처벌해서는 안 된다. 단순히 승낙의 동기에 착오가 있다고 해서 승낙의 유효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거주자가 승낙했는데도 그 동기에 착오가 있는 경우까지 승낙의 유효성을 부정하여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인정한다면 주거침입죄로 처벌되는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져 부당한 결과를 가져온다.
나아가 주거침입죄는 목적범이 아니므로, 주거침입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할 때 출입 목적은 고려사항이 아니다. 범죄를 목적으로 주거에 출입한 경우, 출입 목적이 범죄에 해당하는지는 주거침입죄의 성립 여부와 상관이 없다. 주거침입죄는 출입 목적에 해당하는 범죄를 처벌하지 못하는 공백을 메우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출입 목적의 불법성 여부에 따라 주거침입죄가 성립하는지를 판단하게 되면, 출입 이후에 범죄 목적이 생긴 경우와 구분이 명확하지 않고 주거침입죄의 성립 여부가 목적이라는 주관적 요소에 좌우되어 실질적으로 형법의 보충성 원칙에 반하여 죄형법정주의를 위반할 우려가 있고 법적 안정성을 침해하게 된다.
요컨대, 거주자로부터 현실적인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에 따라 주거에 들어간 경우라면, 설령 행위자가 범죄 등을 목적으로 주거에 들어갔거나 거주자가 행위자의 진정한 출입 목적을 알았더라면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정이 인정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거주자가 행위자의 진정한 출입 목적을 알았더라면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유로 주거침입죄의 성립을 인정해서는 안 된다. 주거침입죄는 구성요건이 명확한 범죄로서 출입 목적의 존부와 증명 여부에 따라 범죄가 성립하는지를 다르게 보아야 할 법적 근거가 없다.
바. 이 사건에 관하여 본다.
원심판결의 이유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따르면, 피고인들은 이 사건 각 음식점의 방실에서 다른 손님인 공소외 3과의 대화 장면을 녹음·녹화하기 위한 장치를 설치하거나 장치의 작동 여부 확인 및 이를 제거할 목적으로 영업주의 승낙을 받아 음식점의 방실에 들어가 공소외 3과 식사를 하면서 위 장치로 공소외 3과 대화하는 장면을 촬영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들이 영업주의 승낙을 받아 음식점의 방실에 들어갔으므로, 설령 위 각 음식점의 영업주가 피고인들의 위와 같은 출입 목적을 알았더라면 그들의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정이 인정되더라도 영업주의 의사에 반한다고 볼 수 없어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사. 이상의 논의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침입행위에 해당하는지는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지를 가장 기본적인 요소로 삼아 판단하여야 한다. 피고인들이 이 사건 각 음식점 영업주의 승낙을 받아 음식점의 방실에 출입한 행위는 기본적으로 영업주의 의사에 반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모습으로 볼 수도 없으므로 침입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원심판단에는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주거침입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으므로 상고를 기각하여야 한다.
이 의견은 상고를 기각하여야 한다는 이 사건 결론에서는 다수의견과 같지만 결론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인 이유와 논거가 다르므로, 별개의견으로 한다.
7.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노태악, 대법관 천대엽의 보충의견
보충의견에서는 이 사건 전원합의체 판결의 의미, 특히 죄형법정주의와 관련하여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지 살펴보고, 구체적인 사건에서 침입 여부의 판단 기준인 사실상의 평온상태가 침해되었는지를 평가할 때 거주자의 의사를 어떻게 고려할 것인지에 관하여 검토하고자 한다.
가. 이 사건 전원합의체 판결이 가지는 의미에 관하여
1) 이 사건 전원합의체 판결은 거주자의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에 따라 주거에 들어간 경우에는, 행위자가 범죄 등을 목적으로 주거에 들어갔거나 거주자가 행위자의 실제 출입 목적을 알았더라면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정이 인정되더라도 거주자의 추정적 의사에 반한다는 사정만으로 주거의 사실상 평온상태가 침해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침입에 해당하는지는 거주자의 의사가 아니라 출입 당시 객관적·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태양에 비추어 사실상의 평온상태가 침해되었는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대법원 2021. 9. 9. 선고 2020도12630 전원합의체 판결이 새롭게 제시한 법리에 따라 주거침입죄에서 침입에 해당하는지의 판단은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지가 아니라 출입 당시 객관적·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태양에 비추어 주거의 사실상 평온상태가 침해되었는지를 핵심 표지로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종래 대법원 판례와 같이 침입의 의미를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여 주거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보게 되면 거주자의 의사에 반한다는 주관적 사정만으로 주거침입죄의 성립을 인정할 수 있게 되어 주거침입죄가 보호하려는 법익의 범위를 넘어서고,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 내용이 주관화·관념화되며, 주거침입죄로 처벌되는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져 부당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보호법익과의 관계에서 주거침입죄의 성립 범위를 제한하기 위하여 침입의 의미와 판단 기준을 변경하기에 이르렀다.
2) 이 사건 전원합의체 판결은 주거의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구체적인 판단요소로서 출입하려는 주거 등의 형태와 용도·성질, 외부인에 대한 출입의 통제·관리 방식과 상태, 행위자의 출입 경위와 방법 등을 고려할 수 있고, 이들 요소들을 종합하여 볼 때 행위자의 출입 당시 객관적·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태양에 비추어 주거의 사실상 평온상태가 침해되었다고 규범적으로 평가되어야 침입행위에 해당할 수 있음을 분명히 하였다.
범죄를 이루는 객관적 구성요건으로서의 범죄 행위는 객관적·외부적 평가의 대상으로서 행위 당시에 밖으로 드러난 행위태양을 기준으로 판단함이 원칙이므로, 주거침입죄에서 출입 당시 객관적·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태양을 기준으로 사실상의 평온상태가 침해되었는지에 따라 침입 여부를 판단하는 것도 이러한 범죄구성요건 해석의 일반 원칙에 따른 것이다(대법원 2020도12630 전원합의체 판결 중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박정화, 대법관 노태악의 보충의견 참조). 구체적인 사건에서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인지는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 등을 토대로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일반인이라면 충분히 알 수 있고 법관의 합리적인 해석에 의하여 판단할 수 있는 사항이다. 의사는 내면적 요소로서 다의적으로 해석되거나 불명확할 수 있으므로 거주자의 의사를 주된 판단 기준으로 삼게 되면 어떠한 출입행위가 침입에 해당하는지 예측하기 어려워 오히려 죄형법정주의나 명확성 원칙에 반할 수 있다.
거주자의 의사는 명시적·묵시적·추정적 의사 또는 외부에 표시된 의사나 숨은 진정한 의사 등으로 다양하게 나뉠 수 있고, 명시적 의사와는 다른 추정적 의사 또는 숨은 의사가 동시에 존재할 수 있으며 의사가 분명하지 않은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복수의 거주자가 있을 때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이러한 경우 누구의, 어느 의사에 따라 침입 여부를 판단하여야 하는지 결정에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침입행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지를 기초로 하여야 주거침입죄의 성립 여부를 보다 명확하게 할 수 있다는 의견은 이러한 점에서도 받아들이기 어렵고, 대법원 2020도12630 전원합의체 판결과 이 사건 전원합의체 판결이 그와 같은 취지의 의견을 채택하지 않은 이유 역시 그러하다.
이와 달리 침입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에 거주자의 의사에서 출발하거나 이를 주된 요소로 삼으면, 주거침입죄에서 침입의 의미와 판단 기준을 보호법익과의 관계에서 객관화하여 주거침입죄의 성립 범위를 제한하고자 하는 대법원 2020도12630 전원합의체 판결이나 이 사건 전원합의체 판결의 취지에 명백하게 어긋난다.
나. 거주자의 의사를 어떻게 고려할 것인지에 관하여
구체적인 사건에서 사실상의 평온상태가 침해되었는지를 평가할 때 거주자의 의사를 어떻게 고려할 것인지에 관하여 본다.
1) 외부인에 대한 출입의 통제·관리 방식과 상태를 통하여 객관적·외형적으로 확인되는 거주자의 의사도 주거의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인지를 평가할 때 고려할 요소 중 하나이다. 이를테면 담장과 출입문 등을 설치하고 평소 거주자의 승낙이 있어야 출입할 수 있는 주거라면 외부인에 대한 출입의 통제·관리 방식과 상태를 통하여 객관적·외형적으로 드러난 거주자의 의사가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인지를 판단하는 데 고려될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도 평가의 요소로서 거주자의 의사는 주거 등의 형태와 용도·성질, 외부인에 대한 출입의 통제·관리 방식과 상태 등 출입 당시 상황에 따라 고려되는 정도가 다르다. 사생활 보호의 필요성이 큰 사적 주거나 외부인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는 군사보호시설과 같은 건조물의 경우 해당 공간의 보호대상인 사실상 평온의 성질 등에 비추어 거주자나 관리자의 외부인 출입에 관한 의사가 객관적·외형적으로 이미 드러나 있으므로 상대적으로 중요한 고려 요소가 될 수 있는 반면, 일반인의 출입이 원칙적으로 자유로운 백화점이나 관공서의 민원실과 같은 건조물의 경우는 그와 같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요컨대 주거의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인지를 판단할 때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지가 주된 요소가 될 수는 없다. 주거에 대한 지배·관리 또는 출입 통제의 방식이 거주자의 의사와 그 표현을 통하여 이루어짐을 감안하더라도 거주자의 의사는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인지를 판단할 때 고려할 여러 요소 중 하나이자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달리 평가될 수 있는 요소에 그치므로 이를 주된 기준으로 삼아 일률적으로 주거침입죄의 성립 여부를 논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2) 대법원 2020도12630 전원합의체 판결과 같은 사안에서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지에 따라 침입 여부를 판단하게 되면 자신의 배우자와 성관계를 맺을 목적으로 주거에 들어오는 것은 부재중인 거주자의 의사에 명백히 반하므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 거주자의 의사를 중요시한다면 빈집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부재중인 거주자의 의사를 배제하여야 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 그럼에도 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은 외부인의 출입을 반대하는 거주자의 의사까지 고려하더라도 사실상의 평온상태가 침해되지 않았다고 평가하였기 때문이지 침입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 거주자의 의사를 가장 기본적인 요소로 본 것이 아니다.
또한 같은 날 선고된 대법원 2020도6085 전원합의체 판결은 공동거주자 중 한 사람이 법률적인 근거나 기타 정당한 이유 없이 다른 공동거주자가 공동생활의 장소에 출입하는 것을 금지하자 이에 대항하여 공동생활의 장소에 들어간 다른 공동거주자와 동행한 피고인들의 출입행위가 출입을 금지한 공동거주자의 의사 및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침해하였더라도 그것이 전체적으로 함께 출입한 공동거주자의 통상적인 공동생활 장소의 출입 및 이용행위에 수반되는 행위로 평가할 수 있다면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위 전원합의체 판결의 의미는 공동주거관계의 취지와 특성에 비추어 공동거주자 사이에서는 공동생활 장소에 대한 각자의 권리가 절대시될 수 없고 그 결과 사실상 평온이라는 법익 역시 공동거주자 사이에서 일정 부분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위 전원합의체 판결 중 주거침입죄의 성립을 인정하게 되면 ‘공동거주자 상호 간에 용인한 의사에 반한다.’는 취지의 기재는 이러한 공동주거관계의 취지와 특성에 따라 보호법익이 제한되는 상황을 설명하기 위한 것일 뿐 거주자의 의사가 침입 여부 판단의 중요한 기준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피고인들의 출입에 대한 공동거주자의 반대의사가 분명하였는데도 주거침입죄의 성립을 부정한 위 전원합의체 판결의 결론에 비추어 보더라도 이는 명백하다.
3) 대법원 2020도12630 전원합의체 판결과 이 사건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침입의 의미와 판단 기준을 변경하면서도 종래 침입의 의미에 관하여 이른바 의사침해설을 취한 것으로 보이는 대법원판결 전부를 폐기하지 않았다고 하여 ‘거주자의 의사에 반한다.’는 사정이 침입 여부를 판단할 때에 주된 요소가 된다는 근거가 될 수 없다. 대법원 2020도12630 전원합의체 판결의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에서 밝힌 바와 같이, 새롭게 제시된 침입의 의미와 판단 기준에 따라 침입행위에 해당하는지를 구체적·개별적으로 판단하였을 때 이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거주자 등의 의사에 반한다는 사정만으로 주거침입죄의 성립을 인정한 경우라면 판결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법원 2020도12630 전원합의체 판결은 ‘공동거주자 중 주거 내에 현재하는 거주자의 현실적인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에 따라 주거에 출입하였는데도 부재중인 다른 거주자의 추정적 의사에 반한다는 사정만으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인정한 대법원 1984. 6. 26. 선고 83도685 판결 등을 변경하였고, 이 사건 전원합의체 판결은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된 음식점이더라도 음식점의 방실에 도청용 송신기를 설치할 목적으로 음식점에 들어간 것은 영업주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 의사에 반하므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인정한 대법원 1997. 3. 28. 선고 95도2674 판결 등을 변경한 것이다.
4) 한편 대법원 1967. 12. 19. 선고 67도1281 판결은 육군간부후보생 모집을 위한 학과시험에 대리(代理)로 응시하기 위하여 시험장에 출입한 사안으로서 관리자의 출입 승낙이 있었더라도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시험장에 출입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으므로 폐기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일반인의 자유로운 출입이 허용되지 않고 출입자격이 실제 시험에 응시하는 수험생으로 엄격히 제한되는 시험장에 출입하기 위해 관리자를 기망하여 출입 승낙을 받아 시험장에 출입한 행위는, 앞서 본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인지를 평가할 때 고려할 요소 등을 종합하면 출입 당시 객관적·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태양에 비추어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출입이 엄격히 제한되는 사적 주거나 건조물 등에 출입하기 위해 출입자격이나 조건을 기망하여 거주자나 관리자로부터 승낙을 받아 출입한 행위는 주거 등의 형태와 용도·성질, 외부인에 대한 출입의 통제·관리 방식과 상태 등에 비추어 그러한 기망적인 출입행위 자체로 주거 등의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이라고 볼 수 있고, 단순히 출입 승낙이라는 의사를 형성하는 과정에 착오가 있는 경우와 같다고 볼 수는 없다.
이러한 점에서 침입 여부를 판단할 때 사실상의 평온상태가 침해되었는지가 기준이 되어야 폐기 대상인 대법원 95도2674 판결과 유지되는 대법원 67도1281 판결을 구별할 수 있다. 이와 달리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지에 따라 침입 여부를 판단하게 되면 위 두 판결의 사안 모두 영업주나 관리자의 출입 승낙이 있었으나 출입 목적의 불법성에 비추어 피고인의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정이 인정되고, 착오에 빠져 출입을 승낙하게 된 사정은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위 두 판결을 모순 없이 구별하여 설명하기 어렵다.
다. 어떠한 경우에 사실상의 평온상태가 침해되었다고 볼 것인가
앞서 본 바와 같이 주거침입죄에서 침입 여부를 판단할 때 거주자의 의사는 사실상의 평온상태가 침해되었는지를 판단하기 위한 고려 요소 중 하나일 뿐이다. 그렇다면 사실상의 평온상태가 어떠한 경우에 침해되었는지 여부를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1) 거주자 등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 의사에 반하여 물리력을 행사하여 주거 등에 출입한 경우는 대체로 주거의 사실상 평온상태가 침해되었다고 볼 수 있다. 출입문의 잠금장치를 손괴하거나 출입문이 아닌 곳을 통하여 통상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주거 등에 들어간 경우와 일반적으로 개방되어 있는 장소이지만 관리자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소란을 피우면서 출입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할 수 있다. 나아가 출입 당시 물리력의 행사를 수반하지 않았더라도 주거의 사실상 평온상태가 침해되었다고 볼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사생활 보호의 필요성이 큰 사적 주거, 외부인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는 건조물에 거주자나 관리자의 승낙 없이 몰래 들어간 경우 또는 출입 당시 거주자나 관리자가 출입의 금지나 제한을 하였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출입한 경우에는 앞서 본 여러 가지 사정에 비추어 사실상의 평온상태가 침해된 경우로서 침입행위가 될 수도 있다.
반면 일반인의 출입이 비교적 자유로운 음식점이나 상가 등 건조물의 경우, 음식점의 출입문에 무전취식자나 잡상인의 출입을 금지하는 표시를 하였는데 음식점에 출입하여 식사 후 돈을 내지 않거나 손님에게 물건 판매를 한 경우라 하더라도 앞서 본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할 때 사실상 평온상태가 침해되지 않았다면 침입행위가 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
2) 대법원은 최근 피고인이 피해자와 교제하다 헤어진 지 약 7개월이 경과하였음에도 심야시간에 피해자 또는 피해자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거주자나 관리자의 승낙을 받지 않은 채 위 아파트의 공동출입문에 피해자와 교제 당시 알고 있던 비밀번호를 입력하여 공동현관에 들어가 피해자의 집에 들어가려고 한 사안에서, 출입 목적과 경위, 출입의 태양 및 출입 시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공동주택 거주자의 주거에 대한 사실상의 평온상태가 침해된 경우라면 공동주택의 공용공간에 대한 침입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았다(대법원 2022. 1. 27. 선고 2021도15507 판결 참조). 이 판결 역시 대법원 2020도12630 전원합의체 판결이 제시한 침입의 의미와 판단 기준에 따라 외형상 물리력의 행사 없이 이루어진 무단출입의 경우에도 앞서 본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인지에 관한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출입 당시 객관적·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태양에 비추어 주거의 사실상 평온상태가 침해되었는지를 기준으로 침입 여부를 판단하였다.
3) 이 사건이나 폐기 대상인 대법원 95도2674 판결의 사안과 같이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된 음식점에 영업주의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에 따라 들어간 경우 행위자가 범죄 등을 목적으로 출입하였거나 영업주가 행위자의 실제 출입 목적을 알았더라면 그의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추정되더라도 음식점이라는 장소적 특성과 외부인에 대한 출입의 통제·관리 방식과 상태, 출입 경위와 방법 등을 고려하면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출입 당시 객관적·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태양에 비추어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방법으로 음식점에 들어간 것으로 평가할 수 없으므로 침입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한편 사적 주거나 외부인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는 건조물의 경우에도 행위자가 거주자나 관리자의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에 따라 주거나 건조물에 들어갔으나 범죄 등을 목적으로 한 출입이거나 거주자가 행위자의 실제 출입 목적을 알았더라면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라 하더라도, 출입 당시 객관적·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태양에 비추어 주거나 건조물의 사실상 평온상태가 침해되었는지에 따라 침입행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여야 한다. 앞서 본 대법원 67도1281 판결의 사안과 같이 사적 주거나 외부인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는 건조물에 출입하기 위하여 거주자나 관리자가 부여한 출입자격이나 조건 등과 같이 주거나 건조물의 출입이나 사실상의 평온상태 유지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사항에 대하여 적극적인 수단이나 방법으로 기망하여 이에 속은 거주자나 관리자의 승낙을 받아 들어간 경우라면 출입 당시 객관적·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태양에 비추어 사실상의 평온상태가 침해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으므로 침입행위에 해당한다.
라. 결론
거듭 강조하지만 주거침입죄에서 침입 여부의 핵심 표지이자 최종적인 판단 기준은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인지 여부’이다. 거주자의 의사는 구체적·개별적 상황에서 이에 해당하는지를 평가할 때 고려될 수 있는 하나의 요소에 그친다. 대법원 2020도12630 전원합의체 판결과 이 사건 전원합의체 판결은 바로 이러한 취지로 이해되어야 한다.
이상과 같이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밝힌다.
대법원장 김명수(재판장) 김재형 조재연 박정화 안철상 민유숙 김선수 이동원 노정희 노태악(주심) 이흥구 천대엽 오경미 | [1] 형법 제319조 제1항 / [2] 형법 제30조, 제319조 제1항, 형사소송법 제325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김윤미
【원심판결】
대구지법 2021. 12. 24. 선고 2021노3426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국민체육진흥법 제48조 제2호 위반죄의 성립 여부
가. 국민체육진흥법 제14조의3 제1항은 “전문체육에 해당하는 운동경기의 선수·감독·코치·심판 및 경기단체의 임직원은 운동경기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이나 재산상의 이익을 받거나 요구 또는 약속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정하고, 제48조 제2호는 ‘제14조의3을 위반한 운동경기의 선수·감독·코치·심판 및 경기단체 임직원은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정하여 운동경기의 선수 등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을 받는 행위를 금지하고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다. 한편 위 법 제47조 제1호는 ‘제14조의3 제1항을 위반하여 부정한 행위를 한 운동경기의 선수·감독·코치·심판 및 경기단체 임직원은 7년 이하의 징역이나 7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정하여 운동경기의 선수 등이 승부조작 등 부정한 행위를 한 경우를 별도로 처벌하고 있다. 이는 전문체육 운동경기에 대한 승부조작 등의 부정행위를 금지함으로써 운동경기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위와 같은 국민체육진흥법의 규정 내용과 제14조의3의 입법 취지 등을 종합하면, 운동경기의 선수 등이 운동경기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받거나 요구 또는 약속한 때에는 실제로 부정한 청탁에 따른 부정한 행위를 할 생각이 없었더라도 국민체육진흥법 제48조 제2호, 제14조의3 제1항 위반으로 인한 국민체육진흥법 위반죄가 성립한다.
나.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피고인은 공소외 1과 함께 공소외 2를 만나 공소외 2에게 “주말 야구경기에서 (팀명칭 생략)이 상대팀에게 1회에 볼넷을 허용하고, 4회 이전에 일정 점수 이상을 실점하는 내용으로 승부를 조작해 줄 테니 5억 원을 달라.”라고 제안하고, 그 제안을 승낙한 공소외 2로부터 위와 같이 부정한 청탁을 받고 그 대가로 합계 5억 원을 받았다. 피고인 주장과 같이 처음부터 승부조작 의사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승부조작을 할 수도 없었더라도 피고인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을 받았다고 보아야 한다.
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에서 본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국민체육진흥법 위반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추징액 산정에 관한 법리오해 여부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면서 피고인으로부터 109,475,000원을 추징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추징액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양형부당과 증거신청의 채택에 관한 주장의 당부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에 따르면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서만 양형부당을 이유로 상고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인에 대하여 그보다 가벼운 형이 선고된 이 사건에서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는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아니다.
원칙적으로 증거신청의 채택 여부는 법원의 재량으로서 법원이 필요하지 않다고 인정할 때에는 조사하지 않을 수 있으므로(대법원 2011. 1. 27. 선고 2010도7947 판결 등 참조), 원심이 피고인의 증인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더라도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
4. 결론
피고인의 상고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김재형(주심) 안철상 이흥구 | 국민체육진흥법 제14조의3 제1항, 제47조 제1호, 제48조 제2호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임성우
【원심판결】
서울북부지법 2021. 6. 18. 선고 2021노205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쟁점 공소사실의 요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해자의 각 계정 아이디 및 비밀번호에 대한 전자기록 등 내용탐지 부분의 요지는, 피고인이 피해자가 사용하는 노트북 컴퓨터에 해킹프로그램을 몰래 설치한 후 이를 작동시켜 피해자의 네이트온, 카카오톡, 구글 계정의 각 아이디 및 비밀번호(이하 ‘이 사건 아이디 등’이라고 한다)를 알아냄으로써 비밀장치를 한 피해자의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기술적 수단을 이용하여 그 내용을 알아내었다는 것이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형법 제316조 제2항 소정의 전자기록등내용탐지죄의 객체인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이 되기 위해서는 특정인의 의사가 표시되어야 한다고 전제한 후 이 사건 아이디 등 자체는 특정인의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보기 어려워 기술적 수단을 이용하여 그 내용을 알아냈더라도 전자기록등내용탐지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형법은 산업화·정보화의 추세에 따른 컴퓨터범죄 등 신종범죄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제316조 제2항을 신설하여 ‘봉함 기타 비밀장치한 사람의 편지, 문서, 도화 또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기술적 수단을 이용하여 그 내용을 알아낸 자’를 처벌하는 규정을 두었고, 그 외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행위의 객체로 하는 업무방해(제314조 제2항), 공·사(公·私)전자기록의 위작·변작(제227조의2, 제232조의2) 및 동 행사(제229조, 제234조) 등 컴퓨터관련범죄를 신설하고, 재물손괴죄 등(제366조)에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행위의 객체로 추가하였다.
여기서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이란 일정한 저장매체에 전자방식이나 자기방식 또는 광기술 등 이에 준하는 방식에 의하여 저장된 기록을 의미한다. 특히 전자기록은, 그 자체로는 물적 실체를 가진 것이 아니어서 별도의 표시·출력장치를 통하지 아니하고는 보거나 읽을 수 없고, 그 생성 과정에 여러 사람의 의사나 행위가 개재됨은 물론 추가 입력한 정보가 프로그램에 의하여 자동으로 기존의 정보와 결합하여 새로운 전자기록을 작출하는 경우도 적지 않으며, 그 이용 과정을 보아도 그 자체로서 객관적·고정적 의미를 가지면서 독립적으로 쓰이는 것이 아니라 개인 또는 법인이 전자적 방식에 의한 정보의 생성·처리·저장·출력을 목적으로 구축하여 설치·운영하는 시스템에서 쓰임으로써 예정된 증명적 기능을 수행한다(형법 제227조의2에 규정된 공전자기록등위작죄에 관한 대법원 2005. 6. 9. 선고 2004도6132 판결, 형법 제232조의2에 규정된 사전자기록등위작죄에 관한 대법원 2020. 8. 27. 선고 2019도11294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따라서 그 자체로서 객관적·고정적 의미를 가지면서 독립적으로 쓰이는 것이 아니라 개인 또는 법인이 전자적 방식에 의한 정보의 생성·처리·저장·출력을 목적으로 구축하여 설치·운영하는 시스템에서 쓰임으로써 예정된 증명적 기능을 수행하는 것은 전자기록에 포함된다(형법 제232조의2에 규정된 사전자기록등위작죄에서의 전자기록에 관한 대법원 2008. 6. 12. 선고 2008도938 판결 참조).
나. 이처럼 개정 형법이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위 각 범죄의 행위 객체로 신설·추가한 입법 취지, 전자기록등내용탐지죄의 보호법익과 그 침해행위의 태양 및 가벌성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아이디 등은 전자방식에 의하여 피해자의 노트북 컴퓨터에 저장된 기록으로서 형법 제316조 제2항의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에 해당한다. 따라서 특정인의 의사가 표시되지 않았다는 점만을 들어 이 사건 아이디 등을 전자기록 등에서 제외한 원심의 판단은 잘못이다.
다. 한편 형법 제316조 제2항 소정의 전자기록등내용탐지죄는 봉함 기타 비밀장치한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기술적 수단을 이용하여 그 내용을 알아낸 자를 처벌하는 규정인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에 해당하더라도 봉함 기타 비밀장치가 되어 있지 아니한 것은 이를 기술적 수단을 동원해서 알아냈더라도 전자기록등내용탐지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이 사무실에서 직장 동료인 피해자의 노트북 컴퓨터에 ‘spytector’라는 프로그램을 몰래 설치한 사실, 위 프로그램은 그것이 설치된 컴퓨터의 사용자가 키보드로 입력하는 내용이나 방문한 웹사이트 등을 탐지해 이를 텍스트 파일 형식으로 저장한 후 이메일 등의 방법으로 프로그램 설치자에게 전송해 주는 속칭 ‘키로그’ 프로그램인 사실, 피고인은 위 프로그램을 사용함으로써 피해자가 네이트온, 카카오톡, 구글 계정에 접속하는 과정에서 컴퓨터 키보드에 입력한 이 사건 아이디 등을 알아낸 사실을 알 수 있는바, 위 사실만으로는 이 사건 아이디 등 혹은 그 내용이 기록된 텍스트 파일에 봉함 기타 비밀장치가 되어 있는 것으로 볼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며, 오히려 피해자의 노트북 컴퓨터 그 자체에는 비밀번호나 화면보호기 등 별도의 보안장치가 설정되어 있지 않았던 것으로 보일 뿐이다.
결국 이 사건 아이디 등이 형법 제316조 제2항에 규정된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에는 해당하더라도 이에 대하여 별도의 보안장치가 설정되어 있지 않은 등 비밀장치가 된 것으로 볼 수 없는 이상, 이 사건 아이디 등을 위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알아냈더라도 전자기록등내용탐지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라. 원심이 형법 제316조 제2항 소정의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특정인의 의사가 표시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이유를 설시한 것은 잘못이나,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결론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전자기록등내용탐지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피고인이 이 사건 아이디 등을 이용해 피해자의 네이트온 계정 등에 접속한 행위 및 이를 통해 피해자와 다른 사람들 사이의 대화내용 등을 다운로드 받은 행위에 대해서는 원심에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정보통신망침해등)죄, 전자기록등내용탐지죄가 인정되었고 이 부분에 대해서는 피고인과 검사 모두 상고하지 아니하였다].
4.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천대엽(재판장) 조재연 민유숙(주심) 이동원 | [1] 형법 제227조의2, 제229조, 제232조의2, 제234조, 제314조 제2항, 제316조 제2항, 제366조 / [2] 형법 제316조 제2항 / [3] 형법 제316조 제2항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1 외 1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법무법인(유한) 세종 담당변호사 박교선 외 3인
【원심판결】
서울남부지법 2018. 8. 31. 선고 2017노2000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검사의 참고자료는 이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부분에 관한 판단
가. 법령에서 일정한 행위를 금지하면서 이를 위반하는 행위에 대한 벌칙을 정하고 공무원으로 하여금 금지규정의 위반 여부를 감시·단속하도록 한 경우 공무원에게는 금지규정 위반행위의 유무를 감시하여 확인하고 단속할 권한과 의무가 있으므로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감시·단속 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원에 대하여 위계를 사용하여 업무집행을 못하게 하였다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지만, 단순히 공무원의 감시·단속을 피하여 금지규정을 위반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면 그에 대하여 벌칙을 적용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그 행위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3. 11. 13. 선고 2001도7045 판결 등 참조). 피고인이 금지규정을 위반하여 감시·단속을 피하는 것을 공무원이 적발하지 못하였다면 이는 공무원이 감시·단속이라는 직무를 소홀히 한 결과일 뿐 위계로 공무집행을 방해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구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2019. 4. 23. 법률 제1634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구 형집행법’이라 한다) 제93조 제3항은 “교도관은 시설의 안전과 질서유지를 위하여 필요하면 교정시설을 출입하는 수용자 외의 사람에 대하여 의류와 휴대품을 검사할 수 있다. 이 경우 출입자가 제92조의 금지물품을 소지하고 있으면 교정시설에 맡기도록 하여야 하며, 이에 응하지 아니하면 출입을 금지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있다. 같은 법 제92조 제2호는 수용자가 소지해서는 안 될 금지물품으로 “주류·담배·화기·현금·수표, 그 밖에 시설의 안전 또는 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물품”을 정하였고, 같은 법 제42조 제6호는 “시설의 안전 또는 질서를 해하는 행위를 하거나 하려고 하는 때”에 해당하면 교도관은 접견 중인 수용자 또는 그 상대방에 대하여 접견을 중지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또한 구 형집행법 제10조에 근거한 교도관직무규칙 제42조 제1항은 “정문에 근무하는 교정직교도관(이하 이 조에서 ‘정문근무자’라 한다)은 정문 출입자와 반출·반입 물품을 검사·단속하여야 한다.”라고 정하고, 같은 조 제2항은 “정문근무자는 제1항의 검사·단속을 할 때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출입자의 신체와 휴대품을 검사할 수 있다.”라고 정하며, 같은 조 제3항은 “정문근무자는 제1항 또는 제2항의 검사 도중 이상하거나 의심스러운 점을 발견한 경우에는 출입 등을 중지함과 동시에 상관에게 이를 보고하여 상관의 지시를 받아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법령의 내용과 입법 취지 등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결론이 도출된다. 녹음·녹화 등을 할 수 있는 전자장비가 교정시설의 안전 또는 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금지물품에 해당하여 반입을 금지할 필요가 있다면 교도관은 교정시설 등의 출입자와 반출·반입 물품을 검사·단속해야 할 일반적인 직무상 권한과 의무가 있다. 수용자가 아닌 사람이 위와 같은 금지물품을 교정시설 내로 반입하였다면 교도관의 검사·단속을 피하여 단순히 금지규정을 위반하는 행위를 한 것일 뿐 이로써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는 없다.
나. 원심은, 피고인들이 공모하여 위계로써 접견업무를 담당하는 교도관의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은 위에서 본 법리에 기초한 것으로서,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공동주거침입) 부분에 관한 판단
가. 관리자에 의해 출입이 통제되는 건조물에 관리자의 승낙을 받아 건조물에 통상적인 출입방법으로 들어갔다면, 이러한 승낙의 의사표시에 기망이나 착오 등의 하자가 있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형법 제319조 제1항에서 정한 건조물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이러한 경우 관리자의 현실적인 승낙이 있었으므로 가정적·추정적 의사는 고려할 필요가 없다. 단순히 승낙의 동기에 착오가 있다고 해서 승낙의 유효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관리자가 행위자의 실제 출입 목적을 알았더라면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사정이 있더라도 건조물침입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 나아가 관리자의 현실적인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에 따라 건조물에 들어간 경우에는 출입 당시 객관적·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태양에 비추어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모습으로 건조물에 들어간 것이라고 평가할 수도 없다.
나.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따라 알 수 있는 사정을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은 접견신청인으로서 서울구치소의 관리자인 서울구치소장으로부터 구치소에 대한 출입관리를 위탁받은 교도관의 현실적인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으로 서울구치소 내 민원실과 접견실에 들어갔으므로, 관리자의 의사에 반하여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모습으로 서울구치소에 들어갔다고 볼 수 없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들은 서울구치소에 수용 중인 사람을 취재하고자 서울구치소장의 허가 없이 접견내용을 촬영·녹음할 목적으로 명함지갑 모양으로 제작된 녹음·녹화장비를 몰래 소지하고 서울구치소에 들어갔다. 서울구치소장이나 교도관이 이러한 사실을 알았더라면 피고인들이 이를 소지한 채 서울구치소에 출입하는 것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정은 승낙의 동기가 착오가 있는 것에 지나지 않아 피고인들이 서울구치소장이나 교도관의 의사에 반하여 구치소에 출입하거나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모습으로 서울구치소 내 민원실이나 접견실에 침입한 것으로 평가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들의 행위는 건조물침입죄에 해당하지 않는다.
다. 원심은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원심판결 이유에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있으나,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건조물침입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결론
검사의 상고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김재형(주심) 안철상 이흥구 | [1] 형법 제137조 / [2] 형법 제137조, 구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2019. 4. 23. 법률 제1634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0조, 제42조 제6호, 제92조 제2호(현행 제92조 제1항 제3호 참조), 제93조 제3항, 교도관직무규칙 제42조 제1항, 제2항, 제3항 / [3] 형법 제319조 제1항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김지은
【원심판결】
울산지법 2021. 11. 26. 선고 2021노770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울산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관련 법리
신탁자에게 아무런 부담이 지워지지 않은 채 재산이 수탁자에게 명의신탁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산의 처분 기타 권한행사에 관해서 수탁자가 자신의 명의사용을 포괄적으로 신탁자에게 허용하였다고 보아야 하므로, 신탁자가 수탁자 명의로 신탁재산의 처분에 필요한 서류를 작성할 때에 수탁자로부터 개별적인 승낙을 받지 않았더라도 사문서위조·동행사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이에 비하여 수탁자가 명의신탁 받은 사실을 부인하여 신탁자와 수탁자 사이에 신탁재산의 소유권에 관하여 다툼이 있는 경우 또는 수탁자가 명의신탁 받은 사실 자체를 부인하지 않더라도 신탁자의 신탁재산 처분권한을 다투는 경우에는 신탁재산에 관한 처분 기타 권한행사에 관해서 신탁자에게 부여하였던 수탁자 명의사용에 대한 포괄적 허용을 철회한 것으로 볼 수 있어 명의사용이 허용되지 않는다(대법원 2007. 3. 29. 선고 2006도9425 판결, 대법원 2007. 11. 30. 선고 2007도4812 판결 등 참조).
2. 이 사건의 경위와 원심의 판단
가. 피고인은 공소외 1 회사의 실제 사주로서 공소외 2 등 다른 사람의 명의를 빌려 공소외 1 회사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나. 피고인은 2009. 7. 공소외 2 명의로 보유하고 있던 공소외 1 회사 주식 5,000주에 관하여 공소외 2가 공소외 3에게 이를 양도한다는 내용의 주식양도계약서를 작성하였다. 또한 피고인은 2011. 6. 공소외 3 명의로 공소외 1 회사가 발행한 신주 1,250주를 인수하고 인수대금 1,250만 원을 납부하였다.
다. 피고인은 2014. 12. 공소외 3 명의의 위 합계 6,250주의 주식을 자신의 조카에게 양도하는 내용의 주식양도계약서를 작성하고 명의개서를 마친 다음, 2015. 3. 공소외 3 명의의 증권거래세 과세표준신고서(이하 ‘이 사건 과세표준신고서’라 한다)를 작성하여 관할 세무서에 제출하였다.
라. 한편 공소외 3의 남편이자 피고인이 운영하는 사업의 투자자인 공소외 4는 2018. 11. 26. 피고인을 사문서위조죄 등으로 고소하였다.
검사는 “피고인이 2015. 3. 31. 이 사건 과세표준신고서 1장을 위조하고 이를 행사하였다.”라는 공소사실로 공소를 제기하였다.
마. 원심은, 피고인이 공소외 3에게 이 사건 주식을 명의신탁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피고인이 이 사건 과세표준신고서를 위조하였다고 판단하였다.
명의신탁된 재산의 처분으로 과세표준과 세액을 신고하는 행위는 공법행위로서 명의신탁 재산에 대한 처분 등 사법상 권한을 행사하는 것과 다를 뿐 아니라 이러한 과세표준 및 세액 신고행위가 재산의 처분행위의 구성요소라거나 처분 등과 관련된 필수적 수반행위라고 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앞서 본 바와 같이 신탁자에게 아무런 부담이 지워지지 않은 채 재산이 수탁자에게 명의신탁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탁자는 신탁자에게 자신의 명의사용을 포괄적으로 허용하였다고 봄이 타당한바, 사법행위와 공법행위를 구별하여 신탁재산의 처분 등과 관련한 사법상 행위에 대하여만 명의사용을 승낙하였다고 제한할 수는 없다.
나. 특히 명의신탁된 주식의 처분 후 수탁자 명의의 과세표준신고를 하는 것은 법령에 따른 절차로서 신고를 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수탁자에게 불이익할 수 있다는 점까지 고려한다면,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주식의 처분을 허용하였음에도 처분 후 과세표준 등의 신고행위를 위한 명의사용에 대하여는 승낙을 유보하였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존재하지 않는 한 허용된 범위에 속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1) 주식을 양도하는 경우 양도인은 원칙적으로 증권거래세 과세표준과 세액을 신고하고 세액을 납부하여야 하고(증권거래세법 제2조, 제3조 제3호, 제10조), 기한 내에 신고 및 납부를 하지 않으면 무신고가산세 또는 납부지연가산세가 부과된다(국세기본법 제47조의2, 제47조의4).
2) 이 사건에서 명의신탁한 주식에 대하여 양도의 형식을 빌려 명의수탁자를 변경한 때에도 형식적으로 이 사건 주식이 공소외 3으로부터 제3자에게 양도된 이상, 과세관청은 양도인인 공소외 3이 과세표준을 신고하지 않는다면 공소외 3에게 무신고가산세 부과처분을 할 수밖에 없다. 실질과세의 원칙상 이 사건 주식의 실제 소유자로서 이득이 귀속되는 사람인 피고인이 이 사건 주식의 양도에 따른 최종적인 납세의무자이더라도 신탁자인 피고인이 과세표준을 신고하지 않아 수탁자에게 무신고가산세가 부과된다면 명의수탁자와 과세관청 사이에 과세처분에 따라 세액을 납부하는 법률관계가 성립되는바(대법원 2021. 7. 29. 선고 2020다260902 판결 등 참조), 수탁자인 공소외 3은 이를 별도의 쟁송 등으로 다투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3) 명의수탁자는 자신의 명의사용을 승낙할 당시 신탁자가 신탁재산을 처분할 수 있음을 예상하였을 것이므로, 만약 수탁자인 공소외 3이 신탁재산의 처분 등과 관련한 명의사용을 허락하면서도 과세표준신고 등 특정한 행위에 대하여는 그 명의사용을 제한하였다고 보려면 그럴만한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어야 할 것인데 이 사건에서 그러한 사정이 보이지도 않는다.
다. 원심이, 피고인과 공소외 3 사이에서 주식의 명의신탁이 이루어졌음을 인정하면서도 공소외 3 명의로 과세표준신고를 하는 행위는 공법행위라는 등의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데에는 사문서위조죄, 위조사문서행사죄에서 명의사용 승낙의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천대엽(재판장) 조재연 민유숙(주심) 이동원 | [1] 형법 제231조, 제234조, 민법 제103조[명의신탁] / [2] 형법 제231조, 제234조, 민법 제103조[명의신탁] | 형사 |
【피고인 겸 피부착명령청구자】
피고인
【상 고 인】
군검사
【변 호 인】
변호사 장영진
【원심판결】
고등군사법원 2018. 11. 19. 선고 2018노195, 2018전노2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사건
가.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에 대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2. 12. 24. 선고 2002도5662 판결 등 참조).
사실인정의 전제로 이루어지는 증거의 취사선택과 증명력에 대한 판단은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는 한 사실심 법원의 재량에 속한다(형사소송법 제308조). 인접한 시기에 같은 피해자를 상대로 저질러진 동종 범죄라도 각각의 범죄에 따라 범행의 구체적인 경위, 피해자와 피고인 사이의 관계, 피해자를 비롯한 관련 당사자의 진술 등이 다를 수 있다. 따라서 사실심 법원은 인접한 시기에 같은 피해자를 상대로 저질러진 동종 범죄에 대해서도 각각의 범죄에 따라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나 그 신빙성 유무를 기초로 한 범죄 성립 여부를 달리 판단할 수 있고, 이것이 실체적 진실발견과 인권보장이라는 형사소송의 이념에 부합한다.
나.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이를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에서 본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군인등강간치상죄와 군인등강제추행치상죄의 성립 요건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한편 피고인과 같은 부대에서 근무하던 상관이 이 사건 공소사실 범행 일시와 인접한 시기에 이 사건 피해자에 대해 군인등강간치상죄를 저질렀다고 기소된 사건(이하 ‘관련 사건’이라 한다)에서 대법원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부정하여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하였다(대법원 2022. 3. 31. 선고 2018도19037 판결). 그러나 이 사건과 관련 사건은 사건의 구체적인 경위,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피해자의 진술 등이 서로 다르므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나 그 신빙성 유무를 기초로 한 범죄 성립 여부가 달리 판단될 수 있다.
2. 부착명령청구사건
군검사는 원심판결 전부에 대해 상고를 제기하였으나, 상고장과 상고이유서에 이 부분 사건에 관한 불복이유를 기재하지 않았다.
3. 결론
군검사의 상고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김재형(주심) 안철상 이흥구 | [1]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308조 / [2] 형사소송법 제308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1 외 1인
【상 고 인】
피고인들
【변 호 인】
법무법인(유한) 지평 담당변호사 정원 외 2인
【원심판결】
청주지법 2020. 8. 21. 선고 2019노1244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1. 상고이유 제1, 2점에 관하여
가. 관련 법리
(1) 구 산업안전보건법(2019. 1. 15. 법률 제16272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산업안전보건법’이라 한다) 제29조 제1항 제2호에서 정한 ‘전문분야의 공사’는 건설산업기본법 제2조 제6호에서 정한 ‘전문공사’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이에 준하여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의 공사를 의미하고, 한편 위 조항은 사업이 전문분야 공사로 이루어져 시행되는 경우 각 전문분야에 대한 공사의 전부를 도급을 주는 때에도 적용된다고 규정하는데, 전문분야에 대한 공사의 대부분을 도급하였다가 그중 일부를 다시 제3자에게 도급한 경우도 이에 포함된다.
(2)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1항의 ‘같은 장소에서 행하여지는 사업’은 사업주와 수급인이 같은 장소에서 작업을 하는 사업을 의미하는 것으로, 장소적 동일성 외에 시간적 동일성까지 필요하다고 볼 수는 없고(대법원 2016. 3. 24. 선고 2015도8621 판결 참조),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함으로써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의 안전 및 보건을 유지·증진시키기 위한 입법 취지와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1항 제2호의 도급인에게도 산업재해의 예방에 필요한 조치의무를 지우기 위한 위 조항의 개정 목적·경위에 고용노동부가 2012. 9.경 작성한 ‘사업의 일부 도급 사업주에 대한 안전·보건조치의무 적용 지침’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사업이 전문분야의 공사로 이루어져 시행되는 경우에 사업주가 각 공사 전부를 분야별로 나누어 수급인에 도급을 줌으로써 자신이 직접 공사를 수행하지 않고 사업의 전체적 진행과정을 총괄하고 조율하는 등 관리·감독만 하더라도, 위 조항의 ‘같은 장소에서 행하여지는 사업’에 해당한다.
나. 판단
이러한 법리 및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그 판시와 같이 피고인 한국전력공사가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3항 및 같은 조 제1항 제2호에서 정한 ‘도급 사업주’에 해당한다고 보아 피고인들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의 점을 모두 유죄로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1항의 ‘전문분야의 공사’, ‘도급 사업주’, ‘같은 장소에서 행하여지는 사업’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상고이유 제3점에 관하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이 피고인 1은 수급인의 근로자들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업무를 총괄 관리할 책임이 있었고 그 사업장에서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산업재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작업이 시행된다는 점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사전에 감전사고 예방을 위한 방호관 설치가 제대로 되었는지를 점검하거나 관련 법령상의 재해예방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그대로 방치하였다고 보아, 피고인 1에게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3항 위반의 점에 대한 고의를 인정하여 피고인들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의 점을 모두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3항 위반죄의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오인한 잘못이 없다.
3. 상고이유 제4점에 관하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이 피고인 한국전력공사가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1항 제2호에서 정한 ‘도급 사업주’에 해당하고, 피고인 1은 그 사용인으로서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3항,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제30조 제4항, 제5항 및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38조 등에 따라 작업계획서 작성의무를 부담함에도 이를 해태하였다고 보아, 피고인들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의 점을 모두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작업계획서 작성 관련 산업재해 예방조치 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4. 상고이유 제5점에 관하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이, ① 피고인 1은 사업장에서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산업재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작업이 시행된다는 점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사전에 감전사고 예방을 위한 방호관 설치가 제대로 되었는지를 점검하거나 관련 법령상의 재해예방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그대로 방치하였을 뿐만 아니라 도급 사업주인 피고인 한국전력공사의 사용인이자 지장철탑 이설공사에 관한 안전보건관리책임자로서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에 따라 사업장에 대한 종합적인 안전관리의무 및 안전조치의무를 부여받았음에도 수급인인 공소외 회사에 이를 미룬 채 현장에 직접 안전관리를 할 직원을 두지 않은 등 아무런 관리 감독을 하지 않았고, ② 피고인 한국전력공사는 도급 사업주로서 종합적인 안전관리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해태하여 수급인들 사이에 안전점검에 관한 의사소통 및 확인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으며, 안전보건총괄책임자를 지정하지도 않았다고 보아, 피고인 1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사의 점 및 피고인들에 대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의 점을 모두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피고인 1의 업무상 주의의무, 피고인들의 안전관리의무 및 안전조치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5.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유숙(재판장) 조재연 이동원 천대엽(주심) | [1] 구 산업안전보건법(2019. 1. 15. 법률 제16272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29조 제1항 제2호(현행 제63조 참조), 건설산업기본법 제2조 제6호 / [2] 구 산업안전보건법(2019. 1. 15. 법률 제16272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29조 제1항 제2호(현행 제63조 참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김민규 외 3인
【원심판결】
의정부지법 2019. 6. 28. 선고 2018노2636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보다는 실질적으로 사용자에 대한 종속적 관계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이 적용되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 시간·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되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를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도록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해 스스로 이윤을 창출하거나 손실 등 위험을 부담하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가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해져 있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는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 인정되는지 등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한다. 다만 사용자가 정한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이 적용되는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해져 있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되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기 때문에,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근로자가 아니라고 쉽게 단정해서는 안 된다. 어떤 근로자에게 누가 임금 등의 지급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인가를 판단할 때에도 실질적인 근로관계를 기준으로 해야 하고, 이때 위와 같은 여러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6도300 판결 등 참조).
원심은 공소외 회사가 하역업무는 물론 배송업무에 대해서도 사용자에 해당하므로 배송업무에 대한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고, 공소외 회사의 대표이사인 피고인에게 배송업무에 대한 임금을 기초로 계산한 연차유급휴가 미사용 수당 등의 미지급에 대한 고의도 인정된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에서 본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사용자, 임금 등 미지급의 고의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판단을 누락하거나 무죄추정의 원칙을 위반하는 등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피고인의 상고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김재형(주심) 안철상 이흥구 |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1호, 제2호, 제43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군검사
【변 호 인】
법무법인 지금 외 1인
【원심판결】
고등군사법원 2018. 11. 8. 선고 2018노177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공소사실의 요지 및 원심의 판단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해군 ○○○○○○○ 소속 △△함의 (직책 1 생략)으로 근무하던 피고인은 2010. 12. 초순경 위 △△함의 (직책 2 생략)으로 근무하던 부하 장교인 피해자(여, 23세)를 (주소 생략)에 있는 자신의 관사로 불렀다. 피고인은 피해자가 침실 내 침대에 걸터앉자 양손으로 피해자의 팔 윗부분을 강하게 잡고 체중을 실어 피해자를 침대에 눕혀 반항을 억압한 후 강제로 입을 맞추고 가슴을 만진 다음 피해자를 1회 간음하여 강간하고, 치료 일수를 알 수 없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의 상해를 입게 하였다.
나.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로 판단하였다.
1) 이 사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피해자의 진술은 이 사건 범행으로부터 약 7년이 지난 후의 기억에 의존한 것인데, 그 진술 내용에 모순이 되는 부분, 객관적인 정황에 부합하지 않는 부분이 있어 피해자의 기억 자체를 신뢰하기 어렵다. 그 반면 피해자의 진술과 상반되는 피고인의 주장은 객관적인 정황에 비추어 사실일 가능성이 높아 보여 쉽게 배척할 수 없다. 따라서 피해자의 진술은 의도적으로 행해진 허위의 진술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대로 믿기 어렵다.
2) 설령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 진술만으로는 피고인이 폭행·협박이라는 수단을 써서 피해자를 강간하였다는 공소사실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 왜냐하면 피해자의 진술에 따르더라도 피해자의 팔 윗부분을 붙잡은 피고인의 행위는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피고인이 피해자의 반항을 제압하려는 의사나 인식에 따라 위와 같은 행위를 하였다고 보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2.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가. 관련 법리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맡겨져 있으나 그 판단은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합치하여야 하고, 형사재판에 있어서 유죄로 인정하기 위한 심증 형성의 정도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여야 하나, 이는 모든 가능한 의심을 배제할 정도에 이를 것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며, 증명력이 있는 것으로 인정되는 증거를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의심을 일으켜 배척하는 것은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1994. 9. 13. 선고 94도1335 판결, 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4도2221 판결 등 참조). 피해자 등의 진술은 그 진술 내용의 주요한 부분이 일관되며, 경험의 법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고, 또한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이상, 그 진술의 신빙성을 특별한 이유 없이 함부로 배척해서는 아니 된다(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6도5407 판결 참조).
강간죄에서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로 사실상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경우에 피고인의 진술이 경험의 법칙상 합리성이 없고 그 자체로 모순되어 믿을 수 없다고 하여 그것이 공소사실을 인정하는 직접증거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사정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따라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하거나 직접증거인 피해자 진술과 결합하여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간접정황이 될 수 있다(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 참조).
강간죄가 성립하기 위한 가해자의 폭행·협박이 있었는지 여부는 그 폭행·협박의 내용과 정도는 물론 유형력을 행사하게 된 경위, 피해자와의 관계, 성교 당시와 그 후의 정황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피해자가 성교 당시 처하였던 구체적인 상황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사후적으로 보아 피해자가 성교 이전에 범행 현장을 벗어날 수 있었다거나 피해자가 사력을 다하여 반항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가해자의 폭행·협박이 피해자의 항거를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르지 않았다고 섣불리 단정하여서는 아니 된다(대법원 2005. 7. 28. 선고 2005도3071 판결, 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 등 참조).
나.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에 관하여
1) 공소사실의 핵심 경위에 관한 피해자 진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해자는 사건 당일 티 타임(tea time)을 갖자는 피고인의 연락을 받고 피고인의 관사로 갔다.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맥주를 권하였고, 두 사람은 술을 마시며 얘기를 나누었다. 침실 안 편한 곳에 가서 있으라는 피고인의 말에 피해자는 침실 안으로 들어가 침대에 걸터앉았는데, 피고인이 방 안으로 들어와 피해자의 어깨에 가까운 팔 부위를 누르면서 강제로 키스를 시도하였고, 피해자는 얼굴을 돌리며 피하려고 하였으나 키스를 당하게 되었다. 그 후 피해자는 수치스러움에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체념한 상태가 되었다. 피고인은 피해자의 하의만 벗긴 채로 간음행위를 하였다. 피해자는 어느 순간부터 울기 시작하였고, 얼마 후 이를 알아챈 피고인이 ‘미안하다.’고 말하면서 간음행위를 중단하였다.
2) 위 진술 내용과 기록을 통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가) 이 사건 범행 경위에 관한 피해자 진술은 그 진술 내용의 주요한 부분, 즉 ‘피고인이 술을 마시던 중 양손으로 어깨에 가까운 팔 부위를 누르면서 몸 위로 올라와 강제로 키스하고 옷을 벗긴 후 간음하였다.’는 부분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원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고, 경험의 법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다.
나) 피고인도 사건 당일 ‘침대 위에서’ 피해자에게 키스하고 피해자의 가슴을 만진 사실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피해자가 수사 초기 범행 장소에 관하여 ‘침대 위’라고 지목하지 못한 채 ‘소파 같은 곳에 기대어 있었다.’는 등으로 다소 불명확하게 진술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는 사정으로 삼을 수 없다.
다) 피해자 진술은 사건 관련자들의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진술을 통해 그 진실성이 뒷받침되고 있다.
① 사건 당시 △△함의 (직책 3 생략)으로 근무하던 공소외 1은 2017. 7. 20. 수사기관에서 ‘사건 발생일 무렵 피해자에게서 피고인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하였다는 얘기를 들었다. 당시 피해자는, 피고인이 관사로 불러 침대방이 있으니 거기서 누워 쉬라고 하였고, 그 방으로 들어와 성폭행하였다고 말하였다.’고 진술하였다.
② 사건 발생 후 피해자의 지휘관으로 근무한 적이 있는 공소외 2는 2017. 8. 22. 수사기관에서 피해자로부터 ‘피고인이 술을 마시다가 피해자를 덮쳤고, 한참 있다가 내려오면서 미안하다고 했으며, 피해자는 나무토막처럼 있었다.’는 내용의 메일을 받은 적이 있다고 진술하였다.
③ 피해자와 같은 대학 출신의 후배 장교인 공소외 3은 2017. 10. 23. 수사기관에서 피해자로부터 ‘성폭행으로 인한 임신 사실을 보고받은 지휘관이 그걸 약점 삼아 또 건드렸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고 진술하였다.
라) 원심은, 군 숙소 침실에 구비된 침대의 일반적인 위치, 피고인 제출의 사진 등을 기초로 ‘침대 헤드(head)가 방문 쪽 벽에 놓여 있었고, 왼쪽 다리를 내리고 오른쪽 다리를 침대 위에 올려놓은 상황에서 피고인의 유형력 행사가 있었다.’는 피해자의 진술이 객관적인 정황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그러나 사건 당시 침대의 위치가 군 숙소 침실에 구비된 침대의 일반적인 위치나 피고인이 제출한 사진상의 위치와 같았다고 볼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실제 침대 및 피해자 다리의 위치가 피해자의 진술과 달랐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침대 위에서 피해자에게 키스 등의 행위를 한 사실이 피고인의 진술을 통해서도 확인되는 이 사건에서, 피해자가 세세한 경위 사실에 관하여 일부 부정확한 진술을 하였다고 하여 피해자 진술 전체의 신빙성을 부정할 수 없다.
마) 또한 원심은, 피해자가 ‘침대에 누워있는 상태에서 이 사건 범행이 중단될 때까지 피고인이 자신의 몸 위로 무릎을 꿇은 채로 올라와 있었고, 양팔을 누르고 있었다.’고 진술하였음을 전제로 위 피해자의 진술이 객관적으로 가능한 사실을 설명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러나 피해자는 피고인이 처음 키스를 시도하면서 자신의 어깨에 가까운 팔 부위를 강하게 눌렀다고 진술하였을 뿐 범행 내내 누른 상태를 유지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한 바 없다.
바) 피해자의 진술과 상반된 피고인의 변소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고인은 사건 당일 피해자에게서 ‘자살하겠다.’, ‘모텔이나 찜질방에서 자겠다.’는 연락을 받고 피해자에게 자신의 관사에 와서 자도 좋다고 말하였다. 피고인은 관사로 찾아온 피해자와 거실에서 대화를 나누었고, 피해자에게 시간이 늦었으니 그만 침실로 들어가서 자라고 하였다. 그러자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직책 1 생략)님 심장 두근대는 소리가 저한테까지 들리는데 잠을 제대로 잘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직책 1 생략)님 저를 사랑하지 않으십니까?’라는 등의 말을 하였고, 피고인은 ‘나도 (직책 3 생략)(공소외 1을 말한다) 꼴이 날 수 있다.’고 말하며 피해자를 침실로 들여보냈다. 피고인은 피해자의 훌쩍거리는 소리에 침실로 들어갔고, 피해자가 ‘(직책 1 생략)님 침대에 누우셔도 됩니다.’라고 말하여 피해자의 옆에 누웠다. 피고인이 잠시 후 일어나려 하였으나 피해자가 또다시 ‘저를 사랑하지 않으십니까?’라고 말하여 피고인은 피해자와 자연스럽게 키스하게 되었고 피해자의 가슴도 만졌다. 그 무렵 피해자가 몸을 움찔 빼면서 ‘(직책 1 생략)님 저를 사랑하십니까?’라고 다시 물었고, 피고인은 실수했다고 생각하고 ‘미안하다.’고 말한 뒤 방을 나왔다. 그 후 피해자는 침대에서 잠이 든 후 다음 날 아침에 돌아갔다.
피고인의 변소내용은 피해자의 요구나 용인 아래 자연스럽게 신체접촉 행위를 하였다는 취지이다. 그러나 당시 피해자가 공소외 1과 원치 않는 성관계로 임신하여 임신중절수술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였고, 이를 알고 있던 피고인에게 상담 차 연락하였던 점, 피해자는 동성을 좋아하는 성향이 있었고 피고인은 피해자의 지휘관으로서 피해자보다 20살가량이 많은 남성인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의 변소내용은 경험칙상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아울러 피고인의 주장에 따르면,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여러 차례에 걸쳐 자신을 사랑하지 않느냐는 말을 하였다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신체적인 접촉이 있었다는 것인데, 피고인은 당초 피해자의 위와 같은 말에 대해 거부의 의사를 표시하였다고 하면서도 피해자를 자신의 침실에 들여보냈다는 점이나, 피해자가 있는 침실에 들어가 피해자의 같은 취지의 말을 듣고 키스와 가슴 애무 등의 행위를 하게 되었다가 다시 피해자로부터 같은 얘기를 듣고는 실수하였다고 생각하여 키스와 애무 행위를 중단하였다는 점에서 피고인의 위 경위 사실에 관한 주장은 앞뒤 맥락이 모순되고 경험의 법칙상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결국 피고인의 사건 경과에 대한 변소내용은 일반의 통념에 비추어 자연스럽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경험의 법칙에 비추어 합리성이 없다. 이러한 사정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하는 하나의 간접사실이 될 수 있다.
사) 피해자는 자살시도를 위한 군무이탈 사건으로 수사를 받은 후 자살시도의 이유를 묻는 수사관에게 이 사건에 관해 털어놓았고, 당시까지도 이 사건에 관하여 정식 수사가 이루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으나 수사기관의 끈질긴 설득으로 피고인을 고소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고소 경위 등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에게 허위 사실로 피고인을 무고할 동기나 이유가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
3) 그런데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공소사실의 핵심 경위에 관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군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다. 군인등강간치상죄의 폭행 및 피고인의 고의에 관하여
1)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의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군인등강간죄가 성립하기 위한 피고인의 폭행이 있었고, 그에 관한 피고인의 고의도 인정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가) 피고인은 침대에 앉아 있던 피해자에게 다가가 갑작스럽게 그의 어깨에 가까운 팔 부위를 눌러 피해자를 눕힌 다음 피해자의 몸 위로 올라가 얼굴을 돌리며 거부 의사를 분명하게 표시한 피해자에게 강제로 키스하였다. 위와 같은 피고인의 행위가 상당히 기습적으로 이루어진 점, 당시 피해자는 군 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초급장교로서 평소 지휘관인 피고인의 지시에 절대복종할 수밖에 없는 지위에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는 피해자의 반항을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유형력 행사로 평가할 수 있다.
나) 더욱이 피해자는 당시 공소외 1과의 원치 않는 성관계로 임신하고 임신중절수술까지 받은 일들로 인하여 정신적·육체적으로 무력한 상태였다. 피해자는 그러한 상태에서 평소 신뢰하던 지휘관인 피고인으로부터 위와 같은 일을 당하게 되자 정신적으로 크나큰 충격을 받게 되었고, 그로 인해 눈물을 흘리는 것 외에는 어떠한 저항도 하지 못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다) 피고인은 피해자의 성적 지향이나 피해자가 겪은 위와 같은 일들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행위로 무력해진 피해자의 상태에 편승하여 피해자의 옷을 벗기고 간음행위에 나아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피고인의 간음행위 역시 피고인의 위 가)항에서 본 유형력 행사로 인한 것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2) 그런데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폭행·협박을 수단으로 한 강간 사실과 그에 관한 피고인의 고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 강간으로 인한 상해 결과의 발생 여부에 관해 나아가 심리·판단하지 않은 채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에는 군인등강간치상죄의 폭행, 고의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군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태악(재판장) 박정화(주심) 김선수 오경미 | [1] 형사소송법 제308조 / [2] 형법 제297조, 군형법 제92조,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308조 / [3] 형법 제297조, 군형법 제92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박소이
【원심판결】
수원지법 2020. 6. 22. 선고 2019노6849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근로기준법 위반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수원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원심에서 택일적으로 추가된 아래 근로기준법 위반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사용자는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관하여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다만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그 동의를 받아야 한다. 피고인은 2018. 1. 23. 공소외 조합의 조합장으로서, 취업규칙을 기존 "직원의 정년해직 기준일은 정년에 달한 날이 1월에서 6월 사이에 있는 경우에는 6월 30일로, 7월에서 12월 사이에 있는 경우에는 12월 31일로 한다."를 "직원의 정년해직 기준일은 정년에 도달한 날로 한다."라는 것으로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면서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지 아니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기록에 따르면, 공소외 조합의 개정 전 인사규정 제60조 제2항은 "직원의 정년은 58세로 한다.", 제3항은 "직원의 정년해직 기준일은 정년에 도달하는 날이 1월에서 6월 사이에 있는 경우에는 6월 30일로, 7월에서 12월 사이에 있는 경우에는 12월 31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었는데, 2018. 1. 23. 위 공소사실과 같이 개정되었다. 즉, 이 사건 개정 전 인사규정은 근로자가 만 58세 되는 해의 6월 30일 또는 12월 31일에 퇴직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었으나 이 사건 개정으로 만 60세에 도달하는 날에 퇴직하는 것으로 변경된 것이다.
그런데 원심은, 사업주는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여야 한다는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고령자고용법’이라 한다) 제19조가 시행되었다는 점을 들어 정년을 58세로 정한 이 사건 개정 전 인사규정 중 제60조 제2항의 효력은 없어졌지만 정년해직 기준일을 정한 제60조 제3항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보아 위 정년해직 기준일을 정한 조항만을 비교하여 불이익하게 변경되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고령자고용법 제19조에 따라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미만이 되도록 정한 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 단체협약의 정년 관련 규정은 이에 위반되는 범위 내에서 모두 무효이므로(대법원 2017. 3. 9. 선고 2016다249236 판결 등 참조), 정년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는 개정 전후의 인사규정 전체를 보고 판단하여야 할 것이지 위 각 개별 조항의 효력을 하나씩 따로 비교하여 판단할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 사건 개정 인사규정에서 근로자의 정년은 만 60세에 도달하는 날 퇴직하는 것으로 변경되어 전체적으로 정년은 연장되었음에도, 원심이 취업규칙인 인사규정이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되었다고 판단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것은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그렇다면 원심판결 중 위 공소사실 부분은 파기되어야 하고, 이와 택일적으로 공소제기된 근로자 과반수 의견청취 의무위반으로 인한 근로기준법 위반 부분도 일죄로 공소제기되어 한꺼번에 심판되어야 하므로 함께 파기되어야 한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근로기준법 위반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정화(재판장) 김선수 노태악(주심) 오경미 |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제114조 제1호,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제19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김주복
【원심판결】
부산지법 2020. 11. 26. 선고 2020노1948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자동차의 운전자는 횡단보행자용 신호기의 지시에 따라 횡단보도를 횡단하는 보행자가 있을 때에는 횡단보도에의 진입 선후를 불문하고 일시정지하는 등의 조치를 취함으로써 보행자의 통행이 방해되지 않도록 하여야 하고, 다만 자동차가 횡단보도에 먼저 진입한 경우로서 그대로 진행하더라도 보행자의 횡단을 방해하지 않거나 통행에 위험을 초래하지 않을 상황이라면 그대로 진행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이러한 법리는 그 보호의 정도를 달리 볼 이유가 없는 횡단보행자용 신호기가 설치되지 않은 횡단보도를 횡단하는 보행자에 대하여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따라서 모든 차의 운전자는 보행자보다 먼저 횡단보행자용 신호기가 설치되지 않은 횡단보도에 진입한 경우에도, 보행자의 횡단을 방해하지 않거나 통행에 위험을 초래하지 않을 상황이 아니고서는, 차를 일시정지하는 등으로 보행자의 통행이 방해되지 않도록 할 의무가 있다(대법원 2020. 12. 24. 선고 2020도8675 판결 참조).
2. 이 사건의 경위는, 피고인이 2020. 2. 4. 18:50 화물차를 운전하여 교통섬이 있는 교차로에서 우회전을 하며 횡단보행자용 신호기가 없는 횡단보도 앞에서 일시정지하지 아니한 채 그대로 진행하였고, 피해자가 진행방향 우측에서 횡단보도를 뛰어 건너다가 화물차 적재함 부분과 충돌하여 상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3. 원심판결 이유 및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 등에 의하면, 피고인이 피해자보다 먼저 화물차를 운전하여 횡단보행자용 신호기가 없는 횡단보도에 진입하면서 횡단보도 앞에서 일시정지하지 않은 채 그대로 진행한 사실, 곧바로 후드티 모자를 쓴 피해자(14세)가 횡단보도를 뛰어 건너다가 피고인의 화물차 오른쪽 적재함 부분과 충돌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이 운전한 화물차가 보행자인 피해자보다 먼저 횡단보행자용 신호기가 없는 횡단보도에 진입하였더라도 보행자의 횡단을 방해하지 않거나 통행에 위험을 초래하지 않을 상황이 아니고서는, 차를 일시정지하는 등 보행자의 통행이 방해되지 않도록 할 의무가 있다. 이를 위반하여 화물차를 일시정지하지 않은 채 횡단보도를 통과한 행위는 도로교통법 제27조 제1항에 따른 ‘횡단보도에서의 보행자 보호의무’를 위반한 경우로서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 단서 제6호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고, 피고인의 위와 같은 의무 위반이 이 사건 교통사고 발생의 원인이 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같은 취지의 원심판단에는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 단서 제6호의 해석·적용이나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4.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천대엽(재판장) 조재연 민유숙(주심) 이동원 |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1항, 제2항 제6호, 도로교통법 제27조 제1항, 형법 제268조 | 형사 |
【피고인 겸 피부착명령청구자】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겸 피부착명령청구자
【변 호 인】
변호사 송준호
【원심판결】
부산고법 2021. 10. 13. 선고 (울산)2021노36, 2021전노3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이라 한다) 제30조는 제1항에서 "성폭력범죄의 피해자가 19세 미만이거나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경우에는 피해자의 진술 내용과 조사 과정을 비디오녹화기 등 영상물 녹화장치로 촬영·보존하여야 한다."라고 정하고, 제6항에서 "제1항에 따라 촬영한 영상물에 수록된 피해자의 진술은 공판준비기일 또는 공판기일에 피해자나 조사 과정에 동석하였던 신뢰관계에 있는 사람 또는 진술조력인의 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된 경우에 증거로 할 수 있다."라고 정한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청소년성보호법’이라 한다) 제26조는 제1항에서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 피해자의 진술 내용과 조사 과정은 비디오녹화기 등 영상물 녹화장치로 촬영·보존하여야 한다."라고 정하고, 제2항에서 제4항까지 영상물 녹화의 방식과 절차를 정하며, 제6항에서 "제1항부터 제4항까지의 절차에 따라 촬영한 영상물에 수록된 피해자의 진술은 공판준비기일 또는 공판기일에 피해자 또는 조사 과정에 동석하였던 신뢰관계에 있는 자의 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된 때에는 증거로 할 수 있다."라고 정한다.
헌법재판소는 2021. 12. 23. 선고 2018헌바524 사건에서 "성폭력처벌법(2012. 12. 18. 법률 제11556호로 전부 개정된 것) 제30조 제6항 중 ‘제1항에 따라 촬영한 영상물에 수록된 피해자의 진술은 공판준비기일 또는 공판기일에 조사 과정에 동석하였던 신뢰관계에 있는 사람 또는 진술조력인의 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된 경우에 증거로 할 수 있다.’는 부분 가운데 19세 미만 성폭력범죄 피해자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라고 결정하였다(이하 위 결정을 ‘이 사건 위헌결정’, 위헌결정이 선고된 법률 조항을 ‘이 사건 위헌 법률 조항’이라 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자기에게 불리하게 진술한 증인에 대하여 반대신문의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는 절차적 권리의 보장은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핵심적인 내용을 이룬다.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을 보장하면서도 미성년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조화로운 방법을 상정할 수 있는데도,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을 실질적으로 배제하여 피고인의 방어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이 사건 위헌 법률 조항은 피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여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하고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
2. 이 사건 공소사실 요지는 피고인 겸 피부착명령청구자(이하 ‘피고인’이라 한다)가 12세인 피해자에 대하여 성폭력처벌법 제7조 제5항, 제2항 제1호, 제2호(13세 미만 미성년자에 대한 위력 유사성행위), 성폭력처벌법 제7조 제5항, 제3항(13세 미만 미성년자에 대한 위력 추행)에 해당하는 죄를 범했다는 것이다. 원심은 피해자의 진술과 조사 과정을 촬영한 영상물과 속기록(이하 ‘이 사건 영상물’과 ‘이 사건 속기록’이라 한다)을 중요한 증거로 삼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전부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다.
기록에 따르면 피고인은 이 사건 영상물과 속기록을 증거로 할 수 있음을 동의하지 않았고, 제1심에서는 ‘조사 과정에 동석하였던 신뢰관계에 있는 사람’에 해당하는 공소외인을 증인으로 신문하여 영상물이 진정하게 성립하였다는 진술이 이루어졌을 뿐이며, 원진술자인 피해자에 대한 증인신문은 이루어지지 않은 사실을 알 수 있다.
3. 이 사건 위헌결정의 효력은 결정 당시 법원에 계속 중이던 이 사건에도 미친다. 따라서 이 사건 위헌 법률 조항은 이 사건 영상물의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 이 사건 속기록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근거도 없다.
이 사건 공소사실은 청소년성보호법 제26조 제1항의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에 해당하므로, 청소년성보호법 제26조 제6항에 따라 이 사건 영상물의 증거능력이 인정될 여지가 있다. 그러나 청소년성보호법 제26조 제6항 중 이 사건 위헌 법률 조항과 동일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는 부분은 이 사건 위헌결정의 심판대상이 되지 않았지만 이 사건 위헌 법률 조항에 대한 위헌결정 이유와 마찬가지로 과잉금지 원칙에 위반될 수 있다.
원심으로서는 청소년성보호법의 위 조항이 위헌인지 여부 또는 그 적용에 따른 위헌적 결과를 피하기 위하여 피해자를 증인으로 소환하여 진술을 듣고 피고인에게 반대신문권을 행사할 기회를 부여할 필요가 있는지 여부 등에 관하여 심리·판단했어야 한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와 같은 심리에 이르지 않은 채 이 사건 영상물과 속기록을 유죄의 증거로 삼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원심판결에는 영상물과 속기록의 증거능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김재형(주심) 안철상 이흥구 |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7조 제2항, 제3항, 제5항, 제30조 제1항, 제6항,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6조 제1항, 제6항, 형사소송법 제307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및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문종탁
【원심판결】
전주지법 2022. 1. 6. 선고 2021노1605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전주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검사의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2019. 12. 3. 법률 제16714호로 개정된 것, 이하 ‘마약류관리법’이라 한다) 제40조의2 제2항은 "법원은 마약류사범에 대하여 유죄판결(선고유예는 제외한다)을 선고하거나 약식명령을 고지하는 경우에는 200시간의 범위에서 재범예방에 필요한 교육의 수강명령(이하 ‘수강명령’이라 한다) 또는 재활교육 프로그램의 이수명령(이하 ‘이수명령’이라 한다)을 병과하여야 한다. 다만, 수강명령 또는 이수명령을 부과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고, 같은 조 제3항은 "수강명령은 형의 집행을 유예하는 경우에 그 집행유예기간 내에서 병과하고, 이수명령은 벌금 이상의 형을 선고하거나 약식명령을 고지하는 경우에 병과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마약류관리법 부칙(법률 제16714호, 2019. 12. 3.)에 의하면 위 규정은 공포 후 1년이 경과한 날인 2020. 12. 4.부터 시행되고(제1조 단서), 시행 후 최초로 마약류관리법 제3조, 제4조 또는 제5조를 위반하여 마약류를 투약, 흡연 또는 섭취한 사람부터 적용된다(제2조).
위 부칙의 의미는, 개정 마약류관리법이 시행된 2020. 12. 4. 이후에 위 법 제3조, 제4조 또는 제5조를 위반하여 마약류를 투약, 흡연 또는 섭취한 사람에 대하여 이수명령 또는 수강명령을 병과할 수 있다는 취지이다(유사한 규정을 둔 2011. 4. 7. 시행 법률 제10567호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부칙 제2항에 관한 대법원 2013. 4. 11. 선고 2013도1525 판결의 취지 참조).
2. 원심은 2020. 12. 말경과 2021. 1. 20. 22:00경 각 향정신성의약품 투약으로 인한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부분을 포함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고 피고인에게 징역 6월, 몰수, 추징을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여 검사의 양형부당 항소를 기각하면서도 이수명령 병과 여부에 관하여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않았다.
3. 앞서 본 마약류관리법 제40조의2 제2항, 제3항에 의하면,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고인이 2020. 12. 말경과 2021. 1. 20. 22:00경 각 향정신성의약품을 투약함으로써 마약류관리법 제4조 제1항 제1호를 위반하였다는 부분에 관하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수명령을 병과하여야 하므로, 원심은 피고인에게 이수명령을 병과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를 심리·판단하였어야 한다.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인에게 이수명령을 병과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 심리하지 않은 채 이수명령을 병과하지 않은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이유는 이유 있다.
4. 따라서 원심판결 중 2020. 12. 말경, 2021. 1. 20. 각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부분은 파기되어야 하는데, 위 부분은 유죄로 인정된 나머지 부분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이 선고되었으므로, 결국 원심판결 전부가 파기되어야 한다.
5. 그러므로 피고인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천대엽(재판장) 조재연 민유숙(주심) 이동원 | 구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2020. 3. 24. 법률 제1709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0조의2 제2항, 제3항, 부칙(2019. 12. 3.) 제1조, 제2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원심판결】
춘천지법 강릉지원 2021. 12. 9. 선고 2020노538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에 환송한다.
【이 유】
1. 사실오인 주장에 관한 판단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이 공소외 1로부터 작업장에서 발생한 성추행 사건에 대해 보고받은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고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잘못 인정한 잘못이 없다.
2.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원심은,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작업장 내에서 발생한 성추행 사건에 대해서 보고를 받아서 이를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직원 5명이 있는 자리에서 ‘피해자는 작업장 내에서 발생한 성추행 사건에 대해 애초에 나한테 보고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말하였는바, 위와 같은 발언은 사회통념상 피해자가 통상적인 업무처리 방식에 따라 업무를 처리하지 않아서 업무처리가 미숙하고 그로 인해 결국 작업장에 피해를 끼쳤다거나 성추행 사건이 발생한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이를 은폐하려고 하였다는 등으로 해석이 가능하다는 등의 이유로, 피고인의 위 발언은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침해하는 명예훼손적 표현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원심이 적법하게 확정한 사실에 따르더라도, 피고인이 발언을 하게 된 경위는 상급자인 공소외 2로부터 경과보고를 요구받으면서 과태료 처분에 관한 책임을 추궁받자 이에 대답하는 과정에서 공소외 1과 관련한 언급을 하게 된 것임을 알 수 있는바, 그 발설의 내용과 경위·동기 및 상황에 비추어 피고인이 공소외 1의 명예를 훼손한다는 고의를 가지고 그와 같은 발언을 하였다기보다는 공소외 2의 질문에 대하여 피고인 자신의 책임에 대한 변명을 겸하여 단순한 확인 취지의 답변을 소극적으로 하는 과정에서 ‘과태료 부과 처분을 받게 된 상황이 억울하다.’는 취지의 주관적 심경이나 감정을 표출하였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므로, 이와 같은 대답을 명예훼손죄에서 말하는 사실의 적시라고 단정할 수 없다. 형법 제307조의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주관적 요소로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다는 고의를 가지고,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데 충분한 구체적 사실을 적시하는 행위를 할 것이 요구되는데, 위와 같이 회의 자리에서 상급자로부터 책임을 추궁당하며 질문을 받게 되자 이에 대답하는 과정에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듯한 사실을 발설하게 된 것이라면, 그 발설 내용과 경위·동기 및 상황 등에 비추어 명예훼손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려울 수 있고, 또한 질문에 대하여 단순한 확인 취지의 답변을 소극적으로 한 것에 불과하다면 이를 명예훼손에서 말하는 사실의 적시라고 단정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대법원 1983. 8. 23. 선고 83도1017 판결, 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8도6515 판결, 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10도2877 판결 등 참조).
그럼에도 원심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것에는 명예훼손죄의 고의와 사실의 적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유숙(재판장) 조재연 이동원 천대엽(주심) | 형법 제13조, 제307조 제2항, 형사소송법 제325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홍주표
【원심판결】
서울고법 2020. 12. 9. 선고 2020노1277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허위 매입처별 세금계산서합계표 제출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관련 법리
2008. 12. 26. 법률 제9268호로 개정되어 2010. 1. 1. 시행된 구 부가가치세법은 거래징수 방식인 부가가치세와 관련한 과다한 납세협력비용 및 조세행정비용을 절감하고 거래의 투명성을 제고할 목적으로 전자세금계산서 제도를 도입하였고, 이에 따라 현행 부가가치세법은 법인사업자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개인사업자로 하여금 전자세금계산서를 발급하도록 하고 전자세금계산서를 발급한 때에는 그 발급명세를 국세청장에게 전송하도록 하되(제32조 제2항, 제3항), 전자세금계산서를 발급하거나 발급받고 그 발급명세를 해당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시기가 속하는 과세기간 또는 예정신고기간 마지막 날의 다음 달 11일까지 국세청장에게 전송한 경우에는 해당 예정신고 또는 확정신고 시 매출·매입처별 세금계산서합계표를 제출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제54조 제2항). 또한 전자세금계산서 제도의 도입으로 2009. 3. 26. 개정되어 2010. 1. 1. 시행된 구 부가가치세법 시행규칙은 종래의 매출·매입처별 세금계산서합계표 서식을 변경하여 매출·매입세금계산서 총합계란을 ‘전자세금계산서 발행(수취)분’과 ‘전자세금계산서 외의 발행(수취)분’으로 구분한 다음, ‘전자세금계산서 발행(수취)분’에는 ‘전자세금계산서 외의 발행(수취)분’과 달리 전체 매출·매입처수, 매수, 공급가액, 세액만이 기재될 뿐 그 밖에 부가가치세법에서 정한 세금계산서합계표의 필수적 기재사항(제54조 제1항 각호)인 매출·매입처별 명세는 기재되지 않도록 하였으며[별지 제20호의2 서식(1), 별지 제20호의3 서식(1)], 현행 부가가치세법 시행규칙도 마찬가지로 과세기간 종료일 다음 달 11일까지 국세청장에게 전송된 전자세금계산서 발급분에 대하여는 세금계산서합계표에 필수적 기재사항인 매출·매입처별 명세가 기재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별지 제38호 서식(1), 별지 제39호 서식(1)].
위와 같은 전자세금계산서 제도의 도입 취지와 아울러 국세청장에게 발급명세가 전송된 전자세금계산서 발급분에 대하여는 매출·매입처별 세금계산서합계표를 제출할 의무가 없을 뿐만 아니라 이를 제출하더라도 부가가치세법에서 정한 세금계산서합계표의 필수적 기재사항이 기재되지 않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세금계산서합계표를 제출할 필요가 없는 전자세금계산서 발급분에 관하여 세금계산서합계표를 제출하였다고 하더라도 부가가치세법에 따른 세금계산서합계표를 기재하여 제출한 것으로 평가하기는 어렵고, 따라서 설령 그 부분 거래가 허위로 발급된 전자세금계산서에 관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구 「조세범 처벌법」(2018. 12. 31. 법률 제1610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10조 제3항 제3호의 ‘부가가치세법에 따른 매출·매입처별 세금계산서합계표를 거짓으로 기재하여 정부에 제출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7. 12. 28. 선고 2017도11628 판결 참조).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① 위 대법원판결의 법리를 인용한 후, 다만 피고인이 매입처별 세금계산서합계표를 제출할 필요가 있는 전자세금계산서 발급분에 관하여는 위 법리가 그대로 적용될 수 없다고 전제한 다음, ② 피고인이 ‘2018. 1. 25. 제출한 공급자가 (회사명 1 생략)으로 된 매입처별 세금계산서합계표’와 관련하여 전자세금계산서를 발급받았으나 그 발급명세가 해당 과세기간 종료일 다음 달 11일까지 국세청장에게 전송되지 않았으므로, 이는 부가가치세법 제54조 제1항에 따라 피고인이 매입처별 세금계산서합계표를 제출할 필요가 있는 전자세금계산서 발급분에 해당하고, 따라서 피고인이 위 세금계산서합계표를 거짓으로 기재하여 제출한 행위는 구 「조세범 처벌법」 제10조 제3항 제3호의 ‘부가가치세법에 따른 매출·매입처별 세금계산서합계표를 거짓으로 기재하여 정부에 제출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다. 대법원의 판단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허위 매입처별 세금계산서합계표 제출로 인한 「조세범 처벌법」 위반죄의 성립 범위 및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8조의2에서 정한 ‘공급가액 등의 합계액’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부가가치세 포탈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관련 법리
피고인에게 구 「조세범 처벌법」 제3조 제1항에서 정한 조세포탈죄의 고의가 있다고 하려면, 피고인에게 허위의 세금계산서에 의하여 매입세액의 환급을 받는다는 인식 이외에 허위의 세금계산서 발행업체가 허위의 세금계산서상의 매출세액을 제외하고 부가가치세의 과세표준 및 납부세액을 신고·납부하거나 허위의 세금계산서상의 매출세액 전부를 신고·납입한 후 그 매출세액을 환급받는 등으로 허위의 세금계산서상의 부가가치세 납부의무를 면탈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피고인이 허위의 세금계산서에 의하여 매입세액의 공제를 받는 것이 국가 조세수입의 감소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1도527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이 (회사명 2 생략)을 공급자로 한 허위의 세금계산서로 매입세액을 환급받을 당시 피고인에게 그에 관한 인식 이외에 (회사명 2 생략)이 허위의 세금계산서상의 부가가치세 납부의무를 면탈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피고인이 허위의 세금계산서에 의하여 매입세액의 공제를 받는 것이 국가 조세수입의 감소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는 인식이 있었다고 보고, 피고인에게 조세포탈죄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다. 대법원의 판단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조세포탈죄의 고의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선고유예 결격사유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관련 법리
구 형법(2020. 12. 8. 법률 제1757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59조 제1항은 형의 선고유예에 관하여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자격정지 또는 벌금의 형을 선고할 경우에 제51조의 사항을 참작하여 개전의 정상이 현저한 때에는 그 선고를 유예할 수 있다. 단 자격정지 이상의 형을 받은 전과가 있는 자에 대하여는 예외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그 단서에서 정한 ‘자격정지 이상의 형을 받은 전과’란 자격정지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범죄경력 자체를 의미하는 것이고, 그 형의 효력이 상실된 여부는 묻지 않는 것으로 해석함이 타당하다. 한편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사람이 구 형법 제65조에 의하여 그 선고가 실효 또는 취소됨이 없이 정해진 유예기간을 무사히 경과하여 형의 선고가 효력을 잃게 되었더라도, 이는 형의 선고의 법적 효과가 없어질 뿐이고 형의 선고가 있었다는 기왕의 사실 자체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므로, 그는 구 형법 제59조 제1항 단서에서 정한 선고유예 결격사유인 ‘자격정지 이상의 형을 받은 전과가 있는 자’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8. 10. 9. 선고 2007도8269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피고인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및 벌금 4억 원’의 형을 선고하면서, 피고인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전과가 있으므로 벌금형에 대하여 선고유예의 판결을 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다. 대법원의 판단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선고유예 결격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4.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천대엽(재판장) 조재연 민유숙(주심) 이동원 | [1] 구 조세범 처벌법(2018. 12. 31. 법률 제1610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0조 제3항 제3호, 구 부가가치세법(2010. 1. 1. 법률 제991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6조 제2항(현행 제32조 제2항 참조), 제3항(현행 제32조 제3항 참조), 제20조 제1항(현행 제54조 제1항, 제2항 참조), 부가가치세법 제32조 제2항, 제3항, 제54조 제1항, 제2항, 구 부가가치세법 시행규칙(2011. 6. 23. 기획재정부령 제21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별지 제20호의2 서식(1)](현행 [별지 제38호 서식(1)] 참조), [별지 제20호의3 서식(1)](현행 [별지 제39호 서식(1)] 참조), 부가가치세법 시행규칙 [별지 제38호 서식(1)], [별지 제39호 서식(1)] / [2] 구 조세범 처벌법(2018. 12. 31. 법률 제1610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 제1항, 형법 제13조 / [3] 구 형법(2020. 12. 8. 법률 제1757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9조 제1항, 제65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한상호 외 2인
【원심판결】
인천지법 2021. 12. 24. 선고 2021노2542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관련 법리
가. 정범의 범죄종료 후의 이른바 사후방조를 종범으로 볼 수는 없지만(대법원 1982. 4. 27. 선고 82도122 판결 참조), 형법상 방조행위는 정범이 범행을 한다는 정을 알면서 그 실행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직간접의 모든 행위를 가리키는 것으로서 유형적·물질적인 방조뿐만 아니라 정범에게 범행의 결의를 강화하도록 하는 것과 같은 무형적·정신적 방조행위도 포함되고(대법원 2007. 4. 27. 선고 2007도1303 판결 등 참조), 정범의 실행행위 중은 물론 실행 착수 전에 장래의 실행행위를 예상하고 이를 용이하게 하는 행위도 이에 해당한다(대법원 1996. 9. 6. 선고 95도2551 판결, 대법원 2009. 6. 11. 선고 2009도1518 판결 등 참조).
나. 방조범은 정범의 실행을 방조한다는 이른바 방조의 고의와 정범의 행위가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인 점에 대한 정범의 고의가 있어야 하나, 이러한 고의는 내심적 사실이므로 피고인이 이를 부정하는 경우에는 사물의 성질상 고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입증할 수밖에 없고, 이때 무엇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에 해당할 것인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에 의하여 사실의 연결 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할 것이며, 또한 방조범에 있어서 정범의 고의는 정범에 의하여 실현되는 범죄의 구체적 내용을 인식할 것까지 요하는 것은 아니어서 미필적 인식 또는 예견으로 족하다(대법원 2005. 4. 29. 선고 2003도6056 판결 등 참조).
2. 판단
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따르면, 피고인은, ① 2020. 12. 21.경부터 보이스피싱 사기 범행에 사용된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유령법인 설립, 그 법인 명의 계좌 개설 후 그 접근매체를 텔레그램 대화명 ‘(대화명 생략)’에게 전달·유통하는 등의 행위를 계속하였고, ② 2021. 1. 중순경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제안에 따라 이른바 ‘전달책’ 역할을 승낙하였으며, ③ 이에 따라 피고인의 지시를 받은 공소외인은 2021. 1. 20.경부터, 피고인은 2021. 1. 28.부터 모두 ‘전달책’에 해당하는 실행행위를 한 사실이 인정된다.
나. 위와 같은 인정 사실에 앞서 본 법리를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의 이러한 접근매체 전달·유통행위는 보이스피싱 사기 범행에 사용된다는 정을 알면서도 정범이 실행에 착수하기 이전부터 장래의 실행행위를 예상하고서 이를 용이하게 하는 유형적·물질적 방조행위이고, 이러한 상태에서 ‘전달책’ 역할까지 승낙한 행위 역시 정범의 범행 결의를 강화시키는 무형적·정신적 방조행위이므로, 피고인은 ‘전달책’으로서 실행행위를 한 시기에 관계없이 피해자들에 대한 사기죄의 종범에 해당한다.
다. 원심의 이유 설시에 다소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있으나, 공소사실 중 사기방조의 점을 유죄로 판단한 결론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사기방조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유숙(재판장) 조재연 이동원 천대엽(주심) | [1] 형법 제32조 / [2] 형법 제32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서석구
【원심판결】
대구고법 2021. 12. 23. 선고 2021노276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관련 법리
사기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인 편취의 고의는 피고인이 자백하지 않는 한 범행 전후 피고인의 재력, 환경, 범행의 내용, 거래의 이행과정, 피해자와의 관계 등과 같은 객관적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8. 8. 1. 선고 2017도20682 판결 등 참조).
사기죄의 요건인 기망행위는 널리 재산상의 거래관계에서 서로 지켜야 할 신의와 성실의 의무를 저버리는 모든 적극적·소극적 행위를 말한다. 반드시 법률행위의 중요 부분에 관한 허위표시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상대방을 착오에 빠뜨려 행위자가 희망하는 재산적 처분행위를 하게 하는 판단의 기초가 되는 사실에 관한 것이면 충분하다. 따라서 거래의 상대방이 일정한 사정에 관한 고지를 받았더라면 거래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거래로 재물을 받는 자에게 신의성실의 원칙상 사전에 상대방에게 그와 같은 사정을 고지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도 이를 고지하지 않은 것은 고지할 사실을 묵비함으로써 상대방을 기망한 것이 되어 사기죄를 구성한다(대법원 2004. 4. 9. 선고 2003도7828 판결, 대법원 2018. 8. 1. 선고 2017도20682 판결 등 참조).
재물편취를 내용으로 하는 사기죄에서는 기망으로 인한 재물교부가 있으면 그 자체로써 피해자의 재산침해가 되어 이로써 곧 사기죄가 성립하고, 상당한 대가가 지급되었다거나 피해자의 전체 재산상에 손해가 없더라도 사기죄의 성립에는 영향이 없으므로, 사기죄에 있어서 그 대가가 일부 지급된 경우에도 편취액은 피해자로부터 교부된 재물의 가치로부터 그 대가를 공제한 차액이 아니라 교부받은 재물 전부이다(대법원 2007. 1. 25. 선고 2006도7470 판결 등 참조).
2.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이 피고인에게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및 사기의 점을 유죄로 판단하였는바,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2항 또는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죄 및 사기죄의 성립, 편취의 고의, 기망행위의 존부, 사기죄의 편취액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유숙(재판장) 조재연 이동원 천대엽(주심) | [1] 형법 제13조, 제347조 / [2] 형법 제17조, 제347조 / [3] 형법 제347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1 외 1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법무법인(유한) 신원 담당변호사 김칠구 외 1인
【원심판결】
청주지법 2019. 9. 26. 선고 2019노211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사다리식 통로 설치 관련 위험방지조치의무 위반으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청주지방법원에 환송한다. 검사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다리식 통로 설치 관련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부분
가.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 1은 피고인 주식회사 ○○(이하 ‘피고인 회사’라고 한다)이 진행하는 건물 신축공사 현장소장으로서 위 공사에 관하여 근로자의 안전·보건에 관한 관리책임을 부담하는 안전보건총괄책임자이다.
피고인 1은 2018. 1.경 위 공사현장에서 사다리식 통로 등을 설치하는 경우 견고한 구조로 하고 심한 손상·부식 등이 없는 재료를 사용하여야 함에도, 운전석 상부 탑헤드 수직 이동통로 등받이 방호울 수평부재가 이탈되어 있고, 발판 용접 부위에 균열 손상이 있는 타워크레인 1호기(이하 ‘이 사건 타워크레인’이라 한다)를 근로자로 하여금 사용하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 1은 근로자의 추락 등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피고인 회사는 사용인인 피고인 1이 위와 같이 피고인 회사의 업무에 관하여 위반행위를 하였다.
나. 원심판단의 요지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로 판단하였다.
1) 구 산업안전보건법(2019. 1. 15. 법률 제16272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산업안전보건법’이라 한다) 제33조 제3항과 구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2018. 3. 30. 고용노동부령 제21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이라 한다) 제49조, 제50조 등은 타워크레인을 대여하는 경우 대여자에 대하여 유해·위험방지조치의무를 규정하고 있을 뿐, 대여받는 자에게 수리·보수 및 점검내역 등을 제공받는 외에 타워크레인에 대한 직접 점검 수리·보수의무를 규정하고 있지 않다.
2) 이 사건 타워크레인의 손상은 타워크레인 대여업체가 현장에 설치해 놓은 이 사건 타워크레인 구조물 자체에 존재하는 것이므로, 하자가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피고인 회사가 산업안전보건법이 정한 근로자 추락 등 위험방지조치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 그런데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들이 그러한 손상의 존재를 인지하고서도 이를 방치하였다거나 손상의 존재를 의심할 수 있는 사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전혀 확인하지 않는 등 근로자 추락 등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인정할 수 없다.
다.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할 수 없다.
1) 관련 법리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조 제3호는 ‘사업주란 근로자를 사용하여 사업을 하는 자’라고 정하고, 제23조 제3항은 ‘사업주는 작업 중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 등에는 그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67조 제1호, 제71조에서 제23조 제3항을 위반한 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산업재해의 결과 발생에 대한 책임을 물으려는 것이 아니라 사업주 등이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 제3항 등에 정한 필요한 조치를 이행하지 아니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물으려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사업주 등이 사업주 운영의 사업장에서 위 법령의 위임에 따른「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이 정하고 있는 위험방지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근로자로 하여금 안전상 위험성이 있는 작업을 하도록 지시하거나 위험방지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위와 같은 작업이 이루어졌다고 인정되는 경우 그 자체로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67조 제1호, 제71조 위반죄가 성립한다(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6도7733 판결, 대법원 2020. 8. 27. 선고 2018도10845 판결 등 참조). 그리고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 제3항이 정하는 위험방지조치의무는 근로자를 사용하여 사업을 행하는 사업주가 부담하여야 하는 재해방지의무로서 사업주와 근로자 사이에 실질적인 고용관계가 성립하는 경우에 적용된다(대법원 2009. 5. 14. 선고 2008도101 판결 등 참조).
한편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33조 제3항은 ‘기계 등을 타인에게 대여하거나 대여받는 자는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한 유해·위험 방지를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정하고, 구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제49조 제1항은 ‘위험 기계 등을 타인에게 대여하는 자가 취해야 할 유해·위험방지 조치’를, 제50조 제1항은 ‘법 제33조 제3항에 따라 위험 기계 등을 대여받는 자는 그가 사용하는 근로자가 아닌 사람에게 해당 기계 등을 조작하도록 하는 경우’에 취할 조치를, 제2항은 ‘기계 등을 대여받은 자가 기계 등을 반환할 때 수리·보수·점검 내역 등을 적은 서면을 발급할 의무’를 정하고 있다.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 제3항은 사업주에게 특정 조치의무를 부과함으로써 위험한 작업환경으로부터 소속 근로자를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반면,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33조 제3항은 유해하거나 위험한 기계·기구·설비 및 건축물의 대여를 통하여 발생할 수 있는 위험방지를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건설기계를 대여받은 자가 작업자와 사이에 실질적 고용관계를 형성하여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조 제3호의 사업주에 해당하는 경우, 그 사업주는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33조 제3항이 정한 위험 기계 등을 대여받은 자로서 부담하는 유해·위험방지의무와는 별개로 같은 법 제23조 제3항이 정한 위험방지조치의무도 부담한다.
2) 인정 사실
원심판결 이유 및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피고인 회사는 이 사건 타워크레인을 직접 운용·관리하였고, 피고인 회사와 공소외 회사 사이에 작성된 건설기계 임대차계약서에는 피고인 회사의 공소외 회사 소속 타워크레인 조종사에 대한 지휘·감독권한이 명시되어 있다.
나) 이 사건 타워크레인의 조종사는 피고인 회사의 지시에 따라 매일 안전점검을 실시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이 사건 타워크레인의 손상 부위를 통행할 수 있어 추락의 위험이 있다.
다) 피고인 회사는 이 사건 타워크레인 설치작업 과정을 감독하였는데, 이 사건 타워크레인의 손상이 육안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것임에도, 설치 전후의 안전점검을 통해 손상 부위를 미리 발견하고 보수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3) 판단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회사와 이 사건 타워크레인 조종사 사이에는 실질적인 고용관계가 인정되고, 피고인들은 이 사건 타워크레인 안전점검을 통해 손상부위를 발견, 보수하는 것과 같이「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이 정한 근로자의 추락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하여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위험방지에 필요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도 이와 달리 피고인들이 추락방지에 관한 위험방지조치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은 구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 등의 위험방지조치의무 위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2. 안전난간 설치 관련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부분
검사는 원심판결 중 안전난간 설치 관련 위험방지조치의무 위반으로 인한 구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부분에 대하여도 상고하였으나, 상고장과 상고이유서에 이에 대한 구체적인 불복이유의 기재가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사다리식 통로 설치 관련 위험방지조치의무 위반으로 인한 구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며, 검사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재형(재판장) 안철상 노정희(주심) 이흥구 | [1] 구 산업안전보건법(2019. 1. 15. 법률 제16272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3호(현행 제2조 제4호 참조), 제23조 제3항(현행 제38조 제3항 참조), 제67조 제1호(현행 제168조 제1호 참조), 제71조(현행 제173조 참조) / [2] 구 산업안전보건법(2019. 1. 15. 법률 제16272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3호(현행 제2조 제4호 참조), 제23조 제3항(현행 제38조 제3항 참조), 제33조 제3항(현행 제81조 참조), 구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2018. 3. 30. 고용노동부령 제21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9조 제1항(현행 제100조 참조), 제50조 제1항(현행 제101조 제1항 참조), 제2항(현행 제101조 제4항 참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1 외 1인
【상 고 인】
피고인들
【변 호 인】
법무법인 혜민 담당변호사 허범
【원심판결】
서울서부지법 2021. 1. 25. 선고 2020노919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서면은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공소사실이 특정되었는지 여부(상고이유 제1점)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이 특정되었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공소사실 특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수입신고의무자인지 여부(상고이유 제2점)
2015. 2. 3. 법률 제13201호로 제정된 구 「수입식품안전관리 특별법」(2019. 12. 3. 법률 제1671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수입식품법’이라고 한다)은 수입식품 증가에 따른 수입식품 안전 확보를 위해서 영업자 구분관리, 해외제조업소 등록 및 현지실사 등을 규정함으로써 수입 품목에 대한 관리뿐만 아니라 수입자 및 해외제조업소를 관리하여 안전한 식품이 수입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데에 입법 목적이 있고, 수입식품 등에 관하여는 다른 법률보다 우선하여 적용된다(제4조). 구 수입식품법은 ‘수입식품 등 인터넷 구매 대행업’을 하려는 자를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 영업등록을 하여야 하는 ‘영업자’로 규정하고 있고(제2조 제5호, 제14조, 제15조), 구 수입식품법 제14조 제2항의 위임에 따라 ‘영업자’의 영업 범위를 정하고 있는 구 수입식품법 시행령(2019. 5. 14. 대통령령 제2976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3호는 ‘수입식품 등 인터넷 구매 대행업’을 ‘국내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해외 판매자의 사이버몰(컴퓨터 등과 정보통신설비를 이용하여 재화 등을 거래할 수 있도록 설정된 가상의 영업장을 말한다) 등으로부터 수입식품 등의 구매를 대행하여 수입하는 영업’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구 수입식품법상 ‘영업자’가 판매를 목적으로 하거나 영업상 사용할 목적으로 수입식품 등을 수입(수입신고 대행을 포함한다)하려면 총리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 수입신고를 하여야 하고(제20조 제1항), 그 위임에 따라 구 수입식품법 시행규칙(2019. 6. 19. 총리령 제154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7조 제2항은 수입식품 등 인터넷 구매 대행업자가 수입신고를 하려는 경우에는 ‘인터넷 구매대행 수입식품 등의 수입신고서’를 수입통관이 이루어지기 전에 관할 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장에게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법령의 내용과 취지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들이 수입식품 등 인터넷 구매 대행업 영업등록을 하고 대행업을 영위하는 이상 구 수입식품법 제20조 제1항에 따라 수입신고를 하여야 하고, 해외 판매자로부터 국내 소비자에게 직접 배송되었거나 수입 통관절차에 국내 소비자의 ‘개인통관고유부호’가 사용되었더라도 위 대행업에 해당하는 이상 수입신고가 필요하다.
한편 관세법 및 동 시행령의 위임에 따라 전자상거래물품의 통관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던 구 「전자상거래물품 등의 특별통관 절차에 관한 고시」(2014. 6. 16. 관세청고시 제2014-7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는 전자상거래의 유형을 구분하여 수입화주 등을 정하는 내용의 전자상거래 유형 구분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었고, 피고인들이 상고이유에서 들고 있는 대법원 2015. 11. 27. 선고 2014두2270 판결은 위 고시 시행 당시 ‘당해 물품을 수입한 실제 소유자 확정 기준’에 관한 것이었다. 그러나 위 고시의 전자상거래 유형 구분에 관한 규정들은 전자상거래 유형이 지속적으로 다변화되어 유형 구분의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로 2014. 6. 16. 위 고시가 개정되면서 모두 삭제되었는바, 위 폐지된 고시 및 대법원판결의 법리는 그 후 시행된 구 수입식품법 위반으로 기소된 이 사건에 적용되지 않는다.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수입식품안전관리 특별법」위반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천대엽(재판장) 조재연 민유숙(주심) 이동원 | 구 수입식품안전관리 특별법(2019. 12. 3. 법률 제1671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조, 제2조 제5호, 제4조, 제14조, 제15조, 제20조 제1항, 제42조 제2호, 구 수입식품안전관리 특별법 시행령(2019. 5. 14. 대통령령 제2976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3호, 구 수입식품안전관리 특별법 시행규칙(2019. 6. 19. 총리령 제154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7조 제2항 [별지 제26호 서식]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원심판결】
대구지법 2020. 12. 8. 선고 2019노4582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가. 구 산지관리법(2016. 12. 2. 법률 제1436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은 ‘산지’를 기본적으로 "입목·죽이 집단적으로 생육하고 있는 토지"로 정의하면서도, "집단적으로 생육한 입목·죽이 일시 상실된 토지"도 여전히 산지에 해당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제2조 제1호). 2016. 12. 2. 법률 제14361호로 개정된 산지관리법은 ‘산지’의 정의 규정(제2조 제1호)에서 (가)목으로 ‘지목이 임야인 토지’를 신설하였고, 제2조 제1호 단서의 위임에 따라 ‘산지’에서 제외되는 토지를 정한 산지관리법 시행령은 2017. 6. 2. 대통령령 제28088호로 개정되면서 ‘지목이 임야인 토지 중 법에 따른 산지전용허가를 받거나 산지전용신고를 한 후 법에 따라 복구의무를 면제받거나 복구준공검사를 받아 산지 외의 용지로 사용되고 있는 토지’(제2조 제6호)를 ‘산지’에서 제외되는 토지에 추가하였다. 위와 같은 산지관리법과 산지관리법 시행령의 개정은 지목이 임야인 ‘산지’의 범위를 명확히 하려는 데 그 취지가 있다.
나. 반면에 구 농지법(2018. 12. 24. 법률 제1607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농지법’이라 한다)은 ‘지목을 불문하고 실제로 농작물 경작지 또는 다년생식물 재배지로 이용되고 있는 토지’를 원칙적으로 ‘농지’로 정의하고 있다[제2조 제1호 (가)목 본문].
구 농지법 제2조 제1호 (가)목 단서의 위임에 따른 구 농지법 시행령(2016. 1. 19. 대통령령 제2690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2항은 ‘지목이 임야인 토지로서 그 형질을 변경하지 아니하고 과수 등 다년생식물의 재배에 이용되는 토지’(제2호)를 농지로서 현황에도 불구하고 농지에서 제외되는 토지로 규정하고 있었다. 2016. 1. 19. 대통령령 제26903호로 개정된 위 구 농지법 시행령 제2조 제2항 제2호는 ‘지목이 임야인 토지로서 산지관리법에 따른 산지전용허가를 거치지 아니하고 농작물의 경작 또는 다년생식물의 재배에 이용되는 토지’로 변경되었고, ‘위 개정 시행령 시행 당시 지목이 임야인 토지로서 종전 규정에 따라 농지에서 제외되는 토지에 대하여는 종전 규정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다(부칙 제2조 제2호).
다. 한편 산지관리법은 ‘산지전용이란, 산지를 조림, 숲 가꾸기, 입목의 벌채·굴취, 토석 등 임산물의 채취,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임산물의 재배, 산지일시사용의 용도 외로 사용하거나 이를 위하여 산지의 형질을 변경하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하고(제2조 제2호), 산지전용허가·신고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산지전용을 한 경우 산림청장 등이 그 행위를 한 자에게 형질변경한 산지를 복구하도록 명령할 수 있고(제44조 제1항 제2호), 산지전용허가·신고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산지전용을 한 자에 대하여 이를 처벌하는 규정(제53조 제1호, 제55조 제1호)을 두고 있다.
라. 따라서 산지전용허가·신고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불법으로 개간된 산지는, 비록 그것이 개간 후 농지로 이용되고 있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산지관리법 제44조 제1항에 따른 산지복구명령의 대상이 되는 ‘산지’에 해당할 뿐, 농지법상 ‘농지’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봄이 원칙이다(대법원 2002. 7. 26. 선고 2001두7985 판결, 대법원 2018. 6. 28. 선고 2015두55769 판결 등 참조). 한편 구 임산물단속에관한법률이 제정·시행된 1961. 6. 27. 이후부터는 산지를 개간 또는 형질변경하려면 원칙적으로 관할 행정청 등의 허가 등이 필요하게 되었다(대법원 2021. 8. 26. 선고 2020두50584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지목이 ‘임야’인 토지를 농지법상 ‘농지’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려면 그 토지가 ‘1961. 6. 27. 전에 관련 법령에 저촉됨이 없이 농지로 개간된 토지’라거나 ‘1961. 6. 27. 이후에 산지전용허가·신고 등의 절차를 거쳐 적법하게 개간된 농지’라는 점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대법원 2020. 2. 6. 선고 2019두43474 판결 등 참조).
2. 가.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토지 등은 그 지목이 임야로서 산지관리법 제4조 제1항 제2호에 정한 ‘준보전산지’에 해당하고, 피고인이 2018. 5.경 농사용 창고로 사용할 컨테이너 설치를 위해 이 사건 토지 등에서 굴삭기를 이용하여 절토 및 성토작업을 하였지만 작업 전 산지전용허가나 신고절차를 거치지 않은 사실을 알 수 있다. 한편 피고인의 변호인은, 피고인의 부친이 1968년경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하여 이를 개간한 다음 피고인의 가족들과 피고인이 과수 등을 재배한 적이 있다는 등의 이유로 이 사건 토지는 ‘산지’가 아니라 ‘농지’라고 주장하였다(공판기록 제20쪽).
나.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관련 규정들과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토지 등은 산지관리법상 ‘산지’로서 피고인의 위 절토 및 성토작업은 산지의 형질을 변경하는 행위로서 적어도 신고를 해야 하는 ‘산지일시사용’에 해당한다.
다. 같은 취지의 원심판단에는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산지관리법이나 농지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천대엽(재판장) 조재연 민유숙(주심) 이동원 | 산지관리법 제2조 제1호, 제2호, 제44조 제1항 제2호, 제53조 제1호, 제55조 제1호, 산지관리법 시행령 제2조 제6호, 구 농지법(2018. 12. 24. 법률 제1607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1호 (가)목, 구 농지법 시행령(2016. 1. 19. 대통령령 제2690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2항 제2호, 농지법 시행령 제2조 제2항 제2호, 부칙(2016. 1. 19.) 제2조 제2호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 정맥 담당변호사 김진수
【원심판결】
부산고법 2022. 1. 26. 선고 2021노293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① 피고인이 자신의 자동차를 운전하여 번화가로 나와 주변을 배회하다가 술에 취해 앉아 있는 피해자에게 데려다주겠다고 접근하여 차에 태운 뒤 피해자의 목적지와 달리 황령산 전망대 주차장 쪽으로 진입하였다가 주차장에서 돌아 나와 상당한 거리를 이동하면서 사람들의 통행과 주차된 차량이 적은 길가에 주차시켰으며, 도중에 소주, 청테이프, 콘돔을 구입한 사실, ② 피고인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파일에서 청테이프를 뜯어내고 찢는 듯한 소리가 불규칙적인 간격으로 들리고, 이후 무언가를 제지하는 듯한 피해자의 목소리가 들리며, 피고인의 혀가 절단된 직후에는 결박한 청테이프를 제거해 줄 것을 요구하는 피해자의 목소리가 들리고, 이후 청테이프를 뜯어내는 듯한 소리가 들리는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차량 조수석에 앉아 있던 피해자를 청테이프로 묶는 방법으로 감금하고, 피해자를 강간하기 위해 피해자의 입 안에 혀를 넣어 키스를 하던 중 피해자가 피고인의 혀를 깨물어 저항하는 바람에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미수에 그치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와 몸싸움을 하면서 손으로 피해자의 입 부위를 때리는 등 피해자를 때려 상해를 입게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따라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소사실 특정, 피해자 진술의 증거능력, 감금죄 및 강간치상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천대엽(재판장) 조재연 민유숙(주심) 이동원 | 형법 제276조 제1항, 제297조, 제301조,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308조 | 형사 |
【피고인 겸 피부착명령청구자】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겸 피부착명령청구자
【변 호 인】
변호사 심지영
【원심판결】
수원고법 2022. 1. 12. 선고 2021노535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 사건에 대하여
가. 주거침입죄는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보호법익으로 한다. 주거침입죄의 구성요건적 행위인 침입은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과의 관계에서 해석하여야 하므로, 침입이란 주거의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 태양으로 주거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하고, 침입에 해당하는지는 출입 당시 객관적·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 태양을 기준으로 판단함이 원칙이다.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 태양으로 주거에 들어가는 것이라면 대체로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겠지만, 단순히 주거에 들어가는 행위 자체가 거주자의 의사에 반한다는 주관적 사정만으로는 바로 침입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21. 9. 9. 선고 2020도1263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이때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지는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 태양인지를 평가할 때 고려할 요소 중 하나이지만 주된 평가 요소가 될 수는 없고, 주거 등의 형태와 용도·성질, 외부인에 대한 출입의 통제·관리 방식과 상태 등 출입 당시 상황에 따라 그 정도는 달리 평가될 수 있다(대법원 2022. 3. 24. 선고 2017도18272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나. 다가구용 단독주택이나 다세대주택·연립주택·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 내부의 엘리베이터, 공용 계단, 복도 등 공용 부분도 그 거주자들의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보호할 필요성이 있어 주거침입죄의 객체인 ‘사람의 주거’에 해당한다(대법원 2009. 9. 10. 선고 2009도4335 판결 등 참조).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공동현관에 출입하는 경우, 그것이 주거로 사용하는 각 세대의 전용 부분에 필수적으로 부속하는 부분으로 거주자와 관리자에게만 부여된 비밀번호를 출입문에 입력하여야만 출입할 수 있거나,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관리하기 위한 취지의 표시나 경비원이 존재하는 등 외형적으로 외부인의 무단출입을 통제·관리하고 있는 사정이 존재하고, 외부인이 이를 인식하고서도 그 출입에 관한 거주자나 관리자의 승낙이 없음은 물론, 거주자와의 관계 기타 출입의 필요 등에 비추어 보더라도 정당한 이유 없이 비밀번호를 임의로 입력하거나 조작하는 등의 방법으로 거주자나 관리자 모르게 공동현관에 출입한 경우와 같이, 그 출입 목적 및 경위, 출입의 태양과 출입한 시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공동주택 거주자의 사실상 주거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 태양으로 볼 수 있는 경우라면 공동주택 거주자들에 대한 주거침입에 해당한다(대법원 2022. 1. 27. 선고 2021도15507 판결 참조).
다.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 겸 피부착명령청구자(이하 ‘피고인’이라 한다)가 근처 편의점에서 처음 마주친 피해자의 뒤를 계속하여 따라가다가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된다고 보기 어려운 이 사건 건물의 공동출입문을 통과하여 엘리베이터에 탑승한 것은 주거침입에 해당한다고 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따라 살펴보면, 원심의 설시에 일부 부적절한 부분이 있으나 그 결론은 정당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주거침입강제추행)죄에서 주거의 의미 및 주거침입의 고의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2. 부착명령 청구사건에 관하여
피고인이 피고사건에 관하여 상고를 제기한 이상 제1심이 부착명령 청구를 기각하면서 직권으로 선고한 보호관찰명령에 관해서도 상고한 것으로 의제된다. 그러나 상고장에 그 이유의 기재가 없고 상고이유서에도 이에 관한 불복이유의 기재를 찾아볼 수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정화(재판장) 김선수 노태악(주심) 오경미 | [1] 형법 제319조 제1항 / [2] 형법 제319조 제1항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김은숙
【원심판결】
서울동부지법 2021. 12. 24. 선고 2021노877, 1293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공소장변경과 공소사실 철회에 관한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공소장변경의 방식에 의한 공소사실의 철회는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의 일부 공소사실에 한하여 가능하므로, 공소장에 기재된 수 개의 공소사실이 서로 동일성이 없고 실체적 경합관계에 있는 경우에 그 일부를 소추대상에서 철회하려면 공소장변경의 방식에 의할 것이 아니라 공소의 일부 취소절차에 의하여야 한다. 그리고 실체적 경합관계에 있는 수 개의 공소사실 중 어느 한 공소사실을 전부 철회하는 검사의 공소장변경신청이 있는 경우 이것이 그 부분의 공소를 취소하는 취지가 명백하다면 비록 공소취소라는 형식을 갖추지 않았더라도 이를 공소취소로 보아야 한다(대법원 1992. 4. 24. 선고 91도1438 판결 등 참조).
기록에 의하면, 검사는 원심에서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 중 피해자 유한회사 ○○○○법인에 대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정보통신망침해등) 부분(이하 ‘이 사건 공소사실 철회 부분’이라 한다)을 철회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 사건 공소사실 철회 부분은 위 피해자에 대한 나머지 공소사실과 서로 동일성이 없고 실체적 경합관계에 있으므로, 이를 소추대상에서 철회하려면 공소장변경의 방식에 의할 것이 아니라 공소의 일부 취소절차에 의하여야 한다. 그런데 공소취소는 제1심판결 선고 전까지만 가능하므로(형사소송법 제255조 제1항), 항소심으로서는 공소취소로 보아야 하는 검사의 공소장변경신청이 제1심판결 선고 후에 있는 때에는 이를 불허하고 심리를 그대로 진행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그런데도 원심이 이 사건 공소사실 철회 부분에 관한 공소장변경을 허가하고 이를 심판대상으로 삼지 않은 것에는 심리절차상의 잘못이 있다.
그러나 원심이 검사의 공소장변경을 일부 공소사실에 대한 공소취소로 보고 그 나머지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로 인정하였다고 하여,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 불이익이 있었다고 볼 수 없고 피고인만이 상고한 이 사건에서 이를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사유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4. 5. 14. 선고 2004도1218 판결, 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8도3821 판결 참조). 결국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
2.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인은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가 양형부당을 상고이유로 삼을 수 있는 경우를 제한하는 것은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여 위헌이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양형부당을 사유로 한 상고이유를 제한한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 규정은 헌법 제101조 제2항이나 대법원의 재판을 받을 국민의 권리를 규정하고 있는 헌법규정에 위반된다거나 평등의 원칙에 어긋나는 위헌적인 조항이라 할 수 없다(대법원 2007. 4. 26. 선고 2007도1808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이 부분 주장은 결국 원심이 선고한 형이 과중하여 부당하다는 취지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에 의하면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서만 양형부당을 사유로 한 상고가 허용되므로, 피고인에 대하여 그보다 가벼운 형이 선고된 이 사건에서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는 취지의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태악(재판장) 박정화(주심) 김선수 오경미 | 형사소송법 제255조, 제298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1 외 1인
【상 고 인】
피고인들 및 검사
【변 호 인】
법무법인(유한) 세종 담당변호사 박교선 외 3인
【원심판결】
서울남부지법 2018. 12. 13. 선고 2017노2285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남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검사의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부분(검사의 상고이유)
가. 법령에서 일정한 행위를 금지하면서 이를 위반하는 행위에 대한 벌칙을 정하고 공무원으로 하여금 금지규정의 위반 여부를 감시·단속하도록 한 경우 공무원에게는 금지규정 위반행위의 유무를 감시하여 확인하고 단속할 권한과 의무가 있으므로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감시·단속 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원에 대하여 위계를 사용하여 업무집행을 못하게 하였다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지만, 단순히 공무원의 감시·단속을 피하여 금지규정을 위반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면 그에 대하여 벌칙을 적용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그 행위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3. 11. 13. 선고 2001도7045 판결 등 참조).
나. 구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2019. 4. 23. 법률 제1634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구 형집행법’이라 한다) 제93조 제3항은 "교도관은 시설의 안전과 질서유지를 위하여 필요하면 교정시설을 출입하는 수용자 외의 사람에 대하여 의류와 휴대품을 검사할 수 있다. 이 경우 출입자가 제92조의 금지물품을 소지하고 있으면 교정시설에 맡기도록 하여야 하며, 이에 응하지 아니하면 출입을 금지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있다. 같은 법 제92조 제2호는 수용자가 소지해서는 안 될 금지물품으로 "시설의 안전 또는 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물품"을 포함시켜 정하였고, 같은 법 제42조 제6호는 "시설의 안전 또는 질서를 해하는 행위를 하거나 하려고 하는 때"에 해당하면 교도관은 접견 중인 수용자 또는 그 상대방에 대하여 접견을 중지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또한 구 형집행법 제10조에 근거한 교도관직무규칙 제42조 제1항은 "정문에 근무하는 교정직교도관(이하 이 조에서 ‘정문근무자’라 한다)은 정문 출입자와 반출·반입 물품을 검사·단속하여야 한다."라고 정하고, 같은 조 제2항은 "정문근무자는 제1항의 검사·단속을 할 때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출입자의 신체와 휴대품을 검사할 수 있다."라고 정하며, 같은 조 제3항은 "정문근무자는 제1항 또는 제2항의 검사 도중 이상하거나 의심스러운 점을 발견한 경우에는 출입 등을 중지함과 동시에 상관에게 이를 보고하여 상관의 지시를 받아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따라서 구 형집행법상 교도관은 교정시설 등의 출입자와 반출·반입 물품을 검사·단속해야 할 일반적인 직무상 권한과 의무가 있고, 수용자가 아닌 사람이 금지물품을 교정시설 내로 반입하였다면 교도관의 검사·단속을 피하여 단순히 금지규정을 위반하는 행위를 한 것일 뿐 이로써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는 없다(대법원 2022. 3. 31. 선고 2018도15213 판결 참조). 다만 이 사건 이후 2019. 4. 23. 법률 제16345호로 개정된 형집행법은 허가 없이 전자·통신기기를 교정시설에 반입하거나 교정시설 내부를 녹화·촬영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을 신설하였다(제133조 제1항, 제135조).
다. 원심은, 피고인들이 위계로써 접견업무를 담당하는 교도관의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였다. 이러한 원심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건조물침입 부분(피고인들의 상고이유)
가. 주거침입죄는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보호법익으로 한다. 주거침입죄의 구성요건적 행위인 침입은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과의 관계에서 해석하여야 하므로, 침입이란 주거의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 태양으로 주거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하고, 침입에 해당하는지는 출입 당시 객관적·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 태양을 기준으로 판단함이 원칙이다.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 태양으로 주거에 들어가는 것이라면 대체로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겠지만, 단순히 주거에 들어가는 행위 자체가 거주자의 의사에 반한다는 주관적 사정만으로는 바로 침입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21. 9. 9. 선고 2020도1263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따라서 침입행위에 해당하는지는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지가 아니라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 태양인지에 따라 판단되어야 한다.
행위자가 거주자의 승낙을 받아 주거에 들어갔으나 범죄 등을 목적으로 한 출입이거나 거주자가 행위자의 실제 출입 목적을 알았더라면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 행위자의 출입행위가 주거침입죄에서 규정하는 침입행위에 해당하려면, 출입하려는 주거 등의 형태와 용도·성질, 외부인에 대한 출입의 통제·관리 방식과 상태, 행위자의 출입 경위와 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행위자의 출입 당시 객관적·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 태양에 비추어 주거의 사실상 평온상태가 침해되었다고 평가되어야 한다(대법원 2022. 3. 24. 선고 2017도18272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나. 이 부분 공소사실은, 피고인 1은 2016. 4. 1. 15:23경, 피고인 2는 2016. 4. 2. 11:55경 및 2016. 4. 4. 10:26경 진주교도소에 이르러 취재와 방송을 위해 수용자를 접견하며 그 대화 내용과 장면을 녹음·녹화할 목적과 그 장비를 숨기고 교도소 정문을 통과하여 건조물에 침입하였다는 것이다.
다. 원심은, 피고인들이 교도소에 들어간 것은 교도소 관리자의 의사에 반하여 건조물의 사실상 평온을 해한 것으로 볼 수 있고, 피고인들의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단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라. 그러나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들이 접견신청인으로서 진주교도소 정문에 이르러 출입자와 반입 물품을 검사·단속해야 하는 정문근무자에게 방문 목적만 밝히거나 신분증만 제시하고 아무런 검사나 제지를 받지 않은 채 정문근무자가 열어주는 정문을 통과하여 접견신청인의 출입이 허용된 교도소 내 민원실과 접견실까지 통상적인 출입방법으로 들어간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피고인들이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 태양으로 교도소에 들어갔다고 볼 수 없으므로 건조물침입죄에서 규정하는 침입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설령 피고인들이 수용자와 접견하며 그 대화 내용과 장면을 녹음·녹화할 목적으로 교도소에 들어간 것이어서 교도소 관리자가 이러한 사정을 알았더라면 피고인들의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정이 인정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 태양으로 교도소에 출입하였다고 평가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들에 대하여는 건조물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마. 그럼에도 교도소 관리자의 추정적 의사를 주된 근거로 건조물침입죄의 성립을 인정한 원심판단에는 본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검사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천대엽(재판장) 조재연 민유숙(주심) 이동원 | [1] 형법 제137조 / [2] 형법 제137조, 구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2019. 4. 23. 법률 제1634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0조, 제42조 제6호, 제92조 제2호(현행 제92조 제1항 제3호 참조), 제93조 제3항, 교도관직무규칙 제42조 제1항, 제2항, 제3항 / [3] 형법 제319조 제1항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정재원
【원심판결】
전주지법 2021. 10. 28. 선고 2020노107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즉결심판청구 절차 및 공소제기 절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피고인이 상고이유에서 든 판례는 모두 경찰서장이 범칙행위에 대하여 통고처분을 하였으나 범칙자의 이의신청이 없었던 사안에서, 원칙적으로 경찰서장은 범칙금 납부기간 전까지 임의로 통고처분을 취소하거나 즉결심판을 청구할 수 없고, 검사도 위 납부기간 전후를 불문하고 경찰서장의 즉결심판청구에 따른 절차의 진행 없이는 동일한 범칙행위에 대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는 것일 뿐 통고처분에 대한 범칙자의 이의신청이 있음에도 경찰서장이 위 납부기간 전까지 즉결심판을 청구할 수 없다는 취지가 아니다(대법원 2016. 1. 28. 선고 2015도5492 판결 참조).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유숙(재판장) 조재연 이동원 천대엽(주심) | 도로교통법 제60조 제1항, 제156조 제3호, 제162조, 제163조, 제165조 | 형사 |
【피고인 겸 피부착명령청구자】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겸 피부착명령청구자 및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신철규
【원심판결】
서울고법 2022. 1. 19. 선고 2021노2032, 2021전노150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의 판단
가. 원심은, ① 피고인 겸 피부착명령청구자(이하 ‘피고인’ 이라 한다)가 사건 발생 약 4개월 전에 온라인 게임을 통해 알게 된 피해자 공소외인과 전화통화를 하고 단 몇 차례 만나게 된 것을 계기로 잘못된 집착과 망상에 의하여 위 피해자에 대한 스토킹을 시작하였고 병적인 집착과 광기에 이른 상태에서 일면식도 없던 피해자의 여동생을 살해한 데에 이어 그 모친 및 피해자에 대한 살해 범행을 이어나갔는바, 이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여동생과 모친을 피해자에 대한 살인이라는 범행 목적의 실현을 위한 수단으로 간주하였다는 것일 뿐 아니라 이 모두가 사전에 계획된 범행임을 보여주는 징표라는 점, ② 자신의 감정적 욕구 충족을 위해서라면 다른 사람의 생명은 얼마든지 빼앗을 수 있다는 극단적인 인명 경시 성향을 드러내는 것이고, ③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반사회적이고 포악한 범행일 뿐 아니라 범행의 동기나 경위와 관련하여 참작할 만한 사정이 전혀 없고 살해 과정이 무자비하며 앞으로 피고인이 교화될 가능성도 적어 보인다고 판단하였다.
나. 원심은, 위 사정에 비추어 피고인에 대하여 사형을 선고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볼 여지가 상당함에도 불구하고, 대법원 2006. 3. 24. 선고 2006도354 판결 등이 판시한 바와 같이 사형은 인간의 생명 자체를 영원히 박탈하는 냉엄한 궁극의 형벌로서 문명국가의 이성적인 사법 제도가 상정할 수 있는 극히 예외적인 형벌이라는 점과 함께 약 23년이라는 오랜 기간 동안 사형집행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사형 제도가 형벌로서의 실효성을 상실하였다는 현재의 형집행 상황 등을 고려하여 제1심법원이 선고한 무기징역형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다만 원심은 형법 제72조 제1항에 행정처분으로 가석방을 할 수 있는 요건을 정하지만, 이 사건 범행의 잔인성과 중한 결과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에 대한 무기징역형은 위 규정의 적용 없이 그대로 집행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부가하였다.
2. 검사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가. 피고사건에 관하여
1961. 9. 1. 법률 제705호로 개정된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는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 있어서 형의 양정이 심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현저한 사유가 있는 때’를 상고이유로 규정하였고, 이는 현행 형사소송법에서도 동일하다.
대법원 1962. 4. 18. 선고 1962도48 판결에서 상고심의 성격이 소위 사후심, 법률심임에 비추어 양형의 현저한 부당을 사유로 하여 상고할 수 있음은 오로지 피고인의 이익을 위하여 있는 것이고 검사는 위 사유를 상고이유로 할 수 없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한 이후, 현재까지 확립된 대법원 판례는 원심에서 피고인 등에 대하여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 있어서 검사는 그 형이 심히 가볍다는 이유로는 상고할 수 없다고 해석하고 있다(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0도17829, 2010전도177 판결, 대법원 2013. 7. 25. 선고 2013도6219 판결 등 참조).
따라서 피고인에 대하여 무기징역형이 선고된 이 사건에 있어서도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의 해석상 검사는 그 형이 심히 가볍다는 이유로는 상고할 수 없다.
나. 부착명령 청구사건에 관하여
검사가 피고사건에 관하여 상고를 제기한 이상 부착명령 청구사건에 관하여도 상고를 제기한 것으로 의제되나, 상고장이나 상고이유서에 이에 대한 구체적인 불복이유의 기재가 없다.
3. 피고인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가. 피고사건에 관하여
앞서 본 이 사건 각 범행의 동기와 내용, 범행 후 피고인의 행동, 피고인과 피해자들과의 관계 등의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사정을 참작하더라도 원심이 피고인에 대하여 무기징역을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것이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
나. 부착명령 청구사건에 관하여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에게 3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의 부착을 명하고 준수사항을 부과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것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재범의 위험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4.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천대엽(재판장) 조재연 민유숙(주심) 이동원 | 형사소송법상 제383조 제4호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쌍방
【검 사】
이지은 외 1인
【변 호 인】
변호사 손영서
【원심판결】
수원지법 안양지원 2021. 10. 8. 선고 2021고합118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이유무죄 부분 포함)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2년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3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피고인에게 40시간의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을 명한다.
피고인에 대하여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과 장애인복지시설에 5년간 취업제한(운영 및 사실상 노무제공 금지 포함)을 명한다.
【이 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양형부당)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징역 2년 6월 등)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검사
1) 사실오인(형법 제305조 제1항의 미성년자의제강간의 점)
피해자가 당시 착용하고 있던 의상은 전형적으로 초등학생의 의상이었고, 피해자의 외모 역시 평범한 초등학생으로 보이며, 피해자는 피고인을 만나기 전 피고인에게 "나 아빠랑 가도 돼?"라고 물어보았는바, 상식적으로 피해자가 매우 어리다고 추정할 수 있는 등 피고인이 당시 피해자가 13세 미만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럼에도 이와 달리 피고인이 이 사건 당시 피해자가 13세 미만인 사실을 미필적으로라도 인식하고 있었음이 증명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형법 제305조 제1항의 미성년자의제강간의 점에 대하여 이유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
2) 법리오해(형법 제305조 제2항의 미성년자의제강간의 점)
설령 피고인이 피해자의 나이를 13세 미만이라고 인식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은 실제 13세 미만인 피해자를 13세 이상 16세 미만 정도로 인식하고 간음하였는바, 이는 경한 고의로 중한 결과가 발생한 경우에 해당하고 형법 제305조 제2항의 신설 취지, 일반인들의 법감정 등을 고려하면 형법 제305조 제2항의 미성년자의제강간죄의 기수범으로 처벌하여야 함에도 불능미수 유죄로만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3) 양형부당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검사의 사실오인 주장에 대한 판단(형법 제305조 제1항의 미성년자의제강간의 점)
가. 관련 법리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의 구성요건을 이루는 사실은 그것이 주관적 요건이든 객관적 요건이든 그 입증책임이 검사에게 있으므로, 형법 제305조 제1항의 미성년자의제강간죄의 성립이 인정되려면, 피고인이 피해자가 13세 미만임을 알면서 그를 간음하였다는 사실이 검사에 의하여 증명되어야 한다. 물론 피고인이 일정한 사정의 인식 여부와 같은 내심의 사실에 관하여 이를 부인하는 경우 이러한 주관적 요소로 되는 사실은 사물의 성질상 그 내심과 상당한 관련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이를 입증할 수밖에 없고, 이때 무엇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에 해당할 것인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사실의 연결상태를 합리적으로 분석·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야 하나, 피해자가 13세 미만이라는 객관적 사실로부터 피고인이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점이 추단된다고 볼 수는 없다(대법원 2012. 8. 30. 선고 2012도7377 판결 등 참조).
나. 판단
앞서 본 법리에 기초하여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의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이 사건 당시 피해자가 13세 미만인 사실을 미필적으로라도 인식하고 있었음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이유무죄로 판단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검사의 사실오인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1) 피해자는 일관되게 ‘피고인에게 자신의 나이를 18세로 소개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증거기록 제55쪽), 피고인 또한 피해자로부터 그렇게 들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증거기록 제368쪽).
2) 피고인과 피해자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통해 알게 되어 온라인상으로 연락을 주고받다가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일시에 처음으로 만났다.
3) 피해자의 카카오톡 프로필에 게시된 사진을 보면, 피해자가 나이가 어려 보이기는 하나 피해자의 얼굴에 토끼 귀, 얼굴 모양 등의 필터가 적용되면서 실제 피해자 얼굴이 일부 가려지거나 변형되기도 하는 등 외관상 초등학생이라는 점이 분명하게 드러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증거기록 제126, 127쪽).
4) 피고인은, 피해자를 만났을 당시 피해자가 마스크를 쓰고 있었고, 이 사건 룸카페에 들어가서 마스크를 벗었다고 하더라도 실내조명이 어두워 언뜻 피해자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는 취지로 주장하는데, 당시 상황에 비추어 피고인의 위와 같은 변소가 수긍이 가는 면도 있어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의 나이를 쉽게 알아채지 못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5)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자신의 나이를 낮추어 거짓으로 알려주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피해자의 외모, 신장 등을 관찰하는 것만으로 피해자 역시 본인 나이가 13세 미만임에도 피고인에게 거짓으로 18세라고 소개하였음을 알아차릴 수 있는 특별한 사정도 발견되지 않는다.
3. 검사의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형법 제305조 제2항의 미성년자의제강간의 점)
가. 원심의 판단
원심은, 형법 제305조 제2항의 미성년자의제강간의 점에 대하여 피고인이 피해자를 13세 이상 16세 미만의 자로 인식하였으나 실제로는 피해자가 만 11세에 불과하여 대상의 착오로 범죄의 결과 발생이 불가능하지만, 객관적인 일반인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범행의 결과가 발생할 위험성이 있으므로 형법 제27조 본문에 의하여 형법 제305조 제2항 미성년자의제강간의 불능미수를 유죄로 인정하였다.
나. 당심의 판단
1) 문제의 소재
형법 제305조 제2항은 간음의 상대방을 ‘13세 이상 16세 미만’으로 정하고 있는바, 이 사건의 경우처럼 13세 미만의 피해자를 13세 이상 16세 미만으로 인식하고 간음한 경우
형법 제305조 제2항 미성년자의제강간죄의 기수가 성립하는지, 아니면 불능미수가 성립하는지 문제 된다.
2) 관련 법리
죄형법정주의는 국가형벌권의 자의적인 행사로부터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범죄와 형벌을 법률로 정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한 취지에 비추어 보면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하여야 하고, 명문의 형벌법규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허용되지 아니한다(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2도4230 판결 등 참조). 그러나 형벌법규의 해석에 있어서도 가능한 문언의 의미 내에서 당해 규정의 입법 취지와 목적 등을 고려한 법률체계적 연관성에 따라 그 문언의 논리적 의미를 분명히 밝히는 체계적·논리적 해석방법은 그 규정의 본질적 내용에 가장 접근한 해석을 위한 것으로서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부합하고(대법원 2007. 6. 14. 선고 2007도2162 판결 참조), 법률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나지 않는 한 그 법률의 입법 취지와 목적, 입법 연혁 등을 고려한 목적론적 해석도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6. 5. 12. 선고 2005도6525 판결 등 참조).
3) 구체적 판단
위와 같은 형벌법규 해석의 원칙에 기초하여 형법 제305조 제1항 및 제2항의 문언, 형법 제305조의 개정 취지와 목적, 개정 연혁, 형법 제305조 제1항과 제2항의 관계 등을 종합하여 보면, 미성년자의제강간죄의 행위자가 19세 이상의 자로서 피해자를 13세 이상 16세 미만의 미성년자로 인식하였으나 실제로는 그 피해자의 나이가 13세 미만일 경우에는 형법 제305조 제2항의 미성년자의제강간죄의 기수로 인정함이 타당하다. 그 판단 근거는 다음과 같다.
가) 형법 제305조의 개정 취지
구 형법(2020. 5. 19. 법률 제1726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형법’이라 한다) 제305조에서는 "13세 미만의 사람에 대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는 제297조, 제297조의2, 제298조, 제301조 또는 제301조의2의 예에 의한다."라고 규정하여 미성년자의제강간죄의 객체를 ‘13세 미만의 사람’으로 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미성년자 성착취물 제작·유포로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소위 ‘N번방 사건’, ‘박사방 사건’ 등 일련의 사건들에 의하여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성범죄의 처벌을 강화하여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었고, 이에 2020. 5. 19. "텔레그램을 이용한 성착취 사건 등 사이버 성범죄로 인한 피해가 날로 증가하고 있는바, 미성년자 의제강간 연령기준을 높이고 강간 등의 예비·음모에 대한 처벌규정을 신설하는 등 관련 규정을 정비함으로써 성범죄로 인한 피해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여 국민의 성적 자기결정권 등 기본권을 보호하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조성"하기 위하여 형법의 일부 조항을 개정하면서 "13세 이상 16세 미만의 사람에 대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19세 이상의 자는 제297조, 제297조의2, 제298조, 제301조 또는 제301조의2의 예에 의한다."라는 내용의 형법 제305조 제2항을 신설하였다. 법제처에서 제공한 개정이유에 의하면 그 개정 목적을 "미성년자 의제강간 연령기준을 13세에서 16세로 상향"하되 "피해 미성년자가 13세 이상 16세 미만인 경우 19세 이상의 자에 대해서만 처벌하도록" 하는 것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한편 위 개정된 형법 제305조에서 미성년자의제강간죄의 연령 기준을 기존 13세에서 16세로 상향하면서도, 피해 미성년자가 13세 이상 16세 미만인 경우에는 가해자가 19세 이상인 경우에만 처벌하도록 하였는데, 그 입법 취지는 미국의 일부 주 등에서 시행하고 있는 이른바 ‘Romeo and Juliet Law’(교제하는 청소년 간의 합의에 의한 성적 접촉까지 처벌되는 것을 막기 위하여 피해자가 기준 연령 이하인 경우에도 가해자와 피해자의 연령 차이가 3~4세 정도로 크지 않은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거나 경범죄로 처벌하는 법조항)를 참고하여 19세 미만의 사람이 13세 이상 16세 미만의 사람과 합의에 의하여 성관계 등 성적 행위를 한 경우에는 청소년 간의 자연스러운 교제에 따라 온전한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한 것으로 보아 처벌대상에서 제외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된다.
나) 형법 제305조 제1항, 제2항의 관계
형법 제305조 제1항과 제2항은 그 법정형은 물론 범행의 행위태양에 있어서도 완전히 동일하게 규정되어 있는바, 여기에 앞서 살펴본 형법 제305조의 개정 연혁과 취지를 더하여 보면, 형법 제305조 제2항은 제1항과 구별되는 별개의 새로운 죄나 구성요건을 신설한 것이 아니라 미성년자의제강간죄의 처벌대상이 되는 피해자의 연령을 기존 13세 미만에서 16세 미만으로 상향하였을 뿐이다. 즉, 범행의 객체를 ‘13세 미만’인 경우와 ‘13세 이상 16세 미만인 경우’를 달리 처벌하기 위하여 형법 제305조 제1항과 제2항을 구분한 것이 아니라 형법 제305조에서 ‘미성년자의제강간죄’라는 하나의 범죄를 규정하고, 다만 제2항에서 피해자의 나이가 13세 이상 16세 미만인 경우 행위자의 연령이 19세 미만인 자에 한하여 벌하지 아니한다는, 즉 처벌받는 ‘행위자의 요건’에 제한을 가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이와 같이 해석하는 것이 미성년자의제강간죄의 대상 연령을 16세 미만으로 상향하여 미성년자를 성범죄에서 보호하고자 하는 개정 형법의 취지에 부합하고 보다 자연스럽다.
다) 형법 제305조 제1항과 제2항을 피해자의 연령에 따른 별도의 구성요건으로 볼 경우 발생하는 문제
형법 제305조가 개정된 배경에는 앞서 살핀 바와 같이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에 대한 엄벌의 필요성에 대하여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일 형법 제305조 제1항과 제2항을 피해자의 연령에 따른 별도의 구성요건을 규정한 것으로 해석하면, 피고인이 인식한 피해자의 나이와 피해자의 실제 나이가 불일치할 때 경우에 따라서는 대상의 착오로 보아 ‘불능미수’로만 처벌하게 된다. 그런데 불능미수란 행위자에게 범죄의사가 있고 실행의 착수라고 볼 수 있는 행위가 있더라도 실행의 수단이나 대상의 착오로 처음부터 결과 발생 또는 법익침해의 가능성이 없지만 다만 그 행위의 위험성 때문에 미수범으로 처벌하는 경우를 말하고, 여기에서 ‘결과의 발생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범죄행위의 성질상 어떠한 경우에도 구성요건의 실현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대법원 2019. 5. 16. 선고 2019도97 판결 등 참조).
예컨대, ① ‘13세 이상 16세 미만’의 피해자를 13세 미만으로 인식하고 간음한 경우를 상정해 본다(이 사건의 경우와는 행위자의 인식과 피해자의 실제 나이가 반전된 사례에 해당한다). 형법 제305조 제2항의 고의를 ‘피해자가 13세 이상 16세 미만’이라는 사실에 대한 인식이라고 본다면, 피해자를 13세 미만으로 인식한 행위자에게 형법 제305조 제2항의 미성년자의제강간의 고의를 인정할 수 없어 형법 제305조 제2항의 미성년자의제강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게 된다. 또한 대상의 착오로 인하여 형법 제305조 제1항의 미성년자의제강간죄는 처음부터 결과 발생이 불가능한 경우에 해당하고 불능미수만이 성립될 수 있게 된다. ‘13세 이상 16세 미만’의 피해자를 13세 이상 16세 미만으로 인식하고 간음한 경우에는 형법 제305조 제2항의 미성년자의제강간의 기수가 성립하는 반면, 같은 피해자를 13세 미만으로 인식하고 간음한 경우에는 형법 제305조 제1항의 미성년자의제강간의 불능미수가 성립한다고 보면, 비난가능성이 더 높은 사람을 미수범으로 처벌하는 결과가 되어 부당하다.
다음으로, ② 13세 미만의 피해자를 ‘13세 이상 16세 미만’으로 인식하고 간음한 경우를 살펴본다(이 사건과 동일한 경우에 해당한다). 마찬가지로 형법 제305조 제1항과 제2항을 별도의 구성요건을 규정한 것으로 해석하면, 행위자가 피해자의 나이를 ‘13세 이상 16세 미만’으로 인식하였다면 형법 제305조 제1항이 정한 ‘13세 미만’이라는 점에 고의를 인정할 수 없어 형법 제305조 제1항의 미성년자의제강간죄는 성립하지 않게 된다. 또한 형법 제305조 제2항은 범행의 객체를 ‘13세 이상 16세 미만’의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어 대상의 착오로 인하여 형법 제305조 제2항에 따른 미성년자의제강간의 불능미수가 성립한다고 보게 된다. 이 또한 피해자의 실제 나이가 피고인이 인식한 나이보다 더 어리다는 우연적 사정만으로 이미 간음행위의 기수에 나아간 피고인을 미수범으로 처벌하는 결과가 되어 부당할 뿐 아니라 앞서 본 형법 개정의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라) 형법 제305조 제2항의 미성년자의제강간에서 고의의 핵심은 상대방이 ‘16세 미만’임을 인식하는 것에 있다고 해석함이 타당함
형법 제305조 제1항과 제2항은 그 법정형과 행위태양이 완전히 동일하고, 피해자가 13세 미만인 경우에는 행위자의 연령에 상관없이 처벌하고, 피해자가 13세 이상 16세 미만인 경우에는 행위자가 19세 이상인 경우에만 처벌하기 위하여 형법 제305조의 구성요건을 피해자의 나이가 13세 미만과 13세 이상 16세 미만인 경우로 항을 분리하여 규정하는 입법형식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형법 제305조 제2항의 미성년자의제강간에서 고의의 핵심은 피해자가 16세 미만이라는 점을 인식하는 것에 있으므로, 행위자가 피해자의 나이를 13세 미만으로 인식하였다면 16세 미만의 점도 인식하였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이와 같이 해석하는 것이 미성년자의제강간죄의 대상 연령을 16세 미만으로 상향함으로써 16세 미만 미성년자와의 간음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자 하는 개정 형법의 취지에 부합한다.
이와 다른 입장에서 형법 제305조 제1항과 제2항이 간음의 객체를 명확히 구분하고 있으므로 위와 같이 해석하는 것은 문언해석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고, 위 다)항과 같은 문제는 궁극적으로 형법 제305조를 개정함으로써 해결할 문제라고 보는 견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① 형법 제305조 제1항과 제2항의 미성년자의제강간죄는 대상 연령만 달리 규정하고 있을 뿐 동일한 법정형으로 형사적 책임에 본질적 차이가 없는 점, ② 입법자가 미성년자의제강간죄의 대상 연령을 상향하면서 ‘19세 미만의 사람이 13세 이상 16세 미만의 미성년자를 간음한 경우’를 처벌대상에서 제외됨을 명시하기 위하여 범행주체를 제한하지 않았던 기존의 형법 제305조를 제305조 제1항으로 하고, 범행의 주체가 19세 이상의 사람으로 제한되는 영역은 제305조 제2항을 신설하는 방식을 취한 것은 입법형식상 적절하지는 않아도 입법의 불비라고까지 볼 것은 아닌 점, ③ 피해자가 16세 미만 미성년자에 해당하고, 행위자가 피해자의 나이를 16세 미만으로 인식하면 형법 제305조의 미성년자의제강간죄가 성립하고, 그 범위 안에서 피고인이 피해자의 실제 나이를 잘못 인식했다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이 범죄성립 여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사회통념이나 일반상식에 부합하는 점 등에 비추어, 이 사건의 경우처럼 13세 미만의 피해자를 13세 이상 16세 미만으로 인식하고 간음한 경우 형법 제305조 제2항의 미성년자의제강간죄의 기수가 성립한다고 인정함이 타당하고, 이는 죄형법정주의의 내용인 확장해석금지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
4) 이 사건의 해결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피고인은 이 사건 당시 피해자의 나이를 13세 이상 16세 미만의 미성년자로 인식하였으나 실제 피해자의 나이가 11세인 경우인바, 앞서 본 바와 같이 이와 같은 경우에는 형법 제305조 제2항 미성년자의제강간의 기수를 인정하여야 한다. 따라서 피고인에 대하여 형법 제305조 제2항의 기수가 아닌 불능미수의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검사의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의 이유무죄 부분 중 검사의 항소는 일부가 이유 있으므로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이유무죄 부분 포함)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범죄사실】
피고인은 2020. 9.경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통해 피해자 공소외인(가명, 여, 11세)과 알게 된 후 피해자와 연락을 지속해 왔다.
피고인은 2020. 10. 3. 15:06경부터 같은 날 16:38경까지 사이에 서울 마포구 (주소 생략)에 있는 룸카페 (호실 생략)에서 당시 13세 이상 16세 미만으로 알고 있던 피해자를 1회 간음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19세 이상의 사람으로서 16세 미만의 피해자를 간음하였다.
【증거의 요지】
이 법원이 인정하는 증거의 요지는 ‘당심 제1회 공판조서 중 피고인의 일부 진술기재’를 추가하는 것 외에는 원심판결의 해당란 기재와 같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9조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형법 제305조 제2항, 제297조
1. 작량감경
형법 제53조, 제55조 제1항 제3호(아래 양형의 이유 중 유리한 정상 참작)
1. 집행유예
형법 제62조 제1항(아래 양형의 이유 중 유리한 정상 거듭 참작)
1. 수강명령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1조 제2항 본문
1. 공개명령 및 고지명령의 면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49조 제1항 단서, 제50조 제1항 단서(피고인에게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피고인에 대한 신상정보 등록,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명령만으로도 재범을 방지하는 효과를 어느 정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점, 그 밖에 피고인의 연령, 이 사건 범행의 종류 및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공개·고지명령으로 인하여 피고인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와 예상되는 부작용, 그로 인해 달성할 수 있는 등록대상 성범죄의 예방 및 피해자 보호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볼 때 신상정보를 공개·고지하여서는 아니 될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판단된다)
1. 취업제한명령
구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2020. 12. 8. 법률 제1764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6조 제1항 본문, 구 장애인복지법(2020. 12. 29. 법률 제1779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9조의3 제1항 본문
【양형의 이유】
1.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 징역 1년 6월~15년
2.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 양형기준이 설정되어 있지 아니함
3. 선고형의 결정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건전한 성 가치관을 확립하고 사회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11세의 미성년자를 간음한 사건으로, 피고인은 피해자가 16세 미만의 미성년자임을 인식하였음에도 피해자에게 자신의 나이를 18세라고 속이면서까지 성관계를 하였는바 그 죄책이 무겁다.
다만 피고인이 이 사건 이전에는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당심에서 피고인은 피해자 측에 소정의 피해 배상금을 지급하였고, 피해자의 부모는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힌 점 등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한다.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피해자에 대한 관계, 범행의 동기·수단·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과 기록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신상정보의 등록 및 제출】
판시 범죄사실에 대하여 유죄판결이 확정되는 경우 피고인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42조 제1항에 의하여 신상정보 등록대상자가 되므로, 같은 법 제43조에 따라 관할기관에 신상정보를 제출할 의무가 있다.
【무죄 부분】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원심판결의 무죄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의 기재와 같고, 위 제2의 나.항에서 본 바와 같이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여야 할 것이나, 이 부분 공소사실과 동일성이 인정되는 판시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하는 이상 주문에서 따로 무죄를 선고하지 아니한다.
판사 신숙희(재판장) 박동복 김도현 | 구 형법(2020. 5. 19. 법률 제1726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05조(현행 제305조 제1항 참조), 형법 제27조, 제297조, 제300조, 제305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1 외 1인
【상 고 인】
피고인들 및 군검사(피고인 1에 대하여)
【변 호 인】
변호사 박종민 외 2인
【원심판결】
고등군사법원 2019. 2. 1. 선고 2018노64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 1에 대한 유죄 부분과 피고인 2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에 환송한다. 군검사의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군검사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고인 1에 대한 2016. 9. 18.경과 2016. 12.경 각 추행 부분에 대하여 범죄의 증명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단에 위법수집증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피고인들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가. 공소사실 요지
피고인 1은 2016. 9. 초·중순 저녁에 강원 ○○군에 있는 자신의 독신자 숙소에서 (계급 1 생략)공소외인과 서로 키스, 구강성교나 항문성교를 하는 방법으로 추행한 것을 비롯하여 그 무렵부터 2017. 2.경까지 (계급 1 생략)공소외인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방법으로 6회에 걸쳐 추행하였다.
피고인 2는 2016. 9. 18. 15:36경 이후 강원 ○○군에 있는 자신의 독신자 숙소에서 (계급 1 생략)피고인 1과 서로 키스, 구강성교나 항문성교를 하는 방법으로 추행한 것을 비롯하여 2016. 12.경까지 (계급 1 생략)피고인 1과 동일한 방법으로 2회에 걸쳐 추행하였다.
나. 원심판단과 쟁점
원심은, 군형법 제92조의6은 자발적 합의로 이루어진 행위에도 적용되고, 남성인 피고인들의 동성 간 구강성교, 상호 사정행위 등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군형법 제92조의6의 ‘그 밖의 추행’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이 사건 쟁점은 동성 군인이 합의하여 영외의 사적 공간에서 항문성교를 비롯한 성행위를 하는 경우에 군형법 제92조의6(추행)을 위반하였다고 보아 처벌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다. 대법원 판단
법은 원칙적으로 불특정 다수인에 대하여 동일한 구속력을 갖는 사회의 보편타당한 규범이므로, 이를 해석할 때에는 법의 표준적 의미를 밝혀 객관적 타당성이 있도록 하여야 하고 가급적 모든 사람이 수긍할 수 있는 일관성을 유지함으로써 법적 안정성이 손상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그리고 실정법이란 보편적이고 전형적인 사안을 염두에 두고 규정되기 마련이므로 사회현실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안에서 그 법을 적용할 때 구체적 사안에 맞는 가장 타당한 해결이 될 수 있도록, 즉 구체적 타당성을 가지도록 해석할 것도 요구된다. 요컨대, 법해석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법적 안정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구체적 타당성을 찾는 데 두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가능한 한 법률에 사용된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에 충실하게 해석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나아가 법률의 입법 취지와 목적, 그 제정·개정 연혁, 법질서 전체와의 조화, 다른 법령과의 관계 등을 고려하는 체계적·논리적 해석방법을 추가적으로 동원함으로써, 위에서 본 법해석의 요청에 부응하는 타당한 해석이 되도록 하여야 한다(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6다81035 판결 등 참조).
군형법 제92조의6의 문언, 개정 연혁, 보호법익과 헌법 규정을 비롯한 전체 법질서의 변화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위 규정은 동성인 군인 사이의 항문성교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행위가 사적 공간에서 자발적 의사 합치에 따라 이루어지는 등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직접적, 구체적으로 침해한 것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법률 규정의 변화와 현행 규정의 문언적 의미
제정 당시 군형법(2009. 11. 2. 법률 제982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제정 군형법’이라 한다) 제92조는 "계간 기타 추행을 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라고 정하였고, 구 군형법(2013. 4. 5. 법률 제1173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군형법’이라 한다) 제92조의5는 "계간(鷄姦)이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라고 정하였다.
대법원은 제정 군형법 제92조에서 말하는 ‘추행’이란 계간에 이르지 아니한 동성애 성행위 등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성적 만족 행위로서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단하였고(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8도2222 판결 참조), 구 군형법 제92조의5의 ‘추행’에 대해서도 같은 취지로 판단하였다(대법원 2012. 6. 14. 선고 2012도3980 판결 참조). 헌법재판소는 제정 군형법 제92조와 구 군형법 제92조의5에 대하여 3차례에 걸쳐 합헌결정을 하면서(헌법재판소 2002. 6. 27. 선고 2001헌바70 전원재판부 결정, 헌법재판소 2011. 3. 31. 선고 2008헌가21 전원재판부 결정, 헌법재판소 2016. 7. 28. 선고 2012헌바258 전원재판부 결정), 이 규정이 동성 군인 간의 행위에만 적용되고 강제력 행사를 요구하지 않으며 합의에 의한 것인지 여부나 행위의 시간, 장소 등에 관한 별도의 제한을 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이 사건에 적용되는 현행 군형법 제92조의6은 2013. 4. 5. 법률 제11734호로 개정된 것으로서 "제1조 제1항부터 제3항까지에 규정된 사람(이하 ‘군인 등’이라 한다)에 대하여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라고 정하고 있다(이하 ‘현행 규정’이라 한다). 현행 규정은 구 군형법 제92조의5 규정과는 달리 ‘계간(鷄姦)’ 대신 ‘항문성교’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행위의 객체를 군형법이 적용되는 군인 등으로 한정하였다.
제정 군형법 제92조와 구 군형법 제92조의5의 대표적 구성요건인 ‘계간(鷄姦)’은 사전적(辭典的)으로 ‘사내끼리 성교하듯이 하는 짓’으로서 남성 간의 성행위라는 개념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반면, 현행 규정의 대표적 구성요건인 ‘항문성교’는 ‘발기한 성기를 항문으로 삽입하는 성행위’라는 성교행위의 한 형태를 가리키는 것으로서, 이성 간에도 가능한 행위이고 남성 간의 행위에 한정하여 사용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현행 규정의 문언만으로는 동성 군인 간의 성행위 그 자체를 처벌하는 규정이라는 해석이 당연히 도출될 수 없고, 별도의 규범적인 고려 또는 법적 평가를 더해야만 그러한 해석이 가능하다.
2013. 4. 5. 군형법 개정 당시 용어를 순화하였을 뿐이고 여전히 남성 간에 합의로 이루어진 성행위를 처벌하려는 입법의도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동성 간의 성행위를 비하하는 용어를 변경하려는 것’이라는 개정이유에는 동성 간 성행위 자체만으로 이를 비하하거나 금기시하여 무조건적인 처벌의 대상으로 삼지 않으려는 의도가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이러한 취지를 도외시한 채 종래의 해석을 유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추행’의 사전적 의미는 ‘① 더럽고 지저분한 행동, ② 강간이나 그와 비슷한 짓’이라고 되어 있다. 형법 등 성폭력범죄 처벌규정에서 ‘추행’을 구성요건으로 정하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대법원은 추행을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하면서 이를 판단할 때 피해자의 의사를 고려요소의 하나로 삼고 있다(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5도6980 판결 등 참조).
어떤 행위가 추행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일반적인 관념이나 동성 간의 성행위에 대한 규범적 평가는 시대와 사회의 변화에 따라 바뀌어 왔고, 동성 간의 성행위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라는 평가는 이 시대 보편타당한 규범으로 받아들이기 어렵게 되었다. 대법원 2013. 11. 14. 선고 2011두11266 판결은 "동성애를 이성애와 같은 정상적인 성적 지향의 하나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이 있고, 사회적인 분위기 역시 동성애를 비롯한 성적 소수자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높아져 가고 있다."라는 이유 등을 들어 동성애 성행위 장면이 나오는 영화를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으로 분류한 처분을 취소한 원심판단을 받아들였다. 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2므806 판결에서는 "민법 규정에 따라 적법하게 입양신고를 마친 사람이 단지 동성애자로서 동성과 동거하면서 자신의 성과 다른 성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는 입양이 선량한 풍속에 반하여 무효라고 할 수 없다."라고 판단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현행 규정의 문언 변경과 함께 동성 간의 성행위에 대한 법규범적 평가가 달라진 점을 고려하면, 동성 간의 성행위가 그 자체만으로 ‘추행’이 된다고 본 종래의 해석은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아래에서는 현행 규정의 개정에 따른 보호법익의 변화를 살펴보고 헌법을 비롯한 전체 법질서를 고려하여 현행 규정의 적용 범위를 다시 검토해 보고자 한다.
(2) 보호법익과 군대의 특수성
제정 군형법 제92조는 ‘제15장 기타의 죄’ 중 하나였고 당시 군형법에 다른 성폭력범죄를 처벌하는 규정은 없었다. 대법원은 제정 군형법 제92조의 주된 보호법익은 ‘개인의 성적 자유’가 아니라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라는 사회적 법익이라고 파악하고 남성 군인 간 성행위는 이러한 보호법익을 침해하는 행위로서 처벌대상이 된다고 보았다(위 대법원 2008도2222 판결 참조). 헌법재판소 역시 같은 입장에서 남성 동성 간 성행위를 이성 간 성행위와 달리 취급하는 데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하면서 상명하복의 엄격한 규율과 집단적 공동생활을 본질로 하는 군대의 특수한 사정을 고려하였다. 즉, 혈기왕성한 젊은 남성 의무복무자들이 폐쇄적인 단체생활을 하므로 남성 간의 비정상적인 성적 교섭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상급자의 하급자를 상대로 한 의사에 반하는 성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런데 군대 내 여성의 증가로 여성 군인에 대한 성폭력 문제가 심각해지고 상명하복이 철저한 계급사회에서 하급자인 남성 군인에 대한 성폭력범죄도 빈번히 발생하여 군대 내 성폭력 문제가 사회적으로 관심을 받게 되자 군형법은 2009. 11. 2. 법률 제9820호로 개정되었다. 이때 군형법은 ‘제15장 강간과 추행의 죄’를 신설하여 군인 등에 대한 강간, 강제추행 등 성폭력범죄를 가중 처벌하는 규정을 도입하였고, 제정 군형법 제92조에 정해진 법정형의 징역형 상한을 1년에서 2년으로 상향하면서 이를 ‘제15장 강간과 추행의 죄’의 하나(제92조의5)로 옮겨 규정의 체계적 위치가 달라졌다. 2013. 4. 5. 다시 개정된 현행 규정에서는 다른 성폭력범죄 처벌규정과 마찬가지로 ‘군인 등에 대하여’라는 문구를 추가하여 행위의 주체와 객체를 구별하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현행 규정의 체계와 문언, 개정 경위와 함께, 동성 간 성행위에 대한 법규범적 평가의 변화에 따라 동성 군인 간 합의에 따른 성행위를 아무런 제한 없이 군기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현행 규정의 보호법익에는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라는 전통적인 보호법익과 함께 ‘군인의 성적 자기결정권’도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
이 사건과 같이 군인이 자신의 사적 공간인 독신자 숙소에서 자유로운 의사로 합의에 따른 성행위를 한 사안으로서 군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는 법익에 대한 침해는 물론,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라는 법익에 대한 침해를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까지 처벌대상으로 삼는 해석은 허용될 수 없다.
(3) 헌법을 비롯한 전체 법질서
헌법 제1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정하여 평등의 원칙을 선언함과 동시에 모든 국민에게 평등권을 보장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는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를 정의하면서 차별사유의 하나로 ‘성적 지향’을 명시하여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적 지향에 근거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라고 정하고, 제17조는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라고 정하며, 제37조 제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라고 정한다.
자기결정권은 헌법 제10조에서 규정한 개인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에 의하여 보호되는 권리이다(대법원 2009. 5. 21. 선고 2009다17417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그중 성적 자기결정권은 스스로 선택한 인생관 등을 바탕으로 사회공동체 안에서 각자가 독자적으로 성적 관념을 확립하고 이에 따라 사생활의 영역에서 자기 스스로 내린 성적 결정에 따라 자기책임으로 상대방을 선택하고 성행위를 할 권리이다(대법원 2020. 8. 27. 선고 2015도9436 전원합의체 판결, 헌법재판소 2002. 10. 31. 선고 99헌바40 등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이러한 성적 자기결정권은 군형법의 적용 대상인 군인에게도 당연히 인정되는 보편적 권리로서, 군인의 신분에 수반되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범위 내에서 법률로 이를 제한하는 경우에도 그 본질적인 내용은 침해될 수 없다.
위에서 본 동성 간 성행위에 대한 법규범적 평가에 비추어 보면, 동성 군인 간 합의에 의한 성행위로서 그것이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직접적, 구체적으로 침해하지 않는 경우에까지 형사처벌을 하는 것은 헌법을 비롯한 전체 법질서에 비추어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이를 처벌하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군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성적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으로서 헌법상 보장된 평등권,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그리고 행복추구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
특히 현행 규정은 장교나 부사관 등 직업군인에게도 적용되는데, 직업군인의 경우 장기간 동안 군형법의 적용을 받게 되므로 기본권 제한의 정도가 매우 크다. 그리고 군인 간의 합의에 의한 항문성교 그 밖의 성행위가 사적 공간에서 은밀히 이루어진 경우 이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지극히 사생활 영역에 있는 행위에 대한 수사가 필수적인데, 이러한 수사는 군인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으로 허용되기 어렵다.
다만 현행 규정이 평등권을 이유로 이성 간 행위에까지 확대 적용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이 사건의 쟁점이 아닐 뿐만 아니라 현행 규정의 처벌 범위를 확대하는 문제가 있으므로 판단하지 않고자 한다.
라. 판례 변경
이와 달리 남성 군인 간 항문성교를 비롯한 성행위가 그 자체만으로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라는 이유로 사적 공간에서 합의하여 이루어진 성행위인지 여부 등을 따지지 않고 제정 군형법 제92조와 구 군형법 제92조의5 규정이 적용된다는 취지로 판단한 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8도2222 판결, 대법원 2012. 6. 14. 선고 2012도3980 판결을 비롯하여 같은 취지의 대법원판결들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변경하기로 한다.
마. 이 사건에 관한 판단
(1)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정을 알 수 있다.
피고인 1과 공소외인은 (계급 1 생략), 피고인 2는 (계급 2 생략)으로서 동성애 채팅 애플리케이션 (명칭 생략)을 통해 만났고, 같은 부대 소속이 아니었다. 피고인들과 공소외인은 행위 당시 피고인들의 독신자 숙소에서 휴일 또는 근무시간 이후에 자유로운 의사를 기초로 한 합의에 따라 항문성교나 그 밖의 성행위를 하였다. 그 과정에 폭행·협박, 위계·위력은 없었으며 의사에 반하는 행위인지 여부가 문제 된 사정도 전혀 없다. 피고인들의 행위가 군이라는 공동체 내의 공적, 업무적 영역 또는 이에 준하는 상황에서 이루어져 군이라는 공동체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침해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사정은 증명되지 않았다.
(2) 이러한 사정을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의 행위는 현행 규정에서 처벌대상으로 규정한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원심은 피고인들의 행위가 현행 규정에서 정한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에 해당한다고 보아 피고인들에 대한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이러한 판단에는 군형법 제92조의6에 정해진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부분을 지적하는 피고인들의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3. 결론
피고인들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피고인 1에 대한 유죄 부분과 피고인 2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군검사의 상고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이흥구의 별개의견, 대법관 김선수의 별개의견과 대법관 조재연, 대법관 이동원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였고,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노정희, 대법관 천대엽, 대법관 오경미의 보충의견이 있다.
4.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이흥구의 별개의견
가. 이 사건 쟁점과 별개의견의 요지
(1) 이 사건 쟁점은, 군인 등에 대한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행위’를 처벌하는 현행 규정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이다.
군형법은, 추행죄에 관하여, 조문의 위치, 용어, 형량 등을 변경하고 적용 범위를 군인 등 상호 간의 행위로 제한하는 개정을 하였지만, 제정 당시부터 현행법에 이르기까지 그 구성요건의 골격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군형법상 추행죄에 관하여, 대법원은 ‘주된 보호법익이 개인의 성적 자유가 아니라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라는 사회적 법익’이라고 판시하였고(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8도2222 판결, 대법원 2012. 6. 14. 선고 2012도3980 판결 등 참조), 헌법재판소도 보호법익에 관하여 대법원과 같은 태도를 취하면서 대법원이 이를 동성 군인 간의 성행위에만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음을 들어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헌법재판소 2011. 3. 31. 선고 2008헌가21 전원재판부 결정, 헌법재판소 2016. 7. 28. 선고 2012헌바258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대법원이나 헌법재판소는 모두 행위에 대한 합의 여부를 따지지 않고 군형법상 추행죄가 적용되는 것으로 보았다.
오늘날 동성애도 자연스러운 성적 지향의 하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는 선천적 요인과 후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형성되는 것이고, 사람의 자유로운 의지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세계적으로도 아프리카 지역 등의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동성애를 처벌하지 않고 있고, 나아가 동성 간의 결혼을 법적으로 허용하는 나라도 있다. 현행 규정은 동성애 등 특정 성적 지향을 처벌하기 위한 규정이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헌법상 권리인 성적 자기결정권을 제한하는 것이어서 위헌성이 문제 된다. 인간의 성적 자유를 확장해 온 역사적 발전과 특정 성적 지향을 이유로 차별이나 처벌을 금지하고 있는 세계적 추세에 비추어 보면, 현행 규정이 그대로 적용되는 경우 헌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
한편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차원에서 보면, 군인 등이 무분별한 성적 욕망을 추구함으로써 군의 전투력이 약화되는 것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 헌법재판소는 구 군형법 제92조의5에 대하여 합헌이라고 판단하면서, 구체적 사건에서 동성 군인 사이의 성적 행위가 이 규정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되어야 할 법원의 통상적인 법률해석·적용의 문제라고 하고 있다(헌법재판소 2016. 7. 28. 선고 2012헌바258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따라서 법원으로서는, 현행 규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이 없는 이상, 현행 규정의 위헌성을 제거하고 그 보호법익을 유지하는 합리적인 법률해석을 하여야 할 책무가 있다.
(2) 별개의견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현행 규정은 기본권 보장, 권력분립 원칙 등 헌법 질서의 테두리 안에서 전승을 위한 전투력 확보라는 군형법의 특수한 목적과 군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라는 현행 규정의 보호법익을 충분히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둘째, 다수의견은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현행 규정의 적용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으면서도, 동성 군인 사이의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행위가 사적 공간에서 ‘자발적 의사 합치’에 따라 이루어진 경우에는 현행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합의 여부를 현행 규정 적용의 소극적 요소 중 하나로 파악하는 것은 법률해석을 넘어서는 실질적 입법행위에 해당하여 찬성하기 어렵다.
셋째, 다수의견은 성적 자기결정권을 현행 규정의 보호법익에 포함시키고 있다. 이에 따르면, 군인 등의 위와 같은 성적 행위가 자발적 합의에 의한 것이 아닌 경우 사적 공간에서의 행위라 하더라도 현행 규정의 적용 대상이 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것은 군형법에서 비동의추행죄를 신설하는 의미가 되고, 이에 관한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를 도입하는 것은 형사법체계에 큰 논란을 초래하는 것이어서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넷째, 현행 규정의 적용 범위는 합헌적 해석을 바탕으로 군형법 체계와 보호법익을 고려하면, 행위 시 상황을 기준으로 판단함이 합리적인 해석이다. 이에 따르면, 현행 규정은 적전, 전시·사변과 같은 상황에서 기본적으로 적용되고, 평시의 경우에는 군사훈련, 경계근무 그 밖에 이에 준하는 군기를 직접적, 구체적으로 침해할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만 적용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나. 현행 규정 해석의 바람직한 방향
(1) 국가의 안전보장은 국가의 가장 중요한 임무 중의 하나이다. 헌법 제5조 제2항은 "국군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함을 사명으로 하며, 그 정치적 중립성은 준수된다."라고 규정하고, 제39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라고 규정한다. 즉, 헌법은 주권자인 국민은 외적으로부터 국가를 방위하여 국가의 정치적 독립성과 영토의 완전성을 수호할 헌법적 의무를 부담한다는 것을 명시하고 있고, 이러한 헌법상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국가의 존립이 없으면 기본권 보장의 토대가 무너지기 때문이다(대법원 2018. 11. 1. 선고 2016도10912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군은 전투에서의 승리라는 본래의 사명을 수행하기 위하여 그에 상응하는 특별한 조직과 규율이 요구되고, 군형법은 군의 이러한 특수성을 전제로 형벌이라는 제재를 수단으로 하여 군의 조직과 규율을 유지·보전함과 동시에 군이 가지는 전투력을 최대한으로 보존·발휘하게 하는 데 그 궁극적인 목적이 있다. 결국 전승을 위한 전투력의 확보는 군형법의 핵심적인 목적이며, 그것은 바로 군형법에서의 보호법익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이와 같은 특별한 목적이야말로 군형법의 해석·적용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지도이념이다(헌법재판소 1995. 10. 26. 선고 92헌바45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2)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군형법상 추행죄의 보호법익을 ‘개인의 성적 자유가 아니라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라고 판시하여 왔음은 앞에서 본 바와 같다. 제정 군형법 제92조부터 현행 규정에 이르기까지 군형법상 추행죄는 위와 같은 국가의 안전보장 및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지는 국군의 전투력 확보가 갖는 특수한 중요성을 근거로 하여, 남성 군인 간 성행위는 합의에 의한 것이더라도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침해할 위험성이 있다고 보아 이를 처벌하도록 규정한 것이다.
현행 규정이 두 차례 개정을 통하여 그 문언과 체계에 변화가 생긴 것은 다수의견이 지적하고 있는 바와 같으나, 구체적인 개정의 경위(2009년 개정은 다른 규정의 신설에 따른 조문 위치의 변경과 법정형의 상향에 불과하고, 2013년 개정은 용어의 순화와 상대방도 군인 등이어야 함을 명시한 것에 불과하다)에 비추어 보면, 현행 규정은 여전히 동성 군인 간 성행위를 합의 여부와 상관없이 처벌하는 것으로, 보호법익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결국 합의에 따른 행위를 처벌할 수 없다는 해석은 현행 규정의 본질적, 핵심적 요소를 변경하는 것으로서 법률 규정의 일부 폐지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현행 규정의 위헌성을 이유로 합의를 현행 규정 적용의 소극적 요소로 파악하는 것은 법률해석의 범위를 넘어서는 실질적 입법행위에 해당하여 받아들이기 어렵다.
(3) 성적 자기결정권이 헌법상 기본권의 하나이고 군인에게도 당연히 인정되는 보편적 권리라는 점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러한 기본권도 국가안전보장과 질서유지를 위하여 필요한 범위 내에서 법률로 제한할 수 있다. 따라서 합의에 의한 성행위를 처벌함으로써 군인 등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제한된다고 하더라도,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합헌적 해석을 바탕으로 보호법익인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직접적, 구체적으로 침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 시의 상황에서만 현행 규정이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을 한다면, 이는 필요한 범위 내에서 법률로 제한한 것으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다. 현행 규정과 성적 자기결정권
(1) 군형법은 범죄와 형벌을 규정한 형법의 특별법으로서 민간인이 아닌 군인 등에 대하여 적용되는 법률이다. 군형법은 일반 형사법에도 있는 것을 군인 등에 맞게 변형한 규정과 군형법에만 있는 독자적인 규정으로 나눌 수 있다. 형법상 범죄는 개인적 법익, 사회적 법익, 국가적 법익으로 보호법익이 구분되고 있지만, 군형법상 범죄는 군조직의 정상적인 기능과 이를 위한 위계질서 및 통수체계 유지를 기본적 보호법익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군형법상 범죄는 국가적 법익이 기본이 되고, 다른 보호법익을 상정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국가적 법익에 부수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군형법은 2009. 11. 2. 개정으로 군인에 대한 강간, 강제추행 등 성폭력범죄를 가중 처벌하는 규정을 신설할 때 이들을 친고죄로 규정하였는데(구 군형법 제92조의8), 구 군형법 제92조의5 추행죄를 같은 장에 규정하면서도 다른 성폭력범죄 처벌규정과는 달리 이를 친고죄로 규정하지 않았다. 구 군형법 제92조의5 추행죄의 법정형이 강간, 강제추행 등 성폭력범죄보다 낮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친고죄로 규정하지 않았던 것은 추행죄는 합의에 의한 성행위도 처벌하는 규정이어서 고소권자인 피해자를 상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2) 헌법 제10조, 제17조에서 도출되는 성적 자기결정권은 자신이 하고자 하는 성행위를 결정할 권리라는 적극적 측면과 원하지 않는 성행위를 거부할 권리라는 소극적 측면이 있다(대법원 2020. 8. 27. 선고 2015도9436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양자는 공통된 개념을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명확히 구별되어야 한다.
성범죄의 보호법익으로서 성적 자기결정권은 이러한 소극적 측면을 의미한다. 현행 규정은 합의가 이루어진 성적 행위도 처벌대상으로 삼음으로써 적극적 측면의 성적 자유를 제한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제한이 합헌적인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성적 자기결정권이 논의될 수는 있다. 그러나 피해자를 상정할 수 없는 현행 규정에서 보호법익으로서 소극적 측면의 성적 자기결정권은 문제 될 여지가 없다. 따라서 성적 자기결정권이 현행 규정의 보호법익에 포함된다고 할 수 없다.
(3) 그런데 다수의견은 성적 자기결정권을 현행 규정의 보호법익에 포함시키고 있다. 이에 따르면, 군인 등의 항문성교 그 밖의 유사한 행위가 자발적 합의에 의한 것이 아닌 경우 사적 공간에서의 행위라 하더라도 현행 규정의 적용 대상이 될 수 있게 된다. 이는 이른바 비동의추행죄를 인정하는 것이다.
형법 등에 비동의간음·추행죄를 신설하여 폭행·협박, 위계·위력 등 다른 강제력 없이 일방의 의사에 반하여 이루어진 성행위를 처벌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찬반 양론이 있다. 성적 자기결정권의 충실한 보호와 처벌공백을 해소하기 위하여 비동의간음·추행죄의 신설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동의’라는 구성요건이 갖는 불명확성과 사생활에 대한 국가형벌권의 과도한 개입 등을 이유로 반대하는 입장도 있다. 제20대 국회에서만 10개의 법률안이 발의되었음에도 통과되지 못하고 임기만료로 폐기되었고, 제21대 국회에서도 여러 법률안이 발의되어 논의 중에 있다.
이 문제는 충분한 논의를 거쳐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후 국회의 입법절차를 통하여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현행 규정의 보호법익에 행위 상대방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포함하는 것은 입법이 아닌 법률해석으로 군인 등에게만 적용되는 ‘비동의추행죄’를 도입하는 것이 된다. 그것도 일반적인 비동의추행죄가 아니라 항문성교나 이와 유사한 행위에 대한 비동의추행죄만을 도입하게 된다. 이는 형사법체계에 큰 논란을 초래하는 것이어서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라. 현행 규정의 합헌적 해석
(1) 자유를 확장해 온 역사적 발전과 특정 성적 지향을 이유로 차별이나 처벌을 금지하고 있는 세계적 추세에 비추어 볼 때, 현행 규정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특정 성적 지향을 처벌하기 위해 제정된 규정은 아니라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헌법상 권리인 적극적 측면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제한하고 소수자에게 사회적 낙인을 가하는 것으로서 헌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
헌법재판소는, 현행 규정과 같은 취지의 규정인 구 군형법 제92조의5에서 말하는 ‘그 밖의 추행’이란 결국 폭행·협박에 의한 강제추행이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한 준강제추행을 제외하고,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면서 계간에 이르지 아니한 동성 군인 사이의 성적 만족 행위로서,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침해하는 것을 의미하며, 구체적 사건에서 동성 군인 사이의 성적 행위가 심판대상조항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행위자의 의사, 구체적 행위 태양, 행위자들 사이의 관계, 그 행위가 공동생활이나 군기에 미치는 영향과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되어야 할 법원의 통상적인 법률해석·적용의 문제라고 하고 있다(헌법재판소 2016. 7. 28. 선고 2012헌바258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현행 규정은 동성애나 특정 성적 지향을 처벌하기 위한 규정이 아니다. 이 규정을 도입한 취지는 동성 간에 폐쇄적인 단체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무분별한 성적 욕망을 추구함으로써 일어날 수 있는 전투력 약화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행 규정의 적용으로 헌법상 성적 자유권이 침해되는 결과가 되는 것은 무시할 수 없다. 이로 인해 사회적 낙인의 효과가 발생하는 것도 방지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군기를 직접적, 구체적으로 침해할 우려가 있는 상황인 경우에 한하여 처벌하는 규정으로 합헌적인 해석을 할 필요가 있다.
(2) 군형법은 비상상황인 적전(敵前), 전시·사변에 대비하여야 하는 것인 만큼 평상시와 비상시를 달리 규정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군무이탈(군형법 제30조)의 경우, 평시에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이지만, 전시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적전인 상황에서는 사형까지 가능한 것으로 하고 있다.
또한 군형법은 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므로 일반 사회에서는 징계사유에 불과한 것도 처벌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이른바 꾀병에 해당하는 근무기피를 목적으로 질병을 가장한 경우(군형법 제41조 제2항), 통상적으로는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면서, 적전인 상황에서는 10년 이하의 징역으로 가중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군형법은 일반 사회에서는 징계사유에 불과한 행위를 형벌로 규율하거나 행위 시의 상황에 따라 같은 행위를 다르게 처벌하기도 한다. 이는 전승을 위한 전투력 확보라는 군형법의 특별한 목적에 의해 용인된다. 따라서 특정 군형법 규정이 행위 시 상황을 구별하여 처벌하지 않더라도 그 규정을 해석·적용할 때에는 행위 시의 상황을 고려할 수 있다.
(3) 현행 규정은 군인 등 사이에 항문성교나 그와 유사한 성행위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고, 합헌적 해석을 바탕으로 위에서 본 군형법 체계와 보호법익을 고려하여 행위 시 상황을 기준으로 적용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특히 비상시 상황과 평시 상황에 군의 역할과 그 중요성이 갖는 의미는 전혀 다르므로, 이러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여야 한다.
요컨대, 현행 규정은 적전, 전시·사변과 같은 상황에서 기본적으로 적용되고, 평시의 경우에는 군사훈련, 경계근무 그 밖에 이에 준하는 군기를 직접적, 구체적으로 침해할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만 적용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근무를 마친 후의 자유시간이나 휴가 중인 경우에는 군기를 직접적, 구체적으로 침해할 우려가 없으므로 현행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마. 이 사건의 검토
피고인들과 공소외인이 공소사실 기재 행위를 할 당시는 비상시 상황이 아니고, 훈련 중이거나 근무 중도 아니었다. 피고인들과 공소외인은 모두 직업군인으로 같은 부대 소속이 아니었고, 개인적으로 알게 되어 피고인들의 독신자 숙소에서 휴일 또는 근무시간 이후에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행위를 하였으며, 그 과정에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생활과 군기를 직접적, 구체적으로 침해할 만한 다른 사정도 없었다.
위와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피고인들의 행위에 현행 규정을 적용하여 처벌할 수는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
바. 소결론
이상과 같이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이 파기되어야 한다는 결론은 다수의견과 같이하나, 그 이유와 논거가 다르므로 별개의견으로 이를 밝혀둔다.
5. 대법관 김선수의 별개의견
피고인들에 대해 현행 규정을 적용하여 처벌할 수 없다는 다수의견의 결론에는 동의한다. 다만 다수의견은 두 사람이 상호 합의하여 성적 행위를 한 경우에도 현행 규정을 적용하여 형사처벌을 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 것으로 보이므로, 그와 같은 해석은 가능한 문언해석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는 의견을 밝힌다.
가. 현행 규정의 문장구조와 그 의미
형벌법규의 문언을 해석할 때에는 우리 사회의 건전한 상식을 가진 평균인의 독해를 기준으로 사회평균인이 이해하고 납득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하여야 한다. 법원의 법률해석이 사회평균인의 이해 및 인식과 동떨어지게 되면 국민들에게 설득력과 규범력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현행 규정의 문장구조는 ‘군인 등(행위의 상대방)에 대하여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구성요건적 행위)을 한 사람(행위자)은 2년 이하의 징역(처벌)에 처한다.’는 것이다. 이 문장의 통사(統辭)적 구조상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이 수식하는 성분은 ‘사람’, 즉 ‘행위자’이므로 현행 규정은 ‘행위자’를 처벌하는 규정이다. 통사 구조상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이 ‘행위의 상대방’을 수식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현행 규정은 ‘행위의 상대방’을 처벌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즉, 현행 규정은 행위자(A)와 그 상대방(B)을 분명하게 구분하고, 행위의 상대방을 조사 상당어 ‘에 대하여’로 한정하며, 나아가 상대방은 처벌하지 않고 오로지 행위자만을 처벌하는 것이다. 현행 규정을 행위자뿐만 아니라 행위의 상대방까지 처벌하는 근거 규정으로 해석하는 것은 가능한 문언해석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서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명백히 반한다.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① 피고인 1은 공소외인과(‘에 대하여’가 아니다) 키스, 구강성교, 항문성교 등(이하 ‘이 사건 행위’라 한다)을 하는 방법으로 추행하고, ② 피고인 2는 피고인 1과(‘에 대하여’가 아니다) 이 사건 행위를 하는 방법으로 추행하였다는 것이다.
‘행위자(A)가 그 상대방(B)에 대하여 이 사건 행위를 하는 것’과 ‘행위자(A)가 그 상대방(B)과 이 사건 행위를 하는 것’은 분명하게 구분되고, 양자를 동일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반대의견은 2013년 군형법을 개정하면서 ‘군인 등에 대하여’를 추가한 의미에 대해 행위의 상대방을 ‘군인 등’으로 명시하기 위함이었을 뿐이라고 한다. 그러나 행위의 상대방의 신분을 한정하는 표현으로는 조사 상당어 ‘에 대하여’를 사용하는 방법뿐만 아니라 공동격 조사 ‘과’를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2013년 개정의 의미는 단순히 행위 상대방의 신분을 한정하였다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러한 한정을 공동격 조사 ‘과’가 아니라 조사 상당어 ‘에 대하여’를 사용하여 명시하였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에서는 위와 같은 점을 지적하면서도, 그 의미를 행위자의 의사를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정도로만 파악하고 있으나, 조사 상당어 ‘에 대하여’를 사용하고 있는 현행 규정의 문장구조에는 그보다 더 중요한 의미가 있다.
현행 규정과 같이 조사 상당어 ‘에 대하여’를 사용한 경우 그 상대방은 주어가 행하는 술어 행위의 영향력이 미치는 대상이 될 뿐으로, 행위의 일방향성이 부각되므로, 주어와 대상의 상호 작용성, 상호 합의라는 의미와 연관 지어 해석할 수는 없다. 즉, 조사 상당어 ‘에 대하여’의 의미로부터 두 사람이 상호 합의하여 행위를 한 경우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해석을 이끌어 낼 수는 없다. 결국 ‘에 대하여’로 개정된 현행 규정에 따르면, 행위를 한 행위자만을 처벌할 수 있을 뿐 그 상대방을 처벌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해석은 객관적으로 나타난 현행 규정의 문장구조와 규정 형식, 문언의 의미와 내용에 따른 것으로서, 설령 입법자가 이를 의도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입법자의 의도가 법 문언에 객관적으로 표현되지 않은 이상 당연한 것이다.
또한 ‘상호 합의하다.’라는 어구의 의미해석상 ‘상호 합의한 성적 행위’에서 행위자와 그 상대방을 설정하기 어려우므로, 결국 현행 규정은 두 사람이 상호 합의하여 성적 행위를 한 경우에는 적용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두 사람이 상호 합의하여 이 사건 행위를 한 경우 두 사람 중에 누가 행위자이고 상대방인지 구별할 수 없다면,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따라 두 사람 모두 처벌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럼에도 현행 규정을 적용하여 두 사람을 모두 행위자로 의제하고 처벌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명백히 반한다.
군검사가 이 부분 공소사실을 피고인들이 ‘상대방에 대하여’ 이 사건 행위를 하는 방법으로 추행하였다고 적시하지 못하고, ‘상대방과’ 이 사건 행위를 하는 방법으로 추행하였다고 적시한 것은 피고인들이 그 상대방과 상호 합의하여 이 사건 행위를 함께 하였기 때문이다.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들 상호 간 또는 피고인 1과 공소외인 상호 간 서로 합의하여 자발적으로 이 사건 행위를 하였음을 알 수 있다.
현행 규정은 행위자가 ‘그 상대방에 대하여’ 이 사건 행위를 할 것을 구성요건으로 규정하고 있음에도 이 부분 공소사실은 행위자가 ‘그 상대방과’ 이 사건 행위를 하였다는 것이므로, 이 부분 공소사실은 그 자체로 구성요건을 충족하였다고 할 수 없다. 원심으로서는 군검사에게 공소사실을 현행 규정의 구성요건에 부합하도록 피고인들이 ‘그 상대방에 대하여’ 이 사건 행위를 하는 방법으로 추행을 하였다는 것으로 공소장을 변경할 것인지에 대해 석명을 구한 후 군검사의 대응에 따라 판단하였어야 한다. 현재의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상대방)에 대하여’ 이 사건 행위를 하는 방법으로 추행을 하였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은 형사소송법 제328조 제1항 제4호에서 정한 공소기각결정을 하여야 할 사유인 "공소장에 기재된 사실이 진실하다 하더라도 범죄가 될 만한 사실이 포함되지 아니하는 때"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도 있다.
나. 현행 규정의 체계적 위치와 장의 제목이 갖는 의미
법률의 명칭이나 장 또는 조항의 제목은 선행 조직자(advance organizers)의 역할, 즉 새로운 정보를 인지구조 내에 포함시키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자 추상성, 일반성, 포괄성의 정도가 높은 입문(入門)적 자료를 미리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현행 규정의 보호법익을 ‘군기 보호’만으로 이해하는 것은 군형법이라는 법률의 명칭과 제1조의 적용대상자에 관한 규정, 각 장과 각 조항의 제목이 담당하는 선행 조직자 역할 내지 기능을 무시한 것이다.
군형법이라는 법률 명칭과 제1조의 규정에 비추어 보면 ‘군기 보호’라는 법익은 군형법상의 모든 장 및 모든 조항의 공통된 기본적인 보호법익이므로, 각 장 및 각 조항의 범죄는 ‘군기 보호’라는 공통된 보호법익을 기본으로 하여 각각의 독자적인 법익을 추가로 보호하는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강간과 추행의 죄’에 관하여 규정한 제15장과 그중에서 추행의 죄에 관해 규정한 현행 규정은 군형법상의 모든 범죄의 보호법익인 ‘군기 보호’에 위 장 고유의 보호법익인 ‘성적 자유’ 또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함께 보호법익으로 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군형법의 전체적인 체계와 현행 규정의 위치와 제목 등을 고려할 때 지극히 타당하다.
현행 규정의 보호법익을 오로지 ‘군기 보호’로만 보고 군인의 ‘성적 자유’ 또는 ‘성적 자기결정권’과 전혀 무관하다고 이해하는 해석은, 추행의 죄가 ‘계간 기타 추행을 한 자’를 그 구성요건으로 하면서 ‘부하범죄 부진정죄’, ‘정치관여죄’와 함께 ‘기타의 죄’의 장에 규정되었던 제정 군형법하에서라면 몰라도 ‘군인 등에 대하여’라는 구성요건 표지가 추가되고 ‘강간죄’와 함께 ‘강간과 추행의 죄’의 장에 규정된 현행 규정의 해석론으로는 더 이상 옳지 않다.
다. 추행의 의미
‘추행(醜行)’에 대하여 표준국어대사전은 ‘① 더럽고 지저분한 행동, ② 강간이나 그와 비슷한 짓’이라고 정의한다. ②의 정의에는 상대방의 의사에 반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반면, ①의 정의에는 그러한 의미가 내포되어 있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두 사람이 상호 합의하여 이 사건 행위 등 성적 행위를 한 경우 ②의 정의의 추행에 해당할 여지는 원천적으로 배제되는 반면, ①의 정의의 추행에 해당할 여지는 남아 있다.
현행 규정의 ‘추행’이 위 두 가지 정의 중 어느 것에 해당하는지는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군형법 제92조의 각 조항들(제92조부터 제92조의8까지)이 포함된 제15장의 제목이 ‘강간과 추행의 죄’라는 점에서 그 제목이 올바른 선행 조직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가정하면, 제92조 전체는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현행 규정의 추행도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는 ②의 정의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설령 현행 규정에서 사용된 추행의 의미를 ①의 정의로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두 사람이 상호 합의하여 성적 행위를 한 것을 ‘더럽고 지저분한 행동’으로 평가하는 것은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인식으로서 타당하지 않다. 무엇이 ‘더럽고 지저분한 행동’인지에 대해서는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 없고,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다. 대법원은 성폭력범죄에서의 ‘추행’의 개념에 대하여 "추행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을 말하며, 이에 해당하는지는 피해자의 의사, 성별,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이전부터의 관계,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 행위태양, 주위의 객관적 상황과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히 결정되어야 한다."라고 하였다(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5도6980 판결 등 참조). ‘추행’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 중요한 고려요소 중 하나는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이므로, 현행 규정의 ‘추행’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도 ‘이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을 고려하여야 한다. 법원이 법률을 해석할 때 지금 이 시대의 법의식을 고려하는 것은 구체적 사건에서 타당성 있는 법률의 해석·적용을 위하여 반드시 요청되는 사항이다.
다수의견과 그 보충의견에서 설명한 동성애에 대한 우리 사회 인식의 변화에 비추어 볼 때, 성인 사이의 상호 합의에 의한 동성 간의 성적 행위를 지금 이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에 비추어 ‘더럽고 지저분한 행동’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 아무리 군의 특수성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형법상 추행과 같이 현행 규정상 추행도 일방의 의사에 반하여 구체적인 피해를 야기하는 행위만이 ‘더럽고 지저분한 행동’으로 평가하여야 한다. 이는 규범적 개념인 ‘추행’의 의미를 확정하는 법률해석의 과정에서 충분히 가능하고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서, 문언해석의 범위를 벗어난다거나 법원의 해석 권한을 벗어나는 것이 아니다.
반대의견은 현행 규정의 문언이나 입법 연혁, 보호법익이 분명하여 다른 해석을 할 여지가 없다고 하나, 반대의견이 현행 규정의 개정 경위로 든 대법원 73도1915 판결도 ‘계간 기타 추행을 한 자’를 규정한 ‘추행의 죄’의 문언이 불분명하다고 하면서 그 조항의 입법 취지와 보호법익 등을 고려하여 ‘민간인과의 행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제한 해석하였다. 반대의견은 현행 규정이 처벌하는 행위는 동성애자의 행위에 한정되지 않는다고 애써 부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이 지적한 것처럼 문언 어디에도 없는 ‘남성’ 군인 등 행위에 적용된다고 한정해석하고 있다. 반대의견에 따르면 이 역시 문언해석의 범위 내지 법원의 해석 권한을 벗어난 것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한편 현행 규정이 일방의 의사에 반하는 경우에만 적용되어야 한다는 해석이 군대 내에만 비동의추행죄를 도입하게 되는 것이어서 형사법체계에 큰 논란을 초래한다는 지적은 타당하지 않다. 위와 같은 해석은 현행 규정의 문장구조와 체계, 추행의 의미에 대한 합리적 해석을 통해 그 적용 범위를 설정하려는 것으로, 어떤 새로운 범죄를 도입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위 해석은 현행 규정의 적용 범위를 명확히 함으로써 현행 규정이 그 문언과 문장구조에 반하여 부당하게 적용되는 것을 방지하려는 것뿐이어서 형사법체계에 논란을 초래한다고 볼 수도 없다.
라. 처벌의 공백이 발생하는지 여부
두 사람이 상호 합의한 성행위가 군기를 구체적, 직접적으로 침해하는 경우 현행 규정을 적용하여 처벌할 수 없다고 해석하더라도 처벌의 공백이 발생하지 않는다.
이 사건 행위가 공연히 이루어졌기 때문에 군기를 침해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는 행위자들을 공연음란죄로 처벌할 수 있을 것이다. 두 사람이 이 사건 행위를 하는 바람에 군무이탈이나 근무태만 등에 해당하여 군기를 구체적, 직접적으로 침해하게 된 경우에는 군무이탈이나 근무태만 등을 규율하는 해당 조항을 적용하여 처벌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형사처벌을 해야 할 정도로 군기를 구체적, 직접적으로 침해하는 데까지 이르지 않은 경우에는 필요하다면 적절한 징계를 통해 충분히 군기를 확립할 수 있다.
오히려 현행 규정을 두 사람이 상호 합의하여 행한 경우에도 일률적으로 적용한다면 군인에 대한 형벌권 남용의 위험이 상존할 수 있다. 이 사건은 육군본부 중앙수사단이 (계급 3 생략) 1명의 동성 간 성행위를 입건하여 조사하던 중 동성애자인 상대 군인의 정보를 취득하고 수사대상을 확대하여 수십 명의 군인 등을 상대로 그들의 과거 행위를 수사한 후 십여 명의 군인 등을 기소하면서 시작되었다. 기록상 당시 피고인들을 포함한 수사 대상 군인 등은 별다른 문제 없이 복무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일 뿐이고, 현행 규정 이외에는 수사기관의 수사 개시를 정당화할 만한 다른 사정을 찾아볼 수 없다. 아무런 문제 없이 충실하게 복무하고 있는 군인의 은밀한 사생활 영역을 파헤쳐 수사하고 처벌하는 것이 과연 군기의 확립과 보호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지 의문이다.
따라서 군형법의 모든 조항에 공통된 보호법익인 ‘군기 보호’라는 명분으로 두 사람이 상호 합의하여 성적 행위를 한 경우까지 현행 규정을 적용하여 두 사람 모두를 형사처벌하는 것은 형벌의 최후수단성 원칙에 반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마. 마지막으로 어떤 형벌법규를 해석할 때 외국의 입법례를 참고하기에 앞서 국어학적으로 정확한 문언해석이 선행되어야 하며, 국회의 입법과정에서도 국어전문가의 사전 검토가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하여 둔다.
6. 대법관 조재연, 대법관 이동원의 반대의견
가. 이 사건의 본질과 반대의견의 요지
이 사건의 본질은 동성애나 개인의 성적 지향 또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논하는 데 있지 않다. 군이라는 특수한 사회의 기율 유지에 관한 문제이다.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이 부분 공소사실은, 남성 군인인 피고인들이 서로 항문성교 및 추행행위를 하였다는 것이다. 군형법 제92조의6은 "‘군인 등’의 ‘군인 등’에 대한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 행위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행 규정의 ‘항문성교’는 그 자체로 문언의 명확성을 갖추고 있고, ‘그 밖의 추행’ 역시 예시적 입법형식을 취함에 따라 항문성교에 준하는 행위로 해석할 수 있는 한편, 행위의 강제성이나 시간과 장소 등에 관한 구성요건요소에 별다른 제한이 없다. 또한 현행 규정이 처벌하는 행위는 비동성애자의 행위를 포함하여 남성 ‘군인 등’ 사이의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이라는 행위이고 동성애자의 행위에 한정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들의 행위가 현행 규정이 처벌하는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 될 뿐이고, 구성요건적 행위를 제한적으로 해석하거나 동성애와 같은 개인의 성적 지향 또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고려할 것은 아니다.
다수의견은 현행 규정이 동성 군인 사이의 항문성교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행위가 사적 공간에서 자발적 의사 합치에 따라 이루어지는 등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이하 ‘군기’라 한다)를 직접적, 구체적으로 침해한 것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다수의견은 현행 규정이 가지는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넘어 법원에 주어진 법률해석 권한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서 이에 동의할 수 없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나. 현행 규정의 해석
(1) 법률해석의 원칙
법률해석은 법전에 적힌 법률 문언의 의미를 밝히는 작업으로서 법률 그 자체에 내재되어 있는 객관적인 의미를 해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법의 해석은 가능한 한 법률에 사용된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에 충실하게 해석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나아가 법률의 입법 취지와 목적, 제·개정 연혁, 법질서 전체와의 조화, 다른 법령과의 관계 등을 고려하는 체계적·논리적 해석방법을 추가함으로써 법 해석의 요청에 부응하는 타당한 해석이 되도록 하여야 한다. 이는 다수의견도 들고 있는 원칙이다.
그런데 문언 자체가 비교적 명확한 개념으로 구성되어 있고 논리적으로 모순되지 않는다면 원칙적으로 더 이상 다른 해석방법을 활용할 필요가 없거나 제한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17. 12. 21. 선고 2015도8335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20. 8. 27. 선고 2019도11294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목적론적 해석 또는 합헌적 해석을 하는 경우에도 그것이 입법이 아닌 법률해석으로 남기 위하여는, 법률 제정 당시에 입법자가 전혀 예상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법률로 규정되지 않았거나 불충분하게 규정된 경우, 법률에 명백한 실수가 있거나 법률 내용이 상호 모순 또는 충돌하는 경우, 법률 문언을 그대로 적용한 결과가 입법의도에서 벗어나 매우 불합리하다고 판단되는 경우나 그 문리대로의 적용이 실제로 불가능한 경우 등 예외적인 경우 이외에는, 문언과 문맥상 의미의 한계를 넘어서는 안 된다.
(2) 현행 규정의 구체적인 해석
현행 규정은 ‘군인 등’에 대하여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을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고, 군형법 제1조는 군형법의 적용대상자를 ‘군인 등’으로 정하고 있다. 따라서 현행 규정은 ‘군인 등’이 ‘군인 등’에 대하여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하는 행위를 구성요건으로 하는 형벌법규로서, 결국 현행 규정의 구성요건요소 중 해석이 필요한 부분은 주체, 객체(상대방), 행위 중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이라는 ‘행위’ 요소에 관한 것이다.
(가) 먼저, 문언을 본다.
현행 규정은 제목을 ‘추행’으로 명시하고, 대표적 구성요건적 행위로 ‘항문성교’를 예시한 다음 그 바로 뒤에 ‘그 밖의 추행’이라고 하여 어느 정도 일반적인 용어인 ‘추행’을 사용하는 예시적 입법형식을 취하고 있다. 입법자가 규율하고자 하는 대전제는 ‘추행’이고, 그 전형적이고 대표적인 행위로 ‘항문성교’를 예시한 것으로, ‘항문성교’는 현행 규정에서의 ‘추행’이 무엇인지를 해석할 수 있는 판단지침이 된다. 한편 현행 규정은 구성요건적 행위의 강제성이나 행위의 시간과 장소 등 다른 구성요건요소에는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법령에서 쓰인 용어에 관해 정의 규정이 없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사전적인 정의 등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진 의미에 따라야 한다(위 대법원 2015도8335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군형법은 ‘항문성교’나 ‘추행’의 의미에 관하여 행위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이루어졌다거나 행위의 시간과 장소 등의 요소를 포함하는 정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그렇다면 문언상 제한이 없는 행위의 강제성 여부나 시간과 장소 등의 구성요건요소에 관한 한, 현행 규정의 구성요건적 행위에 예외가 없다고 새김이 원칙이다. 이는 입법자가 입법 단계에서 일정한 구성요건요소에 관하여는 예외를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그 영역에 관한 판단과 평가의 여지를 두지 않은 것이므로, 그에 대하여는 법원의 해석 권한이 미칠 수 없다.
(나) 다음으로, 입법 연혁을 본다.
추행죄는 제정 군형법 당시부터 존재하였는데, 그 마지막 장인 제15장 ‘기타의 죄’의 장에 규정되어 있었다. 당시 시행 중이던 형법 제32장 정조에 관한 죄에 강제추행죄(제298조), 준강제추행죄(제299조) 및 심신미약자에 대한 위계·위력 추행죄(제302조)가 규정되어 있었음에도, 제정 군형법은 제92조(추행)를 따로 두고 위 각 형법상 죄보다 법정형을 낮게 규정하였다. 또한 제정 군형법은 위 각 형법상 죄와 달리 추행죄를 친고죄로 규정하지 않았다. 2009년 법률 제9820호로 개정된 구 군형법은 제15장 ‘강간과 추행의 죄’의 장을 신설하면서, 그 장 내에 폭행이나 협박으로 군인 등을 추행한 사람을 처벌하는 강제추행죄(제92조의2)와 군인 등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추행한 사람을 처벌하는 준강제추행죄(제92조의3) 등을 별도로 신설하고 형법보다 법정형을 높게 규정하는 한편 이들 범죄를 친고죄로 규정하였다(제92조의8). 그런데 구 군형법은 추행죄의 조문 위치를 제92조에서 제92조의5로 옮기면서 법정형만을 1년 이하의 징역에서 2년 이하의 징역으로 높였을 뿐, 추행죄의 구성요건에 관한 내용과 친고죄 대상에서 제외하는 부분은 그대로 유지하였다. 구 군형법 제92조의5(추행)는 2013년 법률 제11734호 개정을 통하여 다시 제92조의6으로 조문 위치가 바뀌는 한편, 문언에 ‘군인 등에 대하여’가 추가되고, ‘계간’이라는 용어가 ‘항문성교’로, ‘기타’가 ‘그 밖에’로 변경되어 현행 규정이 되었다.
2013년의 개정은 동성 간의 성행위를 비하하는 용어(계간)를 순화함과 동시에, 개정 전 규정이 추행의 객체를 규정하지 않음에 따라 ‘그 밖의 추행’이 ‘군인 간’의 추행만을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군인과 군인 아닌 일반 국민 사이’의 추행도 포함하는 것인지 여부가 불명확하다는 종래의 해석상 논란을 해결하고 "민간인과의 사적 생활관계에서의 변태성 성적 만족 행위에는 위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본 대법원의 판단(대법원 1973. 9. 25. 선고 73도1915 판결)을 반영한 것이다. 이에 따라 현행 규정은 추행행위의 상대방을 ‘군인 등’으로 명시적으로 한정하고 ‘군인 등’ 상호 간의 행위만을 처벌한다는 의미로 ‘대하여’라는 문구를 추가하였다.
위와 같은 입법 연혁에 비추어 볼 때, 현행 규정의 ‘항문성교’는 제정 군형법 및 구 군형법상 추행죄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남성 ‘군인 등’ 상호 간의 ‘항문성교’ 행위를 가리킨다고 할 수 있다. 2013년의 개정은 상대방을 명시적으로 한정하면서 대표적 구성요건적 행위의 ‘용어 순화’를 위하여 ‘계간’을 ‘항문성교’로 변경하였을 뿐이고, ‘항문성교 등 추행행위’이더라도 행위의 강제성 여부나 시간과 장소 등을 고려하여 일정한 경우는 처벌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문언을 추가하지 않았다.
제정 군형법 및 구 군형법 아래 대법원은 행위의 강제성 여부나 시간, 장소 등에 관한 별다른 제한 없이 ‘계간 기타 추행행위’ 해당 여부를 판단하여 왔고(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8도2222 판결, 대법원 2012. 6. 14. 선고 2012도3980 판결 참조), 헌법재판소 또한 그러한 해석을 전제로 합헌결정을 내린 바 있다(헌법재판소 2002. 6. 27. 선고 2001헌바70 전원재판부 결정, 헌법재판소 2011. 3. 31. 선고 2008헌가21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이러한 상황에서 입법자가 다수의견과 같이 일정한 경우를 처벌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입법적 결단을 하였다면 2013년 개정 당시 ‘용어 순화’라는 개정이유에 그치지 않고 제정 군형법과 구 군형법에서의 해석과 다르게 처벌대상이 제한되어야 한다는 점을 현행 규정에 문언으로 명백하게 나타내었을 것이다. 그러나 입법자는 그러한 입법형식을 채택하지 않았고, 결국 현행 규정에는 다수의견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일정한 경우를 처벌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입법적 결단이 포함되었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법률 문언에서 찾아볼 수 없는 이유를 논거로 삼아 현행 규정의 적용 대상을 제한하는 것은 법률이 정한 구성요건에 수정을 가하는 것이므로 법률해석론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
(다) 이어, 현행 규정의 보호법익에 관하여 본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일치하여 제정 군형법 및 구 군형법상 추행죄의 주된 보호법익은 ‘개인의 성적 자유’라는 개인적 법익이 아니고 ‘군기’라는 사회적 법익이라고 밝혔다(위 대법원 2008도2222 판결, 위 헌법재판소 2001헌바70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이러한 판단은 수차례 일관되게 재확인되어 이미 확립되어 있다. 또한 위와 같은 현행 규정에 이르기까지의 개정 경위에 비추어, 그 개정에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는 개인적 법익을 고려한 보호법익 사이의 위상 변화 또는 행위의 강제성 여부나 시간과 장소 등에 관한 구성요건요소를 제한하는 의미까지 포함되어 있다고 해석하기 어렵다. 현행 규정에 대하여 위와 같은 본질적인 변경을 도모하였다고 볼 만한 입법자료를 발견할 수도 없다. 그러므로 제정 군형법 및 구 군형법상 추행죄의 보호법익에 관한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현행 규정에 이르러 변경할 정도의 특별한 사정변경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종래의 판단은 현행 규정에 대하여도 여전히 유효하다.
사적 공간에서 행위자의 자유로운 합의에 의하여 이루어진 성행위라고 하더라도, 그러한 행위를 한 사람이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구성원인 이상 ‘군기’라는 사회적 법익을 침해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입법자가 형법과 별도로 군형법에만 존재하는 특수한 ‘추행죄’를 규정하여 이에 해당하는 행위를 처벌함으로써 주되게 보호하고자 하는 것은 형법에서 보호되지 않는 사회적 법익인 ‘군기’의 유지이다. 사적 공간에서 자유로운 합의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성행위가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거나 위법성이 배제되려면 기본적으로 개인적 법익을 주된 보호법익으로 하여야 한다. 국가적 법익 또는 사회적 법익이 주된 보호법익이라면 비록 개인적 법익이 일부 관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상대방과의 합의 또는 공간의 사적 성격이 구성요건 또는 위법성의 배제를 가져온다고 할 수 없다.
(라) 나아가 군형법의 다른 규정 및 여타 형벌규정과의 유기적·체계적 해석을 통하여 본다.
구 군형법은 제92조의2에 강제추행죄를, 제92조의3에 준강제추행죄를 별도로 규정하였고, 이로써 폭행·협박에 의한 강제추행이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한 준강제추행은 이 규정들에 의하여 처벌할 수 있게 되었다. 2013년 법률 제11734호 개정으로 위 각 죄가 제92조의3 및 제92조의4로 각각 이동된 한편, 제92조의2에 유사강간죄가 별도로 신설되었고, 이로써 폭행·협박에 의한 항문성교는 위 제92조의2에 의하여 처벌하게 되었다. 1994. 1. 5.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죄가 제11조에 신설되었고, 2010. 4. 15. 제정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 제10조에 자리하게 되었으며, 2012. 12. 18. 전부 개정된 위 법률에서 비친고죄로 전환되었다. 한편 현행 규정의 법정형이 2년 이하의 징역인 반면, 군형법 제92조의2(유사강간), 제92조의3(강제추행), 제92조의4(준강제추행)의 법정형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이고, 업무상위력 등에 의한 추행죄의 법정형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다.
위와 같이 강제력을 수반하는 추행 관련 범죄의 법정형에 비하여 현행 규정의 법정형이 현저히 낮은 점에 비추어 볼 때, 현행 규정은 위 각 죄보다 가벌성이 작은 행위로서 강제력을 수반하지 않는 추행행위를 처벌대상으로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여기에다가 군형법의 적용대상자가 범한 죄에 관하여 군형법에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다른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다고 정하고 있는 군형법 제4조의 취지를 더하여 보면, 현행 규정의 독자적 의의는 사실상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지 않는 항문성교 및 그 밖의 추행행위를 처벌하는 데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다수의견과 같이 현행 규정의 구성요건적 행위 중 사적 공간에서 자발적 합의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행위를 제외한다고 해석할 경우 현행 규정의 폐지 또는 개정 여부와 별개로 사실상 현행 규정을 적용할 여지가 거의 없게 된다. 이는 법원이 마땅치 않은 규정을 털어내기 위하여 성문의 형벌법규를 무시하고 해석을 통하여 살아 있는 법률을 사문화시키는 것으로서, 법관의 법률에 대한 구속이라는 헌법적 원칙을 고려할 때 정당한 해석론으로 취할 바가 못된다.
(마) 한편 다수의견이 말하는 ‘동성 간의 성행위에 대한 법규범적 평가가 달라진 점’이 현행 규정의 구성요건에 대한 해석 척도가 된다고 볼 수 없다.
‘사적 공간에서 자유로운 합의에 따라 이루어지는 동성 간의 성행위가 정상적인 성적 만족 행위로서 사회 일반에 혐오감을 일으키고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이러한 행위를 처벌하는 것이 헌법정신에 어긋날 수 있다.’는 규범적 평가는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현행 규정은 그 문언에서 항문성교를 대표적 구성요건적 행위로 삼으면서 이에 준하는 추행행위를 처벌대상으로 정하고 있을 뿐, 행위의 수단, 시간 및 장소에 따라 행위에 대한 평가에 차이를 두거나 그러한 취지를 내포한다고 볼 만한 문언을 가지고 있지 않다. 현행 규정에 관한 한, 다수의견이 들고 있는 해석의 척도는 사법기관에 위임된 범위를 넘는 권한 행사라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다. 법원의 임무와 법률해석의 한계
(1) 목적론적 해석과 합헌적 법률해석의 한계
(가) 다수의견은 현행 규정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시대적 흐름에 맞지 않고 성적 소수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등 헌법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현행 규정에 대하여 이른바 목적론적 축소해석과 합헌적 해석의 필요성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목적론적 해석 또는 합헌적 해석도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라는 한계 내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문언에 의할 때 하나의 해석만이 가능하고 다른 해석이 불가능한 경우라면, 그 하나의 해석을 받아들이든가(합헌), 받아들이지 않든가(위헌) 하는 외에 다른 해석을 할 수는 없다. 어느 법적 규율에 대한 합헌적 해석은 어디까지나 법규 문언이 다의적이어서 위헌적으로도 합헌적으로도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있을 때 이를 위헌으로 판단하여서는 안 된다는 원칙일 뿐, 그 법규 문언이 갖는 일반적인 의미를 넘어서거나 그 법규의 제정 목적에 비추어 제정권자의 명백한 의지와 취지에 반하는 방향으로까지 무리하게 해석하여 법규 제정권자의 입법형성권의 범주에 속하는 사항 등에 이르기까지 개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행 규정은 앞서 본 바와 같이 문언 그 자체로 명확하고 군형법을 비롯한 관련 형벌법규와의 유기적·체계적 해석을 거치면서 문언 그대로의 의미가 더욱 뚜렷해질 뿐, 여러 갈래의 해석이 가능하거나 일정한 상황에 대하여 침묵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현행 규정에 대하여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나는 해석을 하는 것은 법원의 권한에 속한다고 볼 수 없다.
(나) 법률 제정 당시에 입법자가 전혀 예상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법률로 규정되지 않았거나 불충분하게 규정된 경우, 법률 문언을 그대로 적용한 결과가 입법의도에서 벗어나 매우 불합리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등 법원의 법형성적 활동이 필요한 영역이 있을 수 있다.
현행 규정은 군형법이 1962년 제정되어 2009년 및 2013년 각 개정을 거치면서도 일관되게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지 여부나 시간과 장소 등에 의한 제한을 법문언에 포함하지 않았다. 현행 규정의 이러한 입법 연혁과 일관된 규정 방식을 고려하면, 입법자가 군대 내 성소수자의 성적 자기결정권 문제 등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채 현행 규정과 같은 입법을 함으로써 법률에 흠결이 발생하였다거나 불충분하게 규정되었다고 볼 수 없다. 또한 현행 규정의 문언을 그대로 적용한 결과가 입법자의 의도를 벗어나는 불합리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 오히려 상명하복의 엄격한 규율과 집단적 공동생활을 본질로 하는 군대의 복무관계로 인하여 ‘군인 등’ 상호 간의 성행위는 합의를 위장한 강요 등에 의한 성행위로 나타날 개연성이 높다는 점 등 군 생활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의 구성요건적 수단 등을 제한하지 않은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법률해석의 원리에 부합한다. 군형법은 무단 이탈죄(제79조), 부하범죄 부진정죄(제93조), 정치 관여죄(제94조) 등 일반형법이 범죄로 규정하지 않는 행위까지도 범죄로 규정하는 경우가 있고 그 처벌의 정도 또한 일반형법이 규정하는 동일한 유형의 범죄에 비하여 높다는 점에 비추어 보아도 그렇다.
(다) 따라서 다수의견과 같이 목적론적 축소해석 또는 합헌적 해석방법을 이용하여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나 현행 규정의 구성요건을 변경하는 해석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즉, 현행 규정에서 정하고 있는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에 해당하면 그로써 위 규정의 적용 대상이 되는 것이고, 여기에 더하여 다수의견과 같이 ‘사적 공간인지 여부’, ‘자발적 합의에 의한 것인지 여부’ 등의 사정을 고려하여 ‘군기를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침해하였는지’에 따라 그 적용 여부를 달리해야 할 근거는 없다. 다수의견과 같이 해석하는 것은 법원이 법률 문언에 없는 단서 조항을 신설하는 것과 같다. 이는 명문의 규정에 반하는 법형성 내지 법률 수정을 도모함으로써 법원이 가지는 법률해석 권한의 한계를 명백하게 벗어나는 것이다. 다수의견은 입법론으로 고려할 수 있을 뿐 현행 규정의 해석론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렵고, 입법정책의 문제를 법률해석의 문제로 다루는 것이라 할 수 있다.
(2) 법원의 권한과 임무
법원은 국회가 제정한 법률에 대하여 그것이 헌법재판소에 의하여 위헌결정을 받기 전까지는 이를 적용하여야 하고, 군형법상 추행죄와 같이 이미 수차례 합헌결정을 받은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헌법재판소는 그동안 세 차례에 걸쳐 제정 군형법 제92조 및 구 군형법 제92조의5에 대하여 합의에 의한 것인지 여부나 행위의 시간, 장소 등에 관한 별도의 제한은 없는 것으로 해석됨을 전제로 합헌결정을 한 바 있고(위 헌법재판소 2001헌바70 전원재판부 결정, 위 헌법재판소 2008헌가21 전원재판부 결정, 헌법재판소 2016. 7. 28. 선고 2012헌바258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대법원도 거듭하여 같은 취지의 해석론을 밝혀 왔다(위 대법원 2008도2222 판결, 위 대법원 2012도3980 판결 참조). 이러한 종전 헌법재판소 결정이나 대법원 판례의 해석은 타당하고 그 해석은 제정 군형법 제92조(추행)뿐 아니라 현행 규정에도 유효하므로 별도의 입법조치가 없는 한 그대로 유지되어야 한다.
비록 법률을 적용한 결과가 못마땅하다 하더라도 이는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입법기관의 법개정을 통하여 해결하여야지, 법원이 법해석이라는 이름으로 이들 기관을 대신하는 것은 권한 분장의 헌법 정신에 어긋난다. 법률의 노후화 또는 해석결과의 불합리라는 이유만으로 법률 그 자체의 적용을 거부한 채 형벌법규 문언의 명백한 의미를 제한하거나 수정하는 해석을 하는 것은 국민이 법원에 부여한 권한에 속한다고 할 수 없다. 피고인에게 유리한 방향 또는 결과적으로 옳은 방향이라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이는 민주주의의 기반인 삼권분립 원칙의 본질적 요청이고, 헌법 제40조(입법권), 제103조(법관의 독립), 제111조(헌법재판소의 권한 등)에 따른 한계이다.
라. 소결론
현행 규정은 자발적 합의 아래 사적 공간에서 이루어진 행위에도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남성 군인인 피고인들의 항문성교, 구강성교, 상호 사정행위 등이 사회적 법익인 군기를 침해하는 ‘추행’에 해당한다고 보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은 정당하다.
어떤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이를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그 범죄의 죄질과 보호법익뿐만 아니라 우리의 역사와 문화, 입법 당시의 시대적 상황, 국민 일반의 가치관과 법감정 그리고 범죄 예방을 위한 형사정책적 측면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입법자가 결정할 사항이다. 어떤 행위를 징계로 해결할 것인지 아니면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을 것인지를 법관이 판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현행 규정을 입법론적으로 그대로 존치하여야 한다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다수의견과 같은 결론은 몇 명의 법관이 아니라, 실제적인 이해관계를 가진 사회 전반의 시민들이 전문가의 연구 등을 바탕으로 충분한 논의를 거쳐 헌법과 법률이 마련한 정당한 입법절차를 통하여 사회적 합의의 형태로 결정되어야 한다. 다수의견은 시민사회, 학계, 법률가 및 정치권 등의 소통을 통한 논의와 입법절차를 통하여 얻어야 할 결론을 법률 문언을 넘어서는 사법판단을 통하여 이루고자 하는 것이어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에 찬성할 수 없음을 밝힌다.
7.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노정희, 대법관 천대엽, 대법관 오경미의 보충의견
현행 규정의 해석에 관한 다수의견의 논거를 보충하고, 다수의견이 법률해석의 한계를 벗어났다는 반대의견에 대하여 몇 가지 점에서 답변을 하고자 한다.
가. 법률해석의 원칙과 한계
법률의 의미, 내용과 적용 범위를 정하여 구체적 사건에 적용할 권한, 곧 법령의 해석·적용 권한은 사법권의 본질적 내용이고,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헌법 제101조 제1항). 법원의 법률해석 권한이 무제한적인 것은 아니므로 법원은 입법자의 입법형성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법률을 해석해야 하지만, 법률 제정 당시 입법자의 의사에 구속되는 것은 아니다. 더군다나 법률 규정이 항상 명확한 것은 아니고 법률을 문구대로 적용할 경우 부당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이러한 경우에 법률의 정당한 의미를 찾아 현실에 맞게 법률을 적용하고자 법원은 문언해석 외에도 논리적·체계적 해석, 역사적 해석, 목적론적 해석, 헌법합치적 해석 등 여러 해석방법을 활용하고 있다. 다수의견에서 본 바와 같이 법률을 해석할 때에는 법률의 입법 취지와 목적, 그 제정·개정 연혁, 법질서 전체와의 조화, 다른 법령과의 관계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법질서 전체’란 최고 규범인 헌법을 중심으로 하여 형성된 사회 일반의 법의식을 포함한다.
법률의 해석은 헌법 규정과 그 취지를 반영해야 한다. 어떤 법률조항에 대하여 여러 갈래의 해석이 가능한 경우에는 우선 그중 헌법에 부합하는 의미를 채택함으로써 위헌성을 제거하는 헌법합치적 해석을 해야 하고, 나아가 헌법에 부합하는 해석 중에서도 헌법의 원리와 가치를 가장 잘 실현할 수 있는 의미를 채택하는 헌법정향적 해석을 해야 한다(이에 관해서는 대법원 2020. 9. 3. 선고 2016두32992 전원합의체 판결 중 대법관 김재형의 별개의견 참조). 이러한 해석은 국가의 최고 규범인 헌법을 법률해석의 기준으로 삼아 법질서의 통일을 기하여야 한다는 법원리에 기초한 것으로서, 법률의 문언이 갖는 의미가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 그 문언대로 해석·적용하는 것이 헌법에 위반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에는 입법 취지와 목적, 그 제정·개정 연혁과 함께 헌법규범을 고려하는 합헌적 해석을 통하여 교정할 수 있다.
법률은 그 시대 사회 일반의 법의식을 기초로 형성되므로, 동일한 내용의 법률이라고 하더라도 시대적·사회적 상황의 변화와 법의식의 변천에 따라 구체적인 의미, 내용과 적용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사회공동체의 윤리·도덕관념을 반영하고 있는 법률의 경우에는 입법뿐만 아니라 법률을 해석·적용하는 과정에서도 가치관이나 법의식의 변화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대법원은 음란 개념에 관하여 ‘사회와 시대적 변화에 따라 변동하는 상대적이고도 유동적인 것’이라고 하면서 표현물의 음란 여부를 판단할 때는 ‘그 시대의 건전한 사회통념에 따라 객관적이고 규범적으로 평가하여야 한다.’고 하였다(대법원 2008. 3. 13. 선고 2006도3558 판결 참조). 이처럼 사회와 시대의 변화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질 수 있는 법률 규정의 적용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그 시대의 건전한 사회통념이 중요한 기준이 된다.
대법원은 구 형법(2012. 12. 18. 법률 제1157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97조의 강간죄의 객체인 ‘부녀’에 법률상 처도 포함되는지 여부가 문제 된 사건에서 ‘가정 내 성폭력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중요하게 고려하여 강간죄의 성립을 부정하던 기존 판례를 변경하고 혼인관계가 실질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처도 ‘부녀’에 포함된다고 해석하였다(대법원 2013. 5. 16. 선고 2012도14788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이것은 사회적 상황과 법의식의 변화를 고려하여 형사법에 관한 대법원의 해석을 변경한 대표적인 예이다.
이 사건 쟁점인 ‘추행’ 요건에 관하여 대법원은 이미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을 고려하여 추행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하였다(대법원 2002. 4. 26. 선고 2001도2417 판결, 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5도6980 판결 등 참조). 이는 ‘추행’의 의미가 시대의 흐름에 따라 가변적이어서 그 개념과 범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법률을 해석할 때 법적 안정성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현재의 법상황과 사회 일반의 인식 변화를 고려하는 것은 오래 전에 제정된 법률이 현시대에도 여전히 통용될 수 있는 구체적 타당성을 갖도록 하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요컨대, 법률해석은 제정 당시 입법자의 주관적 의사에 얽매여서는 안 되고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탐구하여 최고 규범인 헌법의 내용과 가치를 반영하고 시간의 흐름에 따른 현재의 법상황과 법의식의 변화를 고려하여 현시대에 맞는 법률의 정당한 의미를 밝혀내는 것이 되어야 한다.
나. 문언의 가능한 의미에 대한 탐구
현행 규정의 문언(‘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그대로 적용하면 남녀 군인이 합의하여 항문성교를 한 경우에도 구성요건을 충족시킨다고 볼 수밖에 없다. 현행 규정이 그 경우를 처벌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문언을 부가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규정은 ‘항문성교’를 추행의 대표적 행위로 예시하고 이어서 ‘그 밖의 추행’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항문성교라는 문언의 의미대로 해석한다면, 남녀 군인의 합의에 의한 항문성교를 구성요건에서 배제할 수 없으므로 ‘항문성교’를 대표적 행위로 한 ‘그 밖의 추행’은 그 문언만으로는 남녀 군인이 합의하여 항문성교에 이르지 않는 성행위를 한 경우도 포함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 이처럼 현행 규정은 문언의 사전적·일반적 의미가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 그 문언대로 해석·적용하는 경우 현행 규정에 대한 전통적 해석에 반하여 그 처벌 범위를 넓히는 부당한 결과를 가져온다.
반대의견은 입법 연혁에 비추어 ‘항문성교’는 남성 군인 등 상호 간의 행위로 제한하여 해석해야 한다고 한다. 이처럼 반대의견도 ‘항문성교’를 문언이 표현하고 있는 의미 그대로 해석하지 않고 입법 연혁을 고려하여 문언의 의미를 축소하여 그 적용 범위를 제한하는 것은, 현행 규정의 올바른 적용을 위해서는 입법 연혁과 취지 등을 고려한 합목적적인 해석이 필요함을 나타낸다.
‘추행’은 다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 사람마다 추행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다를 수 있다. 강간, 강제추행, 성희롱 등을 가리키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추잡한 행동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군대 내에서 이루어지는 성적 추행에 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군기라고 하는 보호법익과의 관계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군대 내에서 성적으로 문란한 행위 일체를 가리킨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의사에 반하는 성적 행위 일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 모든 것이 문언의 가능한 의미에 포함된다. 추행이라는 문구만으로 모든 결론을 도출할 수 없다는 바로 그 지점이 다수의견의 출발점이다.
다수의견은 현행 규정의 내용과 체계, 법률의 개정 연혁과 보호법익, 헌법 규정을 비롯한 전체 법질서의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적용 범위를 더욱 축소하여 형벌법규를 엄격하게 해석·적용함으로써 문언에 포함될 수 있는 모든 사안을 형사처벌 대상에 포함시킬 때 발생하는 부당한 결과를 막으려는 것일 뿐,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다수의견이 현행 규정의 적용 범위를 정할 때 군기는 물론 행위자의 의사에 반하는지를 함께 고려하여 추행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문언해석에 근거를 두고 있다.
군형법은 2009. 11. 2. 개정으로 ‘제15장 강간과 추행의 죄’를 신설하여 군인 등에 대한 강간, 강제추행 등 성폭력범죄를 가중 처벌하는 규정을 도입하였는데, 구 군형법 제92조의2 군인 등 강제추행죄는 ‘군인 등에 대하여’ 폭행이나 협박으로 추행을 한 사람을 처벌한다고 정하였다. 당시에도 구 군형법 제92조의5는 행위의 주체와 객체를 구별하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으나, 2013. 4. 5. 구 군형법 제92조의5가 현행 규정으로 개정되면서는 군인 등 강제추행죄와 마찬가지로 ‘군인 등에 대하여’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을 처벌하는 것으로 표현이 변경되었다. 이것은 우선 군형법 제92조의 추행죄에 관하여 군인이 민간인과 사적 생활관계에서 변태성 성적만족 행위를 하는 것에 적용할 수 없다는 판례(대법원 1973. 9. 25. 선고 73도1915 판결)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문언의 통상적 의미에 비추어 보면 범죄행위의 주체가 되는 행위자와 범죄행위의 상대방을 구별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따라서 현행 규정이 적용되는 가벌적인 행위인지를 판단할 때 행위자와 상대방의 의사가 합치되었는지가 중요한 고려요소가 될 수도 있다.
다. 행위자의 의사를 고려하는 이유
군은 전투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본래의 사명을 수행하기 위하여 그에 상응하는 특별한 조직과 규율이 요구된다. 군형법이 군의 특수성을 전제로 만들어진 법률이므로 군형법의 제정·개정이나 적용에서 군기가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그러나 군인이라 하더라도 군기의 보전·유지와 실질적인 관련이 없는 영역에서 자유로운 의사에 따른 성행위가 군기를 직접적, 구체적으로 침해하는 경우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오히려 2009년 군형법 개정 당시의 상황과 사회적 논의를 보면, 상명하복의 엄격한 규율이 지배하는 군대 내에서 상급자의 하급자에 대한 괴롭힘의 하나로서 발생하는 의사에 반하는 성적 행위, 즉 군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야말로 군인의 사기를 현저히 저해하고 군이라는 공동체의 건강과 규율을 해치는 대표적인 행위로 거론되었다. 폭행·협박, 위계·위력 등 다른 강제력 없이 일방의 의사에 반하여 이루어진 성적 행위를 처벌하여 군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하는 것 또한 군기를 보호하는 데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현행 규정에서 행위자의 의사를 고려하는 또 다른 이유는 구체적 타당성 있는 적용 범위를 정하려는 데 있다. 상명하복의 엄격한 규율과 집단적 공동생활을 본질로 하는 군대의 특성상 군인 등 상호 간의 성행위는 합의를 위장한 강요 등에 의한 성행위일 개연성이 적지 않다. 만일 행위자의 의사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항문성교 등 남성 군인 간 성행위가 있으면 곧바로 현행 규정이 적용된다고 해석한다면, 합의를 위장하여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추행을 강요당한 실질적인 피해자도 처벌대상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부당한 결과를 방지하기 위해서도 현행 규정의 적용 여부를 판단할 때 행위자의 의사를 중요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라. 헌법규범과 현재의 법의식을 고려한 현행 규정의 정당한 의미
반대의견은 이 사건의 본질이 동성애, 성적 지향 또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논하는 데 있지 않고, 군이라는 특수한 사회의 기율 유지에 관한 문제라고 한다. 다수의견은 군이라는 특수한 사회의 기율 유지에 필요한 군기의 중요성을 도외시하는 것이 아니고, 단지 동성애 등 특정한 성적 지향에 대한 맹목적인 부정적 평가와 편견으로 처벌 범위를 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동성애나 그 성적 지향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전제하지 않고서는 동성 군인 간 자유로운 의사에 기초한 합의에 따라 사적 공간에서 이루어진 성행위가 왜 군의 기율을 침해하는지를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군형법이 제정된 1962년 동성애는 비정상적이고 변태적인 취향으로 취급되었고, 군형법 제92조는 남성 간 성행위를 ‘계간(鷄姦)’이라고 부르면서 ‘더럽고 지저분한 행동’이라는 의미를 가진 ‘추행’으로 보아 처벌하도록 규정하였다. 그러나 그로부터 60년이 지난 2022년 현재 동성애에 대한 국내외의 인식은 군형법 제정 당시와 동일하지 않다.
대법원은 다수의견에서 보았듯이 판결 이유에서 동성애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고 인정하였다. 아프리카와 중동 등 일부 국가들을 제외하고는 합의된 동성 간 성행위를 형사적으로 처벌하는 국가를 발견하기 어렵다. 이러한 동성애 등 특정한 성적 지향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는 세계적인 경향일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군대 내의 규범에도 이미 반영되어 있다. 국방부 훈령인 부대관리훈령 제4편 제7장은 ‘동성애자 병사의 복무’에 대하여 상세한 규정을 두고 있고, 제253조 제1항은 "병영 내 동성애자 병사는 평등하게 취급되어야 하며, 동성애 성향을 지녔다는 이유로 차별받지 아니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는 현행 법령에서 동성애 성적 지향을 가진 군인의 존재를 인정하고 이들이 차별 없이 복무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이다.
법규범으로서 형법의 본질과 임무는 사회의 존립과 유지에 필요불가결한 기본가치를 보호하는 데 있다. 중대한 법익에 대한 위험이 명백한 행위나 사회에 끼치는 해악이 큰 행위라고 하더라도 다른 규범이나 사회적 통제수단으로 해결할 수 없을 때 형법의 규율 대상으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대법원 2021. 9. 9. 선고 2020도6085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동성애 성적 지향과 그 성행위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과 도덕적 평가가 개인적 견해에 따라 다양할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동성 간 성행위가 그 자체만으로 중대한 법익에 대한 위험이 명백하거나 사회에 끼치는 해악이 커서 반드시 처벌되어야 하는 범죄행위라고 평가하는 것이 현재 우리 사회의 법의식이라고 할 수는 없다.
요컨대, 현재 우리 사회에서 남성 군인 사이에 합의하여 사적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항문성교 그 밖의 성행위 그 자체만으로는 ‘추행’의 개념표지인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라고 보기 어렵고, 훈련 중에 공개적으로 이루어지는 등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군이라는 공동생활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직접적, 구체적으로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현행 규정을 그 보호법익이나 구성요건을 고려하지 않고 남성 군인 간의 항문성교 그 밖의 자발적 합의에 따른 성행위 전반에 걸쳐 적용하여 처벌 대상으로 삼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특정한 성적 지향을 가진 사람을 차별하여 성적 자기결정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여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이 된다. 다수의견은 헌법규범의 의미와 가치를 반영하고 지금 우리 사회의 법의식을 고려한 것으로서, 현행 규정의 위헌성을 제거하고 처벌범위를 합리적으로 설정하기 위하여 법원의 법률해석 권한 내에서 이루어진 정당한 해석이다.
마. 법원의 권한과 임무
반대의견은 동성 간의 자유로운 합의에 의한 성행위를 처벌하는 것이 헌법정신에 어긋날 수 있다는 규범적 평가가 가능할 수 있다고 하면서도, 이는 입법기관의 법 개정 등을 통하여 해결해야 하는 것으로, 다수의견이 위와 같은 규범적 평가를 논거로 삼아 현행 규정의 적용 범위에 관한 해석을 한 것은 국민이 법원에 부여한 법률해석 권한을 넘는다고 한다.
그러나 위 가.에서 보았듯이 구체적인 사건에서 법률의 해석과 그 적용 범위를 정하는 권한은 사법권의 본질적 내용을 이룬다. 국민이 사법부에 이러한 권한을 부여한 이유는 구체적인 사건에서 헌법규범에 부합하는 정당한 결론을 내림으로써 헌법이 국가로 하여금 국민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헌법 제10조 후문)를 충실하게 수행하도록 하려는 데 있다. 피고인의 행위와 같은 경우를 처벌하는 것이 헌법정신에 어긋날 수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법원의 법률해석 권한을 좁게 이해하여 입법부의 법률 개정을 기다린 채 상고기각을 해야 한다는 반대의견의 논지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정치의 영역에서 입법으로 해결해야 할 모든 문제를 사법부가 나서서 해결하려고 해서도 안 되고 그렇게 할 수도 없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이 문제는 헌법과 법률의 틀 안에서 법률의 해석을 통하여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는 것이 다수의견의 입장이다. 법원은 헌법과 법률, 그리고 양심에 따라(헌법 제103조) 법적 안정성을 침해하지 않는 한도에서 구체적 타당성 있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여 법률을 해석하고 적용해야 한다. 법률의 위헌성을 인식하고서도 만연히 법률 개정을 기다려야 한다는 이유로 법원 앞에 있는 당사자를 구제할 수 있는 길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그것이 바로 국민이 사법부에 부여한 권한이자 임무이다.
이상과 같이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개진한다.
대법원장 김명수(재판장) 김재형(주심) 조재연 박정화 안철상 민유숙 김선수 이동원 노정희 노태악 이흥구 천대엽 오경미 | [1] 헌법 제10조, 제11조 제1항, 제17조, 제37조 제2항,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 구 군형법(2009. 11. 2. 법률 제982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2조(현행 제92조의6 참조), 구 군형법(2013. 4. 5. 법률 제1173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2조의5(현행 제92조의6 참조), 군형법 제1조, 제92조의6 / [2] 군형법 제92조의6, 형사소송법 제325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 수로 담당변호사 김병문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법 2022. 1. 13. 선고 2021노419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인의 행위가 관할 관청의 허가 대상인지 여부
가. 관련 법리
1) 주택단지의 입주자 등의 생활복리를 위한 공동시설인 ‘근린생활시설’은 구 주택법(2017. 12. 26. 법률 제1530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주택법’이라 한다) 제2조 제12호, 제14호 (가)목, 구 주택법 시행령(2019. 7. 2. 대통령령 제2994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조에서 정한 ‘복리시설’에 해당한다. 이와 같은 ‘복리시설’이 일반인에게 분양된 경우에는 구 공동주택관리법(2019. 4. 23. 법률 제1638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공동주택관리법’이라 한다) 제2조 제1항 제1호의 ‘공동주택’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구 공동주택관리법 제35조 제1항의 수범대상에 포함된다는 점은 문언의 규정상 명백하다.
2) 한편 ‘일반인에게 분양된 복리시설’에 부속된 ‘폐기물 보관시설’은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 제4호, 제3조에 따라 ‘공용부분’에 해당하므로, 이를 철거하는 것은 구 공동주택관리법 제35조 제1항 제3호에서 정한 ‘일반인에게 분양된 복리시설 중 일부를 철거하는 행위’로서 구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2018. 11. 20. 대통령령 제2929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5조 제1항 [별표 3]의 ‘3. 파손·철거’ 중 ‘나. 입주자 공유가 아닌 복리시설’ 부분에서 정한 바에 따라 관할 관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나. 판단
1) 이러한 관련 법리 및 기록에 따라 살펴보면, ① 이 사건 상가는 이 사건 아파트와 상가로 이루어진 주택단지의 입주자 등의 생활복리를 위한 공동시설인 ‘근린생활시설’로서 구 주택법 제2조 제14호에서 정한 ‘복리시설’에 해당하고, ② 이 사건 시설물은 일반인에게 분양된 이 사건 상가에 부속된 ‘공용부분’에 해당하므로, 그 철거 행위는 구 공동주택관리법 제35조 제1항이 정한 관할 관청의 허가 대상에 포함된다.
2) 그런데 제1심은 이 사건 상가가 구 공동주택관리법 제35조의 적용대상인 ‘공동주택’인 ‘복리시설’에 해당하고, 이 사건 시설물은 그 ‘부대시설’에 해당한다고 보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는바, 이러한 제1심의 판단을 수긍한 원심의 이유 설시에 다소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있으나, 결과적으로 이 사건 시설물의 철거 행위가 구 공동주택관리법 제35조 제1항의 관할 관청의 허가 대상에 포함되어 처벌대상이 된다고 본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법령 위반, 법리 오해, 죄형법정주의 위반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2. 피고인의 행위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 여부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이, 피고인이 이 사건 시설물 철거 과정에 허가를 받지 않아도 무방하다고 오인한 것에 정당한 사유가 없다고 보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유숙(재판장) 조재연 이동원(주심) 천대엽 | [1] 구 주택법(2017. 12. 26. 법률 제1530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12호, 제14호 (가)목, 구 주택법 시행령(2019. 7. 2. 대통령령 제2994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조, 구 공동주택관리법(2019. 4. 23. 법률 제1638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1항 제1호, 제35조 제1항 / [2] 구 공동주택관리법(2019. 4. 23. 법률 제1638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5조 제1항 제3호, 구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2018. 11. 20. 대통령령 제2929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5조 제1항 [별표 3],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 제4호, 제3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및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김지수
【원심판결】
부산고법 2022. 1. 13. 선고 2021노393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검사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가. 관련 법리
(1)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정범죄가중법’이라 한다) 제5조의10 제1항은 "운행 중(「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2조 제3호에 따른 여객자동차운송사업을 위하여 사용되는 자동차를 운행하는 중 운전자가 여객의 승차·하차 등을 위하여 일시 정차한 경우를 포함한다)인 자동차의 운전자를 폭행하거나 협박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2항은 "제1항의 죄를 범하여 사람을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고,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라고 규정하여(이하 제1항, 제2항을 통틀어 ‘이 사건 규정’이라 한다) 운행 중인 자동차의 운전자를 폭행·협박하거나 이로 인하여 상해 또는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를 가중처벌하고 있다. 이 사건 규정의 문언 형식, 입법 취지 및 보호법익, 특정범죄가중법상 다른 자동차 등 관련 범죄의 가중처벌 규정과의 체계적 해석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규정의 ‘자동차’는 도로교통법상의 자동차를 의미하고 도로교통법상 원동기장치자전거는 ‘자동차’에 포함되지 않는다.
(2) 자동차관리법 제2조 제1호, 제3조 제1항은 ‘자동차’의 범위에 모든 이륜자동차가 포함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도로교통법 제2조 제18호 (가)목 단서, 제19호는 자동차관리법 제3조에 정한 이륜자동차 중 원동기장치자전거, 즉 ‘배기량 125cc 이하(전기를 동력으로 하는 경우에는 최고정격출력 11kW 이하)의 이륜자동차’는 ‘자동차’의 범위에서 제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자동차관리법과 도로교통법이 ‘자동차’의 범위를 달리 정한 것은 자동차관리법은 자동차의 등록, 안전기준 등에 관한 사항을 정하여 자동차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자동차의 성능 및 안전을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데 비하여 도로교통법은 도로에서 일어나는 교통상의 모든 위험과 장해를 방지하고 제거하여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여 입법 목적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이 사건 규정은 운행 중인 자동차의 운전자를 상대로 폭력 등을 행사하여 운전자나 승객 또는 보행자 등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를 엄중하게 처벌함으로써 교통질서를 확립하고 시민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대법원 2008. 12. 11. 선고 2008도4375 판결). 이와 같은 입법 취지는, 자동차관리법의 입법 취지보다는 도로에서 일어나는 교통상의 모든 위험과 장해를 방지하고 제거하여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도로교통법의 입법 취지에 가장 부합한다.
(3) 특정범죄가중법은 이 사건 규정 이외에도 특정범죄가중법 위반(도주치사상)죄(제5조의3), 특정범죄가중법 위반(위험운전치사상)죄(제5조의11), 특정범죄가중법 위반(어린이보호구역치사상)죄(제5조의13)를 가중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는데, 위 각 규정은 ‘자동차·원동기장치자전거의 교통으로’라고 규정하거나(제5조의3), ‘자동차(원동기장치자전거를 포함한다)를 운전하여’, ‘자동차(원동기장치자전거를 포함한다)의 운전자’라고 규정함으로써(제5조의11, 제5조의13) 자동차와 원동기장치자전거가 구별된다는 전제하에 원동기장치자전거의 운전자도 각 규정에 따른 처벌 대상에 포함되는 것으로 명시하고 있는 반면, 이 사건 규정은 ‘운행 중인 자동차의 운전자’라고만 규정하고 있다.
나. 쟁점 공소사실 요지와 원심의 판단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특정범죄가중법 위반(운전자폭행 등) 부분(이하 ‘이 부분 공소사실’이라 한다)의 요지는, 피고인이 운행 중인 오토바이 운전자인 피해자를 폭행하여 피해자에게 상해를 가하였다는 것이다.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규정이 정한 ‘자동차’의 범위에 도로교통법상 원동기장치자전거가 포함되지 않고, 피해자가 운행 중인 오토바이가 원동기장치자전거가 아니라 자동차에 해당한다는 사실에 대한 증명이 없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하고, 위 공소사실에 포함된 상해죄를 유죄로 인정하였다.
다. 원심판결의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특정범죄가중법 위반(운전자폭행등)죄의 ‘자동차’의 의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피고인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에 의하면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서만 양형부당을 사유로 한 상고가 허용된다. 피고인에 대하여 그보다 가벼운 형이 선고된 이 사건에서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는 취지의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유숙(재판장) 조재연 이동원 천대엽(주심) | [1]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10 / [2]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10, 자동차관리법 제2조 제1호, 제3조 제1항, 도로교통법 제2조 제18호 (가)목, 제19호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법무법인(유한) 대륙아주 담당변호사 한승철 외 3인
【원심판결】
광주고법 2021. 6. 24. 선고 2016노104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사건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청소년성보호법’이라 한다) 위반(위계등간음) 부분
가. 공소사실의 요지와 원심의 판단
1) 이 부분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랜덤채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알게 된 피해자(여, 15세)에게 연예기획사에서 일하는 매니저와 사진작가의 1인 2역을 하면서 거짓말을 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모델이 되기 위한 연기 연습 및 사진 촬영 연습의 일환으로 성관계를 한다는 착각에 빠지게 한 후, 마치 자신이 위 매니저가 소개한 사진작가인 것처럼 행세하면서 피해자를 간음한 것을 비롯해, 같은 방법으로 10회에 걸쳐 위계로써 아동·청소년인 피해자를 간음하였다는 것이다.
2) 원심은, 이 부분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간음행위 자체에 대한 기망을 하였음을 전제로 한 것인데, 피해자가 피고인의 위계에 의해서가 아니라 스스로의 판단에 따른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여 성관계를 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피고인이 간음행위 자체에 대하여 기망하거나 피해자가 간음행위 자체에 대한 착오에 빠져 성관계를 하였다는 점의 증명이 부족하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나.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1) 관련 법리
원심도 원용한 바와 같이 대법원 2020. 8. 27. 선고 2015도9436 전원합의체 판결(이하 ‘대법원 2015도9436 판결’이라 한다)은 ‘위계에 의한 간음죄에서 행위자가 간음의 목적으로 상대방에게 일으킨 오인, 착각, 부지는 간음행위 자체에 대한 오인, 착각, 부지를 말하는 것이지 간음행위와 불가분적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 다른 조건에 관한 오인, 착각, 부지를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는 취지의 종전 판례를 변경하고 다음과 같은 요지로 판단하였다. 즉, 위계에 의한 간음죄에 있어서는 행위자가 간음의 목적으로 피해자에게 오인, 착각, 부지를 일으키고 피해자의 그러한 심적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의 목적을 달성하였다면 위계와 간음행위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 왜곡된 성적 결정에 기초하여 성행위를 하였다면 왜곡이 발생한 지점이 성행위 그 자체인지 성행위에 이르게 된 동기인지는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침해가 발생한 것은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하기 어렵다. 피해자가 오인, 착각, 부지에 빠지게 되는 대상은 간음행위 자체일 수도 있고, 간음행위에 이르게 된 동기이거나 간음행위와 결부된 금전적·비금전적 대가와 같은 요소일 수도 있다. 위와 같은 인과관계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피해자의 연령 및 행위자와의 관계,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범행 당시와 전후의 상황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2) 이 사건에서 인정되는 위계의 내용
가)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피고인(남, 당시 44세)은 2013. 4. 초순경 랜덤채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고등학교 1학년생인 피해자(여, 당시 15세)를 알게 되었다. 피고인은 연예기획사에서 일하는 매니저로 행세하면서 피해자에게 사진작가와의 약속을 주선하였고, 1인 2역을 하여 스스로 사진작가로도 행세하면서 약속장소에서 피해자를 만난 후 고가의 카메라, 삼각대 등 촬영장비가 든 가방을 가지고 피해자와 함께 모텔에 들어가 피해자의 나체를 촬영하고 성관계를 하였다.
(2) 피고인은 위 만남 이후에도 2015. 7.경까지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반복적으로 피해자와 만나 성관계를 하였다.
(3)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 ‘사진작가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연예인이나 모델이 될 수 있다는 말을 믿었고, 모델이 되고 싶은 욕심에 시키는 대로 성관계 등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제1심과 원심 법정에서도 이러한 진술 부분은 유지되었다.
나) 위 인정 사실 및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를 통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연예기획사 매니저와 사진작가의 1인 2역을 하면서 ‘사진작가의 요구에 따라 성관계 등을 하면 모델 등이 되도록 해 줄 것이다’라는 거짓말을 하여 피해자에게 오인, 착각을 일으키고 피해자의 그러한 심적 상태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간음한 것으로 볼 수 있는바, 이러한 피고인의 간음행위는 ‘간음행위에 이르게 된 동기’ 내지 ‘간음행위와 결부된 비금전적 대가’에 관한 위계에 의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1) 피해자는 피고인의 거짓말에 속아 피고인이 요구한 나체 촬영과 성관계 등에 응하면 피고인이 자신을 모델 등으로 만들어 줄 것으로 오인, 착각하였고, 이러한 오인, 착각은 피해자가 피고인과의 성관계를 결심하게 된 중요한 동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성관계가 피해자의 자발적이고 진지한 성적 자기결정권의 행사에 따른 것으로 볼 수는 없다.
(2) 피고인이 연예기획사 매니저와 사진작가의 1인 2역으로 행세한 것은 고등학교 1학년생으로 사회 경험이 없는 피해자의 경계심을 허물고 성관계를 하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작용하였다.
(3) 피해자는 피고인을 만날 당시 ‘상세불명의 우울병 에피소드’ 등으로 병원 치료를 받는 등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였고, ‘어머니를 미워하고 자주 다투며, 아버지가 융통성이 없고 답답하다.’고 느끼는 등 부모와의 갈등도 겪고 있었는바, 피해자가 부모의 충분한 보호를 받지 못함은 물론, 가정 내에서 사랑과 이해, 심리적 지지를 얻지 못하는 상황은 피해자의 자존감을 깎아내리고 피해자로 하여금 온전한 성적 자기결정 능력을 행사하기 어렵게 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4) 원심은 피해자의 기존 성관계 경험, 피해자가 매번 피고인으로부터 돈을 지급받은 점 등을 들어, 피고인과의 성관계에 있어 피해자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원심이 지적하는 피해자의 기존 성관계 경험은 이를 인정할 자료가 부족할뿐더러 피고인의 위계로 인한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의 왜곡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별다른 관련이 없는 사정에 불과하다. 또한 피고인과 피해자 모두 ‘성관계의 대가로 돈을 주거나 받은 것은 아니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 등에 비추어, 피해자가 피고인으로부터 돈을 수령한 것 또한 피해자가 성관계를 결심하는 데 유의미한 요소가 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5) 피해자는 제1심 법정에서 "어느 순간부터 그런 만남이 자연스러워진 것 같다. 제가 거부해야 되는 것인지도 몰랐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됐던 것 같다."고 진술하였고, 원심 법정에서 "피고인의 강요에 의하여 성관계를 하였고, 제가 어린 나이여서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못한 것을 이용해서 항상 저한테 주입식으로 ‘이게 옳다.’고만 해서 그냥 저는 이렇게 만나오는 관계가 이렇게 나쁜 것인지도 몰랐다.", "그때 당시 우울증과 정신상태가 온전치 못해서 판단력이 흐려져 이렇게 하는 게 옳은 건지 그른 건지에 대한 판단 자체가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바는 있다. 그러나 피해자의 전체적인 진술 내용, 피해자의 연령과 사회 경험, 부모의 이해와 심리적 지지를 얻지 못하고 우울증까지 호소하던 피해자의 심리적 상태에다가,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몸매 관리에 관하여 모델 선배들과의 경쟁을 부추기거나, 성관계조차 업무의 연장으로 대하는 듯한 모델 선배들과 달리 피해자는 순수하여 더 매력적이라는 취지의 대화메시지를 보내기도 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피해자의 진술은 피고인이 어리고 사회 경험이 없는 피해자에 대해 지속적인 위계와 장기간에 걸친 일명 ‘그루밍 과정’을 통해 피고인을 의심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등 피해자를 길들이고 통제한 결과로 보일 뿐, 피해자의 위 진술만으로 피해자가 스스로의 판단에 따른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여 피고인과 성관계를 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3) 법원의 직권심판의무
가) 관련 법리
법원은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심리의 경과에 비추어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없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공소장이 변경되지 않았더라도 직권으로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사실과 다른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대법원 2007. 9. 6. 선고 2006도3583 판결), 이와 같은 경우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과 대비하여 볼 때 실제로 인정되는 범죄사실의 사안이 가볍지 아니하여 공소장이 변경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를 처벌하지 않는다면 적정절차에 의한 신속한 실체적 진실의 발견이라는 형사소송의 목적에 비추어 현저히 정의와 형평에 반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라면 법원으로서는 직권으로 그 범죄사실을 인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05. 1. 27. 선고 2004도7537 판결, 대법원 2006. 4. 13. 선고 2005도9268 판결 등 참조).
나) 이 부분 공소사실에 관한 공소장변경의 경위와 원심의 공판진행 경과
(1) 검사는 ‘피고인이 성관계에 응하면 모델을 시켜줄 것처럼 기망하여 피해자를 간음하였다.’는 내용으로 공소를 제기하였다가,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거짓말을 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모델이 되기 위한 연기 연습 및 사진 촬영 연습의 일환으로 성관계를 한다는 착각에 빠지게 하여 피해자를 간음하였다.’는 것으로 공소사실을 변경함으로써 당시의 대법원 판례에 따라 간음행위 자체에 대한 착각을 일으키게 한 것으로 공소사실을 구성하였고, 제1심은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2) 원심은 제4회 공판기일에서 변론을 종결하면서 판결 선고기일을 고지하였다가, 선고기일을 추후 지정하는 것으로 변경하였다. 원심은 이후 3년 6개월간 아무런 심리를 진행하지 않다가 변론을 재개하여 제5회 공판기일을 열었으나 앞서 본 대법원 2015도9436 판결의 결과를 보기 위해 다시 공판기일을 추후 지정하였다가, 대법원 2015도9436 판결이 선고되자 변론을 속행하였다. 검사는 2021. 4. 7. 자로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하였는데, 그 내용은 2015도9436 판결의 새로운 법리 판시와 무관한, 범죄일람표를 본문에 일치시키는 것에 불과하였다. 원심은 위 공소장변경을 허가한 후 변론을 종결하고 앞서 본 바와 같이 간음행위 자체에 대한 착오를 일으킨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다.
다) 판단
(1) 이 사건에서 인정되는 위계의 내용은 피고인의 요구에 따라 성관계 등을 하면 모델 등이 되도록 해 주겠다는 것으로서 ‘간음행위에 이르게 된 동기’ 내지 ‘간음행위와 결부된 비금전적 대가’임은 앞서 인정한 바와 같다.
(2) 이 사건에서 인정되는 위계의 내용이 공소사실에 적시된 위계의 내용과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피고인이 모델 등이 되기를 바라는 피해자에게 이를 빌미로 거짓말을 하여 피해자의 오인, 착각을 일으키고 이러한 심적 상태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간음하였다는 기본적 사실에는 변함이 없고, 그 외 범행일시, 장소에도 아무런 차이가 없는바, 이 사건에서 인정되는 위계의 내용을 전제로 한 위계에 의한 간음 범죄사실이 기존 공소사실과 사이에 동일성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볼 수 없다. 또한 기소 당시 공소사실에 ‘성관계에 응하면 모델을 시켜줄 것처럼 피해자를 기망하였다.’는 위계의 내용이 적시된 바 있고, 제1심 제1회 공판기일에서 피고인이 이러한 공소사실을 인정하기도 한 점, 그 밖에 공소장변경의 경위와 원심에서의 피고인의 변소 내용을 포함한 심리의 경과에 비추어 보면, 공소장 변경 없이 직권으로 이 사건에서 인정되는 위계의 내용을 전제로 한 위계에 의한 간음 범죄사실을 인정하더라도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
(3) 나아가 원심은 대법원 2015도9436 판결의 결과를 확인하기 위하여 무려 4년가량 기다려 왔으며, 대법원 2015도9436 판결이 판시한 새로운 법리에 따르면 피고인의 행위는 위계에 의한 간음죄를 구성한다.
(4) 원심에서 공판진행의 경과까지 함께 고려해보면, 원심의 결론은 적정 절차에 의한 신속한 실체적 진실의 발견이라는 형사소송의 목적에 비추어 현저히 정의와 형평에 반한다고 할 것이다.
4) 소결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심리를 통하여 피고인이 행사한 위계의 내용 및 그로 인해 피해자의 성적 결정에 있어 왜곡이 발생한 지점을 명확히 하는 한편, 피해자가 간음행위 자체에 대해서는 오인, 착각, 부지에 빠지게 된 것은 아니더라도 간음행위에 이르게 된 동기 등에 대해 오인, 착각, 부지에 빠져 피고인과의 성관계를 결심하였는지를 직권으로 심리하였어야 한다. 그럼에도 원심은 장기간에 걸쳐 공판절차를 진행하지 않은 채 대기하여 대법원 2015도9436 판결의 결과를 확인하였음에도 피해자가 간음행위 자체에 대한 착오에 빠져 성관계를 하였다는 점의 증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만을 들어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청소년성보호법 위반(위계등간음)죄의 성립에 관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고 공소장변경 없이 심판할 수 있는 범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2.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이라 한다) 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 부분
가. 공소사실의 요지와 원심의 판단
1) 이 부분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위 제1의 가. 1)항 기재와 같이 피해자를 속여 간음하는 것을 기화로 나체 상태의 피해자를 카메라로 촬영하고 간음 영상을 비디오카메라로 녹화한 것을 비롯해, 같은 방법으로 9회에 걸쳐 나체 상태의 피해자를 촬영함으로써 카메라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피해자의 신체를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였다는 것이다.
2) 원심은, 피해자가 피고인이 자신의 신체를 촬영하거나 성관계 장면을 녹화하는 것을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고 이를 거부한 사실이 없었던 점, 피해자가 피고인의 말에 기망당한 것이 아니라 명시적 또는 묵시적 동의하에 촬영에 응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 설령 피해자가 피고인의 말에 기망당하여 촬영에 응하였다고 하더라도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1항은 의사에 반하여 신체를 촬영한 행위만을 처벌할 뿐인바, 하자 있는 동의에 의하여 신체를 촬영한 행위에 대하여는 명확한 처벌규정이 없는 점 등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들어 이 부분 공소사실의 증명이 부족하다고 보아 이를 무죄로 판단하였다.
나.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1) 카메라 기타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타인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1항은 인격체인 피해자의 성적 자유 및 함부로 촬영당하지 않을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5도8447 판결, 대법원 2018. 11. 9. 선고 2018도13122 판결 등 참조).
2) 피해자는 연예기획사 매니저와 사진작가의 1인 2역 행세를 한 피고인의 거짓말에 속아 피고인이 요구한 나체 촬영과 성관계 등에 응하면 피고인이 자신을 모델 등으로 만들어 줄 것으로 오인, 착각에 빠졌음은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은바, 피해자는 이러한 심적 상태에서 피고인의 촬영 요구 등에 응하였다고 보이고, 피고인 또한 그와 같은 피해자의 심적 상태를 유발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피해자가 피고인에 대하여 자신의 신체 촬영을 승낙한 것은 피해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기초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따라서 피고인의 위 행위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한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3) 그런데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는바,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성폭력처벌법 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사건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천대엽(재판장) 조재연 민유숙(주심) 이동원 | [1]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7조 제5항 / [2] 형사소송법 제254조, 제298조 / [3]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제1항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 청풍로펌 담당변호사 류성용
【원심판결】
청주지법 2022. 1. 20. 선고 2021노1396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청주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공소사실의 요지 및 원심의 판단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주거침입 부분의 요지는, ‘피고인이 2020. 3. 1. 16:09경 안성시에 있는 피해자 공소외인의 주거지인 ○○아파트△△동 □□호에 이르러 피해자의 안방에 CCTV 카메라와 동영상 저장장치를 부착한 TV인 사실을 숨기고 피해자에게 TV를 설치해 주겠다면서 안방까지 들어가 피해자의 주거에 침입하였다.’는 것이고,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주거침입죄는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보호법익으로 한다. 주거침입죄의 구성요건적 행위인 침입은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과의 관계에서 해석하여야 하므로, 침입이란 주거의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 태양으로 주거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하고, 침입에 해당하는지는 출입 당시 객관적·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 태양을 기준으로 판단함이 원칙이다.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 태양으로 주거에 들어가는 것이라면 대체로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겠지만, 단순히 주거에 들어가는 행위 자체가 거주자의 의사에 반한다는 주관적 사정만으로는 바로 침입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21. 9. 9. 선고 2020도1263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지는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 태양인지를 평가할 때 고려할 요소 중 하나이지만 주된 평가 요소가 될 수는 없다. 따라서 침입행위에 해당하는지는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지가 아니라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 태양인지에 따라 판단되어야 한다.
행위자가 거주자의 승낙을 받아 주거에 들어갔으나 범죄 등을 목적으로 한 출입이거나 거주자가 행위자의 실제 출입 목적을 알았더라면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 행위자의 출입행위가 주거침입죄에서 규정하는 침입행위에 해당하려면, 출입하려는 주거 등의 형태와 용도·성질, 외부인에 대한 출입의 통제·관리 방식과 상태, 행위자의 출입 경위와 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행위자의 출입 당시 객관적·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 태양에 비추어 주거의 사실상 평온상태가 침해되었다고 평가되어야 한다. 이때 거주자의 의사도 고려되지만 주거 등의 형태와 용도·성질, 외부인에 대한 출입의 통제·관리 방식과 상태 등 출입 당시 상황에 따라 그 정도는 달리 평가될 수 있다(대법원 2022. 3. 24. 선고 2017도18272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기록에 따르면, 피고인이 연인관계에 있는 피해자로부터 안방에 TV를 설치하여 달라는 요청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에 따라 피해자의 안방에 들어간 후 피해자가 있는 자리에서 TV를 설치한 사실, 피해자도 이 사건 당시 피고인의 행위가 주거침입은 아니라고 인식하고 있었던 사실을 알 수 있고 달리 피해자의 사실상 평온상태가 침해되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 그렇다면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피고인의 출입이 비록 범죄 등의 목적을 숨기고 한 것이라도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전원합의체 판결로 변경되기 전의 법리에 따라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주거침입 부분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주거침입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3. 파기의 범위
그렇다면 원심판결 중 주거침입 부분은 파기되어야 하는데, 이 부분은 유죄로 인정된 나머지 부분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이 선고되었으므로, 결국 원심판결 전부가 파기의 대상이 된다.
4. 결론
그러므로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정화(재판장) 김선수 노태악(주심) 오경미 | [1] 형법 제319조 제1항 / [2] 형법 제319조 제1항, 형사소송법 제325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 광야 담당변호사 양태정
【원심판결】
서울동부지법 2020. 10. 23. 선고 2020노471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동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관련 법리
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이라고 한다) 제70조 제2항이 정한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피고인이 적시하는 사실이 허위이고 그 사실이 허위임을 인식하여야 한다. 적시된 사실의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경우에는 세부에 있어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더라도 이를 거짓이라고 볼 수 없다. 거짓인지를 판단할 때에는 적시된 사실 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 객관적 사실과 합치하지 않는 부분이 중요한 부분인지를 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12. 10. 25. 선고 2011도13245 판결 등 참조).
나. 같은 항에서 정한 ‘사람을 비방할 목적’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과는 행위자의 주관적 의도라는 방향에서 상반되므로, 적시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비방할 목적은 부정된다(대법원 2011. 11. 24. 선고 2010도10864 판결 등 참조).
다.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에는 널리 국가·사회 그 밖에 일반 다수인의 이익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특정한 사회집단이나 그 구성원 전체의 관심과 이익에 관한 것도 포함되며, 나아가 공공의 이익관련성 개념이 시대에 따라 변화하고 공공의 관심사 역시 상황에 따라 쉴 새 없이 바뀌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공적인 인물, 제도 및 정책 등에 관한 것만을 공공의 이익관련성으로 한정할 것은 아니다. 따라서 사실적시의 내용이 사회 일반의 일부 이익에만 관련된 사항이라도 다른 일반인과의 공동생활에 관계된 사항이라면 공익성을 지닌다고 할 것이고, 개인에 관한 사항이더라도 그것이 공공의 이익과 관련되어 있고 사회적인 관심을 획득한 경우라면 직접적으로 국가·사회 일반의 이익이나 특정한 사회집단에 관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공공의 이익관련성을 부정할 것은 아니다. 사인이라도 그가 관계하는 사회적 활동의 성질과 사회에 미칠 영향을 헤아려 공공의 이익에 관련되는지 판단하여야 한다(명예훼손죄에서의 ‘공공의 이익’에 관한 대법원 2020. 11. 19. 선고 2020도5813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2. 이 사건의 판단
가. 공소사실의 요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사실 피고인이 과거 근무했던 회사의 대표인 피해자가 술을 마시지 못하는 직원들에게 소주 3병 이상의 술을 마시도록 강요하거나 만취한 직원들에게 과음을 강권한 사실이 없었고, 직원들을 룸살롱에 데리고 가 여직원들로 하여금 유흥접객원과 동석하도록 한 사실이 없었음에도, 피고인이 위 회사에서 퇴직 후 11개월이 지난 2018. 4. 19.경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으로 인터넷 페이스북 게시판에 ‘무슨 지병이 있어도 컨디션이 좋지 않아도 모두 소주 3병은 기본으로 마시고 돌아가야 했다. 어떤 날은 단체로 룸살롱에 몰려가 여직원도 여자를 초이스해 옆에 앉아야 했다.’는 취지의 글을 게시하여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것이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무슨 지병이 있어도 컨디션이 좋지 않아도 모두 소주 3병은 기본으로 마시고 돌아가야 했다.’는 글(이하 ‘이 사건 게시글’이라고 한다)을 게시한 부분(이하 ‘이 부분 공소사실’이라고 한다)에 대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들어 피고인이 피해자가 실제로는 직원들을 상대로 일률적으로 지나치게 많은 양의 술을 마시도록 강요하지 아니하였음을 인식하면서도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에 이 사건 게시글을 올린 사실이 인정된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원심은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실제로 룸살롱과 비슷한 형태로 운영되는 가라오케 주점에서의 회식 자리에 여성 직원이 참석하였음에도 여성 접대부를 동석케 한 사실이 있는 등 이를 허위라고 볼 수 없다고 보아 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하였고, 이에 대해서는 검사가 상고하지 아니하였다).
다. 대법원의 판단
1)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피고인은 2017. 3.경부터 같은 해 5월경까지 각 분야에서 성공한 유명인 등을 인터뷰한 영상물을 제작해 페이스북에 게재하는 사업을 하는 ‘OOO’(이하 ‘이 사건 회사’라고 한다)에서 직원으로 근무하다가 퇴직하였고, 피해자는 2016년경부터 이 사건 게시글이 게시될 무렵까지 이 사건 회사의 대표로 근무하였다.
나) 이 사건 회사는 2016년경 설립되어 피고인이 근무할 당시에는 총 9명의 직원과 2명의 인턴직원이 근무하는 소규모의 이른바 ‘스타트업’ 기업이었는데, 피해자는 업무와 관련해 직원들에게 고성을 내거나 이름을 반복적으로 부르면서 화를 낸 적이 있고, 그로 인해 일부 여직원이 사내에서 우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피해자는 2017. 4. 14. 피고인에게 ‘성과를 입증하지 못한 직원들은 이번 재계약에서 연봉을 삭감할 예정이니, 미리 직원들에게 공지해 달라.’는 취지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기도 하였다.
다) 이 사건 회사에서는 피해자와 직원들이 종종 저녁회식을 하면서 술을 마시곤 하였는데, 술자리의 모습에 관하여 일부 직원들은 수사기관 또는 제1심에서 ‘술자리에서 이 사건 회사에서 제작한 인터뷰 동영상에 나온 유명인을 흉내 내고 유사하지 않으면 벌주를 마시는 게임을 하거나, 참석자들이 술잔을 채우고 차례대로 이를 마시는 일명 파도타기를 하기도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일부 직원들은 수사기관 또는 제1심에서 ‘피해자가 술을 잘 마시지 않는 직원에게 불쾌한 표정을 짓거나 째려보는 등으로 눈치를 주기도 하였다.’, ‘피해자가 음주를 강요하는 것으로 느꼈다.’, ‘과음으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는 직원도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하거나 진술서를 제출하기도 하였으며, 직원 공소외 1 제1심에서 "이 사건 회사에서 근무하다가 퇴직한 공소외 2가 퇴사를 결심하게 된 동기 중 하나로 ‘거부하기 어려운 술자리 문화’를 언급했다."는 취지로 진술하기도 하였다.
라) 피고인은 신장 질환을 앓고 있어 술을 잘 마시지 못하였는바, 피고인도 위와 같은 저녁회식에 참석해 내키지 않는 술을 마시기도 하였다.
마) 한편 피고인은 2018. 4.경 기자들이 작성한 인터넷 콘텐츠(그 무렵 책으로도 발간되었다)에서 피해자가 디지털 시대를 선도하는 새로운 인재 8명 가운데 한 명으로 소개된 것을 보고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게시하였다. 피고인이 게시한 글의 전체 내용은 이 사건 게시글 외에도 당시 대형항공사 오너 일가의 이른바 ‘갑질’ 논란이 연일 뉴스에 보도되는 사정을 언급하면서, 위와 같이 부당한 처사가 대기업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소규모 스타트업 기업에서도 벌어지지만, 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여도 대기업에 비하여 사회적 관심을 얻지 못하여 파급력이 작다는 자조적 현실을 지적하면서, 피해자의 행위를 위와 같이 언론에 보도되어 전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대기업 오너 일가의 행위에 투영하여 작성한 것이었다.
2)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가) 개인의 육체적·정신적 건강 상태, 종교나 신념, 성장 배경과 가족 관계 등을 둘러싼 환경에 따라 음주에 대한 선호도나 거부감의 정도는 사람마다 크게 다를 수 있고, 직장의 규모, 업무의 내용과 방식, 구성원 간의 친소 관계와 조직 내 위계질서를 포함한 직장 문화 등 근로 환경에 따라서 회식 자리에서의 음주와 관련해 근로자 개인이 느끼는 압박감의 정도 또한 다를 수 있다. 상사의 공식적·명시적 업무 지시가 아니더라도, 회식 참석과 같은 업무 외의 일을 요구하거나 그러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상사의 태도가 강압적으로 느껴지는지와 그 정도 역시 근로자의 성격, 경력, 회사 내 지위 등에 따라 다를 수 있고, 이를 단지 근로자 개인의 취향의 문제로 취급할 수는 없다. 특히 회사의 대표(운영자)와 근로자가 직접적, 일상적으로 접촉하는 소규모 회사의 경우 위와 같은 사정은 근로자에게 더욱 크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나) 이 사건 게시글의 주된 취지는 ‘피해자가 회식 자리에서 직원들에게 상당한 양의 술을 마시도록 강권하였다.’는 것으로, 위와 같이 일부 직원들의 진술을 통해 엿볼 수 있는 회식 자리에서의 음주 방식을 감안하면 회식 참석자들이 스스로 음주 여부, 음주의 양과 속도를 조절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고, 여기에 피해자의 지위, 일부 직원들의 진술을 통해 드러나는 술자리에서 보인 피해자의 행동과 그로 인해 직원들이 느낀 압박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게시글은 주요부분에 있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피고인이 ‘지병이 있어도 소주 3병은 기본으로 마셔야 했다.’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는 하였으나, 이는 피고인의 건강상태 및 회사 대표인 피해자가 주도하는 술자리에 참석한 근로자의 입장에서 음주의 양과 속도를 조절하기 어려웠던 상황과 당시 느꼈던 압박감에 대한 다소 과장된 표현이나 묘사로 이해할 수 있다.
다) 비록 소규모 스타트업 기업이라고 할지라도 기자들에 의하여 디지털 시대를 선도하는 인재로 선정되어 인터넷 등에 소개된 회사 대표가 회사 내부에서 직원들에게 고압적인 사풍을 조성하는지는 사회적인 관심에서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 또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상고이유서에 이르기까지 일관하여 ‘직원들에게 권위적인 모습을 보인 피해자가 새로운 시대의 인재상으로 부각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고 소규모 스타트업 기업에도 대기업과 같이 부당한 사내 문화가 존재함을 알려 근로 환경의 개선을 바라는 마음에서 글을 게시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였고, 실제 피고인이 게시한 글의 전체 내용을 보더라도 위와 같은 주장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스타트업 기업의 바람직한 사내 문화 등은 스타트업 기업에 종사하거나 종사할 사람들 전체의 관심과 이익에 관한 사항으로서 사회구성원 다수의 공통의 이익과 관련된다고 볼 수 있고, 피고인이 이 사건 게시글이 포함된 전체 글을 게시한 주요한 목적이나 동기가 당시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르던 소위 ‘직장 갑질’이 소규모 스타트업 기업에도 존재하고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키기 위한 것이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피고인이 이 사건 회사에서 퇴사한 지 1년가량 지나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사건 게시글을 게시하였고, 거기에 다소 단정적이고 과장된 표현을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게시글의 주요한 목적이나 동기가 피해자를 비방하려는 데에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
3) 그런데도 원심은 위의 사정들에 대한 충분한 심리 없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사건 게시글이 허위라고 단정하고 나아가 피고인에게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이 있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2항에서 정한 ‘거짓의 사실’, ‘비방할 목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천대엽(재판장) 조재연 민유숙(주심) 이동원 | [1]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 제2항 / [2]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 제2항 / [3]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 제2항 | 형사 |
【피고인 겸 피부착명령청구자 겸 피보호관찰명령청구자】
피고인 1
【피 고 인】
피고인 2
【상 고 인】
피고인 겸 피부착명령청구자 겸 피보호관찰명령청구자 피고인 1, 피고인 2 및 검사
【변 호 인】
법무법인 소망 담당변호사 오승원
【원심판결】
서울고법 2021. 11. 26. 선고 2021노903, 2021전노84, 2021보노41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상고이유서보충서 등은 이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검사
가. 피고인 겸 피부착명령 겸 피보호관찰명령청구자피고인 1에 대한 부분
(1) 피고사건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 후단은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서 형의 양정이 심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현저한 사유가 있는 때’를 원심판결에 대한 상고이유로 할 수 있다고 정한다.
상고심의 본래 기능은 하급심의 법령위반을 사후에 심사하여 잘못을 바로잡음으로써 법령 해석·적용의 통일을 도모하는 것이고, 형사소송법은 상고심을 원칙적으로 법률심이자 사후심으로 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형사소송법이 양형부당을 상고이유로 삼을 수 있도록 한 이유는 무거운 형이라고 할 수 있는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를 선고받은 피고인의 이익을 한층 두텁게 보호하고 양형문제에 관한 권리구제를 최종적으로 보장하려는 데 있다(헌법재판소 2012. 5. 31. 선고 2010헌바90, 2011헌바389 전원재판부 결정, 헌법재판소 2015. 9. 24. 선고 2012헌마798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원심의 양형이 가볍다는 이유로 상고를 허용할 필요성은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 등의 형이 선고된 사건보다 10년 미만의 징역이나 금고 등의 형이 선고된 사건이 더 클 수 있다.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 후단에 따르더라도 10년 미만의 징역이나 금고 등의 형이 선고된 사건에서 검사는 원심의 양형이 가볍다는 이유로 상고할 수 없다. 그런데도 그보다 중한 형인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 등이 선고된 사건에서는 검사가 위와 같은 이유로 상고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균형이 맞지 않는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 후단이 정한 양형부당의 상고이유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 등의 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검사는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원심의 양형이 가볍다거나 원심이 양형의 전제사실을 인정하는 데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있다는 사유를 상고이유로 주장할 수 없다(대법원 1994. 8. 12. 선고 94도1705 판결, 대법원 2001. 12. 27. 선고 2001도5304 판결, 대법원 2005. 9. 15. 선고 2005도1952 판결 등 참조).
검사는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에 따라 양형부당을 이유로 상고할 수 있는 주체를 피고인으로 한정하여 해석하는 판례를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에서 본 이유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판례를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양형부당에 관한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2) 부착명령과 보호관찰명령 청구 사건
원심은 피고인 1에 대한 부착명령청구와 보호관찰명령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에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살인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나. 피고인 2에 대한 부분
원심은 피고인 2에 대한 공소사실 중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부분에 대하여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무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아동복지법 제17조 제5호에서 정한 ‘정서적 학대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피고인 1
원심은 피고인 1에 대한 공소사실(이유무죄 부분 제외)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살인죄의 고의, 아동복지법 제17조에서 정한 ‘정서적 학대행위’와 ‘유기·방임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기록에 나타난 피고인 1의 연령·성행·환경, 피해자와의 관계, 이 사건 각 범행의 동기·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사정을 살펴보면,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사정을 참작하더라도 원심이 피고인 1에 대하여 징역 35년을 선고한 것이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
3. 피고인 2
원심은 피고인 2에 대한 공소사실(무죄 부분 제외)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유기·방임)죄에서 유기·방임의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4. 결론
검사와 피고인들의 상고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김재형(주심) 안철상 이흥구 |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법무법인(유한) 화우 외 1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21. 8. 12. 선고 2020노471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이하 ‘직권남용’이라 한다)죄는 공무원이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직권의 행사에 가탁하여 실질적, 구체적으로 위법·부당한 행위를 한 경우에 성립하는데, 여기에서의 ‘직권남용’이란 공무원이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그 권한을 위법·부당하게 행사하는 것을 뜻하고, 공무원이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지 않는 행위를 하는 경우인 지위를 이용한 불법행위와는 구별되는바, 어떠한 직무가 공무원의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이라고 하기 위해서는 그에 관한 법령상 근거가 필요하다는 대법원 2019. 8. 29. 선고 2018도14303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21. 3. 11. 선고 2020도12583 판결 등의 법리를 원용한 다음, 아래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가. 피고인의 판시와 같은 행위는 부당하거나 부적절한 재판관여행위에 해당한다. 그러나 피고인의 위와 같은 각 재판관여행위는 법관의 재판권에 관한 것인데, 이에 대하여는 사법행정권자에게 직무감독 등의 사법행정권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각 재판관여행위에 관하여 피고인에게 직권남용죄에서 말하는 ‘일반적 직무권한’이 존재하지 않고, 일반적 직무권한의 범위를 넘는 월권행위에 관하여는 직권남용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헌법, 법원조직법, 관련 대법원 규칙과 예규를 종합하더라도 피고인에게 재판에 관여할 직무권한을 인정할 수 없다. 결국 각 재판관여행위가 피고인이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수석부장판사로서의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직권을 행사하는 모습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나. 직권남용죄에서 권리행사를 방해한다 함은 법령상 행사할 수 있는 권리의 정당한 행사를 방해하는 것을 말하므로, 이에 해당하려면 구체화된 권리의 현실적인 행사가 방해된 경우라야 하고(대법원 2006. 2. 9. 선고 2003도4599 판결 등 참조), 여기서 말하는 ‘권리’는 법률에 명기된 권리에 한하지 않고 법령상 보호되어야 할 이익이면 족한 것으로서, 공법상의 권리인지 사법상의 권리인지를 묻지 않는바(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8도7312 판결 등 참조), 헌법과 법률에 의한 법관의 독립된 심판권한(헌법 제103조), 재판장의 소송지휘권(형사소송법 제279조) 역시 직권남용죄에서 말하는 ‘권리’에는 해당하나, 각 담당재판장과 담당판사는 담당재판부의 논의, 합의를 거치거나 혹은 동료판사들의 의견을 구한 다음, 자신의 판단과 책임 아래 권한을 행사하였고, 피고인의 요청 등을 지시가 아닌 권유나 권고 등으로 받아들인 점 등 그 판시와 같은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재판관여행위가 담당재판장, 담당판사의 권한 행사를 방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
다.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어떠한 일을 하게 한 때에 상대방이 공무원인 경우에는 상대방이 한 일이 형식과 내용 등에 있어 직무범위 내에 속하는 사항으로서 법령, 그 밖의 관련 규정에 따라 직무수행 과정에서 준수하여야 할 원칙이나 기준, 절차 등을 위반하지 않는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운바(대법원 2020. 1. 30. 선고 2018도2236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담당재판장과 담당판사 등의 판시와 같은 행위가 법령, 그 밖의 관련 규정에 따라 직무수행 과정에서 준수하여야 할 원칙이나 기준, 절차 등을 위반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결국 피고인의 재판관여행위가 담당재판장, 담당판사 등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으로 볼 수 없다.
라. 직권남용죄는 단순히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는 행위를 하였다는 것만으로 곧바로 성립하는 것이 아니고, 직권을 남용하여 현실적으로 다른 사람이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였거나 다른 사람의 구체적인 권리행사를 방해하는 결과가 발생하여야 하고, 그 결과의 발생은 직권남용 행위로 인한 것이어야 하는바(위 대법원 2018도2236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앞서 본 바와 같이 담당재판장, 담당판사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담당재판장, 담당판사 등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였다는 결과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설령 피고인의 재판관여행위가 담당재판장이나 담당판사의 행위에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담당재판장들이나 담당판사는 피고인의 요청을 무조건 따른 것이 아니라 위 나.항에서 본 바와 같은 논의 등을 거쳐 독립하여 재판을 수행하였고, 피고인에게 법관의 재판권에 관하여 지휘·감독할 수 있는 사법행정권이 없음을 잘 알고 있었으며, 피고인의 말을 권유 정도로 이해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재판관여행위와 결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 또한 인정되지 않는다.
2.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직권남용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천대엽(재판장) 조재연 민유숙(주심) 이동원 | 형법 제123조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곽리찬
【원심판결】
창원지법 2021. 11. 25. 선고 2021노1914, 2394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영사통보권 등 고지의무 위반과 위법수집증거 배제 원칙 위반 여부
가. 영사관계에 관한 비엔나협약 위반 여부
영사관계에 관한 비엔나협약(Vienna Convention on Consular Relations, 1977. 4. 6. 대한민국에 대하여 발효된 조약 제594호, 이하 ‘협약’이라 한다) 제36조 제1항은 "파견국의 국민에 관련되는 영사기능의 수행을 용이하게 할 목적으로 다음의 규정이 적용된다."라고 하면서, (b)호에서 "파견국의 영사관할구역 내에서 파견국의 국민이 체포되는 경우, 재판에 회부되기 전에 구금되거나 유치되는 경우, 또는 그 밖의 방법으로 구속되는 경우에, 그 국민이 파견국의 영사기관에 통보할 것을 요청하면 접수국의 권한 있는 당국은 지체 없이 통보하여야 한다. 체포, 구금, 유치되거나 구속되어 있는 자가 영사기관에 보내는 어떠한 통신도 위 당국에 의하여 지체 없이 전달되어야 한다. 위 당국은 관계자에게 (b)호에 따른 그의 권리를 지체 없이 통보하여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수사규칙 제91조 제2항, 제3항은 "사법경찰관리는 외국인을 체포·구속하는 경우 국내 법령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에서 영사관원과 자유롭게 접견·교통할 수 있고, 체포·구속된 사실을 영사기관에 통보해 줄 것을 요청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 사법경찰관리는 체포·구속된 외국인이 제2항에 따른 통보를 요청하는 경우에는 [별지 제93호 서식]의 영사기관 체포·구속 통보서를 작성하여 지체 없이 해당 영사기관에 체포·구속 사실을 통보해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위와 같이 협약 제36조 제1항 (b)호, 경찰수사규칙 제91조 제2항, 제3항이 외국인을 체포·구속하는 경우 지체 없이 외국인에게 영사통보권 등이 있음을 고지하고, 외국인의 요청이 있는 경우 영사기관에 체포·구금 사실을 통보하도록 정한 것은 외국인의 본국이 자국민의 보호를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협조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수사기관이 외국인을 체포하거나 구속하면서 지체 없이 영사통보권 등이 있음을 고지하지 않았다면 체포나 구속 절차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지는 협약 제36조 제1항 (b)호를 위반한 것으로 위법하다.
기록에 따르면, 사법경찰관이 2021. 5. 31. 19:19경 피고인을 현행범인으로 체포할 당시 피고인이 인도네시아 국적의 외국인이라는 사실이 명백했는데도 피고인에게 영사통보권 등을 고지하였다고 인정할 자료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체포나 구속 절차는 협약 제36조 제1항 (b)호를 위반하여 피고인에게 영사통보권 등을 지체 없이 고지하지 않아 위법하다.
나. 위법수집증거 배제 원칙의 예외 해당 여부
(1)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형사소송법 제308조의2). 다만 수사기관의 절차 위반행위가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고, 오히려 그 증거의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것이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형사소송에 관한 절차 조항을 마련하여 적법절차의 원칙과 실체적 진실 규명의 조화를 도모하고 이를 통하여 형사 사법 정의를 실현하려고 한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예외적인 경우라면 법원은 그 증거를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 이에 해당하는지는 수사기관의 증거 수집 과정에서 이루어진 절차 위반행위와 관련된 모든 사정, 즉 절차 조항의 취지, 위반 내용과 정도, 구체적인 위반 경위와 회피가능성, 절차 조항이 보호하고자 하는 권리나 법익의 성질과 침해 정도, 이러한 권리나 법익과 피고인 사이의 관련성, 절차 위반행위와 증거 수집 사이의 관련성, 수사기관의 인식과 의도 등을 전체적·종합적으로 고찰해서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07. 11. 15. 선고 2007도3061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8도11437 판결, 대법원 2019. 7. 11. 선고 2018도20504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피고인은 인도네시아 국적의 외국인으로 2016. 7. 29.부터 2021. 5. 31.까지 대한민국에 체류하면서 취업활동을 하였다. 사법경찰관은 2021. 5. 31. 19:19경 통역인을 통해 피고인에게 인도네시아어로 체포의 사유, 변명의 기회, 변호인 선임권 등을 고지하고 피고인을 출입국관리법 위반의 범죄사실로 현행범인 체포를 하였고, 같은 날 20:00경 피고인으로부터 소변과 모발을 임의제출 받아 압수하였다.
(나) 간이시약검사 결과 피고인으로부터 압수한 소변에서 향정신성의약품인 MDMA(일명 엑스터시, 이하 ‘엑스터시’라 한다) 양성반응이 나왔고, 피고인은 2021. 6. 1. 통역인이 참여한 경찰 제1회 피의자신문에서 출입국관리법 위반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마약류관리법’이라 한다) 위반(향정) 범행을 모두 자백하였다. 사법경찰관은 피의자신문을 진행하면서 ‘체포 통지를 피고인이 다니는 회사 사장에게 하였는데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에 문제가 없는지’를 질문하였고, 피고인은 ‘그렇다.’고 답변하였다. 피고인은 2021. 6. 2. 발부된 구속영장에 따라 구속되었다.
(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소변감정 결과 피고인으로부터 압수한 소변에서 엑스터시 양성반응이 나왔고, 피고인은 2021. 6. 7. 통역인이 참여한 경찰 제2회 피의자신문에서도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범행을 자백하였다.
(라) 피고인은 2021. 6. 14. 통역인이 참여한 검찰 피의자신문에서 검사가 인도네시아 영사관에 체포와 구속 사실을 알렸는지에 관하여 질문을 하자 ‘통보하지 않았으며 통보를 하지 않은 특별한 이유도 없다.’고 답변하였다. 피고인은 검사에 대하여 영사기관 통보를 요구하지 않았고, 출입국관리법 위반과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범행을 모두 자백하였다.
(마) 피고인은 통역인이 참여한 제1심 제1회 공판기일에서 국선변호인과 함께 출석하여 인정신문에 앞서 진술을 하지 않거나 개별 물음에 대하여 진술을 거부할 수 있고 이익이 되는 사실을 진술할 수 있음을 고지받은 다음, 검사가 공소장에 따라 공소사실, 죄명과 적용법조를 낭독하자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다고 진술하였다.
(3) 이러한 사실을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다음과 같은 결론이 도출된다.
피고인은 경찰 수사 단계에서 피고인에 관한 체포 통지를 피고인이 근무하는 회사 사장에게 한 것에 대해서 방어권 보장에 문제가 없다고 하였고, 검찰 수사 단계에서는 자신의 구금 사실을 영사관에 통보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는데도 통보를 요청하지 않았다. 이러한 사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영사통보권 등을 고지받았더라도 영사의 조력을 구하였으리라고 보기 어렵다.
피고인은 체포 당시 인도네시아어로 체포의 사유, 변명의 기회, 변호인 선임권 등을 고지받았다. 수사절차에서 소변검사 결과 등 객관적인 증거를 제시받고 통역인의 조력을 받으면서 범행을 자백하였다. 그 후 제1심과 원심에서 통역인과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은 상태에서 자백을 하면서 이 사건 수사나 공판절차의 위법을 주장하지 않았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수사기관이 피고인에게 영사통보권 등을 고지하지 않았더라도 그로 인해 피고인에게 실질적인 불이익이 초래되었다고 볼 수 없다.
요컨대 피고인에게 영사통보권 등을 고지하지 않은 사정이 수사기관의 증거 수집이나 이후 공판절차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 이 사건 체포나 구속 절차에 협약 제36조 제1항 (b)호를 위반한 위법이 있더라도 절차 위반의 내용과 정도가 중대하거나 절차 조항이 보호하고자 하는 외국인 피고인의 권리나 법익을 본질적으로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체포나 구속 이후 수집된 증거와 이에 기초한 증거들은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
(4) 원심은 피고인의 체포나 구속 이후에 수집된 증거에 대하여 증거능력을 인정하고 이를 유죄의 증거로 사용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에 결과적으로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위법수집증거 배제 원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의 위헌 여부와 양형부당 주장의 판단
피고인의 변호인은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가 양형부당을 상고이유로 삼을 수 있는 경우를 제한하는 것은 헌법상 규정된 재판청구권을 침해하고 평등원칙에도 위반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양형부당을 이유로 한 상고이유를 제한한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는 입법자에게 허용된 형성의 자유 영역에 속하므로, 이 규정이 재판청구권을 규정한 헌법 제27조나 평등의 원칙에 어긋나는 위헌적인 조항이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7. 4. 26. 선고 2007도1808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위와 같은 상고이유 주장은 원심이 선고한 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는 주장에 지나지 않는다.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에 따르면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서만 양형부당을 이유로 상고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인에 대하여 그보다 가벼운 형이 선고된 이 사건에서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는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아니다.
3. 결론
피고인의 상고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김재형(주심) 안철상 이흥구 | [1] 영사관계에 관한 비엔나협약(Vienna Convention on Consular Relations, 1977. 4. 6. 발효, 조약 제594호) 제36조 제1항 (b)호, 경찰수사규칙 제91조 제2항, 제3항 [별지 제93호 서식] / [2]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308조의2 / [3] 출입국관리법 제17조 제1항, 제94조 제7호,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 제3호 (나)목, 제4조 제1항 제1호, 제60조 제1항 제2호, 영사관계에 관한 비엔나협약(Vienna Convention on Consular Relations, 1977. 4. 6. 발효, 조약 제594호) 제36조 제1항 (b)호, 경찰수사규칙 제91조 제2항, 제3항 [별지 제93호 서식],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308조의2 | 형사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박준상 외 1인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법 2021. 11. 19. 선고 2020노3776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3조에 따라 피고인이 불출석한 채로 진행된 제1심 재판에 대하여 검사만 항소하고 항소심도 피고인 불출석 재판으로 진행한 후에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여 제1심의 유죄판결이 확정된 경우, 피고인이 귀책사유 없이 제1심과 항소심의 공판절차에 출석할 수 없었고 상고권회복에 의한 상고를 제기하였다면, 이는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3호에서 상고이유로 정한 ‘재심청구의 사유가 있는 때’에 해당한다(대법원 2015. 6. 25. 선고 2014도17252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5. 8. 27. 선고 2015도1054 판결 등 참조).
2.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제1심은 피고인이 실제로 거주하지 않는 주민등록상 주소지에서 피고인과 장기간 연락이 닿지 않은 지인인 공소외인에게 공소장 부본과 소환장 등을 송달하였고, 피고인이 계속 출석하지 않자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3조에 따라 공시송달의 방법으로 소환장을 송달하고 피고인이 불출석한 상태에서 심리를 진행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징역 2년을 선고하였다. 검사가 사실오인, 법리오해와 양형부당으로 항소하자, 원심도 공시송달 방법으로 소환장 등을 송달하고 형사소송법 제365조에 따라 피고인이 불출석한 상태에서 심리를 진행한 다음 검사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다음, 피고인에게 징역 2년, 68,679,500원의 추징을 선고하였고, 그 무렵 원심판결이 형식적으로 확정되었다.
피고인은 공소장 부본 등을 송달받지 못해 공소가 제기된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가 판결 선고 사실을 알게 되자 상소권회복청구를 하였고, 법원은 피고인이 상고기간 안에 상고하지 못한 것은 책임을 질 수 없는 사유로 인한 것이라고 판단하여 상고권회복결정을 하였다.
3. 이러한 사실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이 책임을 질 수 없는 사유로 불출석한 상태에서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3조에 따라 제1심 재판이 진행되어 피고인에 대하여 유죄판결이 선고되고, 원심도 피고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불출석한 채 재판이 진행되어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다시 유죄판결을 선고하였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원심판결에는 재심청구의 사유가 있고, 이는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3호에서 정한 상고이유에 해당한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김재형(주심) 안철상 이흥구 |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3조,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3호 | 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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